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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의 인물 빌 게이츠 부부·보노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아일랜드 출신의 가수 보노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 부부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타임은 18일(현지시간) 발간한 최신호에서 록그룹 U2의 리더인 보노가 지난 7월 서방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에서 빈곤한 18개 아프리카 국가를 돕기 위한 지원금을 2010년까지 연간 500억달러(약 50조원)로 늘리도록 G8 정상들을 설득하는 데 기여한 것이 선정 이유로 제시됐다. 또 290억달러(약 29조원)의 재원으로 세계 최대 자선기금인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운영하는 게이츠 부부는 올해 지원액의 60%를 공중위생을 위한 필수품들을 제공하는 데 사용했다고 타임은 선정이유를 밝혔다. 타임의 짐 켈리 편집인은 “자연재해는 끔찍한 것이지만 빈곤이라는 또다른 큰 불행도 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빌·멜린다 부부와 보노 이상으로 훌륭한 일을 한 사람은 없다.”고 평가했다. 타임은 지난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바 있다. 한편 타임은 올해의 핵심 뉴스메이커로 소녀 골퍼 미셸 위(한국 이름 위성미·16) 등 23명을 선정했다. 타임은 미셸 위가 아마추어로서 미 여자골프투어(LPGA)에서 준우승을 3번이나 차지했으며 지난 10월 프로로 전향하면서 1000만달러의 연간 스폰서 계약금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타임은 미셸 위 말고도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패트릭 피츠제럴드 리크게이트 담당 특별검사,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이었던 발레리 플레임, 반전운동가 신디 시핸, 뉴올리언스 시장 레이 내긴, 존 로버츠 미 대법원장을 뉴스메이커로 꼽았다. 이밖에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및 에릭 슈미트 최고경영자(CEO), 교황 베네딕토 16세, 존 매케인·해리 레이드 상원의원, 톰 딜레이 하원의원,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도 올해 관심을 끈 인물이었다고 타임은 보도했다. dawn@seoul.co.kr
  • 부시 ‘고문금지법’ 거부권 포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외국인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 금지 조항의 삽입을 반대해온 입장을 바꿔 이를 요구해온 상원의 입장을 받아들임으로써 수개월 끌어온 논란이 마무리됐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 조항을 국방부 예산법안에 집어넣을 것을 앞장서 요구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백악관에서 만나 합의하고 “우리 정부가 국내외에서 고문을 하지 않고 국제고문협약을 준수한다는 점을 세계에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당초 상·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이 테러범 수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견지, 상원과 마찰을 빚어왔다.그러나 최근 중앙정보국(CIA)의 동유럽 비밀수용소 설치, 테러 용의자 불법 납치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되자 당초 입장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워싱턴 연합뉴스
  • 부시 “이라크전 정보오류 내 잘못”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의 개시 및 운영 전반에 대해 잘못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부시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이라크전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 의회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테러용의자 고문 의혹과 관련,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낸 ‘수감자 고문금지 법안’을 이날 전격 통과시켜 백악관을 압박하고 나섰다. ●미 의회, 고문금지법 통과 미 하원은 여야 구분없이 찬성 308표, 반대 122표로 미국이 운영하는 전세계 구금시설에 대해 ‘잔인하고 비인간적이거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신문 기법을 금지하는’ 매케인 의원의 국방부 예산안 수정안을 가결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앞서 미 상원은 지난 10월 90대 9의 압도적 표차로 가결시킨 바 있다. 이는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의회 로비에 나섰던 딕 체니 부통령의 패배를 의미한다. 이러한 까닭에 그간 “정부는 고문을 하지 않는다.”면서 법안이 통과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던 백악관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법안 통과에 앞서 매케인 의원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만났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부시,“이라크전은 내 탓” 이라크전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 정보가 거짓으로 속속 드러나고 여론이 나빠지자 코너에 몰린 부시 대통령이 마침내 ‘내 탓이오.’를 선언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총선 하루 전인 이날 우드로 윌슨센터 외교정책포럼에서 연설을 통해 “많은 정보들이 오류로 드러났으며 개전을 결정한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인 내게 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AP통신은 부시 대통령이 정보 오류를 인정한 적은 있지만 이라크전 개전과 연관지어 명확히 책임을 언급하기는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사담 후세인은 위협적 인물이며 그가 없는 세상은 더 좋아졌다.”고 말해 전쟁의 정당성을 전면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라크전을 옹호한 지난 세 번의 연설과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어조는 종전과 달리 매우 직접적이고 솔직했다는 평가다. 고조되는 반전 여론에 대한 ‘고육지책’이자 ‘현실주의적 접근’이라고 뉴욕타임스는 평가했다. ●“발설자, 부시한테 물어봐” 이런 가운데 CIA요원 발레리 플레임의 신분을 언론에 최초 공개한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이 “부시 대통령은 정부 내 발설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이날 보수주의 싱크탱크인 존 로크 재단 연설에서 “대통령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비꼬면서 “기자들은 나를 괴롭힐 게 아니라 부시 대통령한테 알아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크게이트를 줄곧 좌파의 음모로 여겨온 노박은 2명의 발설자 신원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1명은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알려져 있으나 1명은 끝내 베일에 가려져 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이슈로 본 2005 지구촌](3)온난화와 자연재해

    [이슈로 본 2005 지구촌](3)온난화와 자연재해

    ‘자연재해 최악의 해’‘이상기후 최악의 해’. 올해를 이르는 말들이다. 이처럼 올해는 유난히도 자연재해·재난이 많았다. 쉼없이 몰아치는 태풍, 폭우와 홍수, 산사태, 지진 등 자연재해의 형태도 다양했다. 인명피해와 경제적 피해도 최대였다. 이처럼 ‘재앙’급의 자연재해가 빈발한 원인을 과학자들과 환경단체들은 지구온난화에서 찾고 있다. 실제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태평양의 한 섬 주민 100여명은 내륙 고지대로 이주했다. 북극지역에 사는 15만여명의 이누이트족은 지난 7일 세계 제일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을 상대로 미주기구(OAS)에 탄원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세계의 이목은 산업 피해를 이유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의무화한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한 미국에 쏠리고 있다. ●자연재해 피해 사상 최대 올해 발생한 대규모 자연재해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파키스탄 대지진, 중남미 홍수·산사태 등 부지기수다. 지난 8월 말 미국을 강타한 초대형 태풍 카트리나로 인한 사망자는 1306명, 실종자 6644명 등으로 집계됐다.10월 파키스탄 대지진으로 무려 8만 7000여명이 숨지고 350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예년보다 빈번했던 허리케인과 그로 인한 홍수 및 산사태로 중미의 과테말라에서는 2000여명이 ‘생매장’되기도 했다. 인명피해 못지않게 경제적 손실 역시 엄청났다. 재보험사 뮌헨 리 산하 연구기관이 최근 발표한 잠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적인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000억달러, 이 중 보험처리가 되는 손실만도 7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구온난화가 재해 키워 대규모 자연재해가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직접적이면서 과학적인 증거는 없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지구온난화 실태와 이로 인한 환경파괴 및 위험을 경고하는 보고서들이 발표되고 있다. 카트리나 이후 미국과 영국의 과학자들은 대형 허리케인이 빈발하는 이유로 주저없이 지구온난화를 꼽았다. 지난 9일까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11차 당사국 회의장은 지구온난화의 위협을 경고하는 주무대였다. 태평양지역환경계획은 남서태평양 바누아투공화국 테구아섬의 라테우 마을이 지구온난화로 주민 100여명을 내륙으로 이주시킨 첫번째 마을로 기록됐다고 보고했다. 파푸아뉴기니 등 태평양의 다른 섬 국가들도 잦은 침수로 이주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바다 얼음의 해빙으로 해안이 노출된 북극 알래스카와 캐나다 토착민들도 이주를 고려하고 있다. 클라우스 퇴퍼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은 “빙하의 해빙과 감소, 해수면 상승, 폭풍우 강타 등은 결국 지구상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엄청난 변화의 초기 신호”라고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구온난화는 폭염이나 홍수처럼 이상기후를 유발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갈 뿐 아니라 열사병·살모넬라·건초열 같은 질병의 유행과도 관련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환경보호단체인 세계야생생물기금(WWF)도 올해 기온상승으로 북극 빙하가 평균에 비해 50만 평방마일이나 줄었고, 대서양의 허리케인 빈도 및 피해가 극심했으며, 카리브해의 해수온난화 현상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밝혔다.WWF는 더 늦기 전에 ‘지구온난화와의 전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부자들 돈쓰게 하면 경기 풀린다고?

