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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누벨바그의 여성 기수 아녜스 바르다 별세

    프랑스 누벨바그의 여성 기수 아녜스 바르다 별세

    아흔을 바라보던 2017년 장편 다큐멘터리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Faces Places)를 제작한 프랑스 여성 감독 아녜스 바르다(91)가 28일(현지시간) 별세했다고 AFP통신이 29일 전했다. 벨기에 출신의 바르다는 장뤼크 고다르 등과 함께 1950~60년대 ‘누벨바그’ 기수를 대표하는 유일한 여성 감독이다. 루브르 학교에서 예술사를 공부하고 사진작가로도 활동했던 바르다는 새로운 물결을 뜻하는 영화 사조의 하나인 ‘누벨바그의 어머니’로도 평가된다. 바르다는 당시 비평가 출신의 젊은 감독들과 함께 문학 작품을 각색하는 방식의 전통적인 영화 제작을 비판하며 다른 예술과 구분되는 영화적 실험 정신에 주목했다. 그녀는 고다르, 프랑소와 트뤼포, 클로드 샤브롤, 에릭 로메르 등과 누벨바그를 주도했으며 대표작으로는 국제적으로 큰 명성을 얻은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1962) 등이 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여성주의 영화들을 만들어 왔으며 현대 여성 감독들의 선구자로 평가 받는다. 2015년 칸국제영화제는 바르다에게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여했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개봉해 3만명이 넘게 본 사진작가 ‘JR’(장 르네)과 함께 만든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은 제90회 아카데미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올랐고,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골든아이상을 수상하는 등 전 세계 영화제에서 34개 부문의 상을 받았다. 바르다의 가족들은 이날 성명에서 “감독이자 예술가인 아녜스 바르다가 목요일 밤 자택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암 합병증으로 숨을 거뒀다”고 애도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봄에는 사랑이 하고 싶지…극장가, 연애세포 깨운다

    봄에는 사랑이 하고 싶지…극장가, 연애세포 깨운다

    미세먼지의 습격으로 하늘은 잿빛이지만 어쩔 수 없이 설레는 봄이다. 살랑이는 바람이 마음을 간질이는 요즘 극장가는 잠들어 있던 연애 세포를 깨워 줄 달달한 로맨스 영화들로 풍성하다. 오스트리아 출신 한스 바인가르트너 감독의 ‘에브리타임 룩 앳 유’(14일 개봉)는 낯선 여행길에 예기치 못한 사랑의 감정을 느낀 청춘 남녀의 이야기다. 아버지를 찾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 ‘얀’(안톤 스파이커)은 홀로 여행을 떠나는 ‘율’(말라 엠드)의 캠핑카에 우연히 몸을 싣게 된다. 현실적인 남자 ‘얀’과 느낌과 끌림에 충실한 여자 ‘율’은 차츰 서로에게 물든다. 독일,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로 이어지는 여정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진정한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풍경만큼 아름답게 그려진다.일본 로맨스물도 눈에 띈다. 영화 ‘아사코’는 제멋대로 떠난 첫사랑과 똑같이 생긴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 ‘아사코’(가라타 에리카)가 갑작스럽게 나타난 첫사랑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히가시데 마사히로가 아사코의 첫사랑 ‘바쿠’와 현재 연인 ‘료헤이’를 동시에 연기했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이다. ‘철벽선생’은 연애에 안달 난 모태솔로 소녀 ‘사마룬’(하마베 미나미)이 철벽남 선생님 ‘히로미쓰’(다케우치 료마)에게 빠져드는 풋풋한 과정을 코믹하게 그렸다.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7)를 연출한 쓰키카와 쇼가 메가폰을 잡았다. 두 작품 모두 14일 개봉. 영화 ‘나의 소녀시대’(2015)의 프랭키 첸 감독과 대만의 인기 배우 왕다루는 27일 개봉하는 ‘장난스런 키스’에서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다다 가오루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장난스런 키스’는 외모, 집안, 공부, 운동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장즈수’(왕다루)와 그를 짝사랑하는 ‘위안샹친’(임윤)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이렇게나 다른 사랑의 모양들… 밸런타인 데이, 달콤 쌉싸름한 사랑 영화 어때요

    이렇게나 다른 사랑의 모양들… 밸런타인 데이, 달콤 쌉싸름한 사랑 영화 어때요

    밸런타인 데이를 앞두고 데이트를 계획하고 있다면 달콤 쌉싸름한 사랑 영화는 어떨까. 시간이 지나도 끝내 잊지 못하는 사랑, 힘든 시간 끝에 서로를 알아보게 된 사랑, 섬뜩한 현실 속에서도 지켜내야 하는 사랑. 사랑의 모양이 각기 다른만큼 작품이 전하는 여운 역시 다채롭다. 영화 ‘콜드 워’는 냉전 시대, 사랑만이 전부였던 줄라(요안나 쿨릭)와 빅토르(토마즈 코트)가 나눈 뜨거운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1949년부터 1964년까지 폴란드, 독일, 프랑스 등 시대와 장소를 넘나들며 두 사람이 나눈 사랑이 묵직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도시 빈민가 출신인 줄라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분을 속이고 폴란드 민속음악단에 입단한다. 음악단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빅토르는 첫눈에 그녀에게 반한다. 줄라가 정치적 사상을 의심받는 빅토르에 대한 정보를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빅토르에게 고백하자, 빅토르는 폴란드를 떠나자고 제안한다. 앞날에 대한 걱정이 앞선 줄라는 빅토르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운명은 두 사람을 쉽게 갈라놓지 않는다. 작품은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궁금해하는 오래된 질문, ‘사랑은 오래 지속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과 다름없다. ‘콜드 워’는 ‘이다’(2015)로 제87회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파벨 파블리코브스키 감독의 신작이다. 파블리코브스키 감독은 폴란드 발레단 무용수 출신의 어머니와 의사였던 아버지의 복잡하면서도 혼란스러운 사랑에서 이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 살면서 많은 것을 보았지만 부모님의 이야기는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렬했다”고. 극적인 사건이 없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 지 10년에 걸쳐 숙고한 끝에 이번 작품이 탄생했다고 한다. 4:3 비율의 흑백 화면에 담긴 영상과 영화에 흐르는 감미로운 음악은 슬프고도 강렬한 두 사람의 사랑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오는 24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1회 아카데미시상식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 부문에도 이름을 올렸다. 영화 ‘아이스’는 지난해 러시아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오프닝 최고 기록을 세우는 등 화제를 모은 작품으로, 뮤직비디오와 CF를 연출한 올레그 트로핌 감독의 첫 스크린 데뷔작이다. 작품은 어린 시절 구부정한 몸, 휜 다리 등 신체적인 결함을 극복해 피겨스케이트 선수가 된 나디아(아글라야 타라소바)의 꿈을 향한 도전과 좌절, 그 과정에서 마주한 사랑을 이야기한다.최고 권위의 피겨스케이팅 대회인 아이스컵 진출을 앞두고 심각한 부상으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나디아는 아이스하키 선수 사샤(알렉산더 페트로브)를 재활 파트너로 만나게 된다. 삶의 의지를 잃은 나디아는 긍정 에너지로 충만한 사샤를 보며 서서히 몸과 마음 상태를 회복하게 되고, 다시 아이스컵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맞는다. 바이칼 호수를 배경으로 등장 인물들이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이나 실제 아이스쇼를 보는 듯한 경기 장면은 이 영화의 볼거리다. 뮤지컬을 보는 듯 다양한 노래가 장면 곳곳에 어우러져 듣는 재미도 살렸다. 14일 개봉하는 영화 ‘험악한 꿈’은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가벼운 로맨스물은 아니다. 캐나다의 작은 농촌에 이사 온 소녀 케이시(소피 넬리스)와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소년 조나스(조쉬 위긴스)가 케이시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관 아버지로부터 도망치던 중 그의 트럭에서 100만 달러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조나스는 케이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어른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스스로 케이시를 지키기로 한다. 고향과 가족의 곁을 떠나는 큰 결심을 할 만큼 케이시에 대한 마음이 커진 까닭이다. 케이시는 폭력적인 자신의 아버지가 조나스에게 보복할 것이 두려운데다 자신 역시 고통스러운 삶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조나스와 동행한다. 두 사람은 막상 집을 떠나긴 했지만 생각보다 차가운 현실을 피부로 느낄 때마다 불안함에 휩싸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소년과 소녀의 모습이 짠하게 다가온다. 나단 몰랜도 감독은 “아직 10대인 소년과 소녀가 어른들이 주도하는 세상에 발을 딛는 모습을 보며 사랑을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험난한 길인지, 이러한 고난을 이겨내는 사랑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광활한 캐나다 온타리오를 배경으로 소년과 소녀의 복잡다단한 삶을 감성적이면서 강렬하게 그려냈다. 제69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이후 제4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리젠테이션 부문에도 초청된 작품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칸과 오스카가 선택한 거장들의 신작, 스크린에서 만난다

