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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람사르 총회 오늘 개막] “논에서 온실가스 배출” 공방 관심

    [람사르 총회 오늘 개막] “논에서 온실가스 배출” 공방 관심

    28일부터 열리는 람사르 창원 총회에서는 ‘자연의 콩팥’ 역할을 하는 습지의 보전을 중심으로 식량 안보, 빈곤 해소, 기후 변화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인다. 특히 논 습지의 양면성과 바이오연료 효용성 논란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공방이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회는 ‘환경올림픽’으로 불리는 대회 명성에 걸맞게 최대한 환경친화적으로 진행된다. 이번 총회에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 제안한 논 습지의 생태적 중요성에 관한 주제 발표가 이어진다. 둘째날인 29일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벼 기반 생태계의 생물다양성 가치평가’라는 주제발표를 시작으로 논에 관한 다양하고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된다. ●아시아 특성 감안한 의제 눈길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에서 논은 식량보급기지뿐 아니라 철새와 수중생물을 부양하는 생명창고 역할을 한다. 논 습지가 아시아 지역 생태계 보전에 미치는 영향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하지만 논은 온실가스 배출원이라는 양면성도 갖고 있다. 논에서 거름으로 쓰이는 가축의 분뇨 등이 박테리아와 만나 분해되면서 막대한 양의 메탄가스를 발생시킨다. 지난 4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유엔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에서도 “벼농사가 주요 온실가스인 메탄 배출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어 배출 통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제출한 ‘습지 시스템으로서의 논의 생물 다양성 증진’ 결의안 역시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30일 세계적 환경단체인 ‘습지인터내셔널’의 ‘바이오연료, 농업과 습지’라는 주제발표 역시 찬반양론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연료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동남아시아 등에서 대규모로 이뤄지는 습지 개간에 대한 부정적 영향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지만 이해당사국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습지와 바이오연료’ 관련 결의문 채택 역시 첨예한 토론이 예상된다. ●명실상부한 ‘환경올림픽´ 이번 총회는 친환경적으로 치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탄소상쇄기금’ 조성을 들 수 있다. 참가자가 이번 행사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만큼 돈을 내 재원을 마련한 뒤 이를 온실가스 배출을 상쇄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활용한다. 주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 투자, 숲가꾸기 및 나무심기 등에 투자된다. 예를 들어 미국인이 뉴욕에서 비행기를 타고 창원 총회에 참석할 경우 총 이동거리는 2만 4130㎞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2.5t이다. 그는 현재 청정개발체제(CDM,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부여받은 선진국이 감축목표가 없는 개도국에 자본·기술을 투자해 온실가스를 감축, 이 중 일부를 자국의 감축실적으로 인정받는 제도)의 배출권 거래 평균가격인 13달러(1t당)를 적용받아 32.5달러를 탄소상쇄비로 내면 된다. 국내 참가자의 경우 이동거리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관계없이 항공기·승용차 이용자는 30달러, 대중교통 이용자는 15달러를 낸다. 기금 납부는 모두 자율적으로 이뤄지며 모금된 기금은 전액 ‘2008람사르총회 탄소상쇄기금’으로 명명돼 온실가스감축사업과 저개발국 습지보전에 사용된다. 친환경상품진흥원이 이러한 전 과정을 모니터한 뒤 친환경총회 관리·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향후 국제회의 등에 적용할 방침이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용어 클릭 ●람사르 협약 1971년 2월 물새 서식처인 이란의 카스피해 연안 람사르에서 체결돼 공식화됐으며,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다. 총회는 3년마다 열린다.
  • [위험한 동물-위기의 동물] “지구촌 포유류 25% 사라질 판”

    [위험한 동물-위기의 동물] “지구촌 포유류 25% 사라질 판”

    |파리 이종수특파원|지구촌 포유동물 4분의 1이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경고음이 울렸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은 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008년 ‘적색 리스트’를 발표했다.IUCN는 이 보고서에서 “서식지 파괴와 무분별한 포획 때문에 포유동물이 줄어드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IUCN 소속 전문가들은 보고서에서 지구촌 생물 가운데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구체적으로 ‘치명적 위험’(3284종),‘위험’(4770종),‘취약’(8912종) 등으로 각각 분류했다. 이에 따르면 현존하는 4651종의 포유동물 가운데 1139종이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이 가운데 영장류와 해양 포유동물의 상태가 가장 열악하다. 특히 아시아 영장류는 80%가 멸종 위험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멸종 위기 가운데 최악인 ‘치명적 위험’에 속하는 포유동물로는 카스피해의 바다표범, 이베리아 스라소니 등 188종이 포함됐다. 쿠바 악어도 불법 사냥이 급증하면서 ‘위험’에서 ‘치명적 위험’ 단계로 떨어졌다. 족제비과의 포유류 블랙풋 페럿은 애완용으로만 사육된다. 한편 홀드리지 두꺼비는 1986년 이후 관찰되지 않아 멸종 상태로 분류됐다. vielee@seoul.co.kr
  • 러, 에너지로 서방 숨통 죄나

    러, 에너지로 서방 숨통 죄나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그루지야에 대한 압박을 시작했다. 러시아군은 그루지야와의 휴전협정에 따라 철수를 시작했지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미 러시아의 압박으로 그루지야를 경유하는 인접국의 원유수송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서방에 대한 러시아의 ‘에너지 목줄 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깊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7일(이하 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국영철도회사가 16일 철도를 이용한 그루지야로의 원유 수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그루지야 철도 당국은 “철로가 재개되기까지는 열흘쯤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루지야는 러시아군이 자국의 서쪽 카스피 근처를 공격한 다음 다리가 끊어졌다고 주장하는 반면 러시아는 이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아제르바이잔 국영철도회사는 “철도가 폭격받기 전 그루지야 철도를 이용해 아르메니아로 72개의 원유 탱크를 보낼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의 에너지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에서 그루지야의 흑해 항구인 수프사를 잇는 송유관(하루 4만 5000배럴)과 가스관(하루 9만배럴)의 가동을 중단했다. 바쿠에서 터키의 에르주룸으로 가는 BP의 가스관도 전쟁이 나면서 한동안 공급을 중단했다가 지난 14일에서야 다시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바쿠와 그루지야의 트빌리시, 터키의 세이한을 잇는 BTC 송유관은 그루지야 사태 발생 이전인 지난 5일부터 줄곧 불통이다. 송유관의 터키 구간에서 쿠르드족 분리주의 세력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쟁 발생 초기 미사일 50여발이 BTC 송유관 수백m를 강타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와 모스크바 타임스 등은 “현재 카스피해의 바쿠에서 흑해로 연결하는 송유관 가운데 정상 운영되는 것은 그루지야를 경유하지 않는 바쿠∼노보로스시크 송유관뿐”이라고 17일 보도했다. 러시아를 거치지 않고 서방에 에너지를 수출하려던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타격을 입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그루지야 바투미 항까지 BTC송유관을 이용하려는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투르크메니스탄 역시 카스피해 횡단 송유관 건설 계획이 연기되면서 원유 운송로에서 러시아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게 됐다. 에너지 전문가인 디에터 헬름 옥스퍼드대 교수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그루지야를 손아귀에 넣으려는 것은 유럽의 송유관이 자신들의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을 경유하도록 하는 영악한 정책에 따른 것”이라면서 “에너지 공급원을 다양화하고, 러시아와 중동 의존도를 줄이려는 서방에는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습지보전 국제환경회의 창원 람사르총회 D-100

