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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일보 사측 편집국 봉쇄

    한국일보 사측 편집국 봉쇄

    한국일보의 노사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사주의 배임 의혹과 인사권 갈등으로 시작된 ‘한국일보 사태’가 사측의 편집국 봉쇄 조치로까지 이어졌다. 16일 한국일보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사측 인사 15명이 전날 오후 6시 20분쯤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진빌딩 15층에 있는 편집국에 진입해 일하던 기자 2명을 내보내고 편집국을 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15명 정도의 외부 용역직원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당시 편집국 내 기자들에게 ‘회사의 사규를 준수하고 회사가 임명한 편집국장 등의 지휘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것임을 확약한다’는 내용의 ‘근로제공 확약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한 뒤 서명을 거부하는 기자들을 내보냈다. 이어 15층 편집국의 출입문을 봉쇄하고 편집국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 3대와 비상계단도 폐쇄했다. 또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송고하는 전산 시스템인 기사 집배신을 폐쇄하고 접속할 수 있는 기자들의 아이디도 모두 삭제했다. 일부 기자들은 편집국에 들어가려 했으나 문이 잠겨 있어 실패했다. 건물 주변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병력 1개 중대가 대기했다. 박진열 한국일보 사장은 이날 공식 발표문에서 “편집국 출입 제한은 신문 정상 제작을 위한 적법하고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반면 비대위는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자 기자들의 정당한 취재 권리를 방해한 불법 조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사주의 200억원 배임 의혹과 편집국장 경질에 따른 기자들의 반발로 비롯된 한국일보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17일자 신문 제작이 파행을 빚으면서 신문 사설을 경제지 등 자매지의 사설 등으로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문 발행 부수를 17일자부터 3만부, 7월 1일부터 1만부 등 모두 4만부를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에 고정 칼럼을 연재하던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이날 페이스북에 “편집국 봉쇄 조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칼럼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1일 사측이 이영성 편집국장을 보직 해임하자 편집국 기자들이 보복 인사라고 반발하면서 ‘이중 편집국’ 체제로 운영돼 왔다. 앞서 비대위는 지난 4월 29일 장재구 회장이 개인적인 빚 탕감을 위해 회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며 장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CEO칼럼] 초심으로 돌아가자/방한홍 한화케미칼 대표

    [CEO칼럼] 초심으로 돌아가자/방한홍 한화케미칼 대표

    우리는 1995년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 1472달러를 달성하면서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홍콩은 1987년, 싱가포르 1989년, 타이완이 1992년에 1만 달러를 넘은 것과 비교하면 늦은 감도 있지만, 이를 통해 한국은 아시아의 4룡(龍)으로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추세를 몰아 그 이듬해인 1996년에는 선진국들의 협의체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고, 불과 10여년 후인 2007년에는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했다. 더불어 국내 몇몇 기업은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훌쩍 컸다. 그러나 최근 경제성장률은 2%대에 머물고 있다. 한때 바로 코앞에 와 있는 것만 같았던 국민소득 4만 달러는 구호로만 남았다. 이른바 성장통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성장통은 비단 국가의 경제성장 과정뿐만 아니라, 기업과 개개인의 성장 과정에서도 겪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과정이다. 더 크기 위해서는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만 한다. 기업들이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차별적인 제품으로 중무장을 했더라도 급격한 성장을 한 뒤에는 일정 기간 정체기를 맞기 마련이다. 놀라운 성적으로 신인상을 수상한 운동선수도 2년차 징크스라 불리는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지구촌에 즐거운 한류 붐을 불러일으켰던 ‘강남스타일’의 가수 싸이도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타이틀 하에 ‘젠틀맨’을 발표했지만 안타깝게도 이전의 흥행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성장통을 쉽게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사실 그 답은 무척 간단하다. 바로, ‘초심’(初心)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이는 ‘세상에 성공을 위한 왕도란 없다. 있다면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가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가슴 뛰던 출발의 순간이 있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던 날, 군대에서 전역하던 날, 첫 출근을 하던 날, 결혼식장에 들어서던 날, 처음 자신의 가게 문을 열던 날처럼 가슴 설레던 그 순간의 결연했던 마음가짐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 또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우선 해야 할 일은 기본을 돌아보는 것이다. 사람의 인생과 자주 비교되는 골프에서도 마찬가지다. 실력이 뛰어난 골퍼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어느 날 갑자기 샷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장기간 슬럼프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는 게 아니다. 더 좋은 장비를 구입하는 것도 아니다. 기본기를 다시 점검하는 게 최선이다. 그립은 제대로 잡고 있는지, 임팩트 순간에 고개는 들지 않는지, 하체는 흔들리지 않고 잘 고정되어 있는지를 하나하나 점검하고 바로잡아 나간다면 곧 예전의 실력을 되찾을 수 있다. 음식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좋은 식재료를 쓰고 위생적으로 조리해야 한다. 이게 음식점의 기본이다. 음식 맛의 8할은 재료다. 재료가 좋으면 굳이 여러 가지 양념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 기본에서 성패가 갈린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수치는 아시아 주요 10개국 가운데 9위에 지나지 않는 데다 내년 전망치(3.9%) 역시 10개국 중 꼴찌다. 한국경제가 아시아의 용 대열에서 이탈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하지만 지난 60여년의 한국경제 발전사가 시련 극복의 연속이지 않았던가. 전쟁의 상흔을 이겨내고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대한민국의 초심을 잊지 않고 되살려야 할 때다. 처음 그날을 떠올려 보자. 무엇인가 간절하게 원하는 목표가 있었고, 다시 하라면 못할 정도로 열심히 노력해서 그 목표를 성취했던 초심이 어떠했는지를 생각하자.
  • [특파원 칼럼] 싸이의 한국어, 대통령의 영어/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싸이의 한국어, 대통령의 영어/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얼마 전 저녁 시간에 TV 채널을 이러저리 돌리다 눈이 번쩍 뜨였다. 한글이 등장할 리 없는 미국 채널에 화면 가득 ‘똘끼’라는 글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ABC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 ‘스타와 춤을’에 가수 싸이가 출연해 신곡 ‘젠틀맨’을 열창하고 있었다. 카메라는 싸이의 ‘시건방춤’을 따라하는 출연자들의 모습과 무대 한켠 전광판에 나타나는 한글 가사를 번갈아 가며 클로즈업했다. ‘똘끼’와 같은 비속어가 좀 거슬리긴 했지만, 그래도 미국의 대표적 공중파 방송에서 우리말과 글이 주인 노릇 하는 걸 보니 감개가 무량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이후 한글 전파에 가장 공이 큰 인물을 꼽으라면 싸이를 추천하고 싶다. 싸이의 위대함은 한국어에 아무런 관심이 없던 외국인에게까지 한국어를 알렸다는 데 있다. 한창 ‘강남스타일’이 히트할 때 만난 미국인 가운데 상당수는 “캥남(미국인의 ‘강남’ 발음)이 무슨 뜻이냐”는 질문을 의례적으로 하곤 했다. 반면 강남스타일이 나오기 전 만난 미국인 중에는 놀랍게도 “한국도 고유의 언어가 있느냐”고 물어 온 경우도 있었다. 지난 4월 2일 미 국무부 청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공동 기자회견이 열리기 직전 한국 기자들은 질문을 한국어로 할지, 영어로 할지를 놓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미국 사람이 미국말로 하듯 우리도 한국말로 하는 게 대등하다”는 의견과 “미국에서 열린 회담이고 외국 기자가 많은 만큼 영어로 하는 게 의사 전달에 유리하다”는 견해가 갈렸다. 두 주장 모두 일리가 있었기에 어려운 선택이었다. 결국 의견은 전자(前者)로 모아졌고, 케리 장관은 통역을 통해 한국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통역 리시버가 제공되지 않은 외국 기자들은 한국어 질문을 알아듣지 못하고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을 한국어로 할지, 영어로 할지를 놓고도 비슷한 논란이 한국에서 있었다. 지난달 8일 박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입장에서 말한다면, 영어로 한 게 잘했다고 본다. 한국어로 했다면 통역 시차 때문에 박수나 탄성, 웃음 같은 반응들이 즉각적으로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또 미국 의원들의 귀에는 박 대통령의 감정이 실린 육성이 아니라 통역사의 무미건조한 음성이 들려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어 실력이 거의 원어민 수준이다. 미국에 오면 인터뷰도, 연설도 유창한 영어로 한다. “이스라엘을 버리지 말아 달라”는 절절한 호소는 직접 그의 입에서 나온 영어를 통해 고스란히 미국 국민들의 마음에 전달된다. 지정학적으로 아랍 국가에 포위된 이스라엘은 미국 여론을 후원자로 얻는 게 국가의 생존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미 의회 연설을 영어로 할지 이스라엘어로 할지를 고민하는 건 이스라엘엔 사치에 가깝다. 한국어 자랑이나 보급은 외국 의원들을 앉혀 놓고 강제로 한국어를 들려준다고 달성되는 게 아니다.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는 소음이나 다름없다. 아프리카의 어떤 대통령이 우리 국회에 와서 알아듣지 못할 언어로 연설하는 것을 상상해 보라. 한국어 전파는 우리가 문화적 매력을 키우면 저절로 따라오게 돼 있다. 싸이가 우리말 노래를 더 많이 히트시켰으면 좋겠다. carlos@seoul.co.kr
  • 박상도 아나, 강용석 향해 “대중이 얼마나 우스우면 저래?” 쓴소리

