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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일 개봉예정 오! 그레이스

    익명의 연애편지 한 통이 온마을에 행복을 ‘전염’시킨 즐거운 영화가 있었다.천커신(陳可辛 )감독의 ‘러브레터’(99년 개봉)였다. 영국의 신인감독 나이젤 콜이 연출한 ‘오! 그레이스’(Saving Grace)가 이런 식의 영화다.대마초 한포기가 작은 마을을 통째로 유쾌하게 뒤흔든다. 그레이스(브렌다 블레신)는 화초나 키우며 짬짬이 동네 여자들과 차를 마시는 게 낙인 고상한 중년부인이다.이름처럼우아하게만 살고 싶은데,운명이 얄궂은 장난을 걸어온다. 사업에 실패한 남편이 갑자기 죽어버리자 여기저기서 감당못할 일들이 터진다.애지중지해온 집과 정원은 빚잔치로 날리게 생겼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남편의 정부까지 나타나 속을 긁는다.그때부터 ‘돈이 원수’다. 덩달아 일자리를 잃은 정원사 매튜(크레이그 퍼거슨)가 대마초 한포기를 가져오고,그레이스는 빚을 갚기 위해 온실을대마초 밭으로 바꿔간다. 때로 진한 섹스장면들이 스포츠처럼 건강해 보이기만 하는영화가 있다.이 영화도 엉뚱한 데서 매력을 ‘덤’으로 챙긴다.마약이란 위험소재를 끌어들인 불온함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싱싱한 웃음과 위무의 기능을 놓치지 않는다.대마를 가꾸느라 밤마다 터뜨리는 조명탄은 멀찍이서 바라보는 마을사람들에겐 흥겨운 불꽃놀이일 뿐이다. 판매망을 뚫겠다며 그레이스가 뉴욕으로 진출한 후반부에서는 반전의 재미까지 톡톡히 선사한다. 삶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비약시킨 대목이 거북할 수도 있겠다.그러나 곳곳에 상상력을 동원해 삶의 아이러니를 친근하게 은유해낸 감독의 재주는 신통하다.덕분에,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별난 소재인 만큼 결론을 점쳐보는 것도 감상포인트가 될법하다.불건전 영화로 내몰리기 십상인 이 대마초 영화는 어떻게 막을 내릴까.그레이스를 ‘마약왕’으로 만들까.힌트.영화는 모든 등장인물들이 함께 즐거워지는 해피엔드다.그리고 까다로운 국내 등급위원회가 수입심의만큼은 별말없이 통과시켰다.브렌다 블레신은 지난 96년 ‘비밀과 거짓말’(감독마이크 리)로 골든글러브와 칸국제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따낸 연기파 배우다. 황수정기자 sjh@. * 대마초 흡연장면 “마약홍보”수입사 자진삭제 재심 신청. 알고보면 전혀 ‘환각 혐의’없이 밝은 영화지만 한달간 등급보류판정을 받은 아픔이 있다. 지난 5월26일 개봉예정됐다가 계속 밀린 것은 그 때문이다. 관람연령 등급을 결정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극중 남녀주인공이 해변에서 대마초를 피우는 장면 등을 마약홍보라 판단하고 뒤늦게 제동을 건것.부랴부랴 수입사 제이넷 이미지는 문제의 장면을 포함한 1분 가량을 자진삭제해 재심을 신청했다.심의결과는 오는 18일 나올 예정.이쯤되자 극장가는또한번 심의잣대를 놓고 입방아다.영화평론가 김시무씨는 “끝내 마약을 불태우기까지 하는 영화가 등급보류받는 건 아이러니”라면서 “계속 반복될 민감한 문제인 만큼 체계적인 심의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칸국제영화제 막내려

    지난 20일(한국시간 21일 새벽) 막내린 제54회 칸국제영화제는 행복했던 가정이 10대 아들의 죽음으로 산산조각나는 비극을 그린 이탈리아 난니 모레티 감독의 ‘아들의 방’에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안겼다.영화에서 주인공인 심리분석사를 직접 연기하기도 한 모레티 감독은 국제비평가상도 함께 받았다. 현지 첫 시사때부터 해외언론들의 호평을 이끌어낸 오스트리아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는 대상을 비롯해 남녀주연상까지 따냈다.영화는 피아노 교사와 그녀를유혹하는 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극중에서 열연한베누아 마지멜과 이자벨 위페르가 남녀주연상을 휩쓸었다. 최우수 감독상은 형사물 ‘그는 그곳에 없었다’의 조엘코엔,‘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데이비드 린치가 공동 수상했다.미국의 두 감독이 나란히 감독상을 받은 사실은 올해 수상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항이다.특히 이발사인 주인공의 실존적 문제의식을 코엔 특유의 재치를 섞어 만든흑백영화 ‘그는…’은 영화제 초반부터 화제작으로 떠올라 있었다.코엔은 지난 96년대표작 ‘파고’로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었다. 신인 감독에게 주어지는 황금카메라상은 무속신앙에 도전하는 에스키모 형제를그린 ‘아타나르주아트,패스트 러너’를 연출한 캐나다의 자카리아스 쿠눅 감독이 차지했다. 황금카메라상의 유력 후보로 영화제 내내 화제였던 보스니아 영화 ‘노 맨스 랜드’는 시나리오상을 받았다.전쟁의부조리를 코믹한 어법으로 파헤친 이 영화는 신인감독 다니스 타노비치가 연출과 각본을 도맡았다. 기술상은 경쟁부문에 진출한 대만영화 차이 밍량의 ‘그곳은 지금 몇시?’와 후 샤오시엔의 ‘밀레니엄 맘보’ 두편의 사운드를 맡은 투 두치에게 돌아갔다. 한편 단편영화 부문에 진출해 가까스로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살렸던 심동일 감독의 ‘신성가족’은 수상권에 들지못했다.최우수 단편영화상은 미국 데이비드 그린스팬의 ‘빈 케이크’가 받았다. ‘주목할만한 시선’에는 프랑스 신인감독 이브 코몽의 ‘소년의 사랑’이 선정됐다. 올해 칸은 철저히 유럽영화를 우위에 올려놓은 채 섭섭지않을 만큼 할리우드쪽을 배려했다는인상이 짙다.지난해경쟁작 리스트에 단 한편도 넣지 않아 심히 불편한 관계였던 이탈리아로 황금종려상을 넘긴 것도 우연만은 아닌 것같다.후 샤오시엔,차이 밍량,이마무라 쇼헤이,모흐센 마흐말바프 같은 ‘칸느 표’ 아시아 감독들은 하나같이 상복을 누리는 데 실패했다.황수정기자 sjh@
  • 칸 마켓 ‘무사’에 뜨거운 눈길

