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칼바람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인사청문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40시간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3세 체제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착각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26
  • [길섶에서] 겨울향수/염주영 수석논설위원

    구정을 넘기면 마을 어른들은 새해 농사채비로 분주하다. 밭에 나가 거름도 내고 밭둑의 마른 풀에 불을 놓는다. 들판 곳곳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래도 아직은 귓불을 때리는 칼바람이 여전하다. 이때쯤 시골 초등학교 꼬맹이들은 아래채의 토담방에 장작불을 지피고 삼삼오오 모여든다. 방바닥은 설설 끓어 단 1분도 궁둥이를 대지 못한다. 그래도 궁둥이를 들썩이며 동그랗게 둘러앉아 아궁이에서 갓 구워낸 고구마로 배를 채운다. 살얼음이 둥둥 뜬 동치미 국물맛은 청량음료와는 비교가 안 된다. 정월 대보름이 다가오면 아이들은 절로 신이 난다. 이날만큼은 마을 어른들도 꼬맹이들의 쥐불놀이를 묵인한다. 빈 깡통에 구멍을 뚫고 줄을 매달아 송진이 듬뿍 밴 관솔 잔가지를 불붙여 돌려댄다. 하늘엔 동그란 보름달이 내리 비치고 동네 어귀엔 아이들의 불깡통이 활활 타오른다. 쥐불놀이 마력에 흠뻑 빠진 우리들은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른다. 올 겨울엔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요즘엔 날씨조차 인심이 박해서인지 삼한사온도 없어졌나 보다. 도심의 겨울밤, 아파트 베란다에서 길게 늘어선 차량행렬을 바라보며 겨울향수에 젖어본다. 염주영 수석논설위원 yeomjs@seoul.co.kr
  • 화마입고 길거리서 새해맞은 우면동 비닐하우스촌 사람들

    화마입고 길거리서 새해맞은 우면동 비닐하우스촌 사람들

    “이런 곳에 사는 게 죄지요. 끔찍해서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병술년 새해가 밝은 1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화훼단지 안 무허가 비닐하우스촌. 주민 박옥희(42·여)씨는 요즘 습관적으로 결리는 오른쪽 어깨가 유난히 더 시리다. 박씨는 지난 12월30일 오전 갑자기 들이닥친 불길에 4평 가량의 단칸방 살림살이를 모두 잃고 새해 첫 아침을 근처 구립 노인정에서 맞았다. 지난해 중풍과 치매로 쓰러진 시어머니(75)는 더욱 말을 잃었다. 고2 아들과 중3 딸은 책부터 새로 사야 할 처지다. 식당에서 하루 8시간 일하고 한달 130만원을 받아 다섯 식구를 건사해온 박씨는 일손도 놓은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치매노모 말을 잃어… 보금자리 걱정에 한숨만 우면동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의 새해는 쓰라린 악몽과 함께 시작됐다. 이곳에 갈곳 없는 빈민들이 모여든 건 1980년대 초. 농지에 무허가로 비닐하우스를 개조해 쪽방을 만들었다. 때문에 이곳 주민 212가구 400여명은 주민등록상으로는 다른 곳에 살고 있다. 호구조사를 할 때마다 주소지를 옮겨야 했다. 제대로 된 상수도 시설이 없어 지하수를 이용하지만 화훼단지인 탓에 물에선 농약 냄새가 진동한다. 전국이 세밑 분위기로 한껏 들떠 있던 지난달 30일 오전 8시쯤 여러 집이 함께 쓰는 바람에 과부하가 걸린 전기선에서 갑자기 불꽃이 일었다. 불은 거센 칼바람을 타고 주거용 비닐하우스 150여평을 30여분만에 재로 만들며 22가구 61명을 차가운 거리로 내몰았다. 박씨는 지난 89년 경기도 수원시에 살던 시절 기계 납품대금을 받지 못해 남편(42)의 전기사업이 부도나면서 겨우 백일 지난 아들을 등에 업고 비닐하우스촌에 들어왔다. 그는 “가족들 모두가 허리띠 졸라가며 힘들게 살아왔는데도 2000여만원의 빚이 있다.”면서 “그나마 이대로 있으면 이 땅에 붙어 있을 권리마저 빼앗길 것 같아 또다시 1000여만원의 빚을 내 새로 비닐집을 짓고 있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이웃에 사는 김경숙(51·여)씨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91년 수원 세류동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다 도산하면서 세 딸을 데리고 이곳에 들어왔다. 화훼단지에서 꽃농사를 하는 친척의 도움으로 방 3개에 부엌 하나 딸린 15평짜리 비닐하우스를 겨우 마련해 남편(51)과 함께 중국집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왔지만 최근 경기불황으로 이마저도 접었다. 그나마 안산의 한 공장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매월 30만∼40만원씩 돈을 부쳐주는 큰딸(25) 덕에 입에 풀칠을 해왔지만 갑작스러운 불은 삶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김씨는 “지금은 머리가 텅 빈 것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나는 친척들이 다시 조금씩 도움을 줘 그나마 낫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부족하기만한 온정의 손길 따뜻한 손길이 있어 사회복지관과 동사무소, 교회와 절 등에서 성금과 쌀, 라면 등 각종 생활필수품이 답지하고 있다. 하지만 화마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이들에겐 한참 모자란다. 허술한 비닐하우스집이라도 다시 지으려면 모두 합쳐 수천만원이 든다. 거주민 주거대책위원회 최윤규(55) 위원장은 “당장 갈 곳 없는 사람들이 한숨만 쉬고 있을 순 없어 다시 망치를 들었지만 외부 도움의 손길 없이는 상황이 뚜렷하게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열린세상] 인권콘서트와 아물지 않은 상처/최광기 전문 MC

    참많은 사람들을 만났다.10년 동안 그 무대에 서면서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국가 권력 앞에서 자신의 소중한 인권을 짓밟히며 살아왔는지를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목격해야만 했다. 세계인권선언이 발표된 지 57년을 맞은 올해, 그리고 20년의 세월을 한결같이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하며 살아있는 인권 지킴이로 우리 사회의 양심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 오신 민가협 어머니들과 함께 열입곱번째 ‘인권콘서트’를 지난 10일 열었다. 해마다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에 즈음하여 민가협이 열어온 ‘인권콘서트’는 인권을 주제로 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공연이다. 올해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을 숙연하게 만든 사람은 바로 함주명씨였다. 1983년 이근안 등 남영동 대공분실 수사관에게 끌려가 간첩으로 만들어진 뒤 16년 동안 감옥살이를 해야 했던 사람,‘간첩 누명을 쓰고는 죽을 수도 없다.’던 사람과 ‘또 다른 함주명들’이 무대에 선 것이다. 5·6공 군사독재정권은 필요에 의해 간첩 사건을 만들었고, 반공 지상주의 사회는 ‘만들어진 간첩’과 그 가족들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았다.22년의 세월을 우리 사회에서 ‘천형’과도 다름없는 ‘간첩’으로 살아야 했던 사람들, 고문을 당하며 겪어야 했을 고통과 좌절 그리고 분노가 그대로 전달되는 듯했다. 만약에 내가 그랬다면 나는 그 세월을 견딜 수 있었을까? 살아낼 수 있었을까? ‘나는 간첩이 아닙니다.’라는 말 한 마디는 100여명이나 되는 조작 간첩 당사자들이 지금도 겪고 있는 고통과 상처를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무거움으로 다가왔다. 그들이 지금도 겪고 있는 상처를 공감하는 과정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레드 콤플렉스를 치유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한편 국가 권력은 돌이킬 수 없는 한 인간과 그의 가족들에게 빼앗긴 삶을 위해 더 늦기 전에 사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공연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있어 인권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고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 따라서 인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정체성을 지켜주는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지금 우리 인권의 현주소는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 여전히 겨울 칼바람 앞에서도 절박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장애인 차별 금지법’ 제정을 위해 장애인들이 여의도에서 천막을 치고 있다. 심지어 농민들과 빈민들은 죽음을 이어가며 절규하고 있다. 사상과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성적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 시대의 두꺼운 차별의 벽 앞에서 그들이 느끼는 절망감을 무엇에 비교할 수 있을까? 그 벽이 얼마나 크고 높은지 아마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30년이 넘도록 자신의 집의 작은 문턱을 넘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세상은 늘 높기만 하다.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노동의 기쁨과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지만 현실은 늘 그들을 외면하고 있다. 또한, 다름은 비정상이 아니라 그저 차이일 뿐이라고 말한다. 다름을 인정하는 세상, 그것은 아마도 차별과 냉대 속에 시들어가는 이주노동자들과 총 대신에 다양한 사회봉사의 기회를 열어주기를 바라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 모두가 바라는 세상이 아닐까 싶다. 이제 우리는 우리 사회 인권의 현주소를 비춰주는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또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피맺힌 절규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누구나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세상, 서로를 존중하며 행복할 수 있는 자유로운 세상, 그런 세상이 그리 멀지 않기를 오늘도 간절히 바란다. 최광기 전문 MC
  • [조용섭의 산으路] 팔공산(1193m 대구의 진산)

    [조용섭의 산으路] 팔공산(1193m 대구의 진산)

