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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크하르트부터 하버마스까지… 獨철학사 통해 철학하기

    에크하르트부터 하버마스까지… 獨철학사 통해 철학하기

    이마누엘 칸트(1724~1804)와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1770~1831)은 독일철학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이들이 구축한 이론이야말로 이성주의 철학적 사유의 기틀을 잡은, 독일 근대철학의 정수를 이루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순수이성비판’이니 ‘법철학 요강’ 등은 연구자가 아닌, 후대의 일반인들에게는 쓸데없이 형이상학적이고 난해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철학자들에게 다가오는 더 큰 문제는 독일철학이 마치 이 두 사람이 처음이자 끝인 듯 여겨진다는 점이다. 비토리오 회슬레(55) 미 노트르담대 철학과 교수는 독일철학의 시작을 중세 수도사이자 신비사상가인 마이스터 에크하르트(1260~1327)로 삼는다. 그에 따르면 에크하르트의 정신 개념과 이성주의적인 근본 태도가 철학계에 던져진 묵직한 충격이라면 종교개혁 및 헤겔과 독일철학은 그 파동인 셈이다. 이탈리아에서 나고 자라 독일철학의 손꼽히는 권위자로 자리 잡은, 그리고 미국 대학 강단에 있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그의 철학 사유에는 독일철학의 전통에 대한 열정과 타자의 시선 사이에 놓인 팽팽한 긴장과 갈등이 존재한다. 그는 이성을 통해 객관적 진리를 추구하는 것을 철학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이해하면서도 이를 철학적 사념에 가둬 놓는 방식이 아닌, 민주주의, 환경위기, 시장 경제, 종교, 빈곤의 문제 등 지구적 과제의 해법으로 삼는 실천철학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그가 철학을 들여다보는 창은 ‘철학사를 통해 철학하기’로 정리할 수 있다. 20세기 서구지성사의 거목인 한스게오르크 가다머(1900~2002)로부터 ‘2500년 서양철학사에서 드물게 나오는 천재’라는 상찬을 자아내게 한 박사학위 논문 ‘진리와 역사’를 비롯해 교수 자격 취득 논문인 ‘헤겔의 체계’, ‘현대의 위기와 철학의 책임’ 등은 각각 그리스 철학사와 플라톤 철학의 상관성을 해석하거나 이성의 위기란 과제를 철학사적으로 추적하는 등 일관된 철학적 사유 방법론을 채택했다. 최근 국내에 번역 소개된 ‘독일 철학사-독일정신은 존재하는가’(에코리브르 펴냄)에서는 독일의 철학사를 더욱 본격적으로 짚으면서 객관적 관념론의 체계를 전면적으로 구현해 낸다. 이 책을 통해 에크하르트부터 시작해 마틴 루터, 야코프 뵈메, 카를 마르크스, 피히테, 셸링, 프리드리히 니체, 위르겐 하버마스 등에 이르기까지 독일 철학사를 대표하는 철학자들에 대한 진지하면서도 성실한 비판적 평가를 통해 독일철학의 외연을 넓히고 깊이를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독일철학의 구조적 한계를 학문의 언어로서 독일어의 쇠퇴와 함께, 독일 사회의 폐쇄성 및 제도적 한계에서 찾는 도발성도 내비친다. 물론 책의 제목 자체만으로도 질릴 수 있다. 감히 펼쳐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실제 그 안에 담긴 철학적 사유와 독일철학의 과거 및 니체, 하이데거에 대한 비판적 문제 제기 및 독일철학의 미래 지속성에 대한 도발적인 의구심은 서구 학계의 찬반양론을 격화시켰다. 하지만 회슬레 스스로 ‘반은 에세이고 반은 역사서’라고 책의 성격을 규정지었듯 ‘일반적 교양시민’이라면 최소한의 인내심으로도 비교적 쉽게 읽힐 수 있는 미덕을 갖고 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쌍용차 구조조정 등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 과연 정당화 가능하나

