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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상파 ‘게으른 흥행공식’ 바꿔버린 10년차 tvN의 꿈

    지상파 ‘게으른 흥행공식’ 바꿔버린 10년차 tvN의 꿈

    “국내 시장 장악은 우리의 전략이 아니다. 나라의 경계를 뛰어넘는 강력한 콘텐츠를 만들어 세계로 나가는 게 우리의 과제다.”(이덕재 CJ E&M 미디어콘텐츠부문 대표) 지상파를 누르는 건 기본이요, 트렌드 세터로 대중문화의 흐름을 바꿔 왔다. 이젠 플랫폼과 국경의 한계를 뛰어넘는 ‘킬러 콘텐츠의 산실’을 꿈꾸고 있다. 다음달 개국 10주년을 맞는 tvN 얘기다. 지금은 손대는 프로그램마다 화제와 호평을 낳는 ‘미다스의 손’이 됐지만 초반에는 ‘선정성’과 ‘병맛’(맥락 없고 어이없음을 뜻하는 신조어)이 주류였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지상파의 경직된 문화와 달리 장르를 허물고 다시 섞는 tvN만의 유연한 기획력이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전문 성우가 예능을 풀어낸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 예능과 드라마를 섞은 ‘푸른거탑’, 다큐 드라마를 표방한 ‘막돼먹은 영애씨’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방송 지형에 줄곧 새로운 트렌드를 몰고 온 것도 tvN이었다. ‘미생’, ‘시그널’ 등 매회 영화를 보는 듯한 질 높은 장르물들은, 로맨스나 막장 요소를 기본으로 장착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기존 지상파의 ‘게으른 흥행 공식’을 간단히 바꿔 놓았다. ‘응답하라’,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등 드라마와 예능을 아우르며 시즌제를 정착시켰다. ‘굿와이프’의 성공적인 완결에 이어 오는 11월에는 ‘안투라지’를 선보이는 등 최근 국내 드라마계의 화두인 미드 리메이크 열풍도 선도하고 있다. 28일 기자들과 만난 이덕재 대표는 콘텐츠에 대한 막대한 투자와 마케팅 역량을 성장의 이유라고 자평했다. 출범 초 500억원이었던 콘텐츠 투자액은 2012년 10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1500억원에 이른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25~30% 더 투자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반전의 기획력’을 도약의 이유로 꼽았다. 공희정 TV 평론가는 “연세 많은 배우들을 배낭여행의 주인공으로 세운 ‘꽃보다 할배’나 출연진들이 먹고 자는 일상만으로 채워내는 ‘삼시세끼’는 처음엔 저게 프로그램이 될까 반신반의했으나 의외의 선택으로 반전을 만들어낸 사례”라며 “변화하는 대중들의 심리를 잘 읽어낼 줄 아는 기획력과 남들이 안 가는 길을 과감히 선택했던 용기가 현재의 tvN을 만들어낸 경쟁력”이라고 짚었다.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나 주목받지 못한 ‘중고 신인’의 가능성을 꿰뚫어 보고 이들을 기용해 스타로 배출하는 ‘스타 산실’의 역할도 해 왔다. 박보검, 라미란 등 최근 지상파에서 날고 기는 배우들이 그 예다. 내놓는 프로그램마다 뜨니 과거 케이블 채널에 등장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스타들도 앞다퉈 출연을 결정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김혜수, 전도연, 고현정, 유지태 등이 등장해 자신의 배우 이력에도 이채로운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tvN의 10년에 상찬만 가득한 건 아니다. 트렌드를 앞서가려는 욕심 때문인지 ‘나인: 아홉번의 시간 여행’이나 ‘피리 부는 사나이’ 등 표절 논란이 반복됐다. 드라마는 다양화에 성공한 반면, 예능은 나영석 PD류의 프로그램이나 먹방, 쿡방 등에 쏠림이 심해 다른 색깔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김석현 CJ E&M tvN 기획제작총괄 CP는 “지금까지는 프로그램의 책임 PD가 지상파에서 온 스타 PD들이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이들의 영향력이 커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tvN에서 뽑아 성장시킨 6~8년차 PD들의 입봉작이 2017~2019년 줄줄이 대기 중인 만큼 진정한 전성기는 그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젊은층 중심에서 벗어나 세대 전체를 끌어안는 노력도 중요해졌다. 김선영 TV평론가는 “초반엔 20·30세대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이젠 ‘시그널’, ‘응답하라’ 시리즈 등을 통해 남성, 장년층까지 끌어들인 만큼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이야기를 고민해야 큰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쿨까당 김숙 “가을만 되면 이상하게 물욕 생겨..” 가전제품 왜?

    쿨까당 김숙 “가을만 되면 이상하게 물욕 생겨..” 가전제품 왜?

    방송인 김숙이 계절에 따른 물욕을 고백했다. 김숙은 지난 21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곽승준의 쿨까당’ 가을 쇼핑 편에서 “가을만 되면 이상하게 물욕이 생긴다”고 털어놨다. 김숙은 “요즘은 가전제품을 유심히 보고 있다. 신혼살림 장만은 이미 물 건너갔으니, 장기적으로 오래 쓸 좋은 제품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한탄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방송에는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류재영 쇼핑호스트가 출연해 쇼핑의 계절 가을을 맞아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비법을 전수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가을 쇼핑 꿀팁으로 올해 처음 개최되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소개하고 각종 혜택을 만끽할 수 있는 비결을 꼼꼼하게 짚어줘 시선을 사로잡았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9월 29일부터 한 달 여간 펼쳐지는 대규모 한류 쇼핑 축제로, 가전제품은 물론, 패션, 화장품, 농수산물에 이르기까지 파격적인 할인 행사가 예고돼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혼술남녀 박하선 하석진, 불꽃 같은 ‘목마 키스’ 시청률 3.7% “자체최고”

    혼술남녀 박하선 하석진, 불꽃 같은 ‘목마 키스’ 시청률 3.7% “자체최고”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 (연출 최규식, 극본 명수현) 7회에서 하석진과 박하선이 예기치 않게 키스했다. 26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 7회가 케이블, 위성, IPTV가 통합된 유료플랫폼 가구 시청률이 평균 3.7%(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최고 4.1%를 기록하며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타깃시청률(남녀20~49세) 역시 평균 2.6%, 최고 2.8%를 기록하며 7주 연속 동시간대 1위를 달성했다. 이날 ‘혼술남녀’에서 박하나(박하선 분)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진정석(하석진 분)의 오해는 더욱 깊어졌다. 혼술을 하는 내내 박하나의 남자친구 생각을 한 진정석은 박하나가 휴대폰에 대고 말하는 것을 남자친구에게 말하는 것이라고 착각한 것. 연신 “노그래씨 마음은 콩밭에 가있다”며 ‘콩밭’이란 단어에 집착하기 시작해 웃음을 줬다. 또한 박하나는 학생을 모으라는 원장(김원해 분)의 압박에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 공부를 하느라 못하는 것을 대신 해주겠다는 컨셉으로 샤샤샤를 시작으로 애교까지 시전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방송이 망해가는 찰나 갑자기 진정석이 방송에 등장했다. 클럽춤까지 선보인 이들은 500명 공약으로 불꽃놀이 축제에 가서 인증샷을 찍게됐고, 무등을 타고있던 박하나는 갑자기 자세가 흔들리며 진정석에게 키스를 하게 됐다. 한편 이날 공시생들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폭풍 웃음을 자아냈다. 공명(공명 분)은 시험에 합격하면 박하나와 사귈 수 있다는 환상에 부풀었고, 기범(키 분)은 합격해 할머니에게 자랑스러운 손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내 책장정리에서 시작해 손톱 정리, 결국에는 고시원의 냉장고 청소까지 하는 모습으로 많은 수험생들의 공감과 웃음을 자아냈다. 오늘(27일) 방송되는 ‘혼술남녀’ 8회에서는 뽀뽀했던 순간을 계속 떠올리며 서로를 신경 쓰는 진정석과 박하나의 모습이 웃음을 유발할 예정. 제작진에 따르면 처음으로 혼술이 아닌 함께 술을 마시게 된 진정석과 박하나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tvN ‘혼술남녀’는 서로 다른 이유로 혼술하는 노량진 강사들과 공시생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공감 코믹 드라마다. 더불어 극심한 취업난으로 대한민국의 고시 준비생이 30만명에 육박하는 이 시대상과 공시생들의 일상과 애환을 현실감있게 담아내 공감대를 형성할 예정이다. 서로 다른 이유로 혼술하는 노량진 강사들과 공시생들의 알코올충전 혼술 라이프, tvN ‘혼술남녀’는 매 주 월,화요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1%의 어떤 것’ 전소민, SNS에 의미심장 글 “어떤 종류의 슬픔은..”

    ‘1%의 어떤 것’ 전소민, SNS에 의미심장 글 “어떤 종류의 슬픔은..”

