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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찰도 하네’…美 육군 ‘유탄발사기용 드론’ 개발한다

    ‘정찰도 하네’…美 육군 ‘유탄발사기용 드론’ 개발한다

    유탄발사기는 많은 국가에서 보병의 주요 무기로 사용된다. 여러 전쟁에서 그 유용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종류도 다양해 소총에 결합해 사용하는 작은 크기의 M203 유탄 발사기부터 K4 고속유탄발사기같이 막강한 화력과 큰 덩치를 자랑하는 고성능 유탄발사기도 있다. 널리 보급된 무기인 만큼 유탄 역시 다양한 종류가 나와 있는데, 심지어 유탄에 카메라를 달아 정찰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개발된 것도 있다. 미 육군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유탄발사기용 드론을 개발 중이다. 이 사실은 미 육군 연구소(US Army Research Laboratory) 연구팀이 미 특허청에 접수한 특허를 통해 밝혀졌다. '굴라스'(GULAS·Grenade Launched Unmanned Aerial System)라고 명명된 이 유탄발사 드론은 기존의 정찰용 유탄에 비해 몇 가지 큰 개선점이 있다. 카메라와 낙하산을 탑재한 정찰용 유탄은 정찰 시간과 거리가 짧을 뿐 아니라 비행 중 원하는 목표물에 접근해서 자세히 정찰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패러글라이딩 형태의 낙하산을 제안했다. 이것만으로도 정찰 거리와 시간을 늘릴 수 있지만, 여기에 작은 프로펠러와 날개를 탑재할 경우 원하는 목표까지 최대 2㎞ 비행도 가능하다. 비행 시간 역시 30~90분으로 크게 늘릴 수 있다. 드론은 크기가 작아질수록 휴대성은 좋아지지만, 정찰 범위와 시간은 짧아진다. 40㎜ 유탄발사기에 들어가는 초소형 드론이라도 프로펠러와 패러글라이딩 방식으로 비행 거리를 늘린다면 상당히 유용한 정찰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보병이 휴대하는 유탄발사기와 호환된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미 육군 연구소는 더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특허를 신청한 것으로 볼 때 민간 기업에 라이선스를 주거나 직접 개발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기술적 문제는 물론이고 비용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실전 배치 가능성은 장담하기 어렵다. 무기 시스템의 특징상 회수는 어렵고 일회용으로 쓰고 버려야 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가격이 가장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개발 일정이나 프로토타입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특파원 칼럼] 트럼프 리더십과 팬데믹/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트럼프 리더십과 팬데믹/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신종 호흡기 감염질환인 코로나19는 4개월여 만에 중국을 넘어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동과 아프리카 등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사이언스ㆍ엔지니어링센터(CSSE)에 따르면 확진환자는(14일 기준) 141개 국가, 14만 8000여명에 달하며 사망자는 5500명을 넘어섰다. 이탈리아는 14일 하루 동안 확진환자가 3400여명 증가하면서 2만명을 훌쩍 넘어섰고, 미국도 누적 확진환자가 2500명을 돌파하는 등 급속하게 확산하고 있다. 많은 국가의 검사 건수가 적은 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 확진환자는 집계보다 몇 배 늘 것이란 게 세계보건기구(WHO)의 관측이다. 코로나19의 팬데믹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글로벌 리더십의 부제가 가장 안타까운 부분 중 하나다. 코로나19의 팬데믹에 대처하는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모습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사뭇 달랐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중국·독일·프랑스·영국 등 주요국 정상들과 사전 조율을 거친 뒤 같은 해 11월 워싱턴DC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국제공조가 시급하다고 판단,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 출범시킨 G20 재무장관회의를 정상급으로 격상시키면서 글로벌 공조를 통해 빠른 위기 극복을 이뤄 냈다. 하지만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를 막기 위해서는 글로벌 공동 대응이 필수임에도 각국 지도자들은 대문만 걸어 잠그기 바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각자도생’ 시대의 서글픈 단면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이야기하지만 합창보다는 불협화음만 내고 있다. 게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맡아 온 지휘자의 자리는 비어 있다”고 일갈했다.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에 기반을 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책임 전가에 가까운 코로나19 대책이 국제 공조를 어렵게 하면서 전 세계를 공포와 혼돈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긴급성명에서 유럽연합(EU) 봉쇄 카드를 꺼내 들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코로나19의 미국 확산 원인에 대해 미국처럼 강력한 대응을 하지 않은 유럽의 탓이라며 빗장을 걸었다. 이에 EU는 “미국의 결정이 일방적으로, 협의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반대한다”면서 “코로나19는 특정 대륙에 국한되지 않는 세계적 위기로 일방적인 조치보다는 협력이 필요하다”며 반발했다. 전통 우방인 EU와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하늘길을 폐쇄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원인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네 탓 공방’도 점입가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 성명에서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세계로 확산됐다는 것을 명확히 하자 곧바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군이 우한에 가져온 것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미국은 다시 추이톈카이 미국 주재 중국대사를 초치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전날 발언에 항의하는 등 코로나19의 극복을 위한 공조보다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아직 늦지 않았고 희망도 보인다. 16일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 등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코로나19의 대응책 논의를 위해 원격 화상회의를 갖는다. 모쪼록 이번 G7 정상의 화상회의를 계기로 코로나19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지구촌이 힘을 모았으면 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구촌의 번영과 안전이 미국의 안정과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으면 좋겠다. hihi@seoul.co.kr
  • 모두가 재난을 겪고 있어도 모두가 같은 마음은 아니다

    모두가 재난을 겪고 있어도 모두가 같은 마음은 아니다

    모두가 재난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모두가 재난에 대해 한마디씩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모두가 그곳에 있으므로 이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보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재난 자체를 사유하지 못한다. 재난을 겪어낼 뿐, 재난의 발생과 경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재난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각적으로 조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서 관객은 재난을 다룬 영화를 찾아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재난 재현물을 통해 재난에 일정한 거리를 두기. 그렇게 함으로써 재난을 다시 생각해 보고 그에 대한 어떤 깨우침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컨테이젼’(Contagion: 전염)은 이런 바탕에서 재소환된 영화다. 이 작품은 스물여섯의 나이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귀네스 팰트로, 맷 데이먼, 마리옹 코티야르, 주드 로, 케이트 윈즐릿, 로렌스 피시번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다. 평단의 평도 좋았다. 그렇지만 2011년 국내 개봉한 ‘컨테이젼’은 별다른 화제를 불러모으지 못하고 묻혔다. 대중의 반응은 항상 난기류다. 한데 지금 이 영화의 온라인 관람 열풍이 불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재난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우리 현실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작품임이 알려져서다. ‘컨테이젼’은 세 개의 장이 교차되는 구조다. 첫 번째 장은 홍콩 출장에서 미국으로 돌아온 베스(귀네스 팰트로 분)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고열에 시달리다 숨을 거둔다. 남편 토마스(맷 데이먼 분)는 어린 아들을 아내와 같은 증상으로 떠나보내고 비통해한다. 두 번째 장에서는 이것이 심각한 전염병이라는 걸 감지하고 조사관 미어스(케이트 윈즐릿 분)를 감염 현장으로 급파하는 질병통제센터 책임자 치버(로렌스 피시번 분)의 모습이 그려진다. 세계보건기구도 대처 방안을 강구한다. 홍콩에 간 조사관 오란테스(마리옹 코티야르 분)는 감염 발생 경로를 추적하는 임무를 맡는다. 세 번째 장은 프리랜서 기자 앨런(주드 로 분)이 나온다. 그는 사실과 거짓이 뒤섞인 정보를 퍼뜨려 큰돈을 벌 계획을 세운다.세 개의 장은 각각 ‘재난의 고통을 감내하는 시민’, ‘재난의 혼란을 수습하려는 당국’, ‘재난의 공포를 이용하는 세력’을 가리킨다. 보통은 첫 번째 장과 두 번째 장에 집중하기 마련이지만, ‘컨테이젼’은 특히 세 번째 장을 주목한다. 재난의 공포를 이용하는 세력은 비단 앨런만이 아니다. 첫 번째 장과 두 번째 장에 나오는 인물들도 마냥 결백하지 않다. 이 영화는 모두가 재난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어도 모두가 같은 마음을 갖지 않는다는 서늘한 진실을 폭로한다. 동시에 ‘컨테이젼’은 희망도 제시한다. 극한 상황과 맞닥뜨려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잃지 않는 이들이 바로 그 증거다.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잃는 것 또한 역병의 창궐에 준하는 재난이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 “독자가 일으켜 세운 샘터… 늘 똑같이, 늘 새롭게”

