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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나영 기자회견 ‘뷰티풀 데이즈’로 공식석상 “뱀파이어 미모”

    이나영 기자회견 ‘뷰티풀 데이즈’로 공식석상 “뱀파이어 미모”

    배우 이나영이 6년 만에 영화 ‘뷰티풀 데이즈’로 컴백하는 소감을 밝혔다. 이나영은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지하 2층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뷰티풀 데이즈’를 첫 번째로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큰 영광이고 어떻게 봐주실지도 굉장히 궁금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뷰티풀 데이즈’는 어린 나이에 아들을 낳고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 한국에 온 탈북 여성의 삶을 그린 영화. 이나영은 삶의 시련을 겪은 탈북 여성으로 분했다. 영화 ‘하울링’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이나영은 “감독님의 대본을 봤을 때 깜짝 놀랐다. 내가 하고 싶었던 형식, 캐릭터가 접목돼있는 시나리오였다. 그래서 보자마자 마음을 결정했다”면서 “결코 약하지 않는 비극적 사건을 겪었음에도 삶에 지치지 않고 담담하게 살아가는 캐릭터였고 그걸 감독님이 잘 표현해주셨다”고 작품에 매료된 요소들을 언급했다. 이어 “영화를 찍고 나서는 제가 몰랐던 어떤 부분들에 대해서 공부를 하게 됐다. 감독님의 영화 스타일에 참여하게 돼 좋았다.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촬영하셨다. 콘티와 분위기 느낌을 머리속에 다 갖고 계시더라. 좋은 마음으로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윤재호 감독은 2016년 영화 ‘히치하이커’로 제 69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며 주목받은 영화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석한 윤재호 감독은 “개막작으로 선정돼 영광이다. 저예산 예술영화지만 뜻이 있는 분들과 힘을 합쳐 만든 영화다. 많은 이들이 보러 와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올해 영화제는 10월 4일부터 열흘간 영화의전당과 롯데시네마센텀시티, CGV센텀시티,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등 5개 극장 30개 스크린에서 79개국 323편을 상영할 예정이다. 개막작은 윤재호 감독의 ‘뷰티풀 데이즈’, 폐막작은 원화평 감독의 ‘엽문 외전’이 선정됐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어느 가족’ 고레에다 감독 방한…“가족은 어때야 한다 정의 내리면 안 된다”

    ‘어느 가족’ 고레에다 감독 방한…“가족은 어때야 한다 정의 내리면 안 된다”

    “배우가 포착한 핵심을 놓치지 않고 다시 한번 받아쳐 던져 주는 연출을 할 수 있도록 늘 진검승부하고 있습니다.”가족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우직하게 탐구해 온 ‘오랜 진검승부’로 지난 5월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고레에다 히로카즈(56) 감독. 그가 수상작인 ‘어느 가족’의 국내 개봉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30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만난 그는 질문 하나하나를 되물으며 이해한 뒤 단어를 신중히 골라 답을 내는 세심한 태도로 눈길을 끌었다. 수상 소감을 전하며 ‘초심’을 떠올리는 모습에선 우뚝한 장인의 풍모가 느껴졌다. “영화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 15년 정도는 일본에서 독립영화를 만들었는데 그때와 비교해도 영화를 만드는 태도나 자세는 변하지 않았어요. 줄곧 ‘처음엔 작게 낳아서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잘 키워 가자’는 마음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고요. 뜻하지 않게 칸에서 큰 상을 받게 되고 그에 힘입어 작품이 많은 사람에게 퍼져 가고 있습니다. 아주 기쁜 일을 경험하고 있는데 힘든 상황에서도 꾸준히 해온 게 지금 보답을 받나 싶네요(웃음).” ‘우나기’(1997) 이후 21년 만에 일본에 황금종려상을 안긴 ‘어느 가족’은 지난 26일 국내 개봉했다. 대작들의 틈바구니에서도 개봉 5일 만인 이날 오전 4만명을 모으며 국내 관객들과 공감의 폭을 넓히고 있다.영화는 좀도둑질로 생계를 잇는 한 가족의 충만한 한 시절과 도둑질이 발각돼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과정을 먹먹하게 그렸다. 가족의 형태와 가치, 부모의 역할, 아이들의 성장 등 가족이란 단어에서 파생된 여러 주제를 아우르는 ‘고레에다 표’ 가족 영화의 집대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플롯을 짜기 전에 연금 사기 사건 뉴스를 접했어요. 자녀들이 부모의 사망 신고를 하지 않고 부모에게 지급되는 연금을 쓰다 발각돼서 전국적인 쟁점이 된 사건이죠. 그 얘기를 통해 혈연 이외의 다른 요소로 가족이 된 사람들을 이야기해 봐야겠다 싶었죠. ‘어느 가족’에서는 이들이 죄를 범하고 심판받는 상황을 맞기도 하지만 혈연이 아닌 형태로 공동체를 구성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가족 영화의 장인’으로 통하는 고레에다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2004),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태풍이 지나가고’(2016) 등으로 가족에 관한 묵직한 물음을 던져 왔다. 그에게 오랫동안 드잡이하듯 파고들어 온 ‘가족’이란 무엇일까. “‘가족은 어때야 한다’, ‘좋은 가족이란 어떤 것이다’에 대한 정의는 내리지 않으려 해요. 가족은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억압적으로 규정하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좋은 자세가 아닐까요. 이번 영화도 그런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미국 배우 이선 호크와 프랑스의 쥘리에트 비노슈, 카트린 드뇌브 등 세계적인 배우들과 차기작을 함께한다. 그는 한국 배우와의 협업도 소망했다. “다음주에 파리로 돌아가 새 영화를 구체적으로 진행할 예정이에요. 지금까지는 다른 언어와 문화를 떠나 많은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면 이번엔 다른 문화, 언어를 넘어선 연출이 가능한가가 숙제로 쥐여진 흥미로운 상황이죠. 한국에도 매력적인 배우가 너무 많기 때문에 멀지 않은 장래에 함께하고 싶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칸영화제도 인정한 고레에다 감독의 ‘진검승부’

    칸영화제도 인정한 고레에다 감독의 ‘진검승부’