    쌍용차 구조조정 등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 과연 정당화 가능하나

    ‘제동장치가 고장난 전차(트롤리)가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고, 바로 앞 철로 위에는 다섯 사람이 묶여 있다. 마침 당신 앞에는 철로 변경 조종기가 있어 전차의 진행 방향을 지선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런데 지선 위에도 또 다른 사람 한 명이 묶여 있다. 당신은 다섯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한 사람을 희생시킬 것인가.’ 1967년 영국의 철학자 필리파 풋이 낙태와 태아의 도덕적 지위 문제를 다룬 논문에서 내놓은 ‘트롤리 사유 실험’이다. 반세기 동안 수많은 철학자들이 토마스 아퀴나스에서 제러미 벤담, 이마누엘 칸트, 버트런드 러셀 등의 다양한 관점과 방법론을 빌려 인간의 도덕 본능과 의무감의 심리적 기저 및 행위의 근본을 결정하는 요인을 밝히려 했다. 수년 전 한국 사회에 열풍이 불었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도 트롤리 사유 실험을 소개하며 딜레마적 상황 속에서의 가치 판단에 대한 문제, 사유의 여러 갈래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시로 사용하기도 했다. 다섯 명을 살리기 위해 한 명을 죽이는 것이 정당한가. 아퀴나스는 ‘이중 효과의 원리’를 제시하며 의도한 효과는 아니지만 예견된 효과라는 측면에서 정당화한다. 정당방위에 의한 살인이 정상참작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강조하는 벤담이라면 행위의 의도는 중요하지 않으므로 단호하게 다섯 명을 살리는 결정을 내릴 것이다. 반면 칸트는 인격체는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대우받아서는 안 된다는 명제 아래 절대적 도덕을 강조한다. 칸트라면 조금 다른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사실 이는 고약한 윤리 퍼즐이 맞다. 공포영화 ‘쏘우’ 시리즈에서 매번 제시하는 잔혹한 딜레마적 상황과 비슷하다. 가족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타인의 다리를 잘라야 하는 상황, 또는 갇힌 동료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그중 한 명의 배를 갈라야 하는 상황 등이다. 한 철학자는 트롤리 사유 실험에 대해 “도덕철학에 나타나는 질병처럼 보인다”고 말하며 실험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리철학의 사유를 뛰어넘어 인식론, 형이상학, 심리학, 경제학, 인지과학, 심경생리학 등 인간의 본성과 관련된 다른 분야의 학문으로 전파되면서 트롤리 사유 실험은 조금씩 다르게 변주됐다. 나아가 정치, 경제, 사회 등 실제 생활의 고민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제는 아예 ‘트롤리학’(trolleyology)으로 불릴 정도가 됐다. 물론 여전히 학제에 포함되는 정식 연구 학문이라기보다 철학의 하위 장르로 자리 잡는 추세다. 실제로 트롤리적 사유는 삶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문제와도 밀접하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2009년 TV 프로그램 생방송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는다.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해일이 닥치고 있다. 한쪽에는 나이지리아인 다섯 명이 살고 있고, 반대쪽에는 영국인 한 명이 살고 있다. 한 곳밖에 구할 시간이 없다. 어느 쪽을 구할 것인가?” 방청객들은 키득거렸고, 브라운 총리는 “현대적 의사소통 기술로 두 곳에 다 경고를 줘서 탈출하도록 하겠다”는 궁색한 답을 내놨다. 이 밖에도 1844년 대서양을 항해하다 폭풍우에 조난당한 선장은 선실 보이를 칼로 찔러 살해하고 인육을 먹었다. 교수형이 선고됐으나 선원들 다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몸이 가장 약한 소년을 살해해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 참작돼 6개월형으로 감형됐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 개인의 생명이 갖는 무게감의 정도, 개인과 집단의 상관성 등 사회정의와 정책 결정 과정의 공공성 등 딜레마의 영역은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도, 쌍용자동차가 엄청난 구조조정을 단행할 때도, 정부가 대기업의 법인세를 감면해 주고 간접세목을 스멀스멀 늘려 가는 것도 트롤리 사유 실험에서 자기 확신을 하며 나타난 결과로 이어진다. 현실의 문제를 합리화하거나 비판하는 데 철학이 얼마나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샌델에 이어 지난해 말 ‘누구를 구할 것인가’(문학동네), 최근 ‘저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습니까’(이마) 등 트롤리 사유 실험에 대한 책들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점자도서관서 봉사활동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점자도서관서 봉사활동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26일 오전 여가부 직원 20여명과 함께 서울 강서구 강서 점자도서관(관장 박정근)을 방문,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 낭독 녹음과 타자 입력, 프로그램 교실에 참여하며 따뜻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김 장관과 여가부 직원들은 이날 시각장애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위해 에세이집 ‘길을 묻는 청소년’(윤문원 지음) 중 편지글 일부와 그림 동화책 ‘구름빵’(백희나 지음), ‘꽃들에게 희망을’(트리나 폴러스 지음), ‘지각대장 존’(존 버닝햄 지음)을 녹음 제작했다.  이날 이후에도 여가부 모든 직원이 입력 봉사에 동참해 ‘칸트의 집’ ‘십대를 위한 인성 콘서트’ 등 ‘청소년 도서 시리즈집’을 제작, 점자도서관에 비치토록 할 예정이다.  김 장관은 봉사활동을 마치며 “특별한 재능이라 생각되지 않는 것들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누군가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며 나눔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는 뜻 깊은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매년 연말, 사회복지시설 등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해 온 여가부 직원들은 연말 일회성 봉사로 그치지 않고 보다 많은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강서 점자도서관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김 장관은 봉사활동과 아울러 여성가족부가 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에 위탁해 제공하는 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 장애인 역량강화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며 장애인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할 계획이다. 김주혁 기자 happyhome@seoul.co.kr
  • 인류사 속 神 발자취… 삶에 녹아든 종교

    인류사 속 神 발자취… 삶에 녹아든 종교

    신의 탄생/프레데릭 르누아르·마리 드뤼케르 지음/양영란 옮김/김영사/340쪽/1만 6000원 인류 역사에서 최초의 남녀 신(神)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의심 없는 믿음이 존재할 수 있을까. 신은 왜 거의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프랑스의 종교학자이자 역사학자인 프레데릭 르누아르가 프랑스 저널리스트 마리 드뤼케르와 대담 형식으로 인류사 속 신의 역사를 되짚었다. 신이 어떤 모습으로 변천해 왔으며, 오늘날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앞으로 종교는 어떤 방향으로 변모해 갈 것인지 등을 살폈다. 철학, 역사, 종교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해박한 논리가 성찰의 깊이를 보장하는 책이다. 책의 미덕은 다양한 종교의 연원과 역사까지 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대목에도 있다.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뿐만 아니라 다신교인 힌두교와 불교 등의 탄생 비밀을 세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러나 대담 형식을 통해 드러나는 종교의 역사는 그 자체를 환기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성경의 관점에서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차이를 짚되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식이다. 오늘날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영성의 문제와 사이비 종교 문제, 동양 종교인 불교와 힌두교의 차이를 지적하기도 한다. 저자들의 관심은 종교 해설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서양에서 애증의 역사를 이어온 철학과 신학의 관계를 살피는 과정에 파스칼, 칸트, 라이프니츠 등의 사상을 폭넓게 동원한다. 종교와 신학, 철학의 복잡한 고리가 얼기설기 엉켜 있지만 독자들이 길을 잃을 일은 없다. 책의 지향점은 하나, 우리의 삶에서 종교(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옳은지에 맞춰져 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백 투 더 19세기

    백 투 더 19세기

    2014년 올 한 해 세계의 키워드는 뭘까.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니스트 필립 스티븐스는 4일(현지시간) 칼럼에서 올해를 ‘정치적 독재자의 해’로 꼽았다. 이들의 등장으로 인해 다국주의적 평화체제가 더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19세기 제국주의 열강 체제로 되돌아간 듯이 보인다는 평가다. 그가 꼽은 독재자들 명단은 이렇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그리고 민주주의 원칙을 나름대로 지키려 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지만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 범주에 포함시켰다. 아베 총리에 대해서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독일은 회개했으나 일본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에 진저리 친다”고 평가했고,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서는 “유럽의 자유주의적 정치인들보다 푸틴의 동료로 비교하는 게 더 편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칼럼은 이들 독재자 사이의 공통점 몇 가지를 꼽았다. 우선 강력한 민족주의의 남용이다. 보편적 가치 대신 국가적 이익이 앞선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제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게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두 번째는 경제 종속이다. 경제 문제를 자유시장의 원칙에 따라 처리하기보다는 국가 권력의 도구로 취급한다. 세 번째는 역사 교과서 다시 쓰기다. 역사에다 과거의 영광을 빼곡히 집어넣으려 든다. 칼럼은 “시진핑은 (중국이 서양에 굴복했던) 아편전쟁에까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려 들고, 푸틴은 소련의 붕괴를 슬퍼한다”고 꼬집었다. 그렇기에 이들은 주변국에 대한 자체적인 규제를 주장한다. 스티븐스는 칼럼에서 “중국과 러시아 관료들이 1823년 미국의 ‘먼로 독트린’을 인용하면서 자기 나름대로 지역의 종주권을 주장하는 것은 흔한 풍경”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은 생생한 증거다. 그는 “이제 두 번 다시 무력에 의한 국경 변경은 없다는 대원칙이 깨졌다”면서 “이는 19세기 강대국들이 벌인 거대한 권력투쟁을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칼럼은 “독재자들이 세계 무대에 성큼성큼 들어서면서 20세기 후반에 성립된 다국주의적 평화모델이 영구적인 국제질서의 변화라기보다는 역사적 막간극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을 “(영구평화론을 주장한) 칸트가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을 주장한) 홉스에게 길을 내줬다”고 표현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나치 악몽’ 겪은 뇌과학자의 기억 여행