    칸과 오스카가 선택한 거장들의 신작, 스크린에서 만난다

    칸과 오스카가 선택한 거장들의 신작을 곧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 ‘콜드 워’는 오는 7일 개봉한다. 냉전 시대 오직 사랑과 음악이 전부였던 줄라(요안나 쿨릭)와 빅토르(토마즈 코트)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이다’로 제87회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파벨 파블리코브스키 감독이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신분을 속이고 폴란드 민속음악단에 입단한 도시 빈민가 출신의 줄라와 줄라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빅토르는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줄라는 정치적 사상을 의심받는 빅토르의 일거수일투족을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고, 빅토르는 그 사실을 자신에게 고백하는 줄라에게 파리로 떠나자고 제안하지만 줄라는 두려움에 거절한다. 영화는 1940년대 냉전 시대의 폴란드를 시작으로 1960년대까지 독일과 프랑스 등 시대와 장소를 넘나들며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두 사람의 운명적인 인연을 조명한다. 줄라와 빅토르의 상황에 맞게 변주되는 감미로운 음악과 4:3 화면비율의 흑백 영상은 영화의 미학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콜드 워’는 오는 24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1회 아카데미시상식 감독상·촬영상·외국어영화상 후보에도 올랐다.제91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10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도 21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절대 권력을 지닌 여왕의 총애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더 랍스터’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킬링 디어’로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이다. 올리비아 콜맨이 히스테릭한 영국 여왕 ‘앤’ 역을 맡았다. 엠마 스톤은 신분 상승을 노리는 하녀 ‘애비게일 힐’을, 레이첼 와이즈가 여왕의 오랜 친구이자 권력의 실세 ‘사라 제닝스’를 연기한다.‘그레이트 뷰티’로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일 디보’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신작 ‘그때 그들’은 3월 7일에 관객들을 찾는다. ‘그때 그들’은 섹스, 마약, 부패 스캔들 등 온갖 이슈를 몰고 다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전 총리의 이야기를 다룬 블랙 코미디다. 소렌티노 감독과 5번째 호흡을 맞춘 이탈리아 대표 배우 토니 세르빌로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역을 맡아 외모 뿐만 아니라 말투까지 고스란히 재현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한국영화 100년의 기록] 비극의 시대에 싹튼 한국영화…세계의 은막서 꽃피다

    [한국영화 100년의 기록] 비극의 시대에 싹튼 한국영화…세계의 은막서 꽃피다

    한국의 영화시장은 2013년을 기점으로 2조원대 매출, 2억명 이상 관객수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고,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도 50% 이상을 유지하는 세계적인 영화 강국입니다. 특히 1인당 연평균 극장 관람 횟수는 4.25회로 세계 최고 수준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영화진흥위원회 ‘2017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기준). 이 같은 한국 영화산업의 활기는 언제 어디에서부터 기원했던 것일까요. 2019년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해입니다. 서울신문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한국영상자료원 정종화 선임연구원이 쓰는 ‘한국영화 100년의 기록’을 연재합니다. 한국영화의 도전과 성장, 중흥과 불황의 역사를 되돌아봄으로써 한국 영화산업의 역동성의 근원을 탐색하는 흥미로운 기획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첫 회는 한국영화사 100년에 대한 지도 그리기로 시작합니다.●한국영화의 탄생과 도전(1919~1945) 한국영화사의 시작은 언제일까. 중국, 일본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서구영화의 수입과 감상으로 영화사(映史)를 시작했다. 첫 영화 촬영이 이루어진 것은 1901년 미국의 여행가 엘리어스 버튼 홈스가 내한한 때로 기록되며, 대중에게 널리 영화가 공개된 것은 1903년 6월 동대문 안에 위치한 한성전기회사 기계 창고의 상영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인들이 주도해 제작한 첫 영화는 1919년 연쇄극 ‘의리적 구토’(義理的仇討)다. 연극과 영화가 결합했다는 의미의 연쇄극은 연극 사이사이에 야외의 활극 장면 같은 것을 영화로 보여 주는 방식이었다. 비록 완전한 형태의 극영화는 아니었지만, 상영된 필름에는 서구 활극영화를 염두에 둔 스펙터클한 장면과 서울의 풍경을 촬영한 실사 장면들이 포함됐다. ‘의리적 구토’가 처음 상영된 1919년 10월 27일을 ‘영화의 날’로 지정한 이유다. 본격적인 극영화는 1923년에 등장했다. ‘월하의 맹서’는 조선총독부 문화영화였지만, 조선인 감독 윤백남의 연출로 완결성 있는 극의 형태로 구성됐다는 영화사적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고전소설을 영화화한 ‘춘향전’(1923)과 ‘장화홍련전’(1924)이 이어지며 무성영화 시기를 열게 된다. 조선 무성영화의 기념비적 작품은 바로 나운규의 ‘아리랑’(1926)이다. 당시 대부분의 조선인들이 처음 영화라는 매체를 알게 된 계기가 이 영화를 통해서였다고 할 정도로 대중적인 파급력이 컸던 작품이다. 이후 조선영화인들은 1935년 ‘춘향전’을 통해 토키영화(발성영화)를 개척하며 영화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지만, 1940년 8월 조선영화령 공포 이후 일제의 전시체제로 편입되면서 민간 차원의 영화 제작은 불가능해졌다. ●성장하는 한국영화(1945~1969)해방 이후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가 힘든 열악한 상황에서도 한국영화인들의 극영화 제작은 멈추지 않았고, 이는 6·25전쟁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영화인들의 열정은 전후 한국영화가 성장하고 1960년대 내내 대중오락의 왕좌를 차지하는 기반이 됐다. 1950년대 한국영화사를 성장기라 일컫는 이유는 무엇보다 영화 제작 편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1954년 단행된 국산영화 입장세 면세 조치라는 정책적 호재 그리고 ‘춘향전’(이규환·1955)의 흥행 성공이 기폭제가 돼 1954년 불과 18편을 기록했던 극영화 편수는 1959년부터 100편대를 훌쩍 넘어서게 된다.1960년 4·19 혁명과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를 거치며 탄생한 박정희 정권은 반공에 기반한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를 동력 삼아 국가주도의 산업화를 추진했다. 영화산업 역시 급격하게 외양이 넓어졌지만, 이에 비해 영화로 만들 이야기가 그 수요를 받쳐주지 못했던 시기였다. 흡족한 시나리오를 만날 수 없었던 감독들은 이미 예술성을 인정받은 소설을 각색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것이 바로 1960년대 한국영화가 대중성뿐만 아니라 작품성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인 ‘문예영화’였다. 유현목의 ‘오발탄’(1961·이범선 원작)을 비롯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신상옥·1961·주요한 원작) ‘김약국의 딸들’(유현목·1963·박경리 원작), ‘안개’(김수용·1967·김승옥 원작) 등 1960년대의 많은 작품들이 원작 소설을 영화화하는 방식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만희의 ‘만추’(1966·필름 유실)는 대중과 평단 모두로부터 골고루 지지받으며 한국영화사의 걸작으로 남았다. ●통제와 불황, 암흑 속의 모색(1970~1989)1970~80년대는 한국영화의 침체기였다. 1970년대 한국영화는 TV, 즉 안방극장과 외국영화 사이에 끼어 호스티스 멜로드라마와 국적 불명의 무협영화로 연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980년대 역시 불황과 침체의 연속이었고, 흥행 방편이었던 에로티시즘 영화가 현대부터 시대극까지 아우르며 시리즈로 양산됐다. 하지만 그 기나긴 통로를 빠져나오는 고통의 시기는 1980년대 후반 ‘코리안 뉴웨이브’ 영화가 등장하고, 1990년대 후반 한국영화의 도약을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1970년대 한국영화의 불황은 수치로 증명된다. 1969년 관객 동원 1억 7300여명으로 정점에 도달했던 영화 관객수는 1974년 1억명 이하로 감소했다. 영화 관객은 늘어나는 TV 보급 대수에 반비례했고, 1969년 229편을 기록했던 제작 편수 역시 1971년 202편에서 1972년 122편으로 급감했다. 1970년대 중반에는 인기 대중소설을 새로운 감각의 젊은 감독을 기용해 영화화한 호스티스 영화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별들의 고향’(이장호·1974)의 46만명 흥행, ‘겨울여자’(김호선·1976)의 58만명 흥행 성공(모두 단관 개봉 기준)이 대표적이다. 또한 최인호의 인기 소설을 원작으로 하길종의 새로운 감수성과 영화 감각이 화학작용을 일으킨 ‘바보들의 행진’(1975)이 청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1980년대에는 섹스(Sex), 스크린(Screen), 스포츠(Sports)로 국민을 환각시키는 전두환 정권의 ‘3S 정책’과 맞물려 에로티시즘 영화가 넘쳐났다. 1982년 서울극장 단관에서만 넉 달 동안의 장기상영으로 31만 관객을 동원한 ‘애마부인’(愛麻夫人, 원래 ‘愛馬婦人’이었으나 공윤 검열에서 뜻이 야한 뉘앙스를 풍긴다고 해 ‘말 마(馬)’ 대신 ‘삼 마(麻)’로 교체)은 남성 중심의 왜곡된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며 1980년대 에로영화의 상징이 됐다. 한편 1980년대 중후반은 ‘고래사냥’(1984), ‘깊고 푸른 밤’(1985) 등 세련된 멜로드라마 화법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창호를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1988년 ‘칠수와 만수’로 데뷔한 박광수, ‘성공시대’의 장선우,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명세, 1988년 할리우드 직배 반대 운동을 주도하며 영화운동가로서도 활약한 ‘남부군’(1990)의 정지영 등 1980년대 후반의 코리안 뉴웨이브 감독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영화 르네상스(1990~2018)1988년 영화인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UIP 등 할리우드 직배사가 한국시장에 들어왔고, 외화 수입편수가 급증하면서 한국영화 제작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한국영화 점유율은 1983년 39.8%에서 1990년 20.2%, 1993년 15.9%로 하락세를 보였다. 지방흥행사로 불리는 토착 흥행 자본과 연계한 기존 영화사들도 덩달아 한국영화 제작에 등을 돌리고 외화 수입에 열중했던 시기다.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등장한 것이 바로 ‘기획영화’ 세대다. 제작 자유화 정책의 물결을 타고 1980년대 후반 영화판에 들어온 고학력의 젊고 합리적인 영화인들은 비디오 판권 형식으로 대기업 투자를 이끌어 내며, 영화산업 판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1992년 ‘결혼이야기’(김의석)가 개척한 산업의 활기는 ‘접속’(1997)의 명필름, ‘8월의 크리스마스’(1998)의 우노필름 같은 제작명가들이 이어받으며 한국영화의 체질을 바꿔놓았다. 이어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불린 ‘쉬리’(1999)가 620만명의 흥행 대기록을 세운 후, 강우석의 ‘실미도’(2003)와 강제규의 ‘태극기 휘날리며’(2004)가 불가능해 보였던 1000만 관객 시대를 열었다.2000년대 한국영화의 화두는 ‘웰 메이드(well-made) 영화’였다. 2003년 등장한 ‘살인의 추억’(봉준호),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이재용), ‘장화, 홍련’(김지운) 등이 흥행성뿐만 아니라 작품성까지 두루 만족시키자 영화저널과 비평계가 명명한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 3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올드보이’(박찬욱)가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까지 받으며 한국영화의 저력을 과시했다. 국제영화제의 인정을 받는 작가주의 감독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서편제’(1993)의 흥행 성공으로 국민감독 반열에 오른 임권택이 ‘취화선’(2002)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초록물고기’(1997)로 데뷔한 이창동은 영화 매체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보여 준 ‘오아시스’(2002)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2006년을 정점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한국 영화산업은 2012년 이후 관객수, 매출액, 수익성 등을 고루 만족시키며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있다. 또 2013년에는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가 성공하며 한국영화의 세계로 도약하는 기반이 됐다. 과연 한국영화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한국영화는 언제나 그랬듯이 국가 제도와 긴장관계를 형성하면서도, 흥행성뿐만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고민을 연동시켰고,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의 경계를 허물며 관객과 비평가의 지지를 동시에 받아냈다. 이것이 바로 한국영화의 힘이자 역동성의 바탕일 것이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이나영 기자회견 ‘뷰티풀 데이즈’로 공식석상 “뱀파이어 미모”

