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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라운지] 프로축구 2군 득점왕 한동원

    “축구 실력은 학력순이 아니잖아요.” 지난달 초 아르헨티나와의 청소년축구대표팀(17세 이하) 친선경기에서 0-2로 패한 윤덕여 감독은 못내 한 선수의 결장을 아쉬워했다.지난 4월 열린 이탈리아 그라디스카시티컵에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끈 프로축구 안양 2군소속의 한동원.청소년대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 한동원은 5골을 뿜어내며 대회 득점왕에 올라 콧대높은 이탈리아 팬들과 관계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2002한·일월드컵 1주년을 기념하는 4개국 청소년팀 친선경기가 열리던 그때 한동원은 네덜란드에서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었다.그로닝겐에서 열린 클럽팀 대항전인 유럽풋볼대회(20세 이하)에 출전해 홈팀 트웬테,SC 헤렌벤과의 2경기에서 각각 2골씩을 뽑아냈다.12개 참가팀 가운데 안양은 7위에 머물렀지만 한동원은 이탈리아에 이어 네덜란드에서도 다시 한번 골잡이로서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한동원은 중학교 중퇴생이다.제대로 말하면 ‘축구가 좋아서’ 스스로 학교를 떠났다.수원 율전초등학생이던 지난 94년 미국월드컵 TV중계를 보던한동원은 호마리우(브라질)와 위르겐 클린스만(독일)의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에 그만 홀딱 빠졌다.큰 아버지인 한문배 한양대 축구감독을 찾아간 그는 축구를 가르쳐 달라고 떼를 썼고,조카의 성화에 못이긴 한 감독은 주말마다 대학 선수들의 틈에 끼어 공차기 연습하는 것을 허락했다.그때부터 이미 축구는 그에게 운명으로 다가왔다.남수원중학교 3년때 KBS배 중고축구대회 결승에서 안양의 박병주 고문(전 감독)의 눈에 띈 한동원은 자신의 유일한 장기인 ‘골 넣기’로 인생의 승부를 걸기로 마음먹었고,지난해 1월 2군 선수로 안양팀에 조기 입단했다.프로에 입단한 한동원은 ‘물 만난 고기’였다.전부터 인정받은 출중한 기량과 득점력,경기를 꿰뚫어 볼 줄 아는 영리함에 프로다운 승부 근성도 붙었다.비록 상금도 트로피도 없는 2군리그지만 올해 5경기만에 4골을 기록,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는 또 팀의 2군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1군을 넘나드는 선수이기도 하다.입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해 5월 울산과의 1군 K-리그 경기에 만16세 24일의 나이로 출전,지난 86년 안양의 정창근이 세운 16세2개월4일의 최연소 출전 기록을 갈아치웠다.지난 5월 광주전에서도 후반 진순진과 교체 투입,정조국과 투톱을 이루며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볐다.한동원은 지금까지 1군 형님들의 경기에 따라 나선 횟수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설레던 첫 경기인 울산전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다섯번.이 가운데 2번 실전에 투입돼 동료들의 부러움을 샀지만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목표인 내년 시즌 1군 진입을 위해서는 더 많은 출장 기회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한동원의 또 다른 목표는 오는 8월 핀란드에서 열리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에서 팀을 상위권에 올려놓는 것.이달 말 소집되는 훈련 명단에 이미 낙점을 받은 그는 이번 대회에서 골잡이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 축구 하나만을 위해 학업을 중단한 한동원.지금은 집안에선 아직 응석받이 막내이자 소속팀에서는 1군의 그늘에 가린 2군 선수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그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기 위해 신발끈을 조여 맨다.최고의 스트라이커 황선홍보다는 ‘황선홍의 자리’를 존경한다는 그는 그래서 당돌한 ‘새끼 호랑이’다. 글·사진 최병규기자 cbk91065@ ■2군리그는 프로축구 2군리그는 유망주 발굴과 육성,1군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 등을 목적으로 지난 2000년 출범했다. K-리그 신생구단인 대구 광주 대전을 제외한 9개팀과 프로축구연맹이 지원하는 경찰청 등 모두 10개팀이 참가하고 있다.남부·중부리그 각 5개팀으로 나눠 팀당 16경기,총 80경기를 치른다.1군의 팀당 44경기,총 264경기에 견주면 3분의1 수준. 지난해까지는 양 리그의 상위 2개팀이 4강전을 거쳐 우승팀을 가렸지만 올해부터는 우승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2군리그 본래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양 리그의 1위만을 뽑는다. 2군리그의 주류를 이루는 선수는 신입생들.1군에서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거나 부상한 경우,적절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선수들도 2군에서 머물러야 한다.다만 ‘스타군단’ 성남과 같이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 구단에서는 어느 정도 실력이 있어도 주전급 선수들에 가려 쉽게 1군에끼어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올시즌 신인왕 후보 최성국(울산) 정조국(안양)처럼 입단 직후 바로 1군에서 뛰는 것은 특별한 케이스.대부분의 신입생들은 1∼2년 정도 2군에 머물며 가끔씩 1군 경기에 교체 투입된 뒤 1군 입성의 꿈을 이룬다. ‘태극전사’ 최태욱(안양)도 부평고를 졸업한 2000년 2군으로 입단했고,같은 팀의 김동진 박용호 최원권 등도 2군에서 기량을 쌓은 뒤 1군에 진입했다.
  • 장마철 PC관리 어떻게 / “하루 한번씩 켜는 습관을”

    7월 중순까지 지루한 장마가 이어질 전망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PC도 장마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 습기가 많아지면 기계적인 고장을 불러오게 되고,또 내부에서 발생하는 높은 열과 습기가 만나게 되면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고장을 초래할 수 있다. ●통풍이 잘 되게 하라 PC는 작동할 때 열이 많이 발생하는 기기다.주요 부품이 케이스에 싸여 있어 더하다.PC를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둬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가능하면 벽과 10㎝ 이상의 간격을 두고 설치해야 한다.책상 위처럼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고,특히 PC 뒷 부분에 있는 냉각용 팬이 가려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일부 사용자는 모니터나 PC 위에 먼지 방지용 커버를 씌워두기도 하지만 이는 절대 금물이다.팬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가끔씩 PC를 분해,미술용 붓 등으로 내부의 먼지를 털어 주는 것이 좋다. ●습기를 없애라 습기가 많으면 PC의 전기 단자들이 부식돼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단자가 부식됐다면 면봉에 알코올을 묻혀 가볍게 닦아주고 잘 말려서 사용하기만 해도대부분의 문제는 손쉽게 해결된다. 습기가 많은 장마철에는 잠깐씩이라도 하루 한 번씩 PC를 켜 주는 것이 좋다.PC를 켜면 내부의 팬이 돌아 환기를 시키고 이 때 작동하는 열로 내부의 습기가 마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내부에 습기가 차 고장이 날 수 있다. ●번개칠 때는 전원 등 제거하라 벼락이 칠 때는 PC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PC에 연결된 전기코드와 전화선을 뽑아둬야 한다. 사용 중에 벼락이 치면,전화선이나 전기선을 통해 벼락이 타고 들어와 내부 회로가 타게 되고,폭발 위험성도 있다. PC의 전원으로 ‘서지 프로텍트’라는 안전장치가 달린 멀티탭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침수된 PC 응급처치법 PC가 물에 잠겼을 때는 가장 먼저 전기 케이블을 빼야 한다.그런 다음 PC를 분해,깨끗한 물에 씻은 뒤 그늘에서 말리면서 최대한 빨리 애프터서비스(AS)를 신청해야 한다. PC가 깨끗한 물에 젖었다면 잘 말리는 정도로도 충분하지만 장마로 인한 침수는 대부분 흙탕물이기 때문에 내부 부식에 주의해야 한다. PC나 부품을 말릴 때는 헤어 드라이기 등을 사용해서는 안된다.정전기가 발생,치명적인 부품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응급조치가 끝난 뒤에도 HDD,FDD,CD-ROM 드라이브 등의 저장장치는 반드시 전문 수리센터에 맡겨야 한다. LG IBM 서비스팀의 최종두 부장은 “여름철,특히 장마철에는 날씨 관계로 PC 고장이 잦다.”면서 “평상시에 사용상의 주의사항이나 침수된 PC의 응급조치 요령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
  • ‘헬기 시찰’ 비서관 3명 경질 안팎 / 氣빠진 청와대 ‘盧기등등’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새만금 가족동반 헬기 시찰’ 파동과 관련,조재희(1급) 정책관리비서관과 농어촌TF 정명채(1급) 팀장,노동개혁TF 박태주(2급) 팀장의 사표를 전격 수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1,2급 비서관 3명이 집단사표를 내는 형식이었지만 사실상 경질이다.청와대 비서관 3명이 한꺼번에 경질된 것은 드문 일이다. 당초 청와대 징계위원회에서는 이날 경질된 비서관을 포함해 새만금 시찰에 나섰던 비서관·행정관 9명에 대해 ‘경고’를 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으려고 했다.하지만 사안이 중대한 데다 언론 보도에 따라 해당 비서관들은 청와대 생활을 그만두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텔레비전에 나온 시찰 장면이 매우 자극적인 것도 경질의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비서관 3명이 경질된 데에는 ‘나사풀린’ 청와대의 기강을 바로잡으려는 노 대통령의 뜻이 실려 있다고 할 수 있다.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지난주 문희상 비서실장으로부터 새만금 시찰 파동에 대한 보고를 받고,공사(公私)를 구별하지 못한 직원들의 행동에 격노했다.”고 말했다.비서관들이 경질된 배경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국가정보원 간부들의 사진이 오마이뉴스에 보도된 사건과 겹쳐 청와대의 기강해이가 위험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에 따른 ‘시범케이스’가 필요했다는 얘기다.그러나 일부 동정론도 없지는 않다.사표를 낼 정도로 대단한 잘못을 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최근 문 비서실장은 직원회의에서 언행을 조심하라고 당부하면서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말했다.문 실장의 말대로 ‘국정원 간부사진 유출’에 이어 ‘새만금 가족동반 시찰’ 문제까지 터진 청와대 내에서는 가랑비가 아니라 ‘폭우’로 떠내려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도와야 할 비서실 직원들이 오히려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한 비서관은 최근 우려할 만한 사건·사고가 청와대에서 연달아 발생한 원인에 대해 “국정운영을 할 만한 정신무장이 덜 된 것 같다.”고 씁쓰레했다.청와대 비서로서 ‘무거운 책임의식’ 등이 결여됐다며 ‘아마추어리즘’을 지적했다. ‘새만금 시찰’ 보도가 터져나온 24일 저녁 청와대 춘추관 직원들 대부분이 퇴근한 채 한 행정관만 기자들을 응대하느라 애를 먹은 데서도 청와대의 현 주소가 읽혀진다. 노 대통령은 다음달 2일 청와대 전직원 조회를 갖고 복무자세 및 근무기강에 대해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소영기자 symun@
  • [대전청사 5년] ①행정수도 이전 기대

