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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 “1인치 장벽 허물어져… 할리우드 진출? 다 계획이 있다”

    봉준호 “1인치 장벽 허물어져… 할리우드 진출? 다 계획이 있다”

    “칸에서 시작된 긴 여정 행복하게 마무리” 서울 도심·런던 배경 차기작 2편 준비 중 송강호 “20년 봉준호 리얼리즘의 완성작” 이선균 “오스카 선 넘어” 조여정 “최고 생일”“제가 1인치 장벽 얘기를 했지만, 때늦은 소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유튜브 스트리밍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이미 모두가 연결돼 있습니다. 이제는 외국어 영화가 이런 상을 받는 게 ‘사건’으로 취급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극장 인터뷰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날 거둔 쾌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어 LA 시내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 호텔에서 열린 한국 취재진 대상 간담회에서는 “당황스럽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며 “칸영화제에서 시작된 긴 여정이 행복하게 마무리된다고 생각한다”며 오스카 4관왕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봉 감독은 빈부격차, 계급갈등 등 한국의 사회상을 다룬 영화 ‘기생충이’ 보편성을 획득한 이유에 대해 “전작인 ‘옥자’는 한국과 미국 프로덕션이 합쳐진 것이었지만, ‘기생충’은 가장 한국적인 것들로 가득 차서 오히려 가장 넓게 전 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었던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아카데미는 로컬 영화상”이라는 이전 발언에 대한 질문에는 “국제극영화상을 받을 때 수상 소감을 통해 간접적으로 밝혔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목이 바뀐 상을 처음 받아 영광이고, 오스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지지하고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기에 ‘기생충’도 이 시상식에 공헌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진출 계획을 묻자 ‘기생충’ 속 명대사 “계획이 있다”를 인용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일은 해야 하고 20년 동안 계속 일해 왔다”며 “오스카와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기 전에 계속 준비하던 게 있고, 그걸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봉 감독은 차기작으로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공포 상황에 대한 한국어 영화와 2016년 런던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어 영화 두 편을 준비 중이다. ‘봉준호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배우 송강호는 이날 간담회에서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20년 봉준호 리얼리즘의 완성 지점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봉 감독의 영화에 다시 출연하는데 “다섯 번째는 확신을 못 하겠다. (기택 역을 하면서) 너무 힘들었다”며 “다음에는 박 사장 역(이선균 분)이라면 생각해 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선균은 “저희가 넘지 못할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끝나고 보니 오스카가 선을 넘은 것 같다”고 기쁨을 전했다. 시상식 당일 생일을 맞은 조여정이 “배우로서 최고의 생일이었다. 몰래카메라 같이 믿어지지 않았다”며 환하게 웃자 송강호는 “저는 내일이 음력 생일”이라고 거들었다. 봉 감독과 함께 작품상을 수상한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1개 트로피만 받아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4개 부문을 받아서 한국 분위기가 어떨지 상상을 못 하겠다”면서 “투표해서 작품상을 받는다는 것은 전 세계 영화에 어떤 변화, 영향을 미치는 시작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봉준호 “1인치 장벽 허물어져…할리우드 진출? 다 계획이 있다”

    봉준호 “1인치 장벽 허물어져…할리우드 진출? 다 계획이 있다”

    “제가 1인치 장벽 얘기를 했지만, 때늦은 소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유튜브 스트리밍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이미 모두가 연결돼 있습니다. 이제는 외국어 영화가 이런 상을 받는 게 ‘사건’으로 취급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극장 인터뷰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날 거둔 쾌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어 LA 시내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 호텔에서 열린 한국 취재진 대상 간담회에서는 “당황스럽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며 “칸영화제에서 시작된 긴 여정이 행복하게 마무리된다고 생각한다”며 오스카 4관왕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봉 감독은 빈부격차, 계급갈등 등 한국의 사회상을 다룬 영화 ‘기생충이’ 보편성을 획득한 이유에 대해 “전작인 ‘옥자’는 한국과 미국 프로덕션이 합쳐진 것이었지만, ‘기생충’은 가장 한국적인 것들로 가득 차서 오히려 가장 넓게 전 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아카데미는 로컬 영화상”이라는 이전 발언에 대한 질문에는 “국제극영화상을 받을 때 수상 소감을 통해 간접적으로 밝혔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목이 바뀐 상을 처음 받아 영광이고, 오스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지지하고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기에 ‘기생충’도 이 시상식에 공헌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진출 계획을 묻자 ‘기생충’ 속 명대사 “계획이 있다”를 인용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일은 해야 하고 20년 동안 계속 일해 왔다”며 “오스카와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기 전에 계속 준비하던 게 있고, 그걸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봉 감독은 차기작으로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공포 상황에 대한 한국어 영화와 2016년 런던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어 영화 두 편을 준비 중이다. ‘봉준호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배우 송강호는 이날 간담회에서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20년 봉준호 리얼리즘의 완성 지점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봉 감독의 영화에 다시 출연하는데 “다섯 번째는 확신을 못 하겠다. (기택 역을 하면서) 너무 힘들었다”며 “다음에는 박 사장 역(이선균 분)이라면 생각해 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선균은 “저희가 넘지 못할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끝나고 보니 오스카가 선을 넘은 것 같다”고 기쁨을 전했다. 시상식 당일 생일을 맞은 조여정이 “배우로서 최고의 생일이었다. 몰래카메라 같이 믿어지지 않았다”며 환하게 웃자 송강호는 “저는 내일이 음력 생일”이라고 거들었다. 봉 감독과 함께 작품상을 수상한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1개 트로피만 받아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4개 부문을 받아서 한국 분위기가 어떨지 상상을 못 하겠다”면서 “투표해서 (우리가) 작품상을 받는다는 것은 전 세계 영화에 어떤 변화, 영향을 미치는 시작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오스카는 로컬”“밤새 술 마실 것”… 언어의 벽 넘은 ‘봉의 입’

    “오스카는 로컬”“밤새 술 마실 것”… 언어의 벽 넘은 ‘봉의 입’

    가는 곳마다 입담 화제 흥행돌풍에 한몫 영어와 한국어 섞어 즉각 웃음 이끌어내 영화와 자신이 하고 싶은 말 전달에 탁월지난해 5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봉준호 감독은 가는 곳마다 입담으로 숱한 화제를 뿌렸다. 이는 개인적 매력을 배가시키는 한편, ‘기생충’의 흥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가장 화제가 된 발언은 “오스카(아카데미)는 국제영화제가 아니지 않나. 매우 ‘로컬’(지역적)이니까”였다. 지난 10월 미국 매체 ‘벌처’와의 인터뷰 때 한국 영화가 오스카에 노미네이트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한 답변이다. 지난달 5일(현지시간)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 당시 시상식에서 “자막, 그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은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말로 박수를 받았다. 비영어권 영화에 배타적인 미국 할리우드 시장을 저격한 말이었다. 지난 1일 미국작가조합 시상식에서 한진원 작가와 함께 각본상을 수상한 봉 감독은 “어떤 사람들은 장벽들을 더 높게 만들지만, 우리(작가)들은 이 장벽들을 부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현지 언론은 미국과 멕시코 사이 장벽을 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카데미에서도 봉준호표 발언은 이어졌다. 국제극영화상 수상 때는 “이름이 바뀐 첫 번째 상을 타게 돼서 더더욱 의미가 있다”며 “오스카가 추구하는 방향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올해부터 외국어영화상(Foreign Language Film)이 국제극영화상(International Feature Film)으로 바뀐 데 대한 언급이다. 봉 감독은 우스개에 가까운 간단한 표현은 영어로 말하면서 즉각적인 웃음을 이끌어 내는 데도 탁월하다. 아카데미 국제극영화상·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내일 아침까지 술 마실 거다”(I´m ready to drink tonight until next morning)라고 끝맺어 웃음을 자아내는 식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봉 감독은 콩글리시를 섞어서 자기 영화와 자신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능력이 있다”며 “아카데미가 ‘로컬 영화제’ 라는 말도, 자막을 ‘1인치 벽’으로 표현한 것도 수사학적으로 인용되기 좋은 말로 봉 감독이 언론 매체 속성을 잘 알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문 대통령, 봉준호 감독에 축전 “국민에 자부심과 용기 줘”

    문 대통령, 봉준호 감독에 축전 “국민에 자부심과 용기 줘”

    문재인 대통령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권위인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것에 대해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있는 국민들께 자부심과 용기를 줘 특별히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봉 감독 측에 축하의 뜻을 담은 축전을 보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축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국민의 근심이 깊은 가운데 이룬 쾌거라 더욱 의미 깊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도 축전 내용을 공개했다.축전에서 특히 “우리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을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 봉 감독님과 배우, 스태프 여러분이 자랑스럽다”며 “봉 감독님, 배우와 스태프 여러분의 ‘다음 계획’이 벌써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는 영화 중 나오는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라는 대사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문 대통령은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은 ‘아카데미 4관왕’은 지난 100년 우리 영화를 만들어온 모든 분의 노력이 축적된 결과”라며 “한국 영화가 세계영화와 어깨를 견주며 새로운 한국 영화 100년을 시작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강조했다. 또 “‘기생충’은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개성 있고 디테일한 연출과 촌철살인의 대사·각본·편집·음악·미술을 비롯해 배우들의 연기까지 그 역량을 세계에 증명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서 “‘기생충’은 유쾌하면서 슬프고, 사회적 메시지의 면에서도 새롭고 훌륭하며 성공적”이라며 “영화 한 편이 주는 감동과 힘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영화인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펴고 걱정 없이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정부도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같은 언급은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봉 감독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작품 활동에 제약을 받았던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문 대통령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박수 치면서 회의 시작하자”