    이나영 기자회견 ‘뷰티풀 데이즈’로 공식석상 “뱀파이어 미모”

    배우 이나영이 6년 만에 영화 ‘뷰티풀 데이즈’로 컴백하는 소감을 밝혔다. 이나영은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지하 2층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뷰티풀 데이즈’를 첫 번째로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큰 영광이고 어떻게 봐주실지도 굉장히 궁금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뷰티풀 데이즈’는 어린 나이에 아들을 낳고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 한국에 온 탈북 여성의 삶을 그린 영화. 이나영은 삶의 시련을 겪은 탈북 여성으로 분했다. 영화 ‘하울링’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이나영은 “감독님의 대본을 봤을 때 깜짝 놀랐다. 내가 하고 싶었던 형식, 캐릭터가 접목돼있는 시나리오였다. 그래서 보자마자 마음을 결정했다”면서 “결코 약하지 않는 비극적 사건을 겪었음에도 삶에 지치지 않고 담담하게 살아가는 캐릭터였고 그걸 감독님이 잘 표현해주셨다”고 작품에 매료된 요소들을 언급했다. 이어 “영화를 찍고 나서는 제가 몰랐던 어떤 부분들에 대해서 공부를 하게 됐다. 감독님의 영화 스타일에 참여하게 돼 좋았다.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촬영하셨다. 콘티와 분위기 느낌을 머리속에 다 갖고 계시더라. 좋은 마음으로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윤재호 감독은 2016년 영화 ‘히치하이커’로 제 69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며 주목받은 영화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석한 윤재호 감독은 “개막작으로 선정돼 영광이다. 저예산 예술영화지만 뜻이 있는 분들과 힘을 합쳐 만든 영화다. 많은 이들이 보러 와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올해 영화제는 10월 4일부터 열흘간 영화의전당과 롯데시네마센텀시티, CGV센텀시티,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등 5개 극장 30개 스크린에서 79개국 323편을 상영할 예정이다. 개막작은 윤재호 감독의 ‘뷰티풀 데이즈’, 폐막작은 원화평 감독의 ‘엽문 외전’이 선정됐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어느 가족’ 고레에다 감독 방한…“가족은 어때야 한다 정의 내리면 안 된다”

    ‘어느 가족’ 고레에다 감독 방한…“가족은 어때야 한다 정의 내리면 안 된다”

    “배우가 포착한 핵심을 놓치지 않고 다시 한번 받아쳐 던져 주는 연출을 할 수 있도록 늘 진검승부하고 있습니다.”가족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우직하게 탐구해 온 ‘오랜 진검승부’로 지난 5월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고레에다 히로카즈(56) 감독. 그가 수상작인 ‘어느 가족’의 국내 개봉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30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만난 그는 질문 하나하나를 되물으며 이해한 뒤 단어를 신중히 골라 답을 내는 세심한 태도로 눈길을 끌었다. 수상 소감을 전하며 ‘초심’을 떠올리는 모습에선 우뚝한 장인의 풍모가 느껴졌다. “영화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 15년 정도는 일본에서 독립영화를 만들었는데 그때와 비교해도 영화를 만드는 태도나 자세는 변하지 않았어요. 줄곧 ‘처음엔 작게 낳아서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잘 키워 가자’는 마음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고요. 뜻하지 않게 칸에서 큰 상을 받게 되고 그에 힘입어 작품이 많은 사람에게 퍼져 가고 있습니다. 아주 기쁜 일을 경험하고 있는데 힘든 상황에서도 꾸준히 해온 게 지금 보답을 받나 싶네요(웃음).” ‘우나기’(1997) 이후 21년 만에 일본에 황금종려상을 안긴 ‘어느 가족’은 지난 26일 국내 개봉했다. 대작들의 틈바구니에서도 개봉 5일 만인 이날 오전 4만명을 모으며 국내 관객들과 공감의 폭을 넓히고 있다.영화는 좀도둑질로 생계를 잇는 한 가족의 충만한 한 시절과 도둑질이 발각돼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과정을 먹먹하게 그렸다. 가족의 형태와 가치, 부모의 역할, 아이들의 성장 등 가족이란 단어에서 파생된 여러 주제를 아우르는 ‘고레에다 표’ 가족 영화의 집대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플롯을 짜기 전에 연금 사기 사건 뉴스를 접했어요. 자녀들이 부모의 사망 신고를 하지 않고 부모에게 지급되는 연금을 쓰다 발각돼서 전국적인 쟁점이 된 사건이죠. 그 얘기를 통해 혈연 이외의 다른 요소로 가족이 된 사람들을 이야기해 봐야겠다 싶었죠. ‘어느 가족’에서는 이들이 죄를 범하고 심판받는 상황을 맞기도 하지만 혈연이 아닌 형태로 공동체를 구성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가족 영화의 장인’으로 통하는 고레에다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2004),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태풍이 지나가고’(2016) 등으로 가족에 관한 묵직한 물음을 던져 왔다. 그에게 오랫동안 드잡이하듯 파고들어 온 ‘가족’이란 무엇일까. “‘가족은 어때야 한다’, ‘좋은 가족이란 어떤 것이다’에 대한 정의는 내리지 않으려 해요. 가족은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억압적으로 규정하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좋은 자세가 아닐까요. 이번 영화도 그런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미국 배우 이선 호크와 프랑스의 쥘리에트 비노슈, 카트린 드뇌브 등 세계적인 배우들과 차기작을 함께한다. 그는 한국 배우와의 협업도 소망했다. “다음주에 파리로 돌아가 새 영화를 구체적으로 진행할 예정이에요. 지금까지는 다른 언어와 문화를 떠나 많은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면 이번엔 다른 문화, 언어를 넘어선 연출이 가능한가가 숙제로 쥐여진 흥미로운 상황이죠. 한국에도 매력적인 배우가 너무 많기 때문에 멀지 않은 장래에 함께하고 싶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칸영화제도 인정한 고레에다 감독의 ‘진검승부’

    칸영화제도 인정한 고레에다 감독의 ‘진검승부’

