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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소영 칼럼] ‘깜깜이 상가시장’ 투명하게 밝혀져야

    [문소영 칼럼] ‘깜깜이 상가시장’ 투명하게 밝혀져야

    고 아무개 미용실 원장은 2년 전 서울 압구정동에서 신사동으로 가게를 옮겼다. 건물주가 월 300만원 하던 월세를 단박에 90만원 올린 탓이었다. 산전수전 겪은 할아버지가 건물주였을 때는 직접 만나 임대료 조정 협상도 했다. 하지만 그 할아버지의 유학 다녀온 자식이 건물주가 된 뒤로는 직접 만나기는커녕 관리를 맡은 용역회사를 통해 말을 넣어도 ‘안 된다’는 차가운 답변이 돌아왔다. 22평형 규모를 15평으로 줄이고 2층에서 4층으로 올라갔다. 월 임대료는 240만원으로 60만원이 하락했다. 4층 미용실에서 우연한 손님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예약손님만 받기로 하고 직원을 다 내보냈다.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되기 전으로, 급등하는 월세를 감당하려는 선제적 조치였다.그가 떠나온 압구정동 4층 건물의 2층은 2년째 공실이지만, 한 번 오른 월세는 내려오지 않는단다. 그 건물 3층의 메이크업숍도 월세 인상을 더는 감당하기 어려워 이주하겠다고 건물주에게 전했지만, 월세 인하 협상은 없단다. 고 원장이 현재 들어 있는 6층 건물은 3층 전체와 5층 전체가 1년 넘게 공실이다. 그래도 월세 인하와 같은 ‘경제 원칙’이 작동하지 않는다. 고 원장은 “최근 경기가 나쁘다고 하지만, 강남 건물주들은 앞으로 수년을 견딜 만큼 주머니가 두둑할 것”이라며 “아파트가 신규로 공급되면 주변 아파트 전세나 월세 가격이 한동안 하락하는데, 왜 상업건물은 공실률이 높아도 임차료가 하락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최근 서울 강남 등에서 공실률이 증가하고 자영업자들이 폐업하는 현상이 확인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의 중대형과 소규모 상가의 1분기 공실률은 각각 7.5%와 4.7%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각각 2.2% 포인트와 1.3% 포인트가 올랐다. 상가 공실이 가장 많은 지역은 압구정과 신사동 일대라고 하는데, 고 원장이 운영한 미용실 동네다. 해당 지역이 개발돼 원래 영업하던 가게들이 그 지역을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공실률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건물주가 한번 인상한 월세 임대료를 인하하지 않는 탓일 가능성이 크다. 2017년 하반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창업과 폐업률 통계에서 강남구 창업률은 2%인데 폐업률은 두 배 이상인 5.3%로 나타났다. 특히 음식점 폐업률이 5.8%로 나타나, 우려하던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아우성이었다. 이런 중에 임대료 인하 여부는 서로 거론하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은 임대료, 노동시간 등과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사항이다. 건물주가 공실에도 높은 임대료를 고수하는 이유는 월세가 건물을 매각할 때 건물의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공실로 비워두는 것이 월세를 인하하는 것보다 건물주로서는 훨씬 유리하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전국의 아파트는 매매와 전세, 월세 등 시세와 거래가격을 시중은행과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에 근거해 양도세도 내고, 매년 재산세도 낸다. 전국 상가들의 매매나 전세, 월세, 권리금 현황은 어떤가. 깜깜하다. 전문가들은 아파트와 달리 상가들은 입지 등에 따라 표준화가 어려운 탓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젠트리피케이션’ 등을 사회적 문제로 보고 임대차보호법을 만든 나라가 한국이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월 임차료 약 300만원을 5년 뒤에 4배인 1200만원으로 올린 건물주에게 저항하다가 ‘둔기 폭력 사태’가 발생하는 사회라면, ‘깜깜이 상가시장’을 이대로 놔두어선 안 된다. 국토부나 대출기관인 은행, 주택 관련 공공기관들, 임차인 등이 협업해 암흑인 상가거래 시장을 일부라도 밝혀야 한다. 둔기폭력 사태를 보면, 건물주는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한 뒤 대출이자 1200만원을 임차인의 월 임대료 1200만원으로 상계하려 했던 만큼 ‘전당포’처럼 운영된 은행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상가시장이 일부나마 투명해진다면 건물주도 그에 따라 적법한 수준의 세금을 낼 테니, 지대추구 사회의 불평등이나 분노를 일부 서로 해소할 수도 있겠다.
  • [와우! 과학] 날개없어도 수백㎞ 비행…거미는 어떻게 하늘을 날까?

    [와우! 과학] 날개없어도 수백㎞ 비행…거미는 어떻게 하늘을 날까?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은 많은 동물에서 삶과 죽음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능력이다. 새, 박쥐, 곤충처럼 날개가 있어 능동적인 비행이 가능한 동물은 물론 수많은 동물이 짧은 거리라도 글라이더 비행을 하거나 도약을 할 수 있게 진화했다. 날다람쥐의 글라이더 같은 신체 구조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외형은 비행에 적합하지 않지만, 수백㎞ 비행하는 동물이 있다. 바로 거미 이야기다. 작은 새끼 거미나 혹은 소형 거미 성체는 바람을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그냥 크기가 작아서 바람에 날려 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과학자들은 거미의 비행 능력이 다른 동물에서 보기 힘든 특별한 재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비슷한 크기의 생물 가운데 거미처럼 바람을 효과적으로 탈 수 있는 생물이 없기 때문이다. 조문성(Moonsung Cho)을 비롯한 독일 베를린 공대 연구팀은 야외 환경과 실험실 환경에서 거미의 비행 방식을 자세히 조사했다. 이들은 비행 거미 중 비교적 큰 편인 게거미(crab spiders)를 대상으로 선택했다. 게거미는 몸길이 5mm에 몸무게 25mg의 소형 거미지만, 그래도 바람에 날려 먼 거리를 이동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외형을 지닌 평범한 거미다. 바람을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는 날개나 막 같은 구조물이 없는데도 비행이 가능한 비결은 거미줄 덕분이다. 풍동 테스트에서 게거미는 최초 폭이 200nm에 불과한 거미줄을 평균 3m로 뿜어내 바람을 타는 용도로 사용했다. 물론 아무리 길어도 가늘기 때문에 한 가닥으로는 어림없고 최대 60개까지 여러 개의 거미줄을 삼각형 모양으로 뿜어내 바람의 힘을 받는다.(사진) 이것도 놀라운 능력이지만, 연구팀이 정말 궁금한 부분은 어떻게 바람의 방향과 속도 같은 중요한 정보를 알아내는지였다. 거미가 바람을 타고 사냥이나 짝짓기에 더 적합한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속도와 방향의 바람을 타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하면 원치 않는 장소에 추락하거나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게거미가 비행 직전에 앞다리 두 개를 들어 풍속과 방향을 감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게거미는 초속 3m 이하의 적당한 바람과 상승 기류를 감지하면 비행을 시도했다. 날개도 없이 적합한 방향으로 장거리 이동이 가능한 비결은 이것이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비행 능력이 생존에 중요하면 거미도 날개를 지니는 방향으로 진화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날개나 비행에 필요한 근육, 감각기관, 운동 능력은 상당한 비용이 든다. 이런 복잡한 도구 없이 본래 가지고 있는 다리와 거미줄로도 필요한 만큼 충분히 날아다니는 거미의 존재는 세상에는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삶의 지혜가 아닐까?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논문출처=Moonsung Cho, Peter Neubauer, Christoph Fahrenson, Ingo Rechenberg (2018) An observational study of ballooning in large spiders: Nanoscale multifibers enable large spiders’ soaring flight. PLoS Biol 16(6): e2004405.
  • 관세폭탄 이어 투자 제한 “中자본, 美신산업 손떼라”