    “눈속에 오동꽃이 피었더라기/팔공산 동화사에 오르는 길에/고려의 두 장군이 피를 흘린 곳/주춤서 슬픈단가 외어보았소” 노산 이은상 선생의 시 ‘팔공산’ 전문이다. 대구의 진산 팔공산(1193m·대구광역시, 경북 영천, 경산시, 칠곡, 군위군)은 이 시에서 보듯 동화사로 대표되는 불교의 향기와 후삼국을 통일한 고려의 체취가 산자락 가득 스며있는 곳이다. 이 산자락 남동쪽 들머리에 있는 파군(破軍)재는 천 여년 전 고려와 후백제의 전투로 아수라장을 이룬 전장(戰場)의 병마(兵馬) 대신 이제 수많은 차량행렬을 내려다 보고 있다. 산길은 갓바위 집단시설지구에서 갓바위로 올라 능성재∼신령재∼동봉(1155m)까지 능선산행으로 진행한 후 동화사 앞 야영장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잡았다. 동봉에서 오도재∼서봉∼파계봉∼파계재∼한티재∼가산으로 이어지는 완전종주코스는 동계 당일 산행코스로는 결코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체력과 하산시간을 감안하여 코스를 조정하면 되겠다. 서봉 인근의 오도재와 서봉 샘터, 파계재에서 하산하는 길이 열려 있다. 코스 들머리의 갓바위 오름길은 마치 순례와 구도의 길처럼 1시간가량 계단으로 이어진다. 한겨울의 모진 추위도 아랑곳 않는 중생들의 그 지극한 원(願)에 갓바위 부처님(약사여래불)은 천년세월을 마다하지 않고 귀 기울이고 있다. 갓바위에서 약사암 쪽으로 내려서서 왼쪽 능선으로 오르며 산길이 이어진다. 산길 곳곳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바위지대는 팔공산의 면모를 잘 느끼게 해준다. 은해사(영천) 방향 갈림길 이정표가 있는 인봉을 지나면 이내 능성재다. 갓바위에서 1시간 소요. 오늘 운행할 목표 지점인 동봉에 이르는 능선은 올망졸망한 바위봉우리를 많이 만나는데, 오른쪽 산자락 사면으로 우회길이 나있다. 사거리를 이루는 평평한 잘록이(鞍部)인 신령재 왼쪽(서쪽)으로 난 너른 길은 폭포골을 거쳐 동화사로 이어진다. 오른쪽 공산폭포 방향은 등산로가 폐쇄되어 있다. 능성재에서 1시간 소요. 능선을 우회하는 오른쪽의 급사면 길은 바위길 못지않게 위험한 곳이 많으니 특히 동계산행 때는 주의를 해야 한다. 능선에서 바라보이는 비로봉 군사시설물이 가까운 듯하나 생각보다는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느낌이다. 신령재에서 약 40분 정도 진행하면 조암에 닿는데(위치표지판 79번), 왼쪽 바위 지대로 내려서면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 도량인 내원암을 거쳐 동화사로 내려설 수 있다. 조암에서 약 20분이면 염불봉 아래의 휴식하기 좋은 평평한 공간을 만나고 다시 30여분 올라서면 거대한 바위 봉우리인 동봉에 이른다. 북서방향으로 공간이 트인 이 곳은 겨울이면 매서운 칼바람과 추위, 그리고 시간이 빚어놓은 상고대와 설화가 늘 만발하는 곳이다. 비로봉을 중심으로 들어서 있는 거대한 시설물들도 설경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모습이다. 동봉에서 나무계단을 거쳐 왼쪽으로 내려서면 갈림길을 만난다. 정면 능선의 왼쪽에 조금 비켜서있는 푸근한 봉우리가 서봉이고 오른쪽 안부가 오도재이다. 갈림길에서 왼쪽 가파른 돌계단을 내려서는 사거리에서 왼쪽 염불암이나, 정면의 능선(팔공스카이라인능선)을 거쳐 동화사 입구로 내려서며 산행을 마친다. 하산시간은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 자가용 경부고속도∼동대구IC∼팔공산 방향∼갓바위집단시설지구 ■ 대중교통 열차나 고속(시외)버스로 동대구로 이동 한 후,104번 시내버스 이용.(수시운행,40분 소요) (택시요금:2만원) ■ 숙박 집단시설지구(갓바위, 동화사) 숙박업소 이용. 또는 식당 이용 조건으로 숙박할 수 있는 음식점이 많다.(동화사지구 86식당 053-986-0860)
  • ‘커리어우먼의 모델’ 이행희사장 조언

    ‘커리어우먼의 모델’ 이행희사장 조언

    “직장인의 젠더(성·性)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입니다. 뒤에서 ‘나도 할 수 있는데….’라고 속삭이지 말고, 먼저 나서서 여러분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지난 13일 밤 서울 여의도의 빌딩숲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국회의사당 앞 현대카드·캐피탈 건물은 열기가 가득했다.50여명의 여직원들은 밤이 깊은 줄도 모른 채 여성 강사의 열변에 귀를 쫑긋 세웠다. 현대카드·캐피탈의 여직원 조직인 ‘우먼스 네트워크’가 마련한 강연회였다. 강사는 커리어 우먼의 ‘모델’로 떠오른 한국코닝 이행희 사장. 평사원으로 입사해 16년 만인 지난해 최고경영자(CEO)가 된 이 사장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아시아에서 주목받을 10대 여성 기업인’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학은 물론 해외근무 경험이 전혀 없는 그녀가 단시간 내에 다국적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된 데 주목했다. ●“여성의 리더십이 세상을 바꾼다” 리더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차별을 딛고 오직 능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 사장의 경험과 철학은 ‘금과옥조’였다. 직제에도 없는 계장을 거치고서야 대리가 됐던 일, 코닝사의 제품 6만개를 줄줄이 외웠던 경험…. 이 사장의 이야기 보따리를 여직원들은 꼼꼼하게 받아 적었다. 고속승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좌절하거나 실패한 적은 없는지 등 질문도 쏟아졌다. 현대카드·캐피탈에 ‘우먼스 네트워크’가 조직된 것은 지난 9월. 가장 ‘수평적인 조직’으로 평가받는 제너럴일렉트릭(GE)이 전세계 여성 직원들을 하나로 묶고 있는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했다. 대리급 이상 여직원 97명이 모두 ‘우먼스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 전체 직원은 2500여명. 이중 여성이 40%를 차지하고 있지만 대리 이상의 여직원은 전체의 9%에 불과하다. 회사는 갈수록 늘어나는 여성 인력을 키우지 않고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 관리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대리급 이상 여직원들을 조직해 리더십과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출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신입사원 모집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많아지는 ‘여초(女超)현상’이 일반화되고 있지만 아직은 ‘보조자’에 그치고 있는 여성 직장인들의 현실을 고민하는 금융권에서도 현대카드의 이 실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저 여자는 가정이 없나 봐” 설립 초기에는 ‘우먼스 네트워크’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짜임새 있는 참여 프로그램이 없으면 흔한 여성 친목단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기우였다. 학벌과 군대, 술자리 등으로 이미 탄탄한 ‘네트워크’가 있는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의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열망과 참여는 뜨거웠다. 강연회 사회도 돌아가면서 맡을 정도로 철저한 참여 속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산됐다. 사장과 임원들을 불러내 회사 사정과 경제 전반을 묻고 토론했다. 진석현 인력개발팀장은 “네트워크 출범 이후 여직원들의 자세가 몰라보게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 직원들은 아직도 멀었다고 느끼고 있다. 남성이 열심히 일하면 성실하다고 칭찬하지만 여성이 밤 늦도록 사무실을 지키면 ‘독종’이라며 수군대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네트워크의 회장격인 성경희 소비자보호센터 부장은 “남자 상관이 ‘NO’하면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여자 상관이 ‘NO’하면 ‘왜 저렇게 깐깐하지?’라는 반응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행희 사장은 여성들이 먼저 피해의식을 버리고,“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많은 여사원들이 이에 공감하면서도 “여성의 한계를 미리 단정짓는 남성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남은 직장 생활에서 무엇을 더 이루고 싶으냐.”는 질문에 이 사장은 “글로벌 리더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 답변을 듣는 여직원들의 표정에는 부러움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 짙게 묻어났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남자 전업주부’ 9년째 차영회씨

