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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 뻗치는 러·중… 입김 못 막는 ‘카자흐 숙명’

    손 뻗치는 러·중… 입김 못 막는 ‘카자흐 숙명’

    대규모 유혈 시위가 휩쓸고 간 카자흐스탄에 러시아가 재빠른 군사적 지원으로 영향력을 과시한 가운데 이번엔 중국이 잇따라 우호적 손길을 내밀며 개입하고 나섰다. 유라시아 대륙 정중앙 ‘패권 교차점’에 자리잡은 카자흐스탄의 지정학적 숙명이 눈길을 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0일 무흐타르 틀례우베르디 카자흐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최근 카자흐스탄 정부의 소요 사태 강경 진압에 지지를 표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왕 위원은 안보 분야 협력을 강조하면서 “양국은 함께 색깔 혁명 시도를 방지하고, 외부 세력의 간섭과 침투에 반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색깔 혁명은 옛 소련 국가에서 일어나는 반정부 시위를 일컫는 말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 등 서방의 입김이 커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7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에게 시위 진압에 대한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다음달 열리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참석하기로 했다. 중국이 카자흐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카자흐의 불안정이 에너지 수입과 일대일로 프로젝트, 신장 지역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중국 내엔 약 160만명의 카자흐족이 이리카자흐자치주를 중심으로 거주하고 있다. 1960년대 베트남전쟁을 끝으로 유엔 평화유지군을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에 파병을 하지 않고 있는 중국의 불간섭 정책이 이번 카자흐스탄 사태를 계기로 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의 칼럼니스트 톰 포디는 러시아 관영매체 RT 기고에서 “러시아가 군사적 주도권을 잡고 있어 중국이 직접 나서지는 않겠지만, 군사 장비와 감시 기술 등을 공급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카자흐의 남쪽으로는 중동 이슬람권의 영향력 확대도 감지된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 모든 일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탈출과 그 지역 이슬람 급진주의의 급속한 발전 이후에 벌어졌다”고 말했다.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집권 이후 힘을 얻은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이 카자흐 폭력 시위를 주도했다는 주장이다. 러시아와 오랜 앙숙인 터키는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아제르바이잔과 함께 투르크어사용국기구(OTS)를 결성하며 중앙아시아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 “쇠락하는 일본, 겸손해져야 부활의 미래 있다”...日 원로학자의 호소 [김태균의 J로그]

    “쇠락하는 일본, 겸손해져야 부활의 미래 있다”...日 원로학자의 호소 [김태균의 J로그]

    “내가 한국의 가파른 성장세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 ‘한국이 일본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사실을 몰라서 하는 소리냐?’는 비난이 돌아온다.” 자국 경제의 쇠락에 대해 경종을 울려온 일본의 원로 경제학자가 “일본인은 겸손한 태도를 상실했다”고 지적하며 1960년대의 겸허함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면 일본 경제의 부활은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장성(현 재무성) 관료 출신의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81) 국립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는 일본의 유력 경제 주간지 도요케이자이(東洋經濟) 최근호에 ‘일본의 국제적 지위가 현격하게 하락한 뼈아픈 사실’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8일 도요케이자이에 따르면 그는 칼럼에서 일본이 과거의 성공에 도취해 불필요하게 자존심만 내세우며 변화와 혁신을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고, 이런 식이어서는 일본의 재생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일본의 국제적 지위 하락을 논할 때 많이 사용되는 근거 데이터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라며 “지난해 일본의 1인당 GDP는 4만 704달러로 세계 24위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세계 1위인 룩셈부르크(13만 1301달러)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며 미국(6만 9375달러)에 비해서는 59% 수준, 아시아 1위 싱가포르(6만 6263달러)에 비해서는 61% 수준이다. 독일(5만 787달러), 영국(4만 6200달러)보다도 낮다. 노구치 교수는 “한국(3만 5195달러)에는 앞서지만, 한국의 성장률이 높아서 머잖아 역전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1인당 GDP는 2000년에는 룩셈부르크에 이어 세계 2위였다. 5위 미국보다 8%가량 더 많았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정권의 경제정책)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2년만 해도 13위로 미국(10위)의 95% 수준은 됐고, 20위 독일보다는 12% 더 많았다. 결론적으로 지금과 같이 국제적 지위가 낮아진 것은 아베노믹스 기간 중에 벌어진 일이다.” 노구치 교수는 “일본의 지위가 떨어지면서 일본과 미국의 부(富)의 격차는 1970년대 말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탄식했다. 그는 “상황이 이렇게 된 첫번째 이유는 엔화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며, 두번째는 세계 각국이 성장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일본은 성장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의 지위가 이렇게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은 언제부터인가 겸허함을 상실했다.” 노구치 교수는 일본이 세계적으로 ‘동양의 한쪽 구석에 있는 초라한 섬나라’ 취급을 받던1950~60년대를 언급하며 공업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지만, 세계적인 수준에는 턱없이 모자람을 스스로 각성하고 있던 당시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1인당 GDP 순위 하락 등) 낮은 경제 성과를 지적했더니 ‘제 나라의 흠집을 그렇게 들춰내니 기분이 좋으냐?’라는 비판이 돌아온다. 미국의 높은 소득을 언급하면 ‘그 나라는 분배 불균형이 심각한 것을 모르느냐?’고 반박한다. 한국의 높은 경제 성장세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하자 ‘한국이 일본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사실을 몰라서 하는 소리냐?’라는 반론에 직면한다.” 그는 “자국의 문제점을 들추는 것은 그것을 개선하고자 하기 때문이며 타국의 좋은 점을 부각시키는 것은 그것이 자국에 참고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1960년대의 겸허함을 되찾는 것이야말로 일본의 재생을 위한 필수불가결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 [정은귀의 詩와 視線] 사랑하지 말라는 사랑/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정은귀의 詩와 視線] 사랑하지 말라는 사랑/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나 바라노니 내 아이가절대로 사랑하지 않기를.나 바라노니 내 아이가절대로 사랑하지 않기를.사랑은 널 다치게 할 테니다른 어떤 것보다도 더. -랭스턴 휴스 ‘사랑을 탄식함’에서 첫 시작이 중요하다며 새해 첫날 만보 걷기를 했고 뻣뻣한 몸을 늘리며 요가를 했다. 다음날엔 시를 쓰며 보람된 새해 아침을 축원했다. 칼럼도 첫 글이 중요하다며 희망의 말로 독자들을 만나려고 많은 시들을 미리 골라 놓았다. 시의 바다를 유영하며 글을 쓰려는 찰나, 전화를 받았다. 투병 중이던 이모님이 갑자기 나빠지셨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은 준비 안 된 시간에 들이닥친다. 나를 특히 아껴 주신 분과의 영별은 상상 너머의 일. 희망의 시들이 낯설다. 눈물 그렁그렁, 간신히 마음 다잡아 컴퓨터 앞에 앉는다. 며칠 전 뵐 때 정신 혼곤한 중에 이모님 하신 말씀. “은귀야, 젊을 때 진 너무 빼지 마라.” 랭스턴 휴스(1901~1967)의 이 삐딱한 시는 그 황망 중에 생각난 시다. 휴스는 미국의 남성 시인인데, 이 시는 사랑에 빠졌다가 배신당한 여성의 목소리를 취한다.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내세워 시를 쓰는 시인들이 많기에 여성 화자의 등장이 놀랄 일은 아니다. 믿었던 사랑을 잃고 상심한 화자는 강으로 간다. 강가에서 사랑을 생각한다. 사랑은 위스키와 같고 적포도주와 같기에 행복하려면 늘 사랑에 빠져 있어야 한다니, 그건 불가능한 일. 화자는 높은 탑에 올라가 자기를 배신하고 떠난 남자를 생각한다. 시는 “바보 같은 나, 그만 떨어져야지”로 끝난다. 통속소설 같은 비극적인 결말! 사랑? 해? 말아? 아니, 해야지, 사랑 안 하고 어찌 사는가!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사랑을 고상하고 아름답게만 다루는 습속을 깨고 싶었다 한다. 엄마는 딸에게 사랑은 아프고 슬픈 일이라는 걸 미리 알려 주고자 한다. 살며 사랑하는 일은 늘 어렵다. 환희와 아픔, 믿음과 배반, 숭고와 통속, 지리멸렬이 함께하는 일이다. 휴스의 독특한 사랑 시는 이모님이 병중에서 자기 생을 돌아보며 내게 전하신 간곡한 사랑의 메시지와 닮은 ‘살핌’의 시선이다. 늘 최선을 다하신 결곡한 분이 “살아 보니 아무것 아니더라. 너무 애쓰지 말고 너를 아껴라” 당부하셨다. 시인의 시는 믿음이 망가진 세상의 통속성을, 이모님 말씀은 생의 필멸을 직시하게 한다. 영원하리라 생각했던 것이 영원하지 않음을 알게 된 눈이다. 눈 뜨고 있어도 보지 못하는 우리를 깨우치는 시선이다. 죽을 것 같던 시의 화자는 아마도 죽지 않고 눈물 쓱 닦고 다시 씩씩하게 잘 살았을 것 같다. 사랑 별거 아니야, 하며. 팬데믹 시절의 병동,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이모님은 어쩔 줄 몰라 서성대는 자손들의 당혹을 오히려 달래 주신다. 괜찮아. 겁먹지 마. 오는 일은 굳건히 맞으면 돼. 별일 아니야. 너무 진 빼지 말고 살아. 너무 진 빼지 말고 살아.
  • [임창용 칼럼] 한 번 더 생각하는 2022년을 위하여/논설위원

