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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키스탄, 테러·납치 혼란속 첫 민주적 정권교체 눈앞

    파키스탄, 테러·납치 혼란속 첫 민주적 정권교체 눈앞

    오는 11일(현지시간) 열리는 파키스탄 총선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른 정권 교체가 처음으로 이뤄질 것인지 주목된다. 제1야당이 집권당보다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유세 현장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하는 등 혼란이 가열되고 있다. AP통신은 9일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친이슬람 성향의 제1야당인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가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의 집권 파키스탄인민당(PPP)을 누르고 승리를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PML의 지지율은 41%로, PPP 지지율(17%)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암살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남편인 자르다리 대통령은 지난 5년의 집권 기간 동안 부패 문제로 국민의 신임을 잃은 데다 경제 회복, 테러 근절, 종파·종족 화합 등 정책 추진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부토 전 총리와 자르다리 대통령의 외아들이자 PPP 공동대표인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24)가 모종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25세 이상으로 규정된 피선거권을 받지 못하면서 최근 두바이로 출국해 총선 후 돌아올 예정이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는 PML을 비롯해 야당 후보자들에게 표가 대거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PML이 총선에서 순조롭게 승리할 경우 2008년 총선에서 승리한 PPP는 5년 임기를 처음으로 무사히 마무리하면서 야당에 민주적으로 정권을 넘겨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은 1947년 독립 이후 세 차례의 군부 쿠데타를 겪었으며 네 명의 군부 출신 지도자가 나라를 이끌면서 아직 민주적 정권 교체가 실현된 적이 없다. 이런 가운데 파키스탄 곳곳에서 총선을 둘러싼 사건·사고가 이어지면서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파키스탄 총리를 지낸 유사프 라자 길라니의 아들 알리 하이데르가 9일 마티탈 지역에서 지방선거 유세를 하다가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됐다. 알리 하이데르는 11일 총선과 함께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펀자브주 주의원 후보로 출마해 마지막 유세를 벌이던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알리 하이데르의 비서가 숨지고 경호원 등 5명이 다쳤다. 앞서 지난 7일 파키스탄 국민 스포츠인 크리켓 영웅 임란 칸 테흐리크에인사프(PTI) 총재가 집회 도중 무대에서 떨어져 부상을 당하면서 선거운동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할머니 뜻 이어… ‘1000원 밥집’ 다시 연다

    할머니 뜻 이어… ‘1000원 밥집’ 다시 연다

    “내가 식당 문을 열 때의 마음을 이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밥집을 운영했으면 좋겠습니다.” 광주 동구 대인시장에서 한 끼에 1000원짜리 식사를 내 놔 한때 화제가 됐던 ‘해뜨는 식당’ 주인 김선자(71) 할머니는 8일 “오로지 봉사하는 마음과 섬기는 자세를 갖춘 사람이나 단체가 이 식당을 맡는다면 기꺼이 운영권을 넘겨줄란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어려운 이웃에게 밥 한 끼 줄 수 있는 마음이 온 사회에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며 “이처럼 ‘작은 나눔 실천’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를 정도로 숨어서 세상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찾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 할머니가 전통시장인 대인시장의 허름한 건물 한 칸을 임대해 한 끼 1000원짜리 ‘착한 식당’을 차린 것은 2010년 6월. 가난한 이웃과 ‘조그만 즐거움’을 나누려는 평소의 마음이 움직인 때문이었다. 55살에 유명 보험회사 소장으로 정년 퇴임한 그는 보세 옷가게 등을 운영해 얻은 수입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약간의 여윳돈도 손에 쥐었다. 여생을 봉사에 바치기로 맘먹었던 그는 월 20만원에 임대한 뒤 1000만원을 들여 식당으로 개조했다. 된장국과 김치, 나물 등 1식 3찬으로 ‘1000원짜리 끼니’를 마련했다. 이런 소문이 삽시간에 번지면서 시장 상인과 홀로 사는 노인, 일용직 노동자, 아르바이트하는 학생 등이 단골손님이 됐다. 이곳은 추운 겨울 손을 호호 불며 찾아드는 가난하고 외로운 이웃들의 사랑방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김 할머니는 이 식당을 2년 남짓 운영하던 지난해 5월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건강 때문에 1년이나 문을 닫아야만 했다. 이 같은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은 광주 신세계백화점과 시장 상인회, 광주 동구의회, 시민단체 등이 최근 후원자로 나서 식당을 살리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 등은 지난 7일 20여명의 임직원을 동원, 그동안 닫혔던 식당을 새롭게 단장했다. 각종 집기를 옮기고 내부를 정리·정돈하는가 하면 배선을 수리하고 청소도 했다. 광주 신세계백화점은 일단 식당 시설개선을 통해 영업을 재개하도록 돕고, 이마저도 어려울 경우에는 김 할머니와 협의해 특정 운영자를 지정해 돕기로 했다. 백화점은 식당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책꽂이]

    우리 몸의 변형과 바른 몸 운동(이남진 지음, 제우스 펴냄) 우리 몸이 겪게 되는 모든 변형을 원인, 단계별 상태, 거기에 맞춘 운동, 그 결과까지 약 2550여장의 사진과 그림으로 비교 분석해뒀다. 팔 길이가 서로 다르고, 골반에 뒤틀림이 생기는 현상에 대해서는 누구나 익히 안다. 그런데 이런 변형은 두개골, 다리, 발 등 다양한 부분에서 일어난다. 이 현상은 몸 안의 이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특히 요즘 청소년들에게서 늘고 있는 척추측만증에 대해서는 별도로 상세하게 설명해뒀다. 18만원. 우리 야구장으로 여행갈까(김은식 글, 박준수 사진, 브레인스토어 펴냄) 프로야구단이 있는 9개 도시의 야구장 구석구석을 탐험했다. 각 구장의 약도와 함께 응원하는 팀에 따른 명당 자리는 물론, 지하철 출구 등 교통정보에다 티켓 가격까지 자세히 소개했다. 1만 3800원. 로이드 칸의 아주 작은 집(로이드 칸 지음, 이주만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전 세계 14평 이하 소형주택을 다 모아뒀다. 작은 집이란 사실 그만큼 소유를 덜어내겠다는 삶의 자세를 뜻하는 것이다. 근사한 집의 디자인보다 더 빛나는 것은 그 자세를 진짜 자신의 삶에다 연결시킨 사람들의 모습이다. 3만 5000원. 소식의 즐거움(도미니크 로로 지음, 임영신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1일 1식 열풍에 대한 우려와 별개로 소식이 좋다는 것은 상식이 됐다. 저자의 기준에 따르면 과식이란 단순히 양만 많은 게 아니다. 배고프지도 않은데 먹는 것이다. 소식으로 달라진 인생에 대해 설명한다. 1만 2000원. 아버지의 일기장(박재동 엮음, 돌베개 펴냄) 엮은이가 아버지 박일호씨의 일기를 묶어 내놨다. 별달리 내세울 것 없어 고단한 삶을 살았지만, 언제나 정직했던 아버지를 추억한다. 어쩌면 소소한 개인적 내용일 수 있는 것을 묶어 내놓는 것은, 그게 아버지의 뜻이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1만 5000원.
  • [별별 공무원] 30년 외길…국립생물자원관 박제사 유영남씨

