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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한의 두 얼굴] 한국시장, 아시아의 변방에 머무는 까닭?

    [방한의 두 얼굴] 한국시장, 아시아의 변방에 머무는 까닭?

    ”한국이요?” 한 해외 직배사 관계자에게 한국을 물었다. 정확히 말해 “할리우드에게 한국이란” 질문을 던졌다. “한국이요?”라며 잠시 고민하던 그는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좋게 포장해야 할지, 있는 그대로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보너스 정도로 해두겠습니다. 아시아의 주요 타깃은 여전히 일본입니다. 한국은 그 옆에 붙은 보너스 카드입니다. 꼭 찾지 않아도 되는 나라, 하지만 잠깐 들려도 부담없는 나라, 게다가 가끔 뜻하지 않는 대박을 선사하는 나라죠.” 한국은 분명 세계 영화시장에서 손꼽히는 메이저 시장이다. 하지만 한국을 바라보는 할리우드의 시각은 여전히 반신반의다. 몇몇 블록버스터가 보여준 기대 이상의 대박에도 불구 할리우드에게 한국시장은 ‘확신’이 아닌 ‘우연’인 것이다. ◆ “방한, 러쉬하고 있는데?” 할.리.우.드.스.타.의.방.한.러.쉬. 각종 매체에서 한 번 쯤 다뤘던 기사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호들갑에 가깝다. 물론 몇년 전에 비해 할리우드 스타의 방한 횟수는 엄청나게 증가했다. 그러나 국내 기준일 뿐이다. 가까운 일본과 비교했을 때 그들의 방한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실제로 올해 한국을 찾은 할리우드 스타를 따져보면 일본의 1/3 수준이다. 한국을 찾은 스타보다 일본만 찾고 한국은 지나친 경우가 더 많다. 영화 이외에 음악이나 패션 등으로 장르를 넓히면 국내를 찾은 할리우드 스타의 수는 1/4, 아니 1/5 정도로 줄어든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1월 29일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일본을 찾았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2월 26일에는 니콜 키드먼과 휴 잭맨이 일본을 방문했다. 영화 ‘오스트레일리아’ 프로모션을 위해서다. 3월 8일에는 톰 크루즈가 아내 케이티 홈즈와 딸 수리 크루즈를 데리고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영화 ‘작전명 발키리’ 홍보 때문이었다. 물론 크루즈는 다음날 한국을 왔지만 아내와 딸은 그냥 미국으로 돌아갔다. 지난 4일에는 크리스찬 베일이 영화 ‘터미네이터 4’ 홍보차 일본을 찾았지만, 한국은 건너 뛰었다. ◆ “방일은 필수, 방한은 옵션” 불과 몇년 전에 비해 한국을 두드리는 스타의 수는 크게 늘었다. 하지만 앞선 사례와 같이 실상을 따지면 한국은 여전히 월드 프로모션의 변방이다. 한 해외 직배사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 할리우드에게 한국은 아직도 ‘옵션’일 뿐이다. 영화 ‘아이언맨’과 ‘트랜스포머’를 통해 한국시장은 그들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줬다. 게다가 스크린 쿼터 축소로 인해 할리우드 영화의 영향력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할리우드는 여전히 소극적인 방한으로 일관하고 있다. 왜 일까. 규모의 경제에서 2순위로 밀리는 것이다. 할리우드는 철저히 돈으로 움직인다. 신작 프로모션 역시 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니콜라스 케이지처럼 한국인 아내를 둔 경우가 아니라면 한국시장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초청 개런티 대비 수익률로 이루어진다. 한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일본과 1시간 거리인 한국을 찾아오는게 뭐가 그리 힘드냐고 되묻지만 힘든게 사실이다. 그들은 돈이 따라오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한국에서 특별히 많은 개런티를 제시하지 않는 이상 몸을 움직일 이유는 없다. 몇몇 영화가 흥행했다고 해서 신천지는 아닌 것이다”고 냉정히 말했다. ◆ “쇼 미 더 머니?” 실제로 할리우드 스타의 방한과 영화의 흥행은 별개의 문제였다. 그들의 방한이 관객을 티켓박스로 이끌지 못했다. 예를 들어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르네 젤위거가 오지 않았던 1편이나 방한으로 관심을 모았던 2편이나 흥행 스코어만 따지면 별반 차이가 없었다. 카메론 디아즈 역시 실망만 안고 돌아갔다. 디아즈가 한국 홍보에 나섰던 ‘슈렉’ 3편의 수익이 앞선 1,2편보다 저조했다. 영화 ‘발키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을 찾은 톰 크루즈가 손이 닳도록 악수를 했지만 200만명도 끌어 모으지 못했다. 키아누 리브스의 ‘스트리트킹’과 주윤발, 에이미 로섬의 ‘드래곤볼’ 등은 관객수를 입에 올리기도 민망할 정도다. 이런 일련의 학습효과는 할리우드를 망설이게 하는 고민요소 중 하나다.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서 만난 한 해외 영화사 관계자는 “한국시장은 아시아의 척도가 될 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기엔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얻는 결과물이 극히 모험적이다”고 답했다. 물론 일본 역시 할리우드 스타의 방문이 흥행 수익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방일의 열기가 대박으로 이어진 사례도 그리 많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방문 1순위로 꼽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아시아 시장의 상징성과 더불어 엄청난 개런티가 보장된다. 게다가 CF 등 스타 개인의 부가수익도 만만치 않다. 머니를 보여주고 발걸음을 이끄는 것이다. ◆ “변방? 그래서 무례할까” 한국영화 시장의 규모는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비록 일부 블록버스터에 제한돼 있지만 할리우드도 놀랄만한 스코어를 기록한 적이 꽤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왜 일본과 달리 아시아의 변방에 불과할까. 