    문 대통령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박수 치면서 회의 시작하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주요 부문인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의 영예를 거머쥐자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이를 축하했다. 문 대통령은 10일(한국시간)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봉준호 감독, ‘기생충’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관왕을 했다”면서 “박수 한번 치면서 시작할까요”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제안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등 회의 참석자들은 일제히 박수로 화답한 뒤 회의는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우리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을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 봉 감독님과 배우, 스태프 여러분이 자랑스럽다”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은 ‘아카데미 4관왕’은 지난 100년 우리 영화를 만들어온 모든 분의 노력이 축적된 결과”라며 “한국 영화가 세계영화와 어깨를 견주며 새로운 한국 영화 100년을 시작하게 돼 매우 기쁘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기생충’은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개성 있고 디테일한 연출과 촌철살인의 대사·각본·편집·음악·미술을 비롯해 배우들의 연기까지 그 역량을 세계에 증명했다”고 평가했다.이어 “‘기생충’은 유쾌하면서 슬프고, 사회적 메시지의 면에서도 새롭고 훌륭하며 성공적”이라며 “영화 한 편이 주는 감동과 힘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영화인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펴고 걱정 없이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정부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박근혜 정부 당시 봉준호 감독이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등 활동에 제약을 받아왔다는 점을 떠올리게 한다. 문 대통령은 또 “봉 감독님, 배우와 스태프 여러분의 ‘다음 계획’이 벌써 궁금하다”며 “다시 한번 수상을 축하하며, 국민과 함께 항상 응원하겠다”고 밝혔다.문 대통령이 ‘다음 계획’이라는 언급을 한 것은 영화 기생충에 나온 유명 대사인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라는 대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에 ‘기생충’을 관람한 문 대통령은 같은 해 5월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이 영화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에 직접 SNS를 통해 축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봉 감독님의 영화는 우리 일상에서 출발해 그 일상의 역동성과 소중함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지난달 열린 2020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에서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것을 두고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한국 영화 100년의 저력을 보여주는 쾌거”라고 극찬한 바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고대 이집트 ‘죽음의 보드게임’ 초기 버전 발견… “3300년 전 제작”

    고대 이집트 ‘죽음의 보드게임’ 초기 버전 발견… “3300년 전 제작”

    윷놀이와 다소 비슷한 약 5000년 전 고대 이집트 전통 보드게임 세네트(Senet)가 약 3300년 전부터 죽은자와 소통하는 도구로 쓰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학의 고고학자 월터 크리스트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이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새너제이의 로시크루시안 이집트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세네트 보드게임(판놀이)이 일반적인 놀이에서 사후세계의 죽은 자와 소통하는 도구로 변한 초기 버전임을 알아냈다고 밝혔다.세네트는 세계 최초의 보드게임은 아니지만, 약 5000년 전 처음 등장해 약 2500년 전 인기가 식을 때까지 고대 이집트 사회의 모든 계층에서 행해진 보드게임이었다. 고대 문헌에 따르면, 세네트는 두 경기자가 하는 게임일 가능성이 크다. 각 경기자는 총 30개의 정사각형 칸이 10개씩 3줄로 된 목판 위에서 윷처럼 생긴 나무막대 4개를 던져 나온 수 만큼 말을 이동해 모든 말이 목적지에 먼저 도착하면 승리하는 것이다. 이때 자신이 갈 칸에 상대방 말이 있으면 위치가 서로 뒤바뀐다. 특히 26번째부터 29번째 칸에서는 오늘날 보드게임에서 흔히 나오는 순서 뺏김이나 감옥행 등의 패널티가 주어졌던 것으로 보인다.이 게임이 5000년 전쯤 고고학 기록에 처음 나왔을 때 오락의 한 형태가 이님을 시사하는 기록은 없었지만, 약 700년 뒤인 4300년 전부터 고대 이집트 무덤의 벽화에서는 무덤 속 주인 즉 죽은 자들이 살아있는 친인척이나 지인을 상대로 세네트를 하는 모습이 묘사되기 시작했다. 당시 문헌은 이 게임이 죽은 자가 살아있는 사람과 소통하는 통로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야말로 죽음의 보드게임(board game of death)이라는 것이다.그다음 1000년에 걸쳐 문헌에서 이 게임은 점차 사후세계인 ‘두아트’(Duat)를 상징하는 쪽으로 변했다. 두아트는 죽은 자의 영혼이 갈대밭이라는 의미의 천국 ‘아아루’(Aaru)로 갈 수 있는지를 시험받는 곳이다. 그런데 연구진이 미국 박물관에 소장 중인 이른바 ‘로시크루시안의 세네트’를 분석한 결과, 약 3300년 전 게임판 자체가 변화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초기 세네트의 28번째 정사각형에는 세로로 세 개의 직선이 있지만, 나중에 만들어진 몇몇 게임판에는 영혼을 상징하는 세 마리의 새가 상형문자로 표현됐다. 이 게임판의 이런 상형문자는 그로부터 800년 뒤인 약 2500년 전까지 인기가 식을 때까지 지속됐다.이에 대해 크리스트 박사는 로시크루시안의 세네트가 이 게임이 죽은자와 소통하는 용도로 쓰이기 시작한 초기 단계 모습을 반영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 목판에는 영혼을 의미하는 상형문자가 없지만, 27번째 정사각형은 X 표시의 그림이 물을 의미하는 상형문자로 대체돼 있다. 이는 두아트를 가로지르는 호수나 강에서 마주친다고 여겨지는 영혼들을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연구진은 생각한다. 크리스트 박사는 논문에 “사후세계를 통과하는 여정에 관한 이런 모습이 게임판에 시각적으로 그려진 사례는 처음일 수 있다”고 말했다.19세기 고대 유물 시장에서 거래됐을 가능성이 높은 로시크루시안의 세네트가 정확히 어느 시기에 만들어졌는지 불분명하지만, 그 디자인은 기존과 달리 ‘도착’ 지점이 있는 하단이 ‘시작’ 지점으로 뒤바뀐 특이한 역방향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크리스트 박사는 이런 방식은 4000년에서 3700년 전 사이 이집트 중왕국 시대 특유의 양식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특이한 배치와 완전히 종교적이지 않으며 완전히 세속적이지 않은 26~29번째 칸을 고려하면 이 게임판은 약 3500년 전 만들어졌다고 연구진은 추정한다.연구에 참여한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의 고고학자 젤머 어켄스 박사는 “게임이 세속적인 것에서 종교적인 것으로 변하는 것은 일반적인 게임의 발전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면서 “로시크루시안의 세네트 역시 게임 진화의 중간 단계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자세한 연구 결과는 ‘이집트 고고학 저널’(Journal of Egyptian Archae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아카데미 시상식 2020’ 생중계 “‘기생충’ 수상, 높아지는 기대”

    ‘아카데미 시상식 2020’ 생중계 “‘기생충’ 수상, 높아지는 기대”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외국어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최고상 ‘작품상’을 품에 안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TV 조선이 10일 오전 10시(한국시각)부터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돌비 극장(Dolby Theatre)에서 개최되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2020’을 독점 생중계한다. 이날 시상식을 앞두고 ‘기생충’ 팀이 레드카펫을 밟았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그리고 제작사 바른손 이앤에이의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등이 레드카펫 위에서 외신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기생충은 작품, 각본, 편집, 미술, 국제영화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중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수상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국제영화상을 두고 겨룰 상대는 ‘페인 앤 글로리’(스페인), ‘레미제라블’(프랑스), ‘허니랜드’(북마케도니아), ‘코퍼스 크리스티’(폴란드)이며, 기생충은 이미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미국 연예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6일 기사를 통해 ‘기생충’의 국제영화상 수상 가능성을 92.9%로 1위로 꼽았다. 앞서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기생충’은 아카데미상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제77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과 제73회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모두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작품상 후보에는 ‘기생충’을 비롯해 ‘포드V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결혼 이야기’가 이름을 올렸다.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을 놓고 마틴 스코세이지(‘아이리시맨’), 토드 필립스(‘조커’), 샘 멘더스(‘1917’), 쿠엔틴 타란티노(‘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경쟁하게 됐다. 한국에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TV조선에서 단독 생중계 된다. 진행은 동시통역사 겸 방송인 안현모와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맡았다. 이동진은 “아카데미 시상식 진행을 십 년 동안 해왔다. 하지만 이번처럼 기대가 된 적은 처음이다. 특히 천만 명이 넘게 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흥행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이번 아카데미상에 한국영화 최초로 6개 부문에 후보에 올랐다는 것은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보는 재미가 완전히 다를 것이다. 최고의 영화 ‘기생충’의 수상을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번 시상식 중계에 참여하게 되어 즐겁고 영광이다”고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신드롬 메이커 ‘기생충’ 오스카 문법 따른 ‘1917’

    신드롬 메이커 ‘기생충’ 오스카 문법 따른 ‘1917’

