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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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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즈비언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아닙니다”

    “레즈비언 파이, 게이 쿠키 사세요.” 1일 낮 12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연세대 학생회관 앞.‘나는 레즈비언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 티셔츠를 입은 여학생들의 목소리가 지나가는 학생들의 발길을 잡았다. 쑥스러운 듯 눈치를 힐끗 살피다 여학생 앞에 선 한 남학생은 “판매 대금이 성적 소수자를 위한 성금으로 쓰인다.”는 설명에 선뜻 쿠키를 2개 샀다. 행사는 이 대학 총여학생 주최로 학내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레즈비언 문화제’로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을 없앤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행사 주최측의 이름은 ‘이성애 나라의 L(레즈비언)’로 레즈비언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이 다른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가장 인기를 끈 행사는 레즈비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알아보는 ‘질문의 계단’이다. 계단에 새겨진 질문에 따라 ‘예’와 ‘아니오’의 방향으로 올라가다보면 레즈비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볼 수 있다. 행사 첫날인 5월30일 ‘나는 레즈비언 입니다.’라는 셔츠를 입은 10여명의 학생들이 동성끼리 ‘프리 허그’(Free Hug·안아주기)를 하는 플래시 몹(Flash Mob)에는 100여명의 관객이 몰렸다. 또 중·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동성애자 검열 실태를 담은 셀프카메라 형식의 영화 ‘아웃’도 높은 인기를 끌었다. 첫 행사인 만큼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행사를 총괄한 정이나래(21)씨는 “문화제 첫날 아침에 누군가에 의해 찢겨진 플래카드를 발견했고, 행사장에 찾아와 노골적으로 동성애는 죄악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행사 옷을 입고 다니면 주위에서 수군거리며 심지어는 ‘레즈비언이냐.’고 물어와 실제 동성애자들의 상처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문화제를 본 대학생 신모(23)씨는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커밍아웃’이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동성애자임이 밝혀지는 ‘아웃팅’이 당사자들에게 이렇게 많은 고통을 주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또 대학생 김모(20)씨는 “레즈비언에 대해 막연히 가졌던 편견을 씻는 계기가 됐다.”면서 “앞으로도 연례 행사로 정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일본 연예계 “나는 재일교포” 속속 커밍아웃

    일본 연예계 “나는 재일교포” 속속 커밍아웃

    “왜 자신이 재일교포라는 사실을 숨기는가?”  최근 일본 연예계에서는 자신이 ‘재일교포’ 라는 것을 고백하는 연예인들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의 온라인 뉴스 ‘iza’는 “과거에는 재일교포 임을 숨기는 추세였지만 최근에는 재일교포 연예인들이 당당히 ‘커밍아웃’을 하고있다.”고 30일 보도했다.  이같은 일본 연예인들의 ‘재일교포 커밍아웃’은 지난 19일 이즈츠 카즈유키(井筒和幸)감독의 영화 ‘박치기! LOVE&PEACE’가 개봉되면서 주목 받게 되었다.  영화에서 여주인공 나카무라 유리(中村ゆり)가 “일본 연예계에서는 왜 재일교포라는 사실을 숨기는데?”라는 대사를 말하며 실제로도 자신이 재일교포 임을 밝힌 것.  그녀는 지난 20일자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부친이 재일교포 3세이며 모친도 한국 태생이다.” 며 “출신을 숨길 생각은 없었지만 일부러 드러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와 같은 커밍아웃 현상에 대해 일본 연예기획사 ‘휴머니티’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본사람들의 차별 의식이 있어 어려웠지만 이제는 ‘재일교포’임을 밝혀도 괜찮은 분위기인 것 같다.”며 “재일교포 연예인에 대한 생각은 기획사마다 달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한편 지난 1월에는 40여년간 수많은 히트곡을 남기며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와다 아키코(和田アキコ)씨가 재일교포임을 밝혔으며 유명 기타리스트 호테이 토모야스(布袋寅泰)씨도 자신의 저서에 재일교포임을 고백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사진=영화 ‘박치기’ 홈페이지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
  • 체니 할아버지 됐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 부부가 손자를 얻었다. 당당히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한 딸 메리 체니(38)의 아기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은 23일(현지시간) 메리 체니가 워싱턴 시블리 병원에서 아들을 낳았다고 전했다. 아기 이름은 새뮤얼 데이비드 체니이며 메리의 15년 동성애 파트너인 히더 포가 함께 키우게 된다.WP는 메리가 임신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는 어떤 정보도 없다고 전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정운찬 퇴장후 범여권 내부기류] “우리는 친노 아닌 중도”

    “우리는 친노가 아니다. 중도로 봐달라.”(한명숙 전 총리),“왜 이해찬 전 총리를 친노로 분류하나.”(친노진영 한 의원) 이처럼 2일 열린우리당내 대표적 ‘친노 잠룡’ 진영에서 심상찮은 주장을 폈다. 액면 그대로라면 노무현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시도로 들릴 수 있어 눈길을 끈다. 한 전 총리측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친노가 아니다. 중도로 봐달라.”고 했다. 한 전 총리도 “이른바 김심(김대중 전 대통령)도, 노심(노무현 전 대통령)도 결국 (내가) 주도적으로 움직여서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부연 설명했다. 친노그룹의 한 의원은 기자에게 “이해찬 전 총리를 왜 친노로 규정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대선후보로 결단한다면)개인의 권력의지로 움직이는 후보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진영의 이례적인 ‘커밍아웃’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연말 대선이 친노-반노 구도로 굳어질 경우 ‘노무현 심판론’이 형성되는 것을 우려한 언급일 수 있다. 손해를 입지 않으려는 사전포석인 셈이다. 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상승추세인 상황에서 나온 언급이라는 점도 주목거리다. 현직 대통령의 노선 계승론을 내걸기만 해도 친노 잠룡들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데도 굳이 차별화를 꾀한다는 측면에서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의 영향력에 안착하는 종속적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적극 부각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한 전 총리 측 핵심관계자는 이에 대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정책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점에서는 친노라고 해도 틀리지 않지만, 한계는 극복해야 한다.”면서 “무비판적 수용은 없다는 것에 더 무게중심이 가 있다.”고 설명했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열린세상] 지금 배가 어디로 기울었는가/강지원 변호사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