    한국 경제 위기론이 나오면서 ‘파이를 먼저 키우자.’거나 ‘부자들이 돈 쓸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 말들은 사실일까. 혹시 언뜻 듣기에 그럴싸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성균관대 이국영 교수는 간결한 책자 ‘공황과 장기불황’(도서출판 양림 펴냄)을 통해 이같은 주장에 ‘0점’을 준다. 채점을 위해 이 교수가 펴든 것은 케인스의 유효수요론.‘시장에 매몰’된 주류경제학은 유효수요론을 일반론이라기보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단기처방전쯤으로 취급한다. 그러나 이 교수는 유효수요론이 장기전망임을 강조한다. 특히 케인스가 1943년 2차대전 종전 이후의 경제를 예상한 대목에 주목한다. 케인스는 투자가 저축을 압도하다가 점차 투자가 저축을 흡수할 수 없는 상태로 흘러간다고 내다봤다. 투자가 저축을 흡수할 수 없으면? 그게 바로 장기불황이다. 한국경제에 적용해보면 쉽게 이해된다. 박정희정권 시기 한국은 투자할 일은 많은데 저축이 없어 문제였다. 어떻게 하면 자본을 형성·동원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였다. 박정희가 택한 방법은 몰아주기, 즉 재벌그룹의 형성이었다. 수출호황으로 자본금을 잔뜩 쌓아두고도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인 지금과는 정반대의 상황인 셈이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투자가 확대되면 문제는 풀릴 수 있다. 그러나 투자확대는 홀로 서 있는 게 아니다. 이 교수는 “확대투자의 기반이 되는 소비수요의 증가세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하강하는 성장추세를 되돌리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러면 소비수요를 되살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부자들은 경기야 어떻든 자기 쓸 돈은 쓰고 산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경제상황 변화에 민감하다. 비정규직화에 정리해고가 일상화된 마당인데다 걸핏하면 ‘땅값이 어쩌네, 집값이 어쩌네.’ 하는 말들이 나온다. 이 악 물고 저축하고 보험드는 것 외에는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 위협감은 결국 사회이전소득 증대, 즉 복지정책의 확대를 통해서만 사라질 수 있다. 결국 파이가 커져야 한다는 둥, 부자들이 돈 쓰게 하자는 둥의 얘기가 먹혀드는 것은 그게 무슨 대단한 진리여서가 아니라 특권층과 부유층의 이해관계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특히 파이론에 대해 “작은 파이든 큰 파이든 먹고나서 배설하고 끝”이기에 “순환관계에 있는 경제를 파이에 비유한 것 자체가 애초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한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아키라 다카사키 “내년 25주년 앨범 내놓을 것”

    아키라 다카사키 “내년 25주년 앨범 내놓을 것”

    “음악을 위해 태어났고, 음악 밖에 모르고 살아왔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음악을 할 것이다.” 정말 오랜 세월 밴드를 이끌고 왔다. 숱하게 멤버가 교체됐지만 메탈밴드 ‘라우드니스’라는 전설의 중심에는 언제나 아키라 다카사키(44)가 있었다. 1980년대 잉베이 말름스틴 등 서양 속주 기타리스트에 한국 록키드들이 매몰되고 있을 당시 라이트 핸드 주법으로 무장한 동양 대표 속주 기타리스트로 혜성과 같이 등장했던 그다. 세계 시장을 공략하며 동양 최초로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에 연달아 이름을 올렸던 ‘선더 인 디 이스트’(85) ‘섀도즈 오브 워’(86)-미국 발매 당시에는 ‘라이트닝 스트라익스’로 이름이 바뀌었다.-‘허리케인 아이즈’(87) 등을 통해 80년대 최전성기를 함께 했던 최강 라인업으로 다시 뭉친지도 어언 4년이 흘렀다. 지난 2일 서울 홍익대 인근 프리버드뮤직스쿨에서 두 번째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는 아키라를 비롯한 미노루 니하라(45·보컬), 마사요시 야마시타(44·베이스), 무네타카 히구치(47·드럼)를 만났다. 어느새 세월의 멋을 드러내는 노장이 된 아키라는 “16세에 프로에 입문했다.”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음악을 하다가 죽는 것이 소원”이라고 토로했다. 그의 손에서 끊임 없이 명곡들이 이어졌다.‘라이크 헬’,‘크레이지 나잇’,‘소 론니’,‘애쉬스 인 더 스카이’,‘에스·디·아이’ 등이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정작 스스로는 “‘크레이지 사무라이’ ‘더 배틀십 무사시’ 등 최근에 만든 곡들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현재 진행형’의 활동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또 “연주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두 번째이고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창작의 중요성을 뮤지션의 조건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81년 첫 앨범인 ‘더 버스데이 이브’ 발매를 기준으로 데뷔 25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 여름쯤 22번째 스튜디오 앨범을 내놓을 계획이다. 아키라는 “지미 핸드릭스, 레드 제플린 등과 작업했던 에디 크레이머와 다시 손잡고 미국 올 레코딩을 통해 새 앨범을 낼 것”이라면서 “그리고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투어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는 “일본은 세계적인 빅네임 밴드들이 많이 찾아오고, 라이브 페스티벌과 콘서트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면서 “한국은 거리상으로 가깝기 때문에 이를 잘 조정해서 공연을 유치하면 다시 록에 대한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올해의 인물](5)신디 시핸

