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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대선 후보가 노르웨이어 할 줄 안다고? 그래서 뭐 어째?

    미국 대선 후보가 노르웨이어 할 줄 안다고? 그래서 뭐 어째?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서려는 이들이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고 있어 눈길을 끈다. 두 언어를 하는 것이 대선 후보로서 플러스가 되는 것만은 아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미국 유권자들이 소스라치게 놀란다는 사실이라고 영국 BBC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한글로도 출간된 ‘카불의 책장수’를 쓴 노르웨이 프리랜서 작가 아스네 자이어스타드는 지난주 텍사스의 음악 축제에서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으로 대선 출마를 준비하는 피트 부티기에그를 소개받았는데 노르웨이 말로 노르웨이 문학에 대한 얘기를 건네 깜짝 놀랐다고 트위터에 털어놓았다. 사우스벤드의 억양이 있긴 했지만 노르웨이어 실력이 빼어나 놀랐다면서도 “왜 미국인이 노르웨이어를 배우려는 거지?”라고 의아해 했다고 했다. 부티기에그는 노르웨이 최고의 작가 에를렌 루의 작품을 원어로 읽어보고 싶어 했다. 자이어스타드의 트윗은 다양한 정치 스펙트럼의 반향을 낳았다. 지난해 번역본이 나온 ‘전문가와 강적들(The Death of Expertise)’의 톰 니콜스는 “지적 호기심에 대한 각별한 얘기”라며 “현재 백악관 거주자와는 완전 상반된 것”이라고 비꼬았다. 니콜스나 트럼프 지지자나 대선 출마 희망자가 노르웨이어를 배우려는 것은 낯설게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고문이었던 마이클 카푸토는 “노르웨이어를 배워 노르웨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고 적었다. 사실 부티기에그의 어머니 앤 몽고메리는 언어학자다. 그는 언어 속에서 자라나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몰타, 아랍, 다리(아프가니스탄과 조로아스터 영향권) 말도 할 줄 안다고 선거참모 리스 스미스는 말했다.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부티기에그가 언어를 배우려 하는 것을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미국인들은 대체로 다른 나라나 언어에 대한 관심이나 호기심이 현저히 떨어진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유럽 학생의 90% 이상은 학교에서 다른 언어를 배우는데 미국에서는 20%로 뚝 떨어진다. 이래서도 지도자가 다른 언어를 할 수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화들짝 놀란다.선거철이면 민주당 후보들은 스페인어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곤 한다. 텍사스 출신 민주당 후보 베토 오루크와 뉴저지주 상원의원 코리 부커는 스페인어 광고를 시작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동생 제프만큼은 아니지만 짤막하게 할 수 있어 대통령으로선 예외적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은 영어만 한다. 다른 나라 정치인들과 지도자들은 더 잘한다.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는 만다린어를 잘 알고, 제레미 헌트 전 영국 외무장관은 일본어 연설이 가능하며, 닉 클레그 전 영국 부총리는 네덜란드어가 유창하고 스페인어 연설도 잘 한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프랑스어를 했는데 영어 액센트 때문에 비웃음을 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독일어를 아주 잘하고 영어도 곧잘 하지만 실수라도 할까봐 자제한다.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대선 후보는 손해를 보곤 한다. 2015년 공화당 경선 경쟁자였던 제프 부시를 가리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있는 동안은 영어를 말해 모범을 보이셔야지”라고 비아냥댔다. 이민 반대와 담장 건설을 주창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 전술에 그의 스페인어 구사 능력은 맞춤한 먹잇감이 됐다.민주당 후보들일수록 이런 추잡한 공격에 민감해지곤 한다. 해서 프랑스어를 잘했던 존 케리 전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런 능력을 감추려 했다. 엘리트주의자처럼 비쳐 보통사람과 거리가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게 싫었으며 공격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니콜스에 따르면 프랑스어를 할줄 아는 미국인이라면 ‘지적인 척 구는 위선자’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높다. 2012년 공화당 경선 과정에도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미트 롬니 후보가 비슷하게 당했다. 경쟁자 중 한 명은 너무 유약해 보여 케리를 이길 수 없다는 동영상을 제작했다. “절반은 노르웨이인”이라고 스스로를 밝히는 공화당 선거 전략가는 부티기에그의 언어 능력은 존중할 일이지만 그렇게 해서는 선거를 이기지 못한다고 조언했다. 내셔널 민주당 트레이닝 위원회를 이끄는 켈리 디트리히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세 언어, 열두 언어, 한 언어를 쓰던 관심 없다. 그들이 관심있는 것은 트럼프를 이길 것인지 뿐”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흉내내는 연기는 어설픈 호랑이

    흉내내는 연기는 어설픈 호랑이

    타이거 우즈(미국)가 어설픈 ‘흉내내기’로 ‘퐁당홀’로 불리는 TPC 소그래스 17번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17일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TPC 소그래스(파72·7189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플레이어스 챔피언십 3라운드 17번홀(파3). 우즈와 동반플레이를 펼치던 재미교포 케빈 나는 1.3m 남짓한 퍼트 직후 팔을 쭉 뻗어 공을 잡는 시늉을 했다. 이는 짧은 퍼트를 할 때 나오는 케빈 나의 오랜 습관이다. 그런데 이날은 박자가 너무 빨랐다. 케빈 나도 쑥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우즈의 차례. 홀에서 약 80㎝ 떨어진 곳에서 두어번 ‘왜글’(샷이나 퍼트에 앞선 준비동작)로 거리를 가늠한 우즈는 버디 퍼트를 한 뒤 홀로 굴러가는 공을 보고는 깜박 잊었다는 듯 다급하게 몸을 움직여 공을 잡는 시늉을 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동작은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만 했다. 서둘러 케빈 나의 동작을 따라했지만 정작 보는 이들의 눈에는 영 서툴기만 했던 것. 우즈는 케빈 나에게 다가가 주먹을 맞부딪치며 함께 한바탕 웃었다. 케빈 나는 우즈의 동작에 대해 “충분하게 빠르지는 않더라. 왼손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나중에 레슨을 해주겠다”고 자세 교정을 제안했다. 우즈는 전날 2라운드 이 홀에서 공을 두 차례나 물에 빠뜨려 쿼드러플 보기를 적어냈다. 케빈 나 역시 이날 3라운드 전반 9개홀에서 7타를 잃었다. 그러나 둘은 어설픈 ‘따라하기’를 연출해 지난 수년 동안 한숨과 탄식으로 얼룩졌던 17번홀을 웃음으로 뒤덮었다.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이 홀에서는 지난해 53개의 공이 수장됐다. 2007년 대회에서는 무려 93개의 공이 물에 빠졌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친구가 택한 존엄한 죽음, 내겐 존엄하지 않았다