    “독자가 일으켜 세운 샘터… 늘 똑같이, 늘 새롭게”

    50만부 호황 지나 적자 탓에 무기한 휴간 결정 세계 각지서 소식 들은 독자들 정기구독 행렬 법정·피천득·최인호 등 내로라하는 필진 명성 웹툰·전자책 등 2차 콘텐츠 협업 등 적극 도입‘국민 잡지’ 샘터가 창간 50주년을 맞았다. 1970년 4월 김재순(1923~2016) 전 국회의장이 국제기능올림픽을 준비하던 기술자들에게서 “집이 가난해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 된다”는 하소연을 듣고 수필 중심의 교양지를 창간한 지 반세기, 통권 602호째다. 지난해 말 사실상 폐간에 가까운 ‘무기한 휴간’ 결정을 내렸다 기적적으로 회생했다. “밑바닥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더라고요.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 입장에서 ‘우리 식구들한테 퇴직금도 못 챙겨 줄 수 있겠구나’ 하는 것보다 더 밑바닥이 어디 있겠어요.”지난 12일 서울 혜화동 샘터 사무실에서 만난 김성구(60) 발행인은 불과 몇 달 전을 떠올리면 감개무량한 듯했다. “아버지가 25년간 이끈 샘터를 제가 맡아 24년을 했는데, 한 해만 더 하면 반반이잖아요. 아버지한테 죄스러웠습니다. 광화문에서 ‘폐간한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하고 사무실까지 걸어오는데 계속 눈물이 났죠.” 종이잡지가 호황을 누리던 시절 탄생한 샘터는 1970년대 후반 50만부 이상의 발행 부수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1995년 김 발행인이 대표를 맡던 시절부터는 이미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 매년 평균 3억원 정도의 적자가 생겼다. 그럼에도 법정스님, 피천득·최인호 선생님 등 대표 필진들이 낸 단행본 수익이 ‘샘터’를 유지시켰다. 출판 시장 경기가 나빠지면서 지난해에는 매출이 3분의1까지 떨어졌다. 결국 김 발행인이 내린 결론은 ‘무기한 휴간’이었다. 소식이 전해지자 김 발행인도 놀랄 만큼 각지에서 독자들의 성원이 답지했다. 샘터가 일상이었던 노년층, 샘터를 통해 고국의 소식을 듣던 재외동포, 기성 독자들의 자녀 세대인 ‘3040’으로부터 정기 구독 신청이 줄을 이었다. 오랜 독자들은 편지와 격려금을 보내왔다. 파독 간호사였던 독자는 “어려웠던 시절 ‘샘터’를 보고 용기와 희망을 놓지 않았는데 폐간 소식을 듣고 자식 잃은 엄마가 된 심정이었다”고 했다. 그 독자는 한국에 와서 작은 봉투까지 놓고 갔다.우리은행에서 6개월간 5000만원을 지원하는 등 기업 후원도 이어졌다. 정기 구독자만 2400명 이상 늘었다. 오는 6월 샘터에서 시·수필집 ‘친구에게’를 내는 이해인 수녀는 인세를 안 받겠다고 했다. ‘월간 샘터’를 살리는 일에 보탬이 되라는 뜻이다. “샘터 식구들이 자발적으로 월급을 삭감해 가면서, 이 ‘50주년 기념호’가 나왔습니다. 기적을 겪고 나니 ‘적극적으로 생각을 해 보자’고 다시 한번 힘을 내게 됐습니다.” 이 수녀를 비롯해 수필가 피천득, 법정 스님, 소설가 최인호, 동화작가 정채봉 등 내로라하는 필진은 샘터의 자산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들과 교유했던 김 발행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필자를 물었다. “고 장영희 서강대 교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소아마비를 극복하고 세 차례 암 투병 과정을 겪으며 수필가·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온 장 교수다. “말과 행동과 글이 모두 같은 분을 참 뵙기가 힘든데, 장 선생님이 그런 분이셨다”는 김 발행인은 “1급 장애인이셨지만 생각에 성역이 없었다. 돌아가시고 나서 유족들까지 같은 마음으로 인세를 제자 장학금으로 기부했다”고 떠올렸다. 임종까지 지켜봤던 피 선생에게서는 “세상 다 버려도, 자존감만은 버리지 말 것”을, 법정 스님에게서는 “많이 버릴수록 부자가 된다”는 가르침을 배웠다.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한 법정 스님의 ‘무소유’처럼, 김 발행인이 지향하는 샘터의 모습은 “매달 똑같이, 매달 새롭게”다. 부모님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등 변하지 않는 가치를 오롯이 지켜 가면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삶의 모습에는 예리하게 촉을 세우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행복은 권리이자 의무’라는 종전 가치를 필두로 웹툰, 전자책, 영화 시나리오 등 2차 콘텐츠 제작사들의 협업 제안에 적극 호응할 계획이다. “어려운 일을 겪고 나니까, 오히려 자신감이 더 생겨요. 바닥을 쳤다는 건, 이제 어느 방향으로 튀어 올라야 한다는 걸 안다는 거니까요. 이 시대에 새로운 모습의 행복 전도사가 되는 것이 샘터가 갈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폐간 위기 딛고 창간 50주년 맞은 ‘샘터’…“새로운 모습의 행복 전도사로”

    폐간 위기 딛고 창간 50주년 맞은 ‘샘터’…“새로운 모습의 행복 전도사로”

    1970년대 후반 50만부 발행 호황…피천득·최인호·이해인 등 문인 자산1990년대 중반부터 적자 지속…‘무기한 휴간’ 결정 후에 전국 성원 답지극적 회생으로 50년 기념호까지…김성구 발행인 “가치 지키며 매달 새롭게”‘국민 잡지’ 샘터가 창간 50주년을 맞았다. 1970년 4월 김재순(1923~2016) 전 국회의장이 국제기능올림픽을 준비하던 기술자들에게서 “집이 가난해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 된다”는 하소연을 듣고 수필 중심의 교양지를 창간한 지 반세기, 통권 602호째다. 지난해 말 사실상 폐간에 가까운 ‘무기한 휴간’ 결정을 내렸다 기적적으로 회생해 50주년 기념호를 냈다. “밑바닥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더라고요.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 입장에서 ‘우리 식구들한테 퇴직금도 못 챙겨 줄 수 있겠구나’ 하는 것보다 더 밑바닥이 어디 있겠어요.” 지난 12일 서울 혜화동 샘터 사무실에서 만난 김성구(60) 발행인은 불과 몇 달 전을 떠올리면 감개무량한 듯했다. “아버지가 25년간 이끈 샘터를 제가 맡아 24년을 했는데, 한 해만 더 하면 반반이잖아요. 아버지한테 죄스러웠습니다. 광화문에서 ‘폐간한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하고 사무실까지 걸어오는데 계속 눈물이 났죠.”종이잡지가 호황을 누리던 시절 탄생한 샘터는 1970년대 후반 50만부 이상의 발행 부수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1995년 김 발행인이 대표를 맡던 시절부터는 이미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 매년 평균 3억원 정도의 적자가 생겼다. 그럼에도 법정스님, 피천득·최인호 선생님 등 대표 필진들이 낸 단행본 수익이 ‘샘터’를 유지시켰다. 출판 시장 경기가 나빠지면서 지난해에는 매출이 3분의1까지 떨어졌다. 결국 김 발행인이 내린 결론은 ‘무기한 휴간’이었다. 소식이 전해지자 김 발행인도 놀랄 만큼 각지에서 독자들의 성원이 답지했다. 샘터가 일상이었던 노년층, 샘터를 통해 고국의 소식을 듣던 재외동포, 기성 독자들의 자녀 세대인 ‘3040’으로부터 정기 구독 신청이 줄을 이었다. 오랜 독자들은 편지와 격려금을 보내왔다. 파독 간호사였던 독자는 “어려웠던 시절 ‘샘터’를 보고 용기와 희망을 놓지 않았는데 폐간 소식을 듣고 자식 잃은 엄마가 된 심정이었다”고 했다. 그 독자는 한국에 와서 작은 봉투까지 놓고 갔다. 우리은행에서 6개월간 5000만원을 지원하는 등 기업 후원도 이어졌다. 정기 구독자만 2400명 이상 늘었다. 오는 6월 샘터에서 시·수필집 ‘친구에게’를 내는 이해인 수녀는 인세를 안 받겠다고 했다. ‘월간 샘터’를 살리는 일에 보탬이 되라는 뜻이다. “샘터 식구들이 자발적으로 월급을 삭감해 가면서, 이 ‘50주년 기념호’가 나왔습니다. 기적을 겪고 나니 ‘적극적으로 생각을 해 보자’고 다시 한번 힘을 내게 됐습니다.”이 수녀를 비롯해 수필가 피천득, 법정 스님, 소설가 최인호, 동화작가 정채봉 등 내로라하는 필진은 샘터의 자산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들과 교유했던 김 발행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필자를 물었다. “고 장영희 서강대 교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소아마비를 극복하고 세 차례 암 투병 과정을 겪으며 수필가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온 장 교수다. “말과 행동과 글이 모두 같은 분을 참 뵙기가 힘든데, 장 선생님이 그런 분이셨다”는 김 발행인은 “1급 장애인이셨지만 생각에 성역이 없었다. 돌아가시고 나서 유족들까지 같은 마음으로 인세를 제자 장학금으로 기부했다”고 떠올렸다. 임종까지 지켜봤던 피 선생에게서는 “세상 다 버려도, 자존감만은 버리지 말 것”을, 법정 스님에게서는 “많이 버릴수록 부자가 된다”는 가르침을 배웠다.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유효한 법정 스님의 ‘무소유’처럼, 김 발행인이 지향하는 샘터의 모습은 “매달 똑같이, 매달 새롭게”다. 부모님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등 변하지 않는 가치를 오롯이 지켜 가면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삶의 모습에는 예리하게 촉을 세우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행복은 권리이자 의무’라는 종전 가치를 필두로 웹툰, 전자책, 영화 시나리오 등 2차 콘텐츠 제작사들의 협업 제안에 적극 호응할 계획이다. “어려운 일을 겪고 나니까, 오히려 자신감이 더 생겨요. 바닥을 쳤다는 건, 이제 어느 방향으로 튀어 올라야 한다는 걸 안다는 거니까요. 이 시대에 새로운 모습의 행복 전도사가 되는 것이 샘터가 갈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세리에A 벌써 11명 확진… 호날두 “생명이 최우선”

