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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언론 “한국은 자기들 생각과 다르면 무조건 일본을 ‘극우’라고 비난”

    日언론 “한국은 자기들 생각과 다르면 무조건 일본을 ‘극우’라고 비난”

    일본 언론인이 “한국 언론은 자기들 주장이나 입장에 반하는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무조건 ‘극우’라고 낙인찍어 비난한다”고 비판했다.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등에 ‘전범기업’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도 오직 한국뿐이라고 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우익 성향 매체 산케이신문의 구로다 가쓰히로 서울 주재 객원논설위원(전 서울지국장)은 15일 ‘일본유신회가 극우정당?’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구로다 위원은 “(지난 9일 치러진) 일본 지방선거에서 ‘일본유신회’가 약진한 것이 한국에서도 뉴스가 되고 있다”고 칼럼의 운을 뗐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일본유신회를 ‘극우정당’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일본유신회의 기반인) 간사이 지방 출신자를 비롯한 한국 거주 일본인들은 이에 대해 ‘어?’(이상하다)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그는 “이러한 ‘일본유신회=극우’ 프레임은 지금까지도 자주 등장했지만, 한국 언론은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도) ‘최근 각종 선거에서 선전하고 있는 일본유신회의 약진이 일본 정계의 우경화를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구로다 위원은 “그 배경에는 일본유신회가 (군대 보유 금지 등을 규정한) 헌법 개정에 찬성하고, 과거 하시모토 도루(전 대표)가 위안부 문제에서 한국의 주장을 비판한 적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국에서 19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 ‘유신헌법’, ‘유신정우회’ 등 ‘유신’이 강권 정치를 상징하는 단어로 쓰였던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언론은 자기들 주장이나 입장에 반하는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무조건 ‘극우’라고 비난한다. 나도 한국인의 역사관을 자주 비판하기 때문에 ‘극우 언론인’이 됐다. 나 자신은 (내가 극우라는 것을)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말이다.”그는 “(한국 언론의 이러한 행태는) 자의적인 확신에 의한 낙인 찍기로, 이른바 ‘징용공’(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서 일본 측 관련 기업을 자꾸만 ‘전범기업’이라고 보도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면서 “일본 기업에 그러한 딱지를 붙이는 것은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뿐”이라고 비난했다. 구로다 위원의 칼럼에 대한 일본의 독자 반응은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인 가운데, 이념 성향 평가의 상대성 등을 들어 “일본유신회의 지향점을 고려할 때 ‘극우’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정당 결성 초기부터 우익이었으니 이상할 게 없다”는 등 의견도 있었다. 30년 이상 서울 특파원을 지낸 구로다 위원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한국을 비난해 왔다. 지난 2월에는 ‘이제 와서 전범기업이라고?’라는 제목의 산케이 칼럼에서 “일본 기업들이 기껏 한국을 도와주었더니 이제 와서 ‘전범’ 취급을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는 “일본 기업에 대해 한국 언론이 계속 ‘전범기업’이라고 부르고 있다”며 “전시에 일어났던 일을 들먹이며 이러한 낙인을 찍고 있는데, 기업 비즈니스맨을 비롯한 주한 일본인은 참으로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지난해 말에는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한 영화 ‘영웅’의 개봉을 앞두고 “이토 히로부미 암살로 유명한 안중근이 주인공인 정통(?) 애국 반일 영화 ‘영웅’이 개봉한다”며 “이는 일본인에게는 ‘테러리스트 찬가’로 비친다”고 칼럼을 통해 주장했다.
  • 검찰, ‘계엄문건’ 조현천 구속기소…“내란 혐의 계속 수사”

    검찰, ‘계엄문건’ 조현천 구속기소…“내란 혐의 계속 수사”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앞두고 작성된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64) 전 기무사령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병주)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정치 관여·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는 조 전 사령관을 14일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귀국한 조 전 사령관을 구속한 뒤 조사를 이어왔다. 검찰은 이번에 적용되지 않은 내란예비·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추가로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조 전 사령관은 2016년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와 관련해 부하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같은 해 기무사 요원들을 동원해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칼럼·광고를 게재한 혐의를 받는다. 또 기무사 예산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령 문건과 관련한 내란예비·음모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지만, 검찰은 “관련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조 전 사령관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정을 앞둔 2017년 2월 탄핵안이 가결될 때를 대비해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하는 등 실행 준비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계엄령 문건 작성 태스크포스’(TF)가 작성한 문건에는 육군에서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무장병력 4800명, 특수전사령부 병력 1400명 등을 동원해 계엄군을 구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계엄 사범 색출, 방송통신위원회를 동원한 SNS 계정 폐쇄, 언론 검열 등도 포함됐다. ‘계엄령 문건 의혹 합동수사단’은 2018년 조 전 사령관과 내란을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는 박 전 대통령,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 등을 참고인중지 처분하고, 조 전 사령관 신병이 확보될 때까지 수사를 중단했다.
  • 英 FT “한국은 美 스파이 행위도 용서하는 동맹…우크라 지원해야”

    英 FT “한국은 美 스파이 행위도 용서하는 동맹…우크라 지원해야”

    1급 기밀문건 유출과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도청 의혹 등으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영국 유력 언론이 한미 관계를 분석한 칼럼을 게재했다.  최근 유출된 기밀문건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고심하는 한국 외교안보 고위급 관리들의 대화 내용을 도청한 정보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의 크리스찬 데이비스 서울지국장은 12일(이하 현지시간) ‘미 국방부의 (기밀문건) 유출은 한국의 소심한 외교정책에 혹독한 빛을 던졌다’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미국이 스파이 행위를 해서 용서받을 수 있는 동맹국이 하나 있다면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는 두 나라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기 때문도, 한국이 누구보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이기 때문도 아니다. 단순히 ‘위험’이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여전히 핵무장한 북한과 전쟁 상태에 있으며, 미국은 한국이 동북아시아에서 핵무기 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는 움직임을 고려하고 있는지 혹은 (중략) 가장 극단적인 상황에서 미국을 핵 분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데이비스 기자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넘어갈 것으로 보이는 탄약을 제공하느냐를 두고 고민하는 한국을 감시하다 적발된 것이 놀라움이나 당혹감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훨씬 흥미로운 것은 한국 내부에서 검토되는 내용과,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세계적인 선수’로서 보여주는 ‘휘청거리는 부상’이 말해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안보적 위험을 내포한 국가이고, 이 때문에 미국이 핵무기 경쟁과 핵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가 미국의 도청 의혹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데이비스 기자는 또 한국전쟁 당시 먼 서방 땅에서 한국으로 와 싸워준 군인들처럼, 한국도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방 국가들은 한국을 필수적인 파트너로 본다. 반도체부터 배터리, 인공지능 기술에 이르기까지 중요 기술에서 가공할 만한 능력을 가진 한국은 친서방 국가”라면서 “결정적으로 한국의 주목할만한 경제적‧정치적 변화는 식민주의에 따른 오점 없이 자유 민주주의의 미덕을 칭송할 수 있는 도덕적 권위를 부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서방 동맹국에게 한국이 여전히 국제무대에서 답답할 정도로 소심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면서 “서류상으로 한국은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 주도의 대러 제재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면에서 대부분의 한국 관리들은 (대러 제재를) 꺼려했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탄약 더미 위에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의미 있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인들을 지원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특히 서방 국가들을 짜증나게 하는 것은 2030 세계박람회의 부산 유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집착이다. 서방 국가들은 유럽에서 전쟁의 정치적‧경제적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박람회 유치를 우선시하는 것은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과 영국, 프랑스, 캐나다 군인들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만, 현재의 국가와 국가의 번영은 이를 위해 싸운 ‘멀리 있던’ 사람들의 남긴 산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 포탄 지원 압박하는 서방국가들 앞서 폴란드 총리는 한국이 미국의 도청 의혹을 넘어서서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산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개입 없이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보다 훨씬 많은 포탄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장에서도 더 많은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면서 막대한 양의 포탄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우리는 무기 및 탄약의 (우크라이나) 인도와 관련해 한국과 대화했다. 한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반응을 두려워한다(fearful)”면서 “한국 탄약 등을 우크라이나로 이전하는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이 중국이나 러시아의 공격적인 반응에 직면할 경우 한국을 지원하겠다고 보장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직접적인 개입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폴란드의 이러한 주장은 한국 정부의 기밀 정보가 노출된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의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공개 언급은 한국이 서방의 편에서 우크라이나를 직접 도우라는 국제적인 압력으로 해석된다.
  • [신간] 아름다운 명화 속 숨어 있는 잔혹한 범죄 찾기…미술관에서 만난 범죄 이야기