    ‘남자 전업주부’ 9년째 차영회씨

    “전업 주부(主夫)를 하겠다는 남성들, 진정으로 양성평등 의식이 있는지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차영회(46)씨는 올해로 9년째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대학에서 기독교 교육을 전공하고 출판업에 종사했던 그는 1997년 외환위기의 칼바람에 직장을 잃은 뒤 아내 대신 집안일을 돌보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아내가 회사에서 팀장이 돼 연 4000만원 이상을 벌어 오지만 당시만 해도 아내만의 수입으로 살림하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그러나 경제적인 어려움보다도 어린 아들(현재 초등학교 6학년)을 놀이터에 데리고 나가 놀 때 받았던 따가운 시선이 더 힘들었다. 강산이 한번 변할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남녀 직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일로써 사람을 봐야 하는데 성별에 따라 일을 구분하고 있죠. 밖에서는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유독 집에서만은 남녀 역할이 고정돼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상황에 떠밀려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섰지만 9년간 느끼고 체득한 바가 크다. 집안일을 하면서 비로소 아내를 이해하게 됐고, 거기에서 우러나온 믿음이 행복한 결혼생활의 밑바탕이 된다는 것을 절감했다. 처음 방송을 통해 ‘살림하는 남자’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렸던 것은 동성애자의 ‘커밍아웃’과도 같았다. 요즘 젊은 남성의 상당수가 ‘나도 집에서 살림할 수 있다.’고 대놓고 말하는 걸 보면 엄청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젊은 사람들이 그저 기특하게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살림만 하겠다는 생각이 양성평등 의식에서가 아니라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큰 문제입니다. 살림하겠다는 남자들 가운데 지금 집에서 직접 양말을 빨아 신고 설거지 하는 사람의 비율이 30%라도 될지 의문입니다. 지금도 안하는데 나중에 결혼에서 하겠다는 것은 일종의 허풍 아닌가요.” 이혼 사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성격차이’는 상당부분 가사분담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맞벌이 가정에서 남편이 아내에게만 가사를 미루는 게 불씨가 돼 결국 이혼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가정의 일은 어느 한쪽이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결해야 합니다.” 그는 “요즘 가정해체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면서 “속을 들여다보면 70% 이상이 남자로부터 문제가 비롯된다.”고 덧붙였다. 전업주부로서 그가 얻은 것은 아내에 대한 이해, 나아가 여성에 대한 이해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직접 키울 수 있었던 것이 그에게는 그 어떤 경험보다 소중하다. 요즘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학교 2학년 딸아이를 대하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그동안 함께 해왔기 때문에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오징어로 만드는 요리 빼고는 웬만한 음식은 문제없다는 주부 차영회씨. 사회생활과 집안일 모두 경험해 본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한테 가장 맞는 것, 상대방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돕는 것이 바로 함께 살아가는 법 아닐까요.”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길섶에서] 모닥불/우득정 논설위원

    그 시절 마을 뒤편 산 끝자락을 잘라낸 외진 곳은 겨울철 아이들의 단골 놀이터였다. 아이들은 시래기국에 꽁보리밥 한그릇을 후딱 비우곤 놀이터로 몰려들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모두가 물기 젖지 않은 솔가지, 솔방울, 솔잎을 두 손 가득 들고 왔다. 그러곤 솔 향기짙은 모닥불 주변에 모여 어제 했던 잡담을 이어갔다. 벙어리장갑조차 얻어 챙기지 못했던 아이들은 갈라터진 손등과 칼바람에 실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난 뺨을 불 위에 대고 연신 문질렀다. 반질반질해진 소맷자락에 흘러내리는 콧물을 쉴 새 없이 닦으면서. 누구도 점심시간이 됐다는 말이 없다. 슬그머니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면 점심을 먹고 왔겠거니 생각할 뿐이다. 그래도 놀이터엔 이따금 행운이 찾아들기도 했다. 지난가을 산비탈을 일구어 고구마 농사를 지었던 아제가 또래 아들놈을 앞세우고 주먹보다 실한 고구마 여남은개를 들고 나타난다. 재만 수북한 잔불 위로 고구마를 올리곤 생소나무 가지를 꺾어 덮으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군고구마가 만들어진다. 입가가 온통 숯검정으로 변해도 그날은 행복했다. 수은주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던 날 버스 정류장 건너편 공사장의 모닥불이 기억 너머에서 끄집어 내준 어린시절의 한 토막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08일 TV 하이라이트]

    ●리얼다큐 여자(EBS 오후 9시30분) 아침에 일어나면 가고 싶은 학교, 참된 행복의 의미를 배우고 깨우치는 학교, 그런 이상적인 학교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제 부모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섰다. 행복한 학교, 행복한 마을 만들기에 열정을 다바치는 ‘호호 선생님’ 정현영씨를 만나 성미산학교 이야기를 들어본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오후 8시55분) 첫 눈이 내리던 날, 반팔, 반바지 차림에 맨발로 거리를 활보하는 사나이.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겨울을 맨발로 평정해 ‘맨발의 청춘’으로 불리는 63세의 김성열씨를 만난다. 설탕을 보석보다 더 값지게 여기는 83세 난 할아버지. 설탕이 가장 맛있다는 할아버지의 달콤한 인생 속으로 들어가보자.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25분) 한국 역사가 해외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가르쳐지는지 해외리포터를 직접 연결해 점검한다. 중국의 교과서는 고구려사를 비롯한 한국의 전근대사 내용이 아예 없는가 하면 발해를 중국 지방정권으로, 고구려를 중국역사로 왜곡한 교과서도 있다. 호주에서는 교사가 개인적으로 수집한 자료로 수업을 한다.   ●맨발의 청춘(MBC 오후 8시20분) 정환이 화숙의 사기행각을 감춰주는 바람에 최 영감은 헛수고만 한다. 화숙은 정환이 자신을 감싸주자 어쩔 줄 몰라하지만, 정환은 차갑게 돌아선다. 충격으로 멍하니 앉아있던 화숙은 정환을 찾아가 잘못했다며 무릎을 꿇지만 정환은 다시는 사람 진심을 배반하는 죄받을 짓 하지 말라며 냉랭하게 돌아선다.   ●클래식 오디세이(KBS1 밤 1시25분) ‘클래식스 오브 투데이’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단독 내한공연을 갖는 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의 공연 소식을 전한다. 정만섭의 ‘포노그래프’에서는 ‘바이올린의 황제’로 불리는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를 소개한다. 또 ‘뮤직 갤러리’에서는 첼리스트 유대연을 만난다.   ●황금사과(KBS2 오후 9시55분) 구치소 병감에 도착한 경숙, 경구, 경민, 창한에게 천동은 마지막으로 “아버지는 살인 죄인이 아니다. 진실을 꼭 밝혀달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아버지의 유품을 태우고 있는 경숙에게 미자는 서울에 같이 가서 살자고 하지만 경숙은 할머니와 동생들 때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다고 한다.
  • [김후년의 클럽하우스] 겨울철 라운드 요령

    [김후년의 클럽하우스] 겨울철 라운드 요령

    폭설 후 찾아온 강추위. 골프를 잠시 접는 사람이 늘어나는 때다. 살을 에는 듯한 바람과 콧등을 얼게 하는 강추위에 웅크린 몸은 굳어질 대로 굳어져 부드러운 스윙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입김을 호호 불어가며 손을 녹이려 애를 쓰지만 그립을 만드는 것조차 어렵다. 언땅을 두드리듯 만들어낸 샷이 멋지게 그린 위로 솟지만 공은 튕겨나가기 일쑤.“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며 속으로 외쳐대는 것도 한두 번. 재미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하루 종일 몸이 움츠러든 상태에서 움직이다 보니 마지막 홀 그린에 올라설 때의 아쉬움이나 라운드를 마친 뒤 목욕탕에서 느끼는 뿌듯함과 개운함은 찾기 힘들다. 골프 연습장도 마찬가지. 타석마다 보온 시설을 갖추긴 했지만 갑작스런 추위에 골프채를 휘두르는 강심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간해서 차지하기 힘들던 1층 타석에만 몇몇 ‘환자’가 있을 뿐이다. 이쯤되면 따뜻한 남쪽 제주도를 찾거나 그 비용에 몇 푼 더 보태 동남아로 떠날 일이다. 하나 어쩌랴. 동남아도 한두 번이지 매주 나갈 수는 없는 노릇. 또 오랜만의 라운드 제의를 날씨가 춥다고 거절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추위에 상관없이 골프장을 찾아야 한다면 그동안 체득한 겨울 골프의 요령을 맘껏 발휘하는 수밖에 없다. 예기치 못한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라운드 전 굳은 관절을 스트레칭으로 충분히 풀어주고 스윙도 평소보다 30% 정도는 줄여야 한다. 평소 1시간 거리의 서울 근교 골프장도 연말 부쩍 늘어난 차량 탓에 제 시간에 도착하기는 그리 만만치 않다. 한 시간 넘게 차에 앉아 있다 보면 몸은 자연스럽게 굳어진다. 라운드 전 스트레칭은 계절에 관계없이 상식으로 통하지만 칼바람 부는 코스로 나서는 겨울 골퍼에겐 빼먹어서는 안될 필수행위다.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타트하우스에서 잡담이나 하며 티오프를 기다리기보다는 차라리 몇 분 더 투자해 라커 목욕탕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충분히 덥힐 것을 권한다. 굳은 관절이 풀리는 것은 물론 혈액 순환에도 그만이다. 코스에 나서면 카트를 타기보다는 잰걸음으로 걸을 것.18홀을 도는 동안 카트에 앉아 있는 시간은 의외로 길다. 라운드 전 덥혀 놓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걷다 보면 행여 진행이 늦어질까 보이지 않게 째려보는 캐디의 싸늘한 눈초리도 면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골프 칼럼니스트 golf21@golf21.com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日행정구역 통합 학산시 현장탐방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日행정구역 통합 학산시 현장탐방

