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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개 카드사 6000여명 구조조정 예상 産銀노조 “손실보전 방안 내라” 반발/LG카드 ‘후폭풍’

    LG카드 정상화 방안이 우여곡절 끝에 타결됐지만 카드업계와 금융당국은 이래저래 강력한 후폭풍에 휩싸이게 됐다.카드사들이 수천명 규모의 정리해고를 계획 중인 가운데 정부·금융당국 역시 감사원 특별감사와 시민단체 소송 등 칼바람에 직면했다.특히 LG카드 추가부실에 따른 자금지원 부담을 누가 떠안을지 정해지지 않은 것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별감사와 배임소송 등 잇따를 듯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지난 9일 “정부당국,LG카드 대주주·경영진,채권단 등 관련 책임자들에게 엄격한 제재를 부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앞으로 정부당국의 관치금융(배임교사),LG 대주주의 불법행위 또는 고의·중과실 여부,채권은행의 선량한 관리자의무 위배 여부 등을 검토해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최근 “우리은행과 농협이 LG카드의 부실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추가부담을 떠안은 데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며 금융감독원과 재정경제부도 관련자 문책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감사원은 전윤철 원장의 지시로 카드문제 특별감사 실시를 선언하고 금감원에 대한 예비감사까지 마친 상태다. LG카드 지원안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동의했던 채권기관들 역시 주주들의 배임죄 고발 가능성 등을 예상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감자가 전제된 출자전환이나 회생확신이 없는 지원 등에 대해 주주들이 책임을 추궁하면 별로 할 말이 없다. ●카드업계 대규모 인력감축 불가피 LG카드는 물론이고 외환카드와 삼성카드 등에도 인력 구조조정이 예정돼 있다.LG카드는 3900여명에 이르는 직원들에 대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다음달 합병되는 삼성카드(3000명)와 삼성캐피탈(1400명)도 인력감축 작업에 들어갔다. 1·4분기 중 외환은행에 흡수되는 외환카드는 합병에 앞서 정규직원 662명 중 절반이 넘는 360여명을 줄이기로 했다.외환카드 노조는 이에 반발,13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금융계는 4개사에서만 정규직원 기준으로 적게는 2000여명,많게는 3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면 정리인원이 6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카드업계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가 일단락됨에 따라 카드사들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할 것”이라며 “카드사 인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비정규직(계약직+파견직)의 감원 규모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산업銀 노조간 갈등 LG카드의 추가부실에 대한 유동성 지원안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이를 둘러싼 정부와 산은 노조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LG카드의 추가 자금 부족액이 5000억원 이하일 때에만 산은과 LG가 각각 25%,75%씩 책임지기로 했고,그 이상일 때에는 어떻게 할지 정해지지 않은 탓이다.정부는 전례없이 협조공문까지 보내 산은에 손실보전을 약속했지만 노조는 “딱 부러진 대책을 내놓으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LG카드에 향후 5000억원을 초과하는 유동성 부족이 발생하더라도 산은이 단독으로 책임지지 않고 ▲LG카드 지원에 따른 산은의 손실을 정부가 보전하고 관련 임직원들의 책임을 묻지 않을 것 등을 요구했다. 산은은 12일 이사회를 열어 LG카드 정상화 지원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지만 노조가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어 회의가 제대로 열릴지도 미지수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주말매거진 We/세상에 이런 일이-해외

    마이클 잭슨의 ‘진실게임' 지난달 아동 성추행 혐의로 정식 기소돼 미국 연예계에서 작년 한해 가장 스타일을 구긴 스타로 꼽힌 팝의 제왕 마이클 잭슨의 시련이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그가 미 캘리포니아주 경찰과 ‘2중 진실게임’을 펼치고 있기 때문. 그는 지난 연말 CBS방송의 ‘60분’에 나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한편 자신을 체포했던 경찰의 가혹행위를 비난하고 나선 바 있다. 잭슨은 인터뷰에서 “어린이와 자는 게 잘못인가.”라고 반문한 뒤 “설령 잤다고 해도 나는 어린이에게 성적인 짓을 하지 않는다.”며 “어린이를 해치느니 차라리 내 손목을 자르겠다.”고 강하게 항변했다.이어 지난달 체포 당시 수갑이 채워질 때 받은 어깨 부상으로 “줄곧 고통을 겪고 있다.”며 샌타바버라 카운티 경찰국의 잔혹행위를 비난했다.그는 또 “전체 입건 과정이 나의 자존심을 짓밟으려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이에 주 경찰국은 잭슨은 예의와 원칙에 따라 다뤄졌다며 “그의 변호사와 경호원이 주경찰국의 대우에 감사를 표시할 정도였다.”고 반박했다. 잭슨은 10년 전부터 꾸준히 미성년자 성추행에 대한 의혹을 받아왔으나 재력과 명성을 이용해 번번이 위기를 넘겨왔다.따라서 잭슨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잭슨은 이달 16일 법정에 출두해 재판부로부터 신문을 받는다. 박상숙기자 alex@ 몸길이 14.85m 무게 447㎏ ‘덩치' |자카르타 연합|인도네시아 주민이 몸길이가 14.85m,무게 447㎏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뱀’(비단구렁이)을 잡았다고 인도네시아 일간지 ‘리퍼블리카’가 최근 보도했다. 이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지금까지 잡힌 뱀 가운데 사상최대로 기록된다.‘리퍼블리카’는 이날 상자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엄청난 크기의 뱀 사진 2장을 싣고 현지 주민들의 말을 빌려 세계에서 가장 큰 뱀이 잡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진에는 이 뱀의 크기를 알 수 있도록 줄자 등 비교가 되는 물건을 곁에 놓지 않아 주민의 주장이 사실임을 단정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 신문은 자바섬의 쿠루그세우 지역 동물원으로 옮겨진 이 뱀을 보기 위해 수백명의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고 전했다. 현재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가장 긴 뱀은 9.75m이며 가장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뱀은 미국 일리노이주 거니에서 잡힌 미얀마 비단구렁이로 182.76㎏이다.리퍼블리카는 이 뱀이 한 달에 3∼4마리의 개를 먹는다고 전했다.동남아 습지와 정글에 서식하는 비단구렁이는 가장 큰 종(種)의 뱀으로 양과 같은 큰 동물도 한번에 먹어치우며 사람도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해 첫날 겨울바다 풍덩~ ‘새해 첫날엔 겨울바다에 풍덩’ 2004년의 첫날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 슈브닝겐 해변.이날 아름다운 북해의 바닷가는 이색적인 새해맞이를 즐기려는 인파로 발 디딜 틈 없는 북새통을 이뤘다. 영하의 날씨에 살을 에는 칼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키니와 삼각팬티 수영복 차림으로 나온 7500여명은 주저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겨울바다에 몸을 담그는 것은 한 해를 건강하게 보내려는 네덜란드인들의 오래된 풍습.이 때문에 암스테르담에서 57㎞가량 떨어진 도시 헤이그의 해변 슈브닝겐은매년 1월1일이면 한여름 휴가 때만큼이나 성황을 이룬다. 프랑스와 벨기에 등에서도 신년벽두에 이런 풍경이 목격된다.지난 1일 유럽 곳곳에선 겨울바다에 몸을 담그는 것만으론 부족해 아예 수영대회를 연 곳도 많았다.대서양 건너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코니아일랜드에서도 새해맞이 북극곰 수영대회가 열려 수백명의 시민들이 바다를 가르며 헤엄을 쳤다. 새해 첫날 산과 바다를 찾아 해돋이를 보며 소원을 비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곳곳에서 새해맞이 수영대회가 열리고 있다. 다음달 1일에는 부산 해운대 바닷가에서 제17회 북극곰수영대회도 예정돼 있다.새해를 맞아 몸과 마음의 때를 차가운 바닷물에 씻어버리려는 것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기 때문일까. 황장석기자 surono@ 음식 못씹어 먹는 코끼리에 틀니를 |방콕 연합|세계 최초로 ‘틀니 낀 코끼리’가 태국에서 나올 것 같다. 최근 방콕의 영자지 네이션에 따르면 태국의 푸라추압 키리칸주(州)의 국립 동물연구센터는 나이가 많아 치아가 모두 빠진 암코끼리에게 틀니를 해줄 예정이다. 이 연구센터의 수의사 솜삭 짓니욤씨는 ‘콰이강의 다리’로 유명한 관광지 칸차나부리의 ‘코끼리 쇼 센터’에서 고령으로 은퇴한 암코끼리에게 틀니를 해 넣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치아가 모두 빠진 이 암코끼리는 음식을 씹어먹지 못해 정맥주사를 통한 급식으로 근근이 연명하는 처지라고 솜삭씨는 설명했다.그는 결국 이 암코끼리에게 틀니를 해주기로 결정했다며 틀니 제작에는 2주가량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 [김후년의 클럽하우스]겨울 골프의 참맛