    친구가 택한 존엄한 죽음, 내겐 존엄하지 않았다

    안락사 동행자 케빈의 고백 (하) 오랜 친구로부터 스위스에 함께 가 달라는 제안을 받은 케빈(가명). 암 투병 중인 친구의 고통을 이해하면서도, 제안에 쉽게 동의하지 못했다. 스위스 여정은 곧 조력자살(안락사)을 위한 마지막 여행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케빈은 일단 함께하기로 했다. 현지에 가더라도 어떻게든 친구의 극단적 선택을 말릴 기회는 생길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친구는 구체적 안락사 일정과 사망 후 시신 처리까지 모든 준비를 마쳤을 정도로 결심이 확고했다. 스위스에 도착한 케빈은 친구에게 그냥 돌아가자고 설득했지만, 극심한 고통 없이 죽고 싶다는 그의 결정을 끝내 꺾지는 못했다. 당일 아침이 밝았다. 친구는 편지 한 통을 남기고 안락사 장소인 ‘블루하우스’로 떠났다. 서울신문은 익명의 취재원 케빈으로부터 그가 경험했던 내용을 담은 편지를 받아 상하로 나눠 연속 보도한다.늘 형 같았던 친구에게 스위스까지 따라와 끝까지 설득해 준 네 뜻을 따르지 못해 미안하다. 날 위해 늘 기도하는 맘으로 돌아가자고 했던 네 마음만은 잊지 않을게. 미안하지만 난 여기서 삶을 마감하고자 한다. 너의 뜻이 신앙적으로도 옳고 하나님의 뜻이라는 점도 알지만, 그러기엔 내가 너무 유약했던 거 같아. 사랑하고 존경하는 친구야. 그 마음 영원히 간직할게. 부디 안녕하길. 스위스에서 박정호 올림 아무도 없는 호텔방에 돌아와 그가 남긴 편지를 읽었습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미친놈’.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습니다. 죽으려는 놈이 무슨 걱정을 이렇게 하는지, 또 이런 글을 왜 썼는지, 그의 마음을 알기에 고마움과 함께 답답한 감정이 동시에 몰려왔습니다. 친구는 제가 서울로 돌아갔을 때 처벌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나 봅니다. 편지 속에 저를 마치 안락사에 반대하는 성직자인 양 적어 놓았더군요. 혹시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미리 써 준 것 같았습니다. 저는 친구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했는데, 그는 끝까지 저를 보호해 주려 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지금이라도 정호가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충 옷을 갈아입고, 급히 호텔방을 나서 렌터카를 몰았습니다. 시내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약 먹기로 결정했어. 함께 스위스에 와 줘서 고마워.” 제게 자신의 죽음을 알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잘 가라고, 우리 꼭 다시 만나자고도 했습니다. 전화를 끊었는데, 도저히 운전을 할 수 없어 도로 갓길에 차를 잠시 세웠습니다. 가슴이 저린다는 게, 울음이 터져 나온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그제야 알았습니다. 정호가 죽는다는 것에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파란 이층집에 도착했습니다. 경찰 두 명이 다녀간 후 디그니타스 직원의 안내에 따라 그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방 중간 침대에 담요를 덮고 누워 있는 그를 봤습니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눈을 살짝 뜬 채 창백한 얼굴로 표정이 없었습니다. 다리가 떨리고 가슴이 터질 듯 아팠습니다. 얼굴도 만져 보고 손도 만져 봤지만, 온기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죽었을지 궁금했습니다. 끝까지 함께 옆에 있어 주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마음이 미어졌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색 양복에 검은색 넥타이를 한 장의사 두 분이 들어왔습니다. 직원은 제게 “잠시 나가 있어 달라”고 했습니다. 밖에 나가 하늘을 봤더니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죽는구나, 과연 이렇게 죽는 게 존엄하게 죽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제 이 사람은 고통과 걱정이 없는 완전히 자유로운 세상에서 그간 힘들었던 모든 것을 풀어놓고 평온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는 하얀 천과 쿠션으로 꾸며진 서양식 육각 나무 관에 누워 있었습니다. 정호가 바라던 대로 모든 게 끝났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의사들은 집 앞에 세워둔 검은색 영구차에 관을 실었습니다. 차 안에 관 하나가 더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날 옆방에서 생을 마감한 독일인 남성의 관이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 물었더니 디그니타스 직원은 크레마토리움(화장장)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같이 가고 싶었지만 오늘은 갈 수 없다며 종이에 주소를 적어 주며 내일 갈 것을 권했습니다. 그렇게 친구는 관에 누운 채 홀로 크레마토리움으로 갔습니다. 다음날 아침, 시내 북쪽 화장장으로 향했습니다. 스위스 화장장은 우리나라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화장만 하는 게 아니라 고인을 모시는 빈소도 있고 장례의식을 거행할 수 있는 큰 장례식장도 있었습니다. 도착해서 5분 정도 기다렸더니 직원 한 분이 숫자 9와 고인의 이름표가 붙어 있는 방으로 안내해 줬습니다. 방은 1.5평 정도 크기입니다. 관이 누워 있는 방향으로 길쭉했습니다. 오른쪽 벽 탁자 위에 관이 놓여 있었고, 고인은 관에서 어제 봤던 그대로 편안히 누워 있었습니다. 그의 머리 오른쪽으로 굵고 짧은 큰 촛불이 하나 타고 있었습니다. 방은 춥지는 않았지만 서늘했습니다. 화장장 직원은 제게 괜찮으냐고 물었고, 제가 괜찮다고 하니 인사를 하고 나갔습니다. 저는 말없이 그를 봤고, 정호의 얼굴과 손을 만졌습니다. 어제보다 더 차가웠습니다. 무엇이 그를 여기까지 이끌었을까요. 어쩌면 그는 미래에 겪어야 할 고통을 회피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요. 병의 특성상 앞으로 몸은 점점 쇠약해지고, 통증은 온몸으로 퍼져 나갔을 겁니다. 죽을 것같이 숨이 막혔겠지요. 결국 정신까지 온전하지 않게 될 거란 걸 알았을 때, 그는 견디기 어려웠을 겁니다. 또 기약 없는 투병과 간병으로 받게 될 가족의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까지 고려해 스위스에 오는 걸 결정했을 겁니다. 그는 똑똑했습니다. 물론 인간적 갈등도 그의 몫이었겠지요. 대학도 못 간 자식들을 뒤로하고 어떻게 비행기를 탔을까 생각하면 제 가슴이 무너지는 듯 아픕니다. 대단한 친구입니다. 죽음은 슬픈 일이지만, 저는 그의 죽음을 축하하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그가 바랐던 바일 겁니다. 호텔에서 만난 의사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어떠한 고통도 없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거라는 말이 위로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친구를 위해 준비해 온 옷을 갈아입혔습니다. 좀더 환하고 편해 보였습니다. 친구도 제 선물을 좋아하는 것 같아 제 마음도 편해지더군요. 며칠 후 그는 한 줌의 재가 됐습니다. 스위스에서 그는 자기 삶을 완성했습니다. 그의 죽음은 존엄한 죽음이었을까요. 미안한 말이지만 적어도 저에게 친구의 죽음은 존엄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친구 스스로는 존엄한 죽음을 택했다고 확신합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안락사 동행자 케빈의 고백 (상) 결국… 저는 오랜 친구의 안락사를 도왔습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 탐사기획부 유영규 부장, 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
  • [존엄한 죽음을 말하다] 결국… 저는 오랜 친구의 안락사를 도왔습니다

    [존엄한 죽음을 말하다] 결국… 저는 오랜 친구의 안락사를 도왔습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정호와 오랜만에 통화 통증 때문에 안락사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함께 취리히 교외 파란 2층 집에 갔습니다 시내에서 피자 한 접시를 먹는 친구를 보며 한참 더 살 수 있을 텐데, 죽는 게 말이 될까 서울로 돌아가자 했지만 그는 남았습니다 암 투병으로 고통을 겪는 오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온몸이 부서질 듯한 통증 때문에 안락사하고 싶다고 합니다. 스위스에 함께 가줄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익명의 취재원 케빈(가명)은 실제로 스위스행을 결정했습니다. 타인의 자살을 도운 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그러기엔 친구의 부탁이 너무도 간절했습니다. 케빈은 스위스에서 극단적 선택을 끝까지 말렸지만, 친구는 결국 그의 방식대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스위스는 유일하게 외국인의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국가로, 영화 ‘미 비포 유’의 남자 주인공이 삶을 마무리하기 위해 선택한 곳이기도 합니다. 서울신문은 지난해 10월부터 약 5개월에 걸쳐 ‘한국인의 존엄한 죽음’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외국인 조력자살을 돕는 글로벌 단체를 모두 확인하는 과정에서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을 감행한 한국인이 두 명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스위스 현지와 한국으로 오가는 추적 끝에 어렵사리 케빈을 만났고, 오랜 설득을 통해 그는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케빈은 지난달 자신의 소회를 담은 편지 한 통을 서울신문 앞으로 보내왔습니다. 그는 물론 한국인이며,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을 선택한 한국인 두 명 중 한 사람의 친구입니다. 그가 처음 케빈이라는 이름을 썼기에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케빈의 편지를 최대한 원문을 살려 상하로 나눠 싣습니다. 케빈의 요청 등을 고려해 안락사한 분의 나이, 가족 관계, 직업 등 구체적 신원과 사망일 등은 적지 않았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저는 한국의 평범한 40대 가장입니다. 스위스에 다녀온 지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지금도 제가 한 일이 잘한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 아니면 잘잘못을 따질 수 없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편지를 쓰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앞서간 제 친구의 선택이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친구의 용기를 사회적으로 헤아려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친구의 이름은 박정호(가명)입니다. 저는 정호와 함께 말기 암환자 등에게 조력자살을 도와주는 스위스에 있는 디그니타스라는 단체에 다녀왔습니다. 이제 친구는 더이상 이곳에 없습니다. 어느 날 오랜만에 정호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무척 반가웠습니다. 안부를 묻고 답하다가 대뜸 스위스에 같이 가줄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오랫동안 암투병을 해오던 걸 알았기에 저로서는 그 제안이 무척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그 기쁨이 잠시 뒤 눈물로 변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거실에 있는 컴퓨터 앞에 앉은 저는 너무나 떨렸습니다. 친구가 얘기한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을 끄집어 내려고 애썼습니다. 너무 혼란스러워 다 기억나지는 않았는데, 처음에 인터넷에 입력한 단어는 ‘스위스’와 ‘안락사’였던 것 같습니다. 검색어 아래로 충격적인 글과 사진, 동영상들이 나타났습니다. 검색된 글들을 읽다가 ‘조력자살’과 ‘디그니타스’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친구가 했던 이야기들이 이해가 됐습니다. 가슴이 뛰고 눈물이 콸콸 쏟아졌습니다. 디그니타스 직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약물을 환자가 스스로 마시고 곧 잠에 드는 듯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구는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제 친구가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 친구는 시한부 삶 선고를 받았습니다. 자신의 병세가 더 심해졌을 때 나타날 고통을 몹시 두려워했습니다. 한 번은 저에게 물에 빠져본 적 있느냐고 묻더군요. 그러면서 상태가 더 악화되면 자신은 결국 익사하는 고통 속에서 죽게 될 거라며 그 전에 평화롭게 삶을 마감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가족이 겪을 고통과 경제적 부담도 내심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스위스까지 같이 가줄 수 있느냐는 말에 ‘아니’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친구는 제가 법적인 문제에 휘말릴 수도 있으니 안 가도 된다는 말도 했지만, 제가 가겠다고 하자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전화를 받고 난 얼마 뒤 친구 집으로 갔습니다. 직접 보기는 꽤 오랜만이었지요. 친구는 이전보다 훨씬 불편해 보이긴 했지만, 말도 잘하고 고집도 있고 아주 똑똑해 보였습니다. 우리는 밖으로 나가 계절의 변화도 느끼고 차를 운전해 이곳저곳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만나서 그저 농담하고 이야기하니 예전처럼 즐거웠습니다. 친구와 죽음이라는 단어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한 달 동안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스위스로 떠나는 날 아침에는 비가 쏟아졌는데, 출국장에 먼저 도착해 저를 기다리고 있던 친구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이미 친구의 몸이 많이 불편했기 때문에 우리는 공항 직원의 도움을 받아 탑승했고, 12시간이 넘는 힘든 비행 끝에 취리히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우리가 스위스에서 보낼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사실 낯선 그곳에서 아픈 친구를 데리고 뭘 해야 할지 잘 몰랐습니다. 호텔에서 가만히 있기가 뭣해 빌린 차를 끌고 일단 나섰습니다. 우리 중 누가 먼저 말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며칠 후 그가 죽을 장소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차량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시내를 빠져 나와 한적한 교외를 한참 달리니 파란색의 2층 집이 나왔습니다. 그 집 앞에 도착하는 순간 차에서 못 내릴 정도로 몸이 오싹했습니다. 우리는 차에 앉은 채로 파란색 집을 바라만 보다가 시내로 돌아왔습니다. 기분이 묘했고, 안 좋았습니다. 다시 돌아와 시내 구경을 했습니다. 양껏 시켜놓고 냄새 때문에 몇 점 먹지도 못한 스위스 퐁듀 맛도 보고, 피자도 먹었습니다. 피자 한 접시를 다 먹는 친구를 보면서 아직은 한참 더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내일 모레 죽는 게 말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에서 들은 대로 디데이(D-day) 이틀 전에 디그니타스에서 보낸 의사 한 분이 호텔 방으로 찾아왔습니다. 의사는 제 친구가 정말 죽을 의지가 있는지와 온전한 정신 상태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들을 했습니다. 컵에 든 물을 스스로 마셔 보라고 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손으로 약물을 마실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같아 불편했습니다. 의사는 다음날 또 왔습니다. 친구의 마음이 바뀌지 않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친구는 약을 마시고 죽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었고, 의사는 5분 안에 잠들어 30분 안에 죽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의사는 자신이 처방한 약이 내일 디그니타스에 가면 준비돼 있을 거라고 말하며 면담을 마쳤습니다. “서울로 돌아가자.” 이날 밤 제 입에서는 결국 참고 있던 말이 터졌습니다. 12시간이나 비행기를 아무렇지 않게 타고 오고, 밥도 잘 먹고, 말도 잘하고, 나보다 더 똑똑한 친구가 이대로 죽는다는 게 말이 안 됐습니다. 혼자서 한국으로 돌아갈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고만 싶었습니다. 일단 이번에는 돌아가고, 나중에 다시 함께 와주겠다며 친구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이번에 돌아가면 다시 오지 못할 것이라는 걸 직감한 듯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날 아침에는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친구는 택시를 타고 가겠다고 했고,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친구가 택시를 부른 이유를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서울로 돌아갔을 때 자살방조죄로 곤욕을 치르게 될까 봐 배려한 것이었습니다. 친구의 마지막 배려를 말없이 받아들인 제가 창피하고 비굴하게 느껴집니다. 친구는 호텔방을 나서기 전 반으로 접은 메모지 하나를 주고 떠났습니다. 손으로 쓴 편지였습니다. 저는 그 편지를 한참 후에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정호는 택시기사의 도움을 받아 차에 올랐습니다. 차창 너머로 저를 발견한 정호가 손을 내밀며 고맙다고 했습니다. 손을 잡았지만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택시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점점 시야에서 멀어졌습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안락사 동행자 케빈의 고백 (하) 친구가 택한 존엄한 죽음, 내겐 존엄하지 않았다 ■ 탐사기획부 유영규 부장, 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 [단독] 한국인 2명 스위스서 안락사… ‘존엄한 죽음’ 화두를 던지다

