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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에 관한 모든 것 다 모였네

    커피에 관한 모든 것 다 모였네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5 서울 카페쇼’를 찾은 관람객들이 커피 관련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커피 전문 전시회인 2015 서울 카페쇼는 오는 15일까지 열린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정부·지자체 하루 수차례 문서 요청… 메르스 환자 치료 본연의 업무 지장”

    “정부·지자체 하루 수차례 문서 요청… 메르스 환자 치료 본연의 업무 지장”

    어느 날 갑자기 대한민국을 엄습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선망의 대상이었던 의료인을 한순간에 사회적 격리 대상자로 만들었다. 한 아파트에서는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병원 직원의 출입을 막았다. 어떤 주민은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말라’는 벽보를 붙이기도 했다.(‘2015 메르스 대한병원협회의 기록’ 중 일부) 첫 메르스 감염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 5월 20일부터 보건당국이 사실상 메르스 종식을 선언한 7월 28일까지 70일간 메르스 바이러스는 186명의 확진 환자뿐만 아니라 방역 최일선에 있는 의료인의 일상도 처참히 무너뜨렸다. 병원 전부 또는 일부 폐쇄를 경험한 100여개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메르스가 거쳐 가지 않은 나머지 병원들까지 대혼란 속에 사투를 벌였다. 대한병원협회는 12일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의료기관의 노력, 정부와 국회의 대응 등을 담은 메르스 백서를 펴냈다. 의료인의 시각에서 본 메르스 70일의 기록이다. 백서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서 일주일 사이 ‘대응지침 3판’(5월 25일), ‘대응지침 3-1판’(5월 29일)을 차례로 배포했다. 메르스 의심환자 발열 기준이 38도에서 37.5도로 변경되고 신고·진단 기준이 개정되는 통에 지침에 따라 철저히 대응해야 하는 병원은 방역 초기단계에서부터 혼란을 겪어야 했다. 게다가 초기에는 유전자 검체 검사를 국립보건연구원만 할 수 있게 하는 바람에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의료기관은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불안해하며 환자를 돌봐야 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과도한 ‘문서 수발’ 요구는 의료인을 더 힘들게 했다. 백서는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앞다퉈 하루에도 수차례 중복되거나 유사한 내용의 문서를 보내라고 해 병원 행정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고, 환자 치료 본연의 업무에 지장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와 지자체 간 대응도 제각각이어서 개별 병원이 유전자 검사 대상 확인과 의뢰, 환자 이송을 신속히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된 동료가 격리되고, 감염환자와 의심환자가 늘자 의료진의 업무는 더욱 가중됐다. 한 사람이 평소 업무의 3~4배를 감당해야 했다. 한 병원의 중환자실 간호사는 백서에서 “방호복을 입고 화장실 가는 것이 걱정돼 커피와 물도 못 마셨다”고 회고했다. 진료가 꼭 필요한 환자조차 병원을 꺼려 병원 대기실과 입원실에는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환자 수가 급감해 병원이 어려움을 호소하자 정부는 요양급여비용 청구액의 약 95%를 조기 지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백서는 “일종의 가지급 형태의 자금조달 방안으로는, 당장 그달 병원 직원 월급조차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돌이켰다. 병원협회는 백서에서 “병원감염예방 의무를 전적으로 병원에 부여하는 것은 실효성이나 효과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감염병 진료비용에 대한 국가 부담비율을 일정 부분 상향조정하거나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시설 개선, 장비 구매 등에 국가 예비비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서울 핫 플레이스] 가을을 머금은 호수, 도시가 품은 여백

    [서울 핫 플레이스] 가을을 머금은 호수, 도시가 품은 여백

    2015년 가을의 끝자락이다. 서울은 이번 주말에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아~ 벌써 가을이 지나갔나. 아직 단풍 구경도 못했는데…’라고 자조 섞인 혼잣말을 내뱉는 청춘이나 ‘회사 일에 치여 눈 떠보니 가을이 끝났구나’라는 중년에게 서울 잠실 석촌호수를 권한다. 차량으로 지나가다 본 석촌호수와 오색 물결의 나무 사이로 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걸어 본 석촌호수는 같지만 전혀 다른 곳이었다. 주변에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카페와 방이먹자골목의 맛집에서 느끼는 식도락의 즐거움에 제2롯데월드 쇼핑몰에서 저렴하면서 멋스러운 스카프 하나 걸치고 간다면 올가을의 호사를 다 누린 것이다. 이번 주말 피곤하다고 ‘방콕’(방에 콕)하지 말고 도심에서 마지막 가을 나들이를 떠나 보자. [어디까지 가봤니] 가을이 아름다운 서울의 인공호수인 석촌호수. 지금 가을의 향기가 샤넬 NO5 향수보다 그윽하다. 호수 주변 둘레길은 평일임에도 가을을 즐기러 온 사람들도 북적인다. 제2롯데월드가 일부 개장하면서 중국 관광객 등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명소로 떠올랐다. 중국 관광객 뤄샤오이(24·베이징)는 “석촌호수의 가을 풍경은 정말 예쁘다”면서 “쇼핑과 먹거리, 아름다운 호수가 어우러진 잠실 주변이 명동이나 압구정보다 훨씬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한강 정비때 생긴 둘레 2.5㎞ 인공호수 최근 사회적 이슈로 언론에 많이 오르내리면서 ‘이름’은 친숙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석촌호수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석촌호수의 면적은 21만 7850㎡이며 둘레 길이는 2.5㎞이다. 지금은 아파트로 가득 채워졌지만 석촌호수 북쪽 잠실벌에는 원래 나루터가 있었다. 당시 서울과 경상도, 전라도를 연결하는 중요한 요충지였다. 광진교 밑에서부터 잠실야구장까지 지금 석촌호수를 지나는 송파강과 신천강을 이루는 샛강도 있었다. 1969년 한강 본류 정비에 착수하면서 샛강을 메운 이후 일부 남겨 놓았다. 바로 그곳이 석촌호수로 변신한 것이다. 당시 메워서 만든 땅이 현재의 잠실동과 신천동이다. 1981년 호수 주변에 녹지와 산책로, 쉼터 등이 들어서면서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한동안 수질 악화와 악취로 외면받기도 했으나 2001년부터 송파구가 석촌호수를 명소화 사업 대상지로 선정, 수질 개선과 편의시설 확충 등을 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송파대로 기점으로 동호와 서호로 갈려 석촌호수는 송파대로가 만들어지면서 동호와 서호로 나눴다. 현재 동호는 송파관광정보센터 등 시민 휴식 공간으로 꾸며졌다. 서호는 ‘끼~악~’ 하는 비명이 나오는 자이로드롭으로 대표되는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어디까지 맛 봤니] ●야외서 즐기는 브런치의 멋 ‘카페 거리’ 석촌호수의 가을은 멋진 풍경뿐 아니라 맛난 음식도 많다. 가을에 어울리는 브런치와 진한 커피 향이 좋은 카페들이 즐비한 카페 거리로 가 보자. 석촌호수를 중심으로 제2롯데월드와 반대쪽에는 유럽처럼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20여곳의 카페가 줄지어 있다. 일명 카페 거리다. 2009년 디자인서울거리로 지정되면서 옥외 영업이 허용됐다. 그래서 유럽 도시처럼 야외 테라스를 갖춘 카페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카페 코마’, ‘코니퀸즈’, ‘엘루체’, ‘릴리움커피’, ‘엘루체’ 등 저마다 독특한 인테리어와 맛있는 커피 등으로 낭만 고객을 유혹한다. 브런치 카페로 유명한 ‘호수베이커리 카페’는 바로 석촌호수 가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천연 발효 빵과 풍성한 샐러드가 나오는 호수샐러드(1만 4000원)가 유명하다. 또 ‘드라페’는 1만 2000원에서 2만 5000원 사이에서 브런치나 스파게티,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야외테라스도 좋고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동호 쪽 송파관광정보센터 1층에 있는 ‘J카페앤 레스토랑’도 석촌호수의 가을을 바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카페 쪽에선 커피와 간단한 음료 등을 마시거나 테이크아웃할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는 피자와 스파게티 등 식사를 할 수 있다. 가격은 1만 90000원에서 2만 50000원 선이다. 점심보다는 석촌호수의 가을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저녁을 추천한다. 피규어 카페로 유명한 ‘고고스’도 가볼 만하다. 아이언맨과 배트맨, 헐크 등 대형 피규어뿐 아니라 아기자기한 피규어 등이 가득해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커피와 간단한 핫도그(7000원대)를 즐길 수 있다. ●200여개 음식점 밀집한 ‘방이먹자골목’ 방이먹자골목도 들러볼 만하다. 450m 거리 양편과 사이 골목 등에 음식점 200여개가 밀집해 있다. 일식부터 ‘신선설농탕’ 등 유명 식당 체인과 크고 작은 술집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쌀쌀해진 가을밤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술 한잔하기 ‘딱’이다. 크고 작은 식당이 많지만 같은 자리에서 19년째 순댓국을 파는 ‘한양 순대국집’은 테이블 6개의 작은 식당이지만 국물 맛이 끝내 준다. 큼지막하게 자른 머리 고기 등도 푸짐하다. 순댓국 7000원. 먹자골목 뒤편에 있는 ‘송파 생태전문’의 시원한 국물도 빼놓을 수 없다. 한소끔 끓이면 주인장이 기술 좋게 뼈를 발라내 준다. 생태, 대구탕 각각 1만 2000원. 동태탕 7000원이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커피·코코아 향 나는 ‘가향 담배’ 규제 검토

    커피, 코코아 등 색다른 향을 가미한 가향 담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1일 “청소년과 젊은 성인층을 중심으로 가향 담배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고, 비흡연자도 가향 담배에 이끌리고 있어 향과 맛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멘솔을 제외한 모든 가향 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 28개국도 내년 5월부터 가향 담배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복지부도 가향 담배에 대한 법적인 규제 방안 마련을 검토 중이다. 부처 간 협의가 원만히 진행되면 연말에 발표할 예정인 ‘담배 규제 및 금연지원정책 방향’에 담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가들도 가향 담배 규제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고, 가향 담배의 위험성에 대한 근거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커피향 담배 속의 카페인은 기관지를 확장해 니코틴이 흡연자의 폐에 더 쉽게 흡수될 수 있게 하며, 멘솔향은 신경 말단을 무력화시켜 담배연기 흡입 시 느껴지는 자극을 감소시킨다. 결과적으로 가향 담배는 흡연을 쉽게 해 담배 중독을 가져온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실내 금연 장소를 당구장 등 체육시설, 유흥업소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 편의점 내 담배 광고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편의점 내 담배 광고 규제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금연종합대책에도 포함됐으나 담배사업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여서 부처 간 협의가 늦어지고 있다. 복지부는 12~13일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중구 소공로 포스트타워에서 ‘담배규제 정책포럼’을 열고 흡연율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기로 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올해의 합격자] (3)경기경찰청 순경 공채 허인행씨

    [올해의 합격자] (3)경기경찰청 순경 공채 허인행씨

    최근 인사혁신처와 행정자치부는 내년도 국가직·지방직 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일정을 공개했다. 순경 공채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선발 규모나 일정은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내년 시험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을 위해 올해 국가직·지방직 시험 등 공무원 시험과 각종 자격증 시험의 합격자 수기를 게재한다. 올해 경기지방경찰청 순경 공채에 합격한 허인행(23)씨에게 시험 대비법과 합격 노하우를 들어 봤다. 공부를 시작한 지 7개월 만에 합격했어요. 보통 순경시험 준비 기간이 1~2년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짧은 수험 생활이었죠.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합격할 수 있었던 건 하루 13시간 동안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7개월을 오롯이 공부에만 몰두했어요.공부를 시작한 첫날부터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모든 생각과 행동을 시험 준비에만 쏟았어요. 오전 시간에는 여러 과목을 들여다보지 않고 단 한 과목만 공부했어요. 점심·저녁 시간에는 혼자 밥을 먹으면서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나 영어 단어를 들여다봤어요. 공부 흐름이 깨지지 않도록 밥 먹는 시간에도 책을 본 거죠. 처음 수험 생활을 시작할 때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너무 빡빡하게 공부하다 보면 합격하기 전에 지쳐서 포기할 수도 있다. 슬럼프에 빠지거나 효율적인 공부가 어려울 수도 있다. 오랜 시간 앉아서 공부한다고 해서 학습이 제대로 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를 공부 시간으로 정한 거예요. 시험도 제대로 쳐 보기 전에 지칠까봐요. 공부 시간 외에는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지냈어요. 예능이나 드라마도 봤고 게임도 했어요. 또 일주일에 하루는 데이트를 하거나 집에서 쉬면서 충분히 쉬었습니다. 스트레스도 풀고 다음날 공부를 위해 재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죠.지치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던 건 하루 단위, 일주일 단위로 빼곡하게 채워 갔던 계획표 덕분입니다. 공부 과목과 중간중간 바람을 쐬거나 커피를 마시는 시간 등 사소한 것까지 계획에 따랐어요. 최소한 책을 붙들고 있는 시간에는 그 과목에 대한 생각만 하기 위해서였죠. 그리고 일주일마다 계획에 맞춰 행동했던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을 파악했어요. 그렇게 주말마다 반성의 시간을 갖고 조금씩 생활습관을 고쳐 나갔어요. 과목별 공부법은 특별할 게 없었어요. 다른 수험생과 마찬가지로 기출문제의 반복 학습에 주력했어요. 국어나 한국사, 영어 등은 기본서로 어느 정도 기초를 쌓은 뒤에는 기출문제를 몇 번이고 풀어 보고 오답을 정리했어요. 학원이나 독서실 가는 시간,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에도 휴대전화에 다운받은 기출문제와 정답 풀이를 읽었죠. 경찰시험은 필기시험 이후에 체력시험과 면접시험이 이어집니다. 체력시험은 100m 달리기, 1000m 달리기, 팔굽혀펴기, 웟몸일으키기, 좌우악력 등 모두 5가지 종목이에요. 갑자기 달리기가 빨라지거나 악력이 좋아질 수는 없기 때문에 필기시험 준비와 동시에 틈틈이 체력시험도 준비했어요. 저녁 공부 시간에 악력기를 한 손에 쥐고 책을 읽거나 학원이나 도서관을 오갈 때 버스나 지하철을 타지 않고 걸어다녔죠. 그렇게 꾸준히 조금씩 운동을 해 온 덕에 필기시험 합격 이후 체력학원을 다니면서 기록을 많이 단축할 수 있었어요. 필기시험 이후 체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가 부상당할 수도 있으니 큰 욕심을 내지는 않았으면 해요. 체력시험 이후 면접시험은 경찰시험을 준비하는 다른 수험생들과 스터디를 꾸려서 대비했어요. 모두 면접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말할 때 태도, 억양, 몸짓은 물론 기출문제를 바탕으로 한 모의면접까지 꼼꼼하게 준비할 수 있었죠. 면접학원에서 가르쳐 준 대로 말하기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대답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다른 수험생에 비해 어린 나이에 수험생활을 시작해서일까요. 수험 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친구들과의 만남을 자제하고 공부에만 몰두해야 하는 상황, 그 자체였어요. 제 친구들은 아직 대학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오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왜 나는 지금 이렇게 골방에서 혼자 공부하고 있나’라는 회의감이 들었죠. 다른 친구들처럼 여행도 가고, 영화도 보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없었으니 말이죠. 그래서 최종 합격자 명단에서 제 이름을 발견했을 때 그렇게 기뻤나 봐요. ‘이제는 여행을 갈 수 있겠구나. TV도 마음껏 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합격 이후 중앙경찰학교를 수료하고, 지금은 수원남부경찰서 태장파출소에서 실습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가끔씩 듣는 ‘감사하다’는 인사와 ‘수고했다’는 격려 덕분에 경찰이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자주 드네요. 순경 공채를 준비하는 많은 수험생이 자신의 제복 입은 모습을 생각하면서 합격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정리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아침은 과일’ ‘육류는 닭고기’ 날씬한 사람들만의 식사법이 있다 - 美 코넬대 공개