    무역전쟁 격화… ‘본게임’ 분석도 “中, IT기업 핵심기술 강탈 방지” 미국이 중국에 ‘관세폭탄’을 날린 데 이어 중국의 대미 투자를 제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주말 “(관세 부과에 이어) 2주 내 미국의 기술집약적 산업에 중국이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투자제한안을 작성 중에 있으며 오는 30일까지 완성된 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같은 계획은 중국이 미국이 매기는 관세에 보복조치를 가한다면 또 다른 조치를 취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는 재무부에 중국의 대미 투자제한 및 관리·감독규정을 신설하도록 했고, 미 상원도 미국 내 외국 투자에 대해 새로운 산업 분야도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관련 개혁 입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지난 15일 미국의 지적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중국산 첨단 산업 제품에 500억 달러(약 55조원) 규모의 25%의 고율 관세를 매기자마자 중국도 기다렸다는 듯이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품 659개 제품에 대해 25% 추가 관세를 발표하며 맞대응했다. 이런 가운데 조만간 단행될 중국의 대미 투자제한 조치야말로 미·중 간 무역전쟁의 ‘본게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최근 ‘미국, 마침내 중국의 경제적 침략에 맞서다’는 제목의 기고 글을 통해 “(미) 관료들이 내게 판도를 바꿀 진짜 ‘게임 체인저’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트럼프) 정부는 기술 분야와 다른 중요한 영역들에 걸쳐 조만간 중국 투자 제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긴은 “중국 기업들은 점점 중국 정부와 연계해 공산당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일하고 그 반대급부로 거대한 보조금의 수혜자가 되고 있다”며 “한마디로 중국이 전체 경제를 정치화해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미 투자 제한의 구체안이 최종 마무리된 건 아니지만,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을 집어삼키거나 미국 기업들의 핵심기술을 빼가는 것을 막으면서 다른 서방국가들도 이에 동참하도록 하는 실행 조치들이 담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지금, 이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이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폭력의 예감’이라는 책이 있다. 오키나와 식민주의 테마를 연구하는 학자 도미야마 이치로의 저작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그는 폭력에 관한 논의를 전개하면서 독특한 견해를 제시한다. 이는 폭력이 나에게 언제부터 가해지느냐 하는 시점의 문제와 연관된다. 보통은 누군가 나를 때렸을 때 폭력이 발생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도미야마는 다른 주장을 펼친다. 폭력은 내가 누군가에게 얻어맞기 이전부터 존재한다고 말이다. 그에 따르면 폭력은 내가 누군가에게 얻어맞을 것이라고, 내가 폭력을 미리 느끼고 긴장하는 순간부터 작동한다. 실제 폭행 없는 폭력으로도 나는 큰 고통을 겪을 수 있다.‘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와 같은 ‘폭력의 예감에서부터 시작되는 폭력’의 공포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영화다. 오프닝 배경은 프랑스 가정법원이다. 아빠 앙투안(드니 메노셰)과 엄마 미리암(레아 드루케)은 열한 살 아들 줄리앙(토마 지오리아)의 양육권을 놓고 다툰다. 부모에 대해 줄리앙은 이런 진술을 했다. “그 사람은 엄마를 괴롭히기만 해요. (…) 저도 안 보면 좋겠어요. 강제로 2주에 한 번 혹은 주말에 만나라고 하지 말고, 영영 안 보면 좋겠어요.” 여기에서 ‘그 사람’은 앙투안을 가리킨다. 아들은 그를 ‘아빠’라고 부르기조차 싫어한다. 쟁점은 이것이다. 어린 줄리앙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앙투안은 사회적 평판이 좋은 남자다. 이렇게 특별한 잘못이 입증되지 않은 아빠가 주기적으로 아들과 만나겠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의 권리를 어떻게 제한하겠느냐 하는 점이다. 결국 재판부는 앙투안의 손을 들어 준다. 아들은 따로 살되, 정해진 날은 반드시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초반에 앙투안은 ‘아빠’의 얼굴을 보여 준다. 그렇지만 점점 그는 ‘그 사람’의 면모를 내보인다. 앙투안의 흉흉한 기세에 눌려 줄리앙은 얼어붙는다.물론 폭력에 노출된 사람의 움츠러듦이 부정성만 띠는 것은 아니다. 도미야마는 다음과 같이 쓴다. “폭력을 감지한 자들이 방어 태세를 취하는 그 수동성 자체에 의의가 있다는 것, 즉 ‘수동성에 잠재력이 항상 깃들어 있다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 줄리앙은 나름대로 저항했다. 판사에게 자기 입장을 전달한 것, 엄마를 지키려고 앙투안에게 거짓말을 한 것 등이 그렇다. 하지만 전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후자는 금방 들통났다. 방어 태세를 취하는 수동성을 아이가 적극적으로 전유하기는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다. “이제 끝났습니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밝힐 수는 없으나, 결말에서 어떤 상황이 마무리되면서 언급되는 대사다. 영화 제목은 그와 정반대다. ‘폭력의 예감에서부터 시작되는 폭력’이 계속된다는 뜻이다. 상흔이 줄리앙에게 깊게 남았다. 소년은 목메어 운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그것을 진짜 끝낼 방안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아하! 우주] 우리 은하의 충돌 사고 흔적 발견, 적어도 5번 이상 다른 은하와 충돌했다