    배가 오른쪽으로 기울면 왼쪽에 힘을 실어야 하고 왼쪽으로 기울면 오른쪽에 힘을 실어야 한다. 이처럼 바라보는 대상이 눈에 보이는 배라면 오른쪽으로 기울었는지 왼쪽으로 기울었는지 금방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배가 아니고 우리네 사회·경제적 현실이라면 그렇게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것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요즘 우리 사회엔 종전에 좌파나 우파로 지목되던 인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위치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심하게는 철저했던 진보인사가 보수정당에 들어가는가 하면, 철저했던 보수인사가 진보정당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더 흔한 경우는 좌파나 우파 인사들이 중도를 표방하며 중앙점 근처를 기웃기웃하는 경우다. 그리고 이론적 근거를 대기 위해 온갖 언어들을 동원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과거식 발상에서 보면 ‘전향’이나 ‘변절’에 속할 것이다. 아니면 좀더 관용적으로 보아 ‘진화’나 ‘타협’으로 봐줄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시각은 개인에게 이념은 불변적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한번 좌파인 사람은 평생 좌파이고 한번 우파인 사람은 평생 우파여야 한다는 공식이다. 과연 그러한가. 다시 파도위의 배 한척으로 가보자. 바다위의 파도는 끝이 없다. 파도가 세차서 배가 좌우로 크게 흔들리면 배는 불안하다. 반면 파도가 조금 잔잔하면 좌우로 흔들리기는 하나 그 폭이 좁아 비교적 안정적이 된다. 이처럼 넓은 바다에 크고 작은 파도는 항상 계속되는 것이고, 그리하여 배는 반드시 좌우로 흔들리게 되어 있다면, 그때 배 위의 사람들은 어찌해야 할까. 그때그때 한쪽으로 기우는 방향을 잡기 위해 반대편에 힘을 싣는 일을 끊임없이 계속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현실도 마찬가지다. 파도는 쉬지 않고 칠 것이므로 사람은 누구나 항상 한쪽에만 서 있을 수만은 없게 된다. 현실을 보는 눈에 따라 좌로, 우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세상엔 늘 별난 사람들이 있다. 시도 때도 없이 한쪽만을 고집하는 이들이다. 이들이 이른바 ‘꼴통’들이다. 세상 변하는 것 모르고 하루종일 이상속에서 스스로를 즐기는 것이다. 이들은 세상을 망해 먹는다. 배를 바다속으로 폭삭 가라앉게 하는 것이다. 평생좌파나 평생우파는 없다. 아니 현실이 변하는 한 없어야 한다. 현실이 변한다면 대책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신이 오늘의 사회·경제적 현실을 어떻게 보느냐이다. 우리는 간혹 자신이 좌파인지 우파인지 뚜렷하게 자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무엇을 기준으로 자신의 위치를 정해야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지금 배가 어느쪽으로 기울었는지를 직시하고 그 반대편에 서면 되는 것이다. 오늘의 우리 현실을 두고도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사회가 너무 왼쪽으로 기울었으니 빨리 오른쪽에 힘을 실어 가라앉지 않게 해야 한다는 쪽이 있을 수 있다. 아마도 요즘 여론조사를 해보면 상당수 국민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시각도 있다. 지금은 그동안 너무 오른쪽으로 기울었던 것을 겨우 일으켜 세우기 시작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좀더 일으키기 위해서는 왼쪽에 더 힘을 실어야 할 때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정치인이나 사회운동가, 언론인은 물론 국민들도 ‘직시하는 습관’에 더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사회·경제적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위치를 정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그것은 곧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정신과도 상통한다. 세상의 변화를 직시하고 생각을 바꾼 것이 틀림없다면 그런 이들을 무조건 비난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격려해야 한다. 다만 위치변동에 대해 교묘한 언설로 변명하지 말고 솔직하게 현실의 변화를 직시하고 생각이 바뀌었음을 커밍아웃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강지원 변호사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
  • [Book Review] ‘동성애 문화’ 탄압과 금기의 발자취

    성적 소수자인 동성애자는 우리 사회에서도 아주 예민한 주제다.“이런 동물 같은 것들!”이라는 극도의 혐오론에서부터 “그것도 취향 아니겠어….”라는 관념적 용인론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본격 동성애 영화가 상영되는가 하면 동성애적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왕의 남자’가 한국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동성애 문화’가 우리 주변에 넘쳐난다. 하지만 이만큼이라도 올 때까지 얼마나 많은 탄압과 금기가 있었던 것일까. ‘동성애의 역사’(플로랑스 타마뉴 지음, 이상빈 옮김, 이마고 펴냄)는 인류 역사와 함께 해온 동성애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한 책이다. 유럽 동성애 연구로 파리정치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프랑스 릴대학 플로랑스 타마뉴 교수는 이 책에서 14세기부터 20세기말에 이르기까지 동성애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특히 문학과 예술작품 속에 등장하는 동성애를 통해 그 탄압과 금기의 역사를 밝혀 준다. 저자에 따르면 동성애의 역사는 침묵과 비난, 금기, 왜곡의 기록들로 점철돼 왔다.‘은폐’와 ‘함구’는 동성애를 지배해온 낱말이었다. 저자는 소돔과 고모라의 공포가 횡행하던 중세부터 현대의 동성애 문화담론까지, 역사적으로 동성애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각 시대의 동성애자들의 초상과 그들의 예술적 상징물들을 통해 되짚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커밍아웃’ 고백이나 종교적 훈시이거나 정치적 견해를 담았던 과거의 동성애 관련서적과는 다르다. 예술작품에서 동성애가 어떻게 표현돼 왔는지 통시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재현의 역사’인 셈이다. 동성애 역사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는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림과 사진, 출판물, 영화 등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감추어졌던 동성애 ‘표현’의 역사를 추적했다. 오스카 와일드, 버지니아 울프, 바이런, 마르셀 프루스트(문인), 앤디 워홀, 프랜시스 베이컨, 데이비드 호크니(화가), 파솔리니, 알모도바르, 데릭 저먼(영화감독) 등 서양예술사의 수많은 인물들이 때로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고통스러운 고백으로, 때로운 억압에 대한 격렬한 저항으로 어떻게 자신의 작품들을 창조해 갔는지 잘 보여 주고 있다. 동성애자들을 ‘자연에 반한 범죄자’로 규정한 중세시대에도 예술의 영역에서 동성애적 욕망은 은유적으로 표현되곤 했다. 도나텔로의 ‘다비드’상은 아찔할 정도로 동성애적 관능미를 보여줬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세례자 요한’에서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허문 중성적 아름다움을 그렸다. 19세기 중반부터는 동성애에 대한 의학적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동성애자가 성도착 환자로 진단받았다. 그러나 예술분야에서 동성애는 크게 유행했다. 아방가르드, 데카당스와 상징주의 예술가들은 다른 것에 대한 이끌림, 기괴한 것에 대한 취향 등의 의도 때문에 동성애에 매혹됐다. 동성애 예술이 크게 유행했지만 제도권과 사회일반의 적대감 또한 팽배했다. 특히 나치는 홀로코스트 당시 수용소에서 동성애자를 유대인보다 낮게 분류해 모두 처형했다. 1960년대 히피문화의 등장으로 동성애자들은 사회의 소수집단으로 자신을 스스로 규정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엘튼 존, 조지 마이클, 보이 조지 등 팝스타들이 잇따라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오랫동안 ‘천형’으로 인식된 동성애를 다양하고 희귀한 비주얼 자료로 읽는 맛도 만만치 않다.264쪽.1만 3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씨줄날줄] 대통령의 애드립/진경호 논설위원

    부시 미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가 백악관 만찬에서 남편을 헐뜯는 말로 좌중을 웃긴 적이 있다. 남편이 밤 9시면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자신은 TV드라마의 ‘위기의 주부’나 다름없으며, 부통령 부인 등과 남성 스트립바에 놀러간 적도 있다고 한 것이다. 대통령 부인의 느닷없는 ‘커밍아웃’에 좌중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한데 이 발언은 즉흥적인 게 아니라 유머작가가 써준 대본이었다고 한다. 유머가 넘쳐나는 미국이지만 이처럼 즉흥적인 듯한 말 뒤에 상대의 호감을 끌어내려는 정교한 계산이 담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인이 3대 웅변가로 꼽는 전직 대통령 링컨, 루스벨트, 레이건도 ‘준비된 즉흥연설’을 애용했다. 숱한 명연설을 남긴 링컨의 경우 무슨 말을 해야 할지보다 하지 말아야 할 말과 침묵해야 할 때를 정확히 알았다고 한다. 더욱이 즉흥연설은 최대한 자제했다. 심지어 주위사람들에게 자신이 침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비전을 전파하라’, 도널드 필립스). “말 자체보다 말의 목적이나 효과에 관심이 있다. 말은 의견 충돌이나 고민을 줄이는 완충제로 쓸 뿐이다.” 링컨의 말이다.‘이웃이 실업자가 되면 경기후퇴고, 당신이 실업자가 되면 불황이다.’등등 촌철살인의 명언을 남긴 레이건 역시 장광설이 아니라 간명하고 힘 있는 메시지로 국민 마음을 파고 들었다. 풍부한 유머가 돋보였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논리형’ 연설은 많은 경우 동교동 지하방에서의 반복된 리허설 끝에 나온 것들이다. 김영삼(YS) 전 대통령도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등 많은 명언을 남겼으나 연설만큼은 참모진이 써 준 것을 충실히 읽는 쪽을 택했다. DJ의 논리와 다변에 YS의 감성을 합쳐 놓은 스타일로 평가되는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이 구설수에 올랐다. 호소력을 높이려고 준비된 원고를 낭독하는 대신 즉석 연설 방식을 택했으나 시간을 못 맞춰 많은 얘기를 놓쳤다. 시간에 쫓기는 대통령의 모습에 많은 국민이 안타까웠을 듯하다. 명연설로 유명한 윈스턴 처칠은 이런 말을 남겼다.“훌륭한 연설은 주제를 물고 늘어져야지 청중을 물고 늘어져서는 안 된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가족연애사 2’로 돌아온 이의정