    ‘아침은 과일’ ‘육류는 닭고기’ 날씬한 사람들만의 식사법이 있다 - 美 코넬대 공개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식사는 아침’이라는 말을 우리는 종종 들어왔다. 그런데 이런 아침 식사의 중요성을 미국의 과학자들이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미국 코넬대 산하 ‘코넬 식품과 브랜드 연구소’(Cornell Food & Brand Lab) 소속 연구진은 체중 감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아침을 먹는 습관이 도움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실제로 날씬한 사람들이 아침으로 무엇을 먹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코넬 식품과 브랜드 연구소는 날씬한 사람들의 특성과 행동을 조사하기 위한 온라인 등록 사이트인 ‘슬림 바이 디자인 레지스트리’(Slim by Design Registry)를 통해 설문을 받고 있다. 연구진은 이 사이트를 통해 참여한 날씬한 남녀 147명(여성 118명, 남성 29명)이 주로 아침에 무엇을 먹고 있는지 그 식사 유형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구체적으로, 응답자들은 ‘당신은 하루에 일반적으로 아침으로 무엇을 먹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에 답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이 아침에 주로 먹고 있는 음식은 과일(51%)로 나타났다. 이어 유제품(41%), 차게 먹는 시리얼/그레놀라(33%), 빵(32%), 달걀(31%), 뜨겁게 데워 먹는 시리얼(29%), 커피(26%)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침을 거르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불과 4%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번 조사를 진행한 안나-레나 부오리넨 코넬 식품과 브랜드 연구소 방문연구원은 “이번 연구로 드러난 한가지 중요한 점은 날씬한 사람들 가운데 실제로 아침을 먹는 이들이 대다수라는 것으로, 이는 아침 식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전 연구들과 일치한다”면서 “달걀 소비는 예상보다 높았다”고 말했다. 특히 날씬한 사람 대부분이 가장 좋아하는 육류로는 닭고기(61%)를 꼽았다. 반면 채식주의자는 7%에 지나지 않았다. 또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답한 이들은 19%였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 대부분은 운동에 관한 질문에 일주일에 1~3회 정도 하고 있었으며, 과반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다이어트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실제로 날씬한 사람들이 하는 식사 등 여러 습관을 살펴보면 다이어트에 지름길이 있을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로 우리에게 ‘날씬한 사람들이 하는 것을 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연구진이 발표한 조사결과는 ‘슬림 바이 디자인’이라는 결과 공개 사이트를 통해서 인포그래픽으로 쉽게 볼 수 있다. 사진=ⓒ포토리아(위), 슬림 바이 디자인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부식비 빼돌려 양주 산 前 청해부대장

    지난달 20일 장병 부식비를 횡령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던 청해부대 강감찬함 함장 출신 김모(50) 준장이 빼돌린 돈 대부분을 고가의 양주 등을 구입하는 데 쓴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검찰단 관계자는 10일 “해군본부 소속 김 준장을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준장은 청해부대장으로 근무하던 2013년 1월 2차례에 걸쳐 오만 샬랄라항에 기항해 중개인에게 식재료비를 과다 지급하는 방식으로 6만 1000달러(약 7000만원)를 빼돌려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준장은 빼돌린 돈 중 1만여 달러는 와인, 대추야자, 커피 등 장병 격려용 물품으로 사용했으나 나머지 5만 달러는 조니워커블루 등 양주를 구입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단 관계자는 “조니워커블루가 10박스 이상이었고 밸런타인은 10박스 이상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한 박스에는 6~10병이 들어 있고 몇 년산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군 검찰은 김 준장이 횡령한 돈으로 구매한 양주를 해군 상층부에 상납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할 방침이다. 군 검찰은 김 준장이 지휘한 청해부대 11진뿐 아니라 같은 중개인에게 식재료를 공급받은 청해부대 10~18진에서도 비슷한 행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카페창업 ‘요거프레소’, 업무 시스템 재정비해 본사 사옥 확장

    카페창업 ‘요거프레소’, 업무 시스템 재정비해 본사 사옥 확장

    디저트 문화를 선도하며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난 커피전문점 ‘요거프레소’가 1000호점 돌파를 앞두고 본사 사옥을 확장했다고 밝혔다.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커피 프랜차이즈 요거프레소 가맹본부는 테라스가 있는 100평 규모의 공간을 사무실과 실제 매장 인테리어로 꾸민 카페테리아로 나눠 사용하던 중 계속되는 가맹점 오픈으로 사업 역량이 확대되고 회사 규모가 커지자 본사 확장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요거프레소는 건평 545.44㎡를 추가로 확장하는 것과 동시에 업무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분야별 전문가를 충원해 업계 경쟁력을 확고히 해 나가기로 했다. 엄격한 상권분석을 통해 최적의 점포를 개발하는 상권 분석 전문가를 대거 확충하여 카페창업 초기 상권경쟁에서부터 업계 우위를 확보하는 한편, 바리스타 아카데미를 가맹본사로 옮겨 바리스타 교육을 받는 예비 창업자들과 가맹점주들이 커피숍창업 절차와 가맹점 운영에 대한 궁금증을 즉시 해결할 수 있도록 가맹본부 직원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등 사세확장에 따른 업무 시스템과 전문성을 견고히 해나가고 있다. 또한 새로 추가된 사무실 면적에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프리미엄 인테리어를 추가로 도입해 기존의 사무실에 도입한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의 스탠다드 인테리어와 함께 요거프레소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2가지 타입의 매장 인테리어 모두를 본사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요거프레소의 한 관계자는 이번 본사 확장에 대해 “요거프레소가 포화상태인 커피 시장에서도 차별화된 메뉴와 서비스로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앞으로 보다 나은 고객 서비스와 체계적인 커피 프랜차이즈 창업 시스템으로 신뢰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본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커피프랜차이즈 요거프레소는 소자본 창업을 원하는 예비 커피창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맹비/보증금/교육비/로열티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추후 1000호점 오픈을 기념해 다양한 온, 오프라인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며, 자세한 사항은 요거프레소 공식 홈페이지나 대표 번호(1588-0738)로 문의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뉴욕 펜스테이션 지하철역서 총격 3명 사상

     미국 뉴욕 맨해튼 펜스테이션 지하철역 환승 통로에서 9일 오전 6시 15분쯤 총격 사건이 발생해 40대 남성이 즉사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뉴욕 경찰은 후드티를 입은 채 총격 뒤 승용차를 타고 도주한 용의자와 공범으로 추정되는 남성 2명 등 3명을 유력 용의자로 보고 소재를 쫓고 있다.  피해자 3명은 마약중독자 치료센터에서 만난 사이로 지하철역 근처 맥도널드에서 커피를 함께 마시던 중 용의자를 포함한 2~3명의 남성과 말다툼을 벌이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목격자들은 다툼 뒤 “피해자들이 식당을 나가려 하자 총격을 가한 용의자 일행 한 명이 승용차로 뛰어가 총기를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들은 맥도널드 바깥에서 기다리다 다시 말싸움을 붙인 용의자를 피해 지하철역으로 들어섰지만, 개찰구에 들어가기 전 용의자가 4발의 총격을 가했다. 경찰은 “부상자 2명은 목, 복부, 다리 등을 다쳐 병원으로 옮겼으며 중태이지만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펜스테이션 역은 뉴저지와 롱아일랜드 등지에서 뉴욕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사용하는 암트랙이 들어오는 허브로 철도 교통에서 서울의 서울역과 비슷한 곳이다. 러시아워 직전 총격 사건이 벌어졌고, 출근 시간 일대 도로가 폐쇄됐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통풍 환자, 만성 대사성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통풍 환자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 대사성질환에 노출되기 쉽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환자 10명 중 9명이 40~50대 남성이며, 대부분 엄지발가락에서 처음 증상이 시작된다는 결과도 함께 제시됐다. 대한류마티스학회(이사장 고은미, 삼성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는 국내외 통풍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통풍 환자는 만성 대사성질환에 쉽게 노출되고 환자의 90% 이상이 40~50대 남성이며 첫 증상은 대부분 엄지발가락에서 시작한다는 결과를 얻었다며 이를 ‘통풍 3대 위험요인’으로 특정한다고 9일 밝혔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뜻의 병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통풍은 체내에서 요산이 많이 만들어지거나, 소변으로 충분히 배출되지 못한 요산이 관절이나 관절 주변 인대에 축적되면서 발생한다. 요산이 관절을 침범하면 갑자기 통증이 발생했다가 저절로 사라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사소하게 여겨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기 쉽다.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광범위한 관절 손상 및 기형이 초래될 뿐 아니라 혈중 요산 농도가 높아지면서 신장에 결석이 생기거나 신장 기능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심하면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위험요소-1= 만성 대사성 질환 통풍 환자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만성 대사성질환에 취약하므로 이런 질환의 동반 여부를 항상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대한류마티스학회지에 발표된 ‘한국인 통풍 환자의 진단 및 치료실태 조사’ 연구에 따르면, 통풍 환자는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만성 대사성 질환에 노출되는 경우가 유의하게 많았다. 학회가 2005~2008년에 국내 3곳의 대학병원에서 통풍으로 진단돼 치료 중인 환자 136명을 대상으로 임상적 특성을 조사한 결과, 기저질환으로 고혈압을 가진 환자가 36%, 당뇨병 11%, 협심증 8.1%, 심부전 6.6%, 고지혈증 4.4%, 기타 14.7% 등으로 나타났다. 고혈압·당뇨·협심증·심부전·고지혈증 등은 모두 만성 대사성질환에 포함된다.  또 대한류마티스학회지에 발표된 ‘통풍 환자에서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에 대한 연구’에서도 통풍 환자 중 만성 대사성 질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64명의 통풍 환자 자료를 분석했더니 42.2%가 만성 대사성 질환자였으며, 질환으로는 고중성지방혈증·고혈압·저고밀도지단백혈증·고혈당 등이 많았다. 학회는 “통풍을 방치하면 관절 손상은 물론 만성 대사성 질환과 신부전 등 전신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만성 대사성 질환자들의 요산 수치를 높이기도 한다”면서 “따라서 통풍이 의심되면 미루지 말고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봐야 하며, 고혈압 환자들이 사용하는 아스피린이나 이뇨제가 요산 농도를 높여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험요인-2= 40~50대 남성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0~2014년 자료에 따르면, 국내 통풍 환자는 2010년 22만 1816명이던 것이 2014년에는 30만 8937명으로 최근 5년 사이에 39%(8만 7000여명)이 증가했다. 또 2014년 현재 전체 통풍 환자 중 남성이 28만 2599명으로 90%를 넘기고 있으며, 이 중 40대는 6만 6657명, 50대는 7만 3344명으로, 이들 연령대가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통풍은 혈중 요산 농도가 높을수록 위험도가 증가하는데, 같은 농도일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더 위험하다. 남성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콩팥의 요산 제거 능력이 감소하는 반면 여성은 폐경 전까지는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요산 제거 능력이 정상에 가깝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위험요인-3= 엄지발가락 통증 발에 나타나는 다양한 통증 중에서도 특히 엄지발가락 통증이 나타난다면 통풍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학회 조사에 따르면, 통풍의 첫 증상(중복증상 포함)으로 56~78%가 엄지발가락 통증이었으며, 이어 발등 통증 25~50%, 발목 통증 18~60%, 팔 통증 13~46%, 손가락 통증 6~25%이었다. 일반적으로 류마티스관절염이 여성에게서, 부위별로는 손가락 관절에서 통증이 흔히 생기는 것과 달리 통풍은 남성에게 흔하며, 주로 발 부위에서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발 부위에 갑자기 통증이 나타나면 가볍게 여기지 말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통풍 대처 통풍은 요산 수치가 높아지기 시작한 뒤 10년 정도가 지나서 증상이 시작되는데, 최근에는 식생활의 서구화 탓에 20~30대 때부터 요산이 증가하다가 40대에 증상이 나타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따라서 40대 이후 세대가 건강검진에서 요산 수치가 높게 나왔다면 정기적으로 변화를 살펴야 하며, 관절 통증이 나타난다면 바로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학회 측은 조언했다.  통풍은 음식 및 생활습관과도 관련이 깊다. 따라서 비만이라면 체중을 관리해야 한다. 단, 급격한 체중 감량이 통풍 발작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서서히 감량하는 것이 좋다. 조심해야 할 음식으로는 퓨린이 많이 함유된 쇠고기·돼지고기·양고기 와 내장류, 고등어 등 꽁치류의 생선 및 조개류, 술 등이 꼽히나 최근에는 관리 방법이 좋아져 육류나 어류 섭취를 완전히 금지하지는 않는다. 술은 요산이 소변으로 통해 빠져 나가는 것을 방해하므로 마시지 않아야 한다, 최근에는 가공식품에 많이 사용되는 액상과당이 요산 수치를 높인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권장하는 음식은 지방이 적은 유제품과 야채 등이다. 블랙커피와 비타민C는 통풍의 위험도를 줄인다고 알려져 있다. 커피의 경우 요산의 배설을 촉진하지만, 설탕이나 크림이 든 커피는 오히려 혈중 요산 농도를 올릴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파킨슨병 환자 매년 7.2%·80대 환자 8.3% 늘어

