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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균미 칼럼] 속도에 떠밀린 남북 교류 우려한다

    [김균미 칼럼] 속도에 떠밀린 남북 교류 우려한다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 이후 남북교류협력 사업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남북 교류 사업계획 러시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방자치단체들을 필두로 지역 교육청, 대학, 민간단체들은 물론 6월 지방선거에 나서는 예비후보들까지 여야 가릴 것 없이 경쟁적으로 남북 교류협력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고 있다. ‘4·27 판문점 선언’이 발표된 지 열흘 조금 지났는데, 남북 교류협력 사업 하나쯤 발표하지 않은 지자체는 주위에서 ‘뭐하는 거냐’는 힐난을 받을 정도다. 이 많은 남북 교류협력 사업들의 기대 효과는 차치하고 과연 얼마나 실현 가능한지 걱정이 앞선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 서명한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가기 위해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6·15를 민족 공동행사’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 등 국제경기들에 공동 진출한다는 내용과 8·15 이산가족상봉 추진이 들어 있다. 청와대는 회담 직후 “기존 사업 중에 민족 동질성 회복 차원에서 중요한 겨레말큰사건 편찬 사업과 개성 만월대 발굴조사 사업 재개부터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일자로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신임 이사장에 염무웅 문학평론가를 임명했다. 이어 3일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남북한 간 첫 교류 사업으로 산림협력을 선정하는 등 후속 조치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국제 제재가 완화될 때까지 경제협력은 어렵다고 보고 문화·스포츠·학술 분야 교류를 우선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지자체들도 대체로 문화·체육·농업 교류와 쌓아 놓은 남북교류협력기금을 활용한 계획들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 제100회 전국체전의 서울·평양 공동 개최와 경평축구 부활, 중장기 과제로 서울·부산·평양·원산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 개최, 서울~평양 KTX 구축을 위한 투자 방안 등을 발표했다. 경기도는 55억원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사용해 결핵 치료제 지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지원 사업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은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 국제 제재 해제 없이는 추진이 어려운 경제협력 방안들을 내놓으며 대책도 없이 기대치만 높여 가고 있다. 지역 현안 대신 그럴듯해 보이는 남북 교류협력 공약으로 유권자 관심을 분산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철도와 도로 연결, 철원지대 평화산업단지 조성, ‘환황해권 경제’ ‘환동해경제권’ 등 명칭도 다양하다. 교육청들은 앞다퉈 금강산 등 북한 수학여행 재개부터 학생·교원 교류, 학술 행사 등을 발표하고 있다. 안전 보장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강산 수학여행 등은 서두를 일이 아니라고 본다. 그런가 하면 교육부는 이달 초 대학들에 남북 교류사업 계획들을 검토해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미리부터 검토해 온 대학들도 있겠지만, 부랴부랴 마련하는 대학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래서야 제대로 된 학술 교류 방안이 나올까. 남북 교류는 다방면에서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현재의 한반도 상황을 감안할 때 우선순위를 정해 속도 못지않게 내실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준은 이미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은 빠르게 추진하고 여건이 갖춰져야 하는 것은 사전 조사연구부터 시작하기 바란다”고 했다. 국제 제재와 직결된 경협은 미루되 개시에 대비하라는 것. 이행추진위는 산림을 첫 교류사업으로 발표하면서 선정 이유로 북한이 가장 필요로 하고,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쉽고 신속하게 일할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선언에 명시된 사업들, 시급성과 지속 가능성, 지원 효과 등 기준부터 정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석논설위원 kmkim@seoul.co.kr
  • “아웃링크 선택적 도입은 꼼수… 여론조작 막기 어려워”

    “아웃링크 선택적 도입은 꼼수… 여론조작 막기 어려워”

    서비스 이용자·미디어 더 타격 ‘뉴스캐스트’ 실패 반복할 수도 네이버가 9일 발표한 새 뉴스·댓글 정책을 들여다 본 전문가들은 대체로 여론조작 세력보다는 이용자와 언론사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언론사에 뉴스 선택·편집권을 넘긴 것은 전향적이지만 서비스 자체를 포기한 게 아니어서 네이버를 통한 여론 집중과 조작을 막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뉴스 관련 기능은 덧붙여질수록 새로운 문제가 생겨날 뿐”이라면서 “네이버는 스스로 언론이 아니라고 규정하지만 어떤 기능이 됐든 다는 순간 어쩔 수 없이 언론이 된다”고 지적했다. 포털에서 뉴스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되는 ‘아웃링크’ 방식을 희망 언론사에 한해 개별 추진하겠다는 대목도 우려를 낳았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입법화를 통해 일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선택 도입은 네이버의 꼼수”라고 말했다. 결국 포털에 이용자를 가둬 두는 기존 ‘가두리 방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김인성 정보기술(IT) 칼럼니스트는 “개별적으로 선택하게 하면 중소 규모 언론사들은 결국 네이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면서 “일괄 적용한 뒤 포털과 각 언론사가 철저히 각자의 뉴스 서비스 역량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봉석 네이버 전무는 최근 각 언론사에 아웃링크 전환 관련 의견을 수렴한 결과, 70개 매체 중 약 70%가 회신했으며 이 중 절반이 유보적 입장이고 1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지금처럼 인링크(네이버에서 뉴스 표출) 방식을 희망했다고 밝혔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뉴스를 보는 게 전보다 불편해지기 때문에 전체 이용자가 감소할 것”이라면서 “여론조작 세력보다는 이용자와 미디어가 타격을 입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도 “앱을 열었을 때 배열된 뉴스를 클릭하거나 실시간 검색어를 타고 유입되는 경로가 주된 트래픽 요인인데 이걸 없애게 되면 한국인 모두가 뉴스를 보는 채널 플랫폼이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과거 ‘뉴스캐스트’나 ‘뉴스스탠드’ 실패 사례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네이버는 2009년 첫 화면의 뉴스 섹션을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아웃링크 방식의 뉴스캐스트를 도입한 데 이어 2013년에는 아예 신문 가판대 같은 뉴스스탠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오히려 언론사 홈페이지 유입이 줄고 네이버의 자체 편집 뉴스가 더 많이 읽히는 등 부작용이 더 컸다. 한성숙 대표는 “뉴스캐스트 실험이 성공하지 못하고 끝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아웃링크 전환 시 음란·도박성 광고물, 악성코드 감염, 낚시성 광고 등 과거의 부작용이 재연될 소지도 있다. 네이버는 이를 막을 수 있는 ‘글로벌 수준의 아웃링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전보다 영향력이 더 커진 네이버에 편집권이 다시 돌아가는 ‘도돌이표’ 현상도 배제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아하! 우주] 스스로 우주에서 조립하는 ‘차세대 망원경’ 개발한다

    [아하! 우주] 스스로 우주에서 조립하는 ‘차세대 망원경’ 개발한다

    허블 우주 망원경은 천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린 획기적인 망원경이었다. 1990년대부터 맹활약을 펼친 허블우주망원경 덕분에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놀라운 비밀들을 파헤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이제 허블우주망원경보다 더 강력한 망원경이 필요해졌다. 이제 발사를 앞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2.4m 구경의 허블우주망원경보다 훨씬 큰 6.5m 지름의 반사경을 지녀 천문학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10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비용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앞으로 천문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더 강력한 우주 망원경이 필요한데,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보다 더 큰 망원경의 발사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고민인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후속으로 12m 지름의 반사경을 지닌 고해상도 우주 망원경 HDST(High-Definition Space Telescope)를 검토 중이지만, 비용 문제가 큰 걸림돌이다. 따라서 NASA는 대안적인 우주 망원경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코넬 대학의 드미트리 사브란스키와 그 동료들은 우주에서 스스로 조립되는 모듈식 우주 망원경을 제안했는데, NASA는 NIAC(NASA Innovative Advanced Concept) 1단계 사업으로 이 연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개념은 매우 간단해서 30m 크기의 반사경을 한 번에 발사하는 것이 아니라 1,000개로 쪼갠 후 우주에서 조립하는 것이다. 이미 지상에 건설되는 10m 이상 대형 망원경은 한 번에 반사경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개의 육각형 거울을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역시 작은 육각형 거울을 접어서 발사했다가 우주에서 펼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작은 조각을 나눠서 발사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작은 조각들이 서로 결합하는 방식을 사용할 경우 망원경의 크기를 이론적으로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리가 편리해지고 무엇보다 한 번에 모든 것을 걸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만약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발사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발한 망원경을 사용 못 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듈 구조는 여러 번 나눠서 발사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으며 한 번 발사에 실패해도 프로젝트 전체가 실패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의 도움 없이 작은 반사경 조각들이 우주에서 결합해서 하나의 큰 반사경으로 작동하는 기술은 아무도 성공한 적이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NASA는 1단계에서 13.5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해 개념을 검증하고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실제 프로토타입까지 개발하는 2단계 프로젝트로 진행할 계획이다. 여기서 기술적 가능성이 검증되면 실제 모듈 몇 개를 우주에 발사해 실현 가능성을 최종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다. 이 단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28년이나 현역으로 활동하는 허블우주 망원경처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도 바로 교체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할 것이다. 천문학의 발전은 망원경의 발전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태초 우주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명체는 지구에만 존재하는지 같은 근원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크고 강력한 차세대 망원경이 필요하다. 물론 쉽지 과제지만, 인류는 언젠가 해답을 찾아낼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늘 선택하며 사는 사람들… ‘리셋’하고 싶을 때 있죠”