    한 해를 정리하고 신년 계획을 세우는 연말연시.잦은 송년회에 몸은 피곤하지만 평소 보고 싶던 벗과 어울리는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을 것이다. 다가올 설을 앞두고 해외 골프투어 예약이 폭주하고 주위 사람들이 하나 둘 소리 소문 없이 해외로 골프투어를 다녀오는 이 겨울.몸이 근질거려 더 이상 필드 나들이를 외면하지 못하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골프장을 찾아야 한다면 이맛살을 찌푸리지 말고 겨울 골프의 참 맛을 음미하는 것도 긍적적인 세상살이의 한 방법일 것이다. 일단 필드에 나서면 기술에 의해 스코어가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그 날의 운이 스코어를 좌우한다는 운칠기삼의 말뜻을 되새기자.이를 위해선 필드의 칼바람을 녹일 수 있을 정도의 느긋한 마음으로 플레이를 즐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워터 해저드로 향하던 미스 샷이 얼음판에 퉁겨 온 그린되는 행운에 쾌재를 부르고 잘 맞은 공이 언 땅에 바운스되면서 OB지역으로 들어가는 낭패를 보기도 한다.비록 춥지만 뜻밖의 결과에 동반자들과 박장대소하면서 즐기는 것이 겨울 골프의 묘미다. 이처럼 럭비공처럼 튀어대는 공에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박장대소를 하게 되는 겨울 골프는 아무리 옆에서 “따따,따따따”를 외쳐도 그 어느 때보다 영어(?)를 많이 하게 된다.퍼터 헤드를 홀에 집어넣고 샤프트를 눕혀 OK 거리를 재던 각박한 인심이 사라지고 웬만한 거리는 “OK”를 외쳐주는 것이 기본이다. 명심하시라.영어로 발음하는 것에 인색하면서 “한 번 더”를 남발하면 가뜩이나 추운 날씨 때문에 위축된 혈관을 더욱 좁게 만들어 원하지 않던 고스톱 치는 밤을 맞게 될 것이다. 겨울 골프의 참 맛은 역시 그늘집에 있다.만끽하시라.따뜻한 정종 한 잔과 몸을 덥혀주는 어묵 국물은 저승 문턱까지 갔던 사람이 깨어나는 듯한 삶의 희열을 맛보게 한다. 뜨겁게 덥힌 정종이 담긴 잔에 언 손을 녹이며 한 모금을 마시는 순간,식도를 타고 내려오는 열기가 온 몸으로 퍼져나가는 기쁨은 그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 없다.이 환장할 맛에 겨울 골프의 매력을 떨치지 못하고 동장군이 설치는 필드 나들이를 감행하는 것이다. 겨울 골프의 환장할 마력의대미는 역시 언 몸을 녹이는 클럽 하우스의 목욕탕일 것이다.샤워기 앞에 선 후 물이 처음 몸에 닿는 순간,누구나 “앗,뜨거워!”라며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황당한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면 “나도 그랬다오.”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주고받는….겨울 골프를 즐긴 경험이 있는 당신의 모습일 것이다. 골프칼럼니스트 golf21@igolf21.com
  • [길섶에서] 오솔길

    이태 전 서울에서 1시간여 떨어진 자그마한 농촌 마을에 새 둥지를 튼 K형의 소설이 나왔다.텅빈 들녘,오솔길,낮에 나온 반달,진흙탕 길,바람소리….흙냄새가 잔뜩 묻은 단어들이 시시때때로 나열돼 있다.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겨울 밤 오솔길을 걷는 K형의 모습이 금방 눈앞에 와닿는다.칼바람에 코 끝이 아린다지만 어린 시절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오히려 따스하게만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매일 출퇴근에 50여㎞,다리품을 파는 횟수만도 8000보를 웃돌건만 시멘트와 아스팔트 바닥 소리만 듣고 있다.주말에 시간을 내어 걸어보는 흙길도 잘 다듬어진 인공 보도일 뿐이다.그래서 내 머릿속에는 항상 전자음과 시멘트 보도블록 소리만 울리는지도 모르겠다. 50년 전 수필가 피천득 선생은 눈 내리는 서울 거리를 딸의 손을 잡고 걷고 싶다고 했다.당시로서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이 서울이었을 것이다.하지만 오늘의 나는 인적이 드문,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오솔길을 발목이 시리도록 걷고 싶다.잃어버린 기억들을 하나씩 되살리면서. 우득정 논설위원
  • 2004 승부를 건다/올림픽 축구 대표 수문장 김영광