    “배우가 포착한 핵심을 놓치지 않고 다시 한번 받아쳐 던져주는 연출을 할 수 있도록 늘 진검승부하고 있습니다.” 가족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우직하게 탐구해온 ‘오랜 진검승부’로 지난 5월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고레에다 히로카즈(56) 감독. 그가 수상작인 ‘어느 가족’ 국내 개봉을 맞아 관객들과의 교감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30일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만난 그는 질문 하나하나 다시 되물으며 이해한 뒤 단어를 신중히 골라 답을 내는 세심한 태도로 눈길을 끌었다. 수상 소감을 전하며 ‘초심’을 떠올리는 모습에선 우뚝한 장인의 풍모가 느껴졌다.“영화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 15년 정도는 일본에서 독립영화를 만들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영화를 만드는 태도나 자세는 변하지 않았어요. 줄곧 ‘처음엔 작게 낳아서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잘 키워가자’는 마음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고요. 뜻하지 않게 칸에서 큰 상을 받게 되고 그에 힘입어 작품이 많은 사람에게 퍼져가고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지만 아주 기쁜 일을 경험하고 있는데 힘든 상황에서도 꾸준히 해온 게 지금 보답을 받나 싶네요.”(웃음)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1997) 이후 21년 만에 일본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긴 ‘어느 가족’은 지난 26일 국내에서도 개봉했다. 대작들의 틈바구니에서도 개봉 5일 만인 이날 오전 4만명을 모으며 국내 관객들과도 공감의 폭을 넓히고 있다. 영화는 좀도둑질로 생계를 잇는 한 가족의 충만한 한 시절과 도둑질이 발각되며 이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과정을 세심한 연출로 먹먹하게 그렸다. 가족의 형태와 가치, 부모의 역할, 아이들의 성장, 가족과 사회와의 마찰 등 가족이란 단어 안팎에서 파생된 여러 주제를 아우르는 고레에다 표 가족 영화의 집대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플롯을 짜기 전에 연금 사기 사건 뉴스를 접하게 됐어요. 부모가 사망했는데 자녀들이 사망 신고를 하지 않고 부모에게 지급되는 연금을 쓰다 발각이 되서 전국적인 쟁점이 된 사건이죠. 그 얘기를 통해 혈연 이외의 다른 요소로 가족이 되어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이야기해 봐야겠다 싶었죠. ‘어느 가족’에서는 이들이 죄를 범하고 심판 받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혈연이 아닌 형태로 공동체를 구성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가족 영화의 장인’으로 통하는 고레에다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2004), ‘걸어도 걸어도’(2008),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태풍이 지나가고’(2016) 등으로 가족에 관한 묵직한 물음을 던져 왔다. 그에게 오랫동안 드잡이하듯 파고들어온 ‘가족’이란 무엇일까. “‘가족은 어때야 한다’, ‘좋은 가족이란 어떤 것이다’에 대한 정의는 내리지 않으려 해요. 가족은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억압적으로 규정하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좋은 자세가 아닐까요. 이번 영화도 그런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느 가족’은 일본 정계에서도 논란이 됐다. 자국의 스포츠·문화계 스타의 해외 수상 소식에 유독 열렬한 축하 인사를 건네온 아베 신조 총리가 ‘어느 가족’의 황금종려상 수상에는 침묵을 지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간 일본 사회 문제에 쓴소리를 해온 고레에다 감독의 ‘소신 행보’, 영화 속에서 일본 사회의 모순을 비판적으로 드러낸 점 등이 이유로 풀이되기도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정부가 축하의 마음을 표하는 건 영화의 본질과는 상관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화제는 되도록 피하고 싶다”며 “해결할 과제가 산적한 국회에서 내 영화가 정쟁의 소재가 된다는 것도 편하지는 않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일본 영화 산업에 대한 쓴소리는 잊지 않았다. “요즘 일본 영화 산업은 해외를 시야에 두고 우리 영화를 소개해야겠다는 발상을 갖고 가기보다 점점 안으로, 내향적인 형태로 진행이 되고 있어요. 일본 영화는 과거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등 멋진 선배들의 전작들이 세계에서 널리 소개되고 호평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직도 그 후광에 힘입어 좋다고 여겨지죠. 저는 운이 좋아 여러 나라에서 영화를 개봉할 수 있게 됐지만 그 후광은 계속되는 게 아닙니다. 저 역시 도태되지 않고 작품세계를 확장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고 싶어요.”“작품마다 말을 거는 상대가 매번 다르다. 말을 거는 상대를 떠올리며 작품을 만든다”는 “이번 작품은 아이에게 말을 건다고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어느 가족’에서는 부모에게 버림받거나 학대받다 새 가족의 품에 안긴 아역 쇼타(죠 카이리)와 유리(사사키 미유)의 섬세한 열연이 돋보인다. “쇼타가 느꼈던 것, 경험한 것들이 그가 앞으로 살아나갈 때 어떤 형태로든 그의 양식이 될 겁니다. 영화의 결말은 이게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하게 만드는 표정과 느낌이 아닐까 하면서 찍었어요. (학대받던 부모에게 돌아간) 유리 역시 틈새로 세상을 빼곰이 엿보던 첫 장면과 달리 난간 위에 높이 올라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의 시야가 훨씬 높은 걸 보고 있다는 것, 큰 변화가 생겼음을 보여줬죠.”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은 늘 관객의 마음에 먹먹한 파동을 일으킨다. 하지만 무엇이 관객의 정서에 울림을 줄지, 무엇이 국경이나 문화를 넘어 감동을 줄지에 연연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관객을 의식하지 않아도 제게 절실한 주제를 파고들면 전해질 건 전해진다고 생각해요,. 제 작품을 좋아해주시는 한국, 스페인, 프랑스, 캐나다 관객들의 반응을 수차례 보면서 그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차기작은 미국 배우 에단 호크와 프랑스의 카트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등 세계적인 배우들의 참여로 더욱 기대를 모은다. 그는 한국 배우들과의 협업도 소망했다. “다음주에 파리로 돌아가 새 영화를 구체적으로 진행할 예정이에요. 지금까지는 다른 언어와 문화를 떠나 많은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면 이번엔 다른 문화, 언어를 넘어선 연출이 가능한가 숙제로 쥐여진 흥미로운 상황이죠. 한국에서도 함께 일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배우가 너무 많기 때문에 차기작이 좋은 형태로 마무리된다면 멀지 않은 장래에 함께 하고 싶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지금, 이 영화] ‘어느 가족’

    [지금, 이 영화] ‘어느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장기는 역시 가족을 다루는 영화에서 제대로 발휘된다. 하지만 그도 주제와 스타일이 비슷한 작품을 연속해 내놓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모양이다. ‘태풍이 지나가고’(2016) 이후 당분간 가족을 제재로 한 영화는 만들지 않겠다고 공언한 고레에다. 결심한 대로 그는 자신의 전작들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심리 스릴러 ‘세 번째 살인’(2017)을 완성했다. 이 영화의 만듦새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진실을 둘러싼 문제를 파헤치는 고레에다에게 관객이 기대한 바가 그가 내놓은 결과물보다 더 컸다는 점이다.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것과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늘 같지는 않다. ‘어느 가족’은 고레에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 즉 가족을 다루는 영화로의 귀환을 알린 작품이다. 그리고 그는 이 영화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나는 이것이 ‘어느 가족’에 온전히 주어진 상이라고 보지 않는다. 해결하기 어려운 질문을 품고 나름의 답안을 지속적으로 써냈던 고레에다의 작업에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한 지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추측한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의 물음은 일관됐다. 요약하면 ‘가족은 어떻게 형성되고, 무엇으로 유지되며, 무슨 위협에 시달리는가’이다. 물론 응답 방식과 내용은 고레에다의 작품마다 차이가 있다. ‘어느 가족’은 어떤가 하면 혈연으로 묶이지 않은 가족의 성립 (불)가능성에 주목한다. 이 영화의 중심인물은 어쩌다 보니 한 집에 같이 살게 된 타인들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수행하는 역할도 할머니(기키 기린)어머니(안도 사쿠라)이모(마쓰오카 마유)아버지(릴리 프랭키)아들(조 가이리)딸(사사키 미유)로 마침맞다. 예컨대 누군가 그들이 바다 여행에서 다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봤다면 어땠을까? 당연히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라 말했을 테다. 그렇지만 앞서 밝혔듯이 이 사람들은 법적으로 공인된 가족이 아니다. 거기에 더해 이 사람들은 절도 등 법을 어기는 일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렇게 보면 이 영화의 원제목이 ‘좀도둑 가족’인 것도 이해가 된다. 이들은 훔치는 것 외에도 적발되면 중형을 선고받을 만한 행위까지 저지른다. 그런데 기묘하다. 그들의 범죄가 오히려 윤리적 행동처럼 느껴져서다. 이런 당혹감 속에서 우리는 대답해야 한다. ‘가족은 어떻게 형성되고, 무엇으로 유지되며, 무슨 위협에 시달리는가’라는 고레에다가 거듭 제기하는 의문에 말이다.나는 ‘어느 가족’을 보고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가족은 핏줄이 아닌 온정으로 형성되고, 사랑의 유대감으로 유지되며,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의 위협에 시달린다고. 바꿔 말하면 이렇다. 온정과 사랑의 유대감 없는 정상 가족은 그냥 남남이라고.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신과함께2, 인랑, 공작...올 여름 관객 저격할 한국영화 3편

