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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에게 바친 우주

    엄마에게 바친 우주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정연희(67) 작가의 개인전 ‘저 멀리, 또 가까이’가 5월 13일까지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열린다. 정 작가의 작업 포인트는 우주다. 끝없이 펼쳐진 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는다. 물감을 바가지로 부어 자유자재로 흘려서 밑바탕을 잡고, 그 위에 그림을 올린다. 그림은 배나 성당의 설계도면이다. 배와 성당은 인간이 고난에 저항하기 위해 구축한 구조물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방향은 약간 다르다. 배는 고독하게 헤쳐나가는 결의를, 성당은 그 와중에서도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마음의 안정을 뜻한다. 이는 15년 전쯤 난소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관련 있다. 어머니는 3년 투병 기간 동안 마지막 1년 반을 병원 침실에서 누워만 지냈다. 성악을 했으나 결혼과 함께 그 모든 꿈을 접었던 어머니, 자기 딸만은 그렇게 살지 않길 바라면서 그림을 그리라 재촉했던 어머니가 너무도 외롭고 힘들 것만 같았다. 병간호 때문에 정신 없었던 시절이 지난 뒤 그림을 누워서도 볼 수 있게 걸어드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업실을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으로 옮기면서 그 꿈을 캔버스에 부렸다. 물감을 흘려 광활한 우주를 만들고 그 위에 배를 띄우고 성당을 짓고, 독특하게도 천장에 걸거나 바닥에 깔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던 것은 그 때문이다. (02)519-080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반갑다! 놀토”

    “반갑다! 놀토”

    주5일 수업이 시행되면서 캠핑, 여행, 체험학습 등이 가족 단위로 이뤄져 아웃도어 업체들은 이번 시즌 캠핑과 아동용 제품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캠핑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다. 동호회 중심의 캠핑 문화가 가족 단위의 문화로 확산되고 있어서다. 캠핑 인구는 약 60만명으로 추정되는데 3년 후에는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12개 매장에서 운영 중인 캠핑 체험관을 올해 2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캠핑이 사계절 레저로 자리잡은 데다 가족 단위 ‘캠핑족’이 늘면서 업체들은 이번 시즌 실내 공간이 넉넉한 거실형 텐트에 주력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가 선보인 텐트의 침실은 성인 4인 기준에 맞췄으며,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거실 공간도 넓혔다. 대형 텐트에 투명 비닐 창문인 TUP창을 부착하도록 해 추운 날씨에도 바깥을 볼 수 있으며,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뉴킹덤(왼쪽)’은 여기에 맞춰서 나온 제품이다. 겨울철 모든 장비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넉넉하다. 사이드 차양이 있어 우천 때나 더운 날씨에 열어 둘 수 있어 좋다. K2도 캠핑 물량을 전년 대비 50% 확대하고, 매출 140% 신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K2는 텐트뿐만 아니라 용품에 있어서도 내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제품의 컨셉트를 잡고 야전 침대, 컴포트체어, 테이블부터 캠핑용 씽크대 및 건조대, 칼과 도마 세트까지 침실에서 주방까지 모든 제품을 갖췄다. 아웃도어 업체는 패밀리룩 완성이 목표다. 이에 따라 키즈라인을 속속 강화하고 있다. 블랙야크는 이번 시즌에 3~7세 어린이용 제품의 물량을 전년 대비 4배 확대했다. 목표 매출액도 전년 대비 3배나 늘려 잡을 정도로 시장을 밝게 보고 있다. 재킷, 레인코트, 바람막이 점퍼 등 스타일도 다양화했지만 이번 시즌 처음으로 아이들 제품에 고어텍스 소재를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 성인용 제품에 쓰인 기능적 특성이나 디자인 등을 그대로 적용, 역시 패밀리룩 연출에 초점을 맞췄다. 대표 상품은 후드에 야크 모양의 뿔로 포인트를 준 ‘K 캔버스재킷’(오른쪽).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이미지를 재킷 전체에 적용해 귀여움을 한껏 살렸다. 블루와 아이보리 색상으로 나왔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전주 ‘영화의 성찬’… 오감이 즐겁다

    전주 ‘영화의 성찬’… 오감이 즐겁다

    전주는 영화 팬에겐 설렘이자 고통이다. 밑반찬 하나도 허투루 남길 수 없는, 젓가락을 쉴 틈 없이 움직여 보지만 배가 불러 더 먹을 수 없는 안타까움을 안기는 전주의 상차림을 떠올리면 될 터.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오는 26일부터 새달 4일까지 영화팬에게 작업을 건다. 42개국 184편(장편 137편, 단편 47편)을 상영한다. 2010년 209편, 지난해 190편에 이어 6편을 더 줄였다. 대신 극장 좌석 수는 6287석을 늘렸고, 일부 작품은 상영 횟수를 3회로 늘렸다. 프로그램의 밀도는 높이고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한정된 시간에 맛집 순례를 해야 하는 열혈 영화팬을 위해 유운성·맹수진·조지훈 프로그래머의 추천작 9편을 추렸다. 출산의 세기 (유운성의 한마디:6시간 동안 서서히 몰입시킨다. 라브 디아즈 감독의 영화 중 가장 통렬하고 가슴 저미는 결말) 필리핀의 거장 디아즈가 ‘멜랑콜리아’(2008)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수년째 영화를 못 만드는 영화감독 호머는 영화제 프로그래머로부터 영화 완성을 독촉받는다. 한 이교도 집단은 한 처녀의 이탈로 큰 충격에 빠진다. 전혀 관련 없는 두 개의 이야기는 6시간 후에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결말로 수렴된다. 후지산의 혈창 (유운성:기묘하게 뒤틀린, 지적이고 비판적인 시대극/맹수진:사무라이 신화를 유쾌 통쾌하게 해체하는 코믹활극) 한국에선 극소수 작품밖에 소개되지 않아 미지의 감독으로 남아 있는 일본영화 거장 우치다 도무(1898~1970)의 1955년 작이다. 젊은 사무라이 고즈로는 하인 둘을 데리고 귀중한 찻잔을 운반하는 임무를 맡는다. 주사가 심한 고즈로는 취중에 사무라이 계급의 위선에 분노해 칼을 뽑아든다. 파닥파닥 (맹수진:수족관에 갇힌 고등어의 필사 탈출기. 한국 애니메이션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 지난해 ‘마당을 나온 암탉’의 뒤를 이을 토종 애니메이션 기대작이다. 바다를 자유롭게 누비던 물고기가 그물에 걸려 탈출을 꿈꾼다는 설정은 ‘니모를 찾아서’를 떠올릴 법하다. 하지만 귀여운 물고기의 모험극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자유를 갈망하는 고등어, 수조 안의 권력자 넙치 등 생생한 캐릭터, 산 채로 회가 떠진 채 눈과 입만 끔뻑이는 물고기 등 사실적인 그림체가 눈길을 끈다. 이대희 감독과 스태프들이 5년을 작업한 노작이다. 드라이레벤 (조지훈:지난해 최고의 독일영화. 각각 1시간 30분 분량의 3편의 장편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독특한 형식) 독일을 대표하는 중견감독 크리스티안 펫졸트, 도미니크 그라프, 크리스토프 호르호이슬러가 참여했다. 독일에 있음 직한 소도시, 하지만 허구의 도시인 드라이레벤에서 펼쳐지는 기이한 사랑과 범죄의 3부작이다. 각각의 영화는 저마다 줄거리로 마무리되는 자족적 성격을 갖지만 몇몇 연결고리에 의해 세 편이 이어진다. 르 타블로 (조지훈:폴 세잔과 마티스에게서 영감을 얻은 아름다운 디자인과 색채,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수작) 프랑스를 대표하는 노장 애니메이션 감독 장 프랑수아 라귀오니(73)의 네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채색의 정도에 따라 계급이 나뉘는 캔버스의 세계에서 미완성된 캐릭터가 그림을 완성하려고 화가를 찾아 떠난다는 기발한 발상에서 비롯됐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아름다운 얼굴색을 찾아주고자 캔버스의 경계를 넘나드는 라모와 친구들의 모험을 그렸다. 관용의 집 (유운성:세기 전환기 파리 매음굴을 19세기 말 퇴폐주의 분위기가 집약된 소우주처럼 그린, 관능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영화) 인간관계를 매개하는 육체의 문제에 집요하게 관심을 기울여 온 프랑스 감독 베르트랑 보넬로의 신작이다. 프랑스 영화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는 지난해 세계영화 ‘베스트 10’ 중 8위로 꼽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매춘부의 삶을 통해 노골적 착취의 역사 속에서 노동, 섹스, 자본의 관계를 탐구한다. 개들의 전쟁 (맹수진:액션영화의 상투적인 관습을 따르는 듯하면서도 절묘하게 피해 가는 묘한 재미. 한국 시골 액션영화의 새로운 지형) 한가로운 시골 동네에서 보스 자리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양아치들의 삶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했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꼬리를 내리고 마는 수컷들 사이의 팽팽한 기싸움과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를 독특한 어조로 담아냈다. 뮤지컬 스타에서 충무로로 보폭을 넓힌 김무열의 첫 단독 주연작. 몸 전체로 사랑을 (맹수진:한국영화의 세대논쟁을 불러일으킨 ‘영상시대’의 문을 연 작품. 숨겨진 역사와 만나는 기쁨) 한국영화의 암흑기인 1970년대 선배 세대와 단절을 선언하고 네오리얼리즘(이탈리아), 누벨바그(프랑스) 등 세계영화계의 움직임에 호응해 영화적 혁신을 추구한 하길종·홍파·이원세·이장호 감독, 변인식 평론가를 중심으로 한 동인운동 ‘영상시대’ 특별전의 일환으로 상영된다. 시나리오 작가로 먼저 이름을 알린 홍파 감독이 1973년 발표한 문제적 데뷔작이다. 자이언츠 (조지훈:사춘기 소년이 겪는 전복적이면서도 유쾌하고 때론 빈정거리는 모험담.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의 프랑스식 해석) 시골의 가족별장으로 휴가 온 자크와 세스 형제. 그곳에서 또래 대니를 만나 할아버지의 차를 훔쳐 타는 등 인생에서 가장 짜릿한 자유를 만끽하며 위험천만한 여행을 시작한다. 지난해 칸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아트시네마상을 받는 등 평단의 호평을 받은 불리 라네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부산 실종 여대생 사인은 익사”

