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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YT “푸틴 끼어들면 트럼프 ‘대북 파산’ 빠져나가는 방편 될수도”

    NYT “푸틴 끼어들면 트럼프 ‘대북 파산’ 빠져나가는 방편 될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미 대북 정책에서 커다란 실패를 맛보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북러 정상회담은 트럼프와 미국이 처한 곤경을 빠져나갈 수 있게 하는 한 방편이 될 수도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슨은 26일자로 ‘트럼프의 북한 대실패(Fiasco)-누가 파산 정책에서 빠져나갈까’를 통해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 핵 협상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 색다른 주장인 것 같아 전문을 옮긴다. 최대한 매끄럽게 옮기려 했지만 여의치 않은 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스티븐슨은 2017년 4월부터 NYT에 몸담고 있는데 월스트리트저널(WSJ) 해설 칼럼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과거에 예루살렘 포스트 편집장으로 일한 경력도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 접근하는 방식은 1988년 뉴욕 플라자호텔을 매입하던 과정과 닮은 구석이 전혀 없었다. 개인적 케미스트리에 의존하고 전문가 조언은 깡그리 무시하고 마땅한 부지런함도 떨지 않아 투자로는 값을 높게 쳐줘 손에 쥐는 게 없었다. 플라자 때처럼 결과는 똑같이 대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당시 트럼프는 채권단의 면죄부 덕에 겨우 개인적 파산을 면했다. 한반도 정책의 파산을 어떤 값이든 치러줄 대타가 누가 될 것인가? 어쩌면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러시아의 스트롱맨은 이번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주재함으로써 그런 역할에 앵글을 맞추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 것처럼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을 마친 뒤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고려했을 때 생기는 문제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미국 쪽에 알려달라고 김 위원장이 요청하더라”고 말했는데 이런 언급은 진정성 만큼이나 소설 ‘정글북’에 등장하는 비단구렁이 카(Kaa)처럼 음흉한 의도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러시아는 자금이 딸려 김정은이 지금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경제원조를 충분히 해주지 못한다. 그러나 이미 북한이 유엔 제재를 피하도록 도움을 줬고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에게 한 것처럼 유엔 안보리에서 평양 정권을 옹호하는 데 기여해왔다. 모스크바는 북한을 통과하는 석유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남한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길 원하고 있다. 더욱 좋게는 새로운 시장을 열고, 몇몇 거간꾼에게 뇌물을 먹여(corrupt a few middlemen),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그 결과 전략적 갈취를 위한 에너지를 일으키고 이용해야 한다. 푸틴의 선수 치기가 먹힐지 여부를 말하긴 너무 이르다. 그러나 러시아가 한 번 도전하려고 세게 나오는 일들을 실패한 정부가 있었다.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명하지 않게 연연했던 거래를 실패로 끝낸 것은 북한 정권의 역사와 야망에 비쳐볼 때 너무도 뻔히 예견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트럼프는 실패 후에 김정은을 계속 달래고 아첨했다. 지난달 그는 남한과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연기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행정부가 제안한 대북 강경 제재 패키지를 공개적으로 취소해 버렸다. 몇 주 뒤 트위터에는 “개인적 관계가 아주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는 데 북한의 김정은과 일치한다. 아마도 엑설런트란 단어가 더 정확할 수도 있는데 3차 북미정상회담은 우리 각자가 처한 위치를 진정 이해하는 데 더 유익할 것”이라고 적었다. 26일에는 푸틴의 중재 노력에 감사하며 “우리는 북한과의 일을 아주 잘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과물은 일련의 눈에 띄는 간극들인데 미국의 적들이 모두 써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대통령과 참모들의 간극, 워싱턴과 서울의 간극, 기존 제재 체제와 강화하려는 의지 사이의 간극이다. 그리고 트럼프 자신의 환상과 실체 사이의 간극도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지니 월렌은 이번주 “평양은 많은 나라들, 그리고 은행들, 보험사들, 무역업자들이 적절한 조치를 실행하지 못했기 때문에라도 제재 회피에 과감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리고 몇몇 제재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혼동된 신호들이 글로벌 제재 강화를 훼손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은 더욱 큰 게임을 좇고 있지만 제재 위반자 가운데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러시아 자신이다. 한반도에서 또다시 핵 대결하는 양상은 러시아를 협상에 뛰어들게 할지 모르며 거래하는 과정에 제재 구제를 얻어낼지도 모른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기를 만들어내는 일은 잔꾀를 부리는 독재 정권이 위기를 한사코 피하려고만 하는 민주 정부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쓰는 낡은 수법이다.그리고 또다른 위기가 다가오는 것처럼 보인다. 위성들은 비밀에 싸인 북한의 미사일 기지들을 발견해내고 있고 핵시설들에서 재처리 움직임이 있다는 새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 평양은 또 새로운 무기를 시험 발사했으며 이미 해체되기 시작했던 미사일 시험 발사장을 재건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핵 협상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빼달라고 요구하며 미국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답을 달라고 연말까지 시한을 정했다. 이건 미국 대통령을 많이 두려워한다고 생각하는 정권의 행동이 아니다. 이건 두둑한 수를 갖고 있는 정권의 행동이다. 반면 트럼프가 칭찬해마지 않는 독재자는 이복 형을 아무렇지 않게 살해했고 북한에서 식물인간인 상태로 풀려나 세상을 떠난 오토 웜비어의 치료비로 200만 달러를 요구했던 바로 그 남자다. 이런 행동에 적합한 단어는 사악함이다. 적절한 대응이라면 경제적 압력, 군사적 대비, 도덕적 탄핵 등이다. 남한 사람들이 번창해온 공식이라면 평화는 관리되며, 북한은 수십년 동안 거대한 수용소가 됐다는 것이다. 북한의 도전에는 좋은 답이 있을 수 없을지 모르며 나쁜 답들만 넘쳐난다. 트럼프는 이 모두를 거머쥐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폭탄과 다른 것이 플라자 거래였는데 이것들도 폭발할 수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나이 들면 떨어지는 기억력, 되돌리는 기술 만들었다

    나이 들면 떨어지는 기억력, 되돌리는 기술 만들었다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기억력이 감소한다.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긴 하지만, 치매처럼 심한 경우나 치매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 소소한 어려움을 겪는 경도 인지장애가 진행하면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개인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가족과 사회의 돌봄이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이가 들더라도 적당한 수준의 인지기능을 오래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지만, 현재까지는 노인에서 기억력 및 인지기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치료법이 없는 상태다. 노스웨스턴 대학 연구팀은 수년 전부터 자기장을 이용한 뇌 자극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강한 자기장을 이용해서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외부에서 뇌를 자극하는 경두개 자기자극기(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TMS, 이하 TMS)는 우울증이나 중독, 강박 장애 같은 다양한 뇌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연구팀은 TMS를 이용해서 수술이나 다른 침습적 처치 없이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했다. 물론 인간의 뇌에서 기억력에 관련된 부위는 여러 개지만, 연구팀이 집중한 부위는 뇌의 가장 깊숙한 부분인 해마(hippocampus)다. 이미 2014년 건강한 젊은 사람을 대상으로 TMS를 통한 해마 자극이 기억력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최근 노스웨스턴 대학의 조엘 보스가 이끄는 연구팀은 건강한 노인의 뇌를 TMS로 자극해 젊은 사람만큼 기억력을 좋게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우선 64세에서 80세 사이 건강한 노인 16명을 대상으로 기억력과 관련된 테스트를 진행했다. 젊은 성인의 경우 55점 정도 나오는 테스트에서 노인 대상자는 40점 정도를 기록했다. 이후 5일에 걸쳐 하루 20분씩 TMS를 통해 실제 해마를 자극하거나 혹은 기기만 갖다 대고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은 대조군으로 나눠 다시 테스트 한 결과 TMS를 통해 자극을 받은 실험군은 젊은 성인과 비슷한 성적을 보여줬다. 물론 소규모 테스트이고 짧은 시간 동안 반응을 본 것이지만, 인지장애 및 치매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를 시사하는 소견으로 주목된다. 다만 실제 치료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치료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만 효과가 있거나 장기적으로 심한 부작용이 있으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약물처럼 복용이 편리한 방법이 아니라 TMS라는 특수 의료장비를 계속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점 역시 해결해야할 과제다. 하지만 늘어나는 치매 및 경도 인지기능 인구를 생각하면 매우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핵잼 사이언스] 자기장으로 노인도 젊은이처럼 기억력 좋아진다

