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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90 ! 박수 준비됐나요 영심이가 돌아왔습니다

    ‘젊음의 행진’을 보려면 미리 준비할 게 있다.‘열린음악회’용 박수는 필수. 노래를 따라부를 목상태 점검도 잊지말 것.20여곡이 넘는 80,90년대 언니·오빠들의 노래가 두 시간 내내 포진해 있다. ‘젊음의 행진’은 그래서 알면서도 속아주는 거짓말 같다. 이미 알고 있는 가요에 반은 업혀가고 원작인 만화 ‘영심이’에서 반 이상 따왔다. 한마디로 안전한 기획이다. 관객은 알면서도 유쾌하다. 이전의 뮤지컬들이 7080의 향수를 건드렸다면 ‘젊음의 행진’(8월12일까지, 나루아트센터)은 뮤지컬의 주소비층인 8090의 감정선을 정통으로 감전시킨다. 뉴키즈온더블록 브로마이드가 나오면 모두 소녀팬으로 돌변. 롤라장에서의 종종 연출되던 어리숙한 연애, 아카펠라로 듣는 장학퀴즈 테마곡, 남고 응원단들이 힘차게 팔을 뿌려대던 뿌연궤도(무한궤도)의 ‘그대에게’까지 나오면 속수무책이다. 무표정하게 끼고 있던 팔짱은 어느새 풀려 박수를 치고 있다.‘아는 사람만 아는’ 이런 추억의 코드들은 관객과 내통한다. 드라마 ‘질투’ 주제곡에 빠르게 회전하는 카메라가 배우들을 비출 때면 공감은 극에 달한다. 조연의 힘도 세다. 여고 ‘킹카(?)’이상남에 영심이의 형부 ‘이상무’는 환호의 반을 가져간다. 김왕선, 심쉰, 강수자의 노래는 그들과 우리들의 ‘왕년’을 되돌린다. 그러나 노래의 힘이 워낙 세다보니 노래를 위해 존재하는 듯한 장면들이 눈에 띈다. 극적 장치를 위해 주요 인물을 갑작스럽게 등장시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작 ‘우리의 영심이’가 밋밋하다는 것도 아쉽다. 서른 셋이라는 나이가 그녀를 철들게 한 걸까.“한바탕 웃음으로 모른 체 하기엔 서른 세살 한숨이 너무나 깊어. 한바탕 눈물로 잊어버리기엔 서른 세살 상처가 너무나 커”라는 그녀의 노래가 귓가에 씁쓸함을 떨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음의 행진’은 매끄럽게 안착한다. 뻔하지만, 즐겁다. 긴 커튼콜에도 기꺼이 일어설 만큼.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뮤지컬 BIG4

    뮤지컬 BIG4

    뮤지컬의 백미는 배우와 관객이 하나되어 만드는 커튼콜. 공연 직후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곡을 부르면 눈치 볼 필요없다. 먼저 일어나 열심히 박수치며 따라부르는 것이 공연을 본전 이상 즐기는 법이다. 게다가 엘비스 프레슬리, 아바, 비지스 등 유명 가수의 히트곡이라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가운데 커튼콜이 흥겨운 뮤지컬 4편을 뽑았다. 온가족이 신나게 박수치고 몸을 흔들 수 있는 뮤지컬이야말로 설연휴 나들이로 그만이다. 한가지 더, 뻣뻣하게 서서 박수만 치기보다 ‘토요일밤의 열기’라면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는 디스코를 추거나,‘올슉업’에선 엘비스처럼 다리를 흔든다면 당신은 최고의 관객이다. # 올슉업(All Shook Up) 충무아트홀에서 공연중인 ‘올슉업’은 배우들의 흥이 관객한테 그대로 전해진다.2막 첫번째 곡으로도 나오는 올슉업은 사랑에 빠져 미치도록 기분이 좋은 상태를 뜻한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 24곡을 엮은 ‘올슉업’은 줄거리도 신난다. 음악과 춤, 애정행각을 금지하는 정숙법을 강요하는 무서운 시장이 있는 마을에 떠돌이 기타리스트 채드가 오토바이를 끌고 나타난다. 여주인공 나탈리는 한눈에 채드와 사랑에 빠지나 채드는 육감적인 글래머 산드라에게 꽂힌다. 엇갈리는 사랑의 화살표가 난무하는 가운데 채드는 성정체성에 혼란까지 겪지만 결론은 해피엔딩이다. 여주인공 나탈리를 맡은 윤공주의 연기력은 너무 능청스러워 살짝 징그러울 정도다. 전작인 창작뮤지컬 ‘하루’에서 무대 장치에 얼굴이 찢겨 피가 나는 상처에도 천연덕스레 연기를 했던 그녀는 이젠 신발이 벗겨져도 애드리브(즉흥대사)로 소화해 버린다. 조정석, 김우형, 이소은, 정성화 등 배우들이 엘비스 노래에 푹 빠져서 뿜어내는 열기 때문에 관객들의 혼이 쑥 빠질 지경이다. 앙코르 공연으로 ‘버닝 러브’와 ‘컴온 애브리바디’가 나올 때면 벌떡 일어나 온몸을 흔들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02)1588-5212. # 맘마미아 지난해 최고 흥행 뮤지컬이었던 ‘맘마미아’는 성남아트센터에서 그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2004년 초연 이후 이번이 4번째 공연으로 전세대가 공감하는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잡았다. 지난 4일 공연 횟수 300회를 넘어서며 관객수 50만명을 돌파했다. 공연에는 나오지 않는 아바의 히트곡 ‘워털루’가 커튼콜로 나오면 중년의 관객도 절로 일어서게 하는 맘마미아는 커튼콜 문화의 선두주자다. 특히 설연휴를 맞아 돼지띠인 관객이 설날 공연표 4장을 전화로 예매하면 10% 할인과 함께 프로그램 1권을 증정한다.15,18일에는 관람객 가운데 행운의 번호 10팀을 추첨,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서 기념 사진도 촬영해 준다.(02)1588-7890. # 토요일밤의 열기 ‘나잇 휘버, 나윗 휘버∼♬’를 절로 흥얼거릴 수밖에 없는 ‘토요일밤의 열기’ 역시 본공연보다 커튼콜 무대가 더 뜨겁다. 국립극장의 공연장 밖에 마련된 관객들을 위한 사진무대에서 손가락을 찌르는 자세로 추억을 남기는 것도 잊지 말 것.‘스테잉 얼라이브’와 ‘새터데이 나잇 휘버’가 울려퍼지면 무대로 뛰쳐나가 팔과 다리를 휘두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다.(02)532-2188. # 로미오앤 줄리엣 세종문화회관을 달구고 있는 ‘로미오 앤 줄리엣’은 비극적 사랑이야기지만 커튼콜은 어느 뮤지컬보다 흥겹다. 사랑의 테마 ‘사랑한다는 건(Aimer)’과 로미오가 벤볼리오, 머큐소와 함께 부르는 남성 3중창 ‘세상의 왕들’이 흘러나오면 관객들은 일제히 무대 앞으로 달려나가 사진과 동영상을 찍기에 바쁘다. 자칫 사고가 날까 우려될 정도다. 제작사측이 음악의 비중이 높아 콘서트 뮤지컬이라고도 불리는 프랑스 뮤지컬의 특징을 감안해 특별히 커튼콜 촬영을 허용했다고 한다. 설 연휴인 16∼18일에는 공연 초기에 실시했던 주연배우 사인회를 다시 한번 연다.‘로미오앤 줄리엣´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02)541-2614.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메탈리카 8년만이야 포플레이 또 매진될까

