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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아파트(상)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아파트(상)

    서울은 넓고 그리고 깊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장기연재한 ‘서울택리지’가 서울의 윤곽을 더듬는 도시학적 탐사였다면 이번에 후속으로 선보이는 ‘서울택리지-테마기행’은 서울의 속살을 찬찬히 살펴보는 풍물적 탐사의 성격을 띨 것입니다. 먼저 세계 최고,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서울의 아파트와 아파트 문화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이어 서울의 극장, 백화점, 호텔, 공원, 시장의 명멸사(明滅史)를 추적할 작정입니다. 서울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지하상가와 지하도, 고가도로와 육교의 부침이나 한강 다리와 나루의 변천도 들여다보기의 대상입니다. 물난리와 하천복개, 전차, 판자촌과 달동네, 다방·댄스홀 같은 유흥업소에 얽힌 흘러간 추억도 되새김해 볼만할 겁니다. 지구상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다이내믹이 지배하고 있는 서울의 변화 속으로 한 번 들어가 볼까요? ●어쩌다 아파트가 서울의 압도적 주거문화가 됐을까 아파트는 서울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한국사회를 읽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서울사람 열 명 중 여섯 명이 아파트에 살고 있고, 서울 도시경관을 아파트가 주도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여성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프랑스 고등사회과학연구원)교수가 2007년에 출간한 ‘아파트 공화국’은 파리의 아파트가 아니라 서울의 아파트를 연구한 결과물이다. 줄레조는 1990년 서울 방문길에서 공룡처럼 군림하고 있는 아파트와 아파트단지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주저 없이 ‘서울의 아파트’를 박사학위 논문의 연구주제로 선택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서울의 아파트 건설 이유와 한국인들의 아파트에 대한 열망을 분석해 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10년 넘게 걸린 긴 조사과정을 통해 그녀는 왜 아파트가 서울의 지배적인 주거형태가 됐으며, 한국의 중산층은 왜 아파트에 집착하느냐는 질문을 집요하게 던졌다. 이방인의 눈에는 희귀한 이상현상이었지만 한국사람들은 덤덤했다. “그런 것도 연구대상인가”라는 조롱 섞인 핀잔을 극복하고 줄레조는 2003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아파트문화 분야연구의 독보적인 학자로 인정받는다. 유수 기관들이 그녀를 초빙해 강연을 듣는다. 줄레조의 의문에 한국사람들의 답은 한결같았다. 서울은 땅이 좁고, 인구밀도가 높아서 아파트라는 거주형태의 선택이 불가피했다고. 우리가 알고 생각하는 대로다. 그러나 줄레조의 연구결과는 달랐다. 한국사회에서 아파트는 ‘압축된 현대성’(compressed modernity)의 반영이었다. 아파트는 돈이나 주식과 비슷한 환금성을 가진 재화인 동시에 현대화의 매개체 또는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1970~80년대 산업화를 담당한 권위주의 정권과 재벌, 중산층이 맺은 ‘3각 동맹’이 아파트를 상위 계급화했다고 주장한다. 아파트는 서울사람, 나아가 한국인 욕망의 상징이며 3각 동맹이 건재하는 한 아파트에 대한 환상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아파트와 아파트문화에 대해 연구하고 비평한다. 영화평론가 이형석은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집의 역사’와 다름없다”라면서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 갖는 것을 중산층 평균적 삶의 실현으로 봤다. 주거지역과 평형, 아파트 건설회사의 브랜드가 신분을 드러내고, 재개발이나 뉴타운 공약이 선거 판세를 좌지우지하고, 아파트 정책이 정권의 성패를 가르는 시대를 살아왔다는 것이다. 2004년에 출현한 초고층 최첨단 주상복합 아파트는 또 다른 성공과 신분을 상징하는 ‘욕망의 바벨탑’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경제 칼럼리스트 우석훈도 줄레조의 분석에 동의하면서 중산층의 욕망과 개발독재의 획일성이 결합된 부동산정책과 아파트공화국의 파국을 예고했다. ‘아파트 한국사회’를 펴낸 건축가 박인석(명지대) 교수는 “문제의 핵심은 ’아파트가 아니라 ‘아파트 단지’”라고 비판의 대상을 좁혔다. 아파트라는 주거형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담장을 둘러친 ‘단지’가 문제라는 인식이다. 그는 아파트를 열악한 도시환경이라는 사막 속에 자리 잡은 ‘사설(私設) 오아시스’라고 명명하면서 오아시스는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임대아파트 단지, 분양아파트 단지, 주상복합아파트 단지처럼 아파트 단지가 재산가치에 따라 계급화하면서 계층적으로 폐쇄성을 띤다고 보았다. ‘단지 해체’가 왜곡된 아파트문화를 바로잡는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충정아파트부터 와우아파트까지… 아파트의 부침 아파트가 서울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30년대였다. 