    일본 고이즈미 정부의 주요 개혁과제인 시(市)·정(町)·촌(村) 합병작업인 ‘헤이세이(일본의 연호) 대합병’이 진행 중이다.1999년 3232개이던 기초자치단체는 내년 3월 1821개로 대폭 줄어든다. 총무성은 대통합의 잘잘못을 내년 3월까지 검증, 합병 후의 문제점을 줄여가겠다는 구상이다. 합병 작업이 진행중인 이시가와현 학산(白山)시를 찾았다. |학산(이시가와현) 이춘규특파원|도쿄 서북쪽, 동해안 연안의 이시가와현 학산시는 지난 2월 1시,2정,5촌이 합병해 탄생했다. 이시가와현 최대의 면적에 인구는 11만명이 됐다. 합병 뒤 선거를 통해 새 통합시장이 탄생했고, 각 시·정·촌 의회는 해산, 시 의회로 통합됐다. 격변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는 셈이다. ●변화의 칼바람 맞은 상층부 합병에 따른 변화는 격렬하다. 우선 8개 자치단체장 중 시라미네 촌장 등 7명은 자리를 잃고, 맛토 시장이었던 통합 학산시 카도 미쓰오(74) 시장만이 기초단체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부단체장도 8명에서 1명으로 줄었고, 교육장과 회계·재정담당자도 역시 8명에서 1명으로 축소됐다고 기타노 고이치 학산시 총무부장이 설명했다. 지역사회 상층부 32명 중 28명이 대통합으로 인해 졸지에 자리를 잃은 것이다. 지역유지들인 의회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시·정·촌 의회 8곳의 의원들은 합해서 100명 정도였다. 카도 시장은 “숫자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견도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단체장, 부단체장 등이 크게 줄었는데 안줄일 수 없다고 판단,35명으로 대폭 줄였다.”고 설명했다. ●대통합의 바람은 이제 시작일 뿐 하지만 군살빼기는 시작일 뿐이다. 시의회 의원 정수는 차기 선거 때 28명으로 준다. 이처럼 인건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상층부만 줄여도 예산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시관계자들의 설명이다. 8개 시·정·촌 소속 직원들은 한개 시의 직원이 됐지만 아직까지 1040명의 정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카도 시장은 “10년에 걸쳐서 직원을 200명(20%) 정도 줄이겠다. 인위적인 조기퇴직보다는 채용 인원을 3분의 1, 혹은 5분의 1로 해서 줄이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학산시, 자력갱생 목표 일본 정부는 합병 작업이 지지부진하자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들었다. 재정적인 압박과 지원을 병행한 것이다. 덩치를 줄이는 자치단체는 중앙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깍겠다고 선언, 대부분이 통합대열에 끼었다. 학산시도 마찬가지다. 학산시는 8개 시·정·촌이 기존의 이름을 모두 버리고 일본의 3대 명산 중 하나인 학산 자락에 위치한 점을 살려,‘학산시’로 태어났다. 지명도를 높여 관광과 공업, 농업으로 자립하겠다는 의지였다. 학산시도 통합에 따라 중앙정부에서 10년간 450억엔(약 4000억원)의 특별지원을 받을 자격이 생겼다. 그 중에서도 70%는 중앙정부의 직접 지원금이다. 하지만 카도 시장은 “중앙정부 지원은 빚일 뿐이다. 따라서 100억엔 정도만 지원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학산의 관광자원·특산물 알린다 학산시는 우선 명산 학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 수입을 늘릴 예정이다.8개 자치단체에 흩어졌던 축제, 고산식물 등 관광자원을 모아 시너지효과를 노린다. 학산 브랜드의 각종 상품들을 개발, 판매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학산시내 5개의 니혼슈(청주) 회사들은 ‘학산’을 특허 형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학산이란 상표로 청주 등을 생산, 판매하며 280년,16대째 이어온 고보리주조사 고보리 히로야스 기획실장은 “최고의 청주 생산을 위해 최고의 쌀과 물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학산이란 청주로 고향도 알리고, 세수 증대에도 기여하려는 것이다. 학산 청주는 도쿄, 홋카이도, 가고시마 등 일본 전역에서 유명하고 해외로 수출도 되고 있다. 학산시를 흐르는 테도리가 천은 매년 10월말부터 11월말까지 연어낚시꾼들로 붐빈다.1978년부터 이시가와수산종합센터가 매년 2∼3월 600만∼800만 마리의 연어 치어를 방류, 매년 1만∼2만 마리의 팔뚝만한 연어들이 모천으로 회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1920년대부터 학산에서는 대규모 산사태가 빈발, 이후 첨단의 사방(砂防) 기술을 발달시켰다. 이런 기술은 한국과 타이완, 중국 등지로 전수되는 중이라고 한다. 일제 식민지 시절 학산에서는 사방공사에 동원된 수많은 조선인들이 100㎏ 전후의 바윗덩어리를 나르다 희생된 어두운 역사도 있다. taein@seoul.co.kr ■ 행정구역개편 이렇게 |학산(이시가와현) 이춘규특파원|일본의 대규모 행정제도개편은 이번이 세번째다.19세기말 메이지정부가 시·정·촌제를 도입하며 농촌위주의 봉건적 행정체계가 사라졌다. 전후 1953년부터 3년간은 역시 시·정·촌 합병인 ‘쇼와대합병’이 이뤄졌고, 이번 합병이 세번째다.47개의 광역단체 수를 대폭 줄여 도·주제(道州制)를 실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번 대합병의 가장 큰 목적은 악화일로의 재정난 타개다. 시대 흐름에 맞게 통합, 재정지출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다.50여년 된 현행 제도는 교통망 발달에 따른 생활권광역화에 적합지 않다는 점도 이유다. 이농현상에 따른 농촌·산간지역의 인구 감소도 행정비효율을 초래했다며 통합을 재촉했다. 앞으로 중앙정부는 통합 지자체의 예산과 공무원 수 삭감을 유도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합병은 지자체 의회의 결의와 주민투표 등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재정적 유인책이 컸고, 일부 강제성도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자치를 보장한 헌법에 반한다는 비판도 있고, 환상이란 우려도 있다. 대합병에 따른 명암도 엇갈린다. 새로운 통합자치단체 신청사 등 대규모 공공시설공사가 많아 합병특수가 있다. 주민의식조사, 신도시건설 계획 등 컨설팅업체도 분주하다. 반면 서리를 맞는 곳도 적지 않다. 이미 기초단체장, 부단체장, 교육장 등 많은 지역유지들이 자리를 잃었다. 전국의 정·촌을 회원으로 해 정·촌의 요구를 정부에 전달해 온 ‘전국 정·촌회’도 회원수가 격감, 회비수입이 줄며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전국의 정·촌수는 2003년 4월 2513개였지만 7일 현재는 1395개이다. 대합병이 완료되는 내년 3월말에는 1045개로 줄어들 전망이다. taein@seoul.co.kr ■ 학산시 술도가 오쿠무라부부 |학산(이시가와현) 이춘규특파원|우리나라의 막걸리와 흡사한 도부로쿠(탁주)가 고이즈미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덕분에 대중주로 부활하고 있다. 여관 ‘시시쿠소’ 주인 오쿠무라 에이지 부부도 대합병과 규제완화 등 개혁 바람의 한복판에서 ‘도부로쿠 특구’를 앞세워 새로운 학산시 알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도부로쿠 특구는 무엇인가.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술도가에서만 제조하던 도부로쿠를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일반시민도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시작했다. ▶조건은 무엇인가. -숙박시설을 갖춘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고, 자신의 집에서 쌀을 생산해야 한다. 면적 제한은 없다. 냉장보관숙성 시설 등 생산설비도 자격요건이다. 주세법의 제약이 남아 있다. ▶왜 이 동네에 특구가 허가났나. -이 곳은 술이나 미소(일본식 된장), 간장, 미네랄 등 공업이 번성했다. 이런 전통에 따라서 도부로쿠 특구도 허가가 난 것으로 보인다.6주간 연수도 필요했다. ▶학산은 왜 술이 유명한가. -기온의 연·일교차가 크기 때문이다. 청주나 도부로쿠를 발효시키려면 온도 조건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나 이시가와현의 지원은 없나. -비품을 시에서 구입한 걸 빌려쓰고 있다. 생산공정도 지원해주고 있다. ▶맛이 궁금하다. -청주와는 전혀 다르다. 알코올 도수는 청주와 비슷하지만 마시기가 쉽다. ▶외부에서 온 손님에게도 파는가. -고객이 와서 사갈 수는 있다. 그러나 내가 직접 들고 가 팔 수는 없다. 숙박손님이 사서 들고 갈 수도 있지만, 택배로 부칠 수는 없다. taein@seoul.co.kr
  • [마니아] 용산구청 산행동호회 ‘마루금’ 백두대간 종주