    ‘가족연애사 2’로 돌아온 이의정

    “웃음과 열정만큼 좋은 보약은 없어요.” 세상에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 존재해 우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사는 게 아닐까. ‘불치병’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며 오롯이 연기에 대한 열정을 사르는 배우가 있다. 외모는 작고 가냘프지만 어느 누구보다 강한 정신력을 가진 그녀가 돌아왔다. 이의정(33)이다. 팬의 사랑이란 보약을 먹어서일까. 그는 지난해 ‘뇌종양’ 때문에 까까머리에 병원복을 입고 우리 앞에 ‘하얀 웃음’을 지어 안타깝게 했었다.‘많이 아프고 힘들 텐데도’ 웃음을 가득 머금은 그녀의 해맑은 얼굴이 되레 팬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사랑의 기적’이란 이런 걸까. 그녀가 병마를 이기고 다시 배우로 웃음과 희망이란 선물을 선사했다. 정말 기적같이 살아난 그녀를 만났다. #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인생을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돈, 명예, 권력…. 하지만 정말 생사를 넘나들었던 사람들은 모두 가족을 꼽는다. 그녀는 “저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머리속을 스치며 지나갔어요. 짧은 인생이지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돈도 연기도 아니고 ‘바로 부모와 친구들’이었어요.”라며 “좀더 잘 해줄 걸 하는 후회에 눈물을 많이 흘렸어요.”하고 말한다. 그래서 요즘 부모와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단다. 지난 크리스마스엔 친구들과 함께 근사한 카페에 모여 수다도 떨고, 연초에는 가족과 여행도 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가장 소중한 것을 알았다는 그녀. 부모는 물론 새벽에 술집에서 떡볶이를 사온 개그맨 한상규, 병마와 싸울 때 그녀의 수족처럼 도와주었던 ‘커밍아웃 1호’ 홍석천, 장대비를 뚫고 아이스크림을 사온 배우 권상우, 뜨거운 눈물을 손등에 떨구던 탤런트 윤다훈, 그리고 병원에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온 친구들…. 이제 빨리 건강을 찾아 그들에게 행복을 선물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며 미소를 가득 머금는다. # 연기는 나의 천직 마음씨 좋게 생긴 그녀이지만 연기에 관한 한 악바리이다.1982년 극단 여인에서 배우의 길로 들어서 25년 동안 연기를 한번도 쉬어 본 일이 없다.‘뽀뽀뽀’의 뽀미 언니를 시작으로 빙그레 등 각종 CF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서 가장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한창 아플 때도 연기를 쉬어 본 일이 없어요. 연기를 해야 엔도르핀이 마구 나오거든요. 아무리 아파도 감독님의 ‘큐’ 사인이 떨어지면 전혀 다른 사람이 돼요.” “그래서 이번 OCN의 가족연애사2에 출연하는 데 특별한 애정이 있어요. 솔직히 전신마비와 항암치료를 병행하며 드라마를 찍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거든요. 의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말렸지만 저는 어떤 약보다 연기가 주는 행복감이 좋았어요.”아픈 몸으로 연기를 할 수 있게 해준 김성덕 감독과 스태프들에게 너무 감사하단다. 그녀는 요즘은 ‘이의정의 뮤직타임’이란 조그만 음악 프로그램만 하고 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도전은 계속될 것이란다. “제가 너무 ‘남셋여셋’의 이미지가 커서인지 재미난 캐릭터만 들어오는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젠 사극이 끌려요. 솔직하고 발랄하면서도 무엇인가 ‘누르는 듯’한 연기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라며 눈을 반짝이는 이의정. 병이 거의 완치되었으나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그녀. 아프기 전엔 하루 이틀 밤을 새우는 것은 기본이었는데 지금은 조금만 무리를 하면 금세 몸에 힘이 빠진다. 스트레스는 금물이라 아직 이렇다 할 활동을 하기엔 이르다. 늘 웃음을 달고 사는 그녀도 서른을 훌쩍 넘겼다. 그만큼 코믹표를 넘어 성숙한 연기자로 우리에게 다가올 날을 기대한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20&30] ‘日流’에 빠진 20~30대 마니아들