    부산에서 20대 여성이 산책을 나간다며 집을 나간 지 8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12일 오후 3시 20분쯤 부산 모 대학 2학년 문정민(21)씨가 해운대 대천 공원 인근 호수에서 숨져 있는 걸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119 구조대원 4명을 동원해 대천 호수에서 수색을 벌이다가 수심 5m 아래에서 숨진 문씨를 발견했다. 대천 호수와 문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장소로 알려진 해운대 교육지원청 인근까지는 직선거리로 1㎞ 이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검안 결과 문씨는 실종 당시 입었던 보라색 카디건에 검정색 바지, 캔버스 운동화 차림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문씨의 손발이 묶이거나 몸에 특별한 외상은 없었으며 귀에는 이어폰을 낀 상태였으며 휴대전화도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그 결과 “외상은 없고 물에 빠져 숨진 것(익사)으로 확인했다.”면서 “어떻게 물에 빠졌는지는 알 수 없어 실족과 자살·타살 등 모든 가능성을 놓고 다각도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문씨는 지난 4일 오후 11시 20분쯤 주거지인 해운대구 좌동 자신의 아파트 인근 대천공원 주변으로 산책하러 나간 뒤 실종됐다. 당시 문씨는 집을 나간 지 30분 뒤인 오후 11시 50분쯤 어머니와 마지막 전화 통화를 하며 “강가(대천천 주변)를 걷고 있는데 이제 집에 가겠다.”라고 말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
  • 21세기에 서양 고전풍을 고집하다… 그게 어때서?

    21세기에 서양 고전풍을 고집하다… 그게 어때서?

    젊은 작가의 작품 하면 으레 수수께끼를 기대할 법도 하다. ‘전위적’이라는 명분이 있으니 직접적이고도 강렬한 감정이 폭발하는, 아니면 감탄사가 터져나올 반어법적 요소를 숨겨놓은 작품을 선보일 것만 같다. 그런데 박민준(42) 작가의 그림은 그렇지 않다. 때는 바야흐로 21세기 최첨단의 시대라는데 버젓하니 서양 고전풍의 그림을 그린다. 숱한 도상과 상징을 품고 있던 그 시대 그림들 말이다. 이런 전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가령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는 같은 움직임의 고양이를 두 번 보는 데자뷔 현상을 통해 공간에 뭔가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도상이나 상징에서 흔히 고양이가 활용되는 방식이다. 배낭여행, 어학연수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그림 ‘읽기’가 유행하면서 관심의 대상이 되긴 했으나 지금은 그리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옛이야기들 같아서다. 그런데 작가는 여전히 그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가령 타로카드에서 힌트를 얻어 그린 ‘7개의 삶’ 같은 작품은 ‘정의’가 ‘중용’ 카드를 내밀고 있는 광경이다. 여자가 정의고, 내밀고 있는 그림이 중용이다. 여자의 뒷 배경에 있는 그림들은 모두 각 카드마다 ‘정의’, ‘용기’, ‘절제’ 같은 덕목들을 상징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용이란 뭘까. ‘영원으로 가는 길2’에 그려진, 외줄타기하는 그림이다. 그 옆에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 떨어지는 이에겐 중심 잡는 이가 이상형일테고, 중심 잡는 이에겐 떨어지는 이가 긴장감을 더해줄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올림포스의 방’이라는 작품에 다시 고스란히 등장한다. 여러 작품에다 일관된 세계를 부여한 것이다. 왜 이런 스타일이 좋았을까. “어릴 적부터 21세기의 카라바조, 21세기의 렘브란트가 되겠다는 게 목표였거든요. 굉장히 이성적으로 그림 그리는 푸생도 무척 좋아했어요.” 그러고 보니 2006년 홍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간 곳이 일본의 동경예대 ‘재료기법학과’다. “원래는 이탈리아를 가고 싶었는데, 언어 익히는데만도 몇년이 걸릴 것 같아서 일본을 택했습니다. 재료기법학과에선 뭘 배우냐고요? 물감, 캔버스 같은 재료들을 어떻게 만드는지 배워요. 회화과라기보다 화학과하고 비슷해요.” 어린 시절부터 늘 궁금했단다. 어떻게 그 옛 시절에 만든 그림이 요즘 그림보다 더 때깔이 좋을까. 그 덕에 작품 하나 하는 데 시간이 제법 걸린다고 한다. 캔버스 제작에서부터 밑그림 작업에다 세밀한 마무리까지 공이 많이 들어서다. 그나마 손이 워낙 빨라 서너 달이면 한 작품이 나온다 했다. 지향점도 특이하다. ‘예술가’보다는 ‘장인’이 되고 싶다 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 같은데, ‘예술혼’과 ‘영감’ 운운하는 ‘아티스트’가 워낙 넘쳐나다 보니 특이하게 들리기도 한다. 동시대 미술에 대한 생각도 간명했다. “스타일은 옛것이라도 나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면” 그게 동시대 미술이라 했다. 요즘은 약간 벗어나볼까 생각 중이다. 기법적인 부분에 너무 관심이 쏠려서다. 그러고 보니 작품 가운데 ‘아르고호의 선원들’이 눈에 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아르고원정대에 빗댄 것인데, 방향을 잡지 못해 방황하는 작가가 투영되어 있다. 그 결과는? 전시장 입구에 걸린 ‘무곡’ 연작을 보면 된다. 스타일의 변화가 슬쩍 눈에 들어온다. 전시는 22일까지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 (02)519-080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불안·그리움 담은 섬세한 마음의 풍경화