    신과함께2, 인랑, 공작...올 여름 관객 저격할 한국영화 3편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장이 곧 막을 올린다. 7~8월은 연간 관객의 4분의1이 몰려드는 계절. 올 상반기 마블의 공습으로 외화의 기세에 눌렸던 한국영화가 주요 배급사들을 중심으로 ‘대작’들을 포진시키며 명예 회복에 나선다. 지난 겨울 ‘1000만영화’로 흥행 돌풍을 일으킨 한국형 판타지 영화 ‘신과함께2-인과 연’을 비롯해 과거와 현재의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를 반추할 수 있는 ‘인랑’, ‘공작’이 잇따라 개봉한다. 세 작품 모두 서사가 강렬한 데다, 김용화, 김지운, 윤종빈이라는 개성과 화법이 뚜렷한 감독들이 지휘를 맡았다. 연기력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배우 군단들까지 배치돼 관객들로서는 ‘풍성한 선택의 기회’를 가진 셈이다. ●1편은 2편의 예고편일 뿐? ‘쌍천만’ 기록할까...‘신과 함께2-인과 연’ 지난 겨울 1440만 관객을 모으며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신과 함께’ 속편이 8월 8일 극장가에 걸린다. 지난 6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출연진(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마동석, 김동욱, 이정재)과 연출을 맡은 김용화 감독은 2편인 ‘…인과 연’의 서사과 감정들이 더 깊어지고 흥미진진해졌음을 거듭 강조했다. 김용화 감독은 “2편을 만들기 위해 1편을 시작했다”고 운을 떼며 “각 인물 간의 인연을 통한 성장, 그들의 깊은 감정, 빛나는 연기 등 파편화된 조각을 하나로 맞추다 보니 ‘정말 내가 만든 게 맞나?’할 정도로 좋았다”며 속편의 완성도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애초에 한국형 프랜차이즈 영화가 나올 때가 됐다는 기획에서 출발했다”는 김 감독의 말처럼 프랜차이즈 영화 전통이 약한 국내 영화계에서 ‘신과 함께’는 1편의 기록적인 흥행으로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시리즈 영화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통상 시리즈 영화들이 몇 년이 지나 선보이는 데 반해 ‘신과 함께’는 두 편을 동시에 촬영했다. 속편을 7개월 만에 선보이는 덕에 관객들의 관심과 호기심이 여전히 뜨거워 흥행에 대한 기대감과 부담이 공존한다. 속편은 신이기 전 인간이었던 저승 삼차사의 과거, 원귀에서 귀인이 된 수홍(김동욱)의 지옥 재판 과정 등 저승과 이승,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강렬한 드라마로 엮였다.●통일 앞둔 한반도를 바라보는 SF적 상상...‘인랑’ 오는 25일 개봉을 앞둔 ‘인랑’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설 오시이 마모루 대표작인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한국적 상황으로 재해석한 실사 영화다. 전 세계적으로 ‘열렬한 덕후들’을 거느린 작품인 데다, ‘조용한 가족’, ‘놈놈놈’, ‘악마를 보았다’, ‘밀정’ 등 개성 강한 작품을 내놓는 김지운 감독의 첫 SF영화라 영화 팬들의 기대가 유독 높다. “장르가 비주얼”이라 할 만큼 강동원, 정우성 등 외모로 기선을 제압하는 배우들의 조합도 흥미를 끈다. 영화는 가까운 미래인 2029년을 배경으로 설정했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에 우익정부가 잇따라 들어서며 영토 분쟁이 일어나자 남북 두 정상은 5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통일 국가를 이루자고 합의한다. 위협을 느낀 열강들은 이를 견제하고, 나라 안에는 통일 반대 세력들이 생겨난다. 무장테러단체인 섹트, 정보기관 공안부 등이 펼치는 갖가지 암투와 충돌 속에 경찰조직 특기대 정예요원 ‘인랑’들의 활약을 그렸다. 인간병기 인랑의 강도 높은 액션 속에 내적 갈등과 고뇌 등을 풀어낸다. 김지운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와 드라마틱하게 바뀐 한반도 정세를 감안하면 관객들에게는 영화의 상황과 포개며 곱씹어볼 감상 포인트가 많아졌다. 이에 대해 김지운 감독은 “통일이 민족의 염원이지만, 분단 상황에서 이해관계나 권력이 존재한다면 통일을 바라지 않는 세력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옳은 길, 우리가 바라는 세상으로 가는 데 청산하지 못한 것들이 있다면 그것들과 대결해야 한다는 생각, 영화적 상상으로 만든 영화”라고 ‘인랑’을 소개했다.●속고 속이는 ‘구강 액션’을 주목하라...‘공작’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 등으로 날선 시각과 통찰을 보여준 윤종빈 감독의 신작 ‘공작’은 8월 8일 관객과 만난다. 영화는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면서 벌어지는 첩보극이다.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등 연기파 배우군단이 뭉친 작품은 지난 4월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미리 공개됐다. 이때 ‘첩보극’이라는 외피에서 기대할 수 있는 긴박한 액션 장면보다 인물들의 말과 말이 얽히고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작품의 요체라는 평가가 나왔다. 칸영화제 시사 직후 한 외신이 “말은 총보다 더 강렬하다”고 평한 게 한 예다. 안기부 스파이 흑금성 역을 맡은 배우 황정민은 이를 “구강 액션”이라고 소개했다. “저희는 상대방을 속고 속이는 사람들이라 주로 ‘구강 액션’으로 장면을 만들었다. 진실을 얘기하지 않고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관객들은 또 그 속내를 알아야 한다. 그런 중첩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황정민) 윤종빈 감독은 ‘총이 아닌 말로 싸우게 한 이유’에 대해 “일반 싸움이 시작되면 사람들이 몰입해서 보기 때문에 연출자로선 기댈 데가 있어서 편한데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라 정공법으로 가자, 억지로 액션을 넣지 말고 대화가 주는 긴장을 콘셉트로 잡자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초짜들의 ‘생짜’ 연기… 충무로 주연들이 젊어졌다

    초짜들의 ‘생짜’ 연기… 충무로 주연들이 젊어졌다

    대중의 인지도도, 연기 이력도 없는 ‘생짜 신인’이 주연을 꿰찬다? 배우의 티켓파워와 입증된 연기력에 기대 온 충무로에서 이례적인 신인 캐스팅이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20대 여배우 리스트가 또래 남자배우들에 비해 빈약한 가운데, 신선한 얼굴의 신예들이 작품의 의도, 캐릭터를 기대 이상으로 구현해내며 한국 영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벌써부터 올 연말 신인 여배우상을 놓고 경합이 치열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27일 개봉을 앞둔 박훈정 감독의 신작 ‘마녀’가 대표적이다. 최근 열린 ‘마녀’ 시사회에서 엔딩크레딧에 대중들에게 전혀 각인되지 않은 이름이 첫머리에 올랐다. 박 감독이 원톱 여주인공으로 발굴한 신예 김다미(23)다. 이번 작품은 ‘신세계’, ‘대호’ 등 거친 남성 서사를 선보였던 박 감독이 선보이는 여성 미스터리 액션물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지만 신인 배우에게 주연을 맡겼다는 점에서도 시선이 쏠렸다. 연출진은 4개월에 걸쳐 1500여명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한 끝에 김다미를 찾아냈다. ‘마녀’의 연영식 프로듀서는 “극 중 역할이 여고생인데다 영화 전체를 이끌어 나가는 인물인데 기존 여배우들은 이미 성인 연기를 많이 해 온 터라 관객들이 여고생으로 받아들이는 데 괴리감이 클 것 같았다. 김다미는 앳된 외모에 비밀을 간직한 듯한 분위기가 있어 여주인공으로 낙점됐다”고 했다. 김다미는 작품에서 순수함과 의뭉스러움, 여유만만함, 광기 등 다채로운 면모를 오가며 ‘인간 병기가 된 소녀’ 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해냈다. ‘마녀’는 결말에서 속편을 예고하는데, 김다미 역시 이미 속편 출연 계약까지 마친 상태다.지난 5월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서도 새 히로인 전종서(24)가 화제를 모았다. 첫 영화 출연작으로 칸 레드카펫에 서는 극적인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창동 감독은 전종서에 대해 “경험이 많고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라 하더라도 하기 어려운 장면이 영화(버닝)에서 최소한 서너 장면은 나오는데 (전종서는)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 줬다”며 높은 만족감을 드러낸 바 있다.개봉을 앞둔 작품에서도 신인 여배우들의 활약은 계속된다.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인 ‘악질경찰’(이정범 감독)은 이선균, 박해준뿐 아니라 전소니(27)를 주연으로 내세웠다. 전소니는 사건의 결정적인 증거를 쥐고 있는 여고생 장미나로 액션까지 소화하며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는 후문이다. 지난 4월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 중인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 ‘미성년’도 20대 신인 여배우 두 명을 기용했다. 어른들의 문제로 생긴 일상의 균열을 두 소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임지며 성장해 나간다는 이야기로 김혜준(23)과 박세진(22)이 여고생 역할을 맡았다. 신인 여배우를 과감히 주연급에 올린 작품들은 대부분 감독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마녀’와 ‘악질경찰’의 투자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코리아의 심영신 상무는 “요즘 감독들은 캐릭터를 구상하면서 신인 배우들을 찾고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며 “위험 부담은 있지만 기성 배우와 달리 관객의 머릿속에 고정된 이미지가 없어 감독이 구상한 캐릭터, 연출 의도가 더 잘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이는 최근 몇 년간의 성공 사례에 힘입은 것이기도 하다. ‘은교’(2012)의 김고은(27), ‘검은 사제들’(2015)의 박소담(27), ‘아가씨’(2016)의 김태리(28) 등 깜짝 등장한 신예들은 이제 필모그래피를 견고히 쌓아 가며 충무로의 기대주로 성장했다. 영화홍보사 퍼스트룩의 강효미 대표는 “김고은, 박소담, 김태리의 데뷔작 캐스팅 사례는 당시에는 도전적인 시도였지만 실력으로 호평을 얻고 화제를 모으며 신인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선례를 남겼다”며 “이런 경험으로 위험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연출자, 제작사, 투자배급사들이 새로운 얼굴을 찾으려고 시도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변화는 스타 배우에 기댄 기존의 흥행 공식이 잘 통하지 않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장르와 소재 다변화, 신선한 얼굴 수혈로 돌파구를 삼으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기존 영화에 없던 새로운 캐릭터, 여성상이 많이 생겨나면서 신인 캐스팅이 잦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사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서울신문 DB
  • 젊은 감독들이 묻는다… 당신에게 극장이란?

