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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은 돈이 됩니다, 단 제대로 샀다면

    그림은 돈이 됩니다, 단 제대로 샀다면

    “담배를 피우지도 않고, 술도 한 적 없습니다. 골프도 안 치고, 주식에 손댄 적도 없지요. 제 유일한 취미는 미술품 수집입니다.” 문웅(70) 인영기업 대표의 집에 들어서면 누구나 탄성이 나오게 마련이다. 오치균 화백의 ‘감´을 비롯해 랄프 플렉의 ‘스타디움’ 등 그림이 먼저 손님을 맞는다. 식견이 짧더라도 비싼 그림이란 걸 단박에 알 수 있을 만한 작품들이다. 그는 김환기, 이중섭, 데이비드 호크니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 작품을 다수 가지고 있다. ‘억’ 단위에 이르는 숱한 작품과 함께 개인 수장고에 3000여점의 미술품이 있다. 지난 50년 동안 수집가로서의 삶을 소개한 ‘수집의 세계´(교보문고)를 최근 출간한 그를 만났다.●“결혼반지 살 돈 아껴 그림 샀다” ‘미술품 수집´이라 하면 부유한 재벌 회장이나 사모님들이 우선 떠오르게 마련이다. 이들이 사고파는 수억, 또는 수십억원짜리 고가 미술품 이야기는 나와 상관없는 일처럼 들린다. 문 대표는 1970년대 후반 건설사를 세운 뒤 중동 건설 붐을 타고 돈을 벌었다. 주식회사 인영기업을 필두로 물류, 바이오 기업도 창업했다. 이력 탓에 ‘역시 돈이 많아 미술품을 수집하는구나´ 짐작하게 된다. 그는 고개를 젓는다. “용돈을 모아 미술품을 샀습니다. 돈이 넉넉지 않아 여러 차례 망설이고, 좋아하는 작품 한 점 손에 넣으려 갖은 노력을 했습니다.” 1978년 그가 결혼할 무렵의 일이다. 그의 어머니가 “신부에게 예물을 하라”며 다이아몬드 5부 값의 돈을 줬다. 그는 신부의 손을 잡고 금은방으로 가 1부 다이아몬드 반지 2개를 맞춰 서로의 손에 끼웠다. 나머지 돈으로 오지호 화백의 그림 ‘해경’을 60만원에 구입해 선물했다. 다이아몬드 5부의 현재 가격은 250만원 정도. 오 화백의 비슷한 크기 그림은 현재 4000만원을 웃돈다.집을 옮기고 증축을 할 무렵, 지인에게서 “변시지 화백 작품이 나왔다”는 연락이 왔다. 아내와 아들에게 “내가 직접 인부로 뛰겠다. 내 인건비로 그림을 사겠다”고 설득해 사들였다. 변 화백이 젊었을 적 그린 희귀작이다. 10년 넘게 타던 차가 고장이 잦자 아들이 “이참에 차를 새로 사자”고 했다. 그는 급한 부분만 수리하고, 차 살 돈으로 천경자 화백의 그림을 샀다. 비슷한 크기의 천 화백 작품 가격은 현재 고급 외제차 두 대를 사고도 남을 정도다. ●“돈 되는 그림 찾으려면 안목부터 길러야” ‘미술품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때는 1971년, 그가 스무 살 때였다. “친한 형님이 의재 허백련 선생의 열 폭 병풍을 사라고 권하더군요. 미술에 대한 소양이 없던 터라 덜컥 샀습니다. 1977년 2월 의재 선생이 타계하시고, 그해 가을에 형님께서 그림을 4배 이상 받고 되팔아 줬어요. 미술품도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그런데 그 병풍이 1년도 안 돼 절반이 또 뛰었습니다. ‘좀더 가지고 있을걸’ 하고 생각하니 속이 쓰리고 후회가 밀려왔어요.” 그 뒤로 악착같이 미술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돈을 벌기 위해 모았지만, 사면 살수록 진짜 가치에 눈을 뜨게 됐다. “조선시대 유명한 미술품 수집가 석농 김광국 선생이 쓴 ‘석농화원´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그림에는 그것을 아는 자, 사랑하는 자, 보는 자, 모으는 자가 있다. 그림의 묘미는 잘 안다는 데 있으며, 알게 되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참되게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나니 그때 수장한 것은 한갓 쌓아두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라고.” 그래서 미술품 수집 첫째 기준으로 ‘마음이 가는가’를 우선 따진다. “그래야 사도 후회를 안 하고, 가격이 뛰면 더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술품은 공산품과 달리 일률적으로 찍어낼 수 없다. 특히나 유명 작가 작품은 희소가치가 있다. 그래서 “좋은 미술품은 사두면 무조건 오른다”고 거듭 강조한다. 무조건 오른다니, 의심스런 표정을 짓자 “제대로 공부하고 제대로 샀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대가의 스케치화부터 모아라” 그가 박수근 화백 그림 2점을 사들일 때의 일이다. 강원 양구군이 고향인 박 화백이 양구공립학교 교정을 그린 미공개 희귀 작품이었다. 그림 뒤에 ‘수근’이라는 이름도 적혀 있었다. 양구 교육청에 가 자료를 수집해 당시 상황과 대조해 봤다. 그래도 확신이 서지 않아 화랑협회에 감정을 맡겨 아들인 박성남씨를 찾아 검증을 받았다. 결국 위작임을 알아냈다. “미술품은 여러 채널로 검증해야 합니다. 좋은 작품을 발견하기 위해, 위작이나 졸작에 속지 않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해선 안 됩니다. 그래서 처음에 그림을 구입하는 이들에겐 최소한 검증이 된 대가의 스케치화나 수채화를 권합니다. 예컨대 김환기 화백의 캔버스 10호짜리 유화는 억대지만, 수채화는 몇천만원대 정도이고, 연필 스케치화는 일반인도 돈을 아껴 살 수 있습니다. 처음 미술품을 구입할 땐 반드시 환금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나중에 돈이 급할 때 유명 작품이 아니면 쉽게 안 팔릴 수 있기 때문이죠.” 미술을 보는 눈이 밝아졌다면, 좀더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싶다면 ‘중견에 이르기 전 젊은 작가 작품´을 권한다. 그는 “전망 있는 작가 작품을 사면 작가와 내가(수집가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물론 주의해야 할 작가도 있다. 실력에 반해 높은 직책에 있어 미술품값이 비싸다면 ‘거품’이 있는 작가다. “거품이 있는 작가의 작품은 작가 사망 이후 가격이 폭락합니다. 신진 작가는 판매 수익을 갤러리와 작가가 6대4 정도 가져가고, 원로 작가는 4대6 정도로 나눠 갖습니다. 갤러리는 최대한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신진 작가 작품을 권하죠. 미술품이 돈이 된다는 전제는 즉, 미술품의 가격은 화랑이나 화가가 아닌, 시장이 말해 줘야 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처음이라면 경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공부하니 교수까지… “예술, 내 인생 바꿔” 이왕이면 제대로 공부하자 싶어 사업을 하며 마흔 초반에 중앙대에서 석사, 마흔 후반에 성균관대 예술학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특히 박사 과정은 8학기 전 학위를 딴 사례가 없었는데, 5학기 만에 박사학위를 따는 진기록을 세웠다. “심사받는데 심사위원들이 ‘관례가 없다’며 아주 심하게 심사했다”는 후문이다. 졸업하자 ‘교수를 하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호서대와 중앙대에서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다. “만약 제가 스무 살 때 미술을 만나지 않았으면 어찌 됐을까 생각해 봅니다. 다른 취미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돌이켜 봅니다. 미술품 수집하느라, 공부하느라, 후학 양성하느라 잡스런 취미도 안 가지고 사고도 안 쳤습니다. 그래서 사업도 잘 풀린 것 같아요. 인생이란 게 이렇게 재밌습니다. 하하하.” 정년을 마치고 대학에서 나온 뒤에도 그는 여전히 미술품을 공부하고 사들이고 소장한다. 이런 수집 행위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카이스트에 500억원 이상을 기부하신 정문술 미래산업 창업자께 이런 고민을 드린 적이 있어요. ‘회장님. 제가 소장해 온 작품을 제 손에서 벗어나게 하는 건 살점을 떼어내는 것보다 어려울 거 같습니다’. 그랬더니 ‘자네 나이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말고 더 열심히 살아가게’라고 하시더군요.” 50년을 수집가로 산 그에게, 앞으로도 수집을 이어 갈 그에게 ‘수집의 의미는 무엇인지’ 물었다. 우문에 현답이 돌아온다. “예술품은 인류의 유산입니다. 예술품은 계속 만들어져야 하고, 우리 같은 수집가는 이것이 상하지 않도록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수집한 예술품이 후대로 전해지면, 일생 예술을 아끼고 사랑해 온 내 마음도 이어지지 않을까요.”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이 사람이 사는 법]“그림, 잘만 사면 돈 됩니다”

    [이 사람이 사는 법]“그림, 잘만 사면 돈 됩니다”