    막바지로 기운 제54회 칸국제영화제의 한국영화 마켓부스들이 북적댄다.9월 국내 개봉될 무협액션 ‘무사’(제작 싸이더스)는 세계적 배급사인 미라맥스의 하비 와인스타인 회장으로부터 직접 시사요청을 받았다.또 ‘파이란’(튜브픽처스)은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부터 올 가을 영화제에신설될 ‘뉴 디렉터’부문에 초청권유를 받는 등 전례없이뜨거운 시선을 모으고 있다. 리비에라 구역에 설치된 마켓에는 올해 국내 6개 배급업체들이 부스를 차렸다. CJ엔터테인먼트, 튜브엔터테인먼트,시네마서비스,미로비전,씨네클릭아시아,강제규필름 등이다. 2년 전 미로비전이 공식판매부스를 처음 설치한 후 지난해는2개 업체가 진출했었다. 올해 칸마켓의 특징은 판매업자들이 수입업자들보다 훨씬많아졌다는 점이다.판매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건 그 때문이다.국내 판촉업체들이 홍보마케팅에 열올린 흔적이 생생하다.일일 마켓 소식지에 표지광고를 싣기도 한 ‘친구’는부스내에 교복입은 직원을 상근토록 해 눈길을 끈다.덕분인지,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가 꼽은 마켓시장의 주목할만한 5대 영화에 들기도 했다. 가장 화젯거리는 뭐니뭐니해도 ‘무사’다.국내 최대 제작비(70억원)로 화제인 영화는 지난 11일 2분50초짜리 시사용필름이 선보이자마자 미라맥스 소니클래식 워너 콜롬비아등 굴지의 배급사들이 한꺼번에 ‘입질’해왔다.총 수출액목표를 1,300만달러로 잡은 CJ엔터테인먼트측은 “500만∼700만달러에 계약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기대치를 넘는 호응에 힘입어 ‘단적비연수’까지 끼워팔기하겠다는 복안이다.이강복 대표는 “‘와호장룡’의 미국 흥행으로 동양액션에 대한 관심이 커진데다 세계스타로 떠오른장쯔이를 주인공에 캐스팅한 것이 주효했다”고 ‘무사’의 인기배경을 풀이했다.계약이 성사된다면 ‘쉬리’(콜롬비아 배급)이후 두번째로 세계적 직배망을 타는 한국영화로기록된다. 칸마켓에 처음 참가한 튜브엔터테인먼트도 예상밖의 성과에잔뜩 흥분한 분위기다. ‘파이란’과 ‘수취인 불명’(26일개봉)의 수출액을 각각 50만달러로 잡았던 당초 튜브측의목표치는 어렵잖게 달성될 전망이다.지난 10일 첫 마켓시사이후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두차례나 직접 부스로 걸음하자 토론토·브뤼셀·토리노영화제 등이 줄줄이 초청의사를 보내왔다.베니스영화제 비경쟁부문 진출이 확정된 ‘수취인 불명’도 추가시사를 갖는 등 해외 바이어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미로비전의 채희승 대표는 “‘반칙왕’‘오!수정’ 등 작품성 있는 영화들이 올해 비로소 계약결실을 본다”면서 “외국의 대형 배급사들처럼 꾸준히 판매망을 넓혀가는 장기적 판매전략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칸 황수정특파원 sjh@
  • 지나간 고전 명작들 재개봉 바람

    몇십년전 개봉돼 관객몰이에 크게 성공했고 지금은 ‘고전’이 돼있는 영화들. 그런 영화들이 하나둘 재개봉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특별상영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감독의 디렉터스컷(감독판)인 ‘지옥의 묵시록’(Apocalipse Now Redux)은 대표적인 예.지난 78년 첫 선을 보였던 영화의 재개봉판은 53분이 늘었다. 19일 국내에 개봉되는 ‘엑소시스트’(The Exorcist)도 그렇다. 원작의 저자이자 영화의 각본 겸 제작을 맡았던 윌리엄 피터 블래티가 희망했던 결말이 이번에 비로소 실현됐다. 지난 73년 개봉된 원판 영화는 제작 당시에 독실한 기독교신자였던 블래티와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이 열띤 실랑이를벌이다 결국 프리드킨의 고집대로 만들어졌었다. 블래티는선의 승리를, 프리드킨은 섬뜩하고 모호한 결말을 주장했던것. 28년만에 ‘제작자판’으로 다시 나온 영화는 덕분에 많이순해졌다.악령에 씌인 소녀 리건이 사지를 뒤집어 계단을내려오는 장면,메린 신부(막스 폰 시도우)와 카라스 신부(제이슨 밀러)의 철학적인 대화 장면등 11분이 더해졌다.악령에 시달리는 딸을 구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머니 크리스역에는 엘렌 버스틴. 낡은 비디오로나 남아있던 ‘E.T.’(1982년 개봉)도 내년에재개봉된다. 조지 루카스 감독과 제작자 스티븐 스필버그는개봉 20주년을 맞는 내년에 맞춰 사운드와 프린트 보강작업에 들어갔다. 재개봉 영화들의 위력은 생각보다 크다.‘지옥의 묵시록’의 배급권을 따낸 미라맥스는 칸영화제가 끝나는대로 프랑스 전역에 영화를 풀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오는 8월15일 선보일 예정.‘엑소시스트’의 배급사인 워너도 지난해 미국 유럽 등지에서 영화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려놨었다.
  • 중화권 영화가 떠오른다

    중반을 넘어서는 제5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중화권 및 동남아 영화가 눈에 띄게 선전하고 있다. 23개 경쟁부문 출품작 목록에서 아시아 영화가 5편을 차지한 가운데 현지에서의 활약이 기대 이상으로 돋보이는 쪽은 홍콩,타이완과 태국이다. 먼저 스타 감독과 배우들을 할리우드에 내주며 몇년째 침체의 늪에 허덕이던 홍콩.이번을 ‘권토중래’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는 표정이다.지중해변과 팔레 드 페스티벌 광장 사이에 설치된 마켓부스 집결지 ‘리비에라 구역’에서도 가장 떠들썩한 홍보공세를 펴는 쪽이 홍콩이다. 이번에는 정부기구인‘무역발전국’(Trade Development Council)까지 팔을 걷고 나섰다.차이나 스타,골든 하베스트,만다린 등 12개 영화사들을 후원하며 영화제 기간동안 20개 대표작들을 집중홍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12일엔 쉬커(서극)감독과 배우들이 대거 참석한 ‘홍콩영화의 밤’을 일찌거니 열어 시선을 끌었다.‘리비에라 구역’ 계단을 층층이 도배하다시피한 것도 홍콩영화 홍보문구들이다.영화제 소식지들이 홍콩영화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있는 건 그런 도전적인 홍보전술 덕이 크다. 90년대 후반들어 홍콩은 우위썬(오우삼)감독을 비롯해 쩌우룬파(주윤발),성룽(성룡) 등의 간판스타들이 할리우드로 속속 빠져나가 유래없는 슬럼프를 겪어왔었다. 중화권 영화의 선전은 영화제 후반으로 가면서 그 기세가 더할 전망이다.경쟁부문의 유력 수상후보작으로 꼽혀온 차이밍량 감독(타이완)의 ‘거기는 지금 몇시?’와 후샤오시엔(타이완)의 ‘밀레니엄 맘보’가 15일과 19일부터 공식상영에들어간다. 세계 영화시장에서 별 주목을 못 받아온 태국은 사상 최고액의 판매기록에 한껏 들뜬 분위기다.첫날 비경쟁부문을 통해선보인 코믹액션 ‘Tears of the black tiger’는 하루아침에 영화제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촌스런 60년대 액션에 할리우드 서부극을 절묘하게 패러디한 작품.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들 중에서도 잇속 밝기로 유명한 미라맥스에 500만 달러가 넘는 거액에 팔렸다.이쯤되자 “진정한 뉴웨이브가나타났다”“미라맥스가 (영화제에서)맨먼저 사들인 영화”라는 등전문지들은 앞다퉈 이 소식을 다뤘다.현지언론들은이들 세나라 영화의 부흥을 어느 때보다 밝게 전망하는 분위기다.영화제 일일 소식지인 ‘칸마켓 뉴스’는 “쿵푸를 소재로 한 ‘와호장룡’과 지난해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 ‘화양연화’의 세계시장 진출이 이들 나라의 영화 부흥에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칸 황수정특파원 sjh@
  • ‘지옥의 묵시록’ 재편집판 칸 영화제서 선봬