    [20&30] ‘日流’에 빠진 20~30대 마니아들

    티켓 예매사이트인 ‘인터파크’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최고의 내한 공연은 미국의 메탈리카나 영국의 오아시스 같은 전설적인 슈퍼밴드가 아니라 지난해 11월 열렸던 일본의 5인조 아이돌 그룹 ‘아라시’의 첫 내한 콘서트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라시가 도대체 누구냐.’는 식의 반응이었지만,8만 8000원짜리 공연 티켓은 예매가 시작된지 1시간여 만에 동이 났고 공연장의 분위기는 폭발적이었다. 공연 외적으로도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일본 대중문화가 더 이상 마니아의 전유물이 아닌 하나의 문화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 단편이다. ●‘일드·일음 마니아’의 커밍아웃 일본 TV 드라마(일드)나 일본 대중음악(일음 또는 제이팝)에 빠진 마니아들은 지난해 꽤나 행복했다.2004년 정부의 일본 대중문화 4차 개방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미쳤던 이른바 ‘일류(日流)’가 거물 스타들의 잇단 방한과 함께 봇물처럼 터졌기 때문이다. 20∼30대 여심(女心)을 사로잡은 배우 오다기리 조와 한국의 동방신기에 비견되는 아라시, 가수 겸 배우인 나카시마 미카 등 스타들이 지난해 대거 한국 땅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이 ‘일류’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계기가 됐다. 그동안 부모나 친구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인터넷 사이트와 소속 팬클럽 등에서 숨 죽인 채 암약(?)하던 마니아들이 비로소 떳떳하게 문화적인 취향을 커밍아웃,‘오버그라운드’로 나설 수 있게 된 셈이다. ‘일드·일음 마니아’의 활동 무대인 인터넷 사이트의 주류는 20∼30대 직장 여성과 대학생들이다. 이들은 인터넷 공유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에 가깝게 일본 TV드라마를 챙겨보는 것은 물론, 자신들이 ‘꽂힌’ 스타들을 실제로 보기 위해서라면 꼭꼭 아껴놓았던 쌈짓돈을 풀어 일본 원정을 떠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노영실(26·여·대학원생)씨는 “대학 때부터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친구 중에 그룹 ‘스마프(SMAP)’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드라마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받아 보고 이것저것 알게 됐다.”면서 “지난해 8월 요코하마에서 스마프 콘서트가 열려 큰 마음 먹고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투자해 5박6일 동안 다녀왔다.120만원이 들었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32·여)씨도 “2003년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삿포로돔에서 열린 남성 듀엣 긴키키즈(Kinki Kids)의 콘서트를 찾은 것을 포함해 틈 날 때마다 공연장을 찾아다녔다. 한국에 돌아오면 찾아가고 싶어도 어려울 것이란 생각에 밥값을 아껴가며 쫓아다녔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민진(25·여)씨 역시 “대학 다닐 때 친구들이 일본 아이들을 좋아했지만 별로 동조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백수시절 기무라 다쿠야가 주연한 드라마 ‘롱 베케이션’을 보게 됐고, 나랑 똑같은 (백수) 처지에 있는 캐릭터를 통해 일종의 구원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독특하고 다양한 콘텐츠, 날 중독시켰다” 일본 대중문화의 어떤 매력이 숱한 20∼30대들을 중독자로 만든 것일까.“독특한 테마, 끊임없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발하고 풍부한 콘텐츠, 내공이 묻어나는 탄탄한 구성과 이를 소화해내는 스타들의 역량”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사랑 타령만 하는 국내 드라마와 달리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면서도 나름의 색깔을 잃지 않은 것이 일본산 콘텐츠의 장점이다. 드라마와 영화, 소설이 연결된 ‘원소스 멀티유스’의 성격도 마니아들이 금단 현상을 느끼며 일본 대중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다.2005년 선풍적 인기를 끈 ‘전차남(電車男)’처럼 실화가 드라마와 영화 등으로 매체를 바꿔가면서 계속 빠져들게끔 만든다. 김진아(28·여)씨는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인 ‘하늘에서 떨어지는 1억개의 별’은 스릴러 같으면서도 사랑 얘기가 버무려진,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획기적인 드라마였다. 이런 점이 ‘일드’의 매력이다. 또 ‘노다메 칸타빌레’나 ‘너는 펫’같이 만화로 본 작품들이 드라마로 나와 상상을 자극하는 것도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일류 확산은 싫다” vs “여럿이 함께라서 좋다” ‘일류’의 저변이 폭발적으로 넓어지는 것에 대한 마니아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정부의 공식개방 조치 이전,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때부터 각개전투로 빠져들었던 세대 가운데 일부는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프리랜서 기고가인 이유리(26·여)씨는 초등학교 때 처음 ‘맛’을 본 뒤 중·고교 때 천리안 등 PC통신에서 내공을 키운 예다. 이씨는 “최근 홍수를 이루는 얼치기 팬에 섞이기 싫어 인터넷 팬클럽에서는 활동하지 않는다. 난 아이돌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문화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그런 이들과는 차별을 두고 싶다. 요즘 애들을 보면 ‘나는 (그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저변이 넓어지는 것에 대해 환영하는 마니아들이 더 많다. 이 바닥에 입문한 지 20년이 가까운 강규임(35·여·인테리어업)씨는 “함께 공유하고 즐길 수 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드라마를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되는 게 좋다.”면서 “적어도 일본 문화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악플’을 다는 부류는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윤모(28·여)씨는 “솔직히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든지 말든지 상관 없다. 다만 국내에서 시장의 파이가 커지면 접근성이 좋아지고 관련 상품을 구하기도 쉽게 되니까 좋을 따름이다.”고 밝혔다. ●“무작정 베끼기는 그만” 하지만 ‘일드·일음 마니아’들은 국내 TV 교양·오락프로그램과 드라마, 대중 음악계에서 일본 것을 ‘베껴먹기’ 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우려했다. 은행원 김모(31)씨는 “우리나라에서 하는 쇼나 오락프로그램에는 독창성이 없다.‘황금어장’도 ‘스마스마’의 일부와 ‘고코리코’의 ‘미라클타입’이란 꼭지를 섞어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쇼프로를 보면 ‘아! 이건 뭐 베꼈네.’란 생각이 딱 든다.”고 꼬집었다. 김정아(26·여)씨도 “최근들어 ‘하얀거탑’이나 ‘연애시대’같이 일본 작품을 리메이크한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우리나라 드라마나 예능프로도 좀 독창적이었으면 좋겠다.‘일밤’에서 하는 ‘경제야 놀자.’를 보면 예전에 일본 TBS의 ‘학교에 가자.’란 프로그램의 컨셉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2006년이후 내한한 일본 스타들 ●우에노 주리(3월10일, 영화 ‘스윙 걸즈’) ●오다기리 조(3월11일, 영화 ‘메종 드 히미코’) ●사와지리 에리카(3월12일, 영화 ‘박치기’) ●나카시마 미카(3월13일, 영화 ‘나나’) ●아사노 다다노부(7월6일, 일본 인디필름페스티벌 중 영화 ‘녹차의 맛’) ●구사나기 쓰요시(8월29일, 서울 드라마어워즈) ●고토 마키(9월9일, 전 ‘모닝구 무스메’ 멤버, 콘서트) ●고다 구미(9월22일, 아시아 송페스티벌) ●아라시(11월11일, 콘서트) ●윈즈(w-inds)(11월25일·mnet·KM 뮤직페스티벌) ●기무라 요시노(7월3일,‘한일공동방문의 해’ 홍보대사) ●아오이 유(2007년 1월7일, 영화 ‘허니와 클로버’)
  • ‘이브’되려면 병역 마쳐라

    ‘이브’가 되려거든 군대부터 다녀와라? 대법원이 지난 6일 여성으로 성전환하려는 남성은 병역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을 신설해 시행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대법원이 지난 6월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정정신청을 허가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허가기준은 모두 7가지로 만 20세 이상이고 무자녀·미혼일 때 성전환수술을 받아 외관상 다른 성으로 바뀌었을 것 등의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특히 병역의 의무가 있는 남성이 여성으로 전환하려면 병역의무를 이행했거나 면제받아야 한다고 못박았다. 대법원은 성별정정이 병역 면탈 또는 범죄은폐에 악용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병적·전과·신용정보를 조회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대해 동성애자인권연대 관계자는 “억압된 군생활 속에서 자의든 타의든 커밍아웃을 했을 때 차별과 억압은 사회에서보다 더 심하다.”며 성적소수자들에게 병역이행을 강제한 것에 반대했다.반면 여성이 되고 싶은 남성들은 대부분 입대전 신체검사에서 진단서와 진술 등을 통해 면제를 받거나 현역으로 입대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병역의무 규정이 대수롭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최현숙 위원장은 “오히려 비용문제와 위험 등을 고려할 때 성전환수술을 강제한 것은 독소조항”이라고 꼬집었다. 대법원이 호적변경을 신청할 때 전문의사의 진단서·감정서 외에 성장환경에 대한 본인과 보증인의 진술서와 부모 등 직계존속의 동의서를 제출토록 한 것도 논란거리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천하장사 마돈나’ 공동시나리오 · 감독 이해영 · 이해준