    “배우가 포착한 핵심을 놓치지 않고 다시 한번 받아쳐 던져주는 연출을 할 수 있도록 늘 진검승부하고 있습니다.” 가족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우직하게 탐구해온 ‘오랜 진검승부’로 지난 5월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고레에다 히로카즈(56) 감독. 그가 수상작인 ‘어느 가족’ 국내 개봉을 맞아 관객들과의 교감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30일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만난 그는 질문 하나하나 다시 되물으며 이해한 뒤 단어를 신중히 골라 답을 내는 세심한 태도로 눈길을 끌었다. 수상 소감을 전하며 ‘초심’을 떠올리는 모습에선 우뚝한 장인의 풍모가 느껴졌다.“영화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 15년 정도는 일본에서 독립영화를 만들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영화를 만드는 태도나 자세는 변하지 않았어요. 줄곧 ‘처음엔 작게 낳아서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잘 키워가자’는 마음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고요. 뜻하지 않게 칸에서 큰 상을 받게 되고 그에 힘입어 작품이 많은 사람에게 퍼져가고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지만 아주 기쁜 일을 경험하고 있는데 힘든 상황에서도 꾸준히 해온 게 지금 보답을 받나 싶네요.”(웃음)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1997) 이후 21년 만에 일본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긴 ‘어느 가족’은 지난 26일 국내에서도 개봉했다. 대작들의 틈바구니에서도 개봉 5일 만인 이날 오전 4만명을 모으며 국내 관객들과도 공감의 폭을 넓히고 있다. 영화는 좀도둑질로 생계를 잇는 한 가족의 충만한 한 시절과 도둑질이 발각되며 이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과정을 세심한 연출로 먹먹하게 그렸다. 가족의 형태와 가치, 부모의 역할, 아이들의 성장, 가족과 사회와의 마찰 등 가족이란 단어 안팎에서 파생된 여러 주제를 아우르는 고레에다 표 가족 영화의 집대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플롯을 짜기 전에 연금 사기 사건 뉴스를 접하게 됐어요. 부모가 사망했는데 자녀들이 사망 신고를 하지 않고 부모에게 지급되는 연금을 쓰다 발각이 되서 전국적인 쟁점이 된 사건이죠. 그 얘기를 통해 혈연 이외의 다른 요소로 가족이 되어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이야기해 봐야겠다 싶었죠. ‘어느 가족’에서는 이들이 죄를 범하고 심판 받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혈연이 아닌 형태로 공동체를 구성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능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가족 영화의 장인’으로 통하는 고레에다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2004), ‘걸어도 걸어도’(2008),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태풍이 지나가고’(2016) 등으로 가족에 관한 묵직한 물음을 던져 왔다. 그에게 오랫동안 드잡이하듯 파고들어온 ‘가족’이란 무엇일까. “‘가족은 어때야 한다’, ‘좋은 가족이란 어떤 것이다’에 대한 정의는 내리지 않으려 해요. 가족은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억압적으로 규정하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좋은 자세가 아닐까요. 이번 영화도 그런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느 가족’은 일본 정계에서도 논란이 됐다. 자국의 스포츠·문화계 스타의 해외 수상 소식에 유독 열렬한 축하 인사를 건네온 아베 신조 총리가 ‘어느 가족’의 황금종려상 수상에는 침묵을 지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간 일본 사회 문제에 쓴소리를 해온 고레에다 감독의 ‘소신 행보’, 영화 속에서 일본 사회의 모순을 비판적으로 드러낸 점 등이 이유로 풀이되기도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정부가 축하의 마음을 표하는 건 영화의 본질과는 상관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화제는 되도록 피하고 싶다”며 “해결할 과제가 산적한 국회에서 내 영화가 정쟁의 소재가 된다는 것도 편하지는 않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일본 영화 산업에 대한 쓴소리는 잊지 않았다. “요즘 일본 영화 산업은 해외를 시야에 두고 우리 영화를 소개해야겠다는 발상을 갖고 가기보다 점점 안으로, 내향적인 형태로 진행이 되고 있어요. 일본 영화는 과거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등 멋진 선배들의 전작들이 세계에서 널리 소개되고 호평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직도 그 후광에 힘입어 좋다고 여겨지죠. 저는 운이 좋아 여러 나라에서 영화를 개봉할 수 있게 됐지만 그 후광은 계속되는 게 아닙니다. 저 역시 도태되지 않고 작품세계를 확장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고 싶어요.”“작품마다 말을 거는 상대가 매번 다르다. 말을 거는 상대를 떠올리며 작품을 만든다”는 “이번 작품은 아이에게 말을 건다고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어느 가족’에서는 부모에게 버림받거나 학대받다 새 가족의 품에 안긴 아역 쇼타(죠 카이리)와 유리(사사키 미유)의 섬세한 열연이 돋보인다. “쇼타가 느꼈던 것, 경험한 것들이 그가 앞으로 살아나갈 때 어떤 형태로든 그의 양식이 될 겁니다. 영화의 결말은 이게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하게 만드는 표정과 느낌이 아닐까 하면서 찍었어요. (학대받던 부모에게 돌아간) 유리 역시 틈새로 세상을 빼곰이 엿보던 첫 장면과 달리 난간 위에 높이 올라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의 시야가 훨씬 높은 걸 보고 있다는 것, 큰 변화가 생겼음을 보여줬죠.”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은 늘 관객의 마음에 먹먹한 파동을 일으킨다. 하지만 무엇이 관객의 정서에 울림을 줄지, 무엇이 국경이나 문화를 넘어 감동을 줄지에 연연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관객을 의식하지 않아도 제게 절실한 주제를 파고들면 전해질 건 전해진다고 생각해요,. 제 작품을 좋아해주시는 한국, 스페인, 프랑스, 캐나다 관객들의 반응을 수차례 보면서 그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차기작은 미국 배우 에단 호크와 프랑스의 카트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등 세계적인 배우들의 참여로 더욱 기대를 모은다. 그는 한국 배우들과의 협업도 소망했다. “다음주에 파리로 돌아가 새 영화를 구체적으로 진행할 예정이에요. 지금까지는 다른 언어와 문화를 떠나 많은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면 이번엔 다른 문화, 언어를 넘어선 연출이 가능한가 숙제로 쥐여진 흥미로운 상황이죠. 한국에서도 함께 일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배우가 너무 많기 때문에 차기작이 좋은 형태로 마무리된다면 멀지 않은 장래에 함께 하고 싶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지금, 이 영화] ‘어느 가족’

    [지금, 이 영화] ‘어느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장기는 역시 가족을 다루는 영화에서 제대로 발휘된다. 하지만 그도 주제와 스타일이 비슷한 작품을 연속해 내놓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모양이다. ‘태풍이 지나가고’(2016) 이후 당분간 가족을 제재로 한 영화는 만들지 않겠다고 공언한 고레에다. 결심한 대로 그는 자신의 전작들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심리 스릴러 ‘세 번째 살인’(2017)을 완성했다. 이 영화의 만듦새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진실을 둘러싼 문제를 파헤치는 고레에다에게 관객이 기대한 바가 그가 내놓은 결과물보다 더 컸다는 점이다.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것과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늘 같지는 않다. ‘어느 가족’은 고레에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 즉 가족을 다루는 영화로의 귀환을 알린 작품이다. 그리고 그는 이 영화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나는 이것이 ‘어느 가족’에 온전히 주어진 상이라고 보지 않는다. 해결하기 어려운 질문을 품고 나름의 답안을 지속적으로 써냈던 고레에다의 작업에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한 지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추측한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의 물음은 일관됐다. 요약하면 ‘가족은 어떻게 형성되고, 무엇으로 유지되며, 무슨 위협에 시달리는가’이다. 물론 응답 방식과 내용은 고레에다의 작품마다 차이가 있다. ‘어느 가족’은 어떤가 하면 혈연으로 묶이지 않은 가족의 성립 (불)가능성에 주목한다. 이 영화의 중심인물은 어쩌다 보니 한 집에 같이 살게 된 타인들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수행하는 역할도 할머니(기키 기린)어머니(안도 사쿠라)이모(마쓰오카 마유)아버지(릴리 프랭키)아들(조 가이리)딸(사사키 미유)로 마침맞다. 예컨대 누군가 그들이 바다 여행에서 다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봤다면 어땠을까? 당연히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라 말했을 테다. 그렇지만 앞서 밝혔듯이 이 사람들은 법적으로 공인된 가족이 아니다. 거기에 더해 이 사람들은 절도 등 법을 어기는 일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렇게 보면 이 영화의 원제목이 ‘좀도둑 가족’인 것도 이해가 된다. 이들은 훔치는 것 외에도 적발되면 중형을 선고받을 만한 행위까지 저지른다. 그런데 기묘하다. 그들의 범죄가 오히려 윤리적 행동처럼 느껴져서다. 이런 당혹감 속에서 우리는 대답해야 한다. ‘가족은 어떻게 형성되고, 무엇으로 유지되며, 무슨 위협에 시달리는가’라는 고레에다가 거듭 제기하는 의문에 말이다.나는 ‘어느 가족’을 보고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가족은 핏줄이 아닌 온정으로 형성되고, 사랑의 유대감으로 유지되며,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의 위협에 시달린다고. 바꿔 말하면 이렇다. 온정과 사랑의 유대감 없는 정상 가족은 그냥 남남이라고.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신과함께2, 인랑, 공작...올 여름 관객 저격할 한국영화 3편