    영화 ‘대부’로 유명한 미국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62)이 22년만에 대표작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을 재편집한 감독판을 들고 다시 제54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지옥의 묵시록’은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전쟁의 참상을고발한 것으로 지난 79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었다. “문화란 진화하는 것이다.지금의 관객은 개방적이고 세련된 취향으로 바뀌었다.상업적인 이유때문에 전쟁액션의 분위기에 그치고 말았던 영화를 본래 의도했던 주제대로 복원하고 싶었다.” 그는 영화제 개막 사흘째인 지난 11일(현지시간) 팔레드 페스티벌 광장내 뤼미에르 극장에서 감독판 시사회 직후 가진기자회견에서 재편집판(3시간23분)이 원판보다 53분이 더 길어진 배경에 대해 “영화를 대하는 관객의 태도가 성숙해진덕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부터 6개월동안 재편집 과정을 거쳐 이날 오전 8시30분에 열린 이 영화의 시사회 장소는 삽시간에 2,000여석이 꽉 차는 성황을 이뤘다. 새로 비중있게 삽입된 부분은 주인공 윌라드 대위(마틴 쉰)가 킬고어 대령(말론 브란도)을 체포하러 다니다 들른 프랑스인 농장 대목.그는 원판에서 4분 정도로 처리됐던 것을 의도적으로 늘렸다.베트남을 식민지배해온 프랑스인들이 미군들에게 “왜 당신들이 여기에 왔냐”고 따져묻는 설정은 전쟁의 광기와 왜곡된 힘의 논리를 고발하려는 영화의 주제를그대로 드러낸다. 환갑을 넘긴 노(老)감독은 좌중의 분위기를 쥐락펴락했다. 영화속 명장면을 꼽아달라는 주문에 “전체가 다 중요하다”라고 가볍게 받아쳐 박수갈채를 받아냈다.촬영 당시 말론 브란도가 뚱뚱한 몸매 때문에 부끄러워했다는 후문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에게 칸은 특별하다.‘지옥의 묵시록’에 앞서 지난 74년에는 ‘더 컨버세이션’으로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거머쥐었다.“번번이 고향에 온 기분”이라고 소회를 밝힌 감독은 “예술은 언제나 미완성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재편집판의 의미를 다시금 확인했다. 아들 로만 코폴라 감독과 딸 소피아 감독을 대동하고 영화제를 찾은 그는 기자회견을 끝내자마자 기자들의 사인공세를 받고 즐거워했다.오는 8월15일 미국에서 개봉된다. 칸 황수정특파원 sjh@
  • 칸 영화제 개막작 ‘물랑루즈’ 주연 니콜 키드먼

    [칸 황수정특파원] 제54회 칸국제영화제가 막을 올린 9일(한국시간 10일) 프랑스 남부의 작은 휴양도시 칸에서 최고 스타는 단연 니콜 키드먼(33)이었다.개막작 ‘물랑루즈’의 여주인공인 그는 첫 시사가 열린 직후 프레스센터에 마련된 기자회견에 참석해 내내 화사한 표정이었다.감독 바즈루어만, 상대역인 이완 맥그리거와 나란히 인터뷰에 응한그는 “즐겁고 신난다.(내 영화가)개막작으로 선보여 영광이다”라고 인삿말을 건넸다. 세계언론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자리에서 키드먼은 영화 속에서의 농염한 자태와는 사뭇 달랐다.빨간 꽃무늬 원피스차림에 옅은 화장,은테 안경을 가볍게 걸친 모습은 여유로우면서도 지적이었다. 영화는 일찍부터 세계 영화가의 얘깃거리였다.키드먼이 톰크루즈와 이혼한 후 선보이는 첫 작품이란 점에서 기대는더 부풀었다.이날 회견장에서도 그건 큰 관심사였다.“요즘내 사생활에 관심들이 많은 것같은데,바로 그 질문을 해줘서 고맙다”고 재치있게 관련 질문을 받아친 그는 “이혼이작품에 열정을 쏟는 계기가 됐다”고 답했다.‘트레인 스포팅’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영국 출신 배우 이완 맥그리거와 호흡맞춘 영화의 시대배경은 19세기 말 향락과 예술의상징인 파리 몽마르트르.클럽 물랭루즈에서 뮤지컬 여배우샤틴과 가난한 시인 크리스틴의 격정적이고도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뮤지컬 드라마다. 40여분에 걸친 기자회견은 키드먼의 솔직한 답변 덕분에 간간이 웃음바다가 됐다.맥그리거와 처음 영화작업한 데 대한소감도 그랬다.“만난지 며칠 안돼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게 처음엔 힘들었다.하지만 그게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데는 더 좋았다.”화려한 색채에 판타지 요소와 랩 등이 두루 버무려진 뮤지컬 영화에서 그의 노래솜씨는 일품이었다.연극무대에서 연기력을 다진 이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는 게 현지 시사회장의 평가다.앞으로도 뮤지컬 영화를 찍을 거냐는 물음이 안나올 리 없었다.“브로드웨이 뮤지컬쇼를 계속 하기엔 체력이 달린다.담배도 못 피우고.(웃음)”‘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출한 루어만 감독은 3년이나 공들여 영화를 만들었다.화가 툴루즈 로트렉이 활동하던 시대의물랭루즈와 몽마르트르의 문화를 깊이 연구했다. 실제로 로트렉의 작품들은 화려한 화면을 만드는 데 큰몫을했다.국내에는 다음달 개봉된다. sjh@
  • 9일 개막 칸 국제영화제

