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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연 칼럼] 국민의힘에는 왜 이해찬이 없는가

    [김상연 칼럼] 국민의힘에는 왜 이해찬이 없는가

    이해찬 전 총리 빈소를 찾은 유시민 전 장관은 오열했다. 그 옆에 한명숙 전 총리가 울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도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에 도착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체, 아니 진보 진영 전체가 슬픔에 잠긴 분위기였다. 전직 대통령도 아닌 한 명의 원로 정치인에게 애도가 범람하는 것을 보면서 이런 상상을 하게 된다. 만약 국민의힘 쪽 원로 중 누가 세상을 떠났을 때 이렇게 눈물의 애도를 받을 만한 정치인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이 부분이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차이가 아닐까. 물론 두 당은 태생적으로 다르다. 민주당은 민주화운동을 함께 하면서 다져진 동지의식 같은 게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보수’(保守)라는 말 그대로 지키는 쪽이다 보니 아무래도 전우애가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일까. 외국의 사례를 보면, 보수 진영에서도 영웅시되는 정치인이 있다. 한국의 보수 정당에서 그 부분이 결여됐다면 뭔가 이상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 당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인은 여야 할 것 없이 누구나 권력욕, 즉 자리 욕심이 있다. 하지만 민주당 정치인은 설사 개인적 불이익을 받더라도 당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만은 대체로 금기시한다. 이 전 총리는 2016년 총선 공천에서 탈락했을 때 “부당한 공천 배제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지만, 민주당 자체를 비난하는 일은 삼갔다. 그렇다고 그가 억울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전 총리는 “눈앞이 캄캄해서 집으로 가 아내를 붙들고 펑펑 울었다”고 훗날 박지원 의원에게 털어놨다고 한다. 국민의힘 쪽 풍경은 다르다. 공천에서 부당하게 불이익을 당했다는 한 원로 정치인은 “정당 해산 사유” 운운하며 자기가 몸담았던 당에 저주를 퍼붓는다. 당이 잘되라고 비판하는 것은 좋지만, ‘정당 해산’이라는 표현을 듣는 국민은 국민의힘이 상징하는 가치마저 가볍게 보게 된다. 인간은 스스로를 모욕한 뒤에 남들로부터 모욕을 당하는 법이다. 당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으니 소신이나 노선이 자주 바뀐다.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이혜훈 전 의원은 국민의힘의 텃밭인 서울 강남 지역에서 3선을 한 강성 보수주의자였는데, 하루아침에 이재명 정부 장관 자리를 받았다. 반면 박영선 전 민주당 의원의 경우 윤석열 정부 시절 총리 발탁설이 있었으나, 결국 없던 일이 됐다. 하마평이 어디까지 사실이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중요한 건 박 전 의원이 어쨌든 노선을 갈아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사람들은 ‘배신’에 민감하다. 배신자라는 단어는 유독 국민의힘 쪽에서 횡행한다. 유승민·한동훈 같은 정치인은 대통령과 대립했다는 이유로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지금까지 배신자 소리를 듣는다. 같은 보수 진영 안에서 걸핏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배신자라고 손가락질을 하니 갈수록 배신자가 늘어난다. 국민의힘은 원래 “정당 해산” 같은 치욕스러운 말을 들을 당이 아니다.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엔 자랑할 만한 가치가 무성하다. 민주당이 민주화에 기여했다면, 국민의힘은 산업화에 기여했다. 지금의 경제 10위권 선진국 위상, 세계를 주름잡는 반도체와 자동차, 그런 경제력을 기반으로 한 한류 문화 확산 등은 보수의 가치가 생산해 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국민의힘은 그런 빛나는 유산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가. 이 전 총리는 민주당 계열 대통령 네 명(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의 ‘킹메이커’ 역할을 했다. 개인적으로 그들과 모두 친하고 이해관계가 맞아서 그랬던 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정권을 잡기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경쟁력이 있는 인물을 점찍어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문재인 정권 때 당에서 쫓겨날 뻔했던 이재명 대통령을 서슬 퍼런 친문(친문재인)들의 시선을 무릅쓰고 구제했던 게 이 전 총리다. 지금 국민의힘에는 소리(小利)를 버리고 보수 정치의 대의를 위해 몸을 던질 정치인이 있는가. 김상연 수석논설위원
  • [성낙인 칼럼] K컬처와 동행할 K민주주의는 요원한가

    [성낙인 칼럼] K컬처와 동행할 K민주주의는 요원한가

    2025년 12월 31일 밤 12시 직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장에서는 새해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2026 숫자와 함께 장식한 로고가 바로 ‘KIA’였다. 한국 제품이 세계인의 가슴에 자리잡는 순간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세계시민들이 애용하는 휴대전화·텔레비전도 한국산이 압도한다. 전 세계 어디를 가나 전자제품 전시장의 한가운데 제일 화려한 화면은 삼성·LG TV가 장식한다. 이제 지구촌의 일상은 Made in Korea와 함께한다. 대한국민은 1953년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의 세계 최빈국에서 ‘피와 땀과 눈물’로 이제 지구촌에 우뚝 섰다. 2025년 1인당 국민소득 3만 6624달러라는 객관적 지표가 이를 증명한다. 이는 인구 5000만 이상 국가로서는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6위다. 2년 연속 일본보다 앞선다. 그야말로 경제는 선진국 대열에 안착하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전기전자에 마스가(MASGA)로 상징되는 조선과 방산까지 세계를 선도한다. 선진경제 진입에는 산업에서 문화로 자리잡은 K컬처도 크게 기여한다. 2025년 혼돈의 탄핵 정국에도 K컬처는 수출 200조원을 달성했다. K뮤직은 팝에서 클래식까지 세계인을 사로잡는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에서 BTS를 거쳐 로제의 ‘아파트’를 넘어 케데헌의 ‘골든’에 이른다. 김영욱·정경화·조수미에 이어 조성진·임윤찬이 빛을 발한다. K미술·문학도 백남준·김환기·이우환을 이어 마침내 한강이 꿈에 그리던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기생충’·‘미나리’를 거쳐 K영화와 드라마도 흥행을 보장한다. 화장품도 올리브영의 K뷰티가 대세다. 된장녀·김치 냄새로 폄하되던 K푸드도 불닭면에서 비비고에 이르기까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그래도 과연 우리가 선진국인가라는 의구심은 여전히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중국의 동북공정·일제의 강점 등으로 시달려 온 역사에 대한 열패감도 사실이다. 그런데 한 해 입장객 600만명을 넘어섬으로써 세계 4위에 오른 국립중앙박물관과 이건희 컬렉션은 문화강국 K컬처의 상징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문화가 꽃을 피우기는 어렵다. 가난한 나라살림에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인간다운 문화적 삶이란 사치에 불과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제34조 제1항)는 원래 의식주 해결에 급급한 추상적인 생존권적 권리에 불과했다. 이제는 물질적인 생존을 뛰어넘어 문화적 생존권으로 진화하면서 구체화된다. 그러기에 의식주 걱정 없는 튼튼한 경제에 기반한 문화국가로의 진입은 자축해도 좋다. 문화국가의 기본원리는 “국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명제 아래 작동한다. 김구의 이른바 문화강국론은 탄생 150주년을 맞아 ‘유네스코 세계기념의 해’로 부활한다. 이제 한껏 꽃피우는 K컬처를 통해서 보여 준 국민적 열정은 국리민복을 구현하는 K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비상계엄, 탄핵, 대통령선거로 이어진 혼란 속에서도 서로를 아끼고 따뜻하게 보듬는 ‘커피값 선결제’는 새로운 시위문화를 창출했다. 찬탄·반탄의 갈등 속에서도 헌법재판소라는 사법기관의 최종적인 결정에 순응함으로써 정치적 평화를 구축했다. 그 누구의 강요나 지시가 아니라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민주공화국 시민임을 확인한다. 그런데 아직도 정치적 갈등의 승화는 요원해 보인다. 해가 바뀌어도 변화되지 않는 곳이 정치권이다. 국민들을 갈라치기하면서 권력 향유에만 집착한다.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고 갈등과 투쟁만 증폭시킨다. 공동선(common good)은 사라지고 당리당력만 추구하는 곳에 K민주주의는 갈 길이 멀다. 야당은 아직도 전임 대통령이 저지른 비상계엄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정부여당은 상대방의 패착에 따른 승리에 도취한 나머지 3개 특검에 이어 2차 종합특검을 강요한다. 사법 정의의 이름으로 특검이 휘두르는 칼날이 작동하는 곳에 정치적 평화는 설자리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정치 행태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용서와 화해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인지 의심스럽다. K컬처를 일군 젊은 세대들에게 정치권은 부끄러워할 줄 아는 염치가 있어야 한다.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헌법학
  • 공자왈, 미워하시오… 단! 정확하게

