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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도사업 해외 누적 수주액… 코레일, 작년 5000억 넘었다

    철도사업 해외 누적 수주액… 코레일, 작년 5000억 넘었다

    한국 철도의 해외 진출이 속도를 내고 있다. 도시철도 운영·유지보수(O&M)와 철도 사업종합관리(PMC), 고속·전동열차 공급까지 글로벌 철도 운영사로서 ‘K철도’의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29일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해외 철도사업 누적 수주액이 5224억원으로 처음으로 5000억원을 돌파했다. 2023년(200억 7000만원) 이후 3년 연속 해외 매출이 연간 2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코레일은 2007년 말레이시아 전동열차 개량 컨설팅(18억 5000만원)을 따내며 해외 철도 시장에 처음 등판했다. 초기 노후 차량·부품·선로 보수 장비 등 유휴자산 수출에 한정됐지만 현재 필리핀·탄자니아·몽골 등 9개 국가에서 14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4년 6월 코레일과 국토부, 현대로템 등으로 구성된 ‘코리아 원팀’은 우즈베키스탄이 발주한 고속열차(42칸·2700억원) 공급 사업을 따냈다. 한국은 2004년 4월 세계에서 네 번째로 고속철도를 개통했지만, 고속열차 수출은 처음이었다. 코레일과 차량 제작사가 차량 공급을 넘어 운영·유지보수, 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차별화된 ‘패키지’ 전략으로 경쟁사를 따돌렸다. 우즈베키스탄에 공급할 차량은 ‘KTX-이음’이다. 패키지 전략을 앞세운 코리아 원팀은 이어 지난해 2월 모로코 전동열차 공급 및 유지보수 사업을 수주했다. 총 440량, 수주 금액이 2조 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2030년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모로코가 관람객 이동 수단으로 ‘ITX-청춘’을 선택했다. 이 사업에는 200여 개 중소 협력사가 참여한다. 차량 제작에 필요한 부품 협력업체의 90%가 중소기업으로, 국내 부품업계의 국제 경쟁력 강화와 동반성장이 기대된다. 코레일은 지난해 10월에는 타지키스탄 도시철도 건설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을 수주했다.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중앙아시아 철도 시장 진출 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김중학 코레일 해외사업2처장은 “K철도 원팀의 경쟁력은 기술·운영·유지보수 경험과 기술이전이라는 차별화”라며 “코레일은 국내 철도 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네타냐후 결국 폭주…“48시간 동안 이란 불태워라” 명령, 트럼프 입장은? [핫이슈]

    네타냐후 결국 폭주…“48시간 동안 이란 불태워라” 명령, 트럼프 입장은?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회유와 압박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48시간 총공세’를 명령했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KAN)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은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을 위해 이스라엘의 의지와 관계 없이 일방적으로 전투를 중단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면서 “현재 이스라엘은 미국이 오는 28일 휴전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소식통은 해당 매체에 “이란이 ‘상당한 양보’를 제시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전쟁을 중단할 수 있다”면서 “이스라엘은 전쟁의 중요한 시점에 휴전이 이뤄질 가능성에 예의주시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매체인 채널12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종식을 위한 15개 조항 제안에 대해 최종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28일에 휴전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스라엘 정부는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무기 생산을 마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48시간 집중 공격 작전’을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이스라엘이 자국의 전쟁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전쟁을 끝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란의 군사력을 최대한 파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스라엘 고위 관리 2명과 해당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의 무기 생산 시설을 겨냥한 48시간 집중 공격 작전을 명령했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다비드 바르네르 모사드 국장과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을 비롯한 고위 지도부와 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안보 내각 회의도 이날 저녁 소집될 예정이다. 이스라엘 “전쟁 몇 주 더 지속하고 싶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48시간 최후통첩’ 이후 말을 바꿔 ‘5일간 공격 유예’를 깜짝 선언한 이후 이스라엘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대이란 군사작전을 함께 시작했지만 엄연히 다른 전쟁 목표를 수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실제로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 2명은 미국 공영방송 NPR에 “이스라엘군은 전쟁 목표 달성을 위해 이란과의 전쟁을 몇 주 더 지속하고 싶어 한다”면서 “전술적, 전략적 차원 모두에서 매우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완전한 승리는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5일간 공격 유예’ 발표 이후에도 이스라엘과 이란은 공격을 주고받았다. 사실상 미국이 전쟁에서 손을 떼고 종전 선언을 한다 해도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백악관 “이란과 협상 계속, 지옥 불러올 준비 됐다”한편 이란이 15개 조항을 담은 종전 제안서를 공식 거부하면서 이란 전쟁은 개전 약 한 달 만에 원점으로 돌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이란과 종전 협상 중이라며 이란이 핵무기 포기 등 주요 쟁점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 정권과 군부는 미국과 협상 중이 아니라고 부인한 상태다. 이후 미국이 중재국인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 측에 15개 사항을 담은 종전 제안서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미국 언론에서 나왔으며, 이에 대해 이란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보도도 이란 언론에서 이어졌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전히 이란과 협상이 진행 중”이라면서 ”‘장대한 분노’(Epic Fury·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 작전의 핵심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근접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란이 자신들이 군사적으로 패배했으며 앞으로 계속 패배할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어느 때보다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허풍을 떠는 사람이 아니며 지옥을 불러올(unleash hell)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레빗 대변인은 대이란 군사작전 과정에서 이란 수뇌부가 대거 사망한 상황을 사실상 정권 교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승리 선언과 함께 “이란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네타냐후 총리의 ‘48시간 집중 공격’과 관련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 경찰, 성폭행 신고한 피해자에 성관계 요구…印 공권력 현실 [핫이슈]

    경찰, 성폭행 신고한 피해자에 성관계 요구…印 공권력 현실 [핫이슈]

    인도의 현직 경찰관이 성폭행 피해자에게 신고 접수를 해주는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언론은 21일(현지시간) “우타르프라데시주(州) 알리가르 경찰대 소속 임란 칸 순경이 성폭행 피해 여성에게 성관계를 요구한 혐의로 입건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몇 주 전 경찰서를 찾아가 한 남성이 결혼을 약속하며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신고했다. 이 여성의 사건 조사를 담당한 칸 순경은 구체적인 사건 정황을 확인하기는커녕 도리어 피해 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개인 신상 정보를 수집하고 성적인 호의를 요구하며 압박했다. 피해 여성과 칸 순경의 전화 통화 녹음 내용에는 칸 순경이 “지금 당장 당신의 선정적인 사진을 보내달라”, “호텔로 가자”, “내가 그(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고 감옥에 보내줄 테니 너는 그 대가로 나와 잠자리를 가져야 한다”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칸 순경은 또 피해 여성에게 “이 사실을 누구에게라도 발설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 당신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도움이 필요한 피해자를 도리어 협박하고 성관계를 요구한 경찰의 만행은 피해 여성이 해당 통화 내용을 경찰 고위 간부에 직접 알리면서 드러났다. 알리가르 경찰 서장은 “해당 순경에 직무 정지를 명령하고 사건 접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현재 문제의 경찰은 성희롱·협박 등의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인도에서 경찰이 피해자에 2차 가해를 가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2024년 9월 동부 오디샤주의 한 여성이 식당에서 불량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뒤 이를 신고하기 위해 경찰서에 갔으나, 당시 경찰은 신고 여성의 속옷과 바지를 벗기며 성폭행을 시도했다. 이후 이 여성은 해당 사실을 경찰 상급자에게 알렸으나 오히려 경찰은 그녀를 경찰관 폭행 혐의로 체포해 구금했다. 해당 사건이 알려진 뒤 현지 SNS에서는 도리어 피해 여성의 옷차림을 이유로 사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이 퍼지기도 했다. 변호사이자 여성 인권 운동가인 남라타 차다는 당시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피해자가 수치스러워하는 것을 보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 [길섶에서] 베라 루빈

    [길섶에서] 베라 루빈

    1970년대 은하 회전 속도를 측정하다 암흑물질을 포착한 천체물리학자 베라 루빈. 보이지 않지만 막대한 질량을 지닌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주장에 학계는 측정 오류라며 냉소했다. 루빈은 묵묵히 60개 이상의 관측치를 더 찾았다. 그의 이론이 정설이 된 뒤 왜 더 세게 맞서지 않았냐고 물었을 때 루빈은 “아이 넷 키우며 연구하느라 틀린 말엔 시간을 못 냈다”고 했다. 장벽과 싸우지 않되 목표를 놓지 않는 것. 루빈 삶의 일관된 방식이었다. 팔로마 천문대가 ‘여자 화장실이 없다’며 임용에 난색을 표하자 화장실 문 한 칸에 치마 입은 사람 그림을 붙인 뒤 출근했다. 여성의 정문 입장을 불허한 ‘코스모스 클럽’에 루빈 자신은 옆문으로 들어갔지만, 이후 차별을 철폐시켜 후배들은 원하는 문으로 다니게 했다. 블랙웰, 호퍼, 파인만 등 과학자 이름을 칩에 붙여 온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 이름이 베라 루빈이다. 이 인공지능(AI)칩의 여정을 따르다 보면 암흑물질을 뛰어넘을 발견이 이루어질 것 같아 설레면서 두렵다. 그의 당부가 들린다. 막힌 문 앞 당혹감은 잠깐, 목표를 문에 붙이고 들어가 보라고. 홍희경 논설위원
  • 공민왕 숨결 서려 있는 ‘임영관’…잉어가 이어준 사랑 ‘월화거리’[서동철의 이야기가 있는 옛성]