    박상도 아나, 강용석 향해 “대중이 얼마나 우스우면 저래?” 쓴소리

    박상도 SBS 아나운서가 최근 잇따른 예능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강용석 전 국회의원을 겨냥해 일침을 가했다. 박 아나운서는 14일 전·현직 언론인들의 칼럼 사이트 ‘자유칼럼그룹’에 ‘강용석의 변신은 무죄?’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박 아나운서는 “예능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장한 강용석씨를 보면서 돈 세탁하듯 이미지도 세탁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라면서 “2011년에 필자가 ‘강용석 의원은 왜 그럴까?’라는 제목의 칼럼을 쓰면서 오늘과 같은 날이 오리라는 것을 예견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대중의 태도가 급변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때 ‘강용석 보다도 못한 놈’이라는 말이 최고의 악담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만큼 강용석 씨는 비호감의 대명사였다”면서 “그도 그럴 것이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저격수 운운하며 안철수, 진중권 등등 유명인을 걸고 넘어지면서 사람의 뻔뻔함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인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당적까지 잃은 사람이 반성은 고사하고 계속 이슈를 만들어 내면서 갈 데까지 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그 끝자락에 예능프로그램이 있었다”며 강 전 의원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박 아나운서는 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공인이 몇 년 동안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자숙하는 이유는 긴 침묵의 시간을 통해 죗값을 치르겠다는 의미도 있다”며 “하지만 강용석씨는 이런 침묵의 시간도 없었다. 그리고 자숙과 반성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강 전 의원) 스스로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인 ‘썰전’을 통해 ‘예능으로 이미지 세탁’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꿈은 대통령이라는 말을 거침없이 하고 있다”며 “이런 그의 행태를 보면서 ‘그냥 웃자고 한 말이겠지’라고 생각하다가도 마음 한구석에서 ‘도대체 대중이 얼마나 우스우면 저럴까?’하는 분노가 생겨난다”고 말했다. 박 아나운서는 계속해서 강 전 의원을 출연시키는 방송가에 대해서도 쓴소리했다. 그는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방송사가 계속 막장 드라마를 제작하는 이유와 같다. 시청자들이 욕하면서도 ‘본다’는 것을 아는 것”이라며 “방송은 잊힌 사람, 낯선 사람보다는 욕을 먹고 있어도 많이 알려진 사람을 선호한다. 방송사도 대중을 쉽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마지막으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잘 먹고 잘 사는 사회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 박 아나운서는 “나쁜 짓을 해서 유명해진 사람이 TV에 등장해 대중의 사랑까지 받게 된다면 그 여파는 실로 파괴적일 것”이라며 “비호감의 대표적 인물에서 2년도 되지 않아서 호감형 인물로 변신하고 있는 강용석을 바라보면서 제2, 제 3의 강용석이 등장할 것 같아서 두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 아나운서는 같은 사이트에 2011년에도 “보통 사람이라면 자신의 언행이 세상에 부끄러워서라도 없는 듯 자중하면서 살게 될 것 같은데 도대체 왜 이렇게 계속 이슈를 만들며 주목을 받으려고 할까?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강 전 의원을 경계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영화 ‘앵두야 연애하자’ 관객과 만난다

    영화 ‘앵두야 연애하자’ 관객과 만난다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높이고 있는 영화 ‘앵두야 연애하자’가 관객들과 만난다. ’앵두야 연애하자’ 제작진과 출연진은 개봉 2주차를 앞둔 14일 CGV 압구정에서 시네마톡 행사를 갖는다. 김현민 칼럼니스트의 진행으로 열리는 ‘앵두야 연애하자’ 첫 번째 시네마톡에는 정하린 감독과 현재 충무로에서 주목 받고 있는 배우 류현경 영화 ‘밍크코트’로 영화계를 놀라게 한 배우 한송희가 참석한다. 이들은 2030 여성으로써 경험한 인생과 사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관객과 호흡하게 된다. 한편 ‘앵두야 연애하자’는 ‘이 시대 모든 여성들을 위한 성장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다. 류현경, 하시은, 강기화, 한송희 등이 출연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을, 하청업체 그리고 업자/이갑수 INR 대표

    [옴부즈맨 칼럼] 을, 하청업체 그리고 업자/이갑수 INR 대표

    언제부터인지 한국 사회에서 조직 간이건 사람 간이건 ‘관계’에 대한 인식이 ‘상식과 합리’에 바탕을 두지 않고 소유 권력(재력·학력 등 포함)을 비교하여 수직적 하이어라키(hierarchy)로 상대를 규정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윤창중이 주미 대사관의 여성인턴을 대했던 태도나 일부 제조업체들이 대리점에 행한 부당한 관행이 좋은 예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여기도록 하는 인문학적 사고가 부족한, 즉 반인문학적 인식의 팽배가 근본적 원인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5월은 갑의 횡포를 고발하는 기사로 시끄러웠던 한 달이었다. 갑의 을에 대한 횡포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다만, 최근 들어 갑과 을의 관계 속에 내재돼 있던 부조리가 을의 반란(?)으로 빈번하게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을 뿐이다.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을의 반발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소위 갑에 해당되는 조직(사람)들은 현실을 직시하고 잘못된 관행이나 횡포를 청산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다. 갑과 을의 이슈는 법적, 제도적 장치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경제민주화의 바람과 맞물려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도 바빠졌고, 여야 모두 ‘을’을 대변하겠다고 난리다. 부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길 바란다. 나쁜 갑도 문제이지만 을도 을 나름이다. 갑에게 당한 을이 자신의 을(임직원이나 사업 상대자)에게 불공정 행위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누가 갑이고 을인지 구분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공정하고 친절하게 서비스해야 할 을이 갑 행세하는 경우인데, 서울신문 5월 10일자의 ’이런 갑, 이런 을’기사에서는 갑과 을 간의 아이러니한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기자는 ‘이런 갑’에서 고객들에게 ‘꺾기’를 일삼는 은행을 잘못된 갑으로 소개했다. 이 기사에서는 또 은행이나 기업을 괴롭히는 블랙컨슈머를 나쁜 을로 거론하고 있다. 기자가 갑과 을을 착각하여 예를 잘못 든 것이 아닐 것이다. 또한 같은 날 사설에 현대자동차 노조를 ‘갑 중의 갑’이라고 표현한 것도 비슷한 예이다. 노조의 무소불위 권력을 꼬집은 것이다. 현재의 갑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기업이건 사람이건 갑과 을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필자는 20년 전부터 어느 기업의 마케팅이사와 갑과 을의 입장에서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해 왔었다. 그는 막말은 물론이요 서류를 집어 던지고, 비용을 깎는 등의 오만을 보여 왔다. 그야말로 악성 고객이었다. 몇 년 전 그가 다니던 회사를 부득이한 사유로 그만두고 이벤트 회사를 차린 뒤 일감 좀 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해왔던 일이 생각난다. 갑과 을이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번을 계기로 사회 전반에 걸쳐 부당한 갑을 관계는 더 없는지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골프장의 캐디나 식당의 종업원에게 반말하는 일상 속의 못난 ‘갑질’부터 사라져야 한다. 또 정치권, 법조계, 언론같이 힘을 가진 집단 가운데 을을 대변한다면서 스스로는 잘못된 갑의 행세를 해왔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할 때다. 일각에서는 ‘갑’ ‘을’이라는 용어를 계약서에서부터 사용하지 말자는 제안도 한다. 용어가 중요한 것은 아니나 나름대로 의미 있는 발상 같다. 차제에 상하관계의 뉘앙스가 강한 ‘하청업체’나 ‘업자’라는 용어도 교체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 [CEO칼럼] 창조경제의 견인차는 가정/황성주 ㈜이롬 회장