    이전초기 대부분 가족과 떨어져 생활 각종 회의·보고위해 잦은 서울출장 최근 중앙근무보다 대전잔류 희망 정부 대전청사가 다음달이면 이주 5년을 맞는다.이주 당시만 해도 공무원들은 눈물을 머금고 대전으로 옮겨가는 분위기였다.검찰·경찰·국세청 같은 권력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청 단위 행정기관만 줄줄이 대전으로 내려온 무력감이 컸다. 관세·조달·통계·중소기업·특허·산림·철도·병무·문화재청과 정부기록보존소·대전청사관리소 등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은 4600여명.이들은 5년동안 정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대전의 공무원문화를 형성했다.이제는 행정수도 이전기대와 맞물려 새로운 ‘대전 드림’을 꿈꾸고 있다. 대전청사 공무원들의 생활상과 애환,그들만의 문화 등을 3차례에 나눠 알아본다. 특허청 A과장은 최근 어깨를 짓누르던 짐을 덜었다.지난 98년 대전청사로 이주하면서 안고 왔던 빚을 대부분 갚았기 때문이다.그는 “98년 당시 경제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서울 집은 제값을 못받고 대전에서는 또다시 융자를 얻어 집을 구하다보니 이중 부담이 됐다.“면서 “대전청사 조성 초기 가족 전체가 이주한 공무원 대부분이 나 같은 속앓이를 겪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대전청사 공무원들을 위해 조성했던 샘머리아파트에는 점차 일반 시민들의 입주가 많아졌다.청사관리소 관계자는 “2000년 당시 청사 공무원의 약 38%가 샘머리아파트에 거주했지만 현재는 크게 감소했다.”면서 “원인은 많겠지만 빚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파트를 팔고 상대적으로 값이 싼 다른 아파트로 이주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대전청사에서 200여m 떨어진 샘머리아파트 32평 매매가는 1억 8000만원대로 입주 당시에 비해 2배 이상 올랐다.전세가격도 5000만원에서 1억 3000만원으로 뛰었다.둔산지역 아파트 사정이 비슷한 편이다. 이주자들은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주테크의 효력을 단단히 느끼고 있다.행정수도 이전 기대감으로 부동산값은 최근들어 급등해 재산가치 상승의 계기가 됐다.하지만 자녀들의 교육문제나 맞벌이 등으로 대전에 혼자 내려와 있는 ‘기러기 아빠’들의 부담은 그만큼 큰셈이다. B서기관은 “그동안 월급을 쪼개 서울과 대전에서 두 집 생활을 해왔는데 대전의 전세가격이 최근 크게 올라 당황스럽다.”며 “아파트에서 원룸으로 거처를 옮기거나 서울사무실 근무도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이제 서울로 다시 올라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이주 당시에만 해도 서울이나 경기지역에 근무하려는 경쟁이 치열했으나 이제는 희망자를 물색해야 할 정도다.지난해 철도청이 고속철도본부(62명)를 서울로 이전하면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고 서울 연고 직원들을 선정,배치한 것은 대전청사 위상변화의 한 단면이다.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추진에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지만 일부 공무원들의 우려도 적지 않다.행정수도 이전을 적극 찬성하는 공무원들은 “하루라도 빨리 와야 한다.”고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행정수도가 이전하면 각종 보고나 회의 등을 위해 수시로 서울을 왕복하던 번거로움과 함께 금쪽 같은 시간을 거리에서 허비하는 비능률을 해소할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지방에서 근무한다는 ‘낙동강 오리알’이라는 불명예(?) 회복과 인사상 소외,정보 부재 등 지방 근무에 따른 상대적 손실을 한꺼번에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중소기업청 박양우 기획관리관은 “부임 7개월중 2개월 이상,6월들어 근무한 15일 가운데 12일을 서울에 머물렀다.”며 “업무협의나 회의 등 불가피한 일이지만 결재지연 등 현안 업무 처리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청사 고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대전청사가 조성 목적에 부합하고 있는지 우선 묻고 싶다.그동안 정부는 지방에 내려 보낸 기관에 대해 인센티브는커녕 방관만 한 것이 사실이다.”면서 “권한이 전혀 위임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리상 떨어져 있다보니 오히려 불편·불안하고 눈치를 보게 되는 작금의 상황이 ‘내려와서 고생좀 해 보라.’는 이상한 논리로 비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 ■터줏대감 최종수 산림청장 정부대전청사에서 행정고시 11회로 최고참 청장인 최종수(사진·54) 산림청장은 가장 오래 대전청사 생활을 한 ‘터줏대감 청장’으로 꼽힌다.대전청사 개청과 동시에 내려온 뒤 5년동안 그는 매일 오전 7시30분이면 청사 구내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한다.혼자서 생활하는 그의 건강유지 비결은 꼬박꼬박 아침 챙겨먹기다. 강원도 강릉 출신답게 “아침은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는 생활습관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하지만 경기도 용인에서 약국을 하는 부인의 신신당부도 적지 않게 작용했던 것 같다.그의 ‘총각생활’도 부인의 직업 때문이다. 최 청장은 힘들고 귀찮을 것 같은 대전생활을 아주 성공적으로 지내는 케이스로 꼽힌다.물론 그도 처음에는 술과 함께 자유를 만끽했던 적도 있다.그는 “98∼99년 당시 대전청사에 처지가 비슷한 대전 총각들이 많았다.”면서 “이들과 어울려 때아닌 방황을 하면서 술 실력이 일취월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대전생활의 또다른 즐거움을 찾기 시작했다.바로 요리와 산책이다.최 청장의 저녁식단은 ‘햇반’과 ‘라면’ 그리고 ‘참치통조림’이다.비록 소찬이지만 끼니마다 외식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즐거움이 크다.그는 “전혀 부담스럽거나 번거롭지 않다.비슷한 처지에 있는 직원들도 배웠으면 한다.”면서 “식사후 가벼운 몸으로 잔디가 쭉 펼쳐진 갑천변을 걷는 이런 생활이 서울에서 가능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최 청장은 “생활의 질을 따진다면 서울보다 30% 이상 향상됐다고 본다.”면서 “직원들이 현 생활에 안주하기보다는 자기계발을 위한 좀더 많은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그는 “대전청사 이전 초기 공무원들의 불만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인식이 크게 변하면서 안착하고 있음을 느낀다.”며 “개인적으로 시작은 힘들었지만 5년간의 대전생활은 가장 소중한 시기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늦은 밤이나 새벽녘에 잠을 깬 뒤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독신생활 공무원의 공통점인 듯하다. 박승기 기자
  • 가까이서 본 김정일 / 탈북한 일본인 전속요리사 후지모토 책 펴내