    ‘천하장사 마돈나’ 공동시나리오 · 감독 이해영 · 이해준

    배우나 작품 자체만큼 감독이 주목받기란 흔한 일이 아니다. 톱스타에게 쏠리는 현상이 유별난 충무로에서라면 더욱이나 그렇다.31일 ‘천하장사 마돈나’(제작 싸이더스FNH·반짝반짝)를 개봉시키며 입봉 감독이 된 시나리오 작가 이해영·이해준 커플 이야기다. 커플이라니?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고등학생의 성 정체성 고민을 코믹화법으로 에두른 영화의 정체를 알고 나면 이 동갑내기 남자감독 커플은 어째 더 수상해진다. 같은 대학(서울예대) 같은 학과(광고창작)의 동기생에서 출발해 둘의 프로필은 완벽하게 일치해 왔다.▲2000년 인터넷 디지털 단편 ‘커밍아웃’각본 ▲2001년 ‘신라의 달밤’원안 ▲2002년 ‘품행제로’각본 ▲2004년 ‘안녕 UFO’각본 ▲2004년 ‘아라한 장풍대작전’각색. 여기에 이름까지 닮은꼴이니 그들의 ‘기묘한 동거’(실제로도 같은 집에 산다)가 궁금할 밖에. “커밍아웃할 사이 아닌가 싶죠? 그런 사이는 절대 아니구요.(웃음)”(이해영, 이하 영) “공동시나리오 작업 때문에 한 집에 살지만, 그래서 더 철저히 서로의 사생활엔 무관심해요. 그래야 오래 함께 일할 수 있으니까.”(이해준, 이하 준) 대학시절 둘이 의기투합한 배경은 간단했다.“전공에는 관심없고 영화에만 관심있는 취향이 일치했고, 펜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게 시나리오 같아서” 무작정 덤벼들었다.2,3년 습작기간을 거쳐 비교적 순탄하게 충무로에 안착할 수 있었던 행운남들이었다. 3년 전 TV에서 여고생 씨름부 이야기를 보다가 무릎을 쳤다. 여자가 되고 싶어 누구보다 ‘남자답게’ 모래판을 뒹구는 남자아이 이야기(천하장사 마돈나)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런데 왜 직접 메가폰을 잡기로 했을까.“소재가 소재인 만큼 극중의 아주 작은 뉘앙스에 따라 작품의 질감이 달라질 테니까요. 본연의 뉘앙스를 살릴 수 있는 건 우리 밖에 없다고 판단했죠.”(준) “우리에겐 ‘감독’이 아니라 ‘…마돈나’가 먼저였던 거죠. 취향으로 밀고나갈 영화인데 아무한테나 우리 취향을 강요할 순 없잖아요?”(영) 이번 만큼은 남주기 아까웠다는 완곡어법이다. 영화는 ‘웰컴 투 동막골’의 소년병사 류덕환을 뚱보 씨름장사로 만들었다. 코미디 계보에 줄서는 드라마이긴 한데 뒷맛이 평범하지 않다. 성전환 수술비를 마련하려 씨름판에 뛰어든 소년의 이야기에는 코믹하되 낯선 ‘공기’로 꽉 차 있다. 한국 코미디의 방식을 답습하고 싶지 않았기에 때리고 욕하는 극성맞은 전형들을 자제했다. 그런데 시사회장의 관객반응에 놀랐다.“남자주인공이 립스틱을 칠하거나 여자속옷을 입을 때 싸해지는 보수적 분위기는 예상했던 대로구요. 전혀 의도하지 않은 대목에서 폭소가 나올 땐 당황스러워요.”(영) “웃음이나 감동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준)는 연출의도가 ‘…마돈나’를 적잖이 낯선 코미디로 만들었다. 과장된 음향효과를 의도적으로 걷어내 좀 심심하다는 평가도 듣는다. 의도가 제대로 먹힌 셈이다.“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지극히 비주류적 소재가 범대중적 코믹 드라마로 인정받는 성취를 맛보고 싶었거든요.”(영) 첫 연출작에 거창한 바람은 없다. 타인에 대한 이해가 있는 한국형 코미디의 새 전형이 됐음 좋겠다는 것, 그뿐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꽃미남과 여전사(전2권)/이명옥 지음

    21세기 남녀 트렌드는 단연 메트로섹슈얼과 콘트라섹슈얼이다. 아름답고 부드러우면서 감성적인 남자, 씩씩하고 능력있는 여자가 각광받고 있는 것. 오랜 기간 터부시되던 여자같은 남자, 그리고 남자같은 여자가 새롭게 평가되는 이유는 뭘까. 남과 여란 성적 코드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문화예술사적으로 탐색해온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이 이번엔 최근 각광받는 꽃미남과 여전사에 돋보기를 들이댔다.‘꽃미남과 여전사’(전2권, 노마드북스 펴냄)는 인류 문화유산인 신화, 종교, 심리학, 예술, 대중문화의 근원지를 탐사하면서 남자와 여자가 반대의 성과 닮은꼴이 되어가는 현상을 흥미롭게 파헤친 책이다. 저자는 우선 ‘남자다운’‘여자다운’이란 전통적인 남녀관은 가부장제 존속과 사회통제를 위한 것이었음을 밝힌다. 하지만 부권제 몰락에 이은 페미니즘 운동, 남녀 양성을 부추기는 대중문화의 확산, 동성애자의 커밍아웃이 메트로섹슈얼과 콘트라섹슈얼, 즉 꽃미남과 여전사의 등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각권 1만 25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이상형? 女 “돌쇠없느냐” 男 “강한 ‘걸’ 좋아”

    이상형? 女 “돌쇠없느냐” 男 “강한 ‘걸’ 좋아”