    웬만해선 문장 하나가 두 줄을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간결하다. 그렇게 촘촘히 문장들을 써내려 가면서 만든 문단을 모아 아이들이 복작거리는 피아노학원을 만들고, 어정쩡한 상태로 함께 살고 있는 옛 연인을 그리고, 다소 기이한 성장담을 들려준다. ‘여름’(문학과지성사 펴냄)은 단편소설 ‘늑대의 문장’으로 2004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은 작가 김유진(31)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이 책이 특별한 것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문학지에 발표한 단편소설 8편이 각각, 단정한 문장들을 쏟아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리듬감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편의 구성 역시 큰 틀에서 묘하게 연결고리를 갖는 듯하다. 과거와 현재의 교차, 흔하지 않은 관계, 섬세하게 도드라지는 풍경 같은. 그중에서도 작가는 ‘풍경’에 더 많은 애정을 부여했다. 첫 번째로 실린 ‘바다 아래서, Tenuto(테누토·악보에서 음을 충분히 지속시키라는 음악 용어)’부터 확연히 느껴진다. 인물 K의 일상이 단편영화 한 편 보는 듯 세세하다. 눈을 떠 “밤새 떠나 있던 영혼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침대에 앉아 있다가 “원룸 발코니에 트렁크 차림에 양말만 신고 양치질을 하는” 아침, 까만 얼굴에 분홍색 옷을 입는 소녀를 응시하는 오후, 오밤중에 고기를 구워 대는 이웃에게 투서를 날린 밤이 구체적으로 펼쳐진다. 이어지는 ‘희미한 빛’에서도 작가의 성향은 이어진다. 전 남자친구가 사귀는 여성의 외모와 행동을 표현하는 것이나, 고용센터의 분위기나, 과거 B와 만든 추억 등이 그렇다. ‘대체 왜 이렇게 풍경에 집중할까.’라는 의문이 생길 즈음 세 번째로 실린 표제작 ‘여름’에서 얼핏 답을 엿본다. ‘…상자는 모두 손으로 만들어야 해요. 지름이 5센티미터건, 1센티미터건. 그래야 각각의 상자마다 크기나 형태에서 미묘한 차이가 생겨나니까요. 그 차이는 나중에 수백 개의 상자를 일정한 패턴으로 캔버스에 옮겨 붙였을 때, 작은 틈을 만들어 줍니다. 그 공간이 변화와 균형감을 만들어 주지요. …큰 그림을 봅니다. 수백 수천 개의 모서리가 만들어 내는 질감, 경계가 희미한 형태들이 주는 모호한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나는 감정을 가진 형태들을 풍경이라 부릅니다.’(76~77쪽) 전화로 만난 작가는 그 풍경을 “글을 쓸 때 가진 소박한 목적”이라고 했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그런 것에서 발견하는 풍경을 그리고 싶었다.”는 작가는 “그 안에 인물이 있지만 앞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단출하면서 미묘한 상황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드러나지 않는’ 인물은 바로 단편 대부분에서 화자인 ‘나’, 하지만 관계 속에서 그 존재는 투명에 가까운 ‘나’이다. ‘희미한 빛’에서 전 남자친구와 어정쩡한 동거를 하는 ‘나’와 ‘물보라’에서 L과 어딘가로 가고 있는 ‘나’, ‘우기’에서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난 ‘나’가 있다. ‘나’는 한 발짝 물러나 있지만, 그려내는 풍경에서 거북함, 불편, 불안, 외로움, 그리움 등 감정을 담아낸다. 평론가 조연정이 해설에서 말한 “김유진이 그려낸 섬세한 마음의 풍경화”가, 그래서 이 소설들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확한 말이지 싶다. 하나 더. 마지막 단편 ‘나뭇잎 아래, 물고기의 뼈’를 제외하고 인물 이름이 죄다 영어 이니셜이다. “이름을 붙이는 것은 인물들에게 엄청난 운명과 성격을 부여하는 느낌이라 부담스러웠다.”는 게 이유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놀토 시대… 아웃도어 의류 어린이 눈높이로

    놀토 시대… 아웃도어 의류 어린이 눈높이로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봄철 키즈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주5일제 수업을 맞아 체험학습, 캠핑, 여행 등 야외활동 기회가 늘어나 아이들 제품 수요가 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K2는 온가족이 다 함께 입어 ‘패밀리룩’을 연출할 수 있도록 주니어라인을 대폭 강화했다. 7~13세 초등학생들을 위한 제품 물량을 전년 대비 20% 늘리고 재킷과 티셔츠, 팬츠 등의 기능성 의류를 30가지 스타일로 다양화했다. 이번에 선보인 ‘남아용 클라이밍 안감 재킷’은 가볍고 얇은 방수 원단을 사용해 비나 오염물이 스며들지 않고, 내구성이 우수한 케블라 원단을 덧대 옷이 해지는 것을 방지해 준다. 여아용 제품인 ‘방풍 재킷’은 바람은 막고 땀은 배출시켜 주는 경량의 소재에 물방울 무늬를 전체적으로 넣어 기능성과 함께 귀여운 느낌까지 강조했다. 남아용 재킷은 15만원대, 여아용은 9만원대다. K2 관계자는 “자녀들과의 야외활동을 위해 아웃도어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디자인은 물론 활동적인 아이들을 위해 기능성도 놓치지 않는 제품을 점차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야크도 아이들 제품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이번 시즌 3~7세 어린이들을 위한 제품의 물량을 전년 대비 4배로 늘렸다. 물량과 제품 수를 확대한 만큼 목표 매출액도 전년 대비 3배나 늘려 잡을 정도로 시장을 밝게 보고 있다. 재킷, 레인코트, 바람막이 점퍼 등 스타일도 다양화했지만 이번 시즌 처음으로 아이들 제품에 고어텍스 소재를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 성인용 제품에 쓰인 기능적 특성이나 디자인 등을 그대로 적용, 역시 패밀리룩 연출에 초점을 맞췄다. 대표 상품은 후드에 야크 모양의 뿔로 포인트를 준 ‘K 캔버스재킷’.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이미지를 재킷 전체에 적용해 귀여움을 한껏 살렸다. 블루와 아이보리 색상으로 나왔으며 가격은 7만 4000원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포토 다큐 줌인] 그라피티, 벽 너머 세상과 소통하다

    [포토 다큐 줌인] 그라피티, 벽 너머 세상과 소통하다

    서울 시내 한 고가다리 밑. 한 무리의 청년들이 가방 안에서 스프레이 페인트를 꺼내 들었다. “치익! 치익!” 색색의 스프레이 페인트가 벽면에 뿌려지자 거칠고 투박하기만 하던 회색빛 벽이 독특한 조형미를 갖춘 글씨와 캐릭터가 그려진 커다란 캔버스로 점차 변해 간다. “이런 걸 스프레이로만 그리는 거냐?”, “다리 밑이 어둡고 삭막했는데 그림이 그려지니 분위기가 밝아져서 좋다.” 행인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관심을 보인다. 어느덧 회색빛 벽이 화려한 색을 입고 길을 지나는 모든 이들을 위한 도심 속 무료 갤러리로 변신한다. 회색빛 벽은 커다란 캔버스…도심 속 무료 갤러리로 청년들이 벽에 그린 글씨와 캐릭터는 그라피티(Graffiti)라는 스트리트 아트(거리예술)의 한 종류다. 1960년대 미국 뉴욕의 흑인들이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고자 적은 낙서, 갱들이 영역 표시를 하려고 벽에 그리던 태그(tag·자신만의 표지 또는 가명)에서 출발했다. ‘Taki 183’이라는 자신의 태그를 뉴욕 도심 곳곳에 남긴 데미트리우스라는 그리스 출신 청년의 이야기가 1971년 뉴욕타임스에 실리면서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후 그라피티는 회색빛 도시에 화려함을 더하는 스트리트 아트로 발전해 키스 해링, 장 미셸 바스키아 같은 유명 작가들을 배출하게 된다. 다 큰 녀석들의 낙서라고?…당당한 거리예술이죠!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 중반 미국의 힙합 문화가 들어오면서 전파됐지만 그라피티는 오랫동안 ‘다 큰 녀석들이 하는 낙서’ 정도로 오해받았다. 벽을 이용하는 탓에 공공 장소나 타인 소유의 건 물 등에 허가받지 않고 불법적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으로는 예술행위가 아닌 반달리즘(문화·공공시설 파괴행위)으로 매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젊은 층이 많이 찾는 가게 벽면의 인테리어로, 또는 여러 문화행사의 한 프로그램으로 그라피티를 접하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점차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고 있다. 반항적이고 자유로운 이미지에 반한 젊은 층뿐만 아니라 강렬하고 화려한 색상에 매료된 중장년층까지 팬층이 넓어지고 있다. 그라피티 라이터인 에라원은 “얼마 전 굴다리에 그라피티를 그린 일로 관할 도로교통사업소에 불려 갔다. 우려와는 달리 관계자분이 음침하던 다리 밑 분위기가 밝아져서 주민들도 좋아하고, 환경 미화의 효과도 있으니 계속 그려도 된다고 허가해 주셨다.”며 긍정적인 변화상을 보여 주는 일화를 들려줬다. 팝아트와 눈 맞다…마니아 아닌 대중과 입맞추다 힙합을 좋아하는 이들의 마니아 문화로 홀대받던 그라피티는 예술이라는 외투를 걸치고 문화적으로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그라피티 라이터 25명이 모여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공사장 가림막에 플래시몹 형식으로 그라피티를 그려 넣으며 예술가로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제 그라피티는 거리를 넘어 주류 미술계의 주무대인 갤러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15년 이상 그라피티를 그려 온 반달, 산타, 후디니, 제이앤제이, 찰스 장 등 1세대 라이터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영향을 받은 레고, 홍삼, 에라원 등 2세대 라이터들과 함께 그라피티를 팝아트와 결합시켜서 예술화·대중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올해 초만 예닐곱 곳의 갤러리에서 벽이 아닌 캔버스에 그린 작품을 선보이며 대중에게 그라피티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 “18년 동안 거리에서 그림을 그렸다. 나는 지금 캔버스에서 그림을 그리고 갤러리에서 전시를 한다. 대중과 함께 소통하려는 시간인 것이다.” 만화 같은 캐릭터를 주로 그리는 후디니는 한 전시장에 붙인 작가의 변에서 거리 예술인 그라피티가 갤러리로 뛰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예술가로서 그라피티 라이터들의 행보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언젠가 이들 중에서 한국의 키스 해링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글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일상 속 ‘숨은 의미’ 찾기