게다가 일부 방한 스타는 무례하기 짝이없는 행동을 일삼기도 했다. 실례로 지난 9일 방한한 메간 폭스와 샤이아 라보프는 오후 7시 한국 땅을 밟는 순간부터 인상을 잔뜩 지뿌리고 등장했다. 저녁 8시 예정된 레드카펫 행사 때는 사전 예고도 없이 2시간 30분이나 늦게 나타났다. 그 다음날 진행된 기자회견장에도 30분이나 지각을 하고서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트랜스포머’팀의 이런 무례한 태도는 한국을 아시아의 변방으로 폄하하는 그들의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소외는 규모의 영역이지만 무례는 대응의 문제다. 실제로 ‘트랜스포머’팀의 방한은 지난 1편에서 보여준 흥행의 규모에 의해 이루어졌다. 반면 이번 방한의 무례는 국내 홍보사의 대응미숙으로 발생했다. 그도 그럴 것이 ‘트랜스포머’팀의 국내 일정을 주관한 홍보사 ‘올댓시네마’는 스타에게는 납작 엎드렸고, 팬들에게는 기고만장했다. 2시간이나 기다리며 비를 맞는 팬들을 생각하기보다 메이크업에 열중인 배우를 먼저 생각했다. 팬들과의 대화 시간은 10분도 만들지 않았다. 팬들을 거만한 스타 앞에서 ‘그바보’(그저 바라만 보다가)로 세워뒀다. 영화는 스타가 만들지만 흥행은 관객이 만든다. 국내 홍보사가 팬들을 어려워하지 않는데 방한 스타가 팬을 존중할리 없다. 방한스타가 팬들로부터 관심을 얻고, 그 관심이 관람으로 이어진다면 흥행은 자연스러운 산물이다. 이런 흥행이 반복된다면 한국이 아시아의 변방이 아닌 중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박찬욱 ‘박쥐’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가 24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6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심사위원상을 받는 쾌거를 올렸다. 황금종려상은 미카엘 하네케(오스트리아) 감독의 ‘하얀 리본’에 돌아갔으며, 남우주연상 후보로 점쳐진 ‘박쥐’의 주연배우 송강호는 아쉽게도 수상을 하지 못했다. 박찬욱 감독은 지난 2004년 ‘올드보이’로 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뒤 두 번째로 초청받은 칸영화제에서 다시 본상을 받는 영예를 누렸다. 박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우며, 칸영화제는 그 마지막 단계”라며 “형제나 다름없는 가장 정다운 친구이자 최상의 동료인 배우 송강호씨와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모두 8차례 진출했던 한국영화는 이번 수상으로 네 번째로 본상을 받게 됐다. 지난 2002년 ‘취화선’(임권택)이 감독상을 받았으며, 2004년 ‘올드보이’(박찬욱)가 심사위원대상을, 2007년 ‘밀양’(이창동)이 여우주연상(전도연)을 받았다. 심사위원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25일 이명박 대통령은 박찬욱 감독에게 축전을 보내 “한국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김은 물론 우리 영화인의 명예를 드높인 박 감독의 노고를 국민과 함께 거듭 축하한다.”고 전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이란 억류 美여기자 사베리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간첩 혐의로 이란의 감옥에 수감됐다 지난 11일 풀려난 미국 여기자 록사나 사베리(31)가 23일(현지시간) 제62회 칸국제영화제의 비경쟁 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사베리 기자는 약혼자인 세계적인 이란 감독 바흐만 고바디(40)가 감독·각본을 맡은 ‘아무도 페르시안 고양이에 대해 모른다’의 시나리오를 함께 써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언더그라운드 음악 현실을 담은 이 영화는 검열과 감옥행의 위험에 처한 이란 음악인들의 고난을 생생하게 고발한다. 감옥에서 풀려난 뒤 지하 밴드를 조직한 두 이란 청년이 유럽의 음악 페스티벌에 출전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이다.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독창적” VS “어두운 코미디” ‘박쥐’ 칸서 엇갈린 반응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칸영화제에서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엇갈린 반응을 얻고 있다. 제6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영화 ‘박쥐’는 14일 오후(현지시간) 칸 드뷔시 극장에서 언론시사회를 가졌다. 1200석 규모의 극장 앞에는 1시간 전부터 줄이 길게 늘어서는 등 ‘박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박쥐’는 대중 친화적인 접근방식을 쓰지는 않았으나, 독창성과 생기로 극장과 마켓에서 힘을 얻고 있다.”며 “박 감독은 기존의 독창적인 영상미, 블랙 유머, 강렬한 연기 외에도 우울한 서정성이란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반면,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는 부정적인 평가를 매겼다. “진정한 영감을 수혈해야 할 어두운 코미디”라며 “한국에서는 첫 주 175만명을 동원했지만, 둘째 주에는 코믹액션 ‘7급 공무원’에 밀려났다.”고 밝혔다. 다만 김옥빈에 대해서는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가 놀랍다.”며 치켜세웠다. 한편, 박 감독은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할리우드 진출에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에 “진출할 만큼 훌륭한 대본이 있느냐에 달렸다.”, “영어 영화에 적합한 대본이 지금 내게 있다면 칸에서 곧장 로스앤젤레스로 날아갈 수도 있다.”고 답했다. ‘박쥐’는 칸 필름마켓에서 이틀 만에 스페인과 터키, 브라질 등 3개국에 판매됐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올여름 가족관객 유혹할 애니메이션 빅3는?