일제는 회현동에 3층짜리 공동주택(미쿠니아파트)을 지은 데 이어 1932년 충정로에 지하 1층, 지상 4층짜리 충정아파트(도요타아파트)를 지었다. 혜화동과 적선동 등에도 아파트가 선보였다. 주로 일본인 임대·거주용이었다. 당시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8층짜리 반도호텔(지금의 롯데호텔)이었으니 충정아파트는 당장 도시의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아파트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의 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 르 코르뷔지에가 주창한 미래주택 개념에 따른 획기적 건축물이었다. 이 아파트는 한때 호텔(트레머호텔, 코리아관광호텔)로 개조됐다가 다시 아파트(유림아파트)로 되돌아갔다. 1979년 충정로 8차선 확장으로 건물 절반이 뜯겨나가는 곡절을 겪었지만 살아남았다. 서울시는 지난해 충정아파트를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로 공인, ‘100년 후의 보물, 서울 속 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정부 수립 이후 지어진 최초의 민간아파트는 1958년 중앙산업이 성북구 종암동에 세운 종암아파트였다. 17평짜리 4층 건물에 152가구가 살았다. 정식명칭은 ‘종암 아파트먼트 하우스’였지만 ‘종암아파트’로 줄여 부르면서 ‘아파트’라는 용어의 탄생을 세상에 알렸다. 잘나가는 기업인, 정치인, 예술가들이 입주했으며 최초의 옥내 수세식 화장실과 입식 부엌이 장안의 화제였다. 특히 양변기로 대변되는 화장실 문화의 대혁명을 알린 옥내 좌식화장실은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같은 변기에 앉아 일을 보는 해괴망측한 서양문화의 무분별한 도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온돌이 깔린 침실이 현관이나 주방, 거실보다 한 단이 높은 특이한 구조였다. 1995년 종암선경아파트로 재건축됐다. 1962년 안양으로 이전한 마포형무소 자리에 대한주택공사가 최고급 마포아파트(도화동 삼성아파트)를 건립하자 서울의 모던보이와 모던걸 사이에 아파트는 일약 선망의 대상이 됐다. 입주 초기 연탄보일러 중독사고가 연발하고 부유층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했지만, 아파트주변에 담장을 쌓아 외부와 격리시키는 ‘자폐적 공간’을 조성하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세계 유일의 ‘한국형 아파트 단지’의 모델등장이었다. 서울로의 ‘광적인’ 인구유입은 주택난을 부채질했다. 도심과 가까운 지역의 산비탈과 국공유지변 하천부지를 꽉 메운 토막집과 판잣집을 밀어내고 시민아파트를 지었다. 당시 지은 낙산 시민아파트 등 대부분 시민아파트는 경관훼손 사례로 낙인 찍혀 1990년대 철거 신세를 면치 못했다. 김현옥 시장(1966~70년 재임)이 주도한 시민아파트는 본래 철거민 수용용이었다. 시민아파트 1호는 천연동 금화아파트였다. 한 서울시 공무원이 해발 203m의 산꼭대기에 아파트를 짓는 이유를 묻자 김 시장은 “이 바보야 높은 데 지어야 청와대에서 잘 볼 것 아니냐”라고 답했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전해진다. 1968~69년에 지은 시민아파트는 어김없이 산허리 또는 산등성이에 지어졌다. 전시행정의 표본이었다. 그래서인지 경관 하나는 끝내주는 금화아파트는 아직도 살아남아 개발연대기의 암담함을 나타내는 영화촬영장으로 쓰인다. ●서울은 아파트 공화국… 뚫린 물길은 막을 수 없었다 도심재개발 차원에서 이뤄진 세운상가와 낙원상가, 청량리 대왕코너(롯데백화점 청량리점)는 요즘 주상복합아파트의 원조격이다. 특히 세운상가 아파트는 1960년 후반부터 동부이촌동 한강맨션이 들어서는 1970년대 초까지 상한가를 쳤다. 18~25평의 작은 평수였지만 대규모 상가와 엘리베이터를 갖춘 이 아파트에 사회 저명인사들이 앞다퉈 입주했다. 사대문 안에 밀집된 직장에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는 상류층 집결지였다. 세운상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집창촌으로 알려졌던 ‘종삼’과 무허가 판자촌 철거로 얻어진 1만 3000평의 공지 위에 종로~청계천~을지로~퇴계로까지 무려 1km를 8개의 건물이 남북으로 관통하는 도심의 괴물이었다. 아파트의 고급화는 동부이촌동 한강맨션에서 처음 시도됐다. 대한주택공사가 1970년에 지은 한강맨션은 중앙집중식 난방을 채택한 첫 호화 아파트였다. 시민아파트의 싸구려 이미지를 벗으려고 ‘아파트’ 대신 ‘맨션’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계약 1호는 27평형을 구입한 탤런트 강부자였다. 고은아, 문정숙, 패티 김 등 연예인들이 줄지어 입주했다. 분양이 대박 나자 당시 현대건설 정주영 사장이 장동운 주공 총재에게 “아파트 사업 그거 돈이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현대를 비롯한 대형 건설업체들이 아파트사업에 뛰어드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1970년 4월8일 마포구 창전동 와우아파트의 붕괴로 위기를 맞았지만 뚫린 물길을 막을 수 없었다. 바야흐로 서울은 아파트 공화국의 문턱을 막 넘어섰다. 선임기자 joo@seoul.co.kr