    [핵잼 사이언스] 자기장으로 노인도 젊은이처럼 기억력 좋아진다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기억력이 감소한다.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긴 하지만, 치매처럼 심한 경우나 치매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 소소한 어려움을 겪는 경도 인지장애가 진행하면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개인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가족과 사회의 돌봄이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이가 들더라도 적당한 수준의 인지기능을 오래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지만, 현재까지는 노인에서 기억력 및 인지기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치료법이 없는 상태다. 노스웨스턴 대학 연구팀은 수년 전부터 자기장을 이용한 뇌 자극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강한 자기장을 이용해서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외부에서 뇌를 자극하는 경두개 자기자극기(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TMS, 이하 TMS)는 우울증이나 중독, 강박 장애 같은 다양한 뇌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연구팀은 TMS를 이용해서 수술이나 다른 침습적 처치 없이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했다. 물론 인간의 뇌에서 기억력에 관련된 부위는 여러 개지만, 연구팀이 집중한 부위는 뇌의 가장 깊숙한 부분인 해마(hippocampus)다. 이미 2014년 건강한 젊은 사람을 대상으로 TMS를 통한 해마 자극이 기억력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최근 노스웨스턴 대학의 조엘 보스가 이끄는 연구팀은 건강한 노인의 뇌를 TMS로 자극해 젊은 사람만큼 기억력을 좋게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우선 64세에서 80세 사이 건강한 노인 16명을 대상으로 기억력과 관련된 테스트를 진행했다. 젊은 성인의 경우 55점 정도 나오는 테스트에서 노인 대상자는 40점 정도를 기록했다. 이후 5일에 걸쳐 하루 20분씩 TMS를 통해 실제 해마를 자극하거나 혹은 기기만 갖다 대고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은 대조군으로 나눠 다시 테스트 한 결과 TMS를 통해 자극을 받은 실험군은 젊은 성인과 비슷한 성적을 보여줬다. 물론 소규모 테스트이고 짧은 시간 동안 반응을 본 것이지만, 인지장애 및 치매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를 시사하는 소견으로 주목된다. 다만 실제 치료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치료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만 효과가 있거나 장기적으로 심한 부작용이 있으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약물처럼 복용이 편리한 방법이 아니라 TMS라는 특수 의료장비를 계속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점 역시 해결해야할 과제다. 하지만 늘어나는 치매 및 경도 인지기능 인구를 생각하면 매우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아하! 우주] 日 탐사선, 소행성에 구덩이 만들다…충돌 전후 이미지 공개

    [아하! 우주] 日 탐사선, 소행성에 구덩이 만들다…충돌 전후 이미지 공개

    일본의 탐사선이 소행성 표면에 인공적인 만든 구덩이(크레이터·Crater)를 보여주는 사진이 25일 공개되었다. 소행성 류구에 대한 충돌 실험 전후의 이미지를 공개한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쓰다 유이치(津田雄一) 프로젝트 매니저는 이날 브리핑에서 “류구 표면에서 지형이 명확하게 변해 있음을 사진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JAXA는 “인공 분화구의 정확한 크기와 모양은 앞으로 상세히 검토될 것이지만, 약 20m 너비의 지형이 바뀌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이처럼 큰 변화를 기대하진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프로젝트에서 활발한 논쟁이 촉발되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행성의 구덩이 만들기 실험 성공은 류구를 탐사하기 위해 보낸 하야부사 2호 미션의 중요한 과학실험 이정표가 되었다.충돌 실험은 류구 상공 20㎞에 머물던 하야부사 2호가 고도 500m까지 하강한 뒤 구리로 만든 금속탄환을 발사할 충돌장치(임팩터)와 카메라를 분리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충돌장치는 곧바로 고도 200m 부근에서 내부 폭약을 터뜨려 정구공 크기인 2㎏ 정도의 금속탄환을 초속 2㎞로 류구 적도 부근에 충돌시켰다. 충돌 후 이미지는 류구 상공을 선회하던 하야부사 2호가 촬영한 것이다. 탐사선은 충돌 과정에 날아오를 파편들을 피하기 위해 2주 동안 소행성 뒤편에 숨어 있었다. 하야부사 2호의 인공 크레이터 실험이 가지는 과학적 가치는 류구의 풍화된 표면 아래 있는 태양계 초기 물질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는 데 있다. 하야부사 2호는 이미 류구의 다른 쪽에서 채취한 토양 표본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번에 확보할 지하의 암석 표본과 함께 태양계 초기 물질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약 46억 년 전 탄생한 류구 같은 소행성은 태양계 초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 것으로 보여 과학자들은 소행성 내부 물질을 연구하면 태양계 탄생 과정과 생명의 기원을 알아낼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지구-태양 간 거리의 2배가 넘는 3억㎞ 이상 떨어진 류구에서 미션을 수행 중인 하야부사 2호는 2014년 12월 일본 가고시마 다네가시마(種子島)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후, 약 3년 6개월에 걸쳐 태양 궤도를 돌면서 작년 6월 류구 상공에 접근했다. 하야부사 2호는 류구 표면의 물질을 채취하고서 2020년 말 지구로 귀환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왕복으로 총 52억㎞에 달하는 대장정이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금요칼럼] 국회의원의 대표성/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금요칼럼] 국회의원의 대표성/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지역구 국회의원의 대표성은 선거 결과이다. 특정 지역 유권자로부터 최다득표를 얻음으로써 그 지역의 대표가 되고, 바로 그 자격으로 국회에 들어간다. 현재는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주민소환제가 없으므로, 투표 결과는 임기 4년 동안 국회의원 자격을 무조건 보장한다. 그러다 보니, 일단 당선만 되면 유권자는 안중에 없다. 마치 선거구 지역의 중세 봉건영주인 양 득의양양하여 정치적 이합집산을 자기 마음대로 자행한다. 지역구 유권자를 농노 보듯이 한다. 최소한의 양심이나 상식조차 안중에 없다. 정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국회의원이 애초 정당으로 입당하는 것은 그런대로 이해해 줄 만하다. 그러나 특정 정당 공천을 받아 지역구에서 당선된 후 임기 중에 다른 정당으로 갈아탄다거나, 집단 탈당하여 새로운 정당 간판을 내거는 행위는 공정한 절차를 통해 유권자의 동의를 확실하게 받아야 가능하도록 국회의원 선거법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자기를 뽑아 준 유권자의 동의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정당을 바꾼다면, 국회의원의 대표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면 선거구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서 국가대표가 된 자다. 유권자는 숱한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다. 예전에는 정당보다 인물이 더 중요한 투표 요인이었다. 박정희나 전두환 같은 인물이 정당 하나를 뚝딱 만들어 내는 일이 비일비재했으니, 정당의 수명이 특정 인물보다도 짧았다. 예전의 ‘3김’이라거나, 최근의 친노, 친이, 친박, 비박, 친문 등의 용어가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야말로, 정당보다는 인물이 우위를 점하는 우리 정치풍토를 잘 보여 준다. 그래도 최근에는 갈수록 정당이 중요한 선택요인으로 부상한다. 2004년 탄핵역풍으로 당시 여당 후보가 초선으로 대거 국회에 진출한 것은 정당 배경의 중요성을 극적으로 보여 준다. 작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주요인도 후보자 개개인보다는 어떤 정당 소속인지가 유권자의 선택에 결정적으로 작용했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요즘엔 국회의원 후보라 해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아는 유권자가 드물다. 사회생활이 워낙 다양해지다 보니, 신문의 정치면 기사를 매일 확인하는 유권자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후보자 면면을 다 알 수 없다 보니, 유권자의 관심은 더더욱 정당 배경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당 배경을 고려해 투표하는 경향은 갈수록 뚜렷하다. 21세기 대한민국 사회가 이런 상황임에도, 지역구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이 자기 마음대로 정당을 바꾼다면, 그것은 지역구 유권자에 대한 위약이자 일종의 사기에 다름 아니다. 투표행위는 일종의 구매와도 같다. 물건을 고를 때 구매자는 온갖 조건을 따지는데, 메이커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택배로 받은 물품의 메이커가 다른 회사라면, 당장 전화하여 반품처리하고 구매후기에 불만을 쏟아 낼 것이다. 국회의원이 상품은 아니지만, 선택받는 기본원리는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임기 중에 어떤 이유로든 정당배경을 바꾼다면, 그 유효성 여부를 객관적인 수치로 공인받아야 한다. 선거구 유권자를 상대로 국민투표식의 정당변경 찬반투표라도 하여, 공식절차에 따른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 선거비용은 국민 세금이 아니라, 정당을 바꾸려는 국회의원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할 것이다. 이번 주 뉴스에 부쩍 많이 나오는 이언주 국회의원을 보면, 차마 입에 담기조차 힘들 지경으로 갈아타기의 달인이다. 그래서 그의 행보는 ‘정치’가 아니라 차라리 ‘국민모독’에 가깝다. 이언주 뒤에 숨어 있는 국회의원·정치인도 그 본질은 같다. 정당을 연례행사처럼 바꿔치는 저런 갈아타기 명수들을 우리는 언제까지 국회의원으로 대우할 것인가?
  • [우주를 보다] 유성우와 혜성 그리고 북두칠성이 담긴 환상적인 밤하늘