    올여름 가족관객 유혹할 애니메이션 빅3는?

    올 여름방학에는 3편의 애니메이션 블록버스터들이 어린이와 가족 관객을 유혹한다. 영화 ‘링스 어드벤처’(가제), ‘아이스 에이지3: 공룡시대’, ‘업’(Up) 등 3D 애니메이션 빅3가 7월쯤 개봉된다. ‘링스 어드벤처’는 사냥꾼 뉴먼에게 납치된 멸종 위기의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링스와 친구들이 벌이는 아프리카 모험이다. 애니메이션 흥행작 ‘라이온 킹’과 ‘미녀와 야수’의 제작진이 완성한 3D 애니메이션으로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직접 제작자로 나서 주목 받은 작품이다. 올 여름방학 시즌 개봉한다. 빙하기를 거쳐 공룡시대를 배경으로 도토리를 좋아하는 다람쥐 스크랫의 활약상을 다룬 ‘아이스 에이지3’는 2편 개봉 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시리즈다. 도토리를 향한 집념을 보이는 식탐꾼 스크랫의 코믹한 이야기 ‘아이스 에이지3’는 전편의 구조에 로맨스와 액션을 더했다. 7월 국내 개봉된다. 디즈니-픽사 스튜디오가 제작한 ‘업’은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최초로 개막작으로 선정돼 관심을 받았다. ‘업’은 ‘몬스터 주식회사’ 피트 닥터가 연출을, ‘토이 스토리’ 존 라세터가 제작을 맡았다. ‘업’은 78세의 괴짜 노인 칼 프레드릭슨이 자신의 집에 수 천 개의 풍선을 매달고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모험을 그린다. 집 안에 8세 꼬마 러셀이 불청객으로 칼의 모험에 합류하게 되면서 코믹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7월 국내 개봉될 예정이다. (사진설명=위부터 ‘링스 어드벤처’ ‘아이스 에이지3: 공룡시대’ ‘업’) 서울신문NTN 홍정원 기자 cine@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아이리스’, 연출자 확정…3월 日서 촬영 시작

    ‘아이리스’, 연출자 확정…3월 日서 촬영 시작

    한국 드라마 최초로 첩보원들의 숨막히는 액션과 배신 그리고 로맨스를 그릴 첩보액션드라마 ‘아이리스’의 연출자가 확정됐다. 6일 ‘아이리스’ 제작사 (주)태원 프로덕션은 “드라마 ‘이 죽일놈의 사랑’을 통해 탁월한 영상감각을 인정받은 김규태 PD와 ‘가면’ ‘바람의 파이터’ 등의 영화로 파워풀한 연출력을 과시한 양윤호 감독이 ‘아이리스’의 공동 연출자로 확정됐다.”고 전했다. 김규태 PD는 드라마 ‘이 죽일놈의 사랑’으로 2006년 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과 2006 아시안 TV어워즈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송혜교, 현빈 주연의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의 연출에 참여하기도 했다. 양윤호 감독은 1996년 ‘유리’로 한국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 부문에 초청됐으며 그 후 ‘리베라메’,’바람의 파이터’,’홀리데이’ 등의 연출을 맡았다. 연출자가 확정되면서 ‘아이리스’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이리스’는 오는 3월 일본에서 이병헌, 김태희, 탑(빅뱅 멤버)의 숨막히는 추격신으로 촬영을 시작한다. 한편 이병헌, 김태희, 김승우, 정준호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방송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아이리스’는 아직 방송사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하반기 방영을 목표로 총 20부작으로 제작된다. 서울신문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일요영화] 밴드 비지트

    [일요영화] 밴드 비지트

    ●밴드 비지트(KBS 1TV 명화극장 밤 12시55분) 한 이스라엘 공항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경찰 악단이 도착한다. 이들은 이스라엘 어느 지방도시의 초청을 받아 이곳을 찾았다. 예산 부족으로 해체위기에 빠진 악단은 아랍문화센터 개관기념공연인 이번 무대를 통해 자신들의 입지를 굳힐 꿈에 한껏 부풀어 있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자신들을 반기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직접 목적지를 찾아가기로 마음먹은 이들은 기세 좋게 길을 떠나지만, 영어에 서툰 막내의 실수로 ‘페타 티크바’ 대신 ‘벳 하티크바’라는 마을에 내리고 만다. 버스도 끊겨 어쩔 수 없이 벳 하티크바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 이들은 다행히 친절한 레스토랑 주인 디나(로니트 엘카베츠)를 만난다. 그리고 그녀의 배려로 마을 곳곳의 집으로 나뉘어 들어가 신세를 진다. 언어도 문화도 전혀 다른 이들의 하룻밤은 삐걱거리는 언어소통만큼이나 답답하고 낯설다. 영화 ‘밴드 비지트’(2007년)는 이집트 경찰악단이 타국의 엉뚱한 마을에 머물면서 겪는 하룻밤의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 이스라엘과 프랑스의 합작으로 제작된 영화는 정치·문화적 갈등이 심했던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소통을 정치색을 배제한 채 그려냈다. 국경을 초월한 화해의 몸짓들을 위트와 유머로 녹여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영화는 ‘이스라엘산’이라는 이유로 안타깝게도 이집트에서는 상영되지 못했다. 지난 1979년 양국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서 정부 차원의 교류 물꼬가 트이긴 했지만, 여전히 모든 이스라엘 영화의 이집트 내 상영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에란 콜리린 감독은 첫 장편인 이 영화로 단숨에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제6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이스라엘영화제 작품상 및 감독상, 제20회 도쿄국제영화제 그랑프리 등 모두 24개 부문을 석권하며 작품성과 연출력을 두루 인정받았다.85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일요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

    [일요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

    ●펀치 드렁크 러브(KBS1 밤 12시55분) “당신은 쇠망치로 머리를 박살내고 싶을 만큼 예뻐요.”“당신의 눈동자를 빨아먹고 싶어요.” 연인들이 주고받는 사랑의 밀어라기엔 너무도 살벌하고 기괴하다고? 그러나 이 영화가 ‘매그놀리아’,‘데어 윌 비 블러드’를 만든 천재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의 로맨틱 코미디란 사실을 염두에 두면 당장 기대감이 앞설 것이다. 30초 간격으로 전화를 해대는 누나 7명의 등쌀에 잔뜩 졸아든 소심남 배리(아담 샌들러). 덕분에 어릴 적부터 ‘게이 소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산 그는 자기표현에도, 연애에도 너무나 서툰 사회부적응자다. 문 손잡이를 파는 회사를 운영하는 그의 유일한 낙은 비행기 마일리지를 주는 푸딩을 미친듯이 사들이는 것 정도. 어느날 황량한 도로변에 차 한대가 오르간을 덜렁 내려놓고 사라진다. 그 오르간을 사무실에 들여놓는 순간, 배리의 인생은 마법처럼 변한다. 정말 뜬금없이 레나(에밀리 왓슨)라는 여자가 찾아와서는 오랫동안 그를 사랑해 왔노라고 고백한다. 그러나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에서 순탄하게 고리를 엮는 사랑이란 없는 법. 한때 배리가 이용했던 폰섹스 회사에 신상정보가 노출되면서 악덕업자 ‘매트리스맨’이 돈을 뜯어내려 협박을 해온다. 자기 의지로 뭣 하나 제대로 해본 게 없는 남자가 뜻밖의 사랑을 만나며 펼치는 거침없는 질주본능. 그리고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랑의 경이로운 힘. 이게 바로 제목처럼 기습적 한 방을 얻어맞은 듯 어찔해지는 영화의 매력이다. 앤더슨 감독은 이야기 전개뿐만 아니라 영상과 음악에서도 비범한 감식안을 자랑했다. 온갖 일상의 소음을 세밀하게 집어넣어 색다른 성정을 느끼게 하는가 하면, 강렬한 색감과 명암이 비춘 인상적인 미장센으로 감성보다 재기가 앞선 로맨스물을 만들어냈다.2002년 제5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거머쥘 수 있었던 힘이다. 배리가 협박꾼 ‘매트리스맨’에게 뱉어내는 말은 이 영화를 한마디로 압축해 보여준다.“내 평생 처음 사랑이 왔어. 내게는 네가 상상할 수 없는 힘이 있다구.” 원제 Punch-Drunk Love.95분.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일요영화] 아들

