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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영의 그림산책8]클로드 모네(Claude Monet) - 빛 속으로 들어간 화가

    [이호영의 그림산책8]클로드 모네(Claude Monet) - 빛 속으로 들어간 화가

    푸른 강. 정박한 배들. 새벽풍경을 가르며 떠오르는 붉은 해. 강물은 그 햇살을 받아 일렁인다. 긴 밤의 여운은 아직 강가에 남아 있다. 푸름을 머금은 회색의 강. 조용한 아침. 아침을 깨우는 것은 나룻배의 노 젓는 소리이다. 나지막이 울리는 파문으로 해는 떠오르고 있다. 여명의 시간. 사물은 어둠에 싸여 제 얼굴을 명확히 내보이지 않는다. 흐릿한 풍경들. 어둠이 만든 긴 밤을 지나 만났을 새벽. 아침은 늘 그렇게 온다. 차디찬 어둠을 견디고 긴 여명의 시간을 견뎌야 온다. 해돋이. 태양의 떠오름. 그 시간은 순간이다. 아! 감탄사를 내쏟는 그 순간. 해는 불쑥 솟아올라 저 만큼 지상 위로 상승한다. 그 상승만큼 풍경은 빛으로 밝아진다. 매일 그렇게 동쪽하늘에서 떠오르는 태양이 있고, 그 빛으로 이루어진 하루가 있다. ‘인상 : 해돋이’. 모네가 그린 이 그림은 우리가 인상주의(Impressionism)라고 부르는 미술의 경향을 이름 짓게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의 제목 인상: 해돋이에서 인상을 따와서 인상주의, 인상파로 명명되었다. 인상(Impression). 빛의 인상은 순간적이고 즉흥적이다. 이 작품의 제목도 전시회 도록을 만들면서 동료의 요구에 따라 즉흥적으로 붙여졌다. 르아브르(Le Havre, 프랑스 북서부에 있는 도시. 센 강 어귀의 북안에 위치한다)의 고향집에서 내려다보이는 항구. 그 항구의 해 뜨는 풍경. 그 순간적인 풍경의 인상을 즉흥적으로 그린 이 작품은 당시의 주류 화단에서는 수용되기 어려운 작품의 태도였다. 사물들은 고유한 색채를 지니고 있으며 불변한다는 것과 작품은 깊이 있는 서사적인 구조의 내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당시의 주류화단을 이끌고 있는 생각들이었다. 순간에 나타나는 인상만이 주제인 그림. 내용이 없고 순수 시각에만 초점을 맞춘 그림. 감각에 닿는 빛을 그리고자 하는 그림은 낯설고 이질적으로 받아들여졌다.피사로( Camille Pissarre), 르느와르(Auguste Renoir), 시슬리(Alfred Sisiey), 바지유(Frédéric Bazille) 등의 젊은 화가들은 당대의 현실과 새로운 생각들을 표현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모네는 직접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는 외광파(plein-air painting)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캔버스를 들고 현장을 누볐다. 그런 그의 그림에는 당시의 파리의 새로운 풍경들이 담겨 있다. 또한 그 도시를 비추던, 그의 머리를 비추던 그 때, 그 시간의 태양이, 빛이 담겨있다.(위 그림 생라자르역, 라 그르누예르) 파리에서 1840년 11월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모네는 어린 시절, ‘센’ 강과 대서양과 만나는 바닷가 도시 르아브르(Le Havre)로 이주하여 유∙소년기를 보냈다. 유년기의 바다와 강은 그를 평생 ‘센’ 강가에 머무는 원인이 된 듯이 보인다. 모네는 평생 센 강가의 마을들을 주유하며 그림을 그렸고, 후기에는 지베르니의 ‘수련(垂蓮, Nymphéas)’의 연작을 남겼다. 수련의 물과 해돋이의 물의 이미지가 연결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모네, 그는 빛을 찾아 여행을 떠난 화가였다.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풍경은 매순간 달라지는 것이며, 동시에 다양한 순간들로 이루어진 것들이었다. 사물은 여러 시간 속에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며 각자의 색을 지니고 그려졌다. 빛은 시간과 상황에 따라 사물을 여러 얼굴로 나타낸다. 모네는 그러한 빛을 따라 풍경 속으로 들어갔다. 풍경 속으로 들어간 그는 풍경 속 사물이 되었다. 그리하여 그 풍경의 햇살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그 빛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가 본 그 느낌, 그 빛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그의 그림이 되었다. (위 그림 루앙대성당) 화면은 빠른 붓놀림과 거친 터치로 구성되었다. 물감덩어리가 그대로 화면을 이루었다. 그래서 모네의 작품은 가까이 다가서면 물감덩어리와 붓놀림과 터치로 보인다. 사물로 보이고 빛으로 빛나는 화면이 되는 것은 화면에서 서서히 멀어지며 거리를 두고 볼 때이다. 빛은 화면에서 물감의 발색으로 다시 태어났다. 가까이는 물감이었다가 거리를 두면 하나의 풍경이 되는 것. 모네의 그림 속이다.모네의 ‘수련’연작은 대체적으로 크다. 큰 크기를 넘어서 거대한 공간이다. 그의 수련 앞에서면 그림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물에 반사하는 빛. 수련의 잎들과 피어나는 연꽃들의 흔들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떨림. 시각을 넘어서 온 몸으로, 온 감각들로 스며드는 빛. 그리고 그의 숨소리. 그림은 빛의 찬란함을 노래하고자 했다. 그 찬란함은 거대한 공간이 되어 보는 이의 가슴을 울린다. 직접 보고 느낀 것. 그런 것들을 그리는 것이 모네의 덕목이다. 몸의 체험들, 경험들을 작품에 구현한 작가, 당대의 모더니스트, 모네이다. 오늘날에도 그의 작품태도가 유용한 것은 그러한 직접 경험이다. 직접 경험. 즐기려면 직접 체험해야한다. 봄이 온다. 이 봄이 그대의 봄이길 원한다면, 이 봄의 풍경 속으로 들어 가야할 것이다. 곧 꽃이 필 것이고, 새 싹이 돋을 것이다. 빛은 봄의 색으로 빛날 것이다. 그대가 들어가야 한다. 봄의 빛 속으로. 그래야 그대의 꽃이, 그대의 봄이 환히 피어날 것이다.
  • [태극전사 스토리] ‘생존율 1% 미숙아’ 스키 만나 새 삶 그리다