    공자왈, 미워하시오… 단! 정확하게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김영민 지음사회평론/292쪽/1만 7000원논어, 만병통치약처럼 사용 경계시중 45종 번역서들 장단점 분석공자, 낡은 생각만 강조하지 않아금서의 귀환, 논어김기창 지음이음/316쪽/2만 5000원“잘못된 번역, 공자 ‘위선자’ 만들어”어짊·너그러움으로 해석돼 온 ‘仁’ 본래 분노와 용맹, 결기에 가까워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해 유교의 영향을 받은 아시아 지역에서 ‘논어’는 단순한 고전이 아니다. 수천 년 동안 동아시아인의 사유와 행동 근거를 형성한 텍스트로 학문의 대상이자 치세의 원칙, 삶의 지침이었다. 논어의 영향력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논어 번역본과 논어를 바탕으로 한 자기계발서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현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고루하고 곰팡내 나는 옛 생각들이 담겼을 것이라는 편견을 넘어 새로운 해석을 내세운 논어책들이 잇따라 출간되면서 눈길을 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논어 5부작’이다. 특유의 유머로 현대 사회를 날카롭게 해석하는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김 교수가 동아시아 사상사 연구자라는 본업으로 돌아와 각 잡고 썼다. 김 교수의 5부작은 새로운 번역과 해설, 학술연구, 번역 비평 등 다층적 접근을 통해 기존 번역과 해석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부한다. 김 교수는 논어라는 고전을 ‘살아 있는 지혜’로 포장해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하는 세태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논어는 공자가 직접 쓴 책이 아니라 편집자 손을 거쳐 형성된 텍스트이기 때문에 중복되는 부분이 많고 단락 간 흐름이 끊기는 부분도 있고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체계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독자가 자기 해석을 덧입히기 쉬운 텍스트다. 이런 특징은 오히려 논어를 요즘 ‘쇼츠’처럼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게 한다. 부담 없이 한 장을 읽고 덮어도 되고 각 장이 독립적으로 완결되기 때문에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 데나 펼쳐도 된다는 말이다. 5부작 중에 독특한 것은 ‘논어번역비평’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45종의 논어 번역서를 대상으로 각 번역본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더 나은 번역 방향은 무엇일까 고민한다. 번역본들의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번역본들이 어떤 해석과 번역 전략을 취하고 있는지 비교 분석함으로써 논어를 더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 김 교수는 “공자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정확하게 미워하는 일’이었다”며 “말 그대로 누군가를 미워하고 비판하되 정확하게 미워하고 비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공자가 알려진 것처럼 인의예지신을 강조한 고루하고 낡은 생각만 강조했던 사람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최근 출간한 ‘금서의 귀환, 논어’ 역시 기존의 해석을 뛰어넘는 도발적 내용으로 가득하다. 공자와 논어라고 하면 예의범절과 군사부일체, 어진 품성이나 논하며 동아시아 정신세계를 복고주의로 퇴행한 꼰대가 아니라 분노와 저항의 사상가였다고 복권을 시도한다. 김 교수는 “공자에 대한 비난의 상당 부분은 번역 오류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태가 조금이라도 험악해지면, 당당하게 맞서기보다는 세상을, 나라를, 또는 사람을 피하고 도망할 궁리나 하는 것이 현자의 자세라는 식으로 잘못 번역한 게 공자를 비겁한 위선자로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본래 맹렬한 분노, 죽음도 두려워 않는 용맹함, 목숨 바쳐 이뤄야 할 윤리적 결기에 가까웠던 ‘인’(仁) 개념을 ‘어질고 너그러운 품성’으로 봉인한 해석 전통 역시 공자의 폭탄 같은 사상에서 뇌관을 제거해 버렸다고 설명한다.
  • NYT가 본 김건희…‘그림자 영부인’은 어떻게 실형으로 끝났나 [핫이슈]

    NYT가 본 김건희…‘그림자 영부인’은 어떻게 실형으로 끝났나 [핫이슈]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정치사에서 유례없는 인물로 김건희 여사의 부상과 몰락을 집중 조명했다. ‘가정의 주인은 나’라는 발언으로 상징된 존재감과 끝내 실형 선고로 이어진 첫 전직 영부인의 서사는 개인 논란을 넘어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와 정치 문화를 비추는 사례라고 NYT는 평가했다. NYT는 28일(현지시간) 김 여사가 남편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기존 영부인들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고 전했다. 김 여사는 공개 석상에 적극 나섰고 발언을 아끼지 않았으며 자신을 권력의 ‘주체’로 인식하는 듯한 태도로 한국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고 NYT는 분석했다. ◆ “공식 직함 없었지만 대통령과 맞먹는 영향력” NYT는 김 여사가 단순한 ‘대통령의 배우자’를 넘어 사실상의 정치적 파트너로 기능했다고 짚었다. 윤 전 대통령 역시 선거 과정에서 김 여사의 역할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새벽까지 자신의 휴대전화로 지지자들에게 답장을 보내던 아내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회상한 바 있다. NYT는 이 일화가 두 사람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전했다. 김 여사는 반려견 애호가로서 수십 년간 시민단체들이 이루지 못했던 개 식용 금지를 관철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NYT는 이를 김 여사의 적극적인 사회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소개했다. 하지만 영향력이 커지자 논란도 함께 불어났다. 김 여사가 선호한 인사들이 대통령실 내부에서 윗선 보고를 건너뛰고 실무를 주도했다는 증언이 이어지며 ‘비선 권력’ 논쟁이 불거졌다. 국회에서는 김 여사가 경복궁 방문 당시 왕좌에 앉았다는 증언과 공식 행사에서 반려견 목줄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맡겼다는 일화까지 공개됐다. 이 과정에서 비판 세력은 김 여사의 외모와 사생활을 겨냥한 공격을 쏟아내기도 했다. ◆ 명품 가방에서 계엄까지…부부의 동반 추락 전환점은 2023년 말 공개된 명품 파우치 수수 영상이었다. 이후 외부 인사로부터 고가의 가방과 시계, 다이아몬드 목걸이, 미술품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연이어 제기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를 “정적들이 퍼뜨린 가짜뉴스”라고 규정하며 방어했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여론은 특검 도입으로 급격히 기울었고 지지율 하락 속에서 여권 내부 갈등도 격화됐다. NYT는 이러한 압박이 2024년 말 비상계엄 시도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자신과 아내를 향한 수사를 막기 위해 계엄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계엄은 실패로 끝났고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된 뒤 구속됐다. 김 여사는 계엄 자체에는 관여하지 않았지만 부패 혐의로 구속기소 되며 한국 최초의 ‘수감된 전직 영부인’이 됐다. 수사 기록에는 수천만원대 시계와 수억원 상당의 그림, 명품 가방과 고가 보석류가 나열됐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관련 사건으로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고 내란 혐의에 대한 추가 판결도 앞두고 있다. 김 여사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과장과 정치적 프레임”이라고 반박했다. NYT는 김 여사의 사례가 단순한 개인의 몰락이 아니라 권력의 사유화 논란과 성별 정치, 대통령 권한의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한 보수지 칼럼은 “그가 대통령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뿐이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 문장이 이번 사태의 본질을 압축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논란과 평가 속에서 김 여사를 둘러싼 재판 절차도 결론을 향해 갔다. 국내 법원은 이날 김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이 판결로 김 여사는 헌정사상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실형을 선고받은 첫 사례로 기록됐다.
  • [양창섭의 클래식 한마디] 새 음악감독 맞은 대표 교향악단들

    [양창섭의 클래식 한마디] 새 음악감독 맞은 대표 교향악단들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은 악단의 ‘얼굴’이자 ‘두뇌’다. 법적으로야 대표이사 등이 최고 책임자이겠지만, 오케스트라는 음악 하는 단체이니 음악감독이 가장 중요하다. 콘서트를 가장 많이 지휘하고 전체적인 프로그래밍까지 책임진다. 음악감독이 바뀌면 악단의 음악이 변하고 관객들도 이에 반응하게 된다. 오케스트라가 발전할 수도, 쇠퇴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간판 교향악단들이 올해 새 음악감독을 맞이했다. KBS교향악단에는 정명훈 지휘자가 취임했다. 계관 지휘자로 활동 중이기는 했지만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던 터였기에 약간은 의외였다. 애호가들의 기대감은 티켓 구매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다소 보수적인 프로그래밍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올해 정기 연주회 티켓은 대부분 팔려 나갔다. 앞으로는 더 도전적인 프로그램도 기대해 본다. 과거 서울시향이 지향했던 ‘월드 클래스’ 같은 목표는 없다. 그럴수록 단원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완성도 높은 연주를 들려 줘야 한다. KBS교향악단과 서울시향은 오래전부터 비교 대상이 되어 왔다. 현재 두 음악감독의 음악 성향도 천양지차다. 서울시향의 야프 판즈베던(2024년 취임)은 악단의 볼륨을 한껏 키웠고, 템포는 빠르며 거침이 없다. 지난해 베토벤 합창 교향곡을 60분 안에 주파해 화제에 올랐다. 정명훈 감독은 템포가 조금 느려졌고 음악을 만들어 내는 여유가 많아졌다. 둘의 레퍼토리도 상당 부분 겹쳐 더욱 흥미롭다. 재정적으로는 서울시가 지원하는 서울시향이 훨씬 넉넉하다. KBS교향악단은 새 음악감독 취임에 따른 본사의 지원 증가와 후원·협찬 효과를 기대할 것이다. 오페라 연주가 본업만큼이나 중요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에는 오페라 지휘로 이름 높은 로베르토 아바도가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3년 전 예술의전당 오페라 ‘노르마’에서 서로 합을 맞춰 호감을 가진 것이 인연이 되었다. 하지만 스쳐 가는 객원 지휘자와 중책을 맡은 음악감독은 다르다. 취임 공연에서 아바도는 깐깐하게 지시하고 단원들은 최선을 다해 따르려는 분위기가 확연히 전해졌다. 최상의 연주는 아니었으나 지휘자의 의욕이 단원들에게 통하는 것이 느껴졌기에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취임 공연을 주특기인 이탈리아 오페라·발레 음악으로 채운 아바도로서는 교향곡에서도 비슷한 퀄리티의 음악을 들려 주는 것이 관건이다. 올해 그가 선보이는 레퍼토리 가운데 베토벤, 멘델스존 등 고전·낭만주의가 주를 이룬다는 점도 독특하다. 아바도는 향후 괴테나 셰익스피어 같은 주제 중심 프로그래밍 계획도 밝혔다. 말러 등 대편성 음악에 익숙해진 우리 관객과 어떻게 소통할지 주목하게 된다. 음악감독과 단원의 호흡이 척척 맞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철학과 해석, 스타일을 공유하며 악단의 음악이 바뀌어 가는 것을 지켜보자. 때로는 박수를 보내고, 때로는 따끔한 비판을 건네며. 양창섭 음악칼럼니스트
  • [황수정 칼럼] 장동혁, 썩은 무 한뿌리 못 잘랐으면서