    “늘 선택하며 사는 사람들… ‘리셋’하고 싶을 때 있죠”

    정치권·영화제작자 경험 녹여 기업·정치·사법부 얽힌 비리 속 정의·상식 편에 선 변호사 그려 “윤리적 가치, 개인 선택과 책임”“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고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젠 관심사를 더 펼칠 수 있는 여력은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주목하는 일은 제 생업인 변호사 일과 소설 딱 두 가지입니다.”조광희(52) 변호사는 다채로운 이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법률가이자 칼럼니스트로서 활동하는 그는 2007~2012년 영화사 ‘봄’ 대표로 일하면서 다수의 영화 제작에도 참여했다. 영화계 법률 자문일을 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도 지냈으며 현재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2006년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 대변인과 2012년 안철수 대통령 선거 후보 비서실장 등을 지내며 정치와도 인연을 맺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 새로운 직함을 하나 더 얻었다. 바로 소설가다. 최근 만난 조 변호사는 “개인적으로는 첫 소설에 만족하는 편이지만 소설가라는 명칭은 여전히 버겁고 민망하다”며 웃어 보였다. 최근 조 변호사가 펴낸 첫 장편소설 ‘리셋’(솔)은 주인공인 변호사 강동호가 기업 총수와 정치권, 사법부가 얽힌 비리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사회적 압박과 그로 인한 개인적인 고뇌와 갈등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 조 변호사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현실이 절묘하게 녹아든 작품이다. 조 변호사는 “윤리적 가치가 정해져 있다기보다 개인이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자신이 선택한 윤리에 책임을 지면서도 한 개인이 위험한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불법이 횡행하고 권력에 휘둘리는 현실 속에서도 정의와 상식의 편에 서고자 애쓰는 주인공 강동호라는 인물은 조 변호사의 분신과도 같다. “소설을 쓰는 게 처음이라 아무래도 제가 잘 아는 사람을 묘사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저의 나쁜 점은 줄이고 좋은 점을 최대한 부각해서 창조한 인물이 강동호죠(웃음). 특히 혼합적인 인물을 만들려고 애썼어요. 현실에 너무 잘 적응하거나 혹은 자신의 신념대로만 사는 건 오히려 비현실적이고 어색하죠. 그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듯이 고민하며 헤쳐 나가는 것이 더 자연스럽죠. 강동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갈등 구조 속에서 늘 선택하며 살잖아요. 그런 과정에서 자기 자신이나 이 사회의 시스템을 ‘리셋’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요.” 앞으로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등장하는 SF 법정 드라마를 쓰고 싶다는 조 변호사는 소설의 주제를 법에만 가둬 두지는 않을 생각이다. “동물 해방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이 닭, 개 등 동물을 죄의식 없이 잡는 게 충격이었어요. 동물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개선할 능력이 있다면 아마도 상황은 바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떠올린 것이 동물들이 부당한 상황에 맞서 인간과 싸우는 이야기죠. 마르크스적 사고에 기반한 한 젊은이 그룹이 동물 해방을 위한 정치적 노선을 걷는 이야기를 써 보고 싶어요. 인간과 동물 문제를 공상이 아니라 사상적으로 접근하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탄생하지 않을까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2000년간 아무도 못 본 ‘평양 신사비’…하루 만에 찾은 조선총독부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2000년간 아무도 못 본 ‘평양 신사비’…하루 만에 찾은 조선총독부