    [태극전사 스토리] ‘생존율 1% 미숙아’ 스키 만나 새 삶 그리다

    “딸에게 인생은 투쟁의 연속입니다.”14일 평창동계패럴림픽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양재림(29)의 아버지 양창근(61)씨는 이렇게 운을 뗐다. 여섯 달 반 만에 1.2㎏의 미숙아로 태어난 양재림은 곧장 인큐베이터로 향했다. 호흡이 자주 끊겨 속을 시커멓게 태웠다. 인큐베이터에서 산소를 투입하던 중 압력 조절이 안 돼 망막 손상을 입었다. 출생 한 달째에야 딸을 본 아버지는 의사에게서 “실명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400g이나 빠진 갓난아이는 네 차례의 대수술을 견뎌야 했다. 양재림이 처음 스키를 접한 건 네 살 무렵이다. 아버지는 왼쪽 눈 전맹에 오른쪽 눈마저 비장애인에 비해 10분의 1만 보여 몸의 균형을 맞추기 어려워했던 딸에게 균형 감각을 길러주고자 스키를 가르쳤다. 속도감에 반한 양재림은 해마다 겨울만 오면 친척을 따라 스키를 타러 갔고, 고등학생 땐 선수급에 이르렀다. 양재림은 대학 때 동양화를 전공했다. 스키와 함께 버팀목이다. 국가대표로 고된 훈련을 견디면서도 훈련 당일 새벽 네 시까지 눈을 캔버스에 거의 붙이다시피 하고 그림을 그린다. 아버지는 딸을 두고 “하나에 꽂히면 무서운 집중력과 끈기로 해내고 만다. 덕분에 1% 생존율에도 버틴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2010년 말 국가대표에 합류한 양재림은 6개월 만에 첫 국제대회인 남반구컵에서 3위를 꿰찼다. 하지만 이후 스키 인생도 투쟁으로 뒤덮였다. 외국 전지훈련을 가면 바로 앞에 형광등을 켠 듯 눈이 부시고 두통으로 훈련을 다 마치기가 버거웠다. 고도가 높은 곳에 올라가면 망막이 견딜 수 없으니 당장 내려오라는 시그널이었다. 양재림은 물론 감독과 코치도 이를 모른 채 오스트리아 등지에 있는 높은 고도의 스키장에서 훈련을 거쳤다. 2014 소치패럴림픽 알파인스키 대회전에서 아쉽게 4위에 그친 뒤 절치부심하던 양재림은 또 고난을 만났다. 2016년 1월 타르비시오(이탈리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결승선을 통과하다 넘어져 왼쪽 무릎뼈가 부서졌다. 초진한 의사는 “72시간 내에 수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택시를 타고 800㎞ 떨어진 밀라노로 옮겨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양재림은 비행 내내 극한의 고통에 떨었다. 부상 사흘째 수원 아주대병원에 도착해 무사히 수술을 마쳤지만, 그해 1년은 재활을 하느라 스키와는 멀어졌다. 양재림은 무서운 집념으로 다시 우뚝 섰다. 14일 강원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대회전 시각장애 부문에서 12명 중 9위를 달렸다. 아버지는 “빛 때문에 시력이 악화할까 봐 스키를 반대했다”며 “하지만 소치에서 너무 안타까워하기에 한 번만 더 해보자고 했다”며 웃었다. 또 “4년 새 숱한 곡절을 겪었지만 마침내 평창에 왔고 개회식 땐 성화를 봉송하는 영광도 누렸다. 이미 메달을 받은 셈”이라며 애틋한 심정을 드러냈다. 정선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수요 에세이] 수채화와 경제정책/문재도 무역보험공사 사장·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수요 에세이] 수채화와 경제정책/문재도 무역보험공사 사장·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2016년 1월 초순 30년 넘은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숨가쁘게 달려온 직장 생활이어서 퇴직 후를 꼼꼼하게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그래도 무언가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것들을 하고 싶어 가족과 함께 여행 가고 싶은 곳, 읽고 싶은 책 등 몇 가지를 ‘위시 리스트’로 준비했다. 그중에 중학교 1학년 이후로 손을 놔버린 그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어서 수채화를 시작하기로 했다. 공직을 그만둔 이후 생활은 무엇일까. 그 무렵 잡지에서 우연히 봤던 문구가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 ‘당신은 지금까지 내비게이터에 의존한 생활을 하였습니다. 이제부터는 나침반에 의존하여 생활하여야 합니다.’ 그렇다. 이제부터는 누구를 만날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등 모든 것을 나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 공직을 하는 동안 개인생활이 거의 없이 살아왔던 입장에서 작은 일부터 일일이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은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 말했던가. 고위직에 있다가 퇴직할수록 평범한 일상생활에 적응하는 데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런 가운데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을 빨리 찾고 싶었다. 퇴임식을 하고 돌아와 미술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서울 강남역 부근에 적당한 곳이 있었다. 다음날 학원에서 원장과 상담을 했다. “그림을 그려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닙니다. 중학교 때 그려본 것이 마지막입니다.” “무슨 그림을 하고 싶으세요?” “수채화요. 유화는 전혀 해보질 않아서요.” “데생(소묘)은 해보셨나요?” “아닙니다.” “ 그러면 데생을 좀 한 후에 수채화를 배우도록 하지요.” 하얀 캔버스에 4B연필로 명암과 원근만을 이용해 사물을 그리는 데생을 시작했다. 몇 번의 수업을 거치는데 선생님이 그림을 그리는 내 옆에서 말을 던진다. “손이 빠르시네요.” “무슨 뜻인가요? 제가 대충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요?” “아니요. 좋은 뜻입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나 수채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수채화란 여러 가지 물감을 물에 개거나 풀어서 그리는 그림이다. 유화와 비교할 때 맑고 투명한 느낌을 주나, 덧칠해 수정하기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수채화는 나에게 잘 맞는 특성이 있었다. 그리기 전에 전체 구도에서 어디서 시작할지 그리고 무엇을 강조할지 등 전략이 필요했다. 그냥 사진처럼 자세하게 그리려고만 해서는 그림이 완성되지 않았다. 덧칠하면서 수정을 거듭하는 유화와 달리 한 번 시작하면 거의 마무리 단계까지 쉬지 않고 그려야 했다. 그만큼 짧은 시간 집중이 필요했다. 공직 생활 동안 수많은 정책 과제를 정해진 시간 내에 마무리하도록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에 성향상 적합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수채화를 시작한 후로 하늘, 산, 강, 바다, 나무, 도시의 거리 등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주변의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사실 그 전까지 하늘이 그렇게 변화무쌍한지 몰랐다. 하늘색이 그냥 파란 줄로만 알았는데 짙은 파란색에서 시작해 푸르스름해지다 무채색의 회색으로, 그러다가 어느새 산을 마주치는 곳에서는 연한 녹색으로 변했고, 석양 무렵에는 자주색과 붉은 선홍색으로 마무리됐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이제껏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아 왔다니…. 지금까지 바쁘게 살기만 했지 세상을 제대로 보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수채화를 그리면서 경제 정책 수립 과정을 다시 생각해 본다. 첫째, 현상을 잘 조감하고 관찰한다(관찰). 둘째, 작가 입장에서 강조할 부분을 정하는 등 현상을 잘 이해하도록 사물을 재구성한다(분석). 셋째, 우선순위를 정해 채색에 들어간 후 그림의 전체적 구도가 균형을 유지하도록 채도를 조정한다(대책 강구). 넷째, 원근과 명암 등에서 소외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해 마무리한다(보완 대책). 최근 들어 세계 무역과 산업 환경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지금 우리 세대는 커다란 변곡점에 서 있다. 수채화적 시각으로 새롭게 우선순위를 정한 후 정책을 개발하고 소외된 곳이 없었는지 살펴보았으면 한다.
  • [동호회 엿보기] 그려서 풀리네, 마음의 짐…그래서 꿈꾸네, 화가의 길