    [신간] 아름다운 명화 속 숨어 있는 잔혹한 범죄 찾기…미술관에서 만난 범죄 이야기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명화(名畫)가 사실 잔혹한 범죄 이야기를 담은 그림이라면 어떨까. 그것도 사기, 성매매, 성폭행, 납치, 살인과 같은 중범죄가 숨겨져 있다면 말이다. 서양 미술사에서 한획을 그은 명화 속 범죄 이야기를 다룬 ‘미술관에서 만난 범죄 이야기:명화 속 잔혹한 진실’이 최근 출간됐다. 이 책은 연세대 인문학연구원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이미경 교수가 명화 속에 등장하는 27개의 범죄 이야기를 다뤘다. 이 교수는 숙명여대 미술사학과에서 ‘아메리칸 르네상스 벽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저서로는 ‘미술사 한 걸음 더’(이담북스, 2021, 공저)가 있으며 현재 서울신문 나우뉴스에 미술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이 책은 서양 미술에 재현된 범죄 그림을 사기, 성매매, 성폭행, 납치, 살인 등으로 분류해 명화 속 잔혹한 범죄의 진실을 파헤쳤다. 책에서는 ‘사기: 속임수의 예술’, ‘성매매: 사고파는 물건으로서의 성’, ‘성폭행: 씻을 수 없는 사회적 살인’, ‘납치: 인생을 뒤흔드는 영혼 살인’, ‘살인: 사람을 살해하는 잔혹 행위’ 등 5개 카테고리 속에 27개의 범죄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교수는 “시대마다, 사회마다, 문화마다 범죄의 정의와 기준이 다르지만 오늘날의 시각으로 범죄를 살피며 재해석해 보고자 했다”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행했던 관람자의 시점이 아닌 배제된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기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피해 내용을 살펴보았다”고 말했다. 이어 “책에 담긴 이야기가 어쩌면 조금 충격적일 수도 또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아름답게 포장된 명화의 속내를 들여다 보았다”면서 “가해자의 행위는 가벼웠을지 몰라도 피해자의 후유증과 여파는 절대로 가볍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드루, 384쪽, 2만2000원.
  • 검찰, ‘계엄령 문건 의혹’ 조현천 부하 소환 조사

    검찰, ‘계엄령 문건 의혹’ 조현천 부하 소환 조사

    검찰이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사령관의 직속 부하였던 소강원 전 기무사령부 3처장을 소환 조사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병주)는 전날 조 전 사령관의 직권남용, 정치관여 혐의와 관련해 소 전 처장을 불러 조사했다. 조 전 사령관은 2016년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와 관련해 부하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같은 해 기무사 요원들을 동원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칼럼·광고를 게재한 혐의(군형법상 정치관여)도 받고 있다. 검찰은 소 전 처장이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 관련 보고서 작성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됐다고 의심하고 조 전 사령관이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을 조사했다.검찰은 구속 만료 기한인 오는 17일 전에 이 두 혐의에 대해 조사를 마친 뒤 조 전 사령관을 기소할 방침이다. 계엄령·위수령 검토 문건 작성·보고 의혹과 관련해선 조 전 사령관의 1차 기소 이후 수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앞둔 2017년 2월 ‘계엄령 문건 작성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계엄 검토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문건을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 등에게 보고했는지를 규명하는 게 핵심이 될 전망이다. 계엄령 문건 작성 TF 설치 사실을 숨기기 위해 부하들에게 허위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도 수사 대상이다. 조 전 사령관 지시로 허위 문건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소 전 처장은 지난달 16일 벌금형이 확정됐다.
  • [황성기 칼럼] 현장에서 본 후쿠시마 문제 <1>/논설위원

    [황성기 칼럼] 현장에서 본 후쿠시마 문제 <1>/논설위원

    지난주 일본 후쿠시마 원전을 다녀왔다. 원전 취재를 구상한 건 두 달 전이었다. 2월 25일 원전 취재 신청을 했고, 3주 걸려 허가를 받았다. 3박 4일간 도쿄와 후쿠시마에서 만날 과학자, 어민, 주민, 언론인 12명의 섭외에 한 달 이상 걸렸다. 후쿠시마 원전에 발을 디딘 게 4월 4일. 도쿄전력의 현지 부소장은 “누구에게나 문호가 열려 있는 견학이지만 신청자가 많아 조정에 2~3주 걸린다”고 했다. 신청자가 일본 총리라도 똑같은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서울신문 취재단보다 사흘 늦게 더불어민주당의 ‘후쿠시마 대응단’이 후쿠시마에 갔다. 그들이 몇 개월 전 원전 견학 신청을 했다는 말은 현장에 와 보니 거짓이었다. 원전의 현장 관계자 말로는 일요일인 4월 2일 견학 신청이 들어왔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그들 일정대로 7일에 원전에 들어가려면 견학이 예정된 누군가를 빼내야 한다. 그건 한국식이다. 국회의원의 쌍팔년도 특권에 절어 있는 그들의 새치기와 우격다짐이 매뉴얼의 나라, 일본에서 통할 리 만무했다. 그들은 도쿄전력이 현장 방문을 거부했다고 ‘가짜 프레임’을 만들었다. 원전 견학을 마치고는 1박 2일간 후쿠시마 바닷가에서 시내까지 훑었다. 원전의 오염처리수 방출에 고민하는 수산물 유통업자, 젊은이들, 전현직 대학교수 등 지역 주민을 만났다. 인상 깊었던 것은 두 가지. 후쿠시마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오는 22일 준비하는 행사 이름이 ‘ALPS 처리수 해양 방출 재검토를 요구하는 집회·행진’인 점이 그 하나.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여과한 것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처리수’라 부른다. 운동하는 이들 지식인조차 처리수란 용어를 답습하며 방출 반대가 아닌 재검토란 말을 쓴다는 점이다. 이들의 요구 사항은 오염처리수를 현재보다 더 줄이고, 배상 기준도 후쿠시마 주민들과 충분히 논의하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후쿠시마대학 40대 교수의 말은 보다 현실적이었다. 이 교수도 오염처리수 운동을 전개하며 ‘방출 3년 동결’을 주장하는 후쿠시마 주민이다. 그는 오염처리수가 화학적·생물학적·의학적 기준을 충족하는 안전한 물이라는 전제를 깔았다. 그렇지만 이제 막 재기하려는 후쿠시마 어업을 살리려면 3년간의 체력 보강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3년간 주민의 목소리를 외면해 온 일본 정부, 도쿄전력, 주민과 한국,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야당 의원의 후쿠시마 방문 소식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방출을 반대하는 한국 야당의 ‘정치’에 말려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주민·어민들이 필사적으로 대지진, 원전 폭발의 후유증을 딛고 재건하려는 마당에 ‘후쿠시마’를 이용하려는 한국 야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민주당 대응단이 ‘후쿠시마 여론’이라고 만난 3명 가운데 한 명이 인구 5만 6000명의 조그만 다테시 시의원이었다. 이 지방의원의 “방출에 찬성하는 주민은 거의 없다”는 언급은 페이크 뉴스다. 후쿠시마 지방지의 3월 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현지 주민은 방류에 ‘찬성’ 38.9%, ‘반대’ 41.0%로 팽팽히 맞서 있다. 후쿠시마의 재기에는 오염처리수의 방출, 원전의 폐로(廢爐)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폐로 없이는 안전과 재건이 없다. 폐로는 방류를 전제로 한다. 재건에 한마음인 후쿠시마인들에게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면 “후쿠시마 모두가 방류에 반대한다”는 거짓말을 해선 안 됐다. 2008년 광우병 사태가 어떻게 끝나고 한국이 왜 미국산 소고기 최대 수입국이 됐는지 사태를 주도한 민주당은 잘 알 것이다. 과학을 외면하고 선동과 날조, 괴담으로 나라를 혼란에 빠트린 우를 저질러서도 안 되지만 그 거짓에 두 번 다시 속아 넘어가서도 안 될 것이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기름 속에서 피는 꽃, 덴푸라의 미학/셰프 겸 칼럼니스트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기름 속에서 피는 꽃, 덴푸라의 미학/셰프 겸 칼럼니스트