    메탈리카 8년만이야 포플레이 또 매진될까

    ‘스래시 메탈의 제왕’ 메탈리카와 ‘재즈의 고유명사’ 포플레이. 두 노장 그룹의 내한공연이 폭염속의 한반도를 더 뜨겁게 달굴 기세다.30대 남성들의 절대적인 지지속에 예매율이 70%를 넘어서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것. 1983년 첫 앨범인 ‘Kill ‘Em All’ 발매 이후 지금까지 9000만장이 넘는 앨범 판매고를 기록중인 메탈리카는 메탈이라는 장르명과 동의어로 간주될 정도로 헤비메탈의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그룹이다. 8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 메탈리카의 이번 공연은 총제작비가 3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국내 공연사상 최대규모다.4집앨범인 ‘10000DAYS’가 발매 첫주만에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메탈밴드 툴(TOOL)이 서포트 밴드로 출연하는 것도 관심거리. 오는 15일 잠실주경기장에서 만날 수 있다. 지방팬을 위한 버스패키지도 판매중. 1544-1555. 2002년 세종문화회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연호속에 마지막 커튼콜을 끝내고 대기실로 돌아온 포플레이 멤머들은 공연기획사 관계자에게 이렇게 물었다.“어디서 저런 최고의 관객들을 구해 왔느냐?”고. 지난 두번의 내한공연에서 완전매진을 기록한 포플레이는 재즈에 뿌리를 두고 팝을 비롯한 다양한 음악들을 적절하게 조화시킨 컨템포러리 재즈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그룹. 전세계에서 최초로 한국에서 8집앨범 ‘Ⅹ(ten)’를 선보인 포플레이의 이번 공연에는 가수 거미가 게스트로 출연할 예정이다.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1544-1555.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영원한 햄릿’ 영원히 잠들다

    ‘한국의 햄릿’으로 불린 배우 김동원씨가 13일 오후 6시25분 서울 이촌동 자택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90세. 고인은 재작년 6월 뇌경색으로 쓰러져 투병해왔다. 배재고등보통학교에 재학중이던 1932년 연극 ‘고래’로 데뷔한 고인은 1994년 은퇴공연인 국립극단의 ‘이성계의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300여편의 연극에 출연한 한국 연극계의 산증인이다. 특히 1951년 국립극단 전신인 극단 신협 시절 대구 키네마극장에서 한국 최초로 연기했던 ‘햄릿’은 고인에게 ‘한국의 햄릿’‘영원한 햄릿’이란 별명을 안겨준 대표작이다. 1916년 개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본 니혼대학 유학시절인 1934년 동경학생예술좌 창립동인으로 본격적인 연극활동을 시작해 극단 극예술협회 창립동인, 극단 신협 운영위원 등을 지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남형에 선 굵은 연기로 ‘세일즈맨의 죽음’‘파우스트’‘뇌우’등의 주인공역을 도맡아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영화에도 진출해 ‘자유부인’‘별아 내 가슴에’‘춘향전’등 40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TBC 수사극 ‘바이엘극장’ 등을 통해 안방극장에서도 연기를 펼쳤다. 국립극단 단장, 한국연극협회 고문, 대한민국예술원 연극영화무용분과위원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대한민국예술원상(1966), 동랑연극상(1988), 은관문화훈장(2004) 등을 수상했다.2003년에는 미수를 맞아 ‘영원한 햄릿 김동원의 예술과 삶’을 제목으로 연극인생 62년을 돌아보는 전시회와 함께 회고록 ‘미수의 커튼콜’을 펴내기도 했다. 유족으로 부인 홍순지 여사와 아들 덕환(전 ㈜쌍용 사장) 진환(우리자산관리 전무) 세환(가수)씨가 있다. 서울삼성병원에 마련된 빈소엔 영화, 연극,TV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족적을 남긴 고인을 기리기 위한 각계 인사들의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극작가 차범석, 연출가 임영웅·오태석, 영화감독 김수용, 배우 장민호, 박정자, 탤런트 최불암·김민자 부부 등이 14일 빈소를 찾았다. 국립극단 원로 배우 백성희(71)씨는 “후배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자상한 선배였고, 연기에 몰입할 때는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 작품에 깊이 심취하던 최고의 배우였다.”고 회고했다. 장례는 17일 오전 10시30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대한민국 예술인장(장례위원장 차범석)으로 치러진다. 장지는 경기도 용인공원이다.(02)3410-6915.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공연리뷰]뮤지컬 ‘레딕스, 십계’… 장대함 압권

    [공연리뷰]뮤지컬 ‘레딕스, 십계’… 장대함 압권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프랑스 뮤지컬 ‘레딕스, 십계’가 왜 전문 공연장의 편리함과 안온함을 포기하고 체육관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수긍이 갔다. 원형 경기장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른 폭 55m, 높이 17m의 초대형 무대는 그 자체로 관객을 압도했다. 또 무대 양날개와 중앙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은 장대한 스펙터클을 기대하게 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역사와 신화의 영역을 넘나드는 구약성서, 그 중에서도 모세가 이집트로부터 히브리인을 탈출시켜 약속의 땅으로 향하는 ‘출애굽기’의 대서사시는 첨단 영상언어와 무대기법에 힘입어 관객의 눈앞에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특히 이집트인에게 내려진 열가지 재앙과 모세가 행한 홍해의 기적을 형상화한 대목은 짜릿한 시각적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스펙터클에 대한 탄성을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로 인해 놓쳐야 하는 한계도 무대 위에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워낙 방대한 내용을 다루다보니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보다는 서사가 중심이 됐고, 이때문에 극 초반부터 관객을 서서히 몰입시켜 마침내 절정에 이르게 하는 감동의 힘은 다소 부족해보였다. 감미로운 샹송과 강한 리듬의 팝이 교차하는 20여곡의 뮤지컬 넘버들은 모두 고른 수준을 보였지만 한번에 귀에 착 감기는 명곡은 없었다. 소재와 주제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같은 프랑스산 뮤지컬인 ‘노트르담 드 파리’의 미덕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레딕스, 십계’는 뒤로 갈수록 재밌는 작품이다.1막은 느슨하고 밋밋해 지루하게까지 느껴진 반면 활활 불타오르는 떨기나무 영상으로 열리는 2막의 흡입력은 대단하다. 무엇보다 공연 전체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커튼콜. 모세가 십계명을 전하는 결말부분에서 별 감동을 느끼지 못했던 관객이라도 배우들이 커튼콜때 합창하는 ‘사랑하고픈 마음’에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배우들의 깜짝 개인기를 감상할 수 있는 두번째 앙코르 무대도 놓치면 후회한다.5월9일까지.1588-6122.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앙코르만 10곡·커튼콜 30여회 ‘열광 도가니’

    공연 2시간전부터 길게 늘어선 줄에다 자리를 못얻은 팬들은 공연장 바깥 바닥에서 앉아 연주를 듣는가 하면, 앙코르만 10여곡에다 30여차례가 넘는 커튼콜이 나왔고, 팬사인회는 1시간을 훌쩍 넘겼다. 관객들의 끊임없는 환호와 박수갈채로 가득 찼던 지난 8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의 풍경이다.10대 아이돌 그룹이라면 모를까, 클래식 공연이 이런 경우가 있었을까. 이날 관객들을 이처럼 흥분시킨 연주자는 ‘천재 중의 천재’로 불리며 건반을 거침없이 두드리는 펑크머리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 생후 10개월 때부터 누나의 바흐 연주곡을 듣고는 흥얼거리더니 7살 때 작곡에 재미를 붙이고 10살 때 이미 데뷔공연을 열었던 천재 피아니스트다. 그런 키신이었으니 기획사는 10여년간 공을 들인 끝에 그의 공연을 성사시켰고, 팬들은 별 다른 홍보도 없었던 공연임에도 한달 전에 티겟을 매진시키는 것으로 호응했다. 키신은 이번 공연에서도 베토벤과 쇼팽의 곡들을 연주하면서 팔꿈치부터 손가락 끝까지 일자로 세워 건반을 누르는 그만의 연주법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이다. 그는 특히 공연장을 가득채운 한국 팬들의 열기에 감동했는지 “이렇게 열정적인 청중을 위해서라면 한국에 다시 한번 더 오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팬들로서는 또 하나의 수확인 셈이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나나 무스쿠리 데뷔 46년만에 첫 내한공연