    [동호회 엿보기] 그려서 풀리네, 마음의 짐…그래서 꿈꾸네, 화가의 길

    “붓과 캔버스에 집중하는 순간,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어느새 사라지고 힐링하게 되죠.”(서울 양천구청 총무과 류인정 주임) 바쁜 공직 일상을 쪼개 그림을 그리며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의 향기를 전하는 공무원 동호회가 있어 눈길을 끈다. 양천구청 물빛사생회다. 공무원 하면 딱딱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감수성이 가득한 물빛사생회의 그림을 보면 이러한 편견은 눈 녹듯 사라진다.# 10년 전 싹 틔운 이후 일곱 차례 정기 전시회 물빛사생회가 싹을 틔운 것은 2008년이다. 처음에는 미술에 관심 있는 서너 명이 모여 서양화가 조명호씨의 지도를 받으며 그림을 공부하는 정도였다. 동호회다운 모습을 갖춘 것은 2011년이다. 이름을 짓고, 회칙을 정하고 그리고 한 해 동안 열심히 그린 작품을 모아 창립전을 개최했다. 물빛동호회는 창립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일곱 차례 정기전을 이어 왔다. 해마다 회원 수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평소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거나 학창시절 못다 이룬 꿈에 동호회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대략 30명 안팎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이 가운데 10여 명은 매주 월요일 저녁 평생학습관 미술실에서 열리는 그림 교실에 개근할 만큼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직에 갓 입문한 20대부터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과장급까지 세대를 아우른다. 성별로 따지면 여성이 절대 다수. # 두 시간 남짓 그림에 몰두하면 스트레스 훌훌 2014년 여름 물빛사생회에 가입해 연재 총무를 맡고 있는 양천구청 총무과 류인정 주임은 “두 시간 남짓 그림에 몰두하면 스트레스를 날리는 것은 물론 삶의 활력소가 된다”고 귀띔했다. 구청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림을 그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면 동료애가 쌓이고 이는 원활한 업무 협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데생으로 시작해 유화와 수채화, 아크릴화 등 저마다 취향에 따라 풍경을 그리고 정물을 그리다 보면 어느새 작품이 쌓여 정기전을 열어야 할 때가 다가온다. 대략 30점 안팎의 작품을 전시한다고. 정기전이 열리는 양천문회회관 전시실을 오가며 작품을 감상한 지역 구민들이 대견해 하고 좋아해 주는 것 또한 보람이다. 물빛사생회의 작품은 문화회관 로비와 구 의회 사무국 등에 걸려 지역 구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림만 그리는데 그치는 것은 아니다. 2015년에는 가장 작은 크기(6호)의 그림 열 점을 판매해 모은 수익금을 불우이웃에게 전달하는 등 지역과 호흡하려고 애쓰고 있다. # 전시회 열고 주민과 호흡… 판매 수익금 기부도 자기 계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현대조형미술대전, 겸재진경미술대전, 경기미술협회공모전, 정수문화예술대전 등 외부 공모전에서 입상하거나 개인전까지 열며 말년에 화가의 꿈을 활짝 피우는 경우도 있다. 2014년부터 3년가량 사생회를 이끌었던 유선희 전 회장은 지난해 37년 공직 생활 퇴직을 기념하는 개인전을 성황리에 열기도 했다. 물빛사생회는 올해 10주년을 맞는다. 류 주임은 “모든 것에는 힘들 때와 좋을 때가 있는데 그런 과정을 거치며 전시회를 치르고 났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신임 회장이 위촉되면 다양한 논의를 통해 올해는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40년 이상 사라졌다가 나타난 ‘나이지리아 모나리자’ 18억원에 경매

    40년 이상 사라졌다가 나타난 ‘나이지리아 모나리자’ 18억원에 경매

    ‘나이지리아의 모나리지’로 40년 이상 사라졌던 명작 ‘투투’가 영국 런던 경매에서 120만 5000 파운드(약 18억원)에 팔렸다. 1974년 나이지리아 화가 벤 엔원우가 비아프라 내전 상처를 치유하는 데 앞장섰던 이페족 공주 아데투투 아데밀류이를 캔버스에 담은 이 작품은 그 동안 흔적을 찾을 수 없었는데 “북런던의 검소한 저택”에서 발견됐다. 28일(현지시간) 본햄 경매회사의 현대 아프리카 예술 담당인 자일스 페피아트가 문제의 자택에 있는 에술품들을 감정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찾아가 진품임을 확인했다. 맨부커상 수상자인 작가 벤 오크리는 이번 발견이 “같은 세대 아프리카 50년에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당초 30만파운드(약 4억 5000만원)에 낙찰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낙찰가는 120만 5000파운드로 현대 나이지리아 작가로서는 최고가다. 물론 낙찰자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페피아트는 여러 차례 투투 변형판들을 살펴봐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모두 사본으로 판명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투투 초상화는 나이지리아에서 국가의 상징과 같다. 엄청난 문화적 의미를 갖는다. 많은 관심을 끌고 그 작가의 판매 기록을 경신해 기쁘다. 내가 그 작품을 발견하고 이렇게 빼어난 작품을 판매하는 데 역할을 한 것에 짜릿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모더니즘의 아버지로 통하는 엔원우는 투투의 변형판으로 세 작품을 그렸는데 이것들도 모두 1994년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사라져 지금껏 행방을 알 수 없다. 엔원우는 1940년대 골드스미스, 러스킨 칼리지, 옥스퍼드, 슬레이드 예술학교 등에서 공부했다. 1956년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나이지리아를 찾았을 때 여왕 청동상을 제작하는 데 간여한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본햄 제공
  •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연구 과정, 대중에게 공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연구 과정, 대중에게 공개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2주에 걸쳐 관람객 앞에서 연구 대상이 된다. 요하네스 베르메르가 1665년을 전후해 그린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1994년 마우리츠하위스 박물관에서 마지막으로 연구됐다. 박물관 측은 성명에서 "추가적 복원이 아직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림에 영향을 주지 않는 기술적 분석 방법은 지난 25년간 크게 발전해왔다"고 밝혔다. 파란색과 노란색이 섞인 터번과 진주 귀걸이를 하고 신비한 눈빛을 보여주는 어린 소녀의 그림은 오랫동안 연구자들을 매혹시켰다. 박물관은 "베르메르가 어떤 소재를 사용해 어떻게 이 그림을 그렸는지에 대해 밝혀지지 않은 점이 많다"고 전했다. 야광 엑스레이와 디지털 현미경 관찰법 등 최신 기술을 사용한 2주간의 프로젝트는 '스포트라이트 속의 소녀'라는 이름 하에 26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된다. 베르메르의 작품은 사용된 캔버스와 입자, 오일 등을 조사하기 위해 매우 정밀한 과정을 거친다. 모든 과정은 유리 건축물 안에서 진행되어 관람객들이 참관할 수 있다. 애비 판디페르 마우리스하위스 연구실장은 "2주 동안, 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연구 센터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2003년 스칼렛 요한슨과 콜린 퍼스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영화의 원작은 소설가 트레이스 체발리에의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그러나 영화나 소설과는 달리, 그림의 주인공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장관섭 프리랜서 기자 jiu670@naver.com
  • 송곳으로 내리그은 수천, 수만개의 선… ‘빛의 울림 ’ 되다

    송곳으로 내리그은 수천, 수만개의 선… ‘빛의 울림 ’ 되다

    멀리서 봐선 알 수 없다. 가까이 다가서야 한다. 그때서야 보인다. ‘평면에 채워진 색’이라고 생각했던 화폭에 내리그어진 수천, 수만의 색선이. 불과 1~1.5㎝의 두께로 겹치고 포개진 색의 기둥들이 빛을 머금었다가 다시 뿜어내고 있음을. 선이 만들어 낸 깊이감과 공간감 때문에 평면이 입체가 되는, 전통 회화의 틀을 깨는 스토리텔링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머리카락 화가’로 잘 알려진 김현식(53) 작가는 최근 선과 색으로 2차원과 3차원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 작업에 골몰하고 있다. 작품 하나에 한 달여를 매달려 온 구도의 시간을 서울 삼청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 ‘빛이 메아리치다’에서 함께 경험할 수 있다.그의 회화가 차이를 만들어 내는 건 재료 에폭시 레진을 활용하는 방법 때문이다. 캔버스에 에폭시 레진을 바르고 송곳으로 수천, 수만번의 선을 내리긋는다. 그 위로 수성 아크릴 물감을 부어 골 사이로 색이 스며들고 마르면 물로 닦아낸다. 그 위에 다시 에폭시 레진을 발라 같은 작업을 7~10차례 반복한다. 색의 농도 차이, 골과 골, 아래층과 위층이 중첩되며 만들어 낸 ‘사이 공간’들이 우주 공간처럼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세계를 만들어 낸다. 김현식 작가는 “표면 아래 새로운 공간을 발견해 가는 감상의 과정이 존재의 외피 안에 감춰진 내면 세계를 향해 가는 여정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작품은 총 46점으로 전시 규모는 크지 않다. 하지만 작품을 바라보는 각도나 거리에 따라 감상은 시시각각 달라진다. 전시장에 오롯이 홀로 있는 순간이라면 침묵 속에 생동하는 색과 빛의 메아리의 여운이 더 길고 깊게 느껴질 테다. 3월 4일까지. (02)720-1524~6.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낯익은 일상, 지그시 바라보니 낯설어지다… ‘jig展’

