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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령 킬러 고래 첫 포착…2012 기괴한 발견 톱 10은?

    유령 킬러 고래 첫 포착…2012 기괴한 발견 톱 10은?

    다사다난했던 인간 세상만큼이나 올해 자연 세계에도 다양한 발견들이 속속 보도돼 큰 관심을 일으켰다. 최근 유명 자연과학 매체인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2012년을 떠들썩하게 만든 기괴한 발견 톱 10을 정리해 보도했다. 세계서 가장 작은 개구리 발견 지난 연말 하와이 비숍박물관 소속 프레드 크라우스 박사가 이끈 연구팀이 뉴기니섬 남동부 인근에서 몸길이 8~9mm밖에 안되는 세계 최소 개구리 종을 발견했다고 학술지 쥬키스(ZooKeys)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작은 네발 동물이기도 한 이 개구리는 피도프리네(Paedophryne)에 속하며 피도프리네 데콧(Paedophryne dekot)과 피도프리네 베르코사(Paedophryne verrucosa)로 명명됐다. 뇌가 없으나 기억력있는 점균류   호주 시드니 대학 연구진은 뇌 없는 단세포 생물인 점균류(粘菌類)가 마치 첨단 로봇처럼 전에 있던 자리를 기억해 복잡한 장애물을 지나 방향을 찾아간다고 지난 10월 발표했다.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연구 보고서에서 황색망사점균(Physarum polycephalum)은 이동하면서 점액을 분비하고 원래 자리로 되돌아올 때 이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얼굴의 고양이 지난 9월 완벽한 대칭으로 마치 ‘아수라 백작’을 떠올리게 하는 ‘두 얼굴의 고양이’ 비너스(3)가 보도돼 화제가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UC 데이비스)의 레슬리 라이언스 교수는 “신체의 좌우 양쪽에서 채취한 피부를 살펴보면 드라마 ‘CSI: 과학수사대’처럼 유전자 지문을 취할 수 있다.” 면서 “비너스의 경우, 좌우로 유전자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흰 킬러 고래 발견 ‘유령 킬러 고래’로 불리는 하얀 범고래가 지난 4월 러시아 캄차카 반도에서 처음으로 포착됐다. 이 고래는 몸이 온통 하얀 색이어서 멀리서 보면 작은 빙산처럼 보여 아이스버그(빙산)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다리가 많은 다족류(多足類) 동물 지난 11월 애리조나 대학 연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멸종 혹은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된 절지동물인 노래기과(millipedes)의 ‘일라크메 플레니페스’(Illacme plenipes)를 발견했다. 지네와 매우 비슷하게 생긴 이 노래기는 크기가 1~3cm 정도로 작으며 암컷의 경우 다리가 무려 750개나 되는 반면 수컷은 562개를 가지고 있었다. 입으로 소변보는 자라 싱가포르 대학 연구진은 지난 10월 중국 등 아시아에 널리 분포하는 자라가 콩팥이 아니라 주로 입을 통해 요소를 배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휘날리는 ‘갈기’ 가진 암사자 발견 지난 10월 아프리카 남부 보츠와나 북부에 있는 습지대 오카방고 델타에서 수년간 다른 사자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한 사자가 야생동물보호 관계자들에게 발견됐다. 전문가들의 조사결과 수사자처럼 갈기를 가진 이 사자는 놀랍게도 암사자. 마치 성전환 수술을 받은 것 같은 이 사자는 외양이 달라 다른 사자들에게 따돌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빅캣 보호단체의 회장 루크 헌터는 “아마도 태아 때 문제 혹은 호르몬 불균형 때문에 이 암사자가 갈기를 가지게 된 것 같다.” 면서 “생존하는데는 지장이 없으나 임신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입 근처에 생식기 가진 물고기 지난 2009년 일본 나가오 자연환경재단이 베트남 삼각주에서 발견해 지난 여름 논문으로 발표한 이 물고기는 팔로스테티과로 ‘팔로스테투스 쿠우롱’이란 학명을 얻었다. 이 물고기는 놀랍게도 턱 밑에 생식기와 항문이 붙어있어 음식물이 소화 후 유턴 해 다시 입 근처로 돌아온다.    특이한 모습의 생식기를 가진 바늘 두더지 본섬과 떨어진 호주 태즈매니아섬에 서식하는 바늘 두더쥐가 특이하게 생긴 생식기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마치 고무장갑 처럼 생긴 바늘 두더쥐의 생식기는 짧은 네개의 귀두가 끝에 달려있다. 미스터리 거대 눈알 지난 10월 거대한 크기의 파란색 안구가 미국 플로리다 폼파노 해변에서 발견돼 논란이 인 바 있다. 파란색 외양에 소프트볼 만한 크기를 가진 이 생물의 안구는 결국 황새치의 것으로 밝혀졌다. 인터넷뉴스팀   
  • 서울, 어제 -13도 올 들어 가장 추워… 10일 -9도

    서울, 어제 -13도 올 들어 가장 추워… 10일 -9도

    9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3.2도까지 떨어지는 등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였다. 10일부터 점차 기온이 올라 주 후반쯤 평년 수준의 날씨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이날 서울의 최저기온이 12월 초순 기준으로 1985년 12월 10일 영하 13.6도를 기록한 이래 27년 만에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기상 관측 이래 서울의 12월 초순 최저기온은 1926년 12월 9일 기록한 영하 16.9도다. 한파와 대설이 번갈아 가면서 나타난 최근의 날씨는 러시아 극동 캄차카반도 부근에 형성된 고기압이 한반도 주변의 공기 흐름을 막으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분석된다. 저기압이 지나간 뒤에는 찬 대륙고기압이 확장하면서 한파가 닥쳤다. 10일부터 기온이 조금씩 올라 주 후반에는 평년 날씨를 회복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10일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영하 9도, 철원 영하 16도, 춘천 영하 14도, 대구 영하 7도 등 영하 17~영상 4도의 분포를 보이겠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자신보다 큰 여우 쫓아내는 ‘시베리아 고양이’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자신보다 몸집이 큰 붉은여우를 쫓아내는 용맹한 시베리아의 고양이가 소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캄차카 반도 남동쪽에 있는 크로노트스키 자연 보호구역 입구에서는 붉은여우를 쫓아내는 흰색 집 고양이가 촬영됐다. 스요마(Syoma)라는 이름의 이 고양이는 매우 사납다고 알려졌지만, 사진을 찍은 세르게이 크라스노스체코프는 “인간에게는 충분히 친화적이어서 친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이 고양이는 새끼였을 때 독수리와 같은 맹금에게 거의 잡아먹힐 뻔했다. 이 때문에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모든 동물에게 적대적으로 대하고 있다. 이 고양이는 주로 쥐와 같은 동물을 집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있지만, 이번에 찍힌 여우와 같은 맹수들에게도 발톱을 드러내며 덤비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맹수에 속하는 여우가 집 고양이에게 쫓기는 굴욕을 당한 것일까. 이에 대해 세르게이는 “그 여우는 고양이와 영역 다툼을 벌인 것이 아니라 단지 재미삼아 쫓고 쫓기는 장면을 연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진이 촬영된 크로노트스키 자연 보호구역은 아이슬란드처럼 여러 활화산과 간헐천이 있어 ‘불과 얼음의 땅’으로도 불리고 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글로벌 시대] 주변국과 영토분쟁하는 일본/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글로벌 시대] 주변국과 영토분쟁하는 일본/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지난 3일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구나시리 등 쿠릴열도 북방 4개섬 지역을 방문했다. 일본 측은 예브게니 아파나시예프 주일 러시아 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긍정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라며 항의했다. 그러나 메드베데프 총리는 5일 정부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일본 측 반응에 신경쓰지 않는다.”며 “쿠릴열도는 사할린 지역과 함께 러시아 영토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영토는 주권국가들의 핵심 가치다. 국가 간 영토 분쟁과 해결은 국가 최고 이익이 달린 핵심적인 게임이다. 2차세계대전에서의 패망으로 러시아에 넘어간 북방 4개섬에 대해 일본은 강경하게, 때로는 부지런한 외교로 러시아를 흔들어 왔다. 일본은 왜 이렇게 집착할까. 일본은 2차세계대전의 결과를 받아들이기를 여전히 거부하기 때문이다. 일본 국민들은 전쟁 결과 상실한 북방도서에 대해 억울해한다. 일본은 자신들이 일으킨 침략전쟁의 결과로 이 지역을 상실했다는 점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고 있을까. 일본은 주변국들과의 영토 분쟁에도 강경하다. 한국과의 독도 문제나, 중국과의 댜오위다오 분쟁에서도 그랬다. 주변국들과의 영토 분쟁을 처리할 때 일본 정부는 국내정치의 속박 속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상대방 국가에 강요해 왔다. 자민당이건 민주당이건 영토문제와 관한 입장은 다르지 않았다. 북방영토를 회복하지 못하는 것을 일종의 치욕이자 민족정신의 훼손으로 여기는 것도 강경한 태도의 바탕에 깔려 있다. 러·일 분쟁에서 미국정부의 일본 지원도 한몫했다. 미국은 일본과 옛 소련이 과거 국교 회복회담을 벌일 때에도 북방 4개 섬 회복 요구를 지지했다. 게다가 “일본이 북방 4개 도서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오키나와 등의 주권도 돌려주지 않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일본을 통해 러시아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러시아의 생각과 입장은 어떻까. 우선 북방 4개 섬에 대해 러시아는 과거 2차세계대전 승전의 결과물이며 국제적인 조약, 승인과 약속에 따른 정당한 결과라고 여긴다. 국제법적으로도 합법적인 결과라고 본다. 과거 이오시프 스탈린의 발언은 이를 잘 표현해 준다. “(이 영토는)누구도 손을 댈 수 없는 무수한 소련 군인들의 피로 얻어낸 전리품이다.” 구나시리는 러시아에 중요한 전략적인 요충지다. 러시아가 연방 해체 등으로 광대한 전략적 완충지대를 잃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진 등으로 전략적 방어지대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이 지역은 포기할 수 없이 중요한 전략적 의의를 지닌다. 러시아총참모부 문서에서도 이 지역을 극동아시아와 캄차카반도에 이르는 해상운송의 중요한 통로이자 러시아 태평양함대를 보호하는, 대체할 수 없는 주요한 배후지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미국이 아시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 및 일본과 군사전략동맹을 강화하고 이 지역에서 군사활동 및 군사적 존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강경 입장과 군사적 경계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올 5월 블라디미르 푸틴이 다시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강력한 영도자에게 일본은 일말의 기대를 걸어보기도 했다. 주요 20개국(G20) 회담 등에서 푸틴은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 북방 4개섬 분쟁문제를 논의했다. 일본은 영토를 가져오고, 그 대신 러시아에 다른 ‘선물’을 주어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영토문제의 한계는 명백했다. 러시아는 주권 소재를 명백히 하면서 공동개발로 문제를 풀자고 접근했을 뿐이다. 러시아는 대화의 문을 연 채로 신축성 있게 대응하면서 국제적인 위상과 주도권을 강화했다. 일본이 2차세계대전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그 결과에 대해 존중하지 않고, 국내정치의 필요성으로 영토 분쟁을 이용한다면, 일본의 강경 태도는 변할 수 없다. 국제질서와 체제의 커다란 변화 없이는 영토 문제를 둘러싼 분쟁과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불곰 VS 두 견공, 일촉즉발 상황 포착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거대한 불곰과 두 견공이 대치한 위기일발 상황이 포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19일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러시아 캄차카 주(州) 쿠릴호수에서 불곰 한 마리가 먹이를 구하려 호수를 헤엄쳐 건너와 한 낚시보트에 접근하던 중 선착장 위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두 견공과 마주쳤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거대한 불곰이 보트 위에 앞발을 올려놓고 있으며 반대편 선착장 위에는 검은색 래브라도와 누런색 아키타 견종이 경고를 하듯 짖고 있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개들은 자세를 낮추고 이빨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 불곰은 한껏 여유로운 표정으로 오히려 미소를 짓고 있는 듯 보인다. 이 같은 놀라운 사진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사는 사진작가 세르게이 고르스코브(46)가 호수 기슭에 있는 한 낚시캠프에서 촬영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개들은 곰이 선착장을 떠날 때까지 짖었다. 고르스코브는 “캠프장이 위치한 호수는 불곰들의 영역이며 개들은 여름 동안 이곳을 지키게 된다.”면서 “곰들은 (먹거리를 찾기 위해) 배 안을 살펴보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고무보트를 사용했지만 곰들이 발톱으로 훼손해서 철제로 된 보트로 바꾸게 됐다.”면서 “그 곰은 여기 대장이며 그 경비견들과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곰은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분포하지만 러시아에 가장 많은 개체 수가 서식하고 있다. 특히 이들 곰은 칸차카반도의 쿠릴호수 일대에 가장 높은 분포도를 보이는데, 이곳은 화산 지대로 겨울철에도 따뜻한 편이며 여름철에는 태평양에서 자라던 연어의 20%가 산란을 위해 이곳을 찾고 있어 동면에서 깬 곰들에게는 살기에 좋은 곳이다. 한편 불곰은 털빛에 따라 갈색곰이나 회색곰(그리즐리 베어)으로도 불리며, 곰 종류 가운데 몸집이 가장 커 큰곰이라고도 한다. 또한 불곰은 사람이 사는 곳에는 잘 나타나지 않으며 그리 난폭하지도 않지만, 거대한 발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국제기획] “문제는 경제야”… 지구촌 너도나도 自國 표준시 변경 바람