    세리에A 벌써 11명 확진… 호날두 “생명이 최우선”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유럽축구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며 주요 리그가 전부 멈추면서 축구 스타들의 격려와 응원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호날두의 팀동료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다니엘레 루가니가 지난 12일 자신은 괜찮다며 지침을 잘 지키라고 당부한 데 이어 호날두도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세계가 너무 어려운 상황을 지나고 있다. 축구 선수가 아닌 아들이자 아버지 그리고 사람으로서 최근의 사태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걱정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면서 ”루가니처럼 바이러스와 싸우는 이들이나 주변 사람을 잃은 분들,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는 전문가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호날두는 현재 자신의 고향인 마데이라에 가족들과 함께 머물고 있다.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세가 가장 두드러진 이탈리아는 벌써 11명의 확진 선수가 나온 상황이다. 특히 세리에A 삼프도리아는 같은 팀에서 7명의 확진자가 나오며 집단감염 됐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과 칼럼 허드슨-오도이(첼시)가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유럽 축구가 코로나19에 몸살을 앓고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우승 눈앞 클롭 “축구 중요한 때 아냐… 건강 최우선” 팬들에 당부

    우승 눈앞 클롭 “축구 중요한 때 아냐… 건강 최우선” 팬들에 당부

    리버풀 홈페이지 통해 팬들에 메시지“리그 중단 결정 전적으로 지지” 밝혀영국도 코로나19 확산 본격화돼 비상팀 최초의 리그 우승을 눈앞에 두고 리그가 중단된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사무국의 리그 중단 결정 이후 팬들에게 “건강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클롭 감독은 “감독의 생각이 중요한 때가 아닌 것 같지만 팬들이 메시지를 듣고 싶어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서 “과거에 나는 축구가 중요하지 않은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지금으로선 축구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관중 경기도, 경기가 중단되는 것도 원하지 않지만 그렇게 해야 건강유지에 도움이 된다”면서 “오늘의 결정이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시행된 만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우리 도시, 지역, 나라와 세계가 불안과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는 만큼 사람들에게 전문가의 조언을 따르고 서로를 돌보는 것 이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끝으로 클롭 감독은 팬들에게 “건강이 최우선이다. 위험을 감수하지 말라”면서 “우리 사회에서 취약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그들에 대한 동정심을 갖고 행동해 달라. 자신 뿐만 아니라 서로를 돌봐달라”고 당부했다. 리버풀은 29라운드를 치른 현재 27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매직넘버 2가 남았다. 아직 우승은 확정짓지 못했지만 사실상 우승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러나 리버풀은 예기치 못하게 덮친 코로나19에 리그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며 이번 시즌 무관의 설움을 씻어낼 기회가 뒤로 미뤄졌다. 영국은 가장 최근 통계자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200명 이상 늘어난 798명으로 확인되며 본격적인 확산에 접어든 분위기다.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을 비롯해 칼럼 허드슨-오도이(첼시) 등 선수단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오피셜] 코로나 덮친 EPL 4월 3일까지 리그 중단 발표

    [오피셜] 코로나 덮친 EPL 4월 3일까지 리그 중단 발표

    EPL 사무국 13일 긴급대책회의 열고 논의아르테타 아스널 감독 코로나19 확진 여파리버풀 첫 우승·리즈 승격 등 드라마도 중단 EPL까지 멈추면서 유럽축구 ‘올스톱’ 위기세리에A, 라리가에 이어 결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도 중단됐다. EPL은 1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프리미어리그, FA, EFL, WSL이 연기되기로 합의됐다”고 발표했다. 영국 BBC는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잉글랜드 프로축구가 최소 4월 3일까지 연기됐다”고 밝혔다. 영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리그를 강행할 분위기였지만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FC 감독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에 상황이 급변했고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전날 레스터시티 소속 선수 3명이 코로나19 감염 증상을 보인다는 소식이 보도됐고, 칼럼 허드슨 오도이(첼시FC)마저 이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는 등 내부에서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더는 무리하게 리그를 강행할 수 없었다. EPL은 현재 팀당 28~29라운드를 치르며 10경기 정도씩 남았다. 리버풀FC가 27승 1무 1패 승점 82로 앞으로 2승만 더하면 팀 역사상 처음으로 EPL 우승을 차지하는 상황이고, 2부리그에선 리즈 유나이티드가 선두를 달리며 1부 승격에 성큼 다가서 있을 정도로 드라마틱한 요소들도 많다. 강등권 경쟁도 치열해 시즌이 끝날 때까지 끝을 알 수 없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었다. 유럽 4대 리그 중 이탈리아 세리에A가 지난 10일 가장 먼저 리그를 중단하며 충격을 던졌다. 이탈리아는 13일 최근 자료 기준으로 확진자가 1만 5113명으로 중국에 이어 가장 많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급격한 증가세에 이동제한령을 내렸고 세리에A도 중단시켰다. 스페인은 3146명으로 한국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확진자가 많은 상황에서 긴급히 리그를 2주간 멈추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EPL까지 동참하면서 유럽 축구 전체가 중단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전갈 독으로 관절염 치료제 개발한다 (연구)

    전갈 독으로 관절염 치료제 개발한다 (연구)