    신과함께2, 인랑, 공작...올 여름 관객 저격할 한국영화 3편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장이 곧 막을 올린다. 7~8월은 연간 관객의 4분의1이 몰려드는 계절. 올 상반기 마블의 공습으로 외화의 기세에 눌렸던 한국영화가 주요 배급사들을 중심으로 ‘대작’들을 포진시키며 명예 회복에 나선다. 지난 겨울 ‘1000만영화’로 흥행 돌풍을 일으킨 한국형 판타지 영화 ‘신과함께2-인과 연’을 비롯해 과거와 현재의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를 반추할 수 있는 ‘인랑’, ‘공작’이 잇따라 개봉한다. 세 작품 모두 서사가 강렬한 데다, 김용화, 김지운, 윤종빈이라는 개성과 화법이 뚜렷한 감독들이 지휘를 맡았다. 연기력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배우 군단들까지 배치돼 관객들로서는 ‘풍성한 선택의 기회’를 가진 셈이다. ●1편은 2편의 예고편일 뿐? ‘쌍천만’ 기록할까...‘신과 함께2-인과 연’ 지난 겨울 1440만 관객을 모으며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신과 함께’ 속편이 8월 8일 극장가에 걸린다. 지난 6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출연진(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마동석, 김동욱, 이정재)과 연출을 맡은 김용화 감독은 2편인 ‘…인과 연’의 서사과 감정들이 더 깊어지고 흥미진진해졌음을 거듭 강조했다. 김용화 감독은 “2편을 만들기 위해 1편을 시작했다”고 운을 떼며 “각 인물 간의 인연을 통한 성장, 그들의 깊은 감정, 빛나는 연기 등 파편화된 조각을 하나로 맞추다 보니 ‘정말 내가 만든 게 맞나?’할 정도로 좋았다”며 속편의 완성도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애초에 한국형 프랜차이즈 영화가 나올 때가 됐다는 기획에서 출발했다”는 김 감독의 말처럼 프랜차이즈 영화 전통이 약한 국내 영화계에서 ‘신과 함께’는 1편의 기록적인 흥행으로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시리즈 영화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통상 시리즈 영화들이 몇 년이 지나 선보이는 데 반해 ‘신과 함께’는 두 편을 동시에 촬영했다. 속편을 7개월 만에 선보이는 덕에 관객들의 관심과 호기심이 여전히 뜨거워 흥행에 대한 기대감과 부담이 공존한다. 속편은 신이기 전 인간이었던 저승 삼차사의 과거, 원귀에서 귀인이 된 수홍(김동욱)의 지옥 재판 과정 등 저승과 이승,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강렬한 드라마로 엮였다.●통일 앞둔 한반도를 바라보는 SF적 상상...‘인랑’ 오는 25일 개봉을 앞둔 ‘인랑’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설 오시이 마모루 대표작인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한국적 상황으로 재해석한 실사 영화다. 전 세계적으로 ‘열렬한 덕후들’을 거느린 작품인 데다, ‘조용한 가족’, ‘놈놈놈’, ‘악마를 보았다’, ‘밀정’ 등 개성 강한 작품을 내놓는 김지운 감독의 첫 SF영화라 영화 팬들의 기대가 유독 높다. “장르가 비주얼”이라 할 만큼 강동원, 정우성 등 외모로 기선을 제압하는 배우들의 조합도 흥미를 끈다. 영화는 가까운 미래인 2029년을 배경으로 설정했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에 우익정부가 잇따라 들어서며 영토 분쟁이 일어나자 남북 두 정상은 5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통일 국가를 이루자고 합의한다. 위협을 느낀 열강들은 이를 견제하고, 나라 안에는 통일 반대 세력들이 생겨난다. 무장테러단체인 섹트, 정보기관 공안부 등이 펼치는 갖가지 암투와 충돌 속에 경찰조직 특기대 정예요원 ‘인랑’들의 활약을 그렸다. 인간병기 인랑의 강도 높은 액션 속에 내적 갈등과 고뇌 등을 풀어낸다. 김지운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와 드라마틱하게 바뀐 한반도 정세를 감안하면 관객들에게는 영화의 상황과 포개며 곱씹어볼 감상 포인트가 많아졌다. 이에 대해 김지운 감독은 “통일이 민족의 염원이지만, 분단 상황에서 이해관계나 권력이 존재한다면 통일을 바라지 않는 세력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옳은 길, 우리가 바라는 세상으로 가는 데 청산하지 못한 것들이 있다면 그것들과 대결해야 한다는 생각, 영화적 상상으로 만든 영화”라고 ‘인랑’을 소개했다.●속고 속이는 ‘구강 액션’을 주목하라...‘공작’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 등으로 날선 시각과 통찰을 보여준 윤종빈 감독의 신작 ‘공작’은 8월 8일 관객과 만난다. 영화는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면서 벌어지는 첩보극이다.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등 연기파 배우군단이 뭉친 작품은 지난 4월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미리 공개됐다. 이때 ‘첩보극’이라는 외피에서 기대할 수 있는 긴박한 액션 장면보다 인물들의 말과 말이 얽히고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작품의 요체라는 평가가 나왔다. 칸영화제 시사 직후 한 외신이 “말은 총보다 더 강렬하다”고 평한 게 한 예다. 안기부 스파이 흑금성 역을 맡은 배우 황정민은 이를 “구강 액션”이라고 소개했다. “저희는 상대방을 속고 속이는 사람들이라 주로 ‘구강 액션’으로 장면을 만들었다. 진실을 얘기하지 않고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관객들은 또 그 속내를 알아야 한다. 그런 중첩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황정민) 윤종빈 감독은 ‘총이 아닌 말로 싸우게 한 이유’에 대해 “일반 싸움이 시작되면 사람들이 몰입해서 보기 때문에 연출자로선 기댈 데가 있어서 편한데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라 정공법으로 가자, 억지로 액션을 넣지 말고 대화가 주는 긴장을 콘셉트로 잡자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초짜들의 ‘생짜’ 연기… 충무로 주연들이 젊어졌다

    초짜들의 ‘생짜’ 연기… 충무로 주연들이 젊어졌다

    대중의 인지도도, 연기 이력도 없는 ‘생짜 신인’이 주연을 꿰찬다? 배우의 티켓파워와 입증된 연기력에 기대 온 충무로에서 이례적인 신인 캐스팅이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20대 여배우 리스트가 또래 남자배우들에 비해 빈약한 가운데, 신선한 얼굴의 신예들이 작품의 의도, 캐릭터를 기대 이상으로 구현해내며 한국 영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벌써부터 올 연말 신인 여배우상을 놓고 경합이 치열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27일 개봉을 앞둔 박훈정 감독의 신작 ‘마녀’가 대표적이다. 최근 열린 ‘마녀’ 시사회에서 엔딩크레딧에 대중들에게 전혀 각인되지 않은 이름이 첫머리에 올랐다. 박 감독이 원톱 여주인공으로 발굴한 신예 김다미(23)다. 이번 작품은 ‘신세계’, ‘대호’ 등 거친 남성 서사를 선보였던 박 감독이 선보이는 여성 미스터리 액션물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지만 신인 배우에게 주연을 맡겼다는 점에서도 시선이 쏠렸다. 연출진은 4개월에 걸쳐 1500여명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한 끝에 김다미를 찾아냈다. ‘마녀’의 연영식 프로듀서는 “극 중 역할이 여고생인데다 영화 전체를 이끌어 나가는 인물인데 기존 여배우들은 이미 성인 연기를 많이 해 온 터라 관객들이 여고생으로 받아들이는 데 괴리감이 클 것 같았다. 김다미는 앳된 외모에 비밀을 간직한 듯한 분위기가 있어 여주인공으로 낙점됐다”고 했다. 김다미는 작품에서 순수함과 의뭉스러움, 여유만만함, 광기 등 다채로운 면모를 오가며 ‘인간 병기가 된 소녀’ 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해냈다. ‘마녀’는 결말에서 속편을 예고하는데, 김다미 역시 이미 속편 출연 계약까지 마친 상태다.지난 5월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서도 새 히로인 전종서(24)가 화제를 모았다. 첫 영화 출연작으로 칸 레드카펫에 서는 극적인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창동 감독은 전종서에 대해 “경험이 많고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라 하더라도 하기 어려운 장면이 영화(버닝)에서 최소한 서너 장면은 나오는데 (전종서는)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 줬다”며 높은 만족감을 드러낸 바 있다.개봉을 앞둔 작품에서도 신인 여배우들의 활약은 계속된다.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인 ‘악질경찰’(이정범 감독)은 이선균, 박해준뿐 아니라 전소니(27)를 주연으로 내세웠다. 전소니는 사건의 결정적인 증거를 쥐고 있는 여고생 장미나로 액션까지 소화하며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는 후문이다. 지난 4월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 중인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 ‘미성년’도 20대 신인 여배우 두 명을 기용했다. 어른들의 문제로 생긴 일상의 균열을 두 소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임지며 성장해 나간다는 이야기로 김혜준(23)과 박세진(22)이 여고생 역할을 맡았다. 신인 여배우를 과감히 주연급에 올린 작품들은 대부분 감독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마녀’와 ‘악질경찰’의 투자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코리아의 심영신 상무는 “요즘 감독들은 캐릭터를 구상하면서 신인 배우들을 찾고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며 “위험 부담은 있지만 기성 배우와 달리 관객의 머릿속에 고정된 이미지가 없어 감독이 구상한 캐릭터, 연출 의도가 더 잘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이는 최근 몇 년간의 성공 사례에 힘입은 것이기도 하다. ‘은교’(2012)의 김고은(27), ‘검은 사제들’(2015)의 박소담(27), ‘아가씨’(2016)의 김태리(28) 등 깜짝 등장한 신예들은 이제 필모그래피를 견고히 쌓아 가며 충무로의 기대주로 성장했다. 영화홍보사 퍼스트룩의 강효미 대표는 “김고은, 박소담, 김태리의 데뷔작 캐스팅 사례는 당시에는 도전적인 시도였지만 실력으로 호평을 얻고 화제를 모으며 신인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선례를 남겼다”며 “이런 경험으로 위험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연출자, 제작사, 투자배급사들이 새로운 얼굴을 찾으려고 시도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변화는 스타 배우에 기댄 기존의 흥행 공식이 잘 통하지 않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장르와 소재 다변화, 신선한 얼굴 수혈로 돌파구를 삼으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기존 영화에 없던 새로운 캐릭터, 여성상이 많이 생겨나면서 신인 캐스팅이 잦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사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서울신문 DB
  • 젊은 감독들이 묻는다… 당신에게 극장이란?

    젊은 감독들이 묻는다… 당신에게 극장이란?