    [우주를 보다] 유성우와 혜성 그리고 북두칠성이 담긴 환상적인 밤하늘

    부채살처럼 퍼지는 유성우와 그 가운데 찍혀 있는 혜성, 그리고 단아한 북두칠성이 한 하늘에 모여 빚어낸 환상적인 밤하늘 풍경이 미 항공우주국(NASA)의 ‘오늘의 천문사진(APOD)’ 23일 자(현지시간)에 게재되어 우주 마니아들을 황홀하게 하고 있다. 유성우는 혜성이 흘리고 간 먼지 알갱이들이 무리지어 있는 속을,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가 지나갈 때 지구 대기권으로 끌려들어 불타는 별똥별 무리를 말한다. 크기는 먼지보다 좀 크거나 왕모래알만 하며, 주로 먼지와 얼음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 기다란 타원 궤도를 그리며 태양을 공전하는 혜성이 태양에 가까워지면 얼음과 먼지 등이 태양열로 녹기 시작하고, 방출된 가스와 먼지들이 태양의 복사압력과 태양풍에 의해 태양 반대방향으로 밀려나면서 혜성의 꼬리를 만든다. 그래서 혜성이 지나는 궤도에는 보통 혜성으로부터 유출된 많은 물질이 남게 된다. 이 길이 지구 공전궤도와 맞닿는 곳에서 유성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구 하늘에서 보이는 유성의 궤적은 나란하지만, 기찻길 같은 원근감의 효과로 위 사진에서 보듯 한 점에서 방사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 한 점을 유성우 복사점이라 하고, 복사점이 있는 별자리를 따서 유성우 이름이 지어졌다. 지구에서 볼 수 있는 유성우는 모혜성의 종류에 따라 1년에 총 8개 가량이 있다. 즉, 1월에 사분의자리 유성우, 4월에 거문고자리 유성우, 5월에 물병자리-에타 유성우, 7월에 물병자리-델타-남족 유성우, 8월에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 10월에 오리온자리 유성우, 11월에 사자자리 유성우, 12월에 쌍둥이자리 유성우 등이다. 위의 사진은 지난 1월 스페인의 카나리아 제도에 딸린 라 팔마섬에서 아프리카 북서쪽 해안을 바라보며 사분의자리 유성우(지금의 용자리)를 담은 장면이다. 유성우의 복사점은 북두칠성 손잡이 아래에 자리한다. 그 부근에 있는 녹색 빛줄기는 오랜만에 찾아온 밝은 혜성 비르탄넨이다. 위 사진에서 북두칠성의 국자 부분 두 끝 별을 잇는 선분을 5배쯤 연장한 곳에 밝은 별 하나가 반짝이고 있다. 바로 북극성이다. 지구의 자전축이 향하고 있는 천구의 북극에 자리한 별로, 저 별을 올려본 각이 바로 그 지점의 위도를 가리킨다. 라 팔마는 북위 28도 부근의 섬이라 북위 38도 부근인 서울에서 보는 각도보다 많이 낮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김균미 칼럼] 양성평등 전담 부서의 성공 조건

    [김균미 칼럼] 양성평등 전담 부서의 성공 조건

    “아빠, 꼭 남자가 돈 벌어야 돼? 난 그냥 ‘취가’(취업 대신 장가) 할래” “20대 남성, ‘남성은 강하고 성공해야 한다´ 동의 안 해” “20대 남성 72%, 남자만 군대 가는 징병제는 성차별” 지난 1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개원 36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발표된 ‘변화하는 남성성과 성차별’ 연구보고서를 다룬 언론들의 기사 제목이다. 50대 아버지와는 생판 다른 20대 아들의 생각을 주제목으로 달았다. 연구원이 우려했던 ‘젠더 갈등’을 ‘부각’시킨 제목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연구원은 세미나 당일까지도 연구보고서 전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았다. 행여 특정 항목만 뽑아 남녀, 특히 20대 남녀 갈등과 반페미니즘적 정서를 과도하게 다룰까 부담을 느낀 것 같았다. 지난해 12월부터 20대 남성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고 올 들어 여성가족부가 제작해 배포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와 ‘초·중·고 성평등 교수학습 지도안 사례집’을 둘러싸고 잇따라 논란이 일면서 신중해진 여가부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여러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남녀를 불문하고 성평등을 지지한다는 의견이 높다. 하지만 성차별과 페미니즘에 대해 물으면 세대별로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여성정책연구원의 남성성에 대한 이번 조사는 저간의 사회 인식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특히 20대 남성의 50.5%가 적대적 성차별 및 반페미니즘 성향을 보였다. 동시에 모든 연령대 중에서 비전통적 남성성이 38.5%로 가장 높게 나타난 것도 20대였다. 상반된 성향을 동시에 갖고 있는 20대 남성에게 우려와 기대를 함께 갖게 되는 이유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도 일반적이지 않은 한국 20대의 성평등 인식에 주목했다.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발표한 27개 국가 3만 133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다양성과 성평등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이 유일하게 20대의 성평등에 대한 지지도가 50대 이상보다 낮았다. 다른 국가들은 20대의 성평등 지지도가 50대 이상보다 10~22% 포인트 높은데, 특이하게 한국만 9% 포인트 낮다고 지적했다.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한국 20대 남녀에서 젠더 담론이 양극화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 간극을 좁히고, 성평등 공감 수준을 전격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남녀가 관련된 사건·사고가 터지거나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정치권과 언론이 너무나도 쉽게 ‘젠더 갈등’ 프레임을 들고나와 극단으로 몰아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20대 남녀를 표로만 의식해 갈등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경제학자 우석훈이 ‘88만원 세대: 절망의 세대를 쓰는 희망의 경제학’이라는 책을 낸 게 2007년. 10년 넘게 청년 문제의 심각성을 외쳤지만 시큰둥하다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국회와 정부에서 대책 마련에 나선 걸 곱지 않게 보는 배경이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과거 10년 보수 정부와 다르다는 걸 말이 아닌 제도로 보여 줄 수 있다. 양성평등 전담 부서의 신설이다. 제대로만 한다면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여가부는 오는 30일 국무회의에 8개 부처에 양성평등정책담당관 신설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 다음달 7일 7~8명 규모의 전담 부서가 생긴다. 부서 명칭을 놓고 이견을 조정하느라 계획보다 한 달가량 늦어졌다. 여하튼 지난해 전담 부서를 신설한 경찰청과 대검찰청에 이어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법무부에 양성평등 전담 부서가 생긴다. 국방부는 여성가족과를 양성평등과로 확대, 개편한다. 양성평등 전담 부서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부서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담보돼야 한다. 여가부는 4급인 담당관에 외부 전문가를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현재까지 복지부만 개방형 직위로 명시했고 다른 부서들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참에 새로 생긴 과장 자리에 내부 인사를 보내 인사 적체를 해소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일찌감치 그 안이한 생각을 접길 바란다. 경험과 사명감을 가진 전문가에게 맡기고 장관은 담당관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각급 회의에서 여가부가 정부의 지지율을 떨어뜨린 부서로 눈총을 받고, ‘성평등’ ‘여성친화적’이라는 단어조차 꺼내기 불편한 분위기는 대통령이 나서 잡아 줘야 한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트럼프 언론과 전면전...‘폭풍트윗’ 이어 기자와 만찬도 금지