    [아하! 우주] 우리 은하의 충돌 사고 흔적 발견, 적어도 5번 이상 다른 은하와 충돌했다

    우리 은하 같은 대형 은하는 다른 은하와 충돌을 통해 규모를 키워 성장한다. 물론 과학자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서 그 사실을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은하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니 일반적인 과정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University of Groningen)의 연구팀은 유럽 우주국의 가이아(Gaia) 위성 데이터를 이용해서 우리 은하의 과거를 규명했다. 가이아는 항성의 밝기, 위치와 이동방향 등 여러 가지 정보를 대규모로 측정해 데이터를 공개하는데, 최근에 17억개의 별 데이터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이용해서 태양에서 비교적 가까운 3000광년 이내의 은하 헤일로(halo) 별의 위치와 이동 방향을 분석했다. 은하계의 별은 대부분은 중앙과 나선 팔이 있는 디스크 부분에 몰려 있다. 소수의 별이 그 주변 공간인 헤일로에 존재한다. 가스 밀도가 낮은 헤일로에서 별이 생성되기 어렵기 때문에 이 별은 어디선가 온 별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이들의 이동 방향을 측정하면 과거 우리 은하에 있었던 충돌 사건을 재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가이아 데이터에서 적어도 충돌 사건 5건의 흔적을 찾아냈다. 가까운 은하 헤일로 별만 대상으로 해 이 정도 흔적만 확인했다. 이 흔적을 통해 은하 헤일로 별이 무작위로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방울(blob) 모양으로 모여 있으며, 이는 과거 우리 은하로 합쳐진 다른 은하의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과학자들은 우리 은하가 다른 대형 나선 은하와 마찬가지로 이보다 더 많은 충돌을 거쳐 지금처럼 커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천체물리학 저널 (The Astrophysical Journal)에 발표됐다. 역사상 가장 큰 별 데이터 가운데 하나인 가이아 데이터는 현재도 분석이 진행 중이며 앞으로 많은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우리 은하가 어떻게 성장했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대답이 담겨 있을지 모른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책꽂이]

    [책꽂이]

    나는 니가 진짜로 궁금했어(다케다 사테쓰 글, 마스다 미리 그림, 박정임·이연식 옮김, 이봄 펴냄) 30대 싱글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한 ‘수짱 시리즈’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40대 여성 만화가 마스다 미리와 30대 남성 칼럼니스트 다케다 사테쓰가 솔직하게 풀어낸 10대의 성(性) 이야기. 156쪽. 1만 2000원.안목의 성장(이내옥 지음, 민음사 펴냄) 진주, 청주, 부여, 대구, 춘천의 국립박물관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저자가 큐레이터이자 한국미술 연구서를 낸 학자로서 긴 세월에 걸쳐 자라난 자신의 안목에 대한 단상을 담았다. 국내외 화가들의 그림, 문화재, 자연 풍경, 사람들과 만나며 깨달은 ‘아름다움’의 의미에 대해 기록했다. 276쪽. 1만 4800원.1945(마이클 돕스 지음, 홍희범 옮김, 모던아카이브 펴냄) 미국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인 저자가 미국·영국·소련 지도자들이 모여 세기의 담판을 벌인 얄타회담, 아돌프 히틀러의 자살, 히로시마 원폭 투하 등 20세기를 뒤흔든 사건이 일어난 1945년을 되짚는다. 604쪽. 2만 7000원.올 댓 허브(박선영 글·그림, 궁리 펴냄) 원예치료사인 저자가 허브 99가지를 하얀색, 노란색, 주황색, 분홍색, 빨간색 등 10가지 장으로 나누고 각 허브와 관련된 역사와 문화, 자생지에 따른 재배법과 잘 키우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저자가 수채화로 그린 밝은 색의 허브 그림이 아름답다. 252쪽. 2만 3000원.분노의 시대(판카지 미슈라 지음, 강주헌 옮김, 열린책들 펴냄) 평단에서 주목받는 칼럼니스트이자 역사가인 저자가 세계적으로 빈발하는 잔혹한 테러의 원인을 ‘외로운 늑대’나 이슬람 근본주의 탓으로 돌리는 서구 사회의 담론을 거부하며 오히려 서구의 근대화에 내재한 모순이 냉전 이후 세계화를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등 나머지 지역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464쪽. 2만 2000원.봄날의 곰(송미경 글, 차상미 그림, 문학동네 펴냄) 무미건조한 일상이 반복되는 이상이네 반에 전학온 뜻밖의 손님 ‘봄날의 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수줍음이 많아 귓속말을 하고, 지휘자가 되는 게 꿈이라며 생일 축하 노래를 구슬프게 지휘하는 곰과 아이들이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귀엽다. 96쪽. 1만원.
  • 스웨덴 ‘개념 저널리스트’

    스웨덴 언론에서 자국 대표팀의 이율배반적 행위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스웨덴의 유명 축구 저널리스트인 올로프 룬드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스웨덴 매체 익스프레센에 기고한 칼럼에서 “스웨덴 대표팀은 한국 대표팀에 비공개 훈련을 훔쳐보지 말라고 주장하면서 한국 대표팀 훈련장에 스파이를 보냈다는 사실을 자랑처럼 떠들었다”며 “스웨덴 축구대표팀은 위선적이다”고 지적했다 스웨덴 대표팀은 지난 12일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베이스캠프인 겔렌지크 훈련장이 사방팔방 뚫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한국 대표팀에 스파이 활동을 하지 말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당시 공격수 마르쿠스 베리(32·알아인)는 “(한국 대표팀이) 우리의 비공개 훈련 과정을 존중해 주고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스웨덴은 비신사적인 행위에 거리낌이 없었다. 스웨덴 대표팀 스카우트 라세 야콥손은 한국 대표팀의 사전 캠프인 오스트리아 레오강을 찾아 인근 건물을 빌린 뒤 한국 대표팀의 훈련 내용을 빼냈다고 자국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정보전쟁’이 벌어지자 15일 한국 대표팀 훈련장 주변에는 쌍안경과 무전기를 장착한 사복경찰이 오가며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스파이를 찾아내려 분주하게 움직이기도 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내 손 안의 인공지능 - 인공지능 가속기 시대가 온다