    [마니아] 용산구청 산행동호회 ‘마루금’ 백두대간 종주

    “주말을 이용해 23회에 걸쳐 백두대간을 오르내리며 느낀 것이 많았습니다. 백두대간으로부터 배운 것을 용산구 발전을 위해 풀어내야죠.” 산을 좋아하는 서울 용산구청 직원 5명이 지난해 3월부터 2년에 걸쳐 백두대간 남한 쪽 전구간 734.65km를 밟았다. 지리산 성삼재에서부터 진부령까지다. 이들은 아마추어들이지만 백두대간을 종주하면서 전문 산악인처럼 바뀌었다. 용산구의 대표 ‘산(山)사람’이 된 이들은 “통일이 되면 진정한 백두대간 종주를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입을 모았다. ●산맥과 산맥,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마루금’ 용산구청 주민자치과 박승일(41)씨를 대장으로 김명선(40·원효로 제1동)·서오성(37·총무과)·신성철(34·총무과)·윤일영(52·재난안전관리과)씨 등 5명의 초보 산악인들은 백두대간 종주를 하기 위한 팀 이름을 ‘마루금’이라고 정했다.‘마루금’은 산맥과 산맥,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선이라는 순우리말이다. 평소 산을 좋아하는 박승일씨가 2003년 용산구 직원 전체가 참여한 가을산행 뒤풀이 자리에서 몇몇 친한 사람에게 백두대간 종주를 제의한 것이 ‘마루금’탄생의 시작이다. 백두대간 종주가 얼마나 어려운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지식과 정보는 하나도 없는 상태였다. 단지 ‘한 번 해보자.’는 강한 의지만 있을 뿐이었다. 박승일 대장은 “농담처럼 던진 말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2년 가까이 종주를 하면서 위험한 순간이나 중단될 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동료의식으로 잘 견뎠다.”고 말했다. ●첫 등반때 과태료 물기도 ‘마루금’의 첫 등반은 지난해 3월12일 지리산에서 시작됐다.‘소구간 종주법’(구간을 작게 나눠 종주하는 방법)을 이용해 종주노선은 ‘시남종북형’(始南終北形·남쪽 지리산에서 시작해 북쪽 진부령에서 마치는 유형)을 택했다. 첫 등반부터 ‘마루금’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당시 지리산은 산불방지 출입통제 기간이었기 때문에 산행할 수 없었지만,‘마루금’은 아무것도 모르고 산행을 감행했다. 결국 공무원이 또 다른 공무원인 지리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적발돼 과태료 10만원씩을 부과받은 것이다. 김명선씨는 “서울 용산구청 공무원이라는 사실이 들킬까봐 조마조마했다.”면서 “공무원은 어딜 가도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마루금’은 지리산 천왕봉을 시작으로 설악산 진부령까지 백두대간 굽이굽이 총 734.65km 구간을 23회 산행, 총 42일간의 일정으로 종주에 성공했다. 그동안 오른 산이 지리산·덕유산·속리산·소백산·태백산·오대산·점봉산·설악산 등 이다. 산을 하나하나 오를 때마다 용산구청 직원들의 응원은 계속 늘어갔다. 박승일 대장은 “중간에 포기할 뻔한 적도 있었지만 자꾸 늘어만 가는 구청직원들의 응원과 관심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면서 “이번 백두대간 종주는 결국 용산구청 전체의 힘”이라고 말했다. ‘마루금’의 또 다른 대원인 서오성씨는 “마지막 등반일이었던 10월22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새벽 미시령에서 맞은 하얀 첫눈과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설경은 백두대간 종주 완성을 축하하는 하늘의 선물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마루금’은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고 벌써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백두대간에서 뻗어나간 우리나라 13정맥(남한 9정맥·북한에 4정맥)을 모조리 오르는 것이다. 백두대간 종주의 기쁨을 원동력으로 이르면 내년부터 남한쪽 9정맥을 등반할 계획이다. 또 통일이 되면 나머지 대간과 북한 지역의 4정맥도 올라 반드시 백두대간 13정맥을 넘겠다는 야무진 포부도 밝혔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마루금’ 백두대간 종주일지 (1)성삼재∼만복대∼정령치∼여원재 ▲2004년 3월12일(금)∼3월13(토) ▲백두대간 첫 번째 산행. 산불방지 출입통제 기간에 산행을 했기 때문에 적발돼 과태료 10만원씩 부과받음. (2)여원재∼고남산∼치재∼봉화산∼중재 ▲2004년 4월9일(금)∼4월11일(일) (3)중재∼백운산∼영취산∼육십령 ▲2004년 5월7일(금)∼5월8일(토) (4)중산리∼지리산∼성삼재 ▲2004년 5월23일(일)∼5월25일(화) (5)육십령∼덕유산∼빼재∼삼봉산∼소사고개∼대덕산∼덕산재 ▲2004년 6월10일(목)∼6월13일(일) ▲산장에서 식수도 제대로 구하지 못해 고생. 야박한 식당 주인 때문에 편히 쉬지도 못한 곳. (6)덕산재∼부항령∼삼도봉∼밀목재∼화주봉∼우두령 ▲2004년 7월16일(금)∼7월18일(일) ▲폭우를 온몸으로 맞으면서 산행을 감행.(7)우두령∼황학산∼궤방령∼가성산∼눌의산∼추풍령∼금산∼작점고개 ▲2004년 7월23일(금)∼7월25일(일) (8)작점고개∼용문산∼큰재∼백학산∼지기재∼신의터재 ▲2004년 8월13일(금)∼8월15일(일) (9)신의터재∼화령재∼봉황산∼비재∼형제봉∼속리산∼밤티재 ▲2004년 9월10일(금)∼9월12일(일) (10)밤티재∼청화산∼조항산∼대야산∼버리미기재 ▲2004년 10월8일(금)∼10월10일(일) (11)버리미기재∼희양산∼이화령∼조령산∼조령3관문 ▲2004년 10월22일(금)∼10월25일(월) ▲고도차가 심한 곳이어서 산행이 힘들었지만 가을 단풍의 전경이 힘든 것을 모두 보상해 줬다. (12)조령3관문∼포암산∼대미산∼차갓재 ▲2004년 11월12일(금)∼11월14일(월) (13)차갓재∼황장산∼벌재∼저수재∼도솔봉∼죽령 ▲2004년 12월11일(토)∼12월12일(일) (14)죽령∼소백산∼고치령∼마구령∼갈곶산∼늦은목이 ▲2005년 1월 22일(토)∼1월23일(일) ▲소백산 칼바람을 맞으며 산행했지만 설경의 아름다움은 잊을 수 없는 곳. (15)늦은목이∼선달산∼구룡산∼태백산∼화방재 ▲2005년 3월25일(금)∼3월27일(일) 16화방재∼함백산∼매봉산∼피재∼건의령∼덕항산∼황장산∼댓재 ▲4월15일(금)∼4월17일(일) 17댓재∼두타산∼청옥산∼백봉령 ▲2005년 5월27일(금)∼5월29일(일) 18백봉령∼석병산∼삽당령∼닭목재∼고루포기산∼능경봉∼대관령 ▲2005년 6월10일(금)∼6월12일(일) 19대관령∼선자령∼소황병산∼노인봉∼진고개 ▲2005년 7월15일(금)∼7월16일(토) ▲대관령 드넓은 목초지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 백두대간의 보너스 구간이란 말이 실감난다. 20진고개∼동대산∼두로봉∼약수산∼구룡령 ▲2005년 8월13일(토)∼8월15일(월) 21한계령∼점봉산∼단목령∼조침령∼쇠나드리∼갈전곡봉∼구룡령 ▲2005년 9월23일(금)∼9월25일(일) 22미시령∼공룡능선∼희운각∼대청봉∼한계령 ▲2005년 10월13일(목)∼10월15일(토) 23미시령∼상봉∼신선봉∼병풍바위∼마산∼진부령 ▲2005년 10월21일(금)∼10월23일(일)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CJ나인브릿지클래식] 이지영 “이젠 미국무대”

    물로 둘러싸인 18번홀 그린. 사흘 내내 한라산 자락을 휘어감던 제주의 칼바람조차 20살 ‘루키’의 챔피언 퍼트 앞에서는 잠시 숨을 죽였다.2m 남짓을 굴러가다 컵속으로 떨어지는 공소리. 그제서야 사방을 호위하던 억새들은 ‘신데렐라’의 탄생을 축하하듯 맹렬히 몸을 흔들어댔다. 한국여자오픈 챔프 이지영(20·하이마트)이 30일 제주 나인브릿지골프장(파72·6306야드)에서 벌어진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총상금 135만달러) 3라운드에서 1오버파를 쳤지만 최종합계 5언더파 211타로 첫 세계무대 정상에 올랐다. 맹렬히 뒤를 쫓던 공동 2위 김미현(28·KTF) 카린 코크(스웨덴)와는 3타차. 사흘 내내 선두를 지키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일궈낸 이지영은 이로써 상금 20만 2500달러와 함께 향후 1년간 LPGA 조건부시드 1순위와 이듬해 풀시드권을 따냈다. 빠르면 새달 10일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에서 개막하는 LPGA 투어 토너먼트오브챔피언십에서 미국무대 데뷔전을 치른다. LPGA 비회원 우승은 통산 14번째, 한국선수로는 고우순 안시현에 이어 세번째다. 이지영은 지난해 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드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올해 프로에 입문한 새내기.5개월 만에 한국여자오픈에서 첫 승을 거뒀지만 이후 신통한 성적을 내지 못하다 대회 첫 출전 만에 2003년 안시현(21·코오롱엘로드)에 이어 두번째 ‘유리구두’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첫날 벌어놓은 7언더파의 불꽃타가 ‘대박’의 원동력. 이지영은 첫날 7언더파로 큰 걸음을 내딛고 이튿날 1오버파로 주춤한 뒤인 이날도 과감한 샷으로 꿋꿋하게 선두를 지켜냈다. 이지영과 함께 우승조에서 출발한 김미현은 18번홀 티샷이 항아리벙커에 빠진 위기를 침착하게 탈출한 뒤 그림같은 5m짜리 롱퍼트를 성공시켜 파세이브, 카린 코크와 함께 공동2위에 올랐다. 장정(25)은 1언더파 215타로 박희영과 동타(1언더파 215타)로 공동 4위. 이밖에 막판 2언더파의 뒷심을 발휘한 박지은(26·나이키골프)이 합계 이븐파 216타로 공동 6위, 정일미(33·기가골프) 안시현 한희원(27·휠라코리아) 등이 공동 10위에 올라 한국선수 8명이 ‘톱10’에 무더기 입상했다.‘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이날 2타를 줄이고도 합계 4언더파 공동 14위에 그쳐 제주의 악몽에 또 눈물을 뿌렸다. 제주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화섬업계 구조조정 끝이없다