    [단독] 한국인 2명 스위스서 안락사… ‘존엄한 죽음’ 화두를 던지다

    2016년과 2018년 한국인 2명이 스위스에서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안락사로 숨진 것을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숨진 2명 외에 향후 해외 안락사를 준비 중이거나 기다리는 한국인도 10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죽음을 논하는 데 보수적이었던 우리 사회에 안락사 허용 논의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국제적으로 조력자살을 돕는 단체인 스위스의 ‘디그니타스’(DIGNITAS)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력자살을 한 한국인이 2016년과 2018년 2명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사망자와 관련한 일체의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지난 5개월간 두 한국인이 왜 스위스로 마지막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과정으로 삶을 마감했는지 추적했다. 지난 1월에는 스위스 현지 취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 출신인 40대 남성 박정호(가명)씨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말기암 환자였던 박씨는 한 달간의 준비 끝에 스위스로 향해 삶을 마감했다. 서울신문은 또 박씨의 안락사를 위해 스위스까지 동행했던 친구 케빈(가명)도 만날 수 있었다. 6일과 7일자 2회에 걸쳐 케빈이 전하는 박씨의 마지막 여정을 싣는다. 조력자살은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고자 시행하는 일종의 안락사다. 스위스는 1942년부터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이를 허용해 왔다. 디그니타스를 비롯해 ‘엑시트 인터내셔널’(Exit International)과 ‘이터널 스피릿’(Eternal Spirit) 등 3개의 단체가 외국인 조력자살을 돕는다.엑시트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호주의 104세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의 조력자살을 도운 곳이다. 당시 구달 박사는 특별히 아픈 데가 없음에도 존엄한 죽음을 맞겠다며 공개적으로 안락사를 선택했고, 스위스로 향하는 도중 언론과 실시간 인터뷰를 해 많은 화제를 남겼다. 취재 결과 디그니타스 외 두 단체에는 현재까지 한국인 조력자살자가 없었다. 그러나 디그니타스와 엑시트 인터내셔널에는 각각 47명, 60명의 한국인 회원이 있어 이들 107명이 향후 조력자살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서울신문은 주스위스 한국대사관에 조력자살 사망 사실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지만, 알지 못한다는 답변만 받았다. 취리히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취리히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프롤로그 ‘병석의 아버지가 너무 고통스러워 하세요. 편히 눈 감을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제발 안락사 논의를 부탁드려요.’ 지난해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기사가 나간 후 안락사 문제를 기사화해 달라는 여러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안락사 허용’을 원하는 댓글도 수없이 이어졌습니다. 사실 ‘안락사´는 간병살인 시리즈 기획 단계부터 언급됐지만, 애써 외면한 주제였습니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 늦기 전에 미뤄둔 숙제를 꺼냅니다.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이 과정에서 스위스에서 한국인 두 명이 안락사를 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거듭된 설득 끝에 친구의 안락사 여정에 동행한 분을 어렵사리 만나 인터뷰할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발달한 의료 수준에 비해 한국인의 죽음의 질은 낮습니다.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처럼 확실한 건 없지만 죽음을 준비하는 이는 드뭅니다. 우리 사회에서 죽음을 논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중환자실에서 온갖 장치를 주렁주렁 걸고서야 비로소 죽음을 고민하고 이야기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스위스처럼 안락사를 전면 허용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어떤 것이 존엄한 죽음인지에 대해 우리 사회가 성역 없이 고민하고 토론해 봤으면 합니다. 기사는 그런 논쟁의 출발점이었으면 합니다. 지금도 수많은 임종기 환자들이 가족들과 마무리할 시간도 없이 통증을 견디다 이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스위스까지 가서 안락사를 결정한 이들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 [단독] 한국인 2명 스위스서 안락사…107명은 준비·대기중

    [단독] 한국인 2명 스위스서 안락사…107명은 준비·대기중

    2016년과 2018년 한국인 2명이 스위스에서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안락사로 숨진 것을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숨진 2명 외에 향후 해외 안락사를 준비 중이거나 기다리는 한국인도 10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죽음을 논하는 데 보수적이었던 우리 사회에 안락사 허용 논의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국제적으로 조력자살을 돕는 단체인 스위스의 ‘디그니타스’(DIGNITAS)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력자살을 한 한국인이 2016년과 2018년 2명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사망자와 관련한 일체의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는 지난 5개월간 두 한국인이 왜 스위스로 마지막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과정으로 삶을 마감했는지 추적했다. 지난 1월에는 스위스 현지 취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 출신인 40대 남성 박정호(가명)씨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말기암 환자였던 박씨는 한 달간의 준비 끝에 스위스로 향해 삶을 마감했다. 서울신문은 또 박씨의 안락사를 위해 스위스까지 동행했던 친구 케빈(가명)도 만날 수 있었다. 6일과 7일자 2회에 걸쳐 케빈이 전하는 박씨의 마지막 여정을 싣는다.조력자살은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고자 시행하는 일종의 안락사다. 스위스는 1942년부터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이를 허용해 왔다. 디그니타스를 비롯해 ‘엑시트 인터내셔널’(Exit International)과 ‘이터널스피릿’(Eternal Spirit) 등 3개의 단체가 외국인 조력자살을 돕는다. 엑시트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호주의 104세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의 조력자살을 도운 곳이다. 당시 구달 박사는 특별히 아픈 데가 없음에도 존엄한 죽음을 맞겠다며 공개적으로 안락사를 선택했고, 스위스로 향하는 도중 언론과 실시간 인터뷰를 해 많은 화제를 남겼다. 취재 결과 디그니타스 외 두 단체에는 현재까지 한국인 조력자살자가 없었다. 그러나 디그니타스와 엑시트 인터내셔널에는 각각 47명, 60명의 한국인 회원이 있어 이들 107명이 향후 조력자살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서울신문은 주스위스 한국대사관에 조력자살 사망 사실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지만, 알지 못한다는 답변만 받았다. 취리히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취리히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프롤로그 ‘병석의 아버지가 너무 고통스러워 하세요. 편히 눈 감을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제발 안락사 논의를 부탁드려요.’ 지난해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기사가 나간 후 안락사 문제를 기사화해 달라는 여러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안락사 허용’을 원하는 댓글도 수없이 이어졌습니다. 사실 ‘안락사´는 간병살인 시리즈 기획 단계부터 언급됐지만, 애써 외면한 주제였습니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 늦기 전에 미뤄둔 숙제를 꺼냅니다.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이 과정에서 스위스에서 한국인 두 명이 안락사를 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거듭된 설득 끝에 친구의 안락사 여정에 동행한 분을 어렵사리 만나 인터뷰할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발달한 의료 수준에 비해 한국인의 죽음의 질은 낮습니다.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처럼 확실한 건 없지만 죽음을 준비하는 이는 드뭅니다. 우리 사회에서 죽음을 논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중환자실에서 온갖 장치를 주렁주렁 걸고서야 비로소 죽음을 고민하고 이야기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스위스처럼 안락사를 전면 허용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어떤 것이 존엄한 죽음인지에 대해 우리 사회가 성역 없이 고민하고 토론해 봤으면 합니다. 기사는 그런 논쟁의 출발점이었으면 합니다. 지금도 수많은 임종기 환자들이 가족들과 마무리할 시간도 없이 통증을 견디다 이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스위스까지 가서 안락사를 결정한 이들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 [단독] 결국… 저는 오랜 친구의 안락사를 도왔습니다