    그 해에 결혼하면 잘 산다는 ‘쌍춘년(雙春年)’을 맞아 어느 해보다 많은 청첩장이 날아든다. 결혼식의 주인공들은 자기들이 평소 바랐던 이상형을 만났기 때문에 평생 해로를 약속한 것일까. 배우자감을 바라보는 그 남자, 그 여자의 속사정들을 들여다봤다. ■ 그 여자의 이상형 ‘기자 출신의 뉴스앵커, 유복한 집안, 서글서글하면서도 준수한 외모, 한 여자만 바라보는 순정남….’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폭발적인 시청률로 막을 내린 SBS드라마 ‘하늘이시여’에서 거의 유일하게 비난의 화살을 비껴간 인물이 있다. 현실세계에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조건을 갖춘 왕모의 극중 별명은 ‘돌쇠’. 아니 ‘왕모 왕자님’ 보고 돌쇠라니. 열혈팬들의 항의가 이어질 법도 하지만 시청자들은 오히려 마님과 돌쇠가 된 자경과 왕모의 사랑을 부럽게 지켜봤다. 그녀들의 이상형이 변하고 있다. 제 잘난 맛에 사는 ‘싸가지 왕자님’이나 우유부단한 성격에 물러 터져서 여자에게 험한 꼴을 겪게 하는 ‘착한 어린이 왕자님’, 터프함과 남자다움으로 모든 것을 승부하려는 ‘조폭 왕자님’은 한물 간 지 오래. 지금 그녀에게 힘이 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내 편이 돼 주는 듬직한 ‘돌쇠’다. 스스로 마님이 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이제 백마 탄 왕자님은 ‘아웃’이다.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김모(29·여)씨는 누구보다 남자 고르는 눈이 까다롭기로 소문 났었다.20대 초반 입사 직후에는 직업과 연봉만 봤고, 입사 2∼3년차가 되자 외모를 봤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믿음직하고, 편하게 기댈 수 있는 남성을 원한다.“퇴근 후 한 시간만이라도 나를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잘난 남자는 지겨워요..” 스물다섯 최영아(학생·가명)씨가 여러 번의 소개팅 끝에 고른 남자친구도 외모나 능력이 별로 튀지 않는 평범한 회사원이다.“내가 다른 사람과 문제가 있을 때 잘난 남자들은 내가 뭘 잘못했는지,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방법을 일러 줬죠. 하지만 정말 힘이 되는 건 ‘이런 나쁜 X’이라고 함께 욕해 주는 사람이더군요. 이른바 조건 면에서 좀 떨어져도 든든하고 내가 채워줄 수 있는 부분도 많은 사람이에요.” MBC 드라마 ‘주몽’에 등장하는 실수투성이 ‘귀여운 카리스마 도련님’ 스타일도 여성들의 마음을 끈다. 매우 어리숙한 면을 보이지만 밉살스럽기보다는 오히려 내면의 의지를 돋보이게 한다. 그래서 많은 여성이 ‘주몽(송일국 분)’을 보면서 귀여우면서도 강인한 남성을 꿈꾸게 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요즘 여성들이 전설의 여전사 ‘아마조네스’처럼 능력 있고, 적극적으로 변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김덕미 커플매니저는 “요새는 여성 본인이 능력이 있으니까 남자의 직업이 확실하기만 하면 전처럼 전문직 여부와 연봉 등은 따지지 않는다. 결혼 뒤에도 연애 같은 기분을 지속하기를 원하며, 동생 같고 친구 같은 남성을 본인이 챙겨 주면서도 동시에 따뜻하게 지지받기를 바라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그 남자의 이상형 ‘낭만은 짧고 인생은 길다.’ 광고 카피는 세태를 반영한다.10년 전까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를 외치며 낭만을 강조했던 광고 카피는 이제 “현실을 직시하라.”고 외친다. 예쁘고 늘씬하면 모든 게 ‘용서’가 되는 남자들도 평생 다홍치마 속에 파묻혀서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무원인 최모(31)씨는 증권사에 다니던 현재의 아내 정모(30)씨가 결혼 전인 2001년 11월 현모양처가 되겠다며 ‘커밍아웃’을 한 순간을 생생히 기억한다.“난 결혼하면 집에서 그냥 아이 키우면서 살림만 하고 싶어. 그래도 되지.”“으으…응. 그래. 근데 서운하지 않겠어.” 말이 떨어진 후 이틀 만에 아내는 졸업 후 줄곧 다니던 (돈 많이 주던)증권사에 사표를 냈다.“솔직히 후회하죠. 순간 갈등했지만 그렇게 말하는 게 남자답고 호탕해 보여서 그랬는데. 지금 같으면 아마 말리지 않았을까요.” 맞벌이가 아니면 살기 힘든 시대다. 안정적인 직업이면서도 출퇴근 시간이 확실해 집안일도 챙길 수 있는 여자는 남자들이 바라는 ‘영순위 신부감’이다. 직장 일과 집안일을 병행하기 좋은 직업을 가진 부인. 남자들의 희망에는 다분히 현실론과 이기심이 배어있는 듯하다. 최근에는 집안일을 하면서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재테크를 통해 재산을 부풀리는 수완을 갖춘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형 주부도 신붓감으로 환영받고 있다. 결혼 3년차인 정모(36)씨는 CFO형 아내의 덕을 톡톡히 본 경우다. 정씨는 주식부터 펀드, 부동산까지 재테크에 밝은 아내의 수완으로 3년 만에 경기도 평촌에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한 채 장만했다. 서씨는 “결혼 이후 내가 아깝다며 솔직히 시큰둥해하던 친구들도 이제는 제 아내의 여동생은 없냐며 소개시켜 달라고 보챌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다고 남자가 여성의 외모를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남녀 모두 배우자 선택에서 가장 많이 본다는 ‘성격’을 제외하면 ‘외모’(59.9%·복수응답)는 여전히 2순위 조건이다. 듀오 브랜드전략팀 주소영 주임은 “예전에는 억세고 강한 여자는 소박감이라고 했지만 많은 남성들이 강한 여성을 선호한다.”면서 “여성들도 순종적이고 전통적인 여성다움을 거부하는 대신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소득을 우선시해 부부를 동반자적인 파트너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男들은 교사아내를 좋아해 진실한 사랑은 억겁의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다지만 배우자상, 그 중에서도 상대방의 직업에 관한 한 문제가 다르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남녀의 직업 선호도는 어떻게 변해 왔을까. 이는 사회 흐름을 알려주는 흥미로운 지표이기도 하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1996∼2005년 남녀별 배우자 직업 선호도를 분석해 본 결과 여성의 경우 경기 사이클과 여성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이상적으로 꼽는 직업에 차이가 났다. 경기가 호황을 누리던 96년에는 ‘대기업 사원’(65.3%)을 압도적으로 선호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이른바 ‘IMF시대’가 시작된 97년에는 ‘전문직’(42.2%)과 ‘공무원’(13.7%) 등 안정적인 직업이 상승세를 탔다. 거꾸로 대기업 직원은 6위(8.2%)로 멀찌감치 밀려났다. 이런 경향은 99년까지 계속되다가 2000년 벤처 열풍이 일면서 바뀌었다.‘정보통신 관련 직’이 35.5%로 전면에 등장했다. 그러나 2001년 벤처 거품이 붕괴되면서 다시 ‘전문직’(43.8%)이 1위를 탈환했다. 전문직은 2003년까지 1위를 유지했으나 2004년 42.0%의 지지를 얻은 ‘공무원·공사 직원’이 새로운 스타로 등극했다.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은 2005년에도 지속돼 공무원·공사 직원이 1위 자리를 지켰다. 기존에는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던 ‘교사’가 22.4%의 선호도로 2위로 새롭게 부상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듀오측은 “높은 연봉을 받지만 불안정한 직종보다는 다소 연봉이 적더라도 안정적인 직종을 여성들이 선호하고 있다. 여심이 이렇게 요동치는 동안 남성들의 선호도 역시 많이 변했을까. 의외로 남성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배우자 직업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10년간 부동의 1위는 ‘교직원’.2004년에는 남자 두명 중 한 명꼴인 53.1%가 ‘교사 아내’가 최고라고 했다. ‘전문직’은 98년까지 2위를 차지했지만 99년 25.5%에 그치면서 ‘공무원’(27.4%)에 자리를 내줬다.2002년에는 ‘금융직’이 8.9%로 3위에 올랐고,2003∼2005년에는 ‘일반 사무직’이 3위 자리를 유지했다. 출퇴근 시간이 일정한 ‘봉급쟁이 아내’를 선호하는 요즘 남성들의 생각이 반영된 셈이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World cup] 앙리 “난 브라질 팬”

    ‘킹 앙리’의 ‘커밍아웃’? 프랑스의 간판 티에리 앙리(29·아스널)가 “난 삼바축구의 열렬한 팬”이라고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30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앙리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독일월드컵 브라질과의 8강전을 앞두고 “브라질 축구는 그들 정체성의 일부다.”면서 “그들의 유니폼에 있는 다섯개의 별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브라질에서 사람들은 축구공을 갖고 태어난다고 봐도 된다. 해변과 길거리, 학교에서 모두 축구를 한다. 축구를 향한 열정이 그들을 다섯 차례나 세계 챔피언에 올려놓고 그토록 환상적인 팀을 만들었다.”고 극찬했다. 그는 또 미드필더 주니뉴(리옹)를 예로 들며 “주니뉴 같은 선수는 프랑스 리그를 완전히 주름잡는 선수지만 브라질대표팀에서는 선발 라인업에 들기도 힘들 정도”라면서 “이는 브라질이 어떤 팀인지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앙리는 자신이 8살 때인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브라질과 프랑스가 8강에서 만나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프랑스가 이겨 4강에 진출했던 순간을 단 1분도 빼놓지 않고 기억한다면서 “당시에도 브라질은 대단한 팀이었고 경기를 지배했다.”고 회상했다. 98프랑스월드컵 결승에서 브라질과 만났던 앙리는 8년 만에 다시 브라질과 조우하게 된 데 대해 “팬들로서는 그들과의 대결이 꿈 같은 일이겠지만 우린 그들과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에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케이블도 동성애 열풍?