    [일요영화] 아들

    ●아들(EBS 일요시네마 오후 2시40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벨기에의 거장 감독 다르덴 형제의 2002년 작품.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소년을 제자로 받아들인 목수의 갈등과 혼란을 그린 영화로, 복수와 용서의 의미를 되짚는다. 특히 아들을 죽인 소년의 입에서 죄의식 없이 쏟아지는 고백을 듣게 되는 아버지의 심리변화를 통해 종교윤리에 관한 문제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청소년 재활센터에서 소년원을 출감한 아이들에게 목공 기술을 가르치는 목수 올리비에(올리비에 구르메)에게 이혼한 아내 마갈리(이사벨라 소파트)가 찾아온다. 그리고 얼마 뒤 소년원에서 복역을 마친 프란시스(모르강 마린)도 재활센터로 들어온다. 이 소년이 5년 전 자신의 아들을 목 졸라 살해한 범인임을 알게 된 올리비에의 가슴은 요동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올리비에는 프란시스를 애정을 다해 지도하고 차츰 프란시스도 그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물론 프란시스는 올리비에 선생님이 누구인지는 꿈에도 알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올리비에가 프란시스를 지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마갈리는 학교까지 찾아와 올리비에의 이해 못할 행동에 대해 다그치지만, 사실 올리비에 자신도 스스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어느날 올리비에는 프란시스에게 어떤 죄를 지었는지 캐묻기 시작하고 프란시스는 자신이 저지른 죄를 고백하며 그에게 후견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아무도 없는 목재소로 프란시스를 데려간 올리비에는 5년 전에 살해된 아이의 아버지가 바로 자신임을 밝힌다.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는 영화다. 아들의 살인범을 어떻게 용서할 수가 있을까. 이런 혼돈스러운 자문을 거듭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는 오히려 차분한 시선을 빌려준다. 직접적인 행동이나 심리묘사 대신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인물들의 동선 하나하나를 치밀하게, 그러나 건조한 앵글로 잡는다. 카메라는 영화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밝혀지기까지의 꽤 오랜 시간을 무심히 올리비에의 일상을 보여주는 데만 집중한다. 심지어 왜 올리비에가 프란시스의 직업 교사를 자처하고 나서는지조차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이런 ‘불친절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끝내 관객들은 감독의 의도를 읽어내게 된다. 실제 목수이기도 하며 본명으로 영화에 등장하기도 하는 올리비에 구르메의 뛰어난 연기력은 다큐멘터리보다 더 생생한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보장해준다. 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범에 대한 근원적 분노, 스승으로서의 사명감 등 상반된 감정이 묘하게 교차되는 주인공의 내면연기가 압권이다. 올리비에의 표정연기를 보고 있자면,2002년 칸국제영화제가 왜 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겼는지 이해할 수 있다.100분.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과거로의 여행’ 팩션영화 뜬다

    ‘과거로의 여행’ 팩션영화 뜬다

    ‘과거로의 시간여행’ 올 하반기 극장가에 시대극을 표방한 한국 영화가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가미한 이른바 ‘팩션(faction)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충무로 영화가엔 유난히 팩션영화가 풍년이다. 이미 대중문화의 유력 코드로 자리잡은 것일까. ●‘신기전´ 새달 4일 첫 포문… “생각보다 괜찮다” 입소문 첫 포문을 여는 영화는 ‘신기전’(새달 4일 개봉). 지난주 언론시사 이후 ‘생각보다 괜찮더라.’는 입소문이 돌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15분짜리 홍보영상으로 소개됐지만 그리 큰 호응을 얻진 못했다. 하지만 완성본에서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로켓화포인 신기전의 개발과정에 사뭇 삐딱하지만 정의감 넘치는 ‘서민의 영웅’ 설주(정재영)의 캐릭터가 가세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유진 감독은 코미디와 멜로를 적당히 섞어 현대적인 연출 감각을 선보였다.10월 초 개봉하는 영화 ‘모던보이’도 1937년 경성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다. 일제 강점기, 동서양 문물이 교차하는 문화적 점이(漸移)지대 속 모던보이와 모던걸의 연애담에 방점이 찍혔다. 무엇보다 고증에 충실을 기했지만, 조선총독부 공무원이자 바람둥이인 이해명(박해일)과 가무에 능한 조난실(김혜수)만큼은 최대한 현대적인 인물에 가깝게 그렸다. 청춘 스타들의 출연과 파격적인 소재로 젊은 관객층을 공략하는 시대극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조인성·주진모 주연의 ‘쌍화점’은 고려말 36인의 미소년 친위부대를 소재로 민감한 동성애 코드를 건드렸고, 김민선 주연의 ‘미인도’ 역시 조선 후기 화가 혜원 신윤복의 그림을 둘러싼 네 남녀의 파격 멜로를 주조음으로 삼았다.1970년대의 밤문화를 지배한 전설의 밴드 ‘데블스’를 소재로 한 ‘고고 70’은 가창력을 자랑하는 뮤지컬 스타 조승우를 주연으로 내세웠다. ●충무로 ‘팩션영화’ 열풍, 왜? 이처럼 충무로에 팩션영화 바람이 부는 것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추격자’등 올초부터 불어닥친 ‘실화영화’ 붐과 무관치 않다.‘신기전’과 ‘모던보이’의 제작사인 KnJ엔터테인먼트의 곽신애 이사는 “창작 주체와 대중 모두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그럴 듯한 스토리를 지닌 영화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면서 “캐릭터와 의상, 조명 등 영화적 장치는 물론 사회적 관심사나 가치관 등에서 얼마나 동시대인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모던보이’의 박해일 역시 “극중 해명은 잘먹고 잘입고, 잘사는 것에 관심많은 인물로 개인적인 행복과 가치를 중시하는 요즘 도시남성을 연상시킨다.”며 ‘현재’와의 소통을 성공 포인트로 꼽았다. 하지만 역사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청춘스타들을 내세운 ‘팩션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흥행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1970년대 베트남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 영화 ‘님은 먼곳에’는 손익분기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이준익 감독은 상대적으로 젊은 관객들을 영화적으로 설득하지 못한 것을 흥행 실패 요인으로 꼽았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는 “팩션영화의 성패는 얼마나 친숙한 소재에서 숨겨진 의미를 발견해 독특한 시각으로 재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진짜같은 거짓말을 표방하는 만큼 어느 장르보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극적 긴장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일요영화]아무도 모른다