    나나 무스쿠리 데뷔 46년만에 첫 내한공연

    역시 ‘음악의 여신’이었다. 8일 밤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펼쳐진 그리스 여가수 나나 무스쿠리(71)의 첫 내한 무대는 46년을 기다려 온 국내 올드팬들에게 진한 감동과 함께 젊은 시절 추억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4000석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고희를 넘긴 나이임에도 세시간 넘도록 아름다운 목소리와 혼신을 다한 열정의 무대 매너를 선사한 이 ‘노래하는 지중해의 요정’의 투혼에 아낌없는 환호와 찬사를 보냈다. 무대 위 세 개의 초대형 스크린 위로 반세기 가까운 음악 인생을 담은 흑백화면이 10여분간 흐르고 난 뒤 DJ 이종환의 소개와 함께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자 공연장안은 일순간 우뢰와 같은 함성으로 가득찼다. 그녀는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넨 뒤 첫 곡 ‘I’ll Remember You’로 무대를 열었다. 세월의 무게로 몸은 뚱뚱하게 변했지만, 특유의 검은 생머리에 커다란 뿔테 안경 등 소녀적인 이미지는 여전했다. 특히 ‘아테네의 흰 장미’란 별명에 걸맞게 그리스 여신을 연상시키는 흰색 의상을 입고, 마이크 스탠드에도 흰 장미 한송이로 장식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Over and Over’,‘Try to Remember’,‘Song of liberty’ 등 히트곡은 물론 ‘Love me Tender’,‘Bridge over troubled water’ 등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팝송들을 부르며 감미로운 선율의 향연을 이어갔다. 특히 흥겨운 리듬의 노래를 부를 때는 탬버린을 흔들고 심지어 ‘조촐한 댄스’도 선보이는 등 흥을 돋우며 관객과 한 마음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게스트로 참여한 팝페라 카스트라토 정세훈이 열창할 때도 무대를 떠나지 않고 의자에 앉아 경청하는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공연을 절정으로 이끈 대목은 그녀가 한국팬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한국어 노래’.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이 모두 기립해 박수를 끝없이 쏟아내며 커튼콜을 요청하자 그녀는 다시 무대에 올랐고, 미리 써 온 가사가 적힌 종이를 들고 “헤어지자 보내 온…”으로 시작하는 번안곡 ‘하얀 손수건’을 한국어로 직접 부르며 가을밤 ‘추억 여행’을 마무리지었다. 한편 그녀는 공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내한 공연이 포함된 세계 투어를 끝으로 더 이상 상업적인 공연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녀는 “‘노래가 잊혀지기 전에 먼저 떠나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자선공연 등 특별한 자리가 있을 때는 언제든지 무대에 설 것”이라고 밝혔다. 유니세프 친선대사인 그녀는 “유니세프를 통해 돌보는 3명의 아이들 교육에 전념할 계획”이라며 은퇴후 계획을 소개했다. 나나 무스쿠리는 12일 대구 EXCO,13일 부산 KBS홀에서 두차례 더 공연을 펼친다.(02)539-0793(스토리갤러리). 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가을밤 촉촉히 적신 음유시인들의 향연

    서울 한복판에서 울려퍼진 추억의 통기타 선율이 깊어가는 가을밤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서울신문이 주최하고 SK㈜가 협찬한 콘서트 ‘향수’가 9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려 3000여명이 객석을 가득 메우는 성황을 이뤘다.70∼80년대 통기타 음악으로 시대를 풍미했던 ‘386 음유시인’들이 대거 한 무대에 오른 이날 공연은 청중에게 진한 감동과 함께 옛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당시 음악다방 인기 DJ들의 진행과, 학창시절 잔디밭 위에 둘러앉아 노래 부르듯 출연자들이 한데 어우러져 관객과 호흡하는 무대는 과거로의 ‘회상여행’을 떠난 듯했다. 1부는 테너 김현동이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를 부르는 것으로 힘차게 막을 올렸다. 이어 가수 이동원이 ‘가을편지’로 가을밤의 편안함을 선사했고, 가수 송창식이 ‘우리는’ ‘고래사냥’ 등으로 흥을 돋웠다.DJ 이종환의 진행으로 가수 유익종·뚜아에무아·윤연선·소리새가 토크쇼 형식의 색다른 무대를 펼쳤고, 가수 김도향이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열창한 데 이어 ‘신촌블루스’의 기타리스트 엄인호가 객석의 ‘박수반주’에 맞춰 ‘골목길’을 불러 무대와 객석을 뜨겁게 달궜다. 2부는 밴드와 오케스트라에 맞춘 합창 등 웅장한 분위기의 무대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음악평론가 이백천씨와 8개팀이 ‘목장길따라’ ‘길가에 앉아서’를 합창해 무대와 객석을 하나로 묶었고, 가수 하남석·이정선·홍민·시월 등 가수들이 ‘살다보면’ 등을 부르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가수 이동원이 클로징 멘트와 함께 ‘향수’를 불러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끌며 대미를 장식했다. 하지만 청중들이 박수를 끝없이 쏟아내며 커튼콜을 요청했고, 이동원·김도향이 ‘언덕에 올라’ ‘그건 너’ ‘향수’ 등 세곡을 청중과 함께 부르며 가을밤의 추억여행을 마무리지었다. 한편 콘서트 ‘향수’는 10일(오후 3시·8시)에도 이어지며, 이날 오후 3시 공연은 사회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장애우나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공연으로 진행된다. 문의(02)792-7607.(콘서트랜드)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유럽점령 성악가 5인 갈라 콘서트

    이탈리아와 독일 등 오페라 본고장인 유럽의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당당히 주역으로 활동하는 소프라노 김혜진 등 5명이 오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오페라 갈라콘서트를 갖는다. 이번 무대에 오르는 성악가는 소프라노 김혜진·박은주, 테너 김우경, 바리톤 한명원, 베이스 손혜수 등 5명.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는 동양인 가수들의 경우 단어 하나만 잘못 발음해도 트집 잡힐 정도로 동양인들에 대한 편견이 심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이들은 이런 어려운 상황을 극복, 오페라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실력파들이다. 소프라노 박은주는 높은 고음과 콜로라투라의 화려한 기교를 요구하는 곡인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광란의 아리아’를 부를 예정이다. 독일 도르트문트 국립극장의 주역가수인 그는 지난 2003년 갈라 콘서트 때 커튼콜을 세번이나 받았다. 이탈리아 볼로냐극장 주역가수인 소프라노 김혜진은 푸치니의 3대 오페라 중 하나인 나비부인의 ‘어떤 개인날’을 특유의 기량인 정열적이고 섬세한 연기력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한국인 테너로는 처음으로 오페라 가수들의 꿈인 미국 메트로폴리탄 무대에 내년 데뷔할 김우경은 베르디의 ‘라트라비아타 중 멀어진 당신’을 들려준다. 지난해 플라시도 도밍고 오레랄리아 국제 성악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일약 한국 성악계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올랐다. 베르디 국제 성악콩쿠르 1위 등 수많은 국제 콩쿠르 입상 경력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피렌체극장 주역가수 바리톤 한명원은 베르디의 ‘레골레토 중 이 천벌’을 부를 예정이다. 독일 뉘른베르크 국립극장 주역가수인 베이스 손혜수는 마리아칼라스 국제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을 때 불렀던 모차르트 ‘돈 조반니 중 애인 명단 여기에’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부지휘자인 태국 출신의 젊은 지휘자 번디트 운그랑시의 지휘로 인천시립교향악단이 연주에 나선다.(02)518-7343.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본사 주최 청소년음악회 성황