    ‘극장’ 주제로 3편의 옴니버스 실제 단관 극장 배경으로 제작 대담한 상상·기묘한 낭만 담아“어둠 속에서 서로 가까이 앉아 희망과 기대, 그리고 사랑을 함께 나누는 곳.” 칸국제영화제가 60주년을 맞아 만든 영화 ‘그들 각자의 영화관’(2008)에서 빌레 아우구스트 감독은 영화관을 이렇게 정의한다. 영화에서 코언 형제, 라르스 본 트리에르, 거스 밴 샌트, 로만 폴란스키, 왕자웨이 등 35명의 거장 감독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극장이 갖는 의미를 각각 3분짜리 영상으로 엮었다. 감독들이 각자의 기억과 환상으로 축조한 ‘그들만의 영화관’은 일상의 장소가 된 영화관이 우리에게 준 설렘과 기쁨, 위안을 떠올리게 한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기획의 옴니버스 영화가 관객을 찾아간다. 28일 개봉하는 ‘너와 극장에서’다. ‘수성못’의 유지영, ‘밤치기’의 정가영, ‘겨울꿈’의 김태진 등 요즘 주목받고 있는 젊은 독립영화 감독 셋이 ‘극장’이란 키워드를 뿌리 삼아 기묘한 낭만과 대담한 상상을 펼친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여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극장을 주제로 한 만큼 ‘너와 극장에서’를 이루는 세 작품은 모두 멀티플렉스가 아닌 단관 예술극장들을 배경으로 심어 놨다.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영화를 본다는 행위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하고, 관객 각자가 지닌 추억의 밀도를 더욱 끌어올려 준다. 저마다의 개성과 내력을 지닌 극장들이 그간 가꾸고 품어온 가치와 정서를 느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유지영 감독의 ‘극장 쪽으로’는 2015년 개관해 대구에서 활동하는 독립영화 감독들의 아지트이자 지역 독립영화 팬들의 성지와 같은 대구 ‘오오극장’을 배경으로 한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설립돼 지역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을 발굴해 온 곳이자 토크 프로그램, 영화 세미나 등으로 관객과의 소통도 활발히 해 온 극장이다. 지방 공기업의 리셉션 직원으로 지루한 일상을 사는 선미(김예은)는 이름 모를 누군가로부터 ‘극장에서 만나자’는 쪽지를 받고 의심 반, 설렘 반으로 극장을 찾는다. 하지만 상대를 기다리던 도중 잠깐의 일탈이 그를 미궁 속에 빠뜨린다. “극장에 대한 낭만적인 스케치를 일절 배제하고 싶었다”는 유 감독은 권태로운 삶에 균열을 일으키는 설렘, 뒤이어 따라온 미묘한 불안을 흑백 화면 속 골목의 풍경에 잘 포착해 냈다. 정가영 감독의 ‘극장에서 한 생각’은 영화감독이 관객과의 대화를 나누는 평범한 장면을 충격적인(?) 결말로 내닫게 하는 허를 찌르는 위트와 도발적인 상상력이 돋보인다. “평소에 관객과 대화를 하면서 느끼는 긴장감과 그럴 때마다 드는 충동을 담았다”는 감독의 말처럼 서로 엇나가고 미끄러지는 감독과 관객 사이의 대화들이 흥미롭다. 압구정동 가로수길의 예술영화극장 이봄씨어터를 무대로 했다. 김태진 감독의 ‘우리들의 낙원’은 종로 서울극장 안 서울아트시네마와 낙원상가의 실버영화관(옛 허리우드 극장) 등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엉뚱한 소동극이다. 극장을 매개로 여러 인물들이 우연한 만남과 교감을 거듭하는데 그 여정에서 우리가 영화를,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극장을 찾는 이유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숄 두르고 거리로 나서는 엔딩, 현실 속 ‘미투’처럼 싸움의 시작”

    “숄 두르고 거리로 나서는 엔딩, 현실 속 ‘미투’처럼 싸움의 시작”

    경찰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자가 밤거리를 내달린다. 강간범들을 신고하기 위해 밤새 병원과 경찰서를 전전하지만 피해자인 그는 외려 비난과 폭언, 공격의 대상이 된다. 영화 ‘미녀와 개자식들’(원제: 뷰티 앤 더 독스)은 이렇게 성폭행이란 사건 자체보다 무능과 무책임, 무감각으로 일관하는 폭압적인 관료제가 더 악몽일 수 있음을 고발한다. 끔찍한 시스템을 통과하고 난 여주인공은 흔들리던 마음에서 솟는 내면의 힘을 자각한다. 그가 숄을 목에 두르고 거리로 뛰쳐나가는 마지막 장면이 망토를 두른 할리우드 슈퍼히어로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것은 그래서다. 성폭행 피해자의 2차 가해를 다룬 이 영화로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던 튀니지의 사회파 감독 카우테르 벤 하니아(41)가 아랍영화제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최근 칸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받은 그의 작품 ‘튀니지의 샬라’(2014)와 ‘미녀와 개자식들’(2017)은 튀니지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토대로 한다. 하지만 여성 혐오, 성폭력, 성폭력 2차 가해, 여성들을 억압하는 남성 중심의 사회 등 최근 몇 년간 세계적으로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이루고 있는 여성 인권, 페미니즘 이슈를 정면으로 다루며 국경의 경계를 넘어 관객들과 넓은 공감대를 이룬다. ‘미투 운동’을 경험한 국내 관객들에게도 그의 영화는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지난 1일 개막한 아랍영화제에서 그의 영화 상영 및 감독과의 대화 시간은 모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 4일 서울 홍대의 한 호텔에서 만난 벤 하니아 감독은 “지난 주말 한국 관객들의 열정적이고 풍부한 피드백을 받고 정말 행복했다”며 “내 영화가 관객에게 인식의 변화를 심어 주고 삶에 새로운 영감을 줬다는 말을 들으니 감독으로서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미녀와 개자식들’은 실제 2012년 튀니지에서 경찰들에게 성폭행당한 여성이 하룻밤 새 5차례 경찰서를 전전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사건이 알려지고 튀니지에선 거리 시위가 일어났고 범죄를 저지른 경찰은 2년 만에 징역 14년의 처벌을 받게 됐다. 감독은 “절망적인 상황에도 끝까지 굴하지 않았던 실제 피해 여성의 용기에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뿐 아니라 성폭행 피해자를 비난하고 사건에 무감한 경찰, 여성들에 대한 비뚤어진 고정관념과 폭력적 시선을 공고히 하는 평범한 남자들의 언행도 ‘폭력’이자 ‘범죄’라고 생각해 영화 속에서 ‘악의 평범성’을 드러냈다”고 했다. 여주인공이 숄을 목에 두르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마지막 장면은 망토를 두른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를 연상시킨다. 이에 대해 감독은 “그렇게 의도한 게 맞다”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미묘하게 암시하려 했던 거니까 말하진 마세요(웃음). 영화 속 미리암은 성폭행 신고를 무마시키려는 관료 사회의 공포스러운 시스템을 경험하고 극복하면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고 내면의 힘을 찾게 돼요. 영화에서는 엔딩이지만 그 마지막 장면이 우리 현실에서는 싸움의 시작인 거죠.” 벤 하니아 감독은 주로 다큐멘터리로 영화를 직조하거나 극영화에 삶과 밀착된 이야기들을 들여보내는 작업을 해 왔다. 차기작에서도 시리아 난민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어떤 가공의 이야기보다 실제 우리 삶의 이야기가 더 놀라울 때가 많아 관객에게 더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의 민낯을 보여 주는 게 흑백 논리로 세상을 보려는 이들에게 이면을 보여 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속에서 그는 피해자를 돕는 남성 화자들의 입을 빌려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거듭 전한다. “영화 속 주인공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존중을 부정하는 사회와 정의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자신의 힘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는 걸 알게 되죠. 분노, 공포, 압박감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갖는 피해자의 감정을 공감하게 될 때 세상의 변화도 이뤄질 거라 믿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종교·인종·편견 넘어…영화, 여성을 말하다

    종교·인종·편견 넘어…영화, 여성을 말하다

    아랍·여성 영화제 등 특별 섹션 여혐·미투 등 다룬 작품 선보여 ‘허스토리’ ‘마녀’ ‘여중생A’ 등 여성의 서사 내세운 작품들 개봉 최근 세계를 휩쓴 ‘미투 운동’이 사회와 개인의 인식을 바꿔 가는 가운데 영화제, 스크린에서도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기획과 작품들이 잇따르고 있다.올해 7회째를 맞은 아랍영화제(6월 1~6일)는 동시대 아랍 여성들의 목소리를 국내 관객들에게 전한다. 올해 마련한 특별섹션 ‘포커스 2018: 일어서다. 말하다, 외치다’를 통해서다. 특별 섹션에서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은폐됐던 성폭력 문제와 일상이 된 여성혐오를 다룬 영화들을 앞세운다. 칸국제영화제에 두 차례 초청됐던 튀니지 여성 감독 카우테르 벤 하니아 감독이 내한해 자신의 영화 ‘튀니지의 샬라’(2014), ‘뷰티 앤 더 독스’(2017)를 선보이며 아랍 여성들의 변화와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들려준다. ‘뷰티 앤 더 독스’는 2012년 성폭력 피해 여성이 경찰에게 2차 가해를 당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폭력적인 관료제와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 구조를 예리하게 발가벗긴다. ‘튀니지의 샬라’는 여성들의 옷차림이 불경하다는 이유로 여성의 엉덩이를 면도날로 긋고 달아나는 여성 혐오 범죄자 ‘샬라’의 정체를 감독이 직접 좇는 모큐멘터리다. 박은진 아랍영화제 프로그래머는 “국내에서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성혐오에 대한 공포, 남성 중심 사회의 폐해 등이 되풀이되는 만큼 아랍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영화에서 국내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한국뿐 아니라 우리와 멀다고 생각했던, 공고하게 여성에 대한 편견이 있는 사회라 생각했던 아랍까지, 전 세계에서 변화의 바람이 있다는 걸 영화를 통해 목도하며 우리의 현실을 포개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한국영화계에 역량 있는 여성 영화인들을 발굴하고 소외됐던 여성 영화들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온 국제여성영화제도 올해 20돌을 맞았다. 오는 7일까지 서울 신촌 메가박스에서 열리는 여성영화제의 섹션 ‘쟁점들’에선 미투 운동, 디지털 성폭력, 낙태 등 최근 뜨거운 현안 3가지를 키워드로 정해 이를 성찰할 수 있는 작품들을 내놨다.1944년 소작농이자 한 아이의 엄마인 레시 테일러가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여섯 명의 흑인에게 강간을 당한 뒤 침묵을 요구하는 이들을 고발한 사건을 다룬 ‘레시 테일러의 #미투’, 미투 운동에 대한 즉각적인 응답의 의미로 감상할 수 있는 국내 여성 감독들의 단편 세 편(관찰과 기억, 혀, 모래놀이) 등이 소개된다. 이달 들어 스크린에서도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여성들의 서사’가 유독 강세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전 세계적으로 벌어진 미투 운동과 맞물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뿐 아니라 칸영화제에서도 여성 서사들의 힘을 실어주는 경향이 뚜렷했다”며 “이렇듯 여성 주인공들을 내세우거나 여성 감독들이 연출한 작품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여성 영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과거 전향적인 시도들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최초로 배상 판결을 받아낸 관부재판(1992~1998년)을 다룬 ‘허스토리’, 여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로는 드물게 미스터리 액션을 펼치는 ‘마녀’, 여중생의 성장을 다룬 ‘여중생A’ 등이 관객들을 찾아간다. 지난해 호평을 얻은 ‘아이 캔 스피크’가 위안부 문제를 중반 이후부터 꺼내고 남성 조력자(이제훈)의 도움을 받았다면, ‘허스토리’는 일본 정부와 오롯이 맞선 위안부 할머니들의 목소리와 분투를 전면에 내세웠다.외화에서도 이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백설공주의 모델이 될 만큼 아름다운 외모로 이름을 떨쳤지만 ‘주파수 도약 기술’을 발명해 오늘날 와이파이, 블루투스, 첨단군사기술을 있게 한 헤디 라마의 생을 다룬 ‘밤쉘’이 7일 개봉한다. 자택에 따로 작업실을 둘 만큼 발명에 몰두하며 여성을 외모로만 판단하려는 세상의 편견을 돌파하려 했던 그의 삶 자체가 드라마틱해 다큐멘터리가 극영화처럼 느껴진다. 샌드라 불럭, 케이트 블란쳇, 앤 해서웨이 등 할리우드를 이끄는 여배우 8명을 포진시킨 케이퍼 무비 ‘오션스8’, 여성의 자존감 문제를 유쾌하게 그려낸 코미디 ‘아이 필 프리티’ 등도 여심 공략에 나선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명작’엔 그녀가~