    [일요영화]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EBS 일요시네마 오후 2시40분) 일본 도쿄의 작은 아파트에 일가족이 이사를 온다. 젊은 엄마와 4남매. 아빠가 모두 다른 아이들은 서로 닮은 구석이 없다. 아이를 싫어하는 집주인의 눈을 피해 엄마와 장남 아키라는 동생들을 짐짝 속에 숨겨 들어왔다. 아이들은 학교에도 가지 못한 채 집안에만 숨어지낸다. 어느 날, 엄마는 일 때문에 당분간 오사카에서 지내야 한다며 아키라에게 생활비를 쥐여 주고 떠난다.14살의 아키라는 혼자 동생들을 돌보면서 엄마를 기다린다. 엄마는 불쑥 다시 집에 나타났다가는 크리스마스 때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또 사라진다. 하지만 섣달 그믐이 지나도록 돌아오겠다는 엄마는 감감무소식이다. 아키라는 엄마가 보내온 편지의 주소지로 전화를 걸어본다. 하지만 엄마가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해가 바뀌어 새봄이 왔건만, 아이들의 삶은 피폐하기 짝이 없다. 엄마의 편지는 완전히 끊기고 돈도 바닥난다. 전기와 수도마저 끊기자 아이들은 공중수돗물을 이용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4남매는 이사온 뒤 처음으로 함께 몰래 집 밖 나들이를 한다. 편의점에서 얻어온, 유통기한 지난 인스턴트 음식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해 가던 아이들은 점점 지쳐간다. 씩씩하게 힘겨운 상황을 이겨나가던 아키라도 마찬가지. 견디다 못한 아키라는 동생들을 남겨놓고 집을 뛰쳐나간다. 하지만 야구시합을 하다 문득 불안한 예감이 들어 집으로 달려오지만…. 영화 ‘아무도 모른다’(2004년)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감독이 1988년 ‘스가모 어린이 유기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 당시 실제로 4명의 아이들은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았고 학교도 다니지 않은 상태였다. 영화에서처럼 생모에게서 버림받은 지 반년 만에 한 아이가 죽는 비극을 맞고서야 4남매의 존재는 세상에 알려졌다. 장남 역의 배우 야기라 유야는 14살에 첫 출연한 이 작품으로 2004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드라마가 다큐멘터리 못지않은 진정성을 확보한 것은 어린 주인공의 캐릭터 분석력 덕분. 동생들에 대한 책임감, 벼랑에 내몰린 위기상황의 절망감 등을 과장되지 않고 차분한 연기로 풀어내 극찬을 받았다. 영화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데뷔작 ‘환상의 빛’으로 1995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골든 오셀라상을 받기도 했던 일본의 유망감독.1998년작 ‘원더풀 라이프’는 낭트삼대륙영화제 그랑프리 등을 수상한 뒤 미국에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아무도 모른다’는 감독이 각본을 쓴 지 15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역작이다. 상영시간 140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첸카이거 “장동건과 다시 작업하고 싶다”

    첸카이거 “장동건과 다시 작업하고 싶다”

    중국 영화계의 거장 첸카이거(陳凱歌) 감독이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로 장동건을 꼽았다. 현지 언론 신원우바오(新問午報)는 지난주 첸카이거 감독의 새 영화 계획과 인터뷰 내용을 다룬 기사에서 장동건과 첸카이거 감독의 친분에 대해 언급했다. 신문은 첸카이거 감독 측근의 말을 인용해 “그는 한국배우 장동건과 종종 대화를 나누며 그와 또다른 작품을 같이 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첸카이거 감독은 지난 2005년 블록버스터 영화 ‘무극’에거 장동건과 인연을 맺은바 있다. 이어 신문은 “첸카이거 감독에게 직접 물어본 결과 그도 측근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며 이 내용을 다시 확인했다. 그러나 신문은 “첸카이거 감독은 새영화 ‘매이란팡’(梅蘭芳)의 편집과 차기작 준비에 몰두하고 있어서 한동안은 (장동건과의 작업이)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첸카이거 감독은 다음 작품으로 원 왕조 시대를 다룬 영화 ‘新問午報’(The Orphan of Zhao)를 계획 중이라고 신문은 보도했다. 한편 장동건의 할리우드 진출작 ‘런드리 워리어’는 최종 마무리 작업이 진행중이다. 지난 5월 제 61회 칸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서 해외 바이어들에게 일부 장면을 깜짝 공개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장동건(왼쪽 사진)과 첸카이거 감독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카라지치는 누구