    공민왕 숨결 서려 있는 ‘임영관’…잉어가 이어준 사랑 ‘월화거리’[서동철의 이야기가 있는 옛성]

    강릉, 고려·조선 때 대도호부 지위강릉읍성, 남대천 북쪽에 자리잡아 객사 ‘임영관’ 현판은 공민왕 친필읍성 내부 한은 등 공공 건물 밀집명주동, 카페·식당 등 문화의 거리영동선 노선은 예국고성 훼손 피해 ‘월화거리’ 무월랑·연화 이야기 담겨 왕릉 방불케 하는 ‘명주군왕릉’ 명소 강원도 평창에서 강릉으로 넘어가는 대관령이라면 곧 아흔아홉 굽이를 떠올린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사람도 없지 않을 듯하다. 오늘날 영동고속도로는 인천에서 강릉을 잇는 명실상부한 동서횡단길로 기능한다. 이 고속도로는 1971년 신갈에서 새말을 잇는 왕복 2차로로 초라하게 시작했다. 대관령을 넘어 강릉까지 전 구간이 개통된 것은 1975년이다. 대관령 옛길 일부를 고속도로로 활용했으니 아흔아홉 굽이 분위기는 어느 정도 남아 있었다. 지금처럼 산악도로 답지 않게 4차로의 큰 길이 된 것은 2001년이다. 이제는 ‘대관령을 넘어간다’보다 ‘대관령을 지나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국사성황신·대관령산신 기리는 단오제 여유로운 가족여행이라면 한번쯤은 아흔아홉 굽이로 유명했던 경강로(京江路)로 대관령을 넘어 봐도 좋을 것이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나들목에서 대관령양떼목장을 지나가는 456호 지방도다. 일부는 2차로 시절 고속도로로 쓰던 길을 지방도로 되돌린 것이니 이것도 새로운 경험이 되겠다. 무엇보다 경강로 주변엔 강릉단오제 주신(主神) 범일국사를 모신 국사성황사가 있다. 대관령산신당엔 강릉을 위협하던 말갈을 물러가게 했다는 김유신 장군이 민간신앙의 대상이 되어 자리잡고 있다. 강릉단오제는 새로 빚은 신주(神酒)를 국사성황신과 대관령산신에게 올리며 영동 지역이 근심을 떨치게 해 달라고 비는 것으로 막을 올린다. 강릉(江陵)이라는 땅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고려시대다. 고려사에는 1194년 ‘좌도병마사 최인이 정예 군사 수천 명을 이끌고 남적(南賊)을 공격했는데, 강릉성에 이르러 복병을 설치하고 기다렸다’는 내용이 보인다. 강릉성의 존재도 여기서 처음 나타난다. 남적이란 당시 남부 지방 곳곳을 휩쓸었던 반란세력을 일컫는데 이들이 동해안까지 진출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고려는 강릉을 동원경, 명주, 하서부, 경흥도호부 등으로 불렀다. 고려사는 ‘1308년 강릉부로 고쳤다. 1389년 대도호부로 승격시켰다. 별호는 임영(臨瀛)’이라고 적었다. 강릉의 고구려 시대 이름은 하슬라(何瑟羅)다. 토착어를 음차해 한자로 표기했지만 순수한 우리말 어감이 살아 있다. 하슬라의 ‘하’는 바다나 태양을, ‘슬라’는 땅이나 나라를 의미하는 것이라 한다. 그러니 바닷가 고을이나 해돋는 고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신라는 고구려로부터 이 땅을 빼앗은 이후에도 하슬라라는 이름을 한동안 쓰다가 742~765년 재위한 경덕왕이 한자식 이름인 명주(溟州)로 바꾼다. 명주는 글자 그대로 바닷가 고을이라는 뜻이다. 옛 이름 하슬라의 의미를 그대로 살린 것이다. 임영 역시 바닷가 고을이라는 뜻이다. ‘강변의 언덕’이란 뜻을 가진 강릉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짐작한다. 당나라 시인 이백(701~762)의 ‘아침에 백제성(白帝城)을 떠나며’에 강릉이 나온다. ‘아침에 무지개 구름 사이로 백제성을 떠나 / 천 리 밖 강릉을 하루 만에 돌아온다’는 대목이다. 백제성은 중국의 장강 삼협에 있었다고 한다. 문학작품에서 강과 바다는 ‘끝없이 이어진다’거나 ‘넓고 아득하다’는 이미지로 혼용되곤 한다. 우리 땅이름이 중국화하는 과정에서 장강 북안 징저우(江陵)가 힌트가 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강릉은 고려시대 대도호부의 지위를 조선시대에도 그대로 물려받았다. 대도호부사는 종3품으로 지방관으로는 위계가 높았다. 강릉읍성은 대도호부사가 행정과 군사를 총괄하던 치소(治所)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고려시대 토성으로 처음 쌓은 것으로 보인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은 ‘1512년(중종 7년) 석성으로 고쳐 쌓았다. 문을 4곳에 두었고 우물이 14곳, 연못이 2곳’이라고 적었다. 개축한 읍성의 둘레를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1134.6m인데 실제는 1826m라고 한다. 지대가 높은 북쪽과 서쪽 일부는 토성을 그대로 유지해 차이가 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임영관 삼문·칠사당만 옛날 그대로 강릉읍성은 남대천(南大川) 북쪽에 남북이 긴 마름모꼴 모양으로 자리잡았다. 남대천이라는 이름도 강릉대도호부 관아 남쪽에 있는 큰 하천이라는 뜻에서 지어졌다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이 기록한 대로 강릉읍성은 동서남북에 가해루(駕海樓), 망신루(望宸樓), 어풍루(馭風樓), 빙허루(憑虛樓)의 누각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읍성 내부 지역은 지금도 관아를 중심으로 한국은행, 기상청, KBS 방송국, 우체국, 과거엔 전화국이었을 KT 지점,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 공공성 있는 건물이 밀집한 모습이니 역사는 이어지고 있다. 강릉대도호부 관아는 939년(고려 태조 19년) 세워졌다는 조선시대 기록이 있다. 모두 83칸의 건물이 있었다지만 지금은 객사 정문인 임영관 삼문과 수령의 집무공간인 칠사당만 옛날 것이다. 대도호부 정문과 동헌, 서쪽 언덕 위 의운루(倚雲樓)와 객사 임영관은 최근 복원한 것들이다. 배흘림기둥이 인상적인 임영관 삼문은 강원도에서 유일한 고려시대 건축물이다. ‘증수임영지’에 따르면 염양사(艶陽寺)가 폐사되면서 옮겨 지은 것이다. 임영관 현판은 공민왕의 친필이라고 한다. 공민왕이 1366년 낙산사에 관음 기도를 드리러 가다 강릉에 들렀다. 그런데 큰비가 내리며 강릉에서 열흘 동안 머물렀을 때 임영관 편액을 썼다는 전설이 있다. 삼문 뒤편의 객사 임영관은 일제강점기 초기엔 보통학교로 쓰였다. 하지만 1930년대 이 자리엔 콘크리트로 경찰서 건물이 지어졌다. 수난은 광복 이후에도 이어졌다. 동헌과 칠사당 사이엔 1955년 강릉시청이 들어섰다. 동헌은 강릉시장 사택으로 쓰이다 1967년 헐렸다. 관아에서 길을 건너면 명주동이다. 개성 있는 카페와 음식점, 공연장이 들어서면서 문화의 거리로 발전하고 있다. ‘시나미 명주길’이라는 이름도 붙여졌는데 시나미는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을 뜻하는 강원도 사투리라고 한다. 차분하고 품위 있는 골목이라는 인상이었다. ●옛 남대천 철교, 도보다리 ‘월화교’로 강릉시내 중심부에는 또 다른 옛 성터가 남아 있다. 동예(東濊)의 중심이던 시절의 예국고성이다. 동예라면 ‘삼국지’ 동이전을 떠올리게 된다. ‘같은 성끼리 혼인하지 않았고, 호랑이를 섬겨 신으로 여겼다. 살인자는 죽였고, 도적이 없었다. 10월에는 하늘에 제사 지내고 밤낮으로 마시고 춤추고 노래 부르며 즐겼는데, 이 축제를 무천(舞天)이라 했다’는 대목이다. 월화거리는 강릉읍성 동쪽에 있다. 월화거리는 중앙시장과 더불어 강릉을 대표하는 먹거리 타운으로 떠올랐다. 조선총독부가 1925년 수립한 ‘조선철도 12년 계획’에는 부산과 안변을 잇는 동해선도 들어 있다. 일제는 동해선 노선을 정하는 과정에서 1938년 예국고성을 조사한다. 1962년 동해선의 일부로 개통된 영동선 노선이 남대천을 건넌 이후 역(逆) 기역자(ㄱ)자 모양으로 크게 꺾어진 것도 예국고성 성벽의 훼손을 피하려 했기 때문으로 짐작한다. 옛 남대천 철교는 이제 월화거리와 월화정을 잇는 도보다리 월화교로 탈바꿈했다. 대신 KTX 강릉선은 지하터널로 남대천을 건너 강릉역으로 진입한다. 월화거리는 흔적도 찾기 어려운 예국고성의 서쪽 성벽을 따라 조성한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남대천에서 가까운 예국고성 주변은 지대가 낮은 듯 보인다. 예국고성을 버리고 강릉읍성을 새로 세운 것도 상습적인 수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높은 지대를 선택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월화거리는 ‘무월랑과 연화 부인’의 사랑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월화거리에서 조명이 아름다운 월화교를 건너면 월화정이다. 짐작처럼 무월랑과 연화에서 한 글자씩 따서 지은 이름이다. 월화정 설화는 강릉 출신 문인 교산 허균의 ‘별연사고적기’에 자세히 실려 있다. 무월랑은 강릉에 머물던 시절 연화와 사귀었는데 경주로 돌아간 뒤 연락이 없었다. 연화는 잉어를 잡아 뱃속에 편지를 넣은 뒤 다시 놓아 주었는데, 이튿날 경주의 무월랑 집에서 음식재료로 사들인 물고기가 바로 그 잉어였다는 내용이다. 강릉 김씨 시조가 되는 김주원의 부모가 곧 두 사람이다. 김주원은 신라하대 진골귀족으로 강릉에서 독자적 세력을 형성해 명주군왕에 봉해졌다. 강릉에는 왕릉을 방불케 하는 김주원의 무덤 명주군왕릉도 있으니 한번 찾아가 봐도 좋을 것이다. 글·사진 서동철 논설위원
  • “추행” “장난”… 덮일 뻔했던 성폭력, 보완수사로 억울함 풀었다[보완수사 리포트-진술 너머의 진실을 찾아서]