  • ‘역사상 가장 비범한 내부 고발자’ 스노든은 어떻게 NSA를 폭로했나

    ‘역사상 가장 비범한 내부 고발자’ 스노든은 어떻게 NSA를 폭로했나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루크 하딩 지음/이은경 옮김/프롬북스/356쪽/1만 5000원 2012년 12월. 영국의 일간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인 글렌 그린월드는 ‘당신이 흥미를 가질 만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내용의 짧은 이메일을 한 통 받는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발신자는 이어 그린월드의 노트북에 암호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라고 요청했다. 컴퓨터 문외한인 그린월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발신자는 미국의 영화감독 로라 포이트러스에게 비슷한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포이트러스는 그린월드의 친구로 미국 군부 등 안보기관들 사이에서 눈엣가시 같았던 진보 성향의 인물이다. 평소 정부의 도청에 극도로 민감했던 포이트러스는 정보기관 요원이라고 신분을 밝힌 발신자의 요구에 따라 암호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발신자와 접촉했다. 2013년 6월. 포이트러스와 그린월드는 마침내 홍콩에서 비밀리에 발신자와 ‘접선’하는 데 성공했다. 마치 첩보 액션 영화 ‘본 얼티메이텀’의 첫 장면을 보는 듯하다. 발신자는 에드워드 스노든.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에서 요원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스노든은 이 자리에서 미국 정보당국이 무차별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메가톤급 국가기밀을 폭로한다. 책은 ‘역사상 가장 비범한 내부 고발자’로 꼽히는 스노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노든의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에 빠진 성장기, CIA에서 나온 뒤 NSA로 들어가게 된 과정, 가디언 폭로 관련 뒷이야기 등을 풀어냈다. 저자 또한 가디언지의 모스크바 지국장을 지낸 기자 출신이어서 내용의 생생함은 더 말할 게 없다. 스노든이 정보당국의 컴퓨터에서 빼낸 내용은 엄청났다. 미국인들에게 ‘그런 기관은 없다’(No Such Agency)란 별칭으로 회자되는 NSA는 수백만 명으로부터 전화 기록, 이메일, 표제 정보와 제목 등을 무차별적으로 수집했다. 심지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애플 등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서버에 NSA가 ‘직접’ 접근한다고도 했다.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에서 빼낸 일급비밀 문서의 실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사가 보도될 낌새를 눈치챈 미국 백악관은 가디언 측을 설득하는 한편 영국 정부에는 압력을 가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그린월드의 이름으로 첫 기사를 내보냈고, 스노든은 곧바로 IT 천재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아울러 수배자 명단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스노든은 미국의 감시를 뚫고 홍콩을 탈출, 에콰도르로 가던 도중 러시아에서 발이 묶여 임시망명자로 숨어 살고 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김종면 칼럼] 다시 새 정치를 묻는다

    [김종면 칼럼] 다시 새 정치를 묻는다

    투창과 비수. 중국 작가 루쉰의 도저한 비판정신은 이 두 가지 말로 요약된다. 적을 향할 때 그것은 투창이요 자신을 향할 때 그것은 비수다. 그런데 밖을 향해서는 가차 없이 창을 날리면서 스스로에게는 칼끝을 겨누지 않는다면 그것은 독선이요 폭력이다. 투창과 비수의 조화, 그것이야말로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이요 정치가 가야 할 길이다. 우리는 이 자명한 진리를 안철수 의원이 몸으로 실천해주길 바랐다. 물론 그가 내세운 새 정치의 실현을 위해서다. 그러나 그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 이번의 ‘제3지대 창당’ 선언에 이르기까지 고빗사위마다 번번이 식언을 거듭하고도 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자신에게 관대하다고 해야 할까. 기성 정치가 썩었다고 창만 던졌지 최소한의 절차적 정의도 지키지 않는 자신의 비민주적 정치행태에 대해서는 비수를 들이대지 않는다. 그러니 새 정치를 말하기 전에 민주주의의 기본부터 익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신당 창당으로 안철수 의원의 독자적인 새 정치 실험은 끝났다. 