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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홀리축제에서 만난 자유

    인도 홀리축제에서 만난 자유

    ‘색의 축제’로 불리는 인도의 ‘홀리 축제’(Holi festival). 우리나라의 추석과 같은 디왈리와 함께 2대 명절의 하나로 손꼽힌다. 이날은 인도 전역에서 남녀 노소 가리지 않고 빨갛고, 노랗게 색색의 물감을 온 몸에 바른 채 신나게 놀고, 춤추며 즐기는 날이다. 카스트 제도로 신분이 엄격하게 구분되는 인도인들에게 이날만은 아래, 위 구별없이 물감을 서로 던지며 신분의 벽을 허물 수 있다. 소외되고 억눌린 계층들에게 하루 숨통을 틔워주는 날인 셈이다. 글 사진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한·인도간에 벽 허문 홀리축제 지난달 15일 인도 델리시 중상류층들이 사는 한 주택가. 떠돌이 악사 2명이 신나게 풍악을 울려대자 집 뒷마당에서 가족끼리 홀리 축제를 즐기던 아누주 카우스힉씨의 가족들이 대문 밖으로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형형색색의 물감 가루를 얼굴에 칠하고, 입고 있는 셔츠와 원피스, 바지도 고운 빛깔로 물들였다. 천연 염색제인 헤나 가루에 물을 뿌리면 색깔이 곱게 물들게 된다. # 물감 칠하며 행복·풍년 기원 신명나는 음악 소리에 바로 옆 한국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던 ‘고도원의 아침편지’지기 일행 60여명들도 엉덩이를 들썩이며 골목길로 모여 들었다. 이들은 매일 아침 고도원(전 청와대 대통령 연설담당 비서관)이 이메일로 전국의 회원 160여만명에게 보내는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통해 ‘오쇼명상센터’‘니케탄명상요가센터’등 열흘 가까이 ‘인도 명상체험 여행’을 끝내고 막 귀국길에 오르려던 참이었다. 즉석에서 한·인도 합작 홀리 축제 한마당이 벌어졌다. 인도의 북이 한판 축제의 흥을 돋우는가 싶더니 어느새 우리의 장구 가락을 맞춰 진도 아리랑이 흘러 나온다. 춤판이라면 뒷짐 지고 서 있을 수 없는 한국 무용가 조수희씨 등이 인도 가족들과 어우러져 흥겨운 춤사위가 펼쳐졌다. 음악과 춤에는 국경이 없는 법. 더구나 축제라면 말이 필요 없다. 아누주 카우스힉씨는 “물감의 색깔은 행복과 기원을 뜻하는 것”이라면서 “농부들은 풍년을 기원하고, 일반인들은 돈을 많이 벌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인도의 음력 12월 보름과 다음날, 서양력으로는 보통 3월 초에 열리는 홀리축제. 대도시에는 이틀 동안만 열리지만 아직도 시골에서는 일주일씩, 한달씩 축제를 열기도 한다. 델리 같은 도시에서는 공휴일인 홀리 기간동안 우리의 독립문 같은 인디아게이트 같은 곳으로 가족들끼리 나들이를 가기도 한다.. # 사회계층간 갈등 봉합 역할을 하는 홀리축제 잘사는 이들에게 홀리 축제는 행복을 기원하는 날이지만 그렇지 못한 계층에게는 한마디로 ‘스트레스를 푸는’것이 합법적으로 용인되는 날이기도 하다. 신분에 억눌려 사는 불가촉천민 등에게 홀리는 ‘자유’를 상징하는 셈.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된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할 정도로 축제의 성격이 변질된 측면도 있다. 심지어 동네간 패싸움 식의 폭력이 난무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 홀리 기간동안 경찰은 초비상 상태, 시골일수록 이런 행태가 심하다. 그래서 대도시에서는 아예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식으로 홀리축제 시간을 제한한다. 지나가는 낯선 사람들에게도 물감을 담은 물 풍선 세례를 퍼부어 외국인들은 더욱 몸 조심해야 하는 날이다. 인도 네루대에서 박사과정(정치학)을 밟고 있는 한국 유학생 하용재씨는 홀리 축제에 대해 “억눌린 하층계층에서 나올 수 있는 폭력과 저항 등 계층간 갈등을 홀리축제를 통해 말끔히 해소하려는 사회적 기능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 현대차 ‘경영차질’ 현실화

    검찰의 현대차그룹 수사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경영차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부품계열사 인수 과정도 주목받으면서 완성 직전인 ‘수직계열화’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기아차는 오는 26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던 미국 조지아주 공장 착공식을 연기했다고 5일 밝혔다. 기아차 관계자는 “국내의 제반여건이 착공식을 치르기에 적절치 않아 조지아주에 5월로 연기하자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버트 브랜틀리 조지아주 경제개발과 대변인도 애틀랜타 지역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아차측에서 착공식 연기를 요청했다.”면서 “공장 설립 자체가 지연되는 것은 아니고 단지 날짜가 연기되는 것이라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달 초에는 미 앨라배마주 피닉스의 제프 하딘 시장을 비롯한 현지의 관계 및 경제계 인사들이 방한, 기아차의 납품업체(현대차그룹 계열사)들과 공장 유치 문제 등을 협의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말 기아차측의 요청으로 연기됐다. 기아차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어서 협상을 원만하게 풀어나가기 어려워 연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의선 사장은 지난주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의 가동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출장을 떠날 예정이었지만 검찰과 협의결과 부정적인 반응이어서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의 3월 내수 점유율이 49.5%를 기록,6개월 만에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고 기아차의 점유율도 2월(25%)보다 떨어진 23.7%를 기록하는 등 판매전선도 삐걱댔다. 검찰이 4일 위아, 현대오토넷(본텍), 카스코 등 핵심 부품계열사 인수과정에 연관된 구조조정회사 5곳을 압수수색하고 회사 관계자들을 체포하면서 수직계열화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그룹은 쇳물(현대제철)-강판(현대하이스코)-부품(위아·카스코·다이모스 등)-전장부품(현대오토넷)-모듈(현대모비스·위아)-완성차(현대·기아차)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단기간에 거의 완성했지만 계열사 인수·합병 과정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글로비스, 엠코, 이노션 등 신규 설립한 회사들도 정의선 사장의 ‘지분승계용’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특히 수직계열화와 지분승계 작업의 핵심으로 알려진 채양기 기획총괄본부장과 이정대 재경본부장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타격이 크다. 채 사장과 이 부사장은 둘 다 글로비스의 등기이사로 활동중이고 채 사장은 현대오토넷, 이 부사장은 오토에버시스템즈 이사회에 참여중이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검찰 ‘국정원 도청’ 사전 인지 의혹

    검찰이 국정원의 휴대전화 도청사건 전에도 이미 도청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을 갖게 하는 발언이 법정에서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항소1부(부장 이강원)는 4일 불법감청 지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은성 전 안기부 차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측에 “2000∼2001년 이른바 카스 장비로 도청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고도 왜 수사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방청객이 있는 가운데 설명하기 곤란하다. 그러나 당시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다.”라고만 해명했다. 이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가 한나라당이 고소·고발한 국정원의 휴대전화 도청 의혹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했던 지난해 4월 이전에 검찰이 이미 휴대전화 감청이 가능하다는 사실과 국정원의 도청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김 전 차장에게 1심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징역 5년을 구형했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초고속 몸불리기에 주목

    검찰이 현대차그룹의 비자금을 별도로 수사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복잡한’ 성장 스토리가 주목받고 있다.2001년 4월 독립 당시 계열사가 16개에 불과했던 현대차그룹은 현재 계열사 40개를 거느린 재계 2위로 성장했다. 과거 계열사를 다시 인수하는가 하면 계열사간 흡수합병, 해산 등 어지러울 정도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3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를 떠받들고 있는 위아와 카스코는 ‘방계그룹’인 한국프랜지공업으로부터 인수했다. 위아(옛 기아중공업)와 카스코(옛 기아정기)는 과거 기아차가 현대차에 인수되기 전의 기아차 계열사다. 기아차는 98년 12월 현대차컨소시엄에 매각이 결정돼 99년 3월 인수가 완료됐는데 위아, 카스코와 함께 한국에이비시스템 등 3개 계열사는 99년 10월 한국프랜지공업에 넘어갔다. 한국프랜지공업은 정몽구 회장의 고모부인 김영주 명예회장의 회사로 1997년 옛 현대그룹에 잠깐 편입됐지만 곧바로 독립했다. 한국프랜지공업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위아의 취득원가는 불과 340만원, 카스코는 58억원에 불과했다. 이후 한국프랜지공업은 2001년 말 위아를 3억 3750만원에 기아차에 다시 매각했다. 지난해 6월에는 카스코를 현대모비스에 257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현대차그룹과 한국프랜지공업의 ‘특수관계’를 감안하면 잠시 맡겨뒀다 다시 찾아간 셈이다. 위아는 2002년 화의채무를 상환한 뒤 급성장,2004년 매출 1조 8355억원, 영업이익 1129억원을 기록하며 알짜기업으로 변신했다.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변천사에서 또하나 눈에 띄는 업체는 위성영상수신 및 지도사업 용역 등을 영위하던 이에이치디닷컴(e-HD.com)이다. 현대차는 2001년 3월31일자로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당시 현대차 상무) 기아차 사장으로부터 이에이치디닷컴 주식 32만주를 19억 2000만원(주당 6000원)에 매입했다. 이에이치디닷컴은 과거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현대우주항공에서 분사,2000년 출범한 회사로 2001년 매출 62억원에 순손실이 47억원에 이를 정도로 ‘부실기업’이었다. 설립 첫 해에도 매출 29억원에 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었다. 회사규모는 작지만 김동진 부회장이 당시 대표이사를 맡았고 정순원 로템 부회장, 이중우 전 다이모스 사장이 이사를 맡을 정도로 무시못할 비중이었다. 이에이치디닷컴은 현대차로 인수된 뒤 2003년 코스닥 등록을 신청했다가 이후 자진 취소했고 2004년 4월 위아에 흡수합병됐다. 과거 기아차가 현대차에 인수되기 전 계열사였던 본텍(옛 기아전자)의 ‘성장-소멸’과정에서도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1997년 기아차 부도에 따른 여파로 화의에 들어간 본텍은 2001년 무상감자를 실시, 자본금 100억원을 5000만원으로 줄였고 같은 해 10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정의선 사장은 당시 15억원으로 유상증자에 참여, 지분 30%를 확보했다.2002년에는 현대모비스와 합병을 시도하다 거센 반대여론에 부딪쳐 불발됐다. 본텍은 2002년 현대차그룹(기아차)에 편입된 뒤 고속성장했고 정 사장은 지난해 지분을 독일 지멘스에 매각하면서 570억원을 받았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전라의 뜨거운 연기 현장