    ‘왕의 남자’‘브로크백마운틴’ 등 최근 영화계에서 흥행 코드로 떠오른 동성애가 TV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프리미엄 영화채널 캐치온은 여성 동성애자인 레즈비언의 삶과 사랑을 다룬 화제의 드라마시리즈 ‘L 워드 시즌2’를 3일부터 매주 월·화 오전 10시 방영한다.‘L 워드’는 미국 케이블채널 쇼타임이 방송 중인 인기 프로그램.‘L’은 레즈비언(Lesbian), 욕망(Lust), 사랑(Love), 삶(Life), 자유(Liberty) 등을 함축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다양한 레즈비언 커플의 삶과 사랑을 다룬 미국 최초의 레즈비언 드라마로, 캐치온을 통해 ‘시즌1’이 최초로 국내에 소개됐다. 5명의 레즈비언과 이성애자 가족,1명의 양성애자, 두 남녀 커플 등 다양한 인물들이 서로 사랑하고 질투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며, 대담한 표현과 화려한 영상으로 시선을 끈다. 특히 레즈비언의 삶을 통해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사랑과 성, 삶의 선입견을 깨버리는 묘미도 있다. 아이를 가지고 가정을 꾸리기 위해 노력하는 레즈비언 커플, 남자친구가 있지만 자신의 성 정체성에 고민하는 작가, 주위 시선 때문에 커밍아웃하지 못하는 유명 테니스 선수 등 서로의 관계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삶의 새로운 단면을 깨닫게 해 주는 것. 디지털케이블TV 영화채널 스토리온은 5일부터 19일까지 매주 수요일 한국·홍콩·미국 등 3개국의 동성애를 들여다볼 수 있는 퀴어 영화를 모은 ‘3개국 퀴어 스토리’특집을 마련했다.황정민·정찬 주연의 한국영화 ‘로드무비’(5일)를 시작으로, 장국영·양조위가 열연한 홍콩영화 ‘해피투게더’(12일), 리버 피닉스·키아누 리브스가 동성애자로 나온 ‘아이다호’(19일)가 시청자를 찾아간다. 남자를 사랑한 한 남자와, 그를 사랑한 한 여자의 엇갈린 삼각관계를 그린 ‘로드무비’는 청룡영화제 신인감독상·신인남우상 등을 받은 수작.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마이너리티 리포트] “어느 직업이든 동성애자 5~10%”

    고교 교사 최준원(가명·32)씨와 서울의 한 구청 공무원인 박철민(가명·36)씨는 동성커플이다. 물론 주변에는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긴다. 직장에 알려지면 `끝장´이란 걸 잘 알고 있다.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아우팅´에 대한 공포가 극심하다.“학교에 알려지면 대번에 학부모들이 `우리 애들을 저런 변태한테 맡길 수 없다.´고 들고 일어날 겁니다.”●알려지면 `끝장´ 인식… 性정체성 숨겨 동성애 단체 등은 통계적으로 전체 인구의 5∼10% 정도가 동성애자라고 추정한다. 따라서 사회 어느 곳에도 동성애자가 비슷한 비율로 존재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공무원, 교사, 판·검사, 의사, 정치인 등 어느 직능집단에도 동성애자 커뮤니티가 있다. 워낙 쉬쉬해서 알려지지 않을 뿐. 레즈비언의 경우 여성과 동성애자라는 이중의 핸디캡 때문에 더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명문대 법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A씨.“내 주변, 정상적인 사람 가운데는 동성애자가 없을 것이라는 편견이 가장 문제”라면서 “내가 아는 현직 법조인만도 10명이 넘지만, 왕따나 승진 배제 등의 피해가 불보듯하니 정체성을 숨기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말하지 못하는 답답함´과 아우팅의 공포에 늘 `위장´을 해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위장결혼후 이중생활도 동성애자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탓에 결국 이성애자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간다. 동성애자로 살아가기가 워낙 힘들다 보니 `위장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종로에서 게이바를 운영하는 천정남(36)씨는 “단골 손님 중에는 전문직을 가진 `주말 게이´나 `주말 기혼 게이´가 대다수”라면서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결혼´이 성공의 한 요인이다 보니 이들을 탓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결혼생활은 순탄할 수 없다. 타고난 욕구를 누르며 사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이중생활을 하며 괴로워한다. 동성애자임을 숨기고 십수년을 살다가 결국 이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동성애 혐오증을 갖는 `다수´에게 항변한다.“범죄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피해를 주지도 않는데 왜 동성애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갖고 태어난 욕구를 죽여야 하나요.`너흰 우리랑 달라서 싫다.´는 건데, 이건 결국 우리 사회가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반증입니다. 나와 다르면 무조건 잘못됐다는 생각, 동성애자뿐 아니라 다른 사회적 소수자를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죠.”(박철민씨) “당사자들이 나서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가장 진보적 공간인 대학에서조차 커밍아웃은 쉽지 않죠. 커밍아웃을 할것인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여전히 고민입니다.”(A씨)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마이너리티 리포트] “변태” “내 주변엔 없길”… 편견 여전

    동성애자들은 근본적으로 동성애자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동성애를 ‘비정상´‘변태성행위´로 치부하는 시각, 심지어 ‘유해한 것´이나 ‘에이즈의 원흉´이라고 오해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일부 연예인의 커밍아웃 등을 통해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편견들은 여전하다. 주부 김모(55)씨는 “안됐다는 생각은 들어도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은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동성애에 관련된 정보는 특히 청소년에게 유해한 만큼 차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비정상´으로 태어난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장려해야 할 문제도 아니다.”라는 말에서 그 세대의 편견이 묻어난다. 회사원 박모(31)씨는 “그들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내 주변에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최현숙 위원장은 “사회가 ‘다름´을 받아들이는 태도, 한번쯤 ‘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동성애뿐 아니라 모든 사회적 약자 문제를 다루는 기본”이라면서 “특히 편견 속에 소수로 존재하는 이들을 소외시킨다면 결국 그 사회는 누구도 진정으로 행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마이너리티 리포트] ‘레주파’ 방송 반년만에 소통창구로

    [마이너리티 리포트] ‘레주파’ 방송 반년만에 소통창구로

    “매체가 우리를 조명해 주길 바라거나 왜곡된 언론 보도에 대응을 하기보다는, 이제 우리 스스로 목소리를 내려고 합니다.” 지난해 8월 국내 최초로 레즈비언을 대상으로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쏘아올린 ‘레주파´는 ‘레즈비언 주파수´라는 뜻의 라디오 제작팀이다. 성소수자문화인권센터 등이 주관한 미디어교육 이수자 8명이 모여 매주 수요일 마포FM에서 방송되는 음악프로그램 ‘L 양장점´을 만들고 있다.‘레즈비언을 위한 맞춤 방송´이라는 뜻이다. 대부분 20대인 이들은 처음부터 “심각한 ‘운동´이 아니라 재미있게 우리의 이야기를 방송하자.”는 뜻으로 뭉쳤다. 당초 영상물 형태를 생각했으나 커밍아웃의 위험이 없는 라디오를 택했다. 보통 음악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초대 손님도 있고 청취자의 사연을 읽어주기도 한다.“여자친구와 100일 됐어요. 축하해 주세요.” 하는 내용도 있고 “애인과 헤어져 힘들어요.” 하는 사연도 있다. 언뜻 엿본 그들의 이야기는 이성애자들의 소소한 생활과 전혀 다르지 않다.“이성애자들이 방송을 듣고 ‘얘들도 우리랑 똑같네.´ 하는 생각을 한다면 일단은 성공한 거죠. 거부감이 조금 줄어들 테니까요.” 이들 대부분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다.A(22)씨는 “동성애를 마치 전염병처럼 보거나 ‘얘가 나를 좋아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막연히 ‘다름´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레주파´는 방송 반년 만에 레즈비언들의 소통 창구로 자리잡았다.“이성애자들도 함께 들으며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방송이길 기대합니다.”‘레주파´는 수요일 밤 12시 마포구 일원에서 FM 주파수 100.7㎒에서 방송되며, 카페(cafe.daum.net/lezpa)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마이너리티 리포트] (1) 동성애자- 30代의사의 독백