새 정치는 알맹이가 드러나지도 않은 채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안 의원은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민주당이 변한다면 그 자체가 새 정치”라며 혁파 대상으로 삼은 민주당과 손을 잡았다. 낡은 정치세력이라고 몰아붙이던 민주당이 기초선거 공천을 포기했다고 정말 환골탈태라도 할 것으로 믿는 것인가. 정치적 이합집산이 문제가 아니다. 새 정치를 외치면서 자기가 한 말을 뒤집고 뻔한 둔사를 늘어놓는 가벼운 행태가 나쁜 것이다. 남을 속이려면 자신부터 속이라는 말이 있다. 그의 입에 발린 소리가 현실정치의 벽을 넘기 위한 ‘신념의 마술’임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국민이 안 의원에게 원하는 건 임기응변의 권도정치나 거래적 리더십이 아니다. 새 정치의 어려움을 누가 모르나. 차라리 정직한 자기고백의 정치라면 아름답겠다. 어느 시인은 “프로는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며 “홍어처럼 식당 한구석에서 구정물을 뒤집어쓰고 푹푹 썩어갈 때 사랑은 발효한다”고 썼다. 가혹한 요구인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정신적 옥쇄를 각오하고 새 정치의 순결을 지켜내기 위해 절치부심한다면 ‘화초체질’이란 비아냥도 듣지 않고 근기 있는 정치인으로 박수를 받을 텐데 아쉽다. 수틀리면 때려치우는 독선적인 중도이폐 정치에 국민의 마음은 점점 멀어져 간다. 새 정치를 염원한 이들의 절망의 깊이를 곰곰 헤아려보기 바란다. 안철수 현상의 나침반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지금의 비치적거리는 새 정치를 보면 “안철수 의원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철수 현상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세간의 지적이 꼭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이제 무슨 원칙과 명분으로 국민과 대화하고 소통할 것인가. 본래적 의미의 새 정치는 종막을 고했으니 새 정치라는 표현을 계속 쓰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바른 정치’ 정도의 표현이 어울릴 듯하다. 마치 독립운동이라도 하는 양 호랑이굴에 들어갔느니 어쩌느니 하는 것도 우스운 얘기다. 어쨌든 두 정치집단이 몸을 합하기로 작정한 마당에 그런 말을 자꾸 되뇌는 것은 정치공학에 따른 야합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치고받는 험구정치라면 이제 신물이 난다. 새 정치 상징인 안 의원의 돌연한 변신은 그러잖아도 믿음을 못 주는 우리 정치를 더욱 가파른 불신의 벼랑으로 몰아넣은 게 사실이다. 새 정치의 좌절에 실망한 국민의 마음을 돌려 놓을 정치개혁의 절박성은 그만큼 더해졌다. 기초선거 공천포기는 시작에 불과하다. 국민이 정작 피부로 느끼는 정치쇄신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같은 것이다. 작지만 큰 실천이 중요하다. 벌써부터 ‘5대5’ 합의를 둘러싼 지분 다툼이니 앞으로 바른 정치를 어떻게 견인해 나갈지 걱정이다. 기존 정치의 디자인만 바꾸는 미용성형 수준으로는 안 된다. 기득권 정치의 엔진까지 송두리째 교체하는 재건성형이 필요하다. 파천황의 통 큰 개혁을 얼마나 이뤄내느냐에 제3지대 신당의 성패가 달렸다.
  • [옴부즈맨 칼럼] 스마트폰 대란, 가격이 싸면 끝?/유채윤 고려대 미디어학부 4년

    [옴부즈맨 칼럼] 스마트폰 대란, 가격이 싸면 끝?/유채윤 고려대 미디어학부 4년

    2월은 스마트폰 보조금 불길이 치솟았던 달이었다. 일명 ‘211대란’ 으로 시작된 공짜폰 거래에서는 형식적인 절차가 돼 버린 만원대의 할부금 청구는 물론이고 ‘마이너스 보증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구매자들에게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도 모자라 현금을 얹어준다는 이야기다. 이어 온라인 공동구매 게시판과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삼성 갤럭시 S4 LTE-A와 LG전자 G2를 12만원에 판매하는 대리점의 미확인 정보가 풀리면서 ‘226대란’, ‘228대란’ 등 거품으로 밝혀진 이벤트가 이어졌다. 국경일인 삼일절에도 ‘301대란’이라는 키워드는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서울신문도 보조금 대란 관련 기사를 다루었다. 최신 스마트폰을 싼 가격에 구매하려는 네티즌들의 의견, 온라인 카페에 공개된 가격정보, 구매 후기 등 사실들을 기반으로 작성된 간략한 기사였다. 그런데 팩트 위주의 깔끔한 기술이 오히려 아쉽게 느껴졌다. 2월 보조금 대란의 본질은 통신사 간 라이벌 관계와, 제조사 측 장려금, 방송통신위원회의 음성적인 단속 등을 포함한 사회적으로도 분석할 만한 의의가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갤노트3 10만원대 글에 흔들’, ‘211대란, 아이폰5s 10만원 정보 어디서?’ 등 어느 정도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 것은 좋았으나, 통신업계의 불투명한 유통구조가 보조금 문제의 핵심인 상황에서 사건의 자세한 경위를 놓치지 않았나 싶다. 예를 들어, 디지털 전문 미디어 블로터에서는 ‘211대란의 재구성’이라는 기사에서 대리점들 앞에 장사진을 이룬 진풍경을 다뤘다. 