    [임창용 칼럼] 한 번 더 생각하는 2022년을 위하여/논설위원

    새해를 맞는 건 설레는 일이다. 무한반복 일상에 뭔가 변화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2021년에서 2022년으로 숫자 하나 바뀌는 것이지만 사실 변화가 크긴 하다.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가거나 졸업을 하고 새 학교에 들어간다. 회사에선 회계연도가 바뀌고 새 사업이 시작된다. 정부도 새 계획에 의해 정책을 집행한다. 그러고 보면 거의 모든 세상사가 숫자 하나 바뀌는 데 종속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설렘은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란 희망을 전제로 한다. 작심삼일일지언정 새로운 계획을 한두 개쯤은 세우고 시작하는 게 이맘때 아닌가. 올해는 우리 국민에게 유독 그런 설렘과 기대가 크고 절실할 듯하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이 너무 커서다. 문 정부는 헌정 최초로 대통령 탄핵 후 탄생했다. 그만큼 국민 기대가 컸다. 하지만 임기 5년간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무주택자들의 박탈감이 역대급으로 커져 있다. 5년 전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했지만 구적폐 못지않은 신적폐가 나라를 혼탁하게 했다. 정권 초기 해빙되는 듯하던 남북 관계는 다시 얼어붙었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엔 도돌이표가 찍혔다.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치러질 새해엔 국민의 기대가 얼마나 충족될까. 새 대통령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정치인들은 정말 사심 없는 공복의 자세로 국민을 섬길까. 너무 비관적일지 모르겠으나 나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한껏 기대를 모은 문재인 정부가 실망만 안겼듯이 말이다. 사실 어느 정부에서건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자발적으로 국민을 위해 일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적폐는 남에게만 적용됐다. 정권의 사전에 정책 실패는 없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정권의 기저엔 내로남불이 깔려 있었다. 그 와중에 진전과 성과가 있었다면 그것은 대부분 생각이 깊은 국민이 정치인들의 감언이설과 선동가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감시의 역할을 제대로 할 때뿐이었다. 이번 정부만 해도 국민은 조국을 비롯해 정권을 오염시킨 이들에게 신적폐 딱지를 붙였다. 생각이 깊은 국민들은 친조국 세력의 친일 프레임에 휘둘리지 않았다. 이념에 매몰된 정권의 허실을 꿰뚫어 본 국민의 눈과 비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근혜 정권에서 국정농단 책임을 물어 대통령을 탄핵시킨 주체도 깨어 있는 국민이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우리가 조금만 더 생각하고 감시하고 요구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대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네거티브 공격과 의혹 제기가 난무하고 있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선 권력을 위임할 자를 뽑을 때부터 깊이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할 듯싶다. 무엇이 좀더 진실에 가까운지, 왜 이런 공격이 지금 나왔는지, 언론 보도가 형평에 맞는지 등 의문과 답을 찾으려는 노력 말이다. 판단을 흐리게 하는 진영 논리에 지배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과 선동가들의 주장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한 일단 거르자. 검증된 논객인 듯하지만 이들의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되는 게 너무 많다. 장관 출신의 한 논객은 검찰이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들여다봤다고 천연덕스럽게 거짓 정보를 퍼뜨렸다. 현직 검사가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 정권의 입맛에 맞게 기록을 조작하는 세상이다. 도덕성과 국정 능력을 완벽히 갖춘 후보는 없다. 결국 비교우위의 후보를 뽑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한 번 더 생각하고 검증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거짓 정보에 속아 투표한 뒤 나중에 후회하는 악순환은 끝내야 하지 않겠나. 나아질 것 없을 것이란 내 비관론이 2022년에는 제발 틀렸으면 좋겠다.
  • [특파원 칼럼] 모르는 게 문제/김진아 도쿄특파원

    [특파원 칼럼] 모르는 게 문제/김진아 도쿄특파원

    “일본 근대화를 이끈 분이잖아요.” 지난달 말 일본 지상파 방송의 한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였다. 배경처럼 틀어 놨던 TV를 하던 일을 멈추고 보게 된 이유는 ‘이토 히로부미’의 이름이 나와서였다. 전국 대학생 1만명이 꼽은 ‘막부, 메이지 시대 굉장했던 인물 베스트 25’ 설문조사를 보고 연예인들이 대학생의 최근 경향을 맞히는 퀴즈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설문조사에서 이토 히로부미는 4위를 기록했다. 앞서 그 대학생이 이토 히로부미를 메이지 시대 존경하는 인물로 꼽으면서 극찬하자 연예인들은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14위로 꼽힌 인물은 ‘요시다 쇼인’이었다. 요시다 쇼인은 이토 히로부미만큼 한국에서 유명하지 않지만 일본의 한국 침탈 원흉이 바로 그다. 요시다 쇼인은 일본 무사 정권인 막부 시절 요인 암살을 시도하다가 실패해 29세의 나이에 처형됐다. 그가 키운 제자 중 한 명이 바로 이토 히로부미다. 요시다 쇼인이 일제강점기를 만든 인물이라고 하는 이유는 서구 열강이 아시아를 침략할 때 일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선을 식민지로 삼아야 한다며 ‘정한론’(征韓論)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일본 프라임 시간대인 오후 8시쯤 많은 사람이 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토 히로부미와 요시다 쇼인을 존경하는 인물이라며 방송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더 놀라웠던 것은 지성의 상징인 대학생들이 꼽은 존경하는 인물이 그들이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이토 히로부미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일제강점기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태어난 나라에서는 존경하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이 간극에 대해 뭐라고 설명하는 것이 좋을까. 일본의 ‘과거 지우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일본 정부는 니가타현에 있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추천 후보로 선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니가타현은 사도광산이 17세기 세계 최대 금 산출량을 자랑하며 금의 채취에서 정련까지 수작업으로 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광산이라며 극찬한다. 하지만 태평양전쟁 때 사도광산을 전쟁물자 확보를 위한 광산으로 활용했고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조선인 노무자를 대거 동원하며 월급조차 제대로 주지 않은 부정적인 과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토 히로부미를 존경하고 사도광산을 응원하는 이 모든 일들은 제대로 배우지 않는 데서 시작한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집계한 고등학교 2022학년도 교과서 수요에 따르면 우익 성향의 교과서는 거의 채택되지 않았다. 메이세이샤의 ‘우리들의 역사총합’은 A급 전범 도조 히데키 전 총리의 연설을 비판 없이 실었는데, 점유율은 0.5%로 가장 낮았다. 반면 일본군 위안부 동원 등을 비교적 제대로 기술한 야마카와 출판사의 교과서들은 합계 점유율이 41.7%로 나타났다. 그나마 양심적인 교과서의 점유율이 높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 점유율도 50%도 안 되는 데다 일본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교과서가 훨씬 많다는 게 문제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지만 한일 관계 개선의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그 근저에 역사 문제가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대해 비판만 하기보다는 그들이 어떻게 하면 역사를 제대로 알게 할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 원작 뮤지컬에 지지 않은 스필버그의 기막힌 변주

    원작 뮤지컬에 지지 않은 스필버그의 기막힌 변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57년 초연된 이후 뮤지컬계에서 고전 반열에 올랐다. 그럴 수 있었던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여기에서는 두 가지만 언급하자. 첫 번째는 익숙함과 신선함의 조화다. 이 작품은 중세 이탈리아 베로나를 배경으로 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1950년대 미국 뉴욕으로 옮겨 놓은 이야기다. 앙숙인 가문의 남녀가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뿌리 깊은 가문 간의 불화는 이제 막 시작한 연인이라고 해서 비껴가지 않는다. 복수와 오해가 불러온 죽음은 두 사람을 영영 갈라놓는다. 이와 같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은 호소력이 짙다. 그래서 다들 익숙하다고 느낀다. 이런 익숙함을 계승하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당시 현실에서 불거지던 실제 갈등을 집어넣었다. 원주민과 이주민의 충돌이다. 제트파로 불리는 뉴욕 하층 토박이 집단과 샤크파로 불리는 뉴욕 하층 이민자 집단은 서로의 존재를 용납하지 못한다. 극단적 대립이 1950년대 미국에만 나타날 리 없다. 관객은 본인의 상황을 거기에 이입해 신선하다고 느낀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뮤지컬계의 고전이 된 두 번째 연유는 감정을 고조시키는 노래와 시선을 사로잡는 춤에 있다. 이 작품의 작곡은 레너드 번스타인, 작사는 스티븐 손드하임, 안무 겸 연출은 제롬 로빈스가 맡았다. 당대 드림팀이 뭉쳤다는 뜻이다.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으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뮤지컬계의 고전이 됐고, 1961년 영화로 제작돼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거머쥐었다. 빼어난 원작을 리메이크 영화로 만드는 작업은 위험 부담이 크다. 원작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개 리메이크작이 진다. 그런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었다고 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는 평단과 대중 둘 다 만족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처음 찍는 뮤지컬 영화라고 해서 그의 솜씨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정말로 스필버그는 원작을 이어받는 동시에 특색 있게 변주한 21세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탄생시켰다.주인공 토니와 마리아에 신예 배우인 앤설 엘고트와 레이철 지글러를 캐스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는 주요 배역 중 하나로 이들의 조력자 발렌티나(리타 모레노)를 추가했다. 이는 원작의 아저씨 캐릭터 닥을 변용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발렌티나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너무 적게 등장하는 여성 인물의 빈자리를 메웠고, 아저씨 캐릭터 닥이라면 부를 수 없었을 노래 ‘섬웨어’(Somewhere)를 마침맞게 열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는 이 영화가 원작보다 못하다고 불평할지도 모르겠다. 아마 주연 배우들의 무대 장악력이 부족하다는 까닭일 것이다. 동의하기 어렵다. 최고는 아닐지라도 그들은 최선의 연기를 선보였다. 좋았던 과거에만 머물러 있으면 새로운 현재의 가능성은 생겨나지 않는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 칼럼으로 한국 민주화 알린 지명관 前교수 별세

    칼럼으로 한국 민주화 알린 지명관 前교수 별세

    일본에서 칼럼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을 쓰며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전 세계에 알렸던 지명관 전 한림대 석좌교수가 지난 1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98세. 1924년 평안북도 정주 출신인 지 전 교수는 1947년 월남해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대학원에서 종교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고인은 1970년부터 ‘사상계’ 주간을 지내며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1972년 일본으로 건너가 약 20년간 망명 생활을 했다. 고인은 도쿄여자대학 교수로 9년간 재직하며 일본의 진보 성향 월간지 ‘세카이’(세계)에 ‘TK생’(TK生)이라는 필명으로 칼럼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을 15년간 연재했다. 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고인은 칼럼에서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군에 대해 “이건 군이 아니다. 폭도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 서울신문 오늘부터 달라집니다