    [황수정 칼럼] 장동혁, 썩은 무 한뿌리 못 잘랐으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3년 기록적 단식투쟁을 했다. 5·18민주화운동 3주년이던 그해 독재 정권에 항의하며 곡기를 끊었던 일수가 23일. 보다 못한 전두환 정권은 그를 서울대병원에 입원시켜 억지로 수액을 맞혔다. 안기부 직원들이 병실 앞에서 고기를 구워 냄새를 피우기도 했다. 그래도 꿈쩍하지 않았다. 단식을 중단시키려고 당시 정권은 그의 가택 연금 조치를 풀었다. 전설 같은 YS의 단식 일화다. 고릿적 이야기를 꺼낸 것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때문이다. 그는 8일 만에 단식을 접었다. “더 길고 더 큰 싸움을 위해” 중단을 선언했다. 23일이었든 8일이었든 중요한 것은 정치적 효율이다. 말이 좋아 보수 결집이지 그의 단식은 가성비가 형편없었다. 집토끼를 다시 한번 단속했을 뿐이다. 둘도 아니고 사실상 하나뿐인 야당 대표가 8일을 굶어도 여론은 감감. 국민의힘 지지율은 되레 떨어져 여당의 반토막이 됐다. 단식으로 썩은 무 한뿌리 자르지 못했다. 어이없는 뺄셈 정치를 하고 말았을 때 YS라면 어땠을까. 3김 시대의 3김들은 정계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했을 만하다. 적어도 대국민 사과라도 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불러 단식의 출구로 삼은 국민의힘의 판단력은 자폐적이다.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중도 눈에는 그렇게 읽힌다. 장 대표의 정치적 기량이 얼마나 빈약한지 한번 따져 보자. 낙마한 이혜훈 의혹에 대응한 방식만 봐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보좌진 갑질, 부정 청약을 위한 장남의 위장 미혼, 할아버지 찬스 입학. 이혜훈의 의혹은 청년들의 분노를 건드릴 뇌관 아닌 것이 없었다. 밥상이 차려졌는데도 한 숟가락도 못 떠먹고 상을 접었다. 청년 당원들은 뒀다가 대체 어디에 쓰나. 국회 로텐더홀에서 뜬금없이 단식을 할 게 아니라 30대 청년 자산들을 그 자리에 세웠어야 한다. 무주택 아빠 김재섭, 미혼의 김용태 의원. 중도가 돌아볼 여지가 있는 이 둘만 앞세워도 화력을 뿜을 수 있었다. 그래야 한 포인트라도 따내는 정치 아닌가. 이재명 대통령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정책에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시장 압박하면서 부정 청약 의혹자(이혜훈) 임명은 모순”이라고 콕 집어 압박할 수 있어야 했다. 그렇게 선수 친 뒤 지명 철회됐더라면 이 대통령의 실점이 된다. 득점 포인트가 널렸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보수 진영에서 보자면 눈 뜨고 대표 경제통 한 사람만 잃었다. 이보다 더한 뺄셈은 없다. 이런 수준의 정치력으로 언감생심 영수회담을 욕심 내는가 싶어진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악재들 속에서도 고공 행진이다. 이 대통령은 치고 빠질 타이밍을 정확히 간파하고 놓치지 않는다. 코스피 5000 기록을 세운 다음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카드를 꺼냈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던 약속을 깼어도 시중에는 별 저항이 없다. 주식시장을 살렸듯 부동산 시장도 바로잡겠다는 데 반박 논리가 옹색해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참모가 없는 일요일에도 SNS에 직접 정책을 쏟아낸다. 깨알 설명으로 여론과 소통한다. 이런데 맞상대가 되나. 삼척동자가 봐도 체급이 딴판이다. 국민의힘이 매달리는 영수회담을 청와대는 귓등으로도 들을 이유가 앞으로도 없다. 강성 지지층을 업고 당권만 지켜 내면 대선까지 욕심 낼 수 있다고 계산했음에 틀림이 없다. 그런 계산으로는 지방선거, 총선에서 참패해도 그는 잃을 것이 없다. 당대표 한 사람의 박약한 정치력과 이기심에 한국의 보수는 길을 잃고 있다. 보수 궤멸은 진보 정부에도 이로울 수 없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스스로 부패하고 무너진다. 미국의 보수도, 영국의 보수도 캄캄한 위기를 헤맨 적이 있다. 그때 그들은 더 악착같이 미래 인재들을 발굴해 비축했다. 영국 보수당은 수렁 가장 깊숙이 빠졌을 때 지구당과 지역 하부 조직을 바닥부터 쇄신했다. 그런 토양에서 마거릿 대처, 존 메이저 총리가 싹트고 숙성될 수 있었다. 기력을 회복한 장 대표는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수순을 밟고 있다. 중도층의 눈에 그나마 한동훈은 국민의힘이 내란 정당이 아니라는 증거다. 하나 남은 증거물을 제 손으로 쳐내는 사람한테 먼 나라 보수 재건담은 개발에 편자다. 황수정 논설실장
  • 교육감 자격 없다, 천호성 교수 ‘상습 표절’ 논란 가열

    교육감 자격 없다, 천호성 교수 ‘상습 표절’ 논란 가열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전북도교육감 선거가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의 ‘상습 표절’ 논란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4년 전 교육감 선거에서 상대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을 비판했던 천 교수가 막상 본인의 칼럼과 기고문에서 다수의 표절 정황이 드러나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6·3 지방선거에 전북도교육감 출마를 준비하는 이남호, 유성동, 황호진 출마예정자는 27일 전북교육청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언론 기고문 표절 논란이 빚어진 천호성 출마예정자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는 천 교수가 2022년 전북교육감 선거 당시 서거석 후보를 향해 “논문을 베껴 쓴 후보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으나 자신의 명의로 지역 언론과 각종 매체에 실린 칼럼과 기고문 다수에서 출처 표기 없이 타인의 글을 그대로 옮겨 적은 사례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천 교수의 블로그 글, 언론 칼럼, 각종 기고문 등에서는 최소 10건 이상의 표절 의혹이 제기돼 사안의 중대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남호 전 전북대학교 총장은 “상습 표절로 학문의 신뢰를 훼손하고, 공적 책임을 저버린 사람이 교육의 최고 책임자가 되겠다는 것은 전북교육에 대한 모독이고, ‘논문이 아닌 칼럼·기고의 상습 표절은 실수’라는 변명은 교육자의 양심이 아닌 ‘적반하장’이다”고 비판했다. 유성동 좋은교육시민연대 대표는 “학생이 답지를 베껴 답안지를 수차례 냈다면 어떤 처분을 내려야 하느냐”며 “도덕성은 교육감 후보가 되기 위한 기본적 자격이자 전제”라고 꼬집었다. 황호진 전 전북교육청 부교육감은 “천호성 교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표절에 대해 사과했지만, 표절 논란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서는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10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며 사과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했다. 한편 천 교수는 칼럼 등 표절을 통한 기고문 작성에 대해 “도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으나 “도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있을 것”이라며 출마을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 각계 단체로 구성된 전북교육개혁위원회가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위한 후보 공모에 등록, 검증을 앞두고 있다.
  • 찰나의 B컷에 담긴 세상의 여백… 오종찬 사진에세이 출간

    찰나의 B컷에 담긴 세상의 여백… 오종찬 사진에세이 출간

    2018년부터 6년간 연재된 ‘오종찬 기자의 Oh!컷’ 256장 엮어 보도사진의 정형성 탈피, 드론과 감성적 시선으로 포착한 일상신문 1면에 실리는 단 한 장의 ‘A컷’을 위해 사진기자는 현장에서 수없이 셔터를 누른다. 선택받지 못한 ‘B컷’들은 지면 뒤로 사라지지만, 때로는 그 속에 더 진솔한 세상의 풍경과 이야기가 담겨 있기도 하다. 조선일보 사진부 오종찬 기자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6년간 연재한 사진 칼럼을 엮은 포토 에세이집이 출간됐다. 저자는 2006년 입사 이래 DMZ 특별취재, 유라시아 자전거 평화원정단 등 굵직한 기획 취재 현장을 누벼온 베테랑 사진기자다. 딱딱한 보도사진의 문법에서 벗어나 ‘싸이월드’ 감성처럼 말랑하고 따뜻한 시선을 뉴스에 접목하려 했던 저자의 고민은 매주 토요일 연재된 ‘오종찬 기자의 Oh!컷’으로 구체화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현상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일상의 틈새를 새로운 앵글로 포착하기 위한 저자의 땀방울이 배어 있다. 사진 한 장을 위해 해남 땅끝마을까지 왕복 8시간을 운전하고, 드론을 띄워 새의 시선(Bird’s Eye)으로 세상을 조망하는 등 치열한 취재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책은 총 5개의 챕터로 구성되었다. ▲한국의 사계절과 자연의 색을 담은 ‘아름다움’ ▲이웃들의 진솔한 삶을 기록한 ‘사람 이야기’ ▲팬데믹의 고립 속에서도 피어난 인간미를 포착한 ‘코로나 시대’ ▲드론 촬영을 통해 낯선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하늘에서 바라본 세상’ ▲결정적 순간의 미학을 다룬 ‘그 순간’ 등 총 256컷의 사진이 독자를 기다린다. 우리가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일상의 순간들이 기자의 뷰파인더를 통해 어떻게 재해석되었는지, 이 책은 조용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다시 보기’의 미학을 전한다.
  • [남성욱 칼럼] 무인기와 평양의 ‘청와대 관리 전략’

    [남성욱 칼럼] 무인기와 평양의 ‘청와대 관리 전략’