    “추행” “장난”… 덮일 뻔했던 성폭력, 보완수사로 억울함 풀었다[보완수사 리포트-진술 너머의 진실을 찾아서]

    어리거나 장애 등 취약한 피해자들다른 증거 없어 진술 신빙성이 좌우檢, 警이 놓친 사실·혐의 보완 ‘단죄’스토킹범 철저 수사, 협박죄도 기소지난해 경찰 송치 87만 2682건 중검찰, 11%인 9만 3615건 보완수사 불송치 중 재수사 요청 2.2% 그쳐수사 확대 우려와 달리 제한적 사용검사의 직무를 규정한 공소청법안이 확정되면서 ‘수사·기소 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검찰개혁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 ‘보완수사권’이 마지막 쟁점으로 남았다. 검사가 수사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봉쇄되면서 수사와 기소의 완성도 문제는 더 중요해졌다. 검찰의 보완수사는 미진한 수사를 보완하고 공소 제기·유지를 위한 장치일까, 별건·중복 수사로 확대될 수 있는 독소조항일까. 진술 너머의 진실을 찾는 보완수사는 무엇인지,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등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1회는 성범죄 사건에 집중했다. 일반 형사 사건과 달리 피해자가 취약하고, 다른 증거 없이 피해자의 진술만 있다보니 진술의 신빙성이 곧 유무죄를 가른다. “만졌다.”(10대 여성 A양) “스쳤을 뿐이다.”(20대 B씨) 두 사람의 진술만 있었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A양은 한달간 17차례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아르바이트 직원 B씨는 ‘통로가 좁아서 부딪히지 않으려 밀어냈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무혐의로 판단했다. 보완수사요구 끝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지만,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범죄 입증이 어렵다고 본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A양 대면조사부터 실시했다. A양은 “바쁠 때가 아닌 한가할 때였다”, “B씨가 이성적으로 관심있다고 말했다”고 추가로 진술했다. 피해자를 직접 대면해 태도, 진술 내용을 확인한 검찰은 A양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한다는 확신을 얻었고 기소했다. 피해자와 피의자의 진술만 남아있는 경우 수사기관은 고민에 빠질수 밖에 없다. 피해자 진술이라고 해서 온전히 믿기 어렵고, 최근에는 피의자가 역차별받는다는 프레임까지 생겼다. 성범죄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신속한 조사도 필요하다. 송치, 보완수사요구, 재송치를 반복할 경우 최소 3~4달이 소요되고 피해자가 추가 범죄에 노출되거나 억울한 피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성범죄 전담 부장검사는 “검사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측 변호인의 공격을 방어하며 사실상 피해자의 변호사 역할을 한다”며 “보완수사가 없어질 경우 피해자들이 재판에 나와 직접 진술해야 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다. 피해자가 2·3차 가해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진다”고 우려했다. 피해자나 피의자의 나이가 어리거나 장애로 인해 진술이 명료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증거를 보완하는 것이 필수적일뿐만 아니라, 신빙성을 판단하는 전문성도 필요하다. 진술의 일관성이 없는 경우 법원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다. 중증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C양은 친부인 D씨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D씨는 “장난으로 간지럽힌 것뿐”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유일한 목격자인 친모조차 범행을 부인했다. C양은 장애로 인해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진술의 신빙성이 약해 유죄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검찰은 심리학·아동학·사회복지학 등 관련 분야 전문가인 진술분석관에게 피해자 면담과 분석을 요청했다. C양은 “손이 거칠거칠해서 느낌이 이상하고 짜증이 났고 너무 싫었다”고 진술했다. 진술분석관들은 ‘사건 당시 피해자와 피의자의 위치나 자세를 상세히 기억하고 있고, 피해자의 행위와 그에 따른 심리 상태를 비언어적인 표현과 함께 구체적으로 진술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최초로 피해 사실을 인지한 구청의 ‘아동학대 의심 사례 의견서’도 받아 증거로 제출했다. 결국 D씨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의 유죄가 확정됐다. 20대 여성인 E씨는 헤어진 남자친구 F씨로부터 몰래 촬영한 사진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으면서 3개월간 18차례 성폭행을 당했다. F씨는 “돈을 주거나 몸으로 때워라”고 협박했고, E씨는 100만원을 갈취당했다. F씨는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게 해 E씨를 감시하다가 E씨가 연락을 끊자, 주거지와 직장을 찾아가 행패를 부렸다. 경찰은 스토킹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다. 검찰은 노트북을 추가로 확인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성폭력처벌법 적용이 가능한지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경찰은 4개월이 지난 후 다시 송치했지만 공갈협박죄는 빠져있었다. 결국 검찰은 보완수사로 두 사람의 계좌 내역, 카카오톡 대화 분석을 통해 협박죄까지 적용해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합의하면서 F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세가지 사건은 검사가 기록만 보고 판단했다면 놓쳤을 지점을 하나씩 갖고 있다. 경찰이 검찰의 요구에 따라 두 차례 보완수사를 진행했지만 범행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고, 결국 검찰의 보완수사로 ‘빈 칸’이 채워졌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보완수사마저 없어지면 형사사건 피해자가 입을 피해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일 것”이라며 “보완수사는 검찰의 권한이 아닌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말했다. 지난해 경찰이 송치한 87만 2682건 가운데 검찰의 보완수사 혹은 보완수사 요구를 통해 처분한 사건은 9만 3615건(10.7%)이었다. 경찰이 불송치 송부한 사건(59만 4060건) 중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한 건수도 1만 2776건(2.2%)에 그쳤다. 보완수사가 허용되면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실제로 제한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 “여성 100명 몰카 찍고도 ‘무죄급 판결’”…머스크까지 분노, ‘추방’ 요구 폭발 [핫이슈]

    “여성 100명 몰카 찍고도 ‘무죄급 판결’”…머스크까지 분노, ‘추방’ 요구 폭발 [핫이슈]

    호주에서 여성 화장실을 돌며 100명 넘는 피해자를 불법 촬영한 남성이 유죄를 인정하고도 실형을 피했다. 이 판결을 두고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까지 공개적으로 분노를 드러내며 사건은 국제적 논란으로 번졌다. 17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호주판과 뉴스닷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국적 유학생 바오 푹 까오(23)는 여성 화장실에서 몰래 촬영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다. 법원은 징역형 대신 사회교정명령을 선고했다. 정식 전과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까오는 멜버른대에서 생의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진출을 준비하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그는 2025년 2월 멜버른 도클랜즈 한 쇼핑센터 화장실에서 여성을 촬영하다 적발됐다. 경찰은 그의 기기에서 100건이 넘는 유사 영상을 추가로 확인했다. 호주 내무부는 그의 비자 취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현행 이민법은 실형이 없더라도 공공 안전에 위협이 있다고 판단하면 비자를 취소할 수 있다. ◆ “판사를 추방하라”…머스크 발언에 여론 폭발 이번 사건은 SNS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호주 활동가 드류 파블루는 “150명의 여성을 촬영했는데 처벌도 없고 추방도 없다”고 비판했다. 머스크 CEO는 엑스(X·옛 트위터)에 “판사를 추방하라”는 글을 남겼다. 호주 정치권도 반응했다. 원네이션당 폴린 핸슨 대표는 “추방”이라고 밝혔다. 온라인에서는 사법 시스템을 비판하는 글이 이어졌다. 일부 인권 단체는 단순 추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성 인권 운동가 샐 그로버는 “추방은 또 다른 지역에서 피해자를 만들 뿐”이라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 “3번째인데 또 풀려났다”…피해자는 여전히 공포 법원은 이번 범행이 피해자에게 큰 정신적 충격을 남겼다고 판단했다. 한 피해자는 사건 이후 직장과 공공장소에서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해 여성은 칸막이 아래로 향한 휴대전화를 발견하고 즉시 신고했다. 까오는 인근 칸에서 붙잡혔다. 그는 여성 화장실에 들어간 이유를 묻는 말에 “내 성별이 확실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이전에도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2024년과 2025년에도 적발됐지만 실형을 피했다. 이번이 세 번째 적발이다. 법원은 그의 행위를 “가장 사적인 영역을 침해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사회교정명령과 선행조건 준수만 명령했다. 법원은 조건을 위반하면 다시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면서 호주 사회는 몰카 범죄 처벌 강화와 여성 전용 공간 보호 문제를 다시 논의하고 있다.
  • [데스크 시각] ‘K시리즈’에서 우리가 놓치는 것들