    “담배를 피우지도 않고, 술도 한 적 없습니다. 골프도 안 치고, 주식에 손댄 적도 없지요. 제 유일한 취미는 미술품 수집입니다.” 문웅(70) 인영기업 대표의 집에 들어서면 누구나 탄성이 나오게 마련이다. 오치균 화백의 ‘감‘을 비롯해 랄프 플렉의 ‘스타디움’ 등 그림이 먼저 손님을 맞는다. 식견이 짧더라도 비싼 그림이란 걸 단박에 알 수 있을 만한 작품들이다. 그는 김환기, 이중섭, 데이비드 호크니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 작품을 다수 가지고 있다. ‘억’ 단위에 이르는 숱한 작품과 함께 개인 수장고에 3000여점의 미술품이 있다. 지난 50년 동안 수집가로서의 삶을 소개한 ‘수집의 세계’(교보문고)를 최근 출간한 그를 만났다. ●“결혼반지 살 돈 아껴 그림 샀다” ‘미술품 수집‘이라 하면 부유한 재벌 회장이나 사모님들이 우선 떠오르게 마련이다. 이들이 사고파는 수억, 또는 수십억원짜리 고가 미술품 이야기는 나와 상관없는 일처럼 들린다. 문 대표는 1970년대 후반 건설사를 세운 뒤 중동 건설 붐을 타고 돈을 벌었다. 주식회사 인영기업을 필두로 물류, 바이오 기업도 창업했다. 이력 탓에 ‘역시 돈이 많아 미술품을 수집하는구나’ 짐작하게 된다. 그는 고개를 젓는다. “용돈을 모아 미술품을 샀습니다. 돈이 넉넉지 않아 여러 차례 망설이고, 좋아하는 작품 한 점 손에 넣으려 갖은 노력을 했습니다.”1978년 그가 결혼할 무렵의 일이다. 그의 어머니가 “신부에게 예물을 하라”며 다이아몬드 5부 값의 돈을 줬다. 그는 신부의 손을 잡고 금은방으로 가 1부 다이아몬드 반지 2개를 맞춰 서로의 손에 끼웠다. 나머지 돈으로 오지호 화백의 ‘해경’을 60만원에 구입해 선물했다. 다이아몬드 5부의 현재 가격은 250만원 정도. 오 화백의 비슷한 크기 그림은 현재 4000만원을 웃돈다. 집을 옮기고 증축을 할 무렵, 지인에게서 “변시지 화백 작품이 나왔다”는 연락이 왔다. 아내와 아들에게 “내가 직접 인부로 뛰겠다. 내 인건비로 그림을 사겠다”고 설득해 사들였다. 변 화백이 젊었을 적 그린 희귀작이다. 10년 넘게 타던 차가 고장이 잦자 아들이 “이참에 차를 새로 사자”고 했다. 그는 급한 부분만 수리하고, 차 살 돈으로 천경자 화백의 그림을 샀다. 비슷한 크기의 천 화백 작품 가격은 현재 고급 외제차 두 대를 사고도 남을 정도다. ●“그림은 돈 된다. 단, 제대로 샀다면” ‘미술품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때는 1971년, 그가 스무 살 때였다. “친한 형님이 의재 허백련 선생의 열 폭 병풍을 사라고 권하더군요. 미술에 대한 소양이 없던 터라 덜컥 샀습니다. 1977년 2월 의재 선생이 타계하시고, 그해 가을에 형님께서 그림을 4배 이상 받고 되팔아 줬어요. 미술품도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그런데 그 병풍이 1년도 안 돼 절반이 또 뛰었습니다. ‘좀더 가지고 있을걸’ 하고 생각하니 속이 쓰리고 후회가 밀려왔어요.”그 뒤로 악착같이 미술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돈을 벌기 위해 모았지만, 사면 살수록 진짜 가치에 눈을 뜨게 됐다. “조선시대 유명한 미술품 수집가 석농 김광국 선생이 쓴 ‘석농화원‘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그림에는 그것을 아는 자, 사랑하는 자, 보는 자, 모으는 자가 있다. 그림의 묘미는 잘 안다는 데 있으며, 알게 되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참되게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나니 그때 수장한 것은 한갓 쌓아두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라고.” 그래서 미술품 수집 첫째 기준으로 ‘마음이 가는지’를 우선 따진다. “그래야 사도 후회를 안 하고, 가격이 뛰면 더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술품은 공산품과 달리 일률적으로 찍어낼 수 없다. 특히나 유명 작가 작품은 희소가치가 있다. 그래서 “좋은 미술품은 사두면 무조건 오른다”고 거듭 강조한다. 무조건 오른다니, 의심스런 표정을 짓자 “제대로 공부하고 제대로 샀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정말 가치 있는 미술품인지 공부하라” 그가 박수근 화백 그림 2점을 사들일 때의 일이다. 강원 양구군이 고향인 박 화백이 양구공립학교 교정을 그린 미공개 희귀 작품이었다. 그림 뒤에 ‘수근’이라는 이름도 적혀 있었다. 양구 교육청에 가 자료를 수집해 당시 상황과 대조해 봤다. 그래도 확신이 서지 않아 화랑협회에 맡겨 아들인 박성남씨를 찾아 검증을 받았다. 결국 위작임을 알아냈다.“미술품은 여러 채널로 검증해야 합니다. 좋은 작품을 발견하기 위해, 위작이나 졸작에 속지 않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해선 안 됩니다. 그래서 처음에 그림을 구입하는 이들에겐 최소한 검증이 된 대가의 스케치화나 수채화를 권합니다. 예컨대 김환기 화백의 캔버스 10호짜리 유화는 억대지만, 수채화는 몇천만원대 정도이고, 연필 스케치화는 일반인도 돈을 아껴 살 수 있습니다. 처음 미술품을 구입할 땐 반드시 환금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나중에 돈이 급할 때 유명 작품이 아니면 쉽게 안 팔릴 수 있기 때문이죠.”미술을 보는 눈이 밝아졌다면, 좀더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싶다면 ‘중견에 이르기 전 젊은 작가 작품’을 권한다. 그는 “전망 있는 작가 작품을 사면 작가와 내가(수집가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물론 주의해야 할 작가도 있다. 실력에 반해 높은 직책에 있어 미술품값이 비싸다면 ‘거품’이 있는 작가다. “거품이 있는 작가의 작품은 작가 사망 이후 가격이 폭락합니다. 신진 작가는 판매 수익을 갤러리와 작가가 6대4 정도 가져가고, 원로 작가는 4대6 정도로 나눠 갖습니다. 갤러리는 최대한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신진 작가 작품을 권하죠. 미술품이 돈이 된다는 전제는 즉, 미술품의 가격은 화랑이나 화가가 아닌, 시장이 말해 줘야 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처음이라면 경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공부하니 교수까지… “예술, 내 인생 바꿔” 이왕이면 제대로 공부하자 싶어 사업을 하며 마흔 초반에 중앙대에서 석사, 마흔 후반에 성균관대 예술학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특히 박사 과정은 8학기 전 학위를 딴 사례가 없었는데, 5학기 만에 박사학위를 따는 진기록을 세웠다. “심사받는데 심사위원들이 ‘관례가 없다’며 아주 심하게 심사했다”는 후문이다. 졸업하자 ‘교수를 하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호서대와 중앙대에서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다.“만약 제가 스무 살 때 미술을 만나지 않았으면 어찌 됐을까 생각해 봅니다. 다른 취미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돌이켜 봅니다. 미술품 수집하느라, 공부하느라, 후학 양성하느라 잡스런 취미도 안 가지고 사고도 안 쳤습니다. 그래서 사업도 잘 풀린 것 같아요. 인생이란 게 이렇게 재밌습니다. 하하하.” 정년을 마치고 대학에서 나온 뒤에도 그는 여전히 미술품을 공부하고 사들이고 소장한다. 이런 수집 행위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카이스트에 500억원 이상을 기부하신 정문술 미래산업 창업자께 이런 고민을 드린 적이 있어요. ‘회장님. 제가 소장해 온 작품을 제 손에서 벗어나게 하는 건 살점을 떼어내는 것보다 어려울 거 같습니다’. 그랬더니 ‘자네 나이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말고 더 열심히 살아가게’라고 하시더군요.” 50년을 수집가로 산 그에게, 앞으로도 수집을 이어 갈 그에게 ‘수집의 의미는 무엇인지’ 물었다. 우문에 현답이 돌아온다. “예술품은 인류의 유산입니다. 예술품은 계속 만들어져야 하고, 우리 같은 수집가는 이것이 상하지 않도록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수집한 예술품이 후대로 전해지면, 일생 예술을 아끼고 사랑해 온 내 마음도 이어지지 않을까요.”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세계에서 가장 큰 그림 702억원에 팔려…“가난한 어린이 지원”

    세계에서 가장 큰 그림 702억원에 팔려…“가난한 어린이 지원”

    英작가 ‘인류애의 여행’…농구장 4개 크기저개발국가 어린이 위생·교육 지원 예정낙찰자, 모든 조각 구매 “가난 잘 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그림이 경매에서 6200만 달러(약 702억원)에 판매됐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의 사샤 자프리가 그린 ‘인류애의 여행’이라는 제목의 회화 작품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경매에서 이같은 가격에 낙찰됐다. 70개 조각으로 구성된 이 작품의 크기는 모든 조각을 합쳤을 때 농구장 4개 정도 넓이인 1595.76㎡에 달한다. 이 작품은 캔버스에 그린 작품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기네스 인증을 받았다. 현대미술 작가인 자프리는 “저개발국가 어린이의 위생 개선과 교육 등을 위해 3000만 달러를 목표로 작품을 완성했다”면서 “내 작품으로 인도주의적 지원이 활발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경매업체는 성명에서 “원래 목표했던 금액보다 2배 가격에 팔렸다”면서 “판매 금액은 가난한 어린이를 돕는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작품은 두바이에 거주 중인 프랑스 국적 입찰자에게 전부 판매됐다. 낙찰 전까지 팜 호텔에 전시 중이었던 작품은 조각을 나눠 판매할 예정이었으나 한꺼번에 팔린 것이다. 암호화폐 사업을 운영하는 작품 구매자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먹을 게 없을 때 기분이 어떤지 매우 잘 안다”면서 그러나 나는 적어도 학교를 보내주고 먹여 살려줄 부모님이 계셨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을 보고 매우 강렬한 느낌을 받았으며, 조각조각 팔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테니스장 6개 합친 크기 ‘세계서 가장 큰 그림’, 702억원에 팔려