    습지보전 국제환경회의 창원 람사르총회 D-100

    ‘환경 올림픽’으로 불리는 경남 창원 람사르 총회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을 슬로건으로 오는 10월 열린다. 정식 명칭은 ‘제10차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다. 이 협약에 가입된 국가들이 습지보전 상태를 평가하고 정책을 개발하기 위한 국제 환경회의다. 행사를 공동 주관하는 경남도와 환경부는 “국민들과 함께 하는 환경축제로 만들겠다.”며 막바지 준비에 힘을 쏟고 있다. 총회는 대륙별로 순환하며 3년에 한번씩 열린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1993년 일본에 이어 두번째다. 총회는 창원컨벤션센터인 CECO에서 10월28일 상임위 회의를 시작으로 11월4일까지 8일간 열린다.165개 국가의 정부 대표와 국제기구,NGO 등 2000여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의 총회가 될 전망이다. 주최국 만찬과 지역회의, 전체회의 등이 예정돼 있다. ●2000명 수용 회의실·자원봉사자 확보 최만림 경남도 람사르총회준비기획단장은 “람사르 총회, 습지 보전, 부대 행사로 나누어 준비하고 있다.”면서 “지난달 우포늪, 주남저수지 등을 비롯, 주요 습지 7곳과 공식 탐방 8개 코스를 확정해 세부 계획을 세워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전체회의 등이 열릴 대회의장은 CECO를 증축해 사용한다.2000명 규모로 8월 완공된다. 경남도는 CECO 주변의 창원·마산시, 창녕군 등 3개 시·군에 공식 숙박업소 70곳(1855실)을 확보했다. 김해공항∼숙소∼회의장간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참가국의 음식문화를 감안해 지난 달 100곳의 공식 음식점도 지정했다. 지난해 6월 400명의 자원봉사자를 선발했고 총회기간 현장에 배치한다. ●화엄늪 등 습지 등록 추진 총회에서는 현안을 담은 ‘창원선언문’을 결의문으로 채택한다. 도는 총회를 계기로 습지보전 로드맵을 수립해 우포늪·주남저수지 등 도내 습지를 대상으로 보전사업을 추진한다. 화엄늪과 강화 매화마름군락지(논)도 이번 총회 때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기로 했다. 도는 또 국내·외 습지정책을 총괄할 국가습지센터를 도내에 건립하기로 하고 용역을 진행 중이며 10월 완료될 예정이다. 내년부터 국책사업으로 우포 늪 인근 습지를 복원, 습지교육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멸종된 따오기를 람사르 총회 기간에 중국으로부터 기증받아 향후 우포 늪 복원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우포늪 등 세계적 생태투어 메카로 도는 최근 설립한 경남람사르환경재단을 통해 환경 관련 국제회의를 적극 유치하기로 했다. 김태호 경남지사는 “람사르 총회 개최를 계기로 경남도의 ‘환경수도’ 모습을 세계에 알려 우포늪·주남저수지 등이 세계적인 생태환경투어의 메카가 되도록 할 것”이라며 국민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창원시는 람사르 총회 100일을 앞두고 20·21일 용지호수 일대에서 전시·체험·참여·이벤트 등의 다양한 행사를 한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용어클릭 ●람사르 협약 1971년 2월2일 물새 서식처인 이란의 카스피해 연안 람사르에서 체결돼 공식화됐다.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세계로 뛰는 한국 대표기업]GS칼텍스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세계로 뛰는 한국 대표기업]GS칼텍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에게는 ‘야심’이 있다. 하루 정제능력의 10%는 해외에서 확보한 원유로 채운다는 꿈이다. GS칼텍스의 1일 정제능력은 현재 77만배럴이다. 몇 년 안에 100만배럴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 목표대로라면 10만배럴의 원유를 해외 유전개발 사업에서 확보해야 한다. GS칼텍스측은 16일 “당장은 버거운 목표이지만 (현재 탐사작업을 진행 중인)캄보디아 해상광구, 태국 육상광구 등이 꿈을 현실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허 회장은 2003년 ‘결단’을 내렸다. 세계적 에너지기업 미국 쉐브론에서 캄보디아 블록A 해상광구 탐사권을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전체 탐사지분 가운데 15%를 인수하는 결정이었지만 당시로서는 큰 모험이었다. 기름이 나올지 나오지 않을지 아무도 장담 못하는 탐사사업이었기 때문이다.GS칼텍스의 첫 유전개발사업 도전이기도 했다. 이후 국내 기업의 유전개발 사업 진출이 잇따랐다. 국제유가도 치솟았다.SK에너지보다는 출발이 늦었지만 당시 투자를 더 늦췄더라면 경쟁에서 크게 뒤처질 뻔한 순간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GS칼텍스는 2006년 2월 러시아 서캄차카 해상 탐사광구 지분을 사들였다. 그 해 7월에는 태국 육상 탐사광구(L10/43,L11/43)를, 이듬해 10월에는 아제르바이잔 카스피해의 아남광구 지분을 잇따라 인수했다. GS칼텍스 지주회사인 GS홀딩스도 가세했다.GS홀딩스는 인도네시아 NEM1,NEM2, 워캄등 3개 탐사광구와 예멘 16,39광구, 카자흐스탄 남부 카르포브스키 광구에 진출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크게 주목받은 이라크 쿠르드지역 바지안 광구 개발 컨소시엄에도 참여했다. GS칼텍스는 동남아, 중동, 독립국가연합(CIS) 등 자원개발 유망지역의 추가 진출도 탐색하고 있다. GS칼텍스측은 “현재 추진 중인 개발사업이 계획대로 성사되면 1일 정제능력의 10%를 충분히 개발원유로 조달할 수 있다.”며 “안으로는 지주회사인 GS홀딩스와, 바깥으로는 해외 전문 에너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확대해 유전개발 사업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GS칼텍스는 ‘주유소 수출’에도 열성이다. 올 2월 중국 칭다오에 GS칼텍스 간판을 내건 주유소 2곳을 문열었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부터 현지법인(GS칼텍스 칭다오 능원유한공사)을 설립하는 등 사전 준비작업을 벌여왔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기름만 팔지 않는다. 그동안 국내에서 쌓은 선진 고객관리 기법과 운영 시스템을 토대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웬만한 고장은 즉석에서 고쳐주는 경정비점 ‘오토 오아시스’(Auto Oasis)를 함께 운영한다. 자동세차 등 부대시설도 다양하게 갖췄다. 기름도 넣고 잔고장도 고칠 수 있어 중국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산둥(山東)성 지역을 중심으로 주유소 사업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GS칼텍스측은 “국내 주유소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동남아 등 신흥시장의 주유소 사업을 적극 개척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석유화학사업도 가속도가 붙었다.2006년 6월 중국 허베이(河北)성 랑방에 있는 복합폴리프로필렌(PP) 생산업체(랑방가세화공유한공사)를 인수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지분을 100% 사들여 그 해 회사이름을 ‘GS칼텍스(랑방) 소료유한공사’로 바꿨다. 현대·기아차,LG전자 등 ‘납품선’도 새로 뚫었다. 이들 기업의 중국 현지 공장에 복합PP를 공급하는 형태다. 덕분에 2005년 10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06년 250억원,2007년 400억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허 회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경쟁자보다 한 걸음 빨리 움직여야 한다.”며 끊임없이 임직원을 독려한다. 궁극적 목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배럴당 수익이 가장 높은 종합 에너지 회사로 도약하는 것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이란 여성들 집에선 야한 춤 추죠”

    “이란 여성들 집에선 야한 춤 추죠”