    트럼프 언론과 전면전...‘폭풍트윗’ 이어 기자와 만찬도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류 언론을 향한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낸 ‘트윗 폭탄’을 날린 데 이어 자신뿐 아니라 백악관 참모들도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 참석하지 말것을 요구했다. 러시아 스캔들 의혹에 대한 특검 보고서 공개 이후 시시각각 탄핵 가능성을 보도한 주류 언론에 대해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포스트 특검’ 정국의 주도권을 거머쥐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시간)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전 백악관 및 정부 관계자들에게 오는 27일 열리는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 참석하지 말라는 지침을 하달했다고 전했다. 본인이 불참하기로 일찌감치 ‘공표’한데 이어 참모들까지도 ‘동반 불참’을 지시한 것이다. 이날 갑작스레 이러한 결정이 내려지자 이미 초대에 응하기로 했던 참모 및 행정부 관계자들이 당황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은 1924년 캘빈 쿨리지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이래 100년 가까이 이어져 오며 매년 대통령과 언론 간 소통 창구 역할을 해온 유서 깊은 행사다. 현직 대통령이 정치적 농담을 곁들인 연설을 하는 것이 이 행사의 특징이며, 정치인과 할리우드·스포츠 스타 등 각계 명사들도 초청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과거 손님으로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현직 대통령이 이 연례 만찬에 불참한 사례는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이 피격 사건으로 수술에서 회복하느라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한 경우가 유일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7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이 행사에 불참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주류 언론을 ‘가짜뉴스’, ‘국민의 적’이라고 적대시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신 위스콘신주 그린베이를 방문, 대규모 정치유세를 통해 지지층 결집을 시도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오후부터 23일 오전까지 트위터 계정을 통해 뉴욕타임스(NYT), CNN, MSNBC 등 매체가 자신에 대한 편파 보도를 하고 있다고 파상 공세를 펼쳤다. 트위터 계정에 올린 트윗과 리트윗(전달)은 50여 건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국민의 적’으로 규정한 NYT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을 거론하며 “가짜뉴스 NYT의 폴 크루그먼은 나에 대해 거짓되고 부정확한 글로 모든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그는 시장이 폭락할 것이라고 했지만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NYT에 사과를 촉구했다. 크루그먼은 칼럼에서 러시아 스캔들 특검 보고서는 러시아가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했으며, 트럼프 대선 캠프는 개입 사실을 알고 환영했고, 트럼프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막으려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CNN과 MSNBC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인 크리스 쿠오모와 조 스카버러에 대해서도 저조한 시청률 등을 거론하며 비난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혈액형의 비밀 - O형, 심각한 말라리아 예방한다

    [핵잼 사이언스] 혈액형의 비밀 - O형, 심각한 말라리아 예방한다

    혈액형이 O형인 사람은 다른 혈액형인 사람에게 피를 줄 수는 있지만, O형이 아닌 다른 피를 수혈 받을 수 없다. 따라서 O형 혈액형인 사람은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지만, 몇몇 질환에서는 뜻하지 않게 이득을 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말라리아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O형 혈액형이 말라리아 감염에 대한 내성이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로버트 스템펠 공공 보건 및 사회학 대학의 아브라함 데가레지 맹기스트와 그 동료들은 과거 발표된 21개 연구 결과를 종합해서 O형 혈액형이 말라리아 감염에 대한 내성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열대열 말라리아 원충(Plasmodium falciparum) 감염 기회나 혈액 속 기생충 농도, 헤모글로빈 농도는 혈액형에 따른 차이가 없었지만, 혈액형이 O형인 경우 심각한 말라리아 감염이 생길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O형과 비교했을 때 A형인 경우 심각한 말라리아 감염이 생길 가능성이 1.4배 정도 높고 B형인 경우 2배 이상 높았다. 이는 혈액형에 따른 적혈구 표면 항원형의 차이로 중증 말라리아 감염에서 볼 수 있는 감염 적혈구 간 세포 결합이 O형 혈액형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의 항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널리 퍼진 속설처럼 성격과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은 낮지만, 말라리아처럼 적혈구를 침범하는 질환과는 연관성이 깊다. 이런 이유로 말라리아 감염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O형 혈액형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O형 혈액형이라고 해서 말라리아에 덜 감염되지는 않지만, 심각한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생존 확률이 높다. 물론 O형 혈액형이라고 해서 중증 말라리아 감염이 안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면 감염 자체를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말라리아 유행 지역을 여행할 때는 긴 팔 옷과 긴 바지,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필요시 의사와 상담해 예방약을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고열 등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바로 진료를 보는 것이 중증 말라리아로 진행하는 것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혈액형에 관계없이 질병은 예방이 최선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아하! 우주] NASA 인사이트, 화성에서 최초로 지진을 탐지하다

    [아하! 우주] NASA 인사이트, 화성에서 최초로 지진을 탐지하다

    죽은 행성으로 알려졌던 화성이 땅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음이 최초로 탐지되었다. 이른바 화성의 지진으로 예측되는 현상이 지난 6일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착륙선 인사이트의 지진계에 잡혔다고 24일(현지시간) 우주전문 사이트 스페이스닷컴이 보도했다. 인사이트는 화성의 굳은 표면 아래 움직임을 감지했다는 데이터를 수백 만㎞ 떨어진 곳에서 전송해왔다. NASA의 과학자들은 아직까지 이 현상을 지진이라고 판정 내리지는 않았지만, 화성의 지진파가 화성 내부를 달리는 것을 탐지하는 것은 인사이트의 화성 미션 중 가장 핵심적인 과학목표 중 하나이다. 지진계 수석 연구원인 프랑스우주국 소속 필리페 로뇽은 “우리는 최초의 지진 탐지를 위해 몇 달을 기다렸다. 화성이 여전히 지진학적으로 활동적이라는 증거를 얻은 것은 너무나 흥미로운 일”이라고 밝혔다.과학자들은 화성이 지구처럼 지진을 일으키는 지각판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리 많은 지진이 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천체의 완만한 냉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행성 내부에 전해져 간헐적인 지진은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지금 그들은 그 첫번째 증거를 잡은 것이다. ​ 인사이트 팀은 화성이 지진계에 기록을 남길 만한 큰 지진 활동이 있으리라고 생각치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지진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예컨대, 인사이트는 두더쥐라는 별명을 가진 장비를 장착하고 있는데, 이 기기는 운석의 충돌시 온도와 화성 지하의 온도를 재는 열탐침을 추적할 수 있다.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다른 행성에 지진계를 설치한다는 아이디어에 매료되어 왔다. 1970년대 NASA의 화성 탐사선 바이킹 또한 지진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장비는 늦게 추가되어 착륙선에 단순히 부착돼 어떠한 의미있는 신호도 찾을 수 없었다. 그에 반해 인사이트는 지진계를 화성 지표에 직접 배치함으로써 아폴로 우주 비행사가 달 표면에 배치한 지진계의 계보를 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 브루스 배너트 수석 조사관은 “인사이트의 첫 번째 판독은 아폴로 미션에서 시작된 과학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지금까지 배경소음만을 수집해왔지만 이 첫 번째 작업은 새로운 분야인 화성 지진학의 공식적인 출발을 뜻한다"고 밝혔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서울플러스 칼럼] 세계 ‘최초’ 5G 아닌 세계 ‘최고’ 5G 기술 위에 가치를 더하자/이현웅 한국문화정보원장

    [서울플러스 칼럼] 세계 ‘최초’ 5G 아닌 세계 ‘최고’ 5G 기술 위에 가치를 더하자/이현웅 한국문화정보원장

    국내 통신 3사가 2019년 4월 3일 밤 11시에 세계최초로 5G 서비스를 시작했다. 5G의 특징은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성처럼 앞에 ‘초(超)’라는 글자로 시작한다. 그 만큼 기존 4G 서비스에 비해 월등히 앞선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으로 4G의 대를 잇는 업그레이든 된 기술로서가 아니라 4차 산업혁명시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기술로 5G를 인식하는 게 우선 필요해 보인다. 5G 개통고객은 4월 중순 현재 15만 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상반기에 5G 가입자가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5G를 더욱 확대발전하기 위해 ‘5G+를 통한 혁신성장 실현’이라는 비전을 담고, 2026년에 5G+ 전략산업 생산 180조 달성을 목표로 하는 ‘5G+ 전략’을 발표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CDMA 상용화에 성공(1996년)했으며, 세계 최초로 초고속인터넷 상용화에 성공(1998년)했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기술을 서비스화해서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모습은 정말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 5G가 세계 최초 타이틀을 이어받았으며, 지속적인 기술개발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즉, 하드웨어적인 성공 뒤에 소프트웨어적인 뒷받침이 부족하다 보니,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유무선 인터넷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곳은 우수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대부분 해외 글로벌기업이다. 5G는 이제 시작단계이다. 이제부터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 보다는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많이 나오는 곳이 대한민국이었으면 한다. 그렇다면 5G에 맞는 서비스는 어떤 게 있을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즉, 5G를 통해 상상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에 대한 궁금증은 ‘5G 서비스 로드맵 2022 (기술보고서)’을 통해 일부 해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몰입형(Immersive) 5G 서비스로 증강현실·가상현실(AR·VR) 서비스 및 고화질의 실감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대용량 콘텐츠 스트리밍(Massive Contents Streaming)’ 서비스를 들 수 있다. 둘째, 지능형(Intelligent) 5G 서비스로 지속적으로 개인의 건강상태, 심리 상태 등 라이프로그를 수집분석해서 힐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용자 중심 컴퓨팅(User-Centric Computing)’ 과 경기장, 쇼핑몰 등 특정장소에 많은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밀집 공간 서비스(Crowded Area Service)’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이러한 시나리오 기반의 5G 서비스를 본다면 아직 그 가치가 명확해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의 선택과 구매에 어떤 점이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자 할 때 대표적인 이론으로 소비가치 이론(Theory of Consumption Values)이 있다. 이 이론에서는 소비자가 특정 물건을 구매하게 되는 이유를 여러 가지 가치를 고려해서 설명하고 있다. 즉 내가 원하는 기능이나 성능을 제공해서, 타인과의 관계 또는 자신의 권위를 위해서, 즐거움이나 재미 등을 위해 물건을 구매하는 등 5가지 가치로 제품 구입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5G 상에서는 좀 더 현장감 있는 서비스하는 것에 머무르지 말고, 앞서 말한 가치를 선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같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산업간 융복합화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즉,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 자동차 안에서 단순히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제공이 아닌, 운전자가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 ‘5G 서비스에 가치를 더하다’라는 이름하에 일반 국민들의 삶의 질 및 만족도가 개선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신규 서비스가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아하! 우주] 태양에는 플라스마가 비처럼 내린다…지구 수십 배 규모