    “신화의 땅 아테네에서 한국축구의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내겠습니다.” 경기도 파주 벌판에 몰아친 삭풍은 매서웠다.그러나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백호구장의 골대를 휘감은 칼바람도 김영광(21·전남)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앞에서는 여지없이 수증기로 녹아내렸다.쉴새없이 날아드는 공을 쳐내느라 벌겋게 달궈진 그의 얼굴은 연신 뜨거운 김을 토해냈고,갈기 같은 노랑머리를 타고 흐르는 땀은 그칠 줄 몰랐다. 지난달 8일 김영광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의 알 나얀 경기장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은 채 한없이 눈물을 뿌렸다.천신만고 끝에 오른 제14회 세계청소년(20세 이하)선수권대회 16강전에서 일본에 뼈아픈 골든골을 허용해 20년만의 4강 신화 재현 꿈을 날린 것.“머리가 깨져 실려 나가더라도 골은 막고 나가겠다.”는 약속을 못 지킨 것이 못내 원통했다. “사카타 다이스케가 차 넣은 공을 주워 들고 하프라인 쪽으로 걸어가는데 한순간에 다리가 풀리데요.하필이면 일본에 그렇게 처참하게 졌다고 생각하니 왈칵 눈물이 솟더라고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부다비에서 뿌린 눈물을 수백배 많은 땀으로 바꾸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아테네올림픽(8월)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호주 전지훈련과 카타르 10개국 초청대회에 대비한 올림픽대표팀 소집은 지난달 31일.그러나 남들보다 8일이나 먼저 NFC에 들어온 것도 그런 이유였다. 골키퍼 장갑을 처음 손에 낀 순천 중앙초등학교 시절 이후 유소년대표팀과 청소년대표팀의 붙박이 수문장으로 탄탄대로를 걸어온 그는 지난해 말레이시아4개국대회부터 세계청소년선수권 독일전까지 무실점 행진을 펼쳐 ‘제2의 올리버 칸’ ‘포스트 이운재’ 등으로 불렸지만 이젠 찬사를 기억속에 묻어버렸다.연말 팬들이 뽑은 ‘베스트 11’에서 형님들을 제치고 당당히 5위를 차지한 기쁨도 청소년대표 유니폼과 함께 접었다. 88서울올림픽 이후 줄곧 본선에 올랐으면서도 번번이 조별리그 탈락에 그친 올림픽대표팀의 부진을 아테네에서만은 털어내겠다는 게 꿈이자 각오다. ‘악바리’라는 별명에 걸맞게 목표 또한 다부지다.“3∼5월최종예선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뒤 올림픽 본선에서 4강에 오르는 게 목표입니다.무리라고 볼수도 있지만,힘들어야 이루어진다는 게 제 신조입니다.청소년선수권에서 못 이룬 꿈을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그의 굵은 땀방울에서 한국축구가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어낼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최병규 기자 cbk91065@
  • [김후년의 클럽하우스]겨울철 클럽 손질

    춥다.옷깃을 파고드는 칼바람 때문에 웬만해선 밖에 나서는 일을 주저하게 된다.몇 년 전만 해도 폭설과 추위로 휴장하는 골프장이 늘어나는 겨울은 골프의 휴식기,동면기였다.그러나 이젠 세상이 달라졌다.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는 한겨울에도 필드 나들이를 갈망하는 골퍼의 발길을 막을 순 없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일본 미국 등지로 전지훈련이나 골프투어를 떠나는 골퍼가 엄청나게 늘어났고,제주도 내 골프장은 북새통을 이뤄 ‘부킹 대란’에 휩싸인 지 이미 오래다.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나선 겨울 필드는 그 나름대로 ‘운칠기삼’의 묘미를 제공해 모진 추위에도 불구하고 골퍼의 발길을 붙잡는다.또 국내·외 필드 나들이를 접었다고 해도 따뜻한 실내에서 자신의 샷을 가다듬거나 헬스클럽에서 하체를 비롯한 기본 체력 다지는 것이 바로 마력을 가진 골프에 유혹당한 골퍼의 모습이다. 이런 변화는 골퍼의 겨울을 동면기가 아니라 시즌으로 만들었다.하지만 겨울이라는 계절적 특성은 본격적인 시즌에 견줘 골프채를 손에 잡는 일이 현저하게 줄어들고,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기간이라는 사실이다.이때 시즌 내내 혹사당한 골프채의 손질을 권한다. 수년 전 만해도 클럽 피팅은 낯선 말이었지만 전문 업체가 많이 늘어난 결과 이곳을 찾는 골퍼가 많아졌다.골프채를 자신의 스윙과 체형에 맞추는 것이 바로 클럽 피팅의 핵심이다.골프채가 자신의 스윙과 체형에 맞아야 비거리와 방향이라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외국산 위주의 골프채 시장에서 이미 만들어진 것을 사용해야 하는 골퍼들은 스윙 밸런스와 로프트,라이 등을 자신에게 맞게 교정하는 것이 좋다. 헤드와 샤프트의 균형을 잡기 위해 헤드 솔에 납을 붙여 구질을 바로 잡는 스윙 밸런스 교정(적정 무게를 가진 샤프트나 그립 교체를 통해서도 가능하다.)과 공의 탄도에 맞도록 로프트를 조절해 비거리를 개선하는 로프트 교정,그리고 어드레스와 임팩트 때 토우나 힐 방향으로 헤드가 치우치지 않게 만드는 라이(지면에 놓인 솔과 샤프트의 각도)의 교정 등을 통해 보다 나은 플레이를 기약할 수 있다. 특히 스코어를 관리하는데 중요한 것은 아이언의 라이 교정.교정이 꼭 필요한 골프채는 7번 아이언부터 웨지까지다.일반적으로 라이가 1도 틀어지면 쇼트 아이언은 목표 지점과 공이 떨어지는 지점이 약 10야드,웨지는 15야드 안팎으로 차이가 난다. 라운드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스윙에 문제가 있다고 한탄하기에 앞서 골프채를 손보는 것이 좋다.스윙을 부단히 연구·개선하는 것보다 골프채를 손보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골프 칼럼니스트 golf21@igolf21.com
  • “한나라는 차떼기 불법선거”

    노무현 대통령이 19일 제도권내에서의 적당한 타협을 통한 정치를 포기하고 지지세력 결집을 통한 바람몰이식 정치로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노사모’ 주최 대선승리 1주년 기념식에서였다. 그는 한나라당을 ‘차떼기’ 비리집단으로 맹비난하면서 상대적으로 깨끗한 자신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직설적으로 호소했다.이는 대통령이 야당을 더이상 협상파트너로 비중을 두지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국정최고책임자로서는 ‘모험’에 가까운 전략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저녁 8시 노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 여사와 문희상 비서실장 등을 대동하고 칼바람이 몰아치는 행사장을 찾았다.그가 등장하자 2000여명의 노사모 회원들은 “노무현 짱”을 연호하며 열렬히 환영했다.노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할 수 없을 정도로 환호가 그치지 않자 대통령의 눈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고,그가 연설하는 20여분간 내내 마르지 않았다. ▶관련기사 4면 노 대통령은 “상대방은 차떼기 불법자금으로 수천억을썼지만 우리는 자원봉사로 수백억만 쓰고도 승리했고 세계는 이를 시민혁명으로 부르며 놀라워했다.내가 아니라 여러분이 기적을 창출했다.”는 말을 시작으로 시종 노사모의 분발을 자극했다.이어 “우리는 승리했으나 대선은 끝나지 않았다.그들은 승복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나를 흔들었다.”는 말로 정적(政敵)들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그는 “허물 없는 대통령이 되고 싶었지만 상대방은 떡밥을 마구 뿌리는데 나라고 떡밥을 안뿌릴 수는 없었다.구차한 변명 같지만 실망스러운 모습이다.미안하고 용서 바란다.”며 크게 한숨을 내쉬며 울먹였다. 이에 지지자들이 “괜찮아요.”라는 함성으로 위로하자 그는 “내게 허물이 있다고 해서 여러분의 시민혁명은 끝나지 않았다.”며 다시 야당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세풍사건 때 수백억의 불법자금을 모은 사람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고 만세 부르며 희희낙락했던 자들에게 정치개혁을 맡길 수 있겠느냐.또다시 야당 탄압 운운할 수 있나.”라는 말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노 대통령은 이어 “여러분,언론에 기대할까요?”라고 물은 뒤 “설명 안하겠다.”라고 말해 언론에 대해서도 불신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의 본심은 막판에 드러났다.그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듯 정치인을 ‘물’에 비유하면서 “1급수가 없으면 2급수라도 약을 타면 마실 수 있으니 여러분이 2급수를 찾아 도우면 1급수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이어 “나는 상처를 입었지만 열심히 하겠다.다시 국민의 신임을 받기 위한 노력을 하고 분골쇄신하겠다.뜨거운 가슴으로 다시 손을 잡자.노사모 여러분이 다시 나서달라.”라고 목청 높여 호소하고 8시50분 행사장을 떴다.한편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내년 총선에서도 노사모를 다시금 동원하겠다는 노골적인 정치선동으로,이는 명백한 불법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민주당 조순형 대표도 “노 대통령이 여의도에서 4500만 국민 가운데 한줌의 지지자들과 함께 축배를 드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노 대통령은 자기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까지 포함해 모든 국민을 포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 [길섶에서] 잃어버린 양지