    |이스파한(이란) 최종찬특파원|“엔지니어의 입장에서 프로젝트가 끝나 구체적인 성과물이 나올 때 눈물이 난다. 그때까지 사명감을 갖고 견딘다. 하지만 자녀의 교육문제에 대해 가이드나 조언을 할 수 없어 너무 안타깝다.” 고대 페르시아 유적지가 많은 ‘이란의 진주’ 이스파한의 포스코건설 제3고로(용광로) 건설 현장소장인 황진엽(47) 차장은 해외산업 역군의 애환을 털어놨다. 현장은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벌판에 있으며 한낮에 40도까지 올라가 걸어다니기도 힘들 정도다. 황 차장은 “이란에서 가장 큰 규모인 3고로 건설공정은 92%가 진행됐으며 9월부터 시운전을 거쳐 내년 1월이나 2월 완공할 예정”이라며 “이렇게 되면 이란의 조강생산 능력은 140만톤이 늘어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사람들이 아랍 사람들보다 5배나 착하고 부지런하다.”며 “이란 중산층은 카스피해 근처나 두바이에 별장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주말이면 놀기가 이곳보다 자유로운 두바이로 몰려간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경제제재에 대한 자구책으로 “이란의 웬만한 업체는 두바이에 법인이나 사무소를 가지고 있다.”며 “두바이 상권의 40%는 이란인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이집트,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건설현장에서 10년간 잔뼈가 굵은 그는 지금 이산가족과 다름없다. 부인은 서울에, 큰딸은 중국 베이징 대학에, 아들은 영국 사립교교에 재학 중이다. 이 때문에 가족이 모두 모이는 것은 2년에 한번뿐이다. 자식들이 그리워 휴가를 받으면 한번은 딸에게 가고 또 한번은 아들에게 간다고 한다. 그는 “이란엔 파티문화가 발달돼 있다.”며 “현지인의 집에 초대받아 가면 이란 여성들이 과감하게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야한 춤을 춘다.”고 소개했다. 또한 “공식적으로 술이 금지돼 있지만 밀수를 통해 수입된 술이나 자신들이 직접 만든 술을 먹는다.”며 “알코올 중독자들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외 건설현장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저마다 시간보내기 방법을 하나씩 갖고 있어야만 생활이 힘들지 않다는 그는 “이란은 이슬람국가로 놀이문화가 발달돼 있지 않다.”며 “직원들이 휴가 때 한국에서 가져온 비디오를 보거나 당구를 치거나 정원을 산책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가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시내 숙소 겸 사무실엔 한국방송 프로그램이 요일별로 하나씩 적혀 있었다. 업무 후 직원들의 소일거리를 위해 만들어 놓은 자구책인 셈이다. siinjc@seoul.co.kr
  • STX, 2011년까지 아제르바이잔에 조선소 건립

    STX그룹의 성장세가 파죽지세다. 최근 세계적인 크루즈선 건조사인 아커야즈의 경영에 본격 참여한 데 이어 이번엔 중앙아시아 아제르바이잔에 조선소를 짓는다. STX그룹은 23일 “아제르바이잔 국영 석유회사(SOCAR), 아제르바이잔 투자공사(AIC) 등과 4억 3000만달러를 투자, 카스피해 연안 바쿠 남부 가라닥에 2011년까지 조선소를 건립키로 했다.”고 밝혔다.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한총리, 자원외교 첫 시동 11~20일 중앙亞 등 순방

    한승수 총리가 11일부터 20일까지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국과 아제르바이잔을 공식 방문, 자원외교를 위한 첫 해외순방에 나선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총리는 우선 11∼13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 예방과 미르지요프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유전·가스전 공동개발, 광물 도입 등 에너지 분야 협력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카자흐스탄 방문 기간(13∼15일)에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마시모프 총리를 만나 대규모 인프라 건설사업 참여의사를 밝히고, 우라늄 등 광물자원을 안정적으로 수입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한다. 한 총리는 이어 15∼18일 우리나라 총리로는 처음으로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해 베르디 무하메도프 대통령 겸 총리와 단독회담을 갖고 카스피해 유전·가스전 개발 참여 등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또 18∼19일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해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과 라시자데 총리를 면담하고 아제르바이잔 신행정도시 인프라 건설 참여 방안, 교통관리시스템 구축 등 IT분야 진출방안을 협의하고 호혜적 협력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데 합의할 예정이다. 한 총리는 고려인 동포와 한인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한국기업 진출 현장도 방문할 예정이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카자흐스탄과 입체적 자원외교 나서야”

    “카자흐스탄과 입체적 자원외교 나서야”

    |알마티 오일만특파원|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는 일류국가 실현을 위한 실용외교의 핵심이다. 국제 자원외교의 ‘최전방’이자 ‘모델’로 떠오르는 카자흐스탄에서 2년 7개월동안 국익을 위해 뛰고 있는 김일수 대사의 경험담은 우리 자원외교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지난 24일 알마티 한국대사관에서 이뤄진 김 대사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다. ▶자원 외교의 각축장인 카자흐스탄의 상황은 어떤가. -카자흐스탄 자원 정책의 특징은 국제자본에 대한 개방성이다. 많은 원유와 광물 광구가 이미 국내·외 투자가에 입찰 등의 방법으로 분양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카스피해 해상 광구는 정부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원칙과 채굴 산업에 대한 세율 인상·환경법 적용 등 국가의 통제와 관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카자흐스탄의 경험에 비춰 향후 한국 자원 외교의 방향은. -이곳에서 유전확보는 이제까지 주로 탐사광구 위주로 이루어졌으나 앞으로는 생산 광구를 인수, 확실한 물량을 확보하는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대규모 유전의 경우 자원 보유국의 국영 회사나 국제원유 메이저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법도 매우 유용하다. 물론 국제 컨소시엄 참여나 생산 유전 인수는 막대한 자본이 소요된다. 이런 점에서 해외유전 개발의 전초기지인 석유공사의 자산규모 확대 방향은 올바른 정책이다. ▶다른 경쟁국의 자원외교는. -일본의 예를 들면 카자흐스탄 최대 유전인 카스피해의 카샤간 유전 개발 컨소시엄에 엑손 모빌과 셸 등과 함께 지분 참여를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3년간 약 60억달러를 들여 두 개의 생산 유전을 인수하는 등 막대한 물량공세를 펴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우리와의 ‘윈-윈 자원외교’는 가능한가. -카자흐스탄의 목표는 경제구조를 다변화시켜 50대 경제대국이 되는 것이다. 다행히 카자흐스탄이 관심을 갖는 산업 분야 중에는 우리가 경쟁력을 갖춘 분야가 적지않다. 발전소 건설 등 인프라 부문 진출이 유망하며 석유화학과 IT(정보통신), 건자재 분야도 잠재력이 크다. 카자흐스탄의 산업다변화에 우리 기업들이 참여한다면 자원분야에 우선권을 가질 수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유전 이외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자원은 무엇인가. -카자흐스탄은 전략 광물인 우라늄도 세계 1∼2위의 매장량을 자랑하고 있다. 우라늄 합작개발은 우리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는 지상 과제라고 생각된다. ▶카자흐스탄에서 한국 자원외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가. -석유공사와 LG,SK, 세하 등 한국 기업들이 육상유전 5군데에서 지분을 인수, 탐사를 진행 중이다. 조만간 카스피 해상의 잠빌 유전의 탐사를 위한 계약도 서명할 예정이다. 동과 몰리브덴, 아연 등 광산을 확보해서 탐사와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카자흐스탄에서 자원외교를 위해 홍보해야 할 중점 과제는. -한국이 경제 파트너로서 실력을 갖춘 나라라는 것을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양국 고위급 간의 인적·문화적 교류 등을 높여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복합 자원외교’가 절실하다. 최근 대사관·교민사회가 ‘중앙아시아의 거인, 카자스흐탄’을 발간한 것은 양국 이해를 돕는 작은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동시에 한국이 카자흐스탄의 산업 다변화와 사회간접 자본 건설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카자흐스탄을 위해 26일부터 양국간 ‘금융 문제 전략 세미나’가 열리는 것도 카자흐스탄의 금융 문제 해결에 적지않게 도움을 줄 것이다. oilman@seoul.co.kr
  • 러 대선 메드베데프 당선 확실