    위당 정인보는 일제강점기인 1935년 1월부터 동아일보에 ‘오천년간 조선의 얼’을 연재했다. 광복 직후인 1946년 서울신문사에서 이를 ‘조선사연구’라는 단행본으로 묶어 출간했는데, 그 서문 격인 ‘부언’(附言)에서 위당은 조선총독부에서 간행한 ‘조선고적도보’와 ‘점제현 신사비’를 보고 “일본학자들의 조선사에 대한 고증이라는 것이 저들의 총독 정책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고 비판했다.●조선총독부의 낙랑군 유적·유물 조작 정인보가 말한 ‘점제현 신사비’는 1914년 조선총독부의 이마니시 류(今西龍)가 평남 용강군 해운면 운평동 평야지대에서 발견했다는 비석이다. 낙랑군 산하 점제현의 현령이 만든 비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산속도 아닌 평야지대에 2000년 동안 서 있던 신사비를 아무도 못 보았는데 이마니시가 하루 만에 발견했다는 것이다. 후지타 료사쿠(藤田亮策·1892~1960)는 ‘조선고고학연구’(1948년)에서 이마니시는 면장으로부터 ‘고비(古碑)가 하나 있는데 이를 해독(解讀)할 수 있으면 비 아래에 있는 황금을 얻을 수 있다는 설이 내려오고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았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증언을 해 준 면장의 이름도 못 대고 사진도 10살 전후의 동네 아이와 찍었다. 북한은 해방 후 이 화강암의 재질과 조성 연대를 분석한 결과 평안도가 아니라, ‘요하지방의 화강석’과 비슷하다고 발표했다. 또한 “발굴 과정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기초에는 시멘트를 썼다”(‘물성 분석을 통하여 본 점제비와 봉니의 진면모’·1995)고 발표했다. 2000년 전에 시멘트를 사용해 세운 희한한 비석이다. 그러나 남한 학계는 이런 숱한 의문은 모른 체하고 무조건 진품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한사군 유적, 유물을 발견했던 ‘신의 손’ 세키노 다다시는 1911년에 황해도 봉산군에서 대방태수 장무이의 묘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세키노는 이왕가(李王家)박물관 소장품 중 봉산군에서 채집됐다는 문자가 새겨진 벽돌 ‘전’(塼)을 ‘우연히’ 발견하고 달려갔다가 기차 안에서 또 ‘우연히’ 철로 연변의 큰 고분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①‘태세무 어양 장무이전’(太歲戊 漁陽 張撫夷塼), ②‘대세신(大歲申) 어양 장무이전’ 등의 전돌들을 발견했는데, ①전돌의 무(戊)자는 60갑자에서 무(戊)년을 뜻하고, ②전돌의 신(申)자는 신(申)년을 뜻한다면서 무신년에 만든 무덤이라고 주장했다. 서진(西晉) 무제(武帝)의 연호인 태강(太康) 9년 무신년(288년)에 만든 대방태수 장무이의 무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문성재 박사가 ‘한국고대사와 한·중·일의 역사왜곡’(2018)에서 중국의 황제나 태수는 대부분 외자 이름을 썼고, 특히 ‘오랑캐를 달랜다’는 뜻의 무이(撫夷)라는 두 글자 이름을 쓴 경우는 전무후무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60갑자 중 ‘갑·을·병·정…‘(甲乙丙丁…) 순서인 천간(天干) 10자 중에서 무(戊)자를 취하고, ‘자·축·인·묘…’(子丑寅卯…) 하는 지지(地支) 12자 중 신(申)자를 조합하는 경우도 전무하다는 것이다. 한 문서에 1자가 있고, 다른 문서에 8자가 있는데 이를 조합하니 18이라면서 2018년에 만든 것이라고 해석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일본학계에서도 이 무덤을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벌어졌지만 정작 남한 학계는 일체의 논쟁 없이 ‘대방군=황해도설’이 ‘정설’이다. 그런데 중국의 ‘후한서’(後漢書)는 주석에 “군국지(郡國志)에는 서안평현과 대방현은 모두 요동군에 속한다”(西安平, 帶方縣, 屬遼東郡)라고 써서 대방군도 고대 요동에 있었다고 말했지 황해도에 있었다고 말하지 않았다.●답사 전에 낙랑군으로 결정된 토성 1913년 세키노 다다시 등은 평남 대동군 대동면 토성리가 낙랑군을 다스리던 낙랑군 치지(治址)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1913년 9월 이마니시 류 등은 대동강을 건너는 배 위에서 마을 사람으로부터 토성이 있다는 말을 듣고는 낙랑군 유적임을 직감하고 성공을 예감했다고 말하고 있다. 가 보기도 전에 ‘낙랑군 유적’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니 가는 곳마다 우연히 낙랑군 유적·유물을 발견한 ‘신의 손’을 넘어서는 ‘신통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서 ‘낙랑태수장’(樂浪太守長)이 새겨진 봉니 등을 발견했다면서 낙랑군 치지라고 우겼지만 후지타 료사쿠가 ‘조선고고학연구’에서 “이 땅을 낙랑군 치지라고 보는 데는 많은 역사학자가 의문을 가졌다”고 말한 것처럼 일본인 학자들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곳은 도시락 싸 들고 놀러 갈 장소지 도저히 한나라 5만 7000 대군과 1년 이상 맞서 싸운 자리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키노 다다시도 ‘조선고적도보’의 ‘낙랑군 치지(治址)’에 물음표(?)를 달아 놓았는지도 모른다.●中 요령성서 ‘임둔태수장 봉니’ 발견 일제가 ‘낙랑군=평양설’의 근거로 주장한 것 중에 봉니(封泥)도 있다. 봉니란 공문을 쓴 죽간·목간 등을 끈으로 묶은 후 점토로 봉하고 인장을 찍은 것이다. 일제강점기 갑자기 봉니가 쏟아져 위조설이 팽배했지만 조선총독부 박물관은 150원 등의 거금으로 구입했다. 그런데 북한학자 박진욱은 “해방 전에 봉니가 가장 많이 나왔다는 곳을 300㎡나 발굴하여 보았는데 단 1개의 봉니도 발견되지 않았다”(‘낙랑유적에서 드러난 글자 있는 유물에 대하여’·1995)고 말한 것을 비롯해여러 토성을 다 발굴했지만 단 한 개의 봉니도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1997년 중국 요령성(遼寧省) 금서시(錦西市) 연산구(連山區) 여아가(女兒街) 옛 성터에서 ‘임둔태수장’(臨屯太守章) 봉니가 수습되었다. 조작설이 일지 않은 유일한 봉니다. 그간 남한 학계는 임둔군을 함남·강원도 등지라고 주장했는데, 요령성 서쪽에서 임둔태수장 봉니가 발견되자 일제히 침묵으로 외면하고 있다. ●남한 사학계, 北 연구결과 거꾸로 전달 조선총독부의 고고학이라는 것이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그런데 그간 북한과 관계가 단절된 것을 이용해 남한 사학계와 일부 언론이 북한의 연구결과를 180도 거꾸로 뒤집어 발표한 사례가 적지 않다. 조선일보로부터 ‘무서운 아이들’이란 칭찬을 받은 소장 사학자 중 한 명인 안정준은 “일제 시기에 발굴한 낙랑 지역 고분의 수는 70여기에 불과한 반면, 해방 이후 북한에서 발굴한 낙랑 고분의 수는 1900년대 중반까지 무려 3000기에 달한다. 현재 우리가 아는 낙랑군 관련 유적의 대다수는 일제 시기가 아닌 해방 이후에 발굴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한국고대사와 사이비역사학’·역사비평사·2017)라고 말했다. 북한도 마치 ‘낙랑군=평양설’을 주장한다는 식이었다. ‘한겨레 21’의 전 편집장 길윤형은 ‘국뽕 3각연대’라는 칼럼에서 “지금까지 북한 지역에서 진행된 고고학 발굴 결과 평안도와 황해도 일대에 2600여기의 낙랑고분이 확인됩니다. 옛 사서의 기록과 이 성과를 근거로 한국의 고대 사학자들은 대부분 낙랑군의 위치를 평양 인근으로 비정합니다”라면서 북한에서 2600여기의 낙랑군 고분을 발굴한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북한 학자 리순진은 ‘지난 시기 일제 어용사가들과 봉건 사대주의 사가들의 역사 위조 행위로 만들어진 것이 ‘한나라 낙랑군 재평양설’이라면서 “해방 후 우리 고고학자들은 평양 일대에서 일제가 파본 것의 30배인 근 3000기에 달하는 낙랑 무덤을 발굴 정리했다”고 말했다. 리진순은 “이것들은 한식(漢式) 유적 유물이 아니라 고조선 문화의 전통을 계승한 낙랑국의 유적 유물임을 실증해 준다”(‘평양 일대 낙랑무덤에 대한 연구’)는 것이다. 북한은 한나라 행정관청인 낙랑‘군’(郡)이 아니라 ‘삼국사기’ 고구려 대무신왕 조에 나오는 낙랑‘국’(國)의 유적·유물이라고 발표했는데, ‘나라 국(國)’ 자를 ‘고을 군(郡)’ 자로 바꿔 속인 것이다. 지난 정권 시절 간첩 조작 사건이 연상되는 역사조작 사례들인데, 왜 사료 조작까지 해 가면서 조선총독부가 날조한 ‘낙랑군=평양설’에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평양서 발견된 ‘中낙랑목간’…메이지 일본식 한자로 기록? 1993년 평양시 정백동에서 이른바 ‘낙랑목간’을 발견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남한 학계는 ‘낙랑=평양설’는 증거라고 환호했다. 그러나 정작 북한 학자들은 이를 낙랑군이 요동에 있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는데, 목간을 구경도 못한 남한 학자들은 평양에서 나왔다는 사실에만 주목해서 ‘낙랑=평양설’의 물증이라고 거꾸로 해석했다. 낙랑목간의 이름은 ‘낙랑군 초원(初元) 4년 현별(縣別) 호구부’로서 낙랑군 산하 각 현의 인구를 적은 것이다. 문성재 박사는 ‘한사군은 중국에 있었다’에서 중국은 산하 현을 표시할 때 속현(屬縣) 등의 용어를 쓰지 ‘현별’(縣別)이라고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별(別)자’는 메이지 시대 일본인들이 쓰던 일본식 한자라는 것이다. 일제가 파묻어 놓고 언젠가 써먹으려고 하다가 그전에 쫓겨 간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 이란 핵합의 ‘운명의 날’ 닷새 앞으로…佛·英, 트럼프 파기 저지에 막판 총력

    마크롱 “전쟁 일어날 수도 있다” 英외무 “중동 핵군비 경쟁 촉발” 항공기 등 무역 이익 지키기 나서 로하니 “탈퇴 즉시 후회” 전쟁 시사 미국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파기 여부를 결정할 시한이 임박한 프랑스와 영국이 파기를 막기 위한 마지막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합의를 파기하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라면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핵합의를 갱신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갱신일인 오는 12일까지 미국이 요구하는 핵심 사항을 반영한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를 파기하고 대(對)이란 제재를 부활하겠다고 경고해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 수호를 요구하는 칼럼을 썼다. 그는 “핵합의를 파기하면 중동에서 핵 군비 경쟁을 촉발하게 될 것”이라면서 “핵합의 약점이 있지만,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제약을 없애버려 이득을 보는 것은 오직 이란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 프랑스, 독일이 핵합의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이 합의를 유지하는 것이 테헤란(이란 정부)의 지역 내 공격적인 행동에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존슨 장관은 미국 정부에 합의 갱신을 요구하려고 이날 방미했다. 그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회동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접견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유럽이 미국과 이란의 중재에 발 벗고 나선 것은 중동 정세 안정뿐만 아니라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고려해서다. 유럽 기업들은 핵합의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해제된 2016년 이후 이란에 진출했다. 프랑스 에어버스는 이란에 190억 달러(약 20조 4630억원)에 항공기 100대를 판매하기로 계약했고, 프랑스 석유기업 토탈은 2억 달러 규모의 이란 사우스파스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또 독일 폭스바겐은 지난해 17년 만에 이란 시장에 들어갔다. 유럽연합(EU)과 이란의 무역은 2013년 62억 유로(약 8조원)에서 지난해 210억 유로 규모로 늘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호라산주 사브제바르시에서 한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하는 즉시 지금까지 보지도 듣지도 못한 후회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란은 트럼프가 어떤 결정을 하든 이에 대비한 계획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몇 달 전부터 이란 원자력청과 경제 부처에 핵합의 탈퇴 시 필요한 지시를 내렸다”면서 “우리는 전쟁이나 긴장을 원하지 않지만, 우리의 권리를 강력하게 방어할 것이다. 미국은 우리 조국 이란에 어떤 짓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로하니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국영방송으로 이란 전역에 생중계됐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죽기에 완벽하고 절박하게 살고 싶은 곳