    전갈은 큰 독침과 징그러운 외형 덕분에 대다수 사람에게 기피 대상이다. 예외가 있다면 특이한 음식을 즐기는 미식가나 과학자 정도다. 일부 과학자들은 전갈 독에 많은 관심이 있는데, 자연계에 독 속에 유용한 약물 성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 상용화된 약물 중에는 보톡스처럼 생물체의 독에서 유래한 경우가 적지 않다. 프레드 허친슨 암 연구 센터의 짐 올슨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4년에 걸쳐 전갈과 거미에서 독을 추출해 약물 후보 물질을 찾았다. 연구팀은 전갈 독에서 찾아낸 펩타이드 중 하나가 관절에 있는 연골조직에 잘 결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펩타이드 자체는 특별한 약리 작용이 없지만, 연구팀은 이 물질이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재 나와 있는 스테로이드 계통 관절염 치료제는 관절 염증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긴 하지만, 전신적으로 퍼질 경우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킨다. 만성적인 스테로이드 사용은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 주사기를 이용해 국소적으로 관절에 스테로이드를 투여해도 효과는 일시적이며 여러 관절을 침범한 경우 그만큼 많은 투여가 필요하다. 결국 비용이 커지고 관절 및 전신 부작용의 위험도도 올라간다. 연구팀은 전갈 독에서 추출한 펩타이드를 코르티코스테로이드의 일종인 트리암시놀론 아세토니드 (Triamcinolone acetonide)에 결합해 관절염을 지닌 쥐에게 투여했다. 그 결과 스테로이드가 관절 연골에만 투입되어 염증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뿐 아니라 전신 부작용의 징후도 나타나지 않았다. 정확히 목표만 공격하는 스마트 폭탄처럼 이 새로운 약물은 관절 염증만 억제했다. 이 연구 결과는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고 부작용이 없는 전신 관절염 치료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물론 이런 신물질 가운데서 극히 일부만 실제 약물로 개발되지만, 유용한 성질을 지닌 물질을 여럿 발견할수록 약물 개발 가능성도 높아진다. 과학자들은 전갈을 포함한 다양한 동식물의 독에서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환자의 고통을 줄일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 언젠가 우리가 전갈에게 고마워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금요칼럼] 종교의 자유와 세속주의/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금요칼럼] 종교의 자유와 세속주의/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헌법 20조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 누구나 아무 종교라도 가질 수 있으며 자기 종교를 남에게 권할 수도 있다. 심한 소음을 유발해 타인에게 큰 불편을 끼치는 종교집회나 포교활동도 사실상 거의 무제한 허용하는 편이다. 심지어 정치적 선동을 일삼는가 하면 국가 방역시스템을 교란시키는 거짓말까지 서슴지 않는데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 종교에 이렇게 관대한 나라는 흔치 않다. 오히려 국가가 종교에 ‘호구’ 잡힌 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종교의 자유가 함의하는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종교 선택의 자유인데, 이는 본인의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을 말한다. 자유의지를 방해하는 유형은 단지 공갈협박만이 아니다. 정체를 숨긴 채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도 이에 해당한다.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전도 대상자가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혔는데도 계속 전도하는 것을 법으로 금한다. 처음에는 정체를 숨기고 전도하다가 대상자의 몸과 마음이 완전히 넘어왔을 때 비로소 종교적 정체를 드러낸 행위를 처벌한 사례도 있다. ‘의도적 거짓’으로 종교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본 것이다. 정체를 숨긴 포교는 사기행위와 본질적으로 같다. 사기꾼은 대개 이미 아는 사람에게 접근해 거짓 정보를 주고 경제적 이득을 챙긴다. 따라서 피해자가 고소하면 절차를 밟아 처벌을 받는다. 개인의 기본권인 선택의 자유를 교란시킨 행위에 대한 법의 응징이다. 포교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해야 하나, 정체를 숨기고 접근해 사람을 현혹해 피해를 유발한 경우에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을 시 적법하게 수사해 처벌해야 한다. 가해자의 고의성이 분명하고 시간적ㆍ금전적 손해를 입힌 사정을 입증하기가 어렵지 않으므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 이참에 우리는 세속주의(secularism)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세속주의는 정치와 종교를 분리해 서로 간섭하지 않는 원칙으로, 근대 이행 과정에서 본격화했다. 역사적 경험에 따라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세속주의는 철저한 정교분리 원칙이라는 공통의 뿌리를 갖는다. 가톨릭 역사가 강한 프랑스는 종교의 정치 개입을 봉쇄했는데, 이것이 ‘프랑스식 세속주의’다. 이에 비해 종교의 자유를 찾아 바다를 건넌 이들이 건설한 미국에서는 국가권력이 개인의 종교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으니, 이것이 ‘미국식 세속주의’다. 두 나라 모두 국가구성원의 공화(共和)와 개인의 자유(自由)를 놓고 ‘윈윈’하는 최선의 타협을 이끌어 낸 선진국이다. 혁명을 거쳐 근대로 깊숙이 진입한 공통점도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사정은 우울하다. 종교의 자유가 갖는 진정한 의미가 심하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세속주의를 말하기는 솔직히 공염불이다. 국가는 개인의 종교에 간섭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종교에 대한 방임이 심하다. 심지어 방조까지 한다. 종교 간판만 달면 국가에서는 온갖 특혜를 제공한다.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납세의 의무를 면제해 주는가 하면 고소나 고발이 빗발쳐도 웬만해서는 수사를 기피한다. 종교는 종교대로 정치 개입이 너무 심하다. 신도들을 선동해 정치적 시위를 일삼는가 하면 선거철만 되면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불법 정치자금을 통해 정치권력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에도 혈안이다. 한 표가 아쉬운 정치인들은 너무나도 쉽게 그런 자리에 팔려나가 사진을 찍는다. 이런 판국이니, 종교의 자유는커녕 차라리 종교의 난장판이 된 느낌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심한 소음을 유발하는 ‘정치적 굿판’을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착각하는 현실이다. 정교분리가 요원하던 고려, 조선, 일제강점기보다 현재 한국사회는 얼마나 더 진보했을까. 종교의 자유를 제대로 알고 실천하자. 세속주의 한번 제대로 해 보자.
  • “신용 위기 아닌 수요·공급 복합 위기 코로나… 강력한 국제공조를”

    “신용 위기 아닌 수요·공급 복합 위기 코로나… 강력한 국제공조를”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시간) 드디어 코로나19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정부가 우한에서 코로나19 감염 사례를 처음 공식 인정하고 세계 110여개국에서 12만명의 감염자가 발생한 뒤다. WHO 사무총장은 코로나19가 통제 가능하다며 각국이 선제적이고 매우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을 강조했지만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의 상황을 보면 녹록지 않다. 세계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 등 주요 주가지수가 7% 이상 폭락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전해지고 미국 등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계 증시는 반등하는 듯 보였지만 며칠을 버티지 못했다. 뉴욕증시는 11일 6% 가까이 다시 폭락했다. 실물경제에 이어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이어 가면서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와 비교하는 사람이 많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코로나19발 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는 원인부터 다르다며 선을 긋는다. 각국의 대응과 정책의 우선순위도 달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12년 전처럼 강력한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금융위기·코로나위기 원인 달라 대응 다르게 미국과 영국 언론은 코로나19로 인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을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한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2008년처럼 금융 시스템과 신용 위기로 촉발된 것이 아니어서 대응책도 달라야 한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코로나19 사태는 생산과 소비, 금융 등 각 분야에 한꺼번에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 온 중국발 코로나19로 인해 부품 등 공급망이 붕괴되며 제조업은 물론 항공, 관광, 숙박 등 서비스산업으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임금노동자 등 취약계층의 피해가 크다. 감염에 대한 공포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며 정상적인 생활을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 전문 뉴스사이트 액시오스는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해 타격을 받을 대상부터 큰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2008년에는 월가의 대규모 금융기관과 유동성 위기에 몰린 제조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아 이들에 대한 긴급 구제금융으로 급한 불을 껐지만 이번에는 피해가 대기업뿐 아니라 자영업자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미치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의 수석경제자문이자 영국 퀸스칼리지 총장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신용위기에서 촉발된 경제위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2008년 금융위기와 다르다”며 “코로나19의 공포와 이로 인한 (공장) 폐쇄 등 파장은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파괴하고 있고 저금리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이 할 수 있는 역할도 매우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국제금융·통화 전문가인 배리 아이컨그린 미 UC버클리대 교수도 지난 10일 영국의 일간 가디언 칼럼에서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만으로는 코로나19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문을 닫은 공장을 금리 인하만으로 다시 가동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토머스 라이트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미국·유럽연구센터장과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지난 5일 브루킹스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코로나19를 탈냉전 이후 2001년 9·11테러와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세계가 맞닥뜨린 세 번째 위기라고 규정하며 국제사회의 공조를 강조했다.●탈냉전 이후 세 번째 맞닥뜨린 국제 위기 캠벨 전 차관보는 코로나19에 각국과 국제사회가 적기에 대응하지 않아 사태가 가을까지 이어진다면 도산하는 기업이 늘고 경제 기반이 취약한 국가들이 유동성 위기에 몰려 심각한 금융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확산 속도를 늦춰 보건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하는 데 대책의 최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정과 통화정책보다 코로나19의 확산 저지가 먼저라는 것이다. 타격을 받은 기업들에 돈을 쏟아붓고 지원한들 일할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거나 돈을 벌기 위해 언제 감염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일하다 감염돼 격리되고 사업장이 폐쇄와 재가동을 반복한다면 지원의 실효성이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재정과 통화정책을 통한 지원이 물론 도움은 되겠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감염병을 진단하고 전파를 통제하며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라면서 여기에 정부의 재정 지원과 행정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또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감염 상황과 치명률 등 정보의 정확성과 과정의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보건 당국과 전문가들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누렸던 것과 같은 자율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조와 자율, 투명성이 핵심이다. 엘 에리언 수석경제자문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실물경제와 금융에 충격을 주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세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핀셋 지원 정책을 펴야 한다. 방역과 무료 검사 확대에 재원을 집중하고, 둘째, 저소득층과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돈 걱정하지 않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며, 셋째, 가장 피해가 심한 업종에 유동성을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최근호에서 각국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인력과 돈을 병원에 집중 투입하고, 유증상자들이 숨기지 않고 검사를 받게 해 지역 감염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증상자들도 돈 걱정을 하지 않도록 유급병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에서 독감이 유행할 때 유급병가를 보장하자 환자 수가 40% 줄었다는 한 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유급병가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G20, 금융위기 돌파 경험 되살려야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상황에서 물리적인 국경은 별 의미가 없다.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요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국제금융기구를 중심으로 주요 20개국(G20)이 공조 체제를 구축하며 위기를 돌파했던 경험을 되살려야 한다. G20 재무장관회담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회담이 주기적으로 열리지만 공조가 10년 전만큼 잘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2008~2009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로 보조를 맞춰 금융위기를 완화한 것처럼 이번에도 공중보건 및 코로나19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서 공조해야 위기가 전방위로 확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는 액시오스에 쓴 글에서 2009년 3월 영국 런던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려 금융위기에 공조하기로 합의한 것처럼 주요국들이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러드 전 총리는 미국과 중국이 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G20 보건·재무장관과 WHO가 매주 화상회의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를 논의하고, G20 정상들이 모여 글로벌 경기침체와 금융기관들의 부실화를 막을 공동의 대책에 합의하는 노력을 너무 늦기 전에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가 공조 체제를 구축하려면 이를 주도하는 국가가 있어야 한다. 그동안은 주로 미국이 그 역할을 맡고 유럽이 지원하는 모양새였다. 이번에는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에 발목 잡히는 걸 꺼리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선다면 당장은 주식시장과 경제에 타격을 주겠지만, 선거 전에는 회복세를 보여 선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하지 않다가는 상황이 장기화해 선거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단 미국만의 얘기는 아니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MLB 결국 시범경기 취소되나… 개막 연기도 검토