    근육이 굳어지고 떨리며 몸동작이 느려지는 파킨슨병 환자가 최근 5년간 연평균 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80대 이상 진료 인원이 늘면서 연평균 증가율도 덩달아 올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8일 최근 5년간(2010~2014년) 병원을 찾은 파킨슨병 환자를 분석한 결과 인구 10만명당 진료 인원이 매년 7.2% 증가하고 80대에서는 환자가 8.3%씩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병원 진료를 받은 파킨슨병 환자는 8만 4771명으로, 여성(60.8%)이 남성(39.2%)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70대가 45.3%로 가장 많고 80세 이상 27.2%, 60대 18.4% 순이다. 60대 이상이 전체 환자의 90.9%를 차지했다. 1812년 영국의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처음 보고한 이 병은 뇌신경 전달 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이 부족해 운동장애와 비운동 증상이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이다. 도파민이 왜 부족해지는지는 아직 확실히 알려진 게 없다. 다만 가족력이 있고 50대 이전 젊은 나이에 파킨슨병이 발생했다면 유전일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도 환경적 요인, 독성 물질 등이 원인이라는 연구도 있다. 파킨슨병이 생기면 주로 떨림증, 근육의 강직, 행동 느림, 걸음걸이 장애, 균형장애, 인지장애, 우울증, 자율신경계 증상 등이 나타난다. 고령화로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환자가 크게 늘었다. ‘나이의 증가’가 가장 중요한 위험 요소이다 보니 확실한 예방법은 없다. 다만 커피나 카페인을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는 몇몇 연구 결과는 나와 있다. 파킨슨병은 느리게 진행되는 병이다. 병 자체는 치명적이지 않으나 폐렴, 넘어짐으로 인한 합병증을 조심해야 한다. 대부분 환자는 수년간 약물치료를 하면서 일상생활을 한다. 적절한 약물치료, 운동 관리를 통해 환자 스스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시점을 연장할 수 있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사용하는 약물은 병의 진행을 멈추거나 호전시키는 약이 아니라 증상을 조절하는 약이다. 환자의 연령, 활동 정도, 부작용을 고려해 약의 종류와 용량을 결정하기 때문에 신경과 전문의와 정기적으로 상담해 자신의 증상을 자세히 설명하고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파킨슨병 치료제는 부족한 도파민 제제를 보충해 주는 것인데, 만약 환자가 도파민 전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하면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따라서 항상 다른 질병으로 진료를 받을 때는 자신이 파킨슨병 환자라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이보다 더 맑을 수 있을까, 자연도 사람도

    이보다 더 맑을 수 있을까, 자연도 사람도

    라오스는 보석의 ‘원석’ 같았다. 손 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매력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특히 남부 지방은 아직 관광객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아서인지 때묻지 않은 야생 그대로의 자태를 뽐냈다. ‘무(無)오염 지대’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었다. 한-아세안센터가 주최한 라오스 문화관광 프로모션 워크숍 참석을 겸해 4박5일간 동남아시아 ‘힐링’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는 라오스를 체험했다. ●왓푸, 앙코르와트를 탄생시키다 라오스 남부 참파사크주의 팍세까지 한국에서부터 11시간 25분 걸렸다. 직항이 없어 태국 방콕을 경유했고, 폭우로 사바나켓에서 30분을 연착했다. 일행들 사이에서 “와~ 빡세다(힘들다)”, “팍세에 오기 참 빡세다”는 농담 아닌 농담들이 자연스럽게 쏟아졌다. 이보다 더 맑을 수 있을까. 라오스의 첫인상은 이랬다. 공기는 투명했고, 풍경은 선명했다. 파란 하늘과 이 하늘을 품은 호수, 초록색 수풀이 우거진 산은 ‘지상 낙원’다웠다. 카메라의 LCD 화질을 의심케 하는 풍경이다. 유네스코 지정(2001년) 세계문화유산이자 라오스 최대 성지인 왓푸. 팍세에서 자동차로 45분 걸린다. ‘미니 앙코르와트’로도 불리는 왓푸는 12세기경 들어선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보다 300년 앞선 9세기경 지어졌다. 크메르 제국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힌두교 사원으로 지어졌지만 15세기경에는 불교 사원으로 바뀌어 현재는 두 종교의 문화가 뒤섞여 있다. 석조 건축물에 새겨진 섬세한 문양과 시바신 등의 형상은 왕코르와트와 똑같다. 왓푸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앙코르와트에서 찍었다고 속여도 의심하기 어려울 정도다. 매년 2월 왓푸 축제가 성대하게 열린다. 왓푸 사원에서 동남아시아의 ‘젖줄’인 메콩강까지는 직선거리로 2㎞다. 건축물 사이로 대로가 뚫려 있다. 이 고대의 길을 따라 가면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 닿는다고 한다. 길 양편에는 사람 키 높이의 링가(흰두교에서 다산을 상징하는 남근상)가 잔뜩 늘어 서 있다. 해발 1416m의 푸카오산이 배경으로 더해져 왓푸의 수려한 자태가 완성된다. 푸카오산 기슭에 있는 신전에 올라 메콩강을 바라보면 일대 장관이 펼쳐진다. 물론 세계 최대 규모 사원이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유적지인 앙코르와트에 비하면 솔직히 초라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앙코르와트의 모태가 됐다는 점에서 묵직한 의미가 더해진다. 왓푸가 없었으면 앙코르와트도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10세기 전후에 오늘날 비행기로 1시간 거리를 두고 똑같은 양식의 건물이 들어섰다는 점도 불가사의한 대목이다. ●가슴 뻥 뚫리는 폭포, ‘풍미작렬’ 라오스 커피 라오스 남부 볼라벤 고원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폭포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탓판, 탓유앙, 탓참피, 이투 폭포가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 낙폭이 큰 탓판 폭포가 으뜸으로 꼽힌다. 브이(V)자 모양으로 떨어지는 양 갈래 폭포수는 마치 설탕 가루가 쏟아져 내리는 듯하다. 가슴이 뻥 뚫린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낙수 지점에선 일곱 빛깔 선명한 무지개가 부끄럽게 얼굴을 내민다. 탓유앙 폭포는 중간에 굽이가 있는 ‘2단 폭포’다. 워터파크에 있는 ‘워터 슬라이드’가 연상된다. 내려가는 길은 상당히 미끄러워 조심해야 한다. 비 온 뒤 폭포수가 거셀 때 폭포 가까이 다가갔다간 단 3초 만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될 수 있다. 볼라벤 고원 곳곳에 커피 농장이 있다. ‘라오스 커피’가 아직 귀에 익지 않아서 그런지 생소하게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라오스 커피는 커피 맛 좀 봤다는 이들의 엄지손가락도 치켜세우게 하는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깊은 풍미와 함께 살짝 감도는 과일향이 매력적이다. ‘다오 커피’와 ‘시숙 커피’가 유명하다. ●순수와 느림의 미학이 있는 곳 라오스 사람들의 성격은 평화로운 라오스 풍광을 쏙 빼닮았다. 얼굴에 ‘착하다’라고 써 있다. 보통 세계 어디에서나 외국인은 바가지 대상자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가격 흥정도 스트레스다. 하지만 라오스에서는 가격을 흥정하는 일이 즐겁다. 툭툭(오토바이 삼륜차)을 탈 때, 야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생각보다 쉽게 양보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난감해하는 표정에서는 수줍음마저 느껴진다. 물론 바가지 안전지대는 아니다. 시장에는 호객 행위가 없다. 다가가서 보든 말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라오스어나 태국어가 아니면 통하지 않아서였을까. 거리를 느릿느릿 어슬렁어슬렁 활보하는 개, 소, 돼지, 고양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람이 다가가도, 차가 지나가도 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기지개를 폈다가 또 잠이 든다. 동물도 사람만큼 순수하다. 라오스의 순수함은 느림과 한 ‘패키지’다. ‘느림’이라 쓰고 ‘여유’라고 읽는다. 프랑스식 레스토랑에선 라오스식 느림의 미학을 오롯이 맛볼 수 있다. 식사 시간이 길기로 유명한 프랑스식 식습관에 라오스인의 느긋함이 더해지니 기다림 자체가 무의미하다. 10명의 손님 앞에 한 종류의 음식이 차례로 놓이는 데만 8분이 걸린다. 맥주를 시키면 일일이 컵에 따라 주는 것도 라오스만의 독특한 문화다. 자동차들도 거북이 운전을 한다. 라오스 외곽 도로에서 추월해 달리는 차는 100% 외국인이 탄 차량이다. 메콩강의 석양은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메콩강을 바라보며 라오비어를 마시는 게 가장 큰 행복”이라는 현지인의 말이 절로 와 닿는다. 체코 맥주 기술로 만들어진 라오비어는 동남아시아 10개국 맥주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다시 말해 라오스는 ‘힐링’의 공간이다. ‘빨리빨리’에 익숙하고 스트레스에 찌든 한국인에겐 더할 나위 없는 치유제다. 눈에 보이는 장엄한 풍경들이 질병 자체를 치유하는 양방(洋方) 힐링이라면, 화려하진 않지만 단아한 자연과 여유로운 분위기는 체질 개선을 도모하는 한방(韓方) 힐링이다. ●에코 투어리즘으로 즐기는 힐링 이런 라오스를 피부로 느끼면 느낄수록 마음이 조금씩 무거워진다. “문명의 손길이 조금만 닿으면 동남아시아 최고의 힐링 여행지로 부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과 “그래도 라오스만큼은 친환경적 순수함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쉴 새 없이 충돌한다. 관광객을 배려해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숙박 시설을 지으면 환경이 훼손된다. 그렇다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질 수 없다. 왓푸만 해도 그렇다. 역사적 의미는 엄청나지만, 어찌 보면 널브러져 있는 폐허 같기도 하다. 관광객들을 위한 표지판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처럼 관광 개발과 환경 보호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다는 건 정설로 여겨진다. ‘제로섬 게임’이자 딜레마다. 라오스 정부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한-아세안센터가 라오스와 친환경 ‘에코 투어리즘’ 실현을 목표로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에코 투어리즘은 한마디로 관광객 유치와 생태계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묘책이다. 2000년 이후 새로운 관광 트렌드로 확산됐다. 천혜의 자연 환경과 함께 순수성을 유지하고 있는 라오스엔 제격이다. 라오스가 생태계와 고대 유적지의 훼손을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동남아 여행 ‘핫플레이스’로 떠오를 수 있을까. 에코 투어리즘의 ‘윈·윈 효과’가 기대된다. 글 사진 참파사크(라오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6년 전 칠성파와의 ‘그날’… 쇠락의 단초가 될 줄 아무도 몰랐다

