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아시아 정치주도권 노린다/일 총리 「아태안보기구」제의 안팎
◎PKO 이은 역할증대가 목표/문화·경제 격차로 실현 여부는 미지수
미야자와(궁택)일본총리가 밝힌 새로운 아시아안보구상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일본의 정치적 영향력 증대는 물론이고 장차 일본이 「아시아 경찰」역을 담당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내고 있다.
미야자와총리는 2일(현지시간)워싱턴 프레스센터 강연에서 「2원체제」의 아시아안보구상을 밝혔다.
일본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캄보디아분쟁해결등에 직접 참여함과 동시에 아시아안보를 위해 미국,러시아,중국등과 긴밀한 다국간 협의를 한다는 것이다.
미야자와총리의 구상은 일본이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와 같은 아시아의 새로운 집단안보체제를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미야자와총리는 지난달 22일에도 『미국,러시아,중국등이 참가하는 냉전이후의 새로운 아시아안보체제 구축이 일본외교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그는 아시아에도 CSCE와 같은 다국간 안전보장체제 구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집단안보체제구상은 일본이 처음 제의한 것은 아니다.지난 91년 4월 고르바초프 전소련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때 이미 일본,미국,소련,중국,인도등이 참여하는 5개국 협의를 제창했었다.
일본은 그러나 소련의 군사적 위협이 유럽에서와 같이 급격히 낮아지지 않았다고 판단,소련주도의 아시아 안보체제구축에 소극적이었다.
일본은 소련의 소멸등 상황이 바뀌자 새로운 아시아안보체제 구축의 주도적 역할을 위해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미야자와총리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안전보장을 위해 우선은 한·미·일 등이 참가하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확대외무장관회의등 기존의 외교무대를 활용하고 장차는 러시아·중국 등이 건설적인 파트너로 참여하는 안보체제를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유럽과 같은 집단안보체제가 구축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유럽은 경제적 「평등」과 함께 유럽인들이 공유하는 유럽문명이라는 강력한 구심력이 있다.그러나 아시아는 빈부의 격차및 문화적 다양성 뿐만아니라 분쟁지역등 안보적 불안정요인이 많다.
아시아에서는 이같이 집단안보체제의 장애요인이 적지않지만 많은 국제정치학자들은 냉전이후 새로운 아시아질서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안보체제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미야자와총리의 안보구도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의 미국의 정치·군사적 역할인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일본의 이러한 전제는 3가지 의미에서 일본의 국익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첫째는 현실적으로 아시아지역에서 중대한 사건이나 변화가 나타날 경우 미국외에는 적절히 대응할 국가가 없으며 미군의 아시아주둔은 아시아안보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두번째는 미국이 고립주의로 돌아가 보호무역을 강화할 경우 일본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세번째는 미군의 아시아 주둔은 일본의 군사적 팽창주의에 대한 주변국가들의 경계감을 희석시킬 수 있다.
일본은 아시아안보를 미국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미일양국이 「공동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일본의 이러한 변화는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위한 PKO법안 제정과정에서 나타났듯이 본격적으로 안보문제에 참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