    배우 전소민이 화제가 되며 SNS 게시물에도 눈길이 모인다. 케이블채널 드라맥스의 수목드라마 ‘1%의 어떤 것’의 제작발표회가 26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가운데 주연배우 전소민, 하석진이 참석했다. 이날 새벽 전소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소설가 한강의 책을 찍어 올렸다. 해당 사진에는 ‘어떤 종류의 슬픔은 물기 없이 단단해서, 어떤 칼로도 연마되지 않는 원석과 같다’는 글이 담겨 있다. 이는 전소민의 심리상태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추측으로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편 ‘1%의 어떤 것’은 안하무인 재벌 호텔리어(하석진)와 초등학교 교사(전소민)이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계약 연애를 하는 좌충우돌 생활 로맨스를 그린다. 오는 10월 5일 수요일 오후 9시 드라맥스 채널에서 첫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1%의 어떤 것’ 전소민 “이렇게 많은 키스신 처음..하석진 잘 리드했다”

    ‘1%의 어떤 것’ 전소민 “이렇게 많은 키스신 처음..하석진 잘 리드했다”

    ‘1%의 어떤 것’ 전소민이 하석진과의 키스신을 언급해 화제다. 케이블채널 드라맥스의 수목드라마 ‘1%의 어떤 것’의 제작발표회가 26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렸다. 이날 전소민은 하석진과 수도 없는 뽀뽀와 키스신을 찍었다고 밝혔다. 전소민은 “짧은 연기자 생활에서 한 드라마에서 이렇게 많은 키스신을 찍어본 건 처음이었는데, 하석진 선배님이 잘 리드해줬다”고 설명했다. 전소민은 작품에 대해 “많은 여성분들이 가슴 설렐 것”이라고 단언하며 “편집본을 보며 울다가 웃다가 설렜다”고 밝혔다. 이어 “편집 기자분이 여성 분인데 소리를 지르며 편집하셨다더라”고 덧붙여 기대를 더했다. 한편 ‘1%의 어떤 것’은 안하무인 재벌 호텔리어(하석진)와 초등학교 교사(전소민)이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계약 연애를 하는 좌충우돌 생활 로맨스를 그린다. 오는 10월 5일 수요일 오후 9시 드라맥스 채널에서 첫 방송된다. 사진=스포츠서울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테헤란 여행기 3] 토찰산 트레킹,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다