    MLB 결국 시범경기 취소되나… 개막 연기도 검토

    현지 언론, 시범경기 취소 전망 소식 전해시애틀 홈경기 무산·NBA 리그 중단 영향코로나19 확장… 리그 개막 연기 가능성도미국프로농구(NBA)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등 미국내 주요 스포츠가 코로나19로 중단된 가운데 메이저리그(MLB)도 결국 결단을 내릴 분위기다. ESPN의 칼럼니스트 제프 파산은 13일(한국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메이저리그가 구단주 회의 끝에 스프링캠프를 연기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정규 시즌의 개막도 연기될 것 같다”고 했다. 파산은 “데이비드 프라이스가 ‘코로나19 사태가 스포츠보다 더 큰 상황이다. 나는 두 아이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MLB네트워크의 존 헤이먼 역시 트위터에 같은 소식을 전하며 “선수단은 스프링캠프에 남아 훈련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MLB는 오는 27일 개막할 예정이었지만 며칠 사이에 미국내 코로나19 확진세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일정을 강행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됐다. 하루 앞서 미국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타난 워싱턴주에 속한 시애틀 매리너스가 예정된 홈개막전을 원정 경기로 바꾼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NBA와 NHL마저 리그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MLB도 긴급히 대책 수립에 나섰다. 코로나19 사태가 커지기 전에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던 MLB 선수들은 아직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스포츠 선수들의 감염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MLB 선수들도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13일 최근 자료 기준으로 미국은 1401명의 확진자와 40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MLB는 현지 시간으로 오후 회의가 끝난 뒤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무관중 경기 등도 거론됐지만 상당수 선수들이 무관중 경기를 원하지 않았다. 미국 전역에 코로나19가 퍼지는 상황에서 양팀의 홈경기장 이외의 구장에서 중립경기를 치르는 것도 의미가 없어진 상황이다. 결국 MLB도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에 이어 코로나19에 갇힌 신세가 됐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아하! 우주] 폭풍 성장 중인 원시별 포착…이미 태양 50배인데 더 커져

    [아하! 우주] 폭풍 성장 중인 원시별 포착…이미 태양 50배인데 더 커져

    은하계에 있는 대부분의 별은 태양보다 작고 어두운 별인 적색왜성이다. 별이 클수록 많은 가스가 필요해 생성되기가 힘들고 일단 생성되더라도 질량에 비례해 수명이 짧아지기 때문에 거대 별은 드문 존재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거대 별의 생성과 최후에 관심이 많다. 거대 별이 죽으면서 무거운 원소를 대량으로 생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양 질량의 수십 배에서 100배 이상의 거대 별이 어떻게 생성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부분이 많다. 일본 이화학 연구소(RIKEN)의 과학자들은 칠레에 있는 세계 최대의 전파 망원경인 ALMA(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와 뉴멕시코에 있는 VLA 전파 망원경을 이용해 'G45.47+0.05'이라는 원시별(protostar)을 연구했다. 이 별은 갓 태어난 원시별로 아직 두꺼운 가스와 먼지에 가려 있기 때문에 파장이 긴 전파 망원경이 관측에 유리하다. 이번 연구에서는 G45.47+0.05가 이미 태양 질량의 30~50배에 달하는 크기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커지고 있다는 증거가 발견됐다. 가스 성운에서 물질이 뭉쳐 형성되는 원시별은 초기 단계에는 중력에 의해 가스를 계속 흡수하면서 커지지만, 일정 질량을 넘으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면서 주변으로 가스를 밀어내게 된다. 질량이 커질수록 중력도 같이 커지긴 하지만, 일정 한계점을 넘으면 주변에 있는 가스를 대부분 흡수하는 데다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에 더 이상 가스를 모으지 못하고 새로운 별로 탄생하게 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G45.47+0.05 주변에 모래시계 형태의 가스 구조가 확인되었으며 그 중심에는 섭씨 1만도에 이르는 고온의 가스가 초속 30㎞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포착됐다. 이는 거대 별 주변에 가스를 흡수하는 원반이 형성되었다고 설명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또 성장 중인 원시별에서 나오는 특징적인 제트(jet) 역시 같이 포착됐다. 이는 거대 원시별이 아직도 계속 성장 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별이 어디까지 커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과학자들은 거대 별의 탄생 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좋은 목표를 찾은 셈이다. 태양 질량의 30~50배가 넘는 거대 별은 우리와는 동떨어진 존재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이런 거대 별이 초신성 폭발과 함께 남긴 무거운 원소가 없다면 인간도 존재할 수 없다. 이런 거대 별이 없었다면 우주는 지금도 수소와 헬륨이 대부분인 상태로 지구 같은 행성이나 인간 같은 생물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대 별의 탄생과 죽음을 연구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과거를 연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황성기 칼럼] 아베 리스크