    |도쿄 황성기 특파원|북한 체재 13년간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로 일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가명·56)가 자신이 듣고 겪은 김 위원장의 후계구도와 베일에 싸인 북한 권력 내부의 이야기들을 엮어 책으로 냈다.후지모토는 1982년 북한에 건너가 김정일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어 총애를 받았으나 결국 스파이로 의심받고 2년 전 탈출,중국을 경유해 귀국했다.20일 일본에서 발매된 ‘김정일의 요리인-가까이에서 본 권력자의 얼굴’을 발췌,요약한다. ●김정철은 여자같아 김정일은 여러 명의 처가 있다고 하지만 남자를 낳은 것은 성혜림과 고영희 두 사람뿐이다.성혜림의 장남 김정남은 2001년 일본 밀입국에 실패한 이후 북한에 돌아갈 수 없는 상태이다.그래서 고영희의 장남 김정철이 후계자로 유력시된다는 설이 있으나 그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김정일은 김정철을 가리켜 “저건 안된다.여자같다.”고 자주 말했다. 김정일이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아들은 김정운이다.그는 아버지와 굉장히 닮아 체형도 비슷하다.그렇지만 그의 존재는 외부에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내가 군복을 입은 고영희의 두 아들과 처음 만난 것은 신천 초대소에서였다.그들은 비서과(후지모토의 소속부서)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는데 둘째(김정운)가 나를 째려보며 ‘이놈은 미운 일본인’이라고 말하던 날카로운 눈매를 잊을 수 없다. 고영희는 정말로 미인이다.일본 여배우로 치면 요시나가 사유리를 빼닮았다.고영희는 김정일과의 연애시절 추억을 들려준 적이 있다.두 사람의 추억의 노래는 심수봉의 ‘그때 그사람’으로 고영희가 불러주곤 했다.이 노래는 김정일과 고영희가 벤츠를 타고 드라이브를 나가면 새벽 동틀 때까지 차 안에서 함께 들었던 노래였다고 한다. 김정일은 고영희를 대단히 신뢰했다.그런 그녀에게는 상당한 자유가 주어졌다.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유럽이나 도쿄 디즈니랜드에도 간 적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고영희는 보통 때는 평양의 김정일 저택에 살지만 김정일이 각지로 이동할 때에는 반드시 동반하는 사실상의 본처로 부하들은 그녀를 ‘어머니’로 불렀다. ●세계 각국으로 요리재료 사러 다녀 요리 재료를 사기 위해 나는 몇 차례나 외국에 갔다.김정일로부터 “○○을 사와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항공 티켓을 수배해 재료를 사러 비행기를 탔다.일본에는 주로 싱싱한 생선을 사러 갔다.한번은 질이 좋은 참치나 고영희가 좋아하는 오징어 등을 사고 보니 무게가 1200㎏이나 된 적이 있어 구입한 재료를 공수하는 운반료만 상당한 금액이 됐다. 일본에서는 생선,이란과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철갑상어알,덴마크에서는 돼지고기,체코에서는 생맥주,태국·말레이시아에서는 두리앙,파파이아 등 과일,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는 포도를 구입했다. 김정일이 얼마나 대단한 미각의 소유자인가 하면 어느날 “후지모토,오늘 초밥은 어쩐지 맛이 달라.”라고 지적했다.술을 많이 마신 탓이라고 생각하고는 주방에 가보니 설탕이 보통 때보다 10g정도 적게 들어간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기쁨조에게 전라 강요 신천 초대소에서 디스코 춤을 잘 추는 기쁨조 5명에게 김정일이 갑자기 “옷을 벗으라.”고 주문했다.기쁨조들이 겉옷을 벗자 이번에는 브래지어나 팬티도 벗으라고 주문해 다소 놀라는 표정을 지었으나 장군님의 명령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그녀들은 옷을 모두 벗고 전라로 춤을 췄다.연회에 참석한 간부들과 나에게도 “함께 춤을 추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김정일은 “춤추는 것은 좋지만 만져서는 안 된다.만지면 도둑놈”이라고 주의를 주었다.김정일에게 기쁨조의 무희들은 그의 딸과 비슷한 존재인 것 같았다.흔히 ‘기쁨조 여성들이 (김정일이나 당 간부들의)밤의 상대로 강요당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간부들에게까지 “무희들을 절대 만져서는 안 된다.”고 말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1994년 핵위기 때는 심야에 이동,위성방송도 즐겨 1994년이 되자 미국의 정찰위성에 발각되지 않도록 김정일의 초대소에서 초대소로 이동할 때는 한결같이 심야나 이른 아침을 이용했다. 그것도 위장하기 위해 벤츠 10대를 함께 움직이는 대이동이었다.이동을 알리는 신호는 출발 10분 전에서야 통지됐다.이동할 때 김정일을 태운 차량은 가장 선두를 달렸다.누구 하나 그를 앞서 달리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초대소에는 안테나가 설치돼 있어,NHK,CNN,WOWOW 등 세계 각국의 위성방송을 볼 수 있었다.어느 날 김정일은 일본의 스타 채널을 볼 수 있도록 명령했다.이같은 명령이 있은 지 열흘 뒤 감쪽같이 TV에서 스타 채널을 시청할 수 있었다. ●쏘았는가,쏘았습니다 1995년 12월30일,거기에는 7명의 대장이 늘어서 있었다.김정일은 그들을 향해 ‘그 놈을 쏘았는가.’하고 물었다. 김정일의 질문에 한 대장이 “예,어제 쏘았습니다.”라고 대답했다.나는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살해당한 사람이란 것은 ‘반 김정일파’일 것이다.그것도 이번에는 24,25명이나 한 번에 사살됐다고 한다. 최용해(崔龍海)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 제1서기가 1998년 1월 사망했을 때 자택 아파트의 쌀독에서 약 15만달러가 발견됐다는 소문이 평양에 나돌았다.기쁨조 출신인 그의 부인을 포함한 가족 전원이 섬으로 보내졌다. ●김정일,장성택에게 냅킨 케이스집어던지기도 후지모토는 책 발매에 맞춰 이날자 산케이 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하루는 초밥을 만들고 있을 때 측근 중 측근으로 처남인 장성택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의견 차이가 있었는지 책상 위의 냅킨 케이스를 던진 일도 있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김정일에 대해 “평소는 잘난 체하지 않고 웃는 얼굴이 끊이지 않는 온후하고 취미가 많은 사람이지만 국가운영에 관한 것,특히 정보를 보고하지 않거나 잘못이 있을 경우 국가최고 간부급이라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전화 등으로 호통을 치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식량위기가 엄습한 1994년 이후에도 김 위원장의 식탁에는 온 세계의 사치스러운 먹을거리가 가득했으며 참치 뱃살,방어 등의 기름진 초밥을 즐겨 먹었다고 전했다. marry01@ ●후지모토는 누구 아키타(秋田) 출신의 초밥 요리사.1982년 일본의 북한계 무역회사인 ‘일조무역상사’로부터 소개를 받고 북한에 건너가 파격적인 월급 50만엔을 받으며 김정일이 참가하는 연회에 초밥을 비롯,주로 일본 요리를 만들었다. 그는 김정일로부터 ‘일본의 스파이’로 의심받기 시작하면서 탈출을 결심,“일본에 잠시 다녀오겠다.”고 김정일의 허락을 받은 뒤 2001년 4월24일 북한을 떠나 중국을 경유해 일본에 귀국했다. 그는 1989년 일본에 두고 온 부인과 이혼한 뒤 북한에서 만난 기쁨조 출신의 20세 연하 엄정녀와 같은 해 결혼했지만 탈출 때 부인과 자식을 데리고 오지 못했다. ●증언,믿을 만한가 일본 공안당국의 한 관계자는 “탈북자들이 써내는 북한 실상을 증언한 책들의 대부분에 거짓말이 많은 반면 후지모토의 증언은 상당부분 사실로 보이며 파악하고 있는 정보와 일치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후계자 대목과 관련해 김정운이 부상하고 있는 점은 일본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부분과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영희와 두 아들이 일본에 밀입국했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려우며 따라서 사실인지 아닌지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그는 “현재 후지모토는 가나자와에 머물고 있으며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세계인 - 우리는 이렇게 산다 / 프랑스인들은 사치스럽고 과시욕 강하다? 천만에요‘빵 부스러기 시장’ 인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프랑스는 명품과 패션,포도주,영화,미술 등 우아하고 화려한 것들을 우선 떠오르게 한다.따라서 프랑스 사람들도 무척 사치스럽고 과시욕이 강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대부분의 프랑스 사람들은 무척 절제되고 검소한 생활을 한다.프랑스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검소함과 절제된 모습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빵 부스러기 시장(마르셰 오 미에트)’은 프랑스 사람들의 검약함을 생생하게 살펴 볼 수 있는 기회다.이 시장은 그야말로 집에 있는 빵 부스러기까지 모두 내다 판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프랑스의 독특한 서민문화다. |파리 함혜리특파원|시장은 대개 마을 축제 기간중에 열리는데 사람들은 일년에 한두번 정도 주어지는 이 기회를 이용해 다락이나 창고에 쌓아 두었던 안 쓰는 물건들을 처분하는 기회로 활용한다.필요없는 물건은 내다 팔고,그 돈으로 꼭 필요한 물건을 산다.특히 용돈을 거의 받지 않는 프랑스의 어린이들에게는 이 시장이 필요한 현금을 자기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안쓰는 물건 내다팔고 필요한것 구입 지난 15일 파리 교외의 작은 도시 아르퀘이에서도 마을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빵 부스러기 시장이 섰다.따가운 햇살 아래서 좌판을 펼쳐 놓고 물건을 파는 사람들도,혹시 필요한 물건을 싸게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산보삼아 나와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모두 즐거운 표정이다. 사람들은 아이들의 배냇 저고리부터 입지 않는 옷가지,커튼,신발,헌 책,유모차,디스크,책상,스탠드,시계,짝이 맞지 않는 그릇 등을 내다 놓고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괜찮은 물건들도 많지만 어떤 것들은 누가 이런 걸 돈 주고 사갈까 사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애지중지 아끼던 장난감과 인형,로봇,장난감 자동차,구슬,그림책과 만화책 등을 들고 나와 진지한 표정으로 앉아 흥정할 준비를 하고 있다. 가격도 물론 무척 싸다.티셔츠,스웨터 등 옷가지는 무조건 1유로(1500원),접시가 1유로,자그마한 그릇은 50센트,사발 5개에 2유로,청바지가 2유로,구두 2유로 등이다.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사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이 싼 가격이다.주인 마음이니까 잘 흥정하면 값을 깎아 주기도 한다.파장할 무렵이 되면 떨이로 물건값이 절반으로 또 떨어진다. ●파장무렵이면 물건값 반으로 매년 이 시장이 서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사람들은 아예 커다란 해변용 파라솔과 등받이 의자 등을 설치하고 느긋하게 앉아 손님을 맞는다.처음 나오는 사람들은 땡볕에서 고생을 하지만 일광욕을 하는 셈 친다. 엄마는 헌옷과 그릇,아빠는 헌책과 디스크,아이들은 인형과 장난감을 가지고 나와 좌판을 벌인 가족들의 모습이 정겹다. 바로 집앞에 판을 벌인 한 소녀는 동생들과 나란히 앉아 소꿉장과 인형을 팔고 있다.물건들을 팔아 번 돈을 은행에 넣었다가 책을 사보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힌다. 11살된 로벵이라는 소년은 로봇 등 장난감을 잔뜩 가지고 나왔다.이날의 소득은 150유로 정도.새로 나온 게임보이를 살 계획이라고 했다. 우체국에서 일한다는 로랑 레비 부부는 1950년대의 ‘파리마치’지를 잔뜩 들고 나왔다.50년 넘게 세월이 흐른터라 잡지는 색이 누렇게 바래긴 했으나 보존 상태는 무척 깨끗한 편이다.데뷔 시절의 소피아 로렌,모나코 왕과 갓 결혼한 그레이스 켈리 등 당시 유명 연예인들의 사진이 표지에 실린 파리마치는 레비의 아버지가 애지중지 했던 물건들이라고 한다. 레비는 “영화 관계 일을 했던 아버지가 자료로 수집했던 것”이라며 “내게는 별로 필요가 없고 무엇보다도 다락의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해서 이번 기회에 팔러 나왔다.”고 말했다. 50년된 파리마치가 한권에 1.5유로인데 여러 권을 사면 값을 깎아 주겠다고 했다. 오래 된 수동식 카메라 수집이 취미인 레비는 수집품 중의 하나인 1920년대의 카메라도 30유로에 내놓았다.가죽 케이스까지 있는 것은 구하기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20여개의 구식 카메라를 수집했다는 그는 “모두 다 정리해서 최신형 디지털 카메라를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멀리서 일부러 이곳을 찾아 왔다는 어떤 노부인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 아다모의 디스크 3장을 2유로에 구입했다.”며 만족해 한다. ●어린이들도 장난감 팔아 용돈마련 프랑스 사람들의 중고품문화는 싸고 좋은 물건이 넘쳐 나는데 굳이 중고물건을 사서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특히 남이 쓰던 물건을 집에 들여 놓는 것을 금기시하는 우리나라 문화와는 사뭇 다르다. 체면치레를 위해 돈이 모자라도 무조건 명품이나 브랜드 제품을 찾고,작고 실속있는 것보다는 큰 것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런 풍경은 사뭇 낯설겠지만 절제되고 검소한 생활이 몸에 익은 프랑스 사람들의 삶에서 남이 좀 쓰던 물건을 싸게 사서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생활의 단면이다.파리 북부의 포르트 드 클리냥쿠르에 있는 ‘벼룩시장’이 날로 번창하면서 관광명소가 된 것만 봐도 중고물건을 대하는 이나라 사람들의 의식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식탁보와 접시·옷가지 등을 들고 나온 50대의 한 부인은 “제대로 쓰지 않고 집에 쌓아두는 물건들이 너무 많아서 정리하기 위해 이곳에 나왔다.”며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사람들에게 파는 것은 내게 작은 즐거움이고,사는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을 주니 좋다.”고 말했다. lotus@ ■파리의 유명 벼룩시장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쓰던 물건을 사는데 주저함이 없다.아직 쓸만 한데다 값도 새 물건의 절반정도로 싸다면 금상첨화다.중고물품이나 골동품을 파는 ‘벼룩시장’도 프랑스가 원조로 알려져 있다.벼룩시장은 불어로 ‘마르셰 오 퓌스’라고 하는데 퓌스(puces)가 바로 벼룩들이란 뜻이다. 이 명칭은 벼룩의 색깔이 오래 된 갈색이어서 붙여졌다는 얘기도 있고,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벼룩과 함께 물건의 주인이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바뀌기 때문에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하여튼 파리의 서민적인 모습과 다양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는 벼룩시장은 그냥 한번 찾아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기 때문에 진귀한 물건을 찾으며 주말을 즐기려는 프랑스 사람들과 프랑스 냄새가 나는 독특한 물건들을 구입하려는 관광객들로 언제나 북적거린다. 주말에 열리는 파리의 상설 벼룩시장은 4곳에서 서는데 약간씩 다른 특징들이 있다.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곳은 파리 북쪽의 클리냥쿠르 벼룩시장이다. 1920년대 형성되기 시작한 이곳은 생투앙시장이라고도 부른다.규모도 엄청나게 클 뿐 아니라 단추부터 고서적,골동품,의류,전자제품,아프리카의 조각품까지 그야말로 없는 물건이 없다. 생산이 중단된 LP디스크나 30∼40년대의 장식품,액세서리,그릇들도 자주 눈에 띈다.외국인들에게 이 시장은 생활용품을 싸게 장만할 수 있는 알뜰 장터다. 규모가 커지면서 클리냥쿠르 시장에는 가짜 골동품들도 등장해 문제가 되고 있다.비싼 값을 치르고 섣불리 샀다가는 낭패를 보기 일쑤다.100년전 그릇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갓 구워낸 뒤 들판에서 며칠 비를 맞은 것들이 대부분이다.철공소에서 금방 만든 조각품이나 촛대는 화학약품으로 녹을 입혀 팔고 있다. 도난 물품들까지도 한 귀퉁이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동쪽에 있는 몽트뢰이 시장도 저렴하고 오래된 의류나 생활용품,일용잡화 등을 살 수 있다.남쪽에 있는 방브 벼룩시장은 소규모지만 재수가 좋으면 잡동사니 속에서도 숨겨진 보물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골동품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있다.중고 가구나 품질좋은 골동품·고서적·그림 등을 살 수 있다.
  • “금감위가 재경부 견제해야”권영준 경실련 정책協 의장