    “한때는 민족의 영웅, 지금은 유럽 1급 전범 용의자” 라도반 카라지치는 민족주의 신념이 강했고 전통 종교에 대한 믿음도 투철한 정열적 지도자였던 걸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의 성격은 ‘양날의 검’이었다. 타민족과 이슬람교도에게는 더없이 잔인한 ‘인간도살자’였다. 그는 1990년대 초 유고연방 해체과정에서 연방 잔류를 바랐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내전을 일으켰다. 세르비아계 독립국가를 꿈꾸던 그는 크로아티아계와 무슬림이 주도하는 국가를 인정할 수 없었다. 결국 1992∼1995년까지 25만명에 가까운 생명을 학살했다. 그가 지시한 스레브레니차 학살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민간인 학살사건으로 기록됐다. 스레브레니차는 내전 당시 유엔이 안전지대로 선포한 피란민 주거지였다. 그러나 세르비아 군은 무차별 침공을 단행했고 8000명의 민간인 무슬림을 학살했다. 그는 1945년 몬테네그로의 한 시골 농가에서 태어났다. 이슬람 정복자들에 대항해 기독교를 지켜나가는 중세 영웅의 전설이 전해내려오는 고장이었다. 민족주의는 그에게 ‘천형’이었다. 카라지치의 아버지도 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군에 맞서 싸운 세르비아 민족주의 게릴라였다.BBC는 “그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영향을 상당히 받은 걸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1960년대 초 그는 가족들을 데리고 사라예보로 이주했다. 정신과 의사가 됐고 아마추어 시인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1989년 세르비아 민주당(SDS)당수로 선출돼 정계에 진출했다. 배타적 민족주의에 사로잡혔던 그는 내전 당시 집단 납치 성폭력 사주 혐의도 받고 있다. 이슬람계 주민의 혈통을 정화한다는 이유였다. 이때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그르바비차’는 칸국제영화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96년 권좌에서 물러나 도피생활을 시작한 그는 그동안 신출귀몰한 행보를 보여왔다. 도피생활 중에도 희곡 작품을 발표, 세르비아 정부의 비호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떠돌았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영원한 섹시’ 마돈나 “내가 50살이라고?”

    ‘영원한 섹시’ 마돈나 “내가 50살이라고?”

    “젠장! 내가 50살이라고?” ‘영원한 섹시 아이콘’ 마돈나가 기자들 앞에서 자신의 나이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다. 마돈나는 아프리카 말라위 빈곤퇴치를 위해 자신이 만든 영화 ‘아이 엠 비코즈 위 아’(I Am Because We Are)의 미국 프로모션에서 나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젠장, 내가 50살이라고?”(F**K you, I’m 50?)라며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오는 8월 50번째 생일을 맞는 마돈나는 “스스로 나이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차라리 오늘 저녁에 뭘 먹을지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또 “내 자신이 ‘자연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별히 예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스타일에 대한 생각은 한다.”고 밝혔다. 마돈나는 최근 새 음반 ‘하드 캔디’(Hard Candy)를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려놓으며 변함없는 건재함을 증명했다. 또 마돈나는 오는 8월 23일부터는 영국 웨일스 카디프를 시작으로 50살을 기념하는 월드 투어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월드투어 기간에는 약 50~60여회 공연을 소화해 낼 예정이다. 한편 마돈나는 이번 제61회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같은 58년생인 샤론스톤과 함께 변함없는 아름다움을 과시해 영화제의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사진=thesun.co.uk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졸리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하며 촬영” 이스트우드 “아동 범죄 잔인성 담아내”

    |칸(프랑스) 이은주특파원|“연기하면서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영화 ‘익스체인지(The Exchange)’로 제6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할리우드 스타 앤절리나 졸리(33)는 출연 소감을 묻자 자신의 어머니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익스체인지’는 유괴당한 아이를 찾으려는 한 어머니의 사투를 그린 영화로 1928년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영화를 찍기 얼마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정말 자상하신 분이었죠. 이번 역은 제게 큰 ‘도전과제’였는데 촬영 내내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고, 오히려 제가 치유를 많이 받았어요.” 졸리는 이 영화에서 의도적으로 아이가 바뀐 것을 알고 부패한 공권력에 맞서는 모성애가 강한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녀는 “시대적 배경이 1920년대임을 감안할 때 한 여성이 정부나 경찰을 상대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는 주제 자체가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작품은 세계적인 거장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78)가 영화 ‘미스틱 리버’ 이후 5년 만에 칸 경쟁부문에 진출한 작품이다. 이번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인 숀펜이 ‘미스틱 리버’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까닭에 ‘익스체인지’의 황금종려상 수상에 기대감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이에 대해 이스트우드는 “승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며 나도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아봤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추천한 작품이 수상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면서 “이미 작품이 공개된 순간 내 손을 떠났고 영화는 즐기기 위해 보는 것 아니냐.”며 수상에 대한 부담감을 에둘러 표현했다. ‘익스체인지’에서 아동유괴나 살인 등 무거운 소재를 다룬 이스트우드는 “아동 상대 범죄는 가장 끔찍한 범죄로, 내 영화는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인간 본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며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한 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진실이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오는 31일 자신의 78번째 생일을 앞두고 가장 큰 ‘생일선물’인 황금종려상을 기다리는 이스트우드.‘황야의 무법자’ 등에서 명배우로 이름을 날린 그는 이번 영화에 직접 출연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나이가 들수록 카메라 앞보다는 뒤에 서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erin@seoul.co.kr
  • “기술의 마법 아닌 현실의 마법 보여주고 싶어”