    6년 전 칠성파와의 ‘그날’… 쇠락의 단초가 될 줄 아무도 몰랐다

    “형님, 칠성파 아이들이 단체로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뭔 일이 터질 것 같은데요. 우리도 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09년 11월 11일 오후 4시. ‘범서방파’ 두목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김태촌(당시 61세)이 출소하기 6일 전이었다. 범서방파 실세인 나모(당시 43세)씨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부두목급인 정모씨로부터 이런 보고를 받았다. 나씨는 ‘김태촌의 후계자’로 불리며 2000년 이후 고문 직책을 맡아 범서방파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온 인물이었다. “빨리 애들 대기시켜.” 나씨의 지시가 떨어지자 정씨를 비롯한 부두목급 조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긴급 소집된 200여명의 조직원이 강남구의 한 식당 앞에 모여들었다. 그들이 타고 온 검은색 차량에는 30㎝ 길이의 회칼과 알루미늄 야구방망이 등 무기들이 실려 있었다. 같은 시간 강남 인근에서는 칠성파 조직원 80여명이 모여 범서방파를 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국내 3대 폭력조직 중 하나인 범서방파와 부산 최대 폭력조직인 칠성파 간에 전쟁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그 대결로 범서방파가 쇠락의 길을 걷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양측의 대치는 다음날 저녁까지 이어졌지만 ‘전쟁’ 직전 경찰이 출동하면서 가까스로 충돌을 피했다. 그러나 양측의 상처는 컸다. 경찰은 이때부터 범서방파를 집중적으로 쫓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에는 부두목급 김모(48)씨를 비롯한 간부급 조직원 8명을 구속하고 5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 6년 만인 지난 10월 나씨가 범죄단체 구성 등 혐의로 검거되면서 범서방파는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김태촌의 양아들로 알려진 김모(42)씨도 나씨보다 앞선 지난 4월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터였다. 조직의 자금줄인 해외 원정도박을 운영·알선하던 조직원들이 줄줄이 검찰에 붙잡히면서 범서방파가 사실상 와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범서방파 -칠성파 충돌 피한 후 경찰 타깃… 조직원 줄줄이 잡혀 범서방파의 전신은 전남 광산군(현 광주광역시 광산구) 서방면에서 이름을 딴 서방파다. 또 다른 폭력조직인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65)과 쌍벽을 이루며 80년대 주먹계를 평정했던 김태촌은 1975년 서방파의 행동대장을 시작으로 폭력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1977년 ‘번개’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박종석(당시 34세)을 두목으로 하고 자신은 부두목을 맡으며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 세력을 확장했다. 1989년 초여름 서방파의 행동대장 격인 정모씨가 회칼로 난자당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태촌은 정씨의 장례식에 조직원 150여명을 집결시켜 서방파의 위세를 과시했다. 이어 경기 파주시에서 300여명의 조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축복기도 대성회’라는 종교 행사를 가장한 옥외 집회를 열었다. 사실상 범서방파의 결성식이었다. 조직을 정비한 김태촌은 본격적으로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세를 넓혀 가기 시작했다. 주로 서울 강남과 경기 일산 일대를 중심으로 유흥업소 운영 및 도박장 개장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범서방파 김태촌·양은이파 조양은 ‘쌍벽’… 80년대 주먹계 평정 범서방파는 조직 기여도와 나이 등을 고려해 서열을 정했다. 검찰은 이들의 서열을 ‘행동대장급→부두목급→수괴급→고문급’의 순으로 매긴다. 조직 내 예절과 행동강령은 엄격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범서방파 조직원들은 선배를 보면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해야 한다. 선배와 대화할 때는 항상 ‘형님’에다 말끝에 ‘요’자를 붙이도록 했다. 선배 앞에서는 절대 담배를 물어서도 안 되고 언제 어디서건 전화를 바로 받아야 한다. 식사를 할 때도 나이 순서대로 일어서서 90도로 먼저 선배에게 인사한 뒤 숟가락을 들어야 한다. 다른 조직폭력배들 앞에서 기죽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선배들이 인사를 시켜 주기 전에는 모른 척해야 하고 싸움이 붙었을 때 절대로 물러서면 안 된다. 신규 조직원들은 합숙 생활까지 하며 이런 예절 교육을 받았다. 단합을 강조하기 때문에 조직 ‘식구’들의 경조사에는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조폭들은 조직원들의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대거 참석해 세를 과시하는 경우가 많다. 경조사 당사자 밑의 후배들은 전원 동원돼 손님을 영접한다. 평소 ‘줄빠따’ 등으로 조직원들의 ‘군기’를 잡아 배신과 이탈을 방지했다. ●행동강령 엄격·합숙 생활하며 예절 교육… 선배엔 90도 인사 범서방파를 말할 때 라이벌 양은이파를 빼놓을 수 없다.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과 김태촌의 숙명적인 만남은 197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의 조폭계는 토착 세력인 ‘신상사파’가 장악하고 있었다. 신상사파라는 이름은 두목인 신상현(83)이 육군 헌병대 상사 출신인 데서 비롯됐다. 그러나 서울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의 과실이 집중되면서 호남 지역의 ‘젊은 피’들이 대거 상경해 신상사파와 맞붙게 됐다. 1975년 1월 당시 범호남파 계열 ‘오종철파’의 행동대장이던 조양은은 조직원 3명과 함께 신상사파 신년회가 열린 명동 사보이호텔 커피숍을 습격했다. 이 사건으로 신상사파는 서울 중심가를 범호남파에 내줬고, 조양은은 범호남파 실세로 부상했다. 이듬해 3월 번개파 행동대장이었던 김태촌은 무교동 엠파이어호텔 후문 주차장에서 조양은의 보스 오종철(당시 27세)을 기습해 부상을 입혔다. 조양은과 김태촌은 이때부터 숙명의 라이벌이 됐다. 결국 1980년대 서울 지역은 양은이파와 범서방파, 뒤늦게 세력을 구축한 이동재(65)의 ‘OB파’까지 ‘3대 호남 조폭’이 분할 점령했다. 그러나 김태촌의 계속된 수감 생활로 범서방파의 세력은 점차 약화된다. 게다가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의 ‘범죄와의 전쟁’ 선포 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00년대 기업형 조폭 변신… 2013년 김태촌 사망 후 흔들 범서방파는 2009년 김태촌 출소에 맞춰 ‘함평식구파’를 흡수하며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유흥업소와 대부업체 운영, 건물 유치권 분쟁 등에 뛰어들어 조직 자금을 마련하며 재기를 노렸다. 2000년대는 조폭들의 범죄 수법이 금융·기업사냥 영역으로 확장된 시기이기도 하다. 범서방파도 기업형 조폭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김태촌의 양아들 김씨는 거액의 사채를 끌어와 무자본 기업 인수·합병(M&A) 수법으로 위조지폐 감별기 제조사를 사들인 뒤 회사 돈 200억원을 빼돌리는 지능적 범죄를 저질렀다. 해외로 진출해 마카오, 베트남, 필리핀 등지에서 도박장을 운영하고 손님들을 알선하며 거액의 돈을 챙기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듯했다. 그러나 2013년 1월 김태촌이 사망하면서 범서방파는 또 한번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태촌의 양아들 김씨와 후계자 나씨마저 올해 연이어 구속 기소됐다. 최근에는 해외 원정도박 일당도 대거 구속되면서 범서방파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검찰 “평소 합법적 사업… 언제든 신종 불법 뛰어들 가능성” 그러나 조직의 ‘뿌리’까지 뽑히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검찰 등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조폭들이 평소에는 합법적인 자기 사업을 하다가 행사나 특정 시기에 집결했다가 다시 사업으로 돌아가는 등 ‘꼬투리’를 최대한 잡히지 않는 식으로 세력을 유지한다”며 “당분간 조직이 약화될 순 있어도 언제든 신종 불법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영화 多樂房]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잔’

    [영화 多樂房]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이 시내 중심부의 요소요소에 들어선 데 이어 중저가 커피 브랜드와 개인 숍들도 크고 작은 골목의 모퉁이를 차지하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한국의 커피 원두 수입량은 3.6% 증가했고, 지난해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41잔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분명 커피의 향과 맛에 점점 더 중독되어 가고 있다. 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은 제목부터 이토록 커피를 즐기는 현대인의 취향과 호기심을 잘 공략한다. 커피의 종류나 질 만큼이나 커피를 마시는 장소와 분위기도 만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는 정공법으로 그러한 욕구와 호기심을 넉넉히 충족시킨다. 미사키는 8년 전 배를 타고 나갔다가 실종된 아버지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간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린 시절 헤어져 소원했던 사이지만, 미사키는 아버지와의 기억을 더듬으며 창고를 개조해 커피숍을 연다. 하나밖에 없는 이웃, 싱글맘 에리코는 미사키와 자신의 아이들이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하며 좀처럼 미사키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십대에 엄마가 된 후, 돈을 벌기 위해 남자들을 상대해온 에리코의 서글픈 삶에는 아이들도 이웃도 자리를 잡을 여유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미사키가 위험에 처해있을 때 우연히 에리코가 도와주게 되면서 두 사람은 한 잔의 커피와 함께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음식을 통한 힐링 영화의 계보를 잇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 커피 자체보다 더 강조되고 있는 것은 커피와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요다카 커피점’은 미사키와 에리카 가족들의 만남과 치유가 이루어지는 곳으로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주요 공간이자 하나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쓰레기로 가득 차 있던 창고가 빈티지한 느낌이 잘 살아 있는 아늑한 커피숍으로 바뀌면서 시작된다. 로스팅 머신-토마스 기차를 닮은-이 커피를 볶는 장면에서는 커피 향이 느껴지고, 바다의 빛깔과 부러 맞춘 푸른 색의 오브제들과 의상에서는 압둘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라는 영화 제목을 떠올리게 할 만큼 기분 좋은 온기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인물들 간의 대화에서는 서로를 보듬는 배려와 진솔함이 묻어난다. 이러한 요다카 커피점의 행복한 기운은 다른 공간으로까지 전이되는데, 요다카 커피점과 대비되는 에리카의 집은 갈등과 소통 불능의 공간으로 묘사되면서 극 중반까지 긴장감을 유발시키지만, 미사키와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된 후부터는 가족 간에 웃음꽃이 피어오르고 민박을 해왔던 이전의 기능까지도 되찾게 된다. 정말 ‘세상의 끝’에 서 있다고 느낄 만큼 절박할 때, 커피 향은 물론이요 바다의 물결과 파도 소리, 따뜻한 사람들이 있는 땅끝 마을에서의 커피 한 잔이 간절해질 것 같다. 5일 개봉. 12세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해외여행 | 이탈리아-뚜벅뚜벅 돌로미티에서 일주일