    ‘나치 악몽’ 겪은 뇌과학자의 기억 여행

    기억을 찾아서/에릭 캔들 지음/전대호 옮김/알에이치코리아/556쪽/2만원 2000년 한림원이 발표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에게는 각별한 관심이 쏠렸었다. 바다달팽이를 실험 동물로 삼아 뇌에 기억이 저장되는 신경학 메커니즘을 규명한 에릭 캔들. 치매와 기억상실 치료의 길을 열었다는 대중적 관심에 더해 ‘분석 불가’로 여겨져 온 기억 메커니즘을 밝혀낸 수상자인 유대인 과학자의 개인사가 회자됐었다. ‘기억을 찾아서’는 14년 전 노벨상 발표 때의 관심과 충격을 그대로 모아 대중에게 다시 전하는 듯한 책이다. 어릴 적 나치 치하 오스트리아에서 겪은 공포 기억으로부터 시작된 과학 여정과 정신과학 발전사를 씨줄날줄로 엮어 자전적 형식으로 쓴 뇌과학 입문서라 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빈 태생인 저자는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과학자다. 하버드대에서 역사와 문학을 공부하던 중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빠져 뉴욕대 의대에서 의사의 길을 걷다가 사람 정신과 기억의 근원을 파헤치기 위해 과학자로 돌아선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기억’을 화두로 삼아 평생 그 풀이에 매진해 온 그의 지론은 ‘기억은 인간의 정체성과 뿌리 깊게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어릴 적 나치의 공포를 지금도 기억한다는 그가 뇌과학자로 기억을 평생 화두로 삼았음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의 개인사를 알지 못할 것이며 우리 삶의 기쁜 순간들을 회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의 말을 곱씹어 보면 우리가 우리인 것은 바로 우리가 배우고 기억하는 것들 때문이라는 것으로 압축된다. 그의 업적은 많은 과학자들이 인정하듯 세상을 크게 바꿀 성과로 평가된다. 기억이 저장되는 과정에서 뇌세포가 물리적으로 변하는 성질, 즉 시냅스 가소성 분야에서의 쾌거는 기억과 학습 과정을 세포 단위에서 규명했다는 것이다. 그 성과는 인간 본성에 대한 칸트의 합리론과 로크의 경험론이 모두 타당함을 확인시켜 준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학습이 어떤 변화를 통해 뇌에 저장되는지, 그리고 기억이 평생 지속될 수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한 것이 압도적이다. 적지 않은 과학자들은 저자가 의사에 안주했다면 인류는 지금만큼 뇌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 평가처럼 결코 어렵지 않은 과학서인 이 책을 통해 저자가 건넨 말이 인상적이다. “나는 일찍부터 불확실성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핵심 문제들에 대한 나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약자의 미래와 맞닿은 동물권을 고민하다

    약자의 미래와 맞닿은 동물권을 고민하다

    동물의 권리/피터 싱어 외 3인 지음/유정민 옮김/이숲/288쪽/1만 8000원 한국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1000만 가구를 넘는다고 한다. 전체 1700만 가구 중에서 60%에 육박하는 수치다. 한데 귀찮아졌다고 기르던 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이 여전하고, 장난삼아 쇠못 박은 고양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이들도 있다. 동물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기계와 같다고 했던 데카르트의 이성주의, 도덕적 수동자인 동물에게는 “의무가 없기에 권리도 없다”고 선언한 칸트의 도덕철학이 유난스러운 동물 애호 풍조와 뒤섞여 있는 역설의 현장이다. 사실 동물은 인간에게 모순적인 존재다. 반려동물이자 식량이기도 하니 말이다. 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간의 도덕적 의무 또한 점점 더 요구되고 있다. 새 책 ‘동물의 권리’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문제를 오랜 기간 연구한 권위자들이 나눈 대담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원시시대부터 오늘날까지 동물은 인간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인간보다 열등하다고 낙인 찍어 동물을 이용한 배경에는 어떤 이념이 작용했는지, 육식의 문제는 무엇이고 동물은 어떤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지, 동물에게 어떤 권리를 부여해야 하고 동물과 인간의 미래는 어떠해야 하는지 등을 논의했다. 각자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저자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동물에게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을 도덕적으로 수동적인 존재로 인정하고 어린이나 장애인, 노약자와 마찬가지로 동물의 권리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싱어는 동물의 권리를 위한 투쟁의 미래가 인간해방운동과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본다. 동물의 생존 조건이 개선될 때 사람의 삶의 조건도 향상된다는 것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필묵도정(김정환 지음, 다운샘 펴냄) 서예가 송천 정하건의 60여년 서예 인생을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낸 자전대담집. 유년 시절 처음 한문을 접한 순간부터 고학으로 졸업한 중·고교 학창 시절과 대학 시절을 두루 회억한다. 삼성그룹 창업자 고(故) 이병철 회장과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를 가르친 이야기도 있다. 448쪽. 3만원. 헝거 게임으로 철학하기(조지 A 던, 니콜라스 미슈 외 지음, 윌리엄 어윈 엮음, 한문화 펴냄) 고대 로마의 검투사 경기에서 모티프를 얻은 ‘헝거 게임’은 수잰 콜린스의 판타지 소설로,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플라톤, 칸트, 푸코 등 고금의 철학자들을 가상 동원해 미래 인간사회를 들여다본다. 400쪽. 1만 6500원.
  • 만점자, 영어·수학 4%대·국어B는 0.1%… 난이도 조절 실패