    낯익은 일상, 지그시 바라보니 낯설어지다… ‘jig展’

    ‘jig(지그)’는 건축용어다. 건축공정상에 템플릿 또는 가이드를 만들어주는 보조기구다. 기계가공에서 가공 위치를 쉽고 정확하게 정하기 위한 보조용 기구를 일컫는다. 공간디자인을 전공한 작가가 현재 머물고 있는 곳이 어디이며, 작가 관심의 영역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넌지시 알려주는 장치다. 서양화가 허정(29)이 내년 1월3일부터 15일까지 인사아트스페이스에서 첫 번째로 여는 개인전인 ‘jig展’에 담긴 작품들은 가득 채움을 통해 비어있음을 드러내는 역설의 미학이 숨겨져 있다. 건축, 혹은 건축물을 오브제 삼아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시공간의 역사성을 캔버스 단면에 비어있음과 채움으로 풀어내려는 의도는 허정의 이번 전시작품들을 관통하고 있다. 실제 그의 연작 ‘옴니프레즌트Ⅳ’와 ‘옴니프레즌트Ⅴ’를 함께 보면 그의 의도가 조금 더 선명해진다. ‘옴니프레즌트Ⅳ’는 에두름 없이 오직 직선으로 빽빽하다. 온기 느껴지지 않는 골조물의 공간 바깥 풍경은 화려한 색채로 가득한 반면, 내부는 아름답지만 단순한 파스텔톤의 단색이다. 이어지는 ‘옴니프레즌트Ⅴ’에서 작품 속 같은 공간은 외부의 차분함과 내부의 화려함으로 다시 극적인 반전을 보여준다. 그리고 비로소 오른쪽 아래에 보일 듯 말 듯 예닐곱 명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실제 그의 전시 작품 속 유일하게 식별 가능한 사람의 존재들이다. 옴니프레즌트(omnipresent)는 ‘어디에나 있음’을 뜻한다. 신의 시대를 마감한 이후, 인간의 존재을 목적삼지 않는 역사 속 건축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 또한 설령 눈에 보이지 않을지언정 숱한 건축물이 인내해온 시간과 공간들이 오직 인간을 향해 있음을 알려준다. 허정은 “이번 'jig展'에서는 완성된 건축물, 짓고 있는 건축물, 해체된 건축물 등 모든 건축물들을 슬라이드 필름처럼 한 장씩 모두 투명하게 표현했다”면서 “이러한 투명성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교에서 말하는 삼계(三界)와도 같으며 적정거리를 두고 가볍게 지나치는 현상에 대해 비틀고 싶었기에 이러한 작품을 전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작가의 말은 이번 ‘jig展’이 ‘지금, 여기’의 치열함이 아니라 한 발짝 떨어져 지그시 바라봐야만 볼 수 있는 익숙한 일상과 현상의 뒷면을 겨냥하고 있음을 좀더 분명히 설명해준다. 허정은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서양화를 전공했다. 2016년 ‘특이한 부드러움 상냥한 떨림 일곱개의 방’과 ‘세미콜론展’, 2017년 ‘야기된 경계들展’ 등 단체전을 열었다. 이번이 첫 개인전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상생경영 특집] 현대모비스, ‘아동 교통안전’ 투명우산 70만개 보급

    [상생경영 특집] 현대모비스, ‘아동 교통안전’ 투명우산 70만개 보급

    현대모비스는 어린이의 교통안전을 확립하고 꿈을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현대모비스는 비오는 날 우산으로 시야가 좁아져 교통사고 위험이 커지는 아이들을 위해 2010년부터 매년 투명 우산 10만개를 제작해 전국의 초등학교에 무료 배포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전국의 1091개 학교에 모두 70만개의 우산을 나눠 줬다. 현대모비스가 제작한 투명우산은 투명 캔버스 재질을 적용해 시야 확보가 쉬운 데다 테두리가 차량 불빛을 반사해 운전자가 우산을 쓴 어린이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했다. 손잡이엔 비상용 호루라기를 달아 위급상황에 활용할 수 있다. 베이징, 상하이, 우시 등 중국 각지에서 매년 3만개의 우산을 나눠 주고 있다. 또 2014년부터는 푸르메재단, ㈜이지무브와 함께하는 ‘장애아동 보조기구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장애아동 가족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장애아동들이 불편함 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이들의 신체조건에 맞게 맞춤 제작된 카시트형 자세유지 의자, 기립형 휠체어 등 보조기구와 재활치료 비용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송민호, 인스타그램에 ‘강식당’ 채운 그림들 공개 “행복한 사람이에요”

    송민호, 인스타그램에 ‘강식당’ 채운 그림들 공개 “행복한 사람이에요”

    위너 송민호의 인스타그램이 화제다. ‘강식당’에 걸린 그림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19일 방송된 tvN ‘신서유기 외전-강식당’에는 캔버스에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송민호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멤버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송민호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다. 강식당 홀의 벽면에 걸 그림을 그리고 있던 것. 송민호는 식당에서 퇴근할 때 캔버스를 집으로 챙겨가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 나영석 PD가 미술학원에 다녔냐고 묻자 “초등학교 때?”라며 “재작년까진 이렇게 못 그렸다. 한창 공백기 있을 때 그림 공부를 했다”고 밝혔다. 멤버들이 송민호가 캔버스에 그린 얼굴을 보며 “누구냐. 강 사장님 얼굴 아니잖아”라고 묻자 송민호는 “행복한 사람이에요”라고 답했다. 송민호가 그린 작품의 제목은 ‘행복’이었다. 벽에 걸린 그림에 손님들은 “그림 맞나? 저걸 어떻게 그리냐”, “엄청 잘 그렸다”며 관심을 보였다. 강식당의 메뉴판과 로고도 송민호의 손에서 탄생했다. 제작진은 송민호의 후속작은 그의 SNS로 확인 가능하다고 자막을 통해 알렸다. 이에 20일 송민호의 인스타그램이 화제로 떠올랐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행복’을 비롯해 ‘허영’ ‘쾌락’ 등 다양한 작품들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부모가 아이 키운다? 친구가 아이 만든다