    [올해의 인물](5)신디 시핸

    “점점 더 케이시가 보고 싶고 공허감이 깊어가는 걸 느꼈다. 사랑하는 아들을 다시는 볼 수 없고, 목소리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깨닫곤 했다.” 이라크전에서 24살의 아들 케이시를 잃은 ‘반전 엄마’ 신디 시핸(48)이 펴낸 책의 한 구절이다. 책을 쓰기 시작한 곳은 지난여름 태양이 작열하는 들판 한가운데. 훗날 ‘캠프 케이시’로 불린 텐트를 쳐 놓고 나홀로 선 그는 ‘어머니의 이름으로’ 미합중국 대통령에게 아들의 죽음을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여름철마다 묵으러 오는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갔다. 대통령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일정을 하루 줄여 목장을 떠날 때까지 산악자전거도 타며 예정대로 휴가를 즐겼다. 아들을 비롯한 다른 전사자의 명예를 더럽힌다는 비난보다 더 무서웠던 것은 외로움. 남편에게 이혼당하고 대통령을 상대로 한 딸의 1인 시위 소식에 시핸의 어머니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반전 불 지핀 ‘엄마의 힘’ 그러나 이라크전이 베트남전처럼 점차 수렁으로 빠져드는 ‘이라쿼그마이어(Iraquagmire)’ 조짐을 보이자 동조자가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마틴 신과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과 민권운동가 앨 샤프턴 목사가 캠프 케이시를 찾아 전국뉴스감을 만들었다. 여성의 힘은 약하지만 엄마의 힘은 강하다고 했던가. 그가 지핀 불씨는 이내 미 전역의 촛불시위로, 대륙을 넘는 반전집회로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지난 9월 말 워싱턴 DC에 모여든 수십만명의 시위대는 모든 것을 잃은 시핸에게 새로운 삶을 채워주기 시작했다.9월과 10월 잇따라 백악관 앞을 점거하고 몸져 드러눕는 농성으로 두 번이나 체포당했지만 하나도 창피스럽지 않았다. 시핸은 민주당에도 압박을 가했다. 그는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향해 “이라크전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정치적 야망을 꺾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핸의 행렬을 지원한 민주당엔 당혹스러운 발언이다. 당파를 떠나 전쟁을 반대한다는 목표를 명확히 한 것이다. 지난달 말 추수감사절 휴일을 맞아 부시 대통령은 또다시 크로퍼드 목장을 찾았다. 시핸과 그의 동료들도 어김없이 목장으로 가는 길목을 지켰다. 여기에는 1972년 베트남전 당시 국방부 극비문서를 빼내 전쟁의 시발점인 통킹만 사건이 조작됐음을 폭로한 대니얼 엘스버그도 함께했다.2003년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전 개시에 반대하며 사표를 낸 전 국무부 고위 공무원 앤 라이트도 있었다. ●‘아들 팔지 말라’ 비난도 지지자만 있었던 건 아니다. 시핸이 가는 곳엔 늘 이라크전을 옹호하는 ‘캠프 리얼리티’도 뒤따랐다. 유명세를 타고 강연이 밀려들자 혹자는 ‘돈벌이를 위해 아들을 팔고 있다.’고 손가락질하기도 했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들었지만 일약 세계적인 사회운동가가 돼버린 그에게 요구되는 윤리는 혹독했다. 이제는 자신의 저서에 사인을 해줄 정도로 여유를 되찾은 시핸은 평화를 갈망하는 다른 모든 어머니의 길을 가고 있다. 그 사이 이라크전 전사자가 2100명을 돌파했다. 테러도 끊이지 않고 있다.2006년 시핸의 움직임이 다시 한번 주목되는 이유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2005 뜬별 & 진별

    2005 뜬별 & 진별

    2005년도 저물어간다. 언제나 그렇지만, 욱일승천의 기세로 올 한해를 자신의 해로 만든 부류는 누구인가. 반대로 급전직하의 참담함을 맛본 부류는 또 누구일까. 서울신문은 연말 특집으로 정치, 경제, 문화 분야에서 극과 극의 행보를 보인 이른바 승자(Winner)와 패자(Loser)를 선정했다. ■ 존 매케인 vs 칼 로브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올해 ‘세계의 정치 수도’인 워싱턴에서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와 같은 확실한 승리자와 패배자를 탄생시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권을 잡은 공화당 내에서는 존 매케인을 비롯한 중도적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크게 부상했고, 조지 부시 대통령의 권력 기반인 ‘텍사스 사단’은 눈에 띄게 힘을 잃었다. 매케인 의원은 이라크 전과 같은 안보 이슈에서는 철저하게 부시 대통령을 옹호하고 지원하며 보수성을 과시해왔다. 매케인 의원은 그러나 최근 테러리스트로 지목돼 억류된 포로에 대한 고문을 반대하는 입법을 주도하는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중도적인 태도를 취했으며 민주당측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올 한해 매케인 의원이 직접 제출한 법안과 결의안만도 80건에 이른다. 또 미 상원 의원들은 법안을 제출할 때 정치적 영향력이 큰 매케인 의원이 함께 서명해주기를 원해 그의 서명이 들어간 법안 수는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이같은 노력이 인정을 받아선지 지난 10월말 퓨 리서치 센터가 공화·민주당원 및 무소속 유권자를 상대로 조사한 2008년 대선 후보 여론조사 결과, 매케인 의원은 공화당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공화당에서 2위를 기록한 루돌프 줄리아니 역시 중도적 성향의 정치인이다. 반면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 사단 가운데서도 중심 인물이었던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의 신분을 유출한 ‘리크게이트’ 사건에 연루돼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부시 대통령의 신임도 떨어졌다고 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로브의 힘이 빠지면서 한때 탄력을 받았던 ‘보수세력 장기집권론’도 서서히 잦아들고 있다. 역시 텍사스 출신으로 부시 대통령이 주지사 시절부터 법률 자문을 해온 해리엇 마이어스 백악관 법률고문도 2005년이 오욕으로 점철된 해였다. 마이어스는 부시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으로 지명됐지만, 부족한 경력과 불투명한 성향 때문에 논란이 빚어지자 스스로 물러났다. 마이어스의 상원 인준을 앞두고 ▲판사 경험이 전혀 없는데다 ▲앨 고어 등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기부했던 적이 있고 ▲낙태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입장이 불분명하다는 문제점이 지적돼 보수층으로부터 사실상 외면당했다. dawn@seoul.co.kr ■ 도요타 vs GM 도요타자동차는 내년 3월 결산에서 일본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매출액이 20조엔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순이익도 3년 연속 1조엔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세계 자동차업계 1위인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는 판매부진과 경영악화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급기야 릭 왜고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내년부터 북미지역 공장 9곳을 폐쇄하고 2008년까지 종업원 3만명을 줄이겠다는 처방을 내놓았다.11월 주가는 한때 18년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부도설까지 나돌았다. 올 한해 도요타와 GM의 엇갈린 성적표다. 그래서 ‘빠르면 2006년 도요타가 GM을 넘어선다.’는 예상도 나온다.2008년이었던 도요타의 목표보다 2년 빠른 것이다. 도요타는 내년 예상 판매대수를 900만대로 잡고 있고 공장을 폐쇄해야 하는 GM은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일시적이기는 하나 도요타가 북미시장 점유율에서 GM을 추월하기도 했다. 도요타는 이제 ‘기업’ 이상의 위치를 차지했다. 일본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도요타 배우기’ 열풍이 분 지 오래다. 순이익 1조엔은 이른바 빅3라는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순이익을 전부 합친 것의 2배 가까운 규모다. 일본 언론은 “도요타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주고 있다.”며 ‘일본경제 부활의 구세주’로 묘사하고 있다. 도요타의 힘은 낭비요소를 없앤 생산방식에서 비롯된다. 세계적 부품업체들과의 유기적 협조,50년간 노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노사관계, 철저한 품질 및 인적관리 시스템도 승승장구의 비결이다. 조 후지오 도요타 부회장은 “글로벌시대에는 국가별로 현지 문화 및 고객 기호에 부합하는 고품질 저가격 제품 생산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성공 비결을 역설했다. 반면 GM의 추락은 미국 제조업의 쇠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제조업의 자존심이던 GM의 신용등급은 ‘정크 본드’ 수준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여기에다 아성으로 여겨졌던 북미시장마저 일본 경쟁업체들로부터 위협받자 왜고너 회장이 직접 북미시장을 챙기기에 나섰다.‘직원용 할인가격’을 일반 소비자들에게 적용하는 ‘제살깎기식’ 무한경쟁에 나섰지만 추세를 돌려놓기엔 역부족이었다. GM 추락의 주요 원인으로 우선 낮은 소비자 만족도를 들 수 있다. 과다한 직원 복지후생 부담도 발목을 잡고 있다.GM은 차를 한대 만들 때마다 1500달러씩의 후생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이래서는 도저히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오프라 윈프리 vs 마이클 잭슨 “그녀가 출마한다면 미국 정치의 심장과 얼굴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지난주 미주리주에서 ‘오프라를 대통령으로’란 문구가 새겨진 물품만을 파는 가게를 낸 패트릭 크로의 말이다. 물론 윈프리는 출마를 거부했지만, 여성이 미국을 움직이는 것은 보고 싶다고 말했다. 통큰 선행으로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후보로까지 거론되는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이미 전세계 여성들의 친구이자 ‘대통령’으로 군림하고 있다.21년 동안 전세계 121개국 이상의 여성들이 그녀의 토크쇼를 보며 울고, 웃고, 열광하고 있다. 윈프리는 가난한 사생아로 태어나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실은 17살때 미인 선발대회 왕관을 썼고 3살도 안돼 책을 읽었다. 지난해 토크쇼 방청객 전원에게 자동차를 나눠주는 깜짝쇼를 연출한 데 이어 올해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재앙이 닥치자 연방 정부보다 재빨리 구호활동에 나섰다. 루이지애나주 슈퍼돔으로 달려가 이재민들을 안고 위로했으며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특히 3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을 나중에 토크쇼에 초청, 다이아몬드가 박힌 시계 등 210만달러 어치의 선물을 안겨줬다. 하지만 같은 흑인으로 팝의 제왕이었던 마이클 잭슨에게 올해는 최악의 한해였다. 아동 성추행 소송사건에 휘말리면서 전세계 매스컴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법정 출두를 미루다가 체포 영장을 발부하겠다는 판사의 경고에 잠옷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나타난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제이 레노, 매컬리 컬킨 등 유명 인사들의 대량 증언과 고액 변호사를 앞세워 결국 소송에서는 승리했지만 자택인 네버랜드를 팔아야 할 정도로 경제적 곤궁에 처했다. 변호사 비용만 500만달러를 썼으며, 빚은 4억달러가 넘는다. 잭슨은 미성년 아동과 같은 침대에서 잔 사실은 인정했지만, 성적 접촉은 부인했다. 비록 재판관은 그가 무죄라고 선언했지만, 잭슨이 결백하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전세계 어린이들의 우상이었던 잭슨은 아동 성추행 재판으로 팝의 제왕에서 언론의 웃음거리로 단숨에 추락했다. 팬들은 그가 음악활동을 재개할 것을 바라고 있지만, 대중은 이제 잦은 성형수술로 무너질 위기에 처한 그의 코에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강박관념(EBS 오후1시50분)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거장 루키노 비스콘티의 데뷔작이다. 비스콘티의 작품이라는 것 말고 1934년 발간된 제임스 케인의 소설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를 각색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소설의 모티프는 ‘강박관념’을 포함해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여섯 차례나 영화로 옮겨졌다. 할리우드에서도 1948년 라나 터너, 존 가필드 주연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제임스 케인은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아류라는 평가도 받았지만, 마흔 살이 넘어 낸 처녀 장편인 이 소설과 ‘이중배상’ 등으로 하드보일드 스릴러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알베르 카뮈가 ‘우편배달부’에서 영감을 얻어 ‘이방인’을 썼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잭 니컬슨과 제카 랭 주연 리메이크작 ‘우편배달부’(1981)와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몰래 트럭을 훔쳐 탄 떠돌이 청년 지노(마시모 지로티)는 포강 인근 농가에 가게 된다. 이 곳은 주세페 브라가나(후안 데 란다)와 조반나(클라라 칼라마이) 부부가 매점을 운영하는 곳이다. 지노와 사이가 깊어진 조반나는 함께 도망가려 하지만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세월이 흘러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지노와 조반나는 다시 사랑의 감정을 불피우고, 결국 교통사고로 위장해 주세페를 살해하게 되는데….1943년작.141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니벨룽겐의 반지 2부-반지의 저주(KBS2 오후 11시15분) 지난주부터 선보이는 독일 영화‘니벨룽겐의 반지’ 2편이다.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한 대서사시로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가 신들을 주로 다뤘다면, 이 영화는 인간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니벨룽겐’는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1부에서 크샨텐의 후계자였으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대장장이의 손에서 자란 지크프리트(벤노 퓌어만)가 포악한 용을 처치하고 영웅으로 떠오른 뒤 원수를 갚는 과정을 그렸다면,2부에서는 지크프리트와 아이슬란드의 여왕 브룬힐트(크리스타나 로큰), 군터 왕(새뮤얼 웨스트)의 여동생 크림힐트(알리샤 위트) 사이의 안타까운 사랑을 둘러싼 모험이 펼쳐진다. 지크프리트는 군터 왕의 음모로 마법에 빠져 브룬힐트를 잊고, 크림힐트를 사랑하게 된다. 또 군터 왕의 꼬임으로 그의 모습으로 변장을 하고 브룬힐트와 결투를 벌인다. 패배한 브룬힐트는 어쩔 수 없이 군터 왕과 결혼하게 되지만, 자신을 이긴 사람이 군터 왕이 아니라 지크프리트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2004년작.90분.
  • 추억속 ‘황야의 총잡이’를 만나다