    [CEO칼럼] 창조경제의 견인차는 가정/황성주 ㈜이롬 회장

    1934년 출간된 ‘성과 문화’에서 인류학자 J D 언윈은 ‘문명은 억압된 성의 부산물’이라는 S 프로이트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86개 사회집단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일부일처제와 문화적 활력이 상관관계에 있음을 알아냈다. 사회의 탁월성을 예견하는 중대한 지표가 혼인에서의 정절이라는 것이다. 언윈은 한 세대가 혼전 순결과 결혼 이후 정절을 소중히 여기면 그 세대 이후의 사회가 문화적 역동성을 유지한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이 연구결과가 너무나 인상적이었기에 영국에서는 사회발전과 번영의 인프라로서 혼전 순결과 결혼 후 정조를 엄격히 지키는 시민들을 키워내고 육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기성세대들은 창조성이 지식의 축적이나 정보의 소통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그러나 창조성은 지성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감성·영성·사회성·도덕성의 총체적 집합체로서 표출돼 나온다. 이 모든 지수들의 상호 작용과 상승 작용을 통해 창조적 능력이 빛을 발한다는 게 정설로 자리 잡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창조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오히려 감성과 도덕성이라는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기조인 창조경제의 실현 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필자는 창조경제는 정부나 기업의 정책이 아니라 건강한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하며, 그 최종적인 열매도 가정의 행복으로 귀결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사실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행복한 가정에서 진정한 창조성이 분출된다. 건강한 가정이 건강한 사회, 건강한 나라를 만든다. 소비 단위가 아니라 생산 단위로서 해야 할 일이 많은 가정은 ‘꿈과 사랑의 발전소’이며 ‘창조력의 샘터’이다. 이처럼 가정공동체의 역할이 중대한데도 21세기처럼 가정이 과소평가됐던 시대는 없었던 것 같다. 필자는 가정의 위상을 회복해 창조경제의 견인차가 되게 하려면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가정공동체를 파괴하는 그릇된 밤문화를 청산해야 한다. 사회관계를 원활히 하기 위해 적당한 술자리는 필요하지만 요즘 들어 그 도를 넘어서, 이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과도한 음주문화가 빚은 혼탁한 밤문화는 사회의 도덕성을 무너뜨리는 암적인 존재이며 가정의 행복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다. 부정·부패·불륜 등 검은 커넥션의 온상인 셈이다. 특히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해야 할 캠퍼스조차 술에 찌들어 있을 정도로 한국의 술문화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전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의 성희롱 스캔들과 육사 생도의 성폭행 사건 등이 보여주듯 국가공동체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들의 배후에는 항상 술이 있었다. 밤문화의 결과물인 가정파탄·자녀탈선·건강문제 등을 해소하는 비용도 천문학적 규모에 달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전 국민이 피해자가 되는 밤문화의 청산 대책이 필요하다. 둘째, 가정주부라는 직업군을 전문화하고 주부의 생산성을 극대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부부 맞벌이가 이상적인 모델로 보편화되고 있지만 사실 모든 여성이 일자리를 가질 수는 없다. 또 여성이 직장생활을 해야만 가정경제가 풍요로워지는 것도 아니다. 돈벌이나 자아실현을 위해 아이를 다른 곳에 맡기는 것이 현명한 투자인지,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치러야 할 대가보다 작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300만 가정이 홈스쿨링을 하고 있고 홈스쿨링 출신 학생들이 대학입시에서 탁월한 결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의 학원비를 벌기 위해 직업을 갖는다면 대차대조표를 잘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엄청난 직업 창출의 잠재력은 사실상 건강한 가정의 회복과 맞물려 있다. 결론적으로 가정공동체를 바로 세워야 나라가 살고 경제가 산다. 창조경제를 이루려면 창조성의 원천인 ‘건강한 가정’을 회복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가정주부를 ‘중요한 직업군’으로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
  • 애플, 최대 20억弗 날릴까… 딜레마에 빠진 오바마

    애플, 최대 20억弗 날릴까… 딜레마에 빠진 오바마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에 따라 애플은 최고 20억 달러(약 2조 20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ITC는 지난 4일(현지시간) 애플 제품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밝히고, ‘아이폰4’, ‘아이패드2’ 등 제품의 미국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투자회사 재프리스의 애널리스트 피터 미섹은 5일 고객 보고서에서 “ITC의 판결이 확정되면 애플은 올해 하반기 신제품 출시 전까지 10억~20억 달러 정도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보기술(IT) 전문 컨설턴트 피터 코핸도 이날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아이폰 부문에서만 올해 최소 10억 달러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코핸은 아이패드2의 매출까지 감안하면 실제 손실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내다봤다. 미 언론들은 이번 판결이 삼성전자에 엄청난 법적 승리를 가져다줬다면서, 수치로 나타나는 피해보다 애플의 기업 이미지가 입는 타격이 훨씬 클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 버락 오바마(얼굴) 미 대통령이 60일 안에 ITC가 내린 애플 제품 수입 금지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이 있어 ‘딜레마’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FT는 “미 대통령이 ITC의 결정을 뒤집은 경우는 ITC가 설립된 1916년 이후 5번뿐”이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전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ITC의 결정을 수용한다면 애플의 최대 라이벌인 삼성을 유리하게 해주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법률회사 질버버그앤드크누프의 수전 콘 로스 파트너는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간에 한쪽에는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캐리어 러트거스 로스쿨 교수는 “이런 경우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ITC의 결정을 따른다면 삼성과 치열한 특허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이 태도를 바꿀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이 시대 키워드 ‘여성’ 그리고 여성 리더/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옴부즈맨 칼럼] 이 시대 키워드 ‘여성’ 그리고 여성 리더/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요즘 한국의 키워드는 ‘여성’이다. 그에 걸맞게 5월 중후반 서울신문에는 여성가족부 장관의 인터뷰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성별 격차 해소 보고서 기사가 연이어 실렸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지만 신문에서 차지하는 여성 관련 기사는 그에 훨씬 못 미침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는 고무적이다. 여성 대통령 시대에 아직 적응이 덜 되어 있는 듯, 여성 리더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색해하는 모습이 우리 사회 여기저기서 관찰된다. 리더십의 개인차도 단순한 개인차가 아닌 남녀차의 일환인 것처럼 판단하기도 한다. 변화가 있으면 적응을 해야 하기에, 요즘 리더십의 변화에 적응하느라 분주한 조직이 많다. 그래도 시대가 변했는지 각 분야의 여성 리더, 특히 젊은 여성 리더에 대한 불신과 비아냥거림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남성 리더와 달리 여성 리더에게는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하는 유보적 판단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고위직에 여성의 수가 적다 보니 같은 상황에서 더 현저하게 눈에 띄고, 그래서 일거수일투족에 더 관심을 받기 쉽다. 대개 다수의 여성과 한 남성이 있을 때 남성이 리더로 지목되는 경우는 많지만, 다수의 남성과 한 여성이 있을 때 여성이 리더로 지목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사회심리학 연구 결과도 있다. 이것은 대체로 좋은 리더의 특성이 호감을 주는 남성의 특성과는 일치하지만 호감을 주는 여성의 특성과는 일치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통적으로 결단력과 추진력 있는 남성을 ‘좋은’ 남성으로, 상냥하고 친화력 있는 여성을 ‘좋은’ 여성으로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여성 리더들은 간혹 ‘정치적이지 못하다’거나 ‘일만 하며 인맥 관리를 할 줄 모른다’는 등 성차별적 편견에 근거한 부정적 평가에 노출되기 쉽다. ‘여자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라는 책에서 이야기하듯, 여성들은 ‘관계를 상하고 싶지 않아’ 원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성들이 ‘관계지향적’이라는 의미다. 그런 여성 리더가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추진력을 발휘하려면 더 강한 내공이 필요하다. 다소 고정관념화된 구분이긴 하지만 세부사항을 꼼꼼히 챙기는 것은 여성 리더 스타일, 큰 줄기와 비전을 제시하고 작은 부분은 실무진에게 맡기는 것은 남성 리더 스타일이다. 폭탄주를 돌리며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는 것은 남성 리더 스타일,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한가족’임을 강조하는 것은 여성 리더 스타일이다. 21세기에는 다원적, 수평적 소통 리더십이 주목을 받는다는 사실은 여성 리더 스타일의 재평가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제 좋은 리더의 특성이 호감을 주는 여성의 특성과 일치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수평적 소통을 하는 남성들에게 ‘힐링 리더’라며 많은 팬들이 몰리는 사례에서 보듯이, 최근에는 여성과 남성의 리더십 스타일이 수렴돼 가는 경향도 보인다. 대립보다 화합의 리더, 소탕보다 소통의 리더가 우리 미래에 희망을 줄 수 있다. 겉치레가 아닌 마음속까지 여성을 차별하지 않고 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사람이 성별과 여야를 불문하고 이 시대 적자생존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볼 때 성 관련 스캔들도 줄어들 것이고, 더 나아가 여성 리더를 폄하하지 않을 때 비로소 소통이 잘되는 대한민국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CEO칼럼] 우리의 클래스는 영원하다/방한홍 한화케미칼 대표

