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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영화/ ‘흑수선’

    배창호 감독이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대중적 흥행을거두고야 말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아온 ‘흑수선’(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이 16일 개봉된다.최근 몇년동안 ‘러브 스토리’‘정’ 등 흥행을 의식하지 않고 독립영화를 찍어오던 배 감독이 40억원이 넘는 본격 상업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은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될만했다. 영화는 반세기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한국전쟁의 비극에서 찾아내는 미스터리 액션물.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던 오형사(이정재)는 피살자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한다.죽은 두사람 모두 한국전쟁 당시 거제포로수용소에서 탈출포로 체포작전을 맡았었다는 점이다.피살자의유품속에서 낡은 일기장 한권과 흑백사진 두장을 발견한오형사는 이를 토대로 세사람에게로 살인혐의를 좁혀간다. 50년전 남로당 당원이었던 손지혜(이미연)와 그녀의 연인이자 사건 발생 전날 출감한 비전향 장기수 황석(안성기),빨치산의 우두머리였던 한동주(정준호). 미스터리 구도로 일관되는 영화는 50년전의 과거와 현재,한동주가 과거를감춘 채 정치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일본미야자키현을 수시로 넘나든다.영화의 스케일을 생생하게전해주는 장치로 성공했다.거기에,300여명의 엑스트라를동원해 재현해낸 거제포로수용소 등 웅장한 화면은 시선을 붙드는 볼거리다. ‘흑수선’은 극중 여주인공이 남로당 당원이었을 당시의 암호명.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해가는 한켠으로 두드러지는 주제어는 ‘비극적 사랑’이다.끔찍하게 사랑했으면서도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50년의 세월을 어긋나게 살수밖에 없었던 손지혜와 황석의 슬픈 운명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영화에는 큰 허점이 있다.긴장감을 잃지 않고 퍼즐을 맞춰가듯 해야 하는 미스터리극의 ‘본분’을 다하진 못했다.오형사가 발휘하는 추리력이 무색하게….중반을넘어서면서 살인범의 정체가 빤히 짚힌다.감독의 ‘흥행선언’을 맞장구쳐주기엔 걸림돌이 적지 않다.
  • SBS창사 11주년 특집극 2편

    SBS는 창사 11주년을 맞아 특집 드라마 2편을 마련,시청자를 찾아간다. 먼저 안방 문을 두드리는 것은 교통사고로 인해 한 가정이 겪게 되는 비극을 그린 ‘짧은 만남 긴 이별’(14일 오후8시50분).약 3시간에 걸쳐 방영할 드라마는 ‘가정의 소중함’을 주제로 삼아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내용이다. 큰 회사의 전문경영인인 창렬(한진희)은 슬하에 하버드로스쿨을 졸업한 아들 인호(남성진)를 두고 있다.인호는그동안 사귀어 온 혜림(김민희)과 결혼하기 위해 잠시 귀국한다. 한편 형섭(선우재덕)은 1.5톤짜리 트럭으로 개인 용달을하는 운전수.다섯살 배기 딸을 둔 그는 곧 전세집을 벗어나 자기집을 가질 계획으로 기쁨에 차있다.어느날 형섭은술을 마신채 맞은 편에서 운전해오던 창렬의 차와 충돌한다.창렬과 함께 타고 있던 인호는 죽고 형섭 또한 식물인간이 된다.가해자건 피해자건 사고의 아픔은 온전히 남은사람들의 몫이다. 남편과 아들을 함께 잃은 명숙(김해숙)과 식물인간이 된남편을 뒷바라지하는 신애(박지영)는 슬픔의 나락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두번째 드라마는 ‘여름이야기’(16일 오후10시 55분).사춘기 시절 흔히 겪는 이성에 대한 속앓이를 거대한 스케일의 시골 여름 풍경에 녹인 작품이다.지난 5월 ‘SBS TV문학상’에서 최우상을 수상했다. 왈가닥 승민(서지희)은 동네 골목대장.냇가에서 다슬기를잡던 중 군청에서 자연학교로 파견나온 공무원 윤권(오대규)을 보고 첫눈에 반해 윤권의 행동을 주시한다.한편 승민을 좋아하는 동네친구 훈재(서현석)는 번번히 승민이 윤권를 따라다니는 것에 훼방을 놓는다.그러나 앙숙인 훈재와 승민은 서서히 가까워지고 승민은 훈재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사랑의 감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사랑인 줄 몰랐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동화처럼 아름답다.쏟아질 것 같이반짝이는 반딧불,시원한 계곡,미로처럼 아름다운 포도밭배경이 유년으로 안내하는 붉은 카페트처럼 펼쳐진다. 이송하기자
  • [건강칼럼] 치아변색

    치아의 색깔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어떤 사람은 새하얀 치아를 자랑하기도 하지만 아름답지 못한 색을 갖고있는 사람도 있다. 치아의 변색은 심미적인 면에서나 심리적인 면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치과에서는 환자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치아 미백술’ 치료를 하고 있다. 치아 색은 치아의 가장 외부조직인 투명한 법랑질을 통해비치는 상아질의 색조에 의해 결정된다.상아질은 색깔이 담황색에서 황적색까지 다양해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고노화로 인한 상아질 변화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담배,커피 등 짙은 색의 음식,신경치료 약물이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충치로 인한 치아신경의 괴사로 비롯된 치아 내부의 색소 침착,외상에 의한 치아 내부혈관 출혈,치아 내부의 석회화 등이 변색의 가장 흔한 원인이라 하겠다. 치아 변색의 치료는 특정 질환이 원인이 아니라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충치로 인한 변색이라면 충치 치료가 선행되야 하고,치석이나 니코틴 등에 의한 것이라면 치석 제거술(스케일링)이 올바른 치료법이다.치아 자체의 변색이라면 치아 미백술을 받으면 된다. 치아 미백술은 과산화수소나 과붕산 나트륨 등을 이용해 치아 내 미세 구멍에 침착된 물질을 분해하는 치료법으로 매번 치과에 와서 하거나 치과에서 개개인에 맞게 보조장치를 만들어 가정에서도 추가로 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이런 치료는 변색의 원인과 정도에 따라 결과가 다르며 치료 기간도 차이가 날 수 있다. 대개 통원치료는 1주일 간격으로 1∼3주 걸리며 가정에서의 치료는 1개월 이상 소요된다.치료 효과는 2∼3년 정도 유지되며 치료 후 환자 스스로 얼마나 변색 요인에 노출되는 것을 조심하느냐에 따라 기간은 길어질 수 있다. 이같은 치료에도 변색이 개선되지 않으면 치아 앞면을 0.3mm∼0.5mm 삭제해 손톱 모양의 도제(세라믹) 라미네이트를 붙여 치료하는 방법 또는 치아를 도제로 씌우는 방법도 있다. 이런 방법은 다시 변색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원하는 색조를 정확히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치아를 삭제한다는 점과 특히 라미네이트를 붙이는 방법은 이갈이,과도한 상하 치아의 접촉,충격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백승호 서울대 치과병원 보존과 교수
  • [씨줄날줄] 한국발레 ‘심청’