    [별별 공무원] 30년 외길…국립생물자원관 박제사 유영남씨

    “취미로 시작한 박제 만드는 일이 제 삶의 방향까지 바꿔버렸습니다.” 환경부 소속 기관인 인천 서구 경서동 국립생물자원관의 유영남(45·7급) 박제사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30여년간 죽은 동물로 박제를 만들고 있다. 2007년 10월 생물자원관 전시관 개관과 함께 특별전형을 통해 공직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가 공무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천연기념물 문화재 수리기사’(박제표본) 자격증과 탁월한 박제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유씨는 국내에서 조류 박제를 가장 잘 만든다는 평을 받고 있다. 생물자원관 전시실에 있는 호랑이를 비롯해 큰바다사자, 청딱따구리 등 모든 작품들은 그의 손을 거쳤다. 호랑이는 금방이라도 포효할 듯 생생하다. 그는 “호랑이 박제 표본은 부산 롯데호텔에서 기르던 것으로 죽었다는 연락을 받고 현지에 내려가 사체를 옮겨왔다”면서 “당시엔 냉동탑차가 없어서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와 렌터카를 이용해 겨우 운반할 수 있었다”며 어려웠던 일화를 들려줬다. 또 “지난해 제주도 해안가에서 ‘큰바다사자’가 죽은 채 방치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내려가 인수한 뒤, 8개월에 걸쳐 박제 표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동물원에서 기증받는 사체는 대부분 노화나 질병으로 서서히 폐사되기 때문에 피부가 온전하지 않은 것이 많다고 한다. 호랑이 사체도 욕창이 심해 피부를 세척하고 건조하는 데만 보름 이상 걸리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사체는 오래되면 손상되기 때문에 박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인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단다. 요즘은 기증에 대한 의식이 높아져 희귀동물 박제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 동구 공무원은 축협 냉동고의 한 칸까지 빌려 보관하던 황조롱이 사체를 기증했고, 독도수비대는 진돗개가 물어온 바다제비를 소중하게 보관하다 기증한 일화를 소개했다. 지금까지 그가 제작한 박제는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된 한국 뜸부기를 비롯한 각종 희귀동물과 장다리물떼새, 말똥가리 등 1000여점에 이른다. 그는 “동물 박제에서 제일 어렵고 신경 쓰이는 부분이 눈”이라며 “눈의 각도와 생기 있는 눈화장 처리가 잘돼야 살아있는 모습처럼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제는 기술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속성까지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그는 인터넷과 전문서적 등을 통해 생물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유씨의 조류에 대한 식견은 조류학자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씨는 “앙골라 환경장관이 자원관 전시실을 찾아 제 작품을 보고 진지하게 스카우트 제의를 해와 난감한 적도 있었다”며 웃었다. 유씨는 “올해 상반기 준비를 거쳐 하반기 ‘박제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하는 것이 꿈”이라며 “대회에 나가 세계 유명 박제사들과 실력을 겨뤄보고 싶다”고 밝혔다. 글 사진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라자르 선생님’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라자르 선생님’

    몬트리올 초등학교의 어느 목요일, 우유 당번 시몽은 늦게 등교하는 바람에 허둥지둥 우유를 담고 교실로 향한다. 잠겨 있는 문 너머로 무언가를 본 소년은 두려움에 떤다. 담임선생 마틴이 목을 매 자살했기 때문이다. 학교는 비상사태를 맞아 상담교사를 배치하고 교실 벽을 새로 칠한다. 후임 선생을 구하려 애쓰는 교장 앞으로 웬 알제리 남자가 나타난다. 바시르 라자르라는 이름의 그는 알제리에서 19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를 지냈으며 캐나다 영주권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아이를 사랑한다며 뭐든 맡겨만 달라고 부탁했다. 충격에 휩싸였던 아이들은 그렇게 이방인 선생과 만나게 된다. 영화가 시작하면 카메라가 높은 위치에서 아이들을 내려다본다. 아이들은 눈 내린 교정 곳곳에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다 자유롭고 예뻐 보인다. 다음 숏에서 카메라는 한 소녀의 얼굴 바로 앞으로 내려온다. 알리스는 등교하는 친구들 하나하나에게로 눈길을 옮긴다. 친구 시몽이 알리스 곁에 성큼 선다. 소녀와 소년은 아이 특유의 귀여운 표정 한구석으로 어딘가 그림자를 띠고 있다. 감정을 숨긴 채 사는 아이를 정면으로 바라보면 그런 일이 생긴다. 아이를 조금 더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런 카메라의 자세로 선생이 아이를 대해야 한다고 말하는 영화는 흔하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라자르 선생님’도 평범한 학교영화 중 하나일 뿐이다. ‘라자르 선생님’은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에게 일방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데서 벗어난 작품이다. 선생은 로봇이 아니다. ‘라자르 선생님’은 아이를 대하는 것보다 많은 시간을 라자르라는 인물에 할애한다(원작은 1인극 희곡이다). 아이마다 비밀이 있듯이 선생에게도 말 못할 상황이 있지 않을까라고 영화는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라자르 선생님’은 교육에 관한 영화라기보다 인간 사이의 진정한 소통을 다룬 작품에 가깝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로랑 캉테의 ‘클래스’(2008)는 학교를 그린 영화의 한 전범이다. ‘클래스’에서 학교는 사회 시스템을 축약해서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 결과 영화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는 강박에 빠진다. ‘클래스’와 비교해 ‘라자르 선생님’은 감성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사회의 문제로 확대하는 대신 개별 인간의 처지에 다정하게 다가서는 쪽이다. 숙련된 선생도 아니고 세련된 시민도 아닌 남자는 한 걸음씩 낯선 땅에 적응해 가고, 서둘러 슬픔을 지우려 했던 아이들은 솔직하게 내면의 진실과 맞설 기회를 얻는다. 인물이 지닌 고통을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는 태도야말로 ‘라자르 선생님’의 좋은 면이다. 영화는 인물 각자의 아픔이 무엇인지 드러내려고 용을 쓰지 않는다. 보통의 영화라면 여선생이 왜 자살했는지 이유를 캐내고 다닐 텐데 이 영화는 그럴 마음이 없다. 그녀처럼 누구나 아픔을 지니고 있음을 알면 그만이다. 타인의 아픈 상처를 느끼는 사람만이 참된 이해에 이른다. 영화는 단 하나의 숏으로 그들의 아름다운 관계를 시각화한다. 카메라와 라자르와 알리스가 수평 구도를 형성하는 엔딩의 감동은 깊다. 9일 개봉. 영화평론가
  • 단칸방서 암과 싸워도… 기부는 내 운명