    새해 벽두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방일로 한반도 외교가 뉴스를 잔뜩 쏟아 냈다. 셔틀 외교의 구체적 성과가 무엇인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국제정치가 생물처럼 움직인다. 여기에 직접 이해 당사자인 자신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한반도 북쪽에서 나왔다. 평양의 대남 전략 실무자들이 북한군 총참모부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앞세워 무인기 진입 사건을 흔들며 남측을 윽박질렀다. 지난해 9월 사례까지 끄집어내며 남측의 사과와 반성을 요구했다. 무인기를 침투시켰다는 민간인이 자수를 했지만 주체는 중요하지 않다. 남측을 몰아붙일 수 있는 사건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정초에 김여정까지 나서 평양이 남측을 압박하는 이유는 ‘일타 삼피’ 전략이다. 북한의 대남 전략 전술은 결코 단일 목적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첫째, 이재명 정부에 대한 강력한 관리 전략이다. 윤석열 정부의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은 남북관계의 공수 전략을 바꾸어 놓았다. 북한이 도발하고 남한이 비난하는 패턴은 역전이 됐다. 과거 정부의 행태가 이재명 정부에서도 이어진다는 프레임으로 남측을 을(乙)의 위치로 모는 전술이다. 당장 남북대화에 나서지는 않지만 평양이 원격 통제할 수 있는 구조는 중요하다. 언젠가 ‘주권침해 도발’ 사례를 모아 협상력을 제고할 소재다. 틈만 나면 대화를 앙청하는 청와대와 마주했을 때 확실한 대가를 받기 위한 중장기 포석이다. 서울에서 자주파와 동맹파가 기 싸움을 벌이지만 평양에 직접 상관은 없다. 당장 남측과 대화에 나설 계획이 없으나 남남갈등은 호재다. 북측의 대남 비난은 이재명 정부 내 자주파와 동맹파 간 갈등을 유도했다. 즉시 사과를 하겠다는 통일부 장관과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는 국가안보실장 간 이견은 평양 주석궁이 청와대를 관리하는 고도의 대남 심리전이다. 이 대통령은 “군경 합동 수사팀(TF)을 구성해 신속·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국방부 장관은 즉각 무인기 운용 사실이 없다고 했다. 자주파는 북한의 남한 압박 전략조차도 반가운 눈치다. 무관심과 무반응에 그간 실망했는데 압박이라도 반응을 보이는 것을 대화의 돌파구로 활용하려는 속내다. 북한군 주장에 정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뭔가 가스라이팅당하는 느낌이다. 한번 구도가 정해지면 다음부터는 북한의 주장에 유사한 패턴이 형성된다. 둘째, 내부 민심 관리 전략이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주민들을 상대로 한 고도의 고립 통치 전략이다. 2년 전부터 한류의 확산이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위기감에서 문을 걸어 잠갔다. 남한이 북한을 끊임없이 위협한다는 논리를 주민들에게 고취시키는 증거로 무인기 침투는 주민들에게 호소력이 크다. 북한은 남한을 “가장 적대적인 우리의 적이고 덤벼들면 반드시 붕괴시킬 대상”이라고 비난했다.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에서 무인기 침투를 크게 보도한 이유다. 셋째, 군사력 강화 전략이다. 이달 하순 개최 예정인 9차 당대회의 키워드는 군사력 증강과 내부 결속이다. 2만여 병력이 참가하는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5대 군사력 강화를 강조할 것이다. 남측과 미국의 계속되는 위협은 자위력 강화의 근거로서 무인기 침투는 호재다. 증강되는 북한의 군사력은 힘자랑과 도발로 이어진다. 명분은 자위력 강화지만 종국에는 군사도발로 서울을 압박한다. 이래저래 하늘을 휘젓는 무인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반도에서도 파급력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북한은 특히 남한이 사태를 방치하면 서울을 향해 드론 공격을 감행하겠다고 위협했다. 정초 무인기 이슈는 평양에서 청와대를 관리할 수 있는 특이한 사건이다. 민간인이 지난 윤 정부 대통령실 근무 경력이 있다니 더더욱 이문이 남는 해프닝이다. 다만 예성강 북쪽 평산군에 위치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를 측정하는 것이 무인기의 목적이라고 하니 남북한 접경 지역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예외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 [김정인의 역사프리즘] 동아시아 공동의 역사 인식은 가능한가

    [김정인의 역사프리즘] 동아시아 공동의 역사 인식은 가능한가

    최근 잇달아 열린 한중, 한일 정상회담은 한국의 ‘중재자’ 역할을 기대하게 했으나, 동시에 뿌리 깊은 역사 갈등이라는 난제도 재확인시켰다. 21세기 들어 시민사회는 역사 왜곡에 항의하는 것을 넘어 대화를 통해 동아시아 공동의 역사 인식을 마련하고자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 대표적 결실이 바로 한중일 역사학자와 교사, 시민운동가들이 24년간 공들여 발간한 세 권의 공동 역사서라고 할 수 있다. 시작은 2001년이었다. 일본 우익이 주도한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후소샤에서 출간한 역사 교과서가 일본 정부의 검정을 통과하자 한국과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듬해 중국 난징에서는 식을 줄 모르는 역사 갈등을 논의하기 위한 ‘역사 인식과 동아시아 평화 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중일이 함께 역사책을 쓰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는 한국의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일본의 어린이와교과서전국네트워크21, 중국의 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를 기반으로 한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이후 수많은 국제회의와 치열한 논쟁을 거쳐 ‘미래를 여는 역사’(2005),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2012), ‘평화를 여는 역사’(2025)가 차례로 세상에 나왔다. 24년을 이어 온 한중일 역사 대화의 핵심은 공유된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공동의 역사 인식을 형성하는 데 있었다. 특히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과 식민 지배, 전쟁의 참상 그리고 전후 동아시아 냉전 체제와 분단 등을 다루면서 가해와 피해의 역사를 넘어 상호 이해와 화해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한중일 편찬위원들은 서로의 역사 인식의 차이를 경험하면서 수많은 논쟁과 갈등의 고비를 넘어 합의점을 찾아나갔다. 중일전쟁의 도화선이 된 ‘루거우차오 사건’은 공동 역사 인식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보여 주는 상징적 사례다. 일본에선 처음에 루거우차오 사건 발발의 책임 주체를 서술하지 않았다. 당연히 중국이 반발했고 몇 번의 수정이 오간 후에 ‘미래를 여는 역사’에는 “1937년 7월 7일 밤, 일본군은 베이징 교외에서 루거우차오 사건을 일으켰다”라고 서술했다. 또한 일본은 초고에서 중일전쟁의 원인이라며 일본 정계 및 군부 지도자들의 전쟁론을 장황하게 서술했다. 이에 한국과 중국은 전쟁의 불가피성을 항변하는 서술에 불과하다며 전쟁의 전개 과정과 민중의 피해에 초점을 맞추라고 요구했고 일본은 이를 수용했다. 두 번째 공동 역사서인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에서는 일본의 루거우차우 사건 도발 상황은 물론 중일전쟁의 전개 과정과 결과를 상세하게 서술했다. 나아가 중일전쟁 원인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배제하지 않고 중국과의 인식 차이를 ‘중일전쟁의 필연성과 우연성’이라는 칼럼에 담았다. 중국은 일본이 필연적이고 계획적으로 침략전쟁을 일으켰다고 보며 일본은 일본 정부가 군부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다가 전면전을 시작했다고 본다는 점을 비교했다. 두 번째 공동 역사서에서는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의 기억을 다룬 장을 두고 세 나라 학자들이 격렬한 논쟁을 벌였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한국이 서술한 본문과 함께 일본과 중국의 입장을 병기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중국 입장 중에 ‘한국은 일본군으로 끌려간 한국인을 전쟁 피해자로 서술했지만, 중국 민중은 그들을 가해자로 여겼다’라는 대목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세 번째 공동 역사서인 ‘평화를 여는 역사’에서는 일본의 도발을 강조하던 루거우차오 사건 서술이 “1937년 7월 7일 루거우차오에서 중일 양군이 격돌했다”로 달라졌다. 일본이 책임 집필했지만 중일전쟁 발발의 우연성을 더이상 강조하지 않았고 일본의 전쟁 도발 과정을 상세히 서술했다. 중국도 일본도 기존의 역사 인식을 고집하지 않고 교집합으로서의 공동의 역사 인식을 형성하는 것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지속적인 역사 대화를 통해 동아시아 공동의 역사 인식은 상대방의 역사 인식에 대한 객관적 접근과 동시에 자신의 역사 인식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동반해야 한다는 사실을 체득했기에 가능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비대면 회의로 역사 대화를 이어 간 끝에 2025년 세상에 나온 세 번째 공동 역사서는 동아시아 공동의 역사 인식 형성을 통해 평화로운 미래를 지향한다는 역사 대화의 원칙을 담되 도서명은 나라마다 달리했다. 한국에서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평화를 여는 역사’라는 제목으로, 일본에서는 패전 80주년을 맞아 ‘신(新)미래를 여는 역사’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최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격화되는 동아시아 신냉전의 현실을 반영하듯 중국에서는 아직 출간되지 못했지만 제목은 ‘다원적으로 성찰하는 동아시아 삼국 근현대사’로 정했다. 세 번의 공동 역사서 집필은 동아시아 공동 역사 인식의 형성이란 공존과 차이를 인정하고 합의점을 늘려가는 데서 출발한다는 점, 즉 구동존이(求同存異)를 깨닫고 실천하는 과정이었다. 동아시아의 평화를 실현하는 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
  • [이순녀 칼럼] 金·李 사태, 자정 능력 잃은 정치권 민낯