    [CEO칼럼] 우리의 클래스는 영원하다/방한홍 한화케미칼 대표

    흔히 명문 구단이라고 불리는 세계 유수 스포츠 클럽들의 공통점은 어떤 조건에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이다. 주축 선수들이 팀을 옮기고, 부상으로 이탈하는 선수들이 많아도 결코 좌초하는 법이 없다. 초반에 좀 삐끗하더라도 시즌이 끝날 때쯤이면 어느덧 우승권에 가 있다. 가끔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한두 해 반짝하는 팀이 있긴 하지만 명문 구단과는 거리가 있다. 스포츠 팬들은 이를 두고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말한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처럼 어떤 스포츠의 어느 리그에서도 우승은 해본 팀이 계속하는 경향이 있다. 명문 구단은 이기는 것에 익숙하고, 이기는 법을 알기 때문에 어떤 조건에서도 치고 올라간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선수가 바뀌고 감독이 바뀌어도 그들의 자신감은 DNA처럼 계속 이어져 클래스를 유지해 나간다. 우스운 가정이지만 만약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누가 어려움을 잘 극복 하는지 겨루는 ‘어려움 극복 올림픽’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우승을 밥 먹듯 하는 ‘명문 국가’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일제 식민지 통치에서 시작해 6·25전쟁, 1, 2차 오일 쇼크,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 위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딛고 기적적인 성장을 일궈 냈다. 1960년대 초까지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가난했던 나라, 당시 케냐의 국내총생산(GDP)보다도 낮은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세계 굴지의 경제 대국이 됐다. 골드만 삭스 회장은 이런 우리를 보고 “내 평생 아프리카 수준의 소득 국가에서 주요 7개국(G7) 수준 소득 국가로 탈바꿈한 경우는 처음 본다” 며 “모든 국가가 보고 배워야 할 모범국“이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1997년 IMF 외환 위기와 2008년 금융 위기를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극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반복되는 시련을 통해 골수에 박힌 ‘위기 극복 DNA’가 재도약의 기회를 만든 것이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녹록지 않아서 아무리 위기를 극복해도 늘 새로운 형태의 위기가 찾아오곤 한다. 지금도 우리는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세계를 덮은 불황은 언제 회복될지 불투명하고, 기업들은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모든 성장 요소는 막혀 있는 듯 보이고 새로운 활로를 뚫기도 쉽지 않다. 기업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까지 퍼진 먹구름은 이 땅의 젊은이들마저 한계치로 떠밀고 있다. 미래가 되어야 할 그들은 이미 ‘88만원 세대’나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이른바 ‘삼포 세대’로 내몰리고 있다. 모두가 힘들고 포기하고 싶고, 의욕이 꺾일 수 있을 때다. 하지만 유례없는 어려움 앞에서도 위기 극복 경험을 통해 우리는 분명 이 상황을 이겨내고, 그 결과 더욱더 큰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옛날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또는 ‘하면 된다’와 같은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느 쪽이 더 힘들다고 비교할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지금은 세계가 하나로 묶여 있어 과거처럼 우리만 열심히 잘한다고 극복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를 볼 때 우리의 DNA는 절박함의 크기가 클수록 더 진가를 발휘했다. 사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할 수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능력을 보여 줄 때다. 마라톤에서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구간은 반환점이라고 한다. 지금껏 뛰어 온 거리를 다시 뛰어야 한다는 부담과 앞뒤로 뛰는 선수들에 대한 압박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2013년의 반환점을 코앞에 두고 있다.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도 반드시 이겨내겠다던 출발선에서의 다짐이 약해졌다면 다시 신발끈을 조여 보자. 내친김에 위기 극복을 넘어 올해 안에 반전의 기회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먼 훗날 또다시 ‘그때 우리 참 대단했지’라고 얘기할 수 있는 역사를 만들어 보자. 우리의 클래스는 영원하다.
  • [특파원 칼럼] 일본을 떠나며…/이종락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일본을 떠나며…/이종락 도쿄 특파원

    3년 4개월 가까이 주재했던 일본을 곧 떠나게 된다. 지난 2010년 2월에 도쿄특파원으로 부임한 뒤 정말 많은 일들을 겪었다. 사무실 창문너머로 보이는 히비야 공원을 물끄러미 쳐다보니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자민당의 55년 장기 집권체제를 무너뜨리고 등장한 민주당 정권. 낡은 것을 타파하고 침체된 일본을 개혁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정권 운영 미숙으로 3년 3개월 만에 허무하게 자민당에 정권을 다시 헌납했다. 2010년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이 된 해로 새로운 한·일관계가 부각됐다. 100년 전 일본에 주권을 빼앗긴 아픔을 딛고 세계 8위의 무역대국으로 올라선 한국의 위상은 일본에도 달라져 있었다. 일본 주요 전자업체 9개사의 영업이익을 합친 금액이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자 일본은 한국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한국의 빠른 의사결정,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일본 매스컴이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1000년 만에 온다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사상 최대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일본의 모든 것을 바꿔놨다. 침체된 일본 경제를 더욱 그늘지게 했고, 도호쿠 지방을 중심으로 모든 일본인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12일 한국 특파원단의 일원으로 방사선량이 서울과 도쿄에 비해 1만배가 넘는 후쿠시마 원전 내부를 취재했던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듯하다. 요즘 들어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의 애환과 집단소송 관련 기사들이 부쩍 눈에 들어온다. 설마 그런 일은 없겠지만 30년 뒤에 나타난다는 피폭 후유증이 남의 얘기로만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촉발된 한국과 일본의 갈등은 두 나라의 현주소를 다시금 되돌아본 계기가 됐다. 2010년만 해도 한류 드라마만 유행했지만 그후 K팝 열풍이 일본 열도를 뒤흔들며 한류가 일본 내 정착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극우 정치인들의 그릇된 역사인식으로 인해 한·일 정부가 갈등에 놓인 지금도 한국의 음식과 음악, 드라마 등 대중문화는 일본인의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자연스러운 일부가 됐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인접 국가 간에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웃 국가로서 공유하는 역사가 많은 만큼 그 역사가 남긴 응어리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 내의 잘못된 과거인식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건강한 양국 관계를 해치는 극우인사들을 일본 내 양심세력과 확실히 구별지어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은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 등의 가치를 우리와 공유하는 인접국이다. 급변하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구축해 갈 동반자라는 점에서 양국 간 다양한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한·일 관계는 이미 연간 인적 교류 550만명, 무역액 1000억 달러 시대에 진입했다. 매주 5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양국을 연결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한·일 관계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발전해 왔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접 국가인 한·일 간에는 좋든 싫든 공생을 모색해야 한다. 양국 국민이 소통을 확대하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 가면서 진정한 상생과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그것이 일본을 활용하면서 우리의 힘을 키우는 길이다. jrlee@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정부 3.0은 공무원의 언어습관 변화부터/정윤기 안전행정부 성과후생관

    [옴부즈맨 칼럼] 정부 3.0은 공무원의 언어습관 변화부터/정윤기 안전행정부 성과후생관

    정부 3.0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정부 기관들이 보유한 데이터와 정보를 서로 공유해 국민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통합된 데이터를 국민에게 공개해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보 가공을 통해 새로운 산업과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자는 취지다. 현재 정부의 각종 정보와 데이터를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법률이 만들어지고 있다. 정부 3.0은 사회보장 업무에서 특히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출생신고를 하러 온 국민에게 정부 전산시스템 전체를 검색해 보육비 지원이나 예방접종 서비스 등 당사자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골라 맞춤형으로, 그것도 정부가 먼저 알려 주며 서비스할 수 있다. 우리 정부의 서비스 수준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정책이긴 하지만, 정부 3.0의 본격 추진에 앞서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4월 29일자 서울신문의 “암호문처럼 알쏭달쏭”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국립국어원이 정부의 보도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이 기사는 행정기관이 우리말답지 않은 표현, 설명 없는 전문적인 용어 등을 남발하고 있는데, 어려운 용어는 서비스 이용자인 국민의 행정기관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공문서를 보면 미사여구 등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거나, 반대로 조사와 어미를 다 떼어 내고 암호처럼 축약된 표현을 쓰는 게 다반사다. 공문서를 이해할 수 없다는 국민 불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정부도 그간 행정표준용어를 정하고 공문서 쉽게 쓰기 정책을 펼쳐 왔으나 아직도 개선의 여지는 많아 보인다. 한국 성인 중 문맹의 비율은 1.7%로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글을 읽으면서도 읽은 글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능적 문맹’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한국이 가장 높다고 한다. 즉 의약품 설명서를 읽고도 약 복용량을 결정하지 못하는 수준의 국민이 스웨덴은 6.2%인데 한국은 38%였다. 고도의 이해력을 가진 국민 비율은 스웨덴이 35.5%인데 비해 한국은 2.4%라고 한다. 이 연구 결과와 서울신문 기사를 종합해 보면 정부가 정책을 발표해도 발표 내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이 다른 선진국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고, 이는 정부 3.0의 출발점 설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현재처럼 공무원이 어려운 공문서와 보도 자료만 생산한다면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추진해도 국민들은 이를 알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개방되고 공개되는 공공정보와 데이터도 국민이 이해하고 활용하기엔 너무 어려운 내용으로 채워질 수도 있다. 공무원 채용 시험을 담당하는 과장으로 재직할 때의 일이다. 수험생 주의 사항을 신문에 사전 광고 했는데도 수험생들은 잘 모르고 있었고, 사전 안내가 미흡했다는 수험생의 항의가 끊이지 않았다. 관련 분야의 교수를 초빙한 끝에 공무원과 수험생 사이에 인식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무원과 말이 잘 통하고 이해가 잘 되는 것은 개방과 소통의 기본이다. 정부 내에서는 예사로이 통용되는 언어가 국민에게는 외국어 또는 난해한 암호처럼 느껴질 수도 있음을 깨닫고,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공문서와 공공 정보를 만드는 것이 정부 3.0을 밑에서부터 받쳐 주는 토대일 것이다.
  • “삶의 질 결정하는 건 뇌 연구에 있지” “과학의 미래는 넓은 우주에 있는걸”

    “삶의 질 결정하는 건 뇌 연구에 있지” “과학의 미래는 넓은 우주에 있는걸”