    만점자, 영어·수학 4%대·국어B는 0.1%… 난이도 조절 실패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국어를 제외한 나머지 영역은 지난해 수능에 비해 비슷하거나 쉽게 출제된 것으로 평가된다. 국어B형의 난도가 가장 높았고, 영어의 난도가 가장 낮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영어는 만점자 비율이 ‘물수능’으로 평가됐던 지난 9월 모의평가(3.71%)보다 더 높은 4%대가 될 전망이다. 수학B형 역시 만점자 비율이 3.5~4.5% 수준으로 예측되면서 한 문제를 틀리면 2등급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교육과정평가원이 영어를 지난 9월 수준으로 출제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변별력이 전혀 없는 수준으로 출제되면서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셈이다. 국어 영역의 난이도에 대해서는 현장 교사들과 학원, 학생들의 평가가 엇갈렸다. 교사들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것으로 분석했지만, 입시학원들은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상담교사단 소속 김용진 동대부고 교사는 “국어A형은 지난해 수능과 대체로 비슷한 정도의 수준”이라며 “단 최상위권 학생을 구별하기 위한 문제가 몇 개 있었는데, 학생들의 체감 난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대체로 평이한 문제가 많아 상쇄되는 만큼 실제 채점 결과는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봤다. 문법에서 국어사전을 이용하는 14번, 현대시와 수필을 복합지문으로 낸 33번, 현진건의 역사소설 ‘무영탑’을 소재로 한 42번 문항도 비교적 어려운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입시업체들은 대부분 지난해 수능에 비해 비슷하거나 어려웠다는 분석을 내렸다. 국어A형에 대해서는 대성학원·유웨이중앙교육·종로학원이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메가스터디·비상교육·이투스청솔·진학사는 ‘다소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비문학 지문 중 칸트 철학의 지문이 어려웠고, 현대소설과 현대시 등 문학 지문이 길어 전반적으로 난도가 높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비문학 지문이 어렵고 국어A형의 과학기술 지문이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국어B형은 대성학원·메가스터디·이투스청솔·종로학원·진학사 등은 ‘지난해에 비해 어렵다’로, 비상교육과 하늘교육은 ‘어렵다’고 평가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국어B형은 만점자가 0.1% 정도로 예상되고 2012학년도 이후 가장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학생들의 체감 난도는 훨씬 높았다. 상위권 학생들조차 “시간이 모자랐다”거나 “국어 시험 시간이 지옥 같았다”고 평가했다. 국어 영역 지문이 매우 길고 전반적으로 어려워 시간이 부족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수학 영역은 상당히 어려웠던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됐다. 수학B형의 경우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이 되고 한 문제라도 틀리면 2등급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만기 양평고 교사는 수학A형에 대해 “각 단원에서 문항이 고르게 나왔고 교과서와 EBS 연계 교재를 충분히 공부했다면 무리 없이 수능에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점수별로 2점짜리 3문항, 3점 11문항, 4점 8문항 등 30문항 가운데 21문항이 EBS 연계 교재에서 출제됐다”고 밝혔다. 유제숙 한영고 교사는 수학B형에 대해 “고난도 문항 개수가 예년에 4개였다면 올해는 3문항이 나왔고, 1등급 컷을 가를 문항도 3~4개였는데 올해는 2개 정도만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올해 수학 영역에서는 매년 출제된 문항이 출제되지 않거나 수험생들이 낯설게 느낄 수 있는 신유형 문항이 출제된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입시업체들은 A, B형 모두 예년에 비해 쉽게 출제된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고난도 문항으로 나오던 주관식이 예년보다 평이했고 전반적으로 A, B형 모두 쉽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학생은 수학A형의 경우 시간이 남을 정도로 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어 영역은 학생들이 평소 어렵게 여기는 빈칸 추론 문제가 모두 EBS 교재 연계 문항으로 채워지는 등 아주 쉬웠다는 평가다. 이종한 양정고 교사는 “16, 17번 문항을 빼고는 듣기가 모두 EBS 교재 연계로 출제됐고 어려운 문항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혜남 문일고 교사는 “중상위권만 돼도 전혀 어렵지 않게 느꼈을 정도로 EBS 연계율이 높았다”면서 “듣기가 5문항 줄면서 문장 넣기 등의 문제가 늘었는데 그것도 쉽게 출제됐다”고 말했다. 사회탐구는 모의평가와 비슷하거나 쉬운 수준, 과학탐구는 비슷하거나 어려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교육부는 1교시 국어 영역의 결시율이 7.04%(4만 5050명), 3교시인 영어 영역은 8.33%(5만 2798명)라고 밝혔다. 평가원은 오는 24일 정답을 발표하고, 성적표는 다음달 3일 배부한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정진곤의 살며 생각하며] 노예와 자유인