    우리에게 ‘심청전’만큼 익숙한 이야기가 달리 있을까마는 서양문화의 한 정형인 고전발레로 단장한 심청 이야기는그것대로 새로이 아름다웠고 새로이 감동적이었다. 전통적인 농촌 마을과 궁궐 뜰을 배경으로,고유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은 때로는 산들바람처럼 때로는 폭풍우처럼 무대를 날아다녔다.특히 프리마 발레리나 문훈숙은 경쾌한 동작과 우아한 선으로 효녀,사랑을 꿈꾸는 소녀,그리고 왕비로 거듭변신하는 심청의 캐릭터를 매끄럽게 표현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지난 6∼9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자체 레퍼토리인 ‘심청’을 공연했다.마지막 날 공연을본 뒤 확인한 사실은 고전발레의 틀에 한국 정서를 담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1986년 국내에서 창작한 발레 ‘심청’이 꾸준히 다듬기를 거듭해 이제는 여느 고전발레 대작에 뒤질 것 없는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그 ‘확인’은 큰 기쁨을 주었다.발레 하면 흔히 떠올리는 ‘백조의 호수’‘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미녀’등은 모두 19세기에안무·음악 등이 완성된 고전발레다. 고전발레는 뚜렷한 드라마 전개(대부분 사랑이야기다)와 다양한 춤의 구성,이를뒷받침하는 고난도 테크닉 등을 갖춰 예술애호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유니버설의 ‘심청’도 다를 바 없었다.화려하면서도 스케일이 큰 무대배경,한복의 품위와 선을 살렸으되 가볍게 몸을 휘감는 무대의상이 우리 정서를 잘 드러냈다.한복의 소매·치마는 통이 넓어 몸의 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는데이번에 과감히 단순화했다. 탈춤과 궁녀춤 같은 전통무용을곳곳에 넣은 점, 남성 무용수 12명의 박력 넘치는 군무(뱃사람의 춤)등도 높은 점수를 줄 만했다.물론 아쉬움은 있다.심봉사가 딸을 만나 눈뜨는 장면이 하이라이트인데,구성의어려움 탓인지 춤보다는 마임이 주로 활용됐다.심청과 왕의‘파 드 되’(2인무)도 왠지 허술해 보였다. 유니버설은 이 공연에 앞서 지난 6∼8월 두달동안 미국의3대 오페라하우스를 돌며 ‘심청’을 공연했다.현지 언론은‘춤의 근본적인 휴머니티가 상실되는 시대에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뉴욕타임스)‘요즘 난무하는 가짜 골동품 발레들과는 현격하게 차원이 다르다’(LA타임스)고 호평했다.퍼포먼스 ‘난타’가 세계 공연무대에서 뛰어난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발레 ‘심청’이 그 뒤를 잇기를 기대해 보자. 이용원 논설위원 ywyi@
  • 독자의 소리/ 스케일링 값 천차만별 납득안가

    며칠전 사랑니 통증으로 고생하다가 시내 모 치과의원을찾았다.치과에서는 치료하기 전에 스케일링을 받으라고 권유해서 그렇게 했다.보험급여에서 스케일링이 제외되었다면서 치과에서는 5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스케일링 가격은 천차만별이였다.의료보험이 적용된다는 치과에서는 1만2,000원에서부터 2만원까지를 받았고 적용되지 않는다는 치과에서는 3만원에서 7만원까지 받고 있다.같은 치료를 치과의원에 따라 달리하는 것은 쉽사리 납득이 되지 않는다.치과 진료비 차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의료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는데 병원측에서 불투명한 행정을 한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빠른 시일내에 스케일링을 비롯한 치과진료비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여부가분명해져 국민들이 편한 마음으로 치과를 찾을 수 있기를바란다. 최창주 [대구 남구 대명2동]
  • 첼리스트 장한나 귀국독주회

    천재 첼리스트 장한나가 2년만에 내한 독주회를 갖는다.7개도시를 순회한다.8월 13일 대구시민회관,14일 울산 현대예술관,15일 청주 예술의전당,17일 춘천 백령문화관,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0일 부산문예회관,21일 수원 경기도문예회관.(02)780-6400,720-6633.서울 공연은 전석 매진돼 그의 인기를 말해준다.지방은 아직 여유가 있다. R.슈트라우스의 ‘소나타 작품6’,슈만의 ‘환상곡’등 독주곡과 포레,글라주노프의 소품 등 첼로의 매력을 감상할수 있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들려준다.피아노 반주는 프랑스의 다리아 오보라가 맡는다. 장한나는 상상을 초월하는 음악적 스케일과 현란한 연주법으로 세계 음악 애호가들을 사로잡는다.최근 일본 NHK교향악단의 의뢰로 펜데레츠키가 작곡한 ‘3대의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대 협주곡’의 초연 협연자로 참여,로스트로포비치와 요요마를 잇는 차세대 첼리스트의 대표 주자로 자리를 굳혔다. 김주혁기자
  • 치석제거 오늘부터 보험 제외

    단순 스케일링(치석제거술)에 대해서는 보험급여가 9일부터 적용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8일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을 개정,다른 치료나 처치없이 전체 치아에 대한 스케일링을 했을 경우 이를 예방목적의 스케일링으로간주,보험급여를 인정치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용수기자
  • 우수기업 좋은광고/ 비주얼상 하나로통신 하나포스

    ‘나 하나(Hana)만의 힘(Force)’ 카메라가 광활한 대지를 빠른 속도로 지나가면 빛으로 태어난 전지현이 사이버 세계의 제왕으로 등극하는 대관식이벌어진다.거대한 옥좌 위에 앉아 있는 전지현은 하나포스를 상징하는 마크를 들고 사이버 세계의 절대자임을 천하에천명한다. 국내에 초고속인터넷 대중화 시대를 연 하나로통신은 지난달 자사의 모든 서비스를 새 브랜드 ‘하나포스’(HanaFOS)로 통합했다.생소한 ADSL(비대칭디지털가입자망)이란 용어를 초고속인터넷의 대명사로 일반에 각인시킨 여세를 그대로 이어간다는 전략.하나로통신은 99년 4월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6개월만에 100만 가입자를 돌파하는 등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왔다.현재 가입자는 ADSL방식과 케이블 방식을합해 170만여명이다. 하나포스는 빠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 세상에서 진정한 힘을 갖겠다는 목표 아래 이름지어졌다.특히 회사이름을 브랜드 안에 삽입함으로써 사운을 건 책임서비스의 구현의지를 담았다. 하나로통신은 하나포스를 단기간에 각인시키기 위해 장대한스케일의 강렬한 이미지 형상화에 광고의 컨셉을 맞췄다.과거 ‘나는 ADSL’에서 보여주었던 가수 유승준의 카리스마를 영화배우 전지현에게 그대로 옮겨 심었다.서양 중세시대 갑옷을 입은 사이버 여제(女帝)의 복장을 하고 강한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함으로써 하나포스만이 갖는 강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하나로통신은 집앞까지 광케이블로 연결,거리가 멀수록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ADSL의 단점을 보완,최고 8Mbps의 빠르고 안정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지속적인 서비스 지역확대로 올 연말까지 230만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 우수기업 좋은광고/ 동상 ‘SK그룹 기업PR’