    세상에 많은 음식이 있지만 튀긴 음식만큼 온 감각을 애타게 만드는 것이 또 있을까. 자글거리며 튀겨지는 소리,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바삭거리는 기분 좋은 촉감, 그 안에 부드럽게 익은 재료, 점점 사그라드는 바삭거림과 튀김옷이 주는 고소한 여운은 튀긴 음식만이 줄 수 있는 감각의 향연이다. 튀김 요리를 논할 때 일본의 덴푸라를 빼놓을 수 없다. 달걀과 밀가루, 물을 이용해 튀김옷을 만든 후 재료에 묻혀 고온의 기름에 빠르게 튀겨 내는 덴푸라는 일본 대표 요리 중 하나다. 한국의 분식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꺼운 튀김옷에 싸인 튀김과 달리 덴푸라는 속 재료가 보일 듯 말 듯 얇은 튀김옷을 입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재료에 따라 얇은 튀김옷을 입히기도 하고, 물결무늬를 일부러 내기도 한다. 재료 주위로 얇은 튀김옷이 활짝 펼쳐지기도 하는데 이를 ‘꽃을 피운다’고 표현한다. 덴푸라는 요리하는 사람들에겐 단순해 보이지만 절대 단순하지 않은 어려운 요리로 통한다.일본에 덴푸라 요리가 생기게 된 건 16세기 무렵부터 유입된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상인들의 영향이라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기독교인들이었던 상인들이 육식을 금하는 기간에 먹었던 생선튀김이 일본화된 게 덴푸라의 시초라는 것이다. 덴푸라란 어원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대부분 명확한 근거가 없으니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다. 중요한 건 서양식 튀김 요리가 중세 말 일본으로 건너가 고유한 음식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덴푸라가 본격적으로 일본 요리 문화에 자리를 잡게 된 건 18세기에 이르러서다. 당시 일본은 튀김 요리에 사용할 식물성 기름이나 동물성 기름이 그다지 풍부하지 않았다. 따라서 나가사키처럼 서양과 교류가 있던 지역 밖에서는 크게 유행하기 어려웠다. 에도 막부 치하의 평화가 계속되면서 여러 산업이 점차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관서 지방을 중심으로 한 면화 생산 장려도 그중 하나였다. 면직물을 만드는 게 목적이지만 부산물인 목화씨를 이용한 목화씨유도 대량 생산되면서 자연스럽게 튀김 요리를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었다. 식용유 구하기가 어렵지 않게 되면서 덴푸라는 당시 문화와 상업의 중심이던 에도에서 초밥, 장어구이, 메밀국수와 함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중 하나로 큰 인기를 끌었다. 상인들과 주민들은 빠르게 요기할 수 있는 음식이 필요했고, 에도만 근해에서 잡힌 신선한 해산물을 튀겨 낸 덴푸라는 에도에서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먹거리로 통했다.노점에서 파는 덴푸라는 서민 음식이었지만 지체 높은 귀족이나 무사들도 몰래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길에서 풍기는 튀김 냄새는 발걸음을 저절로 멈추게 하는 힘이 있으니 충분히 이해된다. 이렇다 보니 서민들이 즐겼던 덴푸라는 고급 요리점에서 선보이는 고급 음식으로도 자리잡게 된다. 지금처럼 튀김옷은 어떠해야 하고, 재료의 모양과 색은 이래야 한다는 여러 규칙이 생겨난 것도 고급화된 덴푸라의 산물이다. 오늘날 고급화된 덴푸라는 스시처럼 엄숙함을 요하는 미식 행위가 됐다. 단순히 튀김옷을 묻힌 재료를 기름에 튀겨 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요리 과정과 결과물의 상태에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음미하는 일본 특유의 섬세한 미학이 투영된 것이다. 치밀하게 짜인 덴푸라 요리만 나오는 덴푸라 오마카세가 등장한 것도 그리 낯설지만은 않은 현상이다. 일본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훌륭한 덴푸라의 기준이란 세 가지 요소, 즉 튀김옷의 상태와 원재료의 익힘 정도 그리고 같이 곁들이는 조미료와의 조화다. 덴푸라 요리사는 우선 가장 상태가 좋고 신선한 원재료를 구해 잘 손질한 다음 재료의 크기나 성질에 따라 튀김옷의 물성을 조절하고 소금을 쓸 것인지 간장 기반의 덴쓰유를 쓸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기름은 참기름을 쓸 것인지 다른 식용유를 쓸 것인지, 섞는다면 비율은 어떻게 할지, 온도는 어떻게 맞추고 조절할지, 재료를 얼마 동안 기름에 튀길지 등을 신경 써야 한다. 이런 고민을 통해 갓 튀겨진 덴푸라를 손님 앞에 내는 것까지 능숙하게 해내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덴푸라가 결코 단순한 요리가 아님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흥미로운 건 덴푸라 요리의 철학이다. 재료를 기름에 튀긴다고 표현하지만 실제론 원재료는 기름에 닿지 않는다. 높아진 주변 온도로 인해 자체 수분으로 쪄지게 된다고 보는 게 맞다. 튀김옷은 재료를 보호하는 역할과 함께 바삭한 식감을 담당한다. 튀김옷에서 무언가를 기대하는 일반적인 바람과 달리 튀김옷의 맛이 원재료의 풍미를 간섭하지 않게 하는 게 덴푸라 요리 철학의 요체라면 요체다. 덴푸라를 처음 알려 준 상인이 이 사실을 안다면 아마 혀를 내둘렀을지도 모르겠다.
  • [최광숙 칼럼] ‘방탄 대법원장’과 ‘한밤중의 판사’/대기자

    [최광숙 칼럼] ‘방탄 대법원장’과 ‘한밤중의 판사’/대기자

    “대통령은 왔다가 가지만, 연방대법원은 영원하다.” 윌리엄 태프트(27대)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이다. 그는 퇴임 후 연방대법원장까지 지낸 미국의 유일한 인물이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을 모두 해봤더니 대통령보다 연방대법원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크다는 얘기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법원장 추천위원회를 꾸려 후임 대법원장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로 골머리를 앓는 민주당으로서는 태프트의 이 말이 가슴 절절히 공감될 것이다. 대선 패배로 대통령 자리는 내줬지만 6개월 후 바뀔 대법원장 자리를 넘겨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차기 대법원장까지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히면 민주당은 거대 야당으로 입법권력에 사법권력까지 장악해 사실상 삼권 중 행정부를 제외한 두 개 권력을 움켜쥐게 된다. 민주당은 왜 대법원장 자리에 연연하는가. 놀랍게도 미국 건국 초기인 1801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연방주의자이던 존 애덤스(2대) 대통령은 대선에서 공화주의자이던 토머스 제퍼슨(3대) 대통령에게 패하자 ‘이재명의 민주당’처럼 법원조직법을 개정하는 ‘꼼수’를 썼다. 행정부와 의회 권력을 잃게 된 애덤스는 사법부만이라도 연방주의자들이 장악하려고 퇴임 불과 이틀 전 연방판사 42명을 늘리고 모두 연방파들을 지명했다. 그리고 퇴임 하루 전 한밤중 상원에서 인준을 받아 임명장에 서명했다. 이른바 ‘한밤중의 판사’(Midnight Judge)들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문제는 급하게 서두른 탓에 한밤중에 이들의 임명장이 모두 전달되지 못한 채 날이 밝아 제퍼슨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제퍼슨은 화가 나 임명장 전달을 중단시켰다. 이에 임명장을 전달받지 못해 판사로 임용되지 못했던 윌리엄 마버리 등 4명은 연방법률에 따라 연방대법원에 자신들의 임명장을 교부해 달라고 제임스 매디슨 당시 국무장관에게 소송을 걸었지만 각하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마버리 대 매디슨 판결’(1803년)이다. 이는 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은 무효라는 것을 보여 준 최초의 판결이다. 220여년 전 여야 정권교체 과정에서 일어난 ‘한밤중의 판사’ 사건을 소환한 이유는 법원조직법을 고쳐 대법원장 자리를 탐하는 민주당과 애덤스의 행태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을 잃은 자들이 최후의 발악으로 사법부를 장악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본질은 똑같다. 애덤스가 한밤중에 판사들을 대거 임명한 것은 정적에 의해 연방파들이 탄압받을 경우 사법부 동지들이 도와줄 것이라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 민주당 역시 김 대법원장 퇴임 이후를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대법원장은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 지명권을 비롯해 대법관 제청권과 법관 임명권을 갖는 사법부의 수장이다. 사법부의 ‘색깔’과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위치이기에 민주당은 김명수 뒤를 이을 ‘방탄 대법원장’이 절실하리라. 당장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백현동 개발 사업의 배임 및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줄줄이 기소돼 앞으로 수시로 재판에 출석하는 처지다. 라임펀드 의혹 등의 수사가 본격화되면 연루 의혹이 있는 전 정권 인사들도 전전긍긍할 것이다. 법원 주요 요직의 ‘코드 인사’와 진보 진영 인사들에 대한 재판 연기 등 ‘사법의 정치화’도 더이상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법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를 권력을 잃은 비리 정치인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의탁처로 전락시키려는 민주당. 헌법에 반해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하면서까지 대법원장 자리를 장악하려는 민주당의 시도는 ‘민주주의의 흑역사’로 남을 것이다.
  • [최보기의 책보기] 챗GPT 때문에 내 직업이 없어진다고? 쳇!

    [최보기의 책보기] 챗GPT 때문에 내 직업이 없어진다고? 쳇!