대리점들이 온라인에 남긴 증거를 신고하는 ‘폰파라치’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접수는 새벽에 이뤄진다. 온라인 가입신청 단계에서는 정가를 준수하는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실제 가입은 ‘내방’ 혹은 ‘떴다방’ 즉, 기존 통신사 전산망이 닫히는 저녁 9시 이후에도 접수받을 용의가 있는 몇몇 대리점에서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또 다른 기사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서 제공한 통신 3사 누적 가입자 증감 추이 그래프 자료를 이용하여 2월 LGU+와 SKT 두 통신사 간 치열한 경쟁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LG와 SKT의 전쟁에 뒤늦게 뛰어들어 보조금은 쓸 대로 쓰고 가입자도 뺏긴 KT의 신세도 유머러스하게 거론한다. 또한 언제나 대치상태였던 보조금 지급보다 LGU+가 보조금 방아쇠를 당긴 원인으로 주장한 ‘SK텔레콤의 50% 점유율 유지’를 한국 통신업계의 실제 논란으로 분석하는 예리한 지적도 담겨 있다. 실제 이번 사건은 SKT가 이탈하려는 번호이동가입자를 되돌릴 만큼의 자본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았는가. 방통위의 안일한 대책에 관해 간단히 논하는 방안도 무리가 없다. 리베이트 수익 보장 등 음성적인 판매 구조와 맞물려 터지는 ‘211대란’과 같은 사건에서, (적절하게 제공될 경우 산업 육성에 도움이 되는) 판매 보조금 제도가 효율적으로 단속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예를 들어, ‘불법 보조금 단속’이라는 고정된 프레임 아래 행해지는 방통위의 정책이 정작 단말기의 출고가는 그대로 놔두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방향이 있겠다. 구매자들은 싼 가격에 로또를 맞고 싶어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 [옴부즈맨 칼럼] 스마트폰 대란, 가격이 싸면 끝?/유채윤 고려대 미디어학부 4년

    [옴부즈맨 칼럼] 스마트폰 대란, 가격이 싸면 끝?/유채윤 고려대 미디어학부 4년

    2월은 스마트폰 보조금 불길이 치솟았던 달이었다. 일명 ‘211대란’ 으로 시작된 공짜폰 거래에서는 형식적인 절차가 돼 버린 만원대의 할부금 청구는 물론이고 ‘마이너스 보증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구매자들에게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도 모자라 현금을 얹어준다는 이야기다. 이어 온라인 공동구매 게시판과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삼성 갤럭시 S4 LTE-A와 LG전자 G2를 12만원에 판매하는 대리점의 미확인 정보가 풀리면서 ‘226대란’, ‘228대란’ 등 거품으로 밝혀진 이벤트가 이어졌다. 국경일인 삼일절에도 ‘301대란’이라는 키워드는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서울신문도 보조금 대란 관련 기사를 다루었다. 최신 스마트폰을 싼 가격에 구매하려는 네티즌들의 의견, 온라인 카페에 공개된 가격정보, 구매 후기 등 사실들을 기반으로 작성된 간략한 기사였다. 그런데 팩트 위주의 깔끔한 기술이 오히려 아쉽게 느껴졌다. 2월 보조금 대란의 본질은 통신사 간 라이벌 관계와, 제조사 측 장려금, 방송통신위원회의 음성적인 단속 등을 포함한 사회적으로도 분석할 만한 의의가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갤노트3 10만원대 글에 흔들’, ‘211대란, 아이폰5s 10만원 정보 어디서?’ 등 어느 정도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 것은 좋았으나, 통신업계의 불투명한 유통구조가 보조금 문제의 핵심인 상황에서 사건의 자세한 경위를 놓치지 않았나 싶다. 예를 들어, 디지털 전문 미디어 블로터에서는 ‘211대란의 재구성’이라는 기사에서 대리점들 앞에 장사진을 이룬 진풍경을 다뤘다. 대리점들이 온라인에 남긴 증거를 신고하는 ‘폰파라치’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접수는 새벽에 이뤄진다. 온라인 가입신청 단계에서는 정가를 준수하는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실제 가입은 ‘내방’ 혹은 ‘떴다방’ 즉, 기존 통신사 전산망이 닫히는 저녁 9시 이후에도 접수받을 용의가 있는 몇몇 대리점에서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또 다른 기사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서 제공한 통신 3사 누적 가입자 증감 추이 그래프 자료를 이용하여 2월 LGU+와 SKT 두 통신사 간 치열한 경쟁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LG와 SKT의 전쟁에 뒤늦게 뛰어들어 보조금은 쓸 대로 쓰고 가입자도 뺏긴 KT의 신세도 유머러스하게 거론한다. 또한 언제나 대치상태였던 보조금 지급보다 LGU+가 보조금 방아쇠를 당긴 원인으로 주장한 ‘SK텔레콤의 50% 점유율 유지’를 한국 통신업계의 실제 논란으로 분석하는 예리한 지적도 담겨 있다. 실제 이번 사건은 SKT가 이탈하려는 번호이동가입자를 되돌릴 만큼의 자본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았는가. 방통위의 안일한 대책에 관해 간단히 논하는 방안도 무리가 없다. 리베이트 수익 보장 등 음성적인 판매 구조와 맞물려 터지는 ‘211대란’과 같은 사건에서, (적절하게 제공될 경우 산업 육성에 도움이 되는) 판매 보조금 제도가 효율적으로 단속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예를 들어, ‘불법 보조금 단속’이라는 고정된 프레임 아래 행해지는 방통위의 정책이 정작 단말기의 출고가는 그대로 놔두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방향이 있겠다. 구매자들은 싼 가격에 로또를 맞고 싶어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 英언론, 야야 투레 등 ‘EPL 최고 외국인 선수 TOP 10’ 선정