    2일 치러진 러시아 대선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메드베데프시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의 관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월 퇴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후임자를 뽑는 이번 선거에는 푸틴 대통령의 후계자인 메드베데프를 비롯해 공산당 겐나디 주가노프 등 총 4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이날 오전 8시(이하 현지시간)부터 9만6000여곳의 투표소에서 진행된 선거의 잠정 개표결과는 3일 오전 10시쯤 드러나고 선관위의 공식 선거 결과는 7일 발표될 예정이지만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70%의 지지율을 획득한 메드베데프가 압승을 거둘 것이 확실하다. 러시아는 지난 1991년 구(舊) 소련 해체로 독립한 ‘자원의 보고’ 중앙아시아에 대해 그동안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부단히 노력해왔다. 미국의 중앙아 거점 확보 시도를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독립국가연합(CIS) 정상회담 등을 통해 무산시켜왔다. 푸틴 대통령의 후계자인 메드베데프도 푸틴의 정책을 이어받아 중앙아와의 경협 강화를 지속하면서 미국의 중앙아 진출 저지에 총력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카스피해 연안 가스관 설치사업 박차 러시아 국영가스업체 가즈프롬의 경영을 책임진 바 있는 메드베데프는 자국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중앙아와 경협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가즈프롬을 통해 중앙아 가스를 싸게 사들여 유럽에 비싸게 파는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 일환으로 메드베데프는 카스피해 연안 가스관 건설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가스관이 2015년에 완성되면 러시아는 중앙아의 에너지 운송권을 확보하게 되며 투르크멘과 우주베키스탄, 카자흐스탄 가스의 상당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중앙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타지키스탄의 경제회생도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메드베데프는 경협 강화를 통해 핵심지역인 중앙아 지배권의 완전 장악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엄구호 한양대 지역학대학원교수는 “메드베데프는 채권이나 국가기간산업 자산 매입을 통해 중앙아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이른바 ‘자유적 제국주의’ 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키르기스 미군기지 철수압력 지속 미국은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이후 중앙아에 군사기지들을 상당수 확보했다. 우즈베크 주둔 미군은 미국이 2005년 5월 우즈베크의 반정부 시위대 ‘유혈진압’을 비판하다 미움을 사 철군시켜야 했다. 이 사건으로 미국의 중앙아 군사 진출은 치명타를 입게 됐다. 미국의 중앙아 기지는 현재 키르기스스탄 공군기지가 유일하다. 러시아는 미국에 맞서 키르기스에 러시아군 기지를 2003년부터 주둔시키는 한편 키르기스에 미군기지를 철수시키라는 압력을 계속 가하고 있다. 하지만 키르기스는 미 공군기지 주둔에 대해 러시아와는 입장이 다르다. 미군으로부터 엄청난 액수의 기지사용료를 매년 받는 데다 일자리가 크게 늘어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젠가는 철수를 요구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키르기스 미군기지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미국의 힘겨루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구석기 인류, 실크로드 따라 동쪽으로?

    |라시트(이란) 서동철특파원|한양대 문화재연구소가 이란 국립고고학연구소와 공동으로 발굴 조사하고 있는 현장은 카스피해 남쪽 길란주의 주도인 라시트에서도 산길을 따라 두 시간쯤 더 가야 했다. 발리 자하니 길란고고학연구소 연구원이 마을의 이름을 따서 ‘리야루드 동굴’이라고 명명해 놓은 유적은 해발 600m 지점이었다. 조사단은 올해 여기서 2000m 고지까지 모두 20개 남짓한 동굴을 발굴하게 된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한양대팀이 이란 측과 벌이고 있는 ‘페르시아 지역에 대한 한국·이란 고고학 공동조사’는 지난해 시작되었다. 경기도 연천 구석기 유적을 발굴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배기동 교수의 이란 프로젝트는 2003년 탄자니아 발굴조사의 연장선상에 있다.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인류가 어떤 경로를 거쳐 아시아로 이동했는지 확인해 보자는 취지이다. 카스피해 남부를 따라가는 실크로드가 구석기시대에도 인류의 전파경로가 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동굴유적 15곳을 발굴했다. 생각했던 대로 카스피해 연안에서는 처음으로 무스테리안 식(式) 중기 구석기시대 긁개를 찾아냈다. 무스테리안 문화는 10만∼5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이룩한 문화를 말한다. 하지만 카스피해 북쪽 그루지야의 드마니시 유적에서는 180만년전 인류의 두개골이 발굴되었다는 보고가 있었던 만큼 배 교수는 올해 획기적인 조사 결과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한양대팀의 발굴은 일단 올해로 마무리되지만, 구석기 고고학 전공자가 한 사람도 없다는 이란 측의 협력요청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구석기시대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발견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간지파르 유적의 추가 발굴을 제안하는가 하면, 건설공사가 벌어질 말리크 유적의 구제발굴까지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dcsuh@seoul.co.kr
  • 러, 카스피해 가스 공급 독점권 확보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3개국이 카스피해 연안 가스관 건설 사업 합의문에 최종 서명했다고 20일 이타르타스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러시아는 중앙아시아로부터의 가스 공급에 대한 독점권을 확보하게 된 반면 에너지 공급원 다양화를 추진하던 유럽 국가들에는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3개국 장관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용역 연구, 사업기간, 사업 참가자의 의무 등이 담긴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 가스관은 지난 5월 카스피해 연안국인 3개국 정상들이 건설키로 합의한 것으로, 당초 9월 초까지 사업계획 합의문을 도출하려 했으나 투르크멘과 러시아간 가스 공급가격 등 조건이 맞지 않아 지연돼 왔다. 카스피해 연안 가스관 건설은 내년 상반기 중 시작돼 2010년 가스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스관은 투르크멘에서 360㎞, 카자흐스탄에서 150㎞의 구간에 각각 건설된 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접경지역에 위치한 ‘중앙아시아센터’ 가스관에 연결된다. 가스관이 예정대로 완공되면 투르크멘은 이를 통해 연간 200억㎥의 가스를 러시아로 수출하게 돼, 러시아로의 연간 가스 수출량은 800억㎥로 늘어나게 된다. 유럽연합(EU) 전체 가스 공급량의 4분의1을 맡고 있는 러시아는 세계 최대 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가스전에 대한 개발투자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중앙아시아로부터 직접 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는 수송관이 절실했었다. 한편 EU와 미국은 러시아를 거치지 않고 투르크멘 가스를 유럽으로 보내기 위해 카스피해 횡단 가스관 건립을 추진해 오고 있으나, 투르크멘 당국과 아직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열린세상] 이제 아랍 땅에서 길을 묻다/ 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열린세상] 이제 아랍 땅에서 길을 묻다/ 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지난달 하순 교도통신은 충북 청원군 강외면 만수리 구석기유적의 연대가 56만년 전까지 올라간다는 일본의 한 국제세미나 발표 내용을 보도했다. 한양대 문화재연구소가 2006년 발굴한 이 유적의 연대를 밝히는 과학적 연구는 일본 도시샤(同志社)대학과 공동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를 보도한 교도통신은, 만수리 유적 지하 6m에서 나온 3점의 돌연모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는 고지자기측정법(古地磁氣測定法)이 응용되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이 시기는 지질학적으로 대개 중기홍적세에 해당한다. 새로운 사람으로 진화했다는 뜻에서 신인(新人)이라고도 말하는 이른바 호모 사피엔스가 살았던 시대가 중기홍적세다. 이들은 쓸 만한 돌감을 골라 본때나게 다듬은 돌연모를 쓰기 시작한 인류였다고 한다. 두 날이 마주치는 돌 모서리를 계속 이어가면서, 끝을 날카롭게 한 주먹도끼 따위의 돌연모(兩面核石器:양면핵석기)를 만들 줄 알았던 호모 사피엔스의 솜씨에서는 생각하는 사람으로 진화한 인간다운 능력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이들이 만들어낸 주먹도끼가 아슐리안 돌연모 문화다. 북프랑스의 생타쉘 유적에서 따온 이름이지만, 이 문화는 아프리카에서 처음 일어나 유럽과 중동을 거쳐 인도까지만 퍼졌다는 학설이 한동안 세계를 사로잡았다. 미국인 고고학자 H 모비우스가 주장한 이 학설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가 아슐리안 문화의 양달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동아시아의 아슐리안 문화 부재론은 마치 ‘내 손에 장을 지진다.’는 확신에 찬 한국식 신념처럼 보였다. 그러나 모비우스 학설은 1970년대를 끝으로 이내 묻혀 버렸다.1979년부터 발굴에 들어간 경기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 유적에서 ‘위대한 돌연모’라는 찬사가 따라붙었던 주먹도끼가 출토된 것이다. 모비우스가 세상을 떠난 1987년쯤에는 한탄강 유역의 전곡리 주먹도끼가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그리고 이달 들어서는 중원문화재연구소가 발굴한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운정지구 유적에서도 자갈돌로 만든 미끈한 주먹도끼가 공개되었다. 이제 한국의 고고학계는 한반도를 벗어나 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2004년 고인류의 고향으로 유명한 동아프리카 리프트 밸리 중남부의 이랑가 지역 이시밀라 유적을 발굴한 한양대 문화재연구소가 지난 여름에는 이란 길란 지방의 구석기 유적을 조사하고 돌아왔다. 이란 고원의 사막지대와는 달리 카스피 해와 엘부르즈 산맥 사이에 자리한 좁고도 기다란 길란 지방의 지역적 여건은 비옥한 테라스를 이루었다고 한다. 이 지방에서 13군데의 동굴 유적과 3군데의 바위그늘 유적을 확인한 한양대 문화재연구소는 테스트피트를 포함한 몇가지 조사를 마무리했다.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 자리한 동굴 유적에서는 무스테리안 돌연모와 더불어 짐승의 뼈화석을 거두었고, 층위가 가지런한 문화층도 확인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이란 광야를 떠도는 양치기들을 만난 것도 이 동굴 유적들이라고 한다. 자못 목가적 풍경이 어른거린다. 길란 지방을 중심으로 구석기 유적 조사에 나선 까닭은 아프리카로부터 동아시아로 이동한 고인류의 길을 찾기 위해서다. 그러니까 한양대 문화재연구소는 지금 아랍 땅에서 고인류가 지나간 길을 묻고 있다. 이 대답은 새해부터 발굴할 길란 지방의 동굴 유적이 명쾌하게 들려줄 것이다. 세계 학계가 추정한 아프리카 고인류의 이동통로 가운데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은 연결고리가 흑해와 카스피해를 잇는 지역이고 보면, 길란 지방 구석기 유적 발굴의 뜻은 크다. 인류가 동쪽으로 이동한 오랜 세월 속에 자연에 순응한 문화변동을 밝히는 일은 인문학의 꽃으로 살아남을 고고학의 몫일 수도 있다. 황규호 ‘한국의 고고학’ 상임편집위원
  • 해외서 ‘돈맥’ 캐자 8개사 Go Go Go!