    SK가 고객지향의 ‘OK!SK’ 캠페인을 전개한 지 어느덧 4년째 접어들었다. 그동안 SK는 이 광고 캠페인을 통해 SK브랜드에 대한 선호도와 인지도를 향상시킨 것은 물론 ‘OK!SK’ 그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뿌리내리게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이러한 결과로 ‘고객이 행복할 때까지 OK!SK’ 슬로건은 이제 SK를상징하는 대표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잡게 됐다. 이번에 수상하게 된 광고도 이러한 캠페인의 연장선상에서제작된 것이다. ‘행복’이란 단어가 빛보다 빠른 21세기 첨단의 시대에는너무나 구태의연한 말일 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삶이 인간적인 삶,행복한 삶이라고 한다면행복이란 말은 가장 정감있고 현실적인 인간의 단어라고 할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행복은 기업경쟁력의 근간인 ‘기술력’과도 접목된다.21세기 무한 경쟁시대에서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그러나 기술력도 고객을 외면했을 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이에 따라 기술력도 궁극적으로는 고객행복을 위한 수단으로작용할 때 그가치가 빛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대부분의 이미지 광고가 스케일과 비전을 제시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과 달리 작고 부드러운 표현으로 SK가 늘 고객과 함께 한다는 것을 부각시켰다.SK그룹 김만기 홍보팀장은 “21세기 첨단의 시대에도 SK는 ‘고객행복’ 키워드를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과 행복이라는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기업이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시 한번 ‘고객이 행복할 때까지 OK!SK’.
  • “한국서 사업하기 쉽지 않다”

    한국은 아시아 12개국 가운데 사업여건이 하위권에 속하는것으로 1일 평가됐다. 홍콩 소재 정치경제위험자문사(PERC)가 이들 국가의 기업인을 대상으로 사업하기가 어떠냐고 조사한 결과 한국은 12개국 가운데 9위에 랭크됐다. 조사에서는 경제인프라에 대한 평가,부패 및 관료주의 정도,회사 설립 용이도,노동 숙련도,노사분규 및 수입장벽 정도가 감안됐다.비용 면에서는 사무실 임대비,세금,임금 수준도 평가됐다.여기에 맥도날드 햄버거 1개를 얼마에 사먹을 수 있는지를 달러 베이스로 계산해 비교한 내용도 포함됐다. 평가 스케일은 10에서 0까지로 0에 가까울수록 여건이 좋은 것이다. 순위는 다음과 같다.①싱가포르(3.05) ②홍콩(3.19) ③말레이시아(3.69) ④일본 (4.40) ⑤태국(4.43) ⑥중국(4.52)⑦타이완(4.67) ⑧인도네시아(5.12) ⑨한국(5.22) ⑩필리핀(5.35) ⑪인도(5.43) ⑫베트남(6.53)[싱가포르 AFP 연합]
  • 의협, 주사제 처방료 포기키로

    정부와 의사협회,치과의사협회,한의사협회,약사회,병원협회,제약협회,의약품도매협회 등 7개 의료단체들로 구성된의·약·정협의회는 10일 복지부 회의실에서 제2차 회의를 열고 의약분업에 따른 국민의 불편을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안정을 위해 각 단체별로 집단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조금씩 양보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의사협회는 건강보험 재정안정을 위해 주사제 처방료를포기하고 임신중절수술 등 불합리한 항목을 급여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야간가산료 조정 ▲진찰료·처방료 통합 ▲진찰료 체감제 시행 등 건강보험 개선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치과의사협회도 정부가 재정안정을 위해 스케일링(치석제거)을 급여에서 제외키로 한 방침에 대해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의사협회도 재정안정을 위해 상대가치수가 조정을검토하겠다고 했으며 의약품도매협회는 ▲의약품 납품에따른 리베이트 ▲일반병원과 도매상의 탈법적인 약가마진챙기기 등을 강력하게 단속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약사회는 의약분업 조기정착을 위해서는 병의원과 담합하는 약국이나 병원이 직영하는 약국을 근절시켜야 하다고주장했다. 김용수기자 dragon@
  • 치주질환 치료와 무관한 ‘스케일링’보험처리 안된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단순한 스케일링(치석 제거)은 보험급여를 받지 못하게 돼 비용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스케일링에 대한 현행 보험급여 적용 기준이 불분명해 보험재정 낭비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 스케일링 급여 인정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으로 관련 고시를 개정할 방침이라고 8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치아에 대한 스케일링은 단계적 치주질환 치료에 필요한 경우에만 보험급여가 인정되고,치석 제거만으로 치료가 완료되는 단순 치주질환의 스케일링은 비용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이렇게 되면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하는 일반 환자들은 비용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현행 기준은 의사가 치료적 목적으로 스케일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모두 보험급여를 인정해 일반 스케일링 환자들도 대부분 보험급여로 스케일링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계는 스케일링에서 발생하는 치료비가 연간 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수기자 dragon@
  • 베르디 3대오페라 무대 오른다

    이탈리아는 롯시니,푸치니 등 걸출한 오페라 작곡가들을 배출한 나라.그중에서도 주세페 베르디(1813∼1901)는 이탈리아하면 오페라를,오페라하면 이탈리아를 떠오르게 만든 오페라의 황제다. 올해는 베르디 서거 100주년.추모열풍이 국민적 축제로 번진 이탈리아 뿐 아니라 세계는 온통 베르디 열풍으로 달아오르고 있다.국내에서는 지난 1월 지휘자 정명훈이 이끄는아시아필하모닉이 베르디 ‘레퀴엠’(진혼곡)으로 첫 테이프를 끊었다. 국립오페라단과 글로리아오페라단이 오는 13일부터 5월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올리는 ‘비바 베르디’역시 위대한 작곡가 베르디에게 바치는 무대다.그의 대표작인 ‘라 트라비아타’,‘시몬 보카네그라’,‘리골레토’등 3편이 잇달아 공연된다. 서막을 장식할 라 트라비아타(13∼18일)는 국내에는 ‘춘희’로 더 유명한 인기레퍼토리.창녀 비올레타와 귀족청년 알프레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다. 소프라노 신지화 이화영,테너 류재광이 출연하는 이 공연에는 이탈리아 출신 소프라노 루치아나 세라,러시아 볼쇼이오페라단 소속 국민배우 유리 베데네예프 등이 가세해 눈길을 모은다.부천필 반주에 서울시합창단의 합창과 전미례 재즈 무용단의 안무가 곁들여진다. 국내 초연으로 주목을 받는 시몬 보카네그라(25∼29일)는수많은 출연자와 방대한 스케일 탓에 그동안 엄두를 못내던대작이다. 이탈리아 본고장의 지휘자 죠르지오 모란디,연출자 율리세산티키가 참가하고 현지에서 의상 250벌과 가발,소품 등을공수했다.주인공인 시몬 역에 전기홍,우주호,김승철이 출연한다. 왕정과 공화정의 정치싸움이 한창인 때,역사의 영웅이지만불행한 개인이었던 시몬 보카네그라의 비극적 삶을 그린다. 코리안 심포니와 국립합창단이 함께 호흡을 맞춘다. 마지막 작품인 리골레토(5월5∼9일)는 베르디 작품 가운데가장 서정성과 비장미가 돋보이는 작품.차이코프스키와 베르디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리톤 최현수가 사랑하는 딸 질다를 잃고 절규하는 어릿광대 리골레토로 출연한다. 또 호세 카레라스 콩쿠르 우승자인 최종우와 박미혜,최인애등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이 함께 한다.뉴서울필이 반주하고 서울필하모닉오페라합창단이 코러스를 맡는다. 평일 오후 7시30분,토·일요일 오후4시.국립오페라단 (02)586-5282,글로리아오페라단 (02)543-2351. 허윤주기자 rara@
  • 하얗게…하얗게…‘美白전쟁’