    단칸방서 암과 싸워도… 기부는 내 운명

    “기부는 거창한 게 아니라 그저 내 기분 좋자고 하는 거예요. 후원자를 50명까지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윤순희(48·여)씨는 당연한 일을 한다는 듯이 말하며 방긋 웃었다. 윤씨 가족은 5년 전부터 국내외 아동 후원기구를 통해 제3세계 아이들에게 돈을 보내고 있다. 이것저것 합해 매월 20만원 정도가 꼬박꼬박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부자에겐 부담없는 돈일 수 있지만 사실 윤씨에겐 그렇지 않다. 경기 안성에서 음식재료 유통업을 하는 윤씨는 대기업까지 식자재 유통업에 손을 뻗치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사업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건축업을 하던 남편도 3년 전 위암 선고를 받고 어렵게 투병하고 있다. 졸지에 가장이 된 윤씨도 고질적인 허리디스크에 이어 얼마 전 위암 초기 소견서를 받아들었다. 위암으로 세상을 뜬 시부모에 이어 부부도 위암을 앓고 있지만 윤씨는 “잘 관리하면 된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가족은 요즘 안성의 한 임대사무실에 마련된 조립식 단칸방에 산다. 간이로 샤워실만 만들었을 뿐 외부 공중화장실을 써야할 만큼 열악한 환경이다. 변변한 방 한칸 없이 생활고에 시달리지만 윤씨는 기부가 곧 희망이라고 말한다. “한 번 기부를 하고 나니까 멈출 수가 없어요. 한 끼 외식비면 아이 한 명을 살리는 기쁨을 누릴 수 있잖아요. 우리보다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우리는 충분히 행복한 거죠.” 윤씨 가족은 2009년 한 방송을 통해 국제 아동구호단체 ‘플랜코리아’를 알게 되면서 기부 릴레이를 시작했다. 이후 국내 단체인 어린이재단에 쌈짓돈을 내놨고 불우이웃돕기 모금에도 열심히 참여한다. 사업이 반짝하고 번창했을 때 윤씨는 거래처가 한 곳 늘어날 때마다 후원 아동을 한 명씩 늘리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식구’가 된 아이들만 6명. ‘자식’이라고 부르는 후원아동 한 명당 3만원씩 아프리카 빈국으로 송금된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90만원에 손자 팔아넘긴 매정한 할아버지

    90만원에 손자 팔아넘긴 매정한 할아버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해 인신매매를 한 40대 남자가 경찰에 체포됐다. 남자가 헐값에 넘긴 건 갓 태어난 자신의 외손자였다.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 곳은 인도 펀자브 주의 도시 루디아나. 경찰은 손자를 팔어넘긴 혐의로 47세 남자를 긴급 체포했다. 페로스 칸이라는 이름의 이 남자는 자신의 손자를 훔쳐 한 기업인에게 4만 5000루피(약 92만원)을 받고 팔았다. 남자의 딸은 최근 아들을 순산했다. 남자는 손자가 태어나자마자 범행을 결심, 페이스북에 신생아를 판다는 광고를 올렸다. 아기를 사겠다는 사람이 나서자 그는 딸이 출산한 병원에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직원 두 사람을 매수, 아기를 훔치게 했다. 현지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세 사람을 모두 체포했다.”며 “아기를 사겠다고 돈을 지불한 기업인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아기를 되찾아 엄마에게 돌려줬다. 딸은 자신의 아들을 팔아넘겼던 아버지를 형사 고발했다. 경찰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인도에선 815개 인신매매 조직이 활개하고 있었다.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은 5000명 이상으로 추정됐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은 바로 ‘이곳’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은 바로 ‘이곳’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을 선정하는 ‘2013 세계 최고 레스토랑 50선’에서 지난해 1위였던 덴마크의 ‘노마’를 제치고 스페인의 ‘엘 세예 데 칸 로카’가 1위를 차지했다. 영국 요리 월간지 ‘레스토랑’이 주관하며 이탈리아 생수업체 ‘산 펠레그리노’와 ‘아쿠아 파나’가 후원해 매년 발표하는 ‘세계 최고 레스토랑 50선’은 요리사와 미식가, 전문기자 등 전 세계 요리전문가 900여 명이 투표를 통해 순위를 정한다. 올해 1위를 차지한 엘 세예 데 칸 로카 레스토랑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히로나에서 로카 삼 형제 셰프가 운영하는 곳으로 분자 요리와 향수 향이 나는 음식으로 유명하다. 맏형 호안 로카가 수석 요리사로 주방을 이끌고 동생 호르디가 파티쉐(제빵), 호셉은 소믈리에(와인)를 담당하고 있다. 2위로 내려앉은 노마는 지난달 63명의 손님이 식중독을 호소하는 사고 때문에 지난 3년간 지켜오던 1위 자리를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50선 안에는 도쿄 나리사와(20위) 등 일본 레스토랑 2개, 홍콩 엠버 등 중국 레스토랑 3개를 포함해 아시아에서 7개 레스토랑이 이름을 올렸지만 한국 레스토랑의 이름은 명단에 없었다. 다음은 올해 세계 최고 레스토랑 50선 순위. 1. 엘 세예 데 칸 로카(스페인) 2. 노마(덴마크) 3.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이탈리아) 4. 무가리츠(스페인) 5. 일레븐 매디슨 파크(미국) 6. 디오엠(브라질) 7. 디너 바이 헤스턴 블루멘탈(영국) 8. 아르삭(스페인) 9. 슈타이어렉(오스트리아) 10. 방돔(독일) 11. 퍼세(미국) 12. 프란첸/린드버그(스웨덴) 13. 레드버리(영국) 14. 아스트리드 이 갸스통(페루) 15. 알리니아(미국) 16. 라르페쥬(프랑스) 17. 퓨홀(멕시코) 18. 르 샤토브리앙(프랑스) 19. 르 버나딘(미국) 20. 나리사와(일본) 21. 아티카(호주) 22. 니혼료우리 류긴(일본) 23. 라스트랑스(프랑스) 24. 라뜰리에 드 조엘 로부숑(프랑스) 25. 호프 판 클레베(벨기에) 26. 키크 다코스타(스페인) 27. 레 칸렌드레(이탈리아) 28. 미라쥐르(프랑스) 29. 다니엘(미국) 30. 아쿠아(독일) 31. 비코(멕시코) 32. 남(타일랜드) 33. 펫덕(영국) 34. 파비켄(스웨덴) 35. 오드슬뤼스(네덜란드) 36. 엠버(중국) 37. 빌라 호야(포르투갈) 38. 레스토랑 안드레(싱가포르) 39. 8½ 오토 에 메조 봄바나(중국) 40. 콤발.제로(이탈리아) 41. 피아자 두오모(이탈리아) 42. 슐로스 샤우엔스타인(스위스) 43. 미스터 앤 미세스 번드(중국), 44. 아사도르 엣세바리(스페인) 45. 제라늄(덴마크) 46. 마니(브라질) 47. 프렌치 런드리(미국) 48. 키(호주) 49. 셉팁(프랑스) 50. 센트랄(페루) 사진=레스토랑 캡처(엘 세예 데 칸 로카)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키즈카페서 놀던 초등생, 놀이기구에 부딪쳐 숨져