    금융감독위원회가 재정경제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권영준(경희대 교수) 경실련 정책협의회 의장은 14일 금융감독원 대회의실에서 비공개로 열린 금감위 초청 특강에서 “금감위와 금감원이 재경부의 독주를 견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금감위 관계자가 전했다. 권 의장은 이어 “재경원이라는 통합 공룡부처가 탄생하면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깨져 외환위기를 초래한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면서 “외환위기 이후 시장의 도덕적 해이에는 시장 규율을 담당하는 금감위·금감원의 책임도 있다.”고 덧붙였다.권 의장은 또 “시장 규율 확립을 위해 금감위·금감원의 내부 견제 시스템 강화와 함께 외부 전문가 집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감독 기관이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조직이 돼야 재벌정책과 관치금융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기관의 외부인사 특강 정례화 첫 케이스인 이날 강연에는 금감위 과장과 금감원 팀장 이상 간부 150명이 참석한 가운데,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손정숙기자 jssohn@
  • 재외공관장 정기인사 안팎 / 전문가·여성 직업외교관 발탁 눈길

    13일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31명의 대사·총영사 가운데는 전문가 출신으로 발탁된 대사들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인 경우는 성염 주 교황청 대사.가톨릭대 신학과를 나와 이탈리아 살레시안대에서 고전문학 박사 학위를 받고 서강대 교수로 재직 중 발탁됐다.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줄곧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높여 왔다.청와대 보좌진 내에서 정부 출범 전부터 교황청 대사로 점찍어 뒀다는 후문이다.로마 유학시절부터 교황청 관계자와 지속적으로 교류,교계에선 교황청통으로 불렸다.남미의 대표적 농축산국인 아르헨티나 대사로는 미국 미주리대 농경제학 박사 출신인 최양부 농식품유통연구원 이사장이 발령됐다.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농수산수석을 지냈다.청와대 추천 케이스로 알려졌으며,정찬용 인사보좌관과 같은 광주일고 출신이다. 우리나라 상록수 부대가 파견됐던 동티모르에는 유진규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임명됐다.육군 준장 출신인 유 대사는 국방부 군비통제관으로 제네바 회담에도 참여했다. 여성 직업 외교관 가운데 처음으로 대사가 나왔다.김경임 주 튀니지 대사는 1978년 외시 12회에 합격,첫 여성 외교관이 된 뒤 25년 만에 대사직에 올랐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일부 대사에 임명된 것과 관련,“윤영관 외교부장관의 인사 컬러가 묻어난 것 같다.”는 분석도 나왔다.유엔 대사와 차석 대사로 각각 임명된 김삼훈 전 캐다나 대사와 천영우 전 국제기구정책관도 북핵과 다자외교 전문가들이다. 청와대의 천거 케이스도 있었지만 역대 정권 가운데 비교적 낮은 비율이라는 평가다.대사의 경우 평균 연령이 3세,외시 기수는 3회 정도 내려갔다. 김수정기자 crystal@
  • 유통특집 / 육아일기장 ‘최초 1000일‘출간

    “D-180,5월10일.뒤집기. 예방 접종을 하고 온 날.오늘은 바깥구경을 하고 좋기는 했지만,주사 맞느라고 아팠을텐데….하지만 기특하기도 하지.조그만한 것이 어떻게 하면 엄마를 기쁘게 해줄까를 생각했는지 저녁에는 한참을 엎드려서 길 것 같이 꼼지락거리더니,글쎄 폴짝 뒤집기를 하더구나. 어떻게 했냐구? 엉덩이가 무거웠는지,먼저 배를 뒤집고 몸이 한참이나 꼬였지.눈은 뻘게져 힘쓰는게 보였지만,엄마는 도와주지 않았단다.그래서 오늘은 특별한 하루가 될 것 같구나.” 자식의 어린 시절 모습을 대신해서 기록함으로써 자식들의 양육을 위해 쏟아 넣는 부모의 애정어린 손길을 한 눈에 보여주는 ‘육아용 다이어리(Gem Diary·사진)-최초 1000일의 기억들’이 최근 나왔다.오롬출판사(02-2273-7011),17만원. ‘육아용 다이어리’는 임신부터 아기의 출산 후 24개월까지 엄마와 아기의 성장과 발달에 관한 소중한 기록을 영구히 보존함으로써,아이가 성장한 후 자신의 기억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자신의 유년기에 일어난 모든 일들을 일목요연하게 알아볼수 있게 한 종합보고서 형식이다. 다이어리가 자식의 양육을 위해 쏟는 정성과 애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만큼 자식의 일탈을 막아주는 최후의 방호벽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자식이 다음 세대를 양육하는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는 것이 출판사측의 설명이다. 특히 ‘육아용∼’은 산부인과 전문의,소아과 전문의에게 의뢰해 ▲임신중 신체변화와 증상 ▲임신부를 위한 생활상식 ▲임신중 검사 ▲출산 준비물 ▲성장 그래프 ▲성장발육 체크사항 등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항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또 ▲아이 사진을 붙이는 코너 ▲손바닥과 발바닥을 찍는 코너 ▲탄생·백일·첫돌 때 온 축하전보 붙이는 코너 등도 마련했으며,디지털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도록 CD케이스도 부착했다.
  • [마당] 읽기는 힘이 세다