    英언론, 야야 투레 등 ‘EPL 최고 외국인 선수 TOP 10’ 선정

    “내 인생 최고의 골 중 하나였다” 위 문구는 캐피털원컵 결승전 이후 야야 투레가 본인이 터뜨린 기막힌 동점골에 대해 회고한 인터뷰 내용이다. 야야 투레의 최고 수준의 활약에 영국 언론이 연일 찬사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영국 내 유명 축구해설가인 제이미 래드냅이 영국의 대중매체 데일리메일에 기고한 칼럼에서 야야 투레를 포함한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 TOP 10’을 선정하고 나섰다. 10.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 EPL 100경기 출전 62골/경기당 0.62골) 이번 시즌 EPL 득점과 도움 모두 1위에 오르며 유럽 최고의 선수로 거듭나고 있는 루이스 수아레스가 10위에 선정됐다. 제이미 래드냅은 10위 자리를 놓고 아구에로와 수아레스 중 한 선수를 선택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전하며 ‘둘 중 누구와 함께 뛰고 싶은지’를 고려해서 수아레스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9. 디디에 드록바(첼시.EPL 226경기 출전 100골/경기당 0.44골) 국내 팬들에게 ‘드록신’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드록바가 9위에 선정됐다. 드록바는 첼시를 전성기로 끌어올리는 데 중심에 있었던 공격수이며 특히 첼시가 클럽 최초의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데 기여하는 등 첼시에서 뛰는 동안 12개의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8. 야야 투레(맨시티. EPL 124경기 출전 31골/경기당 0.25골) 중앙 MF의 새로운 정석으로 자리 잡고 있는 야야 투레가 8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중요한 순간마다 골을 터뜨리며 맨시티가 EPL의 강자로 자리잡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원래 수비형미드필더였던 야야 투레는 이번 시즌에는 특히 프리킥에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며 완벽한 미드필더의 전형이 되고 있다. 7. 로빈 반 페르시(아스널&맨유. EPL 248경기 출전 133골/경기당 0.54골) 아스널과 맨유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반 페르시가 7위에 선정됐다. 한동안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유리몸’이라는 별명을 달고 살던 반 페르시는 아스널에서 원톱 중앙공격수로 나선 이후 부상을 떨쳐내고 본격적으로 기량을 만개하며 EPL 최정상의 스트라이커로 올라섰다. 6. 데니스 베르캄프(아스널. EPL 315경기 출전 87골/경기당 0.28골) ‘섀도우 스트라이커’의 정석이자 아스널의 레전드인 데니스 베르캄프가 6위에 선정됐다. 최근 구단측에서 동상 제막식 행사를 거행하기도 했던 베르캄프에 대해 래드냅은 ‘No.10 롤의 전형적인 선수’였다고 평가했다. 5. 패트릭 비에이라(아스널. EPL 307경기 출전 32골/경기당 0.10골) 5위에도 아스널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 래드냅은 “아스널은 비에이라가 떠난 이후 한번도 그 이전의 레벨을 보여준 적이 없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실제로 비에이라 이후에 아스널은 지금까지도 터프하면서도 중원을 확실히 장악할 수 있는 미드필더의 부재로 고생하고 있다. 4. 지안프랑코 졸라(첼시. EPL 229경기 출전 59골/경기당 0.26골) 첼시 레전드 지안프랑코 졸라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졸라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인수하기 전 첼시의 레전드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로 존 테리, 프랭크 람파드 등 현재의 첼시 레전드 선수들이 모두 졸라에게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3. 에릭 칸토나(맨유. EPL 156경기 출전 70골/경기당 0.45골) 전설적인 카리스마의 소유자 에릭 칸토나가 3위에 선정됐다. 거만한 성격과 관중석의 팬에게 날라차기를 작렬한 ‘쿵푸킥’사건 등 많은 에피소드를 남긴 칸토나이지만, 팬들이 그럼에도 그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실력 때문이었다. 