    [국제기획] “문제는 경제야”… 지구촌 너도나도 自國 표준시 변경 바람

    ‘중국의 서쪽 끝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구도(區都) 우루무치 시민들은 낮 12시에 출근한다. 오전 9시에 출근하려면 새벽 별을 보고 집을 나서야 한다. 반면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의 동쪽 끝 지린(吉林)성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의 여름철에는 오전 3시만 되면 먼동이 트는 탓에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새벽잠을 설치기가 일쑤다. 경도상으로 우리나라보다 빠른 시간대라야 맞지만, 오히려 1시간 늦은 오전 4시가 되면 해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국토의 동서 길이가 5200㎞에 이르지만, 중국 정부가 베이징과 같은 단일시간대를 적용하는 바람에 빚어지는 진풍경들이다. 지구촌에 표준시를 변경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기존 시차를 없애 중국과 인도처럼 단일시간대로 묶어버리는가 하면, 사모아는 하루를 앞당겼고 러시아도 1시간 빠르게 변경했다. 영국은 1시간 앞당기기 위한 3년간 시험적응 기간을 갖고 있고, 베네수엘라는 시간대를 30분 늦춘 독자적인 표준시를 시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재 3시간대로 나뉘어 있는 전국 표준시간대를 오는 10월 28일부터 단일시간대로 통일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기타 위르자완 무역장관은 “현재 그리니치 표준시(GMT)와 7~9시간 차이가 나는 시간대를 ‘GMT+8’ 하나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서쪽은 인도, 동쪽은 호주와 맞닿아 있을 정도로 국토가 동서로 5300㎞나 길게 펼쳐져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전국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중국, 필리핀 등과 동일시간대를 사용하게 됨에 따라 경제 활력에 일조할 전망이다. 남태평양의 사모아는 표준시간대를 조정해 지난해 12월 30일 하루를 영원히 없애버리는 ‘강수’를 뒀다. 날짜변경선 인근에 모여 있는 섬나라 사모아는 최근 교역이 급격히 늘어나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과 시차를 줄이기 위해 표준시를 1일 앞당겼다. 이 덕분에 지구상에서 ‘해가 가장 늦게 지는 나라’에서 ‘가장 먼저 아침을 맞는 나라’로 변신하며 외국인 관광객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119년 동안 멀리 떨어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시간대를 맞추는 바람에 거리가 가까운 호주, 뉴질랜드와는 시차가 벌어져 영업일 기준으로 ‘2일’ 손해를 봐온 것을 만회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3월 27일부터 11시간대의 시차를 9시간대로 줄이는 한편, 서머타임(일광시간 절약)제를 적용한 뒤 해제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 결과적으로 1시간을 앞당겼다. 모스크바와 우리나라의 시차는 계속 ‘-5시간’으로 묶였다. 이 같은 조치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현 총리)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러시아는 동서 길이만도 무려 9000㎞에 이른다. 서쪽의 칼리닌그라드 시민들이 침대에서 일어날 때, 동쪽의 캄차카반도 주민들은 퇴근을 서두르는 시간이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시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11시간대로 나뉘어져 있는 러시아의 표준시간대로는 국정 효율이 떨어져 경제발전의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 5시간대로 통합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러시아 국민들의 반대가 심해 시차를 2시간 줄이고 1시간 앞당기는 절충안에 만족해야 했다. 영국은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1시간 앞당기는 표준시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의 자부심’인 그리니치 표준시(GMT)를 버리는 대신 서유럽 국가들이 사용하는 중앙 유럽시(CET)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영국 정부는 표준시간을 1시간 앞당기면 낮 시간이 늘어나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들고 관광산업을 진작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겨울철 해돋이 시간이 늦은 스코틀랜드 등 북부 지역에서는 반발하고 있어 시행 여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베네수엘라는 지난 2007년 국민들에게 보다 많은 ‘적절한’ 자연채광 시간을 준다는 명분을 내세워 표준시간대를 변경해 30분 늦췄다. GMT ‘-4시간’에서 ‘-4시간 30분’으로 변경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당시 시계바늘을 30분 뒤로 돌림으로써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대낮에 일을 할 수 있어 생산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표준시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한국 국제관광전’ 개막

    ‘한국 국제관광전’ 개막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5회 한국 국제관광전’의 러시아 부스를 찾은 최광식(맨 왼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참(오른쪽 두 번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베타(오른쪽 첫번째) 러시아 관광협회 회장과 스배틀리나 러시아 캄차카주 관광국장에게서 보드카가 든 전통 인형을 선물받고 있다.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 ‘빙산’ 같은 초희귀 흰범고래 최초 포착

    ‘빙산’ 같은 초희귀 흰범고래 최초 포착

    다 자란 야생 흰범고래의 모습이 최초로 공개돼 화제다. 23일 러시아 일간 리아노보스티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연구진이 온 몸이 새하얀 범고래 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과거 발견했던 흰범고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흰범고래는 지난 2010년 8월 러시아 캄차카 반도 부근에서 모스크바 및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작은 빙산이 보이는 줄 알았다고 하여 ‘아이스버그’란 이름을 갖게 된 이 흰범고래는 약 1.8m에 달하는 등지느러미를 갖고 있어 그 크기로 미루어 볼 때 다 자란 16세 정도로 추정된다. 범고래는 보통 60세까지 살며 많게는 80세까지도 살 수 있다고 알려졌다. 또한 아이스버그는 다른 일반 범고래 12마리의 무리와 함께 살고 있어 아무런 문제 없이 야생에서 잘 적응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극동범고래프로젝트(FEROP)의 합동 지휘자인 에리히 호이트 박사는 “흰범고래가 선천적으로 멜라닌 합성이 안 되는 백색증(알비노)인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부분의 알비노 동물이 성년기까지 자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스버그가 알비노가 아닌 흰색 종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흰범고래가 목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이스버그가 발견된 지역에서는 좀더 어린 것으로 추정되는 흰범고래 2마리가 목격된 바 있지만 촬영되지는 않았다. 사진=러시아극동범고래프로젝트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유대근기자 현지르포-막 오르는 ‘차르 푸틴’ 3막] 全투표소 CCTV… “공무원 동원투표” 의혹

    [유대근기자 현지르포-막 오르는 ‘차르 푸틴’ 3막] 全투표소 CCTV… “공무원 동원투표” 의혹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 집무실)의 새 주인을 가리는 러시아 대선이 4일 치러졌다. 이미 대통령을 2차례 지냈던 여당 후보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3선이 확실시되며 당선자는 향후 6년간 러시아를 이끈다. 현지 여론기관들은 푸틴이 60%의 득표율로 승리할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투표일 직전까지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된 데다 선거 다음 날 야권단체들의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어 혼미한 정국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4일 오전 10시 30분(현지시간) 모스크바 중심부 그루진스카야의 한 교회. 3월에 접어들었지만 영하의 날씨에 두툼한 외투와 털모자 차림으로 교회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았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장년층이 많았다. 정복을 입은 경찰들이 배치된 가운데 유권자들은 차례로 투표소 안에 들어가 한 표를 행사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시민들 중 상당수는 푸틴을 찍었다고 밝혔지만 다른 후보를 선택했다는 이도 간간이 있었다. 콘스탄틴(87)이라고 밝힌 한 노인은 “공산당을 지지한다.”면서 “지금 러시아는 빈부 격차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날 선거는 러시아 극동부 캄차카와 마가단주부터 서부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영토가 가장 넓은 까닭(1707만 5400㎢·남한의 170배)에 시간대가 9시간에 걸쳐 있다. 투표는 지역 시간으로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12시간 동안 전국 9만 4332개 투표소에서 진행됐다. 유권자들의 참여는 뜨거웠다. 최극동 추콧카자치구에서는 투표 시작 4시간 만에 48%의 투표율을 기록했고, 캄차카 지역도 이날 오후 5시 현재 전체 유권자의 46%가 다녀갔다. 푸틴 총리는 모스크바 서남쪽 레닌스키 대로 인근에 있는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본부 건물의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나오다 반대파에 봉변을 당할 뻔했다. 푸틴 총리가 부인 류드밀라 여사와 함께 투표소를 떠난 뒤 곧바로 우크라이나 여성 사회운동단체 ‘페멘’ 소속의 젊은 여성 3명이 상의를 벗고 투표소에 난입해 ‘푸틴은 도둑놈’이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러시아 치안 당국은 전역에 경찰 38만명과 사설 보안업체 요원 3만명 등 40만명이 넘는 인력을 배치했다. 선거 부정을 감시하는 웹 카메라 20만개도 가동됐다. 웹 카메라가 촬영한 각 투표소 상황은 실시간으로 통신위성을 통해 인터넷 사이트로 전송되거나 녹화됐다. 푸틴 총리는 지난해 12월 두마(하원) 선거 당시 부정 선거 의혹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전국 투표소에 카메라 설치를 지시했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00만명 이상의 네티즌이 투표소를 중계하는 웹 카메라를 보겠다고 등록했다. 실제 추콧카주 프로비덴스키 지역의 한 투표소 내부의 중계영상을 인터넷으로 보니 투표소에 들어서는 유권자의 모습과 주변 소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러시아 대선을 감독하기 위해 입국한 국제 선거 모니터요원 700명도 이날 전역에서 일제히 활동했다. 각 대선 후보들이 파견한 17만 6000여명의 내부 선거감시요원들도 부정 투표 여부를 꼼꼼히 감시했다. 그러나 선거 전부터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되는 등 파열음이 이어졌다. 영국 스카이뉴스 방송은 러시아의 공공서비스 회사에서 일하는 ‘바딤’이라는 남성의 인터뷰 등을 근거로 푸틴의 압승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 산하 기관 공무원 5만명이 푸틴에 여러 차례 투표하고 그 대가로 9300루블(약 35만원)의 돈을 받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야권단체들은 5일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의 푸시킨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정하고 도심에 텐트를 설치해 크렘린을 에워싸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친푸틴 성향의 청년조직인 ‘나시’(우리들)와 ‘로시야 몰로다야’(젊은 러시아) 등은 크렘린 인근 마네즈광장과 혁명광장 등에서 26개의 맞불집회를 계획 중이라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야권 지도자인 블라디미르 라시코프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푸틴이 당선되면 반정부 시위를 이끈 주요 야권 인사를 포함해 대규모 엑소더스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년간 러시아에서는 정권에 대한 불만 등으로 중산층, 고학력자 등 400만명이 고국을 등졌다. 모스크바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7일 TV 하이라이트]