    테니스장 6개 합친 크기 ‘세계서 가장 큰 그림’, 702억원에 팔려

    기네스 세계 기록에 오른 ‘세상에서 가장 큰 캔버스 그림’이 두바이에서 열린 경매에 등장했다. ‘인류의 여정’(Journey of Humanity)이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총 70개의 프레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완성된 그림의 크기는 1만 7176평방피트(약 482평)에 달한다. 이는 공식 테니스 코트를 6개 합친 정도의 규모다. 기네스 측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캔버스 그림’ 인증을 받은 이 작품의 작가는 영국 출신의 사차 자프리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70개의 프레임으로 나누었고, 각각의 프레임은 호텔 연회장 등에 전시돼 왔다. 이후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지털 교육 격차’를 겪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기부금 3000만 달러(약 340억 원)을 모금하기로 결심했고, 이후 70개의 프레임으로 나뉜 자신의 작품을 경매에 내놓았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23일 열린 경매에서 프레임 70개는 예상과 달리 한 사람에게 한꺼번에 낙찰돼 놀라움을 안겼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그림을 사들인 사람은 아랍에미리트에 거주하는 프랑스 국적의 사람으로, 그는 70개의 프레임 전체를 하나의 그림으로 보고 무려 6200만 달러(한화 약 702억 6000만원)에 낙찰받았다. 이는 예상가의 2배에 달하는 높은 금액이며, 생존하는 예술가의 작품 중에서도 매우 비싼 축에 속한다.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운영중이라고 알려진 낙찰자는 “나는 가난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먹을 것이 없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부모님의 사랑과 학교의 교육 및 지원을 받았다”면서 “이 그림의 수익금이 아이들을 위해 쓰인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 아이들에게 어떤 피해를 입혔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팬데믹으로 곤경에 처한 아이들을 위해) 반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전통서 미래를 그리다, 남도의 미술이 열렸다

    전통서 미래를 그리다, 남도의 미술이 열렸다

    조선 회화사의 걸작인 ‘자화상’을 남긴 공재 윤두서, 남종화의 대가 의재 허백련과 남농 허건, 현대미술 대표 작가인 김환기, 천경자, 오지호…. 예향(藝鄕) 남도의 명성을 만들고 지켜 온 전남 출신 한국 미술사의 거장들이다. 이러한 든든한 전통을 자산으로 지역 미술의 구심점이자 현대미술의 미래와 함께하는 글로벌 미술관을 지향하는 전남도립미술관이 23일 문을 연다. 2014년 미술관 건립 계획 수립 이후 7년 만이다. 전남 광양시의 옛 광양역사 터에 자리한 미술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9개의 전시실과 대강당, 교육실 등을 갖췄다. 지난 19일 미리 둘러본 미술관은 건물 외벽 전면을 장식한 유리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전시실이 위치한 지하 공간까지 깊숙이 비춰 밝고 개방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개관 전시는 신생 미술관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보여 주는 첫 관문이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를 주제로 지역 미술의 강점인 전통을 되새기고, 이어 현대적인 재해석을 두루 살피는 한편 현대미술의 미래까지 아우르는 작품들로 개관전을 펼친다. 전시 들머리는 남종 문인화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의재 허백련(1891~1977)과 남농 허건(1907~1987)의 발자취로 채웠다. 호남 남종화의 시조인 소치 허련(1808~1893)의 맥을 이은 두 작가는 닮은 듯 다르다. 의재가 이상향으로서의 관념적 산수화를 고수하며 남종화의 전통을 끝까지 지킨 반면, 남농은 남종화법과 현실 풍경을 접목한 재해석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의재의 ‘산수팔곡병풍’, ‘계산정취’ 등과 남농의 ‘조춘고동’, ‘취우후’ 등 전시장에 걸린 30여점의 작품을 통해 남종화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2부 ‘현대와 전통, 가로지르다’에서는 전통 산수화와 수묵화를 현대적이고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한 이이남, 김선두, 조병연, 허달재, 허진, 장창익, 세오 등 호남 출신 작가 9명과 황인기의 작품을 소개한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의 ‘반전된 산수’는 의재의 ‘산수팔곡병풍’을 모티브로 만든 신작이다. 가로 3.4m, 세로 6m의 직사각형 화면에 그림의 위아래를 뒤집어 만든 디지털 영상을 띄우면 바닥에 설치된 대형 수조에는 본래 그림이 비치도록 해 우리가 보는 것의 실체와 허상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세 폭으로 구분된 캔버스의 왼쪽에는 윤두서의 작품 ‘말 탄 사람’이, 오른쪽에는 겸재 정선의 ‘금강내산총도’와 유사한 장면이 그려져 있다. 가운데에선 일식 같은 신비한 천체 현상이 벌어지는 중이다.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 로랑 그라소가 이번 개관전을 위해 제작한 유화 작품 ‘과거에 대한 고찰’이다. 다양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접목하는 ‘과거에 대한 고찰’은 작가의 오랜 연작으로, 이번 신작은 미술관이 제공한 한국 회화 자료들을 참고해 완성했다. 2008년 ‘마르셀 뒤샹상’을 수상하고, 파리 퐁피두센터와 오르세 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열며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은 작가의 작품 34점을 선보이는 ‘로랑 그라소: 미래를 연 역사’가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역사, 자연, 과학 등에서 소재를 차용해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작업을 하는 그랑소의 작품이 국내 미술관에서 대규모로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전통에서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미술관의 지향점을 잘 보여 주는 작가”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7월 18일까지. 광양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의 화폭에 담긴 윤두서·정선의 회화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의 화폭에 담긴 윤두서·정선의 회화

    조선 회화사의 걸작인 ‘자화상’을 남긴 공재 윤두서, 남종화의 대가 의재 허백련과 남농 허건, 현대미술 대표 작가인 김환기, 천경자, 오지호…. 예향(藝鄕) 남도의 명성을 만들고 지켜 온 전남 출신 한국 미술사의 거장들이다. 이러한 든든한 전통을 자산으로 지역 미술의 구심점이자 현대미술의 미래와 함께하는 글로벌 미술관을 지향하는 전남도립미술관이 23일 문을 연다. 2014년 미술관 건립 계획 수립 이후 7년 만이다. 전남 광양시의 옛 광양역사 터에 자리한 미술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9개의 전시실과 대강당, 교육실 등을 갖췄다. 지난 19일 미리 둘러본 미술관은 건물 외벽 전면을 장식한 유리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전시실이 위치한 지하 공간까지 깊숙이 비춰 밝고 개방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개관 전시는 신생 미술관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보여 주는 첫 관문이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를 주제로 지역 미술의 강점인 전통을 되새기고, 이어 현대적인 재해석을 두루 살피는 한편 현대미술의 미래까지 아우르는 작품들로 개관전을 펼친다.전시 들머리는 남종 문인화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의재 허백련(1891~1977)과 남농 허건(1907~1987)의 발자취로 채웠다. 호남 남종화의 시조인 소치 허련(1808~1893)의 맥을 이은 두 작가는 닮은 듯 다르다. 의재가 이상향으로서의 관념적 산수화를 고수하며 남종화의 전통을 끝까지 지킨 반면, 남농은 남종화법과 현실 풍경을 접목한 재해석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의재의 ‘산수팔곡병풍’, ‘계산정취’ 등과 남농의 ‘조춘고동’, ‘취우후’ 등 전시장에 걸린 30여점의 작품을 통해 남종화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2부 ‘현대와 전통, 가로지르다’에서는 전통 산수화와 수묵화를 현대적이고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한 이이남, 김선두, 조병연, 허달재, 허진, 장창익, 세오 등 호남 출신 작가 9명과 황인기의 작품을 소개한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의 ‘반전된 산수’는 의재의 ‘산수팔곡병풍’을 모티브로 만든 신작이다. 가로 3.4m, 세로 6m의 직사각형 화면에 그림의 위아래를 뒤집어 만든 디지털 영상을 띄우면 바닥에 설치된 대형 수조에는 본래 그림이 비치도록 해 우리가 보는 것의 실체와 허상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세 폭으로 구분된 캔버스의 왼쪽에는 윤두서의 작품 ‘말 탄 사람’이, 오른쪽에는 겸재 정선의 ‘금강내산총도’와 유사한 장면이 그려져 있다. 가운데에선 일식 같은 신비한 천체 현상이 벌어지는 중이다.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 로랑 그라소가 이번 개관전을 위해 제작한 유화 작품 ‘과거에 대한 고찰’이다. 다양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접목하는 ‘과거에 대한 고찰’은 작가의 오랜 연작으로, 이번 신작은 미술관이 제공한 한국 회화 자료들을 참고해 완성했다. 2008년 ‘마르셀 뒤샹상’을 수상하고, 파리 퐁피두센터와 오르세 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열며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은 작가의 작품 34점을 선보이는 ‘로랑 그라소: 미래를 연 역사’가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역사, 자연, 과학 등에서 소재를 차용해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작업을 하는 그랑소의 작품이 국내 미술관에서 대규모로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전통에서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미술관의 지향점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7월 18일까지. 광양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솔비 미술작품, 경매서 1010만원에 낙찰... ‘케이크 스피커’ 뭐길래?

    솔비 미술작품, 경매서 1010만원에 낙찰... ‘케이크 스피커’ 뭐길래?