    제54회 칸국제영화제가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칸에서 오는 9일 개막된다.20일까지 12일동안 펼쳐지는 영화제에는경쟁부문 23편과 비경쟁부문 9편이 선보인다.그렇게 고대했던 우리 영화의 장편 부문 진출은 실패했다. 대신 단편 경쟁부문에 신동일 감독의 ‘신성가족’(11분),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김영남 감독의 ‘나는 날아가고…너는 마술에 걸려 있으니까’ 등 두편이 출품돼 간신히 체면을 세웠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을 비롯해 ‘오!수정’‘해피엔드’‘박하사탕’ 등이 각 부문에 고루 진출했던 지난해에 비하면 턱없이 저조한 성적이다. 올해도 칸은 몇몇 ‘총애하는’ 아시아 감독에게 어김없이 애정어린 시선을 보냈다.일본의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대만의 후샤오시엔과 차이밍량 감독이 그들이다.지난 83년(‘유산절고’)과 97년(‘우나기’) 두차례나 칸영화제의 대상을 거머쥐었던 쇼헤이 감독은 장편 ‘붉은 다리아래 따뜻한 강물’을 내놓았다. 93년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 이후 꾸준히 칸의 ‘관심’을받아온 후샤오시엔은 ‘밀레니엄맘보’를,98년 칸영화제비평가상을 탔던 차이밍량은 ‘그곳은 지금 몇시?’를 각각 들고나온다. 일본쪽의 진출상황은 특히 왕성하다.장편 경쟁부문에 오른 작품이 무려 세편. 아오야마 신지의 ‘사막의 달’과 고레-에다 히로가즈의‘디스턴스’가 경쟁대열에 합류했다. 이미 입소문이 시끌시끌한 작품들도 많다.니콜 키드먼과이완 맥그리거가 주연한 개막작 ‘물랑루즈’(국내 6월 개봉예정)에 쏠리는 세계의 관심은 뜨겁다.키드먼이 톰 크루즈와 이혼한 이후 처음 공개하는 영화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그렇다.‘물랑루즈’는 19세기말 파리 몽마르트르의 클럽 물랑루즈를 배경으로 뮤지컬 여배우와 귀족시인의 격정적인 사랑을 그린 영화.호주 출신의 바즈 러먼 감독이 3년동안 공들인 야심작이다.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착착 다져가고 있는 할리우드 스타숀 펜의 세번째 연출작 ‘서약’도 눈여겨볼 만하다.지난2월 베를린국제영화제때 필름수급 문제로 막판에 경쟁부문에서 아쉽게 빠졌던 작품이다.또 데이비드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조엘 코엔의 ‘그는 그곳에 없었다’,장뤽 고다르의 ‘사랑의 찬가’,마흐말바프 모흐센의 ‘칸다하르’ 등 유명감독들의 최신 작품들이 일찍부터 큰 관심사다.미국 드림웍스의 올 여름 최고 야심작 ‘슈렉’도 칸영화제 사상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 경쟁부문에 올랐다.영화마니아들의 입맛을 당길 프로그램도 푸짐하다.비경쟁 부문에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표작 ‘지옥의 묵시록’(1979년 황금종려상 수상작·3시간23분)이 디렉터스컷으로 나온다.웨인 왕 감독의 ‘세상의 한가운데’도 주목된다.특별상영작으로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ABC 아프리카’,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나의 이탈리아 영화기행’이 들어있다. 황수정기자 sjh@
  • 여우주연상 고소영 “몰랐어요, 받을 줄은…”

    여우주연상 고소영 “몰랐어요, 받을 줄은…”

    제38회 대종상 시상식 맨마지막에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발표된 고소영(29)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팥색 드레스를 귀엽게 차려입은 그는 “영화를 찍은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워 스태프들의 고생이 대단히 컸다”면서 “상대역으로 많이 도와줬던 이성재씨에게 특히 감사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후보자 명단이 당일 오전에야 발표되는 등 극비리에 진행된올해 시상식에서 그는 전도연, 이미연,김희선, 이영애,전지현 등 최고의 주가를 자랑하는 배우들과 막판까지 치열하게경쟁했다. 상을 받으면서도 침착한 웃음을 잃지 않은 그는“감독상을 받은 한지승 감독에게도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멜로영화 ‘하루’에서 모성애를 자극하는 연기를 능청스럽게 해낸 그는 “눈물을 쏟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절제된 연기를 보여야 하는 역할이 무척 힘들었다”고 말했다.다음달초프랑스에서 열리는 칸국제영화제에 세계적 화장품 회사인로레알의 모델로서 초청된 그는 “언젠가 작품을 들고 영화제에 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전주국제영화제 새달 27일 개막

    오는 4월27일부터 5월3일까지 7일동안 전주시내 8곳의 상영관에서 열릴 제2회 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원장 최민)에는 26개국에서 출품된 210여편의 작품이 나온다.지난해에이어 올해도 프로그램은 둘로 대별됐다.‘시네마 스케이프’‘아시아 인디영화 포럼’‘N-비전’ 등의 메인 프로그램과,‘다큐멘터리 비엔날레’‘오마주’‘회고전’‘미드나잇 스페셜’ 등의 특별 프로그램이다. 디지털·대안영화제를 지향하는 근본취지는 변함없다. 거기에 올해는 ‘급진 영화’라는 특별프로그램 항목이 추가됐다.장 뤽 고다르,장 외스타슈,기 드보르 등 프랑스 ‘68혁명’의 ‘투사’로 역할한 명감독들의 영화를 특별상영한다.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프로그래머들의 갑작스런 동반사퇴로 작품선정에 애로가 많았다. 최민 조직위원장은 “칸국제영화제에 임박한 탓에 필름을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면서 “그러나 아시아권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접하기 힘든 대안영화들을 발굴하는데주력했다”고 밝혔다. [시네마 스케이프] 영화제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섹션이다. 국제영화제를 거쳐 작품성과 대중성을 검증받은 작품들이많아 일반이 감상하기에도 편하다.올해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린첸솅 감독의 ‘아름다운 빈랑나무’,올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알레한드로 곤잘레즈 이나루투의 ‘아모레스 페로스’,정치적 풍자가 대담한 제임스 카메론 미첼의 뮤지컬 ‘헤드윅과 앵그리 인치’ 등이 눈에 띈다.중국 6세대 감독군을 대표하는 왕샤오솨이의 올해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북경자전거’도 나온다.장 뤽 고다르의 연작시리즈인 ‘영화의역사’나 알렉산드로 소쿠로프의 ‘돌체’등을 만나는 기쁨도 마니아들에겐 클 듯하다. [아시아 인디영화 포럼] 아시아 독립영화들이 집중적으로소개되는 주요 프로그램.출감한 청년이 어머니와 약속한땅을 찾아가는 슬픈 여정을 그린 대만 쩡원탕 감독의 ‘약속의 땅’을 비롯해 대만 황민첸 감독의 ‘성시비행’(城市飛行),중국 진첸 감독의 ‘국화차’,국내에도 이미 마니아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미케 다카시 감독의 ‘죽거나 살거나’ 등이 상영된다.인도 카비타 란케시의 ‘나의누이 데브리’,스리랑카 아소카 한다가마의 ‘이것은 나의달’도 준비됐다. [N-비전] 영화제의 성격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섹션이다.기존 필름영화의 전통과 관습에 제동을 거는 디지털영화들이집합했다. 위악한 현대인들의 디지털 초상화를 담은 대니얼 미나한 감독의 ‘시리즈 7’,디지털 카메라의 기동성을앞세워 도쿄의 섹슈얼리티를 탐색한 슈리칭의 ‘I.K.U’,미국 독립영화의 디지털 맹장으로 통하는 토드 버로의 ‘언제나 변함없는 여왕’,디지털과 마술적 리얼리즘을 접목시킨 아르투로 립스테인의 ‘그것은 인생’ 등이 주요 상영작. 홈페이지 www.jiff.or.kr황수정기자 sjh@
  • 칸-베를린-아카데미 화제작 한국 극장가서 본선대결?