    ●시사기획 창(KBS1 밤 10시) 임신하면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 대체 어느 시절 얘기일까 싶지만, 바로 저출산의 위협에 직면해 있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취재진은 임신으로 인해 직장생활에 고통을 겪었다는 여성들을 만났다. 왜 이들이 이처럼 참담한 현실에 놓여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해 본다. ●복희누나(KBS2 오전 9시) 은주는 아파트로 찾아온 병만에게 금주가 묵는 호텔을 알려 준다. 금주는 병만을 따라 덕천으로 자포자기한 상태로 내려오고, 영표는 복희와 함께 백구의 사무실을 찾는다. 백구에게만은 편하다 못해 왠지 함부로 구는 듯한 복희가 의아하다. 한편 사무실 앞에서 뜻밖에 영표는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던 대성주조 정 부장을 만나게 된다. ●일일연속극 오늘만 같아라(MBC 밤 8시 15분) 상엽에게 효진과 만날 수 없다고 말한 뒤, 집으로 돌아온 해준(김승수)은 지완과의 대화에서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깨닫는다. 지완은 춘복의 주유소에서 다정하게 대화 중인 미호와 경식의 모습에 질투를 느낀다. 한편 유미 어머니의 전화를 받은 해준은 유미와 다시 한 번 얘기하고자 자리를 마련한다. ●태양의 신부(SBS 오전 8시 30분) 자체 내부 사업의 힘을 키워야 한다는 박 변호사의 조언에 효원 LK 그룹 홈타운 프로젝트를 연담 건설과 연계시키자는 의견을 낸다. 진혁은 고민 끝에 강로를 향한 복수보다는 효원을 먼저 돕기로 결정한다. 한편 공동대표 이사 대표권 제한 규정서를 알게 된 효원은 인숙에게 아트홀 또는 KDH컴퍼니 한 곳의 대표만 결정하라고 … ●하나뿐인 지구(EBS 밤 11시 20분) 검은머리물떼새. 이들은 머리와 등은 검고 배는 흰색으로 멀리서 보고 있노라면 마치 턱시도를 차려입은 신사처럼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한정된 지역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검은머리물떼새. 약 11종의 검은머리물떼새 중 동북아종은 겨울이 되면, 러시아 캄차카 반도에서 한반도로 이동해 겨울을 난다는데…. ●가족(OBS 밤 11시 5분) 김두석 할아버지의 방 안은 총 28명의 대가족 사진과 6남매를 시집, 장가 보낸 사진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한쪽에 쌓여 있는 두꺼운 노트들은 현재 30권쯤 남아있는데 모두 할아버지의 역사와 추억이 담긴 일기이다. 마흔 살부터 써 내려온 일기에는 농사일이며, 당시 물가와 소일거리들과 가족의 소소한 일상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녀석이 톱밥 속으로 숨어들었다. 녀석은 밀크셰이크처럼 어감이 달콤한 밀크스네이크 종이다. 먹이 줄 것과 따뜻하게 해 줄 것, 간단한 러시아 단어로 적어 놓은 메모지를 들여다보았다. 이반이 출항하기 전 남긴 글이다. 이반은 녀석의 등을 쓰다듬고 마지막 선물처럼 케이지를 앞에 내려놓았다. 한국 사람과 러시아 사람은 닮은 구석이 많아, 이반은 러시아 사람들도 개나 고양이, 새 같은 애완동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뱀이라니, 나는 검정 바탕에 노랑, 빨강 줄무늬가 있는 이국의 낯선 뱀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러시아에서 뱀은 집을 지키는 수호신과 같다고 생각해. 녀석을 보고 놀란 나에게 위로라도 하려는지 이반은 한국에도 그런 얘기가 있다는 걸 어디선가 들었다고 했다. 명자, 이반은 내 이름을 부르고 입으로 휘이휘이 휘파람 부는 흉내를 냈다. 그러면 집안이 텅 비게 돼, 녀석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종종 휘파람을 불던 내게 이반은 러시아 속담을 빗대 말했다. 나는 멀찍이 녀석을 내려다보며 이반의 익살에 웃음을 내보였었다. 이반을 만난 것은 클럽 로즈에서였다. 로즈는 P시에서 속칭 텍사스촌으로 불리는 외국인 거리에 있었다. 예전에는 주로 미군들이 드나들었는데 미군이 철수하고 러시아 선원과 상인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날도 나는 로즈에서 맥주를 마시며 립스틱이 번지지 않았는지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젊은 러시아 청년 하나가 보드카를 들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마담 장 앞에서 한국 얘기를 듣던 선원 중 하나였다. 술을 마실 때 거울을 보면 안 돼요, 아름다움까지 먹어버리거든요, 귓불에 입술을 갖다 대며 그가 속삭였다. 흔한 작업멘트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그의 나긋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반이라고 했다. 그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처음 출발하는 곳이 고향이라고 말했다. 나는 시베리아 열차가 끝없이 달리는 드넓은 숲과 초원을 떠올렸다. 그에게 러브 오브 시베리아란 영화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양손을 허공에 올려 내 얼굴을 길게 그려보였다.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왼쪽 손목에 새겨진 푸른색 돛이 펄럭였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내가 여주인공과 닮았다고 했다. 나는 그가 그린 얼굴이 허공에 그대로 떠 있는 것처럼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러시아 사람과 첫 대면을 할 때 영화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면 사람들은 영화 속 여주인공을 만난 것처럼 이국의 여자들에게 마음을 열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대개 영화 속 지명이나 주인공의 이름을 들먹이는 선에서 끝이 났다. 러시아말로도, 한국말로도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순간에 이르면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가 턱을 괴고 조용히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낯선 여행지처럼 나를 설레게 했다. 음악이 흘렀고, 클럽 로즈는 마치 떠나는 사람과 돌아오는 사람을 품고 있는 대합실 같았다. 그의 손목에 새겨진 푸른 돛 때문이었을까, 나는 문득 그라면 함께 여행을 떠나도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같이 여행을 떠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월요일만 아니라면 언제라도 좋아요, 월요일 여행은 불행하거든요, 러시아 속담이에요. 느닷없는 제안이었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나는 벽면에 붙은 러시아 달력을 바라보았다. 그날은 금요일이었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는 마치 오래 전에 만난 사람처럼 손을 잡고 아무 손님도 잡지 못한 나타샤를 지나쳐 거리로 나왔다. 밤하늘에는 만국기가 꽃잎처럼 나풀거렸고 만국기의 행렬이 끝나는 곳에서 우리는 입을 맞추었다. 두 블록 떨어진 내 숙소로 걸어올 때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지금도 이반이 러시아 속담을 말하며 내 입술에 입을 맞출 것만 같다. 시계가 밤 아홉시를 넘겼다. 녀석은 원색의 몸을 감춘 채 아직 기척이 없다. 나는 열선을 펴서 케이지 크기만큼 접었다. 그 위에 타월을 깔고 케이지를 얹었다. 사람 옷 입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판매원이 열선 까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겨울철, 스스로 온도 조절을 하지 못하는 녀석에게 열선은 생명줄과 다름없다고 했다. 녀석에게 25도의 체온으로 이국의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쩌면 불행일 수 있었다. 나는 콘센트에 코드를 꽂고 케이지에서 멀찍이 물러섰다. 거실의 불을 낮추고 이반이 남긴 메모지를 냉장고에 붙였다. 주방 창가로 가서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북향으로 나 있는 주방에서 밖을 보면 아래층에 있는 중국집 ‘홍루’의 뒤꼍이 훤히 보였다. 홍루 뒤꼍에 가로등 빛이 희미하게 새들었다. 쥐라도 쫓는지 고양이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담자락을 타고 지나간다. 지난봄, 가게의 주인이 바뀌면서 홍루(紅樓)라는 간판이 내걸렸다. 홍루는 붉은 다락방이라는 뜻이지만 이곳에 사는 화교들은 늙은 기생의 방이라는 별칭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변두리 사거리의 허름한 중국집 이름 홍루를 몇 번이고 되뇌었다. 거리는 스산할 정도로 빛이 꺼져 가고 휑하니 바람만 몰아 불었다. 멀리 텍사스 거리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등 뒤로 손을 넘겨 자주색 민소매 드레스의 지퍼를 올렸다. 목선이 등 뒤로 깊게 파인 드레스였다. 이반을 만났을 때 이 드레스를 입었다. 이반이 긴 허리를 굽히고 마른 등에 입술을 댈 때면 나는 수줍은 소녀처럼 간지러움을 참아내곤 했다. 나는 거울을 보며 빨강 립스틱을 덧바르고 귓불 뒤에 향수를 뿌렸다. 구제를 구입해 수선한 밍크를 꺼내 걸치고 자투리로 만든 밍크 모자를 머리에 비스듬히 얹었다. 진주 귀걸이를 하고 장갑을 꼈다. 은색 스팽글이 촘촘하게 박힌 카우치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몹시 차가웠다. 텍사스촌에 접어들자 겨울 내내 공중에 걸려 있던 해진 만국기가 바람에 나풀댔다. 그 아래, 술에 취한 러시아 선원 두 명이 러시아 혁명가 스텐카 라진을 부르며 지나갔다. 나는 시애틀 노래주점을 지나고 캄차카 노래방을 지나 클럽 로즈로 걸음을 옮겼다. 로즈에는 러시아 민요인 백만 송이 장미가 흐르고 있었다. 낮고 고혹적인 중년 여가수의 목소리가 담배 연기와 흐린 불빛에 섞여 들었다. 손님이라고는 한국 선원 두 명과 러시아 선원 두 명이 전부였다. 마담 장이 표정 없이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반을 만났던 자리에 앉아 장갑을 벗어 테이블 위에 얹었다. 한국 선원과 함께 있던 나타샤가 다가와 서툰 한국어로 언니, 마셔? 라고 물었다. 나는 보드카와 러시아 닭 꼬치인 샤실릭을 시켰다. 담배를 피워 물고 천천히 로즈 안을 둘러보았다. 마담 장이 무료하게 하품을 해댔다. 필리핀에서 온 구잘은 러시아 선원과 섞여 백만 송이 장미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음악이 끝날 무렵 나타샤가 보드카와 샤실릭을 내왔다. 나는 담배를 끄고 보드카를 한 잔 따랐다. 보드카를 한 모금 마시자 뜨거운 열기가 순식간에 목까지 치닿았다. 이반은 보드카를 마시는 순간이면 고향을 떠났다는 것도, 추운 바다 위를 떠돈다는 것도 모두 잊는다고 했다. 나는 열기가 되뿜어져 나오는 목을 진정시키기 위해 샤실릭 꼬치에서 닭 가슴살 한 점을 빼 마요네즈에 찍어 입에 넣었다. 내가 보드카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미군이 철수하고 나서였다. 러시아 선원들이 골목을 차지하고 거리의 젊은 여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짐을 꾸려서 떠났다. 고작 러시아 선원의 비위나 맞추며 살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마담 장도 미군을 따라 미국으로 갔던 여자였다. 나는 미군 대신 러시아 선원을, 맥주 대신 보드카를, 영어 대신 러시아어를 몸에 익혔다. 