    본명 ‘권지안’으로 미술 활동을 하는 가수 솔비의 작품이 서울옥션 스페셜 경매에서 1010만 원에 낙찰됐다. 18일 소속사 엠에이피크루에 따르면, 솔비의 작품 ‘저스트 어 케이크-앤젤’(Just a Cake-Angel)은 전날 마감된 서울옥션 스페셜 경매에서 49회 경합 끝에 1010만 원(추정가 550만 원)에 낙찰됐다. 소속사는 “이는 가나 아틀리에 입주 작가들이 스피커 오브제로 작업한 평면 작품 중 최고가로, 동시대에 주목받는 작가들보다 높은 낙찰가”라고 소개했다. 이번 솔비의 경매 출품작은 ‘저스트 어 케이크’ 시리즈의 한 작품으로, 가로 50cm·세로 70cm 사이즈의 블루투스 스피커에 작업했다. 스피커 기능이 있는 캔버스에 순백색이지만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입체 부조 작품을 완성했고 그 안에 자신의 신곡 ‘앤젤’을 삽입했다. 음원을 대중에게 공개할지는 낙찰자가 결정권을 갖는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이범헌 초대전, ‘꽃춤’으로 화합의 새봄이 되길

    이범헌 초대전, ‘꽃춤’으로 화합의 새봄이 되길

    추운 겨울과 코로나19로 잔뜩 웅크렸던 어깨를 펴고 화사한 봄을 맞이할 때가 왔다. 하얀 목련이 꽃망울을 펼치고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얼마 안 있으면 연분홍 진달래와 다홍색 철쭉이 우리나라 산하 곳곳에서 만개할 것이다. 새봄과 함께 명아트스페이스&명갤러리 43주년 기획초대전으로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인 이범헌 작가 개인전 ‘꽃춤’이 열리고 있다.이범헌 작가는 ‘꽃춤’을 주요 테마로 ‘인간의 어우러짐과 화합의 메시지’를 다양한 구도와 화려한 색감으로 구현하는 작품세계를 펼쳐왔다. 진달래와 철쭉은 남과 북을 가리지 않고 한반도 전역에 걸쳐 봄을 장식하는 꽃으로 남북한의 화합을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이범헌 작가는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쓰지만 동양화 모필로 덧칠없는 일필휘지를 즐긴다. 그래서 맑은 색감 그대로가 청아하게 우러나온다. 하나의 작품에서 각각의 감흥을 이끌어내고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스스로를 존엄하게 만든다. 이범헌 작가는 “음양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며, 대립의 존재가 아니라 조화의 대상으로 정치적 이해관계로 반목을 지속하고 있는 우리 민족의 현실을 각인시키고 상생과 공영을 갈망하는 우리 민족의 염원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한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철쭉의 화려한 화폭을 마주하며 코로나19로 잃어버렸던 예술적 감성을 깨워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전시는 종로구 명아트스페이스&명갤러리에서 4월 13일까지.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환기도 겸재도 담았구나 자연을 닮았구나 자연을

    김환기도 겸재도 담았구나 자연을 닮았구나 자연을

    자연 주제로 한 고미술·현대미술 나란히시대 넘나드는 물아일체·무위자연 감흥사계산수도·김환기 추상화 조화 이루고바다 닮은 청색 회화 앞 달항아리도 백미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의 ‘사계산수도 화첩’(1719) 옆에 김환기의 푸른색 전면점화 ‘13-Ⅳ-73 #311’(1973)이 걸렸다. 겸재가 44세 때 그린 ‘사계산수도 화첩’은 네 개 화폭에 각 계절의 정경을 묘사한 그림으로 당시 문인들이 추구한 이상향으로서의 자연을 담고 있다. 김환기의 ‘13-Ⅳ-73 #311’은 별을 형상화한 푸른 점들이 흰 여백과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 작품이다. 그는 산, 달, 구름, 강 등 한국의 자연을 소재로 독창적인 추상화를 완성했다. 시대와 배경, 표현 방식 모두 상이하지만 겸재와 김환기가 화폭에 담고자 했던 자연의 정취는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예나 지금이나 자연은 예술가들에게 마르지 않는 영감의 원천이다. 코로나19로 자연과의 교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시기에 자연을 주제로 한 고미술과 현대미술 작품을 고루 살펴보는 전시가 관람객을 맞고 있다. 호림박물관이 올해 첫 기획전으로 6월 12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분관에서 개최하는 ‘공명: 자연이 주는 울림’이다.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 단원 김홍도 등 전통 회화 대가들과 김환기, 박서보, 윤형근, 김창열, 이우환 등 현대미술 거장들의 그림을 비롯해 도자기, 조각 등 7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자연에 머물다’, ‘자연을 품다’, ‘자연을 따르다’ 세 개의 주제로 공간을 구분했다. 먼저 ‘자연에 머물다’에선 산수풍경을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자연에 귀의하는 물아일체의 바람을 투영한 과거와 현대의 작품들을 배치했다. 강세황·김석대·김수철이 그린 산수도, 조선시대 문인들의 이상적 산수풍경을 대표하는 그림인 ‘소상팔경도 화첩’ 등과 함께 산수 무늬가 그려진 도자기들이 놓였다. 고향인 마산 바다를 닮은 청색과 한국 정서를 담은 흰색을 사용한 정상화의 회화 작품은 바로 앞에 전시된 백자대호(달항아리)의 자연 친화적인 조형미와 어우러져 한층 깊은 감흥을 전한다.군자의 덕목인 의리와 절개를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로 시각화한 사군자는 문인들의 올곧은 가치관을 드러내는 전통적인 창작 소재다. 자연에 인격을 부여해 가까이 두려 했던 정신은 현대 작가의 작품에도 이어졌다. ‘자연을 품다’는 조희룡의 ‘석매도’, 김홍도의 ‘매조도’, 최북의 ‘사군자 화첩’ 등과 아울러 윤형근, 박서보, 이우환 등의 작품에서 이러한 선비 정신의 맥을 찾는다. 시대의 불의를 참지 못했던 윤형근은 선비의 절개를, 한 점 한 획마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 박서보와 이우환은 선비의 고결한 정신 수양을 떠올리게 한다.노자의 핵심 사상인 ‘무위자연’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본래 있는 그대로 따르는 것이다. 자연의 물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자 인위적인 창작 행위를 최소화하는 예술관을 담은 ‘자연을 따르다’ 공간이 전시 말미에 배치됐다. 가야토기, 흑자와 같은 옛 도자기가 현대 작가인 정창섭, 이배, 하종현의 작품과 나란히 진열됐다. 토기와 흑자는 도공이 형태를 빚지만 불가마 안에서 여러 환경적 요소와 결합돼 예측할 수 없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소나무를 태워 만든 숯으로 회화와 조각 작업을 하는 이배, 닥종이를 물에 불려 캔버스에 붙이는 정창섭의 작품도 자연의 재료가 지닌 본성을 탐구한 창작열의 산물이다. 오혜윤 호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자연과 하나가 되고자 한 과거와 현대의 조응을 통해 관람객이 잠시나마 마음을 정화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김지윤 개인전, ‘나’라는 존재 담는 그릇으로서의 공간 그려내

    김지윤 개인전, ‘나’라는 존재 담는 그릇으로서의 공간 그려내

    ‘서울갤러리 전시작가 공모’ 선정 작가 김지윤 개인전이 서울신문(프레스센터) 1층 특별전시장에서 오는 19일까지 열린다. 서울갤러리 전시작가 공모전은 서울신문·서울갤러리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한국미술협회가 후원했다. 김지윤은 공간을 그리는 작가다. 스스로를 ‘공간 작가’라고 표현하는 김지윤은 공간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자신에게 인상 깊었던 공간을 그려나간다.입체적인 공간을 평면에 담아내기 위해 작가는 다(多) 시점을 적용한다. 그로 인해 약간의 착시효과까지 느껴지는 이 공간은 마치 하나의 그릇처럼 보이기도 한다. 김지윤 작가는 “공간이란 나라는 존재가 놓인 큰 그릇 같은 곳이다”라고 말한다. 작가의 추억을 담고 흔적이 쌓이는 공간은 하나의 그릇인 것이다. 사실 공간을 그리는 작업은 부정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던 경험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공간에 있는 자신의 육체와 정신이 분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게 했고, 그 느낌을 바탕으로 공간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지윤 작가는 자신이 그리는 공간은 부정과 긍정 모두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삶이 행복과 고통이 적절히 섞여 있는 것처럼 말이다.김지윤 작가의 최종 목표는 자신이 그리는 공간을 실제로 구현해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작가는 다양한 실험을 하며 작품에 입체감을 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 작품 ‘창덕궁 인정전‘에서도 평면의 캔버스를 물리적으로 변형시켜 더욱 풍부한 입체감을 표현하고 있다.김지윤 작가는 ‘컬러버’라는 유튜버로 활동하며 자기 자신을 활발하게 알리고 그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서울신문의 미술전문 아트플랫폼 서울갤러리(www.seoulgallery.co.kr)에는 서울갤러리 선정작가 및 국내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전시 안내, 미술계 소식, 공모 등 각종 미술관련 자료도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캔버스 위 레슬링… 색으로 피어난 생명력