    [테헤란 여행기 3] 토찰산 트레킹,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다

    12일-토찰산 다라케 계곡으로의 짤막한 나들이  새벽 3시부턴가 시작한 허재 감독 인터뷰 기사를 끙끙대며 결국 낮 12시 조금 못돼 마쳤다.  약간 시장끼는 있는데 그렇다고 딱히 먹고 싶은 생각도 없어 택시 서비스로 가 말렉 라이브러리 앤드 뮤지엄 가겠다고 했더니 국경일이라 쉰단다. 이 나라 박물관은 오전이나 오후 한 차례만 열거나 아니면 쉬는 날이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대안이 뭐냐고 했더니 산에 가란다. 케이블카도 있고 좋댄다. 시간은 44분 걸린다고 했다. 나중에 보니 터무니없는 얘기였다. 결코 44분 걸릴 거리가 아니었으며 케이블카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사실 가동한다고 해도 탈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위험해 보였다.   택시가 멈출 때까지 1시간30분쯤 걸렸던 것 같다. 신호만 제대로 지키면 안 그럴텐데 서로 빨리 가겠다고 우겨대니 생기는 현상이다. 또 목적지 근처에 이르자 양쪽에 차를 모두 주차해 길이 좁아 옴짝달싹 못했다. 여튼 택시에서 내렸다. 이 자리에 서 있어 안 그러면 내 손전화로 전화해 어쩌구저쩌구. 기사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고 난 페르시아어를 하나도 못하니 이런 바보들이 없다. 택시 서비스 아자씨가 헤어질 경우에 대비해 내게 기사 전번을 적어 건넸다. 페르시아의 주인답게 아라비아 숫자 따위는 쓰지 않는데 일일이 숫자를 입으로 세면서 또박또박 ´09126336256´이라고 써줬다. 처음 편도에 40만리라라고 하더니 내가 왕복한다고 하자 잠깐 머리속으로 계산기를 돌리더니 대기시간 2시간 포함해 100만리라라고 했다. 30달러 정도의 왕복 차비에 2시간 대기가 포함됐으니 이런 호사가 따로 없다. 괜찮은 흥정이었다.  택시에서 내렸는데 100m쯤 나아갔을까. 선글래스를 뒷좌석에 놔두고 내렸다는 것을 알았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땡볕이 쏟아졌다. 헐레벌떡 달려가 움직이는 차를 붙잡았더니 이 기사는 내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뒷자리에서 선글래스를 꺼냈더니 그제야 ´투 아워스, 히어´라고 한다.  토찰산이다. 해발 고도 3972m로 카스피해를 넘은 구름이 부딪쳐 11월만 돼도 흰눈이 쌓인다. 스키장이 여러 군데 있는 것 같다. 내가 간 곳은 다라케 계곡인데 분명 택시 서비스 아자씨는 ´다르반´이라고 했다. 어느 게 맞는지 모르겠다. 땡볕 아래를 열심히 걸었다. 초반에 조금 무리를 했는지 숨이 차오르는 게 심상치가 않다. 제법 고산증세가 오는 듯 미식거리는 것도 같고 욕지기 같은 것도 올라오는 것 같다. 해발 2000쯤 되는 것 같았다.  여튼 간간이 하릴없는 청춘 남녀나 오래된 부부 같은 이들이 내국인 반, 외국인 반의 비율로 산을 오르내린다. 우리로 얘기하면 설악산 비선대산장과 비슷하게 절의 요사채처럼 꾸며놓은 공간에 톱질 소리가 요란하다. 그 위로는 길이 흐릿하고 더군다나 푹푹 미끄러지는 자갈길이라 자칫 큰일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택시 내릴 때가 오후 2시였는데 이 마을에서 시게를 보니 3시다. 얼추 됐다. 내려간다.  내려왔다. 기사가 탄 차가 안 보인다. 선글래스를 되찾은 지점에 있나 싶어 갔더니 없어 계속 내려가다 한 호텔 앞에서 남자 둘이 노닥거리고 있길래 사정을 설명했더니 친절하게도 전화를 걸어줬다. 기사는 아마도 전화기 건너편에서 자기도 내려온 지 얼마 안된다는 얘기를 하는 듯했다.  그 젊은이는 기사가 나보고 원래 내렸던 자리에 가있으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맙다고 말하고는 그 자리로 힙겹게 돌아 올라갔는데 또 없다. 그렇게 건너편으로 건너가 아까 호텔 앞보다 조금 더 내려간 다른 호텔 앞에서 이번에는 남녀 커플에게 염치 불구하고 부탁했다. 첫눈에 보기에도 남의 청 거절 못하게 생긴 녀석이 아 짜증나 하는 것이 분명한 여친을 달래며 전화를 건다. 여자는 내가 기분나빠 할수도 있겠다 싶었는지 눈을 내리깔았다. 엄청 더운 날씨에 선 채로 전화를 걸어 기사 아저씨와 통화하니 나로선 대단히 미안한 일이라 어쩔줄 몰라 했다.  10분인가 20분쯤 뒤에 감격의 상봉을 했는데 이 기사는 또 2시간 전에 헤어진 내 얼굴을 못 알아보는 것이 틀림없다. 연신 자기가 딱 두 시간에 맞추지 못하고 조금 늦었다고 미안해 한다. 아니 웬걸, 난 괜찮은데. 오케이 소리를 열번 이상 외친 것 같은데 그는 호텔에 택시가 도착할 때까지 쏘리쏘리를 해댄다. 속으로 난,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했으니 팁이라도 좀 내놔 할까봐 나름 조마조마했는데 그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날 돌아보며 손을 꼭 잡으며 굿데이를 외쳐댔다.  씻고 침대에 누워 개기작거리다 오후 7시 식당에 갔더니 중국인 셋이 저녁을 먹고 있다. 내가 자리에 앉고 조금 이따 일본인 심판들이 들어와 한중일 삼국지가 다시 펼쳐졌다. 동료에게 문자를 보내 함께 먹자고 했지만 그는 일하면서 먹지 않는 습관이 들었다며 나중에 먹겠다고 했다. 오후 8시 시작한 카타르와의 경기를 그와 함께 취재했다. 마침 한국인 응원단이 옆 자리에 있길래 경기장 이름이 왜 ´1만 2000´이냐고 물었다. 교민 네 분이 계셨는데 잘 모르겠다고 했고 옆의 이란인 친구가 더듬거리는 우리말로 그만한 숫자가 들어와서 그런다고 답했다. 내가 어떻게 이 좌석에 그많은 숫자가 앉을 수 있느냐고 캐물었더니 교민들은 “이 나라에서 그렇게 따지면 안됩니다. 이 사람들이 그렇다면 그런 겁니다”라고 설명해 “아 네”라고 답했다.  호텔에 돌아오니 10시 30분쯤이었다. 동료 혼자 식사하겠다고 해 헤어져 기분좋게 잠에 들었다. 오늘은 잠깐이나마 이란의 척박하지만 나름 매력있는 산자락을 밟아본 행복한 하루였다.  13일-돌아오는 날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아보다  새벽 4시 눈을 떴다. 양호하다. 어제 밤 10시 50분쯤 잠든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충분히 잤다. 발제하고 기사 쓰고 간간이 카톡 주고받으니 6시반쯤 됐다.  동료와 마지막 아침을 함께 먹는다. 택시 서비스 아자씨가 말렉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 간다고 하니까 한참 검색한다. 결론적으로 여기는 아주 찾기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근처에 볼만한 라이브러리나 뮤지엄이 너무 많아서다. 모두 그게 그거고 비슷한 수준이라고 길 물어본 어느 인간이 얘기해준다. 택시는 부러 내리기 좋은 곳을 찾아 뱅뱅 돌며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방향 감각 없는 듯 이 사람 저 사람 라이브러리 안내하는 게 달라 혼란스럽다. 말을 끝까지 안 듣고 특정 단어만 꽂혀 안내하는 듯햇다. 예를 들어 라이브러리면 라이브러리, 뮤지엄이면 뮤지엄 한 단어에만 꽂히는 듯  결국 네 번째인가 다섯 번째 남자가 따라오라고 해 내셔널 뮤지엄 오브 이란 티켓 창구 바로 앞 라이브러리를 알려준다. 한 중늙은이, 3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셋이 앉아 수다 떨다가 웬 동양 떨거지가 이런 데도 다 오는구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엔사이클로피디아 등 장서의 다양함이나 섹션 분류가 모두 훌륭하다. 사람의 손길을 잘 탔다. 특히 2층은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데 첫눈에 봐도 오래된 책들이어서 호기심은 발동했지만 궁금증을 풀 길이 없었다. 이런 때 써먹게 영어를 잘해야 하는데 싶었다. 책의 향기를 그리워 하는 사람이며 이왕 내셔널 뮤지엄에 들를 계획이라면 공짜이고 이슬람 책 사랑의 편린을 들여다볼 수 있어 강추할 만했다.  티켓 창구에서 20만리라-이슬람 시대, 30만리라-선사시대부터 역사시대까지-두 종류가 있길래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뭐 이런 바보같은 놈이 다 있냐 하는 표정으로 당연히 30만리라를 추천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 다음에 테헤란 들를 일 있으면 당연히 이슬람시대를 추가로 보겠지만.  선사 유적지 발굴 현장과 비화 등을 사진과 상상도 등으로 흥미롭게 꾸며놓았고 전시된 물품의 다양성이 뛰어나다. 페르시아 문명의 독창성, 풍부함을 느끼기에 손색 없었고 특히 이 뮤지엄의 1호 보물이라고 자랑하는 다리우스 황제 즉위식 부조는 정말 한번은 꼭 볼만하다.  1층과 2층으로 나뉘는데 1층이 조금 나중, 다시 말해 청동기와 철기이고 2층이 선사시대라 2층 먼저 보고 1층 내려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푹 빠져볼 만했다. 뮤지엄 나와 길 건너편 분수대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것도 좋았다. 이어 방향도 모른 채 의자상가, 전자기기 상가 등을 헤매며 과자 사고 과일 샀다. 과자는 공장에서 만들어낸 과자였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꽤 괜찮았다. 과일 장수는 고대 페르시아와 신라, 고려의 문물 교류에 대해 흥미있다며 한국인과의 만남, 특히 농구대회를 취재하러 온 한국 기자와 얘기를 나눈다는 데 대해 많이 들떠 했다. 그의 도움으로 즐거운 쇼핑을 했다.  슈퍼 바로 나와 택시를 탔다. 타고 나니 이 동네가 완전 청과상 골목이다. 꼭 뭐를 찾다가 어쩔 수 없이 하급품으로 만족하면 좋은 것을 파는 가게가 보인다. 역시 올림픽 호텔 하니 못 알아듣고 올람픽 호텔이라고 하니까 급반색, 40만리라쯤 나올 거라고 말한 것 같았는데 나중에 한 번 길을 묻고 도착한 뒤 미터기를 보니 31만리라쯤이었다. 10만 짜리 석 장 건네고 소액권 찾았더니 관두란다, 나름 길을 돌았다며 미안하다는 표시를 한 것 같았다.  낮 12시 15분쯤 호텔에 도착해 일행에게 과자랑 과일 한 보따리 넘기고 작별 인사하고 체크아웃, 택시 서비스로 가 신청했더니 80만리라, 엄청 비싸다니까 공항이 완전 외곽에 있어서라고 했다. 실제로 가보니 정말 멀었다. 한도 끝도 없이 사막 한가운데를 달리는 느낌, 그렇다고 사막은 아니고, 황무지도 그런 황무지가 없다. 테헤란에 불어오는 모래바람, 전날 밤 호텔에 돌아가면서 봤던 다운타운 상공을 뒤덮은 연무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도로변 수박을 쪼개 파는 사람들, 참 힘들게 먹고 산다.  1시 조금 넘어 공항 도착해 체크하고 짐 부치고 과자 사고 캐셔는 유로로 계산해 신용카드 결제하려다 여의치않아힘들어 하길래 달러로 하겠다고 했더니 급반색, 100만리라가 넘었던 것 같은데 35달러라고 해서 50달러와 5달러 건네고 20달러 돌려달라고 했더니 계산 해보고 또 해보고, 애들 참 암산 같은 것 못한다.  카페 가면 와이파이 쓸 수 있을까 해서 커피 사먹으려는데 4달러란다. 웬 과자 봉지 둘을 건네길래 커피는 어디있느냐, 이래갖고 커피를 어떻게 먹느냐고 하니까 씩 웃으며 저쪽 가면 커피준댄다. 진작 얘기했으면 그렇게 정색하고 따지지 않았을텐데.  와이파이 비번 물어보니 다 모른댄다. 이 가게 종업원들인데 그런다. 누가 아느냐니까 밑에 어느 항공사 비즈니스 라운지 가보랜다. 그야말로 구걸을 하라는 얘긴데 커피맛이 좋고 과자맛도 좋아 용서해준다. 과자는 하이바이-HIBYE, 세상에 과자 이름이 독창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그게 과연 무슨 뜻에서 붙인 이름일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데 투박한 모양치고는 적당히 달고 맛있었다.  시간은 정말 후딱 흘렀다. 어느 순간 불현듯 시계를 보니 얼추 보딩 시간이 가까워온다. 서둘러 비행기를 탔더니 에어버스인데 거진 사람들이 다 앉아, 네가 늦게 오는 바람에 우리가 못 가지 않느냐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게중에는 정말 태어나서 동양인 50대 남자를 처음 본다는 표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중동 촌놈들이 상당수 있다. 어느 눈 큰 여자도 지 옆에 남자가 찰싹 달라붙어 시종 뭐라고 촐삭대는데도 날 노골적으로 할끔거린다. 이래도 되냐고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었는데 도대체 어느 언어로 쏘아붙여야 통쾌한 반응을 얻어낼지 자신이 안 서 참았다.  내가 앉고도 20명 정도, 특히 맨 마지막 나타난 190cm에 100kg는 돼 보이는 잘 생긴 40대-이 녀석은 도대체 국적을 가늠할 수가 없다. 생긴 건 할리우드 톱클래스인데 늦어서 마구 뛰었는지 땀을 연신 훔치며 숨을 거칠게 몰아 쉬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그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5분쯤 지나자 그제야 비행기가 움직인다.  점심도 안 먹고 커피 한 잔에 과자 두 개 주워 삼키고 비행기에 올랐는데 기내식이 너무 늦게 나온다. 정말 이란 떠난 기념으로 와인이나 맥주 있냐고, 없는 줄 뻔히 알면서 또 물었다. 역시나 없단다. 그냥 물달라고 해서 반쯤 남겼다가 양치에 쓰려고 아꼈다.  통로 건녀편 여자가 또 할끔거리다 이제는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 남정네는 잠에 골아떨어졌다. 쯔쯔.  이스탄불에 오후 6시 내려 나갈까 말까 고민 한참 했다. 문제는 석양이었다. 낮시간이라면 황홀한 이스탄불 풍광을 즐기기 위해 용기를 냈을 것이다. 그런데 수속 받고 나가면 6시반, 어두워지기까지 90분, 이동하면 끝, 보스포러스 크루즈 탈까 했는데 그것도 너무나 많은 변수-예를 들어 쉬는 날일 수도 있고, 예약자가 너무 많아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고, 테러나 강도당하거나 아니면 봉변 당할 수도 있으니  그냥 공항에 있기로 했다. 공항 내리니 역시나 사람 천지다. 휴대폰 충전하고 약 1시간 남짓 이 여행기를 대충 적었다.  와이파이 연결하려 했더니 위클리 120분이었단다. 7일 새벽에 사용했는데 13일 오후니 기간 만료라는 얘기다. 당시는 분명 원데이 120분이라고만 했던 것 같은데. 불편한 대합실 의자에 길게 누워 잠을 청했는데 환승 공항으로 유명한 이곳에서는 도대체 잠이 들 수가 없다. 어디나 사람이 많다. 저녁 시간 이 공항에 도착해 6시간 이상 환승해야 한다면 반드시 바깥 바람을 코에 불어넣으라고 권하고 싶다.  이렇게 이란 여행기를 갈무리한다.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취재 틈틈이 엿본 이 나라도 모순 투성이다. 반미 운동의 기지와 같은 곳이었지만 길거리에 영어 좀 하는 여성들이 넘쳐난다. 유럽 어느 여인네 못지 않게 명품 선글래스를 차도르나 히잡과 함께 보여주는 여성들이 많다. 그녀들이 운전하는 모습은 왜 그리 멋져 보이는지 모른다. 호텔 로비의 카페에서 남자와 찰싹 달라붙어 대화를 나누는 여성도 쉽게 눈에 띈다. 그런데 어렵지 않게 앞 자동차와 추돌하며 주차한 차들을 볼 수 있다. 사막으로 둘러싸인 나라에 멋진 분수와 나무들 사이로 지하수들이 흐른다. 길 한복판에서 달러화를 중개하느라 목청껏 소리지르는, 마치 뉴욕 증권거래소를 옮겨놓은 듯한 풍경도 충격적이었다. 한대 맞을까봐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지 못했는데 적잖이 후회된다. 그리고 페르시아 제국의 향기를 품은 많은 박물관들, 나중에 세계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테헤란 근교의 토찰산 너머 카스피해 쪽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데 돌아봐야겠다. 출장이라 아스파한이나 페르세폴리스 같은 고대 유적 도시들을 찾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분명 색다른 매력으로 반짝이는 이란을 다시 찾을 날이 올 것이다. 글 사진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테헤란 여행기 3] 토찰산 트레킹과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다