    전북 전주의 한 키즈카페(실내놀이터)에서 놀던 8살 여자 어린이가 카페 내 전동기차 천장에 머리를 부딪쳐 숨졌다. 키즈카페가 신생 업종인 탓에 제대로 된 안전 기준을 정한 관리법조차 모호한 실정이다. 26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모양은 지난 24일 오후 6시 30분쯤 전주시 덕진구 한 키즈카페의 멈춰 있는 전동기차 안에서 놀다가 천장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쳤다. 김양은 이 사고로 눈썹과 관자놀이에 깊은 상처를 입어 많은 피를 흘렸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김양은 이날 오전에 학교 소풍을 갔다 온 뒤 반 친구, 학부모 등 10여명과 함께 키즈카페에서 놀고 있었다. 현장에는 김양의 어머니도 있었지만 기차가 벽으로 가려진 탓에 사고를 막지 못했다. 키즈카페는 신생 업종인 데다 현재 일반 음식점으로 분류돼 놀이시설 등에 대한 관리법과 소관부처가 모호한 ‘안전 사각지대’다. 유족들은 “김양이 사고를 당한 키즈카페에는 안전요원이 한 명 있었지만 안전시설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키즈카페에서 안전 관리를 허술하게 해 딸이 죽었다. 딸아이가 타고 있던 기차 칸에는 다른 곳과 달리 날카로운 모서리를 덮고 있어야 할 보호 덮개가 없었다”면서 “안전시설과 안전요원이 신경을 썼더라면 이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즈카페 측은 “사고가 난 날은 기차를 운행하지 않는 날이다. 아이들이 기차에서 놀고 있기에 말렸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경찰 조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키즈카페 주인 안모(34·여)씨를 상대로 과실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DB를 열다] 1967년 구로공단 준공식

    [DB를 열다] 1967년 구로공단 준공식

    구로공단은 한때 우리나라 수출 총액의 10%가 넘는 제품을 생산했을 정도로 한국 산업의 선봉기지 역할을 담당했으면서, 동시에 한국 노동역사에서 아픔의 공간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구로동 일대는 경부선과 경인선 철도가 통과하고 인천항이 가까워 공장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섰다. 봉제업, 전자기기 제품, 가발 등이 주 품목이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지방에서 상경한 많은 젊은이들이 이곳에 취직해 ‘공돌이’ ‘공순이’로 불리며 억척스러운 삶을 살아갔다. 그런 가운데 노동 착취 행위가 만연해서 노동자들의 저항이 나타났고, 1985년 구로공단 노동조합의 연대파업이었던 ‘구로동맹파업’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사진은 1967년 4월 15일 여성 근로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구로공단 수출공업단지 준공식 모습이다. 주로 봉제 공장 여성 근로자들이 살았던 집은 겨우 방 한 칸에 부엌이 딸린 쪽방이었다. 쪽방들이 모여 있던 곳은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일명 벌집촌으로 불렸다. 1970년대 후반 11만명에 이를 정도로 산업의 요람이었던 구로공단은 국내 산업의 변화에 따라 업종도 변해갔고 근로자 수도 줄었다. 1995년에는 근로자 수가 4만여명으로 감소했다. 2000년대에 들어 정부는 쇠락해 가는 구로공단을 살리기 위해 IT 첨단산업 단지로 변화를 시도했다. 이름도 서울 디지털산업단지로 변경했다.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섰고 패션타운이 조성되었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 주말 영화

    ■독립영화관-안녕, 하세요(KBS1 토요일 밤 1시 10분) 세상에는 보지 않아도 보이는 것들이 많다.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공간 인천 혜광학교는 시각장애 아이들의 평범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느 아이들처럼 유·초·중·고, 그리고 전공과 교육을 받는 인천 혜광학교의 아이들. 휴지 풀기를 가장 좋아하는 귀여운 사고뭉치 초등과정 지혜부터 훌륭한 즉흥연주를 자랑하는 중학과정 희원과 수빈 콤비, 국악경연대회 판소리 부문 대상에 빛나는 고등과정 보혜까지. 이곳의 아이들은 오롯이 세상에 나가기 전 각자 자신만의 개성과 재능을 기르며 홀로서기를 배워간다. 비록 눈은 보이지 않지만, 마음을 통해 세상을 보는 혜광학교의 아이들. 여전히 시각장애인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으로 가득한 현실에서 아이들은 넓은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용기 있는 인사를 건넬 수 있을까. ■나비와 바다(SBS 토요일 밤 12시 15분) 뇌병변장애를 앓는 스물일곱 살 재년과 서른아홉 살 우영. 이들은 띠동갑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만남을 시작한 지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이제는 그녀를 바래다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벗어 던지고, 그를 배웅해야 하는 아쉬운 헤어짐을 끝내고 싶어 주변의 우려를 무릅쓰고 결혼하고자 한다. 그러나 미처 몰랐다. 결혼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 줄은. ‘내가 다 책임질게, 오빠만 믿으라’는 우영의 프러포즈가 거듭될수록 재년의 고민은 깊어져 갔다. 험한 세상에 덜컥 둘만 남겨진 기분. 남편과 아내로 규정되는 새로운 역할에 대한 부담은 점점 커져만 갔고,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은 공포로 다가왔다. 과연 재년과 우영은 결혼에 성공할 수 있을까. ■사라진 여인(EBS 일요일 오후 2시 30분) 유럽을 여행하던 영국인 처녀 아이리스 헨더슨은 눈사태로 기차가 정차하면서 우연히 들른 기차역에서 중년의 영국 부인 프로이를 알게 된다. 그때 건물 2층에서 떨어진 물건 때문에 머리를 다친 아이리스는 열차에 오르자마자 의식을 잃었다가 그 중년 부인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깨어난다. 아이리스는 기차의 식당 칸에서 부인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후, 두통 때문에 객차에서 잠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앞에 앉아 있던 프로이 부인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옆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모른다고 한다. 한편 식당 칸에서 프로이 부인에게 설탕을 건네주었던 컬디컷과 차터스는 사람이 없어져 열차가 늦어지면 크리켓 경기에 못 갈까 봐 못 봤다고 대답해 버린다.
  • [책꽂이]

    오리 이원익 그는 누구인가(함규진·이병서 지음, 녹우재 펴냄) 정치학 박사인 함규진과 오리 이원익의 12대 손인 이병서가 한데 힘을 합쳐 쓴 오리 평전이다. 오리는 명종, 선조, 광해군, 인조까지 임금 4명을 모시면서 임진왜란, 정유재란, 인조반정, 이괄의난, 정묘호란 등 격변의 시대를 온몸으로 다 받아냈다. 서애 유성룡마저 이순신을 버릴 때 홀로 이순신을 엄호했고, 대동법을 확대 실시하는 데 도움을 줬으며, 광해군의 폐모살제를 반대했을 뿐 아니라, 인조가 광해군을 참하려는 것을 막아내기도 했다. 네 임금을 모시며 관직을 이어갔음에도 남은 건 초라한 초가집 한칸뿐이었을 정도로 청렴함으로도 이름을 떨쳤다. 그럼에도 오리는 오늘날 그리 유명하지 않다. 저자들이 분기탱천, 이 책을 쓴 까닭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오리가 국난의 시절 왕실 후손이었다는 점. 왕실과 운명공동체였기 때문에 왕들이 오리에게 의존하고, 오리가 충성을 다한 것이 그리 색달라 보이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직접 행정을 수행한 관료들에 대한 관심 부족이다. 성리학적 논쟁에 관심이 쏠리다 보니 학파 위주로 역사를 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40여년간 재상으로서 국가를 운영한 오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 저자들은 오리의 출생에서 죽음까지 전 과정을 복원해 뒀다. 1만 9000원. 리퀴드 러브(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권태우·조형준 옮김, 새물결 펴냄) ‘액상’, ‘액체’, ‘유동하는’ 등의 번역어 대신 리퀴드(Liquid)라는 단어를 고스란히 쓰는 걸 보니 이제 바우만과 그의 근대성 논의가 어느 정도 한국 독자들의 귀에 익었다 판단한 것 같다. 근대성을 리퀴드라 정의하는 저자답게 이 책에서 논의하는 주된 대상은 “유대 없는 인간”이다. 관계보다는 네트워크에 그치려는, 그럼에도 네크워크보다 관계를 갈망하는 현대인의 이중성에 대한 소소한 스케치들이다. 사회학의 대가임에도 뭔가 대단한 분석과 처방을 내놓기보다 짙은 문학적 필체로 근대인의 멜랑콜리를 그려낸다. 근대인의 멜랑콜리, 그렇다. 저자 스스로 이 책을 샤를 보들레르와 발터 베냐민에다 덧대면서 이 책은 단지 그들을 인용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한발 더 나아가 “나이가 들수록 아무리 어떤 사상이 위대하더라도 엄청나게 풍부한 인간의 경험을 포괄할 수 없을 만큼 위대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됐다고, 아주 겸손한 태도를 보인다. 이런 겸손한 태도 덕분일까. 개인에서 부부에서 자식에서 가족에서 공동체에서 세계시민사회까지, 사회학자답게 논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가다 마침내 칸트의 세계정부론으로까지 치닫는데, 칸트의 세계정부론을 오늘날 되살린 인물로 꼽히는 가라타니 고진과는 달리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1만 8500원.
  • [씨줄날줄] 대한문 수난사/함혜리 논설위원