    캔버스 위 레슬링… 색으로 피어난 생명력

    스퀴지로 물감 밀어낸 ‘불확정적 여백’화려한 색 사용… “모험하는 게 즐거워”“내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캔버스에서 레슬링을 하는 것과 같다. 그림이 나를 리드하는 순간이 오면 어떤 결과든 수용할 태세가 된다. 예측하지 못했던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는 것에서 묘미를 느낀다.” 추상회화 작가 신민주가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3년 만에 개인전 ‘활기’(活氣)를 펼친다. 그는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붓질로 겹겹이 쌓아 올린 뒤 실크스크린 도구인 스퀴지로 물감을 밀어내는 과정을 반복해 작품을 완성한다. 밀어내는 힘의 강도와 방향에 따라 표면에 드러나는 색이 변하고, 질감과 형상이 달라지는데 거기에서 비롯된 강렬한 생명력이 그의 회화를 특별하게 만든다. 그림을 그리든 그리지 않든 매일 작업실로 출근하는 성실한 화가인 그는 정작 캔버스 앞에선 무계획적인 사람이다. 작품을 시작할 때 어떤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의도나 목표를 세우지 않고 열린 태도로 과감하게 돌진한다는 의미다. “결과물에 대한 조바심이나 두려움 없이 정면돌파한다”는 작가는 생각을 비우는 대신 모든 감각을 활짝 열어 두고 날마다 변하는 환경과 조건에 맞춰 작업을 진행한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실수나 오류라고 여기는 결과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이번 전시에선 ‘불확정적 여백’(Uncertain Emptiness) 연작 20여점을 소개한다. ‘불확정적 여백’의 의미에 대해 작가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 혹은 작품, 보고 싶은 어떤 풍경과 장면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흑백 계열의 어둡고 묵직했던 기존 작업과 달리 화려한 색감의 신작들이 인상적이다. 작가는 “갱년기를 겪으니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나도 달라지더라”면서 “특히 색에 대한 욕구가 차오르는 걸 느꼈다. 이전에는 제한된 색채 속에서 그림 그리는 행위에만 열중했다면 갈수록 색이 주는 감흥을 느끼고, 모험을 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아크릴 물감이 마르기 전에 속전속결로 과정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그의 작업은 거침이 없다. 순발력 있게 집중적으로 몰입하는 순간의 쾌감을 즐긴다. 작가는 “한번 했던 작업 위에 다른 작업을 올릴 때 속살이 쓸려 넘어간 상처처럼 보이는 흔적을 덮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다”며 “그 과정에서 치유되는 기분을 느꼈다. 보는 이들도 그런 에너지를 잠시나마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 20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전시회] 코로나 극복 염원 담은 ‘기어코 봄’ 미술 전시회 개최

    [전시회] 코로나 극복 염원 담은 ‘기어코 봄’ 미술 전시회 개최

    여행가이자 그림 그리는 세무사로 잘 알려진 박승규 작가가 2021년 봄의 초입, 의미 있는 전시회를 개최한다. 2월 16일부터 3월 14일까지 강원 춘천시 서면 소재 토이로봇관 갤러리툰에서 펼쳐지는 ‘기어코 봄’전이 바로 그것. 이번 전시회는 지난 1년 동안 우리를 힘들게 했던 ‘코로나19’ 극복에 대한 염원을 듬뿍 담고 있다. 박 작가는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처럼, 코로나 위기도 다 지나가고 평안한 날들이 오기를 기원하며 이른 봄 희망을 담은 전시회를 개최하게 되었다”면서 전시전 명칭을 ‘기어코 봄’으로 삼은 이유를 설명했다. 박 작가는 ▲갈라파고스 붉은 게 ▲울룰루와 은하 ▲삼각형자리은하의 성운 ▲블랙홀 등 10여 작품을 선보이며, 동반 작가들의 수작들도 함께 전시된다. 그림의 주제가 되고 있는 일련의 은하 성운과 우주의 별들은 우리 지구로부터 2만 6000 광년 떨어져 있는 은하수의 중심부를 스피처(Spitzer) 우주망원경이 찍은 사진을 그린 것이다. 마치 실제 허블망원경 촬영 사진을 보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정교하게 묘사돼 있다.특히 박 작가가 화폭에 담은 삼각형자리은하(Triangulum Galaxy)는 지구로부터 약 270만 광년 떨어진 외부 은하이다. 지름 5만 광년의 나선은하로서 바람개비 은하(Pinwheel Galaxy)라는 별칭을 지니고 있다.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 안드로메다은하와 함께 국부은하군에서 세 번째로 큰 은하이다. 박 작가는 “평소 우주만물의 생성과 존재, 소멸에 대해 천착하다보니 그 생각이 화폭에 까지 옮겨지게 되었다”며 “인간과 별들의 생성과 소멸의 이치는 다 똑같다. 그 존재론적 가치를 화두로 삼고 강조하고자 붓을 들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 출품작 중 ‘갈라파고스 붉은 게’ ‘갈라파고스 골든 비치’ ‘우유니 소금사막 일몰’ 등도 눈에 띄는 작품이다. 과거 찾았던 곳의 독특한 생태와 생명의 존귀함, 그리고 추억을 캔버스에 담아 낸 것이다.한편 이번 전시회는 각계 전문가 4인의 그룹전으로 치러진다. 소설가로도 활동 중인 장안대 법학과 정승재 교수, 의사 이혜영씨, 미술학도 출신의 디자이너 유영신 씨 등이 함께 작품을 선보인다. 굳이 네 사람이 의기투합 한 것은 코로나 거리두기 실천(5명 이상 집합 금지) 차원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작가 이은규 선생에게 동문수학을 한 연유다. 스포츠법학 박사인 정 교수는 동계스포츠종목인 ‘스켈레톤’을 주제로 출품했고, 이혜영-유영신 작가는 꽃, 풍경, 인물 등 다양한 테마를 화폭에 담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시회] 코로나 극복 염원 담은 ‘기어코 봄’ 미술 전시회 개최

    [전시회] 코로나 극복 염원 담은 ‘기어코 봄’ 미술 전시회 개최

    여행가이자 그림 그리는 세무사로 잘 알려진 박승규 작가가 2021년 봄의 초입, 의미 있는 전시회를 개최한다. 2월 16일부터 3월 14일까지 강원 춘천시 서면 소재 토이로봇관 갤러리툰에서 펼쳐지는 ‘기어코 봄’전이 바로 그것. 이번 전시회는 지난 1년 동안 우리를 힘들게 했던 ‘코로나19’ 극복에 대한 염원을 듬뿍 담고 있다. 박 작가는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처럼, 코로나 위기도 다 지나가고 평안한 날들이 오기를 기원하며 이른 봄 희망을 담은 전시회를 개최하게 되었다”면서 전시전 명칭을 ‘기어코 봄’으로 삼은 이유를 설명했다. 박 작가는 ▲갈라파고스 붉은 게 ▲울룰루와 은하 ▲삼각형자리은하의 성운 ▲블랙홀 등 10여 작품을 선보이며, 동반 작가들의 수작들도 함께 전시된다. 그림의 주제가 되고 있는 일련의 은하 성운과 우주의 별들은 우리 지구로부터 2만 6000 광년 떨어져 있는 은하수의 중심부를 스피처(Spitzer) 우주망원경이 찍은 사진을 그린 것이다. 마치 실제 허블망원경 촬영 사진을 보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정교하게 묘사돼 있다.특히 박 작가가 화폭에 담은 삼각형자리은하(Triangulum Galaxy)는 지구로부터 약 270만 광년 떨어진 외부 은하이다. 지름 5만 광년의 나선은하로서 바람개비 은하(Pinwheel Galaxy)라는 별칭을 지니고 있다.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 안드로메다은하와 함께 국부은하군에서 세 번째로 큰 은하이다. 박 작가는 “평소 우주만물의 생성과 존재, 소멸에 대해 천착하다보니 그 생각이 화폭에 까지 옮겨지게 되었다”며 “인간과 별들의 생성과 소멸의 이치는 다 똑같다. 그 존재론적 가치를 화두로 삼고 강조하고자 붓을 들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 출품작 중 ‘갈라파고스 붉은 게’ ‘갈라파고스 골든 비치’ ‘우유니 소금사막 일몰’ 등도 눈에 띄는 작품이다. 과거 찾았던 곳의 독특한 생태와 생명의 존귀함, 그리고 추억을 캔버스에 담아 낸 것이다.한편 이번 전시회는 각계 전문가 4인의 그룹전으로 치러진다. 소설가로도 활동 중인 장안대 법학과 정승재 교수, 의사 이혜영씨, 미술학도 출신의 디자이너 유영신 씨 등이 함께 작품을 선보인다. 굳이 네 사람이 의기투합 한 것은 코로나 거리두기 실천(5명 이상 집합 금지) 차원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작가 이은규 선생에게 동문수학을 한 연유다. 스포츠법학 박사인 정 교수는 동계스포츠종목인 ‘스켈레톤’을 주제로 출품했고, 이혜영-유영신 작가는 꽃, 풍경, 인물 등 다양한 테마를 화폭에 담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술과 문학의 ‘브로맨스’… 암울한 시대 예술로 허기를 채우다