    일본 후지산 근처에는 약 900만평에 달하는 울창한 숲이 있다. “나무의 바다”로도 불리는 ‘아오키가하라’다. 이곳은 경관이 아름다운 관광지로 알려져 있는데, 다른 이유로도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이 유독 많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경찰 기록에 따르면, 2010년에는 무려 247명이 아오키가하라에서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한다. 아서(매슈 매코너헤이)도 그런 이들 중 한 명이다. 그에 대해서는 두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하나는 ‘왜 죽음을 택하려는 것인가?’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왜 미국에서 멀리 떨어진 일본의 숲을 생의 마지막 행선지로 골랐느냐?’ 하는 점이다. 그 답은 조안(나오미 와츠)과 관련이 있다.아서와 조안은 부부다. 한데 그들의 관계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 아서와 조안은 늘 다툰다. 그는 그녀가 자기를 못마땅하게만 여긴다고 화를 내고, 그녀는 그가 계속 자기 등골만 빼먹는다고 소리친다. 그렇게 몇 년 동안 두 사람은 소원하게 지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갈등의 원인은 아서에게 있었다. 그의 외도가 들통나면서 조안의 믿음에 금이 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그와 헤어지지 않았고, 부동산 중개업자로 일하며 생계까지 책임졌다. 반면 아서는 어땠나. 이후 그도 나름대로 남편 역할을 한다고 했지만, 아내에게 진정 관심을 기울인 적은 많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후회할 말과 행동을 아서 스스로가 줄곧 한 셈이다.이제 조안은 세상에 없다. 비로소 아서도 자신을 되돌아본다. 남아 있는 것은 그녀에 대한 죄책감, 자신에 대한 자책감뿐이다. 그래서 그는 아오키가하라에 왔다. (또한 이것은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당신 최후의 날은 차갑고 휑한 병원이 아닌 ‘죽기에 완벽한 장소’에서 맞으라는 조안의 부탁을 아서가 들어준 것이기도 하다.) 아서는 회한에 잠긴다. “꼭 그런 순간이 와야 알 수 있나 봐요. 삶이 흔들리는 순간이 와야만, 그제야 정말 소중한 걸 깨닫게 되잖아요. 문제는 그런 순간은 금세 사라지거나 너무 늦게 찾아온다는 거죠.” 그런데 그는 누구에게 이 같은 고백을 하고 있는 걸까. 아서의 말을 듣고 있는 사람은 아오키가하라에서 만난 일본인 다쿠미(와타나베 켄)다. 두 사람은 죽고자 여기에 왔으나, 어느 순간부터 동행하면서 미로 같은 숲을 빠져나가기 위해 애쓴다. ‘죽기에 완벽한 장소’에서 ‘살 기회’를 다시 한번 얻으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이다. 이때는 역설적으로 죽음이 삶을 돕는다. 예컨대 추위에 떨던 그들이 죽은 이의 외투를 입고, 시체가 있던 텐트에서 몸을 녹이는 장면이 그렇다. 앞서 2010년 아오키가하라에서 247명이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썼다. 그중 실제 자살한 사람은 몇 명일까? 54명이다. 다시 말해, 살아 돌아온 사람이 193명이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보면 아오키가하라의 별칭은 생동하는 “나무의 바다”가 맞는 것 같다.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지금, 이 영화] ‘씨 오브 트리스’

    [지금, 이 영화] ‘씨 오브 트리스’

    일본 후지산 근처에는 약 900만평에 달하는 울창한 숲이 있다. “나무의 바다”로도 불리는 ‘아오키가하라’다. 이곳은 경관이 아름다운 관광지로 알려져 있는데, 다른 이유로도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이 유독 많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경찰 기록에 따르면, 2010년에는 무려 247명이 아오키가하라에서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한다. 아서(매슈 매코너헤이)도 그런 이들 중 한 명이다. 그에 대해서는 두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하나는 ‘왜 죽음을 택하려는 것인가?’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왜 미국에서 멀리 떨어진 일본의 숲을 생의 마지막 행선지로 골랐느냐?’ 하는 점이다. 그 답은 조안(나오미 와츠)과 관련이 있다.아서와 조안은 부부다. 한데 그들의 관계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 아서와 조안은 늘 다툰다. 그는 그녀가 자기를 못마땅하게만 여긴다고 화를 내고, 그녀는 그가 계속 자기 등골만 빼먹는다고 소리친다. 그렇게 몇 년 동안 두 사람은 소원하게 지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갈등의 원인은 아서에게 있었다. 그의 외도가 들통나면서 조안의 믿음에 금이 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그와 헤어지지 않았고, 부동산 중개업자로 일하며 생계까지 책임졌다. 반면 아서는 어땠나. 이후 그도 나름대로 남편 역할을 한다고 했지만, 아내에게 진정 관심을 기울인 적은 많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후회할 말과 행동을 아서 스스로가 줄곧 한 셈이다. 이제 조안은 세상에 없다. 비로소 아서도 자신을 되돌아본다. 남아 있는 것은 그녀에 대한 죄책감, 자신에 대한 자책감뿐이다. 그래서 그는 아오키가하라에 왔다. (또한 이것은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당신 최후의 날은 차갑고 휑한 병원이 아닌 ‘죽기에 완벽한 장소’에서 맞으라는 조안의 부탁을 아서가 들어준 것이기도 하다.) 아서는 회한에 잠긴다. “꼭 그런 순간이 와야 알 수 있나 봐요. 삶이 흔들리는 순간이 와야만, 그제야 정말 소중한 걸 깨닫게 되잖아요. 문제는 그런 순간은 금세 사라지거나 너무 늦게 찾아온다는 거죠.” 그런데 그는 누구에게 이 같은 고백을 하고 있는 걸까.아서의 말을 듣고 있는 사람은 아오키가하라에서 만난 일본인 다쿠미(와타나베 켄)다. 두 사람은 죽고자 여기에 왔으나, 어느 순간부터 동행하면서 미로 같은 숲을 빠져나가기 위해 애쓴다. ‘죽기에 완벽한 장소’에서 ‘살 기회’를 다시 한번 얻으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이다. 이때는 역설적으로 죽음이 삶을 돕는다. 예컨대 추위에 떨던 그들이 죽은 이의 외투를 입고, 시체가 있던 텐트에서 몸을 녹이는 장면이 그렇다. 앞서 2010년 아오키가하라에서 247명이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썼다. 그중 실제 자살한 사람은 몇 명일까? 54명이다. 다시 말해, 살아 돌아온 사람이 193명이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보면 아오키가하라의 별칭은 생동하는 “나무의 바다”가 맞는 것 같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아하! 우주] NASA 화성탐사선 ‘인사이트’…태양계 기원 밝힌다

    [아하! 우주] NASA 화성탐사선 ‘인사이트’…태양계 기원 밝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선 ‘인사이트’(InSight)가 5일(현지시간) 새벽 4시쯤 미 캘리포니아주(州)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아틀라스 5’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NASA의 짐 브리든스타인 신임국장은 “오늘은 기념비적인 날이다. 우리는 다시 화성으로 간다”면서 “이 미션은 우주탐사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사이트는 지난 2011년 11월 화성탐사 로버 큐리오시티의 심우주 여행 이래 통상적인 우주선 발사 장소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기지가 아니라 미국 서해안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기지에서 최초로 발사된 것이다. ​ 만약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인사이트는 7개월이 조금 못 되는 약 200일간 비행을 거쳐 오는 11월 26일 화성 적도 약간 북쪽에 있는 엘리시움 평원에 ‘터치다운’하게 된다. 인사이트는 시속 2만 ㎞의 속도로 화성 대기권에 진입한 뒤 서서히 속도를 줄이면서 낙하산을 펴고 착륙할 예정이다. 그런 다음 일련의 기기 점검을 마친 후 행성 탐사에서 이제껏 시행된 적이 없는 특별한 미션에 들어갈 예정이다. 인사이트는 “지구 외의 행성으로서는 최초로 화성의 지하를 탐사해 핵과 맨틀의 크기와 지각을 측정할 것이며, 그 데이터를 지구의 것과 비교할 것”이라고 NASA의 수석 과학자 짐 그린 박사는 지난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이어 “이것은 우리에게 근원적인 중요성을 띤 미션으로, 태양계의 기원과 오늘날까지의 진화에 대해 어떤 통찰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성의 생명체 흔적을 찾던 기존의 화성탐사선과는 달리 인사이트는 화성의 지각 구조 및 열 분포 등 화성의 ‘내부’ 연구에 주력하도록 제작됐다. 인사이트라는 이름도 지진 조사, 측지학, 열 수송 등을 이용한 내부 탐사(Interior Exploration Using Seismic Investigations, Geodesy and Heat Transport)의 약자에서 따왔다. 화성탐사 로버 인사이트는 태양전지판으로 확보한 동력으로 로봇 팔을 이용해 화성 땅속 5m까지 파고내려가 온도를 측정하는 한편, 화성 표면에 정밀한 지진계를 설치, 지진 발생 여부를 관찰할 계획이다. 만일 지진이 발생한다면 지진파를 분석해 지각 두께에 관한 정보는 물론, 화성 내부 구조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과학자들은 또한 2년 간의 인사이트 탐사가 화성이 과연 인류가 살 만한 새로운 터전이 될 수 있을지를 탐색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인사이트의 발사에는 서류함 크기의 인공위성 ‘큐브샛’ 두 대도 같이 탑재됐는데, 이 초소형 위성들은 인사이트가 보낸 신호를 지구로 중계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탐사선에는 우주 마니아 240만 명의 인명이 담긴 칩도 같이 실렸는데, 영화 ‘스타트랙’에서 커크 선장 역을 맡은 배우 윌리엄 샤트너의 이름도 포함돼 있다. 사진=NASA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고양이는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다” 美 작가 주장