    [이순녀 칼럼] 金·李 사태, 자정 능력 잃은 정치권 민낯

    “이토록 잔인한 이유가 뭔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당 윤리심판원의 제명 처분 의결 직후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그는 “의혹이 사실이 될 수는 없다”며 재심 신청 의사를 밝힌 뒤 “한 달만 기다려 달라는 요청이 그렇게 어려웠느냐”고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에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당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탈당 요구에 대해선 “제명되는 한이 있어도 탈당은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그런 만큼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 결정에 적잖은 충격과 당혹감을 느꼈을 법하다. 하지만 날마다 쏟아지는 새로운 의혹을 따라가기에도 버거웠던 국민으로서는 당사자가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9시간 넘는 장시간 회의 끝에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윤리심판원이 검토한 사안은 모두 13건이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동작구의원으로부터 공천 헌금을 받았다는 의혹과 2022년 강선우 전 민주당 의원(현 무소속)이 김경 당시 서울시의원 후보로부터 1억원의 공천 헌금을 수수한 사실을 묵인한 의혹 등 공천 비리 의혹이 핵심이다. 이 밖에 배우자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차남 숭실대 편입 개입 의혹,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 의혹 등 제기된 의혹의 내용과 유형은 다양하다. 김 전 원내대표는 윤리심판원 회의에서 “(의혹을) 충실히 소명했다”고 했다. 그러나 무고함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거나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기보다는 “징계 시효가 소멸해 징계 대상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진보 가치를 내세운 거대 여당의 원내대표를 지낸 정치인으로서 무책임하고, 군색한 태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윤리심판원은 “징계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사유만으로도 제명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말 결백하다면 스스로 당에서 나와 백의종군의 자세로 당당히 수사에 응해 혐의를 벗는 것이 자신을 뽑아 준 유권자와 국민에 대한 예의다. 그럼에도 징계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하고, 감정적인 표현으로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하니 황당할 따름이다. ‘1일 1의혹’ 오명이 붙은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영하의 날씨처럼 차갑다. 이재명 대통령이 ‘통합·실용 인사’로 영입한 보수 정치인인 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도 자고 나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고성과 폭언 등 보좌관 갑질 및 직장 내 괴롭힘 의혹, 강남 고가 아파트 분양과 관련한 장남의 ‘위장 미혼’ 의혹, 두 아들의 사회복무요원 근무 특혜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됐다. 장남이 대학생 시절 6년간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주는 생활비 명목의 장학금을 받은 것과 관련해 선발 과정에서 ‘부모 찬스’ 의혹도 나왔다. 특히 장남이 당시 5500만원을 증여받는 등 형편이 어렵지 않았는데도 생활비 장학금을 받은 것에 대한 반발이 크다. 이 후보자의 친정인 국민의힘은 ‘제2의 조민 사태’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보좌진 갑질 의혹은 사과했지만 다른 의혹들에 대해선 “불법·부당한 행위는 없었다”며 청문회에서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김 전 원내대표와 이 후보자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은 진영을 불문하고 정치권의 자정 능력 실종과 윤리 의식 마비가 얼마나 심각한지 환기시킨다.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는 수사와 진상조사를 통해 규명돼야겠지만 정치의 도덕적 감수성이 이토록 무뎌졌다는 점에서 두 사안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이번 사태를 개인의 일탈로만 한정하며 당 차원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스템 에러라기보다 휴먼 에러”라고 한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단적인 예다. 한병도 새 원내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공천 헌금 의혹 전수 조사를 언급한 만큼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 국민의힘도 등 돌리고 떠난 옛 동료에게 들이댄 매섭고 엄정한 잣대를 앞으로 당내 인사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김 전 원내대표와 이 후보자 사태로 또다시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다. 이순녀 수석논설위원
  • “다카이치, 독도 놔둬라” 충고에도 “일본땅”…야금야금 거미줄 홍보

    “다카이치, 독도 놔둬라” 충고에도 “일본땅”…야금야금 거미줄 홍보

    한일 셔틀외교가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중국과의 갈등 및 국제정세 악화를 고려해 한국을 자극하지 말라는 충고가 일본 내에서 나왔으나, 일본 정부는 야금야금 ‘독도는 일본땅’ 알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독도 등에 대한 영유권을 선전·홍보하려는 목적으로 7년 전부터 운영해온 ‘영토·주권 전시관’과 지방 전시시설의 협력 강화를 추진한다. 일본 정부는 도쿄 ‘영토·주권 전시관’과 도야마현 ‘도야마현북방영토사료실’, 시마네현 ‘다케시마자료실’ 등 지자체가 운영 중인 지방의 영토 관련 자료관 간 협력 강화를 검토 중이다. 지난해 영토·주권 전시관의 시설을 강화하면서 확보한 체험형 영상시설이나 전시 패널 등을 지방에 대여해줄 계획이다. 영토·주권 전시관은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 주장을 선전·홍보할 목적으로 2018년 1월 히비야공원 주변 건물 지하에 100㎡ 규모로 처음 개관했다. 그 뒤 일본 정부는 2020년 1월 전시관 크기를 종전보다 거의 7배로 키우면서 현 위치로 확장 이전했고 작년 4월에는 시설을 보강해 재개장했다. 11월에는 ‘게이트웨이 홀’이라는 이름의 교육용 공간도 마련해 추가 확장했다. 한국 정부는 이 전시관의 개관 때부터 줄기차게 즉각 폐쇄를 촉구해왔다. “다카이치, 독도 놔둬라” 日언론의 충고앞서 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칼럼에서 13일 이재명 대통령의 일본 방문으로 한일 셔틀외교가 본궤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중일 관계 악화, 미중 패권 경쟁 속에 한일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면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게 “현실 정치가로서 더 높은 차원의 신중한 판단을 요구”했다. 특히 매체는 다음 달 시마네현 주최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를 거론하면서, 국익에 도움 되지 않는 괜한 국민감정 자극은 지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일 외교에서 양측의 국민감정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지금은 거기에 얽매여 있을 상태가 아니다”라고 매체는 지적했다. ‘韓日셔틀외교’ 본궤도로…과거사는 뇌관‘국익중심’ 실용 줄타기 외교 다시 시험대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의 초청을 받아 1박 2일 일정으로 13일 일본 나라현을 찾을 예정이다. 나라현은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이다. 일정 자체는 1박 2일로 짧지만, 이번 방일이 갖는 외교적인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중일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국면에서의 방일이란 점에서 이 대통령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 기조가 다시금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이 대통령이 이번 일본 방문 직전 중국을 찾아 한중 관계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측면을 감안하면 중일 양국의 힘겨루기 한 가운데에서 이 대통령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더욱 관심이 쏠린다. 이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응당히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 있어야 한다”며 사실상 일본을 겨냥한 상황에서, 다카이치 총리 역시 유사한 메시지를 낸다면 이 대통령으로서는 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와 같은 형국에 처할 우려도 없지 않다. 한일이 과거사 이슈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관전 요소다. 위성락 안보실장도 9일 브리핑에서 과거사 문제가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단 청와대는 조세이 탄광 조선인 유해 발굴 등의 협의를 진행해 양국 간 인도적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물론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달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볼 때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히 우리나라(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는 등 양국 간 시각차가 극명한 이슈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과거사 문제는 언제든 돌출될 수 있는 뇌관임은 분명하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는 이런 민감한 현안을 놓고 차이점을 부각하기보다는 양국의 민생 경제와 직결된 실질적인 협력 관계 강화방안 논의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양국이 민감한 현안에서 구체적 합의점을 모색하지 못했더라도 실리는 챙길 수 있는 모양새가 된다는 점에서다.
  • ‘김우빈♥’ 신민아, 결혼식 내내 오열…“눈물 자국 난 신부”

    ‘김우빈♥’ 신민아, 결혼식 내내 오열…“눈물 자국 난 신부”

    배우 김우빈과 신민아가 지난달 비공개 결혼식을 올린 가운데 뭉클한 결혼식 비하인드가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9일 영화 ‘3일의 휴가’로 신민아와 인연을 맺은 육상효 감독은 한 매체에 ‘신민아씨 결혼식에 다녀왔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감동적인 결혼식 현장을 공개했다. 그는 “식장에는 엄청나게 많은 꽃이 먼저 보였다”며 “신랑과 신부가 걸어갈 버진로드에도, 천장에도, 모든 테이블에도 흰색 국화와 수국이 빈틈없이 장식돼 있었다”고 전했다. 또 “신랑과 신부가 걸어갈 버진로드에도, 천장에도, 모든 테이블에도 흰색 국화와 수국이 빈틈없이 장식돼 있었다”며 “꽃을 만져보니 생생한 생화였다”고 했다. 육 감독은 “그 사이에 한국에서 가장 화려한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며 방탄소년단의 뷔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뷔에 대해 “혹시라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오늘의 주인공들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는 듯, 사은회에 온 후배 대학생처럼 안경을 쓰고 얌전한 차림으로 배우들 속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고 묘사했다. 또 “이병헌 배우는 사진 촬영 순서에 신부 쪽 지인으로 사람들 속에 서 있었다”며 “모두 한국 최고의 스타들이었지만 이날만은 한 명의 하객으로만 있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육 감독은 두 사람의 개성이 묻어난 입장 장면을 인상적인 대목으로 꼽았다. 김우빈은 마치 축구 선수의 세리머니처럼 하늘을 가리킨 후 가슴을 치는 당당한 행보로 입장했고, 신민아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감추지 못한 채 연신 눈물을 쏟았다. 그는 “아름다운 신부는 예식 내내 눈물을 흘렸다”며 “자신이 말한 대로 ‘오랫동안 사귄 남자친구가 남편이 되는’ 이 결혼에 감격한 듯했다”고 전했다. 이어 “하객들과 인사하던 신랑 신부가 우리 테이블에도 왔다”며 “눈물 자국이 남아 있는 신부가 작은 소리로 ‘잘 살게요’ 그랬을 때 뭉클했다”고 했다. 육 감독은 “세상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스타 신민아도 이 순간만큼은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순정한 신부였다”면서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했다. 지난 2015년 7월 열애 사실을 공개한 두 사람은 이후 11년간 공개 열애를 이어갔다. 특히 신민아는 2017년 김우빈이 비인두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던 힘든 시기에도 그의 곁을 지켰다. 2025년 12월 20일 결혼을 올린 두 사람은 예식 당일에도 3억원을 공동 기부해 대중의 찬사를 받았다.
  • [최석영 칼럼] 새해 글로벌 통상 질서, 어떻게 대처할까