    일상 속 ‘숨은 의미’ 찾기

    두 가지 점이 눈길을 끈다. 일단 그림이 매우 친절하다. 글자를 큼지막하니 그려놔서다. 그림을 들여다보고 이게 뭘까, 알쏭달쏭 고민할 필요가 없다. 아트에는 정직하게 ‘ART’라 써놨고, 페이크에도 정직하게 ‘FAKE’라고 써놨다. 모든 작품이 그렇다. 은유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지시하는 1대1 대응 상태다. 다른 하나는 글자와 함께 그려진 도상들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글자들은 그나마 쓰이는 단어에 따라 바뀌는데 도상들은 그림마다 반복된다. 영국 개념미술의 선구자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71)의 개인전 ‘단어, 이미지, 욕망’이 4월 29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린다. 2007년 이후 작업한 최신작이다. 작가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쪽이다. “가장 단순한 일반적인 사물, 자칫 놓쳐버릴 수 있는 일상 같은 곳에서 의미를 일깨워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마술사에 비유하기도 했다. “기교, 비밀, 눈속임 같은 것이 공개되면 마술은 시시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다시 마술에 탄복합니다. 회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가와 관람객은 캔버스 위 환상을 실제처럼 여긴다고 합의합니다. 그게 바로 회화의 매력이지요.” 그 합의를 날것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셈이다. 작가는 색깔, 활자, 도상 같은 것도 엄격히 제한된 범위 내의 것만 쓴다. 특히 사물 도상의 경우 일정한 규칙의 모양새를 갖춘 대량 생산품만 쓴다. 작가는 이를 언어생활에 비유했다. “사전에는 수천 단어가 있지만 우리가 실제 쓰는 단어는 몇 가지 되질 않아요. 대개는 고만고만한 단어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미묘한 의미의 차이를 만들어 내지요. 제 작품이 의도하는 바도 바로 그것입니다.” 관계성을 보라는 것이다. 마틴은 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 데미안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등 1990년대 등장한 ‘젊은 영국 예술가’(Young British Artists·yBa) 그룹을 길러 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02)2287-350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씨줄날줄] 굿바이 피카소/최광숙 논설위원

    “나를 위해 축배를” 현대 미술의 제왕이라 불리는 파블로 피카소(1881~1973)가 임종 때 남긴 말이다. 다른 화가들과 달리 살아생전에 부와 명예를 다 누린 것도 모자라 피카소는 자신의 말대로 사후에도 불멸의 화가로 자리 잡았다. 피카소는 다작으로 유명하다. 그림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욕심으로 무려 5만여점을 남겼다고 한다. 2010년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피카소의 ‘누드, 녹색 잎과 상반신’이라는 작품이 등장했다. 1932년 연인 마리 테레즈를 모델로 그린 이 작품의 최종 낙찰가는 1억 640만 달러(1188억원). 2004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1억 410만 달러에 낙찰됐던 자신의 작품 ‘파이프를 든 소년’의 가격뿐만 아니라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까지 경신했다. 작품 값이 가장 높은 화가로 지난 13년간 세계 미술 경매시장에 군림한 피카소가 중국 작가들에게 그 자리를 내줬다. 프랑스의 미술시장 분석회사 ‘아트 프라이스’가 최근 발표한 ‘미술시장 트렌드 2011’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서화가 장다첸(1899~1983)과 치바이스(1864~1957)가 지난해 가장 잘 팔린 작가로 등극했다. 피카소와 앤디 워홀은 3, 4위로 밀렸다. 아트 프라이스는 “이제 우리는 피카소와 결별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중국 미술이 세계 미술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지 꽤 됐다. 경제력뿐만 아니라 중국 현대미술의 독창성과 시대성이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면서다. 2006년 3월 뉴욕 경매 사상 처음으로 열린 아시아 현대미술품 경매에서 장샤오강 등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이 인기를 끌면서 그들의 작품은 ‘빈 캔버스’까지 예약될 정도였다. 이젠 그들도 장다첸과 치바이스 같은 근대 미술가에게 밀려난 신세다. 중국 현대미술 수집가로는 스위스 출신의 울리 지그를 빼놓을 수 없다. 기업인으로 주중 스위스 대사를 지낸 그는 1980년대부터 중국 미술을 주목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350여 작가의 2000점을 수집했다. 반체제 성향의 중국 젊은 작가들의 화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면서 모은 작품들이다. 그러다보니 그의 소장품을 빌리지 않고는 중국 현대미술 전시회를 여는 게 불가능할 정도다.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을때 그는 중국 미술가에 주목했다. 그의 안목은 적중해 100달러 하던 작품이 이젠 고가로 팔리고 있다. 그가 요즘 정연두·함경아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한다고 한다. 한국 미술 부흥의 출발점이 됐으면 하는 기대는 무리일까.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6일 TV 하이라이트]

    ●러브 인 아시아(KBS1 밤 7시 30분) 지윤씨는 더 나은 살림살이를 위해 베트남에서 친정어머니까지 한국으로 모셔와 아이들을 맡기고, 밤낮없이 열심히 살아왔다. 일 잘한다는 소문에 지윤씨를 찾는 곳도 많아졌지만, 빠듯한 살림은 쉽사리 나아지질 않았다. 결국 지윤씨는 마음 아픈 결심을 하게 된다. 바로 둘째 아들 수홍이를 친정 베트남에 맡기기로 한 것인데…. ●김승우의 승승장구(KBS2 밤 11시 5분) ‘흥행보증수표’로 통하는 이 시대의 여배우 전미선. 데뷔 23년 만에 단독 토크쇼에 최초 출연해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고백한다.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히트를 기록해 ‘시청률 보증수표’로 불리게 된 계기와 데뷔 후 5년간 깊은 슬럼프를 겪으며 힘들었던 사연을 털어놓는다. ●MBC 창사특별기획 빛과 그림자(MBC 밤 9시 55분) 취조실에 불려간 채영(손담비)은 장철환을 불러 달라고 말한다. 정혜는 수혁을 찾아가 기태를 도와 달라고 청하고, 채영 역시 철환을 찾아가 기태를 풀어 달라고 부탁한다. 한편 채영이 기태에게 마음이 있음을 눈치챈 철환은 기태를 풀어 주는 조건으로 자신의 부탁을 들어달라고 말한다. ●태양의 신부(SBS 오전 8시 30분) 진혁은 형을 선고받은 강로가 자신에게 들이닥칠 것을 예상하고, 인숙과 박 변호사를 한자리에 모은다. 이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본 강로는 분노에 휩싸이고, 복수를 다짐하며 교도소에 수감된다. 한편 효원은 진혁이 과거 강로와의 악연이 시작된 부모님과 관련된 사고에 대해 알게 되고, 그 사건에 대해 파헤친다. ●희망풍경(EBS 밤 12시 5분) 타인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최진섭 화백. 그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건 18세 때였다. 그로부터 30년 이상 전신마비의 고통을 안고 산 그에게 온 그림. 재활을 시작할 땐 선 하나 긋는 것조차 힘겨웠다. 그러나 경직이 온 오른손에 긴 붓을 끼우고, 캔버스에 붓을 눌러 그림을 그리는 그만의 화법은 곧 인정받기 시작한다. ●멜로다큐 가족(OBS 밤 11시 5분) 군산 내항의 어시장, 바다 내음과 인생의 내음이 뒤섞인 이곳에 특별한 모녀가 있다. 바로 40년간 어시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통북어 경자씨와 엄마의 인생 발자취를 따라온 어시장 햇병아리 9년차 딸 미자씨다. 멜로다큐 ‘가족’에서는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에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 모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쓰레기로 우아하게 만들되 고상한 것을 끌어내리는…