이 거리에 나타샤와 구잘이 찾아들었다. 나타샤는 러시아에서 발레리나였고 구잘은 필리핀에서 가수였다고 했다. 그렇게 누군가는 꿈을 찾아 이곳을 떠났고 또 누군가는 또 다른 꿈을 좇아 이곳으로 왔다. 하지만 텍사스촌으로 되돌아 온 사람들은 좀체 이 거리를 다시 벗어나지 못했다. 마담 장이 러시아 민요 대신 빠른 행진곡으로 음악을 바꾸었다. 선원들이 경쾌한 해군의 노래에 맞춰 무릎과 팔을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보드카 병이 순식간에 비어 갔다. 시계는 벌써 열한 시를 넘겼다. 한국 선원이 나타샤의 뺨을 비비며 등줄기를 훑었다. 선원 하나가 그녀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는 순간 그녀가 마담 장에게 눈짓을 보냈다. 마담 장이 전화를 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 아가씨가 클럽 안으로 들어왔다.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는 여자였다. 계산을 마친 그들이 클럽 안을 빠져 나갔다. 손님은 이제 러시아 선원만 남았다. 유난히 손님이 없는 밤이었다. 살집이 많은 러시아 선원 하나가 보드카를 마시며 계속 나를 주시했다. 눈이 마주치자 선원은 보드카 병을 쥐고 일행을 벗어나 내 쪽으로 걸어왔다. 구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비틀거리는 선원보다 구잘이 먼저 내 테이블 앞에 와 선다. 러시아 선원이 들으라는 듯 러시아말로 이번에도 손님을 채 가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한다. 나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선원이 멈칫거리는 사이 구잘이 밖으로 나갔다. 선원이 내 앞에 앉는다. 그는 잔에 보드카를 따르며 자신의 고향 이야기로 말을 건넸다. 나는 그에게 이반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어깨를 추켜올리며 자신이 이반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주색 드레스가 마음에 든다며 슬쩍 어깨를 감싸 쥐었다. 해군의 노래가 끝나고 러시아 혁명가가 시작되었다. 구잘이 필리핀 친구와 함께 나타났다. 구잘의 친구가 러시아 선원의 팔을 꿰찼다. 멍청이! 저 언니 나이 많아, 주름 많아, 구잘이 선원에게 하는 말이 들려왔다. 구잘의 말에 선원이 내 앞에 앉은 선원에게 손짓을 보냈다. 동료가 만류하는 손짓을 무시하듯 선원이 지갑을 꺼내 보드카와 샤실릭 값의 두 배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지켜보고 있던 구잘이 거칠게 다가왔다. 언니 년 나빠! 그녀가 내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놀란 선원이 성급히 일어났다. 그리고 테이블의 돈을 챙겨 일행 쪽으로 가버렸다. 망할 년! 어린 년이! 마담 장이 구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언니 년, 나빠! 구잘이 악다구니 끝에 손을 풀었다. 그들이 모두 빠져나갔다. 샤실릭 꼬치가 꾸들꾸들 말라갔다. 러시아 혁명가가 끝나고 경쾌한 아코디언 연주와 함께 새로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유난히 손님이 없는 밤이었다. “이 짓도 이제 지긋지긋해, 러시아 년들을 한국 놈들에게 붙이고 필리핀 년들은 러시아 놈에게 붙이고, 이렇게 갈보 년들 불러대는 것도 신물이 난다구!” 그녀가 보드카를 마시며 넋두리를 해댔다. 쿨럭쿨럭, 천식 때문인지 잔기침이 뒤따랐다. “그래도 옛날에 이 바닥에서 명자, 하면 알아줬는데, 사내들을 홀리는 묘한 매력이 있었지, 그 시절에는 먹물 튄 년이 드문 때였으니…….” 그녀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담배를 피워 물었다. 흐릿한 불빛을 타고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거에 혹해서 사내놈들이 많이 찝쩍댔지…… 그때 한 놈 잡아 떠나지, 무슨 미련이 있다구…….” 그녀의 목소리는 무대 위에 홀로 앉은 재즈가수의 독백처럼 한없이 낮았다. “너나 나나, 진즉에 이 바닥을 떴어야 하는데……, 사나운 팔자는 이래도 저래도 막히니…….” 그녀는 마치 거울을 보듯 나를 보고 있었다. 손님은 더 이상 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코트를 걸쳤다. 카우치 백을 열어 계산을 마치고 조용히 로즈를 나왔다. 홍루의 간판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나는 홍루 앞에서 머리를 손으로 빗어 넘기고 모자를 반듯하게 썼다. 보드카 때문인지 속에서 열이 올랐다. 어두운 계단을 지나 2층 현관문을 열었다. 녀석은 아직도 톱밥 속에 파묻혀 있다. 녀석에게 다가가 케이지 밑에 조심스럽게 손을 갖다 댔다. 따뜻했다. 월요일에 길을 떠나면 여행이 불행하게 된다고 했던 이반은 정작 월요일에 떠났다. 이반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건 단순히 그가 월요일에 떠났기 때문이리라. 나는 욕실로 들어가 화장을 지우고 드레스를 벗었다. 거울에 깡마른 몸이 드러났다. 이반이 명자, 라고 이름을 부른 뒤 커다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그려 보이면 나는 러시아 회화 책을 뒤지듯 그가 허공에 그려낸 그림을 꼼꼼히 살폈다. 이반은 종종 그렇게 자신이 탈 배가 지나갈 곳을 손으로 그려 보여주었다. 그럴 때마다 이반의 손목에 새긴 푸른 돛이 허공에서 움직였다. 이반은 지금 어느 바다를 지나고 있을까, 나는 깡마른 몸에 샤워기의 물을 뿌렸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깬 것은 녀석 때문이었다. 문득 녀석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반이 떠나고 녀석을 제대로 본 적도 없다. 나는 가운을 걸치고 거실로 나갔다. 케이지에서 멀찍이 떨어져 톱밥 위를 보았다.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반이 떠나고 녀석은 줄곧 톱밥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일까, 나는 케이지 안을 살폈다. 톱밥의 곡선이 흐트러짐 없이 처음 그대로였다. 나는 냉동실 문을 열고 이반이 사 놓은 먹이를 하나 꺼냈다. 먹이는 알루미늄 포장지에 싸여 있었다. 개수대에 따뜻한 물을 받아 포장된 먹이를 그대로 담갔다. 재스민 차를 우려내 창가로 간다. 눈이 흩날렸다. 홍루 지붕에는 엘피 가스통 4개와 물탱크,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작업복과 면장갑, 깨진 그릇이 나뒹굴었다. 그 낡은 지붕 아래 자장면과 짬뽕 옆으로 적힌, 익숙하나 한 번도 맛을 본 적 없는 횡서 끝자락의 낯선 메뉴를 떠올린다, 어쩌면 남자가 만들어 본 지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감조차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그 메뉴 밑으로 삐뚤삐뚤하게 적힌 러시아 음식들. 흑빵과 함께 홍루의 남자는 육개장과 비슷한 쌀단까나 빈대떡과 비슷한 블린 같은 러시아 음식도 만들었다. 종종 러시아 사람들이 중국 음식 중에 끼어 있는 러시아 음식을 주문하였다. 눈이 내려앉는 홍루 뒤꼍에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가 등을 보이고 양파 껍질을 벗기기 시작한다. 내가 보는 것은 언제나 남자의 등이다. 남자는 마치 그림 속에 들어 있는 사람처럼 묵묵히 앉아 양파를 깠다. 넓은 고무 대야를 가랑이 사이에 끼우고 물에 붇고 있는 양파 껍질을 벗겨 낸다. 인조털이 달린 두툼한 점퍼에 가려진 남자의 양 옆 어깨가 끊임없이 움직인다. 나는 껍질과 뒤섞인 혼탁한 물에 한 쪽 손을 깊숙이 집어넣고 남은 양파 알을 찾는 남자의 기울어진 어깨를 본다. 언뜻언뜻 삐져나오는 남자의 붉고 물에 불은 손. 남자는 허리를 펴고 위를 올려다보는 법이 좀체 없다. 남자의 등 뒤로 살금살금 나타샤가 다가간다. 그녀는 고양이처럼 허리를 익살스럽게 굽히고 남자의 등 뒤에 몰래 다가섰다. 나타샤가 두 손으로 남자의 눈을 가린다. 남자가 양파 껍질이 묻은 젖은 손을 차마 나타샤 손에 포개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나타샤가 손을 풀었다. 나는 뒤돌아보고 멋쩍어하는 남자의 표정을 바라보며 식어가는 찻잔을 볼에 대고 눌렀다. 나타샤가 남자 앞에 턱을 괴고 앉는다. 분홍색 털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은 그녀의 모습이 클럽에서와는 달리 앳돼 보였다. 남자가 양파 껍질을 벗기는 일을 멈추었다. 나타샤가 일어서더니 뒤꿈치를 모으고 양발을 벌려 발레의 폴리에 자세를 취한다. 두 팔을 뻗어 머리 위로 올리고 천천히 발 앞굽을 세워 잔걸음으로 뒤꼍을 옮겨 다녔다. 한눈에 봐도 그녀가 백조의 동작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타샤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총총걸음으로 뒤꼍을 돌아 남자 앞에 섰다. 그녀가 숨을 쉴 때마다 동그랗게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나는 남자를 향해 웃고 있는 나타샤를 보며 식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개수대에 던져놓은 녀석의 먹이가 녹았다. 먹이를 건져서 접시에 담고 알루미늄 포장지를 벗겨냈다. 손가락 한 마디를 좀 넘긴 연한 핑크색 먹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나는 숨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쥐가 녀석의 먹이라니. 처음 기지촌에 왔을 때처럼, 처음 러시아 선원을 만났을 때처럼 무섭고 낯설었다. 나는 숨을 가다듬었다. 집게로 새끼 쥐를 집어 올려 녀석에게로 갔다. 톱밥 위는 아직도 텅 비어 있었다. 케이지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고 먹이를 내려놓았다. 휘파람을 분다. 녀석이 나타나기를 바라며 휘파람을 분다. 어릴 적 나는 늘 혼자였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아무도 없는 집 마루에 앉아 허공을 향해 휘파람을 불어대곤 했다. 설령 어른들의 말처럼 뱀이 나온다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휘파람을 불면 곁에 누가 있는 것처럼 무서움이 가셨다. 이반의 말대로 휘파람을 불어서 집이 비었는지 집이 비어서 휘파람을 불었는지 지금도 알 수는 없었다. 나는 케이지에서 시선을 거두고 소파에 앉아 여행자를 위한 러시아 회화 책을 폈다. 90쪽 ‘거리’에서부터 120쪽 ‘모자 가게’까지는 이반이 떠나기 전 러시아어로 읽어주었다. 151쪽 기차여행 편을 한글로 따라 읽는다. ‘그제야 마구 쎄스츠 나 보예즈제?’ 어느 기차에 타야 합니까? 홍루 뒤꼍으로 함박눈이 쌓였다. 나는 눈을 밟으며 홍루로 갔다. 홍루에는 나타샤와 한국인 두 명만이 앉아 있었다. 주방 안으로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종업원에게 이반이 즐겨 먹었던 쌀단까와 흑빵을 주문했다. 종업원 대신 나타샤가 내 쪽을 힐금거리며 주방 입구로 갔다. 그리고 주방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주문을 받아 전해준다. 나는 낮은 선반 위에 펼쳐진 러시아 회화 책을 잠시 쳐다보았다. 남자도 틈틈이 회화 책을 뒤지며 러시아 말을 익히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습관처럼 폴리에 자세로 발을 벌리고 서 있는 나타샤의 뒷모습이 왠지 서글퍼서 고개를 돌렸다. 쌀단까와 흑빵이 나왔다. 이반은 홍루의 쌀단까 맛이 고향의 맛과 같다고 했지만 홍루의 쌀단까 맛은 육개장과 별반 다름없는 맛이었다. 천천히 흑빵을 뜯어 입에 넣었다. 흑빵이 입안에서 거칠게 씹혔다. 나는 반쯤 뜯어 먹은 흑빵을 남기고 홍루를 나왔다. 