    |칸(프랑스) 이은주특파원| “우리는 단순한 배우와 감독의 관계가 아닙니다. 신뢰로 맺어진 사이죠.” 지난 18일 오후 1시(현지시간) 제61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시사회가 끝난 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주인공 해리슨 포드는 서로의 관계를 이렇게 정의했다. ●스필버그 “해리슨 포드는 비밀병기” 월드프리미어(세계 최초 시사) 직후 마련된 기자회견에서 두 사람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지난 1989년 ‘인디아나 존스’ 3편(최후의 성전) 이후 19년 만에 다시 뭉친 소회를 밝혔다. 주인공 존스 역을 맡은 포드는 “지난해 20년 만에 인디아나 존스의 옷을 다시 입던 순간은 평생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에 스필버그 감독은 “처음엔 제작을 망설인 것도 사실이지만, 지난 1994년 한 시상식에서 포드가 4편을 만들어 보자고 했던 말만 믿고 시작했다.”며 “포드는 자신과 다른 배우의 캐릭터는 물론이고 전체 스토리까지 생각하는 ‘비밀병기’ 같은 존재”라고 화답했다. 22일 전세계 동시 개봉되는 ‘인디아나 존스’ 4편은 2차 대전 이후의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존스 박사 일행이 러시아 특수부대에 맞서 고대 유물인 전설 속 크리스탈 해골을 찾아나서는 과정을 그린 액션어드벤처. 스턴트맨의 대역 연기와 특수효과는 최소화하고 모험영화로서의 재미를 최대한 살렸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포드는 이 대목에서 “배우가 실제로 하지 않는 액션 연기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며 배우의 적극적인 참여가 결국 관객과의 교감을 이끌어낸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실제 크기의 세트를 영화에 동원한 데 대해 스필버그 감독은 “기술의 마법이 아닌 현실의 마법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컴퓨터 그래픽(CG)작업을 염두에 두고 최근엔 블루스크린 앞에서 영화를 찍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는 큰 감흥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시사회 티켓 구하려는 팬들 몰려 시사회가 열린 뤼미에르 대극장 주변은 19년 만에 의기투합한 두 스타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끓었다. 극장 주변에 ‘인디아나 존스의 티켓을 구한다’는 피켓을 든 관객들이 몰렸을 정도.“어차피 우리는 이야기꾼이고 관객들의 반응이 없다면 아무 것도 아닌 존재들”이라는 포드의 말에 스필버그 감독은 “19년 만의 작품이라 대본도 배우들에게만 전달하는 등 보안유지에 철저히 신경을 썼다.”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영화 관련 사진 3000장이 든 랩톱 컴퓨터를 도둑맞아 사법처리한 일도 있었다.”고 제작과정의 에피소드를 귀띔했다.‘E.T.’ 이후 27년만에 칸을 찾았다는 그에게 끝으로 ‘인디아나 존스’ 5편 제작 계획이 있는지 물어봤다.“개봉 이후의 반응을 봐야겠지요. 관객이 원해야 속편이 있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erin@seoul.co.kr
  • [영화리뷰] ‘그들 각자의 영화관’

    “오렌지의 상큼한 향기, 스타킹 속 살결의 감촉, 욕조에 몸을 담그기 전의 기대감.” 중국의 왕가위 감독은 ‘이곳´을 이렇게 말했다.“어둠 속에서 서로 가까이 앉아 희망과 기대, 그리고 사랑을 함께 나누는 곳” 빌 오거스트 감독의 ‘이곳´에 대한 감상이다. 이 환상적인 곳은 도대체 어딜까. 1만원 안팎이면 찾을 수 있는 ‘영화관´이다. 지난해 60주년을 맞은 칸국제영화제가 거장들의 기억 혹은 상상 속 영화관을 불러냈다.‘그들 각자의 영화관´(15일 개봉)은 칸영화제 조직위원장 질 자콥이 직접 제작과 편집을 맡아 화제였던 영화다. 코언 형제, 테오 앙겔로풀로스, 기타노 다케시, 데이비드 린치, 로만 폴란스키….35명의 거장감독들이 참여해 32편의 단편으로 ‘그들만의 영화관´을 재축조했다. 디지털 영사기가 밀고 들어온 극장의 현실. 하지만 거장들의 마음 속 극장에는 여전히 털털대는 낡은 영사기, 눈물로 어룽진 순수한 관객들의 얼굴이 있었다. # 스크린에 감독이 나온다면 ‘아들의 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난니 모레티 감독은 대놓고 카메라 앞에 앉았다. 영화관이라면 할 말이 많다.7살 난 아들은 진지한 사회고발과 삶의 통찰을 다룬 아빠 영화보다 ‘매트릭스´를 보겠다고 떼를 쓴다. 알았다고는 했지만, 아빠는 내심 섭섭하다.“아빠 영화는 그런 영화랑 다르단다.”“알아요. 근데 ‘매트릭스2´ 볼 거죠?” 감독의 냉소적인 유머가 배꼽을 쥐게 한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냉정한 킬러가 돼본다. 시사회 중 옆자리에서 떠드는 남자의 얼굴을 망치로 찍어 내린다. 관객들은 미동도 않는다. 라스 폰 트리에만의 기괴한 상상력이다. 기타노 다케시는 허름한 극장의 영사기사로 등장한다. # 동심으로 돌아간 감독들 중국의 거장들은 동심으로 돌아갔다. 장이머우 감독에게 영화는 ‘축제´다. 그의 기억 속 ‘영화 보는 날´은 마을 전체가 잔치 준비에 한창이다. 앞니 빠진 동심은 종일 극장이 들어설 마당을 누비며 논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어둠이 찾아들 무렵 아이는 하품부터 한다. 할아버지도 아낙도 영화를 보며 왁자하게 웃는 중. 돌아 보면 아이는 이미 잠들어 있다. 차이밍량 감독은 영화관에서 배 꽂이를 사주시던 할머니를 기억한다. 할머니가 내민 배를 아삭아삭 씹어먹던 기억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한다. 첸 카이거 감독은 페달을 밟아가며 채플린 영화를 보는 아이들의 웃음을 담았다. 영사 기사가 “이 놈들이 겁도 없이!”라고 윽박지르자 유일하게 남아 있던 한 아이가 말한다.“영화 끝까지 보면 안 돼요?” 알고 보니 앞을 못 보는 아이다. 영화란 만인의 ‘소모품´이자 ‘연인´이자 ‘위안처´라는 사실을 확인케 하는 작품이다. 하루 밥벌이를 끝낸 노동자가 빵 한조각을 씹으면서도 누릴 수 있는 소박한 행복, 시골 농민이 툭하면 끊기는 낡은 극장에서도 용케 건져 올리는 한줄기 위안. 그것이 ‘영화´였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일요영화] 할리우드 엔딩