    20세기 초반까지 과학은 ‘물리학의 시대’였다. 아이작 뉴턴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과학적 발견은 대부분 물리학의 영역에서 얻어졌다. 물리학자들은 모든 과학은 물리학으로 통한다고 주장했다. 과학사에서는 이를 ‘물리학 환원주의(제국주의)’라고 부른다. 20세기 중반 이후는 ‘생물학의 시대’다. 유전자(DNA)와 인간 게놈 프로젝트로 인해 질병들이 정복되기 시작했고, 생명의 신비에 점차 다가가기 시작했다.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교수의 ‘통섭’ 등이 출간되면서 ‘생물학 환원주의’의 움직임도 거셌다. 환원주의는 모두 실패했다. 과학은 한 분야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다. 여전히 많은 과학자들이 하나의 이론으로 세상의 모든 원리를 설명하는 ‘최종이론’을 꿈꾸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더 많은 관심을 받고, 더 많은 과학자가 연구하며, 더 많은 돈이 투입되는 분야는 있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2013년 현재 과학의 양대 산맥은 ‘신경과학’과 ‘우주과학’을 꼽을 수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과학칼럼니스트 딘 버닛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서 “‘신경과학’과 ‘우주과학’ 중 어느 쪽이 위인가”에 대한 시리즈를 진행했다. 버닛은 모두 8가지 분야에서 두 거대한 과학 분야의 상대적 장단점을 평가했다. 버닛은 신경과학의 범위를 ‘신경, 정신분석학적 연구결과와 뇌수술’로, 우주과학의 범위를 ‘로켓과 우주를 기반으로 한 연구결과와 기계적 결과’로 한정했다. 결과는 아래와 같다. ① 응용 분야 신경과학은 인간의 뇌와 신경계통에 대한 연구다. 언어와 기억의 처리, 신약 개발, 퇴행성 질환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인간이 하는 일과 삶 자체가 모두 뇌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우주과학의 목표는 로켓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우주로 보내는 것이다. 우주과학이 인류의 기원에 대한 근원적인 궁금증에 도전한다고 해도 인간의 삶보다 응용 분야가 많을 수는 없다. 신경과학 1 : 우주과학 0 ② 복잡성 뇌는 인간이 알고 있는 가장 복잡한 존재다.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안다는 것은 생명의 근원과 작동원리를 아는 것과 같다. 물리적으로 지구의 어느 곳에서 우주로 무엇을 반복적이고 안전하게 보내는 우주과학의 목표는 아주 어려운 일이다. 우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로켓이나 인공위성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우주과학자들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안전장치를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로켓의 복잡함도 뇌에는 비교할 수 없다. 신경과학 2 : 우주과학 0 ③ 위험성 신경과학 연구는 동물이나 자원자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고, 윤리적 기준이 계속 강화되고 있다. 뇌 수술에 있어서도 외과의의 작은 손 떨림으로 인해 환자는 평생 불구가 되거나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우주과학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인 강력한 폭발을 이용해 사람이나 물건을 안전하지 않은 환경으로 보낸다.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나 컬럼비아호처럼 불행한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신경과학은 실수로 한 사람의 인생을 빼앗을 수 있지만, 우주과학은 많은 사람을 한 번에 위험하게 할 수 있다. 신경과학 2 : 우주과학 1 ④ 접근성 우스갯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신경과학의 재료는 뇌와 시체다.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신체에 대해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뇌 과학에 도전할 수 있다. 의대에 들어가는 것도 좋겠다. 우주여행은 점차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최소한 수십년간은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신경과학 3 : 우주과학 1 ⑤ 시각화 신경과학은 기능성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해 화려하고 재미있는 두뇌의 이미지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뇌는 여전히 ‘호두’처럼 보일 뿐이다. 반면 허블망원경이 보내는 영상들은 인류가 가늠할 수조차 없는 거대한 은하와 별의 색채 및 웅장한 모습을 자연 그대로 보여준다. 푸른 지구를 보여주는 사진 한 장으로도 뇌 영상은 초라해진다. 신경과학 3 : 우주과학 2 ⑥ 대중성 신경과학은 대중문화 속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져 왔다. ‘지킬 앤드 하이드’ 같은 비극, 뇌 수술의 위험성 등이 강조되는 측면이 강했다. 반면 우주과학은 ‘달나라 여행’ 등 대중문화와 소설의 영향을 받아 발달했고 ‘꿈과 미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경과학 3 : 우주과학 3 ⑦ 대표성 존경할 만하고 업적을 남긴 신경과학자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누가 뇌과학의 아버지인가 하는 질문에 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신경과학의 권위는 ‘조사 결과’에서 얻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주과학에는 분명한 이정표를 세운 학자들이 많다. 현재의 로켓의 뿌리는 모두 베르너 폰 브라운의 이론에서 시작됐고 액체로켓의 아버지는 로버트 고더드다. 신경과학 3 : 우주과학 4 ⑧ 허위·과장 신경과학은 과장과 오류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과학 분야다. 위약(플래시보) 효과는 실제 실험 결과나 약의 효능을 엉뚱하게 해석하게 만든다. 우주과학 역시 ‘아폴로 13호는 달에 간 적이 없다’는 식으로 끊임없이 음모론에 시달린다. 다만 우주과학에서 음모론을 만드는 것 역시 인간의 뇌 활동의 영역이고, 모든 ‘사이비’의 근원 역시 뇌다. 신경과학 4 : 우주과학 4 버닛은 거창한 시작과 달리 ‘무승부’로 싱겁게 끝을 맺었다. 일반 시민들도 토론자로 참여해 제각각 신경과학이나 우주과학이 더 중요한 이유를 들었다. 일반 시민들은 신경과학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우주과학의 편에 선 사람들은 “뇌 수술은 매일 수많은 지역에서 수천 건이 진행되고 있지만 로켓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 신경과학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로켓을 만드는 학자들은 로켓의 작동원리와 부품 하나하나의 역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만 신경과학은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로켓은 현 단계에서는 기본적인 틀 안에서 발전하는 ‘죽은 과학’이지만 신경과학은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 모른다”고 강조한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CEO칼럼] 창조경제와 농업/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CEO칼럼] 창조경제와 농업/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지난주 공사의 기업지원단을 이끌고 식초를 생산하는 지방의 중소 식품업체를 방문해 현장상담을 했다. 포도식초, 현미식초, 사과식초 등 수많은 식초 제품과 독특한 제조 노하우에 동행한 식품 전문가들이 매우 놀랐다. 특별한 방식으로 제조된 자연발효 식초는 프랑스에서 주문이 쇄도한다고 한다. 식품 전공자가 아니면서도 35년간을 식초 연구와 제품생산에 매진해 온 70세 넘은 기업가의 열정에도 감탄했다. 그런데 문제는 제품 판매방식이다. 식초에 관한 많은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나 판매는 대부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나 유통업체 브랜드(PB)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 결과, 실속은 판매망을 확보한 대규모 식품기업이 차지하는 것이다. 중소 식품기업의 생산과 판매전략, 수출시장 개척, 정부 정책 활용 등에 나름대로 전문적 컨설팅을 하였으나 판매 애로를 해결하는 일은 만만치 않음을 인식했다. 식초는 음식을 만드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조미료이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약품·식품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다. 중국 고대 의학서에도 식초의 신맛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위와 간을 보양해 주면서 근육을 강화시키며 뼈를 부드럽게 한다고 했다.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다양한 질병 치료에 식초를 사용했고 사과식초를 꿀에 넣어 기침이나 감기치료에 썼다고 한다. 식초는 군인들의 힘을 기르고 활력을 높이는 음료수로도 많이 사용됐다. 로마 군인들이 많이 마신 ‘포스카’(posca)는 식초의 한 형태이다. 우리나라는 신라시대부터 식초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해동역사(海東繹史)에 따르면 고려시대에 음식 조리나 약용으로 다양하게 사용됐다. 최근 식초는 약용, 식용, 건강, 미용 등 180여 가지 용도로 다양하게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특히 다이어트나 건강음료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고대 이집트 클레오파트라가 진주를 식초에 녹여 마셨다고 하였는데, 아마 미용에 좋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음료 수출액이 2억 달러를 돌파했는데 상당량이 식초 관련 제품이었다. 역사적으로 우리 농업 분야에는 창조적 아이디어와 기술개발의 성과물이 즐비하다. 과학적인 고농서(古農書), 최초의 강우량 관측기구인 측우기, 우장춘 박사가 만들어낸 씨 없는 수박, 우리 환경에 맞는 배추, 무 종자 등 수없이 많다. 창조농업의 백미는 통일벼 개발이다. 1개의 자포니카 품종과 2개의 인디카 품종을 교배시킨 3원 교배는 과거 시도되지 않던 창조적 육종방법이었다. 통일벼 개발로 쌀 생산이 획기적으로 증대되면서 우리나라는 고질적인 보릿고개에서 해방됐다. 세계 유례 없이 짧은 기간에 식량 자급을 이룩한 우리 농업은 국제적인 성공 사례로 알려진다. 또 양잠 산물을 이용한 화장품, 치약, 비누는 널리 사용되고 있고 조만간 인공 고막이나 인공뼈 개발도 다가온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공수해온 벌침 봉독(蜂毒)으로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한다는 영국 찰스 황태자 부인 카밀라 여사의 이야기도 놀라울 것이 없다. 우리도 이미 봉독으로 젖소 유방염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한류 붐을 타고 한국음식이 건강식, 기능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전통 한식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접목돼 세계인의 입맛에 맞도록 창조적 변형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생명공학기술(BT) 등 첨단 과학기술이 농업 분야에 응용된 지는 오래 전이다. 이제는 환경기술(ET), 문화기술(CT)도 농업 분야에 활용된다. 농업과 환경, 생태가 융·복합되고 1차, 2차, 3차 산업이 어우러진 6차산업으로 변모된다. 미래 농업 분야는 더 무궁무진하다. 컴퓨터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수직형 빌딩농장, 바닷물로 농사짓는 해수농업, 대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미세조류 등도 조만간 실용화될 것이다. 인구증대, 식량위기, 물부족, 기후변화 등 지구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이제 창조 농업이 필요하다.
  • [옴부즈맨 칼럼] 안과 밖, 현실과 비전/안혜련 주부