    요즘 국내 극장가는 ‘영화제 중’이다.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수상작부터 베를린국제영화제 출품작,다음달 25일에 있을아카데미 수상 대기작에 이르기까지 화제작들이 개봉경쟁에들어갔다. 24일 동시에 첫 테이프를 끊을 작품이 ‘초콜렛’과,지난해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뮤지컬드라마 ‘어둠 속의 댄서’.이들이 주요 개봉관을 나눠먹기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개봉관 ‘싹쓸이’가 점쳐지는 작품은 앞으로 줄줄이다.올베를린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돼 일찍이 화제 만발했던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한니발’은 흥행파장이 대단할 조짐이다.‘양들의 침묵’후속편으로,잔인한 장면이 많다는 이유로영상물등급위원회의 수입불가 판정을 받은 상태.그러나 재심을 청구한 국내 직배사 UIP측은 “27일 재심에서 수입판정이나면 3월중 개봉할 것”이라고 단단히 벼른다.충무로에“‘한니발’을 피하자”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판이다. 사디즘의 창시자인 사드 후작의 일대기를 그린 ‘퀼스’도곧 개봉된다.제프리 러쉬가 주연한 이 영화도이번 베를린영화제에 나갔다. 개봉 날짜를 잡아뒀거나 한창 배급망을 물색중인 영화도 많다.아카데미 5개 부문에 올라 있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트래픽’은 3월10일로 개봉이 확정됐다.아카데미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까지 가세했다.직배사인 콜럼비아 트라이스타는 지난해 가을 이미 국내개봉한 영화를 3월3일 서울지역 5개 개봉관에서 재개봉하는 ‘이변’을 연출한다.아카데미 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러브스토리 ‘말레나’도 개봉일을 조율중이다. 2∼3월 극장가는 한마디로 ‘시네마 천국’이다.나쁠 거야없다.하지만 “극장이 영화제 출품작 프리미엄을 챙기려는수입사들의 각축장이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있다.좋은영화를 느긋하게 감상할 여유를 뺏긴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황수정기자
  • ‘불협화음’ 전주영화제 앞날은?

    요 며칠째 최민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입이 쓰다.제2회 영화제를 불과 두달 남짓 남겨두고 지난주 정성일 김소영두 프로그래머가 사임한 뒤 앞뒤 정황을 묻는 전화가 빗발치기 때문이다.“영화제는 차질없이 진행된다”고 그는 애써강조하지만 사정은 그리 간단해보이지 않는다.총 150여편의상영작 선별작업이 한창이어야 할 현 시점까지 선정이 끝난작품은 불과 50여편.‘대안영화제’의 성격에 걸맞는 양질의 작품으로 라인업될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없다. 프로그래머가 탈퇴한 영화제는 궁여지책으로 프로그램 어드바이저 체제로 운영된다.조직위는 모두 5명 정도의 어드바이저를 목하 물색중이다.퀴어영화제 프로그래머인 서동진씨가일찌거니 확정됐고,뒤이어 프랑스의 영화평론가 앙트완 코폴라가 전격영입됐다.코폴라는 엑상프로방스대 영화과 교수.2년전 프랑스 최초로 한국영화감독에 관한 책을 냈고 올해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한국영화 선정자문위원으로 선정된이다.조직위는 그에게 유럽쪽 대안영화들을 급히 수소문하는임무를 맡겼다. 일단 급한 불은 껐다.하지만 이번 파동은 지방자치 이후 경쟁적으로 덩치를 키워온 지역영화제의 맹점을 한눈에 보여준사례다. 두 프로그래머의 사임 배경부터 그렇다.관계자들은“지역홍보라는 정치적 소득을 얻어야 하는 주최측(전주시)과,순수하게 ‘영화를 위한 영화제’를 지향하는 영화인들의갈등”으로 파악한다.전주시가 지난해에 이어 영화제에 투입한 예산은 17억5,000만원.1회 행사가 마니아 위주로 진행돼 부산이나 부천영화제의 성과에 못미쳤다고 판단한 전주시가 대중적 프로그램을 가미해주길 요구했고,결국 디지털 대안영화제 취지를 견지하려는 프로그래머들과 마찰을 빚었다는 풀이다. 행사가 무사히 막오른다 하더라도 4월27일로 예정된 제2회전주영화제는 ‘반쪽짜리’란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당장,책임 프로그래머조차 없는 국제영화제가 대외적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이 따갑다. 황수정기자
  • “”국제영화제 내품안에””

    ‘한국영화 시장의 파이를 바다 건너로 넓혀라.’충무로에 해외마케팅 특명이 떨어졌다.재작년 ‘쉬리’의 성공으로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슬슬 불붙기 시작한 해외마케팅은 올해 그 꽃을피울 기세이다. 급증하는 제작비를 건져내기에는 국내시장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 충무로가 선택한 해외마케팅의 제1원칙은 국제영화제 진출이다.국내흥행에는 실패해도 국제영화제에서 좋은 성적만 거두면 얼마든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에서이다.예컨대 지난해 명필름이 제작한 김기덕 감독의 ‘섬’은 국내 흥행에 실패했다.하지만 칸국제영화제에출품된 덕에 10여개국에 팔아 본전을 빼고도 남았다. ‘공동경비구역 JSA’로 2월 열리는 베를린영화제 본선진출권을 따낸명필름은 차기작을 아예 5월 칸영화제 진출을 목표로 기획했다.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그 경우로 국내 개봉을 미루고완성도를 높이고자 3개월여 꼼꼼한 후반작업에 들어갔다.심재명 대표는 “설날이나 추석을 개봉목표로 잡던 제작분위기 대신 해외영화제에서 먼저 (작품을)띄워놓고 국내 개봉하는 풍토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와이키키 브라더스’는 프린트가 나오는대로 칸에 보낼 계획이다. 20일 개봉하는 임상수 감독의 ‘눈물’도 마찬가지.제작사(영화사 봄)가 올해 베를린을 비롯해 세계 20여개국의 영화제 초청권을 따낸 뒤국내에 공개하는 전략적 사례이다. 장윤현 감독이 대표인 CN필름도송일곤 감독의 ‘꽃섬’을 5월 칸영화제를 겨냥해 제작중이다.국내개봉이 그 즈음에 맞춰지는 건 물론이다. 영화제를 통한 시장개척에 관한 한 ‘춘향뎐’을 빼놓고 얘기할 수없다.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상 후보지명작으로 나간 이 영화는 미국에서 호평 속에 상영중이다.3월 아카데미 외국어영화 부문 최종후보작 5편(2월13일 확정발표)에 들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태. 태흥영화사 이태원사장은 “뉴욕 예술영화 전용관인 콰드시네마에서는 요즘 두세시간전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최종후보 선정여부와 상관없이 2월 중순부터는 현지 배급업체인 롯트47필름이 미국내80개관에서 확대상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태흥측이 ‘춘향뎐’으로 보장받은 수익은 미니멈 개런티 153만달러. 지난해 7월 해외마케팅및 판매부서를 신설한 시네마서비스는 이미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지난해 10월 밀라노마켓부터 자사 영화를 직접 판매하기 시작한 후 지금까지 ‘비천무’‘시월애’‘리베라 메’3편으로 120만달러 이상을 거둬들였다.국내에서 제작비를 회수하지못한 ‘시월애’는 해외에서 4억여원을 벌어 수익을 냈다. 해외시장을 국내시장 이상가는 수익창구로 인식하는 분위기는 이처럼하루가 다르게 무르익는 터.한국영화 해외세일즈 대행업체인 씨네클릭아시아의 서영주 이사는 “프랑스의 ‘유니프랑스’,유럽의 ‘EFP’처럼 영화진흥위원회가 더욱 ‘전투적으로’홍보를 뒷받침해준다면금상첨화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수정기자 sjh@
  • 이창동 슬로바키아 국제영화제 ‘박하사탕’ 2개부문 수상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제작 이스트필름)이 9일 막내린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과 최우수 남자배우상을 수상했다. 브라티슬라바 영화제는 슬로바키아가 체코의 유서깊은 영화제인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를 염두에 두고 제정했으며,올해로 2회째를 맞았다. 53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선정된 이후 ‘박하사탕’은 35회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오슬로 필름 프롬 더 사우쓰 영화제 스페셜 멘션상 등을 수상했다.
  • 부산영화제 폐막작 ‘화양연화’ 21일 개봉