    [아하! 우주] 태양에는 플라스마가 비처럼 내린다…지구 수십 배 규모

    우주전문 사이트 스페이스닷컴이 ‘금주의 놀라운 우주사진’으로 선정한 태양의 플라스마 사진이 우주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구 수십 배 규모의 거대한 태양 자기장 고리를 타고 용솟음치는 플라스마가 마치 비처럼 태양 표면으로 쏟아지는 광경은 천체 사진 중 가장 압도적인 장면으로 선정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자기장 고리를 타고 플라스마가 팽창할 때 태양 외층에서 만들어지는 플라스마 비는 열원에서 멀어지면 냉각되어 중력에 의해 다시 태양 표면 쪽으로 내려간다. 이러한 플라스마의 움직임이 태양 대기인 코로나에서 만들어내는 크고 밝은 불기둥을 태양홍염(太陽紅焰) 또는 프로미넌스(prominence)라고 한다. 코로나가 플라스마라는 극도로 뜨거운 이온 가스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태양홍염은 채층의 구성과 비슷한 상대적으로 훨씬 차가운 플라스마로 이루어져 있다. 태양홍염은 하루 정도에 구성되며, 코로나 내부에서 몇 주간 지속된다. 천문학자들은 이 ‘플라스마 비’가 태양 표면보다 태양 코로나가 수백 배나 더 뜨거운 이유를 알려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관측에서 이전에는 간과되었던 작은 자기장 고리에서 내리는 코로나 비가 발견되었다. 이 비는 태양의 외부 대기(코로나)에서 태양 표면으로 떨어지는 뜨거운 플라스마 방울로 구성된 것이다. NASA의 태양활동관측위성인 SDO(Solar Dynamics Observatory)에 장착된 고해상도 망원경을 사용하여 수집된 이 새로운 데이터는 코로나 비가 지구상의 비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지구상의 비와는 달리 태양의 플라스마 비는 온도가 수백만 도에 달한다. 또한 하전된 가스인 플라스마는 지구상에 물처럼 한곳에 모이지 않는다. 그 대신 플라스마는 태양 표면으로부터 분출되는 자기장 선이나 고리를 따라 움직인다. 또한 연구진은 자기장 고리가 태양 표면에서 분출되는 부분에 플라스마가 과열되어 섭씨 100만 도를 넘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극고온의 플라스마는 고리를 확장하고 고리의 최고점에 모인다. 그리고 냉각과 응축 과정을 거친 후 중력에 의해 코로나 비가 되어 태양 표면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태양 표면으로부터 수백만 마일 규모로 뻗은 거대한 고리형 플라스마(helmet streamers로 불린다)에서 코로나 비의 흔적을 이전부터 찾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헬멧 스트리머가 플라스마와 입자의 흐름인 느린 태양풍의 근원 중 하나일 것으로 여겨 집중적인 관측과 연구를 해왔다. “이 고리들은 우리가 찾고 있던 것보다 훨씬 작았다”라고 밝힌 새 연구의 공동저자 스피로 안티오코스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물리학자는 “코로나의 가열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좁게 국지화되어 있다”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천체물리학저널 레터스’ 4월 5일자에 발표된 새 연구결과는 코로나의 가열 과정뿐 아니라 느린 태양풍의 원인을 밝히는 데 한 줄기 빛을 던져주고 있다. “루프에 코로나 비가 있는 경우, 그 바닥에서 10% 이하가 코로나 가열이 일어나는 부분”이라고 공동저자이자 미국 가톨릭 대학의 대학원생 에밀리 메이슨이 성명서를 통해 밝혔다.연구진은 높이 약 4만8000km의 플라스마 고리에서 내리는 코로나 비를 발견했다.이는 연구진이 찾던 헬멧 스트리머 높이의 2%에 불과한 것이었다. 메이슨은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가 가열되는 메커니즘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가열과정이 이 층에서 발생한다는 것만은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연구결과는 또한 작은 자기장 고리와 느린 태양풍 사이의 가능한 상관관계를 확인하는 전과를 올렸다. 연구진이 생각해온 바와 같이 닫힌 자기장 고리뿐 아니라 열린 자기장 선에서도 코로나 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견론을 얻었다. 열린 자기장 선의 한쪽 끝은 공간으로 뻗어나가 플라스마가 태양풍 속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NASA의 파커 태양탐사선을 이용해 더 작은 자기장 고리 구조를 연구할 계획이다. 파커 탐사선은 2018년에 발사되어 이전의 어떤 우주선보다 태양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는 중으로, 지난 4월 4일 두 번째로 근일점을 통과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핵잼 사이언스] 눈 귀없는 선충이 ‘동족상잔의 비극’을 피하는 비밀

    [핵잼 사이언스] 눈 귀없는 선충이 ‘동족상잔의 비극’을 피하는 비밀

    수많은 동물이 냉혹한 자연의 법칙에 따라 먹느냐 먹히느냐의 생존 경쟁 속에서 살아간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같은 동족끼리 싸우는 것은 물론 서로 잡아먹는 일도 종종 목격된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같은 피붙이끼리 동족상잔을 피하거나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매우 단순한 선충(nematode, 선형동물) 중 하나인 프리스티온쿠스(Pristionchus)가 어떻게 동족상잔을 피하는지 연구했다. 이 작은 선충은 토양 속 다른 선충을 잡아먹는 포식성 선충이다. 이를 위해 프리스티온쿠스의 입에는 크고 날카로운 이빨이 존재한다. 문제는 가까이 있는 작은 선충을 잡아먹을 경우 자신의 새끼나 혹은 유전적으로 가까운 개체를 잡아먹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프리스티온쿠스는 실험동물로 잘 알려진 친척인 예쁜 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을 비롯한 작은 선충을 잡아먹는데, 새끼 프리스티온쿠스와 예쁜 꼬마 선충은 크기나 생김새가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실험실 환경에서 프리스티온쿠스는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해 예쁜 꼬마 선충만 잡아먹었다. 연구팀은 이 선충이 페로몬 같은 물질을 분비해 동족에게 신호를 보낼 것으로 보고 연구를 진행했다. 선충은 눈이나 귀는 없지만, 잘 발달된 후각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대 무기에 탑재되는 피아식별 장치처럼 프리스티온쿠스 역시 동족을 식별할 수 있는 물질을 분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SELF-1이라고 명명된 이 단백질은 아미노산 63개로 이뤄진 단순한 단백질이지만, 새끼나 혹은 친척일 수 있는 개체를 잡아먹는 일을 피하는 데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63개의 아미노산 가운데 하나만 잘못되어도 보호 효과가 사라진다는 사실 역시 확인했다. 프리스티온쿠스는 평생 이 물질을 분비한다. 동족끼리는 서로 잡아먹지 않는 선충 역시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법칙에 부합되는 존재다. 비슷한 형태의 선충이 많은 환경에서 포식성 선충으로 살아남기 위해 환경에 맞춰 진화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법칙은 냉혹하지만, 동시에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위고가 헐릴 위기 성당 살렸듯… 다시 복원되리