    전라의 뜨거운 연기 현장

    映畵街(영화가)이얘기저얘기-레디•고 金洙容(김수용)감독 「레디•고!」 촬영 현장에서 감독이 지르는 이 외마디 소리는「필름」에 배우의 연기를 수록하는 최초의 신호. 촬영기사도 조명기사도 그리고 조감독과 모든「스태프」들이 잠시 호흡을 멈추고「카메라」앞에서 연기하는 배우를 지켜보는 이 엄숙할이만큼 긴장한 순간과 순간들….「필름」의 회전소리가 감독의 심장 깊숙이 울려오는 이 시간이란 참으로 울고 싶도록 안타깝고 가슴 가득히 기도같은 갈망이 밀려오는 순간들이다. 그리고 천하의「코메디언」이 제아무리 우스꽝스럽게 굴어도, 비극배우가 제아무리 눈물을 짜도 감독의 얼굴에 그어진 무표정과「스태프」들의 긴장한 숨소리는 헝클어지지 않는 시간들이기도하다. 주연 배우가 全裸(전라)로 촬영 했다는 데 옷을 벗었느니 안벗었느니 또는 감독이 시키는대로 했다는둥, 제작자의 강요에 못이겨 그랬느니 외설시비에 소환받았던 감독과 여배우의 후일담이 심심치 않게 떠돌고 있는 요즈음, 나는 어느 신문에 실린 담당검사의 글에서『이번에 문제가 된 영화중의 하나인 XXXX의 경우 남녀 주연이 전라로 촬영했음이 밝혀졌다』 는 귀절을 읽고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일찌기 배우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카메라」앞에 선 것을 본 일도 들은 일도 없다. 더욱이 정사「신」을 찍기위해 남녀배우가 알몸이 됐었다면 그것은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제아무리 이론을 펴도 그렇게 수치스러운 모양을 하고 여러 사람 앞에서 연기를 했다면 그것은 마땅히 음화취급을 받아야 하지않을까? 그러나 설마 그럴수가 있었을까? 물론 감독들은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부득이「베드•신」도 찍어야 하고「키스」도 실감있게 연출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조작된 기술이지 실지의 행위는 결코 아니다. 관객에게 실감을 주려는 나머지 배우들에게 실기를 시키는 감독도 없을뿐더러 감독이 시켰다고 선뜻 응할 사람은 하나도 없다. 부부배우가「카메라」앞에서「키스」를 할때도 그들은 결코 실기를 하지않는다. 그러고 보면 연기란 어디까지나 흉내에 지나지 않는 것. 가령 전투영화에서 적을 사살하는 장면은 촬영할 때 우리는 한사람도 희생자를 내지않고도 얼마든지 치열한 전투장면을 묘사한다. 이것이 바로 감독의 연출능력이라고 한다면 어느 의미에서 관객의 눈을 잘 속이는 사람이 명감독인 지도 모른다. 情事(정사)신은 배우의 고생문 얼굴은 닿아도 몸비틀려 나의 체험을 토대로 정사「신」의 촬영 현장과 그 작업과정을 우선 소개해보자. 머리는 하나 몸은 둘이란 말이 있다. 이것은 남녀의 정사「신」을 연출할 때 배우들의 위치를 두고 말한 것이다. 즉 얼굴과 얼굴은 서로 맞닿은 것 같이 보여 놓고 두사람의 몸은 따로 따로 분리돼 있다. 오히려 두사람의 몸이 서로 닿을까봐 그들은 신경을 곤두세운다. 이런때 까다로운 아가씨 배우들의 신경질은 가히 볼만하다. 끝내는 몸이 비비 꼬이고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고 만다. 옷을 입은 하체가 서로 떨어져서 상체만으로 「러브•신」을 연기하는 곡예는 우스꽝스럽기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곡예와 같은 연기를 척척해내는 배우가 적지 않다. 우리들은 아무리 노골적인 정사「신」을 모아도 촬영할 때의 현장이 떠오르기 때문에 아무런 흥미도 느낄 수가 없으며 오히려 연민의 정으로 그러한 장면을 바라보게 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남우중에도 신성일 최무룡 신영균 남궁원 박노식 김진규 제씨의 「러브•신」은 볼품이 좋아 무도회에서 「파트너」를 맵시있게 「리드」하듯 촬영현장에서도 부담없이 쉽게 해치우지만 신인인 경우 감독의 고심은 보통이 아니다. 하기야 여러 사람이 바라보는 앞에서 애무하는 연기를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는 배짱이란 쉬운 것이 아니다. 더욱이 상대역 선배 여배우게게 미안스럽고 황송하기만 해서 우선 접근하질 못한다. 이런때 신인의 떨리는 손을 꼭잡아주고 서서히 연기할 수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여배우에 D양이 있다. 그녀는 자칫 쑥스러워지기 쉬운 장면을 부드럽게 수습하는 지혜가 있다. 배우가 옷을 벗는다는 것은 정사장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샤워」나 목욕「신」을 찍을 때도 여배우들은 모두 중무장을 하고「카메라」「플레임」속에서만 벗은 것 처럼 행세하지만 남배우들이 상의쯤 벗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옷입고 목욕하는 법 없다.” 故 金勝鎬(고 김승호)씨는 정말벗어 우리의 명우 김승호선생은 연기의 실감을 내기 위해 목욕「신」을 찍을 때 번번이 전라가 되시곤 했다. 도시 옷을 입고 목욕탕에 들어가는 사람이 있느냐고 호통을 치시던 얼굴이 선하다. 하기야 남자들 끼리고 보면 정사「신」도 아닌 그러한 장면에 굳이 옷을 입힐 사람은 없다. 대중탕에 들어간 기분으로 작업을 진행시킬 뿐이다. 최근 오락 일변도의 미국 영화의 체면을 세운『스위머』란 문제작에선 남자 주연 「버트•랭카스터」가 엷은「팬티」하나만 입고 출연하여 화제를 모았다. 영화의 내용은 상류사회의 가정용「풀」을 통해서 현대의 미국 물질문명을 통렬히 비판한 것이지만 이 영화가 크게「히트」한 원인의 하나는 「버트•랭카스터」가 시종 전라에 가까운 육체미를 보여준데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육체의 아름다움이란 여성만이 가진 특권은 아닌 것 같다. 「로댕」의 조각들 처럼 싱싱하고 늠름한 남자들의 체구는 보는사람에게 형용할 수 없는 환희를 안겨다 준다. 그러면서도 그것들이 도시 음탕해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어느 날 편집실에서「필름」을 정리하다가 D양의 찍혀서는 안될 여자의 가슴을 발견하고 당황하여 잘라버린 일이 있다. 「스웨덴」영화가 대담하다고 하지만 남녀 배우는 모두 살색으로 된 엷은 옷을 분명히 입고 있으면서도 나체처럼 행세하지만 우리들의 환경은 그렇지가 못하다. 여자의 가슴에서 「브래저」의 선이 한계를 이루며 「카메라」는 항상 그 윗부분을 포착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어짜하여 여자의 젖가슴이 찍혔을까? 촬영할때 그렇게 시간을 들여 싸매고 가리고 법석을 떨었는데도 실수는 있는 법. 움직이는 피사체에서 숨어야 할 것이 제멋대로 노출되는 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 선데이서울 69년 8/3 제2권 31호 통권 제45호 ]
  • 박지성, ‘FIFA매거진’ 선정 독일월드컵 예비스타 20인