    해외여행 | 이탈리아-뚜벅뚜벅 돌로미티에서 일주일

    ‘유럽을 걷자’라는 주제로 유럽 트레킹 여행 계획을 세웠다.까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뚜르 드 몽블랑TMB을 비롯해 쿵스레덴Kunsleden, 웨스트하이랜드웨이WHW 등 비교적 유명한 트레킹 코스를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눈에 들어온 돌로미티 Dolomites! 사진 속 풍경은 어마어마했고 이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돌로미티에서 행복했던 뚜벅뚜벅 일주일. 돌로미티는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의 국경 사이 이탈리아 북동쪽 남티롤 지방에 위치한 돌로미티의 어원은 ‘돌로마이트’라는 암석에서 유래되었다. 백운암과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봉우리들이 거대한 산을 이루고 3,000m가 넘는 18개의 암봉과 41개의 빙하, 드넓은 초원과 맑은 계곡, 아름다운 자태의 숲이 어우러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산행이 가능한 시기는 6월 초부터 9월 중순까지. 그 밖에는 대부분의 산장이 문을 닫는다. 멀고 먼 돌로미티와의 만남 돌로미티Dolomites. 유럽에서는 유명한 트레킹 코스지만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정보도 적다. 일단 돌로미티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치메Tre Cime와 트레킹 코스 알타비아Alta Via1을 걷기로 결정했다. 돌로미티의 관문 도시라고 할 수 있는 볼자노Bolzan에 도착하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는데 목적지인 코르티나 담페초Cortina d’Ampezzo까지 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일단 직행버스가 없다. 기차로 포르테짜 도비아코Fortezza Dobbiaco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가야 코르티나 담페초에 도착한다. 도비아코는 알타비아1이 시작되는 라고 디 브라이에스Lago di Braies와 돌로미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트레치메의 중간에 위치한 곳이다. 숙박에 대한 아무런 예약도 정보도 없었고 굳이 코르티나 담페초까지 갈 필요성도 못 느껴, 역 앞에 있는 유스호스텔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다. 생각보다 깨끗했고 가격도 저렴했다(2인실 기준, 저녁·아침식사 포함 43.9유로). 특히, 같은 방을 쓴 스위스 알베르토 아저씨가 알타비아1 종주를 막 끝내고 온 덕분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돌로미티의 하이라이트 ‘트레치메’ 트레치메까지는 도비아코에서 444번 버스를 타면 한번에 갈 수 있다. 버스도 30분에 한 대 정도로 자주 있는 편이다. 소요 시간은 한 시간 정도. 길이 막혀도 차창 밖 장면들이 환상적으로 아름다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창밖으로 오토바이와 자전거족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돌로미티는 트레킹 코스 외에 바이크와 자전거 코스로도 유명해 매년 자전거 대회가 열리기도 한다고. 버스는 해발 2,233m 아우론조 산장Rifugio Auronzo 앞에 정차한다. 본격적으로 돌로미티의 상징인 트레치메를 보러 가는 길, 길이 평탄해서 걷기에도 좋다. 여기에 환상적인 날씨까지 더해지니 발걸음도 가볍다. 세 개의 봉우리란 뜻인 트레치메는 가장 작은 봉우리 ‘치마 피콜로2,856m’, 동쪽 봉우리라는 뜻의 ‘치마 오베스트2,972m’ 그리고 가장 큰 봉우리라는 뜻의 ‘치마 그란데3,003m’로 이루어져 있다. 가까이서 트레치메를 보니 그 모습이 사진으로 접했을 때보다 훨씬 웅장하다. 수많은 암벽등반가들이 트레치메를 오르는데 암벽등반가들에게는 훌륭한 훈련장이될 것 같다. 풍경은 시간에 따라 황금빛과 분홍빛으로 바뀌며 해가 질 무렵에는 짙은 장밋빛으로 물든다고 한다. 그래서 트레치메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로카델리 산장은 돌로미티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산장이며 예약 또한 어렵다. ‘알타비아1’ 코스와의 깜짝 신고식 도비아코에서 442번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가면 라고 디 브라이에스Lago di Braies, 1,493m다. 알타비아1이 바로 이곳에서 시작한다. 수많은 길들이 산장을 기점으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어 오랜 기간 걷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투명한 코발트 색 호수가 인상적인 라고 디 브라이에스 코스는 총 150km로 돌로미티 코스 중 가장 인기 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라고 디 브라이에스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너무나 아름답고 평온했기에 잠시 무거운 가방을 내리고 천천히 호수 주변을 돌며 경치를 감상했다. 여기서 하룻밤을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경치가 너무나도 아름다워 발걸음도 가벼웠다. 트레킹을 시작할 때는 언제나 설렘과 떨림이 교차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시작부터 오르막이 대단했다. 걷다 보니 하루에 해발 1,500m에서 최대 2,700m까지 오르락내리락, 게다가 20kg가 넘는 배낭까지 나를 더 지치게 했다. 오르다 쉬고를 반복하다 보니 해가 저물고 어두움이 찾아왔다. 영문 가이드북에는 첫 산장까지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했지만 무거운 배낭 탓인지 시간이 지체되었다. 그래도 가보자라는 심정으로 꾸역꾸역 올라가던 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하늘을 보니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계속 가야 할지 멈춰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결국 텐트를 치기로 했다. 사실 돌로미티에서는 텐트 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어두운 밤, 초행길에 비까지는 내리는 상황에서 어쩔 수가 없었다. 텐트를 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이어 돌로미티 알타비아 입성을 축하하듯 천둥과 번개까지 번쩍거리며 요란을 떨었다. 알타비아1은 쉽지 않다. 하루에 15~20km 정도 되는 거리를 오르내려야 하고 고지대이기 때문에 날씨도 예측할 수 없다. 갑자기 일기가 표변해,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비가 내린다. 누군가와 같이 누리고 싶은 감동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로미티는 그 어떤 길보다 아름답다.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힘들어서 쉬기보다 돌로미티가 선사하는 아름다움에 빠져 걸음을 멈추고 광경을 바라보게 된다. 중간중간 산장도 많기 때문에 시원한 생맥주나 맛 좋은 커피를 마시며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멋진 길과 시설 좋은 산장이 잘 갖춰져 걷기에 도움이 됐지만 큰 위기도 있었다. 길을 잘못 들어 2,000m 고지대에서 미끄러져 2시간 동안 사투를 벌였던 것.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하지만 크고 작은 우여곡절에도 트레킹은 계속되었고 알타비아 코스를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해발 2,750m 라가주오이 산장에서 보낸 하룻밤과 그곳에서 맞은 일출이다. 산장 테라스에서 바라보던 파노라마 뷰와 조금씩 떠오르는 빛을 받으면 바뀌던 풍광은 말할 수 없이 환상적이었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힘들게 올라왔던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돌로미티에서의 일주일은 매일 15km가 넘는 길을 걸으면서도 매번 새로운 경관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던 시간이다. 다음에 다시 온다면 트레킹뿐만 아니라 자전거로도 돌로미티 구석구석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걸으며 내가 느꼈던 감동을 같이 누리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에디터 김기남 기자 글·사진 트래비스트 전상우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el info DOLOMITES​ 돌로미티 가는 법 돌로미티의 메인 도시 코르티나 담페초까지는 직항 노선이 없다. 베네치아 공항에서 코르티나 담페초까지 운행하는 직행버스를 타면 된다. 소요시간은 4시간 정도. 7일 트레킹 이동코스 도비아코를 기점으로 버스를 타고(444번) 트레치메의 시작점 아우론조 산장으로 향한다. 여기서 3시간 정도 걸으며 트레치메를 감상할 수 있다. 로카델리 산장에서 하룻밤 자는 걸 추천한다(미리 예약할 것). 알타비아1은 라고 디 브라이에스에서 시작해 벨루노Belluno에서 끝난다. 8/31 Bolzano▶Dobbiaco 기차로 이동(€15.5, 중간에 Fortiezza에서 환승, 2시간 정도 소요)9/1 Dobbico▶Tre Cime(444번 버스로 이동, 1시간 정도 소요, 왕복 €15)▶Dobbiaco▶Lago di Braies(버스로 이동, 40분 소요, 편도 €5/ Alta Via1 시작점) 9/2 Rifugio Billa▶Rifugio Senes▶Rifugio Pederu▶Rifugio Fanes(휴식 포함 8시간 정도 소요), 숙박 €34(아침식사 포함, 저녁식사는 따로 주문을 해서 먹을 수 있음)9/3 Rifugio Fanes▶Rifugio Lagozuoi(숙박, 아침·저녁식사 포함 €53, 샤워 €3.5 별도)9/4 Rifugio Lagazuoi▶Rifugio Averau▶Rifugio Nuvolau(숙박 €20, 아침·저녁식사는 따로 주문)9/5 Rifugio Nuvolaui▶Rifugio Passo Giau▶Rifugio Citta di fiume▶Rifugio Passo Staulanza(숙박, 아침·저녁식사 포함 €54) 9/6 Rifugio Passo Staulanza▶Rifugio Coldai▶Rifugio Sansebastiano(Passo Duran)(숙박 €25, 아침식사 포함)9/7 Rifugio Sansebastiano(Passo Duran)▶Agordo(버스 편도 €3.5)▶Belluano(기차편도 €8)▶Venezia 여행 TIP가능하면 짐을 가볍게 하면 좋다. 산장에서는 숙식은 물론 맛 좋은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또한 고지대이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가 바뀌며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비가 내리니 방수등산화, 고어텍스, 판초우의, 레인커버. 등산 스틱은 필수. 매번 물을 사 먹어야 하지만 휴대용 정수기를 가져가면 산장이나 냇가에서 물을 정수해서 마실 수 있다. 또한 오프라인 지도를 다운받으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산장은 아침과 저녁식사를 포함한다. 저녁은 스타터와 메인, 디저트 코스로 구성되는데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 산장에서는 샤워도 가능하지만 숙박비에 샤워비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때 샤워 비용은 보통 €4 정도며 뜨거운 물도 잘 나온다. 대부분의 산장에서는 와이파이를 제공한다(Rigugio Sansebastiano 제외). 트래비스트 전상우7월에 노르웨이부터 ‘유럽을 걷자’라는 주제로 트레킹을 즐기는 여행자다. 길에선 만나는 따뜻한 만남과 추억을 간직하며 걷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독박(讀博) 육아일기](32) 아이에게 ‘뽀로로’ 쥐어준 엄마의 반성문

    [독박(讀博) 육아일기](32) 아이에게 ‘뽀로로’ 쥐어준 엄마의 반성문

    22개월에 접어든 아이는 이제 웬만한 말을 다 따라한다. 어젯밤에는 잠자리에 누워서 “엄마, 사랑해요”라고 어설픈 발음으로 말해주는데 감격스러웠다. 귀여운 목소리로 종알종알 대화를 이어가니 신기하고 감사하고 마냥 예쁘다. 선배 엄마들은 “지금이 가장 예쁠 때”라며 아이와의 시간을 충분히 즐기라고 조언해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렇게 예쁜 아이가 기다리는 집에 들어가기가 겁이 나는 시간들이 있었다. 내 얼굴만 보면 “뽀야(뽀로로), 뽈리(로보카 폴리)”를 외치며 졸라대는 아이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다.아이를 낳은 뒤에도 초반까지는 도대체 어린 아이들에게 왜 스마트폰을 쥐어주는지 통 이해를 하지 못했다. 대형마트에서 유모차에 앉아있는 아이가 유모차 안전바에 거치대까지 설치해놓고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모습은 약간 충격이었다. 식당에서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보며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는 아이들의 맥 없는 눈빛도 안쓰러워보였다. ‘엄마, 아빠는 뭘하고 있는 거야?’하며 그 부모들을 힐끗 쳐다보곤 했다.그랬던 내가, 요즘 아이와 스마트폰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주 무려 두 시간 가까이 꼼짝도 하지 않고 TV만 보던 모습과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로보카 폴리의 주제곡을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보고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리모콘을 들고 TV를 끄자 그 때부터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불과 전날 밤까지 천사 같은 얼굴로 “엄마, 지금 뭐해요?”라고 물으며 웃음을 주던 아이가 떼를 쓰자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만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나도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퉁퉁 부은 얼굴로 하루를 보냈다.●아이와의 스마트폰 전쟁…그 시작은 바로 ‘나’시작은 나였다. 그것이 괴로웠다. 뽀로로를 소개한 것도, TV를 틀어준 것도 나였다. 처음 뽀로로를 소개할 때는 아이가 귀여운 캐릭터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예뻐서였다. 내가 봐도 뽀로로는 정말 잘 만든 작품이다. 톡톡 튀는 캐릭터와 선명한 색깔의 그림이 아주 섬세하고 예쁘다. 아이들의 시선을 빼앗기 충분하다. 노래는 내가 들어도 신나고 이야기도 재미있다. 내가 먼저 아이 손을 이끌고 뽀로로파크(뽀로로 캐릭터로 꾸며진 놀이공간)에 데려갔고 뽀로로 인형을 사줬고, 장난감이나 책도 웬만하면 뽀로로 그림이 있는 걸로 사줬다. 아이들의 손이 닿는 물건 치고 뽀로로가 그려지지 않은 것이 없었다. 자유경제원 기업가연구회는 뽀로로의 경제적 효과가 5조 7000억원, 브랜드 가치만 8000억원이라고 추산했다. 그만한 매력이 분명히 있다고 나부터도 생각한다. 열심히 사들이고 보여주며 뽀로로가 뭔지도 모르는 아기에게 “이게 네 친구야”라며 주입을 시킨 거나 다름 없었다. 당연히 아이도 좋아했다. 스마트폰을 처음 보여준 것은 차 안에서였다. 카시트를 태워야 하는데 강하게 거부하며 ‘탈출’까지 하는 아이를 가만히 앉아있게 하려는 용도였다. 움직이는 차 안에서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안 좋은 거라고 하지만 일단 안전한 게 더 중요하다며 멀찌감치 스마트폰을 들고 뽀로로를 보여줬다. 꺼내달라고 발버둥을 치던 아이가 작은 화면을 빤히 바라보더니 울음을 멈추었다.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귀엽기도 했다. 그렇게 서너 번 하다 보니 카시트에 가만히 앉아있는 습관이 바로 들었다. 뽀로로는 그야말로 특효약이었다. “우는 아이 뽀로로 틀어준다”는 말이 와닿았고, 이래서 ‘뽀통령, 뽀통령’ 하는구나 싶었다.본격적으로 TV로 뽀로로와 친해진 것은 복직한 뒤였다. 일주일에 한 두번 재택근무를 해야하는 날이 있는데 놀아달라고, 안아달라고 떼쓰는 아이를 안고 노트북을 만질 수가 없었다. 한동안 둘러업고, 아기띠로 안아가며 일을 하다가 TV를 틀어주었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 대신 큰 화면으로 보면 좀 낫겠다는 심정도 있었다. 3분 남짓의 동요가 연속으로 30~40분 동안 나오는 ‘뽀로로와 노래해요’를 틀어놓고 쇼파에 앉아 보게 했다. 집은 평화를 찾았고, 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아이는 화면 속에서 뽀로로가 등장할 때마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을 지으며 즐거워했고 “안녕, 뽀야~”하며 손을 흔들었다. ‘바라밤’ 같은 신나는 노래가 나오면 일어나서 들썩들썩 춤을 추는데 너무 귀여워서 그것만 반복해서 틀어주기도 했다.●안 좋은 거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 그러고 보면 몇 달 사이 스마트폰을 안 보여준 곳이 없다. 친구와 만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는 동안 커피잔에 세워서 보여주었고 시장 다녀오는 유모차에서, 양손 가득 짐이 많은데 하도 안아달라고 졸라서 스마트폰을 아예 손에 쥐어주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내 딸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지, 나를 어떻게 볼지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여기저기 눈치를 살피며 ‘방치’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게 하려고 한다. 그러나 내 딴에는 최대한 절제해서 조금씩만 보여줬다고 생각하지만 거치대만 사용을 안 했을 뿐, 언제 어디서든 아이가 떼를 쓰고 내가 좀 피곤하고 쉬고 싶을 때, 또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는 뽀로로의 힘을 빌렸다. 아이가 시끄럽게 떼를 써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보단 이게 낫겠다는 생각이 죄책감을 덮어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뽀로로 덕분에 잠시동안 내가 자유로운 몸이 될 수 있었지만 그 다음, TV를 끄는 순간부터 더 큰 화가 찾아왔다. 내가 틀어준 것은 몇 번 안 될지라도 아이가 흡수하는 속도는 무지 빨랐다. 내 몸이 편해질수록 아이의 표정이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다시 틀어내라고 울며 떼를 쓰는 아이를 달래는 것이 뽀로로를 틀어주기 전보다 더 힘들다.그러나 ‘이제 보여주지 말자’는 다짐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아이는 스마트폰에 항상 노출돼 있다. 이유는 바로 나 때문이다. 한 손에 스마트폰을 꼭 쥐고 다니는 엄마를 봐서인지 두 돌도 안 된 아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능숙하게 스마트폰을 다룬다. 사진을 열어서 볼 줄 알고 그 중에 자기가 찍힌 동영상을 틀어보며 재미있어한 것이 벌써 두 달 정도 됐다. 급기야 뽀로로를 보여주던 유튜브 어플리케이션을 용케 찾아 직접 뽀로로를 틀었다. 한 시리즈가 끝나면 바로 다른 에피소드를 찾아서 눌렀다. 이런 식으로 엄마와 아이가 눌러댄 결과인지 ‘뽀로로와 노래해요’ 1편의 유튜브 누적 조회수는 무려 2117만 8500회를 넘었다. ‘뽀로로’ 채널의 구독자수는 98만 4090명이다.(5일 오후 기준)스펀지 같이 스마트폰 다루기를 쏙쏙 흡수하는 아이를 보며 덜컥 겁이 났다. 특히 스마트폰은 세상에 등장한 지 겨우 5년 남짓. 어린 아이들이 이걸 보며 자라서 어떤 결과가 도출됐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것이 두려움을 키운다. 하지만 이렇게 걱정은 하면서도 내 손에서부터 스마트폰을 내려놓지는 않았다. 나도 스마트폰 속 세상을 들여다 볼 시간이 필요했다. 딱히 만날 사람도, 갈 곳도 없는 나에게는 TV와 스마트폰이 친구다. 육아 카페를 구경하고, 수다를 나누면서 위안을 받는 것도 나에겐 중요한 일과다. 그 덕분에 아이는 ‘핸드폰’이라는 말도 빨리 배웠다. 꼼짝도 하지 않고 TV 화면만 응시하던 아이가 뽀로로가 사라지는 순간부터 또 다른 자아가 생겨난 듯이 울부짖는 것을 보며 나는 괴로움에 눈물이 쏟아졌다. ‘이 아이를 내가 이렇게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루종일 일한다고 아이를 맡겨두었으면서 집에 돌아와서도 아이에게 집중을 하지 못했다. 퇴근하면 일단 나부터 녹초가 돼 쇼파에 드러눕고 TV를 켰다. 회사 일을 한다고, 또 집안일을 해야한다고 놀아달라는 아이를 뒤로 하고 뽀로로를 틀어주었다. 너무 자고 싶은데 일어나서 나가자고 조르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넘겨주고 잠이 든 적도 있다. 아이에게 뽀로로 애니메이션을 보게 해준 첫 날부터 지금까지, 아이의 행복한 웃음을 보는 것은 즐거우면서도 “이거 안 좋은 건데…” 걱정이 더 많았던 게 사실이다. 저렇게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을 들여다 보면 눈이 얼마나 나빠질지, 만화를 보며 집중하는 게 아이에게 얼마나 안 좋은 영향을 줄지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핑계를 댄 것도 전부 엄마인 나였다. 어린 아이들의 스마트폰 이용이 두뇌나 사회성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는 읽어보지 않아도 결과가 훤히 예상된다. 그래서 그런 기사는 아예 안 읽기도 했다. 너무 찔려서였다.●“스마트폰 최초 이용시기 빠를수록 이용시간 길어“행동발달이 매우 빠른 아이는 스마트폰에 관한 통계에서도 다른 아이들을 앞지른 것처럼 보였다.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 스마트폰 노출 실태 및 보호대책’에서는 유아(3~5세)의 68.4%와 영아(0~2세) 34.9%가 스마트폰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초 이용시기는 평균 2.27세로 만 3세가 되기 전에 이미 노출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만 1세에 벌써 조작이 가능해졌으니 뜨끔하다.이 보고서에 따르면 영아의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유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연령이 낮아진다는 얘기다. 영유아 전체의 주중 평균 이용시간이 31.65분이었는데 영아는 32.53분, 유아는 31.28분이었다. 또 스마트폰을 최초로 이용한 시기가 빠를수록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시간이 긴 것으로 조사됐다. 최초 이용시기가 0세인 경우 33.45분, 1세는 32.84분, 2세 29.54분, 3세 34.42분, 4세 28.65분, 5세 24.81분이었다. 이용 장소는 대부분 가정(71.9%)이었고 다음으로 카페 및 식당(9.5%)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많이 사용했다. 자녀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주된 이유는 ‘자녀가 좋아해서’가 70.9%로 가장 높았다. 나도 아이가 좋아한다고, 내가 조금 더 편하자며 쥐어주었다. ‘그래도 나는 덜 보여주는 편’이라고 애써 다독이면서. 지난주 뽀로로를 찾으며 울어젖히는 아이와 씨름을 하며 또 다시 나의 육아 방식이 다 잘못됐다는 자책에 시달렸다. 오죽했으면 애가 엄마 얼굴만 보면 스마트폰을 내놓으라고 ”줘, 줘“하게 됐는지, 왜 이렇게 못난 엄마였는지 화가 났다. 항상 피곤에 절어서 그래도 책 한 권이라도 더 읽어주고 아이와 눈도 많이 마주치며 잘 놀아준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에게 남는 엄마의 모습이 결국은 쇼파에 누워서 TV를 보거나 깜깜한 방 안에서 스마트폰 화면 빛에 비친 얼굴이었나 싶다.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져 견딜 수 없었다.하루종일 가슴이 울렁거리는 듯이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리모콘은 모두 숨겨두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가방만 던지고 당장 쇼파에 드러눕고 싶었지만 아이 옆에 꼭 붙었다. 책도 읽고 스티커북을 하며 놀아주었다. 아이 입에서 ”엄마, 가“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집요하게 쫓아다녔다. 마치 ”그동안 엄마가 제대로 안 놀아줘서 뽀로로만 찾은 거였어”라고 말하듯이 그날 밤 만큼은 뽀로로를 찾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아이가 매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기쁨을 주는 만큼 그에 비례하는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겨난다. 그걸 잘 이겨내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기도 할 텐데, 쉽지가 않다. 앞으로 아이가 즐겨 볼 애니메이션만 하더라도 뽀로로에서 폴리, 타요, 공주만화 시리즈 등등. 첩첩산중이다. 휴, 아이의 중독을 걱정하던 엄마는 화장실 문을 꾹 걸어잠그고 10분 동안 앉아서 스마트폰을 뒤적였다.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26)가끔은 그냥 ‘나’이고 싶다(27)1년에 단 며칠인데 뭐가 그리 힘드냐고요? (28)좋은 엄마 나쁜 엄마 따로 있나요(29)1인실 쓰고도 출산비 ′0원′…호주·미국 육아맘에게 물었다(30)‘도긴개긴’ 韓·日 육아 환경…초저출산국 이유있었다(31)엄마의 눈으로 본 저출산 대책은 슬펐다▶1회부터 24회까지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허백윤 기자의 독박 육아일기 / ☞블로그
  • 해외여행 | 다시 피가 돈다-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바이칼 호수까지