    1993년 5월, 필자는 당시 국내 정보통신산업을 이끌던 시스템통합(SI) 대기업에 입사했다. 그해 12월 기획실에서 수립하는 <1994년 신사업계획서>에 미국의 아르파넷(ARPANET)을 거론하며 인터넷(Internet)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 이메일과 PC통신, 팝업 등이 등장하면서 일상생활에 놀라운 변화를 주는가 싶더니 불과 몇 년도 지나지 않아 회사 이름에 ‘컴통텔’ 중 한 글자가 들어만 있으면 눈먼 투자금이 몰리는 벤처 광풍이 몰아쳤다. 2016년 3월, 세계 1등 프로바둑기사 이세돌과 딥러닝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맞붙은 세기의 대결에서 5전 1승 4패로 인간이 기계에 완패했다. 이를 지켜봤던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의 변화를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지켜보는 중이었다. 2023년 4월,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 ‘챗GPT’가 시대의 키워드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다루는 전문가 칼럼과 책도 막 쏟아져 나온다. 『뉴사피엔스 챗GPT』는 미래학(이명호)을 필두로 과학언론학(이규연), 전자통신(방준성), 에너지공학(부경호), 철학(박제윤), 정보사회학(김홍열), 경영학(박범철), 공학(이재은), 미래교육(박병기), 미래전략(윤기영), 로봇(배영재), 정치학(조상근), 글로벌미래교육(조용호) 등 여러 분야 전문가(박사)들이 기대와 우려를 <챗GPT 개론>마냥 폭넓게 다뤘다. 아직은 챗GPT가 ‘구라가 심하고, 뻔뻔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인터넷 등장 때 겪었듯이 정보통신(ICT) 분야 기술은 산술급수가 아니라 기하급수로 폭발하므로 장차 닥칠 챗GPT의 충격에 자신의 미래를 대비할 개념 장착에 안성맞춤이다. “우리는 ChatGPT에 모든 것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ChatGPT는 인터넷 등장 이후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고 호모 사피엔스와 가장 유사한 지능 체계다. 인공지능 진화의 마지막 단계로 성숙한 사피엔스의 다른 형태, 뉴사피엔스의 등장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뉴사피엔스 진화의 끝은 현재로서는 예측할 수 없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뉴사피엔스와 공존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솔루션을 찾아야 하는 것뿐이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 초입에 들어섰다.” (미래학회 김홍열 박사) 책 만들고 팔기, 디지털 아트 디자인, 작사 작곡, 시 쓰기, 프레젠테이션 PPT, 자연스러운 사람 목소리 생성, 비디오 제작, 프로그램 자동 코딩, 복잡한 수식표 자동 작성, 홈페이지 만들기, 블로그 만들기, 제품 디자인과 광고 카피는 시작에 불과하다. 법조계, 의약업계, 문화예술계, 건축, 경영 등 인류생활 전반을 덮치는 챗지피티의 공습(?)경보가 귓전을 마구 때리는 중인데 아직 안 들린다면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엊그제는 공무원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문서 글쓰기 특강을 하는 필자에게 어느 대학 교수가 “학생들에게 챗GPT를 이용해 리포트를 작성하게 해봤더니 상당한 수준의 초고가 즉시 완성되더라. 글쓰기 가르칠 일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다른 일을 개척하라”는 충고를 했다. 필자는 “챗GPT가 아래 대화의 각 문장 차이까지 인식한 결과를 내놓게 된다면 그때는 고향 섬에 내려가 생선을 팔겠노라”고 답했다. 글쓰기에는 제아무리 똑똑한 인공지능이라도 어찌 해볼 수 없는 ‘사피엔스의 그 무엇’이 있다. 갑) 뭐 해? 을) 자. 갑) 자? 을) 자! 갑) 자~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특파원 칼럼] 정치적 기소와 사법 정의/이경주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정치적 기소와 사법 정의/이경주 워싱턴 특파원

    “F○○○ 브래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들어설 때, 그 앞 공원에 모인 트럼프 지지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았다. 그들의 분노는 엘빈 브래그 맨해튼 지검장을 향했다. ‘트럼프 기소’를 실행한 그는 인종주의자, 파시스트, 멍청이 등으로 불렸다. 민주당 소속으로 진보적인 성향에 ‘트럼프 타도’를 강조해 온 브래그는 지난해 맨해튼 최초의 흑인 지검장으로 취임했다. 그가 속한 흑인과 민주당, 넓게는 진보성향 등의 집단은 모두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기소가 ‘마녀사냥’이 아닌 ‘정당한 조사’라고 응답했다. 또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번 기소가 그의 야망을 위한 정치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속된 말로 트럼프를 잡고 전국구로 떠 보려 한다는 것이다. 맨해튼 지검장은 그만큼 상징적인 자리다. ‘로 앤드 오더’(Law & Order)와 같은 유명 미국 드라마의 무대이고 거물을 잡는 정의로운 검사의 이미지도 있다. 반면 바로 옆에서 시위하던 트럼프 반대자들은 “마침내 사법 정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법 위에 그 누구도 없다’, ‘트럼프에게 용서는 없다’ 등의 피켓을 들고 정치적인 이유로 재판이 지연돼선 안 된다고 했다. 브래그 지검장을 “혼돈의 시대에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했다. 뉴욕 경찰은 이들 두 시위대 사이에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강철 바리케이드로 2m 정도의 완충 공간을 뒀다. 그래도 사람들은 바리케이드에 붙어서 “정치적 기소를 멈춰라”, “드디어 트럼프가 체포됐다” 등 고성을 질렀다. 이들 가운데에 트럼프 지지자도 반대자도 아닌 한 사람이 ‘서로를 증오하지 말자’는 손팻말을 들고 말없이 서 있었다. 또 다른 이는 ‘트럼프는 어떤 전쟁도 시작하지 않았다’는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그 의미를 묻자 “나는 트럼프를 반대한다. 그래도 유권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싸움보다는 미국이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했다. 그의 선한 바람과 달리 미국은 더 거세게 분열의 길로 들어섰다.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직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수사받았고 수감 생활을 해야 했다. 그때마다 정치적 기소인지, 사법 정의인지를 두고 우리는 갈라져 싸워 왔다. 정치적 도구라는 낙인이 찍힌 사법체계는 그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기소를 안 하면 봐주기요, 아무리 증거에 따라 기소해도 정치적 기소가 된다. 정치권은 사법체계를 비난하거나 옹호하며 정치 플레이어로 만든다. 브래그가 전임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는다는 전례를 깬 순간, 트럼프가 이 기소를 악랄한 법의 무기화라고 규정한 순간 미국도 이미 ‘보복의 악순환’에 들어선 듯하다. 하버드대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는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미국 민주주의를 지탱한 건 제도뿐 아니라 경쟁자를 인정하는 ‘상호 관용’과 권력을 신중하게 행사하는 ‘자제’ 같은 문화였는데,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이런 가드레일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기소는 위태로운 미국 민주주의의 또 다른 상징적인 장면이 될 것 같다.
  • “일본 경제는 어쩌다가 한국에 완패했나”...日전문가의 뼈아픈 자성 촉구