    [마이너리티 리포트] (1) 동성애자- 30代의사의 독백

    동성애자와 혼혈인, 장애인 등 소수자로 불리는 사람들의 숫자가 조금씩 늘고 있다.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소수자일 뿐이고 인권이 많이 향상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사회와 제도의 냉대 속에 살고 있다. 그들의 세상에 대한 불만스러운 외침과 ‘다수자´들의 대답을 생생한 목소리로 들어본다. 안녕하세요, 전명환이라고 합니다. 서른여섯 먹은 응급의학과 전문의입니다. 나이는 조금 많지만 그래도 남들이 최고의 신랑감이라고들 하죠, 후후. 그런데 저는 게이입니다. 아니, 의사 같이 ‘멀쩡한´ 사람 중에도 동성애자가 있냐고요? 제가 성가심을 무릅쓰고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죠. 제가 참여하는 동성애자 의사 모임의 회원만 120명이 넘는다면, 대답이 될까요. 못 믿겠다고요? 하긴 취재 기자도 ‘게이 의사´가 있다고 하니 신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한달음에 찾아왔더군요. 하지만 “내 주위엔 동성애자가 없다.”는 생각이 차별과 편견의 시작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얘기를 해 드리죠. 주변의 한 평범한 의사라고 생각하고 들어주세요. 참, 이 글은 저를 인터뷰한 기자가 재구성한 것입니다. 사춘기 때 처음 성 정체성을 느꼈지만 ‘동성애=변태´라는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 쉽게 받아들이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나 사회운동에 몰두하면서 애써 외면했죠. 그러다 본과 4학년 때 ‘이제는 나 자신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갖 관련 서적을 탐독했죠. 최초의 커밍아웃은 인턴 때, 친한 여자 후배에게 했습니다.“너희 사귀냐.”는 얘기를 숱하게 들었던, 참 아끼던 후배였습니다. 털어놓았죠.“우린 연인이 될 수 없어. 왜냐면, 나는 게이거든….” 그녀에게는 상처를 준 셈이죠. ●가족성화 못이겨 위장결혼 문제는 가족이었습니다. 레지던트 2년차 때, 집안이 뒤집어졌죠. 독실한 기독교이신 부모님은 제가 사탄의 꾐에 빠졌거나 약물중독 같은 나쁜 길로 가고 있다고 여기셨고,“내가 잘못 키워서….”라며 죄의식마저 가지셨습니다. 저를 집과 병원에만 묶어 두셨고, 자취 집을 강제로 옮기기까지 하셨죠. 결혼에 대한 압박도 심해져 주말마다 강제로 선을 봐야 했습니다. 견디다 못해 저는 ‘위장결혼´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점차 “결혼했으니 애 낳아라.”는 식의 압박이 계속됐고, 역시 안 되겠다는 데 동의해 결국 1년 만에 끝냈습니다. 8년간 한 가족과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아직도 부모님은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십니다. 저더러 “부모형제에게 누를 끼친다.”라거나 “차라리 스님이 되지 그랬니.”라고도 하십니다. 어머니랑은 연락을 아예 끊고 삽니다. ●부모마저 못받아들여… 진행중인 전쟁 동성애자인 것을 웬만해선 숨기고 사니 사실 드러내놓고 당하는 차별이나 불편함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어떨 땐 차라리 얼굴에 ‘동성애자´라고 써 있었으면 싶습니다. 왜냐, 장애인이나 다른 소수자들은 적어도 그 ‘실체´는 인정받으니까요. 그런데 우리 동성애자들은 극히 ‘드문´ 정도가 아니라 ‘비정상적인´, 그래서 생각할 가치도 실체도 없는 존재로 취급받곤 하죠. 사실 따지고 보면 이성애자가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다수´라는 점밖에 없습니다. 그 ‘다수´의 이름으로 ‘소수´를 비정상으로 몰아붙이는 것, 얼마나 폭력적인가요. 사람들은 왜 ‘소수´를 배척하려는 걸까요. 내 자식이나 형제, 동료가 동성애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번만 해 본다면,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없을 겁니다. 또 그런 가능성조차 두지 않는 당신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당신 주변에도 분명 있을 겁니다. 장담하죠. 이런 인터뷰를 해봤자 괜히 ‘게이 의사´도 있다는 식으로 화젯거리나 되는 건 아닐지 내심 걱정이네요. 참, 위의 제 이름은 가명입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남자 전업주부’ 9년째 차영회씨

    ‘남자 전업주부’ 9년째 차영회씨

    “전업 주부(主夫)를 하겠다는 남성들, 진정으로 양성평등 의식이 있는지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차영회(46)씨는 올해로 9년째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대학에서 기독교 교육을 전공하고 출판업에 종사했던 그는 1997년 외환위기의 칼바람에 직장을 잃은 뒤 아내 대신 집안일을 돌보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아내가 회사에서 팀장이 돼 연 4000만원 이상을 벌어 오지만 당시만 해도 아내만의 수입으로 살림하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그러나 경제적인 어려움보다도 어린 아들(현재 초등학교 6학년)을 놀이터에 데리고 나가 놀 때 받았던 따가운 시선이 더 힘들었다. 강산이 한번 변할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남녀 직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일로써 사람을 봐야 하는데 성별에 따라 일을 구분하고 있죠. 밖에서는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유독 집에서만은 남녀 역할이 고정돼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상황에 떠밀려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섰지만 9년간 느끼고 체득한 바가 크다. 집안일을 하면서 비로소 아내를 이해하게 됐고, 거기에서 우러나온 믿음이 행복한 결혼생활의 밑바탕이 된다는 것을 절감했다. 처음 방송을 통해 ‘살림하는 남자’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렸던 것은 동성애자의 ‘커밍아웃’과도 같았다. 요즘 젊은 남성의 상당수가 ‘나도 집에서 살림할 수 있다.’고 대놓고 말하는 걸 보면 엄청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젊은 사람들이 그저 기특하게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살림만 하겠다는 생각이 양성평등 의식에서가 아니라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큰 문제입니다. 살림하겠다는 남자들 가운데 지금 집에서 직접 양말을 빨아 신고 설거지 하는 사람의 비율이 30%라도 될지 의문입니다. 지금도 안하는데 나중에 결혼에서 하겠다는 것은 일종의 허풍 아닌가요.” 이혼 사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성격차이’는 상당부분 가사분담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맞벌이 가정에서 남편이 아내에게만 가사를 미루는 게 불씨가 돼 결국 이혼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가정의 일은 어느 한쪽이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결해야 합니다.” 그는 “요즘 가정해체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면서 “속을 들여다보면 70% 이상이 남자로부터 문제가 비롯된다.”고 덧붙였다. 전업주부로서 그가 얻은 것은 아내에 대한 이해, 나아가 여성에 대한 이해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직접 키울 수 있었던 것이 그에게는 그 어떤 경험보다 소중하다. 요즘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학교 2학년 딸아이를 대하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그동안 함께 해왔기 때문에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오징어로 만드는 요리 빼고는 웬만한 음식은 문제없다는 주부 차영회씨. 사회생활과 집안일 모두 경험해 본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한테 가장 맞는 것, 상대방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돕는 것이 바로 함께 살아가는 법 아닐까요.”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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