2.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유. EPL 196경기 출전 84골/경기당 0.43골)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이 최근 “더 비싸게 팔았어야 했다”고 발언해 화제가 된 현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맨유 입단 초기 호날두는 지나치게 개인플레이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의 기량이 세계최고의 선수로 만개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EPL 팬들의 기억에 여전히 생생한 즐거움이었다. 1. 티에리 앙리(아스널. EPL 258경기 출전 175골/경기당 0.68골) 아스널 무패우승의 주역이자 벵거 감독 최고의 ‘작품’으로 불리는 앙리가 역대 EPL 외국인 선수 중 최고의 선수에 선정됐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5년 동안 4번 득점왕을 차지했던 시절 그가 보여준 득점력과 패스 실력은 지금까지도 EPL 팬들의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다. 사진=EPL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 TOP 10에 이름을 올린 야야 투레 이성모 스포츠 통신원 London_2015@naver.com
  • [지금 유럽 클래식 무대는] 저음으로 獨 홀린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지금 유럽 클래식 무대는] 저음으로 獨 홀린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바이로이트의 히로인’으로 독일의 여러 1급 오페라 하우스에서 주역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43). 그는 이제 독일 오페라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스타급 가수의 반열에 올라서며 그 화려한 전성기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저음 가수로 자리매김한 그의 성공 비결을 살펴보면 피나는 노력과 초인적인 인내뿐 아니라 유럽 극장의 연출 스타일에 대한 철저한 이해력과 자신의 캐릭터를 작품마다 변화시킬 수 있는 동화력이 밑받침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과거의 화석화된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팔색조 같은 변화무쌍함으로 다양한 레퍼토리와 연출가, 지휘자, 작곡가에 따른 상이한 해석을 소화하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나가고 있는 사무엘 윤. 하지만 그는 정작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다”며 자신을 치켜세우는 데 대해 손사래를 친다. 그의 겸손함과 내재된 통찰력에서 우리 시대를 위한 예술적 비전과 현대적인 개성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지난달 27일 독일 베를린의 도이체오퍼에서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무대에 오른 엑토르 베를리오즈의 작품 ‘파우스트의 겁벌’에서 사무엘 윤은 메피스토펠레스 역으로 등장했다. 크리스티안 스퍼크의 새 연출은 초연부터 언론 매체와 평단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수작으로 인정받고 있어 관심을 잡아끌었다. 극은 마르게리타가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종속된 마리오네트임을 보여주는 프리퀄로 시작해 다시금 음모를 도모하려는 메피스토펠레스의 강한 의지가 돋보이는 트레일러적인 암시로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독창적인 서사 설계와 무용단의 화려하면서도 현대적인 발레와 마임, 회전 원형 무대가 만들어내는, 캐릭터마다 공간 분할 같은 스펙터클한 볼거리가 어우러지며 파우스트 원작에 대한 연출가의 참신한 해석이 탁월했다. 마르게리타의 첫 중세풍의 노래에서 조형된 동화적인 아름다움과 술집 장면의 유머러스함, 마지막 구원 장면의 신성함 등은 인상적인 대목이었다. 한편 클라우스 플로리안 포그트의 청명한 가창과 신예 클레망틴 마르겐의 심지 곧은 발성도 돋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극적 전설’이라 불리는 작품 전체를 이끌어가는 사실상의 주인공, 사무엘 윤의 활약이 가장 돋보였다. ‘파우스트의 겁벌’은 오페라가 아닌 연주회를 위한 작품이라 두 시간 30분 동안 쉬지 않고 연주가 이뤄진다. 때문에 박수도 칠 수 없었던 상황이었지만 강도 높게 자신의 개성을 담아낸 ‘벼룩의 노래’가 끝나자 그 격한 감동에 여기저기서 박수가 새어나오기도 했다. 극을 지배하지만 군림하지는 않고 전체 앙상블을 배려하며 연출가와 작곡가의 의도에 부합하는 댄디한 메피스토펠레스는 사무엘 윤의 페르소나와 다름없었다. 미래 지향적인 방향 제시는 고사하고 근본적인 경쟁력조차 갖춰지지 않은 채 파벌 싸움으로 얼룩지고 있는 한국의 성악계에 함몰되지 않고 유럽에서 마음껏 날개를 펼치고 있는 그가 고마울 지경이었다. 한국 오페라계의 미래는 사무엘 윤의 성공과 그를 가능케 한 독일 오페라 하우스의 시스템을 얼마나 이해하고 현실을 반성하느냐에 달렸다. 박제성 음악 칼럼니스트
  • ‘EPL 역대최고 외국인 선수 TOP 10’은?