    [최석영 칼럼] 새해 글로벌 통상 질서, 어떻게 대처할까

    새해 벽두부터 베네수엘라발 충격파로 국제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지역 분쟁의 확산과 트럼프의 관세·투자 압박으로 변동성이 컸던 작년에 이어 올해 통상환경도 녹록지 않다.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기조 속에 미국의 관세 무기화와 기술 통제에 중국의 맞대응도 거세지고 자원, 마약 및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무력 사용을 경험한 탓이다. 안보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일방적 강압조치는 전략물자 공급망의 블록화, 기술주권 강화와 무역비용 증가를 가속화할 것이다. 한마디로 올해 국제통상 질서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보호주의 확대에 기인한 불확실성의 고조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은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하면서 포괄적 무역협상을 했으나 타결에 실패했다. 그나마 미국의 대중 반도체·장비의 수출 통제에 대항한 중국의 희토류 맞불로 휴전에 합의함으로써 파국을 피한 것은 다행이다. 오는 4월 예정된 트럼프의 방중을 계기로 어떤 합의를 도출해 낼지가 관전 포인트다. 우크라이나 분쟁이 종식되면 전후 재건 수요 증가가 예상되나 이질적 체제의 단층선으로 갈등은 내연할 것이다. 시장경제 체제와 국가자본주의 체제를 조화할 만병통치약은 없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사태의 파장도 크지만 중동과 동아시아 지역의 갈등도 잠재적 휘발성이 매우 높다. 미국은 국력과 시장을 무기 삼아 동맹국을 불문하고 선압박·후협상 전술을 지속할 것이다. 시기별로는 올해 1월 미국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성 판결, 7월로 예정된 USMCA 검토 결과 및 11월 트럼프 정책에 대한 심판이 될 중간선거 등이 향후 글로벌 통상질서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중국은 내수 확대와 산업고도화를 추진하고 대외무역법 개정을 통해 제재·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신흥국과 반미연대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다자규범을 중시하던 유럽연합(EU)도 전략적 자율성 기조하에 보호주의로 선회했고 멕시코는 자유무역협정(FTA) 비체결국에 대해 선관세·후협상 방식을 전격 시행했다. 선진국은 보호주의 수단으로 관세와 원산지 규정, 보조금, 엄격한 투자심사, 제재와 수출 통제를 동원하고 있다. 기후·환경과 디지털 분야의 통상 여건도 변화를 맞고 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경과 기간을 거쳐 본격 시행된다. 철강과 알루미늄 등 6개 품목에 대한 탄소가격이 부과됨으로써 수출국에 탄소배출 감축을 압박하는 동시에 글로벌 무역·산업구조와 공급망 재편을 촉진할 것이다. 철강·화학 등 탄소집약 산업은 위기에 직면한 반면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수소·암모니아 산업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의 보편화, 플랫폼 생태계의 진화를 포괄하는 디지털 경제의 혁신과 디지털 규제와 표준화를 둘러싼 각축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EU는 예방·보호적 접근을 통한 포괄적 규제를 선호하고 미국은 혁신 우선 기조하에 자율규제를 중시하는 반면 중국은 국가 주도 규제를 강화하면서 디지털 규범의 파편화가 심화될 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각국의 관세 무기화는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잡았다. 미중 대립 구도와 지역분쟁의 확산을 비롯한 국제질서의 대전환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엄중한 도전이자 기회다. 미국의 관세 압박으로 감내해야 했던 투자·무역·안보 합의가 올해부터 시행되고 미완의 비관세장벽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한편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엄중한 과제로 다가왔다. 양국 간 교류협력은 필수적이지만 북한, 서해상 불법 구조물과 한한령(限韓令) 등 껄끄러운 현안에 비춰 이번 베이징 한중 정상회담과 후속 조치는 우리 통상·안보 외교의 향방을 규정 짓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강대국의 줄세우기 압박에는 국가안보와 국익 우선이라는 대원칙하에 일관성 있는 대처가 필요하다. 정부로서는 중장기적 경제안보 전략과 이를 실천할 조직, 인력 보강은 물론 강력한 입법과 조정체계를 작동해야 한다. 민관이 원팀이 돼 신산업 구조로의 고도화, 핵심 인프라 보호, 첨단기술 개발·보호, 공급망 탄력성 강화를 추진하고 규제 리스크의 대응과 분산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유) 고문·전 주제네바 대사
  • [김상연 칼럼] 새벽배송에 반대한다

    [김상연 칼럼] 새벽배송에 반대한다

    몇 년 전 선거 개표 취재를 위한 야근을 마친 뒤 차를 몰고 집 근처에 도달했을 때 시간은 새벽 3시쯤이었다. 집으로 향하는 일방통행 골목길로 진입하려는데, 앞에서 작은 트럭 하나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다.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밟고 보니, 택배 운송 로고가 그려진 그 트럭은 코앞에서 쌩하니 우회전으로 사라진다. 인적이 드문 새벽이고 급하게 여기저기 배달을 하려는 마음에 불법 역주행을 한 것 같았다. 평소 같으면 화가 났을 텐데, 그날은 왠지 그 트럭 운전자가 안쓰러웠다. ‘저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나….’ 처음 새벽배송을 이용하게 됐을 때 한편으론 신기했지만, 한편으론 택배 노동자들의 건강이 걱정됐다. 한창 자야 할 시간에 힘든 일을 하는 그들을 떠올리면 택배 상자를 여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가 주문한 식료품 중엔 그렇게 빨리 받지 않으면 곧 굶어죽을 절박한 것도 없었다. 야근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당장 돌연사하거나 중병에 걸리지 않더라도 누적되면 장기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하는 논리는 크게 두 가지인데, 둘 다 논리적 결함을 갖고 있다. 하나는, 택배 노동자는 개인사업자나 마찬가지로 회사의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는 건데 왜 규제하느냐는 항변이다.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운전자들의 안전벨트 착용도 의무화해서는 안 된다. 남한테 피해가 가는 것도 아니고 내 안전 내 맘대로 하겠다는데 왜 법으로 단속하느냐고 따지는 것과 같다. 인간은 생각만큼 이성적이지 않다. 졸음운전은 위험하니 휴식을 취하라고 숱하게 경고해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사고를 내는 게 호모사피엔스다. 또 하나는, 다른 야근 직종도 있는데 왜 택배만 규제하느냐는 항변이다. 하지만 다른 직종은 병원 응급실, 군인, 경찰 등 대부분 생명과 직결된 불가피한 분야다. 편의점의 경우 24시간 가동할 필요는 없지만, 그나마 노동강도가 세지 않다. 택배 노동자는 심야에 운전대 잡으랴, 무거운 짐을 들고 헐레벌떡 계단을 오르내리랴 업무강도가 매우 세다. 어떻게 보면 군인이나 경찰보다 힘든 직업이다. 보통은 선진국으로 갈수록 야근이 사라진다. 밤늦도록 일하면 돈이 더 벌리는 걸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 한국도 소득 수준 향상에 비례해 갈수록 야근이 줄어들고 있었다. 그런데 새벽배송이라는 돌연변이가 불쑥 등장한 것이다. 200여년 전 산업혁명 초기에 영국에서는 미성년자들이 밤낮없이 하루 최대 19시간씩 일했다. 지금 인류의 노동환경은 오랜 인권 투쟁의 결과로 이룩한 것이다. 새벽배송은 이 빛나는 역사의 시계를 일거에 뒤로 돌려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택배 노동자들은 새벽배송을 규제하려는 목소리에 고마워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비정한 공리(功利)주의자들로만 가득하다면 택배 노동자들의 건강이 상하건 말건 편리함에 도취해 새벽배송을 더 장려할 것이다. 미국 아마존은 새벽배송을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가 실패했고, 최근 다시 부분적인 새벽배송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새벽배송 금지론은 들리지 않는다. 아마존 물류센터 직원의 다수가 외국인 노동자이거나 이민자 출신인 것도 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우리보다 공동체 의식이 낮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물론 차가 막히지 않는 새벽에 배달하면 더 빨리 끝나고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다. 소비자를 마주치는 불편함도 피할 수 있다. 새벽배송을 해서라도 짧은 기간에 최대한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가슴아픈 사연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장점들을 모두 합치더라도 건강을 잃는 단 하나의 단점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새벽배송을 하다가 건강을 해친 사람들만 골라서 인터뷰를 해 본다면, 그 누구도 그것을 다시 하겠다고 나서지 않을 것이다. 골목길 역주행도 트라우마라면 트라우마다. 가끔 새벽에 차를 몰고 귀가하다 일방통행 골목에 진입할 때면 눈을 더 크게 뜨게 된다. 그때 그 이름 모를 택배 기사가 늘 무사하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김상연 수석논설위원
  • ‘청춘이 아니라도 좋다’…안성기 평전을 다시 꺼내며