    젊은 감독들이 묻는다… 당신에게 극장이란?

    ‘극장’ 주제로 3편의 옴니버스 실제 단관 극장 배경으로 제작 대담한 상상·기묘한 낭만 담아“어둠 속에서 서로 가까이 앉아 희망과 기대, 그리고 사랑을 함께 나누는 곳.” 칸국제영화제가 60주년을 맞아 만든 영화 ‘그들 각자의 영화관’(2008)에서 빌레 아우구스트 감독은 영화관을 이렇게 정의한다. 영화에서 코언 형제, 라르스 본 트리에르, 거스 밴 샌트, 로만 폴란스키, 왕자웨이 등 35명의 거장 감독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극장이 갖는 의미를 각각 3분짜리 영상으로 엮었다. 감독들이 각자의 기억과 환상으로 축조한 ‘그들만의 영화관’은 일상의 장소가 된 영화관이 우리에게 준 설렘과 기쁨, 위안을 떠올리게 한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기획의 옴니버스 영화가 관객을 찾아간다. 28일 개봉하는 ‘너와 극장에서’다. ‘수성못’의 유지영, ‘밤치기’의 정가영, ‘겨울꿈’의 김태진 등 요즘 주목받고 있는 젊은 독립영화 감독 셋이 ‘극장’이란 키워드를 뿌리 삼아 기묘한 낭만과 대담한 상상을 펼친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여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극장을 주제로 한 만큼 ‘너와 극장에서’를 이루는 세 작품은 모두 멀티플렉스가 아닌 단관 예술극장들을 배경으로 심어 놨다.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영화를 본다는 행위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하고, 관객 각자가 지닌 추억의 밀도를 더욱 끌어올려 준다. 저마다의 개성과 내력을 지닌 극장들이 그간 가꾸고 품어온 가치와 정서를 느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유지영 감독의 ‘극장 쪽으로’는 2015년 개관해 대구에서 활동하는 독립영화 감독들의 아지트이자 지역 독립영화 팬들의 성지와 같은 대구 ‘오오극장’을 배경으로 한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설립돼 지역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을 발굴해 온 곳이자 토크 프로그램, 영화 세미나 등으로 관객과의 소통도 활발히 해 온 극장이다. 지방 공기업의 리셉션 직원으로 지루한 일상을 사는 선미(김예은)는 이름 모를 누군가로부터 ‘극장에서 만나자’는 쪽지를 받고 의심 반, 설렘 반으로 극장을 찾는다. 하지만 상대를 기다리던 도중 잠깐의 일탈이 그를 미궁 속에 빠뜨린다. “극장에 대한 낭만적인 스케치를 일절 배제하고 싶었다”는 유 감독은 권태로운 삶에 균열을 일으키는 설렘, 뒤이어 따라온 미묘한 불안을 흑백 화면 속 골목의 풍경에 잘 포착해 냈다. 정가영 감독의 ‘극장에서 한 생각’은 영화감독이 관객과의 대화를 나누는 평범한 장면을 충격적인(?) 결말로 내닫게 하는 허를 찌르는 위트와 도발적인 상상력이 돋보인다. “평소에 관객과 대화를 하면서 느끼는 긴장감과 그럴 때마다 드는 충동을 담았다”는 감독의 말처럼 서로 엇나가고 미끄러지는 감독과 관객 사이의 대화들이 흥미롭다. 압구정동 가로수길의 예술영화극장 이봄씨어터를 무대로 했다. 김태진 감독의 ‘우리들의 낙원’은 종로 서울극장 안 서울아트시네마와 낙원상가의 실버영화관(옛 허리우드 극장) 등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엉뚱한 소동극이다. 극장을 매개로 여러 인물들이 우연한 만남과 교감을 거듭하는데 그 여정에서 우리가 영화를,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극장을 찾는 이유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숄 두르고 거리로 나서는 엔딩, 현실 속 ‘미투’처럼 싸움의 시작”

    “숄 두르고 거리로 나서는 엔딩, 현실 속 ‘미투’처럼 싸움의 시작”

    경찰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자가 밤거리를 내달린다. 강간범들을 신고하기 위해 밤새 병원과 경찰서를 전전하지만 피해자인 그는 외려 비난과 폭언, 공격의 대상이 된다. 영화 ‘미녀와 개자식들’(원제: 뷰티 앤 더 독스)은 이렇게 성폭행이란 사건 자체보다 무능과 무책임, 무감각으로 일관하는 폭압적인 관료제가 더 악몽일 수 있음을 고발한다. 끔찍한 시스템을 통과하고 난 여주인공은 흔들리던 마음에서 솟는 내면의 힘을 자각한다. 그가 숄을 목에 두르고 거리로 뛰쳐나가는 마지막 장면이 망토를 두른 할리우드 슈퍼히어로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것은 그래서다. 성폭행 피해자의 2차 가해를 다룬 이 영화로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던 튀니지의 사회파 감독 카우테르 벤 하니아(41)가 아랍영화제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최근 칸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받은 그의 작품 ‘튀니지의 샬라’(2014)와 ‘미녀와 개자식들’(2017)은 튀니지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토대로 한다. 하지만 여성 혐오, 성폭력, 성폭력 2차 가해, 여성들을 억압하는 남성 중심의 사회 등 최근 몇 년간 세계적으로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이루고 있는 여성 인권, 페미니즘 이슈를 정면으로 다루며 국경의 경계를 넘어 관객들과 넓은 공감대를 이룬다. ‘미투 운동’을 경험한 국내 관객들에게도 그의 영화는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지난 1일 개막한 아랍영화제에서 그의 영화 상영 및 감독과의 대화 시간은 모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 4일 서울 홍대의 한 호텔에서 만난 벤 하니아 감독은 “지난 주말 한국 관객들의 열정적이고 풍부한 피드백을 받고 정말 행복했다”며 “내 영화가 관객에게 인식의 변화를 심어 주고 삶에 새로운 영감을 줬다는 말을 들으니 감독으로서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미녀와 개자식들’은 실제 2012년 튀니지에서 경찰들에게 성폭행당한 여성이 하룻밤 새 5차례 경찰서를 전전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사건이 알려지고 튀니지에선 거리 시위가 일어났고 범죄를 저지른 경찰은 2년 만에 징역 14년의 처벌을 받게 됐다. 감독은 “절망적인 상황에도 끝까지 굴하지 않았던 실제 피해 여성의 용기에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뿐 아니라 성폭행 피해자를 비난하고 사건에 무감한 경찰, 여성들에 대한 비뚤어진 고정관념과 폭력적 시선을 공고히 하는 평범한 남자들의 언행도 ‘폭력’이자 ‘범죄’라고 생각해 영화 속에서 ‘악의 평범성’을 드러냈다”고 했다. 여주인공이 숄을 목에 두르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마지막 장면은 망토를 두른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를 연상시킨다. 이에 대해 감독은 “그렇게 의도한 게 맞다”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미묘하게 암시하려 했던 거니까 말하진 마세요(웃음). 영화 속 미리암은 성폭행 신고를 무마시키려는 관료 사회의 공포스러운 시스템을 경험하고 극복하면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고 내면의 힘을 찾게 돼요. 영화에서는 엔딩이지만 그 마지막 장면이 우리 현실에서는 싸움의 시작인 거죠.” 벤 하니아 감독은 주로 다큐멘터리로 영화를 직조하거나 극영화에 삶과 밀착된 이야기들을 들여보내는 작업을 해 왔다. 차기작에서도 시리아 난민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어떤 가공의 이야기보다 실제 우리 삶의 이야기가 더 놀라울 때가 많아 관객에게 더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의 민낯을 보여 주는 게 흑백 논리로 세상을 보려는 이들에게 이면을 보여 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속에서 그는 피해자를 돕는 남성 화자들의 입을 빌려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거듭 전한다. “영화 속 주인공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존중을 부정하는 사회와 정의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자신의 힘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는 걸 알게 되죠. 분노, 공포, 압박감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갖는 피해자의 감정을 공감하게 될 때 세상의 변화도 이뤄질 거라 믿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종교·인종·편견 넘어…영화, 여성을 말하다