    미술과 문학의 ‘브로맨스’… 암울한 시대 예술로 허기를 채우다

    화가 구본웅이 그린 단짝 친구 시인 이상화가가 되고 싶었던 이상이 그린 삽화들 예술적 동지로 교류한 김용준과 이태준 일제강점·해방기 문학·미술인 관계 조명날카롭게 빛나는 눈, 창백한 낯빛, 파이프 담배를 문 선홍색 입술. 강렬한 색채 대비와 자유로운 필치가 인상적인 화가 구본웅의 대표작 ‘친구의 초상’(1935)이다. 그림 속 주인공은 동네 단짝 친구 시인 이상이다. 이상의 작품에도 구본웅이 등장한다. 소설 ‘봉별기’에서 ‘나와 농(弄)하는 친구’로 묘사한 ‘화우 K군’이 그다. 차분히 아래로 향한 시선과 단정한 입매, 우수 어린 표정. 근원 김용준이 1928년에 그린 근대 대표 소설의 대가 상허 이태준의 청년 시절 모습이다. 이태준은 미술학도를 꿈꿨을 정도로 그림에 관심이 많았고, 화가 김용준은 ‘근원수필’을 펴내는 등 문학적 재능이 뛰어났다. 일본 유학 시기에 만난 두 사람은 평생 절친한 친구이자 예술적 동지로 자극과 영감을 주고받았다. 서양화를 그리던 김용준이 한국화로 전향한 배경도 전통의 아름다움을 예찬한 이태준의 영향이었다.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대에도 이들이 있었기에 예술은 빈곤하지 않았다. 식민지 지식인의 비애와 고뇌를 무겁게 짊어진 채 시대정신을 공유하며, 새로운 길을 탐색하는 문인과 화가들의 끈끈한 교유와 창조적인 교감은 어둠을 밀어내는 한 줄기 빛처럼 척박한 토양에서도 풍요로운 예술을 꽃피웠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덕수궁에서 열고 있는 기획전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는 이처럼 일제강점기와 해방의 시기에 문학과 미술의 특별했던 관계를 조명한다. 미술 작품 140여점과 서지 자료 200여점을 펼치는 방대한 규모다. 전시는 1930년대 글과 그림을 넘나드는 융합형 예술가들의 실험적 시도를 살펴보는 ‘전위와 융합’, 1920~1940년대 문인과 화가의 만남을 매개한 신문소설과 책에 집중한 ‘지상(紙上)의 미술관’, 예술가들의 남달랐던 우정에 주목한 ‘이인행각’, 그리고 화가이면서 글솜씨도 탁월했던 작가들을 소개하는 ‘화가의 글·그림’으로 짜여졌다. 각각의 전시 공간을 주제에 맞게 구성한 노력이 돋보인다. 이를테면 ‘전위와 융합’ 전시실은 1934년 이상이 경성 종로에 열었던 다방 ‘제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이곳에서 박태원, 김기림 등 문인과 구본웅, 길진섭, 김환기 등 화가들은 문학과 미술, 음악과 영화에 대한 담론을 펼쳤다.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지상의 미술관’이다. 그림은 한 점도 없고, 진열대에 신문 자료와 책들이 빼곡하다. 도서관 같은 풍경이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라는 전시 주제를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다. 신문소설의 삽화, 문인과 화가의 공동 작업인 화문(畵文), 아름다운 장정이 매혹적인 책들의 원본을 감상할 수 있다. 원래 화가가 되고 싶었던 이상은 박태원이 ‘소설 구보씨의 일일’을 연재할 때 삽화를 그려 주었다. 시인 정지용은 화가 길진섭과 평양과 안동현 등을 돌며 ‘화문행각’을 연재했다. 신문소설과 화문은 이처럼 문인과 화가를 이어 주는 만남의 장이었다. 백석의 유일한 시집 ‘사슴’은 아무런 꾸밈이 없어 오히려 가장 아름다운 장정으로 꼽힌다.화가 이중섭이 그린 ‘시인 구상의 가족’(1955), 시인 김광균이 사무실에 걸어 뒀던 김환기의 ‘달밤’(1951) 등은 예술적 동지애로 서로를 보듬은 문인과 화가의 절절한 우정을 엿보게 한다. 문학 애호가였던 김환기는 여러 시인들과 교유했는데 김광섭의 시 ‘저녁에’의 구절에서 제목을 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는 캔버스 전체를 점으로 채우는 ‘전면점화’의 완성을 알린 작품으로 꼽힌다. 전시는 5월 30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이수진 작가 “‘산호초’전으로 자연유산 보호 알리고 싶었다”

    이수진 작가 “‘산호초’전으로 자연유산 보호 알리고 싶었다”

    ‘서울갤러리 전시작가 공모’ 선정 이수진 작가 개인전 ‘산호초’전이 서울신문(프레스센터) 1층 특별전시장에서 오는 19일까지 열린다. 서울갤러리 전시작가 공모전은 서울신문·서울갤러리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한국미술협회가 후원했다. 이수진 작가는 산호초의 아름다움에 매료됐으나 환경오염으로 산호초가 점점 사라지는 현상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산호초’ 시리즈를 그려왔다. 이 작가는 바닷모래를 캔버스에 뿌리고 그 위에 유화를 그리는 힘든 작업을 고집하고 있는데 유화의 보존성과 바다의 느낌을 나타내기 위해서다.지구 온난화로 인해 바다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산호초는 작은 광합성 조류를 배출하게 되는데 물의 온도가 내려가지 않으면 몇 주 후에 백화현상으로 죽게 된다. 이렇게 악마 불가사리의 개체 수 급증과 열대 사이클론 등으로 산호로 덮인 암초 면적이 지난 20여년 동안 91%가 감소해 아름다운 산호초 지대가 안타깝게 사라지고 있다. 유네스코가 지정하여 세계 자연유산으로 보호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산호초인 오스트레일리아 북동부 해안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와 필리핀 술루해역의 ‘투바타하 리프’는 경이로운 고대의 생명을 간직하고 수천 년간 섬세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남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명체를 간직하고 있는 보석 같은 생태계다. 이곳은 고래, 상어, 바다거북 및 국제적 멸종우려종과 위기종 등 바다 생물을 위한 중요한 서식처이고 산호초의 생물 다양성에 있어 세계적 핵심지역이다. 작품 ‘산호초(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산호초와 그 주변의 생물들이 공존하는 바닷속 풍경을 화려한 색채로 생동감있게 표현했다.이수진 작가는 이 아름다운 지구 생태계가 현 인류의 크고 작은 환경오염들로 인해 파괴돼 가는 안타까움에 깊은 바닷속 산호초의 경이로운 아름다움과 세계 자연유산을 소중히 보호하고 보전해야 함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한다. 이수진 작가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 특선을 수상했으며 개인전 9회, 초대전, 기획전 360여회 출품했다. 이 작가는 작품활동 외에 대외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으며 인천시 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한국예총 대외본부 본부장, 한국미협 본부장, 아이씨디자인 대표 등을 맡고 있다.서울신문의 미술전문 아트플랫폼 서울갤러리(www.seoulgallery.co.kr)에 들어가면 이수진 작가의 더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다른 선정작가 및 국내 유명작가들의 작품도 감상하고 미술계 소식도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 가지는 민중미술, 저 가지엔 봄기운… 임옥상은 나무다

    이 가지는 민중미술, 저 가지엔 봄기운… 임옥상은 나무다

    흙으로 표현한 거친 생명력·섬세한 감성사회 비판적 성격은 빼고 ‘서정성’ 짙게 “자유의지로 그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민중미술’ 한 가지 틀에 갇히는 것 경계나무처럼 살고자 했다. ‘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를 좌우명으로 삼았다.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는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아래 길이 생기듯 덕이 있으면 절로 사람들이 따른다는 뜻이다. 땅 위에 굳건히 버티고 서서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계절마다 제 몫의 꽃과 열매를 피워 내는 의연함을 닮고 싶었다. 그런 소망을 담아 딸의 이름도 ‘나무’로 지었다.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개인전 ‘나는 나무다’를 펼치는 화가 임옥상 얘기다. 민중미술 대표 작가로 사회 비판적이고 현실 참여적인 작품들을 주로 선보여 온 그였기에 서정성 짙은 제목의 전시가 의외였는데, 알고 보니 신실한 나무 예찬론자였다. ‘나는 나무다. 나무로 산 지 오래다. 나무가 아프면 나도 아프고 나무가 춤추면 나도 춤춘다’는 고백처럼 전시장에는 거친 생명력과 섬세한 감성을 지닌 작가를 닮은 나무 그림 80여점이 빼곡히 걸렸다. 가로 5m가 넘는 대형 작품부터 작은 그림 60점을 하나의 퍼즐처럼 구성한 연작까지 다채롭다. 흙, 종이, 쇠 등 다양한 재료로 끊임없이 새로운 조형세계를 구축해 온 그는 3년 전부터 흙을 캔버스에 고르게 펴서 바른 뒤 붓질의 강약으로 흙을 밀어내 형상을 만들고, 그 위에 색을 입히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흙은 그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재료다. 흙의 느낌을 살리려고 종이 부조 작업에 공을 들였지만 만족할 수 없었다.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쳐 흙에 수용성 접착제 등을 섞어 캔버스에 붙이는 기술을 고안해 냈다. 이번 전시에 나온 나무 그림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완성했다. 작가는 “나무를 그리는 데 최적화된 재료가 흙”이라면서 “흙과 나무는 찰떡궁합”이라고 했다.흙으로 표현한 나무는 이전에 그렸던 나무들과 질감이나 형태가 다를 뿐 아니라 의미에도 차이가 있다.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에 그린 동네 어귀의 당산나무, 구름에 가린 나무가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은유하는 상징적인 표현이었다면 지금의 나무 그림은 생태학적이고, 자연친화적인 환경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다. 은행나무, 느티나무, 매화나무 등 나무의 특성에 따라 줄기와 가지가 제각각 뻗어 나간 모양새는 생명력이 넘친다. 동양화에서 최고 경지로 여기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이 흠뻑 묻어난다. 앙상하지만 꼿꼿한 겨울나무에선 절개가 느껴지고, 봄바람에 흩날리는 매화 꽃잎은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서울대 미대와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작가는 1979년 ‘현실과 발언’ 동인 창립 멤버로 활약하고, 민족미술인협회 대표를 역임하는 등 부정과 억압에 저항하는 예술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하지만 민중미술이라는 한 가지 틀로 자신의 작품이 규정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내가 그린 그림들은 미술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며 “사회성 짙은 작품이든 아니든 항상 내 자유의지대로 그려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유럽에서 만나는 풍성한 한류 콘텐츠 ‘소셜 커뮤니케이션부터 웹툰, 스포츠까지’