    ‘EPL 역대최고 외국인 선수 TOP 10’은?

    “내 인생 최고의 골 중 하나였다” 위 문구는 캐피털원컵 결승전 이후 야야 투레가 본인이 터뜨린 기막힌 동점골에 대해 회고한 인터뷰 내용이다. 야야 투레의 최고 수준의 활약에 영국 언론이 연일 찬사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영국 내 유명 축구해설가인 제이미 래드냅이 영국의 대중매체 데일리메일에 기고한 칼럼에서 야야 투레를 포함한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 TOP 10’을 선정하고 나섰다. 10.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 EPL 100경기 출전 62골/경기당 0.62골) 이번 시즌 EPL 득점과 도움 모두 1위에 오르며 유럽 최고의 선수로 거듭나고 있는 루이스 수아레스가 10위에 선정됐다. 제이미 래드냅은 10위 자리를 놓고 아구에로와 수아레스 중 한 선수를 선택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전하며 ‘둘 중 누구와 함께 뛰고 싶은지’를 고려해서 수아레스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9. 디디에 드록바(첼시.EPL 226경기 출전 100골/경기당 0.44골) 국내 팬들에게 ‘드록신’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드록바가 9위에 선정됐다. 드록바는 첼시를 전성기로 끌어올리는 데 중심에 있었던 공격수이며 특히 첼시가 클럽 최초의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데 기여하는 등 첼시에서 뛰는 동안 12개의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8. 야야 투레(맨시티. EPL 124경기 출전 31골/경기당 0.25골) 중앙 MF의 새로운 정석으로 자리 잡고 있는 야야 투레가 8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중요한 순간마다 골을 터뜨리며 맨시티가 EPL의 강자로 자리잡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원래 수비형미드필더였던 야야 투레는 이번 시즌에는 특히 프리킥에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며 완벽한 미드필더의 전형이 되고 있다. 7. 로빈 반 페르시(아스널&맨유. EPL 248경기 출전 133골/경기당 0.54골) 아스널과 맨유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반 페르시가 7위에 선정됐다. 한동안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유리몸’이라는 별명을 달고 살던 반 페르시는 아스널에서 원톱 중앙공격수로 나선 이후 부상을 떨쳐내고 본격적으로 기량을 만개하며 EPL 최정상의 스트라이커로 올라섰다. 6. 데니스 베르캄프(아스널. EPL 315경기 출전 87골/경기당 0.28골) ‘섀도우 스트라이커’의 정석이자 아스널의 레전드인 데니스 베르캄프가 6위에 선정됐다. 최근 구단측에서 동상 제막식 행사를 거행하기도 했던 베르캄프에 대해 래드냅은 ‘No.10 롤의 전형적인 선수’였다고 평가했다. 5. 패트릭 비에이라(아스널. EPL 307경기 출전 32골/경기당 0.10골) 5위에도 아스널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 래드냅은 “아스널은 비에이라가 떠난 이후 한번도 그 이전의 레벨을 보여준 적이 없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실제로 비에이라 이후에 아스널은 지금까지도 터프하면서도 중원을 확실히 장악할 수 있는 미드필더의 부재로 고생하고 있다. 4. 지안프랑코 졸라(첼시. EPL 229경기 출전 59골/경기당 0.26골) 첼시 레전드 지안프랑코 졸라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졸라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인수하기 전 첼시의 레전드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로 존 테리, 프랭크 람파드 등 현재의 첼시 레전드 선수들이 모두 졸라에게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3. 에릭 칸토나(맨유. EPL 156경기 출전 70골/경기당 0.45골) 전설적인 카리스마의 소유자 에릭 칸토나가 3위에 선정됐다. 거만한 성격과 관중석의 팬에게 날라차기를 작렬한 ‘쿵푸킥’사건 등 많은 에피소드를 남긴 칸토나이지만, 팬들이 그럼에도 그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실력 때문이었다. 2.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유. EPL 196경기 출전 84골/경기당 0.43골)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이 최근 “더 비싸게 팔았어야 했다”고 발언해 화제가 된 현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맨유 입단 초기 호날두는 지나치게 개인플레이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의 기량이 세계최고의 선수로 만개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EPL 팬들의 기억에 여전히 생생한 즐거움이었다. 1. 티에리 앙리(아스널. EPL 258경기 출전 175골/경기당 0.68골) 아스널 무패우승의 주역이자 벵거 감독 최고의 ‘작품’으로 불리는 앙리가 역대 EPL 외국인 선수 중 최고의 선수에 선정됐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5년 동안 4번 득점왕을 차지했던 시절 그가 보여준 득점력과 패스 실력은 지금까지도 EPL 팬들의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다. 사진=EPL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 TOP 10에 이름을 올린 야야 투레 이성모 스포츠 통신원 London_20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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