    종교·인종·편견 넘어…영화, 여성을 말하다

    아랍·여성 영화제 등 특별 섹션 여혐·미투 등 다룬 작품 선보여 ‘허스토리’ ‘마녀’ ‘여중생A’ 등 여성의 서사 내세운 작품들 개봉 최근 세계를 휩쓴 ‘미투 운동’이 사회와 개인의 인식을 바꿔 가는 가운데 영화제, 스크린에서도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기획과 작품들이 잇따르고 있다.올해 7회째를 맞은 아랍영화제(6월 1~6일)는 동시대 아랍 여성들의 목소리를 국내 관객들에게 전한다. 올해 마련한 특별섹션 ‘포커스 2018: 일어서다. 말하다, 외치다’를 통해서다. 특별 섹션에서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은폐됐던 성폭력 문제와 일상이 된 여성혐오를 다룬 영화들을 앞세운다. 칸국제영화제에 두 차례 초청됐던 튀니지 여성 감독 카우테르 벤 하니아 감독이 내한해 자신의 영화 ‘튀니지의 샬라’(2014), ‘뷰티 앤 더 독스’(2017)를 선보이며 아랍 여성들의 변화와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들려준다. ‘뷰티 앤 더 독스’는 2012년 성폭력 피해 여성이 경찰에게 2차 가해를 당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폭력적인 관료제와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 구조를 예리하게 발가벗긴다. ‘튀니지의 샬라’는 여성들의 옷차림이 불경하다는 이유로 여성의 엉덩이를 면도날로 긋고 달아나는 여성 혐오 범죄자 ‘샬라’의 정체를 감독이 직접 좇는 모큐멘터리다. 박은진 아랍영화제 프로그래머는 “국내에서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성혐오에 대한 공포, 남성 중심 사회의 폐해 등이 되풀이되는 만큼 아랍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영화에서 국내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한국뿐 아니라 우리와 멀다고 생각했던, 공고하게 여성에 대한 편견이 있는 사회라 생각했던 아랍까지, 전 세계에서 변화의 바람이 있다는 걸 영화를 통해 목도하며 우리의 현실을 포개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한국영화계에 역량 있는 여성 영화인들을 발굴하고 소외됐던 여성 영화들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온 국제여성영화제도 올해 20돌을 맞았다. 오는 7일까지 서울 신촌 메가박스에서 열리는 여성영화제의 섹션 ‘쟁점들’에선 미투 운동, 디지털 성폭력, 낙태 등 최근 뜨거운 현안 3가지를 키워드로 정해 이를 성찰할 수 있는 작품들을 내놨다.1944년 소작농이자 한 아이의 엄마인 레시 테일러가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여섯 명의 흑인에게 강간을 당한 뒤 침묵을 요구하는 이들을 고발한 사건을 다룬 ‘레시 테일러의 #미투’, 미투 운동에 대한 즉각적인 응답의 의미로 감상할 수 있는 국내 여성 감독들의 단편 세 편(관찰과 기억, 혀, 모래놀이) 등이 소개된다. 이달 들어 스크린에서도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여성들의 서사’가 유독 강세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전 세계적으로 벌어진 미투 운동과 맞물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뿐 아니라 칸영화제에서도 여성 서사들의 힘을 실어주는 경향이 뚜렷했다”며 “이렇듯 여성 주인공들을 내세우거나 여성 감독들이 연출한 작품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여성 영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과거 전향적인 시도들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최초로 배상 판결을 받아낸 관부재판(1992~1998년)을 다룬 ‘허스토리’, 여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로는 드물게 미스터리 액션을 펼치는 ‘마녀’, 여중생의 성장을 다룬 ‘여중생A’ 등이 관객들을 찾아간다. 지난해 호평을 얻은 ‘아이 캔 스피크’가 위안부 문제를 중반 이후부터 꺼내고 남성 조력자(이제훈)의 도움을 받았다면, ‘허스토리’는 일본 정부와 오롯이 맞선 위안부 할머니들의 목소리와 분투를 전면에 내세웠다.외화에서도 이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백설공주의 모델이 될 만큼 아름다운 외모로 이름을 떨쳤지만 ‘주파수 도약 기술’을 발명해 오늘날 와이파이, 블루투스, 첨단군사기술을 있게 한 헤디 라마의 생을 다룬 ‘밤쉘’이 7일 개봉한다. 자택에 따로 작업실을 둘 만큼 발명에 몰두하며 여성을 외모로만 판단하려는 세상의 편견을 돌파하려 했던 그의 삶 자체가 드라마틱해 다큐멘터리가 극영화처럼 느껴진다. 샌드라 불럭, 케이트 블란쳇, 앤 해서웨이 등 할리우드를 이끄는 여배우 8명을 포진시킨 케이퍼 무비 ‘오션스8’, 여성의 자존감 문제를 유쾌하게 그려낸 코미디 ‘아이 필 프리티’ 등도 여심 공략에 나선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명작’엔 그녀가~

    ‘명작’엔 그녀가~

    독보적인 연기로 등장하는 작품마다 ‘명작’으로 일구는 프랑스 국민 배우 이자벨 위페르(63).이야기와 캐릭터에 따라 다채롭게 변모하는 그의 연기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획전이 열린다. 예술영화 전용관 아트나인이 다음달 5일부터 26일까지 진행하는 ‘이자벨 위페르 특별전’이다. 미카엘 하네케, 장 뤼크 고다르, 클로드 샤브롤 등 세계적인 거장들과 작업한 위페르는 출연작만 해도 100편을 훌쩍 넘는다. 장르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새로운 서사를 빚어온 그는 칸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 등 세계 3대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모두 휩쓸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그의 대표작 네 편이 상영된다. ‘미세스 하이드’(5일)에선 학생들에게 투명인간 취급받던 선생에서 미세스 하이드로 변모하며 극단의 연기를 선보인다. 고전 ‘지킬박사와 하이드’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은 블랙 코미디다. 이어 비뚤어진 욕망과 사랑을 파격적인 화법으로 펼친 ‘피아니스트’(12일), 안정적인 일상에 생긴 균열로 변화를 겪는 중년 여성의 흔들림을 섬세하게 그린 ‘다가오는 것들’(19일),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들여다보는 ‘해피 엔드’(26일) 등이 차례로 선보인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대작 개봉 대박 전쟁