    해외여행 | 다시 피가 돈다-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바이칼 호수까지

    ‘러시아’라는 세 글자가 내 속에서 퍼 올리는 건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음습하고 도덕적인 문학적 상념, 아침이면 의례처럼 볼륨을 높이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축축한 자조에 딱 들어맞는 ‘안나 게르만’의 로망스, 시적인 위로를 주는 ‘샤갈’의 그림들, 어감마저 차가운 ‘소련’이라는 이름, 저항의 로커 ‘빅토르 최’ 그리고 뜻도 모른 채 외던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과 무자비한 해체의 역사…. 그 거대한 땅덩이의 체취를 맡고서야 알았다. 러시아의 실체는 도표화된 관념보다 몽롱하고, 드물게 아름답다는 것을. 편협한 인식을 뒤로한 채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심장 뛰는 일인지를.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 아시아도 유럽도 아닌, 러시아 “‘스파시바спаси?бо’라고 해요!”블라디보스토크 도착 사인이 떴을 때, ‘고맙습니다’가 러시아어로 무엇이냐고 묻는 타이완 승객에게 스튜어디스가 말했다. 그녀는 친절하게 ‘시’에 강세를 줘야 한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스파시바’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를 거쳐 이르쿠츠크를 지나 바이칼에 이르기까지 내가 아는 유일한 러시아어가 되었다. 지도 위에서만큼 러시아연방이 기세등등해 보일 때도 없다. 호주보다 두 배 이상 큰, 세계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진 이 나라에서 프리모르스키 지방을 찾을 때는 손가락 방향을 오른쪽으로 한참 이동시켜야 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연해주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프리모르스키 지방의 중심도시다. 분명 이국인데, 거리에는 늘씬한 금발의 미녀들이 넘치는데, 왠지 낯설지가 않다. 그건 아마 DNA에 박힌 기억 때문일 게다.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의 시대를 지나고 1900년대 초 민족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곳도 여기니까.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에서 짐작하듯 작은 변방도시에 불과했던 블라디보스토크에 러시아가 부여한 의미는 노골적이다. 겨울에도 연안이 심하게 얼지 않는, 부동항 블라디보스토크는 1년 내내 항만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 전략적 항구도시와 군항으로는 적격이었다. 극동함대 사령부 등 해군기지가 주둔하고,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원조물자가 옮겨지는 거점이기도 했으며, 극동 지역 외교와 상업의 중심지로도 활약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함정 10여 대를 격침시켰다는 잠수함 C-56(‘C’는 러시아어로 ‘에스’라고 읽는다. ‘중형급’이라는 표시)은 찬란했던 전장을 회고하는 구소련의 늙은 해군처럼 해양공원 앞 뭍에서 긴 휴식에 들어 있었다. 길이 77m의 이 강철 영웅에겐 엔진을 돌리던 승조원들의 함성은 사라지고 그들이 남긴 훈장과 어뢰, 기관총을 자랑하는 게 유일한 일과가 되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6.5m 좁은 폭, 그 안의 희박한 공기 탓인지 머리가 띵해져 잠수함에서 나왔다. 옆으로 용사들의 넋을 위로하는 ‘영원의 불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누군가 붉은 카네이션을 놓고 머리를 조아리는데 마침 뒤편 기도소에서 종이 울린다. 1941년과 1945년을 오르내리던 그 소리는 전쟁이 가당키나 하냐는 듯 평화로웠다. 1891년,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였던 니콜라이2세의 황태자 시절, 그의 방문을 기념해 세웠다는 개선문은 불과 몇 걸음 뒤다. 왜소한 풍채를 화려하게 치장한 그 건축물은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천성을 숨기고 자신만만한 ‘척’했다는 황제의 운명과 닮아 보였다. 혁명 후 파괴된 것을 고증을 거쳐 복원했다 해도 원형을 되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나 보다. 제정러시아의 문장이던 쌍두 독수리는 개선문 꼭대기에서 볼 수 없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세련되고 번화한 스베트란스카야 거리Svetlanskaya Street. 횡단보도의 초록 불은 바뀌는 순간 이미 9를 세고 있다. 으름장 놓는 선생님 같은 신호등을 째려보며 잰 발길을 놀려야 하는 일이 잦았다. 100년도 넘는 바로크양식의 건물들이 자리한 가로수 길을 걷고 있자니 막연히 ‘여긴, 유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거만하리만치 딱딱한 표정의 러시아인들을 보고 그 생각은 접기로 한다. 유라시아주의를 바탕으로 강대국을 재건한다는 국가의 외교정책에 이바지하듯, 아시아도 유럽도 아닌 이곳은 오로지 극동 러시아라는 자존감을 유지하고 있다. 스베트란스카야로부터 두 블록 떨어져 자리한 중앙광장은 소비에트 정권 수립을 위해 싸운 병사들을 기리는 동상만이 생생할 뿐, 혁명전사광장이라는 옛 이름은 의미 없어 보였다. 금요일이면 주말시장이 열리고 신년축제와 기념일 퍼레이드 등 이벤트의 무대가 된 지 오래다. 과거에도 지금도 이곳에서 집회는 계속되지만 혁명에서 놀이로 그 주제는 완전히 바뀌었다. 전설만 남은 영웅들의 흔적 블라디보스토크 둘째 날, 신한촌부터 찾았다. 신한촌은 일본에 의해 침탈된 국권회복을 위해 국내외 지식인들이 모여 결의를 다졌던 장소다. 고종이 파견한 헤이그 특사 중 한 명인 이상설, 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였던 이동휘, 전설의 의병장이었던 홍범도를 비롯해 신채호, 안중근, 안창호 등 수많은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 아파트촌 어귀에 도착했을 때, 그곳이 신한촌 터라는 것을 눈치 챌 길은 보호 철책에 둘러싸인 ‘연해주 신한촌 기념탑’이 전부였다. 한인들이 살길을 찾아 연해주 땅을 처음 밟은 것이 1863년. 블라디보스토크가 극동 해군기지로 부상하면서 그들은 군항에서 작업인부로 일했다. 처음 자리 잡은 곳은 시내 중심부였다. 하지만 콜레라가 발생하자 시당국은 1893년 서쪽 아무르만 해안가로 한인들을 이주시키고 그곳을 ‘까레이스카야슬라보드카한인촌’, 우리말로는 개척리開拓里로 불렀다. 이후 1911년, 또 한 번의 위생 문제로 북쪽 2km 떨어진 라게르 산비탈로 이주한 한인들은 ‘노바야까레이스카야슬라보드카신한촌’를 형성했고, 이전의 거주지는 구한촌이라 불리게 되었다. 1914년, 신한촌은 3,000명이 거주하며 점차 자리를 잡아 갔지만 1937년, 스탈린이 극동에 살던 한인 17만명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키면서 신한촌의 한인들 역시 카자흐스탄 등지로 이송되고 그 자리는 유럽과 러시아 노동자들의 차지가 되었다. 길이가 다른 커다란 세 개의 석조물. 가운데는 한국, 왼쪽은 북한, 오른쪽은 고려인을 포함한 해외 한민족을 상징한다는 기념탑 앞에서 조국의 미래를 밤새워 고민했을 독립 영웅들의 절절함을 가늠해 보기란 쉽지 않았다. ‘민족의 최고 가치는 자주와 독립…’이라는 기념탑의 글귀는 길 잃은 아이처럼 애처롭고 속상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블라디보스토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독수리 둥지’라는 뜻의 오리노예 그네즈도 산 정상은 214m에 불과하지만 도시에서 가장 높다. 계단을 올라서니 러시아의 키릴문자를 만든 아우 키릴로스와 형 메소디오스 형제의 동상이 십자가를 들고 블라디보스토크를 굽어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따라가니 바다 위에는 2012년 APEC 정상회담에 맞춰 완공한 루스키섬까지 이어진 금각만 대교가 장쾌했다. 서울 남산에서처럼 연인들이 자물쇠를 걸며 사랑을 맹세하는 건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혼 촬영이 한창인 신랑신부가 난간 틈을 비집고 자물쇠를 채우는 동안 신부보다 예쁜 들러리는 뭇 남자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아무르만 해변공원까지는 걸었다. 노천카페에 앉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명물인 메드베드카곰새우를 주문했다. 비릿하고 고소한 맛이 찬 맥주와 묘하게 어울렸다. 체 게바라가 그려진 티셔츠에 네덜란드 맥주를 마시는 청년들, 일본산 오토바이를 타고서 CF의 한 장면처럼 등장한 처녀들, 낚시를 즐기는 부부…. 히죽대며 그들의 모습을 훔치는 사이 새우껍데기만 자꾸 쌓여 갔다. ●하바롭스크Khabarovsk 시베리아횡단열차에서의 하룻밤 하바롭스크까지 가는 열차 출발 시간은 저녁 9시. 서둘러 짐을 챙기고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으로 향한다. 지는 해에 순종하며 기차역이 차분히 물들고 있었다. 1907년부터 5년에 걸쳐 지어졌다는 기차역은 제정 러시아의 건축양식으로 제법 낭만적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출발지이자 종착지다. 이곳에서 모스크바까지의 거리는 9,288km. 플랫폼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철로를 달렸다는 증기기관차도 보였다. 출발은 저녁 9시인데 플랫폼의 시계는 오후 2시를 가리킨다. 철도역의 모든 시간표는 모스크바가 기준이라는 것을 깜빡했다. 난민처럼 바닥에다 가방을 열어 젖히고 주섬주섬 필요한 물건만 미리 챙겼다.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승무원은 여권과 승차권을 확인하고 탑승을 종용했다. 9번 칸, 객실번호 6호 23번. 4인 1실, 양쪽으로 2층 침대가 놓인 객실 ‘쿠페’는 좁았지만 불편함은 없었다. 서서히 열차가 움직이고, 시간이 지나야 시원해질 것이라는 차장의 말처럼 에어컨은 30분이 지나서야 제 기능을 발휘했다. 하바롭스크 도착은 내일 아침 8시. 무궁화호보다 더 느린 기차를 타고 밤새 11시간을 달려야 한다. 하얀 자작나무숲, 영화 <닥터 지바고>에 나올 법한 눈보라, 잠들지 않는 백야. 시베리아횡단열차에 엄청난 로망을 품은 사람들은 흔히 이런 것들을 상상한다. 러시아에 오기 전, 몽골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탔다는 친구는 말했다. “러시아 애들은 책만 읽고 얘기도 가족들끼리 소곤소곤. 같이 보드카 마시자던 러시아 아저씨 아니었으면 심심해서 아마 미쳐 버렸을 걸!” 모스크바까지 꼬박 달리는 이들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열차에서의 하룻밤만으로 그 기분은 짐작하고도 남았다. 낮도 아닌 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래야 반사되는 객실 내부가 전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산 가이드북을 뒤적이다 음악을 듣고, 러시아 사람들은 무엇을 하나 복도를 기웃대다가, 키릴문자가 새겨진 맥주를 마시고 남은 소시지 3개를 승무원에게 내미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은 없었다. 다행히 수다 떨 일행들이 있어 시간은 잘 갔다. 잠자리는 생각보다 아늑했다. 꺾이는 철로마다 침대가 심하게 덜컹대긴 했다. 하지만 낮에 흘린 땀이나 미처 못 지운 바지의 소스 자국, 떡진 머리도 문제될 게 없는데 그게 무슨 대수라고. 잠결에 2층 침대로부터 커튼콜처럼 내려왔다 올라가는 이불에 깜짝깜짝 놀라거나, 변기가 막힌 줄도 모르고 30분을 화장실 문 앞에서 참던 일만 빼면. 창문 너머 흘러가는 자작나무 사이로 스미는 햇빛을 보고 잠에 빠졌는데, 곧 정차한다는 소리에 허둥지둥 이불을 박차고 객실 문을 열어젖힌다. 열차가 멈춘 곳. 하바롭스크였다. 조금 더 머물고 싶던 도시 하바롭스크는 1991년 블라디보스토크가 개방되기 전까지 극동지역의 중심지였다. 이제는 그 영광을 물려줬지만 하바롭스크는 마치 권세를 내려놓은 자가 여유를 즐기듯 유유자적했다. 이 도시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레닌광장 북쪽에 자리한 청동 레닌상이다. 레닌이 사망한 이듬해인 1925년에 세워졌다는데 러시아 대부분의 지역에서 레닌의 동상이 철거된 데 반해 블라디보스토크와 이곳에서는 아직 건재하다. 레닌이 굽어보고 있는 광장은 하바롭스크의 행정 중심지다. 동쪽으로 하바롭스크주 정부청사가 보였다. 아침을 맞은 광장에는 벤치에서 조용히 휴식을 즐기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비둘기가 사람보다 많았다. 레닌광장 아래로 아무르스키 거리를 쭉 따라가면 길은 아무르 강변의 콤소몰 광장까지 잇닿는다. 콤소몰은 구소련 시절 공산주의 청년 정치조직의 이름이다. 