    [데스크 시각] ‘K시리즈’에서 우리가 놓치는 것들

    가톨릭 교황의 친서를 전달하는 임무를 위해 8000㎞를 8개월에 걸쳐 여행해 겨우 몽골제국 칸을 만났는데 하필 통역이 술에 취해 횡설수설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프란체스코회 수도사 루브룩으로선 가장 비참한 순간이었겠지만 그가 쓴 여행기를 읽는 1000년 뒤 독자에게는 이보다 더 재미난 장면이 없었다. 술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던 20대여서 그랬을지 모르겠다. 나이 들어 루브룩 여행기를 다시 읽어 보니 그때는 눈여겨보지 않았던 다른 대목이 눈에 더 들어온다. 1253년 몽골제국을 방문한 루브룩은 칸이 보는 앞에서 이슬람·도교 등 이교도 사제들과 신학 논쟁을 했는데, 칸이 선언한 토론 규칙은 “누구든지 감히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모욕하는 언사를 써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 논쟁은 당연히 결론이 날 수가 없었고 “그런 후에 모두 다 엄청나게 술을 많이 마셨다”고 한다. 이 장면을 읽으면서 몽골제국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종교적 관용과 문화적 포용성이라는 말이 와 닿았다. 생각해 보면 번성하는 국가는 외국인이나 외국 기술, 외국 종교와 관습까지 거리낌없이 받아들였다. 그렇게 본다면 세계 각지에서 모인 이민자들로 세워진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 되었다는 게 역사의 필연처럼 느껴진다. 또한 최근 들어 미국이 반이민 정서와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으로 몸살을 앓는 것이 미국의 운명에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 있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문화적 포용성과 수용성이라는 측면에 주목한다면 최근 세계적인 화두가 된 ‘K컬처’도 다르게 볼 여지가 적지 않을 것 같다. 많은 한국인들이 K컬처에 K콘텐츠에 K팝까지 각종 ‘K시리즈’에 환호하며 자부심을 느낀다. 유튜브만 대충 검색해 봐도 이른바 ‘국뽕’ 콘텐츠가 차고 넘친다. 외국인들이 북한산에서 먹는 김밥부터 지하철 환승 할인까지 한국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건데, 글쎄 전 세계에서 한류에 가장 취한 나라는 한국이 아닐까 의문이 들 정도다. 어떤 나라에서 K컬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단순히 “한국은 대단해” 하며 자랑스러워하는 것에 그칠 게 아니라 오히려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그 나라의 문화적 수용성에 더 주목해야 하는 것 아닐까. 더 나아가 그 나라에서 한국 문화가 뿌리를 내린다면 그것은 곧 그 나라의 문화 역량이 더 풍성해진다는 것을 뜻하니 우리가 적극적으로 배울 건 없는지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그 반대편에는 최근 동남아시아 4개국에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한국 비판 움직임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 취소’와 ‘시블링’(SEAblings) 해시태그로 상징되는 이 움직임은 올해 1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렸던 한 K팝 콘서트 와중에 벌어진, 일견 사소할 수 있는 양국 네티즌들 사이의 언쟁에서 나온 동남아를 향한 인종차별 메시지가 발단이었다. 한류 팬클럽 회원 규모가 4000만명을 넘는다는 동남아에서 “동남아 문화에 무관심하거나 문화를 비하하지 말라”며 한글로 한국인들을 비판하는 SNS 게시글을 보다 보면, 경제적 가치로만 문화에 접근하는 K컬처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문화 교류를 통해 우리가 다양하고 풍성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지나치다 싶은 ‘국뽕’ 강박증에서 벗어날 길도 열리지 않을까 싶다. 최근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흑백요리사’에서 흥미로웠던 건 한식, 일식, 중식, 프랑스식 등 다양한 분야의 요리를 전공한 요리 장인들이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더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었다. 누구처럼 “원조가 어디냐”고 묻지도 않고 혐오 표현이나 비하가 끼어들 틈도 없다. 각자의 뿌리를 존중하는 속에서 배우고 받아들이는 과정이야말로 문화 교류의 가장 긍정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었다. 강국진 문화체육부장
  • [천태만컷] 허용과 배려 사이의 충돌

    [천태만컷] 허용과 배려 사이의 충돌

    주차난이 극심한 아파트 주차장에 오토바이 주차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규약상 금지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주차 칸 주차를 이어 가자 주민들이 부족한 주차 공간을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배려로 좋은 결말이 있기를 바랍니다.
  • 박찬욱, 한국인 처음 칸영화제 심사위원장 됐다

    박찬욱, 한국인 처음 칸영화제 심사위원장 됐다

    박찬욱(63) 감독이 오는 5월 열리는 제79회 칸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장에 위촉됐다. 한국 영화인이 이 자리에 오른 것은 박 감독이 처음이다. AP와 AFP 등은 박 감독이 칸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결정짓는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는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리스 크노블로흐 조직위원장과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박 감독의 독창성, 시각적 연출력, 이상한 운명을 지닌 남녀의 다층적인 충동을 포착해내는 점은 현대 영화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선사해왔다”고 위촉 이유를 설명했다. 박 감독은 “증오와 분열의 시대에, 영화관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 행위가 마음을 움직이고 보편적인 연대감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갇히고, 심사위원들과 토론하기 위해 다시 한번 갇히는 이 자발적인 이중의 구속은 제가 큰 기대를 가지고 기다려온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지난해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프랑스)의 뒤를 이어 심사위원단을 이끌 예정이다. 그는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칸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 2022년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거장으로 인정받았다. ‘아가씨’(2016)까지 포함해 모두 4회나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깐느 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지난해까지 한국 영화인이 칸영화제 심사위원에 선정된 것은 총 6차례다. 1994년 신상옥 감독, 2009년 이창동 감독, 2014년 배우 전도연, 2017년 박 감독, 2021년 배우 송강호, 2025년 홍상수 감독 등이다. 칸영화제는 박 감독을 심사위원장에 임명한 것이 한국 영화에 대한 사랑을 상징한다고도 밝혔다. 칸영화제 측은 “한국은 매년 보석 같은 작품을 복원해내고 있는 위대한 영화 강국이며 영화인을 예우하는 공간에서 관객 수백만명을 매료하는 주요 현대 걸작을 생산해왔다”고 전했다. 제79회 칸영화제는 오는 5월 12일부터 23일까지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다.
  • 부대끼며 미워하고 부딪치며 사랑하고 가족이란 우리의 삶[영화 리뷰]

    부대끼며 미워하고 부딪치며 사랑하고 가족이란 우리의 삶[영화 리뷰]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사랑할 수 없어도 어쩔 수 없다. 부대낄 공간이 있는 한, ‘각자’인 우리는 언젠간 결국 ‘서로’를 향해 나아간다. 노르웨이 출신 영화감독 요아킴 트리에의 작품 ‘센티멘탈 밸류’는 영화라는 예술을 매개체로 삼아 한 가족의 와해와 화합을 아름답게 그린 수작이다. 제78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고,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무려 9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평단을 중심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11일 개봉 이후 2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요즘 예술가는 하나같이 너무 소시민이야. 종일 보험 비용 따지다가 ‘율리시스’를 어떻게 써? 예술적 자유가 사라졌어. 예술가는 자유가 필요해.” “(그러려면) 아이도 없어야겠죠, 아빠?” 영화는 ‘영화에 관한 영화’다. 주인공 구스타브(스텔란 스카스가드)는 영화감독이다. 바깥에서는 거장으로 칭송받지만, 안에서는 ‘가정을 버린 비정한 가장’일 뿐이다. 구스타브에게는 연극 배우가 된 노라(레나테 레인스베)와 역사학자인 아그네스(잉가 입스도테르 릴레오스) 두 딸이 있다. 구스타브는 어느 날 노라를 찾아와 영화를 한 편 찍자고 한다. 그러나 오래전 가족을 버린 아버지를 여전히 원망하는 노라는 그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한다. 주인공은 어쩔 수 없이 ‘할리우드 스타’ 레이첼(엘 패닝)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레이첼은 도저히 작품에 몰입할 수 없다. 영화의 각본은 오로지 ‘노라를 위해’ 쓰인 것이기 때문이다. 가족이 함께 살았던 ‘집’은 매우 중요한 영화적 장치다. 도입부에서 굉장히 오래 집을 비추고 있기도 하며, 구스타브가 자기 작품 속 배경을 이 집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예술을 향한 견해부터 사사건건 어긋나는 구스타브와 노라. 그러나 두 사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서로에게서 점차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어쩌면 ‘나’가 누구인지 진정으로 고민해보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 KF-21 최대 라이벌…튀르키예 5세대 전투기 ‘칸’ 시제기 3대 공개 [밀리터리+]