    대작 개봉 대박 전쟁

    일찍 찾아든 더위의 기세보다 올여름 극장가가 더 뜨거울 전망이다. ‘신과 함께2’,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 ‘인크레더블2’, ‘맘마미아2’ 등 흥행이 입증된 프랜차이즈 영화의 속편이 포진한 가운데 ‘인랑’, ‘공작’, ‘창궐’, ‘마약왕’ 등 국내외 주요 배급사들의 야심작들이 ‘대박 전쟁’에 나서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6~8월은 극장가 최대 성수기다. 여름 극장가는 2013년 이후 5년 평균 연간 관객 수의 32%를 흡수해 왔다. 때문에 ‘천만 영화’도 이 시기에 주로 터졌다. 역대 국내 천만 영화 16편 가운데 7편(베테랑, 괴물, 도둑들, 암살, 택시운전사, 부산행, 해운대)이 7~8월 개봉작이었다.●6월 말~8월 초 대작들 대혼전 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는 “1년에 일반 관객들이 보는 영화 편수가 평균 9~10편으로 고정돼 있다면 올해는 4~5월에 ‘어벤져스3’에 몰리며 천만 영화가 이미 나와버렸다”며 “또 올해 6월에는 북·미 정상회담과 지방선거 등 사회적 이벤트도 많고 작품 수가 적기 때문에 6월은 건너뛰고 7월 중하순, 8월 초에 관객이 몰리며 대박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때문에 주요 배급사들은 흥행을 좌우할 개봉일을 잡느라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일본군 위안부 관부재판 실화를 다룬 ‘허스토리’가 6월 말,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 가운데 마지막 편인 ‘변산’이 7월 초 선보이며 여름 시장을 연다. 이후 7월 말, 8월 초 기대작들이 ‘대혼전’을 이룬다. 지난해 12월 말 개봉해 올해 초까지 1441만명을 동원해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신과 함께-죄와 벌’의 속편 ‘신과 함께-인과 연’은 8월 초 개봉 예정이다. 속편에서는 대중들의 호감도가 높은 배우 마동석이 새로운 캐릭터인 성주신으로 등장해 유쾌한 매력을 발산한다.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등 저승 삼차사의 과거 이야기도 풀어낸다. ‘신과 함께’는 1편 개봉으로 이미 전체 제작비 400억원을 모두 회수했기 때문에 2편에 대한 흥행 기대감이 남다르다.강동원, 정우성, 한효주를 내세운 김지운 감독의 신작 ‘인랑’은 7월 말 극장가에 걸린다.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동명 애니메이션(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을 한국의 상황에 맞게 각색했다. 남북한이 통일 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뒤 반통일 테러단체가 등장한 2029년. 정부 내 권력기관들 사이에 암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인간병기 인랑의 활약이 펼쳐진다.지난 19일 폐막한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얻은 윤종빈 감독의 신작 ‘공작’도 8월 초 개봉하며 ‘블록버스터 전쟁’에 합류한다. 북핵 위기가 고조된 1990년대 북핵 실체를 파헤치지 위해 대북사업가로 위장해 북한에 침투한 안기부 첩보요원 ‘흑금성’(암호명)을 모티브로 한 영화는 속도감 넘치는 액션을 내세우는 기존 첩보영화와 달리 밀도 높은 논쟁으로 역동감을 만들어간다. 대북 공작원과 북한 보좌관 사이의 형제애나 남북 정상회담을 예견한 듯한 결말로 최근 격동하는 한반도 정세와 맞물려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지 주목된다.●인랑·공작 등 토종 vs 맘마미아2 등 외화 지난해 ‘택시운전사’로 1218만 관객을 모았던 송강호가 ‘내부자들’(2015)의 우민호 감독과 함께 한 ‘마약왕’도 올여름 기대작으로 꼽힌다. 1970년대 시대와 돈, 권력을 아우른 마약왕 이두삼 역을 맡은 송강호의 설명에 따르면 “1970년대를 관통했던 사람들을 집약해 놓은 영화적 캐릭터 이두삼을 통해 우리가 지나왔던 한 시대를 조명하고자 한 영화”다. 야귀 액션 ‘창궐’도 ‘마약왕’과 함께 여름을 겨냥해 개봉 시기를 조율 중이다. 밤에만 활동하는 ‘야귀’(夜鬼)의 창궐을 막고 조선을 구하려는 왕의 아들 이청(현빈)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한국영화의 쟁쟁한 대진표에 대항하는 외화의 공습도 거세다. 마블 스튜디오가 올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앤트맨과 와스프’, 지난 5편의 누적 수익이 3조원에 이르는 ‘미션 임파서블’의 여섯 번째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7월 개봉을 확정했다. 최고의 스파이 요원인 이선 헌트(톰 크루즈)와 IMF팀의 고투가 최악의 결과로 돌아오면서 피할 수 없는 미션을 수행하는 이야기다. 2008년 개봉해 457만명의 관객을 모은 ‘맘마미아!’의 후속작 ‘맘마미아2’, 2004년 개봉해 어른 관객까지 끌어들인 ‘인크레더블’의 속편도 7월 극장가에 내걸린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전종서 “빈 플라스틱 용기처럼 찍어내는 연기 싫어요”

    전종서 “빈 플라스틱 용기처럼 찍어내는 연기 싫어요”

    “오디션에서 처음 본 순간 용모로나 내면으로나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배우라 생각했다.”‘박하사탕’으로 설경구, ‘오아시스’로 문소리를 발굴한 이창동 감독이 이런 상찬을 한 신예가 있다. 이 감독이 신작 ‘버닝’의 여주인공으로 낙점한 배우 전종서(24)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영화 출연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환호와 갈채 한가운데에 섰다. ‘버닝’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다. 지난해 소속사를 정하고 3일 만에 본 생애 첫 오디션에서 이 감독에게 발탁되면서 배우의 꿈은 믿기지 않는 현실로 영글었다. 영화 속에서 종수(유아인)의 어릴 적 친구 해미로 등장하는 그는 아프리카 여행에서 만난 벤(스티븐 연)을 종수에게 소개한다. 종수는 해미와 함께 어울리던 벤에게서 “쓸모없는 비닐하우스를 태우는 게 취미”라는 말을 듣고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히고 해미는 자취를 감춘다. 전종서는 유아인과 스티븐 연의 무게감에 짓눌리지 않고 신선한 외모와 성정을 재료로 한 자연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끈다. “영화 속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내고 분석하는 건지 아직 전 잘 몰라요. 하지만 감독님께서 제가 어떤 아이인지 그게 객관적으로 어떻게 보이는지 얘기해 주시면서 ‘네게 이런 모습이 있으니 너를 믿는다’면서 촬영을 할 때 제 몫을 믿고 맡기셨어요. ‘인물을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라’는 감독님의 말씀에서도 ‘해미는 이런 부분에 매료돼 있구나’, ‘이렇게 사는구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요. 현장에서 감독님은 아빠이자 좋은 선생님이자 큰 어른이셨죠. 저 같은 신인뿐 아니라 스태프까지 모든 사람에게 그런 존중과 믿음을 보내 주시는 태도를 보면서 깊은 배움을 얻었어요.” 초등학교 때 ‘해리 포터’ 시리즈로 처음 영화의 재미를 알았다는 그는 고교 때 자연스럽게 배우의 꿈을 품었다.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진학했지만 틀에 박힌 교육이 맞지 않아 현재는 제적 상태라는 그는 “형태는 똑같고 열어 보면 아무것도 없는 플라스틱 용기처럼 찍어내는 연기나 작품은 싫다”고 했다. “신인 배우들은 역량을 발휘할 환경도, 기회도 제공받지 못한 채 소비되는 것 같아요. 배우 생활을 계속한다면 그렇게 찍어낸 연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순수하게 세상을 받아들이고 그걸 온전히 뿜어냄으로써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배우, 한 사람의 관객에게라도 명확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버닝’은 청춘의 불안과 분노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그려내며 많은 상징과 은유를 심어 놓은 작품이다. 극 중 해미와 같은 20대 중반인 그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무엇에 분노하는지, 그래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스스로 물음표를 던지게 하는 영화”라고 했다. “어떤 친구들은 ‘재미없다’,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는 건데’라고도 해요. 또 어떤 친구들은 ‘너무 좋았어.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야’라고도 하고요. 왜 그렇게 얘기하는지 이해해요. 100%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이 영화는 희망이 없고 분노로 가득 차 있고 외로운 지금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위로를 안겨 주고 뭘 직시해야 하는지 묻는 우리의 자화상 같은 이야기 말이죠.”칸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 ‘버닝’은 여러 언론에서 높은 평점을 받으며 수상에 대한 기대를 모았으나 아쉽게 불발됐다. “감독님께서 레드카펫을 보고 ‘이게 다 비닐하우스(영화 속에서 벤이 불태우는) 같다. 눈에 보이는 거지만 보이지 않는 것이고 진짜인 것 같지만 진짜가 아닌 거다’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 말씀에 저도 동감했어요. 상에 대한 기대감과 이슈들은 다 거품일 뿐이구요. 우리가 진짜 하고자 한 것, 해내야 할 것들을 다 해낸 것에 만족하니 상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 의미 있는 여정이 끝나버린 게 벌써 그리운 마음이에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드디어… 42일 만에 ‘마블 천하’ 끝낸 ‘독전’

    드디어… 42일 만에 ‘마블 천하’ 끝낸 ‘독전’