케이지 안에 먹이가 그대로 있었다. 녀석이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나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케이지의 뚜껑을 열고 먼지떨이를 거꾸로 찔러 넣어 천천히 톱밥을 휘저었다.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막대기로 커다랗게 원을 그은 뒤 안으로 조금씩 좁혀가며 톱밥을 감아 올렸다. 녀석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반이 곁에 있었다면 아마도 내가 휘파람을 불어 모든 게 텅 비어버린 거라고 말했을 것이다. 녀석은 어디로 간 것일까. 눈이 녹고 있었다. 녀석이 사라진 지 일주일째, 부두에 배가 들어왔다. 텍사스 거리는 러시아 선원들과 보따리 상인들로 붐볐다. 나는 클럽 문을 열었다. 로즈도 러시아 선원들로 북적였다. 여전히 러시아 음악 백학이 흘러나왔고 조명은 더 흐려 있었다. 나는 이반을 만났던, 거울이 걸린 자리에 앉았다. 장갑을 벗어 테이블 위에 올리고 카우치 백에서 담배를 꺼냈다. 언니 머? 구잘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나는 보드카와 샤실릭을 주문했다. 마담 장이 새로운 선원들을 앞에 두고 예전 텍사스 거리에 몰려들었던 미군들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선원들이 이야기를 채근하듯 마담 장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 시절 마담 장의 사랑을 구하려는 한 미국 병사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털어 백만 송이 장미를 사다가 거리에 뿌렸노라고 말하자 선원들이 속았다는 듯 몸을 털며 허탈한 웃음을 웃었다. 러시아에 전해 내려오는 백만 송이 장미에 얽힌, 가난한 화가의 슬픈 사랑이야기란 것을 이내 알아챈 모양이었다. 마담 장은 배가 들어올 때마다 선원들을 앞에 두고 그렇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곤 했다. 선원들은 이국의 낯선 이야기에 자신들 나라의 이야기가 섞여 든 것을 알아채자 긴장이 풀렸는지 보드카를 연거푸 마셨다. 마담 장이 의자를 돌려 몸을 반쯤 틀고 있는 러시아 선원들을 달래듯 두 손을 들어 허공을 다독였다. 선원들이 다시 마담 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나타샤는 한국인 선원들 사이에 섞여 있었고 이미 취해 보였다. 한국인 선원이 길고 곧은 나타샤의 등줄기를 더듬어 내려가다 허리를 감싸 안고 일어섰다. 마담 장이 재빠르게 나타샤와 눈길을 주고받았다. 나타샤와 한국인 선원이 계산을 마치고 클럽 밖으로 나갔다. 홍루의 남자가 클럽에 들어선 것은 내가 두 번째 담배에 막 불을 붙일 때였다. 남자는 이곳이 처음인 듯 두리번거리며 자리를 찾아 앉았다. 다소 들뜬 표정으로 구잘에게 주문을 했다. 그의 테이블에 맥주와 마른안주가 올려졌다. 나는 보드카를 한 모금 마셨다. 마담 장이 음악을 바꿨다.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었다. 러시아 선원들이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한다. 러시아인들의 춤은 마치 목각 인형이 줄에 매달려 움직이는 것처럼 무릎과 팔이 절도 있게 꺾어졌다. 격렬하면서도 율동 사이사이에 강한 매듭이 있는 러시아 춤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정신이 맑아졌다. 춤이 격렬하면 할수록 더 그랬다. 나는 선원들이 원무를 이뤄 추는 가팍을 보며 이반을 떠올렸다. 이반도 어디선가 함성을 지르며 저들처럼 가팍을 추고 있을까, 나는 보드카를 마시고 샤실릭을 한입 베어 물었다. 바에 앉아서 계속 몸을 흔들고 있던 마담 장이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육중한 그녀의 몸이 빠른 리듬에 맞춰 민첩하게 움직였다. 선원들의 함성이 추임새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졌다. 음악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들의 춤은 자정까지 계속될 것이다. 구잘이 나타샤가 없는 빈자리를 대신하여 분주히 움직였다. 마담 장은 점점 술에 취하고 흥에 취해갔다. 가끔 이렇게 마담 장이 흥에 취해 선원들과 춤을 추면 그녀가 어김없이 해 오던 일, 러시아 아가씨를 한국 선원에게 붙이고 필리핀 아가씨를 러시아 선원에게 붙이는 일을 잊었다. 더불어 나의 존재도 잊었다. 그녀가 잊는 것은 단지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천식처럼 오래된 이 거리의 모든 것들, 그녀를 되돌아오게 만들었던 익숙한 모든 것들, 그녀의 생 모두를 잊을 것이었다. 이반의 말대로 휘파람을 불면 무언가 텅 비게 되는 것처럼 그녀도 텅 비어가는 것이리라. 원무에 끼어 점점 격렬하게 몸을 흔들 때마다 그녀가 한줌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기라도 할 듯 깡마른 손을 허공에 내밀었다. 홍루의 남자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남자는 무릎 사이에 손을 찔러 넣고 눈은 줄곧 나타샤를 찾았다. 나는 마지막 보드카를 입에 털어 넣었다. 남자가 취했는지 점점 고개를 떨궜다. 녀석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문득 잊고 있던 녀석을 떠올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남자가 고개를 든다. 거짓말처럼 녀석을 찾은 것은 소파 밑에서였다. 환전소에 가기 위해 러시아 동전을 지갑에 넣는 중이었다. 소파 밑으로 굴러들어간 동전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누렇게 바랜 벽지에 노랑 빨강 검정 색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녀석은 소파 안쪽 벽 틈에 일자로 붙어 있었다. 나는 잠시 숨을 멈추고 가만히 녀석을 지켜보았다. 녀석도 움직이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갔다. 냉장고에서 먹이를 꺼내 따뜻한 물에 담근 다음 물기를 닦아 소파 입구에 놓았다. 집게를 들고 소파 위에 웅크리고 앉아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녀석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움직이지 않고 숨을 삼켰다. 먹이 앞까지 조심스럽게 다가간 녀석이 고개를 들며 혀를 날름거렸다. 녀석의 여린 혀가 재빠르게 입속을 반복해서 드나들었다. 녀석이 먹이 앞으로 다가가 먹이를 덥석 무는 순간 집게로 녀석을 집어 케이지에 넣었다. 녀석의 입에는 삼키다 만 새끼 쥐의 여린 몸이 반쯤 물려 있었다. 로즈 앞에는 며칠째 클로즈라는 안내판만 달려 있었다. 겨울이면 도지는 마담 장의 천식 때문에 잠시 문을 닫았다고 했다. 나타샤도 가끔씩 목욕탕이나 환전소에서 마주치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았다. 들리는 소문에 한국 선원을 따라 이곳을 떠났다는 말도 있었고 임신을 해서 로즈에서 쫓겨났다는 소문도 있었다. 텍사스 거리는 다 해진 만국기를 걷어내는 상인들로 분주했다. 나는 만국기가 끝나는 곳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이반을 처음 만났던 날, 이반의 달콤한 입술이 나의 입술에 닿던 순간, 나는 내 여행이 이대로 끝이 나길 간절히 바랐었다. 이반은 지금 어느 바다를 지나고 있을까? 나는 만국기가 걷히는 하늘을 바라보며 블라디보스토크 행 비행기표 판매소를 지나 환전소로 갔다. 마지막 남은 먹이를 녀석에게 넣어주었다. 녀석이 조심스럽게 먹이에 다가간다. 잠시 목을 추켜세우더니 슬그머니 방향을 틀었다. 또 먹이를 먹지 않을 모양이었다. 온수에 목욕을 시키면 좀 도움이 될 겁니다. 수의사는 전화로 간단하게 처방을 내렸다. 소화불량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정상적으로 탈피를 하기 힘들어진다고도 했다. 대야에 온수를 받아 케이지 옆에 놓았다. 케이지 뚜껑을 열고 널브러지듯 몸을 길게 풀고 있는 녀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는 집게를 들다가 내려놓았다. 녀석의 외피에 손을 조심스럽게 갖다 댔다. 녀석의 차가운 체온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천천히 선을 그으며 머리 쪽으로 손가락을 옮겼다. 녀석의 입을 지나 턱쯤에 손가락이 닿았을 때 녀석이 감미로운 몸동작으로 손에 감겨든다. 소름인지 전율인지 무언가 몸속으로 울려들었다. 나는 녀석을 안듯 들어올려 온수에 담갔다. 녀석이 천천히 물속으로 스며든다. 나는 물끄러미 녀석을 보다가 물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미끄러지듯 내 손을 비켜나가는 녀석의 꽁무니를 따라가며 손을 저어 작은 물보라를 일으켰다. 녀석이 점점 생기를 찾은 듯 작은 원을 그리며 빠르게 움직였다. 잠시 뒤 작은 수건으로 민첩하게 손아귀를 벗어나는 녀석을 떠내 마른 수건을 깔아놓은 그릇에 옮겨 담았다. 녀석을 재빨리 수건 위에 굴린 뒤 케이지 안으로 털어 넣었다. 명자, 아주 잘했어, 이반이 보았더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나는 홍루를 지나고 로즈를 지나 도로 건너편에 있는 수족관으로 갔다. 파충류 먹이 있음. 간판 옆에 적힌 글씨를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점원이 햄스터 케이지를 열다가 내 쪽을 본다. “뭘 드릴까요? 손님.” 점원이 케이지 안에서 햄스터를 꺼내며 물었다. “밀크스네이크 종인데……먹이 좀 사려고요.” 나는 나무토막을 기어오르는 비단뱀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한다. “뱀을 키운 지 오래되셨나 봐요. 처음 키우는 사람은 그렇게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거든요.” 점원이 손에 쥔 햄스터를 비단뱀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이렇게 한창 클 때는 녀석도 산 먹이를 찾아요, 그래야 탈피를 제대로 할 수 있거든요.” 나무막대를 기어오르던 녀석이 슬그머니 방향을 틀며 혀를 날름거렸다. 케이지에 던져진 햄스터가 꾸물꾸물했다. 움직임을 감지한 녀석도 먹이를 견준 채 꼼짝 하지 않다가 입을 벌리고 먹이를 물어 삼켰다. 나는 고개를 돌리며 점원에게 휘파람을 불면 뱀이 나온다는 말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런 속담이 있었나요?” 점원은 손에 묻은 햄스터 털을 털어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님, 냉동 쥐로 드릴까요?” 점원이 물었다. 나는 햄스터의 하얀 몸이 비단뱀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점원은 케이지에서 꿈틀거리는 분홍색 새끼 햄스터 한 마리를 꺼냈다. “녀석들이 종종 냉동 먹이를 먹지 않는데…… 그건 아마도 탈피를 하려고 그럴 겁니다. 제대로 크고 있다는 증거죠.” 나는 점원에게서 새끼 햄스터를 받아 골목으로 돌아왔다. 날이 풀리고 있었다. 곧 부두에 배가 들어온다고 했다. 나는 문이 닫힌 로즈를 지나 홍루에 들러 쌀단까와 흑빵을 시켰다. 남자는 여전히 등을 보이고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 탁자 위에는 너덜너덜해진 러시아 회화 책과 비닐도 뜯지 않은 발레 슈즈가 올려져 있었다. 나는 흑빵을 뜯어 쌀단까에 적셔 먹었다. 맞은편 거울에 흑빵을 씹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밥을 먹을 때 거울을 보면 안돼요, 아름다움까지 먹어버리거든요, 이반이 내 귓불 뒤에 입술을 갖다 대며 속삭일 것 같았다. 홍루의 간판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 중-추가항모 vs 러-신형핵잠… 동북아 해양 군비경쟁