    KF-21 최대 라이벌…튀르키예 5세대 전투기 ‘칸’ 시제기 3대 공개 [밀리터리+]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의 경쟁 기종으로 꼽히는 칸(KAAN)의 시제기들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국영 방산업체인 튀르키예 항공우주산업(TAI)은 칸의 시제기 3종의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해당 영상을 보면 각각 P0, P1, P2로 명명된 시제기들의 전체적인 외관과 격납고에서 나와 활주로로 이동하는 장면 등이 담겨있다. 이에 대해 군사 전문 매체 아미레코그니션 등 외신은 “칸이 초도 비행한 지 2년 만에 시제기들이 공개됐으며 이는 프로그램의 단계적 발전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초도 비행기인 P0와 더욱 완성도 높은 P1, P2를 나란히 배치해 단일 시제기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다기동 비행시험 프로그램으로 전환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P0은 항공역학적 안정성 및 기본 비행 제어 시스템의 개념 검증을 목적으로 제작된 시제기로 이를 바탕으로 한 것이 P1, P2다. P1은 공중 환경에서의 시스템 작동을 검증하는 첫 번째 완성형 시제기로 기체 길이와 날개폭이 줄어들고, 공기 흡입구도 위치가 다소 변경됐다. 여기에 무장 및 항전 시스템 통합한 것이 P2로, 전투기 개발 과정이 이 시제기들에 고스란히 담긴 셈이다. P1의 첫 비행은 오는 4~5월이며 P2는 7~8월로, 칸의 실전 배치 목표 시기는 2028년이다. 칸은 튀르키예가 사활을 걸고 개발 중인 차세대(5세대) 스텔스 전투기다. 애초 튀르키예 정부는 노후화된 F-16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해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시작했으나. 미국의 F-35 프로그램에서 퇴출당한 후 칸 개발에 탄력이 붙었다. 칸은 레이더 반사 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사진 기체 디자인과 사다리꼴 날개를 적용했으며 내부 무장창을 갖췄다. 또한 AESA 레이더를 탑재해 200㎞ 이상 탐지할 수 있으며, IRST, EOTS, DAS 등 최신 센서와 전자전 체계 그리고 무인기를 지휘하는 모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칸은 우리나라의 KF-21과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직접적으로 맞붙는 강력한 라이벌로 꼽힌다. 현재 4.5세대인 KF-21은 5세대로 개량할 계획으로 이미 1600회 이상의 비행 시험을 마치고 올해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두 기종 모두 F-35의 대안을 찾는 국가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데 최근에는 중동과 동남아시아에서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KF-21의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6월 튀르키예와 칸 48대 도입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 온기로 씻어낸 자리, 차향으로 감싸고… 잡념을 비워낸 자리, 무소유로 채우네[박상준의 문장 여행]

    온기로 씻어낸 자리, 차향으로 감싸고… 잡념을 비워낸 자리, 무소유로 채우네[박상준의 문장 여행]

