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내사” 40일… 김 전지사등 수사안팎
◎드러나는 공직비리… 매서운 「사정메스」/대통령과 동창… “ 성역없다” 입증/사정기관의 「직무비리」도 추적
청와대 특명사정반의 1차 활동결과가 김상조 전경북지사에 대한 전격적인 형사조치로 가시화 되었다.
공직사회의 기강확립을 위해 노태우대통령의 특별지시에 의해 지난달 12일 발족한 특명사정반은 그동안 고위공직자의 부동산투기및 비리를 집중 내사,중앙 및 지방 3급이상 고급공무원 20여명에 대한 구체적 혐의를 포착했다.
지난 21일 단행된 시도지사 및 차관급 9명에 대한 인사에서 탈락된 김전지사는 바로 특명사정반의 내사활동결과가 반영된 것이며 그에 대한 대구지검의 연행,수사도 특명사정반의 지시에 의한 것이다.
김전지사에 대한 형사조치는 노대통령의 통치사정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입증해 주고 있으며 동시에 기존 제도권사정의 한계를 실감하게 해 주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우선 특명사정활동에 성역이 없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김전지사는 노대통령과 경북고 32회 동기동창으로 막역한 사이였으며 도백으로 가기직전에 청와대 치안담당비서관으로 재직했었다. 대통령의 친구이고 한때 신임을 받았다 해도 비리가 드러난 이상 면직 조치는 물론 구속등 형사처벌도 불사한다는 것이 노대통령의 확고한 소신이었다.
특명사정반에서 김전지사의 비리혐의를 잡고 방증을 확보한 후 노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하자 노대통령은 『누구든 범법의 증거가 드러났다면 인사조치는 물론 형사처벌도 해야 할 것』이라고 단숨에 지침을 내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김전지사의 형사조치가 이뤄지기까지는 기존 정부내 제도권사정의 한계를 특명사정반의 활동으로 극복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경북지사로 부임한 지난 88년 5월이후 지금까지 부동산투기,인사비리,이권개입등 각종 비위를 저질러 왔으나 기존 제도권사정기관(검찰 경찰 안기부 감사원 총리 행정조정실 등)으로부터 제동이 걸렸거나 청와대로 비위적발보고가 접수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등 현지에서 수차례 투서등이 있었지만 관계기관에서는 그때마다 무혐의로 처리됐는가 하면 현지 정보채널도 중간에서 담합했는지 「좋은 평가」만 상부에 올라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와대민정비서실은 특명사정반 발족전인 지난연말께 처음으로 김전지사에 대한 비리첩보를 입수,그에 대한 동향을 면밀히 주시해 오다가 특명사정반발족과 함께 본격적인 내사활동을 벌여 상당한 비리증거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기존 제도권사정기관이 김전지사와 노대통령과의 특수한 인간관계를 염두에 두고 그에 대한 복무동향을 「미리 알아서 적당하게 얼버무려」 보고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명사정반은 이와관련,앞으로 검찰 경찰 안기부 감사원등 제도권사정기관자체의 업무상 비리여부도 은밀히 조사하고 이들 기관의 간부직에 대한 복무동향점검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명사정반은 이미 비리혐의를 포착한 3급이상 20여명에 대한 조치를 이달말과 7월 초에 걸쳐 취해나갈 계획이다.
처리의 기본방향은 면직등 행정적 조치와 함께 형사처벌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나 부동산투기나 비리의 정도에 따라 해당기관장에 통보,인사조치를 한 후 관계실정법위반이 명백한 경우 검찰에 이첩,보강수사를 통해 구속등 형사처벌을 할 방침이다.
특명사정반은 또 이미 혐의를 포착한 사회지도층의 부동산투기를 포함해 호화사치불로소득자 2백여명에 대해서도 계속 내사를 벌여 증거가 드러나는 대로 수시로 국세청에 통보,세금을 추징하고 탈법 사실이 분명한 사람에 대해서는 역시 검찰에 넘겨 의법조치할 계획이다.
「연말까지 정치ㆍ경제ㆍ사회를 안정시키겠다」는 노대통령의 5ㆍ7시국특별담화를 강력히 뒷받침하고 실천에 옮기기 위해 금년말까지 시한부로 가동되고 있는 특명사정반의 활동은 이번 김전지사에 대한 형사처벌로 공직사회의 기강확립에 가속력을 붙게 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특명사정이라는 「고단위처방」에 의해서만 공직사회분위기가 잡혀진다면 그 자체가 비정상적이고 또한 특명사정활동이 모든 권력의 청와대집중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공직기강확립의 제도적 장치보완과 함께 정부 각 사정기관의 정상적 활동으로의 전환여건을 갖추는 것이 요청된다. 또 정부의 인사발령이 모두 공직자의 비리와 연계되어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공직사회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고조된다는 점을 감안,비리케이스 여부에 대한 사정당국의 명확한 구분조치도 필요할 것 같다.