    [옴부즈맨 칼럼] 안과 밖, 현실과 비전/안혜련 주부

    우리가 꾸는 꿈은 거의 언제나 ‘안’이 아닌 ‘밖’을 향해 있고, 현실 너머의 또 다른 공간, 다른 시간, 새로운 상황을 가정하고 기대한다. 그 꿈은 늘 우리 희망의 원천이 되기도 하고 절망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그 꿈을 꾼다면 삶의 에너지를 제공하는 진정한 비전이 되겠지만, 현재를 도외시한다면 그 꿈은 한순간 사라지는 사막의 신기루 같은 헛된 망상에 그칠 것이다. 서울신문의 장점 중 하나는 우리나라 ‘안’의 지역 상황을 타 언론보다 자세히 소개해 준다는 점일 것이다. 정치·경제·문화를 비롯해 유무형의 온갖 정보와 권력이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에서, 지면을 고정적으로 할애해 지방 각지의 동향과 서울 시정에 관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전해주는 것은 지역 발전의 균형이라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하겠다. 다만 안에 대한 충실함이 나태와 진부함이 되지 않도록 밖의 일을 감지하는 데도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안’의 ‘현실’을 인지하는 데 급급해 ‘밖’의 새로운 ‘비전’을 소개하는 데 소홀할 수 있는 까닭이다. 여기서 ‘밖’이란 공간적 개념뿐만 아니라 현실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 미래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포함한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신문이 현 정부의 국정기조인 창조경제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획한 “소통의 창”(5월 16일 자 2면)은 비전을 갖고 ‘안’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준 적절한 기획이라 생각된다. 첫 토론회의 주제는 중소기업 정책으로 비좁은 시장, 빈약한 인재풀이라는 고질적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시도였다. 참석자들은 창업 때부터 글로벌화 추진, 주식옵션제를 통한 인재 영입, 창업 생태계와 성장사다리 건설, 공적개발원조로 해외진출 지원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으며, 글로벌화로 불공정·불합리·불균형이라는 3불(不)을 잡자는 데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그리 새로울 것 없는 결론에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각 사안에 대한 관심과 논의를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행복한 100세를 위하여-日 달군 ‘보이지 않는 가족’”(5월 13일 자 1면 16면) 기획 역시 밖에서 안의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찾는 좋은 예시로 생각된다. 고령화 사회를 목전에 둔 우리로서는 초고령 사회 일본의 선례에 비추어 미래의 대처법을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자가 경계해야 할 ‘인생 후반 5대 리스크’가 섣부른 은퇴 창업, 금융사기, 중대 질병, 황혼 이혼, 성인자녀 부양이라니, 이 중 어느 하나에서라도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에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우리의 삶에는 수많은 ‘안’과 ‘밖’이 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안과 밖은 바뀌기도 하고, 나 자신 속에도 안과 밖은 존재한다. 각기 다른 경우와 장소에서 ‘밖’을 바라봄으로써 우리의 ‘안’은 더 충실해질 수 있고 내실을 기할 수 있다. 지역 현안과 특색을 보다 넓은 시각에서 파악해 국민의 관심사에 진정성 있게 접목시킨다면, 서울신문은 새로운 참신함으로 독자에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을 냉철히 인식하면서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신문, ‘안’의 일에 충실하면서도 ‘밖’의 흐름에 둔감하지 않은 서울신문이 되길 희망한다.
  • 섹시한 엉덩이에 꽂혔고, 고혹적 얼굴에 반했다

    섹시한 엉덩이에 꽂혔고, 고혹적 얼굴에 반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수출과 생산은 아직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내수는 신차 효과 등으로 판매가 늘고 있다. 봄이라는 계절적인 요인도 한몫을 하고 있다.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시장의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동기 대비 3.0% 증가한 13만 2938대를 기록했다. 수출이 지난해보다 5.6% 줄어든 26만 1501대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차는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투싼 ix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외관 변경)을, 기아차는 카렌스의 풀체인지 모델(엔진과 디자인 모두 변경)을, 한국지엠은 경차인 신형 스파크S, 르노삼성은 QM5 휘발유 모델과 엔진 성능을 끌어올린 SM5 TCE를 선보이며 내수시장의 반전을 이끌어 냈다. 수입차의 내수시장 약진도 눈에 띈다. 디젤과 하이브리드 등 고연비 차량의 판매 증가로 전년 동기보다 24.9% 늘어난 1만 3320대가 판매됐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판매 기록이다. BMW와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 ‘전차군단’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가격 파괴에 나서는 일본 토요타와 6000만원대 고급 세단을 선보인 재규어의 활약도 돋보였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아름다움과 야성, 다 가진 ‘남자의 로망’ 재규어 F-TYPE 남성은 나이와 상관없이 빨간 스포츠카에 대한 ‘로망’이 있다. 이런 꿈에 딱 어울리는 자동차가 ‘재규어 F-타입’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이자 재규어 디자인 총괄 디렉터인 이언 칼럼은 “F-타입을 완성해 가는 과정은 어떤 프로젝트보다 훨씬 즐거웠고 1990년 재규어와 인연을 맺으면서부터 꿈꿔왔던 일”이라면서 “F-타입은 절제된 선과 구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F-타입은 재규어의 전설적인 스포츠카 E-타입의 DNA를 계승하면서 재규어 XJ와 XF의 강렬함, C-X16 콘셉트를 재해석해 디자인된 2인승 컨버터블 스포츠카이다. 2013 서울모터쇼의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 뉴욕모터쇼의 ‘월드 카 오브 더 이어’ 등 굵직한 디자인상을 모두 휩쓸었다. 또 성능도 뛰어나다. 재규어 고유의 우주항공기술이 결합한 고강도 초경량 알루미늄 차체를 채택, 기존 재규어 모델보다 차체 강성은 30% 향상됐고 무게는 216㎏ 줄면서 안전성과 민첩성, 가속력도 좋아졌다. 국내에 선보이는 모델은 신형 3.0ℓ V6 슈퍼차저 엔진을 탑재하고 최고출력 340마력(6500rpm)과 380마력(6500rpm)을 발휘하는 ‘F-타입’, ‘F-타입 S’, 5.0ℓ V8 슈퍼차저 엔진의 ‘F-타입 V8 S’ 등 3가지다. 1억 400만~1억 6000만원. ■190마력 괴력 뿜는 1.6리터 엔진 르노삼성 SM5 TCE 르노삼성차가 작지만 강한 심장(엔진)을 장착한 ‘SM5 TCE’를 다음 달에 선보인다. SM5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국내 업계 최초로 중형차에 1.6ℓ 엔진을 장착, 높은 주행 성능과 경제성 등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 닛산의 1.6ℓ GDI 터보차저(엔진 배기가스를 이용해 터빈을 돌리고 공기압축기를 구동해 많은 공기를 엔진에 공급하는 방식)인 ‘MR190DDT’ 엔진과 세계적인 변속기 전문업체인 독일 게트락사의 6단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DCT)이 장착됐다. ‘MR190DDT’ 엔진은 GDI 기술과 터보차저 인터쿨러가 장착돼 최적의 연비와 주행성능을 발휘하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최신 파워트레인 기술이 집약됐다. 엔진의 크기는 작아졌지만 출력과 연비는 더 좋아졌다. 엔진 토크와 파워가 기존 엔진에 비해 36% 좋아졌는데, ‘SM5 TCE’의 최대출력은 190마력, 24.5㎏·m로 기존 ‘뉴 SM5 플래티넘’보다 50마력 가까이 높아졌다. 연비는 1.6ℓ 엔진과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의 조합으로 13㎞/ℓ를 나타낸다. 좋아진 연비와 함께 배기량이 줄어 세금 절감의 경제성도 높아졌다. 또 17인치 블랙 투톤 알루미늄 휠과 듀얼 머플러, 전용 엠블럼을 새롭게 적용했다. 실내공간은 ‘블랙 &화이트’ 콘셉트로 단장해 강력한 성능 향상에 맞춰 더 역동적이고 젊은 감각으로 재탄생했다.
  • [특파원 칼럼] 오키나와 독립론과 댜오위다오/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오키나와 독립론과 댜오위다오/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오키나와는 류큐(琉球)왕국이라는 독립국가였다. 1600년대 들어 일본의 침공을 자주 받기 시작했으며 1879년 메이지(明治) 정부에 의해 강제 병합되어 오늘의 오키나와 현이 되었다. 2차대전 직후 일본이 강점했던 땅을 반환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오키나와의 주권도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 중국 관영 언론들과 군 인사들이 오키나와에 대한 일본의 주권을 부정하는 여론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오키나와에서 독립 논의가 활발해지는 등 일본 정부와 오키나와 주민 간 갈등이 심화된 틈을 타고 중국이 오키나와 독립에 개입하고 나선 것이다. 일본 전문가들도 중국 관영 언론이 일본의 오키나와 소유권을 부정하고, 나아가 일부 중국 군 인사들이 그 귀속권을 주장하는 것은 중·일 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술이라고 지적한다. 센카쿠를 구하기 위해 오키니와를 공략하는 것으로, 손자병법에 나오는 위위구조(圍魏救趙·위나라를 포위해 조나라를 구하다) 전법에 비유한다. 실제로 오키나와는 센카쿠 영토분쟁과 직결되어 있다. 중국은 센카쿠가 타이완의 부속 섬이란 점을 근거로 자국 영토라고 주장한다. 2차대전이 끝나고 카이로 선언과 포츠담 회담에 따라 패전국인 일본이 마땅히 중국에 반환했어야 할 땅이란 논리다. 반면 일본은 센카쿠가 자국의 오키나와에 속하기에 일본 땅이라고 반박한다. 오키나와에 대한 일본의 주권이 부정될 경우, 센카쿠에 대한 점유권을 주장할 근거도 자동으로 소멸될 수밖에 없다. 또 오키나와 독립 주장은 센카쿠 분쟁에서 일본 편을 드는 미국에도 일격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오키나와는 타이완, 필리핀 등과 함께 미국의 대(對) 중국 봉쇄선에 속하는 전략 거점이다. 미국이 즉각 오키나와 주권은 일본에 있다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중국이 오키나와를 물고 늘어질수록 “우리는 일본·중국 어느 쪽의 속국도 아니다”는 오키나와의 목소리는 커진다. 중국의 센카쿠 실효지배 시도에 대응하기 위한 힘도 분산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일본이 오키나와 독립론을 가라앉히기 위해 센카쿠 일부를 중국에 양보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서태평양 진출 거점을 마련하려는 술책이라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조용한’ 독도 전략과 대조된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 당시 외교부는 자칫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며 일본의 공격에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로만 일관했다. 외교부 일각에서는 미국에 독도가 한국 땅임을 알리는 광고가 나가는 데 대해서조차 못마땅한 눈길을 보냈다는 말이 들렸을 정도다. 결과적으로 세계 각국이 독도를 일본 땅으로 인식하거나 아예 한·일 간 분쟁지로 보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에서 침묵 전략이 유효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새 정부 들어 독도 경비 강화를 위해 울릉도에 해양경찰서를 설치한다거나 국가보훈처가 독도 교실을 운영한다는 소식에 호응을 보내는 소리가 높다. 중국의 민·관·학·군이 역할을 나눠 센카쿠 대응에 조직적으로 나서듯, 일본의 독도 공세를 격파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독도 전략을 기대한다. jhj@seoul.co.kr
  • 韓·中 국민들의 서로에 대한 편견을 벗기다