    오스카는 한국 영화에 굳게 닫혔던 문을 활짝 열어 줄까, 아쉬움의 벽을 남길까. ●기생충 6개부문 후보… 외국어영화상 유력 9일(현지시간·한국시간 10일 오전 10시)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수상할지 여부에 한국은 물론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 ‘기생충’은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각본·편집·미술·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까지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 영화는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출품을 시작으로 꾸준히 아카데미상에 도전했지만 본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는 ‘기생충’과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이상준 감독) 두 작품이 유력한 후보로 올라 한국 영화 101년 역사에 큰 획을 그을지 기대가 크다. 이미 ‘기생충’은 지난해 유럽 최고 권위의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세계 영화계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지난달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모두 한국 영화 최초 수상이다. ‘기생충’은 그간 한국 영화에는 문을 열지 않았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한국 영화 첫 수상’ 역사를 남길 전망이다.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6개 부문 중 최소한 국제극영화상은 ‘기생충’이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부문에서는 ‘문신을 한 신부님’(폴란드), ‘허니랜드’(마케도니아), ‘레미제라블’(프랑스), ‘페인 앤 글로리’(스페인)가 ‘기생충’과 경쟁 중이다. ●10개부문 오른 ‘1917’ PGA·DGA 거머쥐어 주요 외신들은 다른 부문에서 ‘기생충’과 ‘1917’의 대결로 압축하고 있다. 영국 감독 샘 멘데스의 ‘1917’은 작품·감독·각본·미술·촬영·분장·음악·음향편집·음향믹싱·시각효과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터 한복판을 가로질러야 했던 두 병사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1인칭 시점으로 전쟁의 참상을 체험하게 한다. 아카데미 전초전 격인 미국제작자조합(PGA) 작품상과 감독조합(DGA) 감독상을 받으면서 단번에 아카데미 작품상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기생충’ 역시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미국배우조합(SAG) 최고상을 받았고, 작가조합(WGA) 상과 편집자협회(ACE) 상, 미술감독조합(ADG) 상을 휩쓸며 아카데미 수상 기대를 높였다. ●작품상·감독상 나눠 가질 가능성도 영국 가디언과 미국 LA타임스 등은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영화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도 지난 4일 아카데미 수상 예측 결과를 발표하면서 작품상에 ‘기생충’을 선정했다. 로튼토마토는 “봉 감독의 ‘기생충’이 수상해야 하며 수상할 것”이라면서 “‘1917’이 안전한 베팅이지만 오스카 시즌 동안 투표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기생충’에 관해 이야기했다.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 최초로 작품상을 받는 역사를 만들 것”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감독상 수상 전망은 작품상과 연동돼 유동적이다. 많은 매체들이 아카데미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한 작품에 몰아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기생충’에 작품상을 준다면 감독상은 ‘1917’의 샘 멘데스에게, 반대로 ‘1917’이 작품상을 가져가면 감독상은 봉 감독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분위기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취중생]신종코로나에 불안한 우리가 대처하는 법

    [취중생]신종코로나에 불안한 우리가 대처하는 법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치명적이지 않나요?” 지난 주 서울 중구 명동의 길거리에서 취재하다 만난 한 시민의 말입니다. 국민 2명 중 1명이 신종 코로나가 메르스보다 치명적이라 생각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4일까지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응답자의 49%가 신종 코로나가 메르스보다 치명력이 클 것이라고 답했고,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21%뿐이었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사망률을 4~5%로 추정하는데, 이는 사스(10%)나 메르스(30~40%)보다 훨씬 낮습니다. 어쩌면 우리 국민은 신종 코로나 관련 뉴스를 접할 때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77%는 ‘신종코로나 뉴스를 접할 때마다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두고 온 생업, 감염 공포, 사회적 낙인과 차별…격리자가 겪는 불안 병원에, 아산과 진천에, 자신의 집에 격리되어 있는 사람들의 불안감은 더 클 겁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와 4개의 국립정신건강의료기관,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로 구성된 신종코로나 통합심리지원단의 설명을 종합하면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격리 중인 우한 교민들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불안을 겪고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중단한 학업과 생업에 대한 걱정, 우한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 대표적입니다. 아이와 함께 입소한 이들은 격리 장소에서 아이를 돌보는 어려움도 겪습니다. 이들은 비록 신종코로나 감염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을지라도 혹시라도 양성으로 바뀌지는 않을까, 여전히 안심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바깥의 상황을 궁금해하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기도 합니다. 방 한 칸에서 홀로 지내는 14일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신종코로나로 격리된 모든 이들은 외로움과 무료함, 걱정과 싸워나가야 합니다.격리 해제도 끝은 아닙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5 메르스백서’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당시 자가격리자 가운데 17% 이상은 격리 해제 6개월이 지난 후에도 불안, 우울, 분노, 죄책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사회적 낙인과 차별의 영향도 컸습니다. 이들은 주위 사람들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피하고 차별하는 모습에 상처를 받았습니다. 격리가 해제됐음에도 “집에 있지 왜 나오냐”는 말을 듣고 학교 등 일상에서도 특별 취급을 받았습니다. 메르스 당시 완치된 확진자도 사람들이 메르스 병력을 알아볼까, 혹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기지 않을까 계속해서 두려워했습니다. 메르스 이후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메르스 백서’를 만들었지만 온라인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사례로 실린 사람들이 자신이 특정될까 불안해 공개를 꺼렸던 이유가 큽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사례자들이 불안해 해 온라인에서 백서를 전부 내렸다”면서 “다른 지자체들도 비슷할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감염병 공포…신체건강만큼 중요한 정신건강 신종코로나 유행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확진자와 그 가족, 격리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챙기는 것은 더 이상 소홀히 해선 안 됩니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 하면 오랜 기간 정신적 트라우마를 남기기 때문입니다. 신종코로나 통합심리지원단은 격리된 우한 교민을 위해 다양한 심리지원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아산과 진천에 격리된 교민 701명 모두는 한국에 도착한 첫 날 심리검사를 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검사지가 수합된 365명의 심리 분석이 완료됐습니다. 분석이 완료된 365명 가운데 1%는 ‘고위험군’, 31%는 ‘관심군’으로 분류됐습니다. 나머지 68%는 ‘안정군’에 속합니다. 스트레스, 신체증상, 우울, 불안, 자살위험 다섯 가지 척도가 전부 정상이면 ‘안정군’, 한 가지라도 정상에서 벗어나면 ‘관심군’, 세 가지 척도 이상이 위험이면 ‘고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통합심리지원단은 관심군 이상에 속하는 교민들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전화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안정군이라 하더라도 통합심리지원단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상담을 요청하는 교민도 있었습니다. 현재 아산에는 4명, 진천에는 3명의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아산과 진천의 격리시설에서는 매일 오전 10시 정신과 전문의가 직접 진행하는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방송에서는 통합심리지원단이 함께하고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정신건강에 대한 정보가 전달됩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배우 정일우씨도 교민들을 응원하는 내용의 녹음을 마쳤습니다. 이 외에도 교민들에게는 정신건강에 대한 안내 책자와 컬러링북, 마사지볼 등 심리안정용품이 전달됐습니다. 신종코로나 확진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지원도 준비 단계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치료가 우선인 확진자들은 완치 후 퇴원까지 마치면 심리지원을 받게 됩니다. 이는 메르스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국립건강정신센터(전 국립서울병원)에서 발간한 ‘메르스 심리지원-17주 간의 활동기록’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당시 운영된 메르스 심리지원단은 완치 후 퇴원자 125명을 대상으로 총 381건의 전화상담과 대면상담을 진행했습니다. 125명 가운데 15명(12%)은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되기도 했습니다. 자가격리자와 일반 국민들도 언제든지 원할 때 정신건강핫라인(1577-0199)을 통해 신종코로나로 인한 불안을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자가격리자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소책자도 곧 배포될 예정입니다. 확진자가 하루하루 늘어가는 감염병 앞에서 의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불안할 땐 언제든지 도움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英 “테러범 자동 가석방 막자” 긴급 입법 추진

    영국에서 자동 가석방제도로 풀려난 테러범들이 연이어 다시 테러를 저지르면서 정부가 긴급 입법으로 이를 막기로 했다. 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의회에 출석한 로버트 버클랜드 법무부 장관은 “테러범들이 아무런 확인이나 검토 없이 형기 절반을 채운 뒤에 자동으로 풀려나는 것을 중단할 것”이라며 “가석방은 심의위원회의 위험 평가를 통해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2000년대 중반 교도소 과밀 현상 등을 막기 위해 형기 절반을 복역한 장기수가 가석방위원회 심사 없이도 자동 석방될 수 있게 하는 법을 도입했다. 그러나 최근 석 달 새 가석방 테러범에 의한 흉기 난동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제도 운용에 대한 여론이 사나워졌다. 지난해 11월 테러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 가석방된 우스만 칸(28)이 런던브리지 인근에서 흉기를 휘둘러 2명을 살해했다. 지난 2일엔 역시 테러 모의 혐의로 수감됐다 형기를 절반만 채우고 자동 가석방된 수데시 암만(20)이 출소 1주일 만에 런던 남부 스트레텀에서 칼부림 난동을 부려 2명을 다치게 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앞서 이날 오전 그리니치에서 가진 연설에서 테러범들이 조기 가석방되는 것을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명백하게 대중에게 계속해서 위협을 가하는 사람들을 자동으로 조기 가석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이런 자격을 얻지 못하도록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법이 완료되면 현재 수감자들부터 적용된다. 현재 영국에서는 220여명이 테러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천연두·콜레라·독감… 전염병이 역사를 바꿨다