    서울신문 오늘부터 달라집니다

    서울신문이 새해 달라진 모습으로 여러분을 만납니다. 신문 전체 지면의 편집이 5단에서 6단으로 밀도 있게 손질됩니다. 각 분야 이슈를 조명하는 기획기사를 강화하고, 논설위원들과 현장 기자들의 깊고도 생생한 기록이 보태져 오피니언면이 더욱 탄탄해집니다. # 금요일자에 ‘먼저 온 주말’ 섹션을 선보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의 이슈와 트렌드를 매주 집중조명합니다. 베스트셀러 작가 김별아의 도시 기행문 ‘서울을 걷는 시간’이 격주로 실립니다. 곳곳의 역사 현장을 두 발로 누빈 작가가 과거와 현재의 흔적을 맛깔난 산문으로 버무려 낼 것입니다. 신간, 맛집, 스포츠 화제 등 한 주를 열심히 달린 여러분께 쉼표가 될 풍성한 읽을거리도 덧붙입니다. # 중견 기자들의 칼럼 ‘마감 후’, 주니어 기자들의 칼럼 ‘나와, 현장’이 신설됩니다. 논설위원들이 발로 뛰어 취재한 심층분석과 인터뷰가 매주 수·금요일에 연재됩니다. 대선을 앞둔 1, 2월은 연금개혁, 부동산 세제, 집값 안정 등을 테마로 ‘20대 대통령, 이것만은 하자’를 9회에 걸쳐 싣습니다. 공공정책연구소 소장인 최광숙 대기자의 ‘최광숙의 Inside’가 3주마다, 평화연구소가 쓰는 한반도 평화의 길은 월 1회 각각 실립니다. # 지면이 보다 또렷해지고 읽기 편해졌습니다. 본문 서체 크기를 10.3포인트에서 10.5포인트로 6% 키우고, 가로·세로 획을 두껍게 해 글자 형태를 또렷하게 했습니다. 글자 사이와 단어 사이 간격도 읽기 쉽고 보기 좋게 조절해 가독성과 판독성을 높이고 눈의 피로감을 덜었습니다. 또 기사 첫 행을 제목과 같이 앞맞춤 처리해 깔끔함을 더했습니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집은 가짜라고 여기던 자연전도사 박상설 선생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집은 가짜라고 여기던 자연전도사 박상설 선생

    집을 짓고 사는 일은 가짜라고 평생을 여겼던 박상설(朴相卨) 씨가 푸른 지구별을 떠나 138억년 전 떠나온 우주로 돌아갔다. 향년 94. 캠핑에서 늘 답을 찾고 우주를 품는 마음으로 살아온 캠핑 선구자인 박씨가 지난 23일 타계, 27일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는 사실을 2021년의 마지막 날에야 알게 됐다. 기자는 그를 만날 기회를 잡지 못했다. 3~4년 전인가부터 이상기 아시아N 대표 선배를 통해 그의 존재를 알게 됐는데 언젠가 함께 캠핑을 하면서 한없이 긴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여기고만 있었다.그 연배에도 늘 여행을 다니고 야영을 한다고 해서 기회가 많을 줄 알았다. 지난 10월 24일 강원도 인제 백담사를 다녀왔다고 아시아N에 손수 기사를 올렸길래 정정한 것으로만 생각했다. 지난달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한달 남짓 투병하다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니 더욱 안타깝다. 고인은 90세이던 2018년 9월 미리 유언장을 작성했는데 가치관, 인생관이 함축돼 있다. 1. 사망 즉시 연세대 의대 해부학교실에 의학 연구용으로 시체를 기증한다. 2. 장례의식은 일체 하지 않는다. 3. 모든 사람에게 사망 소식을 알리지 않는다. 4. 조의, 금품 등 일체를 받지 않는다. 5. 의과대학에서 해부실습 후 의대의 관례에 따라 1년 후에 유골을 화장 처리하여 분말로 산포한다. 이때 가족이나 지인이 참석하지 않는다. 6. 무덤, 유골함, 수목장 등의 흔적을 일체 남기지 않는다. 7. 제사와 위령제 등을 하지 않는다. 8. ‘죽은 자 박상설’을 기리려면 가을, 들국화 언저리에 억새풀 나부끼는 산길을 걸으며 ‘그렇게도 산을 좋아했던 산사람 깐돌이’로 기억해주길 바란다. 9. ‘망자? 박상설’이 생전에 치열하게 몸을 굴려 쓴 글 모음과 행적을 대표할 등산화, 배낭, 텐트, 호미, 영정사진 각 1점만을 그가 흙과 뒹굴던 샘골농원에 보존한다. 10. 시신 기증 등록증(등록번호: 10-344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과 02-2228-1663)굳이 속세의 직업을 간추리면 칼럼니스트, 자연과 삶의 전문기자, 기계기술사 등이 명함에 적혀 있었다. 강원도 춘천에서 법무사를 부친으로 태어나 유복했던 유년을 보내며 책과 텐트를 좋아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자마자 한국전쟁이 터져 육군 공병으로 입대, 총 대신 길을 냈다. 군인 생활 중 가장 좋았던 일을 텐트 생활로 꼽았다. 1963년 육군 공병 대위로 제대한 뒤 설계회사에서 일하며 학원 강사로도 일했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 부지를 외상으로 구입해 15평짜리 주택 10채를 지어 큰 수입이 생기자 경기 가평의 임야 30만평을 매입해 캠핑과 인문학 강의를 함께 했다. 37세 때였다. ‘캠프나비’란 이름의 농장은 지금은 강원도 홍천에 있다. 2000평이나 되는 농장에는 들국화도 피어나고 워크숍과 인문학 세미나가 열리는데 번듯한 건물은 없다. 비닐하우스가 있을 뿐이다. 아이와 어른이 세대를 뛰어넘는 대화를 나누고 도시형 캠핑을 거부하고 농장 곳곳에 텐트를 친다. 품는다. 세상을 뜨기 얼마 전까지도 산을 찾아 한뎃잠을 청했다. 자녀들에게 손가락질이 돌아갈 것을 걱정조차 하지 않았다. 홀로 살아간 지 40년이 다 됐다. 자녀들과 손주들과도 이메일로만 만났다. 나무를 20만 그루정도 심었다. 환갑 무렵 뇌졸중으로 쓰러져 반신을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의술이 아니라 자연과 벗한 것이 그의 목숨을 되살렸다.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했고, 그러자 움직이지 않던 몸의 근력과 생기가 살아났다. 82세에 집을 떠나 길을 걷다 가난한 시골 기차역장 집에서 폐렴으로 누운 지 열흘 만에 저세상으로 떠난 레흐 톨스토이를 닮고자 했다. 아들딸들도 걷다가 죽고자 하는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해 늘 여정을 떠날 때마다 시신기증등록증과 돈 20만원정도를 목에 걸고 다녔다. 어느날 딸이 “아빠가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해?” 물었다며 “길을 걷다가 들국화가 눈에 띄면 ‘아버지가 참 좋아하셨는데…’ 그렇게 스쳐가듯 가끔씩 생각해주면 된다고 했습니다. 캠핑은 인생에서 우러나와야만 제대로 발현되는 정서 운동입니다. 일평생 하고도 화장터에 갈 때까지 해야 하는 것, 그것이 캠핑”이라고 답했던 그다. 자유기고가 최은자 씨는 긴 애도문을 남겼다.“그에게 94세라는 지구 나이가 있었지만, 내가 만났던 그는, 나이를 종잡을 수가 없었다. 때론 200세 허연 수염 기른 미래를 보는 신선 같았고, 때론 땡땡이치고 학교 뒷담을 넘어 도망치는 사춘기 꼴통 같았고, 때론 나날이 오염 되는 지구환경에 잠 못 이루는 생태학자였고, 때로는 18세기 유럽 파티를 즐기는 바람둥이 백작 같았다. 자유와 고독을 사랑하는 시인이고, 매일 설렘으로 무장하는 백전노장이며, 청승과 낡은 풍습에 얽매여 사는 인생은, 도와줄 필요도 없다고 잘라버리는, 냉정한 칼이었다. 그는 설악산 정도는, 백번도 넘게 올랐다는 알피니스트였고, 세계여행 중에는 거리의 노숙자들과 나란히 잠을 청하고, 그들과 음식을 나누는 별종이었고, 다음 행선지가 정해지지 않는 채 집을 나설 때, 무한한 설렘으로 온몸이 들뜬다 하였다. 종점을 보지 않고 무조건 올라탄 버스로 이리저리 헤매는 것이 가장 가성비 좋은 여행이라고, 깔깔깔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은 개구쟁이 자체였다. 몇년 전부터 그는 주먹만한 글씨 외에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이 망가졌지만, 스마트폰에 수를 놓듯이 문자를 새겨 넣어, 매일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포노 사피언스’였다. 시간과 자유의 서핑보드를 마음껏 즐기면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다가도, 여린 들꽃들의 씨를 받아 긴 겨울동안 말려 봄을 기다려 뿌려 놓고 싹이 트기를 기다리며 흘깃 본 미지의 여인을 찾아가듯, 그 장소를 몇 번이나 가본다고 했다. 그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려 미치겠다던 그는, 세상의 24시를 살지 않고 그가 제작한 우주시계를 보며 산 사람이었다. 재미나게 아주 재미나게 살아라! 그리고 시시한 이야기는 하지마! 당당하게! 멋지게! 미치게 멋지게 살아! 그리고 씩 웃던 사람. 하얀 눈 오는 날 세상 떠나고 싶다던 마지막 바램까지도, 완벽하게 연출한 깐돌이 어린왕자!!!” <본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아시아N 기사와 이투데이의 월간지 ‘브라보’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넷플릭스 화제 ‘돈룩업’의 실존 인물은