    “일본 경제는 어쩌다가 한국에 완패했나”...日전문가의 뼈아픈 자성 촉구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독일에 추월당하고 있다. 이미 1인당 GDP에서는 대만에 역전당했고, 한국이 일본을 추월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이에 대해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많지만, 과연 그럴까. 지나간 과정과 일본 경제의 현주소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일본 경제의 쇠락에 대한 경고음이 안팎에서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의 유명 경제 평론가가 현 상황을 초래한 책임은 일본의 기업들에 있으며 앞으로 뼈를 깎는 반성과 혁신에 나서지 않는 한 날개 없는 추락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경제평론가 가야 게이이치는 7일 소프트뱅크그룹 발간 경제매체 ‘비즈니스+IT’에 기고한 ‘일본 경제가 독일·한국에 완패한 이유, 분기점이었던 ‘90년대’에 무엇을 잘못했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렇게 주장했다.독일에 늘 뒤처져 있었으면서도 “우리가 앞서 있다”고 착각했던 일본 가야 평론가는 우선 GDP 세계 3위인 일본과 현재 4위인 독일의 순위가 올해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022년 기준 명목 GDP(달러 기준)는 일본 4조 3006억 달러, 독일 4조 312억 달러로 일본이 조금 더 많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에 따르면 2023년에도 일본이 독일을 간신히 앞설 것으로 보이지만, 엔화가 예상보다 더 약세를 보일 경우 당장 올해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 그는 “일본의 인구가 약 1억 2500만명인데 비해 독일은 약 8300만명이기 때문에 1인당 GDP는 독일이 지금도 일본의 1.4배에 달한다”고 했다.그는 “기업의 대량생산이 효과를 내면서 일본은 1968년 당시 국민총생산(GNP) 기준으로 독일을 추월했지만, 이는 인구가 많고 임금이 낮았기 때문”이라며 “구매력 평가로 보면 일본의 1인당 GDP가 독일을 웃돌았던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늘 독일보다 아래에 있었는데도 전체 GDP가 많다는 이유로 마치 독일에 앞서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오랫동안 지속된 착각이었다는 것이다. “고도 성장기 일본과 독일의 관계는 얼마 전까지의 중국과 일본처럼 선진국과 신흥국의 관계였다. 독일은 당시나 지금이나 고부가가치 공업국이며, 일본과 비교하면 지금도 독일 공산품의 부가가치가 더 높다. 인구수로 인해 규모 면에서는 역전됐지만, 본질적으로 일본은 독일을 추격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는 “(독일이 늘 우위에 있었다는)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일본 경제 부활을 위한) 적절한 처방을 도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막대한 재정 투입? EU 자유무역의 혜택?...獨경제에 대한 분석부터 틀렸다 “그렇다면 전체 규모 면에서 독일을 추월한 일본이 왜 다시 독일에 밀리고 있는 것일까.” 가야 평론가는 “일본 정부의 재정 투입이 독일 정부보다 빈약했기 때문”, “독일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어서 자유무역지대의 혜택을 보았기 때문” 등 진단이 나오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독일은 헌법에서 ‘균형재정’을 의무화한 국가로, 대규모 재정적자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정책 전환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독일에는 재정을 투입해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개념보다는 기본적으로 ‘기업 경쟁력이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독일이 EU 회원국이어서 인접국 수출에 있어 환 리스크가 없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독일과 같은 거대 공업국은 인근 경제권에만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북미, 아시아 등 전 세계를 수출 무대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 독일은 중국 수출도 꾸준히 늘려왔고다. 이는 EU라는 자유무역지대의 존재와 무관하다.” 그는 독일이 재정 지출에 의존하지 않고 EU에 의존하지 않고도 수출을 늘려온 핵심적인 이유는 “공산품에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일본과 독일의 차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독일의 수출제품 단가는 전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지만, 일본의 수출 단가는 1980년대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독일은 제품 가격을 매년 올려도 판매량이 줄지 않을 만큼 높은 제품 경쟁력을 가진 반면 일본은 물량 유지를 위해서는 가격을 낮춰야 하는 수준의 경쟁력밖에는 안 됐다는 것이다. “높은 경쟁력을 가진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면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며, 이 점에서 일본은 아직 독일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한국을 보라”…제품 경쟁력 높으면 환율은 별 상관없어 그는 “이는 한국에도 정확히 들어맞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 한국은 일본의 하청업체로 부품을 생산하는 나라였지만, 1990년대 이후 IT와 반도체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며 일본을 능가하는 공업국으로 성장했다.” 그는 “한국의 평균 임금이 일본을 추월한 것에 대해 국내에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지만, 냉정하게 말해 한국의 임금이 일본을 추월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2010년 이후 한국의 평균 실질 성장률은 3%를 돌파하며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일련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첨단산업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는 특히 한국의 제품 경쟁력은 ‘원화 강세’를 봐도 알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에 비해 한국은 원화 가치가 높게 유지되고 있어 수출기업에 상당히 불리한 환경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제로(0)성장을 정부 탓으로 돌리는 한 추락은 계속될 것” 그는 독일과 한국 기업은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는 반면, 일본 기업의 경쟁력은 왜 떨어진 이유를 기업들의 잘못에서 찾았다. “일본의 전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은 1990년대를 기점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즈니스의 IT화라는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독일은 1990년대 이후 제조업의 IT화와 고부가가치화로 방향을 틀고 박리다매 사업에서 철수했다. 한국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부상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모든 자원을 이 2가지에 집중함으로써 단숨에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하지만, 일본 업체들은 이러한 흐름에 등을 돌리며 전통적인 제품 전략을 고수했고 반도체, 전자 등 분야에서 거의 완패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고 그는 지적했다.“그 결과는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연구원)가 발표하는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서 디지털 기술력 63개국 중 62위, 기업 민첩성 63개국 중 최하위, 빅데이터 활용도 63개국 중 최하위라는 참담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가야 평론가는 “모든 것이 기업 전략이 잘못된 탓이지 경제정책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일본 기업들이 ‘제로(0)성장의 책임 정부 정책 때문으로 돌리는 한 앞으로도 같은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김균미 칼럼] 일본 저출생 대책에서 주목할 점/논설고문

    [김균미 칼럼] 일본 저출생 대책에서 주목할 점/논설고문

    출퇴근길에 종종 라디오를 듣는다. 일주일 전부터인가 특정 채널에서 저출생 극복 캠페인성 공익 광고가 나오고 있다. 이런 광고가 과연 효과적일까 회의적이다가도 인구절벽의 심각성이 얼마나 심각한지 환기시키는 계기가 된다면 성과겠다 싶다. ‘합계출산율 0.78명.’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이다. 세계 최저다. 수십 년 공들였지만 저출생·고령화가 여전히 가장 심각한 한국과 일본 정부가 최근 사흘 간격으로 저출생 대책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올해 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혁신적이고 과감한 저출산 정책”을 주문했다. 정부는 208개나 되는 기존의 저출생 대책은 효율성을 따져 돌봄·육아,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용, 건강 등 5대 핵심 분야에 집중하고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정책 효율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으로 다자녀 가정 기준을 3명에서 2명으로 낮추고, 육아기 단축 근무 대상과 기간을 늘렸다. 부모수당을 지급하고 보육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저출생 대책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혁신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31일 경제적 지원 강화와 보육 서비스 확충, 일하는 방식의 혁신 등 3개 축을 골자로 한 저출생 대책 초안을 발표했다. 출산비용을 건강보험으로 처리해 사실상 병원비 부담을 없애고, 비정규직과 자영업자에게도 육아휴직을 하면 재정 지원을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대학 학비 등 교육비를 지원한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85%까지 끌어올린다는 야심 찬 목표도 제시했다. 육아정책을 총괄할 아동가정청이 지난 1일 출범했다. 일본 언론들은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저출생 대책에 연간 8조엔(약 79조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재원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16년과 30년 동안 다양한 저출생 대책을 발굴, 시행해 왔다. 효과가 있는 정책은 서로 벤치마킹해 비슷한 점이 많다. 하지만 프랑스처럼 출산율 추세를 돌려 놓지는 못했다. 그래도 백약이 무효인 한국과 달리 합계출산율 1.3명대를 유지해 온 일본이 마지막 기회라며 내놓은 대책에 주목할 점이 여럿 있다. 먼저 총리를 비롯해 일본 정부의 절박함과 최고조에 달한 위기의식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차원이 다른’ 저출생 대책을 예고했다. 일본은 지난해 출생아 수가 79만 9278명(합계출산율 1.27명)으로 1899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출생아 수 80만명 붕괴 시점이 당초 정부 전망보다 11년이나 빨라졌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17일 기자회견에서도 “앞으로 6~7년이 저출산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사회 전체의 의식과 구조를 바꿔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둘째, 저출생 대책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그동안 여성과 부부, 특히 맞벌이 가정의 보육과 육아를 돕는 데 초점이 맞춰졌던 저출생 정책을 아이를 키우는 모든 가정과 ‘모든 세대’의 문제로 접근법을 확대했다. 셋째, 성과가 확실한 일과 육아 병행을 지원하는 정책들은 공격적으로 시행한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 확대가 대표적이다. 2021년 14%였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2025년 50%, 2030년 85%로 목표를 대폭 높였다. 2025년 정부의 당초 목표는 30%였다. 넷째, 성평등 문화의 중요성과 청년층의 시큰둥한 반응이다. 한국도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일 뿐 아니라 하락세가 가파르다. 그런데 일본 정부와 같은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과도한 불안감은 경계하나 지금은 한국도 저출생 대책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정하고 진정한 창의성을 발휘할 때다. 2030세대의 불안과 속내에 귀 기울이는 것이 시작이다.
  • 日교수 “한국, 이제는 일본에 패해도 분통해 하지 않아...바람직한 현상”

    日교수 “한국, 이제는 일본에 패해도 분통해 하지 않아...바람직한 현상”