    길을 걷다 문득 지난 시절의 한 장면이 속절없이 그리웠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었을 게다.지난날은,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도충분히 아름다운 건지도 모른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 수상작이자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화양연화’(花樣年華·21일 개봉)는 왕가위 감독이 꼭 그런 감수성으로 만든 영화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때’를 뜻하는 제목처럼 영화는 특정 시간,특정 공간에 카메라를 고정시켰다.60년대 홍콩.벽 하나를 사이에두고 같은날 나란히 이사를 온 차우(양조위)와 리첸(장만옥)은 처음엔 그냥 무덤덤했다.그러나 출장으로 자주 집을 비우는 남편때문에,회사일이 바빠 늘 퇴근이 늦는 아내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두사람은 조금씩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배우자들이 몰래 만나는 사이란 걸 알고서 둘의 감정은 시시각각 옷을 갈아입는다.막연한 호감은 동병상련의 연민으로,연민은 어느새 사랑으로. CF같은 화면 느낌은 어느모로 보나 ‘왕가위표’다.‘중경삼림’이나‘해피투게더’와는 다르게 느린 호흡으로 감정의 흐름을 잡아낸 탓에 단조롭다고 느낄 수도 있다.아파트와 골목,자동차를 오가는 한정된 공간에다 남녀주인공 이외의 주변인물들은 의도적으로 배제됐고대사도 최대한 절제됐다.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했던 한 시절이 바로‘화양연화’”라는 감독의 감수성에 동의한다면 영화속 사랑이야기는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가 없다. 드러내지 못하고 가슴으로 사랑하는 이들에게 섹스신이나 베드신 한번쯤은 허용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한데,야박하게도 영화는 미완의슬픈 사랑을 에둘러 역설하기로 했다.거실에서 집주인이 마작판을 벌이는 통에 차우의 방에 갇혀 함께 밤을 보내면서도 두사람 사이에는감정의 떨림만 오갔을 뿐이다.사랑의 비밀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앙코르와트를 찾아간 차우가 흙벽에다 추억을 묻는 마지막 대목은 그래서 더 오래 잔상을 남긴다. 영화는 15개월간의 작업 끝에 완성됐다.60년대 홍콩의 인기유행가 ‘화양연화’나 냇킹콜과 마이크 갈라소 등의 배경음악,영화속 시간의흐름을 보여주는 주요장치인 장만옥의 의상에도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황수정기자 sjh@
  • 왕가위 감독 “부산영화제 높은 영화제 수준 감지”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마지막 초대손님은 폐막작 ‘화양연화’팀이었다.폐막을 하루 앞둔 지난 13일 오후 부산 중구 남포동 씨네시티극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왕가위 감독은 “세계적 행사로 발돋움하고있는 부산국제영화제에 폐막작으로 선정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인사했다. 주연배우 장만옥과 양조위도 인삿말을 덧붙였다.‘화양연화’를 “아주 특별한 영화”라고 먼저 운을 뗀 장만옥은 “흔치 않은 배역이라15개월동안 무척 열심히 찍었는데,돌이켜보면 촬영과정이 모두 특별했던 것같다”고 말했다.감기때문에 다소 안색이 불편한 양조위는 “상영작 목록을 훑어보고 높은 영화제 수준을 감지할 수 있었다”고짤막하게 소감을 밝혔다. ‘화양연화’는 왕가위 감독의 7번째 작품.60년대 홍콩을 한쌍의 남녀와 그 주변인물들을 통해 투사한 영화는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뜻하는 영화제목처럼 개인적으로 그러했던 순간을 묻자 장만옥은 “바로 지금이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생각하며,항상그런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30여분동안 진행된 인터뷰는 감독의 유머 덕분에 시종 화기애애했다. 왜 항상 검은 안경을 쓰고다니냐는 질문에는 “몸의 일부이며 피부같은 것”이라며 익살맞게 받아쳤다.좌우에 나란히 앉은 두 배우를 “최고”라고 칭찬한 그는 또 “캐스팅을 먼저한 다음 배우에 맞게끔스토리를 만들어갔다”고 제작 뒷얘기를 들려주기도 했다.그와 장만옥은 이번 방한이 처음이고,양조위는 두번째.영화는 오는 21일 국내개봉한다. 부산 황수정기자 sjh@
  • 14일 개봉‘러브 오브 시베리아’