    위고가 헐릴 위기 성당 살렸듯… 다시 복원되리

    영원할 줄 알았던 존재가 무너지는 모습에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화재로 첨탑과 지붕이 내려앉은 노트르담 대성당을 보니 위풍당당하게 세계인을 맞았던 예전 모습이 떠올라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프랑스를 여행하다 보면 노트르담(Notre-Dame)이란 이름을 가진 성당을 여럿 보게 된다. 노트르담은 ‘우리의 귀부인’이라는 뜻으로 가톨릭 신자들이 성모 마리아를 부를 때 쓰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노트르담은 누구든지 너른 품으로 안아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넬 것 같다. 파리 센강에 있는 시테(Cite)섬은 프랑스어로 ‘도시’를 뜻한다. 고대부터 켈트족의 분파였던 파리시(Parisii)족이 시테섬에 마을을 꾸리며 살았기에 도시라는 뜻이 생겼고, 파리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그래서 시테섬은 파리의 어머니이고, 노트르담 대성당은 어머니의 심장이다. 파리의 심장이 타버렸으니, 남대문 화재를 겪은 우리는 파리 시민의 탄식과 눈물을 이해한다. 유네스코는 노트르담과 주변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인정해 ‘파리의 센 강변’이라는 이름으로 노트르담과 그 일대를 199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노트르담 대성당이 세계의 사랑을 받은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1211년부터 14세기 초에 걸쳐 세워진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왕들의 대관식을 거행했던 배경이었다. 18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조각상이 부서져 방치될 정도로 관리가 부실했고, 성당은 식량 저장 창고로 쓰이기까지 했다. 프랑스 대혁명 기간에 창문이 깨졌고, 1804년 나폴레옹이 프랑스 황제로 노트르담에서 대관식을 올렸을 때는 노트르담의 상태가 너무 초라한 지경이었다. 나폴레옹 대관식 장면은 가로 979㎝, 세로 621㎝의 대형 캔버스에 담겨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됐다. 모나리자 다음으로 인기가 높은 그림이다. 노트르담이 지금의 사랑을 받게 만든 일등공신은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다. 헐릴 위기에 처한 노트르담 대성당을 살리기 위해 ‘노트르담의 꼽추’를 썼고, 작가의 의도는 성공했다. 프랑스 전역에서 노트르담을 살리자는 여론이 일어났고 1845년에 복원 공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때도 창문이 깨졌고, 2차 세계대전에서는 폭격에 대비해 창문을 분리시켰다가 전쟁 후 복원하기도 했다. 수많은 시련을 겪은 노트르담은 오랜 역사 속에서 살아남았지만 이번 화마로 그 어느 때보다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성당의 서쪽 파사드는 노트르담을 대표하는 모습으로, 너른 광장이 있어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다. 남쪽과 북쪽에 난 장미창은 13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섬세한 장미 모양의 돌 조각이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를 지탱하고 있다. 장미창으로 스며들어왔던 성스러운 햇빛 아래 그레고리안 성가가 울려 퍼지던, 그 때의 노트르담이 그립다. 김진 칼럼니스트·여행작가
  • 호모 비아토르… “시각 이상의 감성 원한다”

    호모 비아토르… “시각 이상의 감성 원한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 스위트룸 풍경은 좀 독특했다. 1시간 단위로 기자들이 산문집 ‘여행의 이유’(문학동네)를 출간한 김영하(51) 작가를 인터뷰하기 위해 ‘배턴 터치’하며 드나들었다. 작가는 책에서 자신이 출연했던 TV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에 대해 ‘그래, 나는 여행을 하고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청자는 그중 아주 일부를 보게 되겠지’(110쪽)라고 썼다. 그러나 다음날까지 이어진 인터뷰 행진에서 모든 걸 보는 사람은 김영하 한 사람이었으며, 기자들은 기사를 쓰고 독자들은 그중 아주 일부를 보게 될 거였다. 이 모든 걸 조감하는 자, ‘김영하’라는 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예약 판매만으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책 안 읽는 시대’에 왜 사람들은 김영하의 책을 볼까? “20년 넘게 글을 써왔는데, 모든 것에는 모멘텀이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책이 그렇게 많이 팔리지 않는 작가였는데 꾸준히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여행서 하면 강력한 일러스트며 화려한 편집을 떠올리는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책의 콘셉트도 ‘메타 여행서’랄까, 여행기를 바로 적는 게 아니라 ‘여행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왜 이 힘든 일을 계속하는가’를 얘기한다. 그런 독특함 같은 것들이 밋밋한 표지와 제목으로 소구한 게 아닐까. 사후적으론 다 설명이 된다.(웃음) ●“왜 우리는 힘든 여행을 계속하는가” -‘알쓸신잡’에서 사람들은 오리배를 타고, 타국에서 묘지에 들르는 김영하식 여행법에 열광했다. 여행지를 고르는 기준이 뭔가? “불이 난 노트르담 성당 같은 곳도 입체적으로 관광할 수 있는 앱이 있는 시대에 사람들은 왜 여행을 할까. 시각 이상의 감각을 원하는 거다. 공감각 같은 것. 고딕 성당 안에 들어갔을 때의 신성함을 맛보고 싶은 거다. 그렇다면 촉각, 후각, 미각을 다 충족시키는, 좀더 여행이라는 것을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리배도 타는 거다.” -여행지에서 실패를 하면 ‘글로 쓰면 된다’고 썼다. 그러나 카드 할부로 여행 상품을 ‘지르고’, 그 돈을 갚기 위해 부지런히 일하며 그 순간만 고대하는 직장인들은 여행지에서의 실패를 극도로 피하게 된다. “분명히 사진은 있는데 기억이 안 나는 여행들이 있다. 너무나 매끄러웠던 여행은 기억이 안 난다. 대신 실패했던 여행, 뜻대로 잘 안 됐던 여행은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잘 쓰여진 이야기랑 비슷하다.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 우리는 주인공이 평탄한 인생을 사는 걸 보진 않는다. 마찬가지로 우리 삶도 하나의 이야기라고 하면 적절하게 예상치 못한 일을 겪어야 완벽해진다. 또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새롭게 정의하게 된다. 여행을 가면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노바디(Nobody)’가 되고 자기 자신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다. 그래서 여행 다니다가 직업이 바뀌는 사람이 나오는 거다.” ●“실패했던 여행이 오래 기억에 남는 법” -어제가 세월호 5주기였다. 참사 당시 뉴욕타임스 국제판 칼럼에 ‘이 사건 이후의 대한민국은 그 이전과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될 것이다’라고 썼다. 어떻게 달라졌나. “많이 달라졌다. 어제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 ‘기억하겠다’는 말이 많이 나오더라. 일종의 ‘만트라’(불교의 진언 주문)가 된 거 같다. 세월호 이전의 대한민국은 뭘 기억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오래 슬퍼하면 ‘언제까지 질질 짜고 있을 거냐’고 하던 나라다. 그렇게 광주(5·18민주화운동)가 묻혔다. 9·11이 일어났을 때 미국에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해서 백서를 만들어냈다. 기억을 언어화한 거다. 세월호는 아직 그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자유한국당조차도 (세월호 막말에) 윤리위를 열겠다고 말할 정도로 달라졌다. 기억이라는 것은 감상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의지도 작용해야 한다.” ●“작가로서 변화하는 시대상 받아들여야” -다른 인터뷰에서 “동시대 사람들의 감정을 잘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했더라. 그러나 사람들이 김영하한테 원하는 건 한 발짝 앞선 감성이 아닐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서처럼. “사람은 자신의 생물학적 한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도 어쩔 수 없는 ‘처지’라는 게 있다. 잃을 것이 없는 작가였을 때, 가진 것은 오직 패기밖에 없을 때 쓸 수 있는 소설이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었고, 문학계나 우리 사회 안에서 충분히 인사이더가 됐다. 세상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달라졌다. 책임, 윤리 같은 것들. 나도 이제 오십이 넘었다. ‘386’들이 크게 실수하는 게 아직도 그래도 되는 줄 알고 반항하다가 사고를 치는 것이다.” -문단에서 페미니즘 논의가 뜨겁다. 페미니즘에 입각해 작품을 다시 읽는 경향도 늘어났다. 작품을 쓸 때 이러한 담론을 의식하는지? “모든 걸 의식한다. 무중력 상태, 자유로운 상태에서 쓰는 작가는 아무도 없다. 100년 전 작가들도 독자들의 존엄성, 자아 존중감을 해칠 수 있는 것들은 쓰지 않았다. 그 어떤 제약도 없이 쓰여졌을 때 위대한 문학 작품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여러 제약을 고려하면서도 작가는 그 안에서 예술성을 발휘할 수 있다. 시조는 세 줄 안에서 쓰여지지만, 그 형식이 작품의 창의성을 제약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튜브는 NO… 올해 안에 장편 마무리” -앞으로의 집필 계획은. 여행 가서 쓸 것인가? “장편을 쓰려고 한다. (어디서 쓸지는) 비밀이다. 최대한 빨리 쓰려고 한다. 빠르면 올해 안에 내는 게 목표다.” -유튜브 채널을 만들 생각은? “없다. 공이 많이 들더라. 팟캐스트는 누가 안 보니까 파자마 걸치고 하면 되는데 유튜브는 각잡고 앉아서 해야 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산 속에 실종된 사람 구하는 ‘자율 수색 드론’ 뜬다