    1897년 10월 12일 새로 지어진 환구단 안은 향 냄새로 가득찼다. 이날 고종은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환구단에서 대한제국의 출범을 하늘에 고하는 첫 제사를 지내고 황제에 즉위했다. 광무(光武)라는 연호도 쓰기 시작했다. 과거의 왕들은 천자의 나라 중국에서만 하늘에 직접 제를 올릴 수 있다며 제천의식을 삼갔지만 고종은 중국 사신을 맞이하던 남별궁 터에 환구단을 지어 제를 지냄으로써 자주독립의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했다. 이후 민족자존의 상징인 환구단에서는 1년에 두 차례 제천의식이 거행됐다. 경운궁(지금의 덕수궁)에서 환구단으로 향할 때 고종은 정남쪽에 있는 정문 인화문이 아닌 동쪽의 대안문(大安門)을 주로 통했다. 민가가 밀집하고 외국공관이 많이 들어서 있던 인화문 쪽에 비해 대안문 쪽의 도로가 빨리 정비되면서 사람들도 대안문을 주 출입구로 사용하게 됐다. 1904년 화재로 소실된 전각들을 중건하면서 대안문을 수리한 뒤 고종은 1906년 대한문(大漢門)으로 이름을 고치고 정문으로 삼도록 했다. 대한문의 영광은 여기까지다. 원래 지금의 태평로 중앙선 부분에 위치했던 대한문은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야 했다. 1910년 8월 22일 한일합병조약이 강제체결되고 8월 29일 공포됨으로써 대한제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뒤 일제는 조선의 근대화라는 미명하에 대한제국의 흔적을 지우기 시작했다. 병탄 이듬해 조선총독부는 환구단 건물을 철거하고 총독부 건물에서 소공로까지 대로를 건설하기 시작한다. 1914년 황토현(광화문 네거리)에서 남쪽으로 환구단을 관통하는 태평정통이 개설되면서 대한문은 원래 위치에서 서쪽으로 옮겨졌다. 1926년 조선총독부는 덕수궁 땅 일부를 매각하면서 덕수궁 해체와 함께 대한문을 그 위치에서 다시 30칸 뒤로 물러나도록 했다. 1961년 서울시는 태평로 도로폭을 6m 확장했는데 이때 대한문도 6m 뒤로 물러나야 했다. 철책이던 덕수궁 돌담길이 복원되고 차도가 생기면서 대한문이 도로 한가운데 덩그맣게 남아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신세가 되자 결국 서울시는 1970년 12월 대한문을 22m 뒤로 옳겼다. 현재 위치한 곳이다. 1년 넘게 천막농성이 벌어지던 대한문 옆에서 엊그제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 등이 참여한 ‘희망지킴이’가 캠핑시위를 벌였다. 서울 중구청이 농성천막을 철거하고 화단을 설치했지만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시위대의 확성기 소리에 고궁의 고즈넉함은 꿈도 꿀 수 없다. 끝나지 않는 대한문의 시련을 바라보는 마음이 참으로 착잡하고 울적하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네덜란드에서 ‘대마초 마요네즈’ 개발

    네덜란드에서 ‘대마초 마요네즈’ 개발

    유럽에서 이색적인 소스가 개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네덜란드의 한 패스트푸드체인 ‘오줌싸개 동상’이 칸나비스를 사용해 만든 마요네즈를 선보였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이 회사는 감자튀김을 팔면서 원하는 고객에게 칸나비스 마요네즈를 내주고 있다. 칸나비스를 재료로 만든 마요네즈는 대마초 향기를 갖고 있을 뿐 환각효과는 내지 않는다. 향정신성 물질인 THC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향정신성 물질이 빠져 있어 칸나비스 마요네즈가 불법 판정을 받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칸나비스 마요네즈는 독특한 향기 때문에 개발됐다. 패스트푸드점 ‘오줌싸개 동상’의 대표 알버트 빅은 “(대마초를 합법적으로 필 수 있는) 커피점에서 나오는 대마초 향기에 이끌려 칸나비스 마요네즈를 만들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선 대마초가 불법이지만 1976년부터 커피점에선 소량의 대마초 소비를 허용하고 있다. 1인당 5g 이하의 대마초가 사실상 합법화됐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옴부즈맨 칼럼] 부처 칸막이, 의식 변화로 극복 가능/정윤기 안전행정부 국장