    [정진곤의 살며 생각하며] 노예와 자유인

    노예제도가 폐지된 오늘날 옛날과는 달리 남의 집의 종이나 노예로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친구에게 “누구네집 종살이하냐?”라고 묻는다면, 농담으로 알아듣거나 만일 진담이라면 그 사람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칸트는 “노예제도는 폐지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노예로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사회제도적으로 누구도 법률적으로 다른 사람의 노예나 종은 아니지만, 실제로 노예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흑인들은 백인들의 노예로 살면서 농장일, 밥 짓기, 청소 등 궂은 일을 했습니다. 노예제도는 폐지되었지만 아직도 흑인들의 상당수는 노예시절에 해 왔던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예제도는 폐지되었지만 아직도 흑인들은 실제로는 백인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돈, 권력, 체면의 노예- 그러나 칸트의 말은 단순히 이러한 의미만은 아닙니다. 옛날 수많은 노예를 소유하고 살았던 백인들 보다 훨씬 부자로 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도 노예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 노예이냐 주인이냐의 기준은 단순히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재산과 권력을 소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노예는 글자 그대로 주인이 명령하고 지시하는 대로 복종하며 살아갑니다. 옛날에 백인들의 노예였던 흑인들은 주인이 지시하고 명령하는 대로 살았습니다.  칸트가 말하는 현대사회의 노예는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되어 자기 의지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사회가 원하는 대로 혹은 명령하고 지시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현대인들 가운데는 돈의 노예가 되어 돈만 벌 수 있다면 자신의 양심마저도 속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서슴지 않고 나쁜 짓을 합니다. 좋은 자리에 가기 위해서 권력을 쥔 사람의 노예가 되어 그가 시키는 일이면 무슨 일이든지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회적 유행이나 관습 혹은 타인의 시선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보다는 주위 사람들의 의견이나 시선에 맞추어 살아갑니다. 어떤 옷이나 핸드백이 유행한다고 하면 빚을 얻어서라도 사가지고 다닙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멀쩡한 눈과 코를 수술합니다. 분수에도 맞지 않는 값 비싼 양복을 입고 명품 구두를 신고 자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체면 때문에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도 않은 사람이 비싼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도 합니다.   -스님만 출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법정 스님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돈, 권력,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유행의 노예가 되지 않고,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님이 아닌 일반인들도 출가가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승려가 아니고, 신부나 수녀가 아닌 사람일지라도 저마다 자기의 일상생활이 있다...그 일상의 삶으로부터 거듭 거듭 떨쳐 버리는 출가의 정신이 필요하다. 머리를 깎고 산이나 절로 가가는 것이 아니라, 비본질적인 것들을 거듭거듭 버리고 떠나는 정신이 중요하다(법정, 산에는 꽃이 피네, 183) ‘출가’란 문자적인 의미로 집을 떠나는 것을 말합니다. 집에는 자신이 사랑하고 아끼는 아내와 자식, 소중한 재산과 컴퓨터, 휴대전화, 텔레비전, 냉장고 등의 수많은 물건들이 있습니다. 출가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본질적인 것이고, 필요한 것이며, 의미 있는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보고, 그렇지 않은 것들을 과감히 버리고 떠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버리고 비우는 일은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버리고 비워야만 새 것이 들어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유인의 삶- 에리히 프럼은 기독교의 핵심적인 주제는 삶의 비본질적인 것들에 집착하지 않고 참된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는 그들의 조상인 아브라함이 “너의 본토 친척 아비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하는 땅으로 가라(창세기, 12:1)”는 하나님의 명령에 복종하여 이제까지 살아온 고향 땅을 떠나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아브라함은 조상대대로 살아온 비옥한 농토와 편안한 삶의 터전을 버리고, 영원한 삶과 진리의 상징인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광야로 떠납니다. 수백 년이 흐른 후, 아브라함의 자손인 이스라엘 민족들은 종살이하던 이집트땅을 떠나 30여 년 동안 광야에서 생활하였습니다. 먹을 것과 마실 것도 없는 땅에서 이스라엘 민족들은 오직 하느님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아침에는 빵과 저녁에는 메추라기를 내려주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단서가 붙습니다. “저마다 하루 먹을 것만 거두어라”는 명령입니다. “그들이 모세의 말을 청종치 아니하고 아침까지 두었더니 벌레가 생기고 냄새”(출애굽기, 16:20)가 났습니다. 내일을 위하여 쌓아 놓은 음식은 부패하여 먹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내일을 염려하거나 준비하지 말고, 오직 오늘만을 생각하며 살아가야 했습니다. 광야는 풀 한포기 자라기 어려운 메마르고 거친 곳입니다.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끝없는 모래사막과 함께 거친 바람만이 불어오는 곳입니다. 광야는 먹을 것과 입을 것 그리고 재산, 명예와 권력 등의 세상의 욕망과 삶의 비본질적인 것을 떨쳐 버리고, 보다 근원적이며 본질적인 삶을 추구하기 위해 오직 하느님만을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을 단련하는 장소입니다. 하느님인 아들인 예수님도 세상의 유혹에 벗어나기 위해 광야에서 40일간 금식하며 기도하였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돈, 권력, 명예와 향락 등이 삶의 최고의 가치이자 인생의 목표처럼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것들에 집착하지 않고 참된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욱이 나 혼자만이 아니고, 아내와 자식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보통 사람들이 가족이 없는 수도승이나 신부님처럼 살아가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번뿐인 우리의 인생을 돈, 명예, 권력 등을 삶의 최고의 가치이자 목표로 생각하고 이와 같은 비본질적인 것들에 매달려 노예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돈 없이 살아갈 수는 없지만, 돈에 얽매여 살아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가난해도 누구든지 부자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최고의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가장 적은 돈으로도 만족하며 즐겁게 살아갈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항상 돈이 부족해서 돈에 얽매여 살아가는 사람을 돈이 많은 부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비록 가난하지만 돈에 얽매이지 않고 여유롭고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가난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은 객관적인 기준에 의하여 나누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돈에 얽매여 살아가느냐 그렇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느냐에 의해 구분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을 노예가 아닌 자유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나는 무엇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으며,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것들이 과연 나의 삶에서 본질적인 것들인가?” 그리고 “내가 얽매여 살아가는 것들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만약 삶의 비본질적인 것 혹은 불필요한 것들에 얽매여 살아가고 있다면 언제든 ‘출가’의 정신을 가지고 ‘광야’로 떠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참된 자유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전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수석) tiger@hanyang.ac.kr
  • 끊임없이 살 찌는 김대리, 이유는 ‘잦은 외식’

    끊임없이 살 찌는 김대리, 이유는 ‘잦은 외식’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바쁜 직장인 또는 학생들은 하루에 단 한끼도 집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날들이 많다. 시대에 따라 라이프 스타일이 변화하면서 혼자 사는 사람 뿐만 아니라 신혼부부나 소가족들도 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습관이 비만으로 연결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퀸스대학의 애쉬마 칸트 박사 연구팀은 2005~2010년 사이 5년간 8314명을 대상으로 집 밖에서 먹는 식사와 건강의 연관관계를 추적 연구했다. 그 결과 회사 사무실에서 밥을 먹거나 저녁마다 외식을 지나치게 할 경우 비만의 위험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비타민 부족 및 콜레스테롤 과다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6회 이상 집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는데 이는 신체비만지수를 높이고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고밀도 리포 단백질의 수치는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 비타민 C나 E 등의 체내 영양소 수치가 낮아졌으며 이 같은 현상은 남성 보다는 50세 이상의 여성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람들이 식사 시 건강한 메뉴를 선택하든 그렇지 않든, 이와는 상관없이 집 밖에서 먹을 때에는 모두 비슷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또 여성보다 남성이 외부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20~30대의 수입이 높거나 학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외식하는 횟수가 많았다. 미국 뉴욕 세인트존스대학의 영양학자인 애이미 코넬 박사는 “패스트푸드나 식당에서 파는 음식에는 지방이나 염분이 많고 칼로리가 높으며 영양상태가 불균형 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를 몸무게 증가 또는 질병의 발병으로 연관시키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체중조절 및 식단 전문가인 크리스틴 산토리 역시 “지난 10여년 동안 외식을 하는 사람은 점차 많아졌으며 이는 개개인이 건강과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데 큰 장애물이 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집에서 직접 식사를 만들어서 먹는 경우 영양이나 먹는 양 등을 조절하기가 쉽기 때문에 외식보다 훨씬 건강에 유익하며, 바쁜 직장인이라면 튀긴 음식 보다는 샐러드가 포함된 굽고 찐 음식들을 주로 사먹거나 집에서 싼 도시락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비만 저널’(InternationalJournalofObesity)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만연한 거짓과 꼼수 타파…해답은 ‘정직의 가치’ 실현