    쓰레기로 우아하게 만들되 고상한 것을 끌어내리는…

    영화 ‘하녀’ 마지막에 전도연이 매달렸다가 떨어진, 바로 그 샹들리에라고 했다. 샹들리에? 그 화려하고 어여쁘고 고급스럽고 사치스러운 그것? 그런데 알고 보면 그게 깨진 소주병과 맥주병처럼 ‘천한’ 재료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제목도 술의 신 이름을 빌려 ‘불면증 - 디오니소스의 노래’다. 그러고 보니 영화의 테마인 날카로운 욕망에 딱 어울린다. 배영환(43) 작가의 2008년 작이다. ●깨진 병조각을 샹들리에로 소재는 그렇다 치고 영화판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을까. “미술 작업은 수많은 얘기를 극도로 응축시킨 결과물을 내놓는 거잖아요. 그래서 미술만 하면 서사의 결핍을 느끼는 순간이 와요. 영화 시나리오 작업도 그래서 했었지요.” 단편 쓰다 감독과 인연이 닿아 장편도 하나 썼다. “그 왜, 저주받은 걸작이라고 하죠. 2000년에 개봉한 안성기·박신양 주연의 ‘킬리만자로’라고…. 실패라곤 생각 안 해요. 한 20만 정도 들었을려나. 제 전시 와 주신 분들에 비하자면 많은 거죠.” 농담처럼 툭툭 말을 던지다 쑥스러운 웃음을 흘리고 만다. 작가는 5월 20일까지 서울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개인전 ‘유행가 -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다. 그간 작업을 농축한 것이다. 작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앞서 말한, 깨진 소주병과 맥주병 같은 것을 응용한 것들이다. 그 조각들로 웅장하고 화려한 샹들리에도 만들고, 유행가 가사를 캔버스 위에 수놓기도 했다. 버려진 나무판자나 가구의 자개를 이리저리 조합해 기타를 만들기도 했다. 2004년 광주비엔날레,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이름을 쌓아 갔다. 전시 제목도 그렇게 나왔다. 쓰레기로 우아하게 만들되 우아한 것을 끌어내리는 것. 고상한 것을 끌어내리는 키치, 저급한 것을 끌어올리는 팝아트의 충돌이자 접점이다. 안소연 큐레이터는 이를 ‘버내큘러’(Vernacular·자생적)라는 키워드로 요약했다. 안 큐레이터는 “자생적이라 하면 동양적인 기법이나 소재를 차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의 작품은 기법이나 소재를 의도적으로 따 왔다기보다 그 자체가 이미 충분히 우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기사 수많은 사연과 눈물의 영원한 동반자는 자취방에서 소주 한 병 앞에 놓고 기타 뚱땅거리며 불러 댔던 유행가가 아니었던가. 이제 청춘의 시간은 지나갔고, 밤새 통음한 뒤 게워 낼 것은 다 게워 냈다. 이제 무엇으로 이 텅 비어 있는 쓰린 속을 달랠까. 상황은 대조적이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한, 실제 사각의 링을 4분의1로 축소한 ‘황금의 링 - 아름다운 지옥’은 소주병 움켜쥐고 울게 만드는 현대사회의 정글이 여전함을 드러낸다. 서울 시내 사찰 30곳의 종소리를 한데 합성해 둔 ‘걱정-서울 오후 5:30’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 은은히 퍼져 나가고 있는 위로와 위안이 있음을 일깨워 준다. ●“추상동사 작품 더 이어가고 싶어” 작가는 ‘추상동사’ 작품을 더 이어 나가고 싶다고 했다. 추상명사는 있는데 추상동사는 왜 없느냐는 질문에서 시작한 작품이다. 해서 살풀이춤 추는 장면과 장구 두드리는 장면을 찍어 놨는데 사람을 깨끗하게 지웠다. 말 그대로 추상동사다. 살풀이춤에는 ‘댄스 포 고스트 댄스’, 장구에다가는 ‘노크’라는 제목을 붙여 뒀다. 해장국으로 ‘저주받은 걸작’ 영화 대신 영상 작품을 택한 셈이다. 입장료 3000원. 1577-7595.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삼베에 물든 오방색… 여성의 恨 달래네

    삼베에 물든 오방색… 여성의 恨 달래네

    그간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따온 한국의 전통 여성성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어 온 정종미(55) 작가의 ‘여성성에 바치는 헌사, 보자기 부인’전이 15일부터 3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팔판동 갤러리인에서 열린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편안한 색감이다. 손으로 직접 짠 삼베나 면을 캔버스 삼아 전통기법으로 만든 물감으로 색을 올렸다. 그 위에다 박지(薄紙)를 꼬고 뭉치고 붙여서 여인네들의 전통 장신구를 표현했다. 오돌토돌한데도 투박하고 거칠다는 느낌보다 곱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색감이 너무 고와서다. “요즘은 심리치료하시는 분들이 전통 색에 관심을 많이 나타내요. 완전 자연산이어서 색깔의 파장이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역할을 한대요.” 이런 색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관심이 고려불화의 재구성이라서다. “예전에는 선생님들이 색을 못 쓰게 하셨어요. 우리는 수묵이고, 색을 쓰는 것은 일본풍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고려불화는 정말 화려하거든요. 그래서 재료와 물성에 대한 연구를 정말 많이 했어요.” 그래서 아예 이번엔 불화를 전면에 등장시켰다. 전통 오방색을 바탕색으로 한 ‘오색보살’이다. 종교적인 의미는 아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여성들이 모두 부처가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가만 들여다보면 보살이 모두 여성으로 표현되어 있다. “색 때문에 고려불화를 연구하다가 자비나 불심 같은 가치가 바로 여성들의 가치가 아닌가 싶었어요. 부처는 원래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으로 표현되지만, 저는 여성으로 표현한 거지요.” 이 가운데 ‘수월관음도’는 일본에 모셔져 있는, 미국에서 ‘동양의 모나리자’란 격찬이 쏟아진 고려불화에 대한 오마주다. 설치작품 ‘조각보를 위한 진혼곡’은 큰 스케일만큼이나 시원스럽다. 오방색을 입힌 박지를 연결해 높은 곳에 매듭지어 달아둔 뒤 흐르는 강물처럼 배치해 뒀다. 해원(解?)이 느껴진다. “아버지가 의사였어요. 어려워던 시절 길가에 쓰러진 여자 한 분을 돌봐주셨어요. 오갈 데 없는 처지라 우리 집에 머물면서 마치 엄마처럼 우리를 챙겨 주셨어요. 그런데 그 분이 알고 보니 지금 말로 하자면 위안부 할머니셨던 거예요. 그 분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습니다. 그분 인생의 한이 이 작품으로 시원하게 풀리길 기원합니다.” (02)732-4677~8.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靑·赤·黃·白·黑…민족의 색채 ‘오방색’을 찾아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靑·赤·黃·白·黑…민족의 색채 ‘오방색’을 찾아