    [고든 정의 TECH+] 내 손 안의 인공지능 - 인공지능 가속기 시대가 온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은 특수 분야에서 연구되는 학문으로 우리 생활과는 거리가 먼 기술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검색은 물론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 스피커 등 다양한 기기에서 우리 생활에 파고들고 있습니다. 현재는 음성인식, 사물인식 등 제한적인 기능만 담당하지만, 점차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과거 SF 영화에서 보던 것 같이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도 가능할지 모릅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따라서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역시 인공지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등장한 애플의 A11 프로세서의 경우 더 강력한 CPU와 GPU 이외에도 뉴럴 엔진(neural engine)이라는 독립 신경망 하드웨어를 탑재해 페이스ID 같은 인공지능이 필요한 작업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신경망은 별도의 전용 하드웨어 없이 CPU나 GPU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딥러닝 연산에는 그래픽카드에 있는 고성능 GPU를 주로 활용합니다. 하지만 일반 컴퓨터와 달리 독립 AI 가속기(AI accelerator)를 모바일 칩에 탑재하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같은 에너지 소모로 더 많은 인공지능 연산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제한적인 전력 소모만 허용되는 환경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스마트폰에서도 점점 인공지능 서비스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는 상황에서 여러 제조사가 AI 가속기를 모바일 칩에 탑재하는 이유입니다. 화훼이 역시 기린 970 프로세서에 캄브리콘-1A라는 AI 가속기를 탑재했고 퀄컴의 스냅드래곤 845 프로세서 역시 카메라 이미지 처리 등을 위해 Hexagon 685 DSP에 뉴럴 프로세싱 엔진(Neural Processing Engine·NPE)을 탑재해 카페(Caffe)나 텐서플로(TensorFlow) 같은 인공지능 관련 소프트웨어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이 AI 가속기는 사진 촬영이나 이미지 검색, 얼굴 인식 등 다양한 서비스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고가 스마트폰에서만 가능했던 기능이 보급형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 (IoT)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ARM 같은 주요 제조사에서 여러 회사에서 사용할 수 있게 관련 제품군을 판매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모바일 CPU의 주류인 ARM은 프로젝트 트릴리움(Project Trillium)이라는 모바일 및 사물 인터넷 기기 전용의 AI 가속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ARM 기반의 CPU와 말리(Mali) GPU와 독립적으로 인공지능 연산을 위해 기계 학습 ML(Machine Learning) 프로세서와 사물 인식(Object detection) 프로세서를 추가한다는 계획입니다. ML 프로세서의 경우 와트(W) 당 3TOPS(TOPS; Trillion operations per second, 초당 1조회)의 연산 능력을 지녀 애플의 A11 프로세서의 초당 6000억 회 연산 능력을 크게 앞서게 됩니다. OD 프로세서는 정지 화면만이 아니라 1080p full HD 영상의 움직이는 사물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ARM은 프로젝트 트릴리움을 통해 여러 제조사가 AI 가속기를 기존의 프로세서에 통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입니다. 가장 중요한 고객인 애플이 떠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이메지네이션 테크놀로지스(Imagination Technologies) 역시 AI 가속기에서 활로를 찾고 있습니다. 본래 애플의 A 시리즈 프로세서에 사용된 PowerVR GPU의 제조사인 이메지네이션은 PowerVR 2NX NNA(Neural Net Accelerator)라는 인공지능 전용 가속기를 선보였습니다. 고성능 스마트 기기를 위한 AX2185와 저가형 스마트 기기 및 셋톱 박스 같은 주변 기기를 위한 AX2145이 그것으로 각각 4.1TOPS와 1.0 TOPS의 연산 능력을 지녀 ARM의 프로젝트 트릴리움과 시장에서 경쟁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제조사에서 AI 가속기를 지닌 프로세서를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우리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이 앞으로 더 똑똑해질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하드웨어만으로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가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에 더해 어떤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어떤 기술도 사용자나 소비자를 배제하고 발전할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 역시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곽병찬 칼럼] ‘평화’엔 좌우가 없다

    [곽병찬 칼럼] ‘평화’엔 좌우가 없다

    6·13 지방선거 결과는 흔히 하듯이 여야 또는 보수ㆍ진보의 승패로 재단할 수 없다. 유권자의 선택이 정치적, 이념적 성향 나아가 후보자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 이슈에 의해 좌우됐기 때문이다. 평화의 염원이 이처럼 유권자들의 무의식 깊이 내면화되고, 정치적 선택으로 표출된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남북 및 북·미 대화에 사사건건 딴지를 거는 지도부의 지원을 기피한 것이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을 앞세우는 것으로 선거운동을 대신한 것은 그 좋은 본보기였다. 선거운동 초반 입만 열면 문 대통령을 비판하던 한국당 후보들은 중반 이후 아예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거나 오히려 문 대통령이 운전자가 된 평화의 여정에 동승하려고 했다. 자유한국당이 ‘제대로 망하는 길’로 들어섰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 사건은 이른바 ‘통일대교 점거’였다. 2월 25일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김무성ㆍ장제원 의원 등 당 지도부는 통일대교를 가로막고,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일행의 남쪽 방문을 막아섰다. 27일에는 통일대교 상행 차선을 막았다. 김 부장 일행은 샛길로 방남하고 또 역주행으로 귀환해야 했다. 그러자 홍, 김 대표는 ‘들어올 때는 개구멍, 나갈 때는 역주행’이라며 대첩이라도 거둔 양 기고만장했다. 그러나 그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한반도 정세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거대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는 것을. 김 부장은 25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중재자 혹은 보증인 역할을 문 대통령에게 부탁한 것이었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6·12 북·미 정상회담은 그렇게 시작됐고, 회담은 70여년의 적대 청산과 평화 정착의 토대를 마련했다. 정상회담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미국 쪽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전 상영한 영상이었다. 메시지는 정중했지만 단호했다. “평화인가 고립인가, 전진인가 후퇴인가, 이제 선택만 남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김 위원장에겐 몹시 불편했겠지만, “그가 흥미롭게 보았고, 공개해도 좋다고 했다”고 트럼프는 전했다. 이 메시지는 그 예리한 촉이 북한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안의 ‘평화가 두려운 집단’에게도 날아드는 것 같아 특별했다. 지난 70여년 ‘전쟁과 적대’를 이용해 권력을 장악하고 패권을 유지해 온 집단 말이다. 그들은 한반도의 분단과 분쟁을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익에 이용해 온 자들과 보조를 맞춰 가며, 심지어 북·미 정상회담의 좌절을 기도하기도 했다. ‘나라를 통째로 (북한에) 넘기시겠습니까.’ 4·27 남북 정상회담 직전 한국당이 내건 지방선거 슬로건이었다. 북·미 회담 결과가 나오자 홍 대표는 ‘대한민국 안보가 벼랑 끝에 달렸다’고 호들갑을 떨었고, 그와 동고동락했던 족벌 언론들은 ‘북한의 완승’이라고 깎아내렸다.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서로 핵 단추 자랑과 함께 핵전쟁 위협을 하며 으르렁대던 두 사람이었다. 70년 적대의 결과인 북핵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은 과연 정상일까. “평화인가 고립인가, 전진인가 후퇴인가.” 회담장의 동영상은 남측에도 선택을 촉구했다. 독일 통일의 밑돌을 놓은 건 사회민주당의 빌리 브란트 총리였지만, 통일의 결실을 이룬 것은 보수적인 기독교민주당의 헬무트 콜 총리였다. 전략적 인내 운운하며 북한이 핵개발에 박차를 가하도록 한 것은 미국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이었지만, 그 해결의 밑돌을 놓은 것은 보수적인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이다. 김구, 김창숙 등 이 땅의 참보수주의자들은 평화와 통일의 기치를 죽는 순간까지 내려놓지 않았다. 이들을 암살하고 억압한 것은 보수의 가면을 쓴 기회주의 패권주의자, 이승만과 친일파였다. 평화에는 좌우도, 진보ㆍ보수도 없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에 보수ㆍ진보가 따로 있겠나.
  • [와우! 과학] 이게 식물이라고? 식물의 놀라운 위장술