    [황성기 칼럼] 아베 리스크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까지 17년 사이 4개의 감염병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감염병 경험이 축적됐을 법도 한데 여전히 국가에 따라, 정치 지도자에 따라 대처가 다르고 결과도 하늘과 땅 차이다. 그건 아마도 역사의 교훈에서 배우냐 못 배우냐 차이일 것이다. 코로나19 위기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내놓은 정책은 졸작 중 졸작이다.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실패나, 노벨 생리의학상을 5명이나 배출한 의료 선진국인데도 코로나19 검사가 하루 1300여건에 불과한 불가사의는 사스나 메르스를 겪지 않은 ‘바이러스 불감증’이라 치자.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두 번째 하계올림픽을 치르는 저력의 일본인데 곧 좋아지겠거니 낙관에 응원까지 했다. 하지만 하루 2만건에 육박하는 양을 신속하게 검사하는 한국의 진단·치료 체계에 비해 느려터진 일본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겁 먹고 화난 일본인들이 “목숨보다 올림픽이 중요하냐”며 아베 정권 지지를 하나둘씩 철회하자 허겁지겁 내놓은 정책이 기가 막힌다. 사실상의 한국인과 중국인 입국금지이다. 코로나19 증가세가 꺾이고 있는 한국·중국으로부터의 입국 거부와 일본에서 번지는 코로나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과학적 데이터나 검증 결과도 제시하지 않았다. 후생노동성의 11일 발표를 보면 크루즈선을 제외한 일본 국내 확진자는 전날보다 무려 9.5%나 증가한 568명에 달했다. 일본 각지에서 확산하는 코로나를 막는 방책이 기껏 ‘미즈기와 대책(물 가장자리인 공항이나 항만에서 바이러스를 막는다는 뜻)의 근본적인 강화’라니 섬나라다운 발상이다.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는 정치의 무기력을 보는 듯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본 방문 연기를 발표한 날 나온 한중발 입국 금지는 아베 정권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핵심 보수세력을 만족시키려는 ‘정략적’ 결정이다. 아베도 “정치적 판단”임을 시인했다. 초록은 동색인가. 한일 보수의 ‘중국(한국)인 입국 금지’ 주장이 어찌나 닮았는지 신기할 정도다. 국민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정치인이라지만 코로나19라는 미지의 감염병에 의학과 과학으로 대처해야 하는데도 정치가 개입하면서 의료 선진국이면서도 후진국처럼 대응하는 일본을 세계가 주목하는 건 아이러니다. 지난해 7월 일본은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대한국 수출규제를 내놓았다. 강제동원 피고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아베는 보복의 칼을 꺼내 국제사회를 경악하게 했다. 당시 참의원 선거를 앞둔 대한국 강공책은 아베와 그를 둘러싼 우익 인사들의 작품이다. 일본에서조차 반발을 부른 이 조치로 선거에 큰 재미는 보지 못했지만 한일 관계를 국내 정치에 주저없이 이용하는 아베의 진면목을 또렷이 확인시켰다. 이번도 그 연장선상이다. 한국인 입국금지에 대해 한국인이나 한국 정부가 맹렬히 반발할 걸 예상하고 아베는 선공을 가했을 것이다. 한국은 일본의 코로나 확진자 증가세, 숫자에 잡히지 않는 ‘투명한 감염자’가 더 있을 거라는 공포에도 불구하고 일본인 입국금지에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 왔다. 코로나 진단키트 기술을 일본에 제공하겠다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언까지 한 한국이다. 당연히 한국은 일본의 발표 다음날인 6일 저녁 신속히 상응조치를 내놨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 격이다. 한국을 가볍게 정치에 써먹는 일본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모독이자 한국을 비하하는 혐한 행위이다. 일본의 비자 효력 정지에 상호주의에 입각해 비자 효력정지를 택한 한국 정부를 ‘반일’이라 공격하는 일본 보수와 일부 언론·언론인의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를 듣자니 딱하기까지 하다. 일본의 대구·청도 등 확진자 발생이 많은 지역의 입국 제한은 타당했다. 하지만 전면적 제한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별입국절차’ 같은 중간 단계를 왜 생략했는지 아쉽다. 수출규제조치나 한국인 입국금지는 역대 어떤 일본 총리도 하지 않았을 외교적 일탈이다. 식민지배의 부채 의식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던 전직 총리들과는 달리 한일을 보통 이하의 관계로 낮추려는 아베 총리는 한국에 큰 리스크다. 한중, 한일, 일중은 외교 현안을 항상 안고 사는 이웃이다. 비전통적 안보 영역인 감염병만큼은 국경을 넘어 협조하는 틀을 만들어야 하는데도 일본은 혼자서 거꾸로만 간다. 아베 리스크가 어디까지 폭주할지 걱정이다. marry04@seoul.co.kr
  • 日언론 “아베 총리, 냉정함 잃었다…전문가 말 안 듣고 있다”

    日언론 “아베 총리, 냉정함 잃었다…전문가 말 안 듣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냉정함을 잃었다는 현지 언론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요라 마사오 마이니치신문 전문편집위원은 단단한 지지층 이반에 아베 총리가 냉정함을 잃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불안은 지금 현실이 되어 있다”고 11일자 기명 칼럼을 통해 평가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대규모 행사 자제, 휴교 요청에 이어 한국과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제한을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한 것을 거론하며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전문가 회의나 담당 부처의 의견을 거의 듣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요라 편집위원은 “발표는 매번 갑작스럽고 현장에 큰 혼란을 부르고 있다”며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급락. 특히 ‘오른쪽’(우파)으로부터의 비판을 총리는 상상 이상으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아베 총리는 우익 성향 작가 하쿠타 나오키가 소셜미디어에서 “(아베 총리의) 위기관리능력이 결여됐다”고 비판하자 지난달 말 그를 총리공관으로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요라 편집위원의 ‘우파로부터의 비판에 상상 이상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는 언급은 이를 염두에 둔 분석이다. 요라 편집위원은 아베 총리가 정권 내부에서도 특정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권 안에서 총리가 진언을 듣는 것은 1차 아베 정권이 좌절한 후 가까이 다가온 이마이 다카야 총리보좌관“이라면서 아베 정권의 ‘구원투수’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역할도 줄었다고 분석했다. 요라 편집위원은 ”결국 신뢰하고 있는 것은 이마이씨뿐인 것 같다“면서 아베 총리가 1차 집권기 시절 가지고 있던 정부 기관에 대한 불신이 갑작스러운 결정과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것은 본래의 정치 주도 모습이 아니라 독단전행(일을 독단적으로 멋대로 추진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의 재료가 된 벚꽃을 보는 모임 의혹이나 검사장 인사 문제 등도 거론하면서 “추궁당하는 초조함도 감추지 못한다. 그런 총리에게 맡길 수 있을 것인가. 이미 그것을 물을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세상이 물에 잠겨…고대 지구는 ‘워터월드’였다?

    [핵잼 사이언스] 세상이 물에 잠겨…고대 지구는 ‘워터월드’였다?

    1995년 개봉한 영화 ‘워터월드’에서 미래 인류는 바다만 남은 지구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인다. 영화에서는 기후 변화로 육지가 모두 물에 잠겼다는 설정이지만, 사실 지구에 있는 빙하가 모두 녹아도 대륙의 상당 부분은 수몰되지 않는다. 바다밖에 없는 지구라는 설정 자체는 참신했지만, 솔직히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과거로 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현재와 같은 대륙은 해양지각보다 훨씬 두꺼운 대륙지각이 형성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지구 초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다시 말해 초기 지구에는 바다 면적이 더 넓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정확한 바다 육지 비율은 시기별로 명확하지 않았다. 최근 미국 콜로라도 대학의 보스웰 윙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32억 년 전 지구가 영화 워터월드처럼 거의 육지가 없는 상태였다는 증거를 찾아냈다.연구팀은 32억 년 지구의 육지 면적을 추정하기 위해 산소-18 동위원소를 측정했다. 사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당시 육지였던 지역을 찾아내 면적을 계산하는 것이다. 하지만 32억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살아남은 육지는 매우 드물다. 연구팀은 대안으로 서부 호주의 오지에 잘 보존된 해양 지층을 찾아내 100여 곳에서 시료를 채취한 후 동위원소 비율을 조사했다. 이 동위원소에 당시 육지 면적이 비밀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산소-18 동위원소는 산소-16에 비해 무겁기 때문에 이 동위원소로 만들어진 물 분자 역시 무겁다. 또한 쉽게 증발하지 않기 때문에 육지 토양에 축적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육지 면적이 높을수록 해양 지층 속 산소-18 동위원소는 낮아지며 반대로 육지 면적이 좁을수록 산소-18 동위원소 비율은 높아진다. 연구 결과 당시 바다에는 산소-18 동위원소 비율이 매우 높았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지구에는 거의 육지가 없어 영화 워터월드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다만 연구팀은 당시 육지가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영화 워터월드에서 드라이 랜드라는 마른 땅이 있는 것처럼 당시 지구에도 크고 작은 섬은 존재했을 것이다. 단지 지금보다 육지 면적이 좁았고 큰 대륙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 연구 결과가 옳다면 육지 생물인 인간은 정말 좋은 때에 지구에 등장한 셈이다. 우리는 그래도 땅이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사실 지금이 가장 풍족한 시기일지도 모른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고든 정의 TECH+] AMD 세계 최고 성능 슈퍼컴퓨터에 두뇌 공급한다