    [단독] 결국… 저는 오랜 친구의 안락사를 도왔습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정호와 오랜만에 통화통증 때문에 안락사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함께 취리히 교외 파란 2층 집에 갔습니다 시내에서 피자 한 접시를 먹는 친구를 보며한참 더 살 수 있을 텐데, 죽는 게 말이 될까서울로 돌아가자 했지만 그는 남았습니다암 투병으로 고통을 겪는 오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온몸이 부서질 듯한 통증 때문에 안락사하고 싶다고 합니다. 스위스에 함께 가줄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익명의 취재원 케빈(가명)은 실제로 스위스행을 결정했습니다. 타인의 자살을 도운 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그러기엔 친구의 부탁이 너무도 간절했습니다. 케빈은 스위스에서 극단적 선택을 끝까지 말렸지만, 친구는 결국 그의 방식대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스위스는 유일하게 외국인의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국가로, 영화 ‘미 비포 유’의 남자 주인공이 삶을 마무리하기 위해 선택한 곳이기도 합니다. 서울신문은 지난해 10월부터 약 5개월에 걸쳐 ‘한국인의 존엄한 죽음’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외국인 조력자살을 돕는 글로벌 단체를 모두 확인하는 과정에서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을 감행한 한국인이 두 명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스위스 현지와 한국으로 오가는 추적 끝에 어렵사리 케빈을 만났고, 오랜 설득을 통해 그는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케빈은 지난달 자신의 소회를 담은 편지 한 통을 서울신문 앞으로 보내왔습니다. 그는 물론 한국인이며,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을 선택한 한국인 두 명 중 한 사람의 친구입니다. 그가 처음 케빈이라는 이름을 썼기에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케빈의 편지를 최대한 원문을 살려 상하로 나눠 싣습니다. 케빈의 요청 등을 고려해 안락사한 분의 나이, 가족 관계, 직업 등 구체적 신원과 사망일 등은 적지 않았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저는 한국의 평범한 40대 가장입니다. 스위스에 다녀온 지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지금도 제가 한 일이 잘한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 아니면 잘잘못을 따질 수 없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편지를 쓰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앞서간 제 친구의 선택이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친구의 용기를 사회적으로 헤아려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친구의 이름은 박정호(가명)입니다. 저는 정호와 함께 말기 암환자 등에게 조력자살을 도와주는 스위스에 있는 디그니타스라는 단체에 다녀왔습니다. 이제 친구는 더이상 이곳에 없습니다. 어느 날 오랜만에 정호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무척 반가웠습니다. 안부를 묻고 답하다가 대뜸 스위스에 같이 가줄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오랫동안 암투병을 해오던 걸 알았기에 저로서는 그 제안이 무척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그 기쁨이 잠시 뒤 눈물로 변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거실에 있는 컴퓨터 앞에 앉은 저는 너무나 떨렸습니다. 친구가 얘기한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을 끄집어 내려고 애썼습니다. 너무 혼란스러워 다 기억나지는 않았는데, 처음에 인터넷에 입력한 단어는 ‘스위스’와 ‘안락사’였던 것 같습니다. 검색어 아래로 충격적인 글과 사진, 동영상들이 나타났습니다. 검색된 글들을 읽다가 ‘조력자살’과 ‘디그니타스’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친구가 했던 이야기들이 이해가 됐습니다. 가슴이 뛰고 눈물이 콸콸 쏟아졌습니다. 디그니타스 직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약물을 환자가 스스로 마시고 곧 잠에 드는 듯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구는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제 친구가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 친구는 시한부 삶 선고를 받았습니다. 자신의 병세가 더 심해졌을 때 나타날 고통을 몹시 두려워했습니다. 한 번은 저에게 물에 빠져본 적 있느냐고 묻더군요. 그러면서 상태가 더 악화되면 자신은 결국 익사하는 고통 속에서 죽게 될 거라며 그 전에 평화롭게 삶을 마감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가족이 겪을 고통과 경제적 부담도 내심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스위스까지 같이 가줄 수 있느냐는 말에 ‘아니’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친구는 제가 법적인 문제에 휘말릴 수도 있으니 안 가도 된다는 말도 했지만, 제가 가겠다고 하자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전화를 받고 난 얼마 뒤 친구 집으로 갔습니다. 직접 보기는 꽤 오랜만이었지요. 친구는 이전보다 훨씬 불편해 보이긴 했지만, 말도 잘하고 고집도 있고 아주 똑똑해 보였습니다. 우리는 밖으로 나가 계절의 변화도 느끼고 차를 운전해 이곳저곳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만나서 그저 농담하고 이야기하니 예전처럼 즐거웠습니다. 친구와 죽음이라는 단어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한 달 동안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스위스로 떠나는 날 아침에는 비가 쏟아졌는데, 출국장에 먼저 도착해 저를 기다리고 있던 친구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이미 친구의 몸이 많이 불편했기 때문에 우리는 공항 직원의 도움을 받아 탑승했고, 12시간이 넘는 힘든 비행 끝에 취리히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우리가 스위스에서 보낼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사실 낯선 그곳에서 아픈 친구를 데리고 뭘 해야 할지 잘 몰랐습니다. 호텔에서 가만히 있기가 뭣해 빌린 차를 끌고 일단 나섰습니다. 우리 중 누가 먼저 말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며칠 후 그가 죽을 장소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차량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시내를 빠져 나와 한적한 교외를 한참 달리니 파란색의 2층 집이 나왔습니다. 그 집 앞에 도착하는 순간 차에서 못 내릴 정도로 몸이 오싹했습니다. 우리는 차에 앉은 채로 파란색 집을 바라만 보다가 시내로 돌아왔습니다. 기분이 묘했고, 안 좋았습니다. 다시 돌아와 시내 구경을 했습니다. 양껏 시켜놓고 냄새 때문에 몇 점 먹지도 못한 스위스 퐁듀 맛도 보고, 피자도 먹었습니다. 피자 한 접시를 다 먹는 친구를 보면서 아직은 한참 더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내일 모레 죽는 게 말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에서 들은 대로 디데이(D-day) 이틀 전에 디그니타스에서 보낸 의사 한 분이 호텔 방으로 찾아왔습니다. 의사는 제 친구가 정말 죽을 의지가 있는지와 온전한 정신 상태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들을 했습니다. 컵에 든 물을 스스로 마셔 보라고 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손으로 약물을 마실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같아 불편했습니다. 의사는 다음날 또 왔습니다. 친구의 마음이 바뀌지 않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친구는 약을 마시고 죽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었고, 의사는 5분 안에 잠들어 30분 안에 죽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의사는 자신이 처방한 약이 내일 디그니타스에 가면 준비돼 있을 거라고 말하며 면담을 마쳤습니다. “서울로 돌아가자.” 이날 밤 제 입에서는 결국 참고 있던 말이 터졌습니다. 12시간이나 비행기를 아무렇지 않게 타고 오고, 밥도 잘 먹고, 말도 잘하고, 나보다 더 똑똑한 친구가 이대로 죽는다는 게 말이 안 됐습니다. 혼자서 한국으로 돌아갈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고만 싶었습니다. 일단 이번에는 돌아가고, 나중에 다시 함께 와주겠다며 친구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이번에 돌아가면 다시 오지 못할 것이라는 걸 직감한 듯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날 아침에는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친구는 택시를 타고 가겠다고 했고,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친구가 택시를 부른 이유를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서울로 돌아갔을 때 자살방조죄로 곤욕을 치르게 될까 봐 배려한 것이었습니다. 친구의 마지막 배려를 말없이 받아들인 제가 창피하고 비굴하게 느껴집니다. 친구는 호텔방을 나서기 전 반으로 접은 메모지 하나를 주고 떠났습니다. 손으로 쓴 편지였습니다. 저는 그 편지를 한참 후에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정호는 택시기사의 도움을 받아 차에 올랐습니다. 차창 너머로 저를 발견한 정호가 손을 내밀며 고맙다고 했습니다. 손을 잡았지만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택시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점점 시야에서 멀어졌습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7일 2회에서 이어집니다. ■ 탐사기획부 유영규 부장, 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 재확인한 美 대북 강경론, 트럼프 ‘악재’ 속 北-美 3차회담 성사될까

    재확인한 美 대북 강경론, 트럼프 ‘악재’ 속 北-美 3차회담 성사될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가 잘 풀리지 않았고, 어쩌면 나와 김 위원장 모두 준비가 안 돼 있었을 수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마치고 백악관으로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한 반면 북한은 일부 지역에 대한 비핵화만 원했다”면서도 “언젠가는 뭔가 일어날 것”이라며 낙관적 기조를 견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내 정치 사정은 그가 북핵 문제에 전념하기 어렵도록 흘러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에 재선을 위한 대선을 앞두고 있어 올해 중반이 넘어가면 사실상 국내 정치에 더욱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그는 북미정상회담 기간 중 미 국내서 열린 청문회에서 자신의 전 개인 변호사의 폭로와 회담 결렬 등으로 운신의 폭이 넓지도 않아 3차 북미정상회담을 비롯한 앞으로의 협상 전망이 극히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다. 이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은 이유로 “한 레벨에서 만족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에게 100%를 가져오지 않으면 협상 테이블에 마주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대북 협상에 대해 미국 정치권의 초당적 강경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공화당 내에서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표명하는 기류가 강해 북한이 미국에 대폭 양보하지 않으면 획기적 돌파구가 마련되기 어렵다. 북미 정상이 지난해 1차 회담 이후 다시 만나는데 8개월 정도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11월 미국 대선 일정을 감안할 때 3차 정상회담을 열기에 빠듯한 일정이다.●코언 청문회 등으로 의회 공격 거세질 듯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클 코언 청문회와 조만간 발표될 로버트 뮬러 특검 보고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코언은 지난달 27일 미 하원 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공개 증언을 했다. 코언은 청문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 러시아 스캔들, 성관계 여성 입막음용 돈과 관련된 폭로를 이어갔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이번 회담 자체가 코언의 폭로와 경쟁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6일 국가비상사태 무효 결의안을 가결한 미 의회의 공격도 더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트럼프가 국내 정치적 위기 무마를 위해 회담을 강행하다가 실패했다는 공세를 펴는 것은 물론 로버트 뮬러 특검 조사 결과 사법방해 등의 죄목이 확인될 경우 탄핵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치적으로 내세우는 경제 상황도 밝지만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실제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미 무역대표부(USRT) 의견을 감안하면 난항을 겪고 있고, 추가 금리인상 우려와 무역전쟁 등으로 증시 등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지 않다. ●웜비어 관련 김정은 옹호하다 뭇매…미국내 강경 기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편드는 발언을 했다가 미 정치권의 공격을 받고 있는 것도 우호적이지 않은 미국내 기류를 반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웜비어 사건에 대해 김 위원장과 대화했냐’는 질문에 “그는 매우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사건을) 나중에 알았다”면서 “나는 그(김정은)의 말을 그대로 믿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간 웜비어 사건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이 김 위원장을 편드는 듯한 발언을 하자 미 정치권은 분노했다. 케빈 맥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나는 북한 지도자를 친구라고 보지 않는다. 우리는 오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고, 우리는 이 나라(북한)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의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부인을 받아들인 대통령에 대해 ‘혐오스럽다’고 말했다. 크리스 밴 홀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우리 중 한 명을 고문하고 살해한 것에 대해 김정은에게 무사 통과증을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美정치권, 트럼프 합의안 거부에는 긍정적 반응 반면 미국 정치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합의를 거부한 데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이어 베트남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만약 새로운 길을 선택한다면 경제적 번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드러내 보인 것은 현명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제안한 작은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 것도 주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라며 “북한은 비핵화 없이 제재 해제를 원했는 데 대통령이 그것으로부터 걸어 나와 기쁘다”고 말했다. 북한과 미국은 앞으로 장고의 시간에 들어갈 수 밖에 없게 됐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종전 선언을 조건으로 핵시설 신고를 요구하며 교착 국면이 장기화되자 조건부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꺼냈다. 이를 통해 2차 정상회담을 여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 또한 회담이 결렬되면서 동력을 잃게 됐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찍찍~”…인공지능(AI)으로 ‘쥐 울음소리’ 해석하는 이유는?