    천연두·콜레라·독감… 전염병이 역사를 바꿨다

    임진왜란 때 조선 수군에 전염병 확산 사망자 속출 속 이순신 장군 위기 면해 숙종이 천연두 걸려 결국 ‘장희빈 탄생’ 고대 아테네선 전염병에 전쟁 양상 변화 전염병으로 아메리카 원주민 90% 몰살#장면1 임진왜란이 발발한 다음해인 1593년 3월 남해안 일대에 전염병이 번졌다. 이순신 역시 12일간 고통을 겪어야 했다. 좁은 배 안에서 함께 생활하던 조선 수군에선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투 중 전사자보다 몇 배 더 많았다. 1594년 4월 이순신이 조정에 올린 보고서를 보면 전염병 사망자가 1904명, 감염자는 3759명으로 전체 병력 2만 1500명의 40%가량이 전투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다시 전염병이 창궐한 1595년 수군 병력은 4109명까지 감소했다. 당시 이순신이 전염병에 쓰러졌다면 임진왜란은 어떻게 끝났을까? #장면2 숙종 10년(1683) 숙종이 천연두에 걸렸다. 첫 부인인 인경왕후 김씨를 천연두로 잃은 숙종을 살리기 위해 숙종의 어머니 명성왕후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당이 알려 준 황당무계한 처방에 따라 한겨울에 소복 차림으로 물벼락을 맞았다. 이로 인해 병을 얻어 12월 5일 사망했다. 명성왕후는 숙종이 총애하던 중인 출신 궁녀를 궁궐에서 쫓아낸 적이 있는데 명성왕후가 죽자 숙종은 그 궁녀를 궁궐에 다시 데려왔다. 그 궁녀가 나중에 경종을 낳은 장희빈이다. 숙종이 천연두에 걸리지 않았다면 오늘날 사극의 단골 소재인 인현왕후와 장희빈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몽골제국 몽케칸, 남송 원정 도중 병사 역사를 바꾼 결정적인 순간에 전염병이 있었다. 지금처럼 보건위생 개념이 발달하지 않고 상하수도 시설과 화장실 설비가 부족했던 전근대사회에선 대규모 전염병이 빈발했으며 그때마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때로는 역사의 물줄기까지 바꾸는 일도 잦았다. 고대 아테네에서 기원전 430~428년 발생한 전염병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양상을 바꿨다. 당시 아테네 성벽 안에 있던 주민 가운데 3분의1이 사망했고 그중에는 페리클레스도 있었다. 특히 아테네가 자랑하던 해군력에 큰 타격을 입혔다. 칭기즈칸의 손자로 몽골제국 네 번째 칸이었던 몽케칸은 남송 원정을 이끌던 1259년 여름 지금의 쓰촨성 지역에서 갑작스레 사망했다. 페르시아어로 기록된 몽골제국사인 ‘집사’(集史)는 몽케를 쓰러뜨린 전염병을 ‘바바’라고 표현했다. 정확히 어떤 전염병이었는지는 지금도 불분명하다. 일부에선 흑사병이었을 것으로 짐작하기도 하지만 확실하진 않다. 몽케칸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바람에 몽케의 그늘에 가려 있던 동생 쿠빌라이가 몽골제국의 칸이 됐다. 몽케칸을 만나러 가던 도중 그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려로 되돌아가던 고려 태자 일행은 쿠빌라이와 만나면서 쿠빌라이와 고려 태자 사이에 일종의 밀약이 이뤄진다. 고려 태자는 훗날 고려 원종이 되고, 원종과 쿠빌라이는 사돈 관계로 이어진다. 전염병은 때로 제노사이드보다 더한 비극을 초래하기도 했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뒤 발생한 대규모 전염병은 원주민 인구 가운데 90%를 몰살시켰다. 오늘날 미국에 해당하는 지역만 해도 인구가 1500년 500만명에 달했지만 1800년에는 6만명으로 줄었다. ●인도 풍토병인 콜레라 전 세계 휩쓸어 조선 중종 19년(1524) 7월 평안도관찰사 김극성의 보고서가 국왕에게 도착했다. 평북 용천군 지역에 전염병이 돌아 670명이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평안도 전역과 황해도까지 전염병이 전파되면서 이듬해 가을까지 사망자는 2만 3000여명에 달했다. 중종대 인구가 400만명 내외로 추정되니까 전체 인구의 0.5% 이상이 사망한 것이다. 현재 남북한 인구 7000만명을 대입해 보면 35만명가량이 전염병으로 사망한 셈이다. 이 전염병은 ‘티푸스’로 추측되고 있다. 17세기는 세계적으로 소빙하기였다. 각종 전염병이 빈번했다. 특히 천연두가 많았다. 천연두는 조선에선 두창, 마마, 손님 등으로 불렀다. ‘백세창’이라고도 했는데 평생 한 번은 겪고 지나가야 하는 질병이라는 뜻이었다. 공기로 전염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인 천연두는 일단 감염되면 고열과 발진이 일어나고, 두통과 구토 등을 일으킨다. 얼굴, 손, 몸통에 발진이 생긴다. 증상이 일어난 지 8~14일이 지나면 딱지가 앉고 흉터가 남는다. 그 흉터를 흔히 마마 자국이라고 부른다. 1886년 제중원에서 작성한 ‘조선 정부 병원 1차연도 보고서’에서 4세 이전의 영아 40~50%가 두창으로 사망한다고 할 정도로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치료법도 발전했다. 일종의 백신을 활용한 치료법인 인두법이 대표적이다. 1821년(순조 21년) 조선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전염병인 ‘콜레라’로 치명상을 입는다. 그해 8월 평양감사 김이교가 작성한 보고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갑자기 괴질이 발생해 구토와 설사와 가슴이 막혀 타는 듯한 고통을 호소하다 잠깐 사이에 사망한 사람이 1000여명이나 되었습니다. 의약도 소용없고 구제할 방법도 없으니 눈앞의 광경이 매우 참담합니다.” 인도 풍토병이었다가 1817년 콜카타에서 본격 발병한 콜레라는 말 그대로 전 세계를 휩쓸었다. 콜카타에 있던 영국 군인 5000명을 1주일 만에 몰살시킨 콜레라는 1819년에 유럽, 1820년에는 중국에 상륙했다. 조선에 상륙한 콜레라는 1821년 9월 17일 황해감사 이용수가 “사망자가 8000~9000명에 이르며 한창 앓고 있는 무리는 그 수를 다 셀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할 정도로 확산됐다. 콜레라는 중부지방을 통과해 제주도까지 퍼졌다. ●전염병 때마다 등장하는 소수자 혐오 전염병이 번질 때마다 등장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소수자 혐오다. 질병의 원인을 ‘저들’에게 돌리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오랜 못된 버릇이다. 19세기 콜레라가 한창일 당시 청나라에선 반체제 성향 신흥종교인 백련교도들에게 혐의를 돌리기도 했다. “백련교도들이 우물에 독약을 뿌리고 오이밭에 독약을 뿌려 생긴 질병”이라는 유언비어가 난무했다. 1918년 처음 발병해 감염자 5억명에 사망자가 최소 2500만명에서 최대 1억명으로 추산되는 ‘스페인 독감’만 해도 최초 발생지인 미국에선 “독일인 때문에 생겼다”, “동유럽 이민자 때문에 생겼다”, “흑인 때문”이라는 등 소수자에게 원인을 돌리는 각종 소문이 횡행하기도 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기생충’ ‘백두산’ ‘미스터 션샤인’ ‘사랑의 불시착’… 전북, 명작의 배경이 되다

    ‘기생충’ ‘백두산’ ‘미스터 션샤인’ ‘사랑의 불시착’… 전북, 명작의 배경이 되다

    남원 광한루원·고창읍성 등 명소 많고 5만 6800㎡ 전주영화종합촬영소 한몫 최근 인기작 ‘사랑의 불시착’은 순창행 국내 최장 채계산 출렁다리 명장면 예고 전북이 인기 영화와 드라마 촬영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30일 전주영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전북에서 촬영된 영화와 드라마는 무려 61편에 이른다. 장편영화 21편, 드라마 17편, 광고를 비롯한 기타 영상물 23편 등이다. 전주영화종합촬영소를 비롯해 부안영상테마파크, 남원 광한루원, 고창읍성, 전동성당 등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명소가 많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전체 촬영 분량의 60%를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서 작업했다. 영화에 나오는 100여평 규모의 박 사장(이선균 분)의 집과 정원 모두 촬영소 안에 건립한 야외 세트장에서 찍은 것이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중 궁정동 안가 장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중 배우 전도연의 집으로 나오는 장소도 촬영소에 마련한 스튜디오 세트다. 800만명의 관객이 몰린 이병헌·하정우·마동석 주연의 영화 ‘백두산’은 새만금간척지 내 2023년 세계 새만금 잼버리 부지에서 일부 장면을 찍었다. 영화 ‘미스터주’는 전주동물원, 완주 상관 정수장, 무주 데프콘 서바이벌 체험장, 부안 계화방조제, 익산 구룡마을 등을 배경으로 했다. 최근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순창군에서 극적인 장면을 촬영할 예정이다. 순창군 채계산 출렁다리는 높이 75~90m, 길이 270m로 국내에서 가장 긴 무주탑 현수교다. 오는 3월 채계산 출렁다리 정식 개장에 앞서 드라마를 통해 먼저 선보이는 것이다. 앞서 전주시는 2008년 4월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전주영화종합촬영소를 만들었다. 5만 6800㎡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1스튜디오(2067㎡)와 2스튜디오(1311㎡), 야외 세트장(4만 8242㎡), 야외촬영센터(411㎡) 등으로 이뤄졌다. 비 오는 날을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 있는 수압조절 장치와 17m 높이의 천장을 갖춰 특수효과 촬영도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가변세트로 작동되는 야외 세트장은 전국 최초다. 촬영 뒤 원스톱 편집 서비스도 제공한다. 제작자가 원하는 사항을 신속하고 처리해 주는 적극성, ‘맛의 고장 전주’의 음식과 훈훈한 인심도 메리트라는 설명이다. 전주영상위원회 관계자는 “드라마와 영화 명소가 많이 나올수록 관광도시 전주의 매력은 한껏 강화될 것”이라면서 “지자체와 도민들의 적극적인 촬영 지원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통근자K] ‘신종코로나’의 엄습, KTX 안에서 마스크 안 썼더니