    추억속 ‘황야의 총잡이’를 만나다

    말 등에 훌쩍 올라타 석양을 향해 떠나는 총잡이의 뒷모습에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다. 액션 영화에 나오는 일 대 다수의 대결은 사실 서부영화가 원조.‘콜트 싱글 액션 아미(콜트 리볼버)’로 순식간에 적들을 쓰러뜨리는 건맨들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미국 서부 개척사가 인디언 수난사와 동전의 양면이라는 사실을 알고부터 매력이 반감되기 시작했지만, 장르 자체가 흥미진진하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젠 미국에서도 간간이 만들어지는 아련한 향수가 되고 있다. 서부영화의 고전들이 안방을 찾아온다. 케이블 액션채널 수퍼액션이 4일부터 4주 동안 매주 일요일 오전 8시에 서부영화 클래식 시리즈를 마련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프랑코 네로, 테렌스 힐의 영화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첫 날에는 마카로니 웨스턴의 대명사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만든 ‘옛날옛적 서부에’(1968)가 방송된다. 찰스 브론슨, 헨리 폰다,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등 호화 캐스팅이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각본에 참여한 점도 눈에 띈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과 앙상블을 이루는 엔니오 모리코네가 역시 음악을 맡았다. 찰스 브론슨이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장면은 서부영화 팬들이 꼽는 명장면. 고독한 하모니카맨(찰스 브론슨)이 악당 프랭크(헨리 폰다)를 응징한 뒤 사랑하는 연인 질(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을 두고 떠난다는 게 주요 이야기. 11일은 ‘하이눈’(1952)의 차례. 게리 쿠퍼와 그레이스 켈리를 본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최근 인기가 있는 미국 TV시리즈 ‘24’를 떠오르게 하는데, 극중 흐르는 시간이 실제 러닝 타임과 똑같기 때문이다. 에이미(그레이스 켈리)와 결혼해 임기를 마치고 떠나려 하는 한 마을의 보안관 케인(게리 쿠퍼)에게 5년 전 은원이 얽혔던 악당들이 찾아와 외로이 결투를 벌이게 된다. 18일 ‘수색자’(1956)는 서부극의 거장 존 포드 감독과 ‘미국의 연인’ 존 웨인의 영화. 존 포드 감독은 스스로가 서부영화의 병폐로 고착화 시켰던 ‘백인=선, 인디언=악’이라는 대립 구도를 이 영화에서 해체시킨다. 전직 보안관 에단(존 웨인)이 가족을 살해하고 조카 데비(나탈리 우드)를 납치한 인디언들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크리스마스 아침에는 ‘내일을 향해 쏴라’(1969)가 찾아온다. 주인공들은 사실 악당이다.1890년대 유명한 은행털이였던 선댄스 키드(로버트 레드포드)와 부치 캐시디(폴 뉴먼)를 낭만적이고 따스한 시선으로 그렸다. 폴 뉴먼이 캐더린 로스를 자전거 앞에 태우고 달리는 장면과, 여기에 흐르는 버크 바카라크의 노래는 시대를 초월해 사랑을 받고 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셀라야 온두라스 대통령 당선자