    화섬업계 구조조정 끝이없다

    화섬업계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대부분 업체는 설비 철거, 감산을 검토 중이고, 이에 따른 인력 감축에도 나서고 있다. 신사업 시작 등 사업구조 재편작업도 강하게 추진 중이다. 화섬업계는 90년대말 외환위기 이후 세계적인 공급 과잉과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다퉈 감축, 감산, 감원 ㈜코오롱은 지난 21일 매달 20억원의 적자가 나고 있는 경북 구미공장과 경산공장의 스판덱스 생산라인을 정지시켰다. 코오롱은 향후 1∼2개월간 재고를 정리하며 업계 추이를 관망한 뒤 라인 폐쇄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스판덱스 라인의 정지가 추가 구조조정의 시작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노사 갈등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1000여명, 38%의 인원을 감축했었다. ㈜효성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설비를 정리하고 공정을 합리화하는 등 상시 구조조정 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지난 2월 울산 폴리에스테르 원사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노조와의 합의 하에 300여명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태광산업도 스판덱스에 대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태광산업은 현재 울산공장의 연산 2만 6000t 규모의 스판덱스 생산 규모를 연산 3000t으로 감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워크아웃 중인 동국무역은 1차 스판덱스 공장 매각이 무산된 이후 최근 2차 매각 작업을 위해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다. 역시 워크아웃 중인 새한은 2006년말까지 워크아웃 기간이 2년간 연장됐다. 지난 5월 경북 경산공장 부지를 2560억원에 매각했고, 도레이 새한 주식 1086만 2000주를 매각했다. 한국합섬은 폴레에스테르 생산라인 40개 가운데 3개 라인을 가동 중단했다. ●너도나도 신사업 화섬업체들은 기존의 순수 화섬에서 벗어나 자동차 소재나 필름 등 전자소재ㆍ바이오사업 등에 진출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타이어코드 등을 생산하는 산업자재ㆍ화학부문과 중공업ㆍ무역부문 등을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2006년까지 화학·제조, 건설, 패션·유통 등 3개 핵심 사업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새한도 정수기 필터나 광확산판 등 플라스틱 소재를 생산하는 환경소재 부문을 신사업으로 선정, 전력 투구하고 있다. 새한은 광확산판을 9월부터 본격 양산해 2007년에는 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폴리에스테르와 나일론의 공급과잉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획기적으로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인력이나 설비부문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휼렛패커드 ‘칼바람’

    컴퓨터와 주변기기 등을 생산하는 미국계 다국적기업 휼렛패커드(HP)가 앞으로 1년6개월에 걸쳐 직원의 10%가량인 1만 4500명을 감원하겠다고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전임 최고경영자(CEO) 칼리 피오리나가 실적 부진을 이유로 물러난 뒤 지난 3월 새로 부임한 마크 허드가 내놓은 이번 감원 계획은 2002년 피오리나가 컴팩을 인수한 이후 그해 말까지 9000명을 줄인 것보다 큰 규모다. 신임 CEO 허드는 최근 수년간 계속돼온 고비용 저성장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HP는 인력 감축을 통해 2006년 11월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부터 연간 16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감원과 함께 연금 지급 규모도 축소해 연간 3억달러가량의 경비를 줄일 계획이다. 감원은 50% 이상이 정보기술(IT)과 재무·인사 부문에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은 그동안 기업들과 공공부문에 대한 판매를 전담해온 별도 영업조직도 해체할 계획이다. HP는 미국내 직원들에게 명예퇴직 프로그램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국가별 감원 규모나 IT와 재무·인사 부문을 제외한 다른 부문의 감원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의 분석가 로라 코니글리어로는 “HP의 계획은 합리적이며 필요한 것”이라면서도 “가격 정책에 일관성이 없어 충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HP는 최근 5년 동안 주식가격이 50% 이상 폭락하는 등 경쟁사인 델에 밀려 고전해 왔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씨줄날줄] 메이데이/우득정 논설위원

    115주년 노동절이었던 어제는 ‘비정규 권리보장 입법투쟁’의 기치를 걸고 한국노총위원장과 민주노총위원장이 공동단식투쟁에 돌입한 지 10일째 맞는 날이었다. 두 위원장은 처음으로 상대노총 행사에 참석해 연대사를 발표하는 등 노동계의 단합을 과시하기도 했다.1987년 민주항쟁과 더불어 주요 변혁운동으로 노동이 표면화된 이래 자본과 노동의 대결구도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80년대 말 18.5∼19.8%에 이르던 노조조직률이 최근에는 사상최저 수준인 11%까지 떨어지는 등 노동운동은 대중성 상실로 전례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전투적 노동운동이 초래한 참화’라는 비판적 시각에서 ‘거대 자본권력의 집요한 방해 공작’으로 보는 견해에 이르기까지 갈수록 떨어지는 노조조직률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그럼에도 최근 비정규직 입법논란에서 보듯 노동운동의 폭발 잠재력은 여전히 대단하다. 빙산의 일각처럼 노조원 155만명 뒤에는 1500만 임금노동자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면서 자본의 독점화가 가속될수록 빈부의 양극화도 심화된다는 현실적인 위기감이 임금노동자들의 의식을 한끈으로 묶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상화되다시피한 구조조정의 칼바람도 노동자들의 결집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또다른 투쟁의 동력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의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10년 전 ‘노동의 종말’에서 암울한 예언을 했듯이 기계화·자동화에 이어 정보화의 파고에 밀려 없어지는 일자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수요에 비해 노동 공급량이 2.5배 가량 많다는 보고서도 나왔던 것 같다. 게다가 개도국과 선진국은 13억의 중국과 10억의 인도라는 사상유례없는 저가공세에 직면해 있다. 프랑스가 법정근로시간 폐지를 통해 근로시간을 늘리고 독일의 노조가 추가수당없이 근로시간 연장에 합의하는 등 반노동 움직임으로 돌아선 것도 생존환경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 노동계가 노동절을 맞아 비정규직 보호문제와 더불어 자체 생존권이 걸린 노조전임자 임금이나 복수노조문제를 거론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용없는 성장’시대를 맞아 일자리 창출과 지키기에 나선 선진국 노조들의 지혜는 우리도 하루빨리 받아들여야 할 숙제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우리네 恨에는 복수 아닌 소망 담겨”