    ‘어벤져스’ ‘데드풀2’ 잠재워 마약조직 실체 벗기는 범죄극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데드풀2’까지 6주간 이어졌던 ‘마블 천하’가 막을 내렸다. 이해영 감독의 범죄극 ‘독전’이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하면서다.2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독전’은 개봉일인 지난 22일 하루 동안 37만 6543명을 끌어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독전’의 개봉 첫날 관객 수는 올해 극장가에 걸린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범죄 영화 가운데 대표 흥행작으로 꼽히는 ‘내부자들’(2015년·707만명), ‘범죄도시’(2017년·688만명), ‘신세계’(2012년·468만명)의 개봉 첫날 기록도 넘어섰다. 이날 오후 예매율도 35.9%로 개성과 위트 넘치는 캐릭터로 승부하는 ‘데드풀2’(23.7%), 제71회 칸국제영화제 화제작인 이창동 감독의 ‘버닝’(5.8%) 등을 제치고 독주에 나서고 있다. 때문에 올 상반기에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던 한국영화가 명예 회복에 나설지 주목된다. ‘독전’은 아시아를 장악한 유령 마약 조직의 우두머리 이 선생을 잡으려는 형사 원호(조진웅)가 기획 수사를 통해 조직의 실체를 벗겨 가는 이야기다. 강렬한 캐릭터를 빚어낸 배우들의 열연과 이해영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 어우러져 집중도 높은 범죄극이 완성됐다. 영화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칸영화제와 함께 열린 필름마켓에서 일본, 스페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전 세계 55개 국가에 판권이 팔려 나갔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칸 홀린 이창동의 ‘버닝’… 본상 수상은 불발

    칸 홀린 이창동의 ‘버닝’… 본상 수상은 불발

    비평가상으로 아쉬움 달래 日고레에다, 황금종려상 품어 “대립하는 세계, 영화로 이어져”올해 칸국제영화제의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차지가 됐다. 많은 호평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무관에 그쳤다. 지난 19일 밤(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1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심사위원장 케이트 블란쳇은 고레에다 감독에게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안겼다. 수상작은 ‘만비키 가족’. 좀도둑질로 먹고사는 가족이 집 앞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가족으로 품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이야기’ 등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들처럼 가족의 의미와 가치를 되물으며 온기를 전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시상식에서 “영화 덕분에 서로 대립하는 사람과 사람들, 세계와 세계가 함께 이어질 수 있다”는 소감으로 영화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긍정하게 한다는 믿음을 전했다. 미국의 스파이크 리 감독은 ‘블랙클랜스맨’으로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쥐었다. 1978년 백인우월주의 집단 ‘쿠클럭스클랜’(KKK)에 잠복해 비밀 정보를 수집하고 이들의 범죄를 막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경찰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리 감독은 1989년 ‘똑바로 살아라’ 이후 27년 만에 경쟁 부문에 진출해 트로피를 안았다. 심사위원상은 레바논 출신 나딘 라바키 감독의 ‘가버나움’에, 감독상은 폴란드 출신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콜드 워’에 돌아갔다. 이창동 감독의 여섯 번째 연출작으로 청년들의 불안과 분노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그린 ‘버닝’은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과 번외상인 벌컨상을 받으며 본상 수상 불발의 아쉬움을 달랬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은 전 세계 영화평론가 및 영화 전문기자들이 모여 만든 최대 평론가 조직으로 칸을 비롯해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 유수 국제영화제에 심사위원단을 파견해 경쟁 부문, 감독 주간, 비평가 주간 등 각 부문에서 뛰어난 한 작품을 선정해 시상한다. 한국 영화가 이 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이 감독은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시상식에서 “여기는 레드카펫도 없고 플래시도 없다. ‘버닝’은 현실과 비현실, 있는 것과 없는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탐색하는 미스터리다. 여러분이 그 미스터리를 가슴으로 안아 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벌컨상은 촬영, 편집, 미술, 음향 등을 통틀어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기술 아티스트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버닝’의 신비로운 미장센을 만들어 낸 신점희 미술감독이 수상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이창동 감독 칸영화제 수상 불발...황금종려상은 日 ‘만비키 가족’

    이창동 감독 칸영화제 수상 불발...황금종려상은 日 ‘만비키 가족’

    올해 칸국제영화제의 최고 영예, 황금종려상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차지가 됐다. 많은 호평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무관에 그쳤다.지난 19일 밤(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1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심사위원장 케이트 블란쳇은 고레에다 감독에게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안겼다. 수상작은 ‘만비키 가족’. 좀도둑질로 먹고사는 가족이 집 앞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가족으로 품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이야기’ 등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들처럼 가족의 의미와 가치를 되물으며 온기를 전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시상식에서 “영화 덕분에 서로 대립하는 사람과 사람들, 세계와 세계가 함께 이어질 수 있다”는 소감으로 영화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긍정하게 한다는 믿음을 전했다. 미국의 스파이크 리 감독은 ‘블랙클랜스맨’으로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쥐었다. 1978년 백인우월주의 집단 ‘쿠클럭스클랜’(KKK)에 잠복해 비밀 정보를 수집하고 이들의 범죄를 막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경찰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리 감독은 1989년 ‘똑바로 살아라’(1989) 이후 27년 만에 경쟁 부문에 진출해 트로피를 안았다. 심사위원상은 레바논 출신 나딘 라바키 감독의 ‘가버나움’에, 감독상은 폴란드 출신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콜드 워’에 돌아갔다. 이창동 감독의 여섯 번째 연출작으로 청년들의 불안과 불안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그린 ‘버닝’은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과 번외상인 벌칸상을 받으며 본상 수상 불발의 아쉬움을 달랬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은 전 세계 영화평론가 및 영화 전문기자들이 모여 만든 최대 평론가 조직으로 칸을 비롯해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 유수 국제영화제에 심사위원단을 파견해 경쟁 부문, 감독 주간, 비평가 주간 등 각 부문에서 뛰어난 한 작품을 선정해 시상한다. 한국 영화가 이 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이창동 감독은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시상식에서 “여기는 레드카펫도 없고 플래시도 없다. ‘버닝’은 현실과 비현실, 있는 것과 없는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탐색하는 미스터리다. 여러분이 그 미스터리를 가슴으로 안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벌칸상은 촬영, 편집, 미술, 음향 등을 통틀어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기술 아티스트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버닝’의 신비로운 미장센을 만들어낸 신점희 미술감독이 수상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주말 영화]

    ■꼬마 돼지 베이브(EBS 일요일 낮 12시 10분) 아서 호젯(제임스 크롬웰)은 품평회에서 고아 돼지 베이브를 상품으로 받아 온다. 호젯 농장의 양치기 개 플라이는 기존 질서에 위배된다는 대장 렉스의 만류에도 베이브를 데려다 자신의 새끼처럼 키운다. 호젯은 베이브를 무척 아끼지만 그의 아내는 베이브를 크리스마스 요리로 만들 작정이다. 어느 날 양 도둑을 발견한 베이브는 경보를 울리고, 베이브의 용맹에 감명받은 호젯은 그에게 양몰이를 맡긴다. 처음 베이브는 개들처럼 위협과 폭언으로 양들을 다스리려 하지만 곧 공손하고 예의바른 태도로 양들의 협조를 이끌어 낸다. 언제나 상냥하고 순수한 꼬마 돼지 베이브가 분수에 맞게 살라는 주변 동물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양치기를 한다는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1996년 작. ■일대종사(OBS 토요일 밤 10시 10분) ‘한 시대에 모든 사람이 존경하고 우러러보는 인물’이 곧 ‘일대종사’다. 액션의 강도를 높여 가는 여타의 액션물과 달리 영화는 우아하고 격조 있는 고요 속의 일격을 보여 준다. 강 대 강으로 맞불을 놓는 식의 액션 대신 더없이 고요하면서도 그 안에 정확한 힘을 쓸 줄 아는 액션의 묘가 일품이다. ‘정무문’, ‘킬빌’ 등 중국, 홍콩, 할리우드의 주요 액션 영화에 빠지지 않고 참여해 온 원화평 무술 감독의 솜씨다. ‘해피 투게더’(1997)로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는 등 할리우드의 영화인들이 사랑하는 아시아 감독 왕자웨이가 9년간 공들인 작품이다. 2013년 작.
  • 전종서, 출국길 태도 논란→칸 영화제 인터뷰 불참..뜨거운 ‘버닝’

    전종서, 출국길 태도 논란→칸 영화제 인터뷰 불참..뜨거운 ‘버닝’