    박지성, ‘FIFA매거진’ 선정 독일월드컵 예비스타 20인

    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독일월드컵을 빛낼 ‘예비스타’로 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간하는 월간 ‘FIFA매거진’ 4월호는 독일월드컵을 빛낼 20명의 예비스타로 브라질의 ‘신성’ 호비뉴(레알 마드리드)와 아르헨티나의 ‘리틀 마라도나’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전차군단 독일의 희망 루카스 포돌스키(FC쾰른) 등과 함께 박지성을 꼽았다. FIFA매거진은 “박지성은 한·일월드컵에서 걸출한 활약을 펼쳤고 거스 히딩크 감독은 PSV에인트호벤 지휘봉을 잡으면서 박지성을 재빨리 데려갔다.”면서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팬과 동료들을 즐겁게 하고 있으며 화려하지는 않지만 강한 도전 정신을 가졌고 팀플레이가 탁월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예비스타 20명 가운데 아시아권에선 박지성을 비롯해 일본의 나카무라 순스케(셀틱)와 이란의 알리 카리미(바이에른 뮌헨) 등 3명이 선정됐다. 본선 G조 상대국에선 토고의 간판 골잡이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아스널)와 스위스의 미드필더 트란퀼로 바네타(레버쿠젠)가 인정받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인도판 ‘유전무죄’ 재심 결정

    |뉴델리 이석우특파원|살인죄의 정황 증거가 충분한데도 고위층 아들이란 이유로 피의자들이 석방되면서 인도판 유전무죄 시비를 낳았던 제시카 랄 사건(서울신문 3월15일 14면 보도) 심리가 원점에서 재개된다. 뉴델리 고등법원은 지난 1999년 4월 고위층의 사교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여성 모델 랄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달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석방된 마누 샤르마와 비카스 야다브 등 9명의 피의자에 대해 재심 결정을 내렸다고 현지 언론이 23일 보도했다. 재판부는 피의자 전원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한편 다음달 18일까지 법정에 출석하라고 명령했다. 특히 조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경찰관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착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심 재판부는 이들 피의자를 석방하면서 “경찰 조서가 형편없고 검찰도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들은 유력 정치인과 재력가의 아들들이 피의자들이어서 고위층의 압력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제기, 연일 촛불시위를 벌였다. 특히 바텐더로 일했던 랄이 술시중을 들라는 이들의 요구를 거절했다가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건 직후 증인으로 나선 목격자 대부분이 나중에 진술을 번복했다. 이에 따라 증인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여론마저 조성됐다.jun88@seoul.co.kr
  • 쿠바야구의 힘

    #퀴즈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공통점은? 정답은 둘 모두 골수 야구팬이다. 카스트로 의장은 한때 메이저리그 트라이아웃에 도전했던 투수 출신이며, 부시 대통령 역시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주를 지냈던 야구광.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앙숙’인 두 나라는 또한번 으르렁댔다. 미 재무부가 경제 제재국인 쿠바의 출전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 쿠바는 우여곡절 끝에 WBC 배당금을 허리케인 카트리나 구호기금에 쓰기로 약속한 뒤 겨우 초청장을 받았다. 하지만 희비는 엇갈렸다. 미국은 2라운드 일본전에서 오심에 힘입어 간신히 1승을 챙겼지만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쿠바는 강력한 우승후보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를 거푸 꺾고 결승티켓을 거머쥐었다. 빅리거들이 즐비한 WBC에서 쿠바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아마팀 4000여개에 등록선수 12만명이 쿠바야구의 현주소다. 쿠바 인구가 약 1200만명이니 여자를 빼면 대략 50명 중 1명이 선수인 셈. 국내 프로야구격인 ‘시리에 나치오날’에 16개의 국립클럽팀이 있으며 팀별로 연간 90게임을 치른다. 쿠바야구의 힘은 국민들의 뜨거운 야구사랑과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에 있다. 야구를 ‘자본주의 마약’으로 금지했던 다른 공산국가와 달리 1959년 혁명 이후에도 미국에 맞설 상징적인 스포츠로 활성화됐다.1980년대 국제대회 151연승의 엽기적인 기록과 세계선수권 17회, 올림픽 3회 우승은 쿠바야구의 저력을 말해준다. 쿠바 선수단은 WBC 출전국 가운데 유일하게 개인인터뷰가 허용되지 않았고 숙소에만 머문 채 외출도 하지 않았다. 빅리그급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즐비해 혹시라도 있을 망명을 경계했던 것. 미국은 안방에서 열린 WBC에서 쿠바의 우승을 절대 바라지 않는다. 토미 라소다 WBC 홍보대사가 “쿠바의 우승은 보기 싫다.”고 노골적으로 말한 것은 미국 주류사회의 인식을 반영한다.‘붉은 군단’ 쿠바가 21일 일본을 꺾고 아마에 이어 프로까지 정복할지 궁금하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세계는 ‘실탄’ 없는 에너지전쟁중] 한국 유전투자 日의 15분의 1… 공공투자는 28배差