    여느 달보다 짧은 2월의 날 손끝에 머무는 찻잔의 열기 모자란 두세 날 채워줄 듯찻잎 춤추니 향기 가득차나를 위해 수고 더하는 일누구도 비난 안 하는 시간역사 깊은 선암사 茶문화 법정 스님이 머문 불일암나를 사랑하는 게 무소유“카페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티포트를 들어 신중히 차를 따르는 모습을 보라.… 누군가는 지금 기꺼이 시간을 낭비하면서, 한 번쯤은 자신에게 충실해보려고 애쓰는지 모른다.” -‘차의 기분’(김인) 中 라면을 끓여 아끼는 그릇에 담는다. 간편식을 먹고 있지만 식사라는 행위는 즉석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나 자신을 충실히 대하는데 서툴러 스스로 세운 라면의 원칙이다. 그런 나를 보며 ‘굳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각자의 분투가 있다. ●茶의 여유 즐기는 ‘충실한 낭비’ 작가 김인의 ‘차의 기분’(웨일북)에서 ‘티포트의 일’을 읽다가 격하게 공감했다. 낭비와 허영이 충실과 동의어로 쓰일 수 있다는 건 위안이지 않은가. 그게 고작 티포트 때문이었다는 사실 역시. 티 블렌더인 작가는 길을 걷다 카페에서 신중히 티포트를 들어 차를 따르는 누군가를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길을 가던 어떤 이는 “자신만의 쾌락에 몰두한” 그 모습에 “적개심”을 가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리 바쁜데 저리 한가한 모습이라니. 그렇지만 작가는 알고 있다. 차의 여유를 즐기는 카페 안의 그조차 어제는 총총대며 길을 지나기도 했다는 걸. 인스타그램의 여행처럼, 차를 따르는 일도 보는 방향에 따라 달리 읽히는 법이다. 전남 순천시 전통야생차체험관에서 모처럼 ‘차의 기분’을 만끽한다. 창살 너머 풍경은 스산한데 찻잔 위로 온기가 모락거린다. 차 맛은 곡우(4월 말~5월 초) 전후가 좋다고 한다. 그즈음에는 체험관 툇마루에 앉아 찻상을 맞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든다. 그런데도 여느 달보다 짧아 금세 바스러질 것 같은 2월의 날들에는, 봄과 여름에 비할 바가 못 되는 겨울의 분위기가 있다. 손끝에 전해오는 찻잔의 열기는 모자란 두세 날을 채워주고도 남을 것만 같다. 야생차의 고장 순천, 그 중심인 조계산 선암사 일대 차 문화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고려시대 대각국사 의천이 선암사에 머물던 시절로 추정한다. 그로부터 선암사와 지역 공동체가 함께 일궈온 울력의 역사가 야생차에 배어 있다.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은 1612년에서 1613년 사이에 ‘성소부부고’라는 시문집을 썼다. 책 속 ‘도문대작’ 편은 전국의 음식과 식재료에 관한 장이다. 그가 귀양 중에 그동안 먹었던 맛있는 음식들을 떠올려 쓴 글인데 ”작설차는 승주산이 제일 좋고 다음이 변산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승주가 바로 선암사 일대다. ●선암사 그리고 순천의 야생차 선암사는 여러 차례 찾았는데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 문을 열기는 처음이다. 체험관과 승선교의 갈림길에서 매번 아름다운 승선교에 마음을 빼앗겨 번번이 지나치곤 했다. 봄은 봄이라서, 여름과 가을은 또 그 계절의 자태가 궁금해서 매번 승선교와 강선루를 택했다.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으로 방향을 튼 건 겨울이어서일 것이다. 겨울 산사를 찾는 건 얼음물에 손을 담그는 일과 닮았다. 초록을 떨군 계절은 장식 없이 명징해 머릿속의 잡념을 지운다. 차는 그 반대편에서 어른다. 맑게 비워낸 자리를 따뜻하게 덥힌다. 우리의 산사가 산지정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산지정원은 영어로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라고 표기한다. 산속에 있는 불교 수도원이라 할 수 있는데, 겨울은 한층 고요하여 산사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선다. 오늘의 나처럼 평소와는 다른 선택을 하게 한다.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은 여러 채의 한옥으로 이뤄져 있다. 다례 체험과 다식 체험을 하고 숙박도 이뤄진다. 다실은 좌탁을 두고 앉는 한옥의 실내다. 다식 체험은 2인 이상이어야 하지만 다례 체험은 혼자여도 괜찮다. 차 선생님은 예절에만 치중하지 않아서 차 우리는 방법과 다기 사용법을 간략히 전한 후 자리를 비켜준다. 차 선생님이 떠나고 다례의 순서를 기억하지 못해 허둥댔다. 그래도 결국 다관 안에서 차의 빛깔이 번진다. “찻잎은 춤추고 향기를 발산”하는 찰나다. 머그잔에 티백을 우려도 그만일 테지만 그것이 티포트의 일이다. 시간을 늘려 쓰는 일, 나를 위한 수고를 더하는 일. 찻잔에 따르고는 향을 음미하고 입가로 가져가 한 모금을 마신다. 평온이 나의 것이 된다. 누구도 간섭하지 않으며 누군가 비난하지 않는다. ‘체험’이란 형식적인 이름이 붙었지만 수도승이 된 양하다. 밥 먹고 차 마시는 평범한 일상을 뜻하는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가 불교에서 온 말이지 않은가. 깨달음이 그리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스님의 차 수행은 체험관 샛길로 들어서기 전, 이미 동부도전에서 한 번 경험했다. 동부도전은 입적한 큰 스님들의 부도와 탑비가 있는 곳이다. 최근에 세운 탑비 상단의 글자 하나가 눈길을 끌었는데 지허스님의 탑비였고 ‘茶’(차)라는 글자가 새겨 있었다. 그는 선암사에서 출가하고 입적한 선승이고 다승(茶僧)이었다. 선암사 주지로 있으며 ‘지허스님의 차’(김영사)를 출간했다. 우리 차와 선암사 야생차에 대한 애정이 담긴 책이다. 한 수도자의 생이 ‘茶’ 한 글자로 대변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산사가 근심을 대하는 자세 체험관에서 차로 몸을 덥힌 후에는 다시 선암사를 향한다. 일주문 앞은 야생차밭이어서 겨울 선암사도 푸른빛을 띤다. 선암사의 차밭은 가장 안쪽에 또 있다. 칠전선원은 원통전 북쪽에 있는 일곱 개의 전각인데, 그 가운데 선암사의 차를 덖는 달마전 뒤편으로 너른 차밭이 펼쳐진다. 달마전 후원은 네 개의 돌확으로 만든 수각(水閣)이 보물이다. 차밭에서 흘러든 물이 돌확과 대롱을 거치며 층층이 흘러내린다. 돌확의 첫물은 부처님께 올리거나 차를 끓일 때 사용한다. 그다음 물을 스님들이 마시는 물로, 쌀이나 채소를 씻는 용도로, 마지막은 허드렛일에 쓴다. 상시 개방하는 장소가 아니니 템플스테이의 ‘스님과의 차담’에 참여해 선암사에서 직접 만든 차를 맛보는 것도 좋겠다. 울타리 너머 칠전선원의 차밭을 기웃대다 나오는 길, 무우전을 지나며 담장 곁 봄날의 매화를 떠올린다. 무우전(無憂殿)은 근심이 없다는 뜻인데 선암사에서 가장 큰 스님이 머물던 전각이다. 수행이 깊어지면 근심이 덜어지는 것일까. 원통전 뒤편의 600살 넘은 선암매 곁에서 나뭇가지 끝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왠지 꽃을 피우려 꼼지락대는 것만 같다. 대웅전 앞에서는 무란 근심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는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선암사 대웅전은 정면 중앙의 문, 어간문이 없다. 보통 어간문은 스님들의 출입문인데 선암사에선 문의 실체가 없다기보다 부처님만 통행하는 문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기둥이나 벽에 교훈이 되는 글씨를 적은 주련도 없다. 대신 원통전 댓돌 위 ‘~이용해 주세요’라는 안내문은 맨 끝 ‘요’자를 낮춰 수행의 마음가짐을 전한다. 그러고 보니 겨울을 닮은 산사는 비워낸 것이 많다.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에 이르기까지 엄한 표정을 짓는 사천왕상도 보지 못했다. 속세의 여행자에게 그 백미는 사찰의 뒷간이자 화장실, 해우소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정호승 시인의 시 ‘선암사’의 첫 구절이다. 시인은 선암사에 가거든 해우소에 쭈그려 앉아 실컷 울라고 했다. 풀잎들이 눈물을 닦아줄 거라고. 선암사 해우소는 전라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사찰의 재래식 화장실이 문화유산이 된 경우다. 앞면 6칸, 옆면 4칸의 한옥은 입구에서 보면 맞배지붕이 두드러진다. 해우소에서 몸을 가벼이 하자 근심마저 씻겨나간 기분이다. ●무언으로 안는 불일암 선암사는 송광사와 조계산을 사이에 두고 각각 동쪽과 서쪽에 있다. 두 고찰은 천년불심길이라고도 불리는 굴목재로 이어진다. 선암사에서 편백숲 길을 지나 굴목재 너머 송광사까지는 걸어서 4시간 정도 걸린다. 산중에는 보리밥 상차림으로 이름난 맛집이 있다. 송광사는 우리나라 삼보사찰의 하나인 큰 가람이다. 불교의 세 가지 보물 불(佛), 법(法), 승(僧) 가운데 열여섯 명의 국사를 배출한 승보 사찰에 해당한다. 선암사와는 또 다른 품위가 있다. 둘 가운데 하나만 보고 돌아오는 건 못내 아쉬운 일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인상 깊게 본 관객이라면 더욱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 가운데 삼청교와 다리 위에 지은 우화각은 선암사 승선교와 강선루에 비견할 만하다. 그 위에서 영화 속 송서래(탕웨이)는 장해준(박해일)에게 “처음부터 좋았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선암사와 송광사를 떼어 돌아볼 수 없듯, 송광사에서 불일암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불일암은 법정 스님이 17년간 머물며 수행하고 책을 쓴 암자다. 불일암은 ‘무소유길’의 대나무 숲과 사리문을 지나 이르는데 암자라기보다 검소한 선비의 소박한 옛집 같다. 댓돌 위에 ‘묵언’이라는 글자가 보여 먼저 침묵하고 돌아본다. 암자 앞 ‘후박나무’는 법정 스님이 직접 심었는데 입적 후 유골을 뿌려 산골했다. “진정한 무소유란 자기를 사랑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법정 스님이 쓴 ‘무소유’(범우사)의 한 구절이다. 언제부터인가 일 밖의 것, 목적이 없는 유유한 행위는 시간 낭비라 불린다. 온전히 나에게로 향하는 일은 더더군다나 드물다. ‘차의 기분’에 등장하는, 티포트를 보고 뿔이 난 이는 한가로움이 부러워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알고 보면 진짜 갖고 싶었던 건 자신을 위한 ‘충실’은 아니었을까. 매주 금요일에는 순천시티투어가 산사투어를 테마로 운행한다. 순천역을 출발해 송광사와 선암사,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을 돌아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알맞다. 순천 야생차에 관심 있는 이들은 선암사를 나오며 명인신광수차에 들러도 좋겠다. 대한민국 명인 18호인 신광수 명인과 자녀들이 구증구포의 전통 제다법으로 야생 작설차를 생산한다. 신광수 명인은 선암사 주지를 지낸 용곡스님의 아들(태고종은 스님에게 결혼을 허용한다)로 선암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차 만드는 법을 익혔다. 차를 구매할 수 있고 운이 좋다면 신광수 명인과 인사를 나눌 수 있다. 이맘때는 금전산 자락 금둔사에도 꼭 들를 일이다. 금둔사는 지허스님이 복원하며 납월매를 심은 작은 사찰이다. 납월은 음력 섣달(12월)을 말하니 겨울 끝에 피는 매화다. 설날이 지나며 슬슬 꽃을 피워 3월까지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금둔사에서는 매화에서도 차향이 날지 모를 일이다. 글·사진 박상준 여행작가
  • 임신한 아내 두고…女화장실 몰카 찍다 들킨 27세 남성 [핫이슈]

    임신한 아내 두고…女화장실 몰카 찍다 들킨 27세 남성 [핫이슈]

    중국의 한 여자 화장실에서 몰래 촬영을 시도하던 27세 남성이 현장에서 적발돼 행정구류 처분을 받았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망은 10일 상하이 공안국 푸둥분국이 사생활 침해 행위를 한 남성 A씨에게 행정구류 열흘 처분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사건은 최근 상하이의 한 사무용 빌딩 여자 화장실에서 발생했다. 온라인에 공개된 공안 문서에는 A씨가 칸막이 위쪽을 통해 내부를 엿보는 방식으로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적시됐다. 당시 화장실 칸에 있던 여성은 위쪽에서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가 남성과 눈이 마주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칸막이를 넘어 휴대전화로 촬영을 시도하다 발을 헛디뎌 범행이 드러났다. 여성의 추궁이 이어지자 얼굴을 가린 채 사과하면서도 “촬영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성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공안은 사생활 침해 혐의를 적용해 행정구류 10일 처분을 내렸다. ◆ 결혼반지·아내 사진까지…“임신 중인데” 현장 영상과 후속 보도에 따르면 그의 손에는 결혼반지가 끼워져 있었고 휴대전화 배경화면에는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이 설정돼 있었다. 당시 아내는 임신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비판 여론이 이어졌다. 특히 “임신 중인 아내를 두고 이런 일을 벌였다”는 점이 부각되며 공분이 커졌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사건 이후 그는 회사에서 해고됐고, 건물 측은 화장실 칸막이 높이를 조정하는 등 보완 조치를 진행했다. ◆ 국내에서도 반복된 유부남 성범죄 유사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이어졌다. 과거에는 유부남 직장 상사가 여성 직원의 집에 몰래카메라가 내장된 시계를 설치해 침실을 촬영하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었고 연인이 있는 상태에서 상점에서 여성들을 몰래 촬영하다 처벌받은 사례도 있었다. 이 같은 사건들은 겉으로는 평범한 남편이나 연인의 모습이지만 외부에서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범죄를 저지른 ‘이중생활’이라는 점에서 공분을 낳았다. 이번 사건 역시 결혼반지와 아내 사진이 확인된 상태에서 여자 화장실 범행이 적발됐다는 점이 알려지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인도네시아 언론 “라팔 전투기 배치에 말레이시아 FA-50 도입 가속화” [밀리터리+]