광장에는 혁명 전사들의 모습이 조각된 오벨리스크가 굳건하고, 꼭대기에 소비에트를 상징하는 별이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광장 위 우스벤스키 성당이다. 성모승천성당으로 불리는 그곳은 소비에트 시절 파괴된 후 2001년 다시 동화 같은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아무르강이 눈앞인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걸음을 재촉했다. 총 길이만 2,800여 킬로미터. 몽골에서 발원해 하바롭스크를 거쳐 오호츠크해로 흐르는 아무르강은 중국에서는 흑룡강이라 부르는 그 강이다. 전망대 앞에는 강에 이름을 제공한 시베리아 초대 총독 무라비요프 아무르스키의 동상이 있는데, 여행지에서 만난 아무르라는 이름들은 죄다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향토박물관은 잠시 비를 피하기에는 맞춤이었다. 연해주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박물관으로 본래 이름은 ‘그라제코프 주립 자연사박물관’. 이 역시 설립자의 이름을 딴 것이다. 122년의 전통이 축적된 내부에는 시베리아 메머드, 아무르 호랑이, 원주민인 나나이족과 우데게이족의 생활모습 등 하바롭스크주의 역사와 자연, 민속 등 자료 15만 점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구관에는 소비에트 시절과 관련한 물품들만 전시되어 있는데, 포스터부터 장신구까지 세월의 때가 묻은 낯설고 이색적인 소소함이 눈길을 끌었다. 강을 따라 북쪽에 다다르니 또 다른 아름다운 러시아정교회 성당이 자리했다. 프레오브라젠스키 성당은 황금색 돔과 새하얀 성당이 질서정연했고 내부는 황홀했다. 천장에 그려진 그리스도와 네 명의 사도, 정면 6층 제단의 성모와 성인들의 모습을 새긴 이콘(성상화)은 다른 세상의 것인 듯 신비롭고 이질적이었다. 이콘에 향했던 눈길은 머리를 가리고 촛불을 켜 기도하는 사람들에게서 한참을 머물렀다. 진지하고 경건했다. 그 경배의 몸짓 뒤에서 할 것이라고는 숨소리를 죽이는 것 외에는 없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 Trans Siberian Railroad시베리아횡단철도는 모스크바에서 시작해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하는, 총길이 9,288km의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다. 1891년에 착공해 1916년에 완공됐다. 90여 개의 도시를 거치는 동안 시간대만 7번이 바뀌고, 지나는 역만 60여 개다. 급행열차를 타면 일주일이 걸린다. 열차의 출발과 도착시간은 모스크바가 기준이다. 열차의 객실 등급은 1등석인 2인 1실의 ‘룩스Lyux’, 2등석 4인 1실의 ‘쿠페Kupe’, 3등석 6인실의 ‘플라츠카르타Pratskartny’와 지정 번호가 없는 8인 좌석의 ‘옵스치Obschy’로 나뉜다. 룩스와 쿠페는 객실이 분리되어 있지만 3등석은 객실 구분 없이 개방되어 있다. 콘센트가 있는 것은 1등석 객실뿐이다. 2등석은 객실 내부 말고 복도에 네 개, 화장실 밖과 안에 각 한 개씩 있다. 멀티 탭을 가져가면 도움이 된다. 열차 칸마다 뜨거운 물이 비치되어 라면이나 커피를 먹을 수 있다. 열차 한 칸당 두 명의 승무원이 교대근무하며 객실을 살피고 간단한 먹을거리도 판매한다. 술과 담배는 규정상 금지되어 있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흡연자들은 보통 역에 정차할 때마다 내려 담배를 피우고 재빨리 오른다. 러시아 철도청 www.rzd.ru 러시아정교회 러시아정교회는 988년 블라디미르 대공에 의해 비잔티움의 동방정교를 받아들여 민족신앙과 결합한 종교다. 러시아정교회 건축양식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양파 모양의 돔 ‘루꼬비짜’다. 눈이 많이 오는 러시아에서 눈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 외에도 기도가 하늘에 닿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흰색과 황금색은 러시아정교회 초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색채로 흰색은 평화와 순결, 황금색은 신성을 상징한다. 예배는 사제는 있지만 설교는 하지 않고, 의자 없이 서서 참여한다. 또 악기의 반주 없이 오로지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성가를 부른다. 러시아정교회가 종교의 자유를 얻게 된 것은 고르바초프에 의해 1990년 소련 최고회의에서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법을 의결한 후부터다. ●이르쿠츠크Irkutsk 아! 바이칼 비행기가 이르쿠츠크에 도착한 시간은 자정 무렵이었다. 이르쿠츠크는 바이칼 호수를 가기 위한 관문. 둘러 볼 겨를 없이 아침이면 또 길을 떠나야 한다. 설렘과 염려를 교차시키느라 잠은 쉬 들지 못했다.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호의 들머리까지는 버스로 3시간 반. 부리야트족 자치구인 우스찌아르다를 스치는 동안에는 가을을 준비하는 스텝짧은 풀로 뒤덮인 초원이 길게 이어졌다. 어렴풋이 호수가 시야에 들어올 무렵 버스가 멈춘 곳은 사휴르따 선착장이다. 목적지인 알혼섬을 가기 위해 철부선에 올랐다. 배는 물살을 가른 지 30분도 되지 않아 사람들과 자동차를 섬에 부려놓았고, 세상사 다 겪은 아이처럼 옹골찬 ‘우아직러시아 군용차량을 개조한 4륜 승합차’이 벌써 마중 나와 있었다. 운전기사 안톤은 숙소가 있는 후지르 마을까지 한 시간을 달려야 한다며 돌투성이 길을 망설임 없이 내달렸다. 요란한 진동 모터 위에 앉은 듯 엉덩이는 시종 덜덜거렸다. 바이칼 호수가 품은 22개의 섬 중 알혼은 가장 크고,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섬이다. 거제도의 두 배쯤 되는데, 다섯 개 마을의 주민 1,500명 가운데 대부분은 후지르 마을에 모여 산다. ‘알혼’은 부리야트 원주민어로 ‘태양이 비추는 땅’이라는 뜻이다. 연 강수량이 200mm에 불과해 스텝과 사막 그리고 화강암과 침엽수림이 전부다. 그 황량함을 심장처럼 품은 바이칼호수를 향해 원주민들은 ‘바이칼은 서 있는 불. 아직도 그 불은 식지 않고 있다’며 경외심과 두려움을 표현해 왔다. 숙소에 짐을 내리고 부르한Burkhan 바위가 보이는 언덕으로 갔다. 신성한 곳임을 알리는 13개의 세르게 신목. 조상신들이 모이는 곳을 지나니 검푸른 호수 앞으로 정좌한 두 개의 지엄한 바위가 보였다. 샤머니즘의 성지로 알려진 바로 그 자리다. 주위에는 히말라야에서 방금 내려온 성자 같은 복장을 한 외국인들이 손을 맞잡고 명상에 잠겨 있었고, 가부좌를 튼 채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는 이도 보였다. 무엇이 그들을 이곳으로 이끈 건지 모르겠지만 초자연적 존재와의 교류도, 북방 몽골인종의 시원이 서린 곳이라는 학설도, 부리야트인의 피를 이어받은 칭기즈칸의 무덤이 있다는 전설도,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바이칼 호 자체보다 신성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우아직은 섬의 가장 북쪽 하보이곶으로 달렸다. 날카로운 송곳니 모양을 한 절벽. 그곳에서 보는 바이칼은 호수가 아니라 바다, 그것도 대양이었다. 경계도 모른 채 펼쳐진 호수는 텅 빈 채 근원에 닿을 듯 아스라해서, 차라리 공허했다. 그날 밤, 호숫가에 앉아 마신, 수심 200m의 바이칼호 물로 만들었다는 보드카는 파도소리와 함께 목젖을 뜨겁게 타고 흘렀다. 떠나기 전 호수를 꼭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새벽 5시 혼자 숙소를 나섰다. 인기척 없는 마을을 두리번대며 방향을 가늠하고는 그 언덕에 다시 올랐다. 부르한 바위 앞, 잠이 덜 깬 호수는 몸을 뒤척였고 바람은 초연했다. 그리고…. 영원한 작별인 양 호수에 건넨 말은 이것뿐이었다. “스파시바… 바이칼.” ▶travel info AIRLINE대한항공에서 블라디보스토크와 이르쿠츠크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의 출발편은 매일 인천에서 오전 10시10분에 출발해 오후 1시50분에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고, 귀국편은 오후 2시50분에 출발해 오전 7시10분에 인천에 도착한다. 이르쿠츠크 노선은 12월25일부터 1월15일까지 동계노선을 주 2회(월·금요일)씩 총 6회 운항할 예정이다. 출발편은 저녁 8시50분 인천에서 출발, 밤 12시5분에 이르쿠츠크에 도착하고, 귀국편은 새벽 2시30분 출발, 오전 7시10분 인천에 도착한다. 인천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2시간 10분, 이르쿠츠크까지는 3시간 40분이 소요된다. SHOPPING알까기 인형 ‘마트료시카’19세기 말에 탄생한 나무로 만든 러시아 인형으로 엄마를 뜻하는 러시아어 ‘마티’에서 유래했다. 일본 전통인형인 ‘다루마’에서 영감을 얻어 1891년 러시아 민속공예화가 세르게이 말루틴이 처음 디자인했다고 전해진다. 둥근 몸통 안에는 작은 인형들이 겹겹이 들어 있는데, 일본정부에 선물하려고 만든 1세트 72개가 들어있는 대형 마트료시카는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시대에 따라 외형도 변해서 만화영화의 캐릭터나 대중음악가, 스포츠 스타나 정치인의 얼굴을 담은 마트료시카도 볼 수 있다. 가격은 싼 것은 대개 400~700루블 정도이지만 디자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FOOD국민음식 ‘보르쉬’와 ‘샤슬릭’ 러시아의 음식은 슬라브 전통에 서유럽과 몽골,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지역의 영향을 받아 대개 짜고 달고 신, 자극적이고 복합적인 맛이다. 대표적인 슬라브 전통음식인 ‘보르쉬’는 감자, 당근, 양배추에 비트와 토마토로 색을 낸 스프다. 샤슬릭은 러시아어로 ‘꼬치구이’라는 뜻이다. 이름보다는 맛 ‘오물‘오물은 바이칼호에서만 서식하는 토착 물고기다. 생긴 것은 우리의 청어와 닮았다. 회나 탕, 튀김, 샐러드 등 다양하게 먹는 방법이 있는데 자작나무에 훈제한 오물이 가장 인기다.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항구 마을 리스트비얀카에는 오물을 파는 가게들이 잔뜩 있다. 가시가 적고 비리지 않아 담백하다. 39°도 41°도 아닌 40° ‘러시안 보드카’러시아를 대표하는 술, 보드카Vodka는 러시아어 ‘물voda’에서 유래되었다. 감자나 옥수수, 보리 등을 원료로 한 증류수로 무색, 무취, 무미다. 러시아 속담에 ‘4,000km는 길도 아니고 영하 40도는 추위도 아니며 40도가 아니면 술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19세기 후반, 원소주기율표를 만든 러시아의 화학자 멘델레예프가 가장 입맛에 잘 맞고 숙취를 일으키는 불순물이 제일 잘 걸러지는 최상의 알코올 도수가 40%라는 것을 발견했다.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에서도 밤 11시부터 오전 8시까지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고 있으며, 밤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는 도수 15% 이상의 주류 판매도 금하고 있다. MUSEUM연해주의 모든 것 ‘아르세니예프 향토박물관’1890년 개관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박물관이다. 1906년 구시베리아 상업은행 건물로 옮겨졌는데, 아르세니예프는 연해지방을 서방에 알린 탐험가의 이름이다. 3층 건물 안에 연해주의 자연과 지리, 민속학, 고고학 사료들과 동식물 표본집, 화폐 등 약 20만 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주제가 딱히 구분되지는 않았지만 한국관에서는 지역에서 발굴된 발해의 유물을 볼 수 있다.20 Svetlanskaya Str. Vladivostok +7 4232 414 082 100루블평일 09:00~18:00, 토·일요일 09:00~17:30 HOTEL바이칼호 바로 옆 ‘바이칼로프 오스트록’알혼섬의 후지르 마을 입구에 있는 나무로 된 시베리아 전통가옥 형태의 숙소다. 2013년 문을 열었는데 114개의 객실에 250명을 수용할 정도로 알혼섬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깔끔하다. 특히 바이칼 호수 바로 앞에 위치해서 객실과 레스토랑에서 호수가 보이고 새벽에도 밤에도 산책을 할 수 있는데다, 부르한 바위까지도 도보로 20분 거리다. 7, 8월 성수기 스탠다드 트윈룸의 경우, 아침식사 포함 1박에 4,500루블(약 8만원), 화장실과 샤워실은 객실 3개가 있는 한 층에서 공동으로 사용한다. 욕실용품은 비치되어 있지 않다. 호숫가에서 바비큐를 할 수 있도록 그릴과 장작, 숯 등 일체의 도구도 대여해 준다. 666137, Russia, Irkutsk Region, Olkhonskyi District, Village Khuzir, Street Pribreznaya, 3+7 3952 404 202 www.baikalovostrog.ru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세미 취재협조 대한항공 www.koreanair.com 참좋은여행 www.verygoodtour.com
  • ‘같이’의 가치, 함께 찾는 영등포