    지난 23일 임진년 새해 설맞이 공연이 한창인 국립국악원 예악당. 호탕한 모습의 가면을 쓴 무동(舞童)들이 오방색(五方色)의 옷을 입고 장단에 맞춰 한바탕 춤사위를 펼친다. 소매에 매달린 흰색 한삼 자락이 느린 음률을 타고 천천히 공중에 치솟았다 땅으로 떨어진다. 춤꾼들의 절제되고 수려한 몸놀림엔 힘이 넘친다. 벽사진경(?邪進慶). 새해 벽두에 액을 물리치고 희망을 기원하는 처용무(處容舞)다. 국립국악원 강여주 학예사는 “다섯 처용이 입고 있는 오방색의 옷은 오방과 오행, 사계절의 상생과 조화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전통 오방색은 음양오행에 기반을 둔 민족적인 색채 의식을 기반으로 한다. 국립민속박물관 장장식 학예연구관은 “청, 적, 황, 백, 흑의 오방정색이 각각 동, 남, 중앙, 서, 북쪽을 가리키며 정색 사이사이 중간 방위에 오방간색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선조들은 이와 같은 정색과 간색의 10가지 기본색을 음양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해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고 화평을 얻고자 했다. 우리의 의식주 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음양의 원리가 오방색과 함께 젖어 있는 것이다. 단청은 이러한 오방색을 건축에 사용한 대표적인 예다. 다채로운 색조의 대비로 화려한 색깔을 사용했고, 흰색과 검은색을 잘 수용해 격조 있는 색채 감각을 표현하고 있다. 남산 팔각정의 단청을 카메라에 담고 있던 관광객 크리스틴(23·캐나다)은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무늬에서 한국만의 독특한 미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예로부터 새해가 되면 오방색이 조화를 이룬 음식을 만들어 한 해의 안녕과 소망을 빌었다. 오방색은 눈으로 즐기고, 맛을 돋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건강을 지키는 열쇠였다. ●단청·신선로·비디오아트 등 곳곳에 오방색 담겨 국립민속박물관 안정윤 학예사는 “전통적으로 맛에서는 맵고 달고 시고 짜고 쓴 오미(五味)를, 색상에서는 오색을 조화시키려 한 예가 많다.”며 “특히 신선로와 같은 궁중음식에서 전형적인 오방색의 이미지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색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돌이나 동지, 설 같은 날에 잡귀를 물리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기도 했다. 팥죽의 붉은색으로 귀신을 쫓고 아기를 낳거나 제를 지낼 때 붉은 고추를 끼워 금줄을 치는 것도 모두 양의 색으로 잡귀를 물리치려는 방편이었던 것이다. 최근 들어 동양의 오행 철학에 한의학의 치료 원리가 더해진 일명 ‘음양오행 테라피’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한때 수지침이 선풍적인 인기를 받으면서 손이 우리 몸의 축소판으로 알려졌다. 손의 경락에 침을 놓는 대신 ‘색’을 칠해 아픈 부위를 낫게 한다는 ‘수지색채요법’은 대체의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높다. 우리 전통의 채색에 현대미술의 감각을 더하면 어떤 느낌일까. 국립현대미술관 이수연 학예연구사는 “백남준의 대표적인 비디오 조각인 ‘다다익선’은 천여 개의 TV 화면을 캔버스처럼 이용해 오방색의 한국적 미감을 표현한 새로운 시도였다.”며 “작가는 이를 서로 다른 재료가 각각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비빔밥’에 비유했다.”고 말했다. ●손에 침 대신 色을 입혀라… ‘수지색채치료’에 활용 이처럼 오방색은 음양오행 사상이 전래된 이래 오늘날까지 우리 의식 속에 뿌리 깊게 잠재해 있어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오방색에는 단순한 빛깔로서의 색뿐만 아니라 방위와 계절, 더 나아가 종교적이며 우주관적인 철학이 담겨 있다.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오행에 따라서 용도와 신분에 맞게 색을 사용한 선조들의 가치관과 지혜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이다. 일주일 후(2월 4일)면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이다. 오방색이 든 오신채(五辛菜)는 다섯 가지 매운 맛이 나는 모둠 나물로 입춘 날의 시절음식이다. 겨우내 추위에 입맛을 잃어 고생하던 시절 시고 매운 생채나물 요리는 새봄에 미각을 자극했을 것이다. 이번 입춘엔 선조들이 물려준 오방색의 지혜를 되새기며 봄나물을 준비해 보면 어떨까. 글 사진 jongwon@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미술·전시

    ●백용정 ‘황금연못’전 21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낙원동 갤러리 M. 중앙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의 여섯 번째 개인전. 오랜 시간 비단잉어를 관찰하면서 그 모양과 자태에 매료되었다는 작가는 그 느낌을 캔버스에 고스란히 옮겼다. 기포를 일으키며 위로 솟구치는 잉어, 연꽃 주변을 서서히 유영하는 잉어 등의 모습에서 우리네 인간의 삶이 느껴진다. (02)735-9500. 백용정 작가의 ‘비상’. 163×130㎝, 장지에 분채물감, 금분 2010. ●‘2012 복사세요’전 23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재동 갤러리에뽀끄. 김근중·김민수·김은진·이용애·한상윤 등의 작가들이 모란, 호랑이, 복주머니 등 민화적인 소재를 이용해 내년 새해의 복을 기원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02)747-2075.
  • 이야기 뺀 화폭…유정현 어번 플랜츠展

    이야기 뺀 화폭…유정현 어번 플랜츠展

    “저거 사실 흰색으로 다시 덮은 거예요. 그런데 그걸 아무도 안 알아봐 주고 안 물어봐 주더라고요. 하하하.” 흰바탕이니 으레 캔버스려니 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흰색을 덧입힌 것이란다. “안료예요. 그걸 캔버스 위에 확 뿌리고 마르기 전에 어느 정도 붓질을 한 뒤 마르면 흰색을 발라서 제가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 내는 거죠.” 그렇게 공을 들였는데 안 알아봐 줬으니, 섭섭할 법도 하다. 25일까지 서울 청담동 조현화랑에서 개인전 ‘어번 플랜츠’(Urban Plants)를 여는 유정현(38) 작가. 그림이 독특하다. 자유롭게 번진 안료와 의도적으로 정확하게 그려 놓은 동그라미들이 한데 어우려져 있는데, 안료는 무슨 현미경 확대사진 같은 느낌을 주고 동그라미들은 키치적이다. 근원 없이 불안한 느낌과 그 불안함을 의도적으로 제거한 두 가지 양식이 충돌한다. 한국에 돌아와서 느낀 점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뭔가 증식되고 퍼져나가는 느낌”을 주고 싶었단다. 좀 추상적이다. “그 부분에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번에는 어번 플랜츠라는 제목을 붙인 거예요.” 도시와 식물, 그 충돌의 이미지를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작가가 주목하는 대목은 질감 그 자체다. “보통, 아니 특히 한국의 작가들은 작품에 어떤 스토리를 집어넣어요. 이런저런 이야깃거리들. 그런데 전 그것보다 그림 그 자체의 질감에 집중해 보고 싶었어요.” 마음껏 흩뿌린 안료가 기기묘묘한 자태로 흩어진 모양이 두꺼우면서도 미세한 질감이어서 흥미롭단다. 작가는 홍익대 판화과를 졸업한 뒤 독일 유학 길에 올라 알렉산더 옥스 갤러리에 발탁됐다. 아시아미술에 안목이 높기로 유명한 독일 갤러리다. 첫 만남이 웃긴다. “어떤 전시를 보고 있는데, 누가 툭 말을 걸더라고요.‘당신 아티스트냐. 작업 한번 보자’고 하는 거예요.” 신발에 묻어 있는 물감을 보고 작가려니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발탁돼 2006년 ‘어두운 꽃’으로 함께 전시를 열었다. “그 경력이 저한테 이롭기는 했는데, 한국 현실과는 달라서….” 전속작가가 되면 다른 미술관이나 갤러리와 연계된 전시를 활발히 열어 주는 분위기가 한국에선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 한남동에 작업실을 짓고 있으니, 열심히 작품을 선보일 생각입니다.” (02)3443-6364.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겹겹이 스민 먹빛 기와

    겹겹이 스민 먹빛 기와

    “중국, 일본에도 기와가 있지만 한국의 기와는 달라요. 먹빛에 가장 가깝다고 해야 하나. 한국 기와는 수묵화에 가장 잘 어울리는 깊은 빛깔을 내거든요. 그런 느낌 때문에 기와를 한번 꼭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14일까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내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관심’(觀心)전을 여는 강미선(50) 작가는 기와 작품을 들고 나왔다. 지붕과 담 위에 얹어진, 겹쳐지고 이어지는 기와의 이미지가 두툼하니 정겹다. 자욱한 안개에 잠긴 양반마을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기와를 너무 길게 그리다 보니 가끔 작품 보신 분들이 물어보세요. 가보고 싶으니 저 곳 좀 소개해 달라고. 사실 기와가 너무 좋아서 제가 마음대로 길게 늘려서 그린 거예요. 하하하. 경복궁이나 경주 양동마을 같은 곳에 가서 기와를 볼 때마다 먹빛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거든요.” 이런 작업은 재료와도 연관이 있다. 동양화가들이 흔히 쓰는 장지를 쓰되 작가는 이를 여러 번 겹쳐서 쓴다. “한지가 닥나무로 만든 거잖아요. 식물성 섬유 소재이다 보니 옛날에는 인두를 쓰거나 하는 방식으로 종이를 붙였거든요. 그런데 그 방법을 쓸 수 없으니 저는 다리미를 써요. 뒷면을 꾹꾹 다려서 눌러붙이는 방식이죠.” 방망이로 두들겨 단단하게 다진 뒤 물 뿌리고 다리미로 붙인다. 그래서 종이가 종이 같지 않게 빳빳하게 힘 있어 보이는 데다 우둘투둘한 질감이 고스란히 살아난다. 애써 이런 밑작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깊은 맛을 내기 위해서다. “붓질을 해 보면 종이 한 장에서 먹이 우러나오는 것과 두세 장이 붙은 바탕 위에서 우러나오는 맛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아크릴이나 유화처럼 서양화 재료들이 캔버스 위에 붙어 있는 것이라면, 수묵의 맛은 종이에 깊이 있게 한번 쓱 배어 들었다가 다시 올라오는 거거든요. 종이를 덧붙여 쓰게 되면 그 깊이감을 더 깊게 만들 수 있는 거지요.” 접착제 같은 것으로 간단하게 붙일 수 있는데도 이런 방법은 피한다. 이 또한 먹이 우러나오는 맛을 접착제가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이렇게 종이에 공들이는 것이 꼭 깊이 때문만은 아니다. “현대미술에 들어서면서 종이는 너무 힘없고 약한 매체로 전락해 버렸어요. 그러다 보니 자꾸만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그럼에도 동양화 작가들은 자꾸만 그 안에 담긴 뜻을 보라고 말하고…. 조금 더 견고하고 지속가능한 매체에 대한 고민도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번에 종이와 함께 선보이는 소재가 도자기다. 생활에서 흔히 쓰는 도자기 쟁반 뒷면에 그림을 그려넣은 것.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림을 그려넣은 뒤 함께 구워 내는 방식이다. 전시 제목에 대해 물었다. 농담 삼아 궁예 얘기를 꺼내자 파르르 웃는다. 마음을 들여다볼(觀心) 줄 안다던 김영철(드라마 ‘태조왕건’에서 궁예 역을 맡았던 배우)의 카리스마 넘치는 애꾸눈이 자꾸 떠올라서다. “아무리 치장해도 작가는 자기가 보는 시야를 벗어날 수 없다는 뜻에서 고른 단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닌 게 아니라 기와를 제외하고는 가정집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그래서 정물화에 흔히 등장하는 과일과 그릇 같은 것이 주된 소재다. (02)726-4428.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처절한 쇳덩이 문명의 응어리…작가 김종구, 세월을 깎아 He- Story를 담다