    인도네시아 언론 “라팔 전투기 배치에 말레이시아 FA-50 도입 가속화” [밀리터리+]

    인도네시아의 라팔 전투기 도입이 인접 국가의 즉각적인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군사 전문 매체 조나 자카르타는 자국의 라팔 전투기 도입으로 아세안 군비 경쟁이 촉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말 인도네시아 정부는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3대를 인도받아 자국 공군기지에 배치했다. 리코 리카르도 시라이트 인도네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라팔 전투기가 수마트라주 페칸바루에 있는 공군 기지에 배치됐다”면서 “이 전투기는 인도네시아 공군의 국방 장비 현대화 (사업)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2022년 프랑스로부터 라팔 전투기 42대를 81억 달러에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고, 이 가운데 6대를 올해 넘겨받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조나 자카르타는 라팔 전투기 3대 배치 소식을 전하며 동남아시아 지역의 군비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매체는 “베트남은 러시아로부터 최대 40대의 Su-35 전투기를 80억 달러에 석유 물물교환 방식으로 구매하기 위한 협상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다”면서 “싱가포르도 올해 말까지 첫 번째 F-35 전투기를 인도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매체는 “말레이시아는 한국으로부터 FA-50 전투기 도입 프로그램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미 말레이시아는 지난 2023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으로부터 FA-50 총 18대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납품된다. 여기에 말레이시아는 올해 2차 사업으로 또다시 18대의 경공격기를 구매할 계획인데, 운영 효율성 때문에 FA-50의 추가 도입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인 KF-21 ‘보라매’도 공동 개발하고 있으나 개발 분담금 문제로 이견을 보여왔다. 한국 정부는 재원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인도네시아를 위해 분담금을 애초 1조 6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줄여주는 대신 기술이전 규모도 축소하기로 지난해 합의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2022년 프랑스 라팔 전투기 42대를 구매 계약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튀르키예와 5세대 전투기 칸(Kaan) 48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지난해 10월에도 중국산 젠(J)-10C 전투기 최소 42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 심해서 마주친 버스만한 유령?…9m 길이 초희귀 ‘유령 해파리’ 발견 [핵잼 사이언스]

    심해서 마주친 버스만한 유령?…9m 길이 초희귀 ‘유령 해파리’ 발견 [핵잼 사이언스]

    아르헨티나의 심해에서 그간 인간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25종 이상의 새로운 해양 생물이 발견됐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BBC 등 외신은 미국의 비영리 연구단체인 슈미트 해양 연구소 등 공동연구팀이 아르헨티나 대륙붕을 따라 펼쳐진 놀라운 생물 다양성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심해를 탐사하는 소형 무인잠수정(ROV)으로 발견된 이 해양 생물 중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텔리아 칸디다 산호초를 비롯해 성게, 바다 달팽이, 말미잘 등 28종의 신종으로 추정되는 생물이 포함됐다. 또한 수심 3890m 심해에서 고래 사체도 발견됐는데, 그 주위에는 이를 먹기 위해 몰려든 상어, 문어, 게 등이 가득했다. 이에 관해 탐사 책임자인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 마리아 에밀리아 브라보 박사는 “아르헨티나 심해에서 이 정도의 생물 다양성을 보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쓰레기와 플라스틱 어망도 심해에서 발견됐는데, 놀랍게도 한국 스티커가 붙은 VHS 테이프도 나왔다. 특히 심해 생물 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수심 240m에 갑자기 나타난 희귀한 ‘유령 해파리’(Stygiomedusa gigantea)였다. 사람에게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유령 해파리는 이름처럼 거대한 덩치와 기괴한 모습이 특징이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해파리는 몸을 펄럭거리며 서서히 헤엄쳐 가는데, 특히 9m에 달할 정도로 길게 뻗어있는 4개의 구완(Oral arm)이 인상적이다. 유령 해파리는 일반적인 촉수 대신 구완을 가지고 있는데, 용도는 먹이를 잡고 입으로 가져가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해파리에 ‘유령’이라는 으스스한 이름이 붙은 이유는 반투명한 적황색 몸체가 물속에서 부드럽게 움직이고 소용돌이치는 모습이 정말 유령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유령 해파리는 1899년 처음 존재가 확인됐으며 대부분 어망에 걸려 죽어서 발견됐다. 이는 햇빛이 닿지 않는 심해에 살기 때문인데, 보통 수심 1000~4000m 사이의 미드나잇 존(Midnight Zone)에 서식하며 최대 6700m 깊이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곧 인간의 심해 탐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해파리와 만나는 경우도 늘고 있는 셈이다. 브라보 박사는 “극한 환경에서 유령 해파리가 보여준 신비롭고 섬세한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면서 “유령 해파리는 작은 물고기를 포식자로부터 보호해주고, 물고기는 해파리의 기생충을 먹는데, 파타고니아 주변 심해에서 이러한 상호작용이 기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韓 T-50도 있는데…인도네시아, 이번엔 라이벌기 伊 M-346에 군침 [밀리터리+]

    韓 T-50도 있는데…인도네시아, 이번엔 라이벌기 伊 M-346에 군침 [밀리터리+]

    한국과 KF-21 공동 개발 사업에서 신뢰를 깬 행동을 한 인도네시아가 이번에는 이탈리아 M-346 경전투기 도입 의사를 밝혔다. 지난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최대 방산 업체이자 글로벌 방산 기업인 레오나르도는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M-346F 블록 20의 공급 및 지원에 관한 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레오나르도에 따르면, 이번 LOI는 인도네시아가 자국 공군의 훈련 및 전투 능력을 충족하기 위한 것으로 향후 차기 협의 단계에서 계약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다만 인도네시아가 얼마나 많은 기체를 도입할 것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가 군침을 흘리고 있는 M-346F 블록 20은 M-346 훈련기의 최신 경전투기 개량형이다. 대형 디스플레이를 갖춘 조종석과 능동 전자식 스캔 레이더, 전자전 대응 시스템 및 새로운 무기 체계를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대공, 공대지 임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 측은 “M-346 플랫폼이 경전투기 역할과 완벽하게 통합된 첨단 비행 훈련 시스템을 결합했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는 M-346 도입을 통해 그간 훈련기와 경공격기로 사용해왔던 노후화된 영국산 호크기를 대체할 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이미 10여 대의 초음속 훈련기 T-50을 고등훈련기로 도입해 운영 중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T-50과 여기에 각종 항전 장비와 무장을 장착한 FA-50은 그간 세계 시장에서 주요 글로벌 항공 방산 기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T-50은 주로 서방 국가 및 동남아시아 시장 훈련기 교체 사업에서 주목받았는데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바로 M-346이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KF-21 공동개발국이지만 약속한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2022년 프랑스 라팔 전투기 42대를 구매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튀르키예와 5세대 전투기 칸(Kaan) 48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지난해 10월에도 중국산 젠(J)-10C 전투기 최소 42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인도네시아가 중국산을 포함해 여러 국가 전투기를 마치 백화점 쇼핑하듯 사 모으고 있는 셈. 특히 지난 3일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은 인도네시아에 F-15 전투기를 공급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2023년 전투기 현대화 사업을 위해 보잉과 F-15EX 전투기 24대를 구매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결국 파기됐으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통적으로 비동맹 노선을 추구해온 인도네시아가 무기 도입선도 여기저기 찔러보며 다변화하는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 ‘KF-21 공동개발국’ 인니, 라팔 인도 속 F-15EX 도입 취소 [밀리터리+]