    [통근자K] ‘신종코로나’의 엄습, KTX 안에서 마스크 안 썼더니

    [편집자주] ‘통근자K’는 세종시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매일 역출퇴근하는 ‘통근자’ 강주리(K) 기자의 출퇴근길 공유하고 싶은 순간들을 취재수첩 형식으로 만든 공간입니다. 통근하는 모든 이들의 안전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기침소리조차 낮게…너도나도 마스크서울역 의류매장 직원·약사 모두 마스크국내 잇단 확진자 발생에 감염공포 확산中발표 사망자 106명·확진자 4515명 설 연휴가 끝나고 다시 돌아온 숨가쁜 출근길. 세종시를 벗어나 오송역에서 서울행 KTX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열차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뿔싸. 마스크. 전날 야근하면서 그리고 출근 준비 중에 인공지능(AI) 스피커가 떠들어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 폐렴’) 뉴스를 수차례 들었는데도 깜빡 놓치고 말았다. 기차는 출발했고 더 이상 갈 데는 없다. 창문조차 밀폐된 공간. 한 시간 정도를 민폐끼치지 않고 가는 게 나의 목표였다. 기차가 굴 안으로 들어가자 내부 모습이 그대로 창문에 투영됐다. 내 앞뒤, 내 옆, 내 옆옆까지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은 내 주변에서는 내가 유일했다. 연휴 전 만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중국에 다녀온 국내 신종코로나 확진자들이 잇따라 나오고 일부 확진자들은 보균 상태로 강남·일산·평택 등 수도권 일대를 돌아다닌 사실 등이 확인되면서 사람들의 감염 공포는 더욱 커졌다. 실제 28일 0시 기준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중국 내 30개 성에서만 ‘우한 폐렴’ 확진자가 4515명, 사망자는 106명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1771명, 사망자는 26명 늘어난 수치다. 홍콩·마카오·대만 등 중화권에서 20명, 미국·태국·싱가포르·일본·호주·한국·독일·말레이시아·프랑스·네팔·스리랑카 등 확진자가 나오는 나라들도 점점 늘고 있다.문제는 지금부터였다. 기차를 탄 고객들은 기침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신종코로나가 감염자의 기침을 통한 침방울 등을 의해 호흡기나 피부 접촉으로 감염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기차에 머무르는 동안 나는 긴장감 때문에 기침은커녕 단 한번의 헛기침조차 내지 않았다. 사람들은 평소 들어왔던 기침 소리보다 훨씬 작게 혹은 아예 들리지 않는 수준으로 기침을 짧게 하고 그쳤다. 실수가 용납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조금 앞자리서 기침 소리가 연이어 나오자 음료수를 마시기 위해 잠시 내렸던 마스크를 다시 올리는 옆자리 승객이다. 이날 내가 탄 칸은 8호차.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부르는 소리조차 이날은 더 뜸한 듯했다. 한번 감기에 걸리면 주로 독한 기침 감기를 앓는 나는 목의 건조함을 줄여줄 캔디를 항상 비상용으로 들고 다닌다. 가방에 있던 비상용 캔디가 오늘 내게 그토록 큰 위안이 될 줄은 집에서 출발하기 전까지는 미처 몰랐다. 역이 정차할 때마다 특수한 마스크를 쓰신 분들이 어렵지 않게 기차에서 보였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전화통화에서는(열차와 열차 사이의 통로칸에서 통화해야 하지만 8호차는 아이들이 많이 타서 그런지 실내에서 종종 어른들이 통화를 한다) ‘신종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들린다.행여나 진상·민폐 고객이 될까봐 눈치와 긴장의 끝을 놓치 못한 채 도착한 서울역. 내려보니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더욱 많이 보인다. 서울역내 의류매장 외부 매대에 선 직원들도, 물건을 고르는 손님들도 모두 ‘마스크 가족’이었다. 마스크를 사러가기 위해 들렀던 서울역 내 약국에는 여행객들의 기다란 줄이 늘어섰고 약사들도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신속하게 마스크 상자를 비워내고 있었다. 마스크를 사서 코와 입을 가리자 특유의 마스크 냄새가 확 풍겨왔다. 지하철을 타고 시청역에서 내려 회사까지 가는 광화문 풍경은 너나 할 것 없이 하얀 마스크, 까만 마스크 등 마스크맨들의 행진이었다. 회사에 나와 일을 해야하는 직장인들의 통근길 전투가 신종코로나로 더욱 치열하지만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어린이집으로부터 감염성이 높은 신종코로나가 기승이니 증상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원에 오기 전 병원에 꼭 들러 진단을 받고 마스크를 한 채 등원해달라는 문자가 와 있었다. 이번 주 금요일 박물관 견학도, 다음달 현장 학습도 모두 취소 또는 연기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절에 시댁으로, 친정으로 장거리 이동 끝에 찬바람을 쐬어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은 아들이 어제 저녁 물었다. “엄마 마스크 언제까지 써요?” 집에서 회사까지(door-to-door) 왕복 5시간을 통근하는 워킹맘인 난 대답했다. ‘중국에서 대유행을 지나 6~7월쯤 잠잠해진다’는 홍콩 한 전문가의 무서운 분석 대신 “금방 지나갈거야. 그때까지 손 자주, 깨끗이 씻기. 약속~!”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이성민 “아내, 상 받고 집 왔는데 쓰레기 버리라고...”

    이성민 “아내, 상 받고 집 왔는데 쓰레기 버리라고...”

    배우 이성민이 집에만 들어가면 의기소침하게 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지난 26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에서는 배우 이성민이 스페셜 MC로 출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서장훈은 이성민에게 “작년에 영화 ‘공작’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라며 “아내와 함께 칸 영화제에 참석하셨는데 어떠셨나”고 물었다. 이에 이성민은 “좋아했었다. 거기는 레드카펫에 입장하려면 드레스 코드가 있다”라며 “저희 집사람은 치마를 잘 안 입는데 옷을 산다고 일주일을 준비했다. 옷을 입고 들어가는데 너무 좋아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작 영화를 볼 때는 잤다고 하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신동엽은 “고생할 때 한결 같이 버팀목이 되어줘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직도 집에 들어가면 죄인이 되는 느낌이라고 하시더라”며 이성민에 대해 얘기했다. 이성민은 “집에만 들어가면 왜 내가 작아지는지 모르겠다”라며 “작년 백상 때 멋있게 하고 상을 받고 집에 들어갔는데 쓰레기를 버리고 오라고 하더라”라고 고백하며 또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항공기 승무원에 욕설했다 징역 1년 2개월…캐나다는 최고 종신형

    항공기 승무원에 욕설했다 징역 1년 2개월…캐나다는 최고 종신형

    설연휴 하루 평균 20만명 공항 이용항공기 내 안전위협 불법행위 매년 늘어美 징역 20년, 캐나다 종신형까지 가능비상시 탈출 방해 금지 법안도 발의설 연휴를 맞아 하루 평균 20만명이 넘는 여행객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면서 항공 안전을 위협하는 다양한 유형의 항공기 내 불법행위 우려도 커졌다. 항공기 내 승객은 항공보안법에 따라 소란이나 흡연, 음주 후 위해행위나 성적수치심 유발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실제 처벌되는 사례가 많지 않고, 처벌되더라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데 그쳐 처벌 실효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국회입법조사처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항공기 내 불법행위 건수는 2015년 이후 매년 400건 이상 발생했고, 실제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2016년 A씨는 자신이 짐이 많은데도 객실승무원이 탑승권을 확인하려 했다는 불만으로 다른 승객들이 모두 내린 후에도 기내에 남아 약 5분간 승무원에게 욕설을 했다. 비행기에서 내려달라는 승무원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난동을 피운 A씨는 항공기 점거 및 농성행위로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승무원의 지시를 응하지 않아 벌금형을 받은 사례도 있다. B씨 일행은 2016년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을 바꿔 앉고, 이코노미석으로 좌석이 지정된 유아를 비즈니스석에 안고 탑승해 승무원으로부터 제지를 받았으나 이에 응하지 않았다가 직무상 지시 불이행으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국내에서 A씨와 B씨처럼 실제 처벌을 받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불법행위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흡연행위도 대부분 경고 또는 훈방처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해외에서는 항공기 내 불법행위를 엄하게 처벌한다. 미국은 운항 중 승무원에게 폭행을 위협하거나 직무를 방해하면 최고 20년 이하 징역 또는 20만 달러(약 2억 3000만원) 벌금의 중형에 처한다. 캐나다는 기내 안전을 해치면 최고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다. 실제 2019년 2월 하와이에서 한국으로 향하던 하와이안 항공에서 한국인 승객 C씨가 옆자리 아동의 어깨에 발을 올리고 승무원들에게 난동을 부려 하와이로 회항한 사건의 경우, C씨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돼 징역 6개월형을 받았다. 또 여객기 회항 비용과 승객들의 숙박비 명목으로 약 2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하와이안 항공에 배상하라는 명령을 받았다.항공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최근 국회에도 승객의 의무를 강화하는 여러 법안이 발의됐다. 비상 탈출과 관련한 별도 규정이 없는 현행법의 개정안도 나왔다. 지난해 5월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공항 이륙 후 무르만스크로 향하다 회항해 비상착륙을 시도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탑승객 87명 중 41명이 숨지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일부 승객들이 기내 수화물 칸에 있던 자신의 짐을 찾겠다며 통로를 막아 여객기 뒤편에 있던 승객들의 탈출이 지연돼 사망자가 늘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다른 승객의 탈출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긴급 상황으로 비상 대피가 필요할 상황에 승객의 협조 의무를 명시한 것이다. 이륙하기 전 출발 대기 중이거나 활주로로 이동 중인 항공기에서 이미 탑승을 완료한 승객이 단순한 심경 변화 등 개인적 사정을 들어 내려달라는 요구를 막는 법안도 있다. 대안신당 윤영일 의원은 “안전상 위험뿐 아니라 항공사와 다른 승객들에게 막대한 시간과 비용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며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이후에는 본인 또는 함께 탑승한 사람에게 긴급한 의료상의 조치가 필요한 경우 등 부득이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승객이 항공기에서 내리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를 위반하면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처벌강화나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객실승무원을 단순 ‘서비스 제공자’로 여기는 심각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객실 승무원은 승객의 편의를 위해 서비스도 제공하지만, 본연의 임무는 승객의 안전을 위한 업무 수행이다. 항공안전법에도 객실승무원을 ‘항공기에 탑승해 비상시 승객을 탈출시키는 등 승객의 안전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안전을 책임지는 객실승무원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이 중대한 불법행위라는 인식 확산이 필요한 이유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서울대공원, ‘경사스러운 올해 자신있쥐’ 교육프로그램 오는 26일까지 진행