    중미 온두라스 대선에서 야당인 자유당 소속 마누엘 셀라야(53) 후보의 당선이 29일 최종 확정됐다. 마누엘 셀라야 당선자는 동부 올란초 지역 지주집안 출신의 사업가로, 목재산업협회장·온두라스 기업협의회장 등을 역임하고 은행도 경영하는 등 다양한 사업 경력을 갖췄다.2차례 국회의원을 지냈고 장관직도 수행, 전국적인 지명도도 높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정부 부패일소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720만여명 전체 인구 가운데 70%가 빈곤층인 경제 궁핍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집권 국민당 정부와 민간부문에 만연한 부패행위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40%가 넘는 실업률 해소를 위해 집권기간 중 4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다. 셀라야 당선자는 이번 선거에서 ‘시민 파워’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다. 사회안전기금 장관으로 재직하던 1998년 허리케인 재난 복구를 위해 지역민들을 자발적으로 끌어들여 도로건설 등 공공사업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던 자신의 성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경제난에 따른 극악 범죄가 날로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치안확보가 최대 선거 이슈로 떠오르자, 종신형 제도를 내놓기도 했으며 경찰관 수를 대폭 늘리겠다고도 약속했다. 선거기간 반대 진영 일부에서는 셀라야 후보의 낮은 학력 수준을 공격했으며, 선거 막바지에는 1975년의 무토지 농민 집단학살 배후조종 혐의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선진국·개도국 ‘CO 설전’

    선진국·개도국 ‘CO 설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규정한 교토의정서가 지난 2월 발효된 이후 처음으로 가입 당사국들이 28일(현지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규정한 교토의정서가 지난 2월 발효된 이후 처음으로 가입 당사국들이 28일(현지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자리를 함께했다. 다음달 9일까지 계속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11차 당사국 총회 및 제1차 교토의정서 당사국 회의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배출량 감축 의무 이행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이행 방안을 논의한다. 특히 이번 회의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지지부진해 허리케인, 지진해일과 같은 재앙을 불러왔다는 게 확인된 시점에서 열리게 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로버트 메이 영국 학술원장은 이날 개막 연설을 통해 “해수면 상승, 물 부족, 홍수ㆍ가뭄 등 재앙의 빈발은 대량살상무기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위력으로 커졌다.”고 강조했다. 156개국이 비준한 교토의정서는 선진국 및 동구권 39개국에 2008∼2012년에 1990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평균 5.2%를 감축하도록 하고 개도국에는 이에 대한 준비를 하도록 했다. 2단계 격인 2013∼2020년의 감축 규모에 관한 논의는 이번 몬트리올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화할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주목된다. 개도국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더 유연한 감축 목표가 부여되길 희망하면서 선진국의 더 많은 책임 부담을 바라고 있지만 이를 밀어붙일 경우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BBC는 장기적 관점에서 모든 국가들에 같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2년 11월 교토의정서를 비준했지만 감축 의무는 부여받지 않았던 한국이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과 함께 새롭게 의무를 부여받게 될 지 주목된다. 또 최다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미국은 선진국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장국 캐나다의 주장에 냉소를 보내면서 더 광범위하며 국제법 효력을 갖고 있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관한 기본합의(UNFCCC)를 새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씨줄날줄] 유럽의 자존심/이목희 논설위원

    미국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은 “테러용의자 인권보다 테러방지가 중요하다. 테러예방 정보를 얻으려면 사전구금과 고문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 내에도 네오콘과 다른 견해를 가진 이들이 많다. 지난달에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마련한 고문방지법이 압도적 표차로 상원을 통과했다. 미국 행정부의 매파들은 자국내 인권론자들의 간섭이 귀찮다. 이 때문에 미국이 테러용의자를 마음놓고 문초하기 위한 비밀수용소를 세계 곳곳에서 운영하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최대 30곳에 이른다고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휴먼라이츠퍼스트는 밝혔다. 쿠바 관타나모 기지,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공군기지 등 확인된 수용소만 13곳. 수륙양용 공격함 2척에도 이동수용소를 만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밀수용소에서 테러용의자 신문은 주로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에 의해 이뤄진다. 미 ABC방송에 따르면 6가지 고문기술이 사용된다고 한다. 발가벗긴 뒤 냉방에 넣고 찬물 끼얹기, 거꾸로 매단 뒤 비닐로 감싼 얼굴에 물 붓기 등이다. 가장 효과적인 고문 방법은 수갑과 족쇄를 채운 채 40시간 이상 세워놓기라는 것이다. 테러용의자는 대부분 알카에다 연루자 등 이슬람권 출신이다. 미국의 비밀수용소 운영이 큰 곤경에 처했다. 미 CIA가 수용소를 가동하는 나라에 동유럽국가가 포함되어 있다고 이달초 워싱턴포스트지가 보도했기 때문이다. 유럽은 인권존중, 자유민주주의가 태동한 지역이다. 수백년간 종교·인종간 전쟁을 겪으면서 포로·반란군에 대한 반인륜행위 금지를 규정한 제네바협약을 만들어 냈다. 인권을 무시하는 수용소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는 유럽인권규약도 있다. 미국이 유럽의 자존심을 제대로 건드린 셈이다. 유럽연합(EU)은 미국에 비밀수용소 운영을 허용한 사실이 드러난 회원국에 대해 각료회의 투표권을 정지시키는 조치를 취하기로 하는 등 강경일변도다. 미 부시 행정부는 새달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유럽에 보내 해명에 나서기로 했다.‘인권보장의 원조’ 유럽이 미국의 말만 듣고 문제를 덮진 않을 것이다. 차제에 비밀수용소는 폐쇄하고, 수용자들에게 일반 전쟁포로에 준하는 대우를 한다는 약속을 미국으로부터 받아내기 바란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시사 키워드] 뉴라이트