    4일 서울신문 주최로 열린 여름 청소년 음악회 ‘Youth Concert 2005’로 우면산 기슭에 자리잡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들썩였다. 한여름 밤 클래식과 국악이 어우러진 이 ‘퓨전공연’은 청소년을 비롯한 청중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수준을 갖췄으면서도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관객과 호흡을 하는 무대가 됐다. 박성현씨의 지휘로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서곡을 연주하는 것으로 1부 막이 올랐다. 빠른 템포로 시종 일관 경쾌하게 흐르는 이 서곡은 관객들에게 여름밤의 편안함을 선사했다. 이어 바이올리니스트 허희정씨가 스페인에서 유행한 춤곡인 비탈리 ‘샤콘느’를 연주하면서 무대와 객석은 금세 열정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기타리스트 이병우씨가 낭만적인 분위기의 가스텔누오보의 ‘테데스코 기타협주곡’을 연주하자 청중은 색다른 음악세계에 흠뻑 빠져들었다. 열성팬들의 환호와 열광으로 한 악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와 결국 연주가 끝난 뒤 그는 두번의 커튼콜을 받았다. 2부는 한국적 정서를 듬뿍 느낄 수 있도록 짜여졌다. 민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부르는 젊은 소리꾼 김용우씨가 민요 ‘천안도 삼거리’, 베트남 민요 ‘쌀통’, 북한 가요 ‘임진강’을 멋지게 소화해 무대와 객석을 하나로 묶었다. 전통악기로 다양한 음악 실험을 하는 국악타악 그룹 공명은 ‘기린자리’‘해바라기’‘흥’‘보물섬’을 신명나게 연주,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특히 퍼포먼스로 진행된 ‘흥’은 연주자들이 악기를 들고 객석으로 뛰어 들자 객석의 청소년들도 흥에 겨워 무대에 올라와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번 음악회는 올해로 3번째. 표를 예매하지 못한 청중이 현장에서 표를 사기 위해 오전부터 몰려들어 매표소가 북적이면서 거의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안산 등 수도권에서 찾아든 초·중·고교생들도 적지 않아 국내 최고 수준의 청소년음악회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MLB] 빅초이 홈런쇼…쾅쾅쾅

    [MLB] 빅초이 홈런쇼…쾅쾅쾅

    “희 삽 초이!희 삽 초이!” 13일 미국프로야구 LA 다저스-미네소타 트윈스가 3-3으로 팽팽히 맞선 6회 말. 다저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5만여명의 홈팬들은 앰프를 통해 흘러나온 북소리에 맞춰 최희섭( 26·다저스)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 순간 최희섭은 상대선발 브래드 래드키의 초구 몸쪽 직구가 들어오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렸고, 빨랫줄처럼 쭉쭉 뻗어간 공은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이날 ‘빅초이 쇼’의 대미를 장식하는 짜릿한 112m짜리 역전 홈런(12호)이자 데뷔 첫 3연타석 및 세 번째 3경기 연속홈런. 홈플레이트를 밟으면서 하늘을 가리키는 특유의 세리머니를 마치고 더그아웃에 들어갔지만, 관중들의 들끓는 환호는 식을 줄 몰랐다. 잠시 머뭇거리던 ‘빅초이’는 더그아웃에서 나와 모자를 흔들며 ‘커튼콜’에 응답했다. 최희섭이 13일 미네소타전에 1루수 겸 2번타자로 선발출장, 솔로아치 3방으로 3타점으로 쓸어담는 신들린 듯한 방망이를 휘둘러 연고지인 LA는 물론 미대륙 전역을 뒤흔들었다. 최희섭의 방망이는 시작부터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2회 첫 타석에서 미네소타의 선발 래드키의 2구째를 통타,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선제 솔로홈런(10호)을 날린 것.1-2로 역전당한 4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서 래드키의 몸쪽 높은 직구를 또 한번 130m짜리 초대형 우월 1점포(11호)로 연결해 순식간에 동점을 만들었다.4연타석 홈런의 대기록에 도전한 마지막 타석에선 좌완 테리 멀홀랜드에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최희섭은 경기뒤 인터뷰에서 “믿기지 않는다. 내 생애 최고의 날이다.”라고 상기된 목소리로 털어놓았고, 그를 평가절하하면서 ‘플래툰시스템’을 고집해 온 짐 트레이시 감독도 “어떤 구질, 코스도 모두 쳐낼 수 있는 최고의 배팅을 보여줬다.”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부활의 열쇠는 초구공략 ‘부활의 열쇠’는 적극성에 있었다. ‘빅초이’ 최희섭이 미국프로야구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주말 3연전에서 3연타석 및 3경기연속 홈런 등 6홈런을 쏘아올려 한 달 동안의 ‘홈런 가뭄’을 동반한 부진에서 완전히 탈출했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초구공략이 주효했다.11일 좌완 테리 멀홀랜드를 상대로 터뜨린 생애 첫 끝내기 홈런(9호),13일 우완 브래드 래드키에게 뽑아낸 동점포(11호)와 결승홈런(12호)은 모두 초구를 넘긴 것이고,10호 홈런은 2구째를 노린 것. 타격 메커니즘에 관한 ‘대수술’은 없었지만 조금씩 ‘치료’를 한 것도 주효했다. 슬럼프때 배팅 타이밍이 늦어 직구공략에 실패, 플라이볼로 물러나고 했던 것을 교훈삼아 히팅포인트를 앞으로 당겨 반박자 빠르게 방망이를 돌렸다. 또한 공을 맞힌 뒤 끝까지 휘두르는 팔로스로가 좋아져 운동에너지를 극대화, 비거리가 늘어났다는 평가다. 송재우 Xports 해설위원은 “여전히 몸쪽으로 바짝 붙는 강속구에 적응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난해와 달리 슬럼프를 빨리 벗어나는 요령을 터득해 올시즌 25홈런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무술퍼포먼스 ‘점프’ 이스라엘서 날았다