    “찍찍~”…인공지능(AI)으로 ‘쥐 울음소리’ 해석하는 이유는?

    과학 연구를 수행한다고 하면 쥐 실험을 떠올리기 쉽다. 왜냐하면 쥐는 생리적으로나 유전적으로도 인간에 가까워 암부터 당뇨병, 그리고 알츠하이머병까지 모든 질병 분야 연구에서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연구자는 더 나아가 쥐가 내는 울음소리를 이해하기 위해 애쓴다. 쥐의 감정 상태 등을 파악하면 실험의 정확도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오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인간 연구원이 실수하거나 오류를 범하는 등 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최근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이 인간 연구원의 실수나 오류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훨씬 빨리 쥐의 울음소리를 해석하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 ‘딥스퀵’을 개발했다고 네이처 자매지 ‘신경정신약리학지’(Neuropsychopharmacology)에 발표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즈모도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연구팀은 딥스퀵에 딥러닝(심층기계학습) 기술을 적용해 지금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설치류의 울음소리를 분석해 자세히 해독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딥스퀵은 쥐 울음을 분류하기 위해 딥러닝뿐만 아니라 머신비전(기계시각) 방식을 도입했다. 마치 자율주행차가 전방 시각 정보를 포착해 분석하는 것처럼 딥스쿽은 설치류의 울음소리를 음파 분석도로 변환, 머신비전으로 분석한다. 이에 대해 딥스퀵의 공동개발자이자 연구논문의 주저자인 케빈 코피 박사는 “인간이 배우는 방식과 매우 비슷한 방식으로 딥스퀵을 가르쳐 울음을 분석하게 했다. 울음소리는 뭔가를 수학적으로 설명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림과 예시로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팀은 딥스퀵이 울음소리 파형을 다른 음절이나 배경잡음 패턴과 분류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이는 쥐와 같은 동물은 수시로 돌아다니며 잡음을 일으켜 음성 신호를 따로 추출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설치류는 선천적으로 울음소리를 내는 동물로 지금까지 연구에서는 특정 발성과 감정 상태가 관계가 있다고 나타났다. 예를 들어 쥐의 고음 소리는 어떤 보상이 있을 때처럼 긍정적인 반응과 연관성이 있지만, 저음 소리는 부정적인 반응과 관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정확하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딥스퀵을 이용하면 이런 울음소리를 지금보다 더욱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심지어 인구 연구원의 수동 분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오류의 수를 줄이고 최대 40배 더 빨리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딥스퀵은 식별된 음절을 수동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해주며 설치류 종류와 음절 분류를 지정하는 등 각 실험에 맞게 매개변수를 조정할 수 있게 해준다. 스스로 정보를 변환하고 분석하며 출력할 수도 있다. 물론 이를 사용하는 연구자들의 요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딥스퀵을 설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예를 들어 수동으로 쥐의 발성을 분석하는 경험이 풍부한 연구자들은 딥스퀵을 이용해 자신의 연구 정확도를 더 높이기 위한 도구로 사용할 수 있지만, 이 분야에 처음으로 임한 연구자는 이런 연구에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다. 2017년 설계된 뮤펫(MUPET·Mouse Ultrasonic Profile ExTraction)이라는 이름의 소프트웨어와 울트라복스(UltraVox)로 불리는 시판 제품이 있는데, 이들 두 소프트웨어는 딥스쿽과 마찬가지로 설치류의 음성 파일을 이미지로 변환함으로써 음절 분석과 발성의 분류를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딥스퀵의 딥러닝 접근방식은 이들 소프트웨어와 달리 배경잡음을 걸러내고 다양한 주파수의 울음소리 검출에 있어 개선이 돼 있어 차별화를 둔다. 뮤펫의 공동개발자인 앨리슨 크놀 박사(남캘리포니아대 조교수)는 딥스퀵은 이런 문제의 해결을 추구함으로써 지금까지의 연구를 보완해주는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현재 연구팀은 딥스퀵 소프트웨어에 인간 대화를 도입할 계획은 없다. 그렇지만 딥스퀵에 의해 설치류의 행동이나 동기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으로, 각각의 연구에 있어 인간에 대한 다양한 치료법 연구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개발자들은 말했다. 한편 딥스퀵은 코피 박사의 깃허브(GitHub·오픈소스 저장소) 계정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심판이 감정 있는 것 같아” 하든 불평했다가 벌금 2800만원

    “심판이 감정 있는 것 같아” 하든 불평했다가 벌금 2800만원

    제임스 하든(휴스턴)이 심판 판정에 불만을 털어놓았다가 2만 5000 달러(약 2800만원) 벌금 폭탄을 맞았다. 하든은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스테이플스 센터를 찾아 벌인 로스앤젤레스(LA) 레이커스와의 미국프로농구(NBA) 경기를 106-111로 완패한 뒤 스콧 포스터 심판이 자신의 팀과 개인적 감정이 있다고 확신한다며 그런 사람은 더 이상 휴스턴 경기에 심판을 보지 않아야 한다고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NBA 사무국은 이틀 뒤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거액의 벌금을 물렸다. 하든은 이날 네 차례나 공격자 파울을 지적당했다. 종료 1분 24초를 남기고는 결국 6반칙으로 퇴장당했다. 한참 휴스턴이 추격에 열을 올리던 순간이었는데 그의 퇴장으로 팀은 추격의 동력을 꺼버렸다. 자신은 30득점으로 겨우 30득점 이상 연속 경기를 32경기로 늘려갈 수 있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윌트 체임벌린의 65경기 다음으로 역대 NBA 2위 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당시 하든을 퇴장시킨 판정은 마이클 스미스 심판이 내렸는데 하든은 심판장인 포스터를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그는 “스콧 피셔가 문제였다. 판정이나 그딴 것에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버릇없고 건방진 일이라 하고 싶지 않지만 경기 중간에 그와 얘기를 나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를테면 심판들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인가다. 딱히 (내) 여섯 번째 파울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가 플로어에 있다는 것만으로 문제였다”고 내뱉었다. 이어 “매우 낙담할 일이다. 벌금 맞을지 모르지만 솔직히 입도 벙긋하지 않았고 난 매우 조용한 친구지만 입을 열어 의견을 말할 수 없는 일 가운데 하나이지만 심판을 보는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면 테크니컬 파울을 받는다는 건 아주 슬픈 일”이라고 덧붙였다. 하든은 목 경추에 통증이 있다며 전날 팀 훈련에 빠진 데 이어 24일 골든스테이트와의 경기에 결장했다. 주포가 빠졌는데도 에릭 고든이 25점, 크리스 폴이 23점을 올린 휴스턴이 케빈 듀랜트가 29득점으로 분전한 골든스테이트를 118-112로 눌렀다. 휴스턴은 연패 탈출에 성공하면 컨퍼런스 선두 골든스테이트와의 승차를 8로 줄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윌리엄슨 터진 농구화는 PG2.5 폴 조지 “나이키에 알아보라고 했다”

    윌리엄슨 터진 농구화는 PG2.5 폴 조지 “나이키에 알아보라고 했다”