    유럽에서 만나는 풍성한 한류 콘텐츠 ‘소셜 커뮤니케이션부터 웹툰, 스포츠까지’

    몇 년 전만 해도 자동차, 전자 등 제조업 기업들이 진출해왔던 유럽 시장에서, 많은 국내 기업들이 진출 성과를 얻고 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K팝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유럽 최대 음악 시상식인 ‘2020 MTV 뮤직 어워드’에서 4관왕을 차지했으며, 네이버웹툰이 유럽 곳곳에서 기록적인 성적을 세우며 ‘웹툰계의 넷플릭스’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소셜 커뮤니케이션, 게임, 스포츠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책임지는 K-기업들이 탄탄한 기술력과 현지화 전략을 기반으로 유럽 시장에서 차별화된 강점을 보이며, 이러한 시장 개척이 기업의 역대 최고 실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유럽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방법은 무엇일까.■ 유럽에서 성과 거둔 유일한 K-소셜 플랫폼, 하이퍼커넥트 아자르 글로벌 영상기술 기업 하이퍼커넥트에서 서비스 중인 영상 메신저 ‘아자르’는 2020년 12월 애플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크 기준, 전 세계 60개국에서 매출 Top 10(앱애니 기준)에 이름을 올리는 등 설립 초기부터 글로벌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어왔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의 성과가 괄목할 만한데, 2020년 유럽 전체 구글 플레이 비게임앱 기준 4위(센서타워 조사)를 기록하기도 했다. 글로벌 누적 5.4억 다운로드, 해외 이용자 비중만 99%에 달하는 아자르의 이와 같은 성공 비결로는 ‘손바닥 위의 지구촌’이라는 콘셉트가 꼽힌다. 스와이프 한 번으로 230개 국의 사용자와 매칭, 국가, 문화, 언어, 성별의 장벽을 넘어 유사한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과 만나 대화할 수 있다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앱 내에서 매일 평균 7000만 건의 영상 통화가 이루어지는 등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소셜 커뮤니케이션으로 자리 잡았다. 하이퍼커넥트의 독보적인 기술력 및 현지화 전략 또한 주목할 만하다. 업계 최초로 웹RTC 기술의 모바일 상용화에 성공한 하이퍼커넥트는 국가, 통신망, 단말기 사양 등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환경에서도 최적화된 영상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고 있다. 안전한 커뮤니티 환경 조성을 위한 실시간 영상 인공지능(AI) 모니터링 기술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해 최근 0.006초 이내에 부적절한 콘텐츠를 사전 차단 및 필터링할 수 있는 단계까지 실시간 영상 AI 모니터링 기술을 발전시켰다. 또한, 독일· 터키 등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8개 국가에 현지 법인과 사무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프랑스·체코 등 20개국 출신의 외국인을 채용하는 등 다양한 현지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하이퍼커넥트는 아자르 외에도 지난 11월 글로벌 100조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소셜 디스커버리 앱 시장을 겨냥해 신규 서비스 ‘슬라이드’를 북미, 독일 지역에 출시했고, 글로벌 시장 전역에서의 성과를 토대로 2020년 상반기 1235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갱신하는 등 지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 작가 지망생들의 마음을 사로잡다, 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은 지적재산권(IP)을 기반으로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며 유럽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19년 12월 프랑스어 및 스페인어 버전을 출시한 네이버웹툰은 2020년 3분기 유럽에서 약 550만 명에 육박하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기록했다. 특히 프랑스 구글플레이 코믹스 부문 다운로드 수에서 꾸준히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0년 2월에는 비게임 분야에서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네이버 웹툰은 유럽 이용자 확대를 위해 긴밀한 현지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프랑스와 스페인에 국내 베스트도전 서비스를 모델로 현지 작품 발굴 및 작가를 양성하는 플랫폼 ‘캔버스(CANVAS)’를 오픈해 현지 작가의 양성부터 데뷔까지 지원하고 있다. 각 국가별 현황에 맞는 공모전 또한 진행,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공모전에 각각 1200여 개, 4000여 개에 달하는 작품들이 응모되었다. 네이버웹툰은 이러한 성적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내 독일어 서비스 정식 출시를 알리기도 했다. 유럽 이용자 및 창작자에 힘입어 네이버 웹툰은 지난해 거래액 8200억원을 기록했다. ■ 컴투스, 서머너즈 워로 유럽 시장을 호령하다 모바일 게임 기업 컴투스는 RPG 게임 ‘서머너즈 워’로 북미는 물론 유럽에서도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2020년 6월 기준, 컴투스는 6년 동안 유럽 30개국을 포함해 전 세계 78개국에서 게임 매출 1위를 달성했으며, 특히 프랑스에서는 전체 서비스 기간 중 약 90% 이상인 1982일간 Top 10을 기록했다. 유럽 시장에서의 컴투스 성과는 적극적인 현지 니즈 반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컴투스는 2018년부터 매년 유럽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서머너즈 워 월드 아레나 챔피언십(SWC) 유럽컵을 진행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프랑스에서 월드 결선을 개최했다. 유럽에서의 성과는 컴투스의 역대 최대 실적으로도 이어졌는데, 2020년 하반기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한 128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였고, 그중 북미·유럽에서 거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 상승해 전체 매출 규모를 끌어올렸다. 컴투스는 유럽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해 독일 중견 게임사인 OOTP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외 기업과의 M&A와 협업을 추진하는 중이다. ■ 스포츠계 구글을 향해, 비프로컴퍼니 축구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비프로컴퍼니는 영상 분석 기술을 활용한 ‘비프로일레븐’ 서비스의 성공으로 유럽 프리미어리그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비프로일레븐은 경기장 중앙에 설치된 3대의 카메라로 슈팅 수, 패스, 드리블 거리 등의 데이터를 추출하고 선수 및 감독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로, 프로축구팀의 성적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소시에다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등 전 세계 12개국 710개 구단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비프로컴퍼니는 창업 초기부터 축구 산업이 가장 발달한 유럽 시장에 집중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창업한 지 2년째 되는 해에 사무실을 독일 함부르크로 옮겨 영국,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다수 유럽 국가에 서비스를 제공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 세계 스포츠산업이 침체되었던 작년 6월에도 1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이를 토대로 스카우팅 플랫폼 등의 신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초딩 탈출’ 벽에 붙이고… 랜선으로 나눈 ‘석별의 정’

    ‘초딩 탈출’ 벽에 붙이고… 랜선으로 나눈 ‘석별의 정’

    영상 편지·온라인 축하 공연에 뭉클반 친구들 개개인 소감 들으며 ‘눈물’집에 풍선·현수막 달고 셀프 졸업식6학년 담임들 졸업 축하 노래 영상지난 8일 초등학교를 졸업한 구유빈(13)양은 학교에 가는 대신 잠옷을 입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았다. ‘줌’으로 열린 ‘랜선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졸업식 기분을 내고 싶었다”는 구양은 공책 종이에 ‘초딩탈출’이라고 적은 뒤 친구들이 화면에서 볼 수 있게 벽에 붙여 방을 꾸몄다. 구양은 “한번뿐인 초등학교 졸업식을 비대면으로 하게 돼 아쉽고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친구들과 순서대로 졸업 소감을 말할 때에는 눈물도 났다”면서 “코로나19가 빨리 없어져서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서 올해 졸업식은 이처럼 대부분 비대면으로 치러지고 있다. 꽃다발을 든 학부모와 기념사진을 찍는 학생들로 북적이던 학교 풍경은 보기 어려워졌다. 운동장이나 강당 한곳에 모여 국민의례나 졸업장 수여, 교가 제창을 하는 대신 교실에 나눠 간소하게 비대면으로 졸업식이 진행되면서다. 학생들은 집에서 보고, 교실은 담임 선생님 홀로 지키는 전면 비대면 졸업식을 여는 학교도 적지 않다. 이 경우 학급별로 미리 정해진 시간에 졸업장이나 졸업앨범을 받아가도록 한다. 이때가 유일하게 담임선생님이나 친구들과 만나 인사할 수 있는 시간이다. 유튜브 계정 ‘세모험’을 운영하는 진하영(16)군도 지난 13일 방에서 중학교 졸업식을 지켜봤다. 진군은 “온라인 졸업식은 처음 해봐서 긴장이 되고 실수할지 몰라 긴장도 됐다”면서 “온라인으로 축하 메시지를 나누니 특별하고 신기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졸업장을 받을 때도 학교 정문에서 발열 체크를 했다.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친구들과 “나중에 멋진 사람이 되자”, “입학한 게 어제 같은데 오늘이 졸업이라는 게 놀랍다”면서 “고등학교 생활도 열심히 하자”고 인사를 나눴다. 각자의 방식으로 비대면 졸업식의 아쉬움을 달랬다. 딸의 고등학교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안모(46)씨는 꽃다발과 ‘졸업 축하해’라고 적힌 토퍼를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집에 있던 플레이모빌을 조합해 졸업식 분위기도 냈다. 박모(19)양은 “수능 이후에 아예 학교에 가지 않아 졸업이 와 닿지 않았는데, 집에서 작은 졸업식을 연 것 같아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안씨는 “첫째 딸은 친구들과 선생님과 어울려 성인이 되는 고등학교 졸업식을 즐겼는데, 둘째 딸은 온라인으로 선생님 말씀을 듣기만 해야 한다는 게 속상하다”면서 “학교 측 온라인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졸업식이 잠시 끊기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전했다.집에서 ‘셀프 졸업식’을 연 이들도 있다. 이예소(7)양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8월 유치원을 그만두고 가정 보육을 받았다. 이양의 어머니 김수연(38)씨는 졸업가운을 준비하고 “사랑하는 예소야, 졸업·입학 축하해”라고 적힌 현수막을 주문 제작했다. 풍선도 달아 꾸몄다. 김씨는 “예소가 유치원을 그만둘 때 ‘졸업사진 찍고 싶었는데’라고 한 말이 맴돌았다”고 했다. 이양은 “엄마, 졸업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현수막에 적힌 이름을 줄곧 바라보며 뿌듯했다.비대면 졸업식이지만 축하 공연도 열렸다. 충북 영동 상촌초 졸업생 7명과 5학년 재학생 5명은 지난해 8월부터 5개월 동안 배운 해금 연주 실력을 뽐냈다. 학부모들도 줌으로 집에서 자녀들이 곡 ‘얼씨구야’와 ‘아름다운 세상’을 연주하는 영상을 볼 수 있었다. 경기 오산 운산초에서는 6학년 담임 선생님 6명이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슈퍼스타’를 개사해 함께 노래하는 영상을 만들었다. 이정은(35) 교사는 “각자 모니터를 보면서 졸업식을 치르지만 아이들을 응원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1년 동안 학생들과 겪은 일들을 가사에 녹여냈다. “지난날 아무 예고도 없이 찾아왔던 코로나, 마스크 속 네 표정이 항상 궁금했어. 손소독, 발열체크, 거리두기 떨어지자고 했지만 사실 선생님도 함께 붙어 있고 싶었어. 위두랑, 미리캔버스, 패들렛, 팀즈 무엇이 됐든 정말 열심히 살았지. 괜찮아 잘될 거야, 너희가 슈퍼스타.” 코로나19로 대형 행사는 열 수 없지만, 소규모 졸업식은 학생 개개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교사는 “부모님들에게 줌으로 열리지만 다른 졸업식처럼 옆에서 아이들의 손도 잡고 어깨도 토닥여달라고 했다”면서 “아이들 한 명씩 졸업 소감을 말하는 시간을 갖고, 부모님 몰래 아이들이 촬영한 부모님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를 상영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뭉클했다”고 말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소박하게, 품어주는 가족… 따뜻하게, 집콕시대 위로