    무술퍼포먼스 ‘점프’ 이스라엘서 날았다

    논버벌(비언어)무술퍼포먼스 ‘점프’(원안 최철기, 연출 이준상)의 힘찬 도약이 이스라엘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지난 24일 개막한 이스라엘페스티벌(6월9일 폐막)에 공식 초청된 ‘점프’는 30일까지 텔아비브 홀른극장과 예루살렘 셔오버극장에서 총 6회 공연을 성공리에 마침으로써 해외무대 진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29일(현지시간)밤,900석 규모의 예루살렘 셔오버극장은 태권도, 태껸, 쿵푸 등 동양무술과 코미디가 결합된 이색 공연을 즐기려는 가족, 연인 관객들로 북적였다. 온가족이 무술고단자인 집안에 도둑이 들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점프’의 막이 오르자 객석 곳곳에선 폭소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태껸 고수인 할아버지, 무술유단자 큰아들 부부, 취권이 특기인 삼촌, 유연한 발차기의 손녀 등 개성있는 캐릭터의 등장인물들이 소개될 때마다 뜨거운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이들 가족이 벌이는 아기자기한 슬랩스틱 코미디에 즐거워하던 관객은 배우들이 고난도의 공중회전, 점핑, 아크로바틱 등 신기에 가까운 묘기를 벌이자 깜짝 놀란 듯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두명의 남녀관객을 무대에 초대해 코믹 무술대결을 벌이는 대목에선 박장대소가 터져 나왔다. 대사가 거의 없는 공연이지만 막간에 히브리어로 관객에게 말을 걸고, 결혼식 장면을 유대교 의식으로 살짝 바꾸는 등 이스라엘 관객을 염두에 둔 전략도 주효했다. 마지막 커튼콜때 배우들이 흥겨운 리듬에 맞춰 맘껏 기량을 펼치자 객석도 따라서 들썩였다. 이날 공연을 본 리나 샤울(여·25)은 “무술과 연기, 음악 등 모든 요소가 훌륭했다. 아주 재밌는(very funny)공연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지 언론들의 반응도 호의적인 편. 유력일간지 ‘마하리브’는 “영화 ‘와호장룡’처럼 공중회전하고, 루마니아 올림픽팀처럼 점핑한다. 태권도, 춤, 팬터마임, 코미디 등 익숙한 장르의 결합이지만 지금까지의 어떤 공연과도 다르다.”고 평했다. 그러나 “일부 장면은 옛날식이고, 유치하다. 무대배경의 컨셉트도 세련되지 않다.”는 단점도 지적됐다. ‘점프’의 해외진출은 이번이 처음. 이스라엘페스티벌 예술감독 요시 탈 건이 지난해 11월 서울에 와서 직접 공연을 관람하고 공식초청작으로 결정했다.44년 역사의 이스라엘페스티벌은 연극·무용·오페라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종합예술축제로 올해는 전세계에서 55개 단체가 초청됐다. 요시 탈 건은 “트릭이 사용된 영화속 무술이 아니라 진짜 무술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면서 “서양인 취향에 너무 맞추려 하지 말고, 한국 고유의 전통을 잘 살린다면 세계 무대에서 충분히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연(2003년7월)부터 외국시장을 겨냥한 ‘점프’는 그동안 수차례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치며 해외진출을 모색해 왔다. 지난 3월에는 스페인 출신의 코미디 연출가 데이비드 오톤을 쇼닥터로 초빙해 속도감 있는 전개와 코믹성을 강조한 작품으로 탈바꿈했다. 최철기 예술감독은 “이스라엘 공연에서의 공과를 바탕으로 오는 8월 참가가 확정된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서 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예루살렘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4월 대학로 달구는 록뮤지컬 ‘헤드윅’

    4월 대학로 달구는 록뮤지컬 ‘헤드윅’

    록뮤지컬 ‘헤드윅’이 대학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막강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낳았던 이 작품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첫 테이프를 끊은 오만석과 조승우의 ‘여장 연기’는 “역시!”라는 감탄사를 자아낼 만하다. 입소문을 타고 4월 오만석의 출연분도 매진됐다. 이번주부터 소극장 뮤지컬 전쟁이 벌어지는 대학로에서 ‘헤드윅’은 당분간 절대 강자로 군림할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볼거리 금발 가발에 진한 아이섀도와 립스틱.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착 달라붙는 쫄티와 바지를 입고 나타난 오만석과 조승우를 보는 맛은 특별하다. 관객의 90%가 20대 초·중반의 여성임을 감안하면 이보다 자극적인 소재는 없다. 게다가 짧은 가죽 팬츠에 빨간 부츠만을 신은 채 반라로 무대에 선 이들의 모습은 아찔한 유혹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290석 규모의 소극장, 배우의 맨몸을 타고 흐르는 땀과 눈물까지 손을 뻗치면 닿을 정도의 공간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은 무시하지 못할 매력이다. ●뮤지컬이야 록콘서트야? 하드록, 로큰롤, 컨트리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컬 넘버 12곡이 때론 감미롭게 때론 강렬하게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콧소리로 관객을 웃겼던 배우들은 일순간 파워풀한 로커가 되어 무대 위를 껑충껑충 뛰거나 날아 다닌다. 특히 전원 기립 상태에서 이뤄지는 커튼콜 의식.‘사랑의 기원’‘상자 속 가발’‘부술 테면 부숴봐’ 등 3곡이 앙코르로 이어지면 객석은 완전히 흥분의 도가니. 뜨거운 열기는 록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흡입력 강한 연기 미국에 가기 위해 여자가 되고자 했던 동베를린 소년 한셀. 헤드윅으로 이름도 바꾸지만 수술 실패는 남성의 1인치를 남겼다. 두 번이나 버림받은 그는 스스로 “꺾이고 휩쓸리고 재수 더럽게 없는 헤드윅”이라고 말하지만 그러나 “우느니 차라리 웃겠어요.”라는 대사처럼 즐겁고 유쾌하게 진행된다. 오만석과 조승우는 현란한 애드리브로 관객을 배꼽 잡게 했다.“내 몸매는 옆에서 봐줘야 돼. 라인이 딱 살아있어.”(조승우) “더운 게 문제야? 예쁜 게 문제지!여자들은 예쁜 게 장땡이야.”(오만석) 그러나 헤드윅이 자신의 정체성을 고통스럽게 받아들이는 마지막 10분에 이르게 되면 더이상 웃을 수 없다. 조명이 눈을 어지럽히는 가운데 브래지어까지 벗어던지고 가슴 대용으로 쓰던 토마토를 온몸에 짓이긴다. 마치 자신의 거짓된 삶의 껍질을 벗겨내듯. 무대 바닥에 고통스럽게 나뒹굴다 일어나 땀과 눈물로 범벅된 채 부르는 마지막 노래 ‘미드나잇 라디오’는 찡한 감동으로 다가와 눈물샘을 자극한다. ●극적 효과 높이는 장치들 ‘헤드윅’에서 객석은 또 하나의 무대다. 배우들은 객석을 통해 들어오고 나간다. 따라서 관객은 ‘제2의 배우’가 된다. 통로 쪽에 앉은 남성 관객들은 종종 헤드윅의 ‘제물’이 됐다. 오만석과 조승우가 남성 관객의 무릎에 앉아 갖은 교태와 아양을 떠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자지러진다. 영화에서 작게 취급됐던 남편 이츠학의 캐릭터를 잘 살린 점도 눈에 띈다. 같은 처지이면서 이츠학을 학대하던 헤드윅이 이츠학의 성정체성을 인정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츠학 역의 이영미와 백민정은 작은 배역이지만 큰 무게로 무대를 지탱했다. ●오만석 VS 조승우 평소 너무나 남성적인 오만석의 ‘헤드윅’은 의외로 여성적인 매력을 뽐냈다. 볼륨감 있는 몸매나 말투에 있어서 조승우보다 훨씬 여성스럽다. 극을 끌고 가는 분위기는 확실히 다르다. 오만석은 많은 부분 절제했다. 하지만 조승우는 확실하게 망가졌다. 연출을 맡은 이지나씨는 “오만석이 복선을 쌓아가는 형이라면 조승우는 반전을 꾀하는 형”이라고 설명했다.6월26일까지 라이브극장.(02)3485-8740.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生生인터뷰] 아카펠라 뮤지컬 ‘헤이걸’·‘메노포즈’ 연출 권은아