    부모가 아이 키운다? 친구가 아이 만든다

    양육가설/주디스 리치 해리스 지음/최수근 옮김/황상민 감수/이김/624쪽/2만 5000원 “자식 교육 제대로 안 시킨 죄로 부모부터 처벌해라.” “가해자 부모를 공개해라.” 또래 여중생을 잔혹하게 때려 피투성이로 만든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에 달린 댓글들이다. 10·20대 범죄 사건엔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반응들이다.비슷한 풍경은 정반대의 장면에서도 연출된다. 수년 전 동생에 이어 형까지 한국계 미국인으로 미국 행정부 내 최고위직인 차관보에 오른 고홍주·경주 형제의 뉴스에는 어머니인 전혜성 박사의 자녀교육법이 ‘필수 부록’처럼 따라다녔다.전혀 달라 보이는 두 장면이 한데 포개지는 것은 ‘같은 신념’으로 뭉쳐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헌신과 노력이 자녀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우리가 뿌리 깊게 믿고 있는 양육가설이다. ‘자식 농사’라는 말 한마디에는 절대적인 신봉이 자리해 있다. 자녀를 하나둘만 두면서 부모들이 아이에게 물질적, 정신적으로 온갖 정성을 쏟고,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에 ‘내 탓인가’를 되뇌며 절절매는 세태는 점점 심해지는 모양새다. ●부모 무용론 아닌, 아이=소유물 아니라는 것 책은 이 견고한 믿음이 ‘현대사회의 커다란 착각’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한다. ‘부모의 양육은 아이가 어떻게 자라나는지 결정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부모가 아닌 또래 집단과의 어울림을 통해 사회화된다. 부모의 역할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말이다. 때문에 책은 1998년 미국에서 첫 출간 당시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전 세계 22개 언어로 번역·출간됐다. 뉴스위크, 뉴요커 등 주요 언론은 ‘부모는 중요한가?’란 도발적인 물음으로 헤드카피를 뽑았다. 하버드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으나 박사학위를 받지 못하고 쫓겨나 집에서 아동발달심리 교재를 쓰던 저자에겐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다. 동시에 저자는 과격한 급진주의자라는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부모에게 자식을 학대하거나 방치할 권리를 부여했다’는 등 왜곡된 비난에 휩싸였다. 하지만 저자의 어린 시절 경험과 진화심리학, 사회심리학, 인류학, 영장류동물학, 유전학, 범죄학, 언어학 등 방대한 사례로 주장을 뒷받침하는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단단했던 믿음은 점점 의구심으로 바뀐다. 기존의 양육가설과 양육 전문가들의 조언이 부모들에게 얼마나 강압적인 요구를 해 왔는지, 아이를 기른다는 것의 참다운 기쁨과 부모의 자발성을 뺏어 간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부모 잃은 아이들, 친구와 의지하며 생존 저자는 아이들은 부모들의 꿈을 칠할 빈 캔버스가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가 어떤 인간이 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당신이 아이에게 얼마만큼의 애정을 쏟았는지로 결정되지 않는다고도 강조한다. 아이들은 또래 집단을 통해 진정한 성장을 한다는 게 그의 통찰이다. 60년 전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딸인 안나 프로이트가 연구한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여섯 아이의 사례는 극단적이지만 또래 집단의 중요성을 잘 보여 준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수용소에서 부모를 잃은 이 아이들은 전쟁이 끝날 무렵 구조돼 영국의 유치원에 보내졌다. 발견 당시 ‘작은 야만인’ 같던 아이들은 줄곧 서로 위하고 의지하며 끝까지 살아남았다. 이들이 어른이 되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네 살 이전 또래들과 지속적인 애착을 형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자는 여기서 또래 집단이란 몇몇 친구들과의 관계, 상호작용에 한정되는 개념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어린 소녀가 아이라면 어때야 하는지, 여자 아이라면 어때야 하는지 배우는 ‘사회범주’이며, 이를 통해 한 인간의 정체성이 형성된다는 것이다.●“육아 스트레스·책임감 내려놓고 즐겨라” 책이 건네는 메시지는 일부 비판론자들처럼 ‘부모는 필요 없다’가 아니다. ‘긴장을 풀고 양육의 진정한 기쁨을 누리라’는 충심 어린 당부다. 오늘도 단잠 한 번 못 자고 피곤에 전 얼굴로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전념하는 당신에게 저자는 말한다. ‘나의 한 가지 바람은 나로 인해 육아가 더 쉬워지고 부모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부모들은 아직도 그들의 문화가 규정한, 불안감도 노동 강도도 극심한 육아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부모들은 기운을 불어넣으려는 나의 선의의 조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긴장을 풀어라. 자녀는 당신이 완성시키거나 파괴시킬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들은 미래의 것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돌…섬인 듯 사람인 듯

    돌…섬인 듯 사람인 듯

    검은 섬인가 하고 보면 돌이고, 돌인가 하고 보면 사람이다. 사유의 초점이 이동하는 순간 낯선 이미지가 캔버스 위에 어른거린다.서양화가 유중희의 개인전 ‘환영의 경계’가 다음달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박영덕화랑에서 기획초대전으로 열린다. 작품 대부분은 수석(壽石)을 캔버스에 재현한 것이다. 작가는 돌의 단면을 나눠 틈을 주거나 흐릿하게 하거나 폭포처럼 흘러내리도록 함으로써 보는 이들의 생각에 따라 다른 상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커다란 평원석은 공간과 시간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이 유구하다. 섬보다도 훨씬 큰, 태초에 지구 표면 위로 떠오른 대륙과 같은 형상은 마치 이 돌덩이가 떨어져 나온 기원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 다른 수석에서는 동해의 코끼리바위섬과 남해의 홍도섬의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돌도 시간이 흐르면 풍화 작용에 의해 주름이 깊게 파이듯 어떤 돌은 상당한 세월을 견디어낸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박영택 미술평론가는 “즉물적으로 자리한 돌에 대해 관찰자 중심의 관점보다는 보이는 것 안에 숨겨진 것들을 추출하고, 사물의 근원에 가닿는 시선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했다. 동양화적인 느낌은 작품의 주재료인 연필에서 비롯된다. 회화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도구인 연필을 써 색이 주는 선입견을 배제하고 무위의 자연을 충실하게 표현하고자 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유 작가는 경기대에서 서양화를 전공,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교육과를, 단국대 조형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서울국제아트페어, 서진 아트스페이스, 해운대아트센터 등에서 12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단원미술대전에서 ‘대상’(1999),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특선’(1998) 등을 수상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세계적 예술가 아르망…유족 간 ‘10년 전쟁’ 마침표

    세계적 예술가 아르망…유족 간 ‘10년 전쟁’ 마침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을 만든 현대예술가이자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종 도뇌르 명예훈장을 두 차례나 받은 문화영웅인 아르망(Arman)의 유족들 사이에 10여 년간 끌어온 법적 다툼이 해결되었다. 이브 클라인(Yves Klein)과 함께 ‘신사실주의운동’을 창시한 프랑스계 미국인 예술가인 아르망은 76세로 2005년 미국에서 숨졌다. 그는 사망 당시 뉴욕에서 거주하는 둘째 부인이 관리하는 신탁사에 작품을 남겼다. 하지만 첫째 부인의 자손들은 그의 유언에 항의했다. 아르망(A.R.M.A.N.)이라는 재단을 설립하고 즉각 소송에 돌입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법적 해결의 실마리는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현지 법률사무소는 “2005년 이후 기나긴 법적 다툼을 벌인 끝에 ‘둘째 부인과 딸이 국제조각페스타운영위원회에 임명되어 아르망의 작품을 목록하고 입증하며 작품을 위한 박물관을 개발한다’는 내용에 양측이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마침표를 찍기까지 10년 넘는 시간이 필요했던 재산권 분쟁의 대상인 작품들은 그에게 ‘현대 사회의 고고학자’라는 별칭을 붙여줄 정도로 사회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었다. 59개의 차를 하나씩 쌓아 올린 20m 높이의 탑인 ‘장기 주차장’(Long Term Parking) 같은 굉장한 규모의 작품을 비롯해 레바논 내전의 종식을 기념해 83개의 탱크와 군용차로 만든 ‘평화를 위한 희망’(Hope for Peace)은 그의 대표작들 중 하나다. 아르망은 바닥에 쓰레기를 뿌려놓은 설치작품인 ‘푸벨’(Poubelle·쓰레기통)과 같거나 비슷한 물건을 배열하는 ‘어큐뮬레이션’(Accumulations·집적) 작품으로 1960년대에 명성을 얻었다. 또한 일상용품이나 폐품을 절단하거나 모으고 때로는 태우는 아상블라주(assemblage) 기법으로 현대의 소비문명을 비판적으로 표현한다는 평을 듣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2011년 4월 예술의전당에서 아르망의 절단한 첼로 조각들을 캔버스에 붙이고 풍부한 색감의 아크릴로 그린 회화 작품들,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형상을 표현한 실크스크린 기법의 판화 등 작가의 심도있는 작품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장관섭 프리랜서기자 jiu670@naver.com
  • 靑 본관에 걸린 11m 촛불, 文대통령 “정부 정신 부합”