    올 봄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일찍부터 입소문을 타온 니키타 미할코프 감독의 ‘러브 오브 시베리아’(The Barber of Siberia)가 오는 14일 개봉된다.유럽 4개국이 580억원을 밀어넣어 합작한 영화는 소문대로 스케일이 크다.이국정취가 물씬 풍기는 대서사 로맨스를 찾고 있는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같다.잔꾀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가득한 ‘할리우드 상품’들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를 전해준다. 영화의 시점은 1905년.등을 돌려앉은 초로의 여인이 사관생도인 아들에게 길고긴 편지를 써내려간다.20년전으로 시계바늘을 돌려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사랑이야기를 속절없이 끄집어낼라치면,어느새 화면은 술렁이는 열차속에서 예기치 않게 얽혀드는 젊은 남녀의 인연을 포착한다. 거액을 들인 대작인 만큼 다소 위압적으로 가라앉았을 것이란 선입견은 시작부터 깨진다.러시아 황실사관학교의 생도인 안드레이 톨스토이(올렉 멘쉬코프)와 미국에서 온 여인 제인 칼라한(줄리아 오몬드)이 샴페인을 나눠마시며 호감을 나누는 과정은 경쾌하고발랄해서 영화가 시대물이라는 사실을 깜빡깜빡 잊게 만든다. 제인은 발명가 맥클라한의 딸 행세를 하지만 실은 발명가의 고용인일 뿐이다.황제의 최측근이자 사관학교장인 레들로프 장군을 유혹해,새로 발명된 벌목기계 ‘시베리아의 이발사’를 러시아 정부에 납품하게 만드는 것이 그녀의 임무다.자칫 칙칙하게 가라앉아버릴 수 있는 서사극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영화는 중반지점쯤까지 여기저기 꾸준히 코믹요소를 흩어놨다.제인이 장군을 유혹해내는 건 일사천리로 진행될 일.풍채좋은 레들로프 장군이 외국인 여자의 사랑을 얻으려 애면글면 발버둥치는 익살맞은 장면 등은 2시간40분짜리 영화의 체감길이를 줄여주는 주효장치로 쓰였다. 의도적으로 장군에게 접근해가는 제인에게 순수한 열망 하나로 안드레이가 열렬히 구애해온다.자신을 사랑하면서도 ‘현실’을 포기하지 못하는 제인을 지켜보다못한 안드레이는 연적이 돼버린 장군에 맞서고,결국 시베리아 수용소로 돌아올 기약없는 유배를 떠난다. 다 자란 아들에게 보내는 회상편지를 통해 복원된사랑이야기는 시네마스코프 화면을 화려하고 풍성하게 채운다.침엽수림으로 끝없이 뒤덮인 시베리아 평원만으로도 모처럼 탁 트인 풍경화 한폭을 감상하는 느낌이다. 그러나 감독은 이왕이면 압축의 묘미를 좀더 살렸더라면 좋았겠다.잔재미를 위해 자잘하게 쪼개진 코믹한 에피소드들이 비극적 사랑을 그린 주제의 본류까지 망가뜨렸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러시아 감독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거장 미할코프는 실제 크렘린궁을 촬영장소로끌어들이는 저력을 과시했다. 황수정기자 sjh@
  • 새 영화

    ◆그녀를 보기만해도 알 수 있는 것.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는 자칫 은밀해져서,주제의식을 십분 전달하지 못하고마는 함정을 안게 마련이다.멕시코 출신의 신인감독 로드리고 가르시아의 데뷔작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그런 부담에서 자유롭다.다른 빛깔,다른 모양의 인생을 살아가는 여섯 여자들의 이야기를 한데 엮은 영화는 담백하고 명료하게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성공한 캐리어 우먼의 전형인 산부인과 의사 키너.완벽해보이는 그가 집안에서는 구질구질하게 치매 노모를 돌보고 풀리지 않는 일을 카드점괘에나 의존하고 있으리라고는 누구도 상상못한다.잘 나가는 은행매니저인 레베카는 자유연애론자.독신주의를 신봉하던 그도 유부남과의 밀애끝에 임신을 하면서삶의 방식에 대해 새삼 치열하게 고민한다.동화작가로 사춘기 아들과 단둘이사는 이혼녀 로즈는 어느날 갑자기 이웃에 이사온 난쟁이 사내에게 사랑을느끼는 자신에 당황스럽다.타인의 인생에는 잘도 조언해주는 카드점쟁이 크리스틴은 정작 병으로 죽어가는레즈비언 친구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해줄 수없는 자신에 절망하고,형사 캐시와 점자 지도교사인 맹인 여동생 캐롤은 안타깝게 일그러지는 사랑때문에 힘들어한다.옴니버스식으로 이어지는 영화속캐릭터들은 낯설지 않다.겉은 멀쩡하지만 다들 서로 다른 무게의 삶을 감당해내느라 속앓이하는 모습들에 관객은 쉽게 감정이입하게 된다. 여성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다뤘지만 페미니즘 영화로 오해해선 곤란하다.단지 영화는 삶의 불가해성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역설적으로 이렇게 위무해줄 뿐이다다.“한순간도 이탈없이 자신감과 확신에 찬 삶이 어디 있을 수 있냐”고.글렌 클로즈,카메론 디아즈,홀리 헌터 등 주연급 여배우들이 이만큼한꺼번에 나오기도 드물다.올 칸국제영화제의 ‘주목할만한 시선’ 개막영화였다.18세 이상 관람가. 27일 개봉. 황수정기자. ◆스컬스. ‘머리’들이 뭉치면 일을 친다?아이비리그 대학 비밀조직의 비리에 착안한 롭 코헨 감독의 ‘스컬스’(원제 The Skulls)는 엘리트 지상주의에 확 찬물을 끼얹는 영화다. 명석한 두뇌에 잡기에도두루 능한 예일대생 루크(죠슈아 잭슨)는 아르바이트에 학자금 융자를 받아가며 근근이 학교를 다니는 고학생.그런 그에게 사회권력과 부의 핵심을 장악해온 200년 전통의 아이비리그 비밀조직 ‘스컬스’가 입회를 제의해온다.넉넉한 생활비와 화려한 미래가 보장되는 조건에 루크는 그만 현혹돼 그들에게 충성을 맹세한다.집단의 야욕을 채우려 선거를조작하고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조직에 회의를 느끼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단짝친구는 조직으로부터 억울하게 살해되고,그는 꼼짝없이 정신병원에 감금된 신세다. 권력과 명예욕에 눈 먼 소수 엘리트들이 농단하는 사회가 얼마나 절망적일지,영화는 뜨끔하게 경고한다.“권력과 정의는 태생적으로 한데 어울리기가 어렵지 않냐”고 역설하면서. 톰 행크스를 닮은 루크역의 죠슈아 잭슨은 ‘캠퍼스 레전드’,‘스크림2’등의 호러영화를 통해 얼굴을 알려왔다.시나리오는 ‘이레이저’,‘도망자 2’의 존 포그가 썼다.12세 이상 관람가.27일 개봉. 황수정 기자. ◆서브웨이. 뤽 베송의 ‘서브웨이’가 극장에서 선보인다.웬만한 뤽 베송 팬이라면 진작에 비디오로 봤음직하나,그렇지 못한 이들을 위한 정보 하나.85년 감독이 작가주의적 명성을 막 얻기 시작할 무렵의 초기작이란 걸 알면 근작들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영화의 무대는 번화한 도심속에 어둡고 칙칙하게 웅크린 지하철이다.세상이란 거대 기계를 움직이는 일개 부속물일 뿐 그안의 낮과 밤에 누구도 관심이없는 곳. 감독은 그 ‘소외된’ 장소성에 주목했던 게 틀림없다.아니나 다를까.주류사회에 끼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들을 그안으로 몰아넣었다.롤러보드를타고 다니는 좀도둑,번번이 그를 놓치는 ‘얼빵한’ 경찰, 그 사이를 오가며교묘하게 거래를 하는 꽃팔이 남자…. 주인공 프레드(크리스토퍼 램버트)와 일레나(이자벨 아자니)도 폼나는 인간유형은 못된다.건달 프레드는 우연히 뒷골목 조직 보스의 아내 일레나를 만나 지하철 세계에 합류하게 된다.외양은,쫓고 쫓기는 화면이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범죄영화다.사기와 폭력이 난무하는 속에서 그래도 음악밴드를 조직하려는 이들의 이야기가 영화의 한 축으로 설정돼 있다.삶의 열정은 어디서나 꽃필 수 있다는 교훈을 읽는다면 무리일까.15세이상 관람가. 27일 개봉. 황수정기자
  • 풍성한 극장가…뭘 볼까 즐거운 고민