    [와우! 과학] 이게 식물이라고? 식물의 놀라운 위장술

    위장술은 많은 동물에게 유용한 생존 수단이다. 천적의 눈을 피하고 먹이가 알아채지 못하게 접근하기 위해 많은 동물은 나무와 잎, 그리고 돌멩이 등 여러 다른 사물에 자기 모습을 숨긴다. 이런 사실은 널리 알려졌지만, 주변 사물과 구분되지 않는 절묘한 위장을 하는 식물이 있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영국 엑서터대학과 중국과학원 산하 쿤밍식물원의 공동 연구팀은 중국 남서부의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식물의 위장술을 연구했다. 사실 식물은 다른 사물로 위장하기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광합성을 하는 엽록소 때문에 잎이 녹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식물의 성장에 최적화된 잎과 줄기의 모양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 식물이 돌멩이 같은 다른 사물로 위장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지역에 바위틈에 살아가는 작은 식물들은 놀랍게도 주변에 있는 다양한 바위와 돌멩이와 같은 색으로 자신을 숨긴다. 작은 크기와 완벽한 색상 모방은 굶주린 초식동물의 눈에서 이들을 최대한 숨겨줄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지역에서 15과(科)에 걸친 다양한 식물의 위장술을 조사해 학술지 ‘생태학과 진화 동향’(Trends in Ecology and Evolution)에 발표했다. 식물이 다른 색으로 위장한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같은 종의 식물이 주변에 있는 환경을 인지하고 그 색상으로 자신을 위장한다는 사실이다. 사진 속 코리달리스 헤미디센트라(Corydalis hemidicentra)의 경우 몇 가지 색소를 섞어 여러 가지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데 주변 환경을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인지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먹을 것이 없는 산악 지대에서 이런 작은 식물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별한 위장술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종종 식물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평화롭고 정적인 생물체로 생각된다. 하지만 식충식물처럼 다른 식물이 살기 어려운 척박한 환경에서도 독특한 방법으로 생존하는 식물도 많다. 자연계에서 사는 모든 생물과 마찬가지로 위장 식물 역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위대한 생존자들이다. 사진=주변 환경에 따라 위장한 코리달리스 헤미디센트라.(Yang Niu)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미국, 범정부 北전문가그룹 가동 中

    미국, 범정부 北전문가그룹 가동 中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6·12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규모 ‘범정부 전문가그룹’을 가동해왔다고 밝혔다. 북한 비핵화 검증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왔다는 의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현지 브리핑에서 “3개월 넘게 10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범정부 실무그룹’이 매주 수차례씩 회의를 진행했다”면서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 폐기와 관련된 기술적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핵무기 폐기와 관련된 군사 전문가,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들의 박사급 전문가들, 북한을 담당하는 정보집단 담당자들을 아우른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특히 “어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생화학, 미사일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핵무기,연료 사이클, 미사일, 생화학 등에 전문성이 있는 박사급 수십 명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물리, 항공우주 등도 관련 분야로 언급했다. 이런 발언은 ‘북한 비핵화를 검증할 미국 내 전문가 집단이 부족하다’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핵무기뿐만 아니라 생화학·미사일 폐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실제 미국 내 일각에선 북한 핵무기는 물론, 생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민주당 상원 지도부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 핵·생화학 무기 해체 △ 우라늄 및 플루토늄의 생산·농축 중단 △ 핵 실험장과 연구·농축 시설 영구 해체 △ 탄도미사일 시험 전면 중단·해체 등을 조목조목 요구한 바 있다. 그렇지만 당장은 북한 비핵화 검증만으로도 벅차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NYT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는 “(민주당 요구사항은) 그 누구도 달성할 수 없는 조건”이라며 “그들은 북한과의 평화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깎아내리는 데 더 관심 있어 보인다”고 꼬집은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성태 ‘혼수성태’ 표현한 칼럼,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 청구

    김성태 ‘혼수성태’ 표현한 칼럼,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 청구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자신을 ‘혼수성태’라고 부른 언론사 칼럼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1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김성태 원내대표 측은 한국농정신문의 6월 4일자에 실린 ‘남북 간 신뢰, 농업협력과 쌀로 쌓자’라는 제목의 칼럼에 대해 정정보도 및 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이 칼럼을 기고한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요즘 눈만 뜨면 남북, 북미정상회담 뉴스다. 제1야당의 홍준표 대표나 ‘혼수성태’가 뭐라고 떠들어대든 ‘기승전 6·12’이다”라면서 “몽매간에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5000만 민초들에겐 그 잡놈들, 자유한국당의 씨부렁거림은 죄다 마이동풍이요, 우이독경이다. 진정성이 묻어나지 않은 언행은 허깨비이다”라고 썼다. 김성태 원내대표 측은 “김성태 원내대표를 혼수성태라고 지칭함으로써 김성태 원내대표를 겨냥해 모욕 및 명예훼손적 발언으로 구성해 기사를 작성했다”고 반발했다. 또 “곧 다가올 6·13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한 행보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밝혔다.한국농정신문은 김성태 원내대표의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에 크게 반발했다. 한국농정신문은 ‘김성태 원내대표 언론중재위에 본지 제소’라는 기사에서 “김 원내대표의 언론조정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농정신문은 김 전 장관의 글이 “4·27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대다수의 국민이 공감하며 응원하고 있고, 12일로 예고된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는 가운데 홍준표 대표, 김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주요 관계자의 발언이 이를 폄하하고 의미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이에 대한 국민적 지탄이 쏟아지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농정신문 관계자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언론조정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언론중재위에 기각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자유한국당 가짜뉴스센터 관계자는 “유독 김성태 원내대표만 혼수성태라는 별칭을 써서 모욕한 것이라고 보고, 처음엔 농정신문 측에 관련 표현을 빼달라고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아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고 미디어오늘에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성훈 전 장관에겐 “언론중재위 제소로 문제제기를 대신했다”며 별도 고발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슈퍼컴퓨터 왕좌 되찾은 미국…앞으로의 과제는?

    [고든 정의 TECH+] 슈퍼컴퓨터 왕좌 되찾은 미국…앞으로의 과제는?