    ‘청춘이 아니라도 좋다’…안성기 평전을 다시 꺼내며

    “지난 6개월 동안 미국은 로버트 레드포드, 일본의 나카시로 타츠야(일본 배우), 그리고 한국의 안성기를 잃었다.” (미국 작가 멜라니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게시물 중) 안성기를 보낸 이틀째. 각국 영화 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유독 일본의 반응이 무겁다. 쿠와하타 유카 작가는 일본 내 최대 검색 사이트의 전문가 코너에 ‘배우 안성기가 ‘한국 영화계의 양심’이라 불린 이유’란 제목의 장문의 글을 올려 안성기를 추모했다. 그는 이 코너를 통해 “안성기의 필모그래피를 되돌아보는 것은 한국 영화의 성공 궤적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그 위에 새겨진 것은 분열, 독재, 민주화, 세계화라는 격동의 시대에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 누구의 입장에 서 있는지 계속 질문해온 기록”이라며 “배우들이 ‘딴따라’(경솔한 연예인)로 여겨지던 시기에 안성기는 17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의 얼굴’로 불리지만, 본질은 배우가 되기 전부터 ‘영화의 양심’으로 계속 존재해왔다는 점”이라고 추모했다. 일본의 소셜 미디어는 안성기 추모글로 넘쳐난다. 사토 다다오라는 칼럼니스트는 “안성기는 ‘하인’(1960)에서 아역 배우로 출연했으며, 이 작품은 ‘기생충’의 원작이기도 하다. (안성기는) 현대 한국 영화의 발전과 운명을 함께한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 적었고, 역사 사회학자인 오쿠마 에이지는 “영화 ‘바람불어 좋은날’(1980)에서 시골 출신 중국 음식점 배달원 역할로 디스코에서 춤을 춘 장면이 잊히지 않습니다”라며 애통해했다. ●‘평범한 얼굴에 평범한 역할을 밥 먹듯 연기했으면서도 가장 비범한 배우가 된 인물’현재까지 나온 안성기의 유일한 평전 역시 2011년에 일본 작가 무라야마 도시오(73·村山俊夫)가 썼다. 일본어판 ‘안성기-한국 국민배우의 초상’(이와나미문고)이 먼저 나왔고, 이후 한국어판 ‘청춘이 아니라도 좋다’가 번역돼 같은 해 출간됐다. 별세 이후 안성기의 평전 역시 새삼 주목받는 모양새다. 책의 매력은 안성기와 한국 사회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는 데 있다. 편견 없이 들여본 이야기들이라 참신하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안성기는 초등학교 때부터 ‘섰다’ ‘도리짓고땡’ 등 다양한 종류의 화투에 통달했다고 한다. 밤샘 촬영 때 졸지 말라고 영화 제작진이 자꾸 화투장을 쥐여 준 탓이다. 하지만 ‘수마’(睡魔)의 위력을 어린아이가 버티기는 쉽지 않다. 감독이 ‘레디’ 할 때까지는 억지로 깨어 있다가, ‘고!’ 하면 고개를 떨구곤 했다. 그는 나중에 어른이 된 뒤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이렇게 말했다. “나는 촬영 전날이면 뛰지도 않고 빨리 걷지도 않아요. 가급적 큰소리도 지르지 않고 조용히 지내지요. 왜냐하면 다음 날 촬영을 위해 힘을 아껴 두는 겁니다. 숨 하나라도 아껴 두고 싶은 거죠.” 책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평범한 얼굴에 평범한 역할을 밥 먹듯 연기했으면서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범한 배우가 된 인물’에 관한 이야기다. 다섯 살 때인 1957년 영화계에 입문한 이후 올해까지 햇수로 70년을 연기에만 천착해 온 한 남자의 삶이 담겼다. 안성기는 스스로 위치와 책임감을 평소 분명히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1992년 프랑스 아미앵이라는 소도시에서 아미앵국제영화제가 열릴 때 일주일 동안 ‘안성기 영화주간’이 열렸다. 1990년 독일 뮌헨국제영화제 등에서 임권택 감독 기념주간이 열리긴 했지만 배우 개인을 위한 기념주간은 처음이었다. 안성기는 당시 프랑스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주연이 미남형이었고 스타로서 군림했습니다. 스스로 ‘미스터 한국’이라고 자만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저라는 배우가 등장함으로써 한국 영화계의 분위기가 조금 진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자부심은 있습니다.” 한국 영화 역사 100년 중 70년을 함께한 안성기였다. 그러면서 한 번도 ‘사퇴’를 입에 올린 적이 없다.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내려올 때도 그랬다. “그동안 쭉 주연으로만 시나리오가 들어왔는데 그렇지 않은 게 많이 들어오는 거야. 내가 그렇게 중요한 역할이, 위치가 아니구나. 여기서 조금만 더 아니면 난 떠난다.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 상처를 좀 받은 거지….” 2003년 후배 배우 박중훈과의 대담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물씬 드러나는 대목이다. ●“다섯 살 꼬마 시절 여배우 옷 가방에서 잠들었던 촬영장이 나의 고향”‘청춘이 아니라도 좋다’의 저자는 27세 때 한글을 처음 배운 이래 평생 한국을 사랑했다는 무라야마 도시오다. 1986년 연세대에 한국어를 배우러 온 무라야마는 우연히 안성기가 야구 감독으로 출연한 ‘공포의 외인구단’을 보고 그의 강렬한 눈빛에 매료된다. 일본으로 돌아간 그는 교토에서 한국어 학원을 운영하며 안성기가 나오는 영화를 50편 넘게 찾아서 본다. 무라야마가 안성기와 다시 조우한 건 10여년 만인 ‘도쿄국제영화제’에서였다. 일본어 통역자로 안성기를 다시 만난 그는 또다시 안성기의 소탈한 인품에 빠지게 된다. 2009년 ‘한국영화페스티벌’ 행사차 교토를 방문한 안성기를 만난 무라야마는 안성기에게 평전을 쓰고 싶다고 요청했고, 허락도 받는다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됐다. 1부 ‘안성기, 인생 제1막’에선 아역 배우 출신의 안성기가 어떻게 평범한 베트남어과(한국외국어대) 대학생에서 최고의 스타가 되는지에 대한 전사(前史)가 선명하게 그려진다. 2부 ‘청년 안성기’는 안성기의 본격적인 영화 인생을 그린다. 질풍노도의 신인 시절부터 ‘만다라’ ‘고래사냥’ 등을 거치면서 한국 최고의 배우로 부상하는 과정을 풀어냈다. 3부 ‘국민배우의 탄생’에선 박중훈이란 최고의 파트너와 만나게 된 ‘칠수와 만수’부터 악전고투 속에 열연을 펼친 ‘남부군’과 코믹 형사극의 전범이 된 ‘투캅스’까지, 안성기의 고집과 변신이 그려진 영화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4부 ‘청춘이 아니라도 좋다’는 위기의 시간 속에서도 성실함을 잃지 않고 다시 빛나는 조연으로 돌아오는 감동 스토리가 펼쳐진다. 5부 ‘안성기에게 묻는다’에선 안성기와 저자의 인터뷰 등을 통해 안성기의 생각과 감정을 전한다.
  • “인품 없는 졸부” 고영욱, ‘연예대상’ 수상 이상민 저격

    “인품 없는 졸부” 고영욱, ‘연예대상’ 수상 이상민 저격

    혼성그룹 ‘룰라’로 함께 활동했던 고영욱이 이상민을 향해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고영욱은 지난 2일 자신의 X(구 트위터)를 통해 이상민의 ‘2025 SBS 방송연예대상’ 대상 수상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담긴 기사들을 잇달아 공유했다. 그는 “‘괜히 사람들이 이렇게 화를 내겠습니까’, ‘싱글 콘셉트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는 유부남이 대상을 받는다? 이게 진정한 블랙코미디 아닌가’ 등의 반응을 공식 채널 댓글 등을 통해 보이고 있다”는 기사 내용을 인용하며 대중의 불만을 부각했다. 또한 “다수가 납득하지 못하는 대상 선정과 반복되는 지석진 홀대 논란에 시청자들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는 대목을 덧붙여 시상식의 공정성 문제도 건드렸다. 고영욱의 저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상민이 예능에서 들고 나온 고가의 가방을 언급한 영상을 공유하며, 인품의 중요성을 강조한 칼럼 내용을 인용했다. 그는 “누더기를 걸친 영혼 깊은 성직자의 맑은 눈빛을 떠올려 보라. 그의 초라한 차림을 비웃을 이는 아무도 없다. 반면 값비싼 옷과 보석으로 한껏 꾸민 졸부는 어떤가. 사람들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고개를 돌려 버린다. 고귀한 인품과 영혼을 갖고 있다면 세상에 주눅 들 일도, 부끄러워할 일도 없다”는 문구를 통해 이상민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고영욱은 이상민을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이상민의 빚 청산 서사가 방송 소재로 활용되는 것에 대해 “진실성이 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 앞서 이상민은 ‘미운 우리 새끼’, ‘신발 벗고 돌싱포맨’ 등의 활약으로 대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유력 후보였던 지석진이 수년째 고배를 마시는 과정에서 불거진 ‘지석진 홀대론’과 맞물려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 [서울광장] 진보정권마다 반복하는 언론 옥죄기