    “나이키에 연락해 뭐가 잘못됐는지 알아보라고 했어요.” 폴 조지(오클라호마시티)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2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대학체육협의회(NCAA) 남자농구 동부 최고의 라이벌 더비인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과 듀크 대학의 경기 시작 33초 만에 자이언 윌리엄슨(듀크 대학)의 농구화 밑창이 터져 나가면서 오른 무릎을 다친 사건이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내년 6월 미국프로농구(NBA)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이 유력한 윌리엄슨의 얼굴 보게다고 가장 싼 입장권 가격이 슈퍼볼의 그것과 맞먹는다고 해서 화제가 됐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찾을 정도로 관심을 모은 경기에서 윌리엄슨이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하게 만든 나이키의 품질 관리가 입길에 올랐다. 윌리엄슨의 농구화는 조지가 몇주 전 나이키와 떠들썩하게 런칭을 발표한 PG3의 앞 버전인 PG2.5였기 때문이다. 조지는 21일(현지시간) 팀 훈련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먼저 그가 빨리 낫길 바란다. 솔직히 말하면 난 그가 다친 줄도 모르고 여기 나왔다. 내가 자부심을 가져온 농구화에 뭐가 잘못됐는지 알아보라고 나이키에 얘기를 건넸다. 내 이름을 내건 농구화들은 대학뿐만 아니라 NBA에서도 성공적인 브랜드였다. 수많은 이들이 신었고 지금도 신고 있다. 내가 알기로도 전에 없던 일이다. 그래서 힘겹다”고 털어놓았다. NBA 선수들의 농구화 가운데 3분의 2를 나이키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40명 가까운 이들이 세 시즌 전에 출시한 PG 시리즈를 착용하고 있는데 어떤 다른 현역 선수의 농구화보다 많은 비중이라고 ESPN은 전했다. 조지의 농구화는 켄터키 대학과 듀크 대학이 독점 계약해 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윌리엄스의 부상 이후 조지는 소셜미디어에서 농구화 때문에 부정적인 댓글 공격을 받았다. 나이키 주가는 이날 한때 1% 급락하기도 했다. 나이키는 성명을 내 “우리는 분명 관심을 갖고 있으며 자이언이 빠르게 나아지길 원하고 있다. 우리 제품의 퀄리티와 퍼포먼스는 최고로 중요하다. 일부에 국한된 일이지만 이슈를 우리 일로 보고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보통 NBA 선수들은 3~5경기를 뛰면 새 농구화로 바꾸고 많은 주전급들은 경기마다 새 농구화로 갈아 신는데 윌리엄슨은 1년 내내 써온 것으로 보인다며 나이키는 윌리엄슨의 농구화가 닳아진 것이 아닌가 조사할 것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아울러 그의 발이 특이한 점이 있다면 대학 선수들에겐 드문 일이긴 하지만 맞춤형 농구화를 제공할 수 있다고 나이키 관계자가 말했다고 전했다. 드마커스 커즌스(골든스테이트)는 윌리엄슨이 NBA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의 자질을 이미 충분히 보여줬기 때문에 대학 시절을 좀더 즐겁게 보내게 해주라며 남은 NCAA 시즌 동안 조금 더 많은 휴식을 취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같은 팀의 케빈 듀랜트는 윌리엄슨이 한 세대에 나올까 말까한 농구인재라고 극찬한 적이 있다. 또 차세대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라고 부르는 이도 있다. 제임스는 커즌스와 조금 달랐다. 취재진이 윌리엄슨에게 조언할 것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윌리엄슨의 미래애 대해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는 것은 내 노선이 아니다”며 “늘 가족이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니 잘 상의하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러워했다. 한편 액션 네트워크는 윌리엄슨이 드래프트에서 16번 순위 안에 들지 못하면 800만 달러를 지급하는 보험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는데 듀크 대학 대변인 마이크 드조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AP통신은 문제의 보험회사에 사실 확인을 위해 전화와 이메일 문의를 했는데 답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빙하 녹는 속도 빨라져… 한국 100년 뒤 서울 면적 1.6배 바다로

    [글로벌 인사이트] 빙하 녹는 속도 빨라져… 한국 100년 뒤 서울 면적 1.6배 바다로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올해 지구촌 빙하 지역의 최후 보루라는 남극 대륙뿐 아니라 그린란드 빙하의 유실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졌다. ‘이젠 인류가 무엇인가 하기에 너무 늦었을 수 있다’는 최후통첩성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빙하를 본 적도 없는 우리에게는 정말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과연 남극의 빙하와 우리 생활이 연관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 도대체 지구촌 반대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봤다.●170년 새 美 탠지어섬 66%가 해수면 아래로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은 최근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그린란드 빙하 유실 속도가 2003년 이후 4배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미국립과학원회보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남극 대륙에서 사라지는 빙하의 양이 지난 40년 사이에 6배나 급증했다는 연구 결과에 이어 과학계에 큰 충격을 줬다.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에릭 리그놋 교수는 “전체적인 남극 빙하 유실량이 늘었을 뿐 아니라 그동안 빙하가 녹지 않는 곳으로 알려졌던 남극 동부에서도 얼음이 녹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인류가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을 넘었다”고 말했다. 리그놋 교수는 이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적응하거나 추가적인 기온 상승을 완화하는 것이지만 너무 늦어 효과가 없을 수 있다”면서 “(빙하 유실이 늘어나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더욱 빙하의 유실 속도를 빠르게 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빙하가 유실되면서 해수면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해안을 따라 삶의 터전을 잡고 있다. 미국 인구의 절반 정도가 해안에서 80㎞ 이내에 살고 있다. 또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 인구의 40%가량이 해안 지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해수면의 상승은 곧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는 아직 큰 영향이 없지만 지구촌 곳곳에는 해수면 상승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는 갠지스강 저지대 마을 주민들이 급격하게 유입되면서 안전과 주거 등 사회문제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해수면이 높아져 담수 공급이 어려워지고 토양의 염분이 증가해 농사를 포기한 사람들이다. 국제이주기구(IMO)는 “다카에 몰려든 이주민 중 70% 이상이 환경적 어려움 때문에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라고 분석했다. 미 버지니아 체서피크만 탠지어섬도 1850년 대비 3분의1밖에 남지 않았으며, 대서양 남쪽 해안 지역인 루이지애나 남부 해수면은 해마다 9㎜ 이상 상승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삶의 터전을 갉아먹고 있다. ●100년 후엔 이탈리아 베네치아 바다에 잠겨 한국도 앞으로 100년 뒤 서울 면적(약 605㎢)의 1.6배인 968㎢가 바닷속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전망했다. 한반도의 해안 마을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특히 항구 도시인 부산은 해수면이 1m 상승한다면 해수욕장이나 항만시설, 산업공단 등이 모두 침수 위험에 처하게 된다. 태풍으로 인한 높은 파도로 부산은 재난영화인 ‘해운대’가 실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지적한다. 워싱턴의 한 과학자는 “한국은 해수면 상승에 인한 피해가 아직 없지만 다음 세대쯤에는 분명히 영향권에 들 것”이라면서 “인터넷 사이트인 ‘인포메이션 이스 뷰티풀’이 시각화한 ‘해수면의 공격’이라는 인포그래픽을 보면 해수면 상승의 위험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해수면의 공격이라는 인포그래픽은 그린란드의 빙하가 다 녹으면 해수면이 6.5m 상승하고, 남극의 빙하가 녹으면 73m를 상승하는 것을 가정해 해마다 해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도시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100년 후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물의 도시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200년 후 해수면이 3m 상승하면 독일 함부르크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 미 뉴욕 맨해튼의 저지대 등이 사라지게 된다. 또 400년 후 해수면이 6m 높아진다면 중국 상하이도 수중 도시로 변할 것이라고 경고한다.●온난화로 이상기온·재난… 바다 생태계 교란 현재 남극과 북극 해빙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겨울 수영 선수’이자 귀여운 북극곰이다. 과학자들은 2050년 북극곰이 멸종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해빙과 북극곰의 삶은 무슨 연관이 있을까. 북극곰은 먹이 사냥과 짝짓기, 새끼 낳기 등에 모두 바다를 떠다니는 유빙을 이용한다. 북극곰은 얼음이 없으면 살 수 없다. 특히 부빙(浮氷)에 구멍을 뚫고 숨 쉬러 올라오는 바다표범을 잡아먹을 수도 없고, 빙산과 빙산 사이를 헤엄쳐 다닐 수도 없다. 따라서 굶주린 북극곰이 동족을 잡아먹는 경우나 인근 마을의 쓰레기장을 뒤지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북극곰은 따뜻한 계절에 겨울 사냥을 위해 지방을 축적해야 하지만 봄과 여름이 길어지면서 겨울 전의 활동량이 급격하게 늘었다. 따라서 겨울 사냥에 쓸 충분한 에너지를 비축하지 못한다. 또 사냥할 장소도 부족하고, 어렵게 이동하더라도 쓸 힘이 없게 됐다. 그래서 수영 선수인 북극곰이 익사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북극곰은 20여㎞까지 쉽게 헤엄치고, 일부는 최고 160㎞까지도 수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거리가 100㎞ 이상으로 늘어나면 탈진과 저체온증으로 인해 높은 파도를 이겨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얼음 면적이 줄어 부빙 간의 거리가 늘어날수록 먹이 구하기는 물론 기본적인 이동도 어려워진다. 체력 고갈로 짝짓기가 어려워지고 결국에는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줄리엔 베트로스 교수는 과학잡지 네이처에 “북극곰, 바다표범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라면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종은 빙하에 큰 영향을 받는 생물”이라고 지적했다. 빙하의 감소는 바다 생태계를 파괴한다. 하얀 빙하는 태양 에너지를 다시 우주로 돌려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빙하의 감소로 우주로 보내지던 태양 에너지를 바다가 흡수하게 된다. 흡수된 태양 에너지는 바닷물을 데우고 다시 더 많은 빙하를 녹인다. 빙하가 녹아 바다의 면적이 커지면서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는 해빙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뿐 아니라 바닷속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케빈 애리고 미 스탠퍼드대 교수는 북극해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2015년 연간 해조류 생산량이 1997년에 비해 47% 늘었다고 지적했다. 해조류는 북극해 먹이사슬의 첫 단계다. 새우와 새뿐 아니라 물개와 고래, 북극곰 등 상위 포식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명체에 영향을 미친다. ●이제라도 종이컵 줄이고 온난화 늦추기 실천을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리그놋 교수의 지적처럼 ‘벌써 늦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일’뿐이다. 지금부터라도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집에서 안 쓰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뽑는 일 등을 실천해 빙하를 지키는 일이 건강한 지구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첫 걸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트럼프 낙선 목표’ 블룸버그 “5615억원 쏜다”…자산 1%