    로스앤젤레스에는 살며시 가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우리는 가기 전부터 소문을 크게 내고 갔다.낮에만 일을 하고 가능하면 친구들 만나는 데 시간을 많이 쓸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20년만에 만나도 얼굴을 알아볼 수 있다는데 안심한 나머지,‘별로 안 변했네’‘멀쩡하네’‘그대로네’ 하면서 애들이 우리 말 들으면 웃을 거라고,나이든 사람들이 옛날 그대로라니,주제 파악까지 해가며 깔깔 웃었다.즐거웠다.그리고 좀 쓸쓸하기도 했다.옛 친구 만나니 자연히 예전 생각도 나고 돌이켜 보기에 딱히 후회되거나 아쉬운 일도 없지만 뭐랄까.이젠 서로가 더 이상 큰 변화가 없겠구나 싶고,모두들 자기 앞의 생을 열심히 살았지만 기를 쓰고 살았지만,이젠 기를 쓰며 살기는 어렵겠구나 싶고….이쯤에서 나도 모르게 내 머릿속 화면에 떠오르는 것은 해가 지는 쓸쓸한 바닷가의 오렌지 빛 풍경이었다. 친구가 그리운 나이에는 당연히 아들딸이 자랑스럽기 마련인데 2세의 교육을 위해 미국에 사는 경우가 많은 만큼 교육열이 대단했다.아들딸을 모두 이른바 아이비 리그에 보낸 집의 케이스는 특별히 흥미로웠다.성공한 이유를 다름 아닌 읽기 공부에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개인 지도를 시작했다는데 그 선생님의 지도 방법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구인이라는 이름의 그 미국인 선생님은 심리학을 전공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이의 마음을 열고 자극하고 흥미를 끌어내는 나름의 방법을 갖고 있었다.처음 아이와 만나면 우선 일정 기간의 탐색 기간을 갖는데 아이와 놀면서 그 아이의 특성과 관심 분야를 파악하고 그에 적합한 접근 방식을 설계한다는 것이다.이른바 맞춤 교육인 셈이다. 구인 선생의 교육법은 읽기에서 시작하여,생각하고 의문을 가지고 상상하고 주관적인 또는 객관적인 추론을 세우기도 하는 과정을 아이가 자발적으로,재미있게,신나게 하도록 이끌어 간다.이러한 과정에서 나온 생각을 에세이로 작성하는 작업으로 마무리가 된다.무엇보다 아이들이 구인선생과 만나는 시간을 기다릴 정도로 좋아하기 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당장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공부에 7∼8년을 투자한 그 부모의 남다른 교육 철학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의 한국 부모들의 요청으로 구인선생의 지도를 받게 된 아이들 대부분이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개중에는 중도에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한국 학생들은 정말 ‘스마트’하지만 어떤 부모들은 너무 성급하다고 했다는 구인 선생의 말이 이해가 간다. 변호사이며 의사인 한 유대인 부부는 아이가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세심하게 키워야 한다면서 휴직을 할 정도로 자녀교육에 헌신한다고 한다.자녀교육이 돈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남이 대신 해줄 수 없는 문제라는 것,그리고 시간을 놓치면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공부는 자기가 알아서 해야지 억지로 머릿속에 넣어줄 수는 없다며 독립심만을 강조해온 나의 교육관이 얼마나 비교육적 이었는가 반성해 본다.강남병,과외병,일류병,조기유학병 등등.왜곡된 교육열과,오로지 출세와 부를 향한 속된 집착을 경멸하느라 중요한 사실을 놓친 것 같다.내가 부러운 것은 명문대학이 아니라 그 집 아이들의 창의적인 사고와자기표현 능력이다.구인의 방법을 연구해 볼 일이다.왜? 라고 묻지 않고,생각하지 않으며,표현하지 못하는 한국의 아이들을 위해서.우리 아이들이 즐겁게 읽고 마음껏 상상하고 신나게 쓸 수 있도록. 김 혜 경 도서출판 푸른숲 대표
  • 공무원 행동강령 시행 4주째 접대 줄긴 했지만…/ 은밀해진 접대문화

    한끼 식사값이 3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공무원행동강령이 9일로 시행 4주째를 맞았다.공직사회는 외형상 ‘접대 사절’을 내걸면서 크게 변화하는 것처럼 비쳐진다. 하지만 한꺼풀 벗기고 들어가면 식사 인원 부풀리기,경조사비 대납,‘카드깡’ 등의 편법 아이디어들이 속출하고 있다.반 공개적이던 접대문화가 은밀하게 바뀌었을 뿐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부패방지위원회는 오는 8월 말까지 320개 각급 행정기관의 행동강령을 점검해 비현실적인 조항을 수정하라고 권고할 방침이다. ●접대문화 줄기는 했는데 행동강령을 어기는 첫 사례로 적발되면 ‘시범 케이스’로 중징계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 공무원들은 오해 살 만한 행동은 자제하면서 납작 엎드린 모습이다. 중앙부처의 한 국장급 간부는 “행동강령이 시행된 뒤 오해를 살 수 있는 골프나 식사모임에 아예 나가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경조사비와 접대비의 상한액을 빗대 업자와의 식사를 ‘3만원짜리 모임’,경조사는 ‘5만원짜리 행사’라는 은어도나오고 있다.경기도의 한 구청 공무원은 “얼마전 아들 결혼식을 치른 직장 상사는 관내 업자들에게 식장에 오지 못하도록 하는가 하면,부하 직원들에게도 ‘내 목을 자르려면 5만원 이상 부조금을 내라.’는 말을 농담반 진담반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접대 사절’에 나서면서 과천청사 구내식당 이용률은 평소 3000여명에서 행동강령이 시행된 뒤 3500∼3600명으로 15% 이상 늘었다. ●더욱 은밀해진 접대 그렇다고 접대문화가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고 일부에서는 더욱 은밀해지고 있다.행동강령 규정을 피하기 위한 아이디어들은 ‘식사비 꿰맞추기’와 ‘그린피(골프장 이용료) 편법 납부’,‘경조사비 대납’ 등으로 더욱 교묘해졌다.자비 골프 가능이라는 행동강령 내용을 들어 공무원들의 골프는 최근들어 재개된 분위기다. 중앙부처 한 공무원은 “일부 공무원은 그린피를 자기 신용카드로 계산한 뒤 나중에 업자로부터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골프를 치다 적발되더라도 신용카드 영수증이 있어 접대를 받지 않았다고 발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일선 구청 공무원은 “공무원이 업자들에게 친·인척 경조사비 대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관급공사를 맡은 한 업체 관계자는 “공무원들의 공개적인 접대 요구는 줄었지만 은밀한 요구는 여전하다.”면서 “얼마전 담당 공무원 1명과 식사를 했는데 식사비가 30만원이 나오자 그 공무원은 직원 10명과 식사를 한 것처럼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카드깡’도 마다 않는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카드깡’으로 업무추진비의 상당 부분을 편법으로 현금화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시내 한 자치구 직원들은 현금이 필요할 경우에 대비해 회식 등 공식적인 모임을 가지면서 식사비용을 신용카드로 지불한 뒤 실제 액수보다 더 많은 금액을 결제하는 수법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예를 들어 외부인사를 접대하면서 50만원을 썼지만 밤늦게 귀가하는 (접대)상대를 택시로 모시려면 카드비용을 80만원까지 부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경북도내 기초자치단체 한 간부는 “최근 부서의 업무추진비를 ‘카드깡’ 수법으로 현금화하다가 부하 직원이 항의하는 바람에 무척 당황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지자체들은 신용카드로 단골 음식점이나 단란주점에서 5∼20% 정도의 수수료를 내면서 식대 및 접대비 명목으로 거짓 결제한 뒤,차액만큼을 현금으로 지급받는 방식을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특히 이런 방식의 ‘카드깡’은 업무감사 등에 대비,노출이 덜한 부서별 행사에 집중된다고 한다. 관계자는 “이렇게 마련된 현금은 주로 간부 공무원 또는 부서 명의의 경조사비,각종 기관·단체 등에 대한 후원 및 격려금,상급기관(직원) 방문시 답례비 등으로 지출된다.”고 소개했다. 서무담당 직원들이 이런저런 영수증을 모아 현금 판공비를 채우는 일은 전통적인 수법에 해당된다. ●비현실적 조항 수정에 나선다 부방위 행동강령팀 관계자는 “행동강령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부 문제점이 드러나고는 있지만,행동강령이 각 기관에 정착돼 가고 있는 상태”라면서 “오는 8월 말까지 각 기관의 행동강령을점검해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애매한 조항의 경우 내용을 심사해 해당 기관에 수정을 권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말에는 각 기관들의 행동강령 이행실태를 점검,공무원들의 비위사실을 적발할 경우 각 기관에 징계를 요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부방위가 공직사회의 편법 실태를 반영해 행동강령을 얼마나 현실성있게 보완할지는 미지수다. 대구 김상화·조현석기자 hyun68@
  • “여자란 사실보다 일이 더 중요”/ 외교관 출신 첫 여성대사 김경임 駐튀니지 대사