    만연한 거짓과 꼼수 타파…해답은 ‘정직의 가치’ 실현

    왜 다시 정직인가/베른하르트 부엡 지음/유영미 옮김/뜨인돌/152쪽/1만 2000원 성경을 빌리자면, 한때 인간은 심성 자체가 진실하고 정직했던 듯하다. ‘사과 서리’조차 벌벌 떨며 죄악시했으니 말이다. 태초에 벌어진 이 사건 이후부터 인간의 소유욕이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했을까.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소유욕을 채워주는 것, 그러니까 돈이 곧 권력이자 전부인 세상이 됐다. 돈만 쥘 수 있다면 인간됨 자체를 서슴없이 부정할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꼭 돈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인간의 탈을 벗어던질 핑계거리는 도처에 널렸다. 이런 세상에서는 인간성에 대한 호소도, 종교적 가르침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과연 이 남루한 현실에서 우리를 구원할 게 있을까. 새 책 ‘왜 다시 정직인가’는 그 해답을 ‘정직’에서 찾는다. 유럽의 명문 기숙학교인 독일 살렘학교에서 30년째 교장을 지낸 저자는 교육철학으로서 정직의 가치를 설파한다. 정직이 인간의 본성이며, 이기심에 자리를 내준 본성을 되찾을 때에만 인류에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정직은 사전적 정의를 넘어선다. 정직은 인간을 목적 자체로 대하는 것이다. 인간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권력 유지의 도구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인간은 그 자체로서 절대적 가치를 지니며 그 자체가 목적인 존재’라던 칸트의 인간관과 맞물려 있다. 정직의 실천도 강조했다. 어렵더라도 정직의 가치를 실현해 나갈 때 우리 사회에 만연한 꼼수와 거짓, 그로 인한 사회악을 내몰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정직에는 능동적 행동이 수반된다”며 “진리를 위해 거짓에 대항하는 것이 성숙한 사람의 태도”라고 주장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뚱뚱해지는 김과장, 주범은 잦은 ‘집밖의 밥’ (연구)

    뚱뚱해지는 김과장, 주범은 잦은 ‘집밖의 밥’ (연구)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바쁜 직장인 또는 학생들은 하루에 단 한끼도 집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날들이 많다. 시대에 따라 라이프 스타일이 변화하면서 혼자 사는 사람 뿐만 아니라 신혼부부나 소가족들도 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습관이 비만으로 연결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퀸스대학의 애쉬마 칸트 박사 연구팀은 2005~2010년 사이 5년간 8314명을 대상으로 집 밖에서 먹는 식사와 건강의 연관관계를 추적 연구했다. 그 결과 회사 사무실에서 밥을 먹거나 저녁마다 외식을 지나치게 할 경우 비만의 위험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비타민 부족 및 콜레스테롤 과다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6회 이상 집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는데 이는 신체비만지수를 높이고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고밀도 리포 단백질의 수치는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 비타민 C나 E 등의 체내 영양소 수치가 낮아졌으며 이 같은 현상은 남성 보다는 50세 이상의 여성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람들이 식사 시 건강한 메뉴를 선택하든 그렇지 않든, 이와는 상관없이 집 밖에서 먹을 때에는 모두 비슷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또 여성보다 남성이 외부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20~30대의 수입이 높거나 학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외식하는 횟수가 많았다. 미국 뉴욕 세인트존스대학의 영양학자인 애이미 코넬 박사는 “패스트푸드나 식당에서 파는 음식에는 지방이나 염분이 많고 칼로리가 높으며 영양상태가 불균형 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를 몸무게 증가 또는 질병의 발병으로 연관시키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체중조절 및 식단 전문가인 크리스틴 산토리 역시 “지난 10여년 동안 외식을 하는 사람은 점차 많아졌으며 이는 개개인이 건강과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데 큰 장애물이 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집에서 직접 식사를 만들어서 먹는 경우 영양이나 먹는 양 등을 조절하기가 쉽기 때문에 외식보다 훨씬 건강에 유익하며, 바쁜 직장인이라면 튀긴 음식 보다는 샐러드가 포함된 굽고 찐 음식들을 주로 사먹거나 집에서 싼 도시락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비만 저널’(InternationalJournalofObesity)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바쁜 직장인 살 찌는 이유는 바로 ‘이것’

    바쁜 직장인 살 찌는 이유는 바로 ‘이것’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바쁜 직장인 또는 학생들은 하루에 단 한끼도 집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날들이 많다. 시대에 따라 라이프 스타일이 변화하면서 혼자 사는 사람 뿐만 아니라 신혼부부나 소가족들도 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습관이 비만으로 연결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퀸스대학의 애쉬마 칸트 박사 연구팀은 2005~2010년 사이 5년간 8314명을 대상으로 집 밖에서 먹는 식사와 건강의 연관관계를 추적 연구했다. 그 결과 회사 사무실에서 밥을 먹거나 저녁마다 외식을 지나치게 할 경우 비만의 위험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비타민 부족 및 콜레스테롤 과다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6회 이상 집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는데 이는 신체비만지수를 높이고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고밀도 리포 단백질의 수치는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 비타민 C나 E 등의 체내 영양소 수치가 낮아졌으며 이 같은 현상은 남성 보다는 50세 이상의 여성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람들이 식사 시 건강한 메뉴를 선택하든 그렇지 않든, 이와는 상관없이 집 밖에서 먹을 때에는 모두 비슷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또 여성보다 남성이 외부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20~30대의 수입이 높거나 학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외식하는 횟수가 많았다. 미국 뉴욕 세인트존스대학의 영양학자인 애이미 코넬 박사는 “패스트푸드나 식당에서 파는 음식에는 지방이나 염분이 많고 칼로리가 높으며 영양상태가 불균형 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를 몸무게 증가 또는 질병의 발병으로 연관시키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체중조절 및 식단 전문가인 크리스틴 산토리 역시 “지난 10여년 동안 외식을 하는 사람은 점차 많아졌으며 이는 개개인이 건강과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데 큰 장애물이 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집에서 직접 식사를 만들어서 먹는 경우 영양이나 먹는 양 등을 조절하기가 쉽기 때문에 외식보다 훨씬 건강에 유익하며, 바쁜 직장인이라면 튀긴 음식 보다는 샐러드가 포함된 굽고 찐 음식들을 주로 사먹거나 집에서 싼 도시락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비만 저널’(InternationalJournalofObesity)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충격과 환상… 이 요리, 예술이네