    ‘트럼프 낙선 목표’ 블룸버그 “5615억원 쏜다”…자산 1%

    미국 민주당의 대선 잠룡이자 거대 후원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내년 미국 대선에 최소 5억 달러(5615억원)를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직접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는 방안과 경선에서 승리한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원하는 방안을 모두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3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블룸버그 전 시장 측 인사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고 블룸버그가 둘 중에서 어떤 계획을 선택하더라도 천문학적 선거자금을 투입하는 목적은 단 하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저지라고 전했다. 5억 달러는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 쏟아부은 선거자금보다 1억 7500만 달러나 많은 금액이다. 미디어기업 블룸버그통신 창업주인 블룸버그는 미국에서 8번째 부자로 50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자산의 1% 이상을 ‘트럼프 낙선’에 쓰겠다는 것이다. 만약 블룸버그가 직접 대선 출마로 가닥을 잡는다면 5억 달러는 민주당 경선 레이스 초반에 대부분 소진될 것으로 그의 참모들은 내다봤다. 블룸버그의 고위 참모인 케빈 시키는 5억 달러 투입 계획에 대해 “그것으로 처음 몇 달은 견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선 뉴욕시장 출신인 블룸버그가 3번째 선거에서 1억 달러를 썼다면서 “블룸버그는 변화를 만들고 뭔가를 보고자 헌신할 때 그는 그렇게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 민주당 전략가는 폴리티코에 “5억 달러는 경선에서 정말 중요한 7~8개 주의 모든 TV 광고를 사기에 충분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11월 꾸린 대선팀과 뉴욕 맨해튼에 있는 ‘블룸버그 자선재단’ 본부에서 매주 한 차례 이상 회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대선 출마 여부는 이달 중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지난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행사에서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앞으로 3주 후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블룸버그는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 나선 민주당 후보 24명에게 총 1억 1000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댔고, 이 중 21명이 당선됐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하버드·프린스턴 나온 폭스 뉴스 진행자 “10년 동안 손 씻지 않았다”

    하버드·프린스턴 나온 폭스 뉴스 진행자 “10년 동안 손 씻지 않았다”

    미국 폭스 뉴스의 진행자가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손을 씻은 적이 없다고 방송 도중 털어놓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하버드와 프린스턴 대학을 나온 피트 헤그세스가 주인공. 그는 ‘폭스와 친구들’이란 프로그램에 초대받아 에드 헨리, 제데디아 빌라와 노닥거리던 중 누군가 남긴 피자를 먹었다. 그러자 두 진행자가 놀려댔고, 헤그세스는 “맨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세균은 실재하지 않는 것”이라며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손을 씻지 않았다. 그렇게 스스로를 예방접종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해 결심 가운데 하나가 방송 중이 아닐 때 했던 말을 방송 중에 털어놓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연히 소셜미디어에서 난리가 났다. 아래 트위터 댓글처럼 “칠십 평생 손을 씻지 않았는데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 세상에는 세균무섬증 환자가 너무 많다”고 동조하는 이도 있었고, “식당 종업원들이 자신처럼 손을 씻지 않고 조리한 음식을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인 이도 이었다.헤그세스는 나중에 일간 USA투데이 인터뷰를 통해 재미있으라고 한 얘기라며 “우리는 주머니 속에 퓨렐(손세정제) 병을 넣어둔 채 사람들과 대화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들은 그렇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듯이 하루에도 1만 9000번이나 손을 닦는다”며 “난 스스로를 지키며 늘 항상 모든 것을 그렇게 하려는 집착을 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대중들의 반응에 대해선 다른 이의 말을 “글자 그대로,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바보같은 일이며 그렇게 하면 “머리가 폭발할 것”이라고 웃어넘겼다. 하지만 매사 진지한 영국 BBC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P)가 손을 자주 씻는 것이야말로 “세균을 없애고 질병을 피하고 세균을 다른 이에게 옮기는 일을 막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권한다고 전했다. 어떤 다른 매체보다 폭스와 자주 인터뷰를 해 친(親)폭스 성향을 드러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97년 출간한 ‘컴백의 예술(The Art of the Comeback)’을 통해 세균무섬증에 걸려 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책에다 “미국 사회의 저주 가운데 하나가 악수란 관행이다. 이 끔찍한 관습이 가장 성공적이고 유명한 방법이어서 최악의 결과를 부채질한다”며 “난 망령에 붙들린 것처럼 자주 손을 씻는다. 꼼꼼히 씻고 나면 훨씬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가능한 한 그렇게 한다”고 적었다. 스티브 M이라고 밝힌 BBC 독자는 “내가 ‘트럼프와 같은 생각이야’라고 말하게 될줄은 정말 몰랐다”며 “하버드와 프린스턴에 다니면 지식은 전수할지언정 센스는 전달받지 못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지나친 위생 집착은 세균에 대한 몸의 저항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른 독자 케빈 쿡은 “10년 동안 한 번도 손을 씻지 않은 것은 다른 이의 건강에 무관심했다는 얘기로 들려 충격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재미 한국인 모자(母子) 피살사건 범인, 20년 만에 잡혔다

    재미 한국인 모자(母子) 피살사건 범인, 20년 만에 잡혔다

    각기 다른 장소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한국인 여성과 그 아들의 억울한 죽음이 20년 만에 밝혀졌다. 지난 5일(현지시간) AP통신은 수사관들의 끈질긴 추적 끝에 1998년 미국에서 벌어진 2건의 살인사건이 해결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1998년 5월 13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버그 카운티에서 여성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지역 수사관 케빈 보보는 “발견 당시 시신은 나체로 손이 결박된 채 숲에 버려져 있었으며, 감식 결과 질식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시아계라는 것 말고는 이 여성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고 수사당국은 전단을 만들어 신원을 밝히는데 주력했다. 그로부터 4개월 후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350km 떨어진 노스캐롤라이나 더럼에서는 한 소년이 시신으로 발견됐다. 잔디를 깎던 일꾼들에 의해 발견된 시신은 훼손 상태가 심각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DNA 감식 결과 아시아인과 백인 혼혈임이 밝혀졌고, 경찰은 전문가의 도움으로 소년의 몽타주를 만들어 미 전역에 뿌렸다. 그러나 이 소년의 신원도 파악되지 않았고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미제로 묻히는 듯 했던 이 두 사건은 지난해 12월, 사건 발생 20년 만에 사우스캐롤라이나 오렌지카운티 주수사관 팀 혼이 소년의 시신에서 채취한 DNA 샘플을 재조사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팀 혼은 살인사건 전문 컨설턴트에게 소년의 DNA 분석을 의뢰했고, 온라인 DNA 데이터베이스에서 친인척으로 추측되는 인물을 발견했다. 팀 혼은 “소년은 미시간에서 태어나 오하이오에서 자란 로버트 보비 아담 위트(10)로 확인됐으며, 친척들은 소년의 어머니 역시 비슷한 시기 사라졌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소년의 어머니 역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경찰은 끈질긴 수사 끝에 소년보다 앞서 시신으로 발견된 아시아계 여성이 소년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노스캐롤라이나 경찰은 “공조 수사를 통해 시신으로 발견된 여성과 소년이 모자 관계임을 밝혀냈다. 또 친척들의 증언을 토대로 인터폴과 한국 수사당국에 협조를 요청해 여성의 신원 역시 파악했다”고 밝혔다. 미 경찰에 따르면 20년 전 시신으로 발견된 여성은 한국인 조명화 씨다. 친인척들은 그녀가 아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귀국한 줄로만 알았다고 전했다. 사망자의 신원을 파악한 경찰은 즉각 남편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조사에 나섰고, 그가 다른 혐의로 연방 교도소에 수감 중인 것을 확인했다. 이 남성은 경찰의 끈질긴 추궁 끝에 아내 조 씨와 아들 로버트를 차례로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살해 시기와 살해 동기, 살해 장소 등 정확한 사건의 개요가 확인되기 전까지 남성을 기소할 수 없으며 따라서 그의 신원 역시 아직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무장강도 혐의로 복역 중인 이 남성은 오는 2037년까지 가석방 자격이 없다. 이번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수사관 팀 혼은 “나는 항상 소년의 사건 파일을 책상 밑에 두었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파일이 내 다리를 쳤고 항상 이 작은 소년의 죽음을 잊지 않았다. 20년이 지났지만 이제라도 억울한 죽음을 밝혀낸 것 같아 다행”이라고 밝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수사 당국 역시 20년간 사건 해결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구체적인 사건 개요를 밝혀 남성을 기소하는데 주력하겠다고 전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미국 23개주서 한국 면허증 통용된다

    외교부는 3일 미국 23개주에서 한국 운전면허증을 현지 면허증으로 교환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현지 면허증 교환 지역은 메릴랜드주, 버지니아주, 워싱턴주, 매사추세츠주, 텍사스주, 플로리다주, 오레곤주, 미시간주, 아이다호주, 앨라배마주, 웨스트버지니아주, 아이오와주, 콜로라도주, 조지아주, 아칸소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테네시주, 하와이주, 펜실베니아주, 위스컨신주, 오클라호마주, 아리조나주, 루이지애나주 등이다. 나머지 곳들은 현지 면허증을 취득하려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운전면허 필기·실기 시험을 봐야 한다. 전국 면허시험장이나 경찰서에서 국제 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아도 미국 전역에서 운전할 수 있지만 입국 후 1년이 지나면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또 국제운전면허증으로 운전할 경우, 한국면허증과 여권을 함께 지참하지 않으면 무면허 운전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한국 면허증을 현지 면허증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하려면 한국 경찰청과 미국의 해당 주가가 양해각서에 서명해야 한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김형길 주휴스턴총영사와 케빈 리브스 루이지애나주 공공안전 및 차량관리국 부국장이 ‘대한민국 경찰청과 루이지애나주 공공안전 및 차량관리국간 운전면허 상호인정 양해각서’에 서명하면서 면허증 교환이 가능한 23번째 주가 됐다. 한국과 루이지애나주의 거주민들은 다음달 4일부터 면허증을 교환할 수 있다. 루이지애나주에 거주하는 한국민은 2028명이다. 다만, 이번 양해각서는 비상업용 운전면허증 교환발급에만 적용된다. 한편 우리나라와 운전면허 상호인정 국가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135개국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펠로시 반발에 꼬리 내린 트럼프… 신년 국정연설 결국 연기