    서울대공원, ‘경사스러운 올해 자신있쥐’ 교육프로그램 오는 26일까지 진행

    “쥐띠해 맞아 쥐를 닮은 동물을 관찰하며 새해를 시작해보세요!”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경자년 쥐띠해를 맞아 쥐와 관련한 다양한 교육과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24일 밝혔다. 설연휴 동물원내 북카페에서 쥐의 생태적 특성과 이야기를 알아보는 행사 ‘경사스러운 올해 자신있쥐’를 진행한다. 오는 26일까지 어린이 등 관람객을 대상으로 쥐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와 재미있는 임무를 어린이들과 함께 수행하는 행사다. 임무를 수행하는 교육프로그램은 5부분으로 나눠 진행한다. 첫 번째 임무는 ‘전단지 읽고 퀴즈풀기’다. 전단지 내용을 읽고 쥐의 생김새와 생태 특징, 우리나라 토종 쥐, 쥐의 신비한 능력 등 쥐에 관한 정보를 학습하고 퀴즈를 풀면 임무가 끝난다. 두 번째 임무 ‘주에 관한 정보, 빈 칸 채우기’는 열두 띠 이야기와 쥐의 생존 전력 등 관련한 문제의 빈 칸을 채우며 쥐에 대한 정보와 특징을 알아보는 시간이다. 세 번째 임무 주목걸이 만들기는 우드패시에 색을 칠해 자신만의 쥐목걸이를 만들어보고, 네 번째 임무는 ‘날아라 열두 띠 동물’로 우리나라 민속놀이 투호를 통해 열두 띠 동물을 알아본다. 마지막 임무는 희망 쥐 포토존에서 사진찍기로 자신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파하면 모든 임무는 완료된다. 3가지 이상 임무를 완료한 관람객 300명(1일)에게 기념품을 준다. 관람객은 교육과정에 참여한 후에 야행관의 아프리카포큐파인과 네이키드 몰렛, 남미관의 카피바라와 마라, 동양관의 유럽 비버, 테마가든 내 어린이동물원의 기니피그 등 쥐를 닮은 다양한 동물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김형오 심사 착수… 한국당 ‘이기는 공천’ 기대와 우려

    김형오 심사 착수… 한국당 ‘이기는 공천’ 기대와 우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을 필두로 한 자유한국당 공관위가 본격적인 공천 심사에 착수했다.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가 예상되는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이기는 공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공관위는 23일 첫 회의를 개최해 후보자 공모 일정을 의결했다. 황교안 대표는 공관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변화와 쇄신에서 우리 당이 앞서가야 한다. 절체절명의 사명감으로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형오 위원장은 “어떤 잡음과 외부 압력에도 결코 굴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관위원 명단이 공개되자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11월 당 해체를 주장하며 불출마 선언을 한 김세연 의원이 이목을 끌었다. 한 친박근혜계 의원은 “우리 보고 ‘좀비’라고 했던 김 의원이 공관위원이 된 건 다소 생뚱맞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공천 작업에서 당 지도부 간섭, 물갈이에 따른 내부 반발 및 계파 갈등 등 잡음을 해소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황 대표로부터 ‘전권’을 넘겨받은 김 위원장은 대구·경북(TK) 지역 의원을 50% 이상 교체하겠다고 밝혀 이 지역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날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공천 업무에 관해선 황 대표를 포함한 당에서는 손을 떼 달라”고 말했다. 새로운보수당 등과의 통합 과정도 변수다. 혁신통합추진위원회를 통해 통합신당 창당에 성공할 경우 공천에 완전 국민경선제나 국민배심원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거론된다. 공관위는 3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후보 공모 신청을 받는다. 한편 한국당은 7호 영입 인재로 ‘이미지 전략가’ 허은아(48)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을 발표했다. ‘부모 찬스’ 없이 20대에 친구 회사 책상 한 칸을 빌려 사업을 시작해 성공한 여성 사업가라는 점이 강조됐다. 허 소장은 “한국당은 ‘쇼통’과 같은 인위적인 이미지 변화가 아니라 보수의 정체성과 본질을 바탕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박상현의 디지털 미디어] 지하철 1호선과 페이스북

    [박상현의 디지털 미디어] 지하철 1호선과 페이스북

    의정부를 넘어 동두천으로 향하는 수도권 지하철 1호선을 오래 타다 보면 흥미로운 장면을 종종 접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경로우대석에 앉은 노년층의 행동이다. 지하철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아는 사람이 아니면 조용히 혼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잠을 청하지,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이건 현대 도시사회의 불문율이다. 하지만 양주를 넘어 동두천까지 가는 열차, 혹은 그곳에서 오는 열차에 탄 노인들은 아주 쉽게 옆사람에게 말을 건다. “어디 가세요?” “짐이 많으시네요” 따위의 가벼운 인사로 시작했다가 말이 통한다 싶으면 손주 자랑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런 상냥한 대화는 대개 오전이나 낮시간에 일어난다. 저녁 8시 이후, 특히 주말 저녁 시간이면 얘기가 다르다. 이 시간대에는 남성 노인들이 술에 취했을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상하게 한국 남성들은 술에 취하면 정치 얘기를 좋아해서 특정 정치인을 욕하고, 더 나아가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물론 그런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좀 조용하시라는 말이 나오고, 언성이 높아지고, 그러다가 서로의 출생연도를 확인하는 단계에 이르면 주위 사람들이 참다 못해 다른 칸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평소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습관이 없는, 상대적으로 젊은 축에 속하는 40, 50대 도시직장인들은 술을 마신 채 지하철을 탔어도 옆에 아는 사람이 없으면 조용히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세대가 특별히 더 낫다는 게 아니라, 평소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 습관이 음주 후 행동을 어느 정도 바로잡아 주는 셈이다. 흥미로운 건 그렇게 지하철에서 남에게 말을 걸지 않는 사람들도 페이스북에서는 1호선 노인들과 비슷한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다. 모르는 사람이 썼어도 공개적으로 쓴 포스트라는 이유로 다짜고짜 댓글로 지적질을 하고, 맨스플레인을 하고, 글쓴이를 조롱하고, 싸움을 건다. 왜 그럴까. 경기도에 사는 1호선 노인들에게 그 답이 있다. 그분들은 젊은 시절을 서울 같은 거대도시가 아닌 작은 마을이나 소도시에서 살았던 분들이다. 따라서 누구와 만나도 쉽게 말을 트고 이야기하는 데 익숙하다. 비록 그게 서울 지하철에서 낯설게 보여도 말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30대 중반부터 50대까지는 소셜미디어가 확산되기 이전의 인터넷 포럼이나 토론방, 혹은 언론사 웹사이트 댓글란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고 싸우던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들이다. 1호선 노인들이 마을에서 아무나 하고 대화하던 습관을 지하철로 가져온 것과 똑같이, 이들은 과거 인터넷 포럼에서의 습관을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에 가지고 온 것이다. 우리는 한때 인터넷의 댓글을 모두 실명으로 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의 실명은 물론 직장정보까지 다 공개한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여성들에게 이상한 메시지를 보내는 건, 1호선 음주탑승 노인들이 남들 다 보는 현실공간에서 목청껏 싸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떤 문화에서 자랐느냐이지, 익명성의 여부가 아니다. 모든 것이 세대 문제로 환원될 수는 없지만 지금의 10대, 20대들은 40대, 50대와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들은 페이스북처럼 알고리즘으로 자신의 포스트가 확산되는 소셜미디어를 피해서 인스타그램처럼 조용한 소셜미디어를 선호하고, 그곳에서도 계정을 전체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자체를 피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페이스북은 술취한 노인들이 언성을 높이고 싸우는 주말 저녁 지하철 1호선과 다를 바 없는, 무섭고 피곤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1호선 노인들이 술 취해서 싸우는 것은 아니다. 아니, 절대 다수의 노인들은 지하철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알고 적응해서 살아간다. 그렇다면 인터넷 포럼에서 단련되고, ‘댓글 워리어’로 자란 세대도 소셜미디어에 적응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셜미디어에 술 취한 꼰대들만 남을지도 모른다.
  • [강남순의 낮꿈꾸기] ‘마약 중독적’ 종교를 벗어나 책임성의 종교로