    “여성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첫 대사가 된 소감은….” 기자의 질문에 따라붙는 ‘첫’자를 의식해서인지,김경임(55) 주 튀니지 대사는 “그 타령은 이제 그만하자.”고 했다.78년 외무고시 12회에 합격하면서 시작된 ‘감회’를 묻는 인터뷰 대신 실무와 관련된 질문이 주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78년부터 7년간 홍일점 외교관 79년 일본으로 연수를 갈 때도,몇년 뒤 주일 대사관 3등 서기관으로 나갈 때도 그는 언론의 인터뷰 대상이었다.그도 그럴 것이 85년 백지아(18회·인권사회과장),박은하(19회·지역협력과장) 외무관이 들어올 때까지 7년 동안 홍일점으로 지냈다.3년 전 첫 여성 국장(문화외교국)이 됐을 때도 관심을 모았다.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첫’여성 누구로서 소감이 어떻냐,어려움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물론 기억을 되살리고 싶지 않은 어려움도 많았지만,개인적인 어려움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뚜벅 뚜벅’ 걸어서 바라던 대사가 됐다는 그는 “첫 여성 외교관 출신 대사 배출은 ‘외교부의 작품’”이라며 조직에 대한 감사의 뜻도 내비쳤다.김 대사는 오는 13일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고 임지로 떠난다. 한국 외교사상 첫 여성대사는 이인호(67)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이지만,이씨는 학계 발탁 케이스다.현재 외교통상부엔 5급 이상 외무관이 1220명이고,이 가운데 7.5%인 91명이 여성 외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대사는 내내 ‘일’을 얘기하자고 했다.인터뷰 도중 튀니지에 진출해 있는 한 국내 기업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왔다.김 대사가 먼저 보자고 한 데 대한 응답 전화다.“직접 만나서 들어야 튀니지 정부에 요구하는 우리 기업들의 입장이 뭔지 알지 않겠습니까.”부임 준비 가운데 제일 바쁜 일 중 하나가 현지 진출 기업들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아프리카에 한국의 우방 만들것” “튀니지는 북서 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이지만 친서구적입니다.한국과 관계도 좋아 국제무대에서 항상 한국의 입장을 지지해 왔습니다.” 지중해성 기후에 인구 1000만명.1인당 국민소득 2500달러의 중산층이 탄탄한 나라다.우리 기업들의유럽 진출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김 대사의 설명이다. “튀니지 국립대학에 한국어 강좌가 있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아 제가 하기에 따라서,아프리카 지역에 한국의 깊은 우방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미 주한 튀니지 대사관과는 여러 차례 접촉했다.제란디 대사가 자신에게 한 인사말을 소개하기도 했다.“튀니지에선 자기 부족 여성을 다른 부족에 시집 보낼 때는 존경과 사랑을 받을 것이란 확신을 해야 보낸답니다.제가 부임하면 튀니지 정부의 존경과 귀한 대접을 받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김 대사는 튀니지의 각료 20명 가운데 8명이 여성이고,외교부 차관도 여성이어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또 튀니지에서 활동하는 6명의 여성 대사들이 “환영하고,기다린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소개했다. 여성 후배들에게 한 말씀 남기라는 주문에 “메시지를 남길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사양하다 “각자가 어려운(남성중심)사회에 나오면서 새긴 결의를 계속 지켜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김 대사가 그동안 헤쳐온 길을 보는 듯했다. 글 김수정기자 crystal@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
  • 美첨단기업 CEO 주식 대량처분

    |애틀랜타 블룸버그 연합|미국 주요 첨단기업의 간부들이 최근 보유주를 속속 대거 처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월가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내부자 거래 동향을 추적하는 비커스 위클리 인사이더 리포트는 5일 지난 10개월 사이 내부자 주식 거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와 AOL 타임워너의 테드 터너 전 부회장,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회장을 대표적인 케이스로 거론했다. 비커스 리포트는 지난 8주 사이 기업의 간부와 ‘큰손’ 투자자들이 주식을 1회 매입하고 3.1회꼴로 매각하는 추세를 보였다면서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매각률이 높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커스 리포트는 지난해 5월의 경우 평균 1회 매입하고 4회 매각하는 것으로 조사된 이후 8주에 걸쳐 주가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 기준으로 27% 폭락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자산 3억 3000만달러를 운용하는 애틀랜타 소재 노던 트러스트의 필 라킨스 사장은 “기업 간부와 큰손의 보유주 매각 가속화가 불길한 조짐”이라고 말하고 “이런 내부자 거래는 향후 6∼12개월의 증시 전망이 밝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올들어 증시가 S&P 500지수 기준으로 12% 올랐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의 경우 지난해 8월말 이후 처음으로 9000선도 돌파하는 등 최근 뉴욕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내부자 거래가 급증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비커스 리포트의 데이비드 콜맨 편집장은 “내부 인사들이 일반 투자자들에 비해 주식 정보를 더 빨리,많이 알게 마련”이라면서 내부자 거래가 급격히 늘어나는 점을 크게 우려했다. 최근의 주요 내부자 거래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발머가 지난달 5540만주를 13억 4000만달러에 매각한 것과 CNN 창업주로 AOL 타임워너의 부회장을 얼마전 그만둔 터너가 6000만주를 7억 8360만달러에 처분한 것이 지적됐다. 또 델 컴퓨터의 델 회장은 1000만주를 2억 9680만달러에 매각한 것으로 전문기관인 워싱턴 서비스가전했다. 이와 관련해 윌리엄 도널드슨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5일 주식거래 과정에 대한 ‘폭넓은 조사’를 SEC가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문화부 출범이후 최대 인사태풍

    문화관광부가 출범 이후 최대의 인사태풍에 휩싸이게 될 것 같다.1급부터 기능직에 이르기까지 본부와 소속기관 직원 전원이 대상이다. ●실국장 5명 옷벗는 ‘대학살’ 이창동(李滄東) 문화부 장관은 실국장급 인사를 금명간 단행한다.2급 이상 간부 5명은 물러나는 것이 확정적이다.차관보와 종무실장 등 1급 2명과 문화정책국장,체육국장,예술원 사무국장이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1947년 이전에 출생한 사람들이다. 내부적으로는 1948년생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이렇게 되면 한두사람이 더 포함된다.규모도 그렇지만,정책국장과 체육국장 등 선임급 국장들이 떠나는 만큼 내용은 더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번 대량 퇴출을 청와대의 ‘코드’에 맞춘 이 장관의 인사로 해석하는 것은 조금 성급한 것 같다.문화부에는 현재 사무관급 이상으로 보직이 없는 이른바 ‘인공위성’이 30여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나이순으로 물러나게 하는 방안도 당초에는 찬성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이순은 오히려 직원들의 뜻을 받아들인 데가깝다.능력을 인정받는 이승규 정책국장이 물러나게 된 데는 이 장관도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물러나는 인사들에게는 ‘격에 맞는 자리를 약속’하며 ‘후진들을 위한 용퇴’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진다.따라서 인사태풍은 문화부와 소속기관에 그치지 않고,상당한 후폭풍이 산하단체 등에도 몰아닥칠 전망이다. ●‘과장급 운명’ 신임 실국장 손에 과장급에서 물러날 사람을 가리는 데는 새로 임명될 실국장들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새 실국장이 실시하는 과장급에 대한 하향평가가 결정적인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분이 보장되어 있는 과장급의 퇴출은 쉽지 않다.일단 실국장급처럼 나이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46년설과 47년설이 갈린다.평가 결과 더이상 일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는 사람도 포함된다.몇 사람이 나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지만,두가지 케이스를 합쳐 10명을 넘지 않으면 이번 인사의 명분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인사가 모두 끝나도 과장급 이상에 최소한 10명 이상의 무보직자가 남는다.평창의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는 유일한 대안이다. 상당수를 파견형식으로 소화할 수 있다.7월2일 프라하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문화부는 이래저래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다. 과장 및 사무관급 인사가 끝나면 6급 이하와 기능직 인사도 대대적으로 단행한다.이미 본부 및 소속기관 직원들에게 3순위까지 희망 근무부서를 적어내도록 했다. 서동철기자 dcsuh@
  • 美신속기동여단 한국 배치 / 3년간 110억달러 투입 주한미군 전력증강키로

    미국은 최신형 패트리어트 대탄도탄 요격 미사일과 정찰·공격용 무인정찰기(UAV),신속기동여단(SBCT) 등을 한국에 배치하는 등 오는 2006년까지 110억 달러(약 14조원) 이상을 투입,주한미군의 전력을 대폭 증강키로 했다고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가 1일 밝혔다. 북한 핵문제 해결방식을 둘러싸고 북·미간 대치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주한미군의 대규모 전력증강 계획이 공개돼 남북관계 악화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2사단 등 주한미군 재배치를 밀어붙이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력증강 내용 우선 주한미군측이 향후 3년간 투입키로 한 110억 달러는 우리나라 연간 국방예산(17조 4000억원)의 80%가 넘는 엄청난 규모이다.특히 정밀무기로 무장한 최신예 전투부대인 신속기동여단(Stryker Brigade Combat Team)은 미국이 새롭게 채택한 세계전략 개념을 한반도에 적용하는 첫 케이스.포병 1개 대대,보병 3개 대대,정보·정찰·감시부대로 구성돼 있으며 20t짜리 경장갑차는 물론 탱크파괴용 유도미사일과 핵 및 화생방 물질,정찰차량,공병대대 등을 보유하고 있다.경량화 덕분에 SBCT는 세계 어느 지역이든4일 이내에 이동 배치가 가능하다. 전력 증강 내용에는 또 정보 수집 능력 향상과 한반도 비축 전쟁 예비물자(WRSA) 및 정밀탄약 증대 방침도 포함돼 있다.지난 94년 한국에 배치돼 1개 대대급으로 운용중인 주한미군 패트리어트 부대에 최신형 패트리어트 미사일(PAC-3)을 추가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부작용도 우려 한·미 양국의 전력증강 내용 공개는 매우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현재 진행중인 북한 핵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군사적 옵션을 택할 수 있다는 무력시위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따라서 전력증강계획 공개가 남북관계의 악화는 물론 반전·평화단체들의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국제 플러스 / 美 ‘온라인 이혼’ 인기

    |뉴욕 연합|미국에서 온라인 이혼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날로 증가하는 인터넷 회사들과 컴퓨터에 맛들인 변호사 및 법원 관리들은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미국인들이 온라인을 통해 이별하도록 도와주고 있다.미화로 최저 50달러부터 최고 300달러 정도까지 내면 이혼을 바라는 부부들은 필요한 서식들에서부터 다른 도움들까지 받을 수 있다.경쟁 회사인 ‘컴플리트케이스닷컴(CompleteCase.com)’과 ‘리걸줌닷컴(LegalZoom.com)’은 온라인 이혼 사업 개시 3년 만에 전국적으로 각각 2만명의 고객들이 이용했다고 밝혔다.캘리포니아 법원의 한 웹사이트의 온라인 이혼 부문은 방문 횟수가 지난해 5월 6800회에서 지난달 1만 5000회로 급증했다.
  • [마당] 두 남자 이야기