    넷플릭스 화제 ‘돈룩업’의 실존 인물은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2명의 천문학자가 6개월 후면 혜성이 지구와 충돌해 인류가 공멸할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하지만 아무도 이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정치인들과 언론은 이 불편한 진실을 왜곡하고 가공해 각자의 욕망에 이용하려 할 뿐이다. 기후위기를 외면하는 현실을 풍자한 애덤 맥케이 감독의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이 화제다. 지난 24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후 1억 1103만 시간 재생되며 94개국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 1위에 올랐다.블랙코미디인 돈 룩 업은 지구가 멸망한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영화로 실존 인물을 그리지 않았다. 하지만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어디선가 많이 본 현실 속 인물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의 인터넷 영화매체 스크린랜트(Screenrant)와 영국 연예매체 덴오브긱(Den of Geek)을 참고해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어떤 실존 인물과 닮았는지 분석했다. ● 제니퍼 로렌스는 그레타 툰베리를 연기했다? 제니퍼 로렌스가 연기한 케이트 디비아스키는 지구와 충돌할 ‘행성 침략자’ 디비아스키 행성을 처음 발견한 천문학과 박사과정 대학원생이다. 냉소적인 성격의 디비아스키는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연상케 한다. 디비아스키는 다이어트 앱에 지구와 혜성의 충돌 시간을 입력해놓고 6개월 후면 인생이 끝장난다는 사실에 하루 5번씩 울음을 터뜨리며 괴로워한다. 인기 있는 생방송 토크쇼에 출연해 혜성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지만 이를 가벼운 농담으로 다루는 진행자들에게 화를 내며 “우리 모두 100% 죽고 말 거다”라고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그를 미치광이, 웃음거리로 소비할 뿐이다.디비아스키는 혜성 충돌의 진실에 관심이 없는 미국 대통령과도 설전을 벌인다. 인류를 구원할 수만 있다면 중간선거에 이길 목적으로 활용해도 좋다며 적극적으로 돕기도 한다. 그의 모습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탄소배출을 중단해 지구 온난화를 막아야 한다고 호소하는 툰베리와 닮았다. 학교에 가는 대신 기후위기 대책을 요구하는 ‘금요결석시위’로 주목받은 툰베리는 국가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고 호소하고 탄소 감축에 무신경한 지도자들은 ‘블라 블라’ 떠들기만 한다며 냉소한다.기후위기를 부인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며 파이터의 면모도 과시했다. 기후위기를 믿지 않거나 위험성이 낮다고 주장하는 기후 회의론자들은 툰베리가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요구한다고 비판하거나 감정에 소구한다며 조롱하고 공격한다. 욕하며 비웃는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대중 콘서트와 집회를 열고 연대하는 디비아스키와 툰베리는 상당히 흡사하다. ● 영락 없는 여자 트럼프, 메릴 스트립메릴 스트립은 돈 룩 업에서 미국 대통령인 재니 올린을 맡았다. 언뜻 힐러리 클린턴을 떠올리게 하지만 보다 보면 영락 없는 여자 트럼프다. 리얼리티 TV쇼의 스타로 떠올라 백악관까지 입성한 올린은 TV쇼 어프렌티스에서 “넌 해고야”라는 유행어를 히트시킨 트럼프에 대한 패러디다. 국가수반이지만 과학적 진실을 무시하는 그의 모습은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를 연상케 한다. 중간선거 캠페인에서 야구모자를 쓰고 지지자들 앞에서 손을 흔드는 올린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적힌 빨간 모자를 쓴 트럼프와 똑 닮았다.미국의 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를 꼬집는 장면도 등장한다. 부시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을지 모른다는 정보기관의 보고서를 구실 삼아 이라크 침공을 준비한다. 2003년 3월 미군의 침공이 시작됐고 후세인 정권은 두달 만에 무너진다. 승리에 의기양양해진 부시는 전투기 조종복을 입고 항공모함인 링컨함에 내리는 등 정치 쇼를 벌인다. 그는 ‘임무 완료(mission accomplished)’라는 배너가 걸린 항모에서 종전을 선언한다. 돈 룩 업에서 올린 대통령이 항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혜성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며 비장미를 연출하는 장면과 유사하다.맥케이 감독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도 빼놓지 않았다. 대중 앞에 금연을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백악관 회의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올린의 모습은 2016년 주요7개국(G7) 회담에서 담배를 들고 있는 듯한 사진이 찍힌 오바마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백악관은 오바마가 들고 있던 물건이 담배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올린이 혜성을 최초 관측한 천문학자 두 사람이 미시건주립대 출신이라고 하자 하버드, 프린스턴 등 명문대에 다시 알아보라고 지시하는 것도 아이비리그 출신들을 신뢰하고 중용한 오바마에 대한 풍자로 읽힌다. ● 엄마 대통령 옆에 아들 비서실장=트럼프의 아이들올린 대통령의 아들이자 백악관 비서실장인 제이슨 올린은 트럼프의 자녀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쉬너를 한데 합친듯한 인물이다. 조나 힐이 대통령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백악관에 들어가 주요 정책회의에 참석하고 대통령 일정을 관리하는 문고리 권력을 밉상스럽게 소화했다. 트럼프의 자녀들은 그림자 대통령, 퍼스트레이디라고 불릴 정도로 트럼프를 가깝게 보좌하며 정책 결정을 주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여행에 매료된 억만장자는 머스크? 마크 라이언스가 연기한 피터 이셔웰은 해마다 최첨단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배시(Bash)의 최고경영자(CEO)이다. 올린 대통령에게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대는 후원자로 혜성 폭파 계획까지 좌지우지한다. 우주여행에 빠져 민간 우주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기후위기보다는 돈과 이익을 우선시하는 전형적인 기업인의 모습을 보인다. 2026년 화성 이주 계획을 세우고 우주 탐사에 올인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를 모티브로 한 인물이라는 평가에 힘이 실린다.이셔웰이 배시의 알고리즘을 이용해 한 사람의 죽음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장면에서 지금은 메타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를 떠올린 관객도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8년 이용자 5000여만명의 개인정보 수집해 유출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내부 고발이 터져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 뉴욕타임스와 아침 토크쇼도 풍자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브리 에반티와 틸러 페리가 연기한 잭 브레머는 시청률이 잘 나오는 토크쇼 ‘더 데일리 립’의 진행자로 등장한다. 무겁고 심각한 뉴스라도 무조건 가볍게 다루는 이들의 모습은 미국의 아침 토크쇼들을 흉내낸 것처럼 보인다. 브리 역은 MSNBC ‘모닝 조’의 여성 진행자 미카 브레진스키와 흡사하며 브레머 역은 ABC ‘굿모닝 아메리카’의 마이클 스트라한 또는 모닝 조의 조 스카버러를 본뜬 캐릭터에 가깝다.하지만 맥케이 감독은 베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언론 전반을 풍자한 것이지 특정 인물을 묘사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천문학자들의 주장을 보도하려다 철회한 매체 뉴욕 헤럴드는 뉴욕타임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시인했다. 맥케이 감독은 뉴욕타임스가 기후 회의론자인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슨을 고용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뉴욕타임스가 그를 고용한 것에 엄청난 수치심을 느낀다”며 “당신이 그 신문의 편집국장이라면 ‘우린 (기후변화 때문에) 망했다’라는 제목을 달자고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 [금요칼럼] ‘운칠기삼’과 노블레스 오블리주/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금요칼럼] ‘운칠기삼’과 노블레스 오블리주/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을 성취하는 데 필요한 요소로 운이 7할이고 능력이 3할이라는 뜻이다. 전자는 외부환경을 가리키는데, 자신이 스스로 바꿀 수 없거나 자기 노력과는 무관한 요인을 이른다. 그래서 돌고 도는 운수요, 우연적 요인이다. 그런데 그 비중이 무려 70%라는 얘기다. 고대 중국의 설화에 뿌리를 둔 이 관용어는 자기 노력만으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세상사의 오묘한 이치를 에둘러 보여 준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자기 능력 바깥에 존재하는 환경과 제대로 만나야 성취가 가능하다는 경험론적 교훈이다. 역사에 등장하는 영웅호걸의 삶이 비극으로 막을 내릴 때, 우리는 흔히 때를 잘못 만났다며 아쉬워한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나 제갈량도 따지고 보면 그 때가 제대로 조응해 주지 않은 사례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조언할 때, 실력을 강조하면서도 말미에는 때를 잘 만나야 한다는 훈수를 둔다. 뒷골목 술집의 장삼이사 대화에서도 때를 안주로 삼는 일이 흔하다. 운이 억세게 좋았다느니 재수가 더럽게 없었다느니 하는 자가진단은 오늘도 곳곳에서 들린다. 무수한 인생 선배들이 실제 삶에서 느낀 자기중심적 경험담인 셈이다. 물론 운과 기의 비율은 사람에 따라 다를 테다. 주관적 자아가 강하고 속세의 성공을 이룬 사람일수록 기의 비율을 높여 잡을 것이다. 자수성가했다며 큰소리치는 부류는 대개 여기에 속한다. 그 반대의 인생을 사는 이들일수록 운을 탓하는 비율이 높을 수 있다. ‘잘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속담처럼 이 또한 인지상정이다. 그래도 역사에서 명멸한 숱한 인생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면, 운과 기의 비율이 7대3으로 수렴하더라는 것 또한 우리네 인생의 소중한 경험론이다. 이런 경험 데이터를 믿을 때,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가능하다. 내 60년 인생을 놓고 누가 나에게 운칠기삼을 묻는다면, 나는 솔직히 ‘운9 기1’이라 말하기도 버겁다. 나는 태어날 때 어떤 이를 부모로 삼을지 고민해 본 적 없다. 중상위층 가정에서 태어나기 위해 땀 흘리지도 않았다. 북한이나 시리아에서 태어나지 않으려고 애쓴 적도 없다. IQ 좀 괜찮게 태어난 것도 내 의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하다못해 대입 시험 치르는 날 아침 갑자기 심한 복통이 찾아오지 않은 것도 내 땀방울의 소산은 결코 아니다. 지금까지 인생의 우여곡절을 제법 겪었지만, 내 노력만으로 현실을 바꾼 적은 전혀 없다. 수능 1등급이라고 까불지 마시라. 모든 것이 상대평가인 우리나라에서 당신의 1등급은 경쟁의 승리이기 이전에 당신보다 점수를 조금 덜 받아준 96%의 수험생들, 곧 환경 ‘덕분’에 가능했을 뿐이다. 천재 수준이지만 뜻한 바 있어 수능을 치르지 않고 다른 진로를 선택한 적지 않은 동년배 덕분임도 잊으면 안 된다. 다른 환경에서 다른 그룹과 경쟁한다면 당신은 9등급을 받을 수도 있다.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우쭐대지 말고 겸손히 주변을 돌아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허무주의로 가자는 건 전혀 아니다. 기3의 자기 실력을 끝내 돋보이게 해 준 운7을 향해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승자독식이라는 마약에 취하지 말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추구할 책임을 분명히 자각할 필요가 있다. 양극화가 짓누르고 갑과 을이 모두 각박한 현재 한국사회에 절실한 것은 개혁도 개혁이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인식의 전환 없이는 사회 전체가 점차 ‘오징어게임’으로 치달릴 것이다. 새해 임인년 대선에서는, 적어도 ‘운칠기삼’의 경험론적 데이터를 믿고 그런 마음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이 땅의 숱한 눈물들에 다가갈 수 있는 이가 당선되면 좋겠다. 그저 자기 잘난 맛에 정치하겠다며 좌충우돌하면서 ‘내로남불’이나 신봉하는 자는 아니올시다.
  • 해리포터 20주년 다큐에 왜 JK 롤링은 자료화면으로만 나올까