    해외서 ‘돈맥’ 캐자 8개사 Go Go Go!

    공기업들이 해외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최근 기획예산처가 산업자원부, 공공기관 등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고 더 이상 독점적인 국내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업무영역을 해외로 넓힐 것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기획처는 이 자리에서 해외진출 실적이 우수한 공기업은 경영평가시 좋은 점수를 주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한전 필리핀, 중동, 나이지리아, 중국 등에서 발전소 사업을 전개 중이다. 한전이 지난해까지 해외사업에서 거둔 경제적 수익은 총 1조원을 넘어섰다. 순이익은 5000억여원이다. 지난 6일에는 중국 현지 합자회사 거멍(格盟)국제에너지유한공사가 산시성 타이위안시에서 개소식을 갖고 사업에 들어갔다. 중국내 대규모 발전사업과 석탄 개발사업을 연계 추진하게 된다. #석유공사 해외시장에서 공사의 영문 이름인 ‘KNOC’로 잘 알려져 있다. 공사가 특히 공들이는 지역은 6대 전략거점이다. 나이지리아 등을 비롯한 서아프리카지역, 예멘 등 중동지역, 카자흐스탄 등 카스피해지역, 러시아 등 동북아시아지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지역, 캐나다 등 미주지역이다. 러시아의 캄차카 육상광구, 캐나다의 블랙골드 오일샌드광구, 아제르바이잔의 이남 광구 등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다만, 기대를 모았던 영국 버렌에너지 경영권 인수전에서는 최근 쓴맛을 봤다. #광업진흥공사 지난달 7일부터 세계 3대 생산규모인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 플랜트 건설에 본격 착수했다.12일부터는 이 프로젝트에 투자되는 니켈펀드도 일반에게 판매한다. 현재 니켈은 해외에서 전량 수입해 쓰고 있는 실정이다. 광진공은 남아공과 칼라가디 망간 개발사업도 2∼3년안에 추진할 계획이다. 남아공이 우리나라 기업으로부터 제련기술을 받는 대가로 광산지분 일부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혀와 성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한호 사장은 짐바브웨, 잠비아 등 아프리카 자원부국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시장 공략에 공들이고 있다. #토지공사 베트남 하노이시 인근에 조성되는 100만㎡ 규모의 산업단지 건설에 직접 참여한다.2009년 2월부터 착공과 용지 분양에 들어간다.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때 합의된 것으로 지난 8월 베트남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10월 주재원을 파견했다. 아프리카 알제리에서도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지정부가 추진하는 부이난 신도시(약 600만㎡) 개발에 참여, 도시계획·설계와 시공 기술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지난 10월 현지 신도시개발청에 주재원을 파견했으며 올 연말부터 현지 전문인력 교육에 착수할 예정이다. #수자원공사 1994년 중국 분하강 유역조사사업을 시작으로 해외 기술용역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9개 나라에서 11개 사업(178억원)을 마쳤고 11개 나라에서 13개 프로젝트(204억원)를 수행 중이다. 대부분 정부 차원의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이다. 주로 기술력이 부족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수력발전소건설과 상수도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업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인도 나가랜드 수력 발전소 설계 감리 및 시공 감리 사업 규모는 19억원이고 적도 기니 상수도 운영관리 프로젝트 사업비는 53억원 규모다. 케냐 아셈보 정수장 건설과 상수도 개보수 사업은 20억원짜리 공사다. 우리 정부가 이라크에 무상 원조한 아르빌 상하수도 현대화 사업은 67억원 규모로 지난 4월 끝냈다. 2005년 해외사업처를 신설하고 사업 다각화도 추진 중이다.2011년에는 10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도로공사 ODA사업 진출이 활발하다. 도로 건설 설계·건설사업 관리나 타당성 검토 조사용역이다. 진출 지역은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 집중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도공이 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우리 기업이 도로를 건설하고 있다. 해외 투자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인도네시아 쿤시람∼세라퐁 고속도로, 시캄펙∼팔리마나 고속도로 사업관리·유지관리 분야를 제안했다. 베트남 신공항고속도로 실시설계 용역, 캄보디아 시엠리아프 우회도로 포장 건설관리 용역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환경관리공단 개발도상국 환경사업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2005년 베트남 환경협력 사업 진출 교두보를 마련한 뒤 올 10월부터 상주 인력을 파견, 베트남 폐수처리 강화사업을 시작했다. 내년에는 튀니지 오존 측정망 구축사업에 진출하고 베트남 하노이 대기측정망 구축사업도 시작할 계획이다. 몽골·인도네시아 폐수처리사업에도 진출키로 하고 양해각서를 맺었다. 파키스탄 펀자브주 고체폐기물관리 개발 조사, 스리랑카 폐기물관리 정책 수립 지원도 하고 있다. 환경산업 수출 네트워크를 갖추기 위해 개발도상국 환경공무원과 기술자들을 초청, 하수·폐수처리시설 견학과 기술 연수 프로그램을 수시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해외협력팀을 두고 베트남과 중국에 해외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지적공사 국내 지적측량시장 일부 개방이후 2005년 모로코·몽골, 지난해 라오스, 올해 베냉·베트남·캄보디아·아제르바이잔 등 3년 동안 7개국 지적측량시장에 진출했다. 걸음마 단계이지만, 지금까지 수익만 20억여원에 이른다. 이성열 사장은 “해외시장 진출은 공사의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국부를 창출하며, 지적 재조사 등 국내 공공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에 해외사업 부문을 확대·강화하기 위한 계획을 준비 중이다. 우선 해외시장을 추가로 개척하기 위해 2∼3개국과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다. 해외사업 다각화를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동현 사업개발팀 부장은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 등에 대한 진출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면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과 협력해 해외사업을 추진하는데 부족한 자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찬희·안미현·김태균·장세훈기자 hyun@seoul.co.kr
  • 불붙은 자원민족주의… “미개척지를 잡아라”