    [강남순의 낮꿈꾸기] ‘마약 중독적’ 종교를 벗어나 책임성의 종교로

    비판 기능 마비시키는 이기적 종교는 마약 기계적으로 선동 추종하는 기독교인 많아 타율적 미몽의 삶 ‘종교 중독’ 탈출하려면 ‘지금 여기 천국’ 만드는 책임 회복 등 필요 인간은 생물학적 동물성을 지닌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동물과 다르게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어떤 철학자는 인간이 언어와 상징체계를 만드는 존재라는 것, 또는 시간개념을 지닌 존재라는 점이 인간을 동물과 상이한 존재로 만든다고 본다. 그렇다. 인간이 창출한 언어 그리고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에 대한 인식은 인간이 동물성을 넘어서 인간성을 확보하게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이데거는 인간은 시간개념을 통해서 자신의 죽음을 인식하는 존재라며, “인간만이 죽는다. 동물과 식물은 소멸할 뿐이다”라고 한다. 인간이 지닌 시간개념은 자신의 죽음성에 대한 인식을 하게 한다. ●인간의 구원에 대한 관심에서 철학·종교 탄생 죽음에 대한 인식은 알 수 없는 사후 세계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살아 있을 때의 의미와 행복에 대한 갈망을 가지게 한다. 시간에 대한 인식은 자신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서 행복한 삶을 지향하고자 이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씨름하는 철학과 종교의 등장을 가능하게 했다. 죽음을 넘어서는 ‘구원’에 대한 관심이 인류에 철학과 종교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 교육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던 철학자 뤼크 페리는 철학과 종교의 공통점은 ‘구원’이라고 규정한다. 다만 철학은 ‘신 없는 구원’(salvation without God)을, 종교(기독교)는 ‘신 있는 구원’(salvation with God)에 관심한다는 상이성을 지닐 뿐이다. 과거, 현재, 미래가 나선형처럼 연결된 인간의 시간개념은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구상하고, 꾸려 가는가에 본질적인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시간개념을 분명하게 지니며 살고 있을 때, 자기 삶의 주인은 오로지 자기 자신이라는 의식을 품고서 살아가게 된다. 이 현실 세계에 뿌리를 내리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다른 이가 아닌 오직 자기라는 점, 따라서 살아감이란 책임성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그런데 많은 기독교회는 이러한 시간개념을 왜곡시킨다. 그 시간을 살아가는 인간 개인들이 지녀야 할 주체자적 이해를, ‘저 세상에 있는 신’ 또는 ‘죽어서 천당’이라는 ‘왜곡된 초월’ 개념으로 대체해 버린다. ‘초월’의 개념을 상징적이 아닌 사실적 공간개념으로 받아들이면서, 인간이 매일 살아가는 ‘이곳’이 아닌 ‘저곳’에 대한 관심만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가. 예수는 ‘지금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관심했다. 그러나 그 예수의 이름으로 모인 교회들은 ‘지금 이곳’에서의 사랑과 연민의 삶에 관한 예수의 가르침을, ‘사후 저곳’에서의 구원으로 대체했다. 교회가 ‘구원 클럽’으로 전락하게 되는 지점이다. 제도화된 종교로서의 기독교는 ‘저곳’을 강조하면서 이 땅에서의 삶을 박탈하고, 인간이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는 구체적인 삶에 대한 책임성을 ‘신의 축복(물질, 건강, 성공의 축복)’과 ‘내세의 구원’으로 대체한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무수한 기독교인은 종교적 기계로 전락한다. 스스로 사유하기를 포기한 이들은, 너무나 쉽게 정치적 또는 종교적 선동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결국 개인의 비판적 사유를 마비시키고, 사후 구원에 집착하게 하고, 이기적인 축복을 가르치는 종교는 사람들에게 ‘마약’으로 기능할 뿐이다. ‘한국교회총연합’이라는 기독교 단체가 2020년 1월 6일 ‘동성애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110만명의 기독교인들의 서명지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광화문광장에는 ‘전광훈’이라는 이름과 연결된 소위 기독교인들이 지속적으로 모여 전광훈씨 앞에 앉아서 ‘아멘’과 ‘할렐루야’를 외쳐대고 있다. 그들은 어떤 개별적인 감정이나 이성적 사유 기능의 작동을 중지시키고, ‘종교적 기계’같이 천편일률적인 몸짓과 소리를 내고 있다. ●교회들 사기업화… 세습은 ‘하나님의 일’ 왜곡 그런데 이러한 ‘종교적 기계’처럼 행동하는 기독교인들이 광화문광장에만 있는가. 아니다. 지금도 한국 곳곳에서 많은 기독교인들이 ‘아멘’과 ‘할렐루야’를 부르짖으며,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선동에 따라서 움직이는 종교적 기계로 존재하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한다는 110만명의 서명자들, 전광훈씨가 말하는 것마다 ‘아멘’을 외치는 이들, 전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여전히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을 외치며 사람들에게 ‘예수 믿고 구원받으라’며 사명감에 불타서 전도 활동을 하는 이들 모두는 어쩌면 종교적 기계가 돼 자신들이 정작 무엇을 하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종교의 위기, 특히 기독교의 위기는 한국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한국 기독교회는 유독 ‘반지성주의’가 마치 기독교 신앙을 지니는 것의 필요조건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대형 교회는 거대한 사기업이 되고 있으며, 그 기업을 아들에게 세습하는 것은 그러한 일을 하도록 ‘하나님께서 부르신’ 일이라는 목회자들의 설교는 정확하게 ‘자본주의화된 왜곡된 종교’다. 교회와 목사에게 충성하는 것이 신에게 충성하는 것이고, 그들에게 ‘예’와 ‘아멘’을 하는 것은 바로 신에게 하는 것이다. 그러한 맹목적 충성을 할 때 ‘물질적으로 축복받고, 모든 것이 잘되며, 궁극적으로 영생으로 가는 구원을 받게 된다’는 것이 그들이 가르치는 기독교의 핵심적 내용이다. 이들 목회자들은 무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구원’과 ‘축복’이라는 제품을 만들어서 그 상품으로 신앙과 종교의 이름으로 ‘종교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 종교 사업은 예수와 전혀 상관없이 철저히 개별 목회자와 교회의 이득 확대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거룩과 초월’의 옷을 입고 그 기만성을 은닉한다. 칸트의 ‘계몽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중요한 글을 보면 미몽에서 벗어나 계몽으로 전이하는 것은 자율성과 타율성이라는 개념을 잘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자율성은 자신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반면 타율성은 자신이 아니라 ‘외부’의 존재가 자신의 삶을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자율이 아닌 타율적 삶을 살 때 인간은 ‘스스로 강요된 미성숙’(self-imposed immaturity) 속에 빠져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볼 수 없는 어두운 미몽의 삶을 살게 된다. 스스로 사유하기를 포기함으로써 종교적 기계로 전이되는 이들은, 칸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기 강요된 미성숙’의 감옥 속에 스스로를 집어넣는다. 광화문의 기독교인들, 소수자 혐오에 앞장서는 기독교인들에게 기독교는 타율적인 미몽의 삶을 살게 하는 ‘마약’의 기능을 한다. 그들은 교회 안에 앉아 있으면 세상 근심 걱정을 내려놓고 구원이 보장돼 행복한 것 같다. 마약을 맞기 때문이다. 예수만 믿으면(여기서 ‘예수 믿음’이란 ‘교회 등록’을 의미한다) ‘만사형통’한다며 ‘아멘’을 외친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은 정작 자신의 구체적인 일상적 삶의 현장에서 자신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그 어떤 구체적인 변화를 모색할 필요나 의지, 또는 용기도 작동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의 종’이라는 목회자의 ‘선동’에 따라서 하라는 대로 따르는 종교적 기계로 움직인다.●소수자 혐오 확산시키는 ‘사유 없음’은 범죄 혐오의 정치를 ‘신의 일’로 대체하는 기독교인들의 ‘사유 없음’은 그 자체가 사회와 인류에 대한 범죄다. 그 ‘사유 없음으로 인해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특정인들에 대한 혐오를 확산하고 강화하는 도구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광화문에서 현 대통령의 연설을 화면에 방영하면서, ‘저 소리는 성령의 소리입니까, 사탄의 소리입니까?’라고 묻는 전광훈씨의 선동적 물음에 ‘사탄의 소리’라고 광화문이 떠나가도록 우렁찬 함성을 지르는 기독교인들을 보면서 종교가 ‘마약’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약 중독’으로부터 벗어나는 출발점이 있다. ‘사후 천당’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평등하고 존엄한 존재로 살 수 있는 ‘지금 여기의 천국’을 만드는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책임성의 회복,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자율성의 회복, 비판적 성찰을 통한 민주적 시민성의 회복, 다양한 소수자들과의 연대와 연민의 회복, 그리고 그 소수자들의 인권 확장을 위한 사회정치적 개입 등을 통해서다. 21세기에 예수를 따르는 삶이란 특정 종교에 소속을 통해서가 아니라 바로 이러한 다층적 회복과 개입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한옥 품은 교회… 눈물의 섬에 띄운 방주