    해리포터 20주년 다큐에 왜 JK 롤링은 자료화면으로만 나올까

    루퍼트 그린트의 말에 따르면 “가족”이 뭉쳤는데 딱 한 사람이 빠졌다. 소설 원작자인 JK 롤링이 자료화면으로만 등장하지, 직접 얼굴 을 내밀거나 인터뷰를 통해 감회를 밝히지도 않는다. 베스트셀러 해리 포터 출간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 HBO 채널에서 새해 첫날(이하 현지시간) 내보내는 특집 프로그램 ‘리턴 투 호그와트’에 대니얼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그린트 등 주요 배우들이 모두 얼굴을 내미는데 정작 원작자 롤링은 자료화면으로만 나오는 데 대해 아쉬워하는 리뷰들이 적지 않다고 영국 BBC가 29일(현지시간) 전했다. 적지 않은 이들이 트랜스젠더와 관련한 자신의 언급 때문에 여론을 대립하게 만든 것에 부담을 느껴 원작자를 아예 배제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아역배우 출신들 외에 로비 콜트레인, 헬레나 본햄 카터, 제이슨 이작스, 개리 올드맨, 랄프 파인스 등이 감회를 털어놓는데 콜트레인 같은 배우 몇몇이 롤링 얘기를 하긴 한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2019년에 녹화된 인터뷰 영상으로만 등장한다. 일간 더타임스는 “사카린맛으로 달큰한 재회의 순간에 진짜 중요한 뭔가가 빠졌다”고 롤링의 부재를 묘사했다. 텔레그래프는 별점 둘을 매기며 “정작 그녀가 가장 필요한 순간에 JK 롤링은 어디 있느냐”고 따졌다. 물론 프로그램 작가들이나 영화 제작사인 워너 브러더스, HBO 채널 모두 롤링이 빠진 이유를 공식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더타임스의 캐롤 미드글레이 기자는 별점 넷을 매기고도 “이건 마치 어린 왕실 가족들이 유명인들이 가득한 버킹엄 궁전에서 무릎을 맞대 앉아 있으면서 여왕님을 초대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텔레그래프의 에드 파워는 롤링이 “2019년에 찍은 한줌도 안되는 자료화면 속에서 톡 튀어나온다”면서 “그녀가 얼마나 중요한지 과소평가됐다. 머글(muggle, 소설에 나오는 단어로 보통사람을 가리킨다)들이라도 롤링이 다큐에 등장하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그녀의 트랜스젠더 견해가 이 시리즈 스타들에 의해서도 공개적으로 일축됐음을 의미한다고 결론내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아가 이번 특집이 “차라리 사카린 맛에 물리게 하고, 카메라 렌즈에는 바셀린이 묻혀져 존 루이스 백화점의 성탄시즌 광고처럼 모호했다”고 비평했다. 그는 나아가 이 다큐가 “궁극적으로 놓친 것은 해리와 많은 독자들이 어떻게 그에게 꽂히게 됐는지에 대한 순수한 통찰이었는데 솔직히 말해, J K 롤링만이 그런 종류의 통찰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일간 메트로의 사브리나 바처럼 기분좋아지는 리뷰를 남긴 이도 있었다. 그녀는 “몇몇 주목할 얼굴들이 빠지긴 했지만 많은 배우들이 아마도 몇 년 만에 처음일지 모르게 재회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듯해졌다”고 적었다.롤링은 지난해 6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여성’이란 말 대신 ‘월경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미국 미디어 플랫폼 ‘데벡스(Devex)’의 한 칼럼을 비판하며 “성별이 실재하지 않는다면 전 세계에서 여성의 살아있는 현실은 지워진다. 난 트랜스젠더를 알고 사랑하지만, 성에 대한 개념을 지우는 것은 많은 이들이 그들의 삶을 의미 있게 토론할 수 있는 능력을 제거해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일련의 블로그 글을 통해 트랜스 이슈가 성착취의 생존자들로부터 나온 것이며 한쪽 성별 공간만이 존재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이 일로 그녀가 살해 협박, 조롱과 야유에 시달린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그녀에 반해 래드클리프를 비롯한 삼총사들은 모두 원작자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 파인즈 만이 영화 출연진 가운데 롤링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해 의외라는 반응이 있었다. 어느덧 래드클리프는 서른두 살이 됐다. 첫 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서점가에 깔린 것이 2001년 11월이었다. 모두 여덟 편이 제작돼 전 세계에서 78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이번 특집 다큐의 예고편이 공개됐다. 국내 케이블 채널 OCN은 1월 7일 밤 9시에 방영한다.
  • [박홍환 칼럼] ‘고지전’과 종전선언/평화연구소장

    [박홍환 칼럼] ‘고지전’과 종전선언/평화연구소장

    영화 ‘고지전’(2011)은 6·25전쟁 막바지 정전협정 체결을 앞두고 벌어진 고지전투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마도 강원 철원의 395고지(백마고지) 전투, 또는 역시 철원의 425고지 전투를 모티브로 삼았을 것이다. 정전협정 협상 국면에서 한 발짝이라도 더 나아가 점령 지역을 넓히려 육박전을 불사해 가며 치열하게 싸웠던 고지 쟁탈전을 생생하게 재연한 국내 전쟁영화의 수작 중 하나다. 특히 그저 그런 ‘국뽕’ 전쟁영화가 아니라 생사를 가르는 처절한 전투에 임하는 장병들의 복잡한 심경, 피아 간의 보이지 않는 심리전 등을 세밀하게 묘사해 더욱 인상적이다. “이제 이 전쟁의 마지막 전투다. 이렇게 전선이 교착된 2년 6개월 동안 50만명이 죽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 1953년 7월 27일 오전 10시, 판문점에서 북한의 김일성, 중국의 펑더화이, 미국의 마크 클라크가 서명한 정전협정문은 같은 날 오후 10시부터 효력을 발휘하는데 영화의 압권은 그 12시간 동안의 마지막 고지 쟁탈전이다. 살아남은 자는 없다. 백마고지와 425고지 전투는 6·25전쟁 최대의 격전으로 꼽힌다. 백마고지에서는 1952년 10월 6일부터 열흘간 중공군 38군과 국군 제9사단이 무려 12차례나 치열하게 고지 쟁탈전을 벌였다. 당시 양측 합쳐 1만 6000명 넘는 병력이 죽거나 다쳤다. 정전협정 체결 직전인 1953년 7월 20일부터 일주일간 계속된 425고지 전투에서는 중공군과 북한 인민군 950명, 국군 160명이 전사했다. 전쟁과 대결의 광기가 격해질수록 역설적으로 평화에 대한 갈망은 점점 거세지기 마련이다. 최후의 전투에 임했던 68년 전의 양측 장병들도 “조금만 버티면 전쟁은 끝난다”며 다가올 평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득 안고 고지에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어정쩡한 휴전 상태에 머물고 있는 한반도 현실은 피아 간에 목숨을 걸고 고지전을 펼쳤던 68년 전 그때로부터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3년 전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올해 종전을 선언하자”(판문점선언 제3조 제3항)고 합의했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커녕 ‘종전선언’조차 난관에 봉착해 있다. 종전선언 당사국인 남북미중 가운데 우리만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분주하게 나머지 당사국들을 설득하고 있는데 여간해서 진척되지 않고 있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오히려 우리 내부적으로도 찬반 대립이 커지는 등 장애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네 당사국마다 종전선언의 내용과 성격에 대해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4국이몽(異夢), 4국4몽이니 제대로 진전될 까닭이 없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어제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남북 관계 개선의 한 계기로 삼기로 희망했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기대가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종전선언 또한 쉽지 않다는 얘기로 들린다. 이스라엘의 국제법학자 요람 딘스타인의 정의에 따르면 정전협정의 효력이 지배하는 한반도는 실질적 무력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여전히 ‘기술적’ 차원의 전쟁 상태이다. 이런 상태를 종료시키려면 궁극적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어도 당사국 간 다짐 성격을 갖는 종전선언 또한 기술적 전쟁 상태를 끝낼 수 있는 절차이자 수단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을 통해 교착상태인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과 비핵화협상 재개를 꾀하고 있는데 북한도 일단 긍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은 종전선언 그 자체보다는 제재 완화 등의 대응 조치를 내심 바라고 있으며, 미국은 종전선언 이후 북한과 중국이 유엔군사령부 해체 등 정전협정 체제를 뒤흔드는 외교적, 정치적 요구를 해 올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종전선언에 ‘평화협정 체결 시까지 정전협정은 유효하다’는 내용 등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유지나 미국 견제에 종전선언을 이용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종전선언 방정식이 아무리 이처럼 고차원적이라도 반드시 풀어내야만 한다. 논란이 크고 협의가 지난한 평화협정 체결을 전제로 한 종전선언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정치적 합의에 불과한 단 한 줄짜리 종전선언이라도 말이다. 68년 전 격전의 고지에서 산화한 무수한 장병들이 갈망했던 것은 휴전도 정전도 아닌 종전과 평화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절이거나 말리면 더 맛있는 대구 요리/셰프 겸 칼럼니스트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절이거나 말리면 더 맛있는 대구 요리/셰프 겸 칼럼니스트