    “고양이는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다” 美 작가 주장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 중에는 자신이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에게 길들여지고 있다고 느끼는 이들이 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고양이가 원하는대로 하고 있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럴 때마저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고양이들 앞에서만큼은 무장을 해제하는 것이다. 고양이는 개처럼 복종하지도 않고 먹이를 줘도 크게 감동해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기분이 좋을 때만 주인 아니 집사에게 애교를 떠는 것이다. 이런 고양이들에게 사람들이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도 고양이에게 길들여졌다고 말하는 미국의 자연과학 분야 칼럼니스트 애비게일 터커는 최근 미국 잡지 ‘더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고양이의 묘한 매력을 소개했다. ‘거실의 사자’(원제: The Lion in the Living Room)의 저자이기도 한 그녀는 사람들이 고양이들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예로부터 개나 돼지 등 인간에게 우호적인 동물들은 길들여졌지만, 흥미롭게도 고양이들 만큼은 스스로 가축화를 선택했다는 게 그녀와 그녀가 만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고양이들은 타고난 적응력과 사냥 기술로 온갖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지만, 어린 시절에는 사람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사랑스러움을 갖추고 있다. 일반적인 새끼 고양이들은 아기처럼 작으며 상대적으로 큰 머리와 큰 눈, 그리고 통통한 뺨을 갖고 있으며 아이와 비슷한 소리로 울어 주의를 끈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말하면 고양이가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기 시작한 시대는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양이에게 매료된 당시 이집트인들은 조각과 회화에도 고양이 형상을 남겼고 숭배에 가깝게 고양이를 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선원들이 반한 고양이들은 바다를 건너 서식 범위를 넓혀갔다. 특히 바이킹의 마음에 들었던 범무늬 고양이(Tabby Cat)는 모든 땅에 정착한 것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 있는 고양이의 수는 5억~10억 마리로 추정되며 남미에서는 연간 100만 마리씩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지금 고양이들은 인터넷마저 정복했다. 사진과 영상, 그리고 뉴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양이 소식이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일상화돼 어느새 고양이와 사람 사이에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만일 당신이 고양이의 발 밑에 살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것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터커가 말했듯이, “우리는 절대 고양이들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더 뉴요커/유튜브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차세대 소형 모듈형 원자로 개발 중…원자력 르네상스 다시 열릴까?

    [고든 정의 TECH+] 차세대 소형 모듈형 원자로 개발 중…원자력 르네상스 다시 열릴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원자력 르네상스라는 단어가 나올 만큼 원자력의 부흥기였습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반대가 커졌지만, 새로운 기술이 도입된 신형 원자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지구 온난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입니다. 하지만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예상보다 빠른 신재생에너지 보급은 다시 원전에 대한 반대 여론을 확산시켰습니다. 주요 선진국들은 신규 원전 도입에 소극적이거나 아예 탈원전으로 정책 기조를 변경했습니다. 그리고 그 대신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려가면서 차세대 에너지의 주도권이 화석 연료나 원자력에서 점차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이동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원자력 시대가 끝났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중국, 러시아 및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신규 원전이 건설되거나 건설 예정인 곳도 많은데다, 기술의 발전으로 이전보다 훨씬 안전한 원자로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 역시 원자로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중단한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미국 에너지부의 투자를 받아 설립된 누스케일 파워(NuScale Power)의 소형 모듈식 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는 획기적으로 안전성을 높인 차세대 원자로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존 원자로와 누스케일 원자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모듈식 구조입니다. 기존의 원자로는 일반적으로 모든 연료봉을 하나의 원자로 안에 넣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사소한 문제로 전체 시스템을 정지시켜야 했고 만에 하나라도 사고가 생기면 핵연료 전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누스케일 SMR은 지름 2.7m, 높이 20m의 독립된 압력 용기로 각각 50㎿의 발전 용량을 가진 소형 원자로를 외부 환경과 격리된 콘크리트 수조에 여러 개 넣는 방식입니다. 각각의 모듈에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터빈을 돌립니다. 모듈식 구조 덕분에 문제 발생 시 해당 모듈만 교체하거나 수리하면 됩니다. 더구나 핵연료를 한데 집중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멜트다운(meltdown, 노심용해)가 설령 일어나더라도 처리가 쉽고 덜 위험합니다. 추가적인 장점은 해체 과정도 간단하다는 것입니다. 원자로는 해체 과정이 건설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드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모듈식 원자로는 기존의 원자로 대비 해체가 한결 쉬울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 특징은 매우 단순한 구조입니다. 원자로 크기를 대폭 줄일 수 있었던 비결은 내부에 펌프처럼 움직이는 복잡한 부품을 제거한 데 있습니다. 이 미니 원자로는 내부의 1차 냉각제의 자연적인 대류 현상을 통해 냉각제를 순환시켜 2차 냉각제를 증발시키는 구조입니다. (개념도 참조) 사실상 움직이는 부품이 없어 고장이 날 가능성이 적고 전원이 차단되는 상황에서도 냉각제는 계속 순환해 냉각이 이뤄집니다. 마지막 안전장치는 거대한 콘크리트 수조입니다. 각각의 모듈이 물속에 들어있기 때문에 만약에 2차 냉각제가 고갈되더라도 외부의 물이 모듈을 냉각하게 됩니다. 동시에 막대한 양의 물이 외부의 충격을 완화하는 구조로 지진 등의 충격에 훨씬 안전한 구조입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물론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유사한 사고가 나기 매우 어려운 구조입니다. 미국 원자력 규제 위원회(NRC·Nuclear Regulatory Commission)는 2026년까지 누스케일 파워가 12개의 모듈로 된 첫 번째 SMR 원자력 발전소를 아이다호에 건설하는 것을 승인했습니다. 여기서 안전성과 경제성을 입증한다면 SMR이 미래 원자력 발전의 중흥을 이끌 신기술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SMR 역시 처치 곤란한 핵폐기물을 남기는 점은 마찬가지이고 방사능 누출 사고 가능성이 0%라고 할 수 없어 기존 원자력의 단점을 완전히 극복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궁극적인 문제의 해결책은 핵융합 반응처럼 위험한 방사성 폐기물 및 자원 고갈의 우려가 없는 차세대 에너지원일 것입니다. 다만 그 중간 단계로 차세대 원자로의 역할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사진=누스케일 소형 모듈식 원자로의 구조(NuScale Power)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와우! 과학] 항생제 먹는 박테리아가 항생제 오염 해결사?

    [와우! 과학] 항생제 먹는 박테리아가 항생제 오염 해결사?