    [옴부즈맨 칼럼] 부처 칸막이, 의식 변화로 극복 가능/정윤기 안전행정부 국장

    부처 간 칸막이 없애기가 공무원 사회에서 화두다. 대통령도 부처 간 칸막이와 협업을 연일 강조하고 있으며, 서울신문도 부처 간 칸막이 없애기에 관한 기사를 자주 다루고 있다. 부처 간에 일 떠넘기기를 하거나 조율이 안 된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국민에게 큰 불편을 주는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하므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정과제임에 틀림없다. 부처 간 칸막이 해소를 위해선 협업을 필수화하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하는 등 제도화가 뒤따라야 하지만 공무원 개개인의 의식과 조직문화의 변화가 뒷받침돼야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다. 필자의 공무원 경험에 비춰 보면 공무원 개개인이 부처 간 소통과 협업에 무관심하게 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젊은 시절, 담당업무 추진 전에 다른 부처와 상의해야 하는 사실을 모르고 일을 시작하다가 뒤늦게 상의에 나선 적이 있었다. 정부조직이 방대하다 보니, 다른 부처의 어느 부서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던 탓이다. 반대로 필자가 활발하게 민간 및 다른 부처와 의사소통을 하고 업무성과도 많이 냈다고 생각되는 경우는 상당한 재량이 주어지는 부서의 과장으로 재직할 때였다. 즉, 상급자의 지시가 없어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스스로 민간전문가 또는 다른 부처에 연락을 취하고 협조와 자문을 구했던 것이다. 바꿔 말하면, 위로부터 권한 위임이 없으면 해당 공무원은 상급자의 지시만 기다린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는 공무원이 수직적 명령에는 익숙해지고 칸막이를 넘어서는 수평적 의사소통에는 서툴 수밖에 없다. 칸막이 의식은 분업 때문에 불가피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조직구성 원칙상 업무는 기관별·부서별로 분장하게 되어 있고, 담당자는 자신의 업무 위주로 생각하게 되어 있다. 특히, 성과평가에 따라 성과급 등으로 보상하는 기관에서는 개인들은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라도 정부 전체보다는 자신의 업무에 집착하게 된다. 물론 공무원 개인의식 차원에서 칸막이 해소의 방향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우선, 정부 전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무원교육원 교수 시절, 행정고시 합격자에게 과제를 줄 때 행정부 전체 부서의 업무를 찾아보고 유사·중복되는 일을 하는 부서가 있는지 조사토록 한 적이 있다. 비밀문서를 제외하곤 각 부처 내부에 보관된 각종 데이터와 자료들을 다른 부처 공무원도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조치도 부처 간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권한의 적절한 위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주제이다. 조직의 중간 허리층이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수평적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차원에서도 기관장은 권한의 실질적인 위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 과장 이상 관리직에게는 성과평가를 계약서대로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말고 정부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췄는지, 정부 차원의 업무에 협조적인지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보완돼야 한다. 부서·부처 간 협조능력을 고위공무원의 핵심역량으로 체화시키기 위해 실효성 있는 교육도 집중 실시해야 한다. 부처 간 칸막이 또는 할거주의는 선진국에서도 겪는 대규모 조직의 공통된 속성이다. 그러나 개인주의보다는 공동체주의 정신이 강한 한국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서울신문의 꾸준한 관심과 깊이 있는 보도를 기대한다.
  • 美하원 정보위장 “北 국지전 감행할 것”

    마이크 로저스(공화) 미국 하원 정보위원장은 8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소규모 군사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저스 위원장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가 끝나기 전에 국지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김정은이 군으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작은 충돌을 물색 중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군사 공격이 2010년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 등 이전과 유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걱정되는 것은 모든 사람이 삼엄한 경계 상태에 있을 때 사소한 일이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아무도 멈출 수 없는 상황이 촉발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부장관은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 “한국에 대한 방어 의지는 확고하고 우리의 핵 능력은 동맹의 보호를 위해 활용된다”면서 “미국의 핵우산이 제공하는 방어를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맞서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제가 강화될 것”이라면서 “미국은 한반도는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 유지에 주력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파키스탄 ‘핵 개발의 아버지’로 1990년대 북한에 핵기술을 전수했던 압둘 카디르 칸 박사는 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칸 박사는 “그들(김정은 정권)은 그다지 멍청하지 않다”며 핵전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북한은 아주 작은 나라로, 미국이 단 한발의 (핵)폭탄만 떨어뜨려도 세계 지도 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북한도, 미국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미국은 모두 단순한 선전용, 관심 끌기용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대학생 ‘탈북자 애니메이션’ 세계무대 도전장

    대학생 ‘탈북자 애니메이션’ 세계무대 도전장

    대학생들이 탈북자를 소재로 만화영화를 만들어 세계 최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건국대 예술디자인대 영상학부 성준수(28), 손노걸(28), 김재연(23·여), 윤해진(22·여), 박나영(21·여)씨가 만든 애니메이션 ‘해금니’(그림)가 오는 6월 열리는 ‘2013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학생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안시페스티벌은 ‘애니메이션계의 칸’이란 별칭을 가진 권위 있는 행사로 전 세계 50여편만 학생 경쟁부문 초청장을 받았다. 흙과 유기물이 썩어 생기는 냄새나는 찌꺼기를 뜻하는 ‘해금니’는 영화제 출품 목적이 아니라 지난해 1학기 영상제작 수업 과제로 만든 작품이었다. 탈북자인 김영순(77) 북한민주화위원회 부위원장의 삶을 조명했다. 북한 내 개인의 처절한 일상을 애니메이션을 이용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예술 영화판 많이 커졌다고? 착각이에요