    주근깨·기미 등 얼굴의 잡티를 없앤다고 해서 40대·50대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박피(剝皮)시술.최근 10후반에서20대 초반의 여성들도 하얗고 깨끗한 피부를 갖기 위해 ‘박피시술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그러나 ‘싼맛’에 미용업소 등에서 피부를 벗기다 오히려피부가 변색되거나 물집이 잡히는 등 부작용을 일으킨 사례가 적지않아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따라서 약물이나 레이저로 피부를 얇게 벗겨내는 박피시술을 받으려 할 경우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서울 강남구 이지함 피부과의 곽훈 원장은 “미용업소에서미백화장품으로 피부를 하얗게 보이도록 하는 것은 무방하지만,약물 등으로 피부를 벗겨낼 경우에는 의료행위가 된다”면서 “미용실이나 피부관리실 등에서 박피를 하는 곳이많은데 부작용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구 참클리닉의 이규래 원장은 “여성들 가운데몇번씩 박피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하고 “박피를 자주 하면 피부가 얇아지고 그런 피부는 햇빛을 받으면 피부혈관확장증 등을 일으켜,얼굴이 붉게 보이는 등 미용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10·20대 여성들이 주로 하는 박피시술은 크게 세가지.스킨스케일링,크리스털 필링,런치필링 등이다. 우선 스킨스케일링은 ‘가벼운 박피’로,쿰스나 TCA 등 약물을 피부에 발라 각질층을 얇게 녹여낸다. 또 크리스털 필링은 미세한 돌가루를 얼굴에 뿌리면서 피부를 문질러 깍아내고,런치필링은 레이저로 가볍게 피부를태워 각질을 살짝 벗겨낸다. 이 원장은 “크리스털 필링은 시술 직후 햇빛에 노출되거나 화장을 바로 해도 비교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여성들이 많이 문의해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전문의는 하얀 얼굴을 원한다면 박피시술에앞서 생활습관을 바꿀 것을 먼저 권한다.이들이 제시하는방법을 보면 첫째 담배나 술을 끊어야 한다.특히 흡연은 말초혈관의 혈액공급을 가로막아 피부를 거뭇거뭇하게 만든다. 둘째 스트레스를 피해야 한다.스트레스가 쌓이면 피지선의피지분비가 늘어나 여드름이 생기고 땀구멍이 커진다. 셋째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골라야 한다.본격적인 화장을처음하는 신세대 직장여성 등은 따라서 피부과를 찾아 피지량과 피부의 산도(PH) 등을 측정한 다음 화장품을 고르는게 피부관리에 좋다.지성피부는 오일이 없는 화장품을,건성은 오일이 들어간 제품을 써야 한다. 문소영기자 symun@. *‘화이트닝 시장’ 작년 1,500억 규모. ‘하얗고 투명한‘ 피부를 선호하는 여성을 공략하기 위한 국내외 화장품업체들의 ‘소리없는 전쟁’이 격렬해지고있다. 스킨,로션,아이크림,에센스,영양크림 등 피부를 하얗게 하는데 필요한 하나의 선(線·라인)을 형성하고 있어 일명 ‘화이트닝 라인’이라고 불리는 미백화장품 시장을 놓고 샤넬,랑콤,비오템 등 프랑스 업체 등이 거세게 공세를 펼치고있는 가운데 국내업체들이 수성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해마다 10∼15%씩 성장하고 있는이 시장의 지난해 판매규모는 1,500억여원. 샤넬은 최근 ‘블랑 쀼르떼’라는 미백화장품을 출시했다. 프랑스어로 ‘눈부시게 하얀 순수함’이라는 뜻을 가진 이제품은 “식물성 추출물과 감초,비타민 C추출물이 들어가피부에 색소가 침착되는 것을 억제한다”는 것이 샤넬측 주장이다.스킨·로션·에센스 등 5종으로 구성돼 있다. 랑콤도 ‘블랑엑스퍼트XW’을 내놓았다.미백성분을 강화한클렌징 폼부터 기미등을 엷게해주는 스폿코렉터,에센스 등5가지로 구성돼 있다.스킨케어 전문브랜드인 비오템은 과일산과 올리고당 등이 함유된 제품들을 내놓았다.각질제거를 하는 클렌징과 피부가 어두운 부분에 집중 사용하는 스폿코렉터,화사한 느낌을 주는 메이크업 베이스 등을 선보였다. 한편 일본 화장품 브랜드인 SKⅡ도 3월말 ‘3단계 딥화이트닝 시스템’을 내놓았다.SKⅡ는 “화이트닝에서는 일본을따라올 수 없다”고 주장한다.비타민 C가 강화된 클렌징과에센스,파운데이션으로 구성돼 있다. 외국 브랜드에 맞서 태평양과 LG생활건강,남양알로에 등국내 업체들도 속속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화이트 파워 마스크 워시오프팩’과 ‘화이트 파워 크리미 나노에멀전’을 내놓았다.4월에는자외선 차단제가 함유된 화이트닝 색조화장품을 내놓을 예정이다.또 2년전 출시한 ‘화이트 포커스 트리트먼트’와‘스킨토너’ 등이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태평양은 4월 중순에 ‘아이오페(IOPE)’브랜드에서 7개제품으로 구성된 ‘화이트젠 라인’을 내놓는다.태평양측은“식물추출물이 각 제품당 최고 12.8% 함유돼 있다”고 자랑이다.최근 식품의약품안정청에서 미백기능성 화장품으로인정받은 ‘헤라 화이트 프로그램’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남양알로에도 지난 연말부터 ‘라망 액티브 알로화이트’제품을 내놓고 있다. 국내화장품업계는 “백인들이 화이트닝에 관심이 있겠느냐. 옛날부터 ‘백옥같은 피부’를 선호해온 한국 여성들 덕분에 화이트닝 제품의 기술 수준은 우리가 한수 위”라고 주장하고 있다.한편 피부과 전문의들은 “미백 화장품에 큰기대를 걸지 말라”고 조언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클린피부과 이미경원장(36)은 “화장품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약물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한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 부시 외교·국방노선 ‘강경 드라이브’