    “앞으로는 돈이 있어도 원자재를 못 사는 시대가 올지 모릅니다.” ‘베트남 15-1광구 펀드’ 판매에 참가한 대신증권 유광조 부장의 지적이다.1·2차 오일쇼크의 주범은 자원민족주의의 확산이었고, 최근 원자재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1970년 이후 고개를 든 자원민족주의가 다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 이유로 ▲중국 등 신흥개도국의 원자재 수요 확대와 자원확보 경쟁 격화 ▲반미 좌파세력 등장 ▲자원보유국의 독자개발 능력 향상 등을 꼽는다. 자원민족주의는 자원보유국의 자원 국유화→자원보유국들의 카르텔 형성→자원 무기화로 정치적 영향력 확대로 이어진다. 원유에 대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통제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가스카르텔 창설 논의 등도 자원민족주의의 예다.●남미·아시아의 자원민족주의 부활 중남미 최대 자원보유국인 베네수엘라는 반미 성향의 차베스 정부가 들어서자 국영석유회사와 외국석유회사간 기존 원유생산 계약을 무효화하고 정부가 지분의 절반을 소유하는 새로운 합작기업을 설립했다. 볼리비아는 외국회사의 개발소유권을 국영석유회사에 이전했으며, 에콰도르는 지난해 아마존 유전에 진출한 미국석유회사 옥시덴털과의 원유채굴 계약을 무효화했다. 러시아는 구 소련국가와 유럽에 대한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을 통제하는 등 자원을 대외적인 영향력 확대에 이용하고 있다. 알제리는 석유법 개정을 통해 국영기업의 석유 탐사·개발 권한을 강화했다. 베트남은 자원개발투자를 합작회사 또는 경영협력계약만 인정하고 투자가능 분야는 광물탐사 등 중요성이 낮은 사업만 허용하고 있다.●주요국의 대응 방향 이에 중국은 고성장으로 원자재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환된 뒤 안정적인 공급선 확보를 위해 중동·중남미·중앙아시아·아프리카까지 진출하고 에너지 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원자력과 대체에너지 공급을 확대하며 비축유를 증대하고 있다. 또한 중동석유를 보호하기 위한 80년대 카터독트린을 최근에는 카스피해 주변 및 아프리카로 확대하고 있다. 일본은 석유의존도를 축소하고, 원자력 등 대체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4%의 석유 자주개발률 확대…원유수입선 다변화 필요 우리도 대응책을 세우고 있다. 자주개발률을 높이려는 계획이다. 자주개발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봉과 브루나이 등 미개척 에너지 부국은 물론 중동,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남미 등 기존 산유국들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오일샌드와 심해유전 개발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또한 원유수입을 다변화하고 해상수송로의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중동의존도는 2005년 기준 82%나 될 정도로 높다. 그러나 중국은 중동 의존도가 40%에 불과하고 아시아·아프리카·미주에서 각각 20%를 수입,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있다.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자원금융 해외투자 현장을 가다] (중) 베트남 석유생산 기지 15-1 광구

    [자원금융 해외투자 현장을 가다] (중) 베트남 석유생산 기지 15-1 광구

    |붕따우 문소영 특파원|‘베트남 15-1 광구’는 남부 해안도시 붕따우에서 동쪽으로 144㎞ 떨어진 바다에 있다. 호찌민에서 붕따우까지는 자동차로 2시간30분이 걸리고 다시 한나절 넘게 배를 타고 가야 한다. 붕따우는 11월에도 한낮에는 30도를 넘고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으로 후덥지근했다. ●우리기술로 찾은 ‘노다지’ 베트남 15-1광구는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처음으로 석유를 생산해낸 기지다.1998년 석유개발 계약을 체결했으며 생산까지는 5년이 걸렸다. 한국석유공사 베트남 사무소 박세진 소장은 “2003년에 하루 5만 7000배럴을 생산하다 올 4월부터 6만∼8만배럴로 생산량을 늘렸고,2008년부터는 13만배럴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하루 기름 소비량이 200만배럴쯤 되니까 상당한 생산량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이 광구의 의미는 세계 석유수입 5위, 소비 7위국인 한국이 해외자원 개발을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한 것이라고 박 소장은 설명했다. 석유의 75% 이상을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중동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의미는 더욱 크다. 생산 첫해인 2003년 평균 판매유가가 20달러였는데 현재는 66달러이니 수익의 측면에서도 3배 이상이 됐다. 게다가 지속적인 탐사를 통해 매장량을 추가로 꾸준히 확보하고 있다.2001년 이 광구내 ‘흑사자 유전’에서 상업적 발견을 선언했을 당시는 잔존 가채매장량이 4억 5000만배럴이었지만 2005년 ‘금사자 유전’에서 원유가 더 발견돼 7억 2000만배럴로 늘어났다. 여기에 대규모 가스전인 ‘백사자 유전’에 초경질원유 3억배럴이, 지난해 발견된 ‘갈사자 유전’에 1억 2000만배럴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베트남 15-1광구 석유 매장량은 추정치까지 포함해 총 11억 4000만배럴이다. 미국지질학회지(AAPG)가 2003년 베트남 15-1광구를 ‘새천년 들어 전세계 발견 규모 중 최대’라고 평가했는데, 그때보다 4배나 늘어난 것이다. 석유공사측은 “추정치는 앞으로 매장량을 평가할 때 더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지만, 계속 매장량을 찾아내는 것은 축복”이라고 했다. ●IMF로 위축됐던 자원개발 투자 선도 자원개발 금융의 측면에서 이 광구는 실질적 자원확보 외에 외환위기로 위축된 자원개발의 바람을 다시 불러 일으킨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수출입은행 이종복 부부장은 “외환위기를 겪고 나자 1998∼2002년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면서 “때문에 1998년 9월 한국석유공사가 페트로베트남(베트남국영석유회사)과 석유개발개약을 체결한 뒤 2001년 8월 흑사자 유전이 상업적 발견을 선언하고도 국내 금융기관에서 지분참여를 위한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석유개발기금도 없었다. 이 부부장은 “그런 상황에서 수출입은행이 나서서 2000만 달러를 대출해 주었다.”고 설명했다. 수은은 SK에 2002년 6월 만기 5년으로 1250만달러를,2003년 12월에 만기 2년으로 840만달러를 대출해줬다. 이 대출금으로 SK는 이 광구에서 9%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한국석유공사의 지분 14.25%와 함께 한국 지분은 23.25%로 미국의 코노코사와 같아졌다.2003년 이후 국제유가가 계속 최고치를 경신한 덕분에 SK는 이 광구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대출을 5년 만인 지난 6월 모두 조기 상환했다. 베트남 15-1 광구는 가장 성공적이고 모범적인 해외자원개발 사례로 꼽힌다. 한국이 운영권을 갖고 있는 광구에서 석유가 발견된 것도 처음이고, 석유공사 기술진이 최신 탐사기법을 적용해 시추 위치를 정하는 등 우리의 힘으로 일궈낸 유전이기 때문이다. 규모도 가장 크고, 수익성도 좋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메이저 석유회사가 포기하고 떠난 곳에서 우리 기술로 석유를 발견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symun@seoul.co.kr ■ 석유공사의 석유개발 현황 한국석유공사는 베트남에서 15-1광구 이외에 2006년부터 11-2광구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측 지분은 운영권자인 석유공사의 39.75%를 비롯해 LG 11.25%, 대성 6.9% 등 모두 75%에 이른다. 이곳의 잔존가채 매장량은 초경질원유 2300만배럴과 천연가스 약 1900만t이다. ‘롱도이 가스전’으로 불리는 이곳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국내에서 연간 수입하는 천연가스 물량의 85% 수준이다. 롱도이 가스전 생산 개시로 우리나라 원유·가스 자주개발률을 올해 0.5%포인트, 생산이 최고치에 이르는 2013년에는 0.9%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석유공사는 베트남 이외에 해외석유개발을 위해 16개국 30개 사업에 참여, 하루에 약 4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유망 신규사업은 카자흐스탄의 잠빌과 아다광구, 우즈베키스탄의 아랄해 사업 및 나망간과 추스트 광구, 아제르바이잔의 이남 광구, 러시아의 서캄차카 사업 및 티길과 이차 캄차카 육상 광구, 예멘의 16광구와 17광구 39광구 4광구, 나이지리아의 심해광구 321과 323광구, 미국의 산토사 보유 멕시코만 탐사 광구, 캐나다의 블랙골드 오일샌드 광구 등이다. 투자환경과 석유개발 잠재력이 좋은 ‘6대 전략거점’을 설정하고 사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6대 전략거점은 ▲나이지리아 등을 비롯한 서아프리카지역 ▲예멘 등 중동지역 ▲카자흐스탄 등 카스피해지역 ▲러시아 등 동북아지역 ▲베트남 등 동남아지역 ▲캐나다 등 미주지역 등이다. 석유공사는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2010년까지 7조원을 투자, 우리나라 경제규모에 맞는 자주적 석유공급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석유공사 한 관계자는 “석유개발은 물리탐사부터 평가를 거쳐 상업적 생산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해외자원개발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뿐 아니라, 플랜드와 건설산업의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수출입은행,베트남 협력 어떻게 베트남국책은행인 베트남개발은행(VDB)의 응우옌 호앙 쭝 부국장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후 미국 등 전세계에서 직접 투자가 밀려오고 있다.”면서 “고속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과 상수도분야, 교육·의료 등 서비스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쭝 부국장은 “특히 자원개발과 관련해 한국수출입은행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합작금융투자 방식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금력이 있는 한국에서 투자를 하고,VDB가 현지에서 투자사업을 관리하면 ‘윈윈’구조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VDB는 우리의 수은과 산업은행을 합친 기능을 하는 국책은행이다. 수은측은 현재 베트남에 3개 사업 1억 700만달러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지원했다. 투자조건은 3개 사업 모두 연 1.0% 금리로 지원되고, 거치기간 10년 포함해 30년 만기 상환이다. 호찌민 소재 수출입은행 리스회사 홍영표 사장은 “1% 금리로 지원하면 손해가 아니냐고 하지만, 원조가 들어가면 일종의 울타리가 쳐지는 것”이라면서 “국내 기업들이 외국기업을 제치고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고, 평균보다 사업기간이 연장돼 국가 차원에서 보면 실제로 더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잠재성장률이 높은 베트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리나라도 대외경제협력기금 지원 등 원조를 통해 진출의 디딤돌을 놓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부시, 러시아·중국 우회 비판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강대국 러시아, 중국과 동시에 대결하는 국면을 맞고 있다. 러시아와는 이란 핵 문제로, 중국과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 문제로 ‘전선’이 형성됐다. ●美 “부셰르 원전은 핵개발 위장용” 부시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계의 지도자들이 제3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원치 않는다면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이란 핵 프로그램을 놓고 갈등을 재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가 이란에 건설 중인 1000㎿급 부셰르 원전이 이란의 핵 개발을 위한 위장물로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아제르바이잔, 러시아 등 카스피해 연안 5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란을 방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뒤 이란의 평화적 핵 개발 권리를 적극 옹호하면서 “미국 등 서방세계는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푸틴은 특히 미국이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전초기지를 옛 소련 지역 국가에 구축하려는 움직임과 관련,“카스피해 국가들은 다른 외부 세력이 무력을 사용하는 데 자국 영토를 내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부셰르 원전 공사와 관련,“이 프로젝트에 대한 러시아의 의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엔 “종교적 핍박 용납 못해” 부시 대통령은 17일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72)에 대한 미 의회의 황금메달 수여식에 참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미 의사당에서 열린 수여식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함께 달라이라마에게 미국 민간 최고의 영예인 의회 황금메달을 수여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달라이라마와 함께 공개석상에 등장하는 기록을 남겼다. 부시 대통령은 수여식에서 달라이라마를 “평화와 관용의 세계적 상징, 종교인을 지키는 목자, 티베트인을 위해 불꽃을 지키는 사람”으로 극찬하며 “미국은 종교적으로 핍박받는 사람들을 좌시하거나 눈을 감아버리거나 등을 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中 주중미대사 소환 강력반발 달라이라마는 답사를 통해 이 상은 티베트인들에게 엄청난 기쁨과 격려를 안겨줄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이 종교적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한 데 대해 감사했다. 달라이라마는 또 내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이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국가가 되기를 소망한다며 베이징 올림픽 지지 입장을 밝혔다. 반면 중국은 주중 미 대사를 소환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는 국제사회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며 중국인의 감정을 심각하게 손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중·미관계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우리는 미국 정부에 대해 사태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달라이라마 황금메달 수여식 참석이 미국과 중국의 외교관계를 손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중국측에 종교의 자유가 중국의 국익에 부합되고 달라이라마와 만나 협상하는 게 그들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강조해왔다.”며 중국 정부가 달라이라마와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dawn@seoul.co.kr
  • 中~유럽 21세기형 ‘실크로드’ 열린다