    [시사 키워드] 뉴라이트

    이해찬 국무총리가 최근 “참여정부는 기본적으로 중도우파 정부”라고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총리는 국회에서 ‘레프트는 개혁이고 라이트는 지키는 것이라는 총리의 기준으로 보면 현 정부의 정체성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이 총리는 그에 앞서 서울대 강연에서 자유주의·중도우파를 표방하는 뉴라이트가 사회 전반에 나서는 것을 ‘문화 지체’라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상반된 발언을 했다. ■ 포인트 뉴라이트가 출범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뉴라이트의 바람직한 활동방향과 한계는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본다.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원래 좌익, 우익은 프랑스혁명(1789∼1799) 당시 국민공회에서 온건파인 지롱드당이 의장석을 기준으로 오른쪽 자리에, 급진파인 자코뱅당이 왼쪽에 앉은 것에서 유래됐다. 좌익은 사회주의·급진주의적인 사상을 일컫는다. 우익은 민족적·국수적인 성향을 말한다. 독일의 나치즘, 이탈리아의 파시즘, 일본의 군국주의도 우익이다. 요즘에는 자유방임주의, 자유민주주의, 신자유주의 등을 우파로 본다. 좌파는 평등을, 우파는 자유를 중시한다. 좌파는 사회주의, 분배를, 우파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성장을 추구한다. 그러나 어느 한쪽을 칼로 무를 자르듯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주의이지만 정책적으로 분배에 역점을 둘 수도 있다. 국가가 시장경제를 제어하는 수정자본주의도 있다. 일반적으로 좌파=진보, 우파=보수라고 보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우리나라에서 진보정당은 있어도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는 진정한 좌파정당은 존재하기 어렵다. 좌파=진보라면 진보를 자처하는 열린우리당을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원래 의미의 좌파로 볼 수 있을까. 본래 의미의 좌파나 우파가 요즘에는 많이 퇴색돼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좌파에서도 진보적 좌파나 보수적 좌파가 있을 수 있다. 이 총리의 발언도 이런 혼용과 혼돈 탓이다. ●뉴라이트란 1980년대에 등장해 영국의 대처,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의 정책기조를 이룬 사상이다. 케인스의 복지국가론을 비판하면서 공공정책을 위한 시장기구의 부활과 시민권의 제한이라는 두 가지의 뚜렷한 주장을 담고 있다. 국가 개입의 축소와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시장기구를 옹호하고 지나치게 인위적인 평등지향을 배제하고 재산권을 다른 시민권보다 우위에 둔다. 신보수주의라 불리지만 미국의 신보수주의 ‘네오콘’과는 차이가 있다. 네오콘은 강경 보수이고 뉴라이트는 중도적이면서도 개혁적인 성향도 띤다. ●한국의 뉴라이트 한국의 뉴라이트 운동은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좌익, 진보 성향의 인물들의 정계 진출에 회의를 느낀 보수성향의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다. 단체가 여럿 있다. 김진홍(두레마을 대표) 목사를 중심으로 기독교 및 학계 인사들이 이끄는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11월7일 출범했다. 이들은 비정치·비영리를 기본으로 하여 가치관 운동, 정신 운동, 도덕성 운동을 지향하며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순수 시민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뉴라이트 네트워크’와 같은 다른 뉴라이트 단체는 정치 참여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자유주의연대’의 신지호 대표는 이 단체를 ‘짝퉁’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10월18일에는 뉴라이트싱크넷, 교과서포럼,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의료와 사회포럼, 자유주의연대 등 8개 단체가 ‘뉴라이트 네트워크’를 창립했다. 네트워크는 “정치는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에 빠져 국정 혼란을 자초하고, 경제는 반기업 정서 확대와 성장 동력 저하로 자신감을 잃고 있다. 정부가 평준화에 대한 집착으로 창의적 인재 양성을 가로막고 있으며 과거와의 대결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진보를 가장한 포퓰리스트들과 자기 혁신에 게으른 낡은 보수에 대한민국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떻게 볼 것인가 뉴라이트 운동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일부 보수적인 사람들이 좌편향돼 가고 있다고 걱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누구나 사상의 자유가 있듯이 새로운 조류로 인정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장점을 따서 운동을 하겠다는 새로운 경향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허한 이념논쟁이나 정치투쟁에서 벗어나서 진정하게 국민들을 위한 운동을 펴겠다는 대목도 관심을 모은다. 하지만 다시 보면 우파의 한 분파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고 성향이 모호하다는 말을 할 수도 있겠다. 좌파의 재집권 저지라는 목표는 정치 성향을 갖고 있음을 드러내 준다. 중도의 입장에서 사회의 통합을 위한 조정자 역할을 하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단체가 아니라 결국 회귀점은 보수,‘올드 라이트’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비판이다. 손성진 기자 sonsj@seoul.co.kr
  • 오프라, 또 깜짝쇼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올해에도 또 한번 ‘깜짝 쇼’를 연출했다. 윈프리는 지난 12일 녹화돼 21일(현지시간) 방송된 연말 특집쇼 ‘오프라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통해 허리케인 ‘카트리나’ 자원봉사자들에게 210만달러(약 22억원) 상당의 푸짐한 선물을 전달했다. 윈프리는 50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필립스 스타인 다이아몬드 시계(시가 1295달러), 바바리 더플 코트(695달러), 랄프 로렌 블랙 라벨 캐시미어 스웨터(498달러), 애플의 30기가 비디오 아이포드(299달러), 소니의 바이오 노트북(1599달러) 등 1인당 7000달러에 이르는 선물들을 방청객들에게 모두 나눠줬다. 방청객으로 초대받은 300명은 시카고병원 응급실 간호사와 자선기금 모금 운동을 위해 자신의 월드시리즈 티켓을 판 열성 화이트삭스 팬, 로욜라 대학생 11명 등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간 지역의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나섰던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자신들의 자원봉사 활동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방청객들은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들을 받고는 놀라움과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윈프리는 “여러분은 진정한 미국의 영웅들이다. 당신들이 나눠준 사랑과 헌신적인 노력을 이런 물건으로 되갚을 순 없지만 최소한 감사의 표시를 하려는 것”이라고 격려했다.윈프리는 지난해 교사들을 초청해 1인당 1만 4800달러 상당의 선물꾸러미를 안겨 줬었다. 이날 방송에 초대된 미시간주의 페기 진드라는 “선물을 받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으며 바라지도 않았었다. 오프라의 마음은 감사하지만 이 선물들을 팔아 허리케인 난민캠프에서 만났던 두 가족이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쓰겠다.”고 말했다. 윈프리는 지난해 9월에는 ‘오프라 윈프리쇼’ 19주년을 맞아 방청객 276명에게 2만 8000달러 상당의 제너럴 모터스 스포츠세단 1대씩을 선물로 나눠 줬었다. 한편 윈프리는 21일 독창적인 방송으로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린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국제에미상을 수상했다.김균미기자 외신종합 kmkim@seoul.co.kr
  • 美금리 숨고르나

    지난해 6월 이후 12차례나 이어졌던 미국의 금리 인상 행진이 곧 중단될 것 같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산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지난 1일 기준금리를 4.0%로 인상하면서 추가 인상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22일(현지시간) 공개된 의사록에서 확인됐다.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잇단 허리케인에도 불구,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으나 일부 위원들은 과도한 통화긴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머지 않은 장래에’ 통화정책 전망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의 부작용을 언급하게 된 배경에는 부동산 경기의 냉각과 장·단기 금리의 역전 가능성이 배어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지난해 6월 1%였던 기준금리가 17개월만에 4%로 오르자 모기지론 역시 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가계대출 이자 부담으로 전가되고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소비가 위축되는 결과를 낳았다. 의사록은 더 직접적으로 “지난 18개월 동안 지속된 금리인상 행진을 중단하는 시기가 가까워졌을 수도 있으며 ‘예측가능한 속도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현재의 문구도 삭제할 시기가 됐을 수 있다.”고 기록돼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월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FRB가 현재 4%에서 두차례 금리를 올려 4.5%선까지 이르게 한 뒤 인상 행진을 멈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AP통신은 다음달 13일과 내년 1월31일 각각 0.25%씩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의사록 공개 전 4.75%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서 한단계 물러선 것이다. 금리인상 중단이 임박했다는 전망에 따라 다우존스가 51.15포인트나 오르는 등 뉴욕 증시의 네 가지 주요 지수가 동반 상승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약세를 보인 반면,23일 아시아 시장에서 주요국 통화들은 강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한국 원화와 타이완 달러화를 통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사흘 연속 강세를 이어가며 1040원선을 훌쩍 넘었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이날 장중 1035.20원까지 떨어진 뒤 결국 전날보다 무려 7.70원이나 내린 1036.80원에 장을 마쳤다.120엔을 향해 오름세를 탔던 달러 대비 엔화는 역외 세력이 대거 손절매로 돌아서는 바람에 118엔 중반대로 주저앉았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버냉키 FRB의장 지명자 인준 청문회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지명자는 15일(현지시간) 지난 18년 동안 FRB를 이끌어온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통화정책을 계승, 연속성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버냉키 지명자는 상원 금융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FRB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겠으며, 의회로부터 위임받은 권한과 대중의 이익에 따라서만 움직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버냉키 지명자는 그동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으로 일해 왔다. ●그린스펀 정책 계승 다짐 버냉키 지명자는 금융시장이 주목해온 ‘인플레이션 목표치 설정’과 관련해 “장기적인 물가 안정에 역점을 두겠지만 목표 설정은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지명자는 유연성과 모호성을 선호하는 그린스펀 의장과는 달리 구체적인 물가 목표치 설정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혀 논쟁을 유발한 바 있다. 버냉키 지명자는 인플레이션 목표 설정이 “장기적인 인플레 진정을 위해 장점이 많다.”면서도 “충분한 협의를 거쳐 공감대가 형성돼야만 설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와 관련, 금융전문 미디어인 다우존스는 “버냉키가 청문회에서 인플레 목표치에 대한 우려를 누그러뜨리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분석했다. 향후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 “주된 우려는 유가 상승에서 비롯되고 있다.”면서 “지난 3년간 미국 경제는 고유가를 잘 이겨냈으며, 지금까지 성장이 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지명자는 미국 경제가 현재 강력한 회복기에 있다고 진단하고 “주택가격과 유가 등 단기적으로 위험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국 경제는 상당히 강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버냉키는 이어 “미국의 노동시장도 개선되고 있다.”면서 “허리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회복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경제, 강력한 회복기에 그는 또 경상수지 문제에 언급,“적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화에 대한 해외 수요가 급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인은 물론이고 해외 민간 투자자들도 미국 자산을 보유함으로써 이득을 보고 있다.”면서 “해외의 채권자들이 자신들의 보유채권을 대규모로 변동시킬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버냉키는 다만 “고용과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FRB의 기본 목표”라면서 “경상수지 적자와 관련해서는 FRB가 큰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버냉키 지명자는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 은퇴를 앞두고 재정적자 감축 노력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안화 절상 중국에 이로워 중국의 위안화 문제에 대해서는 “환율 유연성을 확대하고 환율을 시장이 결정토록 하는 것이 중국에 이롭다.”면서 “중국은 할 일이 좀 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국내 경제적 우려사항을 고려해 중국은 다소 더디게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버냉키 지명자는 이날 첫 인준 청문회를 무난히 마침에 따라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인준을 통과, 내년 1월말 퇴임하는 그린스펀 의장의 뒤를 이어 FRB 의장직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dawn@seoul.co.kr
  • [일요영화] 오슨 웰스의 열연 돋보이는 걸작