    [세계는 ‘실탄’ 없는 에너지전쟁중] 한국 유전투자 日의 15분의 1… 공공투자는 28배差

    한국의 지난 1월 원유 도입액은 지난해 같은달(23억 8100만달러)보다 무려 74.5%나 증가한 41억 9600만달러였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9월의 41억 6500만달러를 뛰어 넘었다.2월 역시 44억 8100만달러로 최고치 경신을 이어갔다. 이같은 고유가 여파로 1∼2월 무역수지 흑자는 8억 8000만달러로 지난해 1∼2월 50억 800만달러의 5분의1에도 미치지 못했다. 말 그대로 한국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지난 16∼17일 3년 만에 개최된 해외 주재 상무관 회의에서도 에너지·자원 확보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서울신문은 러시아·캐나다·사우디아라비아·브라질·인도네시아 등 자원부국 상무관과 중국·일본·인도 등 자원 확보에 여념이 없는 국가 상무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좌담회’를 갖고 숨가쁘게 돌아가는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전쟁 현황과 우리의 대응 방안을 모색해 봤다. ●오영호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실장 최근 주요국의 에너지 자원 확보 경쟁은 수요-공급이 불균형을 이룬데다 에너지 자원이 중동, 러시아 등 지역적으로 편재되고, 이를 둘러싸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것이 주된 요인이다. 특히 미국의 대 중동 영향력 확대와 중국의 사활을 건 에너지 확보 노력이 최근의 고유가와 맞물려 자원전쟁으로 격화되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강대국간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군사력도 하나의 수단으로 동원될 소지가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원유 확보와 중국 견제로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중국-일본간에도 시베리아 송유관 노선결정 문제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센카쿠 열도의 영유권 분쟁 등 자원확보 경쟁이 뜨겁다. ●김동선 주 중국 상무관 2000∼2005년 중국경제는 연평균 9% 성장했고 에너지 소비 증가율은 11%에 이르렀다. 중국도 석유 생산국이지만 워낙 수요가 많기 때문에 지난해 수입의존도가 42.9%나 된다. 때문에 외교력과 경제력을 총동원해 에너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매년 초 외교부장이 아프리카를 순방하고 있고 원자바오 총리와 후진타오 주석도 이미 아프리카를 순방한데 이어 올해도 후진타오 주석이 아프리카 10개국을 돌아볼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미국의 정유사 유노칼을 인수하려 했지만 미 정부의 제재로 실패한 이후 반미 성향인 아프리카 수단, 남미 베네수엘라, 이라크·이란, 인도·카자흐스탄 등과 활발한 에너지 외교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8100억달러에서 올해 1조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외환보유고를 활용한 해외 자원 투자도 무섭다. 중국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차이나(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의 유전 투자(2004년)는 72억달러로 한국석유공사(6억 6000만달러)의 11배나 된다. 확보한 매장량도 109억배럴로 석유공사(7억배럴)의 15배가 넘는다. ●서석숭 주 일본 상무관 일본은 세계 2위 석유수입국으로 수입의존도가 높고 특히 중동 의존도가 88%나 되는 등 우리와 유사한 구조다. 다만 석유비축량이 153일치나 되고 에너지소비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최근 국제유가 인상 등에 대한 절박함이 우리보다는 덜한 편이다. 배럴당 80달러까지는 버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석유의 중동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사할린 석유·가스개발 프로젝트, 카자흐스탄·카스피해 유전 지분매입 등 해외 유전 탐사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 아자데간 유전 투자를 감행했는데 고이즈미 정부의 친미성향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군사안보는 미국의 힘으로 해결되지만 에너지자원은 직접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2000년까지 일본이 해외 유전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501억달러로 한국(32억달러)의 15배가 넘었다. 이 가운데 공공부문의 투자는 200억달러로 한국(7억 2000만달러)의 28배나 됐다. ●이병철 주 인도 상무관 인도는 이제 완전한 고도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연간 8% 이상 경제성장이 확실시된다. 당연히 에너지 소비도 늘어 인도의 석유 수입의존도는 2004년 70%에서 2030년이면 94%로 늘어날 전망이다. 때문에 자국내 미개발 유전을 적극 탐사하기 위해 72개 광구를 국내외 업체에 분양했다. 해외 투자도 활발한데 국영 석유회사인 ONGC는 이란·이라크·러시아·수단 등 10개국의 탐사·생산 사업에 참여했다. 또 다른 석유회사인 IOC는 LNG구매와 유전 투자를 더해 25년간 300억달러를 투자하는 계약을 이란과 체결했다. 원자력에 대한 관심도 대단한데 9개의 원전을 건설중이다. ●오영호 실장 자원 확보에 목을 맨 국가들과 달리 러시아 등 자원 부국들은 에너지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등 에너지 자원을 국익 극대화를 위한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 ●유종주 주 러시아 상무관 중동의 불안으로 자원부국인 러시아의 위상이 굉장히 높아졌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26%), 석유 매장량 6위(6.1%)다. 정부가 세계 최대 가스회사인 가즈프롬 지분 10.74%를 추가 매입해 지분을 50% 이상으로 늘리는 등 에너지 자원을 국유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핵무기로 세계를 지배했다면 이제 에너지 자원이 무기가 되는 셈이다. 올초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우크라이나 가스 공급 중단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유럽쪽에 편중돼 있던 에너지 공급과 송유·가스관을 아·태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인데 2020년까지 약 1300억달러가 투입된다. 사할린 개발사업에는 일본에서도 자금을 대고 있다. ●염동관 주 브라질 상무관 국제 원자재난으로 외국기업의 남미 자원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12개국 가운데 8개국에 좌파정부가 출현 또는 수립될 예정이어서 에너지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볼리비아에서는 비록 실행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외국기업을 국유화하겠다는 ‘섬뜩한’ 발언까지 나왔다. 반미성향이 강한데다 서방기업들이 자신들의 자원을 착취했다는 의식도 강하다. 중국이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김동용 주 사우디아라비아 상무관 세계 원유 매장량의 60%, 가스매장량의 37%가 중동에 묻혀 있다. 중동국가들은 러시아나 남미와 달리 에너지를 무기화하기보다는 적정가격을 유지하면서 석유로 인한 국가 재정수입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요즘 들어 달라진 부분이라면 대표적인 친미국가인 사우디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도, 중국과 손잡고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사우디 초대 국왕이 미국과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를 유언으로 남길 정도이기 때문에 대미 관계가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동 국가들은 경제의 석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IT산업 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로서는 좋은 기회다. ●신동학 주 인도네시아 상무관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석유의 1.8%를 생산하는 17대 산유국이자 아시아 유일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지만 기존 유전의 노후화와 신규 유전 개발 부진으로 2004년 석유 순수입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눈에 띄는 에너지 정책은 지난해 10월 석유 소비자 가격을 2100루피아에서 4500루피아로 2배 이상 올려 버린 것이다. 그동안 정부 보조금으로 석유 소비가격을 낮게 유지해 왔는데 이로 인해 재정이 악화되자 이같은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앞으로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천연가스로 에너지원을 다변화할 방침이다. 원자력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2016년 가동을 목표로 우리와 물밑에서 협상중이다. ●문승욱 주 캐나다 상무관 우리는 잘 모르지만 캐나다는 세계 9위 석유 생산국이자 사우디에 이어 2위 부존국이다. 천연가스 생산도 3위다. 다만 해외고객이 미국밖에 없기 때문에 ‘소문’이 안났을 뿐이다. 캐나다산 원유·가스가 미국 전체 소비의 15%를 차지한다. 캐나다 원유는 중동과 달리 오일샌드(아스팔트라 불리는 역청이 모래 등과 결합된 형태)로 존재하는데 분리 비용이 배럴당 25달러나 돼 그동안 외면받았지만 고유가로 ‘몸값’이 크게 뛰었다. 내년쯤이면 캐나다 원유 생산의 절반을 오일샌드가 차지할 것이다. 캐나다가 에너지 수출의 100%를 미국에 의존하기 있기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던 차에 중국이 나타났다. 지난해 후진타오 주석이 방문해 오일샌드 개발을 합의했다. 캐나다 정부도 미국 방향으로만 뻗어 있던 송유관을 태평양 연안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오영호 실장 에너지 확보와 함께 수요관리도 중요한데 각국의 에너지 절약 시책을 소개해 달라. ●김동선 상무관 중국은 현재 68%에 이르는 석탄화력 의존도를 줄이고 천연가스,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각 성에서 남발되던 화력발전소 건립을 중단시키는 등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대신 원전 31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2010년까지 단위 GDP당 에너지 소모량을 지난해 말 대비 20% 줄인다는 목표다. ●서석숭 상무관 일본은 승용차의 에너지 소비를 2010년까지 95년 대비 22.8% 낮춘다는 방침이다. 하이브리드카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세제우대는 물론 보조금까지 주고 있다.2010년까지 태양광주택 100만가구를 보급하고 대체에너지 비율을 7%까지 높일 방침이다. ●오영호 실장 일본은 전기요금이 워낙 비싸서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개발 욕구가 우리보다 강할 것이다. 한국은 1982년 한전이 공사로 전환한 이후 지난해까지 전기요금을 8차례 올렸고 11차례나 내려 요금 인상이 0.5%에 그쳤다. 대체에너지는 발전단가가 높기 때문에 막대한 정부 보조금이 필요한데 산업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유지했던 각종 에너지요금 지원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세계 에너지 질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에너지 안보전략을 모색해야 한다.20년 이상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올해 말까지 수립해 내년 상반기중 확정할 계획이다. 최근의 에너지 위기는 역으로 우리에게 기회일 수도 있다. 산유국들이 석유 가채 매장량이 고갈될 수 있다는 인식이 높아져 산업 발전 욕구가 강하다. 조선, 디스플레이,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우리의 강점을 적절히 활용하면 과거처럼 에너지를 ‘구걸’하지 않아도 된다. 자원 부국들이 주로 구미 열강 식민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중국 같은 강대국과의 자원 확보 경쟁에서 유리한 측면도 있다. 물론 메이저급의 자원 개발 전문기업·전문인력 육성이나 막대한 규모의 자원개발 재원 마련 등은 시급한 과제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독신의 탄생/엘리자베스 애보트 글

    “난 독신주의자”라는 말은 여전히 부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지 모른다. 독신에 대해 8년간 연구한 끝에 ‘독신의 탄생’(이희재 옮김, 해냄 펴냄)이라는 책을 펴낸 작가 엘리자베스 애보트에게도 독신은 자연스럽지 못했다. 그렇게 ‘독신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 저자는 연구를 하면서 독신에 대한 선입견과 단순한 정의가 얼마나 협소한 것인지 절감했다고 고백한다. 유구한 역사 동안 세계 어느 곳에서나 독신은 인간생활의 핵심적 요소였으며, 문화와 종교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독신이라는 현실을 이끌어간 집단과 개인을 끈질기게 추적, 독신이 종교적 필요에 의해 지속됐다는 지금까지의 통념을 산산조각 낸다. 세계 곳곳에 존재했던 남녀 독신자들을 탐구함으로써 종교적 관습은 물론, 성욕과 성역할, 보건의식의 변화에 대한 깊은 통찰을 시도한다.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3000년의 역사를 내려오는 동안 성적 절제를 의미하는 금욕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제단의 불을 지켰던 로마의 처녀들은 독신의 서약을 어기면 산 채로 땅에 묻혀야 했다. 감옥에 갇힌 죄수나 궁전의 내시는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독신으로 살아갔다. 또 오페라의 명가수가 되기 위해 거세한 카스트라토 소년이나 그리스도를 마음속에 그리면서 금욕을 선택한 수녀들도 있었다. 강제로 음핵 절제수술을 받았던 아프리카 여성들, 사회운동을 위해 독신을 주장한 페미니스트들, 경기에서의 승리를 위해 정액을 아끼는 운동선수들까지 독신자의 삶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역사적 위인 중에도 독신의 길을 택한 사람이 적지 않다. 잔다르크, 엘리자베스 1세, 나이팅게일 등은 모두 독신이었다. 마하트마 간디는 자신의 절제력을 실험하기 위해 처녀들과 알몸으로 한방에서 잤다. 또 독신과 금욕이 조금이라도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개인의 욕망과 맞닿은 인물들도 있다. 레프 톨스토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이작 뉴턴, 루이스 캐럴 등은 동성애와 배신, 사회제도의 극복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독신을 택했다. 이와 함께 중세 수녀들 중에는 속세와 달리 교육을 받고 여행도 다니며 평등한 권리를 누리는 생활에 끌려 수녀원에 들어간 사람도 적지 않았다.19세기 후반 영국사회에서도 중산층 젊은 여성들은 재산권에서 투표권에 이르기까지 여성을 옥죄는 남성 중심의 사회 규범에 반감을 느끼고 대거 독신을 선택했다. 저자는 각자의 필요와 동기에 따라 독신과 금욕을 선호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스스로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득히 먼 과거에서부터 현재, 미래에 이르기까지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칠 성 정체성을 뒤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3만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대학가 ‘강의 리모델링’ 붐