    [테헤란 여행기 3] 토찰산 트레킹과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다

    ◆12일 토찰산 다라케 계곡으로의 짤막한 나들이 새벽 3시부턴가 시작한 허재 감독 인터뷰 기사를 끙끙대며 결국 낮 12시 조금 못돼 마쳤다. 약간 시장끼는 있는데 그렇다고 딱히 먹고 싶은 생각도 없어 택시 서비스로 가 말렉 라이브러리 앤드 뮤지엄 가겠다고 했더니 국경일이라 쉰단다. 이 나라 박물관은 오전이나 오후 한 차례만 열거나 아니면 쉬는 날이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대안이 뭐냐고 했더니 산에 가란다. 케이블카도 있고 좋댄다. 시간은 44분 걸린다고 했다. 나중에 보니 터무니없는 얘기였다. 결코 44분 걸릴 거리가 아니었으며 케이블카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사실 가동한다고 해도 탈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위험해 보였다. 택시가 멈출 때까지 1시간30분쯤 걸렸던 것 같다. 신호만 제대로 지키면 안 그럴텐데 서로 빨리 가겠다고 우겨대니 생기는 현상이다. 또 목적지 근처에 이르자 양쪽에 차를 모두 주차해 길이 좁아 옴짝달싹 못했다. 여튼 택시에서 내렸다. 이 자리에 서 있어 안 그러면 내 손전화로 전화해 어쩌구저쩌구. 기사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고 난 페르시아어를 하나도 못하니 이런 바보들이 없다. 택시 서비스 아자씨가 헤어질 경우에 대비해 내게 기사 전번을 적어 건넸다. 페르시아의 주인답게 아라비아 숫자 따위는 쓰지 않는데 일일이 숫자를 입으로 세면서 또박또박 ‘09126336256’이라고 써줬다. 처음 편도에 40만리라라고 하더니 내가 왕복한다고 하자 잠깐 머리속으로 계산기를 돌리더니 대기시간 2시간 포함해 100만리라라고 했다. 30달러 정도의 왕복 차비에 2시간 대기가 포함됐으니 이런 호사가 따로 없다. 괜찮은 흥정이었다. 택시에서 내렸는데 100m쯤 나아갔을까. 선글래스를 뒷좌석에 놔두고 내렸다는 것을 알았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땡볕이 쏟아졌다. 헐레벌떡 달려가 움직이는 차를 붙잡았더니 이 기사는 내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뒷자리에서 선글래스를 꺼냈더니 그제야 ‘투 아워스, 히어’라고 한다. 토찰산이다. 해발 고도 3972m로 카스피해를 넘은 구름이 부딪쳐 11월만 돼도 흰눈이 쌓인다. 스키장이 여러 군데 있는 것 같다. 내가 간 곳은 다라케 계곡인데 분명 택시 서비스 아자씨는 ‘다르반’이라고 했다. 어느 게 맞는지 모르겠다. 땡볕 아래를 열심히 걸었다. 초반에 조금 무리를 했는지 숨이 차오르는 게 심상치가 않다. 제법 고산증세가 오는 듯 미식거리는 것도 같고 욕지기 같은 것도 올라오는 것 같다. 해발 2000쯤 되는 것 같았다. 여튼 간간이 하릴없는 청춘 남녀나 오래된 부부 같은 이들이 내국인 반, 외국인 반의 비율로 산을 오르내린다. 우리로 얘기하면 설악산 비선대산장과 비슷하게 절의 요사채처럼 꾸며놓은 공간에 톱질 소리가 요란하다. 그 위로는 길이 흐릿하고 더군다나 푹푹 미끄러지는 자갈길이라 자칫 큰일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택시 내릴 때가 오후 2시였는데 이 마을에서 시게를 보니 3시다. 얼추 됐다. 내려간다. 내려왔다. 기사가 탄 차가 안 보인다. 선글래스를 되찾은 지점에 있나 싶어 갔더니 없어 계속 내려가다 한 호텔 앞에서 남자 둘이 노닥거리고 있길래 사정을 설명했더니 친절하게도 전화를 걸어줬다. 기사는 아마도 전화기 건너편에서 자기도 내려온 지 얼마 안된다는 얘기를 하는 듯했다. 그 젊은이는 기사가 나보고 원래 내렸던 자리에 가있으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맙다고 말하고는 그 자리로 힙겹게 돌아 올라갔는데 또 없다. 그렇게 건너편으로 건너가 아까 호텔 앞보다 조금 더 내려간 다른 호텔 앞에서 이번에는 남녀 커플에게 염치 불구하고 부탁했다. 첫눈에 보기에도 남의 청 거절 못하게 생긴 녀석이 아 짜증나 하는 것이 분명한 여친을 달래며 전화를 건다. 여자는 내가 기분나빠 할수도 있겠다 싶었는지 눈을 내리깔았다. 엄청 더운 날씨에 선 채로 전화를 걸어 기사 아저씨와 통화하니 나로선 대단히 미안한 일이라 어쩔줄 몰라 했다. 10분인가 20분쯤 뒤에 감격의 상봉을 했는데 이 기사는 또 2시간 전에 헤어진 내 얼굴을 못 알아보는 것이 틀림없다. 연신 자기가 딱 두 시간에 맞추지 못하고 조금 늦었다고 미안해 한다. 아니 웬걸, 난 괜찮은데. 오케이 소리를 열번 이상 외친 것 같은데 그는 호텔에 택시가 도착할 때까지 쏘리쏘리를 해댄다. 속으로 난,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했으니 팁이라도 좀 내놔 할까봐 나름 조마조마했는데 그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날 돌아보며 손을 꼭 잡으며 굿데이를 외쳐댔다. 씻고 침대에 누워 개기작거리다 오후 7시 식당에 갔더니 중국인 셋이 저녁을 먹고 있다. 내가 자리에 앉고 조금 이따 일본인 심판들이 들어와 한중일 삼국지가 다시 펼쳐졌다. 동료에게 문자를 보내 함께 먹자고 했지만 그는 일하면서 먹지 않는 습관이 들었다며 나중에 먹겠다고 했다. 오후 8시 시작한 카타르와의 경기를 그와 함께 취재했다. 마침 한국인 응원단이 옆 자리에 있길래 경기장 이름이 왜 ‘1만 2000’이냐고 물었다. 교민 네 분이 계셨는데 잘 모르겠다고 했고 옆의 이란인 친구가 더듬거리는 우리말로 그만한 숫자가 들어와서 그런다고 답했다. 내가 어떻게 이 좌석에 그많은 숫자가 앉을 수 있느냐고 캐물었더니 교민들은 “이 나라에서 그렇게 따지면 안됩니다. 이 사람들이 그렇다면 그런 겁니다”라고 설명해 “아 네”라고 답했다. 호텔에 돌아오니 10시 30분쯤이었다. 동료 혼자 식사하겠다고 해 헤어져 기분좋게 잠에 들었다. 오늘은 잠깐이나마 이란의 척박하지만 나름 매력있는 산자락을 밟아본 행복한 하루였다. ◆13일 돌아오는 날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아보다 새벽 4시 눈을 떴다. 양호하다. 어제 밤 10시 50분쯤 잠든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충분히 잤다. 발제하고 기사 쓰고 간간이 카톡 주고받으니 6시반쯤 됐다. 동료와 마지막 아침을 함께 먹는다. 택시 서비스 아자씨가 말렉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 간다고 하니까 한참 검색한다. 결론적으로 여기는 아주 찾기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근처에 볼만한 라이브러리나 뮤지엄이 너무 많아서다. 모두 그게 그거고 비슷한 수준이라고 길 물어본 어느 인간이 얘기해준다. 택시는 부러 내리기 좋은 곳을 찾아 뱅뱅 돌며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방향 감각 없는 듯 이 사람 저 사람 라이브러리 안내하는 게 달라 혼란스럽다. 말을 끝까지 안 듣고 특정 단어만 꽂혀 안내하는 듯햇다. 예를 들어 라이브러리면 라이브러리, 뮤지엄이면 뮤지엄 한 단어에만 꽂히는 듯. 결국 네 번째인가 다섯 번째 남자가 따라오라고 해 내셔널 뮤지엄 오브 이란 티켓 창구 바로 앞 라이브러리를 알려준다. 한 중늙은이, 3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셋이 앉아 수다 떨다가 웬 동양 떨거지가 이런 데도 다 오는구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엔사이클로피디아 등 장서의 다양함이나 섹션 분류가 모두 훌륭하다. 사람의 손길을 잘 탔다. 특히 2층은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데 첫눈에 봐도 오래된 책들이어서 호기심은 발동했지만 궁금증을 풀 길이 없었다. 이런 때 써먹게 영어를 잘해야 하는데 싶었다. 책의 향기를 그리워 하는 사람이며 이왕 내셔널 뮤지엄에 들를 계획이라면 공짜이고 이슬람 책 사랑의 편린을 들여다볼 수 있어 강추할 만했다. 티켓 창구에서 20만리라-이슬람 시대, 30만리라-선사시대부터 역사시대까지-두 종류가 있길래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뭐 이런 바보같은 놈이 다 있냐 하는 표정으로 당연히 30만리라를 추천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 다음에 테헤란 들를 일 있으면 당연히 이슬람시대를 추가로 보겠지만. 선사 유적지 발굴 현장과 비화 등을 사진과 상상도 등으로 흥미롭게 꾸며놓았고 전시된 물품의 다양성이 뛰어나다. 페르시아 문명의 독창성, 풍부함을 느끼기에 손색 없었고 특히 이 뮤지엄의 1호 보물이라고 자랑하는 다리우스 황제 즉위식을 묘사한 부조 ‘알현’은 정말 한번은 꼭 볼만하다. 1층과 2층으로 나뉘는데 1층이 조금 나중, 다시 말해 청동기와 철기이고 2층이 선사시대라 2층 먼저 보고 1층 내려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푹 빠져볼 만했다. 뮤지엄 나와 길 건너편 분수대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것도 좋았다. 이어 방향도 모른 채 의자상가, 전자기기 상가 등을 헤매며 과자 사고 과일 샀다. 과자는 공장에서 만들어낸 과자였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꽤 괜찮았다. 과일 장수는 고대 페르시아와 신라, 고려의 문물 교류에 대해 흥미있다며 한국인과의 만남, 특히 농구대회를 취재하러 온 한국 기자와 얘기를 나눈다는 데 대해 많이 들떠 했다. 그의 도움으로 즐거운 쇼핑을 했다. 슈퍼 바로 나와 택시를 탔다. 타고 나니 이 동네가 완전 청과상 골목이다. 꼭 뭐를 찾다가 어쩔 수 없이 하급품으로 만족하면 좋은 것을 파는 가게가 보인다. 역시 올림픽 호텔 하니 못 알아듣고 올람픽 호텔이라고 하니까 급반색, 40만리라쯤 나올 거라고 말한 것 같았는데 나중에 한 번 길을 묻고 도착한 뒤 미터기를 보니 31만리라쯤이었다. 10만 짜리 석 장 건네고 소액권 찾았더니 관두란다, 나름 길을 돌았다며 미안하다는 표시를 한 것 같았다. 낮 12시 15분쯤 호텔에 도착해 일행에게 과자랑 과일 한 보따리 넘기고 작별 인사하고 체크아웃, 택시 서비스로 가 신청했더니 80만리라, 엄청 비싸다니까 공항이 완전 외곽에 있어서라고 했다. 실제로 가보니 정말 멀었다. 한도 끝도 없이 사막 한가운데를 달리는 느낌, 그렇다고 사막은 아니고, 황무지도 그런 황무지가 없다. 테헤란에 불어오는 모래바람, 전날 밤 호텔에 돌아가면서 봤던 다운타운 상공을 뒤덮은 연무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1시 조금 넘어 공항 도착해 체크하고 짐 부치고 과자 사고 캐셔는 유로로 계산해 신용카드 결제하려다 여의치않아힘들어 하길래 달러로 하겠다고 했더니 급반색, 100만리라가 넘었던 것 같은데 35달러라고 해서 50달러와 5달러 건네고 20달러 돌려달라고 했더니 계산 해보고 또 해보고, 애들 참 암산 같은 것 못한다. 카페 가면 와이파이 쓸 수 있을까 해서 커피 사먹으려는데 4달러란다. 웬 과자 봉지 둘을 건네길래 커피는 어디있느냐, 이래갖고 커피를 어떻게 먹느냐고 하니까 씩 웃으며 저쪽 가면 커피준댄다. 진작 얘기했으면 그렇게 정색하고 따지지 않았을텐데. 와이파이 비번 물어보니 다 모른댄다. 이 가게 종업원들인데 그런다. 누가 아느냐니까 밑에 어느 항공사 비즈니스 라운지 가보랜다. 그야말로 구걸을 하라는 얘긴데 커피맛이 좋고 과자맛도 좋아 용서해준다. 과자는 하이바이-HIBYE, 세상에 과자 이름이 독창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그게 과연 무슨 뜻에서 붙인 이름일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데 투박한 모양치고는 적당히 달고 맛있었다. 시간은 정말 후딱 흘렀다. 어느 순간 불현듯 시계를 보니 얼추 보딩 시간이 가까워온다. 서둘러 비행기를 탔더니 에어버스인데 거진 사람들이 다 앉아, 네가 늦게 오는 바람에 우리가 못 가지 않느냐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게중에는 정말 태어나서 동양인 50대 남자를 처음 본다는 표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중동 촌놈들이 상당수 있다. 내가 앉고도 20명 정도, 특히 맨 마지막 나타난 190cm에 100kg는 돼 보이는 잘 생긴 40대-이 녀석은 도대체 국적을 가늠할 수가 없다. 생긴 건 할리우드 톱클래스인데 늦어서 마구 뛰었는지 땀을 연신 훔치며 숨을 거칠게 몰아 쉬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그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5분쯤 지나자 그제야 비행기가 움직인다. 점심도 안 먹고 커피 한 잔에 과자 두 개 주워 삼키고 비행기에 올랐는데 기내식이 너무 늦게 나온다. 정말 이란 떠난 기념으로 와인이나 맥주 있냐고, 없는 줄 뻔히 알면서 또 물었다. 역시나 없단다. 그냥 물달라고 해서 반쯤 남겼다가 양치에 쓰려고 아꼈다. 이스탄불에 오후 6시 내려 나갈까 말까 고민 한참 했다. 문제는 석양이었다. 낮시간이라면 황홀한 이스탄불 풍광을 즐기기 위해 용기를 냈을 것이다. 그런데 수속 받고 나가면 6시반, 어두워지기까지 90분, 이동하면 끝, 보스포러스 크루즈 탈까 했는데 그것도 너무나 많은 변수-예를 들어 쉬는 날일 수도 있고, 예약자가 너무 많아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고, 테러나 강도당하거나 아니면 봉변 당할 수도 있으니 그냥 공항에 있기로 했다. 공항 내리니 역시나 사람 천지다. 휴대폰 충전하고 약 1시간 남짓 이 여행기를 대충 적었다. 와이파이 연결하려 했더니 위클리 120분이었단다. 7일 새벽에 사용했는데 13일 오후니 기간 만료라는 얘기다. 당시는 분명 원데이 120분이라고만 했던 것 같은데. 불편한 대합실 의자에 길게 누워 잠을 청했는데 환승 공항으로 유명한 이곳에서는 도대체 잠이 들 수가 없다. 어디나 사람이 많다. 저녁 시간 이 공항에 도착해 6시간 이상 환승해야 한다면 반드시 바깥 바람을 코에 불어넣으라고 권하고 싶다. 이렇게 이란 여행기를 갈무리한다.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취재 틈틈이 엿본 이 나라도 모순 투성이다. 반미 운동의 기지와 같은 곳이었지만 길거리에 영어 좀 하는 여성들이 넘쳐난다. 유럽 어느 여인네 못지 않게 명품 선글래스를 차도르나 히잡과 함께 보여주는 여성들이 많다. 그녀들이 운전하는 모습은 왜 그리 멋져 보이는지 모른다. 호텔 로비의 카페에서 남자와 찰싹 달라붙어 대화를 나누는 여성도 쉽게 눈에 띈다. 그런데 어렵지 않게 앞 자동차와 추돌하며 주차한 차들을 볼 수 있다. 사막으로 둘러싸인 나라에 멋진 분수와 나무들 사이로 지하수들이 흐른다. 길 한복판에서 달러화를 중개하느라 목청껏 소리지르는, 마치 뉴욕 증권거래소를 옮겨놓은 듯한 풍경도 충격적이었다. 한대 맞을까봐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지 못했는데 적잖이 후회된다. 그리고 페르시아 제국의 향기를 품은 많은 박물관들, 나중에 세계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테헤란 근교의 토찰산 너머 카스피해 쪽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데 돌아봐야겠다. 출장이라 아스파한이나 페르세폴리스 같은 고대 유적 도시들을 찾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분명 색다른 매력으로 반짝이는 이란을 다시 찾을 날이 올 것이다. 글·사진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권영수 “IoT 분야 1등 발판 내년 글로벌시장 진출”