    예술 영화판 많이 커졌다고? 착각이에요

    소리 없이 강한 예술영화들이 화제다. 지난해 12월 19일 개봉한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는 4개월째 장기 상영하고 있다. 누적 관객은 7만 4488명(21일 현재). 누적 매출액 5억 7000여만원 중 수입·배급사의 몫은 3억원이 조금 넘는다. ‘아무르’의 로열티(수입가격)와 개봉에 든 마케팅·홍보(P&A) 비용을 합쳐 봤자 1억원 남짓. 수익률은 300%에 이른다. 심지어 ‘아무르’를 장기 상영하고 있는 씨네큐브는 수입·배급사 티캐스트와 같은 모기업을 두고 있다. 끈질김으로 치면 ‘서칭 포 슈가맨’이 한 수 위다. 올 미국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서칭 포 슈가맨’은 지난해 10월 11일 개봉했다.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1~2개 관에서 볼 수 있다. 누적 관객은 2만 7574명. 극장에 티켓 수익의 40%를 주고도 수입·배급사에 떨어지는 돈은 1억 1581만원. 로열티 1만 2000달러를 포함, 개봉에 든 비용은 5000만원가량이다. 수익률은 230%를 웃돈다. 두 작품은 예외적으로 잘된 경우다.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수입·배급사 관계자는 “예술영화 수입을 돈벌이로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상업영화로 번 돈을 조금씩 까먹는다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술영화의 수입가격은 대개 1만~5만 달러(1116만~5580만원) 수준이다. CJ CGV 무비꼴라쥬, 씨네큐브, KU시네마테크, 스폰지하우스 등 예술영화 전용관을 중심으로 30~50개 스크린에 영화를 걸 경우 수입가격이 5만 달러를 넘기면 손익분기점을 넘기 힘들다. 지난해 35만여명의 관객을 동원, 수입 예술영화 중 최대 흥행작이 된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수입가격이 10만 달러쯤 되면 와이드 릴리스(100개관 이상 개봉)를 해야 승산이 있다. ‘아무르’가 지난해 이후 30개 미만 스크린에서 상영한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 된 것은 행운도 겹쳤다. 수입사 티캐스트는 거장 하네케 감독의 작품임에도 2011년 프랑스 칸 필름마켓에서 비교적 헐하게 구입했다. 하네케는 2001년 ‘피아니스트’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남녀주연상을, 2005년에는 ‘히든’으로 감독상을, 2009년에는 ‘하얀리본’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2012년에 또다시 영광을 안을 줄은 누구도 몰랐기 때문에 수상에 따른 옵션계약을 하지 않았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등 주요 부문을 받으면 추가로 돈을 내는 계약을 맺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80대 노부부의 삶과 사랑, 죽음을 다룬 ‘아무르’는 지난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은 물론, 지난달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면서 거듭 주목받았다. 국내 극장가의 주 관객층으로 떠오른 40~50대에 짙은 울림을 남긴 건 하네케 감독의 연출력과 주연배우 장 루이 트린티냥, 에마뉘엘 리바의 호연이겠지만, 따로 돈을 쓰지 않고도 언론의 주목을 받는 건 분명 운이 따른 셈이다. 최근 수년 새 ‘아무르’처럼 깜짝 흥행작들이 나온 영향인지 최근 해외 필름마켓에서는 한국 수입업자의 숫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물론, 거품이 상당하다. 지난해 칸 영화제 화제작 중 국내 수입가격이 15만~50만 달러에 이르는 영화까지 등장했다. 마켓에서는 감독과 주연배우, 시놉시스 정도를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경쟁이 과열된 데다 전문성이 부족한 신생 수입사까지 뛰어들다 보니 판매 측에서도 한국 업자에게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경우가 생겼다. 한 수입·배급사 관계자는 “칸을 비롯한 주요 마켓에선 전 세계에서 한국 바이어가 가장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 업자 사이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입가도 치솟았다. 불과 2~3년 전 30개 이내의 스크린에서 걸 영화들은 1만~2만 달러면 충분했다. 하지만 요즘 쓸 만한 영화들은 3만~4만 달러는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IPTV 부가 판권 시장이 커지면서 깜이 안 되는 영화들을 무분별하게 수입하거나 가격이 부풀려지는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국내 예술영화 관객층은 어느 정도일까. 2008년 140편(수입·한국영화 포함)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 365편까지 늘어났다. 국내 영화시장에서 예술영화(영화진흥위원회 기준) 관객층은 안정적으로 형성된 걸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착시에 가깝다. 특정 영화 몇 편의 흥행에 따라 여전히 들쑥날쑥하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다양성영화’(예술·독립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통칭하며 제작·배급·상영에서 상업영화보다 규모가 작고 예술·작품성이 높은 영화)로 분류한 수입 작품들의 연간 관객 추이를 참고할 만하다. 2008년 138만명에서 2009년 401만명으로 확 늘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110만명)와 ‘블랙’(86만명) 등 두 편의 흥행작이 터진 덕이다. 이후 50만명을 넘긴 수입 예술영화는 없었다. 2010년에는 381만명, 2011년 237만명, 지난해 228만명(172만명 든 ‘언터처블: 1%의 우정’은 상업영화로 분류된다) 등으로 줄어들었다. 또 다른 수입·배급사 관계자는 “1000만 영화들이 쏟아져 나온 이면에 다수 한국영화는 상영도 못 해보고 간판을 내리는 것처럼 예술영화 시장에도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극장을 보유하지 못한 수입·배급사에서 들여온 예술영화는 입소문 날 틈도 없이 사라지는 게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77세에 영화감독 데뷔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김문이 만난사람] 77세에 영화감독 데뷔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흔히 인생을 비유할 때 ‘떠오르는 태양, 지는 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렇다면 지는 해는 그냥 말년? 과연그럴까. 여명의 구름 사이로 솟아나는 태양이 역동적이라면,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저녁노을의 황혼빛은 아침의 태양보다 더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오래 남는다. 비록 지는 해일지라도 저마다 ‘인생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황혼 무렵이기에 더욱 그렇다. 괴테는 82살에 불후의 명작 ‘파우스트’를 완성했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면 유치해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 어린이가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88살까지 산 베르디 또한 말년에 유일한 희극 오페라 ‘팔스타프’를 통해 ‘인생은 농담이야’라며 노()대가의 관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조선시대의 의성(醫聖) 허준 역시 말년인 72살에 불멸의 ‘동의보감’을 완성했다. 올해 1월 101살로 타계한 일본의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는 98살에 ‘약해지지 마’라는 시집으로 세계 최고령 등단의 기록을 세웠고 100살 되던 해에도 ‘100세’라는 시집을 내 많은 화제와 감동을 선사했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은 최근 영화 ‘주리’(JURY)를 만들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1937년생이니까 만(滿)으로 76살, 우리 나이로 치면 일흔일곱 희수(喜壽)에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셈이기에 그렇다. ‘주리’는 지난달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상영된데 이어 제11회 피렌체 한국영화제(3월15~24일), 제5회 오키나와 국제영화제(3월 23~30일), 제15회 이탈리아 우디네 극동영화제(4월19~27일), 아르메니아 예레반 국제영화제(7월), 몬트리올 국제영화제(8월) 등에 초청될 만큼 국내외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주리’는 영화제 심사위원들의 뒷얘기를 신선하게 다루고 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국민배우 안성기는 매사에 갈팡질팡하는 캐릭터로 등장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심사과정 내내 트러블을 만들어내는 강수연, 독립영화감독 정인기, 그리고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스, 영화에 대해 순수한 열정을 가진 일본인 도미야마 등 5명이 등장한다. 김 명예위원장은 그동안 70여개의 국내외 영화제에 참석했으며 심사위원 27회, 심사위원장 17회 등을 맡은 경력을 바탕으로 이번에 첫 작품인 ‘주리’를 만들어낸 것. 단편영화로는 최초로 서울 부산 등 전국의 극장에서 지난 7일부터 단독 개봉되고 있는 것 또한 화제다. 그는 7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문화부 차관까지 올라 ‘인생 1막’을 마친 뒤 15년동안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끌어올려 2010년 화려하게 ‘인생 2막’을 마무리했다. 이제 영화감독으로 ‘인생 3막’을 새로 시작했으니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어떻게 재미있는 인생을 꾸려나갈지 궁금해진다. 그는 또 지난해 3월부터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원장을 맡아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대학에서 막 오는 중이라며 자리에 앉는다. 강의도 있지만 처리해야 하는 학사행정이 많아 매일 대학에 나간다고 했다. 바쁜 와중에도 여전히 각종 영화행사에 참석한다. 지난해 8월 몬트리올 국제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고 또 할리우드에서 열린 이병헌·안성기 핸드프린팅 행사에도 동참했다. 특히 올해는 영화감독 자격으로 불러주는 곳이 많다. 지난달 베를린영화제에서의 반응이 어떠했느냐는 질문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러 왔다. 심사위원들을 소재로 한 영화여서 그런지 다들 재미있어 하고 인기가 좋았다”면서 “이 영화는 (시간이)짧지만 출연진들은 블록버스터급 아니냐”며 웃는다. “제가 처음 영화를 만든다고 하니까 다들 흔쾌히 수락해주더군요. 충무로 대표급 5명의 출연진 외에도 스태프들이 더 화려합니다. 조감독을 한번도 해보지 않고 감독으로 데뷔한 ‘여고괴담2’ ‘가족의 탄생’의 김태용 감독이 이번에 조감독을 맡았고 ‘실미도’ ‘공공의 적’의 강우석 감독은 ‘편집에는 내가 최고이니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을 꼭 넣어달라’며 편집을 자처하고 나섰지요. 또 외국인 출연자 중 도미야마는 자비로 비행기를 타고 와서 동참했습니다. 각본 작업에는 ‘두만강’의 장률 감독, ‘은하해방전선’의 윤성호 감독 등이 함께했지요. 그러다 보니 열정이 한데 뭉쳐 저한테 헌정하는 식으로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웃음).” 이 밖에 임권택 감독, 이란의 세계적인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 여배우 김꽃비,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 등이 카메오로 등장, 재미를 더했다. 영화 촬영은 주로 밤에 이루어진다는 충무로의 관행에서 탈피해 아침 7시부터 시작해 저녁에 끝나는 방식으로 3일간 진행됐다. 이 기간동안 점심과 저녁 때에는 임권택·강우석 감독 등이 찾아와 서로 번갈아가며 식사를 사는 등 축제 분위기를 연출, 훈훈한 뒷얘기를 남겼다. ‘주리’의 제작비는 약 2400만원. 어떻게 해서 영화를 만들게 됐을까. 이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그만둘 무렵 앞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고 그때마다 영화라도 한두 편 만들고 싶다고 대답을 하곤 했다”면서 “그러던 참에 지난해 아시아나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영화를 한 편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와서 평소 생각하던 영화제 심사과정을 소재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영화를 관람석에 앉아 감상했지만 막상 직접 연출해보니 힘든 작업이라는 것을 체험했고 동시에 해볼 만한 작업이라는 의욕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영화감독은 인생의 3모작인 셈입니다. 결과에 대해 예단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행복하게, 보람 있게 마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실 우리 나이쯤 되면 갑자기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은 또 다른 성취감을 맛보는 즐거움과 행복이 아닐까 싶어요.”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막 내리던 날 그는 떠날 것을 선언했다. 그러자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프랑스 여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퇴임식 행사장에 직접 찾아와 김 위원장과 함께 막춤을 추며 석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또 타이완의 여배우 양귀매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타나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를 열창하면서 함께 춤을 췄다. 김 위원장은 이를 두고 “열정적으로 일을 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를 반석위에 올려놨고 평생 기억에 남을 일들이 많았다”고 회고한다. 그는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스타일로 다방면의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술을 마다하지 않아 한때는 소주 15병씩 마실 정도로 두주불사였다. 영화진흥공사 사장 시절 남양주 주민 100명과 흐트러지지 않고 소주 100잔을 마신 일화는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70살이 되던 2006년 1월 1일부터 딱 끊었다. 요즘 술자리에선 ‘물폭탄’만 마신다며 웃는다. 그는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났다. 3살때 서울로 이사와 재동초등학교를 다녔다. 경기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한시와 고전문학, 서예에 심취했다. 특히 서예는 1963년 국전에 입선할 정도였다. 자택(서울 광장동)에는 그가 직접 쓴 ‘淸江一曲抱村流 長夏江村事事幽’(청강일곡포촌류 장하강촌사사유·맑은 강 한 굽이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데 기나긴 여름 강촌은 만사가 한가롭네)라는 두보의 한시가 걸려 있다. 하지만 서예는 사무관이 되면서 너무 바빠 그만두었다. 그는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으나 가정형편으로 직장을 빨리 구하기 위해 고시를 일찍 포기했다. 1961년 군 제대후 문화공보부 7급 주사보 채용시험에 합격,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2년 뒤에는 사무관 공개경쟁 시험에 합격했다. 이때부터 초고속 승진을 하면서 8년 동안 ‘최장수 기획관리실장’ 기록을 세우며 다섯 명의 장관을 모셨고 문화체육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그가 영화와 인연을 맺은 것은 영화진흥공사 사장에 취임하면서였다. 대학 다닐 때까지만 해도 영화를 거의 접하지 못했지만 공사 사장 시절에는 1년에 영화 100여편을 볼 만큼 열정적이었으며 4년 뒤 예술의전당 초대 사장,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주리’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구상하고 있을까. “올해 안에 영화제 심사위원과 관련된 단편을 하나 더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영화제와 자원봉사라는 소재를 가지고 그들의 갈등과 사랑을 그려보려고 합니다. 만약 이 영화를 올해 부산영화제 때 뽑아준다면 곧 완성되는 제 자신의 영화인생을 다룬 다큐멘터리와 함께 두 편을 붙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다큐멘터리는 앞서 언급한 이란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현재 제작 중이며 거의 완성단계(가제 On going)에 이르렀다. 마흐말바프 감독과는 부산국제영화제로 처음 인연이 됐으며, 3년 전 프랑스 퐁피두센터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을 때 마흐말바프 감독이 김 명예위원장에게 ‘당신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찍어도 되느냐’고 제안하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됐다. 마흐말바프 감독은 여러 차례 한국에 와서 촬영을 마쳤다. 김 명예위원장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내년에는 역사에 남는 멋진 장편영화를 만들겠다”고 다부진 의욕를 밝힌다. 슬하에 1남 2녀를 두었고 큰딸이 단국대 음악과 교수로 같은 캠퍼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선임 기자 km@seoul.co.kr ■김동호 위원장은 1937년 강원 홍천에서 태어났다. 경기중·고교를 나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61년 문화공보부 7급공무원으로 시작해 문화국장, 공보국장, 국제교류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쳤다. 1988년 영화진흥공사 사장, 1992년 예술의전당 초대 사장 등을 지내다 1992년 문화부 차관에 임명됐다. 1년 뒤인 1993년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1996년부터 15년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냈다. 현재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원장,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나국제영화제 요청으로 단편 영화 ‘주리’를 제작,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1997년 로테르담영화제 등 17개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으로 활약했다. 주요 수상으로는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2000년), 대한민국 영화대상 공로상(2005년),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2006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2007년), 대한민국 국회대상 올해의 공로상(2011년), 아시안필름 어워드 공로상(2011년) 등이 있다.
  •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 논란… 美 개입하나