    취임 3개월째로 접어들며 조지 W 부시 미 새 행정부의 대외정책 및 국방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3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부시 대통령에게제출한 국방력 재편방안이나 러시아 외교관 대량 추방,타이완 첨단 무기 판매와 관련한 강경입장 천명 등 일련의움직임은 미국이 ‘힘의 우위’를 기조로 한 강경드라이브로 외교·국방 정책 방향타를 잡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럼스펠드 보고서를 시발로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콜린 파월 국무장관,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부시 외교안보팀이 ‘힘에 의한 팍스 아메리카나’의 닻을 올렸다는분석이다. 외교정책의 기본 입장은 경제·군사적으로 세계를 견인하는 기관차인 ‘초강대국 미국’이 굳이 중국·러시아 등과타협하거나 양보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기본방향은 국익우선.북한등에 대해 ‘달래는’정책으로 일관한 클린턴 행정부 시절 체결된 협정 등도 국익을 위해서라면 폐기 또한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미국은 최근 로버트 핸슨 미연방수사국(FBI)간첩 사건에대한 보복행위로 러시아 외교관을 대량 추방하고 러시아의이란 무기 판매를 비판, 러시아와 마찰을 빚었다. 중국에대해서도 중국의 인권상황을 거론하면서 타이완에 대해 중국은 상관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중동문제에서도 이스라엘을 중시하는 현실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은 그러나 중국에 대해서는 견제구를 던지는 동시에국익을 고려한 신중한 입장이다.국방정책과 외교정책은 불가분의 관계.럼스펠드 장관이 태평양 중심으로 군사력을재편해야 한다고 건의,중국을 주 경쟁국으로 삼은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당연히 일본과의 관계,특히 안보동맹은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파월 장관 등은 최근 한·미간 대북정책노선 이견이 노출된 뒤 한국의 포용정책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하긴 했다.핵투명성과 미사일 개발 포기를 전제로 하고 있다.유럽연합(EU)회원국들은 지난 23일 정상회담에서 남북한에 관계개선 중재를 위한 대표단 파견을 결정했다.워싱턴 포스트는 이를 두고 부시행정부의 대북 강경책 틈새를 비집고 EU가 중재역을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행정부는 아직 외교팀 인선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상황이고 실제상황에서 팀내 불협화음을 노출시키고 있다. 또 대북정책 등과 관련,민주당의 지속적인 반대에 직면할전망이다.또 유럽각국이 목소리를 낮추긴 했으나 국가 미사일방어망(NMD)추진 문제,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사협력 문제 등 과제들도 산적해있다. 김수정기자 crystal@. *부시 행정부 진용 강렬한 보수색채. 조지 W 부시 행정부 진용이 보수파 일색으로 채워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5일 부시 대통령 행정부는 냉전시기를이끌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보다 더 강성의 보수주의자들 일색이라면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 핵심 포스트에 이어 준고위직까지 모두 우파로 가득하다고 보도했다.헤리티지 재단과 미 기업연구소 등 보수 색채의 싱크탱크,언론계및 법률회사 등에서 내로라하는 보수주의자들이 잇따라 미 행정부에 입성하고 있다는 것.부시 취임 전후 워싱턴 정가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정치권 화합을 위해 민주당 출신및 자유주의 색채인사들을 행정부에 대거 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기도 했었다. 신문은 대표적인 신임 관리들 가운데에는 오토 리치 인력관리청장과 케일 콜스 제임스 법무차관,제이 레프코비치예산운영실장, 마이클 셔토프 법무부 범죄국장 등을 꼽았다.리치는 쿠바 출신으로 레이건 시절 반산디니스타 정책을 주도한 인물. 제임스는 언론계를 대표하는 보수주의자로 유명하고 레프코비치는 클린턴 전 대통령에 특검의 칼을 들이댄 케네스 스타 진용의 검사 출신이다.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 큰 스케일로 본 우리문학의 흐름

    개별 작품비평을 위주로 하지 않고 큰 스케일로 문학 전반을 살펴보는 두 권의 평론집이 눈에 띤다. 유종호의 ‘서정적 진실을 찾아서’(민음사)는 최근 5년동안 발표한 글들을 모았지만 이 평론가의 평소 자세를 읽을 수 있는 어떤 일관성이 뚜렷하다. 특히 앞부분에 놓인문학교육과 시 비평에 대한 반성적 검토가 흥미롭다. “시비평 및 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문의 이해다.그럴 듯한 뼈대를 갖춘 논문을 작성하는 대학원 수준의 학생들도 시행의 의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문학교육의 병리 현상은 학생들이 의존하게 되는 이차문서에 큰 책임이 있다.”“우리 교육현장이나 문학현장에서 서정시편의 본래적 경험에 대한 충실을 저버린채 대뜸 ‘내용’이나 사상의 적출을 시도하고, 정공적 접근에 기초한 이차문서도 희귀한 처지에 추상적, 사회학적술어로 서정적 진실을 대체하는 경향이 만연하고 있다.” 김인환의 평론집 ‘기억의 계단’(민음사)은 우리의 현대문학을 역사적 지평 위에서 연구한 글들을 모았다.통시적인연구를 중시하며 문학에서의 근대성을 기원에서부터 살펴본다. 저자는 진정한 의미의 근대적 문학은 1920년대에 발원, 1980년대 들어서 한국 사회에 뿌리내렸다고 결론짓고 있다. 특히 리얼리즘적 측면에서의 ‘근대성’을 근대적인 문학의 판별 기준으로 여기면서 한국 현대소설의 기원과 주류는 이광수가 아니라 신채호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관점에서 우리 문학 주류 소설가의 맥을 염상섭 이기영 안수길 박경리 김주영 황석영 최명희 박완서 최일남 이문구 홍성원 전상국 박영한 송기원 윤흥길 이동하고시흥 등으로 잇고 있다.박태원 필두의 실험소설 줄기를이 흐름과 구별시키면서 최인훈 이청준 박상륭 최창학 조세희 김원우 이인성 최수철 등을 연결시킨다. 이효석이 일으킨 서정소설 흐름은 신경숙에 이르고 있다. 김재영기자
  • 효과적 잇몸 관리법

    잇몸에 염증이 나는 잇몸병은 40세 이후 치아를 상실케하는중요 원인 중 하나이다. 흔히 풍치라고 부르는 잇몸병은 치아표면에 남아있는 음식물 찌꺼기에 세균이 붙어 형성되는 치태(프라그)로부터 시작된다.치태를 제거하지 않아 돌처럼 단단해진 것을 치석이라고 한다.치태 때문에 잇몸이 부으면 뿌리에 부착돼 있던 부분이 떨어져 벌어지게 된다.여기에 작은 고름주머니(치주낭)가 만들어지고 세균번식이 활발해 지면 잇몸질환이 더욱 심해진다. 따라서 치태와 치석을 제거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하면 이를둘러싸고 있는 잇몸이 망가져 결국 치아가 흔들리다 빠지게된다. 잇몸염증을 치료하는데는 스케일링(치석제거술)이 많이 이용된다.이것은 잇몸의 염증을 일으키는 치석,음식물 찌꺼기등을 없애고 치아표면을 깨끗하게 한다.손으로 작동시키는기구를 쓰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초음파 기구를 사용하므로통증이 거의 없다. 스케일링 뒤 이가 시리기도 해 혹시 망가진 게 아닐까하고걱정하는 이도 있으나 시간이 흐르면 이런 증상은 저절로 사라진다. 잇몸환자들은 이와함께 치과의사의 설명을 듣고난 뒤 양치질 때 치간치솔을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치실도 치아사이의치태와 음식물 찌꺼기를 없애주는 유용한 도구이다. 〈도움말 허익 경희의료원 치과대학 구강내과 교수〉유상덕기자
  • [이사람] 화가 이상원