    소박하게, 품어주는 가족… 따뜻하게, 집콕시대 위로

    집, 가족, 자연. 코로나 시대에 더욱 애틋하고, 절실해진 이름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집콕’의 일상화는 평소 잊고 지냈던 집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웠고, 전 세계를 초토화시킨 변종 바이러스는 자연과 환경에 대한 인류의 무지와 오만함에 경종을 울렸다.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화가 장욱진(1917~1990)은 평생 집과 가족, 자연을 화폭에 담았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산업화 등 혼돈과 격동의 시대를 거치며 그가 그렸던 거의 모든 그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13일 서울 삼청동 현대화랑에서 개막한 장욱진 30주기 기념전 ‘집, 가족, 자연 그리고 장욱진’은 이 세 가지 주제를 대표하는 작품 50여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시대를 초월해 언제나 공감할 수 있는 테마이지만 시기가 시기여서일까. 수십 년의 세월을 건너 코로나로 상처 입은 이들에게 건네는 거장의 따스한 위로처럼 느껴진다.●현대화랑, 새달 28일까지 전시 일본 도쿄제국미술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장욱진은 1947년 유학 시절 동료 화가였던 김환기, 유영국, 이중섭 등과 ‘신사실파’를 결성해 동인 활동을 펼쳤다. 1954년 서울대 미대 대우교수가 됐지만 1960년 홀연히 교수직을 버리고, 인적 드문 경기도 양주로 떠났다. 내성적이며 은둔적인 기질이 활동적인 사회생활과 맞지 않았던 탓이다. 그곳에서 슬래브 지붕으로 된 열 평 남짓한 시멘트 집을 짓고 홀로 생활하며 전업작가로서 그림에만 몰두했다. 한강변 언덕에 자리한 ‘덕소 화실’ 시절은 12년 동안 이어졌다. “집도 작품”이라고 즐겨 말했던 장욱진은 이후에도 한적한 시골의 오래된 한옥과 정자를 손수 고쳐 아틀리에를 만들었다. 자연 속에 머물며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과 이상향을 꿈꿨던 그는 1975년 낡은 한옥을 개조한 명륜동 화실, 1980년 농가를 수리한 충북 수안보 화실, 1986년 초가삼간을 고친 용인 마북동 화실로 옮겨 다니며 집과 공간, 건축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작품에 응축시켰다.●“누구보다도 사랑” 평생 버팀목 됐던 가족 장욱진에게 가족은 평생 버팀목이었다. 그는 생전 “나는 누구보다도 가족을 사랑한다. 그 사랑이 그림을 통해 이해된다는 사실이 다를 뿐”이라고 했다. 전업작가가 되면서 생계는 아내가 도맡았는데, 미안하고 애틋한 마음을 담아 개인전을 결혼기념일이 있는 4월과 아내 생일이 있는 9월에 열곤 했다고 한다. 장욱진의 그림에 담긴 자연은 목가적이고 낭만적이다. 간결한 형태의 집과 그 안에 옹기종기 모인 가족을 평화롭게 감싸는 자연은 소란스러운 도시에선 결코 만날 수 없는 도원경처럼 묘사된다. 집과 가족, 자연이 작품 안에서 그만의 우주로 다시 태어난 듯하다.장욱진의 작품은 실제로 보면 예상보다 크기가 작은 경우가 많다. 우편엽서만 한 작은 종이와 캔버스에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원근법과 비례를 의도적으로 허문 자유로운 화풍은 아이 같은 동화적인 상상력을 보여 준다. 이를 두고 정영목 서울대 명예교수는 “칼날 같은 예리함과 조금도 용서될 수 없는 준엄함이 있지만 겉으로는 아이들도 그릴 수 있다 할 만큼 평이한 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그의 그림”이라고 했다. 전시는 2월 28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평생 화폭에 담은 집, 가족, 자연…코로나 시대 위로하는 거장의 예술

    평생 화폭에 담은 집, 가족, 자연…코로나 시대 위로하는 거장의 예술

    집, 가족, 자연. 코로나 시대에 더욱 애틋하고, 절실해진 이름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집콕’의 일상화는 평소 잊고 지냈던 집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웠고, 전세계를 초토화시킨 변종 바이러스는 자연과 환경에 대한 인류의 무지와 오만함에 경종을 울렸다.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장욱진(1917~1990)화백은 평생 집과 가족, 자연을 화폭에 담았다.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산업화 등 혼돈과 격동의 시대를 거치며 그가 그렸던 거의 모든 그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13일 서울 삼청동 현대화랑에서 개막한 장욱진 30주기 기념전 ‘집, 가족, 자연 그리고 장욱진’은 이 세 가지 주제를 대표하는 작품 5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시대를 초월해 언제든 공감할 수 있는 테마이지만 시기가 시기여서일까. 수십 년의 세월을 건너 코로나로 상처입은 이들에게 건네는 거장의 따스한 위로처럼 느껴진다.일본 도쿄제국미술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장욱진은 1947년 유학 시절 동료 화가였던 김환기, 유영국, 이중섭 등과 ‘신사실파’를 결성해 동인 활동을 펼쳤다. 1954년 서울대 미대 대우교수가 됐지만 1960년 홀연히 교수직을 버리고, 인적 드문 경기도 양주로 떠났다. 내성적이며 은둔적인 기질이 활동적인 사회 생활과 맞지 않았던 탓이다. 그곳에서 슬래브 지붕으로 된 열 평 남짓 시멘트 집을 짓고 홀로 생활하며 전업작가로서 그림에만 몰두했다. 한강변 언덕에 자리한 ‘덕소 화실’시절은 12년 동안 이어졌다. “집도 작품이다”라고 즐겨 말했던 작가는 이후에도 한적한 시골의 오래된 한옥과 정자를 손수 고쳐 아틀리에를 만들었다. 자연 속에 머물며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과 이상향을 꿈꿨던 그는 1975년 낡은 한옥을 개조한 명륜동 화실, 1980년 농가를 수리한 충북 수안보 화실, 1986년 초가삼간을 고친 용인 마북동 화실로 옮겨다니며 집과 공간, 건축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작품에 응축시켰다.작가에게 가족은 평생 버팀목이었다. 그는 생전 “나는 누구보다도 가족을 사랑한다. 그 사랑이 그림을 통해서 이해된다는 사실이 다를 뿐”이라고 했다. 전업작가가 되면서 생계는 아내가 도맡았는데, 미안하고 애틋한 마음을 담아 작가는 개인전을 결혼기념일이 있는 4월과 아내 생일이 있는 9월에 열었다고 한다. 장욱진의 그림에 담긴 자연은 목가적이고 낭만적이다. 간결한 형태의 집과 그 안에 옹기종기 모인 가족을 평화롭게 감싸는 자연은 소란스런 도시에선 결코 만날 수 없는 도원경처럼 묘사된다. 집과 가족, 자연이 그의 작품 안에서 하나의 우주로 다시 태어난 듯하다.그의 작품은 실제로 보면 예상보다 크기가 작은 경우가 많다. 우편엽서만한 작은 종이와 캔버스에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원근법과 비례를 의도적으로 허문 화풍은 아이같은 동화적인 상상력을 보여준다. 이를 두고 정영목 서울대 명예교수는 “칼날 같은 예리함과 조금도 용서될 수 없는 준엄함이 있지만 겉으로는 아이들도 그릴 수 있다 할 만큼 평이한 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그의 그림”이라고 평했다. 전시는 2월 28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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