    ‘KF-21 공동개발국’ 인니, 라팔 인도 속 F-15EX 도입 취소 [밀리터리+]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인도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미국산 최신 전투기 F-15EX 이글 II 도입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한때 최대 24대까지 거론됐던 F-15EX 구매 구상이 “더는 진행되지 않는다”는 보잉 측 공식 확인이 나오면서 인도네시아의 전투기 도입 전략 전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군사 전문 매체 워존(TWZ)에 따르면, 보잉 디펜스·스페이스·시큐리티의 베른트 피터스 부사장은 최근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인도네시아용 F-15EX는 더 이상 보잉의 수주 추진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보잉은 구체적인 철회 배경에 대해서는 외국군사판매(FMS) 절차를 함께 진행해 온 인도네시아·미국 정부의 사안이라며 언급을 아꼈다. 미 국무부는 2022년 2월 인도네시아에 F-15EX 파생형 수출을 승인했고, 2023년 8월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대 24대 도입 의사를 공식화했다. 기체 명칭도 F-15IND로 정했으며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F-15 생산시설에서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다. 당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은 생산설비를 둘러보고 “국가 방위를 책임질 최첨단 전투기”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후 협상은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졌고 이번 보잉의 발언으로 계획은 사실상 종료 절차에 들어갔다. 총사업비나 인도 일정, 장기 운용·지원 조건 등이 변수였을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정확한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주목되는 대목은 그 시점이다. 미 국무부의 F-15 승인 직전, 인도네시아는 다쏘 항공의 라팔 42대 구매를 발표했고 현재 인도가 진행 중이다. 당시 워존은 미국이 라팔과 F-15를 병행 운용하는 ‘혼합 전력’ 구상을 설득하려 한 것 아니냐고 분석했지만, 결과적으로 F-15EX는 선택지에서 빠졌다. ◆ ‘조건’이 국적보다 앞선다…KF-21·KAAN과 맞닿은 결정 이 같은 결정은 최근 인도네시아의 전투기 도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인도네시아는 KF-21 공동개발국이자 튀르키예 칸(KAAN) 전투기 도입국이지만, 계약 이행 과정에서 미국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적용 배제를 핵심 조건으로 제시해 왔다. 전력의 국적보다 운용 자율성과 통제 위험을 우선시하는 전략이 F-15EX 철회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과거 제재와 수출 통제 위험을 직접 경험한 만큼 특정 국가의 승인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 전력 구성을 선호해 왔다. 칸의 경우 초기에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계열 엔진 사용이 거론됐지만, 중장기적으로 비(非)ITAR 구성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이 실제 전력화 단계에서 얼마나 보장되는지가 관건으로 지적돼 왔다. ◆ 동남아 최상급 전력은 유지…보잉은 미 공군 중심 확대 F-15EX 없이도 인도네시아 공군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현대적인 전투기 전력을 구축 중이다. 라팔을 비롯해 F-16 개량형과 러시아 수호이(Su-27/30) 계열을 운용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러 제재로 러시아제 기체의 유지·보수 부담은 커졌다는 평가다. 보잉으로서는 아쉬운 결과지만, 미 공군은 2026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예산안에서 F-15EX 도입 목표를 확대했고 이스라엘의 F-15IA 계약 등으로 생산 전망은 밝다. 보잉은 인도네시아와 AH-64 아파치 등 기존 협력 사업은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라팔 인도가 시작된 가운데, ‘KF-21 공동개발국’ 인도네시아가 어떤 조건의 전투기를 최종 축으로 삼을지가 동남아 공중 전력 구도의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다.
  • 영화 속에 담긴 우리의 전통문화를 찾아서[정지욱의 창가에서 바라 본 영화]

    영화 속에 담긴 우리의 전통문화를 찾아서[정지욱의 창가에서 바라 본 영화]

    연초부터 미국에서 날아든 K컬처 관련 낭보에 많은 이들이 설레고 있다. 먼저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주제가상과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해 2관왕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뒤이어 ‘케데헌’이 아카데미에서도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K콘텐츠의 저력을 재확인시켰다. ‘케데헌’은 알다시피 미국에서 제작된 작품으로 한국계 미국인 매기 강 감독이 연출한 K컬처를 담아낸 작품이다.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K팝과 한국의 전통문화 속 신비롭고 해학 넘치는 캐릭터를 잘 버무렸다. 비록 한국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한국계 감독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국인의 정서를 담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품 공개 후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과 인기를 모았고, 극장에서 ‘싱얼롱 버전’의 상영도 이어지는 등 화제가 된 작품이다. 지난해 여름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한 강 감독을 유홍준 관장이 직접 안내했고 유 관장이 “백자 달항아리는 어질고 친숙한 맛이 있고, 불가사의한 아름다움을 지닌다”고 설명하자 강 감독은 “설명을 듣고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얘기하며 한국 전통 미술의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을 나누기도 했다. ‘케데헌’의 여파에 힘입은 듯 국립중앙박물관의 문화상품인 뮷즈(뮤지엄+굿즈)가 날개 돋친 듯 팔린다. 또한 박물관에 관람객이 몰려들어 주말이면 주차장에 들어서려는 차들로 박물관 인근이 북새통을 이룬다. 겨울방학을 맞은 지금도 관람객들로 가득하다. 박물관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 역시 크게 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관람객 650만명이 찾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873만명)과 바티칸 박물관(682만명)에 이어 세계 주요 박물관 가운데 관람객 순위 3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또한 ‘케데헌’을 바라보는 눈길도 다양한데 학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연말에 열린 한국미술사학교육학회에서는 ‘케데헌의 도상학’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케데헌’과 한국 전통미술·도상학을 연결해 ‘케데헌과 해태의 도상학’, ‘저승사자의 도상과 그 변천’, ‘케데헌과 경복궁’, ‘케데헌 포스터의 도상학적 접근’ 등 한국 전통의 이미지, 상징의 의미를 해석하고 토론했다. 리움미술관의 ‘까치호랑이 호작(虎鵲)’전도 마찬가지 의미에서 열리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영화 중에는 이런 작품이 없을까 생각해 보니 임권택 감독이 2002년 연출한 ‘취화선’이 떠오른다. 이 영화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단원 김홍도(1745~?), 혜원 신윤복(1758~?)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오원 장승업(1843~1897)의 일대기를 담았다. 거지소년에서 천재 화가로 거듭나는 장승업의 예술과 당시 사회상을 담아 임 감독은 제55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다. 영화에서는 화가이며 중앙대 교수를 역임한 김선두 작가가 장승업 역 최민식 배우의 손을 대신해 그림을 담아냈고 김근중, 이종목, 조순호 등 소장파 한국화 작가들이 영화 속 도화서 화원 화가로 분장해 스크린 속 화폭을 아름답고도 사실적으로 채워 줬다. 영화가 개봉된 이듬해인 2003년 봄 사간동의 한 미술관에서는 ‘취화선, 그림으로 만나다’라는 전시를 열어 작품에 등장했던 작품들을 관람객들이 직접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는 영화와 미술의 만남, 전통과 현대의 접속, 한국 전통문화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도 아쉬움은 남는다. 개봉 당시 프랑스문화원 주최로 열린 시사회에서 미학자이며 문화평론가인 서경대 이즈미 지하루 교수가 지적했듯이 장승업의 기준작을 비롯해 진작이 한 점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많이 아쉬웠다. 영화에 출연하는 등 뛰어난 실력을 지닌 소장파 작가들의 심혈을 기울인 모작들로 채워졌지만, 영화 속에 진작이 전혀 등장하지 않음은 후대에 이 작품을 통해 장승업을 평가함에 다소 부족함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리라. 이후 신윤복을 다룬 전윤수 감독의 영화 ‘미인도’(2008)나 조선 중종 때 기생 황진이의 삶을 다룬 장윤현 감독의 영화 ‘황진이’(2007)와 김철규 피디의 드라마 ‘황진이’(2006) 등 전통문화를 담은 사극 작품이 있었으나 여러 아쉬움을 남겼다. 전통문화를 재현하는 것은 막대한 예산뿐 아니라 치밀한 인문학적 해석이 전제돼야 한다는 화두를 다시금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주면 설 연휴가 시작된다. 추석과 함께 한국 영화산업에서 가장 큰 관객몰이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올해 설 영화 라인업에 반갑게도 한국 사극 영화가 있다.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임금(단종)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장항준 감독이 연출했다. 설을 맞아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고, 이 작품을 통해 역사적 사실에 관심을 갖게 됐으면 좋겠다. 그것이 애절한 역사적 사실을 담아낸 작품임에도, 영화 속에 재현된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에 조금이나마 감동해 한 발짝 다가간다면 많은 영화인들이 무척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
  • 케데헌 받은 그래미, 달라이라마도 수상하자 중국 “반대” [월드핫피플]

    케데헌 받은 그래미, 달라이라마도 수상하자 중국 “반대” [월드핫피플]

    중국 정부로부터 ‘반체제 인사’로 핍박받고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 지도자 달라이 라마(90)가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68회 그래미 시상식 사전행사에서 그는 ‘오디오북·내레이션·스토리텔링 레코딩’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명상: 달라이 라마 성하의 사색’이란 제목으로 앨범에 참여한 가수 루퍼스 웨인라이트가 이날 대신 트로피를 받았다. 그래미 측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내레이션은 깊은 지혜와 부드러운 전달력으로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았다”며 “깊은 명상적 경험을 청취자들에게 선사했다”고 평가했다. 달라이 라마는 수상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러한 인정을 감사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서 “개인적인 영광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보편적 책임에 대한 인정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의 명상 오디오북에는 평화, 자비, 마음챙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으며, 인도의 고전 음악가인 암자드 알리 칸과 그의 아들이 작곡한 음악이 배경으로 사용됐다. 반면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의 수상에 반대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달라이 라마 수상 관련 질문에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제14대 달라이 라마는 단순한 종교인이 아니라 종교의 탈을 쓰고 반중 분열 활동을 하는 정치적 망명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예술에 대한 표창을 반중 정치 조작의 도구로 삼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이러한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달라이 라마는 1959년 중국군이 티베트 봉기를 진압하자 생명의 위협을 느껴 티베트 수도 라사를 탈출했으며 현재는 인도 다람살라에서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다. 그는 평화, 화합, 비폭력에 대한 메시지로 세계적 존경을 받고 있으며 지난해 90세 생일을 맞아 티베트 불교 전통에 따라 자신이 환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중국은 달라이 라마를 “승려의 탈을 쓴 늑대”라고 비난했으며 그의 사후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다. 티베트가 자국 영토의 일부분이었다고 주장하는 중국은 망명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달라이 라마의 비폭력 평화운동은 반체제 분리주의 독립운동이란 입장이다. 게다가 중국은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를 지명할 때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꼭두각시’를 내세울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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