    中~유럽 21세기형 ‘실크로드’ 열린다

    21세기형 ‘꿈의 실크로드(비단길)’가 새롭게 되살아 난다. 비단길이 아득한 기원 전부터 동·서양의 교역로였던 것처럼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현대화된 도로와 철도가 새로 개통되는 것이다. 이 야심찬 프로젝트는 내년에 시작돼 11년 뒤인 2018년 마무리를 짓게 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7개국이 이런 내용의 현대판 실크로드를 만드는 데 합의했다고 19일 전했다. 이달 마닐라에서 열린 고위실무자 회의에서다.11월엔 타지키스탄에서 장관급 회담을 갖고 공식승인 절차를 밟는다. ●유라시아 대륙, 동서·남북으로 연결 이른바 ‘현대판 실크로드 프로젝트’에는 중국과 아프가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몽골, 타지키스탄, 우즈베스키탄 등 8개국이 참여한다. 현대판 실크로드는 과거의 루트를 그대로 복원하지는 않는다. 중국 베이징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전 구간을 6개의 핵심구간으로 나눠 구간별로 도로와 철도를 새롭게 연결한다는 게 골자다. 남북으로 잇는 길을 새로 만들거나 중동 주요국가를 서로 잇는 부분교통망도 만들 계획이다. ‘유럽로’의 경우 남쪽 끝은 터키, 북쪽 끝은 러시아가 되도록 하는 식이다. 러시아에도 이 프로젝트에 동참할 것을 제의해 놓은 상태다. ●192억달러 투입…중앙아시아 발전 계기 될듯 실크로드를 재건하는 데는 192억달러(약 17조 7946억원)가 든다.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돈은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국제금융기관이 빌려 주기로 했다. 유럽개발부흥은행(EBRD), 이슬람개발은행(IDB),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유엔개발계획(UNDP) 등이다. 투자의 3분의 1은 중국이 맡는다. 중국이 국가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그간 서부의 오지 개발을 적극 추진해온 것과도 취지가 맞아 떨어진다. 낙후된 서부 지역을 발판으로 삼아 유럽으로 가는 경제교두보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상대적으로 빈곤했던 중앙아시아 국가들에도 놓칠 수 없는 도약의 기회다. 불과 1%대에 머물고 있는 유럽대륙과의 육로연결망을 대폭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이 특히 적극적이다. 카자흐스탄은 이 프로젝트와는 별도로 이미 2015년까지 모두 260억달러(약 24조 968억원)를 투입, 카스피해의 항구도시 악타우까지 1만 4000㎞의 철로를 현대화하고 확장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도 아시아로 물류망을 대폭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유럽연합(EU)국가들은 이미 200억 유로(약 25조 9134억원)를 투입, 유럽을 가로질러 아시아에 연결하는 30개 물류망(이 가운데 4분의 3은 철도수송)구축작업을 수년째 추진해 오고 있다. ADB 관계자는 “유럽과 아시아 간 교역이 연간 1조달러 규모인데 반해 실크로드를 통해 이뤄지는 부분은 1%도 안 된다.”면서 “실크로드가 본격적인 교역 통로로 상용화하면 엄청난 부가가치 창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거침없는 푸틴 “발칸·흑해지역서 러 영향력 부활” 선언