    [고든 정의 TECH+] AMD 세계 최고 성능 슈퍼컴퓨터에 두뇌 공급한다

    지난 몇 년간 IT 테크 거인들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CPU 부분에서는 그간 시장을 독점했던 인텔이 AMD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고 클라우드 부분에서는 아마존의 AWS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메모리 부분에서는 인텔이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를 내놓으면서 기존의 메모리 제조사를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거대 IT 회사들의 치열한 경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런 거인들의 틈바구니에서 눈에 띄는 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열거한 기업 중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AMD입니다. AMD의 2019년 매출액은 67억 달러로 인텔의 720억 달러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AMD의 작년 영업 이익은 6억3,100만 달러인 반면 인텔은 220억 달러로 아예 비교의 대상도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작년에 AMD가 CPU와 GPU 판매 호조로 인해 수익이 크게 개선되었음에도 격차를 조금 좁히는 데 그쳤을 만큼 본래 회사 규모가 작은 편입니다. 이런 열세를 극복한 것은 바로 기술력입니다. AMD가 회사 존망의 위기에서 사운을 걸고 개발한 젠 (Zen) 아키텍처는 인텔과의 성능 격차를 크게 줄였을 뿐 아니라 3세대 제품에 와서는 오히려 가성비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인텔보다 앞서 7nm 공정을 도입하고 CPU 코어 숫자를 크게 늘릴 수 있는 칩렛 (Chiplet) 디자인을 적용해 데스크톱 CPU 시장뿐 아니라 전문가용 고성능 CPU 및 서버 시장에서 약진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AMD는 다른 IT 거인들에 맞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슈퍼컴퓨터 같은 거대과학 부분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의 기술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정부 산하 연구소들은 주요 IT 기업에 연구 개발비를 주고 고성능 슈퍼컴퓨터를 연이어 도입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오크 릿지 국립 연구소는 AMD와 크레이(Cray)에서 프런티어(Frontier)를 아르곤 국립 연구소는 인텔에서 오로라(Aurora)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이 슈퍼컴퓨터의 연산 능력은 엑사플롭스(EFLOPS)급이기 때문에 엑사스케일 컴퓨터로 불립니다. 내년에 이 슈퍼컴퓨터가 도입되면 미국이 무난하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를 보유한 국가의 타이틀을 계속해서 쥐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의 추격 역시 만만치 않아 미국 정부는 다음 세대 슈퍼컴퓨터를 이미 주문했습니다. 2023년 도입 예정인 엘 카피탄 (El Capitan)이 그것으로 AMD와 크레이가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에 납품할 예정입니다. 도입 비용은 6억 달러로 여기에는 연구 개발비도 포함됩니다. 시스템 개발은 크레이가 담당하고 AMD는 여기에 두뇌 역할을 하는 CPU와 GPU를 공급합니다. 최근 크레이와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는 엘 카피탄에 대해 몇 가지 새로운 정보를 공개했습니다. 엘 카피탄의 목표 성능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올라간 2엑사플롭스로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에 도입된 슈퍼컴퓨터인 시에라 대비 16배 더 빠릅니다. 제작은 HPE의 자회사가 된 크레이가 담당하고 AMD는 핵심 프로세서인 Zen 4 기반의 에픽 CPU와 라데온 인스팅트 (Radeon Instinct) GPU를 공급하게 됩니다. AMD가 공개한 내용에 의하면 Zen 4는 5nm 공정 기반으로 2022년말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현재 Zen 2는 7nm 공정에서 제조된 것으로 구체적인 코어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 더 많은 숫자의 코어를 집적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어 숫자 증가 없이 아키텍처 및 미세 공정 개선으로 성능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AMD는 2세대 에픽 CPU를 내놓으면서 최대 코어 숫자를 32개에서 64개로 두 배 높였습니다. Zen 4에서는 128코어 CPU를 보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4세대 에픽 CPU는 결국 서버 시장에도 판매될 것이므로 인텔 역시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입니다. 4세대 에픽 프로세서는 4개의 라데온 인스팅트 GPU와 연결됩니다. 차세대 라데온 인스팅트에 대해서도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 GPU는 올해 출시 예정인 RDNA 2 아키텍처 기반 GPU가 아니라 다음 세대 GPU로 예상됩니다. AMD는 차세대 GPU에서 고성능 연산용과 그래픽용 두 가지 버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슈퍼컴퓨터에는 고성능 연산 유닛을 많이 사용한 버전을 탑재할 것으로 보입니다. 라데온 인스팅트가 뛰어난 성능을 보일 경우 연산용 GPU 시장의 강자인 엔비디아나 Xe라는 새로운 제품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인텔 모두 긴장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슈퍼컴퓨터 사업을 수주한 게 AMD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인텔, AMD, IBM, 엔비디아 같은 회사에서 복수로 슈퍼컴퓨터를 주문했습니다. 슈퍼컴퓨터에 적용된 기술은 서버에서 일반 소비자용 컴퓨터까지 퍼져 나가게 될 것이고 결국 IT 산업 전체를 발전을 촉진합니다. 하지만 하나의 회사가 아니라 여러 회사가 경쟁해야 해당 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목표는 단순히 슈퍼컴퓨터 1등이 아니라 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산업 자체를 육성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슈퍼컴퓨터를 포함해 IT 산업 육성책을 수시로 내놓는 우리 정부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이광식의 천문학+] “2060년 세계는 멸망한다”- 아이작 뉴턴의 ‘지구 종말론’

    [이광식의 천문학+] “2060년 세계는 멸망한다”- 아이작 뉴턴의 ‘지구 종말론’

    인류의 최후를 향해 째각거리는 지구 종말 시계가 연초에 2분에서 100초 전으로 당겨졌다. 이 시계를 관장하는 미국 핵과학자회(BAS)는 이란-북한의 핵위협과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휴거니 아마겟돈이니 지구 온난화니, 인류의 종말을 언급하는 말들이 넘쳐나고 있는 판에, 여기에 또 한 몫을 보탠 사람으로 뉴턴이 끼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인류 최고의 과학 천재이자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유명한 영국의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1642~1727)은 오랜 시간과 정열을 쏟아 ‘지구 종말론’을 연구했는데, 사실 뉴턴은 생전 물리학과 수학보다도 성경과 카발라(유대교 신비주의), 연금술 연구 등에 자신의 생애 거의 대부분을 탕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뉴턴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천재였지만, 정작 원자에 대한 지식이 없던 그 시대에 금을 만든다는 그릇된 망상으로 수십 년을 연금술 연구에 빠져 지냈다. 다른 금속을 금으로 변환시키려면 핵 속의 핵자를 바꾸어야 하는데, 그 같은 힘은 초신성 폭발과 같은 엄청난 압력과 온도로써만 가능한 일이다. 지구상에서 그러한 힘을 얻는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다. 뉴턴은 그 핵심을 때리지 못하고 물질의 거죽만을 주물럭거리며 반죽하는데 그 귀중한 천재를 낭비했던 것이다. 그래서 최후의 연금술사로 불리기도 한다. 뉴턴은 또 성경 속의 종말론 연구에 나머지 생애를 소비한 끝에 자신의 종말론 원고를 남겼다. 뉴턴이 낡은 양피지에다 18세기 영어로 유창하게 쓴 육필 원고에는 성경에 관한 해석과 신학, 고대 문학의 역사, 교회, 솔로몬 성전의 기하학적 구조 등 다양한 주제가 담겨 있다. 뉴턴은 특히 종말론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는데, 구약의 ‘다니엘서’를 토대로 지구 종말의 날을 어느 역사적 사건을 기점으로 해서 1260년 후로 예측했다. 뉴턴은 자신의 예측이 어긋나지 않도록 여러 정교한 장치들을 마련했다. 그중 하나가 기점으로의 역사적 사건을 몇 개씩이나 지정해놓은 것이었다. 뉴턴은 카롤루스 대제가 서로마 황제에 오른 서기 800년을 계산의 기점으로 잡아 2060년에 세계가 종말을 맞는다고 예언했다. 이 사건은 물론 뉴턴의 여러 기점 후보 중 하나일 뿐이다. 그전의 다른 기점들은 모두 빗나간 것으로 판명됐지만, 이번 기점은 2060년이 돼야만이 그 진실 여부가 판명날 것이다. 과학사상 최고의 천재로 추앙받는 뉴턴이 이렇게 비과학적일 줄이야! 뉴턴은 연금술 연구와 실험으로 인해 수은 등 중금속을 오래 접촉한 끝에 중금속에 중독되어 만년에는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기까지 했다. 뉴턴은 만년에 두 차례나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다. 그는 방안에 틀어박혀 사람들이 자신을 박해하는 망상에 사로잡히며 괴로워했다. 1693년 뉴턴은 친구 새뮤얼 피프스(영국 해군대신)에게 “지난 12개월 동안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네. 또한 전처럼 생각에 일관성을 유지할 수도 없다네. 더 이상 자네나 다른 친구들도 만나지 말아야 할 것 같네” 라고 고백한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83세에 심장병으로 여러 차례 심한 통증을 겪었던 뉴턴은 죽기 몇 주 전 비로소 고통에서 벗어났고, 1727년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국가는 최고의 예우를 갖추어 뉴턴의 유해를 웨스트민스터 성당 지하묘지에 안치했다. 그의 묘비에는 “자연과 자연의 법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신이 ‘뉴턴이 있으라!’ 하시자 세상이 밝아졌다”는 알렉산더 포프의 시가 새겨졌다. 지금도 우리는 뉴턴의 운동 방정식으로 우주선을 발사하고 궤도 설계를 하고 있다. 2060년이 다가오면 뉴턴이 다시 소환되고 그의 종말론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핵잼 사이언스] 고대 지렁이?…5억년 전 미스터리 생물체 비밀 풀리다