    충격과 환상… 이 요리, 예술이네

    엘불리의 철학자/장 폴 주아리 지음/정기헌 옮김/함께 읽는 책/240쪽/2만 1000원 스페인 카탈루냐주, 크레우스곶의 외딴 해변에 숨어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레스토랑이 있다. 이곳에서 고객들은 메뉴의 선택권이 없다. 매년 완전히 새롭게 개발된 메뉴가 일괄적으로 제공된다. 매년 250만명이 식사 예약을 요청하지만 그중 8000명 정도, 즉 하루 50명만이 식사를 할 기회를 얻는다. 레스토랑 ‘엘불리’다. 이곳의 명성은 25년째 엘불리의 셰프로 일해 온 천재 요리사 페란 아드리아에게서 비롯된다. 영국의 레스토랑매거진에 의해 ‘세계 최고의 요리사’로 선정됐을 뿐 아니라 요리사로는 처음으로 독일 카셀도큐멘타 현대미술제에 아티스트로 초대된 바 있는 아드리아는 1년 중 6개월은 레스토랑 문을 닫고 창조에만 몰두한다. 신간 ‘엘불리의 철학자’는 마르크스주의자이며 급진적 철학자인 저자가 사상과는 전혀 무관하게 순전히 미식가로서, 페란 아드리아와 그의 레스토랑이 실험해 온 요리들에 관한 철학적이며 미학적인 고찰을 담고 있다. 책 전체를 통해 관통하는 질문은 “요리는 예술이 될 수 있는가? 될 수 있다면 이 예술의 본질은 무엇인가?”이다. 1987년부터 25년간 페란 아드리아의 전속요리 사진가로서 그의 창조적 요리들을 기록으로 보존해 온 프란세스크 기야메의 멋진 사진들과 함께 엘불리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탐구한다. 그 과정에서 프랑스 요리의 역사, 예술사, 미학사와 맛에 대한 철학자들의 생각들이 다채롭게 소개된다. 저자는 한 창조물이 예술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칸트적인 의미에서 독창성, 보편성, 재현, 오성의 확장, 엘리아스와 베커의 미학적 요구를 만족시켜야 한다고 전제한 뒤 아드리아의 요리에 대해 ‘그것은 예술작품’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사람들은 아드리아의 요리에서 모든 종류의 해체, 비물질화, 전이, 일탈, 놀라움, 환상, 충격, 웃음, 어긋남 등을 경험한다. 이런 경험은 요리를 공유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질문하게 하고 성찰하게 하며 자기 자신으로 회귀하게 만든다. 아드리아는 자신의 요리에 일종의 지적 만족과 함께 웃음을 자아내는, 지성에 호소하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영혼이 느끼는 기쁨의 여섯 가지 감각을 적용함으로써 감상자와 대화를 시도한다. 저자는 이런 시도들이 요리와 이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를 매개하는 데 성공했으며 요리가 특정한 방식으로 아름다운 재현의 세계에 진입하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취미와 특기/문소영 논설위원

    학생기록부 등 개인의 이력서에 취미와 특기를 적는 난이 있다. 어렵게 말하면 취미(taste)는 18세기 칸트 철학에서도 거론된 근대 철학의 중요한 개념의 하나에도 들어 있다. 개인을 식별하는 기준을 의미한다고 한다. 특기(talent) 역시 한 개인의 소양과 능력에 관한 기능적인 경험을 묻는다는 점에서 중요했다. 1960~1970년대에 한국에서는 주로 독서와 음악감상을 취미라고 말했다. 돈이 적게 드는 취미들이었다. 요즘은 앰프와 스피커, 음반을 갖춘 집도 많지만 당시에는 FM 라디오로 클래식 음악을 즐겼다.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에서도 ‘클래식 음악 전문 커피점’에서 커피 한두 잔 값으로 온종일 고전 서양음악을 듣는 일이 유행하기도 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이라 비용을 들여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것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탓에 수동적이고 정적인 취미와 특기가 대세였다. 1970년대 말쯤부터는 어지간히 살 만한 집에서는 여학생에게 체르니로 대표되는 교본으로 피아노를 가르쳤다. 특기란에 피아노 연주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통기타 가수들이 인기를 끌자 남학생들은 너도나도 기타를 배웠다. 서예나 사군자를 배우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안방극장’에 자리를 빼앗겼던 영화도 1980년대 중반 이후 대중문화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2013년 연간 영화 관객 2억명을 돌파한 데는 영화감상 취미가 큰 힘이 됐다. 등산 인구도 늘기 시작했고 1990년대 이후에는 사진 찍기를 비롯해 수영, 테니스, 볼링, 사이클, 골프, 스키, 헬스 등이 취미이자 특기의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수십·수백만원대의 장비를 구입하고, 매월 수십만원의 강사료를 내고 전문강사에게 배워야 하는 기술이자 운동들이다. 특히 등산과 사이클의 활성화는 아웃도어 의류시장을 크게 확장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10여년째 머물고 있지만 취미와 특기의 종류는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국궁(國弓)이 이슈로 떠올랐다. 올림픽게임 종목인 양궁에 밀려 잊혀 가는 전통 무예다. 고구려의 시조 주몽과 비류국 국왕 송양의 활쏘기 결투에서 보듯 한민족의 기예 중 하나였다. 이순신은 1순에 5대씩 거의 매일 10~20순을 쐈다는 기록이 ‘난중일기’에 나온다. 훈련이자 체력 단련이었다. 국궁을 배운 세월호 유가족인 김영오씨를 ‘귀족 스포츠’를 했다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가난하면 그 정도의 취미도 가질 수 없을까. 월 수강료 3만원인 국궁이 귀족 스포츠라면 1회에 20만~30만원인 스키와 골프는 ‘황제 스포츠’라 불러야 할까.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장 자크 루소는