    ●악의 손길(EBS 오후 1시50분) 시나리오와 연출, 편집, 프로듀서는 물론 배우, 음악과 의상, 미술감독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천재로 불렸던 오슨 웰스가 ‘멕베스’ 이후 10년 만에 할리우드로 복귀해 만든 작품이다. 초기작 ‘시민 케인’(1941)만큼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살인과 음모, 여자 문제가 얼키고 설킨 필름 누아르로 도입부가 3분이 넘는 롱테이크로 이뤄지는 등 촬영과 연출, 편집이 돋보인다. 오슨 웰스가 직접 출연해 열연을 펼치고 있다. 마크 바르가스(찰턴 헤스턴)는 멕시코의 마약 단속 책임자다. 미국인 아내 수잔(자넷 리)과 멕시코 국경에서 신혼여행을 하던 중 부유한 미국 부동산 개발업자가 폭발사고로 죽는 것을 보게 된다. 정의감에 넘치던 바르가스는 이 사건 조사에 뛰어들지만 이 과정에서 부패한 경찰 행크 퀸란(오슨 웰스)과 충돌하게 된다. 한편 바르가스의 법정 증언이 예정돼 궁지에 몰려있는 마약왕 그란데(아킴 타미로프)는 수잔을 납치해 바르가스를 협박, 입막음을 하려하고, 행크도 그란데와 손을 잡고, 바르가스를 압박하는데….109분.1958년작.
  • 경제·인간·안보 의제로 열흘간 ‘세계중심’

    경제·인간·안보 의제로 열흘간 ‘세계중심’

    APEC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공동체 추진을 목표로 태동했으나, 최근에는 안보, 테러, 에너지, 전염병, 부패 분야까지 범위를 갈수록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부산 APEC 기간 중 각종 공식·비공식 행사가 다양하게 열리면서 국제적인 축제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일정 및 행사 부산 APEC의 공식행사 기간은 12일부터 19일까지다. 각종 비공식 부대행사는 11일부터 21일까지다. 따라서 적어도 10일간은 부산을 비롯한 전국이 APEC 분위기에 휩싸이게 된다. 공식 행사는 12일 최종고위관리회의의 개막과 함께 테이프를 끊는다. 고위관리회의는 참가국의 차관보 또는 국장급이 참여하는 실무회의로, 사실상 이 기구에서 구체적인 의제가 협의된다. 여기서 합의된 내용이 각국 통상장관급 각료들이 참가하는 각료회의를 거쳐 정상회의로 넘겨진다. 이번 부산 APEC의 일정도 최종고위관리회의(12∼13일)→합동각료회의(15∼16일)→정상회의(18∼19일) 순으로 전개된다. 최종고위관리회의에는 각국에서 220여명이, 합동각료회의에는 250여명이 참석한다. 회의 장소로는 해운대 ‘벡스코’가 주로 이용된다. 정상회의는 1,2차로 나뉘어 열리는데, 각각 벡스코와 동백섬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이런 정부간 회의 일정기간에 기업인 모임이 겹친다.70여명이 참여하는 기업인 자문회의는 14∼16일 열린다. 이어 800여명이 참석하는 CEO서밋이 17∼19일 개최된다. 비공식 부대행사로는 11일 부산 사직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아시아 송 페스티벌’이 관심을 끈다. 이와 함께 12∼19일 한국 전통 음식 시연 및 시식회가 벡스코 글라스 홀에서 열린다. 이와 함께 투자환경설명회가 14∼17일 부산시청에서 개최되며,15∼21일에는 벡스코 전시 2홀에서 IT전시회가 열린다.17일에는 광안리 해변에서 멀티미디어 해상쇼가 펼쳐진다. ●주요 의제 부산 APEC 정상회의에서는 무역·통상은 물론, 안보·환경 등 다양한 관심사가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뜨거운 감자’인 북핵 문제를 비롯, 미국 허리케인 등 각 회원국의 자연 재해 및 테러 대책과 관련한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1차 회의 의제는 경제·통상 등 분야,2차 회의는 인간·안보 등이 의제로 정해졌다. 경제통상 분야에서는 WTO(세계무역기구),DDA(도하개발어젠다) 등이 주로 다뤄지며, 인간·안보 분야에서는 대테러, 보건안보(사스, 조류인플루엔자 등), 에너지(고유가 대책 등), 자연재해에 대한 재난 대비(미국 허리케인, 인도네시아 쓰나미 등) 등이 중점적으로 다뤄진다. 특히 부산 APEC 정상회의는 ‘보고르 선언’의 중간점검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보고르 선언이란 19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열린 2차 APEC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것으로 선진국은 2010년까지, 개발도상국 2020년까지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따라서 고위관리회의와 합동각료회의를 거쳐 정상회의 폐막 직전 채택될 ‘부산 로드맵’이 어떤 성과를 담느냐가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부산 로드맵’이란 ‘부산 선언문’ 속에 들어가는 별도의 보고서로, APEC이 출범한 이래 공식적인 첫 평가서라는 데 의미가 깊다. 이와 함께 이번 APEC에서 ‘한반도 평화선언’이 채택될지도 관심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이번 APEC을 한반도 냉전 해체 선언의 장으로 삼고 21개국 세계 정상들이 모인 국제사회로부터 한반도 냉전 해체를 유도하는 유용한 무대로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가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있어 평화선언이 채택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또 채택되더라도 그것이 얼마나 구체적인 구속력을 담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APEC에서는 또 테러 및 재난에 대한 대책 등도 광범위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여, 어떤 식으로든 관련국간 우호가 증진되는 모양새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우리땅을 살리자] (6) 하천이 되살아난다