    “너희는 교수님한테만 배우니?우리는 외국 대사한테도 배운다.”새학기를 맞아 대학들이 ‘강의 리모델링’에 나섰다. 간헐적으로 외부 인사를 초청하던 흥미와 이름값 위주의 기존 특강 형식에서 벗어나 주한 외국인 대사들을 강사로 초빙한 ‘명품 강좌’를 정규과목으로 개설하는가 하면 학계 원로인사들의 릴레이 강연을 마련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사고와 관심의 폭을 넓혀주기 위한 것으로 학생들은 좀체 접할 수 없는 특별한 기회를 반기고 있다. 하지만 체계적인 준비 없이 형식만 바꾼 강의는 가차없이 외면받는다. ●대사초빙 ‘명품강좌’, 학계 원로인사 릴레이 강연도 경희대가 이번 학기에 처음으로 도입한 ‘글로벌 리더십’ 강의는 각국의 주한 대사들이 매주 강사로 나서는 1학점짜리 정규과목이다. 지난 8일에는 마리우스 그리니우스 주한 캐나다 대사가 양국간 현안에 대해 강의했고,15일에는 이갈 카스피 이스라엘 대사가 중동 정세를 소개했다. 현재 태국, 핀란드, 스페인, 스웨덴 대사 등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60명 정원인 이 강좌는 수강신청을 시작하자마자 인원이 다 찼다. 수업을 듣고 있는 사학과 정수민(20·여)씨는 “사실 영어에 관심이 있어 수강신청을 했는데 시사지식까지 얻게 됐다.”면서 “만날 기회가 없는 외국 대사들이 강사로 나서니 참 흥미롭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지난해 시작한 특별강좌 ‘명륜강좌’를 통해 정규강좌를 보완하고 있다. 이번 학기 주제는 ‘원로 지성과의 만남’으로 학생들이 평소 만날 수 없는 학계 원로들을 초빙했다. 지난 13일에는 대한민국학술원 회장인 김태길 서울대 명예교수가 강사로 나서 ‘한국인의 인성’을 주제로 강의했다. 앞으로 원로철학자 박이문 연세대 특별초빙교수, 사회학의 거목 이만갑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을 지낸 류승국 성균관대 명예교수 등이 강단에 서게 된다. 성균관대 신방과 김서라(25)씨는 “원로 지성에게서 직접 강의를 듣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기회라 참여했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주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특별한 체험과 경륜을 가진 인사들의 강의가 학생 교양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으며 앞으로 꾸준히 색다른 강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급한 형식파괴, 도리어 학생 외면받기도 하지만 명확한 주제 없이 강의 형식면에서만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가 학생들의 외면을 받는 경우도 있다. 서울대는 특강 형식을 정규 과목에 도입한 ‘관악모둠강좌’를 마련했으나 최소 수강인원을 채우지 못해 폐강되고 말았다. 이 강좌는 한 가지 주제나 인물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는 옴니버스 형식의 기초교양과목으로 지난해 2학기 다산 정약용에 대한 강의를 개설하며 도입됐다. 올해 ‘엘니뇨, 세계를 바꾼 기후현상’‘생물학적 관점에서 본 생명과 사회’‘북한의 이해’ 등을 주제로 강좌 3개를 열었지만 학생들의 참여가 너무 낮았다. 서울대 기초교육원 관계자는 “정확한 주제가 없었고 학생들이 강좌에 대해 미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강의계획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참여가 적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WBC] 역시 박찬호… 위기서 진가

    “팀이 이기는 게 우선이고 보직은 중요하지 않다.”. 박찬호(샌디에이고)는 멕시코와의 일전을 앞두고 이렇게 필승의지를 드러냈다. 메이저리그에서 선발요원으로 활약했던 그에게 마무리는 낯선 보직. 그러나 ‘거물급 투수’답게 마무리로 보직을 바꿔 3세이브를 올리면서 자신의 진가를 확인시켰다. 2-1의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한국 벤치는 9회초 마지막 수비에서 일본전에 이어 다시 한번 박찬호를 선택했다.비록 1개의 안타를 허용했지만 2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깔끔하게 뒷문을 틀어막았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2㎞로 전성기때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날렸고, 구석을 찌르는 제구력도 뛰어났다. 투구수도 16개에 불과해 14일 열리는 미국전에 여차하면 또 한번 마무리로 등판할 수 있게 됐다.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한국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박찬호는 첫타자 호르헤 칸투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멕시코 응원단의 야유를 잠재웠다.팀 동료 비니 카스티야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한 데 이어 내야땅볼과 포수 실책으로 2사 3루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5번타자 제로니모 길(볼티모어)과 풀카운트(2-3)까지 가는 접전끝에 절묘한 코너워크로 헛스윙 삼진을 뽑아냈다. 지난해 텍사스에서 샌디에이고로 팀을 옮긴 박찬호는 평년작인 12승8패의 성적을 냈다.올 시즌에도 팀내 선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거가 수두룩한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위력적인 투구,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 두둑한 배짱으로 선발 경쟁에서 한발 앞서가게 됐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부고]

    ●백일승(제이씨엔터테인먼트 부사장)두만(부산삼성치과 원장)씨 부친상 최지성(삼성전자 DM총괄 사장)김호용(본초약국 대표)유무영(식품의약품안전청 사무관)씨 빙부상 김양신(제이씨엔터테인먼트 대표)씨 시부상 13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5일 오전 8시 (02)3410-6916 ●문춘식(전 MBC 상임감사)씨 별세 형건(마제스타인베스트먼트 이사)형남(숙명여대 교수)형진(삼성SDI 과장)씨 부친상 김창덕(김창덕치과의원 원장)씨 시부상 12일 강북삼성병원, 발인 15일 오전 9시 (02)2001-1091 ●홍성숙(전 강원은행장)씨 별세 정기(보건복지부 UNESCAP파견과장)성훈(TOM 대표)씨 부친상 조욱제(웨이브미디어 대표)씨 빙부상 1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5일 오전 8시 (02)3410-6906 ●송정윤(전 현대백화점 전무)씨 모친상 13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5일 낮 12시45분 (02)3010-2294 ●배한성(전 창원 시장)씨 부친상 12일 창원 한마음병원, 발인 15일 오전 10시30분 (055)286-5102 ●김석형(전 동아일보 판매국 차장)석훈(자영업)석희(〃)씨 모친상 성호(자영업)계호(싸이버로지텍 물류사업팀 수석)영호(한화 항공우주사업팀 대리)철호 봉철(연세대 치대병원 구강안면외과)씨 조모상 13일 고대안암병원, 발인 15일 오전 6시 (02)929-0099 ●정기혁(마카스시스템 전무이사)기송(현대제철 차장)씨 부친상 13일 고대안암병원, 발인 15일 오전 6시30분 (02)923-4442 ●김용진(볼보건설기계 상무)씨 부친상 12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4일 낮 12시 (02)3410-6914 ●강기삼(무안기업도시개발 대표)씨 부친상 13일 전남 순천 성가롤로병원, 발인 15일 오전 10시 (061)720-2296 ●홍성표(전 해태유업 이사)현우(군인공제회 경영지원본부장)창표(SK텔레콤 대전지부 팀장)혜숙(서울신구초등학교 교사)명숙(강릉 남당초등학교 〃)씨 모친상 12일 강릉 아산병원, 발인 14일 오전 8시 (033)644-2835 ●조문기(한국은행 외화자금국 실장)탁래(사업)씨 부친상 안흥준(사업)옥덕천(서울시 감사실)씨 빙부상 13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5일 오전 8시 (02)3010-2291 ●박흥길(GS칼텍스 전무)흥호(대양운수 부장)씨 부친상 13일 의정부 삼성병원, 발인 15일 오전 8시 (031)851-9871
  • EU ‘에너지 안보’ 공동대처 깃발

    EU ‘에너지 안보’ 공동대처 깃발

    유럽연합(EU)이 심화되는 에너지 안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특단의 처방전을 내놓았다. 핵심은 회원국 정부가 행사해온 에너지 정책 결정권을 EU로 이양하는 것이다. 역내(域內)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얻기 위해 개별 국가의 이익을 초월한 공동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안보의 핵심으로 간주돼온 에너지 부문에서 역내 통합이 이뤄지면 ‘하나의 유럽’을 향한 획기적 진전이 이루어지는 셈이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공동 인프라 확충 1200조원 투입 EU 집행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에너지 분야 정책구상 보고서(그린 페이퍼)를 통해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를 위한 공동 대응을 주문했다. 구체적 방법으로 EU는 단일한 에너지 정책 조정관과 감시기구의 구성, 범(汎)유럽 차원의 에너지 계획 마련을 제시했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은 더 이상 25개 회원국마다 제각각인 에너지 정책을 감내할 능력이 없다.”면서 “수요 폭증과 공급 불안정,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급 불안감을 부채질해온 시설 인프라 확충을 겨냥해 1조유로(약 1200조원)를 투입하는 방안도 제시됐다.EU는 이 돈을 단일 전기시설망 구축과 북아프리카와 중동, 카프카스 지역과 유럽을 연결하는 가스·송유관 가설에 충당할 계획이다. 갑작스러운 공급 중단 사태에 대비해 모든 회원국이 공유할 수 있는 긴급 가스 비축 방안도 마련된다. EU는 주요 에너지 공급자인 러시아 등과의 에너지 협상권도 요구했다. 각국의 개별 협상보다 단일 창구를 통하는 것이 유리한 거래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바로수 위원장은 이번 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너지 협력을 논의한다. ●러-우크라 분쟁 등으로 위기감 유럽 차원의 공동 에너지 정책에 관한 논의는 최근 2년새 국제 에너지 가격이 2배 가까이 급등하고, 북해 유전 등 역내 자원의 고갈이 가시화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연초 유럽 일부지역의 가스 공급 중단을 부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 중동의 정세 불안과 중국·인도의 에너지 기업 인수전도 위기감을 부채질했다. 현재 유럽 전체의 수입 에너지 의존도는 40%를 넘는다. 전문가들은 2030년쯤에는 70%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주권’ 이양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이 보유한 북해 유전의 생산량 급감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유럽 25개국 정상회담에서 EU에 공동 에너지 정책 수립을 가장 먼저 제안한 사람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였다. ●“초유럽 거대 권력 출현할 수도” 집행위는 이번 보고서를 오는 23·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 보고하고 승인을 요구할 계획이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많은 정부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일부 회원국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방향성 자체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당장은 아니더라도 EU의 제안이 수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회계법인 어니스트 앤드 영의 제이시 파머는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인프라 확보를 위해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등 핵심적인 문제들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평가했다. 영국 보수당의 에너지 전문가 앨런 덩컨은 “초유럽적 에너지 권력을 쥐고 흔들 새로운 관료주의가 출현할 수 있다.”며 우려섞인 시선을 던졌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WBC] ‘SUN’의 ‘先’고민