    한옥 품은 교회… 눈물의 섬에 띄운 방주

    한국의 양대 종교인 기독교와 불교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특히 건축이 그렇다. 교회는 뾰족한 종탑이 있는 서구 중세풍의 고딕 건물을, 사찰은 아무래도 기와지붕의 전통 한옥을 연상케 된다. 그러나 불교 사찰같이 생긴 교회와 성당이 있다. 나무기둥에 기와지붕을 얹은 이른바 ‘한옥교회’들이다. 이들은 선교 초기인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주로 지어졌고,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교회가 강화읍에 있는 강화성공회성당이다.한반도 남부에서 동학혁명이 일어났던 1893년 조선 왕실은 강화도에 해군사관학교인 통제영학당을 설치했다. 당시 최강인 영국 해군을 따르려고 영국인들을 초청해 교육을 맡겼다. 이 기회에 영국성공회가 강화도에서 선교를 시작했고, 1900년 트롤로프(조마가) 신부가 강화성당을 준공했다. 성공회는 강화도에 11개의 교회를 더 지었는데, 현존하는 온수리성당을 비롯해 모두 한옥 교회였다. 뿐만 아니라 1950년도까지 한국성공회는 서울과 부산성당을 제외하고 모두 한옥 교회를 건축했다. 유독 이 교단이 한옥을 사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건축은 선교의 신학이며 전략 성공회는 헨리 8세가 자신의 이혼 문제를 빌미로 로마교황청으로부터 독립한 영국국교회다. 대부분의 교리와 전례는 가톨릭을 따르지만, 사제의 결혼을 허용하는 등 독자적인 체제도 만들었다. 종교개혁이 일어난 유럽이 구교와 신교의 극심한 갈등을 겪을 때, 성공회는 양자를 포용하는 중도의 길을 천명했다. 19세기에 갱신을 위한 옥스퍼드 운동이 일어나 “본질적인 것은 일치, 비본질적인 것은 다양화”라는 신학을 정립했다. 특히 해외 선교에서 “토착민의 마음을 얻으라”는 현지 문화 수용 전략에 충실하게 된다. 교회 건축도 당연히 토착적인 양식 한옥에서 출발했다. 파리외방전교회가 전파한 한국 가톨릭은 프랑스 고딕을 주된 건축의 모델로 삼았다. 서울 약현성당이나 명동성당과 같은 전형적인 고딕 성당이 가톨릭을 대표하는 건축 형식이었다. 개신교는 서울의 정동교회와 같이 미국에서 유행하던 빅토리아 양식이나 약식 고딕을 따랐다. 반면 한옥 교회를 선호한 성공회 선교사와 사제들의 태도는 달랐다. 서울주교좌성당마저 로마네스크 양식을 따랐다. 이를 주도한 트롤로프 3대 주교는 궁궐과 한옥이 가득한 한양의 경관에 원초적인 로마네스크 교회가 어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토착 문화와 환경을 존중한 성공회의 건축은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선교 모국의 건축과 문화를 이식했던 가톨릭이나 개신교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인 기독교도들은 오히려 한옥 교회를 배척했다. 유교의 봉건적 모순에 질식했던 그들에게 전통이란 버려야 할 적폐이고, 서구의 것만이 유일한 구원이었다. 서양식 고딕 교회를 더 이상적이고 현대적인 것으로 인식했다. 성공회와 한옥 교회는 너무나 시대를 앞선 것이었다. ●한옥에 담은 바실리카 교회 바실리카란 원래 로마에서 공공 건물을 지칭하는 것이었는데, 기독교 공인 후 바실리카를 초기 교회로 사용하면서 기독교 교회를 뜻하게 됐다. 내부에 2열의 높은 기둥을 줄지어 세워 가운데 높고 넓은 신랑(身廊)과 양옆 좁고 낮은 측랑(側廊)으로 공간을 3분한다. 신랑 끝에는 제단부를 설치하고, 신랑의 높은 벽에는 고창을 설치해 하늘의 빛을 내부로 끌어들인다. 이 자연의 빛은 신의 은총과 임재를 상징하게 됐다. 중세 기독교의 성찬 전례와 이원론적 신학에 적합한 공간 구조여서 바실리카는 대표적인 기독교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초기의 한국 가톨릭이 고딕 교회를 채택한 것도 바실리카 공간을 구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초기 선교사들은 기둥식으로 이루어진 한옥으로 바실리카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2열의 높은 기둥으로 지붕을 받는 이른바 2고주 7량 구조의 한옥이면 신랑과 측랑을 구성할 수 있다. 단 한옥은 건물의 긴 면이 정면인데 비해 바실리카는 짧은 면이 정면이 돼야 한다. 이 문제는 전통 한옥을 90도 돌려 놓으면 해결할 수 있다. 강화성당은 신랑의 기둥을 더 높여서 측랑과 한 층 차이가 나도록 하여 그 높은 벽에 모두 유리로 된 고창을 설치했다. 더욱 정통적인 바실리카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강화읍을 감싸는 능선 위에 자리해 대지의 폭은 좁고 길이가 길다. 앞부분에 외삼문과 내삼문을, 중심부에 정면 4칸 측면 10칸의 긴 본당을, 뒤편에 ㄷ자 한옥인 사제관을 배열했다. 전체적인 모습은 언덕 위에 떠 있는 배와 같은 모양이다. 전통 풍수에서 말하는 행주(行舟) 형국이기도 하고, 기독교에서 말하는 구원의 방주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한국적 의미와 기독교적 상징이 상통하는 모습이다. 강화성당은 당시 주임신부인 트롤로프가 직접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의 건축과 문화에 조예가 깊어서 한국 불교에 대한 연구 논문까지 집필할 정도였다. 그는 압록강까지 가 백두산의 홍송을 직접 구입해 목재로 사용했고, 경복궁을 중창했던 도편수에게 전체 공사를 맡겼다. 본당 외벽 아래는 붉은 벽돌로 마감했는데, 중국인 조적공들의 솜씨다. 강화도 현지 돌을 석재로 썼지만, 벽돌은 중국산이었다. 철물을 비롯한 몇몇 부품들은 영국에서 직수입했다. 특히 본당 옆면과 뒷면에 달린 아치형 판자문은 영국에 주문 제작한 것으로 전해 온다. 문 안쪽의 구조가 영국기 유니언잭 모양이고, 육중한 철물과 열쇠도 영국제다. 강화성당의 건축은 영국인 사제가 주도했지만, 온수리성당은 동네 유지였던 광산 김씨 가문이 재정과 건축을 담당했다. 화려한 단청까지 칠한 강화성당이 사찰과 비슷하다면 1906년에 건립한 온수리성당은 품격 있는 양반집과 같은 교회다. 입구는 3칸의 솟을대문으로 만들었다. 가운데 칸, 대문 위 다락에 종을 달아 종탑같이 사용한다. 본당은 정면 3칸, 측면 9칸의 기와집이다. 강화성당은 중층이지만 온수리는 단층이다. 그럼에도 내부는 2열의 고주를 세워 신랑과 측랑을 구분하는 바실리카 형식을 고수했다. 대부분의 한옥교회는 온수리성당과 같이 친근한 형식이다. 강화성당이 한옥 교회의 대표작이라면 온수리는 보편작이다. ●동양과 서양, 길과 그릇의 문제 19세기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은 밀려오는 서구 문명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고유한 문화를 지키려 고뇌에 찬 방법론을 제시했다. 청나라의 중체서용(中體西用), 일본의 화혼양재(和魂洋才), 그리고 조선의 동도서기(東道西器)론이다. 김윤식 등이 주장한 동도서기론은 서양의 기술 안에 동양의 정신을 담자는 전통 유학자들의 내부적 경세론이었다. 반면 서양 선교사들의 시각은 달랐다. 강화도의 성공회 성당들은 한옥의 틀에 기독교의 공간과 정신을 담았다. 동양의 그릇에 서양의 정신을 담는 ‘서도동기’가 기독교 선교의 연착륙 비법이라 여겼다.강화도는 개성과 한양의 바다쪽 입구로, 서쪽에서 오는 문물의 첫 전파지요 수용처였다. 고려 말 안향이 성리학을 들여온 첫 번째 장소였고, 기독교의 선교사들이 선호했던 우선 선교 지역이었다. 그만큼 외침도 많았다. 몽골, 청, 프랑스, 미국, 일본의 군사 침략에 맞선 저항의 최전선이기도 했다. 당연히 수탈과 피해와 박해도 엄청났다. 교회사학자 이덕주 교수는 기구한 이 섬의 역사를 정리해 강화도를 ‘눈물의 섬’으로 지칭했다. 씨를 뿌린다고 모두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다. 밭이 좋아야 한다. 기독교가 들어오기 이전부터 강화도는 새로운 사상의 발생지였다. 정제두 등 실학자와 수도권의 문화인들이 모여 진보적인 강화학파를 형성했고, 이들의 맥은 후일 개화파와 계몽운동으로 연결된다. 강화학파의 지적 토대는 기독교도 주체적 수용의 대상으로 삼았다. 강화성당 정면 5개의 기둥에 주련들이 걸려 있다. 창조, 구원, 삼위일체, 복음, 영생 등 기독교의 핵심 교리를 한문으로 쓴 것들이다. 그러나 주련에 등장하는 무시무종, 주재, 인의 등은 성리학의 개념어들이다. 이미 그들은 동양의 길과 서양의 정신을 하나로 통합했다.21세기에 동서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한국이 선도하는 5G 기술은 전 인류가 공유할 모두의 그릇이다. 동기든 서기든 모든 그릇은 전 지구가 공유하고 교류한다. 그러나 동도든 서도든 이 시대의 길은 있는가? 기술은 넘쳐 나지만 그 기술을 선택하고 활용하고 제어할 정신은 희박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릇이 아니라 길이다. 한 세기 전 이 땅의 선교사들과 지식인들이 한옥 교회를 창조했듯이 새로운 길을 찾아야 새로운 건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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