    靑 본관에 걸린 11m 촛불, 文대통령 “정부 정신 부합”

    구매자 찾아 연말까지 빌려 벽 크기에 맞춰 5m 줄이기도 청와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며 촛불을 든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대형 그림을 청와대 본관에 전시했다. 지난 13일부터 이틀동안 설치했다. 이 그림은 ‘민중미술 1세대’ 화가 임옥상 작가가 그린 ‘광장에, 서’라는 작품으로 가로 16m, 세로 3m가 넘는 대작이다. 30호 캔버스(90.9㎝X72.7㎝) 108개를 이어 붙여 흙으로 ‘국민의 힘으로 탄핵’, ‘이게 나라냐’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든 시민의 모습을 그리고, 수많은 원형 패턴으로 일렁이는 촛불 파도를 묘사했다.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기에 앞서 참모들과 이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그림을 들여온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임옥상 화가가 9월 전시회에 그린 그림인데, 가보진 못하고 인터넷으로 봤다. 촛불집회를 형상화했는데 우리 정부 정신에 부합하고 정말 좋아 보여 전시회가 끝난 뒤 빌려도 되냐고 물어봤지만 이미 팔렸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 후 구입한 사람을 수소문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구입한 사람도 당장 전시할 곳이 없어 창고에 보관할 계획이라고 하기에 그럴 것 같으면 우리가 빌려 걸 수 있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좋다고 해서 이리 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그림은 청와대 본관 벽면을 가득 메우고도 남을 만큼 컸다. 그래서 양옆 캔버스 30개를 덜어 11m로 줄여 걸었다. 그림의 임대 기간은 연말까지이나, 연장할 수 있도록 임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청와대 본관에 대형 ‘촛불 시위’ 그림 걸렸다

    청와대 본관에 대형 ‘촛불 시위’ 그림 걸렸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촉발한 광화문 광장의 촛불시위를 주제로 한 대형 작품이 청와대 본관에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지난 13일 청와대 본관 입구에는 민중미술가로 알려진 임옥상 작가의 ‘광장에, 서’ 작품이 설치됐다. 이 그림은 가로 11.7m, 세로 3.6m 규모로, 작년 말 광화문 촛불시위 현장을 찾은 작가가 당시 상황을 캔버스 78개에 나눠 그린 뒤 이어 붙인 작품이다. 작품에는 광화문을 배경으로 ‘닥치고 OUT’ ‘하야하라’ 같은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촛불집회 시민들의 모습이 담겼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임 작가의 전시회를 찾았다가 이 작품을 본 뒤 마음에 들어 문 대통령에게 구매 의사를 밝혔다. 이후 문 대통령은 추석 연휴 기간이던 지난달 6일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동행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에게 해당 작품을 구입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청와대의 구입 의사를 전달받은 임 작가는 애초 가로 16.2m, 세로 3.6m, 캔버스 108개로 돼 있던 작품을 청와대 본관 벽면의 크기에 맞춰 줄인 뒤 설치를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임 작가는 2012년 대선과 2017년 대선 때 모두 문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바 있다. 또한 유 전 청장과 함께 이번 대선 때 문재인 캠프의 ‘서울역사문화벨트조성공약 기획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동호회 엿보기] ‘좋은 벗’ 붓 삼아…매주 월요일 그녀들은 꿈을 색칠한다

    [동호회 엿보기] ‘좋은 벗’ 붓 삼아…매주 월요일 그녀들은 꿈을 색칠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팔레트에 짜 놓은 물감들을 보면 녀석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축소해 놓은 것 같이 느껴집니다. 나는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까? 내가 아는 그 사람은 어떤 색깔일까? 아무것도 없는 하얀 캔버스에 스케치하고 붓을 들어 색칠할 때면 벅차오르는 기분에 심장 소리가 바깥까지 들리진 않을까 걱정도 해 봅니다.”# 가락지처럼… 15년간 女공무원들 끈끈한 우정 그림 그리기를 통해 자기계발과 힐링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 경기 이천시청 그림 동호회 ‘가락지’다. 가락지는 여성들이 장식으로 손가락에 끼는 두 짝의 고리를 말한다. 이름 그대로 회원들 간의 영원한 우정을 뜻하기도 한다. 이천시청의 여성공무원만으로 출발했다. 가락지회의 역사는 2003년 시작돼 15년 전통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남성들도 관심을 많이 가져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모든 공직자에게 문이 열려 있다. 근래에 신입회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 동호회의 인기를 보여 주고 있다. # 퇴직 기념전시회 ‘전통’… 낙후지역 벽화 동참도 15명이 활동하고 있는 가락지회는 매주 월요일 퇴근 후 데생·수채화·유화 등 그림을 그린다. 학교에서 받던 미술수업이 아니라 자유로운 창작 활동의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처음 시작하는 회원이나 그림 그리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회원들은 지도 선생님의 도움도 받기도 한다. 그냥 그림이 좋다는 이유로 10여년 세월을 넘기면서 그림 작업으로 친목과 정을 나눈다. 전시관, 미술관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그림의 소재를 얻기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회원 모두가 저마다 꿈을 그려 가는 곳이다. 박경미(여성가족과) 회장은 “직장을 인연으로 만난 좋은 벗들과 그림 그리는 여유로움으로 행복을 공유하며 자유롭게 작업한다. 지친 일상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뿌듯한 성취감도 느낀다”며 “자기계발에 한몫하고 있다는 게 이 동호회의 가장 큰 자랑”이라고 말한다. # “취미로 시작했다 출품… 화가 꿈 이룬 회원도” 1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퇴직하는 회원들을 위해 후배들이 퇴임기념 전시회를 열어 주는 게 전통이 됐다. 2012년 서광자(전 상수도사업소장) 회원과 지난 6월 말 박회자(전 예산공보담당관) 회원의 퇴임기념 전시회를 했다. 2010년 이천시청직장동호회전시회, 여성문화대학 전시전 등 수차례 초청돼 작품전을 갖기도 했다. 경로당 어르신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어르신들의 고충의 소리를 귀에 담기도 하며, 낙후된 요꼴마을 담벽에 벽화 그리기에 동참하는 등 재능 기부로 행복한 동행을 실천하기도 한다. 이미연(민주화공원사무소) 총무는 “취미로 시작한 일이지만 매년 작품전과 공무원 미술대전, 기예경진대회에 출품도 하고 달력을 제작하는 등 전문가의 반열에 들어 퇴직 후 예술가의 길을 걷는 분도 있다”고 귀띔한다. 어릴 적 화가의 꿈을 꿨던 이들에게 잃어버렸던 꿈을 찾아 주는 동심의 공간인 가락지회 방에는 매주 월요일 저녁 회원 모두가 각자의 꿈에 색칠을 하는 열기가 가득 찬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함혜리 객원논설위원의 예술산책] 채운 듯, 비운 듯… ‘건축의 시인’이 지은 하얀 풍경