    권영수 “IoT 분야 1등 발판 내년 글로벌시장 진출”

    “中·日 전문가 영입… 美 벤처 투자, 케이블방송 인수도 긍정적 검토” “모바일 분야에서는 3등이지만,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는 1등입니다. ‘1등 DNA’를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습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글로벌 진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권 부회장은 “네트워크 운용 기술과 IoT 분야의 경쟁력, 해외 통신사업자와의 파트너십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의 수장을 맡아 LCD(액정패널표시장치)와 2차 전지를 세계 1위로 끌어올리며 ‘1등 신화’를 일궈 냈다. 지난해 12월부터 LG유플러스를 이끌어 온 권 부회장은 IoT에서 1등의 기회를 잡았다고 자평했다. 권 부회장은 “자사의 홈IoT 가입자는 43만 가구지만 경쟁사는 7만~8만 가구로, LG전자의 하드웨어와 협업해 확실한 1등을 굳힐 것”이라면서 “현재 미세한 차이로 2등인 기업간거래(B2B) 분야에서도 1등의 가능성이 높다”고 자부했다.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향한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권 부회장은 “중국과 일본 전문가를 영입했고 이스라엘과 미국 등의 벤처 투자를 통해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시도를 통해 내년 상반기쯤 글로벌 사업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게 권 부회장의 설명이다. 케이블 업계의 인수합병(M&A)에 대한 관심도 내비쳤다. 앞서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에 나섰다가 무산된 가운데 LG유플러스도 딜라이브와 현대HCN 등 케이블방송의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부회장은 “IPTV 사업자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를 인수할 근거가 마련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면서 “통합방송법이 제정되면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협의해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2000억대 불법 거래 ‘청담동 주식부자’ 구속기소