    ●할리우드 엔딩(KBS1 명화극장 밤 12시50분) 한때 잘 나가던 감독 왁스먼(우디 앨런)은 10년째 와신상담 중이다. 그는 왕년에 아카데미상을 2번이나 수상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이지만, 지금은 CF나 간간이 찍으며 “맡겨만 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러던 어느날 기회가 왔다. 누가 봐도 대박날 게 분명한 영화 ‘잠들지 않는 도시’의 메가폰이 그에게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공교롭게도 프로듀서가 그를 차버린 전 부인 엘리(테아 레오니)다. 게다가 제작자는 그녀의 새 연인 자에거(트리트 윌리엄스). 왁스먼은 달콤한 제안과 상처받는 자존심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어쩔 수 없이 후자를 희생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촬영에 들어간 왁스먼은 엘리에 대한 배신감과 어떻게든 영화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급기야는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시력을 잃어 앞이 잘 안 보이는 지경에까지 이르는데…. 우디 앨런이 각본, 연출, 연기 등 1인 3역을 맡아 주특기인 슬랩스틱 코미디의 향연을 벌인다. 스트레스성 실명 상태에 빠진 왁스먼이 “귀머거리 베토벤도 명곡을 만들었다.”며 대박의 꿈을 더듬더듬 좇아 가는 모습, 안 보이면서도 다 보이는 척하며 속사포처럼 쏟아 내는 대사 등이 웃음을 이끌어 낸다. 제목에서 드러내듯 무엇보다 영화는 할리우드 방식의 제작풍토와 작품경향에 대해 날카로운 자기비판을 날린다. 눈이 멀고서도 전혀 아무렇지 않은 듯 연출을 진행하는 대목들은 그대로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 대한 풍자이다. 또 영화 속에서 왁스먼이 만든 영화 ‘잠들지 않는 도시’가 할리우드에서는 망했지만 프랑스에서는 폭발적인 호응을 얻는다는 아이러니한 설정도 곱씹어 볼 만큼 의미있다. 영화 내용 자체가 행운의 복선이 됐던 걸까. 실제로 우디 앨런은 이 영화 덕분에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의 붉은 카펫을 처음 밟을 수 있었다. 극중 왁스먼 감독이 눈먼 채 영화를 찍느라 우여곡절을 겪다가 결국 해피엔딩을 맞듯,‘할리우드 엔딩’은 자국 평단의 반응은 신통찮았음에도 제55회 칸영화제 개막작의 영예를 안았다.2002년작. 원제 Hollywood Ending.111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문화플러스] ‘아트 오브 까르띠에’전

    국립현대미술관이 프랑스 명품브랜드 까르띠에와 공동주최하는 ‘아트 오브 까르띠에’전이 7월13일까지 덕수궁미술관에서 이어진다. 까르띠에 컬렉션 중 1860년대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제작된 보석, 시계, 기념물 등 267점이 전시. 장 콕토 디자인의 검, 아폴로호 달착륙 기념 모형, 칸국제영화제 50주년 기념의 황금가지 등도 나왔다.1588-7890.
  • [토요영화] 천상의 소녀

    [토요영화] 천상의 소녀

    ●천상의 소녀(EBS 세계의 명화 오후 11시25분) 탈레반 정권이 지배하는 아프가니스탄에 사는 열두살 소녀 레일라(마리나 골바하리). 소녀의 아버지는 전쟁에 나가 죽었고 남은 가족이라곤 할머니와 어머니(주바이다 사하르)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탈레반은 여자가 밖에서 일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한다. 카불 거리에는 하늘색 부르카를 뒤집어쓰고 법 개정을 요구하는 여인들의 행진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레일라 가족은 생계를 위협받는데…. 할머니는 하는 수 없이 손녀에게 남장을 시키고, 레일라는 식료 잡화상에 겨우 취직한다. 한편, 탈레반은 군대 교련을 위해 소년들을 모두 학교로 소집한다. 소년으로 위장한 레일라도 참가하게 되는데, 동료들은 예쁘장한 외모의 그녀를 여자가 아니냐고 의심한다. 레일라를 좋아하던 한 소년이 그녀를 ‘오사마’란 이름을 가진 남자라고 적극 변론해준 덕분에 간신히 위기를 넘기는가 싶었지만 얼마 안가 교관에게 여자인 것을 들켜버리고, 레일라의 운명은 걷잡을 수 없는 비극 속으로 빠져든다. 2003년 제작된 이 작품은 탈레반 정권 붕괴 후에 만들어진 첫 아프가니스탄 영화다. 영화 제작이 금지된 탈레반 정권에서 벗어나 파키스탄으로 망명했던 세디그 바르막 감독은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자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때 신문에서 13살 소녀가 학교에 가고 싶어 남자로 변장했다가 발각됐다는 기사를 읽고 이 영화를 착안했다. 열악했던 제작 여건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당시 바르막 감독은 신인이었고, 거리에서 구걸하다 캐스팅된 마리나는 영화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천진한 소녀였다. 남자 옷을 입은 씩씩한 소녀가 모험담을 엮는 그렇고 그런 남장여자 드라마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남자 아이들 속으로 내던져진 레일라는 시종 눈빛에 슬픔과 두려움을 그렁그렁 매단 채 애처롭기 짝이 없다. 그녀의 아버지는 탈레반의 고문으로 다리를 못 쓰게 됐고, 언니는 폭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어린 나이에 가장 노릇을 도맡아 할 수밖에 없었던 마리나의 연기에는 자연스럽게 다큐멘터리 못지않은 진정성이 녹아들었다.2003년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 특별언급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하는 등 해외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부시 미 대통령이 모든 각료들이 관람할 것을 지시하며 부산을 떨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바르막 감독은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천상의 소녀’가 고국의 현실에 변화를 가져왔나요? 부시도, 그 누구도 아프가니스탄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원제 ‘Osama’.83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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