    중-추가항모 vs 러-신형핵잠… 동북아 해양 군비경쟁

    중국과 러시아가 경쟁적으로 해군력을 강화하면서 동북아가 각국 해군력의 각축장이 되는 양상이다. 중국은 추가 항공모함 건조를 계획 중이고 러시아는 신형 원자력잠수함을 배치할 예정이다. ●전문가 “항모 추가 건조 어려워” 중국이 지난달 1차 시험운항을 마친 항공모함 바랴크함보다 규모가 큰 항모를 건조할 계획이라고 홍콩 문회보가 8일 미국의 군사전문 사이트 ‘스트래티지 페이지’(Strategy Page)를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또 “현대화 작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 해군이 항공병과에 조기경보기 배치를 시작했다.”면서 윈(運)8 수송기를 개조한 조기경보기 ‘KJ(空警)200’이 해군 항공대에 배치되거나 조기경보레이더를 장착한 윈7 수송기가 항모에 탑재될 수 있다고 전했다. 만재 배수량 6만 4000t인 바랴크함은 50여대의 함재기를 탑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의 군사전문가 류장핑(劉江平)은 바랴크함이 지난달 1차 시험운항을 마친 상황에서 대형 항모 건조에 착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관련 기술과 함재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형 항모를 건조하기에는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면서 “함대 작전 경험을 쌓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대형 항모 건조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전략학회 장펑(江風) 연구원은 “중국 해군이 항공모함을 만드는 주요 목적은 함대의 방공엄호를 위한 것”이라면서 “세계 주요 국가와 마찬가지로 해군의 입체적인 작전능력을 높이기 위해 항모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홍콩의 경보는 최근 중국의 첫번째 국산 항모가 2014년 진수돼 2015년부터 실전배치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미 국방부도 ‘2011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이 이르면 2015년에 첫 국산 항모를 취역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 해군은 기존의 북해·동해·남해 함대 외에 남부 하이난성을 모항으로 하는 새로운 함대 창설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새 함대에는 2개의 항모전단을 배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거리 8000㎞… 美·中 동시견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러시아가 옛 소련 붕괴 뒤 처음으로 건조한 원자력잠수함 유리 돌고루키를 올해 안으로 태평양함대에 배치하기로 했다고 8일 보도했다. 러시아가 신형 원자력잠수함을 태평양에 배치하는 것은 노후 잠수함을 교체해 미국에 대한 핵 억지력을 유지하고, 중국의 군사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문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지난 5일 여당인 통일러시아당 집회에 참석해 “(유리 돌고루키) 잠수함 시험이 잘되고 있어 연말까지는 태평양함대에 인도할 수 있다.”면서 “해군을 근대화해 핵 억지부터 해양권익 확보까지 모든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최신형 원자력 잠수함인 유리 돌고루키는 사정거리가 8000㎞에 이르는 대륙간 탄도미사일(SLBM) ‘불라바’(철퇴)를 탑재했으며 소음을 억제해 적의 발견과 추적을 피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캄차카반도에 있는 군항을 모항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현재 극동에 배치한 약 20척의 잠수함 가운데 미국 본토를 사정에 둔 전략 원자력잠수함은 4척 정도이지만 취역한 지 30년이 넘어 작전에 지장이 있는 실정이다. 러시아는 신형 원자력잠수함과 함께 프랑스에서 도입한 미스트랄급 상륙함도 태평양함대에 배치할 계획이다. 미스트랄급 상륙함은 헬기 16대와 상륙작전용 차량 4대, 전차 13대, 차량 100대를 비롯해 무장병력 450명을 태울 수 있으며 69개 병상의 병원시설도 갖추고 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서울 강국진기자 stinger@seoul.co.kr
  • “화물칸 화재” 마지막 교신후 아시아나機 추락

    “화물칸 화재” 마지막 교신후 아시아나機 추락

    28일 오전 4시 12분쯤(국토해양부 추정) 제주시 서쪽 약 129㎞ 해상에서 아시아나항공 소속 보잉 747 화물기가 추락했다. 기체 일부가 오전 6시 9분쯤 제주시 서쪽 해상 약 107㎞ 지점에서 발견됐다. 사고 항공기에는 최상기(52) 기장과 이정웅(43) 부기장 등 2명이 타고 있었으며 현재 이들의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실종자 수색이 이뤄지고 있다. 국토부와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사고 화물기는 이날 오전 3시 5분 인천공항을 떠나 중국 상하이 푸둥공항에 오전 4시 33분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기체 이상으로 제주국제공항으로 회항하던 중 4시 12분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베테랑 기장… 조종 미숙으로 보기 어려워 김한영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아시아나 화물기 추락 9분 전 조종사가 중국 상하이관제소에 화물칸 화재 발생을 통보했다.”며 “탑재 화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항공기가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블랙박스를 수거해 조사해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 화물기의 탑재물은 58t이며,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LSI, 직물류 외에 인화성이 강한 리튬배터리, 페인트, 아미노산용액, 합성수지 등도 0.4t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기를 몬 최 기장은 2001년 7월부터 해당 항공기를 6896시간(총비행시간 1만 4123시간) 조종한 베테랑 조종사다. 이에 따라 사고 원인을 조종 미숙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또 중국과의 교신에서 ‘화재가 났다.’는 말을 한 것으로 미뤄 적재 화물의 화재로 비행기가 추락했을 가능성도 높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탑재 화물 모두 국제항공수송협회(IATA) 절차 규정에 따라 적재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화물칸에 난 화재의 원인은 워낙 경우의 수가 많아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또 화물기에는 화재에 대비해 조종사가 버튼으로 소화기를 작동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이 소화기가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사고 원인을 밝혀줄 블랙박스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수거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화물 간의 이격 거리나 포장 규칙 등을 준수했는지와 기내 소화 시스템의 작동 여부 등이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히는 중요한 요소지만 모든 것을 명쾌하게 밝혀내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사고 화물기에 대해 1억 2200만 달러(1177억여원)의 보험에 가입했다. 이번 사고로 인한 재해 발생 금액은 총자산의 3.4%인 2004억여원이어서 산술적으로는 약 900억원가량 손해를 보는 셈이다. 또 기체와 별도로 화물에는 160만 달러, 상해보험 20만 달러(조종사 1인당 10만 달러)의 보험에도 가입돼 있다 ●음주적발·활주로 이탈 등 사고 잇따라 사고를 계기로 국토부가 항공사들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1968년 대한항공이 영업을 시작한 이래 국내 민간 항공사가 부상과 사망 등 인명 사고에 연루된 것은 모두 16차례 안팎이다. 1983년 소련 캄차카 근해에서 대한항공 보잉747이 소련 격투기에 피격돼 탑승객 269명이 사망한 것이 피해자가 가장 많은 사고였고, 1997년 대한항공 B747-300이 괌에서 추락해 225명이 희생된 것도 대형 참사로 꼽힌다. 1988년 운항을 시작한 아시아나항공은 1993년 전남 해남에서 B737-500 여객기가 산에 충돌해 사망자 66명, 부상자 44명을 발생시킨 것이 지금까지 유일한 인명 사고였다. 또 200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항공기 준사고’가 33건 발생했으며, 이 중 아시아나항공이 10건(30.3%)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6월에는 기체 결함으로 베트남으로 향하던 노선이 중국에 비상 착륙했었고 김해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가 음주 단속에 걸려 물의를 일으켰다. 대한항공도 대통령 전용기 회항이라는 초유의 사태부터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한준규·오상도기자 hihi@seoul.co.kr
  • [글로벌 시대] 영토 분쟁과 동북아의 평화찾기/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글로벌 시대] 영토 분쟁과 동북아의 평화찾기/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대한민국 국적기는 타지 마라.” 이달 중순 일본 외무성이 직원들에게 했다는 지시가 황당하다. 독도를 둘러싼 일본의 ‘공세’는 집요하지만 국내 정치적인 수요에 의해 활용되는 측면이 강하다. 위기에 처한 간 나오토 총리의 대외공세적 카드로 이용되고, 민족적 감정에 불을 질러 국민적 응집력을 통해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한·일 간의 화해가 무르익는가 싶은 순간 일본은 번번이 독도 카드로 산통을 깨곤 했다. 일본의 젊은 세대는 과거와는 다르고, 중년층들도 한류에 몸을 맡기며 친한적인 성향을 높이는 가운데서도 정치가와 전략가들의 발밑만 본 이해타산적 결정은 상황을 악화시킨다. 이런 한·일 갈등은 아시아 안보환경에 영향을 주고, 다른 나라들의 영토분쟁과도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동북아 안보환경은 근년 들어 더 어수선하다. 중·일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까지 연결된 남중국해 영토분쟁, 한반도 경색국면 등으로 편할 새가 없다. 안보협력의 제도화는커녕 안보현안을 협의할 다자적 논의의 장도 부족한 터라 충돌 방지에 부심해야 할 처지다. 러시아와 일본의 ‘북방 4개섬’ 영토 분쟁도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간 상태라 걱정을 더한다. 과거 유산속에서 어떻게 미래를 열어 나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한다. 한때 전향적인 실마리를 찾는가 싶던 러·일 간의 북방 4개 섬 갈등은 더 냉랭한 상황에 빠져 있다. 북방 4개 섬이란 홋카이도 북쪽에 위치한 에토로프·쿠나시르·시코탄·하보마이 등 러시아 관할하의 4개 섬을 말한다. 지난해 11월 1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쿠나시르 섬을 방문하면서 새로운 상황이 전개됐다. 지난 1월 20~23일 국방부 차관을 포함한 러시아 군사대표단의 시찰이 이어졌고, 러시아 정부는 중국과 한국 등에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일본의 격렬한 항의가 나왔고, 그 뒤 러·일 정상 간에 서로 ‘폭거’라고 헐뜯는 비난전이 벌어졌다.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가 지난 5월 25일 한국 국회의원들의 쿠릴열도 방문과 관련, 외교통상부를 항의 방문하고 유감을 표시한 것도 이런 상황에서 일어났다. 메드베데프의 쿠릴열도 방문과 후속조치는 갈수록 강화되는 일본의 북방 4개 섬 영유권 주장에 대한 ‘러시아식 쐐기박기’다. 2001년 3월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는 양측이 만족할 만한 해법을 만들어 내기로 합의했다. 그 뒤 푸틴은 4개 섬 가운데 시코탄과 하보마이 섬을 일본에 돌려주겠다고 제의하면서 “영토분쟁이 러·일 관계 발전의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선언, 해결의 희망을 주었다. 그러던 러시아가 ‘영토 쐐기박기’에 돌입한 것은 더 이상 일본을 믿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러시아에게 이 지역은 포기하기 힘든 전략적 요지다. 러시아 참모부는 이 지역을 극동 및 한반도 해상 운송 통로로서, 태평양함대의 ‘전략적 보호벽’으로 간주한다. 러시아에게 캄차카반도는 핵무기의 실험장이고 쿠릴열도는 전략탄도기지다. 러시아인들은 이 섬들을 피로써 얻어낸 땅이라고 본다. 반면 일본인들은 수복을 통해 수치를 씻어내야 할 영토라고 생각한다. 러시아가 이 문제에 대해 강경하게 나가는 데는 미국이란 요소도 작용한다. 근년 들어 미국은 일본, 한국과 ‘삼국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안전위협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러시아의 경계와 반감은 북방 4개 섬 문제로도 옮겨졌다. 일본이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도, 국제법과 국제조약에 대한 존중도 없이 국제문제를 국내정치적 계산으로 풀려 한다면 갈등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한국은 일본과 독도를 둘러싼 갈등을 겪고 있다. 반면 한·미, 미·일 군사동맹의 강화는 최근 들어 더 단단해지고 있다. 러·일 영토분쟁의 국제정치적 구조와 러·일 및 미·러의 게임 속에 메드베데프의 해법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한국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 G20 의장회의 참가국 대표단장 주요 약력