    [生生인터뷰] 아카펠라 뮤지컬 ‘헤이걸’·‘메노포즈’ 연출 권은아

    “올해 이상하게 여자들이 덤비네요.(웃음)” 현재 대학로 인아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아카펠라 뮤지컬 ‘헤이걸’과 새달 올라갈 뮤지컬 ‘메노포즈’의 연출가 권은아(40). 조연출을 맡아 지난달 올렸던 연극 ‘그 여자, 황진이’까지 합하면 올들어 유난히 여자들 이야기로 관객들과 소통해 오고 있는 그다. ●유쾌 발랄한 폐경 이야기 그 자신도 여자이지만 연이은 ‘여자 무대’에 신물이 날 법도 한데 ‘메노포즈’의 대본을 덥석 받아 들었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작품이 너무 재미있어 욕심을 냈다.“폐경이나 갱년기를 우울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이렇게 즐길 수도 있다.’고 알려줄 수 있는 작품이죠.” ‘메노포즈(menopause)’는 ‘폐경기’를 뜻하는 말. 네 명의 중년 여성이 백화점 세일 매장에서 만나 폐경에 얽힌 증상들을 서로 털어놓고 자신들의 변화를 기쁘게 받아들인다는 내용이다.“마지막 장면에서 다함께 ‘YMCA’를 부르면서 파티가 열려요. 관객들도 모두 무대 위에 올라와 함께 즐기는 장이 마련됩니다.” ●독신이지만 이젠 ‘애 낳는 박사’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이야기를 무대 위에 올리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독신이다. 임산부 5명이 나오는 ‘헤이걸’은 연출가의 상상력만으로는 모자라는 부분이 많아 많은 공부를 해야 했다.“임산부 관련 사이트도 들어가고 애 낳는 비디오도 보고 산부 체조 교실에 나가 관찰도 했어요. 임신이 병보다 더 심하더라고요. 아휴∼ 시집가기 더 싫어졌다니까요.(웃음)” 결혼도 안 하고 “애 낳는 박사가 된” 그의 연출력에 ‘헤이걸’의 출산 장면은 많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관객들로부터 ‘눈물 날 정도로 실감난다.’는 평도 듣는다. ●남성들이 꼭 봐야 할 무대 두 작품 모두 남성관객들도 꼭 봐야 할 무대.“‘헤이걸’을 보고 나면 남편들이 아내를 더 살뜰히 챙겨주게 되고 ‘메노포즈’는 ’내 아내가 왜 이상해졌을까’를 알게 해주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깨닫게 해주죠.” 그에게 있어 ‘헤이걸’과 ‘메노포즈’의 공통점은 코미디라는 점.“주성치 영화 마니아”라고 자처하는 그는 “심각하게 만들어도 재미있게 보더라.”라면서 은근슬쩍 본인의 장기를 내비친다. 그가 진짜 하고 싶은 장르는 무협활극. 지난해 대전 엑스포 아트홀에서 잠깐 선보였던 ‘베틀로드 802.15.4’를 만들면서 색다른 재미도 느꼈고 관객의 반응도 뜨거워 즐거웠다. 염두에 두고 있는 작품은 있지만 아직 실현 단계는 아니다. ●연말엔 창작 뮤지컬 계획 올해는 우선 ‘메노포즈’ 외에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올릴 창작 뮤지컬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그가 ‘사부’로 모시고 있는 황인뢰 감독의 ‘커튼콜’(가제)이 회심의 작품. 시력을 잃어가는 뮤지컬 배우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얼마 전 MBC ‘한뼘 드라마’를 통해 방영됐던 소재를 소극장용으로 다시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이에 앞서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트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메노포즈’(5월3일∼7월31일)를 통해 그의 섬세한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02)6000-6790.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生生인터뷰] 佛뮤지컬 ‘노트르담‘ 그랭구아르역 샤레스트

    [生生인터뷰] 佛뮤지컬 ‘노트르담‘ 그랭구아르역 샤레스트

    막이 열리자 짧은 머리의 그랭구아르가 등장한다. 모두가 숨죽인 가운데 장엄미 넘치는 서곡 ‘대성당의 시대’ 첫 소절을 부르는 순간부터 객석은 그의 매력에 단번에 빠져들고 만다. 영·미 뮤지컬과 확실히 다른 맛으로 한국 관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프랑스 오리지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이 작품을 본 관객이라면 무엇보다 가장 빛난 인물이 그랭구아르라는 사실에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다. 극중 사회자이자 음유시인인 그의 인기는 커튼콜 때 여실히 확인된다. 주인공에 이어 그가 등장하면 한층 더 폭발적인 갈채와 환호성이 터진다. 여성팬들은 그 앞에 몰려들어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려댄다. 훤칠한 키에 수려한 외모, 매끄러우면서도 힘있는 목소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창력으로 단연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그랭구아르 역의 리샤르 샤레스트(34)를 5일 그가 묵고 있는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만났다. 캐나다 출신의 샤레스트는 99년 이 작품에 합류한 이래 지금까지 400번 이상 페뷔스만을 연기해온 ‘페뷔스 전문 배우’. 그랭구아르를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한국 공연은 그에게도 뜻깊다. 그런데다 관객의 반응이 이토록 뜨거우니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그랭구아르는 스포츠팀으로 비유하자면 주장 같은 역할이라 누구나 욕심낼만 하죠. 지난해 10월 한국 공연이 있다는 말을 듣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 그랭구아르를 자청했습니다. 사실 그랭구아르는 ‘이방인의 궁전’에서 보듯 자기 목숨을 구제하기 바쁜 인물이에요. 페뷔스처럼 여성을 매혹시킬 만한 멋있는 인물이 아닌데도 사랑받고 있다는 게 기쁩니다.” 혹시 “꿈이 아닐까.”하며 팔을 꼬집어 보기도 할 만큼 믿기지 않는단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그랭구아르를 창조해내고 있다.”고 했다.“그동안 페뷔스로 무대에 서면서 내가 그랭구아르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있습니다. 소설처럼 겁 많고 익살스러운 면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98년 프랑스 초연 이래 그랭구아르를 맡았던 브루도 펠티에의 영향으로 지금까지의 그랭구아르는 모두 긴 머리였다. 짧은 머리는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어 시도한 것.DVD를 미리 접한 관객들은 처음엔 낯설었겠지만 한층 매력적인 그랭구아르의 탄생에 오히려 더 반색했다.“조니 뎁처럼 펑키한 분위기로 자유롭게 비쳐지길 원했다.”며 “가발을 쓰라고 해도 쓰지 않았을 것”이라며 웃는다. 그는 97년 캐나다에서 솔로 앨범을 발표한 가수이자 영화 시나리오, 뮤지컬 극본을 쓰는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래저래 그랭구아르와 통하는 면이 많은 셈. “한국 관객들이 소극적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그는 공연이 끝날 때마다 쏟아지는 기립박수, 환호성에 “기분 좋은 놀라움을 경험하고 있다. 감사하다.”며 현재 공연팀 분위기도 지금까지 어떤 공연보다 최고라고 흐뭇해했다.3월2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501-1377.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공연리뷰] 마리아 마리아-강효성의 힘 & 윤복희 관록

    [공연리뷰] 마리아 마리아-강효성의 힘 & 윤복희 관록

    창작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유혜정 극본, 성천모 연출)는 지난해 제10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 여우주연상 등 4개부문을 석권한 작품이다. 그 여세를 몰아 지난해 12월23일부터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앙코르 공연중이다. 소극장 무대에서 한층 넓어진 무대로 옮겨 왔지만 공연의 빈틈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극적 전개가 빠르다. 그런 만큼 관객으로선 종교를 떠나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무대 위에 다리처럼 놓여진 세트도 시선을 끈다. 다리를 감싸고 위로 뻗어가는 나무덩굴 장치는 등장 인물들의 내적 고민을 표현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이 작품에선 성서 속의 창녀 막달라 마리아와 간음하는 여인이 동일한 인물로 재창조됐다. 막달라 마리아는 바리새인으로부터 예수를 유혹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예루살렘을 떠나 로마로 가고 싶은 그녀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그러나 자신을 조건없이 감싸주며 곧 퍼부어질 돌세례도 걷어준 예수에게 감화돼 다시 태어난다. 타이틀롤을 맡은 관록의 배우 강효성은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첫 곡 ‘활활 타올라라’부터 시종일관 관객들을 빨아들였다. 대사나 동작을 구사할 때 이 노련한 여배우의 타이밍은 기가 막혔다.“예수 이 안에 너 있다.” 같은 조금은 식상한 대사도 때를 잘노려 던지니 웃음이 절로 터져 나온다. 때론 요부처럼 때론 푼수처럼 그러다가 순수한 영혼의 여인으로 거듭나는 그녀는 전혀 무리가 없어 보였다. 그녀의 넘치는 카리스마 탓에 예수 역의 김현성이 다소 밀리는 인상이다. 발라드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변신한 김현성은 음색까지 바꾸며 애를 썼지만 저울의 추가 강효성에게 기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그러나 이것마저 극 전개상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인다. 어차피 작품은 마리아를 위한 것이니까. 인상적인 커튼콜은 여운을 짙게 남겼다. 마리아 엄마로 출연한 가수 윤복희가 몸과 맘을 다해 열창한 ‘당신이었군요’는 가슴 저 밑바닥에서 뭔가 움찔하는 느낌을 던져준다.23일까지.(02)593-0901.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마에스트로 손끝서 탄생한 3色 카르멘