    나는 두 남자와 함께 살고 있다.남편과 그의 아들.그 둘과 거의 비슷한 기간-25년을 살면서 너무도 똑같아 진저리쳐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그들의 관계는 젊은 아빠와 아기로 시작하여 이제는 젊은 아들과 젊지 않은 아버지가 되어있다.젊은 아빠는 내 기억으로 아기인 아들에게 별 관심이 없었고 아기는 아빠에게 매달리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묘하게도 상황은 역전되어 젊은 아들은 세상도 넓고 할 일이 많아 아버지에게 관심을 쏟을 여유가 없다.반대로 아버지는 심심해서인지 아들이 자기를 잊어버릴까봐 불안해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아들을 챙기기 시작했다.조금 더 세월이 흐르면 아들에게 매달리는 아버지와 어떻게든 도망가려는 아들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 웃음이 다 난다. 어쩌면 인생이 이런 웃지 못할 인간관계의 반복일지도 모르겠다.필요할 때는 못본 척하다가 정작 다 채워졌는데 가져라 가져라 하고,다 지나간 후에야 아쉽고 허망하고….아무튼 두 남자의 필요충분조건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데다가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어자연히 둘 사이의 조정자 역할을 하게 된다.그들의 대화 장면을 보면 권투 경기가 벌어지는 정사각형의 링을 연상하게 된다. 그만큼 긴장감이 팽팽하다.아들의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과 관계없이 그보다 더 본능적인 수컷으로서의 승부욕이 깔려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게다가 아버지는 아들 속에 있는 자기와 똑같은 성향을 알고 있고 아들 또한 마찬가지이니 서로의 약점이 다 노출된 채 벌이는 기 싸움인 셈이다. 문제는 대화의 내용이다.밤늦게 또는 출근 준비로 바쁜 상황에서 이야기를 하게 되므로 상쾌한 말이 나오기 어렵다.이러저러한 과정을 지나 아들이 내 놓은 방안은 일주일에 한번 아버지와 점심을 먹는다는 것이다.이 것은 상징성이 크다.아버지와 아들이 사람 대 사람으로 비로소 정기적으로 만나 교류를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둘이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아들과 무슨 말들을 하고 사는지 궁금해서 일삼아 여러 아버지들에게 물었는데 아직 모델로 삼을 만한 케이스를 만나지 못했다.대부분 참다 참다 못해서 야단치고 훈계하고짜증내는 일방적인 경우이고 남자끼리 무슨 할 말이 있느냐며 대화의 필요조차 부인하는 사람도 많았다.가장 가까운 관계인데 무슨 말을 할지 미리 준비도 하고 계획도 세워 서로간의 이해를 쌓아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제언에는 즉각 한마디로 답변이 왔다.집에서까지,가족에게까지 어떻게 그런 신경을 쓰며 살겠느냐는 것이다.물론 사회생활,특히 경제활동으로 매사에 신경 써야 하니 피곤하겠지만 인생에서 무엇이 더 소중한가 생각해볼 문제이다.밖에서 사람 좋다,자상하다 아무리 칭찬 들어봐야 다 스쳐지나가는 대상일 뿐인데 밖에서 하는 노력의 10%만 집에 기울이면 아이들의 미래가 달라지고 따라서 본인의 미래가 달라질 것을. 아들에게는 아버지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만난 사람-남자이며 가장 오랜 기간동안 보고 지내야 하는 존재이다.그래서 내 계산으로는 하루라도 빨리 관계를 돈독히 하고 대화의 채널을 지속하는 것이 쌍방 간에 남는 장사이다.더욱이 가깝고도 껄끄러운 부자간의 관계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면 세상의 어떤 인간관계도 어려울 게없다.아들을 따로 불러 귀띔을 하곤 한다.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미리 생각해라.논쟁이 예상되면 아예 가상 시나리오를 작성해 연습을 해라….아들은 아버지와 점심 약속이 있는 날,머릿속이 복잡할 것이다.둘의 공통 관심사인 자동차 이야기로 시작해서 요즘 시작한 일본어 공부 이야기도 해야 하고…. 김 혜 경 도서출판 푸른숲 대표
  • 행자부 고시과 / 1년절반 합숙… 기피부서 1위

    공직생활을 시작하려는 예비공무원들의 ‘산파 역할’을 담당하는 행정자치부 고시과.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3층에 있는 고시과에는 오형국(48·행정고시 27회) 과장을 비롯한 4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행자부의 과단위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을 자랑하는 고시과는 공무원시험관련 채용공고에서부터 시험실시와 채점,합격자발표에 이르는 모든 시험행정을 맡는다.총괄·제도·집행·채점·승진·출제팀 등 6개 파트로 구성돼 있다.우리나라 고시와 공무원 시험을 다루는 고시과 사람들은 누구이고,어떻게 업무를 처리하며 그들의 애환은 무엇일까. ●시험끝날때까지 ‘연금생활' 철저한 보안유지를 생명으로 하는 출제팀은 합숙을 하면서 시험문제를 출제한다.진영만(47·사무관) 출제팀장을 포함한 16명의 팀원들은 한해에 150여일의 반강제적인 ‘연금 생활’을 해야 한다. 이들은 시험을 낼 때마다 출제팀원과 출제위원,보안요원 등 120여명과 함께 생활한다.합숙소에는 출입문을 제외한 모든 곳이 봉쇄되고,시험이 끝나야 비로소 바깥 공기를 쐴 수 있다.문제유출을 막기 위해 모든 창문과 비상구는 합판 등으로 막혀 있고,틈새는 실리콘으로 봉인된다. 외부와 연결할 수 있는 휴대전화기 등을 가져갈 수 없고,합숙기간 중에는 음식쓰레기 외에는 어떠한 것도 외부로 나갈 수 없다.일반쓰레기 조차도 합숙생활이 끝날 때까지 쌓아 둬야하고,음식쓰레기는 보안요원들이 일일이 내용물을 확인한다.출제팀 사무실과 합숙소는 당연히 비밀이다. 진 팀장은 “‘출제팀에서 2년이상 근무하면 원하는 부서에 우선적으로 배치하라.’는 인사관리기준이 있을 정도로 힘든 부서”라면서 “이같은 힘든 과정을 거쳤음에도 시험문제관련 논란이 생기면 안타까움이 앞선다.”고 말했다. 시험이 끝난뒤 수험생들의 이의제기를 받아 정답확정회의를 갖고 최종정답을 발표하는 일련의 과정과 내년부터 도입예정인 공직적성평가(PSAT)의 문제선정작업 등도 그들의 몫이다. ●민원처리의 해결사 연간 시험계획을 수립하고,부서의 업무조율을 담당하는 총괄팀은 수험생들에게는 ‘민원처리의 해결사’ 역할을 한다.행자부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되는 민원은 하루 평균 200∼250여건.이 가운데 3분의 1인 80∼90건인 수험생 민원에 대한 답변 등을 하고 있다.양광석(50·사무관) 팀장은 “각종 수험정보에 목마른 수험생들에게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팀원 가운데 김동호(45·6급)씨는 10년여동안 사법시험에 도전하다 방향을 선회,7급으로 공직에 입문한 케이스.김씨는 조정선수 출신이자 드럼연주까지 가능한 ‘팔방미인’이다. 고시과의 ‘달변가 최해림(35·6급)씨는 수험생들이 고시과에 전화를 걸어오면 대답전담이다.최씨는 “전화를 거는 수험생들은 하소연을 쏟아내지만,우리 과에서 해결하지 못하면 다른 어느 곳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안다.”면서 “역지사지로 수험생의 입장에서 생각한뒤 대답하지만,수험생이 바라는 답변을 할 수 없을 때가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시험의 ‘컨트롤 타워’ 시험실시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집행팀은 최근 공무원시험 응시인원이 급증하면서 업무가 폭주하고 있다.응시인원이 가장 많은 9급 시험을 치르려면 시험장 선정과 수험생 배정,감독관 차출 등을 위해 3개월 넘게 업무에 매달린다.방순동(45·사무관) 팀장은 “수험생들과 직접 대면하고,잘못이나 실수를 범하면 파장이 클 수밖에 없어 시험이 임박하면 긴장의 연속”이라면서 “최근 수험장 및 감독관 배정 등에 어려움이 많아지면서 수험생들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채점과 합격자 발표,응시원서 기재내용과 자격증 가산점 및 연령 등의 응시자격에 대한 최종확인을 하는 채점팀은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불린다. 제도팀에서는 시험제도의 조사·연구·개선업무와 법령개정작업,시험관련 부처협의 등을 맡고 있다. 장세훈기자
  • “합리적 시장개방정책 추진”/ 통상교섭본부 조정관 영입 WTO 고문변호사 김현종씨

    ‘40대 초반의 외부영입 케이스’로 최근 외교부 통상교섭본부 조정관(1급)에 임명된 김현종(金鉉宗·44) 전 세계무역기구(WTO) 법률국 수석고문변호사가 지난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업무에 들어갔다.50대의 정통관료 출신이 맡아온 관례를 깨고 그가 임명되자 외교부 등 관료사회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앞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된 뒤 우리나라가 이겨내야 할 최대 과제는 통상 문제이고,이런 점에서 저의 통상분야 전문성을 높이 산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 조정관이 한국에서 산 햇수는 13년 안팎.중책을 맡기 전 “걱정도 많았다.”는 그는 “때마침 해외에서 ‘통상전쟁’ 근무를 마친 최고 전문가들이 교섭본부에 포진하게 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하고,국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그는 “합리적인 ‘시장개방’이야말로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정책의 효과를 더해주는 것”이라면서 국민정서에 부합하는 시장개방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 조정관은 지난 95년부터 4년간 외교부 계약직 공무원(고문변호사)으로 일했으며,당시 함께 일하던 사람들을 지휘하게 됐다.조직 장악력에 대해서는 “직원들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서구에서 100년 이상 걸려 양성된 통상전문가들을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훌륭하게 길러 냈습니다.최근 2년 동안 11개 사건 가운데 1건만 빼고 승리로 이끈 탁월한 무역전사들입니다.” 그는 직위 개방에 대해 “이제 우리 관료사회도 국익을 고려,전문가들에게 문호를 과감히 개방해야 한다.”면서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커리어 출신과 정치임명직 두 분야로 관료를 뽑는 시스템이 확고하게 잡혀 있다.”고 말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
  • 세계인 - 우리는 이렇게 산다 / “가·나·다…” 일본에 부는 한국어 바람