    [우리땅을 살리자] (6) 하천이 되살아난다

    하천의 복원은 환경 차원을 넘어 문화·역사·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청계천을 통해 학습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뉴욕에서 허리케인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를 연상시키듯 청계천 복원은 다른 지방에도 하천복원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이미 하천 상태계를 복원해 친수위락 공간 및 축제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지방단체들도 적지 않다. 비록 청계천처럼 화려한 조명을 받지는 못했지만 복원 노력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생활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수달이 찾아온 대구 신천 대구시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총길이 12.4㎞의 신천. 얼마 전 수성교 부근에서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환경 전문가는 물론 대구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수질이 좋아지면서 1급수에서만 산다는 꺽지를 비롯, 잉어 붕어 등이 심심치 않게 발견됐지만 수달까지 서식할 줄은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천복원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신천은 10년 전만해도 생활하수와 공장폐수가 흘러드는 시궁창에 지나지 않았다. 수질의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0㎎/ℓ를 훨씬 웃돌아 하천 근처에 가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하천 살리기에 나선 대구시는 우선 신천에 유입되는 오폐수 차단을 위해 신천에 오폐수 차집관로를 설치했다. 특히 건천(마른천)에 충분한 물을 공급해 주기 위해 121억원을 투입해 송수관로 9.1㎞를 설치했다. 신천 하류에 있는 신천하수처리장에서 정화후 방류하는 물을 하루에 10만t씩 상류로 끌어 올려 신천을 평균 수심 70㎝,365일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바꿔 놓았다. 신천에 맑은 물이 다시 흐르면서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물고기들이 돌아오는 등 생태계가 복원되기 시작했다. 잉어, 붕어, 참붕어, 참몰개, 메기, 피라미, 갈겨비, 가물치 등 8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고방오리, 청둥오리, 황조롱이, 왜가리 등 18종의 조류가 찾아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연하천으로 거듭난 신천 수변공간은 평일 1만명, 휴일 2만∼3만여명의 시민들이 신천 둔치에서 산책이나 운동을 즐기는 등 웰빙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청계천 복원의 모델이 된 온천천 청계천 복원 사업의 모델이 부산 온천천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부산시 금정·동래·연제 등 3개구에 걸쳐 있는 총길이 14㎞의 온천천은 미꾸라지와 피라미는 물론 청정지역에 산다는 숭어까지 뛰놀 정도로 수질이 깨끗하다. 하지만 6∼7년전만해도 악취가 진동해 사람들이 얼씬도 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연제구는 98년 11월 온천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되살리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99년초부터 복원 사업에 들어갔다. 거제동 세병교에서 연산동 안락교까지 2.6㎞에 걸쳐 시민공원도 만들었다. 온천천 정비를 통해 수질개선은 물론이고 하천 범람문제까지 해결했다. 인근 지자체들이 하천복원에 참여토록 하는 촉매역할도 했다. ●구달박사 안양천 극찬 침팬지 연구의 효시이자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여·71) 박사가 지난해 11월9일 경기도 안양천 지류 학의천을 찾았다. 구달 박사는 당시 “오염됐다가 복원된 안양천을 보고 싶어 왔다.”며 “자연생태계가 복원되면서 물고기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학의천은 70년대만해도 BOD농도가 60㎎/ℓ가 넘을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오염이 심한 하천이었으나 상류에 하수종말처리장을 설치하고 꾸준한 정화활동을 펼친 덕분에 물고기가 살고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생태계가 복원됐다. 경기도 성남시가 지난 2000년부터 생태하천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는 탄천 지천인 분당천과 여수천, 동막천도 수질이 하루가 다르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 달 전국체전 조정과 카누 경기가 열린 울산 태화강도 수년전만해도 공장폐수와 생활오수로 악취가 진동하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공해 도시의 대명사로 불렸다. 그러나 10여년에 걸친 생태계 복원사업으로 수질이 1∼2급수를 유지하게 됐다. 지난 8월에는 1만여명이 참가하는 ‘제1회 태화강 전국수영대회’가 열렸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청계천 효과? 청계천 복원을 계기로 지방자치단체들이 하천복원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청계천 복원사업이 성공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하천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복개구간을 자연하천으로 복원해 시민들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과천시는 지난 94년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복개한 양재천에 대한 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과천주유소∼새서울교회 사이 697m 양재천에 덮인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하천 양옆에 산책로, 여울 등을 만들게 된다. 모두 142억원이 투입되며 내년 말 완공 예정이다. 영산강 지천인 광주천도 자연형 하천으로의 복원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광주시는 동구 용연동 상류 지점∼서구 유덕동 영산강 합류지점 20.15㎞ 구간에 대한 복원공사를 지난해 착수했으며 오는 2009년 완공 예정이다. 시는 모두 600억원을 들여 호안 콘크리트 옹벽과 둔치에 건설된 천변주차장을 철거하고 있다. 또 천변과 바닥에 부들 등 수생식물을 심고, 징검다리를 놓는 등 개발 전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상류쪽 물을 끌어 올려 건천인 광주천을 항상 물이 흐르는 ‘살아 있는 하천’으로 만들 계획이다. 경기도 수원시는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수원천 복개구간을 오는 2007년까지 완전복원해 시민의 품에 돌려주기로 했다. 지난 1994년 복개한 수원천의 지동교∼매교 사이 790m를 철거한다. 대전시도 1974년 대전천을 복개해 건립된 홍명상가와 동방 마트를 철거한 뒤 자연친화적 생태하천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전문가제언“ 메마른 정서에도 물길 터줄것” 하천에는 물을 이용하는 이수(利水) 기능, 물을 다스리는 치수(治水) 기능 이외에 환경 기능이 있다. 이·치수는 공학적 기능(engineering function)인 반면에, 환경은 자연적 기능(natural function)이다. 196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하천의 이수 기능의 극대화를 가져왔고, 동시에 토지 이용의 고밀화는 하천의 치수 기능의 확대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하천의 이·치수 기능은 적극적으로 확대된 반면에 환경 기능은 상대적으로 위축, 저하되고 나아가 일부 하천에서는 소멸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경제수준이 어느 정도 높아지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서 잃어버린 환경에 대한 보전, 복원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는 특히 과밀화된 도시에서 친수성 하천 공간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 이른바 ‘하천환경개선사업’ 또는 ‘하천환경정비사업’이다. 하천환경개선사업은 하천의 환경 기능을 보전·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하천사업이라 할 수 있다. 하천환경의 개선 또는 정비에서 한 발 더 나간 개념이 이른바 하천복원이다. 삶의 질은 사회의 물질적 풍요나 기능적 효율성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사회의 경제적·문화적 건전성은 물론 대기 물 토양 등 환경의 건전성이 요구된다. 하천이나 호소는 지역 환경의 주요 구성 요소로서, 특히 자연성이 약한 도시에서는 귀중한 자연 환경의 일부이다. 따라서 훼손된 하천을 원래의 자연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지역 사회의 자연 환경의 보전, 복원, 창출이라는 면에서는 물론 우리의 잃어버린 정서를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것이다. 또한 하천복원은 산 들 호수 해안 섬과 같은 다른 자연환경의 복원 중에서 가장 급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다. 하천복원은 자연복원의 시금석이다.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천복원사업은 지역을 흐르는 하천을 복원해 지역 주민들과 하천 동식물이 공존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는 하천공원화사업과는 차별된다. 이러한 사업의 계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 모든 단계에서 지역주민들의 직·간접적인 참여가 기본이다. 이 점에서 하천복원사업은 이·치수 기능을 향상시키는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하천사업과 궤를 달리한다. 김창완 건설기술硏 수석연구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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