    마에스트로 손끝서 탄생한 3色 카르멘

    역시 ‘마에스트로 정명훈’이다.그의 손 끝에서 전해오는 미세한 떨림은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제 갈 길을 찾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허공을 바라보는 시선엔 모든 소리를 재료로 삼아 상상의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의 영혼이 느껴진다.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소리의 흐름을 따라 흔들리는 그의 몸짓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무아지경에 빠질 정도로 아름답다.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4층에 자리잡은 국립오페라단의 연습실.오페라 ‘카르멘’의 합창 연습이 한창이다.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연습실로 달려온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씨는 피곤한 기색 하나 없었다.합창단원들은 대가의 등장만으로도 긴장했고,소리의 길이,강약,리듬,발음까지 하나하나 교정해 주는 철저한 지도에 귀를 기울였다.엄격하지만 칭찬에도 인색하지 않은 정씨.“역시 한국 사람들은 노래를 잘 해.”라며 만족한 듯한 웃음을 보여줬다.그러나 “발음은 아직 부족하다.”며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새달 7∼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카르멘’은 국립오페라단·프랑스 오랑주 축제위원회·일본 오페라 진흥회가 공동 제작해 프랑스·한국·일본 순으로 공연하는 3개국 합작 프로젝트다.정명훈씨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80여명을 이끌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오페라를 지휘하는 무대이기도 하다.일본 공연은 새달 18∼20일. 출연진도 3개국에서 골고루 뽑았다.카르멘 역에는 정명훈씨가 “카르멘을 위해 태어났다.”고 표현한 프랑스의 베아트리체 우리아 몬존(7·9일)과 일본을 대표하는 메조소프라노 미호코 후지무라(8일)가 캐스팅됐다.이들과 각각 호흡을 맞출 돈 호세 역은 빈첸초 라 스콜라와 정의근씨.코러스는 국립오페라합창단과 일본 후지와라오페라합창단이 반반씩 자리를 채웠다. ‘카르멘’은 자유분방한 집시 여인 카르멘을 사랑하는 군인 돈 호세의 질투가 빚은 비극을 그린 오페라.프랑스 작가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소설이 원작이고,작곡가 조르주 비제가 이를 각색해 1875년 오페라로 초연한 이후 가장 대중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카르멘이 호세를 유혹하려고 부르는 노래 ‘아바네라’를 비롯해 ‘꽃노래’‘투우사의 노래’ 등 많은 아리아가 사랑받고 있다. 이번 공연은 원작 그대로 프랑스어로 진행된다.국립오페라단이 프랑스어로 ‘카르멘’을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정은숙 예술감독은 “5월부터 전문가들을 동원해 한 명 한 명 프랑스어 공부를 철저히 했다.”면서 “62년에 탄생한 국립오페라단이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는 무대”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 앞서 지난 7월 프랑스 오랑주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야외무대인 고대로마극장에서 선보인 ‘카르멘’은 9000석이 넘는 객석이 매진되는 등 이례적인 관심을 모았다.오페라 코미크의 상임연출 겸 음악감독인 연출자 제롬 사바리가 커튼콜 때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할 정도로 정명훈씨의 지휘와 음악 역시 격찬을 받았다. 서울 공연은 오랑주 공연 때와 비슷한 야외무대의 특징을 극장 안에서 맛볼 수 있도록 시원하면서도 정돈된 느낌으로 연출한다.‘폐허 위에서 펼쳐지는 비극’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절제와 역동성을 적절히 배합시키고,무엇보다 음악을 돋보이게 할 예정이다.5만∼25만원.오후 7시30분.(02)586-5282.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연극리뷰] 김태웅 신작 ‘즐거운 인생’

    극작가 겸 연출가 김태웅의 신작 ‘즐거운 인생’(30일까지,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을 보노라면 ‘참,인생이 별건가’싶다.사는 게 ‘덧 없다.’는 부정의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그렇게 거창하고,어렵게만 여길 필요가 없다는 긍정적인 측면에서다. ‘즐거운 인생’의 주인공들은 상식의 잣대로 보면 결코 즐거울 수 없는 인생들이다.노총각 음악교사 ‘범진’(김내하)은 집에선 장난전화를 걸며 히히덕거리고,학교에선 자신을 무시하는 학생들을 매질로 제압하려는 한심한 인간이다.헤어진 여자친구를 못잊어 술김에 찾아가지만 참을 수 없는 모욕만 당한다. 범진의 제자 ‘세기’(박정환)는 번번이 오디션에서 탈락하는 개그맨 지망생.‘세상의 진동을 느껴보라.’는 범진의 충고에 지하철 바닥을 온몸으로 누비는 가짜 ‘앵벌이’ 노릇을 한다.극중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은 범진의 옛 애인 ‘선영’(박미현)이다.1000원짜리 지폐에 전화번호를 남긴 인연으로 범진과 만난 그녀는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무능함을 견디지 못하고,범진의 간절한 청혼도 무시한 채 자살을 택한다. 이 ‘구질구질한 인생들’을 풀어가는 열쇠는 “삶에서 건질 건 사랑과 음악뿐”이라는 범진의 극중 대사다.선영이 자살하던 날 그녀의 집앞에서 소란을 피우던 범진과,지하철에서 광신도와 싸움을 벌인 세기는 경찰서에서 만난다.만우절날,거짓말처럼 학교에서 쫓겨난 둘은 마주보며 웃는다.범진은 세기에게서 보다 넓은 의미의 사랑을 발견하고,‘노래할 수 있으면 끝이 아니다.’며 세기를 다독인다. 김태웅의 장기인 ‘웃음’의 코드는 이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힘을 발휘한다.하지만 그 웃음은 단지 한번 웃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짙은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웃음이어서 가슴 찡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연출가가 애초 의도했던 음악놀이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한 점은 아쉽다.음악수업 장면에서 관객을 끌어들이려는 시도 자체는 참신했으나 자연스럽지 못한 진행으로 오히려 어색한 장면이 되고 말았다.그래도 마지막 커튼콜에서 배우들이 가수 나미의 ‘영원한 친구’에 맞춰 신나게 춤추는 모습은 보너스 치고는 놓치기 아까운 ‘덤’이다.(02)580-1300. 이순녀기자˝
  • 인천시립극단 신임 예술감독 정진씨