    G20 의장회의 참가국 대표단장 주요 약력

    ●헤리 젠킨스 호주 하원의장 ▲59세 ▲멜버른 출신 ▲호주국립대 ▲1979~1986 위틀시 시의원 ▲1986 연방 하원의원 당선(10선 의원) ▲1990~1993년 위원회 부의장 ▲1993~1998 하원 부의장 ▲2008 42대 의회 하원의장 ▲2010~현재 43대 의회 하원의장 ●마르쿠 마이아 브라질 하원의장 ▲46세 ▲리우그란데두술주 출신 ▲고졸 ▲2001년 리우그란데두술주 정부 행정·인사부 장관 ▲2006~2009년 하원 원내 노동자당 부총재 ▲2005년~현재 리우그란데도술주 연방 하원의원(3선) ▲2010~현재 106대 브라질 하원의장 ●노엘 킨셀라 캐나다 상원의장 ▲72세 ▲뉴브런즈윅주 출신 ▲더블린 유니버시티 칼리지졸, 미국 토마스 아퀴나스대 박사 ▲미국 토마스아퀴나스대 교수 ▲1999~2004년 상원 보수당 부대표 ▲2004~2006 상원 보수당 대표 ▲2006~현재 캐나다 상원의장 ●장수성 中 상무위 부위원장 ▲61세 ▲난징대, 미국 존스홉킨스대·영국 브리스톨대 명예박사 ▲1997~2003 난징대 총장(차관급) ▲2003~2005년 민주동맹 부주석 ▲2005~2008년 민주동맹 주석(장관급) ▲2008~현재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 ●장 레옹스 뒤퐁 프랑스 상원부의장 ▲56세 ▲바이외주 출신 ▲캉대 수리경제학 교수 ▲바스노르망디 도의회 의장 비서실 근무 ▲1998년~현재 상원의원, 바이외 도의원 ▲2008~현재 상원부의장 ▲2011 바이외 도의회 의장 ●마주키 알리 印尼 국회의장 ▲56세 ▲수마트라주 출신 ▲우타라 말레이시아대 박사 ▲1975~1980 재무부 예산국 ▲1999~2005 인도네시아 시멘트협회 부회장 ▲2005~2010년 민주당 사무총장 ▲2009년~현재 국회의장 ▲현재 아시아 의회 총회(APA) 회장 ●칸 라만 인도 상원부의장 ▲72세 ▲마이소르대 ▲공인회계사 ▲1978~1990년 카르나타카 주의회 의원 ▲1982~1984년 카르나타카 주의회 의장 ▲1994년 상원의원 당선(3선 의원) ▲2004년~현재 상원 부의장 ●메이라 쿠마르 인도 하원의장 ▲66세 ▲델리대 법학학사·인문학 석사▲1984~1990년 상원의원 ▲1985 하원의원 당선 ▲1990~1992 국민회의당 최고위원 ▲1996~2009년 하원의원(5선), 15대 하원의장 ●에니 팔레오마베가 미국 하원의원 ▲68세 ▲휴스턴대, 버클리대 법학 석사, 전북대 명예박사 ▲1981~1984년 사모아 법무부 차관 ▲1989년~현재 연방 하원의원(민주당·12선), 하원 외무위원회 동아태지구환경소위 간사 ●프란시스코 비에이라 멕시코 상원 수석부의장 ▲52세 ▲과나후아또 출신 ▲과나후아또대 ▲2003~2006년 연방 하원의원, 부의장 ▲2006년~현재 연방 상원의원 ▲2009~현재 상원 수석부의장 ▲과나후아또주 적십자 총재, 제도혁명당(PRI)내 다수 핵심당직 역임 ●호르헤 마린 멕시코 하원의장 ▲50세 ▲유가탄 자율대 ▲1993~1995년 유가탄주 하원의원 ▲2000~2003년 연방 하원의원 ▲2004~2007년 유가탄주 하원의원 ▲2009 연방 하원의원 ▲2010~2011년 상공회의소 회장 ▲2010년~현재 하원의장 ●군지 아키라 일본 참의원 ▲62세 ▲이바라키현 미토시 출신 ▲메이지대 사회학부 중퇴 ▲1989년 전국농림어업단체직원 노동조합연합 결성 ▲1998~2010년 이바라키현 참의원(민주당·3선) ▲2010년~현재 국가기본정책위 필두이사, 정치윤리심사회 간사 ●알렉산드르 P 토르신 러시아 상원부의장 ▲58세 ▲캄차카주 출신 ▲모스크바국립대, 소비에트 법학대학원 박사 ▲1991~1992년 대통령실 전문관, 국가자문위원회 위원 ▲1995~1998년 러시아은행 부행장 ▲2002년~현재 상원 부의장, 러시아·벨라루스 공동의회 부의장 ●압둘라 셰이크 사우디국왕자문회의장 ▲63세 ▲디리야 출신 ▲모하메드 빈 사우드 이슬라믹대 이슬람법 박사 ▲1993~2009년 법무장관 ▲2009년~현재 국왕자문회의장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최고이슬람 성직자위원회 위원, 이슬람업무 최고위원회 위원 ●존 스탠리 영국 하원의원 ▲69세 ▲옥스퍼드대 ▲1976~1979년 마거릿 대처 보수당수 비서실장 ▲1979~1983년 주택·건설담당 장관 ▲1987~1988년 북아일랜드 담당 장관 ▲1974년~현재 하원의원(9선) ●메흐멧 알리 샤힌 터키 국회의장 ▲61세 ▲이스탄불대 ▲1996년~현재 국회의원 ▲2002~2007년 국무장관 및 부총리 ▲2007~2009 년 법무장관 ▲2009년~현재 국회의장 ●바니노 키티 이탈리아 상원부의장 ▲64세 ▲피스토이아 출신 ▲1985 피스토이아 지역의원 ▲2000년 정무장관 ▲2008년~현재 상원부의장 ●로디 차가로폴루 유럽의회 부의장 ▲58세 ▲그리스 자킨토스 출신 ▲스위스 제네바대 학·석사 ▲1999년~현재 유럽의회 의원(3선) ▲2007~현재 유럽의회 부의장 ■비회원국 ●앙헬 도간 말라보 적도기니 국회의장 ▲66세 ▲고졸 ▲1969~1970년 외교·영사업무 교육과정 ▲1978년 의회의원 당선 ▲1981~1985년 주 나이지리아·카메룬 대사 ▲1996년 행정담당 차관 겸 적도기니 민주당 중앙위원 ▲1996~2001년 총리 ▲2008년~현재 의회의원(6선) 및 의장 ●카사 제브레히웟 에티오피아 국회의장 ▲53세 ▲세코타 출신 ▲미국 아주사퍼시픽대 석사 ▲1991~1993년 에티오피아 과도정부 동부지역 담당부 국방지휘관 ▲1993~1999년 암하라 지역 공공관계 국장 ▲2010년 에티오피아 상원의장 ●압둘라 타무기 싱가포르 국회의장 ▲67세 ▲싱가포르대, 영국 런던대학 도시연구학 석사 ▲1984년 국회의원 당선 ▲1989~1993년 국회부의장 ▲1993~2002년 이슬람문제 담당 장관 ▲2000~2002년 지역개발·청소년·체육부 장관 ▲2002년~현재 제7대 싱가포르 국회의장 ●프란시스코 가르시아 스페인 상원의장 ▲62세 ▲페루 피우라대 명예박사 ▲1979~1983년 알바라지역 하원의원 ▲1987~1993년 알바라지역 하원의원 ▲1993~현재 알바라지역 상원의원 ▲2000~2005년 알바라지역 사회당 사무총장 ▲2000년~현재 상원의장 ●테레사 쿠니예라 스페인 하원부의장 ▲60세 ▲1982~1986년 하원 공공관리위원회 위원 ▲1986~1989년 의회담당 국무장관 보좌관 ▲1993~1996년 곤잘레스 총리 보좌관 ▲1996 하원의원 ▲2004~2007년 국제의원연맹(IPU) 스페인 대표 ▲2008~현재 하원 제1부의장 ●앤더스 존슨 IPU 사무총장 ▲63세 ▲스웨덴 룬드 출신 ▲온두라스·파키스탄·수단·베트남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에서 고위직, UNHCR 본부 고등판무관 수석법률고문 역임 ▲1987년 7월 임명(임기 4년)된 이후 현재 4기 연임중
  • 제주 방사능 농도 높아졌는데… “韓상륙”→“쿠릴行” 말바꾼 日

    제주 방사능 농도 높아졌는데… “韓상륙”→“쿠릴行” 말바꾼 日

    7일 오전 제주에 내린 봄비에서 미량의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가운데 방사성물질의 확산 예측에 대한 일본 기상청의 정보 공개가 혼선을 주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지난 4일과 6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방사성물질 확산 예측도’에서 서로 다른 예측도를 공개했다. 이 예측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요청으로 작성됐다. 일본 기상청은 지난 4일 오전 7시 14분 홈페이지에 공개한 예측도에서 이날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출된 방사성물질이 사흘 뒤인 7일 한국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했다. 4일 기준으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성 요오드 1베크렐(㏃)이 방출됐다고 가정했을 때 7일 호남 등 한반도 남부 지역에 ㎥당 1000조(兆)분의 1㏃ 상당의 방사성물질이 지상에 낙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같은 날 서울과 강원도 등에 도착하는 방사성물질은 이보다 100배 적은 ㎥당 10경(京)분의1㏃로 타이완과 비슷한 수치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제주 방사능 측정소에서 6일 자정부터 7일 오전 3시까지 채취한 빗물을 분석한 결과 요오드131, 세슘137, 세슘134가 각각 ℓ당 12.02, 0.538, 0.333㏃ 농도로 검출됐다. 극미량 수준이기는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물질이 한반도까지 확산되기 전인 지난 4일 제주 지역 비의 요오드 농도가 0.357㏃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농도가 평소보다 훨씬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일본 기상청은 최근 방사성물질이 한반도로 이동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 방향인 태평양 쪽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려 혼선을 주고 있다. 6일 오후 4시 30분에 올린 예측도에서 일본 기상청은 9일까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성 요오드가 방출되더라도 편서풍을 타고 도호쿠 지방에서 러시아의 쿠릴열도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기상청도 “한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커다란 고기압 덩어리에 의해 바람은 시계방향으로 돌아 캄차카 방향으로 불고, 방사성물질은 동쪽으로 향해 태평양으로 전파될 것으로 본다.”는 예상을 내놨다. 일본 기상청의 최근 자료와 독일 기상청의 예측이 맞다면 7일 오전 제주에서 검출된 방사성물질에 대한 해석이 불분명해진다. 이에 대해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은 “제주에서 검출된 방사성물질은 직접 날아왔다기보다는 후쿠시마 방사능을 포함해 대기 중에 돌아다니던 방사성물질 중의 일부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日 방사능 공포] “제주 방사성물질량 워낙 적어… 증가추세로 보기 어려워”