    어린 시절 칼바람이 매서운 날에도 햇살이 비치는 담벼락 사이는 꼬마들의 놀이터였다.자치기,딱지치기,팽이돌리기….동네 꼬마들은 해거름이 되어 어머니가 찾아나설 때까지 자리를 뜰 줄 몰랐다.구름이 햇살을 가린 날에는 싸리 빗자루를 훔쳐 모닥불을 피우고 코 밑이 검댕으로 물들도록 흘러내리는 콧물을 연신 닦아내곤 했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의 겨울은 항상 햇볕이 따사롭게 스며드는 양지바른 모퉁이에서 생각이 맴돌게 된다.장갑도 귀마개도 없었음에도,제대로 씻지 않은 손과 발은 쩍쩍 갈라져 쓰라렸음에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은 양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겨울이 되어도 더 이상 햇볕 따사로운 양지를 찾지 않는다.모두들 학원으로,PC방으로,오락실로만 몰려다닌다.아파트 단지내 놀이터가 하루종일 그림자에 드리워 냉기만 쏟아내고 있는 탓이리라. 우리들은 아이들이 갈수록 강퍅해진다고 말한다.겨울철 그들만이 모일 수 있는 양지를 없앰으로써 그들의 꿈을 앗아버렸기 때문은 아닐까. 우득정 논설위원
  • [열린세상] 차분히 통일 준비할 때다

    남북관계의 변화와 더불어 과거와 달리 통일에 대한 현실적 인식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과거 남북간의 대립이 첨예했던 때에는 통일문제에 대한 여론조사결과는 압도적으로 통일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그러나 현재의 여론조사는 이와는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과거보다 통일에 대한 지지도가 더 낮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남북관계가 과거보다 진전되고 있고,통일도 과거보다 가시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같은 결과는 다소 의아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다.그리고 이를 통일 열기의 약화로 이해하는 사람들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통일에 대해 사람들이 구체적인 인식을 가지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사실상 통일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나타났던 통일에 대한 일방적인 열망은 의미를 지닐 수 없는 것들이었다.이제 통일이 가시화되면서 사람들은 통일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실제적으로 통일의 과정과 결과를 고민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은 통일 열기의 약화가 아니라 통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이는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통일에 대한 현실적 인식의 도래가 곧바로 통일에 대한 실질적인 준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지구상의 모든 사회주의체제가 시장체제로 전환을 선택한 지금,북한이 사회주의체제를 고수하는 한 그 미래는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실제 그 어느 곳에서도 북한내의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징후를 찾아볼 수 없다. 핵 문제를 풍선처럼 부풀리고 있는 북한의 기이한 태도는 체제의 보장과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이해될 수 있다.탈북주민들로 인해 주중 한국대사관의 업무가 마비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한반도문제의 평화적 관리와 아울러 통일을 위한 내실 있고도 차분한 준비가 필요한 때라는 것을 의미한다.독일의 통일도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오지 않았던가.사정이 이럴진대,통일을 위한 우리의 준비는 어디쯤 와 있는지 새삼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남북을 오가는 발걸음들 속에서 통일에 대한 감각은도리어 무뎌지는 것은 아닌지.지속되는 경기침체와 국내정치 상황,이라크 파병 등 산적한 현안들로 인해 우리의 시선은 통일문제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통일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가장 빈도가 높은 질문 중의 하나는 ‘대북 퍼주기로 얻은 것이 무엇이고,북한의 변화는 무엇인가?’라는 것이다.고마워하지도 않고,우리가 원하는 바람직한 변화가 나타나는 것 같지도 않은데 북한을 계속 지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이다.그럴 때 필자의 대답은 간단하다.‘북한 주민들이 그 만큼 덜 굶주렸고,단 몇 사람이라도 기아의 위협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북한이 우리의 잘려진 반쪽이라는 말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우리의 잘려진 반쪽에 대한 지원은 우리 몸의 일부에 심한 상처가 나고 출혈이 생겼을 때,우선 치료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우리 몸 어느 곳의 작은 상처라도 방치하면,특히 그 상처가 자연치유되는 것이 아니라면,종국에 가서는 우리의 생명을 앗아 갈 수도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이제 더 이상 우리의 맞상대가 아니다.북한문제는 대결이 아닌 관리의 문제로 그 본질이 변화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만 한다.잘려진 반쪽인 북한에서의 문제는 바로 우리의 문제인 것이다.지금 우리는 북한의 위기를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동시에,차분한 자세로 다가올 ‘그 어느 날’을 준비해야 한다. 월동준비라는 말이 사라질 만큼 겨우살이가 수월해진 지금,벌써 하나둘씩 눈에 띄기 시작하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바라보면서 이 시각에도 끼니를 걱정하고 있을 북녘의 사람들을 생각해본다.이방인들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 만주땅 어디에선가 매서운 칼바람을 맞고 있을 탈북주민들을 생각해 본다. 조 한 범 통일연구원 북한기초연구사업 본부장
  • “대학강사 교원지위 얻는날 올때까지”한성대 상대 ‘퇴직금소송’ 이긴 시간강사 김동애