    어른이 된 지금은 좋아하지만 어릴 적엔 도대체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몰랐던 음식들이 있다. 이른바 ‘어른의 맛’이라고 할까. 대구 지리탕도 그런 음식 중 하나였다. 고등어나 청어같이 등 푸른 생선은 기름진 맛이라도 있건만, 안 그래도 희고 푸석한 흰 살 생선인데 물에 빠져 있으니 딱히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먹어도 심심하기만 해 썩 좋아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이야 가끔 숙취에 시달릴 때면 가장 먼저 생각나지만 말이다.찬바람이 거세게 불고 해가 바뀌는 때가 되면 대구의 계절이 찾아온다. 입이 커서 대구라고 부르지만 살도 도톰하게 커 우리뿐만 아니라 바다를 접한 모든 해안가 민족에게 사랑받는 식재료다. 세계에서 대구를 가장 사랑하는 민족을 꼽으라면 우리도 순위권에 빠지지 않지만 일등은 단연 포르투갈 사람들이다. 조리법이 수백 가지가 넘어 365일 동안 각기 다른 대구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과장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포르투갈을 한 번쯤 방문해 본다면 허풍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대구에 있어선 진심인 민족이니까. 포르투갈에선 대구를 바칼라우라 부른다. 인근 스페인에선 바칼라오, 이탈리아에선 바칼라로 불리는데 이때 대구는 통상 말리거나 염장한 대구를 지칭한다. 가정에서도 식당에서도 대구를 요리할 때 싱싱한 생물보다는 염장하거나 말린 형태로 이용한다는 게 우리와는 다른 점이다. 왜 유럽인들은 대구를 생으로 먹지 않고 번거롭게 소금에 절이거나 말려서 먹게 됐을까. 냉장고가 없던 시절엔 생선을 운송하고 보관하기 위해 반드시 가공이 필요했다. 대구 가공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소금에 절이는 염장법과 바닷바람에 말리는 건조법, 그리고 이 둘을 합친 염장건조법이다.음식을 건조해 저장기간을 늘리는 방법은 오래된 저장법 중 하나다. 신선한 상태의 생선은 약 80%가 수분으로 이뤄져 있는데 수분이 25% 이하가 되면 박테리아가 증식하지 못한다. 여기에 더해 건조 과정 동안 효소의 작용으로 일종의 숙성이 이뤄진다. 그저 담백하기만 한 맛에서 깊고 풍부한 감칠맛을 내는 식재료로 변모하는 것이다. 대구는 청어나 고등어에 비해 헤엄을 많이 치지 않아 붉은 근육과 지방이 많지 않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지방이 산패할 확률이 적어 말리기에 적합했다. 영국이나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에서는 추운 겨울 바위에 대구를 널어 건조했는데 특별히 소금을 치지 않아도 낮은 온도 덕에 생선이 부패하지 않았다.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이탈리아와 같이 더운 지방에선 빠르게 수분이 증발해 건조법이 유용했지만 생선이 미처 마르기 전에 부패하기 쉬웠다. 이를 방지하고자 대구를 소금에 한 번 절인 후 말리는 방법이 널리 사용됐고 지금까지 그 전통이 내려오고 있다. 포르투갈의 시장이나 식재료 상점에 가면 천장에 길게 걸어 놓은 바칼라우가 쉽게 눈에 띈다. 얼핏 보면 마른 널빤지처럼 보인다. 만져 보면 진짜 널빤지를 만지는 듯 딱딱하다. 이런 바칼라우를 요리하기 위해선 몇 가지 전처리가 필요하다. 먼저 나무판자 같은 바칼라우를 통째로 물에 담가 소금기를 빼는 동시에 불려 준다. 때로 물 대신 우유에 담그기도 하는데 우유의 지방을 이용해 바칼라우에 있는 잡맛을 함께 제거하기 위해서다. 가능한 한 자주 물을 갈아 줘야 하는데 고인 물에서 박테리아가 생성돼 자칫 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며칠간 물을 갈아 주는 수고를 거치면 나무판자 같던 대구는 신기하게도 원래의 통통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소금기를 완전히 빼지 않고 적당히 간을 맞춰 물에서 건지는 게 노하우다. 같은 바칼라우라 할지라도 여기서 맛의 차이가 결정된다. 이렇게 원상 복구된 대구는 생대구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풍미를 보여 준다. 소금에 절여지는 동안 소금에 내성이 있는 효소가 단백질과 지방을 더 감칠맛 나는 분자로 분해한 덕이다. 쉽게 부스러지는 섬세한 생대구살과는 달리 탄력 있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우리는 대구를 탕이나 조림, 전으로 먹지만 포르투갈 사람들은 불린 바칼라우를 굽고 볶고 지지고 튀기고 삶아 먹는다. 포르투갈 북부 미뉴 지방에서는 덩어리째 썬 바칼라우를 튀긴 후 얇게 썬 감자튀김과 식초에 볶은 야채를 함께 낸다. 바칼라우 아사도는 이름 그대로 그릴 위에 구운 바칼라우로 삶은 감자와 야채가 곁들여져 나온다. 바칼라우를 북어포처럼 잘게 찢은 후 튀겨 감자와 야채를 곁들여 먹는 바칼라우 아 브라스도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식감과 맛을 낸다. 이제 우리도 대구를 먹는 방법에 상상력을 더할 필요가 있다.
  • ‘청소년 트랜스젠더’ 기획 돋보여… 대선 보도, 기계적 중립 지양을

    ‘청소년 트랜스젠더’ 기획 돋보여… 대선 보도, 기계적 중립 지양을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28일 제146차 회의를 열고 12월 주요 현안을 다룬 서울신문 보도를 분석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회의는 서면으로 진행했다. 이동규(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위원장을 비롯해 김숙현(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협력실장), 김재희(김재희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박경미(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정은(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정일권(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위원이 참여했다. 위원들은 ‘청소년 트랜스젠더’, ‘늙어 가는 산부인과’ 등 기획기사를 비롯해 국제면과 오피니언면을 높게 평가했다. 대선을 앞두고 기계적 중립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심층성·접근법 인상적인 기획기사 김재희 ‘벼랑 끝, 홀로 선 그들: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기획력과 심층성에서 단연 돋보이는 기사였다. 국내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현황과 성별 불일치감으로 겪는 고통에 대한 사례와 통계, 학업 중단의 문제, 성별 정정 관련 법적 절차, 의료 문제, 대선 주요 후보들에 대한 성소수자 정책까지 청소년 트랜스젠더 이슈를 법, 의료, 정치, 교육 등 다각도에서 심도 있게 분석했다. 김정은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인권과 이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심층적으로 취재한 신문사는 서울신문이 유일한 것 같다. 4명의 청소년이 학교에서 겪은 여러 문제들을 이들의 관점에서 서술해 공감하며 기사를 읽을 수 있었다. ‘용어 클릭’ 코너도 돋보였다. ‘논바이너리’, ‘앨라이’와 같은 단어를 독자들을 고려해 인권적인 차원에서 정의하고 있어 글을 읽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문제를 보여 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해외 사례를 통해 ‘성중립 화장실’과 같은 해법을 언급하고 이를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무관심한 정치권을 지적한 시각이 돋보였다. 다만 인터랙티브 기사로 연결되는 QR코드 오류 등은 점검할 필요가 있겠다. 박경미 ‘늙어 가는 산부인과’ 기획기사는 산부인과 병원이라는 작은 프리즘으로 저출산 및 인구 감소, 그리고 불균형적 의료 체계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조명했다고 평가한다. 산부인과 전문의 부족과 그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의료수가와 위험 부담 등의 문제를 다루면서 산부인과 감소의 원인을 의료 분쟁과 수급 상황 전반의 문제를 잘 짚어 냈다. 산부인과만을 소재로 했지만 이 과정에서 논의되는 내용은 산부인과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좋은 기사라고 생각한다. ●대선 보도, 산술적 균형은 경계해야 정일권 20일자 1면 ‘폭로와 해명 싸움, 정책을 삼켰다’ 기사는 이번 대선 캠페인의 문제점을 정확하고 간결하게 지적했다. 직관적으로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도록 하는 좋은 제목이다. 그러나 서울신문도 이런 비판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폭로와 해명을 다루면서 편향성 시비를 피하고자 후보별 산술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그릇된 기준으로 유권자를 가르고 지지 후보에 따른 집단 갈등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 않다. 반면 22일자 1면 ‘타임오프제 찬성 누구 공약일까요’ 기사는 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제도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를 비교하면서 구체적인 정책에 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선거 보도라고 볼 수 있다. 박경미 14일 보도된 ‘문 지지율 못 넘은 이, 정권교체론 흡수 못한 윤… 아직 대세는 없다’ 기사는 최근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선거 정국을 압축적으로 잘 보여 주고 있는 기사라고 생각한다. 정권 재창출과 정권교체로 나눈 대선 성격에 대한 여론조사 응답 결과와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여론조사 응답 결과를 근거로 이번 대선에 참여하는 주요 후보들의 한계를 잘 지적하고 있다. 9일자 ‘여도 야도 선심성 100조’ 기사는 두 후보의 정책적 유사성을 꼬집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경쟁의 본질을 다룬 기사라고 본다. 그동안 어느 한쪽에서 제기됐던 피해 보상 대책을 두고 양당의 주요 인사들이 상호작용하는 내용을 보여 주는 부분이 인상 깊다. 그러나 이러한 후보의 정책적 제안들을 공식적인 것으로 만드는 오해는 피해야 한다. 후보 이외의 소수 인물들이 정책을 언급한 것은 선거 공약의 공식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베이징올림픽 관련 심층 기사 보도되었으면 김숙현 12월 국제면 기사들은 대체적으로 지역 안배 및 이슈 선정이 훌륭했다. 미중 갈등, 미 연준 테이퍼링 관련 기사, 미중 갈등과 중국 견제에 대한 유럽·일본 등의 움직임,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 고조 등은 독자들이 국제 정세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본다. 12월 3~4일자 22면 비움, 월드이슈에서는 팀 마셜 국제문제 전문 저널리스트와의 화상 인터뷰 내용을 싣고 있는데 시의적절하면서도 코로나19 상황에 걸맞은 좋은 시도라 생각한다. 다만 글로벌 석학이나 유명 전문가도 좋지만 이슈에 따라서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일반인과의 인터뷰도 필요해 보인다.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개최가 임박해 오는 가운데 베이징올림픽 준비 상황 및 국제사회의 동향 관련 심층기사도 보도되면 좋겠다. 김정은 ‘윤연정 기자의 글로벌 줌’은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이슈를 설명하고 있어 세계 정세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3~4일자 ‘新냉전의 서막, 10년간 동아시아가 최대 화약고 될 것’ 기사는 국제정치를 전공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세계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기사였다. 요소수 사태로 미중 무역전쟁 및 공급망에 관심을 갖는 독자가 많을 것 같은데 앞으로도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국제정치 문제를 쉽게 설명해 주는 코너가 나올 필요가 있다. ●한발 더 나아가는 보도 필요 박경미 청소년 방역패스 논란은 청와대 국민청원 인원이 증가했고, 헌법소원 청구의 움직임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이슈다. 2030세대를 비롯한 젊은층의 정치사회적 태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앞으로 청소년층의 성장에 따라 새로운 세대의 진입이 향후 정치적 향방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의 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재희 20일자 1면 기사로 ‘15년간 양육비 안 준 배드파더스 첫 공개’를 보도했다. 지난 7월 개정된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첫 신상 공개로 의미가 있는 기사인 만큼 좀더 분량을 늘리거나 추가적인 부분을 취재해 다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피니언·사설 통한 사회적 책임 수행 눈길 이동규 원격의료 이슈를 담은 사설이 눈에 띄었다. 6일자 ‘늘어나는 재택치료, 원격의료 제대로 논의해 보자’ 사설은 이슈 선점, 심층 분석, 논의의 장 마련을 통해 여론을 살피고 형성하는 언론의 의제 설정자 역할에 딱 들어맞는 내용이었다. 17~18일자 ‘최광숙의 Inside’와 23일 ‘최광숙 칼럼’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칼럼이 게재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서울신문에서 원격의료 이슈와 마찬가지로 관심을 가질 정책 의제로 생각한다. 또 시행 이후 집행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들도 점검하고 개선 제언도 해 줬으면 한다. 정일권 20일자 31면 ‘비호감 대선, 이도 윤도 다 싫다는 2030’ 사설은 후보자들에게 젊은 표심을 얻기 위해 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그 결과를 제시하라고 말하며 바람직한 캠페인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언론에 맡겨진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0일자 31면 서울광장 ‘역대급 비호감 대선은 아니다’는 선거와 같은 중요 과정에 시민이 참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일깨우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높이 평가한다.
  • 격변의 2022년… 오피니언이 더 깊게, 더 넓게 담겠습니다