    [함혜리 객원논설위원의 예술산책] 채운 듯, 비운 듯… ‘건축의 시인’이 지은 하얀 풍경

    가끔 질주본능이 발동할 때 떠오르는 길이 있다. 자유로. 자동차를 타고 그 길을 따라 서쪽으로 40㎞ 정도 달리면 파주출판도시가 나온다. 도로변으로 책 창고와 인쇄소, 다양한 모양의 출판사 건물들 사이로 양감 있는 독특한 건물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부드러운 곡선과 날카로운 선이 교차하는 기하학적 구조의 흰색 건축물은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에서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무념무상의 공간에 책을 펼쳐 놓은 것 같은 독창적인 양식의 이 건축물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이다.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루 시자(Alvaro Siza)가 디자인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출판과 건축, 미술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독특한 예술 공간으로 국내외 건축가들과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미메시스란 ‘모방하다’라는 의미가 있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언어, 그림이 무언가를 모방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모든 예술행위를 미메시스의 범주에 넣기도 한다. 미메시스는 이 미술관을 운영하는 ‘열린책들’의 예술전문출판사 이름이기도 하다.멀리서 보이는 곡선과 달리 건물의 뒤편은 완벽한 직각을 이루는 높은 벽이다. 키 높이의 갈대가 줄지어 선 오솔길을 따라 뮤지엄 건물을 끼고 돌아가면 갤러리로 이어지는 정원이 나온다. 정면에서 위를 향해 바라보면 ‘건축의 시인’이라 불리는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손끝에서 탄생한 마술 같은 공간 분할과 아름다운 선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파주출판도시 ‘열린책들’ 운영 2009년 완공된 미술관은 대지 4628㎡에 연면적 3636㎡, 지상 3층 규모다. 북쪽과 동쪽의 두 면은 완벽한 직선의 형태이고, 서북쪽은 정원과 맞물리면서 완만하게 구부러지면서 두 개의 날개가 달린 형상이다. 거대한 건물은 흰색의 단조로운 벽면과 곡선이 주는 생동감이 물결치듯 조화를 이루며 방문객의 호기심을 끝없이 자극한다. ●직선·곡선 리듬 살린 흰색 벽면 미술관은 다양한 크기의 전시공간이 하나의 덩어리에 담긴 설계로 유명하다. 독특한 외관만큼이나 내부의 공간도 독특해서 건축적 산책을 하며 작품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훌륭하다. 다양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백색의 전시공간은 가급적 인조광을 배제하고 자연광을 끌어들여 은은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다양한 공간에 자연 채광 스며 직선과 곡선이 교차하며 리드미컬한 흐름을 만들어 내는 흰색의 공간이 보기에는 좋지만, 전시를 하는 작가들에게는 무척 까다로울 것 같다. 다르게 표현하면 도전정신을 자극한다고 할까. 현재 미술관에서는 서양화가 김태호(64) 서울여대 교수가 ‘사라진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대규모 설치작업과 회화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개인전을 위해 4년간을 준비했다는 작가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국내 현대미술관 중에서 단연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화이트큐브 공간”이라며 “전시를 준비하며 셀 수 없이 미술관을 찾았고 자연 채광과 동선의 흐름, 공간의 모양을 감안해 전시공간을 드로잉하듯이 채웠다”고 말했다.●김태호 ‘사라진 풍경’ 작품 설치 이것 같기도 하고 저것 같기도 한 삶의 ‘모호함’, 끝없는 반복을 거쳐 결국은 소멸하고 마는 ‘사라짐’과 같은 주제를 이어 온 작가는 형태의 구현보다는 이미지의 중첩에 중점을 두고 작업한다. 작가는 다양한 크기의 캔버스 혹은 나무 입방체에 아크릴물감을 수십 번 덧칠했다. 작가는 “덧칠을 하는 과정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사건, 지금은 저세상으로 떠난 가족, 인상으로 남은 이미지들을 층층이 쌓아 올렸다”고 했다. ●이미지 중첩해 소멸 과정 표현 1층 공간에는 전시 제목과 같이 ‘사라진 풍경’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 주는 작품들이 걸렸다. 캔버스에 형상을 그리고 수십, 수백 번의 붓질로 덮어버리는 단색의 캔버스 작업, 풍경을 연속해서 촬영한 뒤 이미지들을 한 화면에 모아 암흑처럼 만드는 사진 작업들이다. 바닥에는 깨어진 성모상이 놓여 있고, 공룡의 모양을 한 물체가 아크릴 상자 속에 박제된 채 있는 설치작품도 있다. 작가는 “공룡이 지금은 없지만 우리는 그 존재를 알고 있듯이 이미지를 덮어버린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가 유년시절을 보낸 강원도 원주 시골의 냇가와 산의 풍경들에 대한 기억이 평생 잠재해 있듯이. ●덧칠 캔버스·깨진 성모상 등 전시 작가는 꽉 채우지는 않았으되 절대로 비어 있지 않는, 자연스럽고 통일감 있는 풍경을 만들었다. 흰색 벽면에는 선명한 색상으로 칠해진 작품들을 군데군데에 걸었다. 마치 공간에 따옴표를 하거나 붓질을 한 듯 벽에 생기를 준다. 은은한 광택을 머금은 입체이자 평면인 작품들은 제각기 다른 크기를 지니며 방향이나 보는 시간의 빛에 따라 다른 색감으로 나타난다. 빛의 간섭으로 색이 달라지는 특수물감을 사용한 결과다. 2층으로 올라가면 대형 캔버스가 벽에 양쪽으로 걸려 있고 그 사이에 다양한 크기의 나무 블록을 세워놓았다.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물 위에 부처의 두상이 있고 벽에는 대형 캔버스들이 걸렸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집니다. 사라지는 순간이나 존재하는 순간이 아름답다는 정도가 갖는 선호도의 차이일 뿐 그 외엔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눈 덮인 풍경을 바라보듯 제 작품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모든 것은 어떤 형상도 담고 있지 않지만 풍경이다. 사라지는 것이 두렵기보다는 아름다운 것이라며 우리에게 조용히 위로하듯이 일러준다. 미술관을 디자인한 시자가 원했던 것이 이런 풍경일지도 모른다. 빛과 사람, 건축과 예술이 어우러진 풍경. 글 사진 lotuscomcom@naver.com ‘모더니즘 최후 거장’ 건축가 알바루 시자 알바루 시자는 1933년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화가 또는 조각가를 꿈꿨으나 사용자를 배려한 기능을 추구하는 그는 기하학적인 구조와 곡선을 역동적으로 결합한 디자인으로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으로 불린다. 1988년 미스 반 데어로에 유럽 현대 건축상, 1992년 프리츠커상을 받았고 2002년과 2012년 베니스건축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대표작으로 포르투 세할베스 현대미술관, 포르투 건축예술대학 도서관, 리스본 엑스포 파빌리온 등이 있다. 한국에는 안양 알바루시자홀, 아모레퍼시픽연구원, 파주출판단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이 있다.
  • [기고] 자연으로 돌아가라/박형주 아주대 석좌교수·수학