    “‘한명회’로 출연한 게 요즘 말하는 대박이었지.인생역전이라고나 할까.나이 마흔 세살에 처음 생긴 목돈 5000만원을 탈탈 털어 소극장을 열었으니 집사람이 좋아했겠어.망했지.모처럼 돈 좀 만지나 기뻐했던 집사람에게 미안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무대에서 까먹고 있어.세상 물정을 모르는 거지.” 서울 중구 충정로 문화일보홀 분장실에서 만난 연극배우 정진(63)씨는 연극 ‘아름다운 사람들’의 마지막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헐렁한 바지춤 사이로 비집고 나온 내복을 추스르는 모습은 막걸리 한사발을 마시면서 구수한 입담을 막 쏟아낼 듯한 영락없는 시장 상인이었다.연극에서도 그는 재개발의 위기 앞에서 혼란을 겪는 영등포시장 상인들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어 안는 상조회 회장 역을 맡았다. 방송 드라마에서 맡았던 조선의 모략가 ‘한명회’로 올드팬들에게 기억되는 그는 이 무대를 마지막으로 예순을 넘긴 나이에 새로운 인생 도전에 나선다.고향인 인천의 시립극단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것이다.40여년 연기 외길을 걸어온 그에겐 무대에서 하는 일이지만 일종의 외도인 셈이다.시립극단에서는 연출뿐만 아니라 행정 책임까지 맡는다.평생 단 한번도 월급을 받아본 적 없는 그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월급쟁이 공무원’직이다.정씨는 인생 2막을 축하해줄 ‘커튼콜’을 듣고 싶어한다. ●시립극단에 실험정신의 물길 열겠다 어느새 원로배우가 된 정씨는 사실 70년대부터 소극장 활동을 해 왔다.극단 신협과 원방각,현재 몸담고 있는 제작극회에 이르기까지 그는 연극배우의 고향 같은 소극장을 지켜왔다.그가 지난 84년 인천에 자비를 털어 만든 연극 전문소극장은 인천 지역 연극계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지금도 인천 구월동에서 공연전용 카페인 ‘진 씨어터’를 운영하고 있다. 시립극단 예술감독직 지원 마감일까지 그는 꽤 망설였다.연기자로서 포기해야 할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시립극단을 지휘하면서는 고집을 버릴 생각이다.예술감독이라고 해서 자신의 색깔만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오히려 더 많은 연출가들을 초빙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한다. 정씨는 “실험적인 무대부터 중후한 무대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서 “나를 벗어날 수 없는 작품은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다.또 “내가 추구하는 예술적 개성만 강요할 게 아니라 세상의 흐름을 좇아 도랑을 치고 물길을 열면서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감각의 스타일을 창조할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극판의 세태에 대한 아쉬움은 감추지 못했다.자본의 논리가 연극계를 지배하고 있는 현실에 불만을 표시했다.관객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정씨는 “경제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연극판에 흥행이란 좀처럼 없어요.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죠.90% 이상이 공짜 관객이죠.따지고 보면 연극을 만드는 사람이 관객인데 이런 현실에서 작품성보다 돈이 되고 안 되고의 기준이 무대를 지배합니다.” 그는 시류와 인기만을 좇는 연기자들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다.지난해 9월 노숙자 문제를 다룬 창작극을 연출했던 그는 후배 연기자의 모습에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꼈다.무대에 오르기로 했던 연기자가 TV 드라마에 섭외된 뒤 펑크를 낸 것.그는 “연기자는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는 공인이라고 생각해야 돼요.개인의 삶에 제약이 될지 몰라도 받아들여야죠.연기자니까요.연출자와 작가,배우가 관객들과 만남을 약속한 것이 바로 연극이에요.” ●미완성 인생이라 연기에 더욱 집착 60학번인 정씨는 동국대 연극영화과 1기 출신이다.79년 TV 드라마에 처음 단역으로 출연할 때까지 20여년 동안 연극무대를 전전했다.무일푼 연극쟁이로 청춘을 보내던 정씨는 서른 아홉살에야 동네에서 얼굴을 익힌 부인 김현규(58)씨와 결혼했다. 배우로 이름을 처음 알리기 시작한 것은 드라마 제1공화국에서 ‘김희갑’ 역할을 맡고부터였다.그러다 지난 84년 ‘설중매’에서 개성있는 한명회를 소화해 내면서 배우 생활의 전환기를 맞았다.각종 단막극에서 개성있고 선 굵은 연기를 선보였다.예상치 못한 인기를 얻게 됐지만 정씨는 연기자로서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그는 “배우는 끝없이 변신해야 하는데 한명회라는 고정 이미지를 깨지 못한 건 반성할 부분”이라고 말했다.희곡도 직접 집필하고 있다.그가 쓴 ‘일요일의 마네킹’은 창작극으로 공연되며 호평을 받았다. 그의 아들 한별(25)씨와 딸 한울(24)씨는 연극을 전공하며 아버지의 길을 잇고 있다.“부모님한테 허락받고 내 길을 걸어가지 않았는데 내 허락이 중요합니까.” 그는 자녀들의 인생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갖고 있다. 늘 미완성 인생이어서 더욱 연기에 집착하게 된다는 그는 예술에 정년이 따로 없다고 말한다.그는 “평생 서민의 모습을 연기했고 나 역시 서민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서 “그들의 애환을 다루는 인물극으로 밑바닥 인생들의 아픔을 달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밝혔다. 그는 현재 인천문화예술회관 개관 10주년 기념작을 준비하고 있다.예술감독 ‘정진’으로 보여줄 첫 작품은 1947년에 처음 공연됐던, 해방 이후 밑바닥 서민들의 삶을 그린 ‘혈맥’이라는 시대극이다. ■ 프로필 ▲41년 인천 출생 ▲60년 인천 동산고 졸업 동국대 연극영화과 제1회 입학 ▲66년 월남전 참전 ▲68년 이해랑 이동극장 순회 공연 ▲72년 극단 원방각 활동 ▲73년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사람 출연,햄릿 다시 태어나다 연출 ▲84년 인기 사극 설중매와 베스트극장 등 TV드라마 출연 ▲2002년 연극카페 진씨어터 운영 ▲2004년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 내정 안동환기자 sunstory@˝
  • 뮤지컬 ‘맘마미아’를 보고/무대·객석 벽 무너뜨린 ‘댄싱 퀸’

    ‘아바(ABBA)여,다시 한번’.아바 음악과 함께 청춘을 보낸 중장년 세대건,전설속의 팝그룹으로만 기억하는 아바 이후 세대건 상관 없었다.30년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생명력 넘치는 아바 음악의 마력에 무대와 객석의 구분은 물론,세대간 벽도 순식간에 무너졌다. 지난 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올린 뮤지컬 ‘맘마미아’(사진)는 지난해 5월 한국 공연 제작발표회 이후 8개월을 손꼽아 기다려온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일주일간의 프리뷰 공연에서 다져진 완성도있는 무대는 영국 런던 오리지널 공연에 견줘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99년 영국 초연 이후 미국,독일,일본 등 이미 여러 나라에서 흥행성을 검증받았다는 점에서 ‘맘마미아’한국 공연의 성공적인 안착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터다.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혼성그룹 아바의 음악이 지닌 대중성,기발한 아이디어와 더불어 인생의 깊이를 담은 줄거리,기능성과 세련미를 동시에 포용한 무대세트는 ‘맘마미아’를 세계적인 대작으로 꼽는데 부족함이 없게 했다. 때문에 이번 한국 공연의 성공 여부는 우리 배우들의 역량과 우리 관객들이 얼마나 잘 호응해줄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결론적으로 첫 공연은 무대든 객석이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줬다.3주간의 ‘지옥’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주연 배우들의 기량은 예상보다 뛰어났다. 특히 세 여주인공 박해미(도나),전수경(타냐),이경미(로지)의 열연은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끈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수차례의 정밀한 번역 과정을 거친 한국어 가사도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매끄러웠다. 관객들의 공도 컸다.여타 뮤지컬과 달리 ‘맘마미아’는 관객이 함께 움직여야 비로소 완성되는 참여형 공연의 성격이 강하다.1막까지 다소 뻣뻣했던 관객들은 2막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박수 장단을 맞추고,어깨를 들썩이며 공연에 몰입했다.모든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댄싱 퀸’‘워털루’를 합창하는 커튼콜 무대는 본공연을 압도하는 대미로 꼽을 만하다. 그렇다고 ‘맘마미아’가 단지 신나게 즐기기 위한 공연만은 아니다.친근한 노래와 화려한 춤 이면에녹아 있는 감동적인 메시지가 없다면 아마도 이렇게 호응을 얻진 못했을 것이다. 모녀간의 애증,중년 여성들의 우정,그리고 청춘의 자아찾기라는 주제야말로 아바 음악에 버금가는 만국 공통어이기 때문이다.4월18일까지.1588-7890. 이순녀기자 co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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