    2000억대 불법 거래 ‘청담동 주식부자’ 구속기소

     ‘청담동 주식부자’로 이름을 날린 이희진(30)씨와 그의 친동생(28)이 1670억원대 불법 주식 거래, 비상장 주식거래와 유사수신으로 39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은 이씨 형제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회사 대표로 재직한 이씨의 친구 박모(28)씨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은 이들의 재산을 동결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하고, 이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할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14년 7월부터 올 8월까지 금융위원회 인가 없이 투자매매 회사를 만들어 불법으로 1670억원가량의 주식 매매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케이블방송 등을 통해 비상장 주식에 대한 성장 가능성을 사실과 다르게 이야기한 뒤 주식을 팔아 15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지난 2월부터 7개월간은 원금 보장 고수익을 빌미로 투자자들에게 240억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이씨의 동생과 박씨는 주식 매매에 관여한 혐의를, 또 다른 친구 김모(28)씨는 유사수신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의 예금, 312억원 가치로 알려진 부동산, 부가티·람보르기니·벤츠 등 외제차 3대 등의 재산을 동결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부동산의 경우 각종 근저당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정확한 가치를 산정하기는 어렵다”며 “이씨를 둘러싼 다른 의혹도 추가수사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In&Out] 주문형비디오 시청연령등급제의 미비점/김진경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기획홍보국장

    [In&Out] 주문형비디오 시청연령등급제의 미비점/김진경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기획홍보국장

    영상물 심의규제가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이원화돼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업무가 그것이다. 흔히 ‘영등위’라고 불리는 곳에서는 주로 영화에 대한 연령등급을 관장하고 있으며 사전 심의제로 운영하고 있다. 반면 주로 TV프로그램에 대한 심의를 담당해온 ‘방심위’라는 곳은 사후 심의제로 운영한다. 불과 몇 년까지만 해도 이들 업무가 충돌되는 일이 거의 없었고 영상물 등급에 대한 사후 심의가 맞는지 사전 심의가 맞는지에 대한 논쟁도 크지 않았다. 그런데 몇 년 사이 이같이 이원화된 제도에 불편을 느끼는 사업자들이 늘고 있다. 영화관과 TV라는 엄연히 다른 매체가 최근 들어 새로운 서비스로 인해 간섭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케이블TV 등 유료 매체가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방송프로그램 이외에 영화 장르의 유입이 대폭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TV 프로그램으로 봐서 사후 심의를 해도 될지 아니면 영화 장르의 특성상 영등위의 사전 심의를 얻어야 하는지 모호해졌다. VOD 서비스 자체가 심의에 관한 한 어떤 법령에도 속해 있지 않아서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심의에 대한 부담을 끌어안고 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중 규제에 대한 모순점도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인기 미국 드라마의 경우 케이블 채널이 먼저 수급을 통해 15세 등급을 부여해 방영한 바 있었다. 같은 드라마를 이후 넷플릭스가 국내 VOD 서비스를 위해 영등위에 심의를 의뢰한 결과 ‘청소년 시청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 경우 영등위 기준으로는 18세 이하에게는 상영이 금지된다. 이전 조치와 배치되는 사례다. 사업자들의 혼란도 문제지만 시청 지도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명확한 기준점이 제시되지 못해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덧붙여 VOD 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서비스 품목을 늘리는 과정에서 해외의 다양한 영상물들이나 연령등급제 시행 이전의 인기 프로그램들까지 편성 품목에 추가하면서 이들 프로그램에 등급을 매기는 인력도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영등위의 경우 한 해 약 1만편 정도의 프로그램 등급을 위한 심사 인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 VOD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한 해 신규 편성하는 프로그램 편수는 그 몇 배에 이른다. 또한 미국 등지의 인기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방영하는 경우 연령별 등급 매기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심의 기관의 이원화 문제는 놔두더라도 사후 규제가 맞는지 사전 규제가 맞는지에 대한 사업자들의 고뇌가 깊어진다. 문제는 방송내용을 문제 삼아 사후에 시청자 고발이 들어갈 경우 서비스 사업자는 형사처벌의 위험에까지 노출된다는 점이다. 특히 이 문제는 회사 처벌은 물론이고 편성 책임자 개인까지도 처벌을 받게 되는 양벌 규정이 적용된다. 제도적 정비가 시급한 시점이다. 국내에 VOD 서비스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어서고 있다. 서비스의 편리함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시청자가 크게 늘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기기를 통한 VOD 서비스까지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면서 VOD는 시청자 이용 행태의 대세로 자리잡아 나갈 것이다. 그런데 관련 법령은 이를 따라 개선되는 작업이 수반되지 못한 채 여러 해가 흐르고 있다. 차제에 VOD에 대한 서비스 규정에서부터 심사기관의 역할 분담에 이르기까지 정리가 이뤄져야 한다. 더 나아가 매체에 걸맞는 사전 혹은 사후 심의에 대한 논쟁도 결론을 내야 한다. 갈수록 커가는 영상산업에 대한 제도적 미비로 인해 산업이 위축되고 죄 없는 종사자들이 범법자로 내몰려서는 안 될 일이다. 무엇보다 수많은 영상물에 노출된 시청자들에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인 연령별 등급제에 대한 손질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시청지도가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부고]

    ●박동민(대한상공회의소 상무이사)조세현(사업)씨 장인상 20일 서울 도봉병원, 발인 22일 오전 8시 (02)995-4444 ●박효성(전 한진관광 대표이사)씨 별세 연주(강사)씨 부친상 효민(전 한국은행 부장)씨 형님상 20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2일 오전 7시 30분 (02)3010-2237 ●최종걸(전 연합인포맥스 증권부장)씨 장인상 20일 경기 남양주시 우리병원, 발인 22일 오전 9시 (031)574-4442 ●한승엽(엠씨이코리아 전무이사)씨 부친상 정영진(전 의정부지법 부장판사)은성수(한국투자공사 사장)씨 장인상 20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22일 오전 8시 (02)2258-5940 ●신봉규(대신증권 대림동지점장)씨 모친상 20일 부산 인창병원, 발인 22일 오전 7시 (051)464-5820 ●양성근(대보 사장)원근(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씨 모친상 김성룡(케이블앤텔레콤 사장)씨 장모상 19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2일 오전 8시 (02)3410-3151 ●하주현(군인공제회 언론홍보담당)씨 부친상 20일 경남 함양장례식장, 발인 22일 오전 7시 30분 (055)964-2000 ●강길부(새누리당 국회의원)씨 모친상 20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3일 오전 (02)3410-3151
  • [부고]

    ●길종섭(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윤섭(사업)씨 모친상 기범(MBN 정치부 기자)씨 조모상 최종현(법무법인 세경 대표변호사)백선흠(수원 백병원 원장)씨 장모상 최기민(세경 변호사)차주현(대한제당 근무)씨 외조모상 19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2일 (02)3410-3151 ●차병진(충북대 교수)문중(삼성경제연구소 소장)씨 모친상 정현생(치과 의사)김호준(의사)씨 장모상 김양원(대전대 교수)설수영(경기대 교수)씨 시모상 19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2일 오전 8시 (02)3410-3151 ●노현석(TLBU국제대학원 교사)씨 장모상 장혁(한화건설 홍보팀 차장)희(KEB하나은행 프로젝트금융부 차장)택동(퍼스트학원 교사)씨 조모상 19일 경기도립의료원 파주병원, 발인 21일 오전 6시 30분 (031)940-9370 ●유석준(석영시스템즈 부장)씨 모친상 김범석(파이낸셜뉴스 사진팀 차장)씨 장모상 황샛별(와이즈와이어즈 부장)씨 시모상 18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21일 오전 7시 30분 (02)2258-5940 ●강창희(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대표)씨 모친상 19일 여의도성모병원, 발인 21일 오전 8시 (02)3779-1918 ●박경동(대구 효성병원 원장)씨 부친상 19일 영남대병원, 발인 21일 오전 5시 30분 (053)212-7981 ●이경탁(LG 책임연구원)씨 부친상 19일 경북대병원, 발인 21일 오전 8시 (053)200-6146
  • 양정원, “팬티 사면 양한나 아나운서 자꾸 입어” 충격

    양정원, “팬티 사면 양한나 아나운서 자꾸 입어” 충격

    방송인 양정원이 솔직한 입담을 뽐내 화제다. 13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에서 양정원은 가식 없는 솔직한 입담을 뽐냈다. 특히 친언니 양한나 아나운서와 속옷을 공유한다는 깜짝 고백을 했다. “팬티를 사면 언니가 자꾸 입는다”는 그는 “전 언니보다 한 사이즈 작다. 자꾸 늘어나더라”고 숨김없이 털어놨다. 그러면서 자신의 지적에 “언니가 서운해 했다”며 “언니가 ‘어떻게 그런 얘기할 수 있냐. 내가 너한테 어떤 존재인데 팬티를 입지 말라고 하느냐’ 하더라”며 “언니가 상처를 받길래 팬티 서랍을 몰래 만들었다”고까지 밝혔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몰아보기 딱 좋은 연휴네~”…명작 미드 5선