    1인시위,천막농성,직위해제 무효소송,검찰고발,노동부에 진정서 제출,퇴직금 소송…. 99년 11월부터 만 4년간 대학,정부와 싸운 시간강사 김동애(사진·56)씨가 지난달 30일 첫 승리를 맛봤다.한성대를 상대로 낸 퇴직금 반환소송에서 승소,퇴직금 850만원을 받게 된 것이다.“‘승소’란 단어를 듣는데 앞이 깜깜해지더군요.‘아∼ 이런 날도 오는구나.’싶었습니다.” 김씨는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다.1983년 두 자녀를 친정에 맡기고,시아버지의 경제적 지원으로 타이완 유학을 떠났다.91년에 박사학위를 받아 귀국했지만 전임교원 자리는 쉽지 않았다.“나이도 많은데다,흔히 말하는 일류대 출신도 아니었으니까요.” 92년 3월 숙대·한성대 등에서 강의를 시작했다.얼마 뒤 한성대에서 ‘대우교원’을 하지 않겠느냐고 제의해 받아들였다.대우교원은 형식만 전임교원이었지 사실은 강사나 마찬가지였다.대신 강의료를 두배로 올려받았다.한해에 600만원 정도 벌었다.그후 7년6개월 동안 1주에 6∼8시간씩 강의했다.그러나 99년 9월 학교는 아무런 예고없이 강의료를 반으로 줄였다.2000년 8월엔 강의를 배정하지 않았다. “‘전임교수’란 사탕발림으로 수년간 대학강사의 희생을 강요하는 대학에 맞서기로 결심했습니다.” 99년 11월 서울지법에 직위해제 및 감봉 무효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노동부에 진정했지만,단기간 노동자이기에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검찰에 학교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했지만 무혐의 처리됐다.칼바람을 맞으며 한성대 앞에서 5개월 동안 천막농성을 벌였다.마지막으로 퇴직금 소송을 냈다.그러나 1심에서는 패소했다. “지난 겨울이 가장 힘들었습니다.대학강사가 6만명에 이르고,이들이 대학 정규 교육의 50%를 맡고 있는데 검찰과 법원은 대학강사를 법적으로 보호할 방법이 없다고 하니…” 김씨는 인천 부평의 16평형 아파트에 살고 있다.가족은 노동운동을 하다 현재는 집필활동을 하는 남편(54)과 KBS기자인 딸(28),서울대 수학과에 다니는 아들(25)이 있다. “아직 갈길이 멀어요.대학강사가 교원지위를 얻을 때까지 계속 싸울 겁니다.비록 연구자나 교육자로 실패한다 해도후배나 제자들이 내 실패를 통해 법적 지위를 찾을 수 있다면 기꺼이 감내하겠습니다.” 김씨는 지금 청와대 앞에서 ‘참여정부는 대학강사의 교원지위를 보장하라.’란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정은주기자 ejung@
  • 대기업 30代 명예퇴직 바람 허리가 무너진다

    두산중공업은 노사 합의에 따라 지난 5일까지 대리급 이하 사무직 170명의 명예퇴직 신청서를 받았다.평균 나이는 36세였다.지난 9월에도 과장급 170여명이 명예퇴직했다.과장급으로 회사를 떠난 송모씨는 “4∼5년 후에 명퇴를 당하느니 조금이라도 젊을 때 내 길을 찾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과장급 이하의 젊은층에 명예퇴직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40·50대 장기근속자 위주의 인력 구조조정이 기업의 허리층인 30대로 옮겨가고 있다.이른바 ‘오륙도’와 ‘사오정’에 이어 ‘38선(38세 정년)’마저 무너지는 형국이다. ●명예퇴직 ‘칼바람’ 기업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30대 인력의 명퇴는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 못지 않게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직원 사기 및 로열티 저하는 물론 경쟁력 약화,우수인력 유출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실 부담을 안고 있는 카드사와 은행권에서 촉발된 ‘30대 명퇴 바람’이 전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KTF는 7일까지 2년 이상 재직한 과장급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잠정 집계결과 50여명 가운데 30대가 10명을 넘었다.이에 앞서 5500명의 대규모 특별명예퇴직을 받은 KT는 30대 명퇴자가 532명에 달했다. 금융권은 이른바 ‘명퇴시대’다.우리은행은 지난달 명예퇴직자 67명 가운데 행원급 직원이 20명을 넘었다.한국투자증권은 명퇴자 144명 중 30대가 54명으로 투신권에서 가장 많았다.대한투자증권과 제일투자증권도 명퇴자 중 20%가 30대로 알려졌다. ●우수인력 유출 ‘필연’ 30대 명퇴는 필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특히 30대는 40·50대 명퇴와 달리 스스로 나가는 경향이 많아 핵심인재 유출이라고 지적한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원은 “기업의 조직 생리상 30대는 업무 추진의 주체세력”이라며 “이들이 빠져나가는 것은 ‘머리와 손발’을 연결시키는 고리가 끊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한국노동연구원 김동대 박사는 “부장급 이상의 간부급들이 명퇴 신청을 외면함으로써 30대까지 명퇴가 내려오는 것같다.”면서 “이는 미래의 전문가들을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남아 있는 직원들의 사기 저하도 마이너스 요인이다.전직에 대한 고민등이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일 30대부터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미경 김경두기자 golders@
  • 금융권 임원은 임시직원?/ 구조조정 0순위 잇단 해고바람