    [고든 정의 TECH+] 산 속에 실종된 사람 구하는 ‘자율 수색 드론’ 뜬다

    최근 드론은 군용, 물류 수송, 인명 구조, 영상 촬영, 농업 등 다양한 목적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서 맹활약 중인 집라인(Zipline) 드론은 교통 사정이 열악한 아프리카 오지에 약품과 혈액을 응급 수송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새로운 운송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드론을 실종자 수색에 투입해 인명을 구조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스위스 항공 구조 기구인 레가(Rega)는 험준한 알프스 산악 지대에서 더 빠르고 안전한 실종자 수색 및 구조를 위해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ETH Zurich)과 함께 레가 드론(Rega Drone)을 개발했습니다. 레가 드론은 지름 2m 정도의 로터를 지닌 미니 헬리콥터 형태의 드론으로 가장 큰 특징은 자율적으로 실종자 수색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레가 드론은 미리 정해진 경로를 따라 80-100m 높이로 저공 비행하며 수색을 진행합니다. 이 드론에는 실종자 수색을 위해 일반 카메라, 적외선 카메라, 열화상 카메라 및 휴대폰 신호 추적 장치를 탑재되어 있습니다. 드론에 탑재된 컴퓨터가 자율적으로 실종자로 보이는 픽셀 패턴을 감지할 뿐 아니라 보통 실종자와 함께 있거나 가까이 있는 휴대폰 신호를 감지해 실종자의 흔적을 찾아냅니다.물론 이는 승무원이 탑승한 헬리콥터로도 가능한 일이지만, 레가가 드론에 큰 기대를 거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이 탄 헬리콥터를 보내기 위험한 기상 조건이나 일반 헬리콥터로는 위험한 저공비행에 드론을 투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는 기상 조건이 열악한 경우 상태가 호전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으나 드론을 투입하면 더 과감한 수색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유인 헬리콥터 한 대에 레가 드론 여러 대가 힘을 합치면 실종자 수색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질 수 있습니다. 당연히 더 많은 인명 구조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레가는 이미 드론을 테스트 중이며 2020년에는 단독 수색 임무를 맡길 계획입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겠지만, 이론적으로 볼 때 드론의 장점이 명확한 만큼 앞으로 자율 수색 드론이 실종자 수색에 점점 널리 사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법 만든 인간, 인간의 얼굴을 가진 법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법 만든 인간, 인간의 얼굴을 가진 법

    사람들은 종종 법을 만든 게 인간임을 잊는다. 법이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음을 잊는다. 한번 만들어진 법은 몇 개의 비정한 숫자를 달고 가차 없는 힘을 행사한다. 그러나 그 법이 진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앞뒤 전후 인간의 의도를 살피는 순간 가능한 것일 게다. 저자인 필립 샌즈는 저명한 인권변호사다. 국제인권법의 권위자이자 영국의 왕실변호사이기도 한 그는 대학에서 법을 가르치고 각종 매체에 시사해설자로 글을 기고하고 출연하며 활발하게 법의 역할을 말해왔다. 콩고, 유고슬라비아, 르완다, 이라크, 관타나모, 캄보디아 등 중요하고 예민한 국제인권변호 재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책에서는 법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과 이해, 그리고 그의 개인사가 만난다. 무대는 우크라이나의 리비우. 국제법특강 의뢰를 받은 저자는 그 역사적인 작은 도시를 방문하는 기회를 이용하여 가족의 과거를 찾아보기로 한다. 자신의 과거사를 거의 말하지 않았던 저자의 외할아버지가 그곳 출신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곳은 나치 전범을 단죄한 뉘른베르크 군사법정에 등장한 ‘제노사이드’(집단학살)와 ‘인도에 반하는 죄’의 개념이 처음 싹튼 곳이기도 하다. 리비우 대학의 두 법학도 라파엘 렘킨과 허쉬 라우터파하트, 그에 더해 히틀러의 개인변호사였고 나치 독일의 폴란드 총독이기도 했던 한스 프랑크, 그리고 저자의 외할아버지 레온 부흐홀츠. 저자는 역사의 격류 한가운데서 표표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던 이 작은 도시에서 네 명의 남자와 그들의 생애를 좇는다. 그리고 그들의 악연을 좇는다. 산만할 수도 있는 여정은 리비우라는 도시, 그리고 유대인 학살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긴장감 있게 얽힌다. 저자는 상상력보다는 자료에 의존하지만, 이야기는 웬만한 소설만큼이나 극적으로 펼쳐진다. 수많은 사람을 학살한 끔찍한 범죄를, 굳이 ‘개인에 대한 살해’와 ‘집단학살’로 나눌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가족의 죽음을 목격한 두 유대인 학자, ‘현대 인권운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두 법학자의 삶의 궤적을 좇는 동안 우리는 법이 가진 인간의 얼굴을 본다. 그 과정은 국제법에 대해 깊이 탐구해온 저자와 함께하기에 더더욱 명쾌하게 실감 난다. 당연하게도 과거를 탐색하는 일은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게 하며,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생각하게 한다. 촘촘한 탐색의 과정만큼이나 밀도 있게 생각하게 한다.
  • [금요칼럼] 우계 성혼의 좌절/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

    [금요칼럼] 우계 성혼의 좌절/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

    때는 선조 16년(1583)이었다. 율곡 이이가 조정에서 반대파로부터 심한 공격을 받았다. 이이의 심우(心友) 성혼은 상소를 올려 이이에 관한 오해를 풀려 했다. 그러나 그것이 도리어 반대파를 심하게 자극할 수도 있을까 봐 고심했다. 그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성혼은 초야에 묻혀 지냈다. 그런데 조정의 부름이 잇따라 마지못해 벼슬길에 나온 것이었다. 거취가 어려워진 성혼은 친구 구봉 송익필에게 편지를 보냈다. 송익필은 바로 답장을 보내왔다.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임금님께 모두 아뢰어, 이이를 구원하라는 것이었다. 성혼은 용기를 내어 이이를 두둔하는 장문의 상소를 올렸다. 반대파가 벌떼처럼 일어나, 성혼, 이이 그리고 송익필을 공격했다. 송익필은 성혼을 사주했다는 비방을 받고 신변이 위태로울 지경이었다. 이이도 성혼도 조정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따지고 보면, 성혼 등에게는 뚜렷한 잘못이라곤 조금도 없었다. 그러나 반대파는 성혼의 말꼬리를 잡아서 확대해석했고, 그로서는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기 10여년 전, 성혼은 당대의 스승 퇴계 이황에게 조언을 요청했다. 그때 선조는 성혼에게 연거푸 벼슬을 내리며 어서 조정에 나오라고 독촉했다. 성혼의 질문을 받고 이황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저 역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낮은 벼슬은 사양했으나 높은 벼슬은 받았다는 비판이 있었고요. 사직하겠다고 하면서 벼슬길에 나아갔다는 비방도 피할 수 없었지요. 그런데 이제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제게 물으니, 부끄러워 진땀이 날 지경입니다. 그대에게 벼슬을 권한다면, 제가 한 일을 되풀이하게 만드는 것이 됩니다. 그렇다 해서 벼슬을 사양하라고 하자니, 그것도 어렵습니다. 먼저 제 자신을 꾸짖은 다음에 타인을 바로잡으라는 도리에 어긋난 꼴이 되고 말지요.” 당대 최고의 지성 이황도 벼슬하는 문제로, 세상의 따가운 비판을 받은 쓰라린 추억이 있었다. 때문에 그는 성혼에게 아무런 충고도 할 수가 없다며, 자신의 속내를 토로했다. 과연 ‘만인의 스승’ 이황다운 모습이었다. 조정에 나가기가 무섭게 성혼은 친구를 구원하는 한 장의 상소로 인해 낭패를 보았다. 반대파의 시기와 미움이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자, 성혼은 깜짝 놀라 조정을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혼에 대한 반대파의 비방은 끝나지 않았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선조는 북쪽으로 피란했다. 성혼은 임진강가로 나아가 통곡하며 임금을 맞이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선조 일행이 서둘러 임진강을 건너버렸기 때문이다. 때문에 성혼은 선조에게 작별 인사를 제대로 드리지 못했고, 평생 이를 안타깝게 여겼다. 왜란이 끝나자 반대파는 그 일을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시키며 성혼을 괴롭혔다. 임금이 피란할 때 찾아와서 직접 문안을 여쭙지 않은 것은 충성심이 부족한 증거라는 것이었다. 성혼은 더이상 변명하지 않고, 초야에 묻혀 책을 읽을 뿐이었다. 그리하였건만 조정의 비판은 그가 죽은 뒤에도 길게 이어졌다. 조정에 선 성혼의 제자들까지도 한동안 기를 펴기 어려울 정도였다. 조선사회는 명절(名節, 명예와 절개)을 지나치게 숭상했다. ‘당의통략’에서 이건창이 주장한 바, 자그만 윤리적 하자만 발견돼도 세상의 호된 비판이 쏟아졌다. 그때는 윤리적 기준이 너무 높고 엄해 병폐가 생겼다. 위선이 만연하게 됐던 것이다. 오늘날은 어떠한가. 도덕적 기준 자체가 사라진 것 같다. 이따금 국회에서 고위공직자 후보에 관한 청문회가 개최되는데,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 청렴은 고사하고 웬 불법과 비리를 그렇게 많이들 저질렀는가. 이런 몰염치의 세상에서 성혼의 옛일을 꺼낸 것부터가 잘못된 일이리라.
  • [황성기 칼럼] 김연철 통일장관에 거는 기대