    “몰아보기 딱 좋은 연휴네~”…명작 미드 5선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는 추석 황금연휴. 그러나 집에서 혼자만의 편안한 휴식을 보내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몇 편 되지 않는 추석 특선 영화만으로는 시간을 보내기가 충분하지 않고, 그렇다고 아직 완결이 나지 않은 드라마들을 몰아보자니 추석이 끝나고 매주 다음 화를 애타게 기다려야 하는 후유증이 두렵다. ‘나홀로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을 위해 몰아보기 좋은 완결 미국 드라마 5편을 소개한다. 1. 소프라노스 (6시즌, 총 86화) 미국 역사상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 뉴저지에 사는 지역 마피아 보스 토니 소프라노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마피아 비즈니스보다도 더 큰 스트레스를 토니에게 떠안기는 가족 및 친지들의 이기적인 행동, 그리고 그 행동의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당대 미국사회의 정치·경제적 부조리를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미국의 유료 방송사 HBO는 이 드라마를 통해 여타 드라마 채널들과 구분되는 ‘고급 채널’로 도약하는데 성공했으며 이후로도 고품질 드라마를 꾸준히 제작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게 된다. 에미상 21회, 골든글로브 3회를 수상했다. 시즌 4의 프리미어는 케이블 TV사상 최고인 1300만의 이례적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2. ‘밴드 오브 브라더스’, ‘더 퍼시픽’ 시리즈 (각 10부작)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 톰 행크스가 감독을 맡아 HBO에서 방영한 전쟁 드라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 육군 제 101공수사단 병사들의 영웅적 분투를 다뤘다. 당시 참전한 실제 병사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집필된 동명의 논픽션 서적을 각색한 작품으로 현실적 전장 묘사가 돋보인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에미상 19개 부분에 노미네이트 됐으며 6개 부문을 수상했다. 같은 제작진이 만든 후속 작품 ‘더 퍼시픽’은 전편과 달리 유럽전선이 아닌 태평양 전쟁에 투입된 미국 해병대의 이야기를 다룬다. 전편의 경우 미군을 지나치게 영웅적으로 묘사해 비판받았던 반면, 더 퍼시픽은 병사들의 영웅담보다는 고충과 참상을 그리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전편만큼의 대중적 인기를 끄는 데에는 실패했다. 3. 브레이킹 배드 (5시즌, 총 62화) 미국 케이블 채널 AMC에서 방영된 범죄 드라마. 노벨화학상을 노릴 정도로 뛰어난 과학자였으나 평범한 고등학교 화학교사가 된 인물 월터 화이트가 폐암 3기를 진단받은 뒤 가족들을 돕기 위해 마약 제조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다뤘다. 총 5개 시즌에 걸쳐 오랜 기간 방영했지만 마지막까지 작품성을 잃지 않았다는 평을 받았으며, 시즌 5는 미국 대중문화 평론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역대 드라마 중 최고점인 99점을 받는 대기록을 남겼다. 에미, 골든글로브 등 다양한 시상식에서 여러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4. 닥터 하우스 (8시즌, 총 177화) 대학병원의 진단의학과 과장 그레고리 하우스 박사의 이야기를 그린 의학드라마. 입원 환자들이 걸린 괴질환의 정체를 파헤치는 진단의학과 팀원들의 활약을 주된 내용으로 다룬다.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를 모티브로 삼아 추리극의 성격을 띤다.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환자들이 숨긴 내밀한 정보를 추적해 병의 진정한 원인을 밝혀내는 패턴이 전형적 추리물의 구성을 닮아있다. 더 나아가 성격파탄에 가까운 인성을 지녔으나 뛰어난 능력과 나름의 따뜻함을 간직한 하우스 박사의 캐릭터는 이야기 매력을 높이는 주요 포인트로 작용한다. 괴짜 하우스 박사와 그 유일한 친구 제임스 윌슨 사이의 관계 또한 셜록 홈즈와 왓슨의 관계를 패러디 하고 있어 재미를 더한다. 5. 24 (8시즌, 총 192화) 24시간 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24편의 에피소드로 풀어내는 독특한 형식의 액션 드라마. 1시간짜리 에피소드 한 화마다 극중에서도 1시간이 흘러간다는 참신한 설정으로 화제를 모았다. 실제 한 화의 러닝타임은 중간광고 시간을 제외한 45분이지만 광고가 나오는 동안에도 극 중에서 사건이 진행된다고 가정함으로서 이러한 간극을 해결했다. 대태러부대 CTU의 요원 잭 바우어가 겪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다루는 만큼 흡인력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다만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실시간이라는 설정에 맞지 않는 각본상 허점이 많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올해 초 시리즈 리부트 계획이 발표된 바 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언프리티랩스타 시즌3’ 나다, 자이언트핑크 꺾었다 “별거 아니였어… 근데 왜 그리 울었을까”

    ‘언프리티랩스타 시즌3’ 나다, 자이언트핑크 꺾었다 “별거 아니였어… 근데 왜 그리 울었을까”

    ‘언프리티랩스타 시즌3’ 나다가 진정성 가득한 랩으로 자이언트 핑크를 꺾고 7번 트랙을 따냈다. 지난 9일 오후 방송된 케이블채널 엠넷 ‘언프리티랩스타 시즌3’에서는 역대 시즌 최초로 2대 2 디스전이 벌어졌다. 이날 방송에서 2대 2 디스전 결과, 7번 트랙을 두고 대결하게 된 나다와 자이언트 핑크. 나다는 대결에 앞서 “이 비트에서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어 잔잔한 음악 ‘nothing’에 맞춰 나다는 “일이 없어서 죽을 것 같았는데, 죽을 것 같이 일을 하네”, “누군가에게는 우습고 작은 것들을 위해 5년을 목맸어”, “이게 별 거 아니라고, 맞아 별 거 아니였어, 근데 왜 그리 울었을까”라며 속마음이 담긴 진솔한 랩을 쏟아냈다. 나다의 무대를 본 다른 참가자들은 “울 뻔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결국 7번 트랙은 나다에게 돌아갔다. 사진=엠넷 ‘언프리티랩스타 시즌3’ 방송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내 귀에 캔디 윤세아, 서장훈 들었다 놨다 ‘소공녀 세라’ 의외의 예능 활약

    내 귀에 캔디 윤세아, 서장훈 들었다 놨다 ‘소공녀 세라’ 의외의 예능 활약

    배우 윤세아가 ‘내 귀에 캔디’를 통해 또 하나의 거침없는 예능 활약상을 남겼다. 지난 1일과 8일, 2주에 걸쳐 방영된 tvN 예능프로그램 ‘내 귀에 캔디’에서 서장훈의 두 번째 캔디 ‘소공녀 세라’로 출연한 윤세아가 서장훈은 물론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뜻밖의 예능감으로 안방극장을 매료시켰다. ‘내 귀에 캔디’에서 윤세아는 영상 통화로 서장훈의 시구 의상 피팅을 돕기도 하고 그의 시구 현장에 몰래 방문해 멀리서나마 진심으로 응원하는 등 매순간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특유의 긍정 에너지가 느껴지는 밝은 모습과 털털한 매력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또한 통화 중 여행이나 가족 등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서장훈과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 미처 몰랐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안방극장에 훈훈함을 더하는 것은 물론, ‘내 귀에 캔디’의 기획 의도인 교감, 소통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게 했다. 그간 탄탄한 연기와 세련된 외모로 출연하는 작품마다 사랑 받아온 윤세아는 본업인 드라마에 충실하며 틈틈이 리얼리티부터 토크쇼, 먹방 프로그램까지 지상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MC, 패널, 게스트 등 여러 분야에서 맹활약해왔다. 때론 믿음직한 의리녀로, 때론 사랑스러움을 한껏 두른 천상 여자로, 때론 코코넛 나무를 거침없이 타는 정글 여제로, 최근에는 tvN ‘수요미식회’를 통해 솔직 담백한 입담과 구수한 아재 입맛을 뽐내는 반전녀로 주목 받으며 동네 형 같은 친근함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갔다. 자칫 드라마 속 캐릭터로 인해 새침하고 도도한 이미지가 고착화 될 수 있었지만, 윤세아는 예능 출연을 통해 털털함과 솔직함,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당찬 성격 등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본인 그대로를 보여줌으로써 ‘배우 예능의 좋은 예’로 자리매김해 그녀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감도 역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윤세아는 스릴러 영화 ‘해빙’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애플은 왜 3.5㎜ 오디오 잭을 없앴는가?

    [고든 정의 TECH+] 애플은 왜 3.5㎜ 오디오 잭을 없앴는가?