    최근 시중은행과 카드사 임원들이 잇따라 강제 해고되거나 ‘타의로’사퇴하면서 ‘임원=임시직원’이란 자조적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인수합병(M&A)으로 대주주가 바뀌거나 실적악화로 인한 구조조정이 확산되면서 임원 해고의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론스타펀드를 새 주인으로 맞은 외환은행의 경우,3일 이강원 행장이 물러난데 이어 6일에는 등기임원인 이달용 행장 대행을 제외한 최성규 부행장,곽윤섭 부행장,김영우 부행장,박경제 상무 등 4명의 집행임원이 모두 사표를 냈다.특히 박 상무는 임원이 된 지 8개월도 안돼 자리를 내놨다.외형상으로는 자진사표이지만 론스타가 사표를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LG카드 역시 지난 5일 조기 경영정상화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조직 슬림화’ 차원에서 채권관리와 영업파트를 중심으로 현행 3명인 부사장을 2명으로,13명인 상무를 8명으로 대폭 줄였다.물러난 6명의 임원들은 대기발령받은 상태이지만 마땅한 자리가 없어 사실상 해고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삼성카드를 포함한 다른 카드사들도 임원감원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9월말 국민카드도 국민은행에 합병되면서 7명의 임원 중 4명이 사실상 해고됐다.그나마 남은 임원들 가운데 이상진 부사장과 강응구 부사장은 국민은행으로 오면서 ‘상무대우’라는 직함을 만들어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또 조봉환 사장은 카드사업본부 담당 부행장으로 임명됐다. 시중은행 인사담당 임원은 “금융기관 임원이라고 하면 운전사가 딸린 고급 승용차에다 고액연봉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요즘처럼 실적이 좋지 않은 때에는 언제라도 잘릴 수 있어 불안하기 짝이 없다.”며 “금융권의 임원해고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영기자 carilips@
  • [씨줄날줄] 55호 홈런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5일 “저녁에 TV만 보면 기가 죽고,다음날 아침에 신문을 보면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대통령으로서 잘하려고 하는데 언론이 비방하고 공격해 섭섭하다는 뜻이 담겼다.하지만 대통령과 언론간에 비생산적인 공방을 바라보는 국민들이야말로 눈앞이 캄캄하고 기가 막힐 노릇이다.지난해 자살 사망자가 8613명으로 사상 최대였다는 통계청 자료에서 드러나듯 적지않은 사람들이 하루하루의 삶조차 버거워하는 형편이 아닌가.특히 자살자의 연령별 비중을 보면 30∼40대가 전체의 39.4%다.우리 사회의 주축이 구조조정의 칼바람에 맥없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경기의 장기침체로 인한 조기퇴직과 청년실업에 130여명의 사망·실종자와 수조원의 피해를 낸 태풍 ‘매미’까지 겹쳐 너나없이 마음이 무겁다.그럼에도 정치권은 1여3야로 나뉘어 대립과 반목만을 되풀이하고 있다.당장 국회는 26일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을 부결 처리해 신4당체제의 험난한 전도를 예고했다.무엇하나 제대로 굴러가는 게 없어 답답하던 차에 27살의 이승엽(삼성) 선수가 한줄기 희망을 쏘았다.25일 기아-삼성전에서 55번째 홈런을 치며 아시아 최다홈런 타이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광주구장에서 열린 영호남 라이벌전에서 공교롭게도 등번호 ‘55번’의 김진우 투수는 이승엽과 정면 승부하며 신기록 달성을 지원(?)했다.광주팬들도 축하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벽을 넘어 화합을 이루는 스포츠의 힘은 역시 위대했다.잠자리채로 55호 홈런공을 잡은 사람의 이름이 박대운(朴大運)이라니 예사롭지 않다.1998년 박세리 선수의 US오픈 우승이 IMF 국난으로 고통받던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안겼듯 이승엽의 신화창조가 우리 모두에게 대운을 안겼으면 싶다. 요즘 일본도 한신타이거스의 센트럴리그 우승으로 야단이라고 한다.온 나라가 한신타이거스가 우승했던 1964년과 1985년 일본경제가 장기호황을 맞았다며 의미 부여에 한창이다.우리도 이승엽의 신기록 행진에 국운상승의 기대를 실어 남은 6경기를 즐기자.이승엽 선수의 마지막 경기가 열리는 10월2일엔 시청이나 광화문에서 거리응원을 펼치면 어떨까.일본의 오 사다하루(왕정치)가 1964년에 수립한 이후 40년 가까이 깨지지 않던 아시아 최다홈런기록을 달성하는 것은 그럴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김인철 논설위원
  • 키덜트 뮤지컬 “엄마 아빠 함께 보러가요”

    ‘가족극은 어린이용’이라고 생각해왔으나 요즘 들어 말 그대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가족극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01년 초연한 이래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극단 유의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나 인기 TV 프로그램을 무대화한 연극 ‘TV동화,행복한 세상’ 등이 예.객석에 앉은 어른들의 어린 시절 향수를 정확하게 짚어낸 작품으로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28일 막을 올리는 극단 가람인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와 현재 공연 중인 극단 미추의 ‘정글 이야기’도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기기에 손색이 없는 ‘가족’ 뮤지컬이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다섯살 소년 제제,라임오렌지 나무,마음 속 작은 새,이웃집 포르투가 아저씨….누구나 한번쯤 읽어봤을 J M 바스콘셀로스의 동명소설을 뮤지컬로 각색했다. “사랑을 통해서만 사랑을 배우게 된다는 걸 그때 알았지.신에게 바람이 있다면,아이들이 늦게 철들어 세상을 아름답고 즐겁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좀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야…” 어른이 된 제제의 회상으로극이 시작되면,어느새 우리가 기억 저편으로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개구쟁이 제제와 반갑게 대면한다.아빠의 실직으로 가난한 삶을 살지만 앞마당의 라임오렌지나무와 얘기하면서 늘 밝고 천진하게 뛰노는 제제의 모습은 가슴뭉클한 감동을 안겨준다. 작가 김태수가 각색했고,섬세하고 꼼꼼한 일처리가 돋보이는 김정숙이 연출을 맡았다.여기에 드라마 작곡가로 잘 알려진 최완희가 아름다운 선율을 입혔다.극단 가람인의 선다인 기획실장은 “어른과 아이 모두가 편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키덜트 뮤지컬’을 지향했다”고 말했다.7월29일까지 서울교육문화회관.2만 5000~5만원.1588-7890. ●정글 이야기 영국 작가 키플링의 ‘정글북’을 원작으로 삼았지만 여러 면에서 색다른 시도가 눈에 띈다.주인공 ‘모굴리’를 ‘민둥이’로,호랑이와 늑대 지도자를 각각 ‘칼바람’과 ‘산마루’ 등 우리 이름으로 바꿔 아이들이 쉽게 극에 몰두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인간의 행태를 우화적으로 꼬집은 원작과 달리 함께 더불어 사는 ‘공존의 법칙’을 강조한 점도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수풀 우거진 정글이 무대지만 실제 극장에는 은색 철골조로 이를 간략하게 형상화했다.아이들의 시각적 기대에는 크게 못미칠 수 있으나 오히려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대화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도 한다.찢어진 청바지를 입거나 반짝이 문신을 한 동물들의 ‘현대적’ 의상도 독특하다. 무엇보다 1년 이상 동물 흉내 내기를 갈고 닦은 배우들의 기량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특히 늑대대장 ‘산마루’역의 서이숙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객석을 압도한다.젊은 작가 배삼식이 극본을 썼고,김태근이 음악을 맡았다.연출은 정호붕.7월6일까지.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1만 5000∼3만원.(02)747-5161. 이순녀기자 coral@
  • “내부거래혐의 큰 재벌 있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헤지펀드 토빈세 검토”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은 10일 6대 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와 관련해 “혐의가 상당히 큰 것도 있다.”고 밝혀 머지 않아 재계에 칼바람이 일 것임을 시사했다.6대 그룹은 ‘혐의가 큰 기업’이 어디인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강 위원장은 또 “외국 투기자본을 가려내기 위해 이른바 ‘토빈세’ 도입을 고려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강 위원장은 이날 KBS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 9일부터 시작된 부당내부거래 조사의 대상기업들은 이미 상당부분 혐의가 포착된 회사들이며 이 가운데는 혐의 규모가 큰 것도 있다.”면서 “조사결과 확인되면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며 경영권 편법상속일 경우 세정당국에 통보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재벌 총수일가의 편법상속도 이번 조사의 주된 타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이에 따라 삼성·LG·SK·현대 등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공정위는 2000년 이전에 이뤄진 삼성전자 이재용(李在鎔) 상무보의 에버랜드 CB(전환사채) 편법인수 건은 이번 조사대상에서 일단 배제하되,연관된 혐의가 포착되면 조사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안미현기자 hyun@
  • “괌 추억 더듬어 정글 분위기 살렸죠”/ 뮤지컬 ‘정글 이야기’ 음악 맡은 김 태 근