    |도쿄 황성기특파원|아지키(29·여)는 6년 전 시작한 한국말 공부를 지금도 틈틈이 계속한다.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신문기자이지만 시간을 쪼개 한국인을 만나거나,집에서 한국어 책,한국 신문을 읽고 인터넷을 검색하며 ‘한국’과 사귀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한국과 만난 것은 작가 시바 료타로의 ‘가도를 가다’라는 소설에서이다.그 소설의 제2권 ‘가라(韓)의 나라 기행’에 백제시대 일본으로 건너가 왕세자를 가르친 아직기(阿直岐)의 혼령이 안치된 아지키(阿自岐) 신사가 시가현에 있다는 에피소드를 읽고부터이다. “내 이름의 성과 한자는 틀리지만 조상이 백제에서 건너온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아지키) 그녀의 성인 아지키는 일본어로는 ‘안식(安食)’이라고 쓰고 백제시대 아직기의 일본식 발음이 아지키로 똑같다.그녀의 뿌리찾기는 그때부터 시작됐다.뿌리찾기의 첫걸음으로 한국어 배우기를 택했다.새벽 5시 전철을 타고 도쿄 시내의 한국어 학원에서 공부를 한 뒤 출근하는 나날이 처음 1년간 이어질 정도로 맹렬히 한국말을 공부했다. “언젠가는 한국에 가서 내 뿌리의 실마리를 찾고 싶었다.”는 그녀는 그래서 “백제 시대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한국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몇년 안에 한국으로 건너가 유학할 생각”이다.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쓰는 일본이지만 그녀는 결혼 후에도 아지키라는 이름이 새겨진 명함을 고집하고 있다.그만큼 “이름에 애착이 가기 때문”이다. 한국말을 배우는 일본인들.그들이 한국을 만나고 한국말을 공부하게 된 동기나 계기는 각양각색이다. 주일 마다가스카르 대사관의 일본인 직원 우야마(48·여)의 한국과의 접점은 “사기꾼 같은 한국 여성과의 만남”이었다. 일본에 유학온 마다가스카르 청년이 방학 때 놀러간 프랑스에서 만나 첫 눈에 빠진 여성이 한국인이었다.이 여성이 2년 뒤 어느날 갑자기 일본에 나타나 그 청년에게 청혼을 했다.수상쩍게 생각한 우야마가 뒷조사를 해보니 이 여성은 이혼한 지 며칠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청년에게는 결혼을 말리고 한편으로는 하도 어이가 없었다.곰곰이 “한국은 도대체 어떤 나라이고 한국인은 어떤 사람들인가.”하는 의문이 생긴 그녀는 ‘한국 조사’를 시작했다. “한·일 관계,재일 한국·조선인 문제 등을 공부하다 보니 한국말을 모르고는 안되겠다 싶어 2년 전 NHK 문화센터에 다녔다.”(우야마) 한국말을 배우기 전까지 “한국인은 일본 사람을 싫어한다.가급적 한국인과 접촉하지 말아야 한다.”는 정도의 한국관을 가졌던 그녀는 지금은 “아시아의 이탈리아처럼 성격이 뜨겁고 유머도 많고 쉽게 싸우는 한국인이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이미지를 바꾸었다.얼마 전 간신히 입문에서 초급 수준으로 한 단계 뛰어올랐다. 나카야마(32·가명·회사원)도 지극히 나쁜 인상에서 한국과 우연히 만나 한국말 공부에까지 이른 케이스.그는 친구 3명과 놀러간 서울의 한 포장마차에서 무려 40만원을 넘는 계산을 청구받는 ‘바가지’가 한국과의 접점이 됐다. 대학 강사이자 동화작가인 시라이(52·여)는 3년 전 학회일로 처음 가본 한국에서 “일본과 달리 힘에 넘치고 아름다우며 깊이 있는 한국 동화를 발견”한 것이 한국말 공부의 계기가 됐다.일본에서 출판된 한국 동화 번역본을 뒤졌으나 3권에 불과했다.뿐만 아니라 2권은 절판된 상태였다. 어렵게 입수한 ‘백두산 이야기’를 일본어로 읽었으나 “성에 차지 않아” 원문을 읽기로 작심하고 재일 YMCA의 한글강좌반에 등록을 했다.직업적인 호기심이 발동돼 시작된 한국말 공부를 “실제로 써먹고 싶어진” 그녀는 한국인 유학생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하고 일본말을 가르쳐 주는 자원봉사도 한다. 유학생이 결혼하면 부인에게 일본말을 가르쳐 주고 그들이 한국으로 돌아가면 가족들과도 만나면서 그의 ‘한국 네트워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한국에 가면 잠자리에 구애받지 않을 정도로 여기저기 납치되다시피 초대받기도 한다.”(시라이) 지난해 8월에는 남편의 흔쾌한 동의를 얻어 한달간 연세어학당에 ‘현지 연수’를 가기도 했다. 시라이 같은 열성파로는 미노(32·여)도 결코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대학에서 한국 역사를 전공한 남편과의 공통점을 늘리기 위해 5년 전 한국말을 공부하기 시작한 그녀는 지난 3월 말 짐을 싸들고 도쿄의 나리타 공항을 떴다.“갈까말까 망설이던 중 남편이 등을 떠밀어 결심했다.”는 미노는 지금 서강대 어학원을 다니며 한국말을 맹렬히 익히고 있다.3개월 예정인 유학에 드는 비용을 지난 연말 출판사 아르바이트로 충당한 그녀는 불편한 하숙생활도 즐겁기 짝이 없다. 한·일 교류가 늘면서 여자친구나 남자친구가 한국인이라 한국말을 공부하는 일본인도 적지 않다. 요네쿠라(39·여·작가)는 10년 전 캐나다에서 영어 어학연수 중 만난 한국인 남성에 “한눈에 반해” 한국말을 배웠다.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유학지를 바꾼 그녀는 연세대 어학당에서 공부를 한 덕에 지금은 일본에서 한국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사이토(32·여·회사원)는 일본인 남자친구가 한국에서 음악활동을 하면서 ‘한국’을 만난 경우.“원거리 연애가 불가피해지면서 남자친구가 있는 한국의 말을 공부할 필요를 느껴” 독학을 하고 있다. 한국과의 접점이 이처럼 십인십색이지만 2002년 월드컵을 전후로 ‘재미’나 취미로 한국말을 공부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점이 최근의 두드러진 변화이다. 도쿄의 신주쿠 구청 공무원인 니시오(29·여)는 “난해한 기호 같은 한글을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 1년 전부터 주일 한국문화원 한글강좌 ‘초급반’에 다니고 있다.“특별히 한글이 일과 관계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그녀에게 주 1회의 한글강좌는 스포츠 클럽을 다니는 것과 비슷한 감각이다. “일본인들이 대개 그렇듯 미국이나 유럽 이외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잘 몰랐던” 오시마(33·회사원)에게 한글은 ‘취미’이다.“한국에 여행가 혼자서 쇼핑할 수 있는 정도만 배울 생각”인 그에게 한글공부는 생활의 긴장을 유지해 주는 즐거움이다. marry01@ ■도전 1년… 60대 스즈키부부 |도쿄 황성기특파원|스즈키 부부는 한글을 배운 지 꼭 1년이 넘었다.지난해 4월 도쿄 시내 한국문화원 한글강좌의 ‘입문반’으로 시작해 올 4월부터는 한 단계 뛰어올라 ‘초급반’이다. “20년 전 한국으로 출장을 갔던 차에 관광했던 경주의 절에서 본 한글과 영문 안내문을 보고 이웃나라의 글은 배워 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한 게 계기라면 계기”라는 남편 스즈키 모리오(66)의 설명. 차일피일하다 결국 2년 전 퇴직하고 우연히 알게 된 한국인 유학생에게 ‘가나다라…’를 배우면서 내친 김에 본격적인 공부를 하게 됐다.화요일 오후 6시30분부터 시작되는 강좌 30분 전부터 나와 부부가 나란히 앉아 예습을 할 만큼 열성이다. “혼자서 배우는 게 아까워” 부인 요시코(66)도 나란히 다니게 됐다.영문학을 전공한 요시코는 “평소 어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남편이 하는 김에 따라 다니게 됐다.”고 말한다. 주 1회의 강좌 말고도 집에서 라디오 강좌도 듣는 이들은 예습·복습 같은 공부에는 일절 간섭을 하지 않는다.자칫하면 ‘부부싸움’으로 발전하기 쉬운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집트로 여행을 갔던 스즈키는 여행 중의 선상에서 한국인 단체관광객을 만나 배운 한국말을 써보고 싶은 욕심에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걸었다가 한꺼번에 한국인들이 반가움을 표시하면서 모여드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다고 전해준다.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떨어지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이 부부는 올 가을쯤 한국 여행에 도전한다.“한국어 실전을 치러보는 것이 꿈”인 스즈키 부부에게 한글은 노년의 부부애를 다지게 해주는 ‘묘약’과도 같다. ■도쿄 한국문화원 수강자 80%가 젊은여성 일본의 한국어 인구는 월드컵 대회를 전후로 부쩍 늘었다.2년 전 개설된 도쿄의 한국문화원 한글강좌 담당인 시미즈는 “과거에는 ‘학문이나,일을 위해서’가 한국어를 공부하는 계기였다면 지금은 ‘취미나 한국인과의 교류’라는 가벼운 것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8개 강좌에 94명이 등록하고 있는 문화원의 경우 대기자가 20명 가까이 있을 만큼 초만원.수강자의 80%가 20∼30대 직장 여성인 점도 특징이다.더러 재일교포나 남성 수강자가 있지만 1개 강좌에 1명이 있을까 말까이다. 한국의 수능시험에 해당되는 일본의 대입 ‘센터시험’에서 영어를 제외한 외국어 중에서도 한국어가 중국어에 이어 인기가 높다.2003년도의 경우 영어 55만명에 이어 중국어(405명),한국어(169명),프랑스어(138명),독일어(96명)의 순으로 외국어를 선택했다. 일본의 5500여개 고교 중 163개교,530여개 대학 중 200여개교에서 한국어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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