베이징올림픽 1년 앞으로
|베이징 이지운특파원|9일로 베이징올림픽 ‘D-365’.2008년 올림픽 주경기는 1년이 남았지만, 중국은 지금 ‘장외 경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을 필두로 한 ‘기업들의 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이번 올림픽은 특별하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다. 이들에게 베이징 올림픽은 기회인 동시에 위협이다.
코카콜라는 올해 초 중국에서 기존엔 없던 600㎖짜리를 새로 출시했다.S라인을 한껏 살렸으며 손잡이가 편해졌다는 평가다. 이 콜라병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한 것이다. 코카콜라는 성화 봉송로 발표일인 4월26일 콜라를 무료로 나눠줄 때도 별도로 제작한 기념 캔을 사용했다. 지난해 7월 베이징 수도박물관은 ‘올림픽유치 기념 특별 전시회’를 열면서 콜라 부스를 따로 따내기도 했다.50년 전의 콜라병과 기념배지 등은 올림픽과 함께한 코카콜라의 역사를 한껏 과시했다.‘올림픽의 상징 기업’ 코카콜라가 2008 베이징올림픽 마케팅에 얼마나 일찌감치 뛰어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최근 중국에서 임금착취, 노조억압 등 시비에 휘말린 맥도널드는 직원들의 임금을 올리고, 유니폼을 바꾸며 이미지 제고 작업에 들어갔다. 중국 법인의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슈워츠는 요즘 매일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맥도널드가 얼마나 베이징올림픽을 지원하며, 성공을 기원하는지 강조하고 다니느라 바쁘다.
다국적 기업이 독식하고 있는 ‘올림픽 공식후원사(TOP·The Olympic Partners)’들은 우월적 지위에서 이미 마케팅을 본격화해왔다. 삼성, 비자, 제너럴일렉트릭(GE), 맥도널드, 코닥, 파나소닉, 아토스 오리진, 존슨앤드존슨, 오메가, 매뉴라이프, 레노보 등 12개 후원사는 최근 중국 TV와 언론매체에 단골 광고주다.
로컬 기업들의 ‘유사’ 광고도 한창이다. 올림픽 로고나 상징 문양·색 등을 통해 인지도와 이미지 제고에 한창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공식 후원사로 참가했던 맥주회사 ‘버드와이저’는 올림픽 경기장 밖에서도 중국을 겨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버드와이저는 월드컵 기간에 경기장 내 브랜드를 갑자기 영문(Bud)과 중문(百威)을 함께 쓰는 광고로 바꿨다. 월드컵 무대에 중국어 광고가 처음 진출한 것이다. 베이징올림픽을 타깃으로 한 고도의 브랜드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으로 이번 올림픽은 중국 기업들에게 커다란 도약의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이들과 경쟁하는 외국 기업들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중국 기업과 1차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한국기업들에는 위기감마저 감돈다.
중국 최대 PC업체인 롄샹(聯想·Lenovo)의 양위안칭(楊元慶) 회장은 “올림픽은 우리가 세계 일류로 도약할 수 있는 비밀열쇠”라고까지 공언했다.2004년 17억 5000만달러에 IBM의 PC부문을 인수한 롄상은 올림픽조직위원회에 현금과 현물을 포함해 7000만달러 이상을 내고 TOP이 됐다. 세계 각국에 ‘올림픽 PC시리즈’를 선보였고 광고는 올림픽 후원업체임을 강조하고 있다. 코카콜라와 공동으로 코카콜라를 떠올릴 수 있는 빨란색을 채용한 노트북을 한정판매하기도 했다. 올들어 유럽과 미국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18%나 상승했다. 특히 현지 기업들은 개최국 조직위원회가 지정하는 ‘로컬 스폰서’로 공식적인 홍보활동을 함으로써 외국기업보다 훨씬 우월한 위치에서 경쟁을 하게 된다. 외국 기업들이 도리어 ‘앰부시 마케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백색가전 브랜드 하이얼(海), 중국 최대 우유회사 이리(伊利), 중국이동, 중국 2위 은행인 중국은행 등도 올림픽마케팅에 뛰어든지 오래다.
중국 기업들은 앞으로 1년을 ‘혁명의 때’라고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