    올해는 설연휴 극장가가 어느 해보다 풍성하다.한국영화로 임권택감독의 ‘춘향뎐’과 이창동감독의 ‘박하사탕’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처음 시도되는 레슬링영화 ‘반칙왕’(감독 김지운)이 4일 개봉된다.외국영화로는 스페인 영화 ‘내 어머니의 모든 것’,할리우드 영화 ‘슬리피 할로우’‘13번째 전사’‘바이센테니얼 맨’‘비치’등이 현재 상영중이다. ‘춘향뎐’은 영화가에서는 스스럼없이 ‘국민영화’라 부를 정도로 기대를모으는 화제작.영화의 줄거리보다 구성지게 흐르는 ‘국창’조상현의 남도소리 가락이 흥을 돋우는 판소리영화다.조상현의 춘향가는 옛 명창들의 특징적인 대목을 고루 담을 뿐 아니라 조(調)의 성음이 분명하고,리듬을 구사하거나 목청을 꾸미는 기교가 뛰어난 것이 특징.영화는 이 판소리 가락에 춘향과몽룡의 풀향기같은 사랑을 실어 전한다. 새해 첫날 개봉해 장기상영중인 ‘박하사탕’은 서울관객만 23만명을 동원하는 등 롱런을 예고한다.오는 5월 열리는 제53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부문에도 출품할 예정.지금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린 채 살고 있는가,순수했던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는 이 영화에 얼마나 ‘순수파’관객들이 호응할지 관심을 모은다. 김지운감독의 두번째 작품 ‘반칙왕’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소시민의 애환을 그렸다.특수카메라를 동원해 초저속 촬영한 시합장면이 지금은시들해진 프로레슬링에의 향수를 자극한다.데뷔작 ‘조용한 가족’을 통해나름의 작가정신을 인정받은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만만찮은 블랙유머를 구사한다.“세상의 반칙과 링위의 반칙중 어느 것이 더 조작적이고 폭력적인가”감독은 사각의 링이라는 공간을 빌려 세상의 반칙에 태클을 건다.소심한은행원이자 반칙 레슬러로 나오는 주인공 송강호.그의 우수어린 코믹연기가가슴 한켠을 시리게 한다.우리는 모두 동정없는 세상의 헤드록(목조이기)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반칙왕인지도 모른다.‘춘향뎐’‘박하사탕’‘반칙왕’세 영화가 ‘설 대목=한국영화 강세’라는 극장가의 오랜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화는 세상의 어머니를 매개로 희생과 관용의 메시지를 전하는 ‘내 어머니의 모든 것’(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과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의 이야기를 그린 ‘바이센테니얼 맨’(크리스 콜럼버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여기에 팀 버튼 감독의 판타지 호러영화 ‘슬리피 할로우’,존 맥티어넌 감독의‘13번째 전사’,대니 보일 감독의 ‘비치’(감독 대니 보일)가 가세해 흥행대결을 벌인다.이 세 작품은 모두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슬리피 할로우’는 미국 작가 워싱턴 어빙의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을,‘13번째 전사’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시체를 먹는 자들’,‘비치’는 알렉스 갤런드의 동명소설을 각각 토대로 삼았다. ‘슬리피 할로우…’는 잘린 목을 찾기 위해 산간마을을 연쇄살인의 소굴로만들어가는 호스맨(horseman)을 쫓는 수사관 크레인(조니 뎁)의 이야기.도입부의 할로윈 호박 마스크를 한 허수아비는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연상케 한다.전체적으로 너무 어둡고 잔인해 편안하게 볼 수만은 없는 영화다. ‘13번째 전사’는 식인괴물이 출몰하는중앙아시아로 쫓겨난 음유시인 아메드(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악몽같은 모험을 그린 액션활극.맥티어넌 감독 특유의 영웅적 제스처가 좀 부담스럽지만 볼거리만큼은 풍성하다.‘비치’에서는 여행을 통해 삶을 배워가는 배낭족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만날 수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 벨기에 ‘로제타’ 영예…칸영화제서 황금종려상

    벨기에의 뤽 다르덴(45)과 장피에르 다르덴(48) 형제감독의 ‘로제타’가 24일 새벽(한국시각) 폐막된 제5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차지했다.벨기에 작품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들 형제는 78년부터 주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해 왔으며 드라마로는 ‘로제타’가 4번째 작품이다. 2등상 격인 그랑프리는 프랑스 브뤼노 뒤몽 감독의 ‘휴머니티’에,심사위원상은 90살의 노장인 포르투갈 마노엘 데 올리베이라의 ‘편지’에 돌아갔다. 여우주연상은 ‘휴머니티’의 세브린 카넬리와 ‘로제타’의 에밀리 드켄이 공동수상했으며 남우주연상은 역시 ‘휴머니티’의 엠마뉴엘 소테에게 주어졌다. 시사회 때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감독의 ‘내어머니의 모든 것’은 최우수감독상을 받았다. 이로써 장편경쟁부문에서 프랑스의 ‘휴머니티’는 그랑프리,남녀주연상 등 3개의 상을 휩쓸었고 벨기에의 ‘로제타’는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 등 2개의 상을 받았다.또 같은 유럽인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각각 1개씩 상을 차지해 올해 대회는 유럽의 잔치로 끝맺음됐다. 단편경쟁부문에 오른 우리나라 송일곤 감독의 ‘소풍’은 프랑스 로돌프 마르코니의 ‘스톱’과 함께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한국영화가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밖에 주요 수상작은 다음과 같다.(괄호안은 감독과 출신국)▲최우수각본상 몰로흐(알렉산더 소콜로프,러시아) ▲단편부문 황금종려상새벽이 올 때(웬디 틸비 및 아만다 포르비,캐나다)▲기술부문 특별상 황제와 암살자(첸카이거,중국) ▲황금카메라상 마라나심하사남(무랄리 나이르,인도) ▲시네파운데이션부문 대상 세컨드 핸드(에밀리 영,프랑스) 황금종려상의 ‘로제타’는 현대 세계의 공통적인 문제점인 실업문제를 18살 소녀를 통해 사실적으로 그려낸 영화.이 영화는 시사회가 22일 마지막날에 잡힌 탓인지 그동안 영화관계자들로부터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따라서 올해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발표되자 ‘의외’라며 관계자들은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시상식장은 수상자들의유머로 폭소가 끊이지 않았다.감독상을 받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용서하세요.울어야하는데 눈물이 안 나와요”라고수상소감을 말해 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참석자들은 황금종려상이 호명됐을 때는 자리에 앉아 있었으나 알모도바르 감독의 이름이 불리자 자리에서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박재범기자 jae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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