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헌의 캔버스 세상] 새싹들 꿈의 힘으로 평화를 부른다
꿈은 이루어진다. 이 사실을 우리는 한·일 월드컵 축구경기에서 생생히 확인했다. 물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꿈을 현실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음속이든 종이 위든 부단히 꿈을 그려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가장 초보적인 형태의 노력이지만, 가장 중요한 형태의 노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미술관에 새로 설치되어 지난 6일 개막식을 가진 ‘5만의 창, 미래의 벽’은 어린이들의 꿈으로 이뤄진 벽화다. 이 작품을 기획하고 주도한 사람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설치미술가 강익중. 강익중이 국토의 남단 마라도에서 북단 대성동까지 전국의 어린이 5만명에게 자신의 꿈을 그리도록 격려해 그것을 모은 것으로 벽화를 제작했다.
어린이들이 그린 작품은 모두 가로 세로 3인치(7.62㎝) 크기. 그것을 대학생에서부터 군부대 장병, 외국인 노동자, 보호관찰 대상자, 지역 노인 등 다양한 계층의 자원봉사자들이 나무틀에 붙이고 액체 플라스틱으로 코팅을 해 완성했다.5만점이나 되는 작품이다 보니 가로 72m, 세로 10m의 벽면을 가득 채웠다.
강익중이 3인치×3인치의 작품을 제작해 뉴욕 화단에서 각광을 받은 이야기는 미술계에서 이제 유명한 전설이 돼 있다. 가난한 유학생으로 아르바이트에 시달리느라 그림 그릴 시간이 없자 지하철에서라도 그리려고 그는 이 작은 작품을 제작했다. 꿈과 집념을 담은 이 시리즈는 마침내 그에게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을 안겨주었고,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등 여러 공공장소에 다투어 설치되는 인기 작품이 되었다.
강익중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1999년부터 한반도와 세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작은 그림을 수집해 이를 단기 혹은 영구 설치하는 작업을 병행해오고 있다.‘10만의 꿈’(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부지,1999),‘놀라운 세계’(유엔본부,2001),‘희망과 꿈’(알리센터,2005) 등이 그 대표작이다. 여기에 ‘5만의 창, 미래의 벽’이 새로 추가됐다. 꿈의 힘으로 세계무대에 우뚝 솟은 작가답게 새싹들의 꿈의 힘으로 지구촌에 평화와 행복의 바람이 불게 하겠다는 신념을 담았다.
‘5만의 창, 미래의 벽’을 보노라면 그 훈풍이 ‘나비 효과’처럼 언젠가 강력한 태풍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 바람은 아마도 한반도에 제일 먼저 불어올 것이다. 강익중은 남북문제가 해결되면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안정되고 평화로운 시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념 대립의 마지막 얼음이 녹아내리고 동북아의 안정과 번영이 이뤄지면, 그것이 세계 평화의 엔진이 되어 지구를 그만큼 행복한 곳으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다.
“운전을 하면 자동차 범퍼나 사이드미러까지 나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부모의 부모, 자식의 자식이 나로 연결되고, 나는 우리로, 우리는 다시 세계로 이어진다.”
모자이크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그의 작은 그림들은 세계가 하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