    [日 방사능 공포] “제주 방사성물질량 워낙 적어… 증가추세로 보기 어려워”

    기상청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지난 3~4일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물질이 남서풍을 타고 국내로 직접 유입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 결과를 6일 발표했다. 당초에는 7일과 8일 전국적으로 내릴 비에 이들 방사성물질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기류 변화로 한반도가 아닌 태평양으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다음은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 윤철호 KINS 원장과의 일문일답.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 →3~4일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물질이 한반도에 유입될 것으로 보는가. -5일자 일기도를 보면 (후쿠시마 지역) 고기압의 순환에 따라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고기압의 힘에 밀려서 (방사성물질이) 한국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고 일본 동쪽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7일 우리나라에 방사능비가 내릴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인가. -후쿠시마 상공의 방사성물질과는 별도로 (편서풍을 따라)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오는 방사성물질이 일부 비에 섞여 내릴 수는 있다. →노르웨이와 독일에서는 방사성물질이 바로 유입된다는 예측이 나왔는데 틀린 분석인가. -독일도 예상을 변경해 발표했다. 기상청의 (기류 시뮬레이션) 신뢰도는 48시간 이내로 예측한 결과만 보고 있다. 4일 뒤의 (한반도에 기류가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에 대한) 결과는 신뢰하지 않는다.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 →제주도에서 검출된 방사성물질의 양이 계속 늘고 있는데. -공식적으로 워낙 극미량인 상태로 측정된 수치라서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검출되는 물질이 어떤 기류를 타고 유입된 것인지 예측 가능한가. -(물질마다) 정확히 이름표를 붙여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만 캄차카 반도와 북극을 돌아오는 것과 중국 동부 지역에서 검출되는 것처럼 지구를 돌아오는 것, 이들 두 가지가 복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5일 이후 방사성물질은 오지 않더라도 3~4일의 기류는 유입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결국 현장에서 얼마나 방출됐느냐가 중요하다. 3일 전후로 후쿠시마 현장 주변과 일본 전역의 감시망을 통해 분석한 결과 대기 중으로 방출된 방사성물질이 많지 않다. (기류가 직접 한반도로 불더라도)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양 자체가 적다는 얘기다. →7일 내리는 방사능비는 유아나 임신부에게도 영향이 전혀 없는가. -이날 비에 섞여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방사성물질은 비행기로 유럽을 한번 여행할 때 노출되는 양이 2000분의1에서 1000분의1 수준으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결국 (위험성 부분에서) 큰 차이가 없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최악 상황에도 연간 피폭선량 훨씬 미달”

    “최악 상황에도 연간 피폭선량 훨씬 미달”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29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28일에 전국 12개 측정소에서 공기를 채취, 분석한 결과 모든 측정소에서 극미량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면서 “지금 검출된 방사성물질은 극미량으로 인체 위험과 연계하는 것은 불필요하며, 국민 생활에 조금의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방사성물질 유입 전망에 대해서는 “지구가 결국 하나로 연결된 만큼 일본 원전 사고 영향으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방사성물질이 검출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러나 양이 중요하며, 지금 발견되는 것들은 극미량”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윤 원장과의 일문일답. →국내에서 검출된 방사성물질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것인가. -어제 제논에 대한 보고에서 유입 경로를 얘기했다. 좀 더 정확한 경로는 평가해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제논과 같은 경로(후쿠시마→캄차카반도→북극→시베리아→한국)로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평소에도 우리나라에서 세슘·요오드가 검출되는가. -두 물질은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공핵종으로, 평소에는 거의 검출 되지 않는다. 세슘은 반감기가 30년 이상으로 길어 대기권 안에서 일어난 다른 핵실험의 영향으로 가끔 황사에 섞여 들어오는 경우는 있다. →요오드와 달리 세슘이 춘천에서만 검출된 이유는. -우리나라가 크지는 않지만 국지적 영향도 있다. 기상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왜 춘천에서만 나왔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다만 제논은 비활성 기체로 확산이 가장 빠르고 요오드, 세슘 등이 그 다음이어서 이에 따른 영향이 아닐까 유추한다. →기준치 이하의 방사성물질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인체에 해를 끼치나. -이번에 검출된 방사성물질은 연간 선량한도로 계산하면 몇십만분의1 수준이다. 이 조건도 최악의 상황에서 1년 내내 노출돼 피폭 받은 양을 가정한 것으로, 일상생활에서는 경험하기가 어렵다. →마스크를 쓰면 도움이 되나. 또 오염된 농·수산품 섭취나 비를 맞는 것은 어떤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검출된 수준은 국민들 생활에 조금의 영향도 주지 않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확실히 말씀드린다. →다른 방사성물질이 계속 유입될 가능성은 없나. -일본에서 올 수 있는 수준에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이를 반복해 적용하더라도 개인의 연간 피폭 선량보다도 여전히 훨씬 낮다. 지금 수준에서 인체 위험과 연관시키는 것은 불필요하게 불안감을 조성할 뿐이다. →지난밤, 서울에서 요오드가 검출됐다고 했다가 다시 번복한 이유는 무엇인가. -(28일)오전부터 시료 분석에 들어갔으므로 24시간 후인 29일 오전 10시가 돼야 신뢰성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분석 결과가 바뀔 수도 있는데 중간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日방사성물질 어떻게·얼마나 왔나

    日방사성물질 어떻게·얼마나 왔나

    지난 28일 강원도에서 방사성 제논이 검출된 지 하루 만에 또다시 요오드와 세슘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검출되면서 방사성물질의 이동 경로와 인체 위해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2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방사성 요오드는 서울에서 가장 많은 0.356m㏃/㎥가 검출되는 등 지역에 따라 최소 0.04m㏃/㎥에서 최대 0.356m㏃/㎥ 범위로 검출됐다. 이를 피폭 방사선량으로 환산하면 4.72×10-6~3.43×10-5m㏜ 범위로, 일반인의 연간 선량 한도인 1m㏜의 약 20만~3만분의1 정도에 해당된다. 특히 춘천측정소에서는 세슘137(137Cs)과 세슘134(134Cs)도 각각 0.018m㏃/㎥, 0.015 m㏃/㎥ 확인됐다. 두 원소를 더해 피폭 방사선량을 계산하면 1.21x10-5m㏜로, 일반인의 연간 선량 한도(1m㏜)의 약 8만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앞서 강원도에서 검출된 방사성 제논의 경우, 지난 26일 채취한 시료에서 최대치(0.878㏃/㎥)를 기록한 이후 12시간 간격으로 0.464㏃/㎥, 0.395㏃/㎥ 등으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윤철호 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방사성물질을 북극으로 밀어올렸던 캄차카 반도의 저기압이 없어지면서 제논의 농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원장은 “이번에 검출된 방사성물질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며, 농수산품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등 일상생활에 조금의 변화도 필요 없을 정도로 걱정 없는 양”이라고 강조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 측은 이번에 검출된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도 앞서 발견된 방사성 제논과 마찬가지로 캄차카 반도와 북극, 시베리아를 거쳐 한반도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했다. 당초 편서풍의 영향으로 한반도에는 방사성물질이 올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던 기상청도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예상 경로가 가능하다고 태도를 바꿨다.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은 “지구 자전으로 생기는 중위도 3~11㎞ 지역의 편서풍 때문에 일본 내 지상의 바람이 바뀌더라도 (국내에)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제논이 검출된 기류만 놓고 보면 원자력안전기술원이 발표한 진로와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폴러제트(북극 제트기류)에서도 (위·아래로)짧은 순환이 있었는데, 이 불규칙한 바람을 타고 북극에서부터 흑룡강성을 지나 우리나라에 온 것이며, 결국 전체적인 큰 물줄기는 편서풍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처럼 예상하지 못한 경로를 타고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성물질이 날아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유희동 기상청 예보정책과장은 “이번 경우는 경로 상에 있던 저기압이 방사성물질을 위로 밀어올리고, 편서풍을 타고 이동하다가 고기압을 만나 지상에 근접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면서 “단순히 선형적으로 언제, 어디에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에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효섭·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씨줄날줄] 편서풍/우득정 수석논설위원

    그제 2기 임기를 시작한 최고령 장관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요즘 ‘노소화합’(少和合)과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용어를 자주 들먹인다. 경륜과 패기가 조화를 이루는 상생의 사회로 가자면 서로 상대방의 위치에서 헤아려 보자는 뜻일 게다. 최 위원장은 ‘적도’를 의미하는 남미의 에콰도르를 방문했을 때 그곳 관리들의 안내로 적도박물관을 방문했다고 한다. 거기에는 2m 간격을 두고 물이 흐르는 수도꼭지가 두개 달려 있는데 남쪽 꼭지에서는 시계 방향으로, 북쪽 꼭지에서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화단에 물을 뿌린단다. 지구의 자전으로 생기는 전향력(轉向力)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반대쪽으로 분다는 증거다. 최 위원장은 서로 손을 내밀면 맞닿을 수 있는 지점에서도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 입장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후 최 위원장은 국회에서 야당 의원의 공세에 직면할 때면 역지사지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스린다고 털어놓았다. 지구의 자전으로 열대고압대에서는 무역풍이, 중위도에서는 편서풍이,극부근에서는 편동풍이 규칙적인 바람의 띠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4월 14일 아이슬란드 남부에 위치한 에이야파알라외쿨 화산이 폭발하자 불과 2~3일 만에 전 유럽이 화산재로 뒤덮이면서 사상 최악의 항공대란을 겪은 것은 편서풍 때문이다. 봄이면 우리나라를 찾는 불청객 황사도 편서풍을 타고 날아든다. 서쪽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면 곧 번개와 천둥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는 것도 마찬가지 이치다. 일본 동부지역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시설이 파괴되면서 편서풍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기상청은 일본의 방사성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우리나라까지 도달하자면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지난 23일 방사성 물질 제논이 강원도에서 처음 검출된 데 이어 그제 전국 12개 지방측정소에서 극미량의 방사성 요오드도 검출됐다. 그러자 방사성 물질 이동경로를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물질이 올겨울 한파를 몰고 온 북극기류를 타고 러시아 캄차카반도와 알래스카를 경유, 북극지방을 돌아 시베리아를 거쳐 한반도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프랑스 기상청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했던 경로다. 하지만 일본의 대재앙을 보면 예측도 모두 부질없는 말씨름인 것 같다. 우득정 수석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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