    “한일전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한국은 더 이상 없었다” “야구 한일전에서 패배했는데도 한국 특유의 ‘비장함’이 없다. 한국의 민족주의는 어디로 건 것일까.” 일본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 중 한 사람인 기무라 간(57) 고베대 대학원 국제협력연구과 교수가 4일 ‘일·한전(한일전) 승패에 일희일비했던 예전의 한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뉴스위크 일본판에 기고했다. 기무라 교수는 야구 한일전 패배에 대한 냉정한 평가나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안 발표에 대한 시민단체 대응 등을 지켜보며 일본에 대한 한국 내 분위기가 크게 바뀐 것을 실감했다며 이를 양국 관계 발전에 긍정적인 조짐으로 해석했다. 한국내 정치 상황 등 다양한 인과 관계가 얽힌 사안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일본 교과서 역사 왜곡 등에 대한 한국내 반발은 생략하는 등 ‘보고 싶은 것만 보았다’는 비판의 소지가 많은 글이지만, 오랜 기간 한국을 관찰해 온 일본인 학자의 관점인 만큼 원문 내용을 그대로 소개한다.기무라 교수는 지난달 서울에 머물며 지켜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 중계 내용을 한국 내 변화된 기류를 설명하는 사례로 칼럼 서두에서 언급했다. “한국 캐스터 ‘우리나라 현실 솔직하게 인정해야’ 언급...과거와 달라진 모습” “3월 10일 필자는 서울에 있었다. (중략) 늦게 호텔로 돌아와 TV를 켜니 마침 WBC 한일전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경기는 6회에 일본 대표팀이 점수 차를 크게 벌려 한국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었다.” 그는 ‘한국으로서는 맥 빠진 느낌이겠다’고 생각하며 중계를 보던 중 과거와 달리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한국의 중계 캐스터가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평소의 일·한전, 특히 한국 대표팀이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을 때 나타나는 특유의 ‘비장함’이 없는 것이었다. 일본 야구계에 정통한 이대호의 해설(SBS 중계)을 캐스터는 그저 담담하게 듣고 있을 뿐이었다.”기무라 교수는 “(지금까지의) 한국은 내셔널리즘(민족주의)이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고, 한때 이 나라를 지배했던 일본은 그 주된 표적이었다”며 “바로 그런 이유로 스포츠 일·한전에는 늘 관심이 집중됐고, 한국인들은 승패에 일희일비했다”고 전했다. “(일본에) 승리할 때는 우월함을 과시했고, 패배할 때는 나약함에 비분강개하며 다음번 경기에서의 설욕을 다짐해 왔다. 하지만 2023년 3월의 한국에는 그런 상황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한국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안 발표를 앞두고도 과거와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금 한국은 2019년 ‘노(NO) 아베’ 운동 때와 전혀 다른 양상” 주장 “한국 정부 대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집회 현장을 찾았을 때, 그곳에서 본 것은 여러 시민단체에서 나온 10여명의 인원보다도 훨씬 더 많은 언론사 카메라들이 기다리고 있는 기이한 광경이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그들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WBC 한일전 다음날인 11일 야당과 시민단체가 개최한 대규모 주말 집회에서도 예전과는 다른 풍경이 나타났다고 기무라 교수는 주장했다. “시민단체와 야당이 공격의 화살을 돌린 대상은 일본 정부보다는 해법안을 발표한 윤석열 정권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비난이 향한 곳도 윤 대통령이었다. ‘기시다’(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라는 이름은 등장하지 않았다.” “시위대가 들고 있는 플래카드에는 ‘일본은 사죄하라!’가 아니라 ‘윤석열 퇴진!’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분위기는 이를테면 2019년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에 반발해 일어난 ‘노(NO) 아베’ 운동과는 전혀 달랐다.” ‘보고싶은 대목만 본 칼럼’ 비판 소지...한국내 교과서 왜곡 반발 등은 소개 안해 기무라 교수는 “만일 이러한 현상이 한국 사람들이 일·한 관계를 냉정하게 생각하게 됐다는 증거라면 (한일 관계에) 분명 좋은 소식일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는 “인기가 없을 것 같은 해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는 거의 변화가 없고, 일본이 WBC에서 우승한 날 한국 언론에는 일본 대표팀을 칭찬하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며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는 그리 비관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기무라 교수는 그러나 일본의 교과서 역사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 등에 한국 국민의 반발이 여전히 거세고, 야당과 시민단체의 비판이 일본보다 정부에 더 집중되고 있는 데는 한국내 정치 상황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기무라 교수는 한국에서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원, 고려대 초빙교수 등을 지냈으며 ‘한국현대사’ , ‘한국 권위주의적 체제의 성립’, ‘한반도를 어떻게 볼 것인가’, ‘고종·민비’ 등 저서가 있다.
  • [황수정 칼럼] 민주당이 민주주의를 흔드는 4가지 방법/수석논설위원

    [황수정 칼럼] 민주당이 민주주의를 흔드는 4가지 방법/수석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이 민주주의 고사(枯死) 작전을 펴는 건 아닐 것이다. 169개 의석수로 입법 독주는 하되 169명 두뇌로 지적 파장을 보여 준 적은 없다. 그런데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민주주의가 구석구석 허물어지는 중이다. 민주당은 ‘탄핵’을 입버릇처럼 꺼낸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을 강행 처리했고 이젠 양곡관리법 거부권을 건의했다고 한덕수 총리도 탄핵하겠다 한다. ‘탄핵’이 덤덤하게 들린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 민주주의 붕괴의 가장 위험한 시그널이다. 세계 석학들이 민주주의 위기를 진단한 책들이 몇 년째 베스트셀러다. 우리는 책이 필요 없다. 지금 민주당이 거의 완벽한 교본이다. 정권을 놓치고도 ‘집권’ 중인 민주당의 비법을 정리해 본다. ①사법부 장악 ‘김명수 시즌2’ 법안을 민주당이 밀어붙인다. 9월 임기가 끝나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자신의 후임을 추천할 수 있게 법원조직법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 대법원장은 지난 정권의 정치적 편의를 공공연하게 봐줬다. 전 정권이 불리한 재판은 이유 없이 지연됐다. 국회로 간 판사는 ‘김명수 시즌2’ 법안을 발의했다. 헌법재판소장도 대법원장 방식으로 임명하려고 한다. 검수완박법 권한쟁의심판 결과로 민주당은 그 효험을 톡톡히 봤다. 편법이 남발된 검수완박법이 위헌이 아니라는 헌재의 면죄부를 얻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이 친야 성향이었다. ②헌법 교란…‘게임의 룰’ 바꾸기 사법부 장악의 밑그림은 거의 헌법에 위배되는 것들이다.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대통령 권한을 무력화하는 대표적 위헌 법안이다. 대통령이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헌법에 명시돼 있다. 헌법학자들이 “명백한 위헌”이라고 진단한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못하게 감사원법도 민주당은 손보려 한다. 감사원의 비공개 의결 사안을 국회 상임위에 보고하라는 개정안도 내놨다. 전 정권 감사를 봉쇄하려는 ‘감사완박법’이라는 비판에도 밀어붙인다. 대통령의 외교 조약을 미리 국회에 보고하라는 법안까지 등장했다. ‘대통령이 조약을 체결·비준할 수 있다’는 헌법 60조를 무시한 입법이다. 이런 인식이니 한일 정상회담 내용을 공개하라는 국정조사도 추진할 수 있다. 세계 외교사에 희귀 사례로 기록될 일이다. 모두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시키겠다는 계산이 앞선 무리수들이다. 정치 게임의 규칙을 입맛대로 바꿔 놓고 보겠다는 의도가 점점 거침없다. ③‘내 편 언론’ 완전 정복 사법부 내 편 굳히기와 더불어 ‘심판 매수’ 완결 버전이다. 지배구조를 바꿔 공영방송을 친야 성향으로 굳히는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여기에 KBS 수신료 수입을 더 늘려 주는 카드까지 보탠다. “재정이 튼튼해야 좋은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이 시대착오적 법안을 덧대면서 하는 말이다. ④정신승리, 스키조 파시즘 진짜 파시스트들이 상대편을 파시스트로 몰고 홀로코스트를 유대인 탓으로 돌렸다. 이 같은 분열적 양상이 스키조(schizo·정신분열) 파시즘이다. 내로남불을 넘어 헌법을 함부로 건드리면서 민주당은 “권력 견제”라고 한다.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권한을 잘라 내면서 “인사 바로 세우기”라고 한다. 국회 합의정신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양곡관리법을 대통령이 거부하면 “입법권 무시”라고 한다. 민주주의를 거덜내고 있는 민주당의 무리수들은 모두 거대 의석 탓이다. 민주주의가 건강을 유지하려면 헌법 이전에 규범들이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 선을 넘지 않는 규범. 거대 의석의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너무 얕본다. 이 버릇을 고칠 방책은 내년 총선뿐이다. 그런데 이런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지금 한 치 차이 없이 똑같다.
  • [최보기의 책보기] 한나아렌트와 악의 평범성, 남일이 아니네