    격변의 2022년… 오피니언이 더 깊게, 더 넓게 담겠습니다

    2022년 새해, 오피니언 면이 크게 달라집니다. 3년째로 접어드는 코로나19의 재앙은 우리의 생각과 생활을 격변시키고 있습니다. 20대 대통령은 3월 9일이면 탄생하고 대한민국도 적지 않은 변화를 겪게 됩니다. 서울신문은 달라지는 환경과 국내외 정세를 예리하게 분석할 외부의 새 필진 34명을 맞이합니다. 이로써 오피니언 면을 이끌어 갈 외부 필진은 86명으로 늘어납니다. 오피니언 면도 매일 4개면으로 늘립니다. 차현진 한국은행 자문역의 ‘차현진의 은근(銀根)한 이야기’는 이제는 필수 상식이 돼 버린 금융경제에 관한 정보를 알기 쉽게 풀어주고, 이석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이석우의 국제법 포럼, 천동설에서 지동설의 나라로’는 일상과 거리가 먼 듯 보이지만 실은 일상과 가까운 국제법을 독자의 눈높이에서 소개합니다. 갓 시작된 탄소중립에 관한 모든 것은 전의찬 탄소중립위원회 기후변화위원장의 ‘전의찬의 기후변동 강의’, 조재원 울산과학기술원 교수의 ‘조재원의 에코 사이언스’를 통해 소상히 알려드립니다.몸집이 커진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한국은 선진국인가’도 각 분야의 전문가를 모셔 들어봅니다. 정은귀 한국외국어대 교수의 ‘시(詩)와 시선(視線)’이 한 달에 2회 연재되며, 필재(筆才)가 뛰어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지금 미국을 알려면 70년대 미국을 알아야 한다는 취지로 장기 연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매주 월·목요일의 특별칼럼에서는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이 경제 분야, 정재정 광주과학기술원 초빙석학교수가 역사 분야,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국제정세에 대해 날카로운 필치로 풀어나갈 것입니다. 화·수·금요일 지면에 실리는 ‘열린세상’에서는 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해양법을 쉽게 풀이하며, 유창선 정치평론가가 난마처럼 얽힌 한국 정치를 시원하게 분석해 줄 것입니다.
  • 김건희 논문 표절에 “22년 전”…32년 전 검증당한 조국 분노

    김건희 논문 표절에 “22년 전”…32년 전 검증당한 조국 분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허위 이력’ 의혹에 사과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숙명여대 석사 논문이 표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JTBC는 27일 김건희씨의 1999년 숙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 석사학위 논문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를 카피 킬러로 검증한 결과, 표절률 42%로 표절 수치 기준을 훨씬 상회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총 48페이지 중 43페이지에서 표절 흔적이 있었고, 전체 382문장 중 250문장 가량이 동일하거나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울 클레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분석한 부분은 로즈메리 람버트의 ‘20세기 미술사’와 세부적인 내용 및 토씨까지 같았고, 회화적 배경을 다룬 부분에선 파울 클레의 1995년에 출간된 작품 번역서를 문단 통째로 옮겨 쓴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김 씨의 석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 “22년 전 당시의 기준을 따지지 않은 채 제3자가 현재 기준으로 표절을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최지현 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은 “해당 논문은 ‘숙대 연구윤리규정’이 처음 제정되기 8년 전인 1999년도에 제출됐고, 당시는 각주 표기에 대한 기준이 정립되기 이전”이라며 “해당 대학의 정식 조사 결과가 있기도 전에 현재 기준에 따라 제3자의 부분적 의견을 빌려 표절을 단정 보도한 건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같은 조건(6어절 이상 동일)으로 표절 검증 프로그램을 통해 논문을 검증할 경우 가천대 석사 논문도 표절률 27%가 나온다며 “이 후보 논문에 대해서도 같은 전문가에게 동일한 잣대의 검증을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조국 “1989년 논문도 검증하더니…”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28일 “국민의힘, 김건희 1999년 석사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22년 전 석사 논문에 현재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며 옹호한다. 보수 언론도 ‘22년 전’ 것임을 제목에 넣어 강조한다”고 언급했다. 조국 전 장관은 “국민의힘은 1989년 나의 석사 논문이 표절이니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보수 언론도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 검증 필요성을 강조했다”라며 “그래서 서울대가 검증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은 나의 미국 버클리대 로스쿨 박사논문(1997)도 서울대가 검증해야 한다고 서울대를 압박해 서울대가 검증하고 결과를 발표했다”라고 설명했다. 조국 전 장관은 “많이 바라지 않는다”면서 “똑같이만 해라”라고 분노했다.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원하지 않기를 원하기/뉴스페퍼민트 대표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원하지 않기를 원하기/뉴스페퍼민트 대표

    언제부턴가 직장에서 점심을 고를 때 의견을 말하지 않게 되었다. 무엇을 같이 먹을지 정하는 것은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권력이다. 사회적 위치가 오르고 내 의견이 잘 반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작은 영역에서라도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견에 조심하기 시작했다. 식사 메뉴를 고르지 않는 것은 그 작은 실천이다. 물론 나도 원하는 것이 있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그러한 바람 자체가 생물학적, 혹은 사회적 요인에 의한 것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이유는 어젯밤 나의 선택이 지금 내게 추가적인 수분과 염분의 섭취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날씨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특정한 음식을 섭취했던 순간의 복합적인 기억은 지금 내 몸의 생물학적 요구와 맞물려 내게 해당 음식을 원하게 만든다. 사회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타인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 지능의 진화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내 모든 바람에 의심을 가지게 만든다.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지만, 대부분은 나 자신의 고유한 개성이 아니라 멀게는 타인이 부여한 가치의 영향이며, 가깝게는 어젯밤 우연히 본 PPL 광고 속 물건과 같은 것이다.무언가를 원함으로써 의견 차이가 드러나고 때로 다툼이 발생하는 것 또한 이런 회의적 태도를 확고하게 만들었다. 한동안은 바라는 것이 다른 이들 간에도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정치적 문제가 아닌 이슈에 대해서는 객관적 사실에 합의하고 동일한 논리적 규칙을 적용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한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모든 이슈가 정치적 문제로 수렴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결국, 나는 어떤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게 되었다. 물론 집단에 속하기를 원하고 그 집단의 승리를 자신의 승리로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며, 따라서 이를 거부하는 이런 주장을 어떤 이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상대 진영의 프로파간다에 속아 넘어간 사실을 감추려는 포장으로 생각하거나, 아니면 철지난 허무주의나 상대주의의 하나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 한 번 만이라도 진정 어떤 것도 원하지 않는 순간의 자유를 경험한 이들은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한 칼럼에서 마르셀 뒤샹의 말을 보았다 “나는 나 자신의 취향에 따르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반박해 왔다.” 뒤샹이 꼭 나와 같은 이유로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는 예술가로서 자신의 취향이 한계를 정하고 스스로를 얽매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이 가진 편향을 배제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나와 같은 입장이라 생각한다. 인간이 가진 비합리성과 편향, 오류에 대한 보고는 무수히 많다. 지금까지 연재한 칼럼들의 상당수는 어떻게 하면 그러한 함정을 피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인지를 다룬 것이다. 원하는 것이 생기는 순간 인간은 예측 가능 해지며 타인의 게임으로 들어가게 된다. 원하지 않아야만 그것을 얻을 수 있다는 모순적인 표현이 현실이 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쇼펜하우어의 ‘인간은 무엇을 원할지 선택할 수 없다’는 말처럼 무언가를 원하게 되는 것 또한 인간의 의지 바깥의 일이며, 따라서 나 역시 무언가를 원하는 마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단지 그 마음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그리고 공개적인 선언이야말로 매우 유용한 방법이라 생각하며 그것이 이 칼럼의 목적이다.
  • 뾰족한 첨탑은 빼고 일상은 더하고…권위 내려놓은 개포동교회