    [황성기 칼럼] 김연철 통일장관에 거는 기대

    우여곡절을 거쳐 취임한 김연철 제40대 통일부 장관은 혹독한 청문과정을 거쳤다. 2006년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이 의무화된 이래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청문회를 경험한 8명의 선배 장관과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하지만 장관이 되어 청문회보다 몇 배 엄혹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을 김 장관이다. 첫째, 우리민족끼리를 내세우지만 남북 민간교류를 올스톱시킨 북한이다. 둘째, 김 장관이 추진하려는 남북 경제협력에 돌더미처럼 막고 있는 유엔 대북 제재다. 셋째가 청문회에서 이빨을 드러냈던, 지금도 김 장관을 끌어내리려 호시탐탐하는 보수야당이다. 이들 3고(苦)만 따져도 조명균 전 장관 때보다 상황이 나쁘다. 트럼프나 김정은 두 정상이 3차 정상회담 개최에 뜻은 같다고 하지만 하노이에서 패를 다 까놓고 상대가 먼저 손 들기를 기다리는 북미다. 북미 정상이 올해 안으로 비핵화의 길을 찾으면 모를까, 그전까지 북한이 남북 관계에 신경 쓸 여유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북한은 협상 시한을 올 연말로 못 박고는 미국의 일괄타결 ‘계산법’을 접지 않으면 정상회담조차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북한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카드마저 김 장관에게는 없다. 연말까지 북한 핵·미사일이 동결된다 한들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지 않으면 초보적인 남북 경협조차 미국이 노(No) 할 것은 뻔하다. 트럼프가 더이상의 제재는 필요 없다고 했으니 제재의 허들이 높아질 일은 없겠으나 그렇다고 제재의 문을 열어줄 뜻은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추호도 없어 보인다. 김 장관은 이런 북미 앞에서 동토(凍土)에 맨발로 선 기분일 것이다. 남북 관계를 다루는 사람에게 역대 최고의 통일부 장관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이론과 실제를 두루 갖춘 임동원 전 장관을 지목한다. 비슷한 기대를 김 장관에게 가져본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통일부 장관 시절 정책보좌관으로 기용한 김연철에 대해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조용하면서도 전략적 사고가 뛰어나다. 상대 입장에서 뭘 생각하는지, 항상 역지사지하는 사람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전략을 만드는 데 아주 뛰어났다.” 전략가 김연철이 도드라진 것은 개성공단에 반대하던 미국을 설득할 때였다. 2004년 8월 정 장관은 남북 경협에 반대하는 미 행정부 중에서도 핵심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만난다. 정 장관은 ‘개성공단의 군사안보 전략적 가치’를 던졌다. 개성공단이 한미 동맹 취약점, 서울 방어의 조기 경보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전략물자의 적국 반입을 규제하는 미국의 EAR로 핑계 대던 럼즈펠드의 생각을 바꿔 두 달 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사무소는 간판을 달 수 있었다. 정 장관에게 논리를 제공한 게 김연철 보좌관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 장관을 기용한 이유는 명확하다. 4·27과 9·19 정상회담에서 정리된 남북관계와 민간 교류를 안정되고 정례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자로 봤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밝힌 한반도 새로운 100년의 국가비전인 ‘신한반도 체제’의 기틀을 만들라는 미션도 받았을 것이다. 김 장관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우리의 주도적 노력으로 남북한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존과 상생의 평화협력 질서”가 그것이다. 김 장관 어깨가 무겁다. 북미 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남북 관계의 창의적 해법을 김 장관은 내고 실천하길 바란다. 2004년 8월처럼 상대가 받지 않을 수 없는 묘안이 전략가 김 장관에게서 나와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임동원 전 장관은 뻔질나게 평양을 드나들었다. 김대중·임동원 같은 문재인·김연철의 ‘케미’가 만들어져야 한다. 김 장관이 2차례 대통령 선거에서 문 대통령을 돕고, 누구보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그뿐이면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장관 김연철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고, 자주 만나 그런 케미를 쌓아야 한다. 지난 2년 존재감이 없었던 통일부다. 조 전 장관 잘못은 아니지만 김 장관 말처럼 ‘능동적’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서울과 평양을 오갈 토대를 쌓고, 민족경제공동체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조 전 장관이 이루지 못했던 ‘남북 정상이 한라산에 오르는 날’도 이뤄야 한다. 3고 중 북미 장벽만 높은 게 아니다. 야당, 보수 세력과도 부단한 소통으로 ‘평화가 경제’ 초심을 관철해 내길 바란다. marry04@seoul.co.kr
  • [아하! 우주] 소행성으로 수천 광년 떨어진 별의 지름을 측정하다

    [아하! 우주] 소행성으로 수천 광년 떨어진 별의 지름을 측정하다

    별의 지름은 질량, 밝기, 표면 온도, 거리 등과 더불어 매우 중요한 물리적 특징이다. 하지만 아무리 큰 별이라도 지구에서 대부분 멀리 떨어져 있어 강력한 망원경으로도 작은 점으로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구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일부 별을 제외하고서 별의 지름을 직접 측정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독일 전자 싱크로트론 연구소의 타렉 하산과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 관측소의 마이클 다니엘이 이끄는 23개 대학의 국제 협력 연구팀은 지름 60km의 소행성을 이용해서 지구에서 700광년과 2674광년 떨어진 별의 지름을 정확히 측정했다. 원리는 간단하다. 소행성의 크기, 거리, 이동 속도를 알고 있고 별까지의 거리를 알고 있으면 소행성이 별빛을 가리는 시간을 측정해 별의 지름을 잴 수 있다. 물론 지구에서 봤을 때 우연히 별 앞으로 소행성이 지나가야 하므로 상당한 우연의 일치가 필요하지만, 태양계는 많은 소행성이 있고 은하계에는 무수히 많은 별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 문제는 이를 관측하는 일이다. 국제 과학자팀은 이 현상을 관측하기 위해 미국 애리조나 프레드 로렌스 휘플 천문대의 베리타스(Very Energetic Radiation Imaging Telescope Array System·VERITAS) 망원경을 사용했다. 이 망원경은 이미징 대기 체렌코프 망원경(Imaging Atmospheric Cherenkov Telescope)이라는 매우 특수한 형태의 망원경으로 지름 12m 망원경 4대가 같이 작동해 빠르게 움직이는 소행성의 이동을 포착한다. 베리타스는 초당 300장의 사진을 찍어 별빛이 가리는 시간을 측정한다. 연구 결과 2674광년 떨어진 거성인 'TYC 5517-227-1'은 태양 지름의 11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700광년 떨어진 'TYC 278-748-1'은 태양과 비슷한 G형 별로 지름은 태양의 2.17배다. 이 정도 거리에 있는 별의 지름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기회는 과학자들에게도 흔치 않다. 별의 지름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으며 별의 구조와 특징에 대해서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으며 직접 측정할 수 없는 별의 지름을 추정하는 방법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멀리 떨어진 별의 지름을 측정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과학자들은 안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되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이런 고민이 결국 과학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일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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