    미국이 다시 슈퍼컴퓨터 세계 1위의 자리를 되찾았습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오크리지 국립 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ORNL)에 설치되어 가동에 들어간 서밋(Summit)은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든 슈퍼컴퓨터로 미국의 대표적 IT 기업인 IBM과 엔비디아의 합작품입니다. 연산 속도는 200페타플롭스(PFLOPS)로 과거 1위인 중국의 선웨이 타이후라이트(Sunway TaihuLight)의 93페타플롭스의 2배에 달하며 2012년 도입했던 타이탄의 27페타플롭스와 비교해도 8배 가까이 빠릅니다. 이런 강력한 연산 능력을 위해서 서밋은 두 가지 프로세서를 사용합니다. CPU는 IBM의 최신 서버용 CPU인 Power9을 사용하는데, 22코어 버전으로 각 코어당 4-8개의 스레드를 지원해서 한 개의 CPU만으로도 여러 개의 CPU를 사용한 서버만큼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서밋에 사용된 IBM AC922 서버에는 Power9 CPU 두 개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200페타플롭스의 성능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엔비디아가 개발한 볼타 V100 기반의 테슬라 GPU 6개가 추가로 사용됩니다. 200억 개가 넘는 트랜지스터를 집적한 볼타 GPU는 병렬연산을 위한 5,376의 CUDA 코어와 인공지능 연산을 위한 672개의 텐서 코어를 지녀 범용 연산은 물론 머신러닝 관련 연산을 훨씬 빠르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서밋은 이런 IBM AC922 서버 4,608개가 설치되어 200페타플롭스의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서밋의 장점은 일반 연산 능력이 빠르다는 외에도 인공지능 연산에 매우 강하다는 점입니다. 머신러닝 연산에 특화된 V100 GPU를 2만 7000개 이상 사용하고 있어 현시점에서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인공지능 컴퓨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GPU 하나가 120TFLOPS의 텐서 플로 연산을 할 수 있어 수백 개 CPU가 하는 머신 러닝 연산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스카이넷을 연상시키는 성능이지만, 영화처럼 인류를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서밋은 가치 판단은 할 수 없는 데다 핵무기와 인공지능 무기를 통제하는 용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서밋은 인류와 전쟁을 벌이는 대신 인간을 위해서 일할 것입니다. 물론 이런 슈퍼컴퓨터의 용도 가운데 하나는 핵폭발 시뮬레이션이지만, 오크리지 국립 연구소 측은 서밋이 암 발생을 예측하거나 지구 온난화의 추세를 예측하는 등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용도로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부분은 중국의 대응입니다. 선웨이 타이후라이트가 세계 1위 슈퍼컴퓨터로 등극한지도 2년이 지났기 때문에 일반적인 프로세서 개발 주기를 고려할 때 선웨이 타이후라이트에 사용된 SW26010의 후속 프로세서가 이미 개발이 끝나가는 중일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서밋이 얼마나 왕좌를 지킬지 역시 관심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만 서밋은 인공지능 연산에 특화되어 있어 한동안 이 부분에서는 가장 강력한 컴퓨터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미국은 서밋에서 슈퍼컴퓨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려는 것이 아니라 더 강력한 슈퍼컴퓨터를 개발해 계속해서 이 분야에서 우위를 지키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계획은 2021년까지 서밋보다 적어도 5배 빠른 엑사스케일 컴퓨터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관련 업체에 연구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IBM과 엔비디아뿐 아니라 미국 내 주요 IT 기업들이 차세대 고성능 프로세서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과거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의 인공지능 연산 능력을 수천 배 뛰어넘는 고성능 인공지능 컴퓨터의 등장은 시간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이것이 인류에게 축복이 될지는 우리가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강력한 슈퍼컴퓨터와 인공 지능 컴퓨터 개발 이상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입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특파원 칼럼] ‘재팬 패싱’ 출구전략 못 찾는 아베/김태균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재팬 패싱’ 출구전략 못 찾는 아베/김태균 도쿄 특파원

    남북한과 북·미의 대화 국면 속에 제기된 이른바 ‘재팬 패싱’(일본 소외)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는 일본의 정부 인사나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정보 수집과 분석에 극도로 분주하기는 했겠지만, 자국이 국제 안보질서의 거대한 흐름에서 배제된다든지 하는 우려 같은 것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외려 일본이 그렇게 따돌림당하기를 바라는 한국과 중국의 희망사항쯤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일본 내에서는 강했다.그런 배경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회담장에 마주 앉게 될 가능성 자체를 낮게 보는 시각이 워낙 강했던 것이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설마 북한이…” 하며 결과를 불신하는 상황에서 재팬 패싱 같은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북·미 대화 추진 과정에서 일본이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현실론도 크게 작용했다. 북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이나 관계 설정이 돼 있어야 하는데 일본은 핵보유국이나 정전협정 당사국도 아니고, 2002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평양선언’이 사실상 백지화된 이후 냉랭한 관계가 지속돼 온 터였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공조 틀 안에서 최대한 실리를 추구하자는 전략을 택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잘되면 그걸 넘겨받아 북·일 정상회담으로 끌고 가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그 과정에서 ‘최대한의 압박’,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 등 3가지 문제에서 대북 강경모드를 그대로 지속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당초 예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해 갔다. 남북이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고 미 국무장관이 두 번이나 평양을 다녀갔다. 김 위원장도 중국을 두 번이나 방문했고 러시아 외무장관은 9년 만에 처음으로 평양에 가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결렬”을 선언하고 북한이 꺼져 가는 대화의 불씨를 살리는 극적 반전까지 연출됐다. 그런데도 아베 총리는 그가 즐겨 쓰는 표현대로 기존 입장에서 ‘1㎜’도 움직이지 않았다. 북·미 정상이 전략적인 결단으로 회담에 임하는 것이 분명한데도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강경 원칙들에 고정돼 있었다. 이러한 경직성은 지난달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 취소 선언을 했을 때 “회담을 해도 성과가 없다면 의미가 없는 것”(고노 다로 외상)이라고 발언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주요 관련국 모두가 우려를 표명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했다. 아베 총리는 앞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납치자 문제에서 국민들의 기대치를 과도하게 올려 놓는 잘못도 범했다. 일본이나 북한 모두가 어느 선까지를 “해결됐다”고 표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만큼 난해한 납치 문제에서 융통성 있는 통로를 만들기는커녕 전례 없이 그 부분을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상황 변화에 걸맞은 출구전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변화의 중심에 김 위원장이나 트럼프 대통령 같은 유형의 인물들이 있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내일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아베 총리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현재 같은 상태가 이어진다면 재팬 패싱은 일본의 주장처럼 지금까지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 과정에서 정말로 현실화될지 모른다. windsea@seoul.co.kr
  • [지금, 이 영화] 얼굴과 장소의 숭고한 교집합

    [지금, 이 영화] 얼굴과 장소의 숭고한 교집합

    다음은 다큐멘터리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감상하기 위한 사전 질문이다. ‘얼굴과 장소에 공통점이 있을까?’ 사실 얼굴과 장소는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 어려운 사물이다. 그래도 한번 천천히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정답 같은 건 없는 물음이지만, 그 과정에서 평범한 일상을 예술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작은 힌트를 얻을지도 모르니까. 당신의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우선 내가 떠올린 것부터 밝힌다.① ‘얼굴과 장소는 고유하다’: 고유하다는 것은 다른 개체와 구별되는 특성이다. 그래서 얼굴은 A와 B가 똑같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일차 기준이 된다. 장소도 마찬가지다. (당연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으나) 서울과 뉴욕이 다른 도시인 까닭은, 무엇보다 양자가 동일한 곳에 위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② ‘얼굴과 장소에는 역사가 새겨져 있다’: 역사는 흘러간 시간의 흔적이다. 이런 점에서 역사적 탐구는 그것을 잊지 않고 어떻게든 기억하여 지켜내려는 싸움이기도 하다. 얼굴에는 한 사람이 지나온 나날이, 장소에는 한 공간이 품어낸 과거가 오롯하게 담겨 있다. 그 자체로 얼굴과 장소는 역사다. 곧 역사적 탐구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③ ‘다양한 표정을 얼굴과 장소가 짓는다’: 얼굴에는 여러 가지 표정이 드러난다. 이것을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장소도 색색의 표정을 갖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해명이 불가피하다. 장소가 표정을 짓는다는 것은 그곳에 감각적 정서가 내포돼 있다는 의미다. 어딘가에서 유독 포근한 느낌을 받은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지 않을까 싶다. 장소는 단순한 땅덩이가 아니다. 사람과 교감한다.이렇게 나는 얼굴과 장소의 세 가지 공통점을 찾았다. 실은 전부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보면서 발견한 것들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인 아녜스 바르다와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JR이다. 두 사람은 함께 예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어떤 것인가 하면 프랑스 곳곳을 누비면서 거기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 사진을 찍고, 이를 큰 사이즈로 출력해, 건물 벽면에 부착하는 작업이다. 예컨대 바르다와 JR은 곧 철거될 광산촌에 가 마지막까지 이곳을 지키고 있는 자닌을 만나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그녀의 사진을 비롯해, 예전에 여기에서 일했던 광부들의 사진을 커다랗게 인화해 담벼락에 붙였다. JR은 이야기한다. “우린 광부들을 기리고 최후의 저항자 자닌의 얼굴을 자택에 붙여 그녀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는 일상이 예술화된 한 가지 사례다. 그때의 얼굴과 장소는 분명 고유하고 역사적이다. 또한 숭고한 표정을 짓는다. 이외에도 얼굴과 장소의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하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샛노란 고흐 ‘해바라기’ 점점 시들고 있다고?