    한국 야구드림팀이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라운드를 1위로 통과한 원동력은 마운드 운용에 있었다. 투수 출신인 김인식 감독-선동열 코치는 고비마다 점쟁이처럼 완벽한 구원 카드를 뽑아들었고, 그 결과 예선 3경기에서 단 3실점(방어율 1.00)으로 틀어막았다. 오는 13일 시작되는 2라운드에선 투구수 제한이 80개로 늘어나지만 여전히 ‘맞춤선발’과 ‘황금계투’에 한국팀의 명운이 달려있다.7일 미국에 입성한 한국팀의 코칭스태프는 4강 진출을 위해 2·3차전에 포커스를 맞추면서도 B조 1위가 유력한 13일 미국전에서 투수 소모를 최소화하는 게 지상과제다. 현재로선 잠수함투수 정대현(SK)이 중용될 전망. 프로 통산 8승6패 방어율 2.52에 그친 정대현이 발탁된 이유는 오로지 미국을 겨냥해서다. 정대현은 2000시드니올림픽 미국전에 두 차례 선발로 나서 13과 3분의1이닝을 단 2실점으로 틀어막아 ‘미국킬러’라는 별명을 얻었다. 평균구속은 130㎞ 안팎이지만 공끝이 지저분해 ‘잠수함’ 투수에 익숙지 않은 미국에 제격이다. 14일 2차전은 B조 2위로 캐나다와 멕시코 가운데 누가 올라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캐나다는 간판 제이슨 베이(피츠버그·32홈런 타율 .306)를 포함해 29명 엔트리에 오른손 타자가 단 3명(스위치히터 포함)뿐인 좌타자 일색 라인업이 예상된다. 지난시즌 빅리그에서 우타자(피안타율 .272)보다 좌타자(.233)를 상대로 재미를 봤던 ‘컨트롤아티스트’ 서재응(다저스)이 선발로 점쳐진다. 멕시코 타선은 캐나다와 무게중심이 정반대다. 비니 카스티야(워싱턴·12홈런 .253)와 호르헤 칸투(탬파베이·28홈런 .286) 등 오른손 타자들이 중심타선을 구축한다. 왼손(피안타율 .308)보단 오른손타자(.244)에 강점을 지닌 ‘핵잠수함’ 김병현(콜로라도)의 등판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16일 일본과의 리턴 매치에서는 도쿄돔에서 나이를 잊은 위력투를 선보인 구대성(한화)이 전격 선발에 나설 수 있다. 구대성은 일본전에서 무모하다 싶을 만큼 과감한 몸쪽 승부로 2이닝을 퍼펙트로 틀어막는 등 ‘일본킬러’의 면모를 유감없이 뽐냈다. 선발 로테이션의 최대변수는 투수들의 당일 컨디션이지만 ‘코리안특급’ 박찬호(샌디에이고)의 보직에 따라 큰 그림이 달라질 수도 있다.1라운드에서 최고구속 147㎞의 위력적인 포심패스트볼로 간단하게 2세이브를 챙긴 박찬호를 선발로 돌릴지, 아니면 뒷문 단속을 계속 맡길지 ‘김인식-선동열 콤비’의 선택이 궁금하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카프카의 심판(SBS 밤 12시55분)20세기 초반 문제 작가였던 프란츠 카프카는 ‘내추럴 본 이방인’으로 지냈다. 당시 그가 살았던 프라하가 오스트리아에 속해 있었다. 때문에 그는 체코에 사는 유대인으로 독일어를 사용했다. 주위 체코인들에게는 독일인으로 배척됐고, 오스트리아인에게는 보헤미아 사람으로 기피대상이 됐고, 독일인으로부터는 유대인으로 경멸당했다. 유대인에게서는 무신론자로서 외면당했다. 그래서인지 난해한 그의 작품은 인간사회의 부조리함과 존재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하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은 ‘비디오 드롬’(1983)을 통해,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카프카’(1991)를 통해 카프카가 느꼈던 감정을 옮긴 바 있다. ‘카프카의 심판’은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영국 극작가 해롤드 핀터가 시나리오로 각색했고, 데이빗 존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프라하에서 촬영된 이 작품은 고풍스럽고 그로테스크한 영상을 선보인다.TV시리즈 ‘듄’,‘트윈픽스’ 등으로 유명한 카일 맥라클란이 주연을 맡았고 ‘한니발 렉터’ 앤터니 홉킨스도 나온다. 요제프 K는 서른 살 생일날 아침 갑작스럽게 낯선 사나이들에게 체포된다. 직장인 은행에는 출근할 수 있게 됐지만 K는 무슨 죄로 체포됐는지를 알지 못해 답답하다. 법원에 출두한 K는 공권력의 부당함을 호소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판사들은 재판 중에 음란 도서를 뒤적거리고,K의 숙부마저 변호인을 소개시켜주는 과정에서 변호사 정부와 눈이 맞는다.K는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권력 손아귀에서 허덕이는데….1993년작.120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형사(EBS 오후 1시50분)“아모레 아모레 아모레 아모레 미오…”로 구슬프게 시작되는 주제곡 ‘죽도록 사랑해서’(Sinno Me Moro )로 유명한 작품이다. 또 하나 이 작품이 영화 팬들의 기억에 남는 이유는 이탈리아 육체파 배우 C.C(클라우디아 카르디날)가 자신이 존재를 알린 영화이기 때문이다. 로마 기동경찰대 인그라발로 반장(피에트로 제르미)은 고급 아파트 강도 사건을 조사하지만 성직자인 피해자는 사건을 숨기려 한다. 이웃집 하녀 아순티나(클라우디아 카르디날)의 애인 지오메데(니노 카스텔누오보)가 범인으로 지목됐으나 알리바이가 성립되는 바람에 풀려난다. 일주일 뒤 같은 아파트에 살던 릴리아나 반두치(엘리오노라 로씨 드라고)가 살해당하는데….1959년작.110분.
  • 日새역모 회장·부회장 해임

    |도쿄 이춘규특파원|역사왜곡으로 비판받은 후소샤판 교과서를 간행하는 일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지난해 저조한 채택률 여파로 갈등을 겪던 끝에 지도부가 대부분 교체되는 등 심각한 내분사태를 겪고 있다. 1일 새역모와 후소샤교과서 채택 저지운동을 벌인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새역모는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야기 슈지(43) 회장과 후지오카 노부카스(62) 부회장, 미야자키(56) 사무국장의 해임안을 가결했다. 새역모는 당초 이들이 사임했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이날 회장 해임안에 대해선 찬성 6, 반대 5, 기권 3명 등 박빙의 표결전이 전개됐다. 이에 앞서 1월17일 이사회에서는 명예회장(니시오 초대회장)이 사임했었다. 야기 회장이 미야자키 사무국장과 함께 지난해 12월 중국을 방문, 현지 지식인 그룹과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토론을 벌였다가 뒤늦게 이러한 사실이 월간지에 보도된 사건이 해임 사태의 빌미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지난해 후소샤판의 채택률이 저조했던 것을 놓고 회장과 일부 부회장 사이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결국 지도부의 해임을 가져왔다는 평이다. 후소샤판 교과서 채택저지 운동의 핵심 다와라 요시후미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21’ 사무국장은 “새역모가 대혼란을 통해 활동이 크게 후퇴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와해될 가능성까지 있다.”고 주장했다. 새역모가 내분을 겪는 것에 대해 다와라 국장은 “지난해 중학교 역사교과서 채택 때 ‘10% 이상은 확실하다.’고 새역모는 주장했었다.”면서 “그러나 참패(실제 채택률 0.39%)한 것에 대해 책임 소재가 추궁되면서 내분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후임 회장에는 가와사키중공업에서 20년간을 근무한 뒤 BMW 도쿄지사장 등을 지낸 다네가지마 오사무(71)씨가 선출됐다. 그는 역사·교육전문가는 아니고, 초대 니시오 전 회장과 가까운 사이다. 따라서 그의 회장 선출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부회장, 사무국장은 공석이다.taein@seoul.co.kr
  • [책꽂이]