    이웃나라 일본을 말할 때 ‘가깝고도 먼 나라’를 들먹인다. 지리적인 근접성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풀어버릴 수 없는 감정의 깊은 골 때문일 것이다. 근래 들어 그 ‘가깝고도 먼 나라’로 중국이 자주 회자된다. ‘중국은 잘 이해할 수 없는 나라’라는 인식 또한 짙다. 실제로 중국과 한국 사이에는 빛의 명암처럼 상반되는 관계가 얽히고설켜 있다. 그 중국과 중국인은 과연 어떤 나라이고 어떤 사람들일까.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김재현 지음, 알마 펴냄)는 중국에서 공부하면서 본 중국과 중국 사람들의 속살을 흥미롭게 들춰내는 책이다. 중국에서 먼저 출간된 한국어판. 저자는 중국 최대 경제지라는 ‘21세기경제보도’와 발행부수 180만부를 자랑하는 ‘남방도시보’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중국어로 중국 사회와 경제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중국통’이다. 책은 제목 그대로, 잘 알고 있는 듯하면서도 제대로 모르는 중국과 중국 사람들을 속속들이 해부한다. 우선 ‘가깝고도 먼’ 관계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후 양국에 극단적으로 다른 이념의 정권이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물론 그 먼 관계는 감정의 골이 큰 요인이다. 그러면서 그 먼 관계를 지속시키고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언론을 지목해 흥미롭다. 중국 안에서 갈수록 커지는 민족주의 세력에 편승한 언론 매체들이 쏟아내는 왜곡보도야말로 반한(反韓)·반중(反中) 감정을 증폭시키는 으뜸 요인이며 한국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꼬집는다. ‘한국 여성들은 모두 성형수술을 한다’는 소문을 포함해 음식과 교통문화까지 일상에서 번지는 양국 국민들의 오해와 편견의 진원지를 추적하는 대목이 흥미롭다.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을 수 없는 이유’며 ‘중국을 좋아할 수 없는 열 가지 이유’가 설득력있게 풀어진다. 세계 최강국으로 급속히 부상하면서도 여전히 개발도상국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의 정치·사회·문화 시스템의 오류도 눈길을 끈다. 중국인들이 책을 보지 않는 이유며 오만해진 까닭, 중국 영화가 도약할 수 없는 이유, 중국 대학생의 창의성이 부족한 이유…. 특히 2008년 10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중국 최대 부호 중 한 명으로 발표한 직후 주가 조작 등 혐의로 체포, 수감된 황광휘 전 궈메이(國美)그룹 회장을 포함해 정치 다툼의 희생양이 되기 일쑤인 경제인의 예는 눈길을 끈다. 중국 언론이 ‘중국 부호 리스트의 저주’로 표현하는 이 현상들은 수사기관이나 사법체계의 독립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 “동북아에서 중국은 이미 연못 속의 고래와 같은 존재.” 어떤 식으로든 한국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중국을 이렇게 표현한 저자는 “절대적 의미에서의 탈중국이 아닌, 상대적 의미에서의 탈중국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한다. 1만 3500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서울광장] ‘한 길 사람 속’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한 길 사람 속’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최광숙 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언론사 정치부장단 만찬에서 ‘윤창중 스캔들’과 관련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그런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혹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윤씨를 청와대 대변인으로 뚝심 있게 밀어붙인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 얼마나 실망을 했으면 저런 말까지 하랴 싶다. 버선 속 뒤집어 보듯 사람 가슴속 면면을 훤하게 들여다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 박 대통령의 답답한 심정이 이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을 곱씹어 보면 정작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의 말 속에는 윤씨가 설마 대통령 방미 수행 중 어린 인턴에게 엉뚱한 짓거리를 하리라 누가 어떻게 알았겠느냐며 그를 탓하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판단으로 윤씨에게 중책을 맡긴 인사권자의 ‘과오’나 ‘실책’에 대한 반성은 없다. 어제는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대통령의 심경을 들으면서 불교의 ‘여실지견’(如實知見)이란 말이 떠오른다. ‘여실’이란 ‘있는 그대로’고, ‘지견’은 ‘알고 본다’는 뜻이다. 그러니 ‘있는 그대로 알고, 있는 그대로 본다’는 의미다. 여기 물병에 든 물, 큰 바다의 물, 동물들이 마시다 만 물이 있다고 하자. 이들 물은 보는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맑다고도 하고, 더럽다고도 한다. 하지만 나중에 무엇이 섞이건 본디 물은 맑은 물 하나일 뿐이다. 어떤 상황이든 사물의 본성(本性) 자체를 바로 볼 수 있는 지혜를 갖추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윤창중씨 경우도 마찬가지다. 과거 대통령이 만났던 윤창중과 현재의 윤창중은 과연 다른 인물일까. 자극적 글귀로 칼럼을 써대던 보수 논객 윤창중, ‘밀봉인사’ 논란을 일으켰던 인수위 대변인 윤창중, 메이컵에 신경을 쓰던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 생일이니 외롭다며 딸뻘 되는 인턴에게 치근덕거린 윤창중. 이 모두 같은 윤창중이다. 예전에 대통령에게 그럴싸하게 보였던 윤창중이나 세계적 웃음거리로 전락한 윤창중이나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다만 그의 민낯을 ‘여실지견’하지 못한 무명(無明·어리석음)이 있을 뿐이다. 사실 그가 몸담았던 언론계의 많은 사람들은 윤창중의 실상(實相)을 알 만큼 알고 있다. 대통령만 ‘한 길 속 윤창중’을 몰랐지 않았나 싶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을 또 하게 될지 모르겠다”고도 했다고 한다. 이런 말을 반복하는 상황이 와서는 안 된다. 이번 윤창중 스캔들을 통해 어떤 경우든 ‘인사(人事)가 망사(亡事)’가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지 않았는가. 박 대통령이 앞으로 ‘한 길 사람 속’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인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상시 검증체제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역대 과거 정권에서도 대통령이 낙점한 인사라면 인사검증 시스템이 아예 작동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대통령이 개인적 인연이나 주관적 판단으로 인사에 임한다면 아무리 훌륭한 인사 시스템도 무용지물로 전락하게 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 스스로 사람이든 정책이든 ‘여실지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올바른 판단으로, 맑은 마음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면 사람이든 정책이든 바로 볼 수 없다. 그러려면 편견이나 선입견에 얽매이지 말고, 과거 경험에 대한 지나친 맹신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불교에서 깨달음을 얻는 구도의 길이 힘들 듯 국정 운영에서도 ‘여실지견’할 수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에 좋은 참모를 둬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대통령의 심기 보좌에만 전전긍긍하는 참모는 멀리해야 한다. “아니되옵니다”를 외칠 수 있는 소신과 용기를 가진 참모를 일부러 찾아 곁에 둬야 한다. 성공적 국정 운영은 박 대통령 자신의 철학과 소신도 중요하지만, 많은 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과 다른 시각을 얼마나 많이 포용하는가에 달렸다. bori@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대중과 호흡하는 ‘거리의 철학자’ 강신주