    항생제와 백신의 개발은 20세기 의학의 가장 큰 승리였다. 전반적인 위생 상태 개선과 더불어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감염병 사망자가 획기적으로 감소하고 인류의 평균 수명 역시 전례 없이 늘어났다. 하지만 항생제의 경우 최근 내성균의 출현이 문제 되고 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새로운 항생제 개발과 더불어 항생제 남용을 막는 것이다. 그런데 흔히 간과되는 부분이 의료 목적 이외에 환경으로 유출되는 항생제다. 가축의 성장을 촉진하고 밀집 사육 환경에서 확산되기 쉬운 감염병을 막기 위해 농업 부분에서 막대한 양의 항생제가 사용 중이다. 여기에 중국과 인도 등 항생제 생산이 많은 국가에서 공장 폐수를 통해 버려지는 항생제 역시 적지 않다. 그 결과 항생제 내성균이 병원뿐 아니라 우리 주변 환경에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도 모르게 위험한 세균이 토양과 물에서 자라고 있다. 미국 워싱턴 의대 연구팀은 독특한 시각에서 이 문제의 해결책을 연구했다. 박테리아 가운데는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를 분해할 뿐 아니라 이를 양분으로 삼을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한다. 이런 세균이 감염을 일으키면 더 위험하지만, 역발상으로 이들이 항생제 오염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연구팀은 페니실린 같은 베타락탐계 항생제를 영양분으로 삼아 증식하는 토양 세균을 연구해 여기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확인했다. 그리고 이 유전자를 대장균처럼 빠르게 증식하는 세균에 이식해 항생제 속에서 죽지 않고 오히려 번성하는 대장균을 만들었다. 토양에 서식하는 항생제 분해 세균은 증식 속도가 느려 산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항생제를 먹는 박테리아가 항생제로 오염된 토양과 물을 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이 박테리아가 새로운 항생제 내성균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지만, 인간에게 심각한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은 전체 세균 가운데 극히 일부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인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세균이 토양에서 항생제 내성을 키우기 전에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세균으로 이를 제거하는 편이 더 안전할 수 있다. 물론 비용 문제를 생각하면 세균을 무작위로 살포하는 것보다 축산 및 공업 폐수 속 항생제를 제거하는 시설에서 사용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의료 부분에서 항생제 남용을 막는 것은 물론 항생제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항생제 오염 방지의 필요성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항상 비용이 문제였다. 어쩌면 연구팀의 희망처럼 항생제 먹는 박테리아가 비용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할지 모른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서동철 칼럼] 냉면이 우리 음식 문화에 묻는다

    [서동철 칼럼] 냉면이 우리 음식 문화에 묻는다

    평안남도 강서가 고향인 실향민 출신으로 통일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던 이영덕 전 국무총리는 냉면광(狂)이었다. 국무총리 시절에는 삼청동 공관에 냉면 뽑는 기계를 들여놓고 손님들에게 대접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들과도 자주 냉면집을 찾았는데, 주문할 때부터 평양식 냉면에 대해 깊은 ‘애정’을 보여 주곤 했다. 예를 들어 이 전 총리가 “나는 냉면!” 했는데 종업원이 “물냉면요? 비빔냉면요?” 하고 되물으면 즉각 “물냉면이라는 말이 어디 있나. 냉면은 그냥 냉면이지” 하고 ‘정정’해 주는 것이었다. ‘평양냉면’이라고 굳이 ‘평양’을 붙일 것도 없이 ‘냉면’ 자체가 맑은 육수에 메밀사리를 말아 먹는 음식을 이르는 단어라는 것이다. 사실 강서는 냉면의 고장이다. 평양 서쪽의 강서군이라면 강서대묘라는 고구려 벽화무덤이 있는 곳이다. 내부 동서남북에 각각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사신도가 그려진 고구려 고분이라면 무릎을 치시는 독자가 많을 것이다. 강서라는 땅이름은 평양을 관통해 동북쪽에서 서남쪽으로 흘러 남포를 거쳐 서해로 나가는 대동강 서쪽이어서 붙여졌을 것이다. 1960~1970년대 서울의 강서면옥은 우래옥과 쌍벽을 이루는 냉면의 명가였다. 한때는 수원에도, 평택에도, 용인에도 강서면옥이 있었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부모님을 따라가 냉면을 자주 먹었던 곳도 을지로 남쪽의 강서면옥과 을지로 북쪽의 우래옥, 중앙극장 옆 평래옥이었다. 지금도 강서면옥이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는 듯하지만, 맛은 퇴색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필자의 주관적인 판단이니 다르게 생각하는 독자도 없지는 않겠다. 강서 남서쪽의 남포 역시 냉면의 고장이니 서울 무교동의 남포면옥도 냉면 애호가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대동강을 따라 형성된 ‘평양 냉면 문화 벨트’라고 해도 크게 과장은 아니겠다. 그런데 이 전 총리의 자부심과 달리 ‘냉면’ 혹은 ‘평양 냉면’을 본고장이 아닌 서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보기도 한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몇 년 전 TV에 비친 평양 옥류관의 메뉴표에는 ‘국수’만 있었다. 옥류관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 냉면기계를 싸들고 내려온 평양의 대표적 냉면집이다. 오늘날 평양 냉면의 맑은 육수를 일컬어 ‘슴슴하다’고 표현하는 데는 시인 백석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그는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라고 냉면을 예찬했다. 그런데 뜻밖에 이 시의 제목은 ‘냉면’이 아니라 ‘국수’다. 옥류관의 메뉴판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평양 냉면’이라고 지칭한 것은 상당 부분 남쪽 국민의 언어 관습을 배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북쪽에서도 대외적으로는 ‘평양 랭면’이라고 표기한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옥류관 분점에서도 ‘평양 랭면’이라고 적어 놓고 있다. 냉면 이야기를 길게 한 것은 최근의 ‘냉면 붐’에도 불구하고 과연 ‘냉면을 비롯한 북한 음식이 우리 음식 문화에 제대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느냐’는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함이다. 흔히 우리 음식의 특징을 말할 때 ‘발효’라고들 한다. 고추장, 된장, 간장이 그렇고 김치가 그렇다. 2015년 밀라노엑스포 한국관의 주제도 ‘발효’였다. 하지만 필자가 자주 찾는 송추 평양면옥의 빈대떡, 만두, 냉면에는 ‘발효’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발효가 우리 음식 문화의 중요한 부분인 것은 분명하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평안도 지방 음식들은 증명한다. 이제 발효에 그치지 않는 풍성한 음식 문화가 한반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릴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북한 먹거리’라고 해외에 알릴 음식 문화 리스트에서 제외하던 관행이 있다면 그것부터 바꿔야 한다. 냉면은 김치와 장류 이상으로 국제화가 가능한 음식이라고 믿는다. 음식 엑스포가 다시 열린다면 남북이 공동으로 ‘냉면과 그 주변 음식 문화’를 들고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 [월드 Zoom in] 홍콩의 中 관영언론? 신뢰 추락한 SCMP

    중국의 속살을 알고자 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참조하는 언론은 다름 아닌 114년 전통의 홍콩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南華早報)다. 모든 매체가 공산당 선전부의 검열을 받는 본토의 관영언론보다 중국 공산당 내부의 속사정을 잘 파악해 정확한 기사를 써내고 때로는 비판도 서슴지 않는 홍콩 언론에 대한 신뢰가 훨씬 높았다. 중국 관영언론 종사자들은 “SCMP는 홍콩에서 발행되는 일개 지방지로 중앙의 일은 잘 알지 못한다”며 외신기자들의 SCMP 선호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中 긍정적 기사 매일 12개 정도 생산 하지만 중국 공산당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마윈(馬雲) 알리바바 그룹 회장이 2년 전 SCMP를 인수하면서 외부의 시선도 바뀌었다. 미국 아마존의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뒤에도 비판적인 기자정신은 사라지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준 이하의 소설 같은 쓰레기 기사만 써댄다”고 짜증을 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SCMP는 알리바바에 인수된 뒤로 중국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기사를 매일 12개 정도 생산하고 있다. 알리바바에 대해 언급한 기사도 지난해 하루 평균 3.5개에 이르러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SCMP의 구독 부수는 10만부 정도며 매달 1000만명의 사용자가 온라인으로 기사를 읽는다. 영자신문인 SCMP의 최대 시장은 미국이다. ‘잉크스톤’이란 앱을 출시해 중국에 대한 대화체 기사를 제공할 뿐 아니라 첨단기술 분야에 초점을 맞춘 ‘아바쿠스’란 멀티미디어 사이트도 내놓았다. 이런 시도는 SCMP가 중국 공산당의 선전 도구가 됐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알리바바는 쇠락해 가는 홍콩 신문을 다시 살려냈지만 중국의 해외 이미지를 개선하고 중국에 대한 편견을 가진 해외 언론과 싸워야 한다는 새로운 사명도 부여했다. 홍콩의 또 다른 영문 매체인 ‘홍콩 자유 언론’의 톰 그런디 편집장은 “SCMP가 어떤 훌륭한 결과물을 내놓더라도 이제는 신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SCMP에 대한 시각 변화는 특히 미국의 정치인들이 인터뷰 제안을 거절하는 데서 드러난다. 그동안 SCMP에 호의적이었던 미국의 정치인과 취재원은 오래된 홍콩의 신문사가 중국 공산당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생각에 더는 인터뷰를 하려 들지 않게 된 것이다. ●“공산당 간부 등 의식해 어조 완화” SCMP에는 중국 대륙에서 취재활동을 하는 40여명을 포함해 350명의 기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 공산당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취재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알리바바의 인수 이후 고위 편집자들이 중국 공산당 간부와 비즈니스 거물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비판적인 기사를 보류하거나 어조를 완화한다고 전직 SCMP 온라인 에디터가 밝혔다. 지난해는 홍콩의 한 투자자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신뢰를 받는 참모와 연결된 끈을 통해 부를 쌓았다는 내용의 칼럼이 신문에 실리지 못하기도 했다. 관영언론이 아닌 독립언론은 찾아보기 힘든 중국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최근 “인민이 정부행위를 감독해 부정부패가 숨을 공간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지난달 27일 국무원 회의에서 한 리 총리의 발언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인민이 뭘 갖고 당신을 감독할 수 있는가. 신문, TV, 인터넷, 라디오, 경찰, 하다못해 댓글을 다는 ‘우마오’(五毛·건당 0.5위안을 받는 친정부 댓글부대)까지 당신들이 관장하고 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관영방송을 통합해 미국 연방정부의 국제방송인 ‘미국의 소리’(VOA)에 대항하는 ‘중국의 소리’ 방송을 만드는 등 날로 강화되는 공산당의 해외 선전 정책에 SCMP란 믿음직한 지원군을 잃은 독자들의 실망이 커지고 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물벼락 갑질 조현민 ‘심려봇’ 사과에 황교익 뿔난 이유