    [핵잼 사이언스] 고대 지렁이?…5억년 전 미스터리 생물체 비밀 풀리다

    고생대의 첫 번째 시기인 캄브리아기(5억 4100만 년 전~4억 8540만 년 전)에는 온갖 기괴한 생물체가 등장해 고대 지구의 바다를 누볐다. 당시 워낙 폭발적으로 다양한 생물체가 등장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를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고 명명했다. 과학자들은 이 시기 지층에서 발견된 수많은 화석을 연구해 당시 생물상을 재구성했지만, 워낙 현생 동물과 다른 괴상한 생물이 많아 이를 연구하고 분류하는 데 애를 먹었다. 30년 전 발견되어 최근까지 정확한 종류나 생활 방식을 알 수 없었던 '파시베르미스'(Facivermis) 역시 그중 하나다. 파시베르미스는 길쭉한 몸통을 지닌 지렁이 같은 생물이지만, 몸통 앞부분에 5쌍의 길고 가느다란 촉수 같은 다리를 지니고 있다. 현생 동물 가운데 비슷한 형태를 지닌 동물이 없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파시베르미스의 앞다리 혹은 촉수의 역할이나 생활 방식, 정확한 분류 등을 알아내는 데 애를 먹었다. 하지만 최근 영국 엑서터 대학과 중국 유난 대학 및 자연사 박물관의 과학자들은 보존 상태가 우수한 파시베르미스 화석에서 이 미스터리 고대 생물의 비밀을 풀 단서를 발견했다.연구팀은 5억 1800만 년 전 파시베르미스 화석 주변에서 얇은 막 같은 구조물을 발견했다. 만약 3차원적으로 복원할 경우 이 막은 몸통을 둘러싼 튜브 형태가 된다. 연구의 리더인 리처드 하워드는 파시베르미스가 바다 밑바닥에 몸통을 고정하고 주변에 튜브 같은 집을 지은 후 여기에 들어가 사는 생물이라고 설명했다.(복원도 참조) 파시베르미스는 다섯 쌍의 촉수 같은 다리를 이용해 흐르는 물에 있는 먹이를 걸러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걷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촉수 같은 다리 다섯 쌍만 몸통 앞에 있었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성과는 파시베르미스의 소속을 밝혔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파시베르미스는 현생 절지동물과 관련이 있는 캄브리아기 고대 생물 그룹인 로보포디아 (Lobopodia)에 속한다. 대부분의 로보포디아는 9쌍의 다리를 지니고 있는데, 파시베르미스는 터널 생활에 적응하면서 뒷다리가 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로보포디아의 조상은 지렁이처럼 다리가 없는 벌레 같은 동물이었다. 하지만 필요에 의해 진화했던 다리도 생활 환경이 바뀌면 퇴화할 수 있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해야 하는 것은 5억 년 전을 살았던 생물이나 지금의 생물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금요칼럼] ‘예송’에서 배운다/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 교수

    [금요칼럼] ‘예송’에서 배운다/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겸임 교수

    1652년(효종3) 가을, 윤휴는 서울의 백호정에 살았다. 그는 학문과 덕행이 뛰어나 인기가 높았다. 민정중은 그를 흠모해 아예 옆집으로 이사했고, 그들의 사귐은 날로 깊어졌다. 서로에게 거는 기대도 그만큼 커 갔다. 민정중은 서인을 대표하는 명문가의 자제로 효종의 신임이 두터웠다. 그는 소북의 후예인 윤휴의 등용을 거듭 주장했다. 조정 대신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정중은 윤휴를 조정에 진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윤휴의 명망은 더욱 높아졌다(민정중, ‘노봉집’, 제4권). 사람들은 두 사람의 사귐을 아름답게 여겼다. 그러나 얼마 후 문제가 생겼다. 1659년(효종 10) 국왕이 붕어하자 조정에서는 ‘예송’(제1차)이 발생했다. 논쟁의 초점은 인조의 계비 자의대비 조씨가 얼마나 오랫동안 상복을 입어야 하는가를 둘러싼 거였다. 오늘날의 입장에서는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때는 예학을 중시했기 때문에 각 당파의 사활이 걸린 중대사안이었다. 송시열이 이끄는 서인은 효종이 인조의 둘째 아들이므로 1년이 옳다고 했다. 반면에 남인은 효종은 국왕이라 적장자에 해당한다며 3년간 상복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새 임금 현종은 서인 편을 들었다. 이 사건은 거센 후폭풍을 동반했다. 예송에서 패배한 남인은 실각했다. 승자인 서인이 조정을 장악하게 됐는데, 윤휴와 민정중의 관계도 위기에 빠졌다. 민정중은 윤휴가 예송에서 남인 편을 들었다며 거듭 비판했다. 사면초가(四面楚歌)는 윤휴의 처지를 나타내는 말이었다. 서인은 윤휴가 평소의 태도를 버리고 남인의 주장을 따랐다고 비판했다. 설상가상으로 남인들 역시 윤휴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윤휴가 남인의 당론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윤휴는 서인과 남인 양쪽으로부터 한꺼번에 비난을 받은 셈이었다. 예송 사건을 겪으며, 윤휴는 많은 친구를 잃었다. 상당수가 그에게 절교를 선언했다. 한때의 벗들은 제각각의 논리를 앞세우며 윤휴에게 편들기를 요구했다. 뜻대로 되지 않자 그들은 관계를 끊었다. 끝까지 곁에 남은 친구는 극소수 남인들이었다. 정치적 풍파와는 무관하게 윤휴는 친구들과의 우정을 끝까지 유지하고 싶었다. 이러한 그의 소망은 민정중에게 보낸 편지에 뚜렷이 나타나 있다. “친구는 인륜의 하나입니다. 그런 때문에 공자는 원양의 일도 꾹 참고 이해했습니다. 맹자도 광장과 우정을 끝끝내 지켰습니다. 옛날 성현들은 그처럼 후덕하고 도량이 넓었습니다. 일시적으로 서로 주장이 어긋났다고 하여, 우리가 평생 가꿔 온 우정을 일시에 끊어버리면 그것은 지극한 사람의 도리가 아닐 것입니다.”(‘백호전서’, 제17권) 이 편지에 나오는 원양은 공자의 친구였다. 그는 공자와는 정반대로 예법을 철저히 무시하는 이였다. 아마 도가(道家)풍의 선비였을 것으로 짐작한다. 원양은 모친이 돌아가셨을 때도 애도하기는커녕 나무에 올라가 노래를 불렀다. 공자는 이런 원양을 꾸짖었다. “어릴 적에는 공손하지 못하더니, 장성해서도 쓸 만한 언행이 없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죽지 않으니 이 사람은 도적이다!” 이렇게 심한 말로 비판했으나 절교는 하지 않았다. 또 윗글에 나오는 광장은 맹자의 제자였다. 그는 부친과 심하게 다투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비난했다. 불효자라는 욕설이 쏟아졌는데, 맹자는 제자를 변호했다. 광장은 자신의 아버지가 선행에 관심을 가지도록 ‘책선(責善)’하였다고 주장했다. 애타는 윤휴의 바람과는 달리 민정중과의 우정은 회복되지 못했다. 그러기는커녕 그들의 적대감은 갈수록 커져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쟁은 인간 세상을 철저히 망가뜨리는 악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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