    |유아·아동| ●동물(루시 믹클레스웨이트 글·그림, 허은미 옮김, 토마토하우스 펴냄) 처음으로 미술을 접하게 되는 유아용 그림책. 앤디 워홀, 마쓰모토 호지 등 18개 명화에 등장하는 개성 뚜렷한 동물 그림이 미술적 감식안을 키워준다. 보티첼리, 모네, 고흐 등의 그림을 통해 기본색의 개념을 일러주는 ‘색깔’이 함께 나왔다.4세까지.8000원. ●수학 너 재미있구나(그렉 탱 글, 해리 브릭스 그림, 신한샘 옮김, 달리 펴냄) 미국 하버대 출신 수학자가 쓴 어린이 수학개념서. 구구단을 이용하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계산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림책처럼 대담하고 화려한 그림들에 눈이 즐겁다.7∼10세.9000원. |초등·청소년| ●재미있는 물질 이야기(박용기 글, 임근선 그림, 고래실 펴냄) ‘아빠가 들려주는 과학사 편지’시리즈 세번째. 딱딱한 과학적 사실들을 인물 위주로 풀어내, 흥미진진하게 호기심을 풀어준다. 바다는 왜 출렁일까, 높은 산의 바위는 무엇으로 이뤄졌을까 등 자연현상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초등3년 이상.8800원. ●단추와 단춧구멍(한상남 글, 김병남·신유미 그림, 어린이작가정신 펴냄) 시인이자 동화작가인 한상남의 창작동화집. 단추를 미워하던 단춧구멍이 단추가 떨어져나간 뒤에야 비로소 더불어 사는 가치를 깨닫는 표제작을 비롯해 9편의 단편이 묶였다. 깨진 화분, 찌그러진 밀짚모자, 운동화 등 일상적 소재들이 정겹다. 초등생.8000원. |실용| ●신경섭, 곰같은 사나이 미국고시 3관왕 되다(신경섭 지음, 새로운사람들 펴냄) 미국에서 공인회계사, 변호사, 특허변호사(patent attorney) 시험에 차례로 합격,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법무법인 발해 대표 변호사)가 들려주는 아메리칸 드림의 겉과 속. 대학(고려대)에 입학하고 얼마후 미국으로 건너간 저자는 세탁소, 모텔, 흑인 마을의 옷가게 점원, 택시 운전 등 닥치는대로 막일을 하며 꿈을 이뤄간다. 책에는 스스로 곰이라 여기며 매사에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자세로 임해 마침내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한 저자의 체험적 인생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9000원. ●행복한 돈 만들기(데이비드 보일 지음, 손정숙 옮김, 디오네 펴냄) 행복한 삶을 위한 대안 화폐시스템 구축 방안을 살폈다. 책은 ‘행복한’ 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테라’와 같은 화폐가치와 실물가치가 연동하는 새로운 통화를 창출하거나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과 같은 무담보 소액 신용대출 등과 같은 대안 화폐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채소화폐, 레츠, 아워즈, 타임뱅크, 타임달러 등 다양한 지역화폐운동들이 그 지역 사회를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생생한 사례들을 통해 일러준다.9800원. ●위대한 리더들 잠든 시대를 깨우다(존 어데어 지음, 이윤성 옮김, 미래의 창 펴냄) 넬슨 만델라는 참혹했던 고난을 겪으면서도 백인사회를 단 한번도 비난하지 않았다. 심지어 수십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게 한 재판에서 그를 기소한 페르시 유타 검사를 훗날 만나서도 이젠 모든 일들이 과거가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 관용의 리더십 사례다. 책은 지식형 리더(소크라테스), 봉사하는 리더(노자, 예수), 신사형 리더(워싱턴), 카리스마형 리더(아라비아의 로렌스) 등으로 나눠 리더십의 본질을 설명한다.1만 3000원. ●인생을 맛있게 사는 지혜(김홍신 지음, 해냄 펴냄) ‘난향천리(蘭香千里) 인덕만리(人德萬里)’ 난향은 아무리 그윽해도 천리를 가기 어려우나 사람이 베푼 공덕은 만리 밖에서까지 칭송하고 후대에까지 기억된다는 뜻이다. 자식에겐 사람답게 사는 법을 가르쳐 세상에 내보내고 부모의 삶이 자식에게 공덕이 되도록 해야 한다.1981년 ‘인간시장’으로 국내 최초의 밀리언셀러 작가가 된 저자가 들려주는 인생 지혜의 한 토막이다. 책에는 이같은 삶의 경구들이 실렸다.9000원. ●위대한 선택(대니얼 카스트로 지음, 변용란 옮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순간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만들어간다. 역사의 위인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어떤 위대한 선택을 했을까. 책은 몇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선택의 순간에는 한발 물러서서 전체 그림을 보라,‘지도’에 얽매이지 말고 끊임없이 ‘지형’을 관찰하라.‘닭의 30㎝ 시야’를 버리고 ‘독수리의 3㎞ 시야’를 가져라.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고 꼭 보아야 할 것을 보라.‘리허설 없는’ 인생에 방향타가 될 만한 책.9500원.
  • 쿠바의 헤밍웨이/힐러리 헤밍웨이·칼린 브레넌 지음

    쿠바의 헤밍웨이 혹은 헤밍웨이의 쿠바. 바늘에 실 가듯,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를 이야기할 땐 으레 쿠바를 말하게 된다. 헤밍웨이는 비록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마흔 살이던 1939년 쿠바에 정착해 1960년까지 그곳을 터전삼아 생활하고 글을 썼다. 쿠바의 눈부신 바다는 그에게 문학적 영감을 안겨줬고 바다낚시는 강렬한 도전정신을 내뿜게 만들었다. 청새치를 낚아 올리며 상어와 싸운 경험과 쿠바 어민들의 얼굴에 새겨진 깊은 주름, 그리고 조용한 어촌 마을 코지마는 ‘노인과 바다’라는 위대한 작품을 낳게 한 핵심 동력이 됐다.1954년 ‘노인과 바다’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헤밍웨이는 자신은 ‘쿠바인’으로서 이 상을 받은 것이라며 쿠바에 영광을 돌렸다. 쿠바는 그에게 진정한 고향이었던 셈이다. 헤밍웨이의 조카인 다큐멘터리 작가 힐러리 헤밍웨이와 국제헤밍웨이페스티벌 코디네이터로 활동한 칼린 브레넌이 함께 쓴 ‘쿠바의 헤밍웨이’(황정아 옮김, 미디어2.0 펴냄)는 20세기 대표적인 소설가 헤밍웨이의 문학적 여정과 삶의 초상을 다룬다. 책은 아바나 항구에서 호텔 암보스 문도스, 산프란시스코 부두, 핀카 비히아 등 헤밍웨이의 삶의 흔적과 문학적 향기가 배어 있는 곳들을 짚어가며 그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으며 또 어떻게 그것을 작품으로 남겼는가를 살펴본다. 산프란시스코 부두에서 1마일쯤 떨어진 암보스 문도스 호텔은 헤밍웨이가 쿠바에서 맨 처음 머물렀던 곳이다. 헤밍웨이는 1932년부터 1939년까지 쿠바를 방문하는 동안 이 호텔에 머물렀다. 많은 이들은 헤밍웨이가 왜 카지노로 명성을 얻은 나시오날 호텔 같은 유명 호텔을 마다하고 이 곳에 묵었는지 의아하게 여긴다. 책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헤밍웨이는 자유로운 사생활을 즐겼고 옛 아바나의 중심부에 머물고 싶어했다. 암보스 문도스가 낚싯배를 정박시킨 부두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이 도시의 붉은 타일 지붕과 예수회가 지은 오래된 성당, 아바나 항의 입구와 등대, 엘모로 요새까지 아우르는 눈부신 전망 때문에도 헤밍웨이는 이 호텔을 즐겨 찾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헤밍웨이의 자취를 좇는 여행의 정점은 헤밍웨이가 쿠바에서 지낼 때 살던 핀카 비히아다.‘망루(望樓)농장’이란 뜻을 지닌 이 무어풍의 아름다운 집은 그의 세번째 부인이자 종군기자였던 마사 겔혼과 결혼생활을 한 곳이기도 한다. 이 곳엔 9000권의 책이 꽂힌 헤밍웨이의 개인도서관과 더불어 동물 머리와 피카소의 황소 판화 등 예술작품까지 그대로 벽에 걸려 있다. 헤밍웨이가 쿠바에서 문학적 영감을 얻었다면 카스트로는 헤밍웨이에게서 혁명의 영감을 얻었다. 쿠바의 혁명가이자 대통령인 카스트로가 유일하게 존경한 미국인이 있다면 그는 아마도 헤밍웨이일 것이다. 카스트로는 1959년 헤밍웨이의 새치 낚시대회에서 단 한번 그를 만났지만, 그 만남은 카스트로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카스트로는 이후 헤밍웨이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을 보인다. 그는 왜 그토록 헤밍웨이에 관심을 쏟았을까. 의문은 1992년 쿠바에 남아 있는 헤밍웨이의 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헤밍웨이 프로제트’ 발족 기념식 때 카스트로가 한 짧은 연설에서 비로소 풀린다.“그의 작품을 그저 소설이나 픽션으로 부를 수는 없습니다. 나는 헤밍웨이를 읽으면서 역사를 배웠습니다.‘무기여 잘 있거라’는 역사입니다.‘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도 역사입니다.” 쿠바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 두 사람이 만나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다. 이 책이 여느 헤밍웨이 관련 책들과 좀 다른 것은 그와 가까웠던 조카 힐러리 헤밍웨이가 직접 자료를 찾고 글을 썼다는 점, 그리고 헤밍웨이 재단과 헤밍웨이 일가가 소장하고 있는 160장에 이르는 진귀한 흑백사진이 실려 있다는 점이다. 세피아 톤으로 바랜 이 사진들은 텍스트에는 드러나지 않은 위대한 작가의 또 다른 면모를 엿보게 한다. 헤밍웨이와 카스트로가 헤밍웨이의 낚시대회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는 장면, 친구 시드니 프랭클린이 지켜보는 가운데 헤밍웨이가 자신이 잡은 새치를 자랑하는 모습, 권투를 좋아한 헤밍웨이가 비미니 사람들에게 권투을 가르쳐 주는 모습, 헤밍웨이가 신성시했던 자신의 침실 창밖 케이폭나무와 책 근처에 놓아뒀던 부두 인형 등 흥미로운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98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유럽 최대기업 부상 이지그룹 성공 노하우