    애플이 아이폰7과 아이폰7 플러스를 들고 나와 2016년 하반기 스마트폰 대전에 다시 뛰어들었습니다. 새롭게 탑재된 A10 프로세서는 CPU 성능에서 40%, GPU 성능에서는 50%의 향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A9에 사용된 1.85GHz 트위스터 CPU나 PowerVR Series 7XT GT7600 GPU 모두 상당한 성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제조 공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거의 A9과 같은 공정(16nm 혹은 14nm)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 놀라운 일이죠. 이외에도 카메라 성능 개선이나 최초로 방진 방수를 도입한 부분, 16GB 없애고 용량을 두 배로 늘린 점은 경쟁사 대비 약간 늦은 점도 있지만, 이전 세대 대비 개선된 점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새 아이폰에 대한 시각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닙니다. 많은 유저는 물론 외신들도 3.5㎜ 오디오 잭(Audio Jack)을 제거한 부분에서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3.5㎜ 오디오 잭이 없으면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 이외에 사용자가 기존에 가진 유선 이어폰과 헤드폰은 모두 변환 어댑터를 통해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과 더불어 라이트닝 이어폰은 앞으로 다른 기기에서는 사용하기 힘들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혹평이 쏟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런데 왜 애플은 이런 용감한(?) 일을 벌인 걸까요?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3.5㎜ 오디오 잭을 없애려고 시도하는 것이 애플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6.35㎜(1/4인치)로 시작한 오디오 잭은 3.5㎜, 2.5㎜ 등 여러 변형이 나왔지만, 기술적으로는 아주 오래된 아날로그 규격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3.5㎜ 오디오 잭만 해도 1964년에 등장한 소니 EFM-117J 라디오에서 등장해서 워크맨 시리즈와 더불어 황금기를 누리게 된 규격인데, 본래 원조인 6.35㎜ 앞에서는 명함도 내밀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6.35㎜는 1878년에 등장했으니까요. 하지만 3.5㎜ 오디오 잭을 비롯한 아날로그 오디오 단자 규격이 널리 사용된다는 이유를 제외하고 이것을 반드시 써야 하는 이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른 단자와 케이블로도 얼마든지 음성 신호를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이를 USB mini 같은 커넥터로 교체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으나 대다수 사람이 알지도 못할 만큼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대다수 이어폰/헤드폰이 아날로그 오디오 규격으로 나와 있기 때문이죠. 새로운 단자를 이용한 기기를 내놓으면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을 당했습니다. 과거 몇몇 휴대폰도 시도했다가 결국 사라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몇몇 기업들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3.5㎜ 오디오 잭을 제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애플 말고 다른 기업 어디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인텔입니다. 인텔은 2016년 인텔 개발자 회의(IDF)에서 공식 슬라이드를 통해서 자신들의 포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인텔의 목표는 현재 인텔이 밀고 있는 규격인 USB type-C로 오디오 단자를 통일하는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앞으로 오디오 기술 규격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옮기면서 여기서 인텔이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입니다. 인텔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3.5㎜ 단자를 제거하겠다는 포부를 발표했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인텔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직접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죠. 따라서 인텔의 계획은 CPU를 공급하면서 PC 시장의 주도권을 쥐었듯이 디지털 오디오 관련 부품을 공급하고 주도권을 얻겠다는 것이지 직접 3.5㎜ 오디오 잭이 없는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과거의 실패를 알고도 이를 선뜻 실행에 옮길 용감한 제조사는 당장에는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단자 종류는 달라도 애플이 먼저 총대를 멘 셈인데 과연 이러면 애플에 무슨 이점이 있을까요? 사실 이점은 분명합니다. 3.5㎜ 단자를 제거한 만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물론 빈 공간만큼 공간 설계에 여유가 생기는 장점도 같이 존재합니다. 여기에 새로운 디지털 방식 오디오 단자를 이용해서 앞으로 이전보다 훨씬 진보된 고해상도 디지털 음원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일 것입니다. 과거 PC에는 마우스, 키보드, 프린터 등 입출력 단자가 다 개별적으로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 USB로 통일되었습니다. 소비자도 편해졌지만, 제조사가 사실 더 큰 이점을 누렸습니다. 구조가 단순해지고 제조비가 줄어드니까요. 구조와 단자 종류가 단순해지는 것은 사실 모바일 기기에서 더 큰 이점입니다. 하지만 다른 제조사들이 이런 장점을 몰라서 지금까지 3.5㎜ 오디오 잭을 유지해온 것은 아닙니다. 제조사는 3.5㎜ 오디오 잭을 없애면 당장에 이득을 보겠지만, 소비자는 당장에는 아무런 이득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소비자가 가진 3.5㎜ 이어폰과 헤드폰은 변환 어댑터 없이는 사용할 수 없게 되고 라이트닝 커넥터 이어팟은 다른 오디오 기기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데 좋다고 할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까요?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만 주로 사용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당연히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반발이 없어지는 것은 이런 기기가 늘어나서 3.5㎜ 오디오 잭이 서서히 사라지는 시점에서나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애플이 이런 강수를 둔 이유는 그만큼 충성 고객이 많다는 자신감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다른 제조사에서는 보기 힘든 용기(?)인 셈인데,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아니면 다시 3.5㎜ 오디오 잭으로 복귀할지는 1~2년 정도 지나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새롭다고 항상 좋지는 않은 법인데, 이번에도 구관이 명관이라는 소리가 나오게 될지 궁금하네요.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화장대를 부탁해2’ 한채영 “171cm에 47kg? 16년 전 프로필” 현재는?

    ‘화장대를 부탁해2’ 한채영 “171cm에 47kg? 16년 전 프로필” 현재는?

    ‘화장대2’ MC 한채영이 자신의 신체 프로필을 정정했다. 8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케이블채널 패션앤 ‘화장대를 부탁해 시즌2’에서는 안방마님 한채영이 새롭게 합류한 MC 이특, 리지와 첫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 전파를 탄다. 최근 진행된 ‘화장대를 부탁해2’ 첫 녹화에서 한채영은 가장 자신 있는 신체 부위로 다리를 꼽으며 “다리 운동을 열심히 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너무 마른 것보다 건강해 보이는 다리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이어 ‘키 171cm, 몸무게 47kg를 유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16년 전 프로필”이라며 “47kg은 제 키에 너무 말라 보기 싫은 것 같고, 50kg이 적당한 것 같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화장대를 부탁해2’는 8일 목요일 오후 9시 첫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몰아보기 딱 좋은 연휴네~”…명작 미드 5선

    “몰아보기 딱 좋은 연휴네~”…명작 미드 5선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는 추석 황금연휴. 그러나 집에서 혼자만의 편안한 휴식을 보내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몇 편 되지 않는 추석 특선 영화만으로는 시간을 보내기가 충분하지 않고, 그렇다고 아직 완결이 나지 않은 드라마들을 몰아보자니 추석이 끝나고 매주 다음 화를 애타게 기다려야 하는 후유증이 두렵다. ‘나홀로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을 위해 몰아보기 좋은 완결 미국 드라마 5편을 소개한다. 1. 소프라노스 (6시즌, 총 86화) 미국 역사상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 뉴저지에 사는 지역 마피아 보스 토니 소프라노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마피아 비즈니스보다도 더 큰 스트레스를 토니에게 떠안기는 가족 및 친지들의 이기적인 행동, 그리고 그 행동의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당대 미국사회의 정치·경제적 부조리를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미국의 유료 방송사 HBO는 이 드라마를 통해 여타 드라마 채널들과 구분되는 ‘고급 채널’로 도약하는데 성공했으며 이후로도 고품질 드라마를 꾸준히 제작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게 된다. 에미상 21회, 골든글로브 3회를 수상했다. 시즌 4의 프리미어는 케이블 TV사상 최고인 1300만의 이례적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2. ‘밴드 오브 브라더스’, ‘더 퍼시픽’ 시리즈 (각 10부작)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 톰 행크스가 감독을 맡아 HBO에서 방영한 전쟁 드라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 육군 제 101공수사단 병사들의 영웅적 분투를 다뤘다. 당시 참전한 실제 병사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집필된 동명의 논픽션 서적을 각색한 작품으로 현실적 전장 묘사가 돋보인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에미상 19개 부분에 노미네이트 됐으며 6개 부문을 수상했다. 같은 제작진이 만든 후속 작품 ‘더 퍼시픽’은 전편과 달리 유럽전선이 아닌 태평양 전쟁에 투입된 미국 해병대의 이야기를 다룬다. 전편의 경우 미군을 지나치게 영웅적으로 묘사해 비판받았던 반면, 더 퍼시픽은 병사들의 영웅담보다는 고충과 참상을 그리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전편만큼의 대중적 인기를 끄는 데에는 실패했다. 3. 브레이킹 배드 (5시즌, 총 62화) 미국 케이블 채널 AMC에서 방영된 범죄 드라마. 노벨화학상을 노릴 정도로 뛰어난 과학자였으나 평범한 고등학교 화학교사가 된 인물 월터 화이트가 폐암 3기를 진단받은 뒤 가족들을 돕기 위해 마약 제조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다뤘다. 총 5개 시즌에 걸쳐 오랜 기간 방영했지만 마지막까지 작품성을 잃지 않았다는 평을 받았으며, 시즌 5는 미국 대중문화 평론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역대 드라마 중 최고점인 99점을 받는 대기록을 남겼다. 에미, 골든글로브 등 다양한 시상식에서 여러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4. 닥터 하우스 (8시즌, 총 177화) 대학병원의 진단의학과 과장 그레고리 하우스 박사의 이야기를 그린 의학드라마. 입원 환자들이 걸린 괴질환의 정체를 파헤치는 진단의학과 팀원들의 활약을 주된 내용으로 다룬다.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를 모티브로 삼아 추리극의 성격을 띤다.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환자들이 숨긴 내밀한 정보를 추적해 병의 진정한 원인을 밝혀내는 패턴이 전형적 추리물의 구성을 닮아있다. 더 나아가 성격파탄에 가까운 인성을 지녔으나 뛰어난 능력과 나름의 따뜻함을 간직한 하우스 박사의 캐릭터는 이야기 매력을 높이는 주요 포인트로 작용한다. 괴짜 하우스 박사와 그 유일한 친구 제임스 윌슨 사이의 관계 또한 셜록 홈즈와 왓슨의 관계를 패러디 하고 있어 재미를 더한다. 5. 24 (8시즌, 총 192화) 24시간 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24편의 에피소드로 풀어내는 독특한 형식의 액션 드라마. 1시간짜리 에피소드 한 화마다 극중에서도 1시간이 흘러간다는 참신한 설정으로 화제를 모았다. 실제 한 화의 러닝타임은 중간광고 시간을 제외한 45분이지만 광고가 나오는 동안에도 극 중에서 사건이 진행된다고 가정함으로서 이러한 간극을 해결했다. 대태러부대 CTU의 요원 잭 바우어가 겪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다루는 만큼 흡인력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다만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실시간이라는 설정에 맞지 않는 각본상 허점이 많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올해 초 시리즈 리부트 계획이 발표된 바 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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