    장 자크 루소가 살았던 18세기는 이른바 ‘계몽의 시대’였다. 이 시기의 사상가들은 인간의 이성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루소는 계몽과 이성을 중시하면서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쳤고, 자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아이들은 버렸다. ‘모순의 사상가’로 불리는 까닭이다. 루소는 이 모순조차도 철학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고백록’이나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형편없는 인간인지, 얼마나 혼란스러운지를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철학자들은 ‘삶의 모순에 대한 성찰’이 루소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평가한다. ‘벌거벗은 자신을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작품은 더욱 진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는 ‘벨 에포크’라는 황금시대가 등장한다.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스콧 피츠제럴드 등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던 20세기 초반의 프랑스 파리다. 하지만 루소의 시대에도 프랑스와 파리는 여전히 벨 에포크였다. 루소는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오페라 ‘마을의 점쟁이’를 쓸 정도로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다. 루소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으로는 마키아벨리와 식물분류의 아버지 칼 린네가 꼽힌다. 평생 자연을 갈구한 루소는 린네를 “이 지구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고 불렀다. 루소는 당대의 철학자는 물론 예술가, 정치인들과 끊임없이 교류했고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모순’으로 대표되는 루소의 인생처럼 그의 영향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판이했고 결과도 제각각이었다. 루소에게서 비롯된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프랑스대혁명을 들 수 있다. 북프랑스의 시골뜨기 로베스피에르는 파리로 유학 와 루소의 사상에 깊은 감명을 받고 혁명을 결심, 프랑스대혁명에서 단두대로 대표되는 ‘공포정치’로 이름을 떨쳤다. 역사상 최초의 전업 경제학자인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 역시 루소와 사상적 교류를 나눴던 부친을 통해 기반을 쌓았다. 그는 19세기를 유토피아적 환상으로 낙관하던 사람들에게 ‘인구론’과 ‘공황론’을 통해 사회 붕괴와 소멸이라는 끔찍한 미래를 제시했다. 루소 사상의 광신도였던 시몬 로드리게스는 자신의 제자들에게 사상을 물려줬고 그중 한 명은 역사를 바꿨다. 그가 바로 남미 해방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몬 볼리바르다. 평생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산책에 나서 동네 주민들에게 ‘시계’로 불린 비판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단 한 번 산책 시간을 어겼는데 이때 읽던 책이 ‘에밀’이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朴대통령, 사마르칸트 방문… “실크로드 심장서 제2 교류를”

    朴대통령, 사마르칸트 방문… “실크로드 심장서 제2 교류를”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 사흘째인 18일 고대 실크로드의 중심지이자 우즈베키스탄 제2의 도시인 사마르칸트로 이동해 유라시아 협력을 위한 문화 교류 일정을 소화했다. 사마르칸트는 건립 2700여년을 맞는 고도로 ‘부하라’ ‘히바’ 등과 함께 과거 실크로드 교역로의 심장 역할을 해 왔다. 청와대는 “우즈베키스탄의 역사와 전통, 문화에 관심과 경의를 표함으로써 상호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우즈베키스탄이 자랑스러워하는 역사와 실크로드에 대한 이해를 표명해 유라시아 교류사를 현재의 유라시아 협력에 연계해 생각한다는 의미를 담은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안내는 사마르칸트가 고향인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직접 맡았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담이 끝나고 “안내를 맡아도 되겠느냐”고 전격 제안해 이날 네 군데 유적지를 함께 돌았다. 두 대통령은 아프라시아브 박물관을 찾아 조우관(鳥羽冠)을 쓰고 환두대도(環頭大刀)를 찬 고구려의 사신을 소재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 박 대통령은 “사마르칸트와 한국 사이에는 고대부터 교류가 있었다”며 “앞으로도 두 나라 국민 간의 교류가 더욱더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사마르칸트 주지사 주최 오찬에서 문화·관광 협력, 태양광발전 협력, 고려인 동포 사회의 역할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2박 3일간의 방문 일정을 마친 뒤 두 번째 방문국인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했다. 첫 공식 일정인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 정부 사이에 ‘일반여권 사증면제협정’이 체결돼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여러분의 자녀들이 한민족의 긍지를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도움을 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카자흐스탄 하바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 “카자흐스탄은 과거 1000여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핵보유국이었지만, 자발적으로 전부 포기하는 대신 미국, 러시아, 영국 등으로부터 대규모 경제지원을 받아 큰 경제성장을 이뤘다”면서 “북한은 하루빨리 카자흐스탄의 핵 포기와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마르칸트(우즈베키스탄) 아스타나(카자흐스탄)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朴대통령, 문창극 임명동의안 귀국후 재가 검토

    朴대통령, 문창극 임명동의안 귀국후 재가 검토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국회 제출과 관련해 주말인 오는 21일 귀국 이후 재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민 대변인은 18일 박 대통령의 첫 방문국인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서 이 나라의 역사 고도(古都)인 사마르칸트로 출발하기 직전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브리핑을 갖고 “박 대통령은 총리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구서는 귀국해서 재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민 대변인은 이어 “지금 순방 중에는 경제적으로, 외교적으로 중요한 발표할 것이 많다”면서 “순방 중에는 이런 중요한 외교적·경제적 이슈에 집중하고 총리 임명동의안과 장관 인사청문요청서는 귀국해서 여러 상황을 충분히 검토한 뒤 재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귀국 이후로 문 후보자 임명동의안 및 청문요청서의 재가를 미룬 것은 순방 중에 정상외교에 집중하는 동시에 시간을 두고 문 후보자를 둘러싼 여론이나 민심의 향배를 지켜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귀국 후 “재가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재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의 국회 제출 자체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으로 남게 됐다. 박 대통령이 재가를 한다고 해도 주말과 휴일을 거쳐야 국회에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구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주가 시작되는 23일이 그나마 가장 이른 시점이 될 공산이 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청와대 발표’, 브리핑하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 발표’, 브리핑하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18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사마르칸트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서 취재진에게 총리와 장관 임명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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