    처절한 쇳덩이 문명의 응어리…작가 김종구, 세월을 깎아 He- Story를 담다

    “제 작품에 히스토리(History)가 있어요.”라더니 아닌 게 아니라 히스토리(He-story)이긴 하다.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나와 쇳덩어리를 깎았다. 흙이나 나무, 돌처럼 조각에 흔히 쓰이는 재료는 피했다. 깎기는 훨씬 어려웠지만 만들어 두면 남다른 느낌이 나서 쇠가 좋았다. 말 그대로 “열심히, 죽어라” 깎아댔다. 1993년 첫 개인전 때는 3년 동안 깎아댄 작품 30여점을 선보였다. 그러다 1996년 영국 전시 중 일이 터졌다. 야외 전시작품 3개를 도둑맞은 것. 무한정 큰 쇳덩이를 다룰 수는 없으니 300㎏짜리 쇠봉을 재료로 썼는데, 길고 좁직하다 보니 뽑아서 몰래 들고 가기 딱 좋았던 모양이다. “보험금 덕분에 외환 위기가 몰아쳤음에도 남은 영국 체류 기간 돈 걱정 없이 편하게 살긴 했지만….” 찝찝한 기분은 내내 목에 걸렸다. ●작품 도둑맞고 흔적으로 남은 쇳가루 120㎏ 밑천 영국에서 구한 작업실은 반지하의 폐쇄된 공간. 쇠를 갈다 보니 소음과 먼지가 보통이 아니었다. 이웃 주민들에게 쫓겨나지 않기 위해 가장 폐쇄적인 공간을 골랐다. 보일러실과 함께 쓰면서 아주 작은 철문 한짝만 나 있는 곳을 찾았다. 그렇게 몇 달간 작업했는데 작품은 사라지고 갈아낸 쇳가루만 남았다. 놀면 뭐하나. 3일 동안 자석으로 분류했다. 쇳가루 산과 먼지 산, 2개의 산이 탄생했다. 그 쇳가루로 바닥에 글씨나 그림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그 쇳가루 120㎏이 지금까지의 작업 밑천이다. 12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회동 원앤제이갤러리에서 ‘더 볼’(The Ball) 전시를 여는 김종구(48) 작가 얘기다. 해서 전시장에 들어서면 쇳가루로 만든 작품들이 즐비하다. 1층에는 벽면을 가득 채운 설치작업이 보인다. 아니, 그림 작업이기도 하다. 캔버스 혹은 천 위에 쇳가루를 마치 물감처럼 썼기 때문이다. 그림과 글자를 그려 둔 뒤 접착제로 고정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녹슬고 흘러내렸다. 그림과 글자는 뭉개져서 알아보기 어렵다. “저건 2004년부터 시작해 올해 완성한 겁니다. 7년간 제작이란 게 어떤 의미냐면, 녹슬고 뭉개지고 또 가루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까지 모두 작품이란 뜻입니다. 바닥에 놓고 그린 뒤 세우니 쇳가루가 우수수 떨어지더군요. 그러면서 제 속의 응어리가 한꺼번에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어요. 그 느낌 때문에 지금에서야 완성됐다고 말하는 겁니다.” ●쇳덩이 갈다가 검지손가락 한 마디 잃어 여기엔 히스토리가 하나 더 있다. 2003년 미국 뉴욕에 머물 기회를 잡았다. 정부 지원은 원활하지 않았고 그 덕에 묵직한 쇳덩이를 조수와 단둘이서 다루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다 사고로 오른손 검지손가락 한 마디를 잃었다. ‘풀렸다는 응어리’는 그때의 충격을 말한다. 2층의 ‘더 볼’ 연작도 같은 생각 위에 서 있다. 쇳가루로 글씨를 쓴 뒤 그걸 다시 이리저리 하나로 뭉쳐 사진으로 찍었다. “하고 싶은 말, 들었던 생각이 하나로 뭉쳐진 팽팽한 느낌, 그게 너무 좋아서 시작한 겁니다. 뭔가 말이 터져나올 것만 같은 그 느낌 말이죠.” 2층 ‘침묵의 방’에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공간에 쇳가루 글자가 돋아 있다. “벽에서부터 불거져 나오는 말의 원초적 힘 같은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지금 꿈꾸고 있는 프로젝트도 쇳가루를 이용한 그라인딩 프로젝트다. “그때 가져온 120㎏ 쇳가루를 거의 다 써가거든요.” 농담과 달리 그는 철이 문명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문명의 도구를 쇳조각으로 만든 뒤 그걸 다 갈아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거죠. 시작은 삽, 곡괭이, 삼지창 같은 원시적 도구였는데 궁극적으로 탱크를 한번 갈아보고 싶습니다.” 그 육중하고 무거운 탱크를? “철이 문명인데, 무기로도 쓰이잖아요. 현대 문명에 대한 경고? 뭐 그런 걸 해보고 싶어요.” 탱크를 내주는 곳이 있으려나. ●녹슬어 흘러내리면 그 또한 7년을 담은 작품 “전 세계 전쟁 현장 가운데 한곳을 찾아가는 거죠. 거기서 전투 중에 파괴된 탱크를 하나 허가받는 겁니다. 그러고는 화이트큐브처럼 소음과 먼지를 완전히 차단하는 집을 덮어씌우고, 제가 그 안에 들어가 갈아버리는 거죠. 동영상으로 남겨 두고 쇳가루도 고스란히 남겨 둘 겁니다. 그 자체가 현대문명이 일으킨 전쟁에 대한 하나의 기념비가 되는 거지요.” 가능할까 싶은데 작가는 이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이 작업 구상은 오래된 거고요, US스틸 같은 해외철강업체에서 돕겠다는 얘길 해요. 그런데 한국 작가가 왜 포스코를 놔두고 외국 지원을 받습니까. 포스코가 답을 안 해요. 가령 이라크 전쟁 지역 한가운데서 작업하면 얼마나 이슈가 되겠습니까.” 그대로 써도 되겠냐 했더니 “얼마든지 쓰라.” 했다고 한다. 그래도 조각인데 뭔가 형체가 있는 작품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죄다 쇳가루면 대체 뭘 보라는 거냐는 질문에 대답이 걸작이다. “쇳가루 작품들 뒤에 숨어 있는 거죠. 쇳가루 작품들 너머 어딘가에 잃어버린 채로.” 쇳가루 범벅 현대문명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렸을까. (02)745-1644.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우환 “난 그냥 작가… ‘점’ 하나에 어떤 울림을 담았지요”

    이우환 “난 그냥 작가… ‘점’ 하나에 어떤 울림을 담았지요”