    샛노란 고흐 ‘해바라기’ 점점 시들고 있다고?

    컬러의 말/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지음/이용재 옮김/월북/316쪽/1만 5800원세계인이 사랑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대표작 ‘해바라기’ 연작을 그릴 때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보냈다. “‘마르세유 사람이 부야베스를 먹는 기세’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그가 맹렬하게 그려냈던 ‘해바라기’는 작열하는 듯한 샛노란빛의 기세로 많은 이들을 매혹해 왔다. 당시 고흐는 꽃이 빠르게 시들어 이른 아침에만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런데 영원히 생생할 것만 같았던 그의 그림이 시들고 있다. 해바라기 꽃잎을 칠한 크롬 옐로의 성질 때문이다. 크롬 옐로는 1762년 시베리아 베레소프 금광에서 발견된 진홍색 수정, 홍연색에서 추출된 색이다. 프랑스 화학자 니콜라스 루이 보클랭은 홍연석이 다양한 색을 품고 있음을 발견했다. 레몬 옐로부터 황적색, 진한 적색까지 띠는 이 광물이 안료로 만들어진 것은 1804년. 기존에 쓰이던 색이 아니다 보니 고흐는 크롬 옐로의 극적인 노란색에 매우 의존했다. 하지만 크롬 옐로는 시간이 지나면 갈색으로 변해 버린다. 실제 고흐 그림을 수년간 연구한 학자들은 그림 속 꽃잎의 크롬 옐로가 심각한 수준으로 변색됐다고 우려했다. 책은 이처럼 색에 대한 인간의 다양한 편견과 평가, 쓰임까지 아우르며 이름 하나로 가둘 수 없는 색의 무한한 지도를 펼쳐 보인다. 지구상의 모든 색을 목록에 담으려 했던 인간의 시도는 특정 색에 대한 선호와 평가 절하, 혹평, 유행 등 다채로운 사연과 역사를 만들어 냈다. 디자인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엘르 데코레이션’에 3년간 실었던 색상 칼럼 가운데 75가지 색을 모았다. 저자는 때로는 우아한 위트, 때로는 가차없는 독설로 색에 대한 감각을 찬란하게 일깨운다. 왜 19세기 후반 인상파 화가들이 ‘바이올레토마니아’(보라색광)라 불리며 기존 예술계의 공격을 받았는지, ‘모비 딕’을 쓴 허먼 멜빌이 그토록 표현하고 싶어 했던 고래의 숭고한 흰색은 무엇이었는지, 베이지는 왜 고상하면서도 질리도록 밍밍한 소비주의를 상징하는 색이 되었는지 색의 천일야화가 펼쳐진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서울 토박이도 몰랐던 ‘진짜 서울’

    서울 토박이도 몰랐던 ‘진짜 서울’

    서울선언/김시덕 지음/열린책들/416쪽/1만 8000원내가 서울 사대문 안, 이른바 ‘진짜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사실을 좋아한 것은 그곳이 잘 변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서울이 고향인 사람들은 고향이 없는 사람 취급을 받기 십상인데, 그건 아마 저 변화무쌍한 땅에서 무슨 추억과 정체성을 찾느냐는 것일 것이다. 그 와중에 경복궁을 둘러싼 지역은 비교적 옛 풍경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내게는 큰 위안이 됐다. 그러나 알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곳이 변하지 않는 곳이 된 것은 조선시대 후기의 흔적을 보호하기 위한 편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서울은 그보다 까마득히 크다. 그리고 이 책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지금도 살아 있는 서울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진짜 서울과 그 밖을 나누려는 생각이 다섯 가지 선입견에 기반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조선후기 중심주의, 사대문 안 중심주의, 왕족과 양반 중심주의, 주자학 중심주의, 남성 중심주의라고. 책 제목에 걸맞게 그는 ‘선언’한다. “이제까지 서울을 말해 온 사람들이 조선 시대 궁궐과 왕릉, 양반의 저택과 정자들을 주로 거론해 온 것은 대단히 편협한 귀족주의적 세계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모든 옛 책이 동일하게 귀중한 것과 마찬가지로, 서울 속의 모든 공간과 사람도 동일하게 가치 있는 존재들입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로 살펴보고 있는 지역은 1936년과 1963년 이후 ‘서울’이라고 불리게 된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그가 살았던 지역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보통 서울을 주제로 한 책이 보여준 지역과는 크게 다르다.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것의 근본부터 뒤집고 의문을 제기하는 그의 글은 한편으로는 불편하고 또 한편으로는 통쾌하다. 문헌학자인 그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서울’을 넘어서는 대서울의 곳곳을 ‘무수히 많은 책이 꽂힌 도서관’에 비유한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부수고 잊혀졌거나 왜곡된 것을 밝히는 그의 “서울 순례” 덕에 서울이라는 도시는 좀더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살아난다. 근사한 문화재의 위용을 자랑하는 사진이 아니라 평범한 동네를 찍은 수많은 도판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이 책 또한 “아직 제각각의 정체성이 강하고 서로 간의 관계성이 긴밀하지 않은 서울”을 바라보는 개인의 시선임을 강조하며, 현재의 서울을 사는 우리 개개인이 자신의 눈으로 서울을 바라볼 것을 권한다. 편견을 깬 너머에 “진짜 서울”이 있다.  박사 북칼럼니스트
  • [아하! 우주] 지구 미생물, 태양계 오염시킬까?…극강 생존력의 비밀