    [최보기의 책보기] 한나아렌트와 악의 평범성, 남일이 아니네

    흔히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고 한다. 비용과 시간이라는 물리적 한계에 비춰봤을 때 독서의 장점을 들라면 시공간을 초월한 자유로운 여행이 으뜸이다. 3천 년 전을 살았던 공자, 소크라테스와 지구 반대편에 사는 빌게이츠,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는 물론이고 심지어 인류역사 최악의 학살자 히틀러(『나의 투쟁』)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것이 독서다. 독일 출신 유대인 정치이론가 한나 아렌트의 이름이 국내에 널리 알려진 계기는 그녀의 저서 『전체주의의 기원』, 『인간의 조건』 등을 포함해 특히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악의 평범성에 관한 보고서』의 출판이었다. 유대인 6백만 명을 학살했던 홀로코스트를 현장에서 지휘했던 독일 나치스 친위대 중령 아돌프 아이히만은 전후 아르헨티나로 도망쳐 숨어지내다 이스라엘 비밀기관에 체포돼 이스라엘로 압송돼 재판받고 교수형을 당했다. 미국 잡지의 특파원 자격으로 이 재판을 지켜봤던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Eichmann in Jerusalem: A Report on the Banality of Evil)』(1963)에서 제시한 ‘악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이란 충격적인 개념을 발표했다. 재판받는 아이히만을 지켜본 결과 ‘아이히만 개인이 특별히 악마로 태어났던 것이 아니다. 그도 가정에 돌아가면 평범한 가장이요, 이웃집 남자였다. 다만, 자신이 수행하는 임무-저지르는 일-에 대한 ‘사고력 부재’가 그를 악마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이히만 뿐만 아니라 평범한 인간 누구라도 ‘생각 없이’ 살다 보면 당시 유대인 학살에 참여했던 독일군인들처럼 악마가 될 수 있다’라는 명제를 내포한, 대단히 무서운 말이다. 때문에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지식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닌 일반인이 그녀의 책을 손수 읽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 우리 독서문화의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고,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이토록 바쁘고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먹고사니즘’과 거리가 먼 책이 어디 한두 권이던가. 『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그의 사상과 만나다』는 그런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차 한잔’이 말하듯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악의 평범성에 관한 보고서』를 포함해 한나 아렌트의 저서들, 그리고 그녀의 정치사상을 섭렵할 수 있다. “정치행위는 곧 언어행위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인 만큼 언어적 동물이다. 문제해결이 정치적으로 남아있으려면 해결 방법은 언어에 머물러야 한다. 말을 멈추고 폭력을 시작할 때 인간적 해결 방법인 정치를 멈추고 동물적 해결로 넘어가는 것이다. 아이히만은 ‘생각(사유)하는 능력이 완벽하게 없는 무능력자’ 그대로였다. 그는 누구나 쉽게 쓰는 상투어 외에 다른 언어를 구사하지 못했다”라는 ‘악의 평범성’도 이해하게 된다. 생각하며 사는 것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특히 히틀러와 나치스의 만행은 인종주의에서 출발했다. 생각 없는 대중 사이에 인종주의가 깊어지고 지도자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게 되면 인종주의는 거의 ‘종교’적 소명감으로 무장하게 된다. 우리나라 불문 언제 어디서든 인종이나 약자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를 싹부터 거칠게 잘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즈음에서 명언 한 구절이 폐부를 때린다. 생각 잘하며 살아야겠다. “생각 없이 살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동물권의 본질을 짓다, 자연과 인간을 잇다[건축 오디세이]

    동물권의 본질을 짓다, 자연과 인간을 잇다[건축 오디세이]

    경기 파주시 법원읍 금곡리는 개발 붐이 일고 있는 파주시와는 분위기가 한참 다르다. 민가는 거의 찾기 힘들고 낮은 산과 논밭이 대부분이다. 산 넘고 물 건너 이곳을 찾아가는 이유는 국내 최초로 건축가의 디자인으로 지어진 동물보호소 ‘카라 더봄센터’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사단법인 동물권행동 카라가 운영하는 ‘카라 더봄센터’는 위기에서 구조된 동물들을 치료하고 교육하고 입양 보내는 종합 반려동물 복지 공간이다.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명에 이르렀지만 버려지는 동물도 부지기수요, 여전히 식용으로 즐기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동물권에 대한 인식은 크게 부족한 우리의 현실에서 이 공간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카라 더봄센터로 가는 길에 많은 상상을 했다. 동물보호소라니 당연히 철창이 있을 것이고, 병들고 늙은 개와 고양이들이 우리에 갇혀 살아가는 풍경은 매우 비참하고, 그래서 우울할 것이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주차장에 도착해서 만난 풍경은 완전 딴판이었다. 외부는 주변의 산과 같은 짙은 갈색 벽돌로, 내부는 밝은 크림색으로 마감된 단정한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입구 오른쪽에는 동물병원이 있고, 현관을 들어서니 말끔하게 정리된 로비에 아침 햇살이 따스하게 드리운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중정에선 흰둥이 개 한 마리가 햇빛 아래 한가로이 산책을 즐기다가 방문객이 등장하자 유리창에 코를 들이밀고 아는 체를 한다. 2020년 10월 개관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들어간 카라 더봄센터는 모든 동물이 존엄한 생명으로서 본연의 삶을 영위하고, 균형과 조화 속에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어진 동물을 위한 집이다. 이등변 삼각형 형태의 4022㎡(약 1216평) 대지에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의 건물을 이루는 벽돌 한 장, 잔디 한 뼘 모든 것에 후원자들의 정성스러운 마음이 담겨 있다. 버려지거나 고통받다 구해진 200여 마리 개와 50여 마리 고양이가 입양을 기다리는 동안 카라의 활동가들과 자원봉사자의 따뜻한 보호를 받으며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동물보호소라는 이름처럼 외부 환경으로부터 안전한 셸터를 만드는 단편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디자인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이 시설이 단순히 기능적인 건축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회적 선순환 고리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의 건축, 동물권에 대한 이해와 성숙한 사회적 여건이 윤활제 역할을 하는 생태적 유기체로서의 건축이 돼야 했습니다. ” 카라 더봄센터를 설계한 건축가 홍재승 플랫/폼 건축사사무소 소장은 “동물보호소를 기능적 관점으로만 보자면 견사와 묘사가 있는 시설이지만, 기능의 건축을 넘어 사람들이 동물권에 대해 이해하고 인식을 개선하게 만드는 사회적 공간을 구축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카라는 국내 동물권이 새로운 차원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동물 구조와 보호, 입양, 교육과 시민 참여까지 가능한 ‘토털 반려동물 보호 복지센터’를 2016년부터 준비해 왔다. 우연히도 그해 불법 개 농장에서 구조된 ‘조조’를 입양하면서 카라와 인연을 맺게 된 홍 소장은 자연스럽게 이 시설이 들어설 땅을 찾는 것부터 설계까지 도맡아 하게 됐다.홍 소장은 “건물의 주 이용자가 개와 고양이인 만큼 설계는 이들의 습성 및 행동양식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면서 “동물의 습성과 편의를 최대한 세심하게 고려해 모든 동선을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어지는 선진적인 동물보호소인지라 매뉴얼도, 기준도 없었기에 홍 소장은 카라 활동가들과 독일 뮌헨과 베를린에 있는 유기동물보호소 티어하임(tierheim) 견학도 했다. 티어하임은 우리말로 ‘동물의 집’이란 뜻이다. 독일은 700여개의 동물보호단체 네트워크와 세계 최고의 동물보호법이 마련된 나라로 티어하임의 입양률은 90%에 달한다. 홍 소장은 “건축적 구성과 프로그램을 답사하는 것이 견학의 목적이었지만 운영·유지관리, 시설의 사회적 역할을 실제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면서 “특히 티어하임이 기피 시설이 아니라 도시의 일부로서 주거 지역과 근접해 있으면서 마을의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커뮤니티 시설로 작동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아직은 갈 길이 먼 우리의 실정에선 부지 선정부터 어려웠다. 후원자들의 기부금으로 지어지는 만큼 예산은 제한돼 있고, 민원 소지가 큰 민가와 거리가 떨어져 있어야 하며 1000평 이상 크기인 땅을 찾아야 했다. 인근에 군부대가 있으면 훈련 중 총성 때문에 예민한 동물들이 지내기 어렵다. 계약 직전에 마음이 바뀌어 무산되기도 했다. 거의 1년 만에 지금의 부지를 발견했다. 홍 소장은 “나지막한 긴 땅이 고요하고 빛이 잘 들며 시야가 탁 트여 있으면서도 민가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어 적합했지만, 이등변삼각형의 땅이라 시설을 배치하기는 다소 난해하고 비효율적인 인상이었다”고 말했다.카라 측에선 현대화된 동물보호소로서 기능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이고 상징성도 있는 아름다운 건축물을 원했다. 카라 더봄센터 설립 기획부터 운영까지 총괄하고 있는 전진경 카라 대표는 “동물보호소가 원래 기능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불쌍한 동물을 살처분하기 전에 잠시 보호하는 비참한 시설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그런 우울한 보호소의 개념이 아니라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이 찾아왔을 때 반갑게 맞아 주는 공간, 진정한 동물권이란 어떤 것인지를 건축물을 통해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땅의 모양을 살린 삼각형 선순환 구조의 디자인이 선택됐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끝도 없었다. 건립 소식이 알려지자 인근 마을 주민까지 달려와 ‘혐오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거세게 반대했다. 전 대표는 “주민 설명회를 통해 카라의 사회적 역할과 지역사회에 대한 배려,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 건축물의 형태에 관해 설명하면서 이해를 구한 결과 이장님부터 마을 주민 모두가 건설 과정 내내 응원해 주셨다”며 “이제는 이런 장소가 마을에 있는 것을 자랑스러워하신다”고 했다.지금의 건물을 조감도로 보면 모서리가 라운드로 둥글게 처리된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홍 소장은 “각각의 변은 인간, 동물, 자연을 상징하고 궁극적으로 하나의 삶과 건강을 상징한다”면서 “이런 삼각형의 순환 구조는 상징적이면서도 아름답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땅이 지닌 단점을 최대한 장점화한 것”이라고 말했다.센터장의 안내를 받아 견사와 묘사를 둘러봤다. 1층의 견사는 안과 밖이 연결돼 있어 동물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주로 폭력에서 갓 구조되는 등 심리적으로 위축된 중대형 견들이 머물면서 적응기를 갖는다. 복도에는 위생관리를 위해 세면대, 개수대 및 분사형 호스가 설치돼 있다. 2층의 견사는 방마다 1m로 돌출된 발코니가 있다. 크기와 성향이 비슷한 강아지들이 3~4마리씩 공동생활을 한다. 고양이들은 높이 올라가는 성질을 고려해 천정고가 높은 방을 설계해 주었다. 개별 공간 외에 계단시설 등을 갖춘 공동 놀이방을 두어 고양이들이 사회성을 키울 수 있도록 배려했다. 2층에는 활동가들이 사용하는 업무공간과 주방, 휴게실이 있다. 동물을 배려한 카라 더봄센터의 최고 미덕은 동물의 활동성을 고려한 내부 중앙 정원과 입체화된 산책로다. “동물들에게는 계단이 매우 낯설고 어려운 시설입니다. 산책과 운동이 필요한 동물들을 위해 중앙 정원에는 잔디광장을 두고 옥상까지 이어지는 내측 경사로를 이용해 입체화된 긴 동선을 만들었습니다.”중앙 정원에서부터 삼각 도넛 형태의 건물 안쪽에서 경사로를 따라 옥상까지 올라가 봤다. 사방을 바라보니 구릉지와 주변의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물의 눈으로 보더라도 평화로운 풍경일 것 같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동물들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 떠올랐다. 이런 시설이 굳이 이렇게 외딴곳에 자리잡지 않아도 될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함혜리 건축 칼럼니스트
  • ‘계엄문건’ 조현천 구속…검찰, 내란 음모 본격수사