    [서울광장] 진보정권마다 반복하는 언론 옥죄기

    그해 겨울, 머리는 뜨거웠고 엉덩이는 차가웠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가을부터 한겨울까지 이어진 ‘기자실 폐쇄’라는 초유의 언론 탄압에 맞서 당시 외교통상부 출입 기자들은 청사 로비에 앉아 시위를 벌였다. 차가운 바닥에 신문지를 깔았다가 매트를 공동구매해 한 달 넘게 버텼다. 언론의 건설적 비판에 ‘죽치고 담합’한다며 기자실 통폐합을 강행한 정부에 맞선 투쟁이었다. 로비에서도 쫓겨난 기자들은 정권이 바뀐 이듬해 초 기자실 문을 열고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잊고 싶었던 투쟁 경험을 다시 떠올리게 된 건 2021년 문재인 정부가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겠다며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추진했을 때다. 노무현 정부가 보수 언론을 타깃으로 했다면 문재인 정부는 포털 등 온라인에 넘치는 ‘가짜뉴스’를 때려잡겠다더니 결국 언론 전체를 겨냥해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언론계뿐 아니라 정치권,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멈춰 섰다. 4년여가 지난 지금, 대한민국 언론은 더욱 심각한 언론 탄압에 직면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명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이라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허위·조작정보’를 유포한 언론사나 유튜버 등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게 골자다. 민주당은 상임위 개정안에 ‘단순 허위정보 유통 금지’까지 넣어 법사위에서 통과시켰다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거세자 부랴부랴 수정해 본회의에 올리는 촌극을 빚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법률안이 불안정성 논란으로 본회의에서 수정된 나쁜 선례”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국민 여론도, 언론계 의견도 제대로 듣지 않았다. 공론화 과정도 없이 상임위부터 본회의 통과까지 걸린 시간은 단 2주일. 문재인 정부에서 최대 5배의 손해배상 청구 등 비슷한 내용으로 추진됐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상임위 통과 후 여야 간 두 달 넘게 공방을 벌이다가 중단됐던 것에 비하면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이다. 민주당은 뭐가 그리 급했을까. 그동안 진보정권마다 정권 말기 추진했다가 좌초한 ‘언론 옥죄기’가 성공하려면 정권 초기에 해치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한 것일까. 졸속에 땜질로 통과된 법은 무엇이 허위·조작정보인지, 무엇이 의도적이며 부당 이익을 위한 것인지 등 기준이 모호해 소송 남발의 부작용이 불 보듯 뻔하다. 언론계와 야당, 시민단체가 ‘입틀막법’으로 비판하는 이유다. 손해배상 등 소송에 시달리게 되면 언론 기능은 위축되고 표현의 자유는 침해당할 수밖에 없다. 유튜버 등의 가짜뉴스를 막으려다 언론의 권력 감시 등 역할을 흔드는 역효과가 우려된다. 미국 국무부 공공외교차관도 이 법에 대해 “규제당국에 관점에 따른 검열 권한을 주기보다 민사적 구제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민주당이 허위조작정보근절법에 이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다. 언론인 출신인 노종면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허위·조작보도 개념을 신설하고 언론사에 사실 입증 책임 부과, 정정보도 청구 기간 확대 등 각종 ‘언론 목조르기’ 기법을 담았다. 특히 반론보도 청구 범위를 ‘의견’까지 확대해 언론의 논평·비판 기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사설·칼럼 등 논평까지 ‘검열’하겠다는 것은 권력 비판 기능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을 주도한 노 의원과 최민희·김현 의원은 법 통과 후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언론계의 우려에 대해 “엄살이 너무 심하다”고 했다. 또 “언론이, 시민사회도 생각보다 조용하다”며 파업이나 점거농성을 하지 않으니 “과방위원들이 칭찬받아야 한다”며 후원 계좌를 공개했다. 결국 지지층의 후원을 받기 위한 입틀막법인 것인가. 언론의 준엄한 비판은 ‘엄살’이 아니라 이들 법의 부작용을 없애고 입법을 막을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다시 청와대 시대를 연 이재명 정부를 감시하고 건설적 비판을 하기도 바쁘기에 파업할 시간도 없다. 언론의 비판 없는 국가와 민주주의는 죽은 것이다. 위헌적이며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입틀막법은 멈춰야 한다. 김미경 논설위원
  • [사고] 오피니언 필진 새로워집니다

    [사고] 오피니언 필진 새로워집니다

    새해 서울신문 오피니언면이 새롭게 단장됩니다. 변혁의 시대 한가운데서 각계 최고 전문가들의 깊은 통찰이 나침반이 돼 줄 것입니다.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가 특별칼럼으로 찾아갑니다. 각각 국내 최고의 헌법학자와 정치학자로서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것입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외교안보 정세가 중요한 변곡점을 찍을 때 특별기고로 합류합니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정치와 경제 분야의 현안을 깊이 있게 분석합니다. 세상과 정책을 보는 신선하고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는 열린세상 코너에도 새 얼굴이 가세합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차현진 호서대 디지털금융경영학과 교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우윤근 전 러시아 대사, 이기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장, 유창수 전 서울시 부시장, 김용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주명 한국농수산대 총장, 작가이기도 한 정지우 변호사가 폭넓은 시선을 나눠 드립니다. 문화, 역사, 과학, 의료, 미디어 등 풍성한 콘텐츠를 책임지는 필진도 다채롭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는 사회학자’ 노명우 아주대 경제정치사회융합학부 교수, 박미경 류가헌갤러리 관장, 감성 산문으로 인기를 누리는 이병률 시인이 지면의 운치를 더해 줍니다. 한영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연구소장, 정정엽 정신과 전문의, 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한정훈 미디어연구소 K엔터테크허브 대표도 세상 속 이야기를 다양한 앵글로 조명합니다. 긴 호흡, 깊은 시선으로 기획 연재면을 빛낼 필진이 쟁쟁합니다. ‘골목길 자본론’,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 등의 저술로 잘 알려진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펜을 듭니다. 인공지능(AI) 혁명의 시대에 인간 중심의 기술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고민합니다. 문학평론가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다양한 사회 현안들을 인문학적 관점의 여과지로 재해석하는 연재물을 준비했습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 역사 대중화에 힘쓰는 역사학자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가 전문가의 안목과 통찰로 지면을 누비겠습니다.
  • [손열 칼럼] 을사년이 남긴 교훈

    [손열 칼럼] 을사년이 남긴 교훈

    새해를 맞을 때면 작년보다 올해가 더 힘든 해가 될 거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트럼프 리스크로 숨 가빴던 작년보다 더 어려운 국제정세를 맞이할 것인가. 작년 새해 주요 기사들의 전망은 대체로 트럼프 변수에 초점을 맞췄다.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미국의 패권 쇠퇴가 가속화되고 국제질서는 혼란에 빠질 것이란 점과 이에 따라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면서 무역전쟁 등으로 양국은 돌이킬 수 없는 디커플링 상태로 진입할 것이라는 점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현시점에서 첫 번째는 맞고, 두 번째는 틀렸다. 트럼프 정권은 관세를 만능 도구로 삼아 시장 보호, 투자 유치, 재정 적자 보전, 타국 외교정책 개입 등을 추구했다 자국이 제정한 국제규범과 규칙을 다반사로 무시하고 위반했다. 이제 미국은 패권국으로서의 책무 즉, 지구적 의제를 추진하거나 질서 유지에 기여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공표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은 대외 관여를 선별적으로 축소하고 서반구 관리를 중시하는 트럼프식 먼로주의를 선보였다. 미주 대륙을 중심으로 이민과 마약, 중국의 우회수출로를 차단하고 상업적 이권과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하는 자국우선주의의 결정판이다. 한편 ‘관세맨’은 중국에 대해 지난해 4월 사실상 금수 조치인 145% 관세로 위협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부문에서 대중 수출 및 투자 제한, 화웨이 반도체 수입 제한 등 중국의 AI 개발 억제를 위한 압박에 나섰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희토류 수출통제란 보복 조치로 반격하자 트럼프는 관세 부과를 3개월 유예하며 후퇴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부산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이 희토류 및 기타 핵심 광물 수출통제 조치를 1년 연장하는 대가로 관세 유예 조치를 1년 연장하고, 펜타닐 관련 징벌적 관세를 10% 삭감해 주었다. 관세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일본, 나토 회원국 등 동맹국이다. 이들은 동맹을 거래로 여기는 트럼프 정권과 잔혹한 협상을 치렀다. 안보 면에서 미국에 과잉 의존하는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다. 관세 10% 삭감의 대가로 유럽연합(EU)은 6000억 달러, 한국은 3500억 달러, 일본은 5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동시에 나토국은 GDP 대비 5%, 한국은 3.5%, 일본도 한국에 근접한 수치로 국방비 증액을 약속할 형편이다. 결국 미국에 ‘카드’를 갖지 못한 동맹국들은 1970년대 닉슨 쇼크와 유사한 트럼프 쇼크를 막기 위해 경제적 희생을 감수한 반면 카드를 가진 중국은 관세 폭탄을 피해 갔다. 중국을 국제질서 수정 세력이자 미국의 유일한 경쟁상대라 지목한 바이든 정권과 달리 트럼프 정권은 자국의 무역 재균형과 경제자립, 경제적 미래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적 거래 상대로 간주하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전술적 데탕트’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올해 11월 중간선거에 정치생명이 달려 있는 트럼프는 중국의 경제 보복을 경계하며 협조적 자세를 지속할 것이다. 내년 제21차 당대회에서 4연임을 획책하는 시진핑 국가주석은 침체된 경제 부양을 위해 대미 관계의 안정화를 꾀할 것이다. 양국은 오는 4월 예정된 트럼프의 베이징 방문을 거치며 유화 국면을 이어 갈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한국 등 동맹국은 안보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대국이 강압에 나서지 못하도록 억지 혹은 협상 카드를 보유해야 한다는 점도 깨달았다. 국내에서는 핵무장 등 ‘자립’론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의 자율성은 상호의존의 축소 및 차단을 의미하는 자립만으로 얻어지기 어렵다. 핵무장과 같은 군사적 자립은 머나먼 여정이고, 경제적 자립은 불가능하다. 적정한 수준의 상호의존으로 재균형을 추진하는 동시에 중국의 희토류와 같은 카드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의 안보·경제 투자는 단순히 미국의 억지력이나 인프라 재건의 보완재가 아니라 미국에 대체 불가한 필수재, 급소(chokepoint)가 될 수 있는 재화를 만들어 가는 전략적 선택이어야 한다. 미국에 대해 카드를 가져야 필수불가결한 동맹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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