    일찍이 역사 속의 화가들은 독학을 한 천재가 많았다. 예술학교에 다니지 않아도,미술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천부의 재능과각고의 노력으로 보는 이를 감동시켰다.고흐 고갱 박수근 이인성이모두 그랬다. 지금처럼 예술이 엄격한 수련과 정치한 이론,후견으로축조되는 때에도 독학 화가가 빛을 발할 수 있을까. 한국화가 이상원화백(66)은 우리에게 “그렇다”는 대답을 준다.공사판 막일꾼에서 극장간판장이로,상업초상화가에서 세계가 인정하는 현대회화작가로 우뚝 선 이화백의 삶은 예술지망생뿐만 아니라 손에 잡히지 않는 욕망과 좌절로 번뇌하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꿈과 야망을 잃지말라,목표가 확실하면 고통도 즐겁다”고 위무한다. 이상원화백은 1935년 강원도춘천시 신북읍유포리에서 7남매중 둘째로 태어났다.초등학교4학년때 할아버지 얼굴을 그린게 소문나 동네 노인들의 초상화를 죄다 그릴 정도로 그림에 재주를 보였다.6·25를 만나 공부 때를 놓치고 고교2년 중퇴, 17세때 가출 상경했다. 아무데나 끼여 자며 노동판을 전전했다.공사장에서 쉬던 중우연히그린 스케치 한장 때문에 당시 동양극장 간판부장을 소개받게 됐다. 간판장이가 됐다.‘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벤허’‘닥터지바고’‘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닥치는대로 그렸다.프로가 끝나면 흰페인트로 쓱쓱 지워 없어져버리는 화면을 보며 허탈감을 느꼈다. 그러던 차 양씨라는 미8군납품업자가 찾아와 초상화를 권유했다.젊은 사람이 돈도 벌고 학교도 가야하지 않느냐고 집요하게 설득했다.데생엔 자신이 있었고 인기가 좋아 하루에 많게는 70장까지 그렸다.이때 그린 미8군 사령관 초상화를 보고 노산 이은상선생이 안중근의사공식 영정을 부탁해 왔다.유명화가가 그려온 것이 마음에 안든다는것이다.70년10월 박정희대통령이 참석한 영정봉안식에서 많은 찬사를 받았고 그때부터 박대통령 부모,부부등 요인 초상화제작 주문이 줄을 이었다.외국까지 소문이 나 험프리부통령등 국가원수급 회담때 공식선물이 될 정도였고 중동건설 특수 때는 왕가의 공주,사위까지 그렸다.돈도 많이 벌었다.노산선생은 순수미술 얘기를 꺼냈다.어느날은 부르더니 ‘후암예술세계(厚岩藝術世界)’란 휘호를 써주며 제갈길을 가라고 당부했다.그리곤 한 달 후 별세했다.그의 뜻대로 진짜 미술을 하기로 했다. 독학을 했다.초상화는 다시 그리지 않았다.국내외 유명작가의 화집을 수집해 연구하고 미술관도 찾아다녔다.당시 유명화가를 찾아가볼까생각도 해 봤지만 마음뿐이었다.학연도 인맥도 없어 존재를 알리는길은 공모전밖에 없었다.74년 마흔의 나이로 국전에 도전해 첫 입선했다.78년엔 민전인 제1회동아미술제와 중앙미술대전에서 차석을 차지해 작가로서 당당히 자격인정을 받았다.그러나 세차례의 개인전.국내화단의 반응은 냉랭했다. 작품가치를 알아보고 높이 평가한 곳은 오히려 해외 화단이었다.98년 연해주 주립미술관을 필두로 중국미술관(98,베이징),프랑스 살페트리에르미술관(99,파리),국립러시아미술관(〃,상페테르부르크),중국상해미술관(2001)등 세계 정상급 미술관서 초대전을 잇달아 열어주며 뜨거운 반응을 보내줬다.작품도 구입해갔다.지난달 30일 끝난 상해전시서는 “감동적인 박애정신”이며 “아시아예술탐색의 앞날을 밝혀주는 작품”이란 평가(미술평론가 水天中)를 받기도 했다. 이젠 국내서도 외톨이가 아니다.지난해엔 국전의 후신인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한국화부문 심사위원장도 맡았다.국전 대상은 놓쳤지만한국화단의 스승으로 거듭난 것이다. *화가 이상원 인터뷰. ◆화가가 됐다는 느낌은 언제부터 들었는가. 민전에서 두달 새 두번 차석을 하고나서다.두번째 국전 응모때 작품두점을 냈는데 내가 좋다고 생각한 것이 제외돼 실망했다.더구나 입선작을 놓고 평론가들이 대상감인데 아깝게 됐다고 말하는 걸 보고울분이 치솟았다.아끼던 낙선작을 78년 처음 열린 동아미술제에 내봤더니 차석이었다.중앙미술대전에선 대상을 다퉜으나 두 달 전 민전 차석자를 대상으로 뽑을 수 없어 또 다시 차석이 됐다는 말을 들었다.자신감이 들었다.그때부터 외곬으로 내 세계를 밀고 나갈 수 있었다. ◆작품을 보면 한국화인지 서양화인지,구상화인지 추상화인지 착각이 들 때가 많다.극사실주의 기법을 써 서양화같기도 하고 바퀴자국,마대,밧줄,인물을 세밀히 묘사해구상계열에 속하면서도 화면구성이나형태는 추상화 같은 느낌을 준다. 내작품은 한국화,구상화라기보다는 ‘현대회화’라는 편이 맞다.엄격한 조형성에 철학적 내용을 추구한다.기법면에서도 세계적으로 장지에 유채와 수묵을 혼합처리한 그림은 나밖에 없다.나름대로 기존의벽을 허물었다고 생각하며 나만의 길을 갈 것이다. ◆독학시절부터 지금까지 영향을 준 화가가 있다면. 스승은 없다.밀레와 파리 오르세미술관의 인상파작품들을 좋아했다. 큰 스케일,과장된 표현은 간판작업서,세밀한 묘사는 초상화작업의 영향일 거다.평론가 신양섭씨는 직선적인 발언으로 많은 자극을 주었다. ◆작가활동은 성공적이었나. 독학의 설움을 많이 받았다.86년 첫개인전을 열었는데 보러 와 주는화가,평론가가 거의 없었다.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다른 작가들이 얼마나 부러웠던지.이런 구박과 설움에서 내 작품의 힘이 나오는거라고 생각한다.인생의 힘겨운 무게,쓸쓸함,낡고 버려진 것들에 대한 충만한 애정은 나의 자화상이다. ◆작품을 팔지 않는것으로 유명한데 그 이유는.팔기 위한 그림은 실컷 그렸다.10,000점 이상 그렸고 돈도 많이 모았다.내 작품이 개인창고에 묻히는 건 바라지 않는다.러시아국립미술관 같은 좋은 미술관엔 작품을 기증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두운 테마 말고 다른 그림을 그려볼 생각은. 미인도나 아기 그림을 그려보라는 사람이 많다.누드를 하고 싶다.흔한 누드가 아니라 나만의 작품.갯벌현장에서 수십명의 여성이 뒤얽혀 있는 누드군상 어떤가. ◆인사동에 화랑을 갖고 있는데. 그동안 모은 돈으로 건물을 사뒀다가 97년 갤러리로 꾸몄다.나처럼정규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어도 작품만 좋으면 발표를 할 수 있는 곳이다.전시장 얻기도 쉽지 않았던 내 과거를 생각해 마련했다.두 아들이 내 취지를 잘 살려 운영한다.앞으로 미술재단을 만들어 좋은 일을 하고싶다. 신연숙편집위원
  • 운보 김기창화백 타계/ 운보의 생애·작품세계