◎친인척ㆍ손자 명의 서울ㆍ제주에 투기/각종공사 입찰개입… 「금품인사」 말썽도/김 전지사 혐의내용
22일 대검중앙수사부 고위간부는 『김상조전경북지사와 주변인물을 대상으로 40여일동안 집중 내사한 결과 김씨의 혐의사실을 포착하고 수표추적 등을 통해 모든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히고 『검찰은 앞으로 증거에 입각,비리공무원을 엄단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명사정반과 검찰수사결과 김전지사는 지난 88년 5월부터 2년남짓 경북지사로 재직하면서 부동산투기ㆍ인사비리ㆍ이권개입 등 각종 비리를 저질러 온 것으로 밝혀졌다.
김전지사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땅투기로 3억8천만원의 전매차익을 남겼고,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경북 구미시 형곡동의 임야 5천평과 전답 8백평을 도시개발계획과 유리하게 연계시켜 20억∼30억원을 챙겼다는 것이다.
또부인과 친ㆍ인척,손자(3세) 명의는 물론 심지어 식당종업원의 이름까지 빌려 서울ㆍ구미ㆍ북제주ㆍ서귀포 등 전국을 무대로 부동산투기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결과 그는 이같은 방법으로 지난 88년 6월 북제주군 환경면 고산리에 밭 1천55평을 아들명의로 사들였으며 같은 해 9월에는 자신의 고향인 경북 구미시 현곡동 일대가 주택지로 개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임야 1만7천8백여평을 아들과 손자의 명의로 매입한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제주도 서귀포시 상대동의 밭 1천3백59평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특히 도지사로 있는 동안 시장ㆍ군수 인사를 포함,내부승진 및 전보인사를 할 때마다 「금품을 받고 인사를 했다」는 잡음을 일으켰으며 또 이 때문에 국회의원들과 공공연히 다투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김 전지사는 각종 공사입찰에도 관여,B주택 등 건설업계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고 편의를 봐준 것으로 드러났다.
◎연행 소식에 경북 도청은 초상집/“설마” 했던 시민들 사실듣고 “아연”/연행충격… 대구 표정
○…김상조 전경북지사를 21일 밤 연행,뇌물수수및 부동산투기혐의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대구지검은 김씨에 대한 수사를 대검의 지시를 받아 하는 때문인지 간부들이 취재기자들의 접근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다.
전재기검사장은 22일 상오부터 하오까지 외부인의 접근을 일체 금지시키고 검사장실에서 두문불출한채 수사검사들의 보고를 받고 있으며 심상명차장검사는 수시로 검사장실을 드나들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김 전지사가 검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북도청은 초상집 같은 분위기다.
특히 일부 간부들은 김 전지사의 사건으로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들이 태산.
이는 김 전지사가 골프장 승인과 관련 거액의 뇌물을 받았고 88년 선산군 산동면 선산골프장 승인으로 수억원의 기부금을 장학기금으로 받았다가 중앙의 고위층으로부터 눈총을 받았으며 구미시 공단동에는 6살된 손자 명의 3층건물이 있다는 등의 뒷이야기가 도청직원들의 입을 통해 속속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
○…21일 하오 3시에 퇴임식을 마친 김 전지사는 이날 하오 7시 대구시 중구 계산동 모음식점에서 경북 상공회의소가 베푼 송별연회장에 참석중 하오 9시쯤 전화연락을 받고 나갔다가 돌아와 안절부절하다 집으로 간다고 나가면서 수사관에 의해 연행됐다.
이때문에 송별연도 흐지부지 끝났는데 당초 참석할 예정이었던 대구지검장이 불참해 처음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김 전지사의 고향인 구미지역에서는 김씨가 상당량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소문은 나돌았으나 직접 투기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전혀 뜻밖」이라며 많은 시민들이 이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지역 주민들은 김 전지사가 구미시 형곡동등에 상당량의 부동산을 소유,이 가운데 일부는 최근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인해 지가가 엄청나게 오른데다 구미시 공단동에 상가건물을 구입하는 등 치부를 했다는 여론이 나돌았지만 「설마」 했었다며 『공직자가 이럴 수 있느냐』며 분개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