    시리아 내전 발생 2년 만에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시리아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발표한 성명에서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레드라인’(넘어서는 안 되는 선)으로 규정, 내전 개입 의지를 밝힌 바 있어 사태의 파장에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이크 로저스 미국 하원 정보위원장은 20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고 믿을 만한 높은 개연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로저스 위원장은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최종 확인이 필요하다”면서도 “시리아 정권이 점점 절망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며, 백악관이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해 미군의 내전 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로저스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시리아 정부와 반군이 저마다 상대방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공방을 벌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상당한 주목을 끈다. 파이잘 메크다드 시리아 외교차관은 전날 관영 사나 통신을 통해 “시리아 북부 알레포 외곽의 칸 알 아살 지역에 떨어진 화학물질이 든 로켓 공격으로 최소 25명이 사망하고 110여명이 부상당했다”면서 사건의 배후로 반군을 지목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반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면서 정부군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발표 직후 자말 알와르드 시리아연합 대표는 해당 보도를 부인하고 “반군은 어떠한 화학무기나 생산시설도 없다”고 밝혔다. 반정부 성향의 ‘알레포 미디어 센터’도 “정부군이 지대지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일부 민간인들이 질식 증세를 보였다”면서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데니스 맥도너 미 백악관 비서실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화학무기 사용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면서 “이는 (내전)판도를 바꾸는 행동이며, 우리는 그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CNN 기고자로 활동 중인 프렌 타운센드 전 국토안보 보좌관도 “미국과 동맹국이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먼저 지상군을 파견해 (화학무기 공장이 있는) 장소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보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지만 (반군이나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실제 사용했다는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일부 회원국들이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해 직접 군사 행동에 나서는 ‘비상계획’에 착수했다고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나토군 유럽 최고사령관이 밝혔다. 스타브리디스 사령관은 이날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시리아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면서 악랄한 전쟁이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비행금지 구역 설정이나 반군에 대한 군사 원조 같은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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