    극단 미추가 14일부터 새달 6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정글 이야기’(배삼식 극본,정호붕 연출)는 동화 ‘정글북’을 무대화한 가족 뮤지컬.영국 작가 키플링의 우화를 우리 정서에 맞게 각색, ‘민둥이’‘칼바람’‘누운 귀’등 등장인물의 이름을 우리 식으로 바꿔 거리감을 줄였다.특히 인간의 행태를 우화적으로 꼬집은 원작과 달리,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삶에 초점을 맞춘 게 특징이다. 뮤지컬에서 음악은 작품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중 하나.‘정글 이야기’의 음악을 맡은 김태근(사진·32)은 요즘 공연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무대음악가이다.그는 이 작품을 위해 정글에서 자란 주인공 민둥이의 솔로곡 ‘난 늑대가 되고 싶어’와 합창곡 ‘안녕하세요’ 등 모두 18곡을 작곡했다.단 한번만 들어도 기억에 남을 선율을 뽑아내느라 한달내내 작업실에서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그는 “예전에 괌에 갔던 기억을 더듬어 최대한 정글 분위기를 살려내기 위해 신경을 썼다.”고 했다.우울하고 외로운 정서의 솔로곡들과,경쾌한 타악기가가미된 빠른 템포의 노래가 적절히 배치돼 극의 완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연극,뮤지컬,무용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요즘 쏟아지는 공연 팸플릿에서 그의 이름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지난해에는 무려 열대여섯개의 무대음악을 맡았다.음악이 좋기로 소문난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도 그의 작품.무용가 홍승엽과는 8년째 함께 일하고 있다. 중앙대 작곡과를 나온 김태근이 무대음악으로 진로를 정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그의 부친은 한국 공연계에서 ‘음향효과의 일인자’로 통하는 김벌래.“아주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손을 잡고 공연장에 다녔어요.그때의 기억이 남아 자연스럽게 무대와 친해질 수 있었지요.” 고등학생 때는 CF음악을 만들어 상까지 받았다.그때 만든 CF음악만 해도 300여개.이 역시 아버지의 어깨너머로 배운 솜씨였다.피는 못 속이는지 동생 태완(31)도 중앙대 국악과를 나와 국악 공연의 음악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김태근은 “연극이나 무용에서는 음악이 들리면 안 된다.있는 듯 없는 듯 작품에 최대한 흡수돼서 배우나 무용수가 놀 수 있는 땅이 돼야 한다.반면 뮤지컬에서는 음악이 배우를 이끄는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무대음악과 관련한 자신의 철학을 확고하게 밝혔다. 이순녀기자 coral@
  • [발언대] 전방 군인가족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강원도 산골 인제는 군인 가족들 사이에 제일 가고 싶지 않은 오지로 소문났다.지역 이름을 빗대어 “‘인제’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라는 유행어까지 나돌 정도다.그러나 요즘은 도로 확장공사가 거의 마무리되어 버스를 타면 서울까지 2시간30분밖에 걸리지 않고,속초도 고개 하나만 넘으면 1시간 거리가 되었다. 이렇게 도로변에 사는 군인 가족의 생활여건은 좋아졌지만 전방에 있는 군인 가족에게는 아직도 교통편이 없어 그림의 떡이다.정적이 흐르는 산골짜기 여기저기에 나지막한 아파트와 슬레이트 지붕의 허술하기 짝이 없는 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언뜻 봐도 군인 관사임을 알 수 있다.어쩌다 찾아 온 친지들은 집안을 둘러보고 안쓰러워하지만,봄철이 되면 텃밭을 일구어 꽃씨도 뿌리고 채소도 가꾸면서 나름대로 재미를 누린다.또 건강한 남편과,천진난만한 자식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답답함을 잊곤 한다. 어느새 봄맞이에 바쁜 계절이 되었다.겨울 칼바람을 막기 위해 쳐둔 바람막이 비닐 때문에 습기가 차 구석구석에 곰팡이가 피고,낡은 창문과 대문은 다시 나무로 만들어 달아야 할 판이다.이제 오지 생활에 익숙할 때가 되었는데 아직도 겨울에 비닐 없는 관사에서 살았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갖고 있다.물론 아파트 리모델링이나 신축으로 군인 가족의 생활이 요즘 많이 향상되었다. 지자제 실시 이전에는 꿈도 못 꾼 일이지만 지금은 행정관서의 도움으로 관사 진입로가 포장되었다. 그러나 전방부대 진입로는 대부분 포장되지 않아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영락없이 수렁으로 변한다.또 군인 가족들이 먹을거리를 갖고 장병 위문이라도 가려면 고역을 치른다.산 정상에 부대가 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가파르고 꼬불거리는 보급로는 위험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게다가 군대 차량은 상태가 나쁜데 운전병마저 경력이 일천하니….사고 없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지금보다 더 어렵던 과거에도 군인 가족들은 잘 참았다.이런 이유를 들어 혹시 호사스러운 불평 정도로 폄하하는 것은 아닌지.이제 우리 국력도 신장했고,국민의 삶의 질도 향상되었다.군인 가족이란 이유만으로침묵한다면 조만간 군인은 직업으로서 설자리를 잃어 원하는 사람조차 찾아 보기 어렵게 될 것 같다.각계각층의 욕구가 봇물을 이루는데 군인 가족의 목소리는 어떻게 들릴는지. 그러나 지나치게 열악한 환경에서는 애국심이나 투철한 군인정신을 기대할 수 없다.이제라도 직업군인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직업군인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줄 때 국가에 대한 자발적 충성과 복종도 받아 낼 수 있지 않을까. 김 용 순 강원 인제군 서화면 주부
  • [길섶에서] 봄내음

    시골의 봄은 동네 어귀의 개울가에서 온다.겨우내 꽁꽁 얼어붙은 얼음장 위로 매섭게 휘몰아치던 칼바람이 한풀 꺾일 때쯤이면 어느새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졸졸졸….두꺼운 얼음장 밑에서 들려오는 시냇물 소리. 남새밭가에도 봄내음은 어김없이 찾아온다.푸릇푸릇 싱그러운 봄나물들이 얼음기가 막 가신 대지 위로 불쑥불쑥 머리를 내민다.할머니는 이때쯤 남새밭가에서 씀바귀와 쑥,달래와 냉이 등 온갖 봄나물들을 한바구니 가득 캐오신다.냉이국,쑥국은 말할 것도 없고 양념장에다 참기름을 듬뿍 부어 만든 냉이무침은 묵은 김장김치에 물린 우리들의 입맛을 한결 돋워주곤 했다. 요즘은 비닐하우스 재배로 가까운 슈퍼에만 가면 신선한 나물과 채소를 사시사철 맛볼 수 있다.참 편한 세상이다.그런데 뭔가 허전하다.할머니 나물 바구니에서 풍기던 그 봄내음이 아니다. 아직 제철이 아니라서 그런가? 왠지 봄의 향기가 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함께 내게서 자꾸만 멀어져 가는 느낌이 든다.그래도 봄이 기다려진다. 염주영 논설위원
  • 경의선 공사현장 르포/‘현대’ 마크 선명한 北장비 칼바람속 노반공사 한창