    ‘그냥’ 작가 이우환(75)이 돌아왔다. 15일부터 12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다이얼로그’(Dialogue)전을 연다. 앞서 지난 6월 23일부터 9월 28일까지 석 달 동안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 ‘무한의 제시’(Marking Infinity)를 열었다. 하루 평균 8000명의 관람객이 몰려드는 등 큰 관심을 끌었다. 스스로 “세계적이 아니라 그냥 작가”라고 하는 이유는 겸손 때문이 아니다. “세계적이니, 동양적이니, 한국적이니 그런 말 쓰지 마세요. 그런 말은 우리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겁니다. 요즘 뜬다는 젊은 작가들이 조심해야 할 부분인데, 그런 말은 곧 인류 보편과 무관하게 한국 사람들끼리 잘 논다는 걸 전제로 한 말입니다. 고약한 말이지요.” 다른 어떤 조건 없이 작가와 작품세계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해외가 인정해야 비로소 열광하기 시작하는 기이한 한국적 풍토에 대한 일침도 녹아 있다. 보편성에 대한 그의 열망이 묻어 있기도 하다. 개인전 제목이 다이얼로그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성, 논리를 뜻하는 로고스(Logos)의 틀을 깨부순 것이 다이얼로그(Dialogue=Dia+Logos)다. “이 단어를 쓰기 시작한 게 몇 년 안 됐는데, 굳이 뜻을 밝히자면 에고(Ego)가 깨진 상태, 그 상태에서 내 안의 것과 내 밖의 것 간에 연결고리 찾기 같은 겁니다.” 너와 내가 통하는 상태를 말하는 것인데 굳이 소통(Communication) 대신 다이얼로그라는 단어를 골랐다. 소통은 공동체(Commune)를 전제로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 역시 공동체에 얽매이지 않는 보편성에 대한 열망이다. →구겐하임 전시는 어땠나. -아주 재미있는 공부였다. 본격 회고전도 처음이었고…. 일본, 유럽이 아닌 미국에서는 처음이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회고전이다 보니 1960~70년대 작품을 다시 설치해야 했는데, 예전 걸 고스란히 갖다 놓을 수는 없고 지금 와서 다시 설치한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고민했다. 다행히 작가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도 즐겁고 재밌게 봤다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즐거웠다. →회고전 제목에 ‘제시’라는 단어를 썼다. 예술가는 ‘창조’가 어울려 보이는데. -창조는 신만이 할 수 있는 거다. 옛 얘기 하나 하자면, 설총이 아버지 원효대사를 찾아갔을 때 마당 청소를 시킨다. 늦가을이라 낙엽이 수북했거든. 설총이 싹 치워놓으니 나중에 나와 보고는 나뭇잎 몇 개를 뿌리면서 이래야 제 맛이 나는 거 아니냐, 라고 한다. 싹 쓸어놓은 뒤 다시 살짝 뿌려두는 것, 기존에 있던 것을 새롭게 제시하는 것, 그게 예술이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개인전에 내놓은 작품 수가 의외로 적다(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의 전시 공간에 들어선 작품은 10점이다. 그나마 지하 1층엔 영상물 하나뿐이다). -1년 반 전부터 약속하고 준비해온 거다. 쉽게 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화랑으로서는 난처하겠지만, 간략함을 극단까지 밀어붙여 보고 싶었다. ‘종이 울린다’고 말할 때 중요한 건 종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울림이 퍼져나갈 수 있는 여백, 그러니까 공간이나 파장 같은 것이다. 극한의 점 1개가 어떤 울림을 줄 것인가, 그걸 묻고 싶었다. 작품에는 작가의 생각, 물감이라는 물질성, 그린다는 행위성 같은 게 범벅이 된다. 그러나 그 어느 하나가 캔버스를 지배해서는 안 된다. 그 요소들끼리,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가 되면서 하나로 뭉쳐지는 느낌을 가장 간략하게 표현해 보고 싶었다. →점과 선에서 출발했다가 다시 점이다. 어떻게 되돌아오게 됐나. -1960~70년대엔 질서정연한 무엇을 해보고 싶었다. 서구적인 영향도 있었을 게다. 그런데 1980년대 들어 몸이 안 따라가더라. 그릴 흥도 나질 않았다. 그래서 나온 게 ‘바람’ 시리즈다. 남들은 자유분방하다 말해 주는데, 정작 내 자신은 곤혹스러웠다. 엄격함을 벗어나 보고 싶었던 건데, 말하자면 방황한 거다. 그러다 다시 점으로 귀환했다. 점이 더 크게 확대되면서 더 넓은 공간성에 대한, 더 큰 세상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 →말 그대로 점 하나 콕 찍어둔 작품이 있다. 어떤 의도인가. -티끌의 모습이다. 이런 건 나도 그릴 수 있겠다는 유머, 위트로 넣어둔 작품이다. 아무나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은 아무나 그리진 못한다는 것, 그게 제 작품의 핵심이다. →(극도의 단순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이나 추상적 작업에 굉장히 비판적인데, 그런 작품을 하는 작가로 받아들여진다. -제 작품이 단순한 작업이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거 같다. 저는 안과 밖이 부딪치는 순간을 그려내기 위해 관계, 조응, 만남 이런 표현들을 쓴다. 추상이나 미니멀리즘이 자기 자신의 에고를 중시하는 것과 반대되는 생각이다. 문화라는 것은 결국 현실에서 에센스를 뽑아내 추상화하는 작업이기에 그렇게 비칠 여지는 있지만, 자기표현이라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다르다.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내 죽은 뒤를 어찌 알겠나. 다만 작가로서야 내 작품의 보편성이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란다. 시간 앞에서 모두 헛일이 되겠지만…. 여하튼 당분간은 좀 쉴 생각이다.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서는. -흔히 늙으면 인생 경험이 쌓여서 진중해지고 어쩌고 하는데, 사실 그거 다 거짓말이다. 늙으면 힘 떨어져서 젊었을 때처럼 고집 부리고 하질 못하니까 지어낸 말이다. 난 죽을 때까지 아우성쳐야 한다고 본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연극리뷰] 2인극 ‘레드’

    [연극리뷰] 2인극 ‘레드’

    2인극 ‘레드’는 예술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장삼이사(張三李四), 보통내기들의 삶을 그렸다. 연극 속 두 주인공은 실존 인물인 화가 마크 로스코(강신일 역·왼쪽)와 그의 조수 켄(강필석 역·오른쪽). 언뜻 20여년의 세월 차가 있어 뵈는 두 주인공은 ‘미술’이라는 공통의 영역을 놓고 끊임없이 세대 간 의식 차 논쟁을 벌인다. 이들이 간혹 ‘레드’와 ‘블랙’의 의미 해석을 놓고 분노하며 나누는 대화는 우리 주변의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 직장 상사와 후배 등이 ‘세대 차이’란 벽 앞에 나란히 서서 아옹다옹하는 모습과 닮았다. 두 주인공이 현대미술의 전문용어를 남발하며 이어가는 대사를 가만히 들여다봐도 일상 속 우리의 모습이 조금씩 투영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어렵지만 이상하게 끌린다. 1957년. 추상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는 고급 레스토랑인 ‘포시즌’으로부터 거액을 받고 벽화를 그려준다. 자신의 조수를 자처한 켄에게 그는 물감을 섞고 캔버스를 짜는 단순 노동만을 시킨다. 하지만 켄은 ‘청출어람은 이런 것이다.’ 하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다. 로스코가 무엇인가 표현하고 싶은데 어떤 색을 섞어야 할지 답이 떠오르지 않을 때, 물감이나 섞는 단순 노동만을 하던 켄은 스쳐 지나가듯 아무렇지 않게 정답을 말한다. 지금 거기에 섞어야 할 색은 ‘레드’라고. 로스코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켄이 너무나도 당차게 자신의 예술 이론과 상업적 프로젝트인 포시즌 레스토랑 벽화 작업을 수락한 데 대해 거침없이 질문을 쏟아내는 것 자체가 거슬린다. 켄은 로스코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도 질문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로스코는 왠지 그를 내치긴 싫다. 점점 잃어가고 있던 자신만의 레드, 열정과 믿음을 켄과의 대화를 통해 다시 얻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코는 극 중에서 이런 말을 한다. “자식은 아버지를 몰아내야 해. 존경하지만 살해해야 하는 거야….” 과거 젊은 시절 그는 기득권이었던 입체파를 거부하고 추상주의를 표방했다. 그러나 어느새 세월이 흘러 추상주의가 기득권이란 옷을 입게 됐다. 팝아트라는 신장르가 로스코의 장르 추상주의를 기득권으로 만들어 버렸다. 극 중 로스코는 고백한다. “인생에서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단 한 가지야. 어느 날 블랙이 레드를 집어삼키는 것이지.”라고. 극은 로스코와 켄의 세대 차이에서 비롯된 시각차, 인식 차를 바탕으로 벌이는 논쟁을 통해 이어지지만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하나다. 기존의 것은 새로운 것에 정복당한다. 이런 순환 사이에서 성숙하고 쇠퇴하며 소멸한 세대 간의 갈등과 이해, 화합이 바로 그것이다. 약 2시간가량 이어지는 극은 어려운 대사 탓에 다소 지루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미술에 관심이 많은 관객이라면 더욱 알차게 즐길 수 있을 듯하다. 두 배우의 열연이 돋보이는 ‘레드’는 2009년 영국 초연 후 지난해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 토니상 최우수연극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했다. 11월 6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 4만 4000원. (02)577-1987.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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