    물벼락 갑질 조현민 ‘심려봇’ 사과에 황교익 뿔난 이유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조현민(35) 전 대한항공 전무는 지난 1일 이른바 ‘물벼락 갑질’로 경찰에 출석하면서 모든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조현민의 ‘심려봇’ 사과에 일침을 가했다. 황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물컵 갑질’을 한 재벌 3세가 검찰에 출두하며 기자 앞에서 한 말 ‘심려’는 우리말로 ‘걱정’이다. ‘제 일로 걱정을 하게 해서 미안합니다’라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로 그를 걱정하는 사람은 그의 집안 사람들뿐일 것이다. 국민은 걱정 안 한다. 화가 나 있다. ‘제 일로 화가 나 있을 국민 여러분께 사죄를 드립니다.’ 이렇게 하는 게 바르다. ‘심려 어쩌구’ 하는 엉뚱한 말에 화가 더 난다. 나는 그대들을 눈꼽만큼도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조 전무는 경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폭행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 유리컵을 던졌다는 의혹과 관련 제기된 특수폭행 혐의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조 전 전무는 3월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광고업체 A사 팀장 B씨가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자 소리를 지르며 유리컵을 던지고 종이컵에 든 매실 음료를 참석자들을 향해 뿌린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에서 조 전 전무는 “음료가 담긴 종이컵을 사람을 향해 뿌린 것이 아니라 자리에 앉은 상태에서 출입구 방향으로 손등으로 밀쳤다”고 진술했다. 종이컵을 밀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폭행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은 피해 가려 한 것으로 보인다. 고의로 회의 참석자를 향해 음료를 뿌린 것이 아니라 단순히 종이컵을 밀친 것이 사실이라면 폭행 혐의도 적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 혐의와 관련해 조 전무와 참고인·피해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 회의가 중단된 데 대해 조 전 전무는 자신이 해당 업무에 대한 결정 권한이 있는 총괄책임자이고 본인 업무라고 주장하며 업무방해 혐의도 부인했다. 조 전 전무는 “광고업체 측이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자 내 의견을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화가 나서 유리컵을 사람이 없는 45도 우측 뒤 벽 쪽으로 던졌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 역시 특수폭행 혐의를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경찰은 조 전 전무가 혐의 사실을 모두 부인함에 따라 강제 수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수사를 통해 확보한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와 녹취 파일 등 증거물, 피해자와 참고인 진술 그리고 피의자 진술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사실관계를 규명한 후 신병처리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美 빌보드 “여자친구 변화, 걸그룹의 새로운 방향 제시”

    美 빌보드 “여자친구 변화, 걸그룹의 새로운 방향 제시”

    미국 빌보드가 걸그룹 여자친구의 신곡 ‘밤’을 집중 조명했다.미국 유명 매체 빌보드는 지난 1일(현지시간) K-POP 칼럼코너 K-TOWN을 통해 “여자친구가 ‘밤(Time for the moon night)’으로 돌아왔다(GFriend Return With ‘Time For The Moon Night’: Watch)”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빌보드는 신곡 ‘밤’에 대해 “독특하고 극적인 변화이며, 귀를 사로잡는 피아노 멜로디로 시작해 서서히 치밀하고 격정적인 멜로디로 발전해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와 달리 ‘밤’은 이기,용배가 아닌 프로듀서 노주환과 이원종이 참여해 여자친구 특유의 세련되고 감성적인 팀 색깔을 유지하면서 걸그룹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신곡 ‘밤’에서 보여준 여자친구의 변화를 짚은 것은 물론, 뮤직비디오에 대해서도 “여자친구 여섯 멤버들의 개성 있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멤버들이 팔을 돌리고 곡선을 그리는 격렬한 안무가 등장한다“며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자세히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으로 ”2015년 데뷔한 걸그룹 여자친구는 급속히 K팝에서 가장 유명한 걸그룹 중 하나가 되었다“고 덧붙이며 여자친구가 K팝에서 높은 영향력을 미치는 걸그룹으로 성장했다고 전했다. 또한, 여자친구는 4월 30일 컴백한 이후, 여섯 번째 미니앨범 ‘Time for the moon night’이 대만,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도미니카 공화국, 노르웨이 등 8개국 아이튠즈 종합 앨범 차트에서 1위에 등극했다. 뿐만 아니라 아이튠즈 K팝 앨범 차트에서도 일본을 비롯해 호주, 브라질, 캐나다, 덴마크, 스페인, 핀란드, 네덜란드 등 8개국 1위를 차지하며 K팝을 대표하는 걸그룹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타이틀곡 ‘밤’은 앨범명 ‘Time for the moon night’의 의미를 담아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 센치해지는 시간을 여자친구만의 감성으로 풀어낸 곡이다. 감성적이지만 마냥 슬프지 만은 않은, 진지하게 고민하는 소녀의 모습에서 귀여움이 느껴지는 분위기까지 여자친구의 음악적, 콘셉트적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한편, 미국 빌보드를 비롯한 해외 아이튠즈에서 두각을 드러낸 여자친구는 타이틀곡 ‘밤’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사진=쏘스뮤직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와우! 과학] 사막 개미의 길찾기 비결…알고보니 ‘생체 나침반’

    [와우! 과학] 사막 개미의 길찾기 비결…알고보니 ‘생체 나침반’

    개미는 과학자들에게 항상 경탄의 대상이다. 매우 단순한 뇌 구조와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개미가 서로 협력해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은 곤충학자들은 물론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연구하는 공학자들에게도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특히 가장 놀라운 능력은 개미굴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까지 나왔던 개미가 복잡한 지형을 통과해 다시 개미굴로 복귀한다는 점이다. 개미의 길 찾기에는 페로몬이나 태양의 위치와 각도, 주변의 주요 지형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모든 개미의 방식이 같지 않다고 알려졌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도 개미가 여전히 길을 잘 찾는다는 사실이다. 사막 개미(Desert ants, Cataglyphis) 역시 그런 사례 중 하나다. 바람에 의해 주변 환경이 바뀌고 냄새를 활용하기도 어려운 환경에서도 이 개미들을 결코 길을 잃지 않는다.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 연구팀은 사람도 길을 잃기 쉬운 사막에서 개미가 보지도 않고 길을 찾을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사막 일개미는 둥지에서 나와서 2~3일 정도 주변 지형을 탐색한 후 본격적으로 업무에 투입되는 데 처음 굴 밖으로 나오는 개미조차 길을 잃지 않는다. 연구팀이 주변 환경을 아무리 바꿔도 이 개미들은 GPS 내비게이션이 시스템이 있는 것처럼 결코 길을 잃지 않았다. 심지어 입구가 보이지 않는데도 개미굴 입구로 정확히 귀환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지형과 관계없이 거의 직선거리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관찰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이 개미가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생체 나침반을 가지고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했다. 지구 자기장과 비슷한 강도의 간섭 자기장을 만들어 개미를 엉뚱한 곳으로 유도한 것이다. 실험 결과 자기장이 바뀌면 개미는 절대 개미굴을 찾지 못했다. 지구 자기장을 감지해 이동 거리와 각도를 측정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것이다. 개미의 크기를 생각하면 이런 정교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놀라운 일이다.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자기장을 감지하는지, 그리고 이 정보를 어떻게 처리해서 그렇게 정확하게 위치를 측정하는지는 앞으로의 연구 과제지만 로봇 공학자들이 탐낼 개미의 숨겨진 능력이 하나 더 밝혀진 셈이다. 사진=사막 개미(폴린 플라이슈만/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셀틱, 7연속 리그 우승