    유럽 최대기업 부상 이지그룹 성공 노하우

    |글 사진 런던 함혜리특파원|런던 북부에 있는 캠던타운 지역의 글루체스터 크레센트 42번지. 길모퉁이에 원형으로 지어진 건물 1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이 강렬한 오렌지색이다. 그 다음으로 즉각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오렌지색의 물결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였다. 칸막이도 없이 트인 공간에서 방향도 제각각으로 앉은 20여명의 직원들이 컴퓨터를 들여다보며 업무에 몰두하고 있었다. 저가 항공사의 선두주자인 이지제트(easyJet)를 비롯해 여행, 렌터카, 호텔, 인터넷 카페 등 15개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이지그룹(easyGroup) 본사는 그룹의 전략을 보여주듯 군살 하나 없이, 그러나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유럽의 불경기가 지속되는데 10년 만에 고객 인지도 최고의 그룹으로 다가선 이지그룹의 성공비결은 뭘까. ●군더더기를 과감히 제거한다 지난 1995년 11월10일 오전 7시 런던 북부의 루턴공항에서 비행기 한 대가 이륙했다. 동체에는 커다랗게 오렌지색으로 예약 전화번호를, 오렌지색의 꼬리에는 이지제트라고 적은 비행기였다. 저가 항공사의 선두주자 이지제트의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런던과 스코틀랜드를 잇는 노선운항을 시작한 이지제트는 이듬해 암스테르담 노선으로 국제선 운항에 들어갔다. 싼 항공요금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이지제트는 출발 10년이 지난 현재 109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유럽내 230개 노선을 운항 중이다. 수개월 전 예약을 할 경우에는 대형 항공사의 10분의1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지제트가 평균 3분의1 정도 싼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이지그룹의 대외관계 담당 제임스 로스니는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모두 없앤다.”는 그룹의 가치를 꼽았다. 전화와 인터넷을 통한 전자 예약 시스템을 이용하고 신용카드로 지불방식을 통일해 여행사의 커미션, 민간항공기구(IATA)에 내는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기존 항공료의 15%를 줄인다. 기내식을 없앤 것은 물론이며 커피 등 음료수를 기내에서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이지제트는 어디에서든 제2의 공항을 이용한다. 공항이용료가 싼 데다 붐비지 않아 공항 체류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도 줄고 그만큼 자주 운행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항공기당 하루 평균 운항시간은 11시간으로 브리티시에어라인의 7시간보다 4시간이나 많다. 항공기 2대로 3대의 운항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비행기내에 있는 좌석은 모두 이코노미석이다. 같은 종류의 항공기로 다른 항공사보다 더 많은 좌석을 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보잉 737기의 경우 비즈니스석을 포함해 일반적으로 109석이지만 이지제트는 이보다 44%가 많은 149석이다. 기내 승무원은 3명으로 한정해 인건비를 줄였다. 기종을 통일해 유지 및 보수비용, 정비기술자와 조종사 훈련 비용을 줄였다. 로스니는 “이같은 가격절감의 노하우는 다른 이지그룹의 사업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최소의 가격으로 최대의 가치를 창조한다 싸다고 해서 지저분하고, 서비스나 제품의 품질이 엉망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지그룹이 ‘낮은 가격’ 다음으로 중시하는 것은 가격대비 최대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지제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고급 샴페인과 기내식이 제공되는 안락한 비행을 기대하지 않는다. 이보다는 싼 비용, 깨끗한 환경, 안전한 비행을 원한다. 이에 대한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고 한다. 가격대비 상품의 질은 고객들이 평가한다. 이지제트는 지난 한 해 동안 모두 2960만명의 승객을 수송했다. 전년보다 21.4% 늘어났다. 이지제트의 총매출은 13억 4140만파운드(약 2조 2800억원)로 전년보다 23% 증가했다. 유럽 8개국과 미국 타임스 스퀘어 등에 74개 프랜차이즈점을 둔 인터넷카페의 경우 이용료 2유로(약 2300원)면 하루 종일 안정된 고속인터넷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 올 여름에는 무선접속, 게임, 프린트, 디지털 카메라 이미지 다운로드 등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4세대 인터넷 카페도 나온다. 인터넷 카페 이용객은 하루 1200만명이나 된다. ●고정관념의 틀을 깬다 이지그룹이 관리하는 사업분야는 모두 15개. 대부분 기존에 대기업들이 사업을 장악한 분야로 가격대가 국제적으로 통일된 것이 일반적이다. 이지그룹의 창업자 스텔리오스는 매번 이같은 고정관념을 깨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 뉴스를 만들었다. 이지제트가 출범할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렌터카, 영화티켓 판매, 온라인 주문피자 등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매번 선점 대기업들의 거센 시장진입 저지압력을 받았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되는 싸움에서 소비자에게 유리한 가격을 제공하는 이지그룹의 브랜드가 항상 승리했다. 고정관념의 파괴는 호화로움의 상징인 크루즈 여행에서도 입증됐다. 돈 많고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인생의 후반을 여유 있게 보내려고 떠나는 크루즈 여행이라는 관념의 틀을 깨고 이지크루즈는 지난여름부터 20∼40대의 젊은 층을 겨냥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지그룹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스텔리오스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는 것은 바겐세일과 다르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지불하는 금액에 적절한 서비스와 품질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돈을 적게 들이고 좋은 물건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사람들의 생활을 다르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lotus@seoul.co.kr ■ 유럽 최저가 ‘이지호텔’ 투숙해 보니 이지호텔(easyHotel)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쯤이었다. 런던 시내 한복판이지만 이지호텔이 위치한 렉스함가든 지역은 적막감이 돌 정도로 한산했다.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올라 벨을 누르니 이지호텔 마크가 새겨진 회색 점퍼를 입은 젊은 여성이 문을 열어준다.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예약서류를 내 보이고 간단한 입실수속을 마쳤다. 이지호텔은 인터넷으로만 예약을 받고 예약때 요금을 내야 숙박이 가능하다. 신용카드로 지불한 하룻밤 숙박료는 40파운드(약 6만 8000원). 아침식사가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다. 혼자서 객실 34개인 이 호텔을 지키는 자라(23)는 입실수속이 끝나자 카드키와 함께 호텔 투숙객들이 지켜야 할 주의사항과 안내문이 담긴 종이 한 장을 내 주었다. 안내문에 따르면 호텔에서 토스터, 미니쿠커를 사용할 수 없다. 모든 구역에서 금연이다. 체크인 시간은 오후 4시, 체크 아웃은 다음날 오전 10시. 체크아웃 이후에 짐을 보관해 주는 서비스도 없다. 하루 이상 머물 경우 청소 및 시트 교체를 원하면 10파운드(약 1만 7000원), 새로 수건을 받으려면 1파운드(약 1700원)를 추가로 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방은 1층 5호. 오렌지색 방문에는 아주 작은 방(very small room)이라고 적혀있다. 이지호텔은 지난해 8월 오픈한 가격파괴 호텔이다. 런던에서 가장 작은 호텔방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작을지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카드키로 문을 연 순간 ‘앗!’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창문도 없는 방은 표준사이즈의 더블침대(가로 120㎝, 세로 180㎝) 하나가 거의 다 차지했다. 발을 디딜 틈도 없고 마땅히 짐을 놓을 공간도 없다. 책상이나 의자도 없고 옷장도 없다. 가방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 코트를 어디에 걸어야할지 난감했다. 옷걸이가 벽에 2개 있었지만 너무 높이 달려 있어 사용할 수도 없었다. 객실에는 전화도 없고 인터넷도 안된다. 천장 가까이에 평면 텔레비전이 걸려 있지만 리모컨(빌리는데 5파운드)이 없으니 무용지물이다. 비행기 화장실 크기의 욕실에는 변기, 세면대, 샤워 부스가 오밀조밀 들어차 있다. 수건 한장, 휴지, 벽에 부착된 물비누, 플라스틱으로 된 휴지통이 비품의 전부다. 호텔 종업원 자라는 ‘방이 너무 작고 서비스가 많지 않아 불평하는 손님들이 없느냐.’는 질문에 “모두 사전 정보를 갖고 오기 때문에 큰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방으로 돌아와 문 뒤편 바닥에 가방을 놓고 짐을 푼 뒤 잠자리에 들었다. 밀폐된 작은 공간이 오히려 숙면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었을까. 이튿날 아침의 기분은 신기하리만치 상쾌했다. lotus@seoul.co.kr ■ 스텔리오스는 이지그룹의 최대주주(41%)이자 창업자인 스텔리오스(39)는 그리스 사이프러스 출신으로 해운업을 하는 백만장자 루카스 하지 이아누의 아들이다. 고등학교까지 그리스에서 나온 그는 명문 런던경제대학과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공부했다.21세 때 유조선 선박회사 스텔마 슈핑을 창업했던 그는 28세에 집안의 사업과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려고 항공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자신을 ‘연쇄 창업가’라 부른다.“리스크(위험)는 커다란 자극제가 된다.”는 그의 꿈은 세상을 이지그룹의 상징인 오렌지색으로 물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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