    [아하! 우주] 지구 미생물, 태양계 오염시킬까?…극강 생존력의 비밀

    우주선이나 반도체 생산 공장은 작은 먼지 하나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먼지나 세균을 최소화한 클린 룸 상태를 유지한다. 특히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탐사선은 철저한 청결을 유지해야 하는 더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지구 생물체에 의한 외부 행성 오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그런 사례가 없지만, 지구 세균이 NASA의 화성 및 다른 우주 탐사선에 실려 다른 천체를 오염시킬 위험성은 항상 존재한다. 물론 이들이 지구 밖에서 살아남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일부 지구 생물체는 화성의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만약 화성이 지구 생물체로 오염되면 어쩌면 존재할지도 모르는 화성 미생물 생태계를 교란할 수도 있고 지구 미생물을 화성 생명체로 착각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NASA는 철저한 소독을 거쳐 우주선을 발사하지만, 놀랍게도 NASA의 클린 룸에서 살아남는 미생물이 존재한다. 심지어 이 환경에 적응해 여기서만 발견되는 미생물이 있을 정도다. 캘리포니아 폴리텍 주립대학의 연구팀은 NASA의 마스 오딧세이 및 피닉스 탐사선(둘 다 화성 탐사선)에서 발견된 미생물을 대상으로 이들이 아무것도 먹을 게 없는 적대적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조사했다. 이 두 우주선에서 발견된 미생물은 여러가지지만, 주로는 아시네토박터(Acinetobacter) 균이다. 연구팀은 이 균주들이 뭘 먹고 사는지 검증하다가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이 세균들이 우주선 소독제로 사용된 이소프로필 알코올(isopropyl alcohol)이나 크리놀 30(Kleenol 30) 같은 물질을 분해해 양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세균에 유독한 물질이지만, 기본적으로 탄화수소이므로 대사를 통해서 에너지원으로 바꿀 수 있다. 이 연구는 생물의 놀라운 적응 능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앞으로 우주선 소독에 미생물이 분해하기 어려운 다른 소독제를 사용해야 함을 보여준다. 물론 소독제 이외에 다른 다양한 방법으로 멸균 소독을 할 뿐 아니라 강력한 방사선이 존재하는 우주 환경 자체가 자연적 멸균 소독을 해주지만, 지구 미생물이 태양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사실 무인 탐사선을 소독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유인 탐사선이다. 앞으로 화성 유인 탐사가 이뤄지면 사람을 대상으로 철저한 미생물 소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그전까지 미생물 오염을 철저히 막아서 어쩌면 존재할지 모르는 화성 생물체를 보호하고 지구 생물체를 화성 생물체로 오해하는 일은 방지해야 할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지구를 보다] ‘해기둥’ 본 적 있나요? - 햇빛과 얼음결정이 연출하는 장관

    [지구를 보다] ‘해기둥’ 본 적 있나요? - 햇빛과 얼음결정이 연출하는 장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오늘의 천체사진(APOD) 6일자(현지시간)에 태양이 만든 기묘한 현상을 잡은 사진이 올라와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른바 ‘해기둥’ 현상을 찍은 것인데, 해돋이나 해넘이 때 공기 속의 얼음 결정들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으로, ‘태양주’ 또는 ‘태양 기둥’이라고도 한다. 이 같은 대기 광학현상은 대기가 차가울 때 햇빛과 공기 중의 얼음결정들이 연출하는 현상이다. 편평한 6면체의 얼음 결정들이 높은 구름에서 떨어져내릴 때 공기 저항 원인으로 이 결정체들은 지면까지 펄럭이며 내려오는 사이에 거의 수평을 이루며 일직선상에 정렬되면, 결정면의 윗면과 아랫면에서 이루어지는 햇빛의 반사가 마치 태양을 늘어놓은 것 같은 해기둥을 연출하게 된다. 이 같은 해기둥 현상은 특히 태양 광선들이 지면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때인 일출과 일몰 무렵에 특히 잘 형성된다. 이 사진은 지난주 노르웨이의 펜즈요르덴 너머로 해가 질 때 공기 중의 얼음 결정들에 그 빛이 반사되면서 만들어진 해기둥의 모습이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열린세상] 착한 척하기/유효상 차의과학대 경영대학원장

    [열린세상] 착한 척하기/유효상 차의과학대 경영대학원장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투표를 하겠다는 비율이 무려 82%에 달한다는 설문조사가 발표됐다. 참고로 2014년 투표율은 56.8%였다. 선거 때마다 사전 여론조사에서 ‘꼭 투표할 것’이란 응답 비율보다 실제로 투표한 사람들의 비율은 훨씬 낮았다.엄마들이 아이들의 과자를 구매할 때 영양가와 성장발육에 도움이 되는 품목을 선택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람들이 교회를 간 횟수를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예배 참석은 긍정적인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은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한 횟수와 금액도 실제보다 높게 응답하는 경향을 보인다. 텔레비전 시청자들도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방송국에 요청하지만, 막상 그런 프로그램들은 시청률이 매우 낮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시청자들 때문에 방송국은 낭패를 겪는 경우가 많다.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의 흑인 후보였던 토머스 브래들리는 공화당의 백인 후보인 조지 듀크미지언과 경쟁했다. 객관적으로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브래들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은 것은 물론 선거 날 출구조사에서도 듀크미지언에 앞섰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예상과 달리 브래들리가 듀크미지언에게 패배했다.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때는 인종적 편견을 숨기려고 흑인이지만 능력이 있는 브래들리를 지지한다고 거짓으로 응답했다. 하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백인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이를 가리켜 ‘브래들리 효과’라고 한다. 이후 ‘흑백 대결’이 펼쳐진 여러 선거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멋지고 착하게 보이기를 원한다. 설문조사가 대부분 익명인데도 말이다. 이런 여론조사나 설문조사에서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좋게 보이거나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응답을 하려는 경향을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social desirability bias)이라고 한다. 일종의 이미지 관리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평판과 위신, 체면을 관리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것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응답하게 된다. 심지어는 수면시간도 실제 잠을 잔 시간보다 적게 잤다고 응답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적은 수면시간을 근면의 상징으로 여기고, 긴 수면 시간을 게으름의 상징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로 데이터 과학자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세스 다비도위츠는 2017년에 출간한 그의 책 ‘모두 거짓말을 한다’(Everybody Lies)에서 구글 트렌드 분석을 통해 사람들은 인종차별, 정신질환, 성생활, 아동학대, 낙태, 광고, 종교, 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 부분을 거짓말로 왜곡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모든 사람들이 사실과 다르게 대답하고 왜곡을 습관처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매년 125만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연구에 따르면 제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각광받는 무인 자율자동차가 이런 사고를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으며 천문학적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자율주행차는 윤리학의 고전적 문제인 ‘트롤리 딜레마’를 피할 수 없다. ‘인명 피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구를 희생양으로 삼는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짜야 하는가?’이다. 수많은 설문조사에서 사람들은 보행자나 다른 운전자를 위해서 기꺼이 차 안에 있는 자신이나 동승자가 희생돼야 한다는 밴덤의 공리주의적 답변을 했다. 그러나 동시에 만약 그런 차가 출시된다면 그런 차는 사지 않겠다는 이중성을 나타내기도 했다. 쉴 새 없이 올라오는, 의미 없는 SNS에 댓글이나 ‘좋아요’를 할 수 없이 누르는 것도 좋은 사람인 척하려는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이다.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 연구의 세계 최고 권위자인 미시간대의 로저 투랑조 교수는 놀랍게도 ‘선의의 거짓말’을 자주 하면 습관적으로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에 빠진다고 했다. 착한 척하다가 진짜 착한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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