    펠로시 반발에 꼬리 내린 트럼프… 신년 국정연설 결국 연기

    연방공무원 수백명 접시 들고 33분 시위 백악관 “3월까지 지속땐 1분기 성장률 0”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9일(현지시간)로 예정됐던 의회 국정연설을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사태가 해결된 이후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밤 트위터를 통해 “셧다운이 끝날 때 연설을 할 것”이라며 “나는 국정연설을 할 대체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하원 회의장의 역사, 전통, 중요성과 겨룰 만한 장소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이날 “셧다운이 해소되기 전까지 (하원회의장) 국정 연설은 안 된다”며 완강하게 맞서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국정 연설이 낸시 펠로시에 의해 취소됐다. 대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강행 의지를 밝히기도 했지만 단 몇 시간 만에 펠로시 의장에게 굴복한 셈이 됐다. 국정 연설이 연기된 것은 1986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로 국정 연설을 연기한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국정 연설 파행은 결국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과 공화당 대통령 사이의 불화가 표출된 것으로, 33일째 지속 중인 셧다운을 야기한 의회와 백악관의 정치적 갈등을 보여 준다고 전했다. 한편 셧다운으로 2주째 급여를 받지 못한 연방 공무원 수백명은 이날 워싱턴DC에 있는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사무실 건물로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으며 이 가운데 12명은 현장에서 국회경비대에 의해 체포됐다. 시위는 셧다운 지속 기간을 의미하는 33분간 진행됐다. 어린 자녀 등과 함께 나온 시위 참가자들은 ‘정부 문을 열라’, ‘(연방공무원인) 엄마에게 급여를 달라’ 등의 문구를 적은 일회용 접시를 흔들었다. 현재 미국 연방공무원 80만명은 강제 휴직 중이거나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 케빈 하셋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셧다운이 오는 3월까지 지속된다면 1분기에 제로(0%)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CNN에 밝혔다. AP통신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1년여 만에 최저 수준인 34%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스테이크 허세’ 지적한 팬들에게 막말 퍼부은 리베리에 벌금

    ‘스테이크 허세’ 지적한 팬들에게 막말 퍼부은 리베리에 벌금

    독일 프로축구 바이에른 뮌헨 구단이 금으로 덮인 스테이크를 허세스럽게 먹는다고 비난한 팬들에게 상스러운 말을 서슴치 않은 미드필더 프랭크 리베리(35)에게 벌금을 물렸다. 리베리가 지난 2일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이 발단이었다. 국내의 한 유명 셰프처럼 조리한 음식에 소금을 허세스럽게 떨구는 퍼포먼스로 유명해져 ‘솔트 배(SALT BAE)’로 불리는 터키 출신 유명 셰프 누스렛 고케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촬영한 것이었다. 고케는 한 접시에 1000 파운드 짜리로 알려진 금 코팅 스테이크를 나이프로 썰고, 리베리는 그 옆에서 두 손을 비비며 입맛을 다신다. 당연히 팬들은 한끼 식사로 그런 허세를 부리느냐고 빈정거렸다. 리베리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일련의 글을 통해 내가 번 돈 내가 좋아하는 데 쓰겠다는데 웬 시비냐는 식으로 대들었다. 이어 “질투하는” 인간들이 하는 얘기이며 자신은 “증오하는 이들”에게 빚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내 성공은 무엇보다도 신께 감사하게도 나와 날 믿어주는 사랑하는 이들 때문에 있게 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에게도 화살을 돌려 자신이 기부할 때는 외면하다가 이런 일에는 너도나도 나선다고 비난했다. 바이에른 뮌헨 구단의 하산 살리하미드지치 축구국장은 6일 리베리가 얼마만큼 벌금을 내야 하는지 밝히지 않고, 다만 그가 벌금이 너무 무겁다고만 했다고 전했다. 그는 “리베리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단어를 사용했고 프랭크는 롤모델과 선수로서 그런 말을 사용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며 “리베리와 오래 얘기를 나눠 그가 무거운 벌금을 부과받을 것이라고 알렸고 그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축구국장은 또 리베리는 초대를 받아 레스토랑에 간 것이며 그가 음식 값을 계산한 것도 아니라고 대신 전했다. 이 대목에서 솔트 배란 셰프가 궁금해진다. 미국과 중동, 터키에 호화 레스토랑들을 여럿 거느리고 있으며 고기를 손질하는 동영상으로 수백만 팬을 거느리고 있다. 전날 고별경기를 한 세스크 파브레가스(첼시)와 케빈 드 브라이너(맨시티) 등 축구 스타들과의 친분도 활용했다. 그의 음식을 들었다가 호된 비난에 시달린 것도 리베리가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해 9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이스탄불의 누스르엣 레스토랑을 찾았던 사실이 알려져 국민들의 3분의 2는 식량 부족으로 몸무게가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는데 대통령은 값비싼 요리나 먹고 있다며 야당으로부터 공격 받았다. 사진·영상=BBC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하든 연장 종료 1초 전 7.6m 결승 3점포, 아홉 경기 연속 35득점 5A

    하든 연장 종료 1초 전 7.6m 결승 3점포, 아홉 경기 연속 35득점 5A

    제임스 하든(30·휴스턴)이 연장 종료 1초를 남기고 7.62m 3점슛을 넣어 1점 차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하든은 4일(한국시간) 오클랜드의 오라클 아레나를 찾아 벌인 골든스테이트와의 미국프로농구(NBA) 정규리그 연장 결승 득점으로 135-134 승리를 이끌었다. 44득점 10리바운드 1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시즌 다섯 번째 트리플더블을 기록하며 아홉 경기 연속 35득점 5어시스트 행진을 이어갔다. 하든은 3점슛 10방으로 활활 타올랐다. 휴스턴은 3점 라인 밖 림을 노리는 횟수에서 상대를 63-42로 압도했다. NBA 사무국은 또 그가 다섯 경기 연속 3점슛 5회 이상 성공을 달성했다며 “이런 경지에 이른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고 밝혔다. 연장으로 승부를 끌고 간 것도 하든의 몫이었다. 전반까지 53-70으로 크게 뒤졌는데 3쿼터부터 하든의 득점포가 터져 점수 차를 좁혔고 4쿼터 종료를 앞두고 동점 3점 포를 가동했다. 스테픈 커리의 득점으로 2점 앞선 골든스테이트의 승리가 점쳐지던 연장 종료 1초를 남기고도 하프라인 근처에서 드레이먼드 그린의 견제를 뚫고 쏘아올린 하든의 결정적인 슈팅마저 림을 통과하는 바람에 휴스턴은 6연승, 최근 12경기에서 11승을 챙겨 서부 콘퍼런스 4위로 올라섰다.마이애미의 슈팅 가드 드웨인 웨이드는 하든의 위닝샷이 터진 지 얼마 뒤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제길! 제임스 하든이 또 넣었네”라고 적었고, 스티브 커 골든스테이트 감독은 하든의 경기력에 대해 “믿기지 않는다”며 “그는 막판 불가능한 슛을 엮어냈다”고 말했다. 여섯 차례나 올스타에 뽑혔던 하든은 NBA 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제와 똑같은 슛감을 유지했다. 난 들어간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팀 전체로도 그랬다. 우리는 계속 나아가야 한다. 우린 결국 리듬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케빈 듀랜트(골든스테이트)는 “모자를 벗어 갱배하면 된다. 그가 플레이하는 시간과 그가 얼마나 공을 자유자재로 놀리는지 보며 그냥 얼마나 많은 득점을 넣을까 기대하면 그만이다. 그는 진짜 천재적인 선수”라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커리도 35점을 올렸지만 최근 두 시즌 연속 챔피언에 오른 팀의 홈 3연패 수모를 막지 못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우승으로 2018년 마무리한 조코비치 “새 시즌이 기대된다”

    우승으로 2018년 마무리한 조코비치 “새 시즌이 기대된다”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가 2018년을 우승으로 마무리지었다. 조코비치는 29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2018 무바달라 테니스 챔피언십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디펜딩 챔피언’ 케빈 앤더슨(6위·남아공)을 2-1(4-6, 7-5, 7-5)로 눌렀다. 조코비치가 이 대회 정상에 오른 것은 2013년 이후 5년 만이다. 통산 4번(2011·2012·2013·2018년)째 정상에 오르면서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과 이 대회 최다 우승 타이 기록을 세웠다. 우승 상금은 25만 달러(약 2억 8000만원)다.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무바달라 테니스 챔피언십은 남자프로테니스(ATP) 공식 투어 대회는 아니지만 조코비치와 나달, 앤더슨, 도미니크 팀(8위·오스트리아), 카렌 하차노프(11위·러시아), 정현(25위·한국체대) 등 세계 정상급 선수 6명이 출전한 권위 있는 토너먼트다. 지난 2월 팔꿈치 수술을 했지만 올해 메이저 대회에서만 우승컵을 두번(윔블던·US오픈) 들어올리며 재기에 성공한 조코비치는 올해 마지막 대회에서도 승리하며 기분 좋게 새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조코비치는 2시간 14분 만에 앤더슨을 제압했다. 첫 세트를 앤더슨이 가져가며 조코비치가 흔들리는 듯했지만 이내 집중력을 발휘했다. 2세트에서 2-2로 맞선 이후 서로 서브 게임을 가져온 뒤 11번째 게임에서 조코비치가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2세트를 낚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만든 조코비치는 3세트에서도 상대를 몰아치며 결국 승리를 따냈다.조코비치는 “이런 경기를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앤더슨 역시 나만큼 승리하고 싶었을 것이다”며 “우리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앤더슨은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 중 하나다”며 “오늘 이길 수 있어서 기쁘고 다가 오는 시즌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앤더슨은 “더 노력해야 할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의 경기력에 전체적으로 만족한다”며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지만 조코비치의 서브 때 많은 기회를 끄집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코비치는 카타르 도하로 이동해 31일 개막하는 ATP 투어 엑손 모빌 오픈을 통해 2019시즌을 시작한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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