    ‘명작’엔 그녀가~

    독보적인 연기로 등장하는 작품마다 ‘명작’으로 일구는 프랑스 국민 배우 이자벨 위페르(63).이야기와 캐릭터에 따라 다채롭게 변모하는 그의 연기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획전이 열린다. 예술영화 전용관 아트나인이 다음달 5일부터 26일까지 진행하는 ‘이자벨 위페르 특별전’이다. 미카엘 하네케, 장 뤼크 고다르, 클로드 샤브롤 등 세계적인 거장들과 작업한 위페르는 출연작만 해도 100편을 훌쩍 넘는다. 장르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새로운 서사를 빚어온 그는 칸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 등 세계 3대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모두 휩쓸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그의 대표작 네 편이 상영된다. ‘미세스 하이드’(5일)에선 학생들에게 투명인간 취급받던 선생에서 미세스 하이드로 변모하며 극단의 연기를 선보인다. 고전 ‘지킬박사와 하이드’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은 블랙 코미디다. 이어 비뚤어진 욕망과 사랑을 파격적인 화법으로 펼친 ‘피아니스트’(12일), 안정적인 일상에 생긴 균열로 변화를 겪는 중년 여성의 흔들림을 섬세하게 그린 ‘다가오는 것들’(19일),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들여다보는 ‘해피 엔드’(26일) 등이 차례로 선보인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대작 개봉 대박 전쟁

    대작 개봉 대박 전쟁

    일찍 찾아든 더위의 기세보다 올여름 극장가가 더 뜨거울 전망이다. ‘신과 함께2’,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 ‘인크레더블2’, ‘맘마미아2’ 등 흥행이 입증된 프랜차이즈 영화의 속편이 포진한 가운데 ‘인랑’, ‘공작’, ‘창궐’, ‘마약왕’ 등 국내외 주요 배급사들의 야심작들이 ‘대박 전쟁’에 나서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6~8월은 극장가 최대 성수기다. 여름 극장가는 2013년 이후 5년 평균 연간 관객 수의 32%를 흡수해 왔다. 때문에 ‘천만 영화’도 이 시기에 주로 터졌다. 역대 국내 천만 영화 16편 가운데 7편(베테랑, 괴물, 도둑들, 암살, 택시운전사, 부산행, 해운대)이 7~8월 개봉작이었다.●6월 말~8월 초 대작들 대혼전 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는 “1년에 일반 관객들이 보는 영화 편수가 평균 9~10편으로 고정돼 있다면 올해는 4~5월에 ‘어벤져스3’에 몰리며 천만 영화가 이미 나와버렸다”며 “또 올해 6월에는 북·미 정상회담과 지방선거 등 사회적 이벤트도 많고 작품 수가 적기 때문에 6월은 건너뛰고 7월 중하순, 8월 초에 관객이 몰리며 대박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때문에 주요 배급사들은 흥행을 좌우할 개봉일을 잡느라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일본군 위안부 관부재판 실화를 다룬 ‘허스토리’가 6월 말,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 가운데 마지막 편인 ‘변산’이 7월 초 선보이며 여름 시장을 연다. 이후 7월 말, 8월 초 기대작들이 ‘대혼전’을 이룬다. 지난해 12월 말 개봉해 올해 초까지 1441만명을 동원해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신과 함께-죄와 벌’의 속편 ‘신과 함께-인과 연’은 8월 초 개봉 예정이다. 속편에서는 대중들의 호감도가 높은 배우 마동석이 새로운 캐릭터인 성주신으로 등장해 유쾌한 매력을 발산한다.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등 저승 삼차사의 과거 이야기도 풀어낸다. ‘신과 함께’는 1편 개봉으로 이미 전체 제작비 400억원을 모두 회수했기 때문에 2편에 대한 흥행 기대감이 남다르다.강동원, 정우성, 한효주를 내세운 김지운 감독의 신작 ‘인랑’은 7월 말 극장가에 걸린다.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동명 애니메이션(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을 한국의 상황에 맞게 각색했다. 남북한이 통일 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뒤 반통일 테러단체가 등장한 2029년. 정부 내 권력기관들 사이에 암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인간병기 인랑의 활약이 펼쳐진다.지난 19일 폐막한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얻은 윤종빈 감독의 신작 ‘공작’도 8월 초 개봉하며 ‘블록버스터 전쟁’에 합류한다. 북핵 위기가 고조된 1990년대 북핵 실체를 파헤치지 위해 대북사업가로 위장해 북한에 침투한 안기부 첩보요원 ‘흑금성’(암호명)을 모티브로 한 영화는 속도감 넘치는 액션을 내세우는 기존 첩보영화와 달리 밀도 높은 논쟁으로 역동감을 만들어간다. 대북 공작원과 북한 보좌관 사이의 형제애나 남북 정상회담을 예견한 듯한 결말로 최근 격동하는 한반도 정세와 맞물려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지 주목된다.●인랑·공작 등 토종 vs 맘마미아2 등 외화 지난해 ‘택시운전사’로 1218만 관객을 모았던 송강호가 ‘내부자들’(2015)의 우민호 감독과 함께 한 ‘마약왕’도 올여름 기대작으로 꼽힌다. 1970년대 시대와 돈, 권력을 아우른 마약왕 이두삼 역을 맡은 송강호의 설명에 따르면 “1970년대를 관통했던 사람들을 집약해 놓은 영화적 캐릭터 이두삼을 통해 우리가 지나왔던 한 시대를 조명하고자 한 영화”다. 야귀 액션 ‘창궐’도 ‘마약왕’과 함께 여름을 겨냥해 개봉 시기를 조율 중이다. 밤에만 활동하는 ‘야귀’(夜鬼)의 창궐을 막고 조선을 구하려는 왕의 아들 이청(현빈)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한국영화의 쟁쟁한 대진표에 대항하는 외화의 공습도 거세다. 마블 스튜디오가 올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앤트맨과 와스프’, 지난 5편의 누적 수익이 3조원에 이르는 ‘미션 임파서블’의 여섯 번째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7월 개봉을 확정했다. 최고의 스파이 요원인 이선 헌트(톰 크루즈)와 IMF팀의 고투가 최악의 결과로 돌아오면서 피할 수 없는 미션을 수행하는 이야기다. 2008년 개봉해 457만명의 관객을 모은 ‘맘마미아!’의 후속작 ‘맘마미아2’, 2004년 개봉해 어른 관객까지 끌어들인 ‘인크레더블’의 속편도 7월 극장가에 내걸린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전종서 “빈 플라스틱 용기처럼 찍어내는 연기 싫어요”

    전종서 “빈 플라스틱 용기처럼 찍어내는 연기 싫어요”