    “우리와 일본의 ‘한’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일본은 ‘우라미’ 즉 ‘복수의 한’이지요. 군국주의로 갑니다. 칼바람과 그로테스크, 에로티시즘과 난센스로 가고 있지요. 반면 우리는 ‘소망의 한’입니다. 가난과 무지를 극복하려는, 미래 지향적이고 탐구의 한의 담겨 있습니다.” 원로 소설가 박경리(79)씨. 따뜻한 봄날을 맞아 모처럼 일반인들을 상대로 문학강연을 했다. 주제는 ‘문학의 향기-박경리의 공간’이었다. 강연 도중 일본과 중국 등 이웃나라의 최근 행태에 대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던져 관심을 모았다. 지난 23일 강원도 원주의 토지문화관 1층 강의실. 대학교수와 문학지망생 등 전국에서 150여명의 문학팬들이 모였다. 토지문화관 바로 옆 자택을 나오면서 박씨는 “3년 만에 이런 자리에 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단에 오른 그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이다. 주제는 문학강연이지만 생명과 건강 얘기를 좀 하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물질과 영혼, 시·공간 속에서의 생명의 본질을 어떻게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을 자주 던졌다. 또한 세상은 물과 불, 창과 방패같은 영원한 상극이 있듯이 인간은 어차피 ‘모순’ 속에서 행복과 불행, 죽음과 탄생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양은 이러한 모순을 인정하지 않고 오직 하나의 결과를 얻기 위해 끝없이 전쟁과 살육을 벌여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인류는 이제 민족주의를 버려야 할 시점이며 통합을 안하면 멸망만 초래할 뿐.”이라면서 “하지만 일본 같은 나라가 있어서 세계 통합은 어렵다.”고 겨냥했다. 또 “이순신 장군처럼 민족을 지키는 것은 위대한 도덕이지만 (일본처럼)남을 약탈하고 남의 나라에 쳐들어가는 것은 인류의 죄악”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얼마 전 일본 기자들이 집으로 찾아왔더군요. 그들에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난 반일(反日)작가이지만, 반일본인(反日本人)은 아니다. 일본인도 인류의 차원에서 보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느냐.‘사람’이란 이름으로 얼마든지 손을 잡을 수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입니다.” 앞에 언급한 것처럼 한국과 일본의 ‘한’을 비교한 그는 “일제 때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우리 지식인 스스로가 우리의 한을 부정적으로 여겼다. 예를 들어 미신을 나쁜 것으로, 모순이자 자가당착이라고 비난하는 우를 범했다.”고 꼬집어 참석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박씨는 또한 “중국과 일본은 패권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생각보다 엄청난 문화유산과 철학을 가졌다. 시(詩)만 하더라도 보들레르보다 이백의 시가 훨씬 낫지 않느냐.”고 반문했다.“하지만 현재의 중국은 단절됐다. 위대한 유산·사상들이 유럽의 공산주의가 들어서면서 전부 미쳐버렸다. 그런데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중국의 젊은이들은 무식하다.”고 안타까워했다. 1시간30분 동안 강연을 마친 후 약 20분 동안 별도의 만남을 가졌다. 우선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자 “아냐, 안 좋아. 그 전에는 뒷산에 올라가 가지치기도 했거든. 지금은 못해, 농사도 500평 있잖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추농사는 20년 동안 지었어. 뒷산에는 5000그루 나무도 심었고.”라며 웃었다. 이어 담배 한대를 피워물었다. 하루 몇갑 피우냐고 하자 “담배는 내 친구야.”라고만 대답했다.TV드라마 ‘토지’를 보는지 궁금했다.“처음 ‘토지’를 쓸 때에는 열 가닥으로 베틀을 짰지만 지금은 천 가닥으로 베틀을 짜야 할 만큼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제대로 (방송을)하려면 10년이 걸릴 텐데 생략이 있게 마련 아니냐.”고 했다. 또 “돈이 필요해서 (방송국에)팔았으면 잊어버려야 한다. 그 돈으로 (토지문화관 옆에)창작시설을 지었다.”며 또 한번 웃었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 세상돌아가는 얘기를 어느정도 알고 있다면서 “행정수도를 옮기면 바다에서 얼마나 많은 모래를 퍼내야 하는지 걱정”이라면서 결국 바다와 땅이 죽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계절 중 봄이 제일 좋아.”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토지문화관 뒤뜰로 총총히 걸어나갔다. 팔순을 코앞에 둔 박씨의 뒷모습에는 우리 문학의 큰별다운 총기가 봄볕에 유난히 빛나보였다. 토지문화관 사무실에 걸려 있는 박씨의 최근 시(우리들의 시간)가 눈에 들어왔다. ‘목에 힘주다 보면/문틀에 머리 부딪쳐 혹이 생긴다/우리는 아픈 생각만 하지/혹 생긴 연유를 모르고 인생을 깨닫지 못한다/낮추어도 낮추어도 우리는 죄가 많다/뽐내어 본들 徒勞無益時間(도로무익시간)이 너무 아깝구나’ 글 김문기자 km@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다시 낙산사를 생각하며/원철스님 조계종 포교원 신도국장

    아! 성지가 저렇게 없어지는 것이구나. 복원능력이 없다면 그대로 폐사지가 되겠구나. 교통과 통신수단이 발달하지 못한 예전에는 없어지는 줄도 모르고 없어졌겠구나. 그 백두대간을 가로질러 칼바람이 미친 듯이 부는 날 텔레비전 화면을 바라보면서 넋두리처럼 내뱉은 말들이다. 공양간에서 ‘밥맛을 모르겠다.’는 노스님의 한마디는 그날 아픔의 또 다른 표현이다. 꽃을 피워야 할 봄바람이 소나무를 쓰러지게 하는 광풍이 되었고 낙가산은 산의 윤곽을 그대로 드러내는 개골산이 되어버렸다. 십여년 전에 스승을 모시고 도반들과 중국의 보타낙가산 불긍거 관음원을 참배한 적이 있다. 영파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이었다. 그 바닷가는 우리의 낙산사 그리고 홍련암과 너무도 닮아 있어 남의 나라 땅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익숙하게만 느껴졌다. 관음진신이 출현하였다는 글씨가 기록된 그 바위 근처에서 일부러 한참을 서성거리면서 바다 너머로 한동안 눈길을 떼지 못했다. 동쪽 끝에 있는 우리의 낙산관음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낯선 땅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낯섦을 지금 정말 느끼고 있다. 그건 현재 남아있는 낙산사가 나를 참으로 낯설게 했기 때문이다. 처음의 황망함은 시간이 지나가니 이제 좀 냉정해지고 모든 걸 차분히 돌아보게 된다. 정말 그 낙산사는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하지만 사실 달라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도드라지게 드러난 성지로 모습을 바꾸었을 뿐이다. 그런 까닭에 오히려 지금 그 화려한 화장을 다 지워버린 맨 얼굴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이제 마음의 눈으로 성지를 바라볼 수 있는 정신적 여유가 생긴 것이다. 이제 육안(肉眼)으로만 성지를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심안(心眼)으로 바라보고 싶다. 물론 지혜로운 이는 육안으로도 볼 수 있어야 하고 심안으로도 볼 수 있어야 한다. 성지라고 하는 것은 눈으로 보는 성지와 마음으로 보는 성지가 항상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항상 육안으로 보는 것에만 너무 집착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걸 너무 당연히 여긴 나머지 그게 집착인 줄조차 몰랐다. 이제 저 타버린 까만 솔밭 속에서도 심안으로 성지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니 또 다른 나의 눈이 존재하고 있음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그날 인근 산과 모든 살아 있는 것들과 집과 논밭과 살림살이와 모든 것들이 타고 있었다.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플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했을 뿐이다. 이제 그들이 원래대로 몸과 마음과 생활기반이 복구되고 그들의 고통이 끝나면 우리의 고통도 자연스럽게 끝날 것이다. 수행자로서 신심이 바닥을 향해 달리고 또 공부길이 막힐 때면 늘 터만 남은 폐사지를 찾곤 했다. 그 자리에서 무상(無常)을 체험하고 또 발심(發心)의 계기를 통해 다시금 마음을 새롭게 하곤 했다. 그 옛날 저 큰 절터들의 탑과 당간지주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는 그 황량함 속에서 ‘모든 것은 변해가는 것이니 절대로 방일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또 새기곤 했다. 빈 마음은 모든 걸 원점에서, 다시금 순수함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우리는 잘나갈 때에도 항상 어려운 경우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삶의 화려함 속에서도 소박한 본래 모습은 잃지 말아야 한다. 넘쳐나는 물질의 풍부함 속에서도 모자랄 때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삶의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잊고서 살기가 쉽다. 반대로 타버림의 절망 속에서도 미래의 희망들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낙담 속에서도 꿈은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 퇴굴심 속에서도 부단없는 용맹심을 일으켜야 할 것이다. 이제 마음의 눈으로만 볼 수 있는 성지를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육안으로도 볼 수 있도록 힘을 모아 가꾸어 내는 일만 남았다. 그동안 혹 군살이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털어내야 한다. 그리고 성지가 가져야 하는 단순·절제의 미를 한껏 드러내는 그런 기회를 제대로 살려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또 다른 문화적 전환점 위에 서있다고 하겠다. 원철스님 조계종 포교원 신도국장
  • [조용섭의 산으路] 소백산