    뾰족한 첨탑은 빼고 일상은 더하고…권위 내려놓은 개포동교회

    교회 하면 떠오르는 것이 첨탑과 드높이 달린 십자가다. 다양한 종파들이 경쟁하듯 곳곳에 들어선 개신교 교회들은 조금이라도 더 눈에 띄기 위해 높이 세운 십자가에 빨간 네온사인을 설치했다. 붉은 십자가로 불야성을 이루는 것이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비판에 빛 공해 논란까지 일으키는 교회 건축이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최근 개신교 교회 건축은 첨탑의 권위적 형태를 버리고 친근하고 부드러운 형태로 도심 속에 자리잡아 이웃에게 따스한 위로와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모두를 위한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준공한 서울 개포동교회(대한예수교 장로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100여개의 교회를 디자인해 자칭 타칭 ‘교회 건축 전문가’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이은석(코마건축사사무소) 경희대 교수가 디자인했다.재건축과 재개발의 광풍을 타고 개포동에는 고가의 아파트 숲이 조성돼 있다. 조금 남아 있는 숲 덕분에 아파트 가격은 전국 최고가를 다툰다. 고층 아파트의 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은 몇몇 중고등학교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외의 지역도 있었다. 강남구 선릉로에서 골목으로 들어가면 여전히 옛 골목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구역이 있다. 복잡한 소유권 문제로 재개발이 어려운 상가주택지역이다. 개포동 교회는 도심 재개발의 불균형 속에서 신구 지역의 경계에 지어졌다. 해를 가득 받으며 서 있는 교회를 골목에서 바라보면 밝은 색의 외장재와 부드러운 곡선, 단순한 외양 덕분에 전체적으로 온화한 느낌이다. 첨탑도, 꼭대기에 십자가도 없이 웅장하지도 권위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그윽한 존재감이 골목 전체를 따스하게 비추는 듯하다.“현대의 교회 건축은 신앙적 구도의 성소임과 동시에 심리적으로 피폐해진 도시민들에게 영적인 평화와 위안을 베푸는 장소가 돼야 합니다. 종교를 떠나 모두에게 가깝게 다가가도록 첨탑의 권위적 형태를 과감히 버리고, 친근하고 부드러운 형태와 따스한 외장재를 선택함으로써 도심 속에 정겹게 자리잡도록 했습니다.” ●기존 붉은색 벽돌 건물 철거하고 신축 이 교수는 “전통적인 종교 건축에서는 세속으로부터의 망명과 같이 분리된 공간을 지향했지만 현대 도시의 교회는 예전 동네 어귀마다 있었던 오래된 느티나무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누구에게나 휴식처, 안식처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종교적 가치를 내세워 스스로 고립되기보다 교회가 능동적으로 세상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들린 건축, 열린 가치’라는 개념으로 요약되고, 교회 건축물로 구현된다. 교회가 방어적 성채처럼 되지 않도록 거대한 볼륨은 공중으로 들어 올리며, 그 아래로 소통의 공간이 활성화되도록 하는 형식이다. 사비석(화강암의 일종) 마감의 볼륨이 바닥에서 들려 있고, 저층부 교류 공간의 열린 가치를 극대화한 개포동교회에 그 철학이 잘 반영돼 있다. “전통적으로 교회란 소통보다는 구별을 추구했고, 최근까지의 교회는 그런 모습이었지만 21세기의 교회는 소통이 안 되면 존립이 불가능합니다. 어떻게 하면 공공성을 띠고 이웃과 잘 소통이 되게 하는가가 디자인에서 최대의 관건이었습니다. 약간의 종교성만 띠도록 상징성이나 장식성을 최소화하고, 대신 교회 건축이 공공성을 가지면서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습니다.”기존에 자리한 붉은색 벽돌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하는 프로젝트는 현상설계로 진행됐다. 이 교수는 즐비한 상가 건물들에 꽉 막힌 성채처럼 여겨졌던 붉은 벽돌의 교회당 건물 대신 들어서는 신축 교회는 도시의 가로가 교회를 통해 막히지 않고 반대편으로 소통하도록 디자인했다. 주차장 입구에서 보면 확연히 드러나는 ‘V’자형 기둥이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이 교수는 “넓지 않은 부지에서 주차장 진입이 용이하도록 지상 볼륨을 들어 올릴 때 캔틸레버(건물 본체에서 튀어나온 부분)의 지지를 돕는 구조적 해결책일 뿐 아니라 들린 볼륨 아래로 열린 가치가 유입되는 건축 특성을 드러내는 상징”이라고 설명했다.●주민·인근 직장인들도 찾아오는 쉼터 기존 건물에서 아쉬웠던 ‘열린 가치’를 전체 볼륨을 들어 올림으로써 극대화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1층은 사방을 유리로 처리해 해가 잘 들고 안과 밖이 소통되도록 했다. 로비는 마을회관처럼 모두에게 열려 있다. 누구든 이용할 수 있도록 로비에 무인 커피자판기를 갖춘 북카페, 건물의 벽면을 따라 만들어진 실내 산책로(책의 길), 조용히 책을 보거나 소모임을 가질 수 있는 교류의 공간 등을 만들었다. 낮 시간에는 인근 주민들이 찾아와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아이들은 와서 공부도 하고 책도 읽는다. 주변 사무실의 직원들은 점심식사 후 들러서 커피를 마시며 쉬어 가는 장소로도 애용하고 있다. ●佛 노트르담 뒤오성당서 영감 교회의 부드럽고 자유로우면서도 단순한 외관은 이 교수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가 말년에 설계한 프랑스 롱샹의 노트르담 뒤오성당 외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 유학 중 여러 차례 방문하고 연구를 많이 하면서 수없이 스케치를 해 봤던 터라 롱샹 성당의 지붕 곡선이 자연스럽게 디자인에 반영됐던 것 같다”면서 “개포동교회는 두 개의 곡선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지점이 마치 버선코 모양을 하고 있는데 오똑 솟아 있는 부분이 첨탑 효과를 내는 식으로 상징성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남측 면과 서측 면이 만나는 모서리 부분에 외벽을 덧대 십자가 모양을 만들었다. 십자가를 따로 세우지 않고 건축물에 녹아들게 하는 디자인은 대전 목양교회(1999)에서 처음 시도했다. 복잡한 도시 골목길 안쪽에 사각의 단순한 볼륨으로 지어진 교회에서는 빛과 대리석의 조화로 성스러움을 상징했다. 비록 작지만 고상하고 견고하며 도심 건축이 갖춰야 할 컨텍스트를 소중하게 여긴 작업으로 꼽힌다. 포항의 숲속 동네 등산로에 있는 푸른마을교회, 삼각형 디자인의 하늘보석교회, 공공에 봉사하는 교회의 새로운 기능을 담은 새문안교회 등 그가 디자인한 100여개의 교회에는 첨탑 십자가가 없다. 이 교수는 “고딕성당은 하늘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인간의 기원을 담아 첨탑을 높게 쌓아 올렸고 우리나라 개신교도 지금껏 뾰족탑을 가진 고딕성당 같은 모습을 추구했지만 그런 추상적 가치에 묶여 있을 이유가 없다”며 “종교적 상징성을 최소화하면서 구성원들이 이웃과 더불어 일상적인 삶을 경건하고 풍요롭게 담도록 공공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내부를 관통하는 1층 로비를 통해 교회 정문으로 나가면 후면 도로로 연결된다. 정문 옆으로 건물을 따라 오르는 계단은 붉은 벽돌로 돼 있다. 이전 벽돌 교회당의 외장재를 바닥 마감재로 재활용한 것이다. ‘순례자의 길’이라 이름 지어진 벽돌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1층에서 3층 대예배당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다. 이 교수는 “이전 교회의 흔적을 밟으며 교회의 역사를 회상하고 주변 주거지와 시선이 차단된 좁은 길을 감아돌면서 순례자의 마음과 가까워지도록 공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내부 공간은 외부의 단순함과 달리 매우 다채롭게 구성돼 있다. 3층 본당(그랜드채플)은 창문을 최소한으로 두어 집중하도록 했다. 둥근 모양의 천장에 박힌 조명들이 마치 하늘의 별을 보는 느낌이다. 정면의 경우 대칭적으로 만들어 권위를 주기보다는 비대칭 구조로 디자인해 현대성을 가미했다. 설교단도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다. 신자들이 앉는 장의자도 이 교수가 한국용 장의자로 미니멀하게 디자인했다. 그랜드채플 외에 교회는 소극장 규모의 그레이스홀, 콘서트홀, 체력단련실 등을 갖추고 있다. 전경이 좋은 옥상에는 식당을 두었다. 개신교 교회 건축의 현대화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 교수는 “너무 권위적이고 엄숙하지 않으며 공공성을 추구하는 21세기 교회 건축이 추구하는 바를 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건축은 예배만 드리기 위한 웅장한 대형 집회실보다는 일상적 삶을 돕는 인간적 공간들을 다양하게 담아낼 필요가 있다”며 “종교 건축의 가치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교회의 공공성을 어떻게 적극적인 사회적 프로그램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 건축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함혜리 칼럼니스트
  • 김의겸 “흑석동 부동산 투기 무혐의…억울하지만 입 다물겠다”(종합)

    김의겸 “흑석동 부동산 투기 무혐의…억울하지만 입 다물겠다”(종합)

    김의겸 “크리스마스 선물 받았다”“억울해도 입 다문다…부동산 현실 알기에”재개발땅 10억 빚낸 흑석동 건물 매입 논란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흑석동 재개발 부지 관련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고발당한 사건이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된 것과 관련, “부동산 투기 무혐의를 받았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솟아 오르지만 입을 다물겠다”고 했다. “2년 9개월만에 무혐의 처분”“가벼워진 발걸음, 열심히 뛰겠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제가 흑석동에 집을 산 게 문제가 돼 고발된 지 2년 9개월 만에 오늘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 의원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서울 동작구 재개발 지역에 있는 흑석동 상가를 매입하고 은행에서 특혜 대출을 받았다는 등의 혐의로 고발돼 수사를 받아왔다. 김 의원은 “그 사이 많은 일들을 겪었다. 청와대 대변인직에서 물러났다. 문제의 집을 팔고 총선에 도전했다가 연거푸 실패했다”면서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뜻하지 않게 김진애 전 의원으로부터 의원직을 승계받아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적었다. 김 의원은 “그동안의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솟아 오르지만 입을 다물겠다”면서 “수많은 국민들이 부동산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은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열심히 뛰겠다. 국민이 주신 기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청와대 대변인 재임 당시인 2018년 7월 서울 흑석동 재개발 상가주택을 25억 7000만원에 매입한 사실이 2019년 공직자 재산공개를 통해 공개돼 부동산 투기 논란이 일었고, 결국 임명 1년여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청와대 대변인직에서 하차한 김 의원은 주택을 매입한지 1년 5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8억 8000만원의 시세 차익을 올리며 34억 5000만원에 집을 매각했다. 김 의원은 매각 차액은 전액 기부하겠다고도 했다.김의겸 “노후 대비용 투자로 투기 아냐”野 “10억 빚내 26억짜리 집 사는게 투기” 김 의원은 당시 부동산 투기 비난 여론에 “노후 대비를 위한 것으로 투기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10억원이 넘는 거액의 빚을 내면서 26억원짜리 집을 무리하게 매입한 것은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고 부동산 투기 규제 대책을 발표한 현 정부 정책에도 역행한다며 야당의 맹공을 받았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정권은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서민들을 대출까지 틀어막으며 투기꾼 취급했다”면서 “그런데 그런 정권이 정작 뒤에서는 대변인까지 나서서 투기질하고 다녔다. 가히 ‘내노남불’(내가 하면 노후 대책, 남이 하면 불법 투기)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엄청난 대출을 받아서 부동산을 마련한 것은 누가 봐도 투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청와대에서 물러나면 집도 절도 없는 상태여서 집을 산 것으로, 투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관사에서 나가 제 나이에 또 전세 생활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이만희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대변인은 기자 시절 칼럼에서 ‘전셋값 대느라 헉헉거리는데 누구는 아파트값이 몇 배로 뛰며 돈방석에 앉았다’고 비꼬며 서민을 배려하는 척했다”라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한겨레 기자 출신으로 논설위원까지 지냈다. 김 대변인은 순재산이 14억원이라고 최근 고위공직자재산공개에서 밝혔었다.檢 “대출 절차 위반으로 보기 어려워” 이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이선혁 부장검사)는 부패방지법·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발당한 김 의원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2018년 2월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된 김 의원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구역 상가주택을 25억 7000만원에 매입한 사실이 2019년 공직자 재산공개를 통해 공개돼 논란이 일었고, 결국 임명 1년여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시민단체 ‘행동하는 자유시민’은 김 의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며 검찰에 고발했고, 자유연대 등 보수 성향 시민단체도 김 의원이 상가주택을 매입할 때 대출 서류를 조작했다며 고발장을 냈다. 2년 넘게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은 압수수색 등으로 확보한 증거와 피의자·참고인 조사 내용 등을 종합한 결과, 김 의원이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알고 이를 이용해 흑석동 상가를 매입했다거나, 임대업 이자상환 비율(RTI) 규제 등 대출 관련 절차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김 의원이 과거 청와대 관사에 입주한 것이 특혜이자 직권남용이라는 고발인 측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청와대 대변인이 관사 입주 요건을 갖추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불기소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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