    ‘계엄문건’ 조현천 구속…검찰, 내란 음모 본격수사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앞두고 작성된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64) 전 기무사령관이 31일 구속됐다.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구속영장에 적시하지 않은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서울서부지법 정인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조 전 사령관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증거인멸과 도망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병주)는 지난 29일 귀국한 조 전 사령관을 체포해 조사한 뒤 이날 오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구속 영장에 적시한 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정치관여 혐의다. 조 전 사령관은 2016년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와 관련해 부하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같은 해 기무사 요원들을 동원해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칼럼·광고를 게재한 혐의를 받는다. 계엄령 문건과 관련한 내란예비·음모 혐의는 구속 영장에 담기지 않았지만,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관련 수사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조 전 사령관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둔 2017년 2월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에 대비해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하는 등 실행 준비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당시 조 전 사령관이 관여했던 ‘계엄령 문건 작성 태스크포스’(TF)가 작성한 문건에는 육군에서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무장병력 4800명, 특수전사령부 병력 1400명 등을 동원해 계엄군을 구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계엄 사범 색출, 방송통신위원회를 동원한 SNS 계정 폐쇄, 언론 검열 등 구체적 계획도 포함됐다. 2018년 사건을 수사한 ‘계엄령 문건 의혹 합동수사단’은 조 전 사령관과 내란을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는 박 전 대통령,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 등을 참고인중지 처분하고 조 전 사령관 신병이 확보될 때까지 수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 [속보] ‘계엄 문건’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구속영장 발부

    [속보] ‘계엄 문건’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구속영장 발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계엄령 검토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사령관이 31일 검찰에 구속됐다.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구속영장 범죄사실에 포함하지 않은 내란음모 혐의도 본격 수사할 방침이다. 서울서부지법 정인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조 전 사령관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한 뒤 “증거인멸과 도망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병주)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군형법상 정치관여 혐의로 이날 오전 조 전 사령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사령관은 2016년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와 관련해 부하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기무사 요원들을 동원해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칼럼·광고를 게재한 혐의도 있다.
  • ‘계엄문건’ 조현천 구속영장…직권남용·정치관여 혐의

    ‘계엄문건’ 조현천 구속영장…직권남용·정치관여 혐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앞두고 작성된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64) 전 기무사령관이 구속 기로에 놓였다. 검찰은 범죄 혐의가 무겁고 해외로 도피한 전력이 있는 점을 고려해 구속 수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서울서부지검은 31일 오전 조 전 사령관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정치관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다. 이르면 이날 밤 조 전 사령관의 구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사령관은 2016년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와 관련해 부하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기무사 요원들을 동원해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칼럼·광고를 게재한 혐의도 있다. 다만 계엄령 문건과 관련한 내란예비·음모 혐의는 구속 영장에 담기지 않았다. 검찰은 일단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한 이후 내란예비·음모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조 전 사령관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둔 2017년 2월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에 대비해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하는 등 실행 준비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당시 조 전 사령관이 관여했던 ‘계엄령 문건 작성 태스크포스’(TF)가 작성한 문건에는 육군에서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무장병력 4800명, 특수전사령부 병력 1400명 등을 동원해 계엄군을 구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계엄 사범 색출, 방송통신위원회를 동원한 SNS 계정 폐쇄, 언론 검열 등 구체적 계획도 포함돼 있다. 검찰은 이러한 계엄 문건 작성을 내란음모 행위로 볼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하지만 도피 의혹이 불거진 뒤 5년 3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 조 전 사령관은 체포 상태에서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무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조 전 사령관은 입국 당시 취재진에 “계엄령 문건 작성의 책임자로서 문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기 위해 귀국했다”고 밝혔다. 2017년 12월 미국으로 출국한 뒤 5년여 동안 귀국하지 않은 데 대해선 “도주한 것이 아니라 귀국을 연기한 것”이라고 했다. 2018년 사건을 수사한 ‘계엄령 문건 의혹 합동수사단’은 조 전 사령관과 내란을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는 박 전 대통령,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 등을 참고인중지 처분하고 조 전 사령관 신병이 확보될 때까지 수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검찰이 수사를 재개했지만, 내란음모 혐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시 지휘라인인 한 전 장관과 김 전 실장은 모두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다만 조 전 사령관의 지시로 문건을 작성한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은 지난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소 전 참모장이 사령관 지시에 따라 문건을 작성했다”면서 “계엄 발령 전 위수령과 계엄 발령 요건 등을 연구하고 문건으로 작성한 행위는 명백히 직무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판단했다.
  • 생텍쥐페리 스케치로 만나는 ‘어린 왕자’[그 책속 이미지]

    생텍쥐페리 스케치로 만나는 ‘어린 왕자’[그 책속 이미지]

    법정 스님은 한평생 잊을 수 없는 가장 고마운 벗으로 ‘어린 왕자’를 소개해 준 사람을 떠올렸다. 친지들에게 자주 선물하며 애정을 드러냈고, 1971년 3월에 쓴 칼럼 ‘미리 쓰는 유서’에서는 “육신을 버린 뒤 훨훨 날아서 가고 싶은 유일한 곳은 어린 왕자가 사는 별나라”라고도 했다. 지금까지 500여개 언어·방언으로 번역된 ‘어린 왕자’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안겨 주고 있다. ‘어린 왕자’ 프랑스어 초판을 냈던 갈리마르 출판사는 출간 80주년을 맞아 이 책을 선보였다. 미국 뉴욕 모건도서관·박물관에 소장돼 외부에는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생텍쥐페리의 자필 원고와 수채화 원화, 스케치 등이 포함돼 있다. 생텍쥐페리는 “나는 나의 어린 시절에서 왔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 그의 말은 세월에 찌들어 영악함과 눈치만 남은 어른들을 다시 순수의 시대로 이끄는 마법의 주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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