    [조용섭의 산으路] 소백산

    ‘바람의 나라’. 소백산(비로봉 1439.5m)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적당한 말이 있을까?살을 에는 냉기를 품고,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세차게 부는 바람은 그야말로 광풍(狂風)이다. 남녘의 봄바람과는 사뭇 다른 풍광이다. 봄을 거슬러 그 바람의 나라 소백산을 찾았다. 산길은 경북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 매표소에서 출발, 비로사-달밭재를 거쳐 주봉 비로봉에 오른 뒤, 능선 산행으로 연화봉(1383m)을 잇고 희방사로 하산하는 코스로 잡았다. 삼가리 마을 바로 위에 매표소와 주차장이 있다. 승용차로 갔을 경우에는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매표소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오르면 비로사가 나온다. 오른쪽의 다리를 건너 잠시 진행하면 이정표와 민박집 안내판이 있는 달밭골 마을 입구가 나오는데, 마을 끝에서 왼쪽으로 방향이 꺾이며 비로소 산길이 시작된다.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주봉인 비로봉에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 산길은 아주 너른 외길로 나무계단 등의 시설이 잘 되어있고 촘촘히 선 이정표에도 거리표시를 해놓아 별다른 어려움없이 갈 수 있다. 산악인 추모비를 지나면 이제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 계단길을 힘들여 오르면 소백산의 주봉인 비로봉 정상에 닿는다. 동북쪽으로 국망봉, 남서쪽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인 주능선에 잠시 눈길을 두었다가 내려 서도록 하자. 이제, 그 엄청난 바람을 정면으로 안고 주목감시초소 쪽으로 내려서야 한다.‘정신없이 쫓기듯 내려선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될 것이다. 지리산 천왕봉과 설악 대청봉의 매서운 바람에 담금질되어 있는 산꾼들도 쩔쩔 매는 칼바람이다. 초소에서 식사나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주능선으로 올라 연화봉으로 향한다. 북쪽으로 곧장 내려서는 길은 충북 단양 천동리로 이어지는 길이다. 능선에 접어들면 큰 어려움없이 연화봉까지 간다. 연화봉 직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나있는 길은 천문대로 이어지는데 연화봉으로도 연결된다. 연화봉에서 희방사로 이어지는 길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라 아주 잘 나있지만 가파른 산사면을 가로질러 갈 때에는 주의를 요하며 경사가 심한 이 길은 오름길 못지않게 내려서는 것도 힘들다. 깔딱고개에서 급경사 길을 내려서서 고즈넉한 희방사를 지나 절 바로 아래 푸른 빛으로 얼어있는 희방폭포의 모습을 감상하며 산행을 마치게 된다. 희방폭포에서 버스정류소가 있는 주차장까지 도로를 따라 약 40여분 걸어내려와야 한다. 문의 소백산국립공원관리공단(054-638-6196) ●교통 자가용:중앙고속도 풍기 IC에서 풍기읍-삼가동으로 이동하면 된다. 서울에서 2시간30분, 대구에서 1시간20분 남짓 걸린다. 대중교통:동서울터미널(02-3436-2114)에서 영주행 버스를 이용해 풍기에서 내린다. 대구북부시외버스정류소(053-367-1861-2)에서 풍기행(소요시간 1시간30분)을 타도 된다. 풍기읍에서 희방사나 삼가리는 하루 6차례 시내버스가 다닌다.20분 걸린다. 택시를 이용할 경우 풍기에서 희방사와 삼가리는 1만 5000원. 풍기택시(054-636-2828,636-8181) 기차로도 접근할 수 있다. 중앙선을 이용 풍기역(054-636-7788)에서 내리면 된다. 소백산은 바람이 거세니 방한복이 필수적이다.
  • 외국인노동자 ‘눈물의 설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설날은 더 서러웠다. 고향을 찾아 가족들을 만나는 명절이기에 그들의 향수는 더욱 짙어졌다. 특히, 지진해일 피해를 당한 동남아 근로자들의 고통은 사그라지기는 고사하고 더욱 커지기만 했다. ●동료 대신 고국방문… 가족에 소식 전하다 눈물 불법체류자 신분인 페마 랄(34)은 지진해일로 쑥대밭이 된 고향을 뒤지고 있다. 랄의 고향은 스리랑카 남부 해안 지역인 당갈라. 이 작은 도시에서만 2000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랄은 부모님, 남동생과 연락이 끊기자 지난달 초 급히 고국으로 돌아갔다. 동료들을 대표해서 불법체류자 신분을 무릅쓰고 8년만에 한국을 떠난 것이다. 다행히 가족은 모두 무사했다. 짧은 해후 뒤 친구들이 준 주소를 갖고 골, 마타라, 한반토 등 피해지역을 찾아갔다. 친구 가족들은 살아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미크(33) 가족처럼 해일에 휩쓸려 사망한 사람도 많았다.“친구 부모님을 찾아가면, 아들 소식을 물으며 눈물만 흘립니다.‘왜 너만 왔느냐.’고 다그치면 할 말이 없지요.” 가족의 사망 소식을 친구에게 전화로 알리다 함께 울기도 했다. 랄은 가족이 사라져 전하지 못한 친구들의 편지도 3통이나 간직하고 있다. ●“형가족 잃었지만 생존 부모 위해 일 더해야” 칼바람이 몰아치는 경기도 광주 외국인 노동자의 집. 랄의 친구 다미크는 얼음장 같은 3층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요즘 일자리가 없어 이곳에서 먹고 잔다. 랄에게서 소식을 들은 다미크는 “잊어야 하는데 힘들다.”고만 했다. 다미크는 바닷가 근처에 살던 형과 형수, 조카 두 명을 잃었다. 부모님과 여동생은 간신히 살았지만, 그가 8년간 일해 마련한 집은 산산조각이 났다.“랄이 난민수용소에서 부모님을 만났는데 ‘우리 아들은 언제 돌아오냐.’고 하셨대요.” 다미크는 그래도 돌아갈 수 없다. 스무살 때부터 가장 역할을 해온 그는 “가족을 굶길 순 없다.1∼2년만 더 일하겠다.”고 말했다. ●“재입국 허용” 정부 발표도 못 믿어 불법체류자들은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나가면 다시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불법체류자라도 해일 피해를 당한 가족들을 만나볼 수 있도록 재입국 규제를 풀었는데도 믿지 못했다. 정부는 1월5일부터 2월10일까지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태국, 인도, 미얀마 등 지진해일 피해국 출신 불법 체류자들이 출국하더라도 범칙금을 물리거나 입국을 규제하지 않았다. 큰 혜택을 베푼 셈이다. 그러나 출국자는 지난 4일까지 2234명뿐이다. 해당국 노동자 9만 8700여명(불법 3만 7300여명)의 2% 정도다.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김상헌 사무국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 정부의 정책을 쉽게 믿지 않는다.”면서 “게다가 고용허가제 명부 관리는 해당국이 맡고 있어 한국 정부가 요청해도 그 정부가 이름을 올려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지 6년이 지난 스리랑카 노동자 안토니(29)는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왔다가 불법체류자가 됐다. 불법체류자가 된 뒤에도 홀어머니(61)에게 돈을 보내며 생계를 책임졌다. 그는 지진해일 소식을 듣고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바닷가에 살던 어머니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름 만에 어머니가 바닷물에 휩쓸렸다가 이웃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은 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옷도 한 벌 챙기지 못한 채 허리를 크게 다쳤다고 해요. 난민수용시설에 계시다는데….” 그러나 안토니는 돌아가지 않았다.“어머니를 치료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집도 다시 마련해야 합니다.” 울음을 참느라 꽉 깨문 안토니의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고국에 집·학교 지으려 모금 그들은 서로 다독이며 상처를 치료하고 있다. 안산지역 스리랑카 노동자모임인 ‘스리랑카 독립협회’는 회원 250명에게서 5만∼10만원씩 모았다. 모은 돈으로 고국에 집과 학교를 지을 계획이다. 집 한 채를 짓는 데 드는 비용은 350만원. 이들은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이렇게 되뇐다.“내가 한국에서 일하니까, 가족들이 고국에서 살 수 있는 거예요.”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남부 폭설·중부 칼바람…전국이 ‘꽁꽁’ 묶였다

    남부 폭설·중부 칼바람…전국이 ‘꽁꽁’ 묶였다

    1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3.1도, 체감온도가 영하 21.7도를 기록하는 등 강추위가 전국을 엄습했다. 강추위와 강풍·폭설에 따른 피해가 잇따르면서 호남과 제주에서는 초·중학교가 임시휴교에 들어갔다. 육상과 뱃길, 항공편이 통제되거나 무더기 결항됐고, 전국에서 수도관 동파사고가 접수됐다. 일부지역에서는 양식장 물고기 수십만마리가 폐사되기도 했다. ●광주 - 제주 26개 초·중교 임시휴교 동장군은 2일에도 맹위를 떨쳐 서울 영하 11도, 대전 영하 10도, 강릉·대구 영하 9도, 부산 영하 8도로 예상된다. 중부지역의 체감온도는 1일보다 조금 더 떨어지겠다. 이번 추위는 3일까지 계속되다가 입춘인 4일 낮부터 누그러지겠다. 기상청은 1일 “서해안 지역에 대륙에서 발달해 서해를 지나는 습윤한 공기로 폭설이 내리고 있다.”면서 “자정 현재 정읍 23.3㎝, 광주 22㎝의 적설량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는 2일 오전까지 3∼8㎝의 눈이 더 내리겠다. 제주 한라산 지역은 윗세오름 160㎝, 어리목 54㎝의 적설량을 기록한 가운데 5.16도로와 1100도로의 차량 운행이 전면 통제됐고 서부관광도로, 동부산업도로 등은 월동장구를 갖춘 차량만 통행이 허용되고 있다. 또 1일 0시42분쯤 북제주 고산에서는 초속 42m의 강풍이 불었다.1997년 이후 겨울철 최대 순간 풍속이다. ●강추위 내일까지 계속 기상청은 “알래스카의 고기압과 바이칼호의 고기압이 각각 발달하면서 한반도 주변에서 차가운 공기끼리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라면서 “추위는 입춘인 4일 낮부터 평년 수준을 회복하겠다.”고 내다봤다. 광주에선 중앙초등학교와 금호중학교 등 24개 학교가 학교장 재량으로 휴교에 들어갔다. 제주에선 남제주군 토산초등학교 등 2개 초등학교가 휴교했다.2일에는 임시휴교하는 학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파와 폭설로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도 무더기로 끊겼다. 김포공항에서는 이날 오전 7시30분 제주행 대한항공 1202편이 결항하는 등 123편의 운항이 취소됐다. 해상에도 풍랑경보로 제주와 전남 목포·여수·완도를 오가는 6개 항로 11척의 여객선 운항이 이틀째 중단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이번 겨울들어 하루 최고인 550여건의 동파신고가 접수됐다. 서울시 수도사업소 시설관리과 손병대 주임은 “물을 약하게 틀어 놓거나 천과 스티로폼 등을 말아두면 동파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추위에 시동이 걸리지 않아 정비소나 보험사의 도움을 청하는 운전자도 많았다. 삼성화재는 전국에서 모두 1만 2000여건의 신고를 접수했다. 유영규 홍희경기자·전국종합 whoami@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