    끝없는 실험정신과 불굴의 의지로 예술혼을 불살라온 한국화단의 거목.운보 김기창 화백이 영원히 화필을 놓았다.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세상, 그 침묵의 언어를 화폭에 옮겨온 60여년의 세월을 뒤로 한 채운보는 우리 곁을 떠났다. 운보의 삶은 한 편의 휴먼 드라마다.1914년(호적상으론 1913년)서울종로구 운니동에서 8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난 운보는 승동보통학교에입학한 7세 때 장티푸스로 인한 고열로 후천성 청각장애가 됐다.어린시절 날마다 듣던 돈화문의 보초 교대 나팔소리도, 단성사 날라리 소리도 아득한 침묵의 심연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30년 신여성인 어머니 한윤명의 손에 이끌려 이당(以堂)김은호 문하에 들어가면서 그의 운명은 전기를 맞는다.입문 이튿날부터이당에게 수묵 농담법을 배운 운보는 그날 이후 47년동안 매일같이스승에게 큰절을 올렸다.운보는 입문 이듬해 18세에 ‘판상도무(板上跳舞)’란 널뛰기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제10회 조선미술전람회(약칭선전)에 입선, 일찍이 대가로서의 소질을 보였다.37년엔 선전에서 ‘고담(古談)’으로 최고상인 창덕궁상을 받아 입지를 확고히 했다. 운보가 진정 거장인 것은 한곳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조형정신을 탐구해왔다는 데 있다.그는 전통주의와 현대적 조형실험을병행하며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었다.그의 예술은 크게 10년을 주기로변모를 거듭했다.첫 시기는 이당 문하에서 전통화법을 공부한 때부터50년대 초반까지.전통 한국화의 평면구성에서 벗어나 입체구성을 시도한 ‘노점’‘복덕방’같은 수묵담채화와 ‘성화’시리즈를 집중적으로 선보인 시기다.운보가 입체파의 선구적 작가로 나선 것이 바로이 때다. 60년대 들어선 전통문화를 주제로 한 작품세계를 추구했다.전통 가면극을 작품화한 과감한 동세(動勢)의 ‘탈춤’,흥겨운 악공들의 모습을 힘찬 필치로 그려낸 ‘아악의 리듬’등이 대표작이다.야생마의 움직임을 격정적인 구도로 담아낸 ‘군마도’(69년)는 운보 작품의 스케일을 유감없이 드러낸 작품.굵고 검은 윤곽선과 대담한 형태의 포착은 그의 자유분방한 예술가적 기백을 보여준다.이 시기는 또한 운보가 추상작품을집중적으로 그린 때이기도 하다.‘태고의 이미지’‘청자의 이미지’등이 그것.운보의 추상세계는 자연에의 통찰과 애정이 낳은 직관의 세계다. 운보 그림은 70년대 ‘청록산수’와 80년대 ‘바보산수’로 이어진다.‘청록산수’가 우리 산하에 깃든 충만한 생명력을 윤기흐르는 초록으로 표현했다면,‘바보산수’는 조선민화의 멋과 해학,여유 등이 녹아 있는 편안한 그림이다.특히 바보산수는 관념산수가 판친 18세기겸재 정선이 만들어낸 진경산수와 견줄만큼 창의력이 돋보이는 작업으로 평가된다.운보는 ‘엿장수’‘일장(日長)’‘오수(午睡)’‘비오는 날’‘행려(行旅)’‘호수’‘관폭(觀瀑)’‘십장생’‘장생도’‘바보화조’‘바보수렵’등 80여점의 바보화풍 그림을 불과 두달새에 그려내는 활화산같은 창작열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가 만년에 개척한 바보산수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바보’란 무엇인가.그것은 천진함과 무위에 기초한 원초적인 순수의 세계요 무심의 세계다.바보라기보다는 차라리 현실의 굴레를 벗어난 천재성이 빛나는 세계라할 수 있다.운보는 평소 “바보와 천재는 너무 통하는것이 많아.종이 한장 차이야”라고 말하곤 했다.바보화풍은 운보의부인이자 동지인 우향(雨鄕)박래현(76년 작고)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이기도 하다.90년대 들어 운보는 봉걸레를 이용한 ‘걸레그림’을 선보이는 등 또한차례 변신을 시도했다.그는 이 글씨추상을 ‘심상(心象)예술’이라 불렀다. 그러나 작품 경력에서 운보에게는 친일화가란 ‘업’이 따른다.‘님의 부르심을 받고서’‘노인’‘총후(銃後)병사’등의 삽화가 친일작품으로 꼽힌다.운보는 이를 솔직히 인정,“역사와 민족 앞에 사죄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운보의 삶을 더욱 가치 있게 한 것은 박애행(博愛行)이다.농아복지에남달리 관심이 많은 운보는 세계스케치 여행 때면 으레 선진국의 농아복지시설을 둘러봤다.낙후된 국내 농아복지시설을 개선하고자 회장으로 있는 한국농아복지회를 국제농아연맹에 가입시킨 공은 전적으로그의 몫이다. 운보는 80년대 중반 외가가 있던 충북 청원군 내수읍 형동리에 ‘운보의 집’을 세웠다.그리고 그옆에나란히 청각장애인을 위한 운보공방을 조성했다.도자기 기술을 가르쳐 자립기반을 닦도록 한 것이다. 예술과 장애인을 위한 거대한 삶은 그에게 ‘천연기념물’‘바보인간’이라는 호칭을 안겨줬다. 타계하기 전 운보는 다행히 작은 소원을 하나를 풀었다.북한에서 공훈화가로 활동중인 동생 기만(71)씨를 최근 병상에서 만난 것이다.패혈증과 고혈압으로 다리까지 부어오른 운보는 중풍으로 고생하는 동생을 바라보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50년전 이념의 벽을 넘지 못하고 헤어진 형제의 상봉은 가족사의 차원을 넘어 예술가의 비극을 말해주는 단면이기도 했다. 백의민족의 정신을 들날리기 위해서라며 병상에서도 흰 고무신에 빨간 양말만을 고집한 운보.그는 화선(畵仙)이 되어 하늘로 갔지만 예술은 남아 넓직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27)유배지의 한 끼니