    ‘같이’의 가치, 함께 찾는 영등포

    ‘사회적경제 한마당-서로키움축제’가 3일 영등포구청 광장과 당산공원에서 시작됐다. 영등포구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 조직을 중심으로 상호협력을 활성화하고 시민들에게 우수한 생산품을 홍보하기 위해 ‘사회적경제 한마당’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마당은 오는 6일까지 계속된다. 구 관계자는 “2013년부터 축제를 진행해 올해로 벌써 3년째”라면서 “이번에는 특별히 사회적경제를 주민과 공공기관, 주민과 주민이 키워간다는 의미를 담아 ‘서로키움축제’로 주제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축제는 판매마당, 홍보마당, 체험마당, 문화마당, 열린취업마당 등 5개 마당을 중심으로 70여개의 사회적경제기업과 단체가 참여한다. 당산공원 무대에서 열린 개막식에선 사회적경제기업의 상호협력을 의미하는 메시지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메시지월에는 지역 내 사회적경제기업들의 명패를 걸어 상생을 다짐했다. 판매마당에서는 20여개의 사회적경제기업이 참여해 제품을 판매한다. EM비누, 캡슐커피, 우리밀 과자, 컴퓨터, 의류 등 다양한 상품이 있다. 홍보마당에선 시민들에게 우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소셜벤처 등 사회적경제기업을 알리고 서비스와 제품을 전시된다. 구에서 시행하는 각종 사회적경제 지원사업도 소개한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마당은 생활미용, 생태 미술놀이, 칠보공예품 만들기, 미술심리상담 등이 마련됐다. 열린취업마당에선 장애인 및 중장년 구직자를 위한 열린 채용관을 운영된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이번 축제를 통해 사회적기업 간 네트워크가 마련되고 사회적기업의 판로개척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기업과 작가가 함께 한 이색 콜라보 작품, 눈길 끌어

    기업과 작가가 함께 한 이색 콜라보 작품, 눈길 끌어

    4일 개막된 2015 대구아트페어에서 ‘아디다스 특별전 : all in A’ 전이 관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스포츠 용품 브랜드인 아디다스의 이미지를 자신의 기법이나 재료에 녹여 넣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특별전을 기획한 갤러리JM 정택수 대표에 따르면 기업이 예술가를 후원하고, 예술가는 기업의 이미지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작가 협업’에 참여한 작가는 김일중, 김준만, 서해근, 오민수, 최형우, 홍기성, 홍삼, 홍지철 작가로 총 8명이다.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아디다스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가치들을 대입시켜 자연스럽게 녹아 들게 하지만 자신의 고유한 작업의 스타일을 유지함으로써 작가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각자가 캐릭터로 가지고 있는 자개, 커피, 발자국, 부조, 대리석과 수묵 등 다양한 재료와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정 대표는 “작가들이 저마다 선택한 주제에 따라 특유의 예술적 조형으로 작품화했기 때문에 예술작품의 상업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대구 엑스코에서 오는 8일까지 계속될 이 전시는 2015 대구아트페어 전시장 중앙 특별전 부스에서 만나 볼 수 있다.문의: 031-949-8313~4 갤러리JM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오정완 식약처 식생활안전과장의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종합계획’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오정완 식약처 식생활안전과장의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종합계획’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년 전인 2011년 어린이 비만을 막고자 식품에 비만을 유발하는 성분이 많이 들었으면 적색, 적으면 녹색으로 표시하는 ‘어린이 기호식품 신호등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애초 권고 사항으로 제도를 도입한 탓에 이를 시행하는 업체는 매우 드물다. 신호등 표시제를 의무화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 식약처는 이미 사문화된 제도 대신 2018년부터 고열량·저영양 식품 표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관련 법인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데다 식품업계의 반발이 거세 순탄치 않은 과정이 예상된다. 만약 의무화에 실패한다면 신호등 제도의 ‘재탕’이 될 수 있다. 오정완 식약처 식생활안전과장에게 이런 내용을 포함한 제3차(2016~2018년)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종합계획을 어떻게 추진할지 들어봤다. 어린이 기호식품 신호등 제도를 도입했을 당시 업계는 신호등 표시를 의무화한 나라가 없고 영양 표시를 녹색, 황색, 적색 등으로 지나치게 단순화하면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기 어려운 데다 식품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신호등 표시제를 의무화하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개정안이 의원 입법으로 발의됐지만 업계의 반발로 실현되지 못했죠. 고열량·저영양 식품표시제만큼은 꼭 의무화할 계획입니다. 국회에서도 반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와줄 거라 생각해요. 고열량·저영양 식품 표시제는 열량은 높은데 영양은 낮아 어린이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기호식품에 ‘고열량·저영양 식품’이라고 표시하는 제도입니다. 2018년 면류와 탄산음료부터 표기해 2019년에는 캔디류·과채음료·혼합음료에 적용하고 2020년에는 전체 어린이 기호식품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조만간 연구 용역을 거쳐 어느 수준의 열량과 영양을 고열량·저영양으로 볼 것인지부터 정할 것입니다. 현재 고열량·저영양 기준은 열량 250㎉ 초과, 단백질 2g 미만입니다. 2009년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이 제정됐을 때만 해도 단백질 섭취가 부족했어요. 그래서 단백질 함량을 저영양 기준으로 삼았던 것인데, 지금은 단백질 섭취량이 많아졌죠. 다른 영양성분이 많은데 단백질이 부족하다고 해서 저영양 식품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연구 용역 후 업계 의견을 수렴해 2017년까지는 고열량·저영양 기준을 새로 정하려고 합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들에게는 정보를 주고, 업계가 안전하고 영양이 골고루 든 어린이 식품을 만들어 내도록 유도할 수 있을 거예요. 식품업계는 달가워하지 않아요. 이제 막 종합계획을 발표한 단계여서 지금은 반발이 거세지 않은데 피부에 와 닿으면 상당한 논란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신호등 표시제처럼 되지는 않을 거예요. 업계도 예상은 했던 정책이거든요. 단, 업계 입장을 생각해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입니다. 첫 번째 대상은 컵라면과 탄산음료입니다. 봉지라면은 대체로 학부모가 끓여 주기 때문에 가정에서 관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유탕면류의 나트륨은 현재 100g당 1700㎎에서 2018년 1600㎎으로 낮출 겁니다. 또 내년부터는 과자와 빵, 발효유와 가공유의 당류를 단계적으로 낮출 계획입니다. 당류와 포화지방, 나트륨 저감화 성과를 정기적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해 업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려 합니다. 2017년부터는 초·중·고등학교에서 커피도 판매할 수 없게 할 것입니다. 자판기는 물론 매점에서 캔커피도 판매할 수 없어요.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역시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을 개정해야 해요. 어릴 적 식습관은 성인이 돼서도 유지되기 때문에 어린이와 청소년의 커피 섭취량을 미리 제한하지 않으면 커서 성인 질환을 앓게 될 수 있어요. 문제는 학교 밖을 나서면 어린이와 청소년이 얼마든지 커피를 사서 마실 수 있다는 거예요. 학교 밖 커피 판매까지 규제할 수는 없어서 일단 고열량·저영양 식품과 고카페인 음료 판매를 제한한 우수 판매 업소를 늘릴 계획입니다. 올해 6월 현재 전국의 우수 판매 업소는 2741곳으로, 전체 업소의 10% 수준에 불과합니다. 고열량·저영양 식품을 판매하지 못하다 보니 참여율이 저조해요. 지금은 우수 판매 업소로 지정될 때만 지방자치단체가 식품진흥기금으로 50만원 정도를 지원하는데, 앞으로는 혜택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냉장고가 고장 나면 냉장고를 사 주는 식으로 판매 시설을 관리하고 위생적으로 업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합니다. 공급자와 제조업자 관리에 초점을 맞춰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종합계획을 시행해 왔지만 내년부터 시행하는 3차 종합계획은 어린이와 소비자를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꿨습니다. 소비자의 알 권리 측면에서 접근했죠. 교육부 등 범부처가 협업해 만든 최초의 종합계획입니다. 반발은 있을 수 있지만 외국에서도 비만이 큰 문제가 된 만큼 적극적으로 비만을 관리해 어린이들이 건강한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오송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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