    영화 ‘버닝’이 기대만큼이나 뜨거운 논란으로 본격 칸 입성 전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주연 배우 스티븐연의 욱일기 논란에 이어 또다른 주연이자 신예 전종서의 태도 논란까지 불거졌다.‘버닝’은 이창동 감독의 8년 만의 신작으로,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유일하게 진출한 한국 영화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 15일 유아인, 전종서, 이창동 감독이 칸영화제 참석을 위해 칸 현지로 떠난 가운데 인천공항에서 전종서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취재진을 발견한 전종서는 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러한 태도가 이슈가 되자 전종서 측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종서는 단편 영화나 연극 무대 등 그 어떤 활동도 하지 않은 진짜 신인이다. 갑자기 많은 취재진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많이 당황스러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스티븐연은 욱일기 논란에 휩싸였다. 스티븐연은 지인이 SNS에 올린 욱일기를 입은 소년의 사진에 ‘좋아요’를 표시하며 욱일기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스티븐연은 사과문을 올렸지만 대중의 공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스티븐연이 한글 사과문에는 “죄송하다”는 내용을 담은 반면, 영문 사과문에는 “인터넷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쉽다”는 전혀 다른 내용을 담았기 때문. 이후 스티븐연은 “제 무지함으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2차 사과문을 올렸다. 스티븐연과 전종서는 당초 유아인, 이창동 감독과 함께 한국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논란을 의식한 듯 불참을 선언했다. 한편 ‘버닝’은 16일 오후 6시 30분(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리는 공식 상영을 통해 전 세계 영화인들 앞에 처음으로 베일을 벗는다. 17일 국내 개봉.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전종서, ‘버닝’으로 데뷔하자마자 칸 출국 ‘얼굴 왜 가렸나’

    전종서, ‘버닝’으로 데뷔하자마자 칸 출국 ‘얼굴 왜 가렸나’

    배우 전종서가 영화 ‘버닝’(감독 이창동)으로 칸 국제영화제 참석을 위해 프랑스로 출국했다. 전종서는 15일 오후 제71회 칸국제영화제 참석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을 발견한 전종서는 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러한 태도가 이슈가 되자 전종서 측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종서는 단편 영화나 연극 무대 등 그 어떤 활동도 하지 않은 진짜 신인이다. 갑자기 많은 취재진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많이 당황스러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유아인, 전종서 등이 출연한 ‘버닝’은 오는 17일 한국에서 개봉한다. 한국 개봉에 앞서 16일 오후 6시 30분(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진행되는 ‘버닝’ 공식 프리미어 상영을 통해 전세계 관객들을 만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남북 회담 예견한 듯 위기의 시대, 평화를 ‘공작’하다

    남북 회담 예견한 듯 위기의 시대, 평화를 ‘공작’하다

    윤종빈 감독이 다시 한 번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제71회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은 신작 ‘공작’이 베일을 벗으면서다. 지난 12일 새벽 1시 30분쯤(현지시간) 영화가 끝난 뒤 관객들이 열렬한 갈채를 보내자 윤 감독과 배우 황정민, 주지훈, 이성민은 감격한 표정으로 오랫동안 화답했다. 이성민은 영화에서 착용했던 시계를 번쩍 들어 보이며 큰 환호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윤 감독이 칸 레드카펫을 다시 밟은 것은 2006년 ‘용서 받지 못한 자’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이후 12년 만이다. 데뷔작부터 칸을 비롯한 유수의 영화제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던 윤 감독은 그동안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 ‘군도: 민란의 시대’(2015) 등 굵직한 상업영화를 연출하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감독으로 성장했다. 올해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공작’에는 그의 페르소나로 불렸던 하정우 대신 황정민, 조진웅, 주지훈, 이성민 등이 출연해 호흡을 맞췄다. 이미 ‘아가씨’(박찬욱 감독)로 칸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조진웅은 영화 촬영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고, 칸 레드카펫을 처음 밟는 나머지 세 명의 배우가 윤 감독과 나란히 뤼미에르 극장의 붉은 계단을 올랐다.칸영화제 측이 ‘공작’을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한 것은 사실, 윤 감독도 인터뷰에서 밝혔을 만큼 의아스러운 선택이다. 명칭 그대로 자정을 전후해 상영되는 이 부문에는 그간 독창적이고 실험적이면서도 ‘경쟁’ 섹션이나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 비해 편하게 볼 수 있는 장르 영화들이 주로 선정돼 왔다. 지금까지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됐던 한국영화들, ‘달콤한 인생’(2005), ‘추격자’(2008), ‘표적’(2014), ‘오피스’(2015), ‘곡성’(2016), ‘부산행’(2016),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 ‘악녀’(2017) 등은 바로 그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작품들이었다. 특히 ‘부산행’은 역대급의 현장 반응을 이끌어 냈을 뿐 아니라 해외 판매에 있어서도 최고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그러나 1990년대 대북 공작 활동을 벌였던 코드명 ‘흑금성’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공작’에는 빠른 속도의 액션 대신 인물들 간의 논쟁이 이어진다. 영화는 북핵 위기가 고조된 1990년대 중반부터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이뤄지기까지 10여년의 시간을 아우른다.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 정치인과 사업가, 상사와 부하가 각자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서로의 말 위에 말을 쌓고, 주인공 ‘박석영’(황정민)의 내레이션까지 더해져 영화는 목소리의 향연이 된다. 첩보 영화의 긴장감 속에 한반도 각 지역의 방언, 존댓말과 낮춤말이 반복적으로 뒤섞이며 만들어 내는 리듬감이야말로 정제된 이 영화 속에서 가장 역동적인 부분일 것이다. 정성들인 대사들도 귀담아 들어 볼 만하다. 가령, 후반부의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 집권 여당을 위해 일하는 것입니까”라는 박석영의 항변은 ‘더 포스트’(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언론은 정부에 봉사하는 것이지, 정치인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인상적인 판결문을 소환한다. 경제 위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던 시대를 배경으로 남북 관계가 정치적으로 악용돼 온 역사를 비판하는 한편, 대북 공작원과 북한 보좌관 사이에 싹트는 신뢰와 형제애는 영화를 따뜻하게 감싼다. 연기, 음악, 편집 등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무엇보다 마치 4·27 남북 정상회담을 예견한 듯한 결말부가 인상적이다. 그러나 한 신, 한 신의 대화들이 다소 장황하고 설명적이어서 1박 2일에 걸쳐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 중에는 지루했다는 평가를 내놓는 이가 많았다. 언론을 위한 12일 오전 시사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바쟁 극장에서 열린 시사에는 외국 기자들이 많이 참석했는데 소소한 유머 코드에도 웃음이 터졌고 영화가 가진 시의성에 좀더 직관적으로 반응하는 분위기였다. BBC 방송국의 호세인 세리프는 “처음에는 자본주의자와 공산주의자가 구분되지만 차츰 둘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그에 따라 국경도 사라진다”고 지적하면서 “윤 감독이 북핵의 위기감이 고조돼 있던 시절에 평화를 이야기하고자 이런 영화를 기획했다는 점이 놀랍다”고 평했다. 칸이 ‘공작’을 선택한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 있을 것이다. 평화를 이야기하는 데 밤낮은 없다. 칸(프랑스) 윤성은 영화평론가
  • 강동원, 할리우드에 이어 칸 진출...칸영화제 깜짝 등장 이유는?

    강동원, 할리우드에 이어 칸 진출...칸영화제 깜짝 등장 이유는?

    배우 강동원이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개막식에 깜짝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8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열린 제71회 칸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 배우 강동원(38)이 등장했다. 강동원이 칸영화제에 공식적으로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깔끔한 턱시도 차림으로 등장한 강동원은 밝은 표정으로 플래시 세례에 화답했다. 특히 그의 참석 여부가 미리 알려지지 않았던 터라 전 세계 취재진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이날 YG엔터테인먼트 측에 따르면 강동원이 영화제에 참석한 것은 영화 ‘쓰나미 LA’ 홍보 때문이다. 칸영화제 측은 앞서 강동원과 사이먼 웨스트 감독 등을 개막식에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강동원은 이번 영화제 기간 동안 현지에서 ‘쓰나미 LA’ 홍보 활동을 할 예정이다. 한편 강동원은 미국 영화 ‘쓰나미 LA’에 출연을 확정, 지난 3월부터 촬영을 진행해왔다. ‘쓰나미 LA’는 강동원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미국 LA에 역사상 가장 강력한 쓰나미가 도시를 강타하고 대량 살상을 초래한다는 내용을 그린다. 강동원은 극 중 서퍼로, 사람들을 구하는 역할을 맡았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연예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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