    [김문이 만난사람] 대중과 호흡하는 ‘거리의 철학자’ 강신주

    인문학은 여전히 죽었다? 흔히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을 한다. 아마 태생적으로 권력, 자본주의 사회와 불화할 수밖에 없다는 뜻에서일 것이다.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쇼핑해야 하는지에 세상은 관심이 더 많다. 그런데 인문학을 멀리할 만큼 지금 우리는 돈을 잘 벌고 쇼핑을 잘하고 있을까. 성추행, 학교폭력, 실직자, 추락하는 경제, 쓸쓸한 은퇴, 대책 없는 노년의 삶…. 말만 들어도 머리 아픈 일들만 늘어나고 있다. 왜 갈수록 고통과 어두운 그림자만 많아지는 것일까. 그렇다면 철학에 담겨진 삶을 만나 보는 것은 어떨까. 요즘의 사회적 현상을 치유라도 하듯 새삼 철학의 중요성을 깨우고 그 온기를 열심히 데우는 사람이 있다. 철학 박사 강신주(47)씨. 흔히 ‘사랑과 자유의 철학자’, 대중과 호흡하는 ‘거리의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10여년 전 홀연히 강단에서 내려와 전국을 돌며 대중들에게 이 시대의 진정한 철학, 인문학의 속살을 한 꺼풀 한 꺼풀 흥미진진하게 벗겨 보여 주고 있다. 흔히 인문학 책은 2000부 이상 팔기도 힘들다는 출판계의 현실에서 2010년 그가 쓴 1000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분량의 책 ‘철학vs철학’은 3만부나 팔렸다. 또 2011년 출간된 ‘철학이 필요한 시간’은 무려 10만부 넘게 팔렸다. 이 두 권 말고도 20권에 가까운 책을 펴내 철학과 삶을 꾸준히 연결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집필 중인 책도 ‘정치철학’, ‘감정수업’ 등 4권이며 올해 안에 전부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하루에 2곳 이상 강의를 소화하고 한 달에 20일 가까이 지방 강연을 나간다. 요즘 들어 그의 철학 강연을 원하는 곳이 점점 더 늘어나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느라 분주하다. 철학 강연의 핵심은 사람에 대한 사랑과 자유, 그리고 ‘나의 단독성’과 ‘나다움’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대중들과 직접 마주하면서 단순히 고민을 위로하지 않고, 쾌도난마처럼 본질을 거침없이 건드리고 동강 내며 스스로 꿰매고 해결책을 찾도록 유도한다. 오프라인 매체는 물론 팟캐스트 등을 통해 그가 주창하는 ‘사랑과 자유의 철학’이 계속 번져 나가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신문로에 있는 집필실에서 그를 만났다. 간밤에 밤새 글을 쓰고 이제 막 정신을 차렸다며 반갑게 맞이했다. 어떤 글이냐고 묻자 “새벽에야 드디어 화두가 터졌다”면서 “사찰 선가(禪家)에서 수행자를 지도할 때 사용되는 죽비(竹篦)가 있다. 그런데 그것을 죽비라고 해서 안 되고 또 죽비가 아니라고 해서도 안 된다. ‘그럼 뭐라고 할래?’라는 화두를 던지고 나서야 비로소 글을 쓸 수 있었다”며 웃는다. 아니, 불교철학까지? 간화선은 화두를 근거로 수행하는 참선법이라는 설명도 이어진다. 그는 불교에도 심취해 있다. ‘선문답’ 같은 어록으로 생활 속 이야기를 밝혀내고 가끔 스님들을 상대로 강연 시간을 갖기도 한다. 불교와의 인연은 대학원 시절 나가르주나의 ‘중론’을 접하면서 시작됐고 바수반두의 ‘유식’, 원효의 ‘대승기신론소’ 등 논서를 다양하게 읽었다. 그는 임제 선승을 좋아한다. 강연도 임제처럼 직설명료하며 결코 포장하는 일이 없다. 대화의 방향을 인문학 쪽으로 틀었다. 대체적으로 인문학 책이 여전히 잘 안 팔리는데, 정녕 인문학은 죽어 있느냐고 물었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인문학 책은 더 약해지고 있습니다. 개성 없는 표준화된 인문학은 인터넷으로 대부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제는 자기 색깔을 분명히 내야 합니다. 저자의 강력한 개성이 필요할 때입니다. 저자만이 가지고 있는 개성으로 오케스트라처럼 버무려 나가는 강한 지휘자가 돼야 합니다. 니체 또한 ‘나’로 강하게 요리를 해야지요. 독창적이고 강한 ‘저자성’이 있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인문학은 고유명사이며 궁극적으로 인문학자의 지향점은 자신의 학문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강신주가 철학자라면 ‘강신주의 철학’을 만드는 것이란다. 니체가 니체의 철학을 만들었듯이 말이다. 그는 연세대 화학공학과 출신이지만 서울대와 연세대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연세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장자 철학에서의 소통의 논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대학 강단에 섰지만 곧 내려와 자신만의 ‘고유철학’을 들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현장 철학자’, ‘거리의 철학자’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에 대해 그는 “남들이 뭐라고 불러 주든 그들의 자유가 아니냐”며 웃는다. 그는 서울 홍대 앞 ‘상상마당’에서 5년 동안 젊은이들과 철학으로 만났고 요즘에는 대학로 카페에서 대중과 한 달에 한 번씩 만난다. 고상한 철학을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참석한 대중의 고민을 듣고 즉석에서 철학적으로 풀어 가는 ‘철학상담’이다. 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보통 저녁 7시 30분쯤 시작하지만 새벽까지 이어지기 일쑤일 만큼 열기가 뜨겁다. 왜 ‘강신주의 철학’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지를 물었다. “정직하게 얘기합니다. 고민의 본질을 피해 가지 않고 고상하게 얘기하지도 않습니다. 정공법으로 얘기합니다. ‘여러분은 산모다. 고통 없는 산모가 어디 있느냐. 나는 산파역이다. 가족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각자 집에 가서 생각해 보라’는 식으로 강하게 자극하지요. 사람들이 고민하는 속으로 들어가야 제 강연을 듣습니다. 결국 자신의 치부가 드러났을 때 평화로운 것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강연 현장에서 5분 안에 그들의 고통을 읽어 내야 한다. 또 이들과는 다시는 안 만나겠다는 처절한 각오로 머릿속에 있는 것을 다 쏟아내야 한다는 강연 원칙을 지킨다. 대중이 ‘강신주의 철학’을 찾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스스로 밝힌다. 대학에서 처음 강의를 맡았을 때다. 70여명의 학생이 철학 시간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3분의1 정도가 잤지만 이들을 2주 안에 모두 깨웠을 때에도 이런 방법을 택했다. 대학 강의를 그만둔 까닭을 묻자 “강신주 식으로 강의를 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고, 또 교수 사회의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 학교 내의 권력과 권위 등이 싫었다. 아울러 후배들이 학위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대학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가 단독 플레이를 펼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대답한다. 그때부터 줄곧 현장의 남녀노소들과 철학적 소통을 해 오고 있는 것. 지난해 말에는 시인, 소설가 등 문학가들을 상대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그는 평소 시나 글이 잘 안 읽히는 이유에 대해 ‘나’(읽는 사람)라는 단독적인 삶이 거의 없고 어머니, 학교,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흉내 내며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지난달에는 ‘강신주의 철학 콘서트’를 열어 철학과 음악의 만남 자리를 갖는 등 그의 철학적 활동 범위는 계속 넓어지고 있다. 화제를 바꿨다. 요즘 어두운 우리 사회현상에 대해 어떤 철학적 안경으로 들여다볼지 궁금했다. “모두 사랑의 상실에서 비롯됩니다. 사랑을 하게 되면 내가 소유하는 것을 주게 됩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를 동사형으로 해석해 ‘없애겠다’는 뜻입니다. ‘내가 소유하는 것을 없애겠다’는 것이지요. 사랑하지 않고 소유하는 것은 동물의 탐욕입니다. 공동체도 자기 탐욕 때문에 무너진 것입니다. 학교에서의 ‘왕따’도 사랑의 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크 데리다가 주창한 환대의 철학도 ‘네 방을 내어 주라’는 것입니다. 병원을 뜻하는 ‘호스피털’(hospital)도 원래 타인에 대한 환대를 뜻하는 것이지요.” 누구나 다 유아독존이며 그래야 자유로워지고 당당하게 사랑할 수 있단다. 이 당당함이 곧 인문학이며 저마다 글을 쓸 수 있고, 때문에 표절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아울러 인문학이 발달하면 민주주의가 발달하고 사회가 밝아진다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사랑에 빠지면 강해지며 자유를 감당할 수 있게 된다. 이게 공동체의 핵심 논리”라고 외친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인문학 책을 다독하면서 인문학자가 되려고 했으나 취직이 우선이라는 부모의 강권에 못 이겨 공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전공과목은 뒷전이고 인문학에 푹 빠지면서 철학으로 다시 돌아섰고 동서양을 넘나드는 연구 끝에 오늘날 ‘강신주 철학’이라는 고유명사를 탄생시켰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앞으로 강신주의 철학 방향은 어떻게 전개되느냐고 하자 “최근 2~3년 사이에 (철학적) 판을 벌려 놨다. 그 판을 더 키우는 것”이라며 웃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철학자 강신주는 1967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인문학 책을 즐겨 읽었다. 연세대에서 화학공학과를 전공했지만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다시 철학을 공부했다. 연세대 대학원 철학과에서 ‘장자 철학에서의 소통의 논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잠시 대학 강단에 섰으나 10년 전부터 대중 강연과 책을 통해 ‘강신주의 철학’을 설파하고 있다. 주로 대중이 찾는 카페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한 달에 20일 정도 지방 강연을 나간다. 오프라인 매체에 틈틈이 칼럼을 쓴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철학, 삶을 만나다’,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상처받지 않을 권리’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철학 VS 철학’ ‘김수영을 위하여’ ‘철학의 시대’ ‘회남자&황제내경’ 등 20여권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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