    기습 한파에다 거센 칼바람까지 몰아쳐 체감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떨어진 26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의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 남북간 경의선 임시도로 연결공사 현장 일대에서는 남북 초병들의 삼엄한 경계 속에서도 노반공사와 철도 부설을 위한 공사 마무리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국방부는 이날 경의·동해선 철로·도로 연결을 위한 지뢰제거 작업이 남북 양측에서 진행된 이후 민간에 최초로 군사분계선(MDL) 부근의 공사 현장을공개했다. 남북은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려고 MDL을 기준으로 양쪽 200m 구간에 한해남북이 하루씩 날짜를 걸러가며 작업하기로 했다.이날은 우리측이 MDL쪽에서 작업하는 날이었다. 남측 작업 현장에는 건설교통부 관계자 수십명이 나와 철도 부설을 위한 침목을 까는 작업이 한창이었다.현장에서 만난 건교부 관계자는 “지금 작업속도라면 목표 시점인 새해 1월15일까지 나머지 200m 구간의 철도를 까는데 아무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반면에 현장에서 불과 200m여 떨어진 북측 작업 현장에서는 북한군 20여명이 ‘현대’ 마크가 선명한 덤프트럭과 굴삭기 등으로 본도로 노반공사를 하고 있었다.하지만 북측은 작업속도가 다소 처진 탓인지 남측과 달리 MDL 부근에 철도 궤도는 눈에 띄지 않았다.일부 북한군은 갑자기 몰려든 남쪽 취재진이 신기한 듯 망원경으로 남쪽을자꾸 바라보기도 했다. 철도와는 달리 남북을 오갈 폭 8m의 임시도로는 양측 모두 완공했으며,MDL 통과 절차 합의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이날 남방한계선에서 MDL까지 가는 동안 도로 양쪽에는 무성한 갈대숲 사이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고라니와 여러 마리의 꿩 등 많은 동물들이 눈에 띄었다.또 옛 장단역 부근에는 반세기 동안이나 방치된 녹슨 기관차가 분단의 아픔을 대변하고 있었다. DMZ로 들어가기 전 잠시 들른 도라전망대에서는 쾌청한 날씨 덕분에 멀리 북쪽으로 12㎞ 가량 떨어진 개성 시가지는 물론,부근의 개성공단 부지와 배후도시 터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경의선 공사 종합상황실장인 이명훈 대령은 “임시도로는 이미 개설을 마쳤는데 통행의 전제조건인 군 당국간 MDL통과절차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곧 합의가 이뤄져 남북이 오갈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 조승진기자 redtrain@
  • 마지막 주민 독거노인 50명 “연말 강제철거 어디로 가나”

    겨울의 난곡은 유난히 춥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짙은 안개 속에 겨울비가추적추적 내리던 16일 오후.철거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서울 마지막 달동네서울 관악구 신림7동 난곡 마을은 부서진 장롱 등 가재도구와 콘크리트 더미,동강난 전봇대가 흉물스럽게 널브러져 마치 전쟁터 같았다. 철거가 시작되면서 이주 대책을 요구하며 당국과 맞서던 주민들도 대부분살 곳을 찾아 떠나고 오갈 데 없는 주민 50여명이 마지막까지 마을을 지키며 겨울을 힘겹게 나고 있었다. 대부분 생계 능력이 없는 60,70대의 독거 노인인 ‘최후의 주민’들에게는하루하루가 삶의 투쟁이다.참으로 연탄 한장,쌀 한톨이 아쉽다. “겨울이 한참 남았는데 어떻게 날지 걱정이야.갈 곳도 없고,창문을 뚫고들어오는 칼바람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자.” 간신히 삶을 이어가고 있는 주공금(72)씨는 근처에서 들려오는 포클레인의굉음을 들으며 마른 눈물부터 삼켰다.얼음장 같은 오막살이마저도 이달 말까지 비우지 않으면 강제 철거당할 처지다. ‘냉동실’ 같은 1평 남짓 공간에는 때묻은 이불 한 장만 한기를 막고 있었다.끼니는 반신불수 장애인인 이웃 윤복남(71·여)씨가 남부노인복지관에서제공받는 하루 두 끼 도시락을 나눠먹는 것으로 해결한다.온풍기가 있지만전기값 걱정에 켜지도 못한다. 주씨는 “자식들과 소식이 끊긴 지 오래”라면서 “이주 보상비 몇 푼을 받았지만 다른 곳으로 옮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때마침 도시락을 들고 주씨 집을 찾은 윤씨는 “이곳 주민은 대부분 카드빚이 쌓여 신용불량자가 된 상태라 은행 대출은 꿈도 꾸지 못한다.”면서 “양로원에갈 여력도 없다.”고 말했다.대통령 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골목 어디에도 흔한 선거포스터 하나 찾을 수 없었다.강아지 서너마리만이 쓰레기더미를 뒤지며 골목길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80년대 중반 최대 6000여가구가 대규모 달동네를 형성하고 있었다.재개발사업이 시작되면서 젊은 사람들은 하나 둘 난곡을 떠났고 노인들만 남았다. 거동이 불편하고 나이가 많아 일거리를 구할 수도 없고 일을 할 수도 없다.이들은 “올해 말까지집을 떠나라.”는 최후의 통보를 받은 상태다. 33년째 이곳을 지키고 있는 박모(64)씨는 “난곡에서 조용히 눈을 감는 것이 마지막 남은 소원”이라고 고개를 떨궜다.연탄 한 장 살 돈이 없다며 두꺼운 이불이라도 한 장 구할 수 없겠느냐고 하소연했다.이웃 김모(72)씨는“누군가 화장실 문을 고철로 팔기 위해 떼어갔다.”면서 “죽지 않으려고악으로 버텼는데 이젠 희망의 촛불이 점차 꺼져가는 듯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백발 할머니는 허리를 구부린 채 폐허 속에서 고물상에 내다 팔 고철과빈 병을 줍고 있었다.30여년을 이곳에서 살았다는 이 할머니는 “이곳 사람은 사람 취급도 못받는다.”면서 “선거 포스터도,유세하러 오는 후보도 없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모닥불로 추위를 피하고 있던 고복수(70)·김세명(41)씨는 “끼니와 추위 걱정에 선거엔 관심도 없다.”면서 “선거 비용의 1만분의1이라도 이곳 주민을 위해 쓰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언덕배기에는 달동네 마지막 재래시장이 형태만 남아 있었다.20년 남짓 대폿집을 운영해온 문순심(57·여)씨는 얼어 터진 수도관을 고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문씨는 “대포 한 잔에 달동네 사람의 애환을 달래주곤 했었는데 이젠 찾는 사람도,대접할 술도 없어진 지 오래”라면서 “이젠 연탄도 다 떨어져서 큰일”이라고 말했다. 난곡에서 17년째 집배원 일을 해온 전모(52)씨는 “요즘 이곳에 배달되는우편물이란 선거공보와 카드고지서 20여개가 고작”이라면서 “힘들게 동네꼭대기에 올라 편지를 배달하고 어르신들께 얻어먹는 냉수 한 잔의 맛은 이제 옛추억이 되어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저녁 무렵 땅거미가 내리자 반짝이는 10여개의 가로등만이 아직 난곡이 사람사는 마을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영표 황장석기자 tom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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