    스코틀랜드 프로축구 셀틱이 리그 7연패를 확정했다. 셀틱은 지난 29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셀틱 파크로 불러들인 레인저스와의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1부 리그) 35라운드를 5-0 대승으로 장식하며 위업을 이뤘다. 두 팀 모두 글래스고를 연고로 해 ‘올드펌(오랜 동료) 더비’로 통한다. 셀틱은 23승9무3패(승점 78)를 기록하며 2위 애버딘(승점 68)과의 간격을 10으로 벌려 남은 세 경기를 모두 지고 애버딘이 전승을 거둬도 순위를 뒤집진 못한다. 나아가 지난해 11월 리그컵 우승에 이어 마더웰과의 스코틀랜드컵 결승 진출로 두 시즌 연속 트레블 위업도 눈앞에 뒀다. 2000년대 들어 셀틱과 리그 우승과 준우승을 주고받은 레인저스는 승점 65에 그쳤다. 국내 프로축구 K리그 1부에서는 성남 일화가 2001~2003년 3연패한 게 최다 기록이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3연패가 최다였다. 허더스필드(1923~1926시즌), 아스널(1931~1934시즌), 리버풀(1981~1984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두 차례(1998~2001시즌, 2006~2009시즌)였다. 셀틱은 전반 14분과 41분 오도소네 에두아르의 두 골, 44분 제임스 포레스트, 후반 2분 톰 로기치, 8분 칼럼 맥그레거의 골을 엮어 낙승을 거뒀다. 셀틱을 지휘한 뒤 다섯 번째 우승 컵을 들어 올리게 된 브랜든 로저스 감독은 현지 언론에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팀은 1부 리그에서 49번째 우승을 확정해 절대 강자임을 다시 입증했다. 또 로저스가 아르센 벵거 감독을 내보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로 옮길지, ‘리버풀의 심장’ 스티븐 제라드가 레인저스 감독직을 수락할지 관심을 모은다. 로저스가 남겠다고 결심하면 제라드와의 올드펌 더비가 한층 더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남북정상회담 ‘도보다리 산책’과 ‘평양냉면 공수’ 뒷이야기

    남북정상회담 ‘도보다리 산책’과 ‘평양냉면 공수’ 뒷이야기

    4·27 남북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였던 ‘도보다리 산책’과 ‘평양냉면 공수’는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문재인 대통령의 아이디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도보다리 독대와 관련 “10분 이상 15분? 특별히 시간을 정하지 않고 했는데 저희가 예상했던 시간보다는 훨씬 더 길게 하신 건 분명하다. 아무도 옆에 배석 없이 두 분만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우리측 수행원)끼리는 ‘두 분 정상께서 기본적으로 진짜 서로 대화하시는 길은 완전히 터졌다’는 얘기를 했다. 아무도 옆에 배석 없이 두 분만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저희가 맞이하고 있는 이 기회가 다시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올까 싶은 그런 기회”라며 “제대로 기회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저희야말로 앞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역사에 아주 큰 죄인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측면이 있다고 보여진다. 소홀함이 없이 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가하면 김어준은 이날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뉴스공장’에서 “도보다리 산책 기획자를 알아보니 탁현민 기획이더라. 여태 단 한번도 칭찬을 안해봤다. 안지 오래됐는데. 이건 높은 칭찬을 했다”라고 언급했다. 김어준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벤치에 잠깐 앉아 일어날지 계속 이야기를 할지 결정된 게 없었다. 두 사람이 계속 그 시간 내내 대화를 한 거다. 전체가 다 연출은 아니었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벤치를 아쉬운 점으로 지적했다. 김어준은 “김 위원장이 자세를 보면 양다리를 벌리고 있지 않냐. 배 나온 사람으로서 보면 벤치가 더 깊었어야 한다. 벤치가 좁으면 배가 접혀서 숨쉬기 쉽지 않다. 배를 보통사람 기준으로 잡으면 어떡하냐고 지적했다. ‘넌 배 나온 사람들의 비애를 몰라’라고 했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정상회담 만찬 메뉴를 기획한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옥류관 냉면이 오른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배려”라고 평가했다. 황교익은 30일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김구 선생님을 처음에 떠올렸다. 1948년에 분단의 고착화를 막겠다고 그때 당시 38선을 넘어서 김일성과 담판을 지으러가셨다. 밤 숙소에 몰래 빠져나와서 냉면을 드셨다는 기록이 있다. 50년 만에 냉면을 먹어보니까 옛날 그 맛이 나더라, 이렇게 이야기를 하셨다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김구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북측 대표 음식이 냉면이니까 냉면을 낸다는 것은 애매하고 그래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문재인 대통령님이 ‘북측에 냉면을 가져오면 어떻겠느냐’라고 제안을 하셨고, ‘그럼 가져오겠다’했다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북쪽에서 흔쾌히 받아들였는데 사실 배려라고 생각한다”며 “북쪽에서 사실 뭔가 아쉬움 같은 게 있을 것이다. 뭔가 회담에서 하나의 조그마한 것이라도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 제안에 흔쾌히 응한 거다”라고 부연했다. 또한 일본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만찬 후식에 독도가 표기된 한반도기가 곁들여지는 것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 정부에 항의한 것과 관련해선 “너무 옹졸한 것 아닌가 싶다”고 비난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특파원 칼럼] 북·일 대화의 전제조건/김태균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북·일 대화의 전제조건/김태균 도쿄 특파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양복 상의 왼쪽에는 항상 파란색 리본이 달려 있다.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 등 다른 나라 정상들을 만날 때에도 리본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블루리본’이란 이름의 이 표지는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피해자의 석방을 기원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납치 피해자와 가족들이 북한 땅까지 국경 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과 바다를 보며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린다는 뜻에서 그 색깔로 했다고 한다. 블루리본을 다는 사람이 아베 총리밖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게 납치 문제는 자신과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치인 아베가 오늘날 총리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게 해준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1954년생인 아베 총리는 1979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고베제강에 다니다가 1982년 아버지 아베 신타로가 외무상에 취임할 때 그의 비서관으로 정계에 발을 디뎠다. 10여년 뒤인 1993년 불혹을 앞두고 처음 중의원이 된 그는 이후 정계에서 빠르게 성장해 2000년 모리 내각에서 처음으로 관방 부장관으로 입각했다. 그가 국민적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방북이었다. 관방 부장관으로 유임돼 총리와 동행했던 그는 납치 사실에 대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과에 더해 피해자 5명을 데리고 귀환하는 데 성공했다. 원래 김정일 위원장과의 약속은 잠깐 가족상봉만 하고 피해자들을 다시 북한에 돌려보내는 것이었지만, 일본에 돌아온 아베는 태도를 싹 바꿨다. 북에 다시 보내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북한과의 수교를 기대하고 하고 있던 외무성은 펄쩍 뛰며 반대했지만, 아베는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전폭적인 여론의 지원 속에 피해자 5명의 영구 귀국을 관철시켰다. 이로 인해 북·일 관계는 다시 얼어붙었지만, 아베는 자국민을 지켜 낸 영웅이 됐다. 그 일은 정치인 아베의 출세 가도에 날개를 달아 주었고, 2005년 10월 관방장관을 거쳐 그 이듬해인 2006년 9월 만 52세에 제90대 총리(1차 내각)에 오르는 밑거름이 됐다. 지난 18~19일 미·일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납치 문제를 반드시 북·미 회담의 의제로 다뤄 줄 것을 요청하고, 24일 문 대통령에게도 같은 부탁을 하면서 아베 총리 본인은 과거의 성공에 대한 향수와 기대감을 강하게 느꼈음직도 하다. 북한과의 관계 회복은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재임 중 반드시 이뤄 내고 싶어 하는 목표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다. 북한과의 수교를 통해 자국 안보에 중대한 전기를 마련하는 동시에 일본의 전후 과제를 청산한 인물로 역사에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납치 문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하지만 가장 넘기 어려운 산이기도 하다. 한·일 외교관들은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일본의 ‘납치 피해자 문제’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어지간한 성과와 합의로는 국민들을 납득시키고 동의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어느 정도 수준에 다다라야 위안부 문제가 일단락된 것으로 볼지 한·일 간에 평행선이 이어지는 것처럼 일본인 납치 문제도 북한이 얼마만큼의 성의를 보여야 해결로 간주할지에 대한 기준도 없고 북·일 간 이견도 크다. 앞으로 북한과 일본의 대화도 진전될 수밖에 없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납치 문제에 대한 협의가 일본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는 수준에 얼마나 근접할지가 북·일 관계의 전체 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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