    “오디션에서 처음 본 순간 용모로나 내면으로나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배우라 생각했다.”‘박하사탕’으로 설경구, ‘오아시스’로 문소리를 발굴한 이창동 감독이 이런 상찬을 한 신예가 있다. 이 감독이 신작 ‘버닝’의 여주인공으로 낙점한 배우 전종서(24)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영화 출연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환호와 갈채 한가운데에 섰다. ‘버닝’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다. 지난해 소속사를 정하고 3일 만에 본 생애 첫 오디션에서 이 감독에게 발탁되면서 배우의 꿈은 믿기지 않는 현실로 영글었다. 영화 속에서 종수(유아인)의 어릴 적 친구 해미로 등장하는 그는 아프리카 여행에서 만난 벤(스티븐 연)을 종수에게 소개한다. 종수는 해미와 함께 어울리던 벤에게서 “쓸모없는 비닐하우스를 태우는 게 취미”라는 말을 듣고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히고 해미는 자취를 감춘다. 전종서는 유아인과 스티븐 연의 무게감에 짓눌리지 않고 신선한 외모와 성정을 재료로 한 자연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의 시선을 끈다. “영화 속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내고 분석하는 건지 아직 전 잘 몰라요. 하지만 감독님께서 제가 어떤 아이인지 그게 객관적으로 어떻게 보이는지 얘기해 주시면서 ‘네게 이런 모습이 있으니 너를 믿는다’면서 촬영을 할 때 제 몫을 믿고 맡기셨어요. ‘인물을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라’는 감독님의 말씀에서도 ‘해미는 이런 부분에 매료돼 있구나’, ‘이렇게 사는구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요. 현장에서 감독님은 아빠이자 좋은 선생님이자 큰 어른이셨죠. 저 같은 신인뿐 아니라 스태프까지 모든 사람에게 그런 존중과 믿음을 보내 주시는 태도를 보면서 깊은 배움을 얻었어요.” 초등학교 때 ‘해리 포터’ 시리즈로 처음 영화의 재미를 알았다는 그는 고교 때 자연스럽게 배우의 꿈을 품었다.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진학했지만 틀에 박힌 교육이 맞지 않아 현재는 제적 상태라는 그는 “형태는 똑같고 열어 보면 아무것도 없는 플라스틱 용기처럼 찍어내는 연기나 작품은 싫다”고 했다. “신인 배우들은 역량을 발휘할 환경도, 기회도 제공받지 못한 채 소비되는 것 같아요. 배우 생활을 계속한다면 그렇게 찍어낸 연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순수하게 세상을 받아들이고 그걸 온전히 뿜어냄으로써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배우, 한 사람의 관객에게라도 명확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버닝’은 청춘의 불안과 분노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그려내며 많은 상징과 은유를 심어 놓은 작품이다. 극 중 해미와 같은 20대 중반인 그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무엇에 분노하는지, 그래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스스로 물음표를 던지게 하는 영화”라고 했다. “어떤 친구들은 ‘재미없다’,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는 건데’라고도 해요. 또 어떤 친구들은 ‘너무 좋았어.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야’라고도 하고요. 왜 그렇게 얘기하는지 이해해요. 100%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이 영화는 희망이 없고 분노로 가득 차 있고 외로운 지금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위로를 안겨 주고 뭘 직시해야 하는지 묻는 우리의 자화상 같은 이야기 말이죠.”칸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 ‘버닝’은 여러 언론에서 높은 평점을 받으며 수상에 대한 기대를 모았으나 아쉽게 불발됐다. “감독님께서 레드카펫을 보고 ‘이게 다 비닐하우스(영화 속에서 벤이 불태우는) 같다. 눈에 보이는 거지만 보이지 않는 것이고 진짜인 것 같지만 진짜가 아닌 거다’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 말씀에 저도 동감했어요. 상에 대한 기대감과 이슈들은 다 거품일 뿐이구요. 우리가 진짜 하고자 한 것, 해내야 할 것들을 다 해낸 것에 만족하니 상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 의미 있는 여정이 끝나버린 게 벌써 그리운 마음이에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드디어… 42일 만에 ‘마블 천하’ 끝낸 ‘독전’

    드디어… 42일 만에 ‘마블 천하’ 끝낸 ‘독전’

    ‘어벤져스’ ‘데드풀2’ 잠재워 마약조직 실체 벗기는 범죄극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데드풀2’까지 6주간 이어졌던 ‘마블 천하’가 막을 내렸다. 이해영 감독의 범죄극 ‘독전’이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하면서다.2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독전’은 개봉일인 지난 22일 하루 동안 37만 6543명을 끌어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독전’의 개봉 첫날 관객 수는 올해 극장가에 걸린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범죄 영화 가운데 대표 흥행작으로 꼽히는 ‘내부자들’(2015년·707만명), ‘범죄도시’(2017년·688만명), ‘신세계’(2012년·468만명)의 개봉 첫날 기록도 넘어섰다. 이날 오후 예매율도 35.9%로 개성과 위트 넘치는 캐릭터로 승부하는 ‘데드풀2’(23.7%), 제71회 칸국제영화제 화제작인 이창동 감독의 ‘버닝’(5.8%) 등을 제치고 독주에 나서고 있다. 때문에 올 상반기에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던 한국영화가 명예 회복에 나설지 주목된다. ‘독전’은 아시아를 장악한 유령 마약 조직의 우두머리 이 선생을 잡으려는 형사 원호(조진웅)가 기획 수사를 통해 조직의 실체를 벗겨 가는 이야기다. 강렬한 캐릭터를 빚어낸 배우들의 열연과 이해영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 어우러져 집중도 높은 범죄극이 완성됐다. 영화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칸영화제와 함께 열린 필름마켓에서 일본, 스페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전 세계 55개 국가에 판권이 팔려 나갔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칸 홀린 이창동의 ‘버닝’… 본상 수상은 불발

    칸 홀린 이창동의 ‘버닝’… 본상 수상은 불발

    비평가상으로 아쉬움 달래 日고레에다, 황금종려상 품어 “대립하는 세계, 영화로 이어져”올해 칸국제영화제의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차지가 됐다. 많은 호평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무관에 그쳤다. 지난 19일 밤(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1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심사위원장 케이트 블란쳇은 고레에다 감독에게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안겼다. 수상작은 ‘만비키 가족’. 좀도둑질로 먹고사는 가족이 집 앞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가족으로 품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이야기’ 등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들처럼 가족의 의미와 가치를 되물으며 온기를 전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시상식에서 “영화 덕분에 서로 대립하는 사람과 사람들, 세계와 세계가 함께 이어질 수 있다”는 소감으로 영화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긍정하게 한다는 믿음을 전했다. 미국의 스파이크 리 감독은 ‘블랙클랜스맨’으로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쥐었다. 1978년 백인우월주의 집단 ‘쿠클럭스클랜’(KKK)에 잠복해 비밀 정보를 수집하고 이들의 범죄를 막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경찰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리 감독은 1989년 ‘똑바로 살아라’ 이후 27년 만에 경쟁 부문에 진출해 트로피를 안았다. 심사위원상은 레바논 출신 나딘 라바키 감독의 ‘가버나움’에, 감독상은 폴란드 출신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콜드 워’에 돌아갔다. 이창동 감독의 여섯 번째 연출작으로 청년들의 불안과 분노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그린 ‘버닝’은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과 번외상인 벌컨상을 받으며 본상 수상 불발의 아쉬움을 달랬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은 전 세계 영화평론가 및 영화 전문기자들이 모여 만든 최대 평론가 조직으로 칸을 비롯해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 유수 국제영화제에 심사위원단을 파견해 경쟁 부문, 감독 주간, 비평가 주간 등 각 부문에서 뛰어난 한 작품을 선정해 시상한다. 한국 영화가 이 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이 감독은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시상식에서 “여기는 레드카펫도 없고 플래시도 없다. ‘버닝’은 현실과 비현실, 있는 것과 없는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탐색하는 미스터리다. 여러분이 그 미스터리를 가슴으로 안아 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벌컨상은 촬영, 편집, 미술, 음향 등을 통틀어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기술 아티스트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버닝’의 신비로운 미장센을 만들어 낸 신점희 미술감독이 수상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이창동 감독 칸영화제 수상 불발...황금종려상은 日 ‘만비키 가족’

    이창동 감독 칸영화제 수상 불발...황금종려상은 日 ‘만비키 가족’

    올해 칸국제영화제의 최고 영예, 황금종려상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차지가 됐다. 많은 호평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무관에 그쳤다.지난 19일 밤(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1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심사위원장 케이트 블란쳇은 고레에다 감독에게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안겼다. 수상작은 ‘만비키 가족’. 좀도둑질로 먹고사는 가족이 집 앞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가족으로 품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이야기’ 등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들처럼 가족의 의미와 가치를 되물으며 온기를 전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시상식에서 “영화 덕분에 서로 대립하는 사람과 사람들, 세계와 세계가 함께 이어질 수 있다”는 소감으로 영화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긍정하게 한다는 믿음을 전했다. 미국의 스파이크 리 감독은 ‘블랙클랜스맨’으로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쥐었다. 1978년 백인우월주의 집단 ‘쿠클럭스클랜’(KKK)에 잠복해 비밀 정보를 수집하고 이들의 범죄를 막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경찰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리 감독은 1989년 ‘똑바로 살아라’(1989) 이후 27년 만에 경쟁 부문에 진출해 트로피를 안았다. 심사위원상은 레바논 출신 나딘 라바키 감독의 ‘가버나움’에, 감독상은 폴란드 출신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콜드 워’에 돌아갔다. 이창동 감독의 여섯 번째 연출작으로 청년들의 불안과 불안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그린 ‘버닝’은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과 번외상인 벌칸상을 받으며 본상 수상 불발의 아쉬움을 달랬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은 전 세계 영화평론가 및 영화 전문기자들이 모여 만든 최대 평론가 조직으로 칸을 비롯해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 유수 국제영화제에 심사위원단을 파견해 경쟁 부문, 감독 주간, 비평가 주간 등 각 부문에서 뛰어난 한 작품을 선정해 시상한다. 한국 영화가 이 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이창동 감독은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시상식에서 “여기는 레드카펫도 없고 플래시도 없다. ‘버닝’은 현실과 비현실, 있는 것과 없는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탐색하는 미스터리다. 여러분이 그 미스터리를 가슴으로 안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벌칸상은 촬영, 편집, 미술, 음향 등을 통틀어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기술 아티스트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버닝’의 신비로운 미장센을 만들어낸 신점희 미술감독이 수상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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