    *교도서 담밑서 뜯어끓인 '쑥국'냄새 舍棟에 가득. 정치범의 단식은 대개 세 가지 이유로 시작된다.첫째는 그야말로 정치적인 이유로 바깥 사회에서 대의명분에 어긋나는 일이 발생했다든가 해마다 돌아오는 광복절이며 삼일절이며 하는 날에 맞춘 정치적행사로서 하게된다.둘째는 옥내의 정치범 처우에 관한 것으로 이를테면 편지 검열이라든가 금지된 서적이나 면회의 제한 등등 사상 표현의 자유에 관한 사항들에 대해서다.셋째로는 일반수들의 생활에 관한 것들로 가장 빈번한 것이 먹는 문제인 주부식 개선이며 의식주 문제,구타 욕설에 관한 문제,면회 서신 문제,운동 시간의 문제 등등이다. 대개는 일주일이 가기도 전에 서로 타협이 이루어져 개선이 되거나해결이 되고 단식이 끝나지만 어떤 경우는 양측이 팽팽히 맞서서 보름을 넘기기도 한다. 단식은 그야말로 음식물을 대번에 딱 끊는 것이다.처음에 사흘이 가장 어렵고 나흘 닷새째가 되면 안정이 된다.나는 사회에서도 체질 개선이나 대안의학에 관한 책들을 보고 단식도 했던 경험이 있어서 비록 예비단식 기간이 없었지만 정장제인 마그밀을 먹고 고무 호스로관장도 하고나서 물만 마시며 버티었다. 플라스틱 음료수 1.5ℓ짜리 두 병에 담아온 냉수를 하루에 마셔야 했다.일주일 가까이 되어가면 먼데서 된장국을 실은 배식 밀차가 출발하자마자 그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그러면서도 운동 시간에는 나가서 한 시간씩 걸었으니 6㎞쯤은 되었을 것이다.보름이 넘어가자 음식물이 존재하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되고 잠이 적어지며 기분이 착 갈아 앉는다.추위는 뼈에 스미는 것처럼 생생하다.이때에 내가 생각못했던 점이 있었는데 속은 좋아지는지 몰라도 체내에서 칼슘이 급속하게 빠져나가는 관계로 이빨에는 최악의 영향을 준다고 한다.역시 그래서인지 정치범들치고 몇 년 살고 나와서 이가 성한 사람이 드물다.그렇게 건강하던 문익환 목사의 경우에도 한 번씩 살고 나오시면 이빨이 서너 대씩 빠졌다고 한다.내 경우에는 위에 여섯 대 아래에 다섯대해서 모두 열 한 대가 빠졌다.그래서 아래는 치아를 해박았고 위는 틀니를 해넣을 수 밖에 없었다.따져보니 한 철에 한 번씩은 단식을했던 셈인데 모두 열대여섯 번쯤 되는가보다.길게는 이십 일 이상이나 한 적도 있다. 문제는 단식을 끝내고 복식을 시작하는 단계인데 바로 이때야말로 가장 어렵고 위험한 기간이다.그리고 이 기간의 음식 맛은 그야말로 마법처럼 오묘하고 기가 막히다.육식이 얼마나 사람에게 맞지않는 음식인가는 이때의 냄새로 알 수가 있다.거의 누린내 비슷한 썩은 냄새가 나고 생선 비린내는 식사 때가 지나고나서도 온 사동에 하루 온종일 배어있는 것을 느낄 정도다. 내가 잊지 못하고 있는 내 새끼 건오는 내가 단식을 했어도 국 그릇을 살그머니 식구통 안으로 들여 놓고는 하다가 나의 호된 야단을 맞고 그만 두었는데 복식을 하게되자 나를 도와 주려고 애를 썼다.취장에서는 환자용으로 신청하면 죽과 미음을 준비해 주는데 그냥 쌀을대충 갈아서 끓인 멀건 흰죽이었다.건오는 이 흰죽을 받아 두었다가취장 아이들에게 납작 보리를 얻어다 주전자에 넣고 푹 삶아 두었다가 으깨어 흰죽에 넣고 다시 보리죽을 끓여 주었다.나는 본능적으로냄새에 이끌려 관급 된장을 얻어다가 살짝 넣어 끓이도록 했는데 된장에 끓인 보리죽의 그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하여 아침에 속이 더부룩하거나 좀 굴풋한 밤중에 곧잘 끓여 먹는다.쌀과 보리를 얼핏 설 갈아서 멸치 다시 물에 된장을 풀어 끓이는데 이때에 미역을 잘게 썰어서 넣거나 아욱이나 시금치를 잘게 썰어 넣고 끓이면 더욱 맛있다. 그리고 이월 중순이 넘어가면 양지바른 곳에 이른 봄 쑥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는데 건오와 나는 운동시간에 나가면 교도소의 길다란 담 밑에 돋아나기 시작한 여린 쑥을 뜯곤 하였다.한 시간쯤 뜯으면 한두어 줌이 되었고 복도의 난로에 주전자를 얹어 놓고 먼저 다시를 낸다.멸치는 구하면 좋지만 없을 때에는 마른 오징어 다리를 전날 찬물에 담궈 두었다가 부드러워진 것을 팔팔 끓는 물에 넣고 우려내면 제법 구수한 맛국물이 된다.여기에 된장 풀고 여린 봄 쑥을 넣어 쑥국을 끓이는데 향긋한 냄새가 온 사동 안에 진동할 정도다. 명절 때가 되어가면 재소자들은 슬슬 양조를 준비하게 된다.감옥에서 술은 물론 엄금되어 있는데 추운 겨울철이나 명절이 돌아오면 방 검사에 간을 졸여가며 술을 담근다.매점의 구매물품인 요구르트를 사다가 음료수 병에 쏟아 넣고 곰팡이 피운 빵을 뜯어 넣고 원기소를 넣은 뒤에 양지바른 창가에 놓아두면 일주일쯤 지나서 먹을 수 있다.포도 쥬스에 설탕과 곰팡이 띄운 빵을 뜯어 넣으면 포도주 비슷한 과일주가 되기도 한다.옆방이 돌연 술렁술렁하고 누군가 헛소리를 하든가 노래를 부르면 저 방 지금 밀주 개봉했다는 것을 대번에 눈치챌 수있었다. 건오의 몇차례 다음에 내게 오게된 소지 아이로 의영이란 녀석이 있었는데 그는 조폭이었다.그러나 보스급은 아니고 이른바 어느 지역의 독불장군 비슷한 아이였다.아이는 천성이 착하고 조용했지만 일단화가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과감하고 무지막지 해졌다.그 녀석의 배에는 구렁이가 지나간 것같은 상처가 있었는데 칼을 맞고 수십여 명과 싸운 상처라고 한다.의영이는 시골 읍내가 도시화 개발 바람을 맞으면서 외지의 폭력배와 투자자들에게 저항하면서 자연스럽게그 지역의 깡패로 나서게 된 아이다.나는 의영이와 함께 사동 사이에 있는 좁은 빈터를 빌려서 채소를 가꾸었다.상추 쑥갓 케일 열무는씨를 뿌려서 가꾸고 고추 가지 오이 호박 깻잎 등속은 이른 봄에 비닐 조각을 얻어다가 온상을 만들어 모종을 내어서 옮겨 심었다.그리고 가을철에는 배추를 모종하여 심었다.우리는 텃밭 가꾸는 일에 흠뻑 빠졌고 여름날 여린 열무 청을 썰어 넣고 고추장에 비벼 먹거나라면 국수를 삶아 씻어서 열무를 썰어 넣고 비빔국수를 해먹기도 하였다.간장과 된장에 깻잎을 담거 두었다가 겨우내 먹기도 했는데 특히 가을에 걷은 배추를 갈무리하여 겨우내 쌈도 싸먹고 무쳐 먹기도했다. 배추를 신문지에다 겹겹으로 싸서 매점에서 빌려온 플라스틱 박스에넣어서는 계단 밑 으슥한 비품창고에 보관하면 배추가 잎이 마르지도 않고 겨우내 방금 밭에서 뽑은 것처럼 싱싱했다. 된장과 마가린과 삶은 감자 등속으로 짜장면 비슷하게 만들어 먹기라든가 두유를 삶은 라면발에 부어 콩국수 만들어 먹기,또는 국에서 건진 두부와 콩나물과 김치와 삶은 돼지고기를 다져서 밀가루 반죽을밀어서 만두 해먹기 같은 일들은 대개 징역 삼년이 넘은 고참들이나하는 음식이다. 나는 석방되던 마지막 해의 겨울에 눈 오는 날,카드깡으로 들어온 준식이와 부쳐먹던 김치전을 생각한다.우리는 무기수인 영선반 작업반장에게 부탁해서 양철 프라이팬을 마련했다.그것은 난로의 연통을 길게 펴서 네모반듯하게 사방을 접어올린 것이었는데 굵은 철사로 손잡이까지 만들어 달았다.실내에서는 다른 재소자들 눈이 있으니까 ‘만기방’이라고 석방 이틀 전에 나가서 묵는 독립 사동에 가서 연탄 아궁이 불에다 부침개를 부쳤다.머리 위로는 싸락눈이 풀풀 날리고 우리는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마가린을 프라이팬에 녹여 김치를 섞은 밀가루 반죽을 부어서 부쳤다.역시 김치 부침개는 잘 익으면귀퉁이가 아삭거리고 고소하고 제일 맛이 있다.거길 떼어 먹다가 바라보니 준식이 눈에 눈물 방울이 고였다가 톡 떨어진다.왜그래,뜨거워서 그러냐? 아니요.그럼 뭣땜에 그래? 어머니 생각나서요. 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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