    [기고] 자연으로 돌아가라/박형주 아주대 석좌교수·수학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18세기 루소가 한 말인데, ‘자연 상태’라는 의미 외에도 르네상스 시대 이후에 나타난 새로운 정신을 표현한다. 세상 문제의 답은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가 아니라 자연 속에 있다는, 즉 관찰과 실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관점이다. 이는 인간 이성을 모든 것의 위에 두는 데카르트적 합리주의와는 결이 다르다.  이슬람 팽창기에 광범위하게 수집되어 아랍어로 번역됐던 고대 그리스와 인도 문명의 성취가 중세를 지나면서 유럽에 속속 소개됐다. 이를 통해 재발견된 지식과 사고체계가 르네상스를 이끌었는데, 흔히 고대 그리스의 재발견으로 표현되지만 고대 인도 문명의 재발견도 무시할 수 없다. 13세기 이탈리아의 상인 피보나치는 무역을 하며 아랍어에 능통했는데, ‘계산서’를 저술해서 아라비아 숫자를 유럽에 소개했다. 사실은 인도 문명이 발명한 숫자 체계인데도 아라비아 숫자로 잘못 불리게 된 이유인데, 요즘은 인도-아라비아 숫자라고 부르는게 일반적이다. 당시 사용되지 않던 숫자 ‘0’을 유럽에 소개한 것도 피보나치의 책인데, ‘공허’와 ‘허무’의 개념은 유럽 사상계를 혼란에 빠트리기도 했다.  르네상스 이후 인간 이성에 대한 각성이 전방위적으로 일어났다. 우주는 본질적으로 수학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조화로운 구조라는 피타고라스적 우주론은 치명적인 매력이었고, 코페르니쿠스는 이를 지동설로 구체화했다. 과학의 영역뿐 아니라 미술에서도 3차원 물체를 실체에 가깝게 캔버스로 옮기기 위한 노력은 원근법과 사영기하학의 개발로 이어졌다. 음악에서도 음계 이론의 수학적 이해를 넘어서 목소리와 악기 소리를 수학적 용어로 완벽하게 표현하는 푸리에의 이론이 출현했다. 하지만 이러한 각성과 성취도 초기에는 근대적 의미의 과학적 사유와는 차이가 있어서 관찰과 검증은 간과됐다. 가톨릭 신부였던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을 주장한 책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의 공개를 미루다가 사망 직전인 1543년에 출판했다. 로마 교황청의 비난을 두려워했던 탓이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프톨레미우스가 천체의 운동을 기술하면서 지구 중심으로 회전하는 원 77개를 사용한 것에 반해, 중심을 태양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원 31개면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한 그는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지동설로 인한 수학적 단순화가 천체의 운동을 아름답게 설명하자 단순함이 주는 미적 완결성에 매료된 것이다. 자신의 이론이 관측과 실험에 부합하는 가는 논외였다. 실제로 50여 년 뒤에 케플러가 타원 궤도를 도입할 때까지 그의 이론은 관측 자료를 설명하지 못했다. 방대한 관측 데이터를 모으고 타원 궤도를 도입한 케플러조차도 그로 인한 미적 단순성에 매료됐던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우주관은 구교와 신교 모두에게서 공격을 받았다. 교황청은 종교재판을 통해 코페르니쿠스 이론이 성서에 반하는 거짓 피타고라스 이론이라고 비난했고 1616년에 모든 관련 출판물을 금서로 지정했다. 마르틴 루터는 그를 ‘건방진 점성술사’라고 불렀으며, 장 칼뱅은 ‘성령의 권위 위에 코페르니쿠스를 놓는 행위’를 격렬히 비난했다. 그래서 17세기 베이컨의 ‘사고는 관찰의 보조’라는 말은 파격적이다. 관찰 사실을 수학적 방식으로 설명하거나 추상적 사유를 현상을 통해 검증하는 근대적 사고 체계가 확립되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 과정의 우여곡절과 지적 충돌을 관찰하는 것은 잘 쓰인 소설을 읽는 것보다 흥미진진하다.
  • [새 영화] 파울라

    [새 영화] 파울라

    불과 100여년 전 독일이다. 여성은 애를 낳는 것을 빼고는 창조적인 일을 할 능력이 없다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그림은 정확하고 정밀하게 자연을 있는 그대로 그려야 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보이는 대로가 아니라 느껴지는 대로, 자신의 감성과 직관대로 그림을 그리며 시대적 편견과 한계를 깨뜨린 독일의 여성 화가의 짧지만 폭풍 같은 삶이 스크린에 채색됐다.9일 개봉하는 ‘파울라’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독일 표현주의의 선구자 파울라 모더존베커(1876~1907)의 삶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그림에 소질이 없으니 취직하거나 결혼하라는 아버지의 권유를 물리치고 독일 브레멘 지역의 예술가 공동체 보르프스베데를 찾아가는 파울라를 보여 주며 시작한다. 사실주의적인 풍경화를 그리는 화가들이 설립한 그곳에서 파울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족족 어겨 가며 눈 밖에 난다. 빈민촌에서 그림 대상을 찾기도 하고, 당시로서는 금기시되는 (노인) 남성의 누드를 그리기도 한다. 파울라는 자신(의 그림)에 관심을 드러낸 화가 오토 모더존과 결혼하지만 가정 또한 그녀의 예술혼을 가두지는 못하고, 파울라는 결국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창작열을 불태운다. 교과서에 나오는 여러 예술가의 낯선 삶이 등장해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파울라는 자신의 천재성을 알아본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 솔 메이트로 교류한다. 릴케가 당대 최고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비서였고, 또 릴케와 결혼한 조각가 클라라 베스트호프가 생계를 위해 로댕의 작업실에서 회반죽을 주물러야 했다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카미유 클로델도 스치듯 등장해 스승(로뎅)이 작품을 가로챘다고 한탄한다. 파울라의 화풍에 큰 영향을 끼친 폴 세잔의 작품을 만나는 것도 재미. 반면 예술가를 위대하게 만드는 예술혼이 마냥 멋있게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광기까지는 아니지만 일상성을 벗어난 행동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관객의 몫이다. 영화 초반에는 카메라가 캔버스 안을 비추지 않아 파울라가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호기심을 자극하다가 중후반 이후 본격적으로 보여 주는데 색과 선을 단순화한 그림들이 인상적이다. 파울라는 누드 자화상을 그린 첫 여성 화가로 서양미술사에 기록된 인물이기도 하다. 남성 화가들이 그린 관능적인 여성 누드화와는 거리가 먼 ‘호박 목걸이를 한 자화상’이 대표작이다. 늘 걸작 세 점과 아이 한 명을 세상에 남겨 놓고 싶다고 말하던 파울라는 실제 딸을 출산한 이듬해 세상을 뜨며 불꽃같은 삶을 마감한다. 느닷없이 영화가 끝나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엔딩 크레디트 사이로 여운이 많이 흐른다. 스위스 출신 카를라 주리가 파울라로 열연했다.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리플리컨트에게 이식할 기억을 만들던 아나 스텔리네 박사 역을 연기한 배우다. 15세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예술? 외설? 나체로 작품 포즈 따라하는 행위예술가

    예술? 외설? 나체로 작품 포즈 따라하는 행위예술가

    한 남성이 세계 유명 작품들 앞에 나체로 자신만의 작품전을 펼쳐 논란을 빚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의 행위예술가 아드리안 피노 올리베라다. 1일(현지시간) 영국 메트로에 따르면, 그가 가장 최근 선보인 행위예술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 앞에 발가벗은 채 포즈 취하기다. 아드리안은 두 다리 뒤로 중요 부분을 감춰 ‘여성화’(mangina) 연기를 선보였다. 그의 행위는 실제로 페미니스트적인 표현법이기도 하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부터 베니치아 명화가 자코포 틴토레토의 ‘은하수의 기원’(The Origin of the Milky Way)까지, 그는 가장 상징적인 캔버스, 건축물, 벽화들 앞에서 옷을 벗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예술을 표현했지만 결과적으로 영국 런던 경찰서 유치장에서 7시간을 보냈고, 440파운드(약 65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그는 “예술을 창조하는데 돈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나의 원칙을 저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라며 눈도 꿈쩍하지 않았다. 이어 “일부 사람들은 나를 주목받길 원하는 엉뚱한 놈이라고, 내 공연이 예술을 모욕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술은 늘 자극적인 반응을 야기해왔고, 나는 뛰어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채널로써 내 몸을 동원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요 부위를 노출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상징적인 거세‘라며 “만약 내가 성기를 보여준다면 모든 관심이 그곳을 향할 테고, 많은 이들이 그것을 예술이 아닌 노출증이라고 이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다음달 쯤에 22개의 유명 작품 앞에서 공연을 펼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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