    |파리 이종수특파원|“발칸 반도와 흑해 연안은 러시아 영향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엔 발칸과 흑해 카드를 들고 나왔다.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날카로운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온 푸틴은 “냉전 이후 약화됐던 발칸 반도와 흑해 연안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부활했다.”고 선언한 것이다. 2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흑해경제협력기구 정상회담에서다. 푸틴은 이같이 주장한 뒤 각국 정상들에게 “현재의 느슨한 지역협력체에서 더 나아가 효과적 경제협력체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AP 등 외신들이 전했다. 터키와 그리스를 제외하고는 이번 회담에 참가한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불가리아, 세르비아, 그루지야, 알바니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몰도바 등으로 대부분 옛 소련의 위성국이었거나 냉전 시대 공산국가였다. 푸틴은 이날 “발칸 반도와 흑해는 늘 러시아의 특수한 이익이 걸려 있던 지역이었다.”며 “부활하고 있는 러시아가 다시 이곳에 돌아온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푸틴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과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패권주의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커지고 있는 러시아의 영향력을 흑해·발칸반도 지역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흑해경제협력기구를 EU에 버금가는 경제공동체로 키워 러시아의 영향력을 더 확대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원국은 12개 나라로 2000만㎢의 면적과 3억 5000만여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다. 연간 교역량도 3000억달러로 EU에 버금가는 규모를 갖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푸틴 대통령은 “흑해 지역은 중앙 아시아와 카스피해에서 생산된 원유와 가스를 유럽 시장으로 공급하는 데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에너지 공급은 경제 발전에 갈수록 중요한 요소가 돼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러시아는 자국에서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블루 스트림 프로젝트’ 외에 지난주 국영 가즈프롬이 이탈리아 ENI와 흑해 밑을 지나 불가리아와 다른 유럽국가로 향하는 송유관 건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에너지 공급 라인을 다양화하고 있다. 한편 이타르타스 통신은 “코르탄티노스 카라만리스 그리스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 양자간 회담을 가진 뒤 러시아 남부 지역에서 시작해 부르가스와 알렉산드루폴리스를 잇는 송유관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vielee@seoul.co.kr
  • [이젠 포스트 BRICs] (16) 카자흐스탄 (하)

    [이젠 포스트 BRICs] (16) 카자흐스탄 (하)

    |알마티(카자흐스탄) 김효섭특파원|호수임에도 불구하고 바다라는 호칭을 뒤에 붙이는 세계 최대의 호수 카스피해. 카자흐스탄의 카스피해는 지금 불타고 있다. 석유 시추공에서 나오는 불도 있지만 원유확보를 위한 보이지 않는 ‘석유전쟁’도 벌어지고 있다. ●최대 유전지대 악토베 중국서 싹쓸이 카스피해 일대는 ‘제2의 중동’으로 불린다. 원유 추정매장량은 2600억배럴로 전세계가 10년 간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 천연가스 추정매장량은 239조입방피트로 전세계가 9년 간 쓸 수 있는 양이다. 특히 카자흐스탄의 채굴가능 원유매장량은 396억배럴로 인근의 아제르바이잔(70억배럴), 우즈베키스탄(6억배럴), 투르크메니스탄(5억배럴) 등 이웃한 국가들을 합한 것보다 훨씬 많다. 때문에 카자흐스탄엔 세브론·엑손모빌·셸·토털 등 석유 메이저사들이 적극 진출하고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2005년 카자흐스탄 유전에 투자한 금액은 46억달러. 외국인 전체투자금액의 70%에 달하는 돈이 석유에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제성장을 위한 원유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곽정일 한국석유공사 카자흐스탄 사무소장은 “원유확보에 비상이 걸린 중국의 경우 돈으로 유전을 싹쓸이 한다”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라면서 “카자흐스탄 최대의 유전지대 중 하나인 악토베는 완전 중국판”이라고 말했다. 중국 최대의 국영석유회사 CNPC는 카자흐스탄의 석유기업인 페트로카자흐스탄을 42억달러 주고 통째로 인수했다. 중국 투자기업인 씨틱은 3억 5000만배럴 규모의 유전을 19억달러에 매입했다. 또 카자흐스탄 아타수와 중국의 두산쯔를 연결하는 길이 1000㎞의 송유관을 완공하기도 했다. 중국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이를 견제하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다. 곽 소장은 “카자흐스탄 정부는 페트로카자흐스탄이 인수된 뒤인 2005년 말 유전광구 등을 거래할 때는 정부가 우선적으로 인수할 수 있는 정부선취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로 연결되는 송유관 건설 나서 매장량은 넘쳐나지만 문제는 운반하는 방법이다. 카스피해는 북쪽으로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서쪽으로 아제르바이잔, 동쪽으로 투르크메니스탄, 남쪽으로 이란 등에 가로막혀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석유를 수출하려면 결국 송유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소련시절에 건설된 송유관은 러시아를 지나 동유럽으로 향하도록 설계돼 서구자본이 들어오지 못했다. 때문에 미국 등 서방 석유 메이저 회사들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그루지야 트빌리시를 지나 터키의 세이한항을 연결하는 BTC 송유관을 건설했다.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의 텡기즈 유전에서 러시아 노보로시스크로 연결되는 CPC 송유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또 최근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등에서 러시아를 직접 연결하는 새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에 합의했다. ●석유공사등 국내업체도 광구탐사 현재 카자흐스탄엔 석유공사를 비롯해 LG상사,SK㈜, 삼성물산 등이 석유를 비롯한 자원개발에 나서고 있다. 카자흐스탄 북부의 아다(ADA)광구의 경우 1억 7000만배럴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한해 동안 사용되는 석유 소비량 8억배럴의 5분의1을 조금 넘는다. 또 아다 외에도 잠빌, 사우스 카르포프스키 등 카스피해 인근 4곳에서 탐사를 진행 중이다. 잠빌의 경우 석유 매장량은 10억배럴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는 해외에서 확보한 유전 가운데 20억배럴의 매장량을 가진 나이지리아 해상광구 다음으로 큰 것이다. 또 사우스 카르포프스키의 가스 매장량은 4600만t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내 연간 LNG 도입량 2300만t의 2배가 넘는 규모의 어머어마한 양이다. 곽 소장은 “카자흐스탄은 지질학적으로도 석유가 발견되기 쉬운 땅”이라며 “또한 상대적으로 생산원가가 저렴한 육상광구가 많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newworld@seoul.co.kr ■ “세제등 국내외 투자 차별없어” |알마티(카자흐스탄) 김효섭특파원|“예전엔 해외투자에 특혜가 있었지만 지금은 해외투자나 국내투자나 법적으론 똑같다고 봐야 합니다.” 카자흐스탄의 대형로펌 중 하나인 아에퀴타스(AEQUITAS) 파트너 변호사 나탈리아 브라이니나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5년 전만 해도 특별법 등을 통해 외국인 투자에 세제나 금융상의 특혜를 제공했지만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면서 이 같은 조건은 해마다 줄어들어 현재는 외국인 투자와 국내투자가 동등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의 로펌들은 석유메이저, 금융회사들을 담당하는 비교적 대형로펌과 카자흐스탄 무역회사 등 작은 기업들을 상대하는 중간규모의 로펌으로 구분할 수 있다.1993년에 만들어진 아에퀴타스는 런던에 상장, 큰 반응을 불러왔던 구리생산업체 카작무스 등의 법률자문을 하고 있다. 또 우림건설 등 건설붐을 타고 들어온 건설업체를 포함해 5∼6곳의 한국기업과도 일을 같이 했다. 브라이니나는 “카자흐스탄의 문화와 법률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면서 “변화의 방향은 물론 개방의 정도를 높이고 자유경제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카자흐스탄 법률시장은 금융법과 노동법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자흐스탄은 알마티를 지역금융허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브라이니나는 “정부가 경제의 중심을 자원에서 금융으로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해외채권 발행, 기업공개(IPO) 등 금융시장이 커질 것이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노동자들의 권리도 계속 확대되면서 근로조건, 노사문제 등 노동법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카자흐스탄은 아직 개발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잠재력이 큰 기회의 땅”이라고 강조했다. newworld@seoul.co.kr ■ “카자흐스탄은 제2의 중동” |알마티(카자흐스탄) 김효섭특파원|카자흐스탄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알마티는 카자흐스탄 말로 ‘사과(알마)의 아버지(아티)’라는 뜻이다. 이 말처럼 알마티에는 사과나무가 많았다. 하지만 사과밭은 이제 아파트나 개인주택으로 변하고 있다. 성원건설 김이곤 알마티 1공구 현장소장은 “우리나라의 강남개발과 같은 식”이라며 “강남이 논과 밭이었다면 여긴 사과밭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의 말처럼 카자흐스탄 부동산 시장은 개발을 넘어 과열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신흥 부유층이 생겨나면서 돈은 넘쳐 나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알마티나 아스타나 등 대도시 등으로 한정된 일이다. 카자흐스탄의 부동산 열기는 가격에서도 확인된다. 알마티에서 한창 건설 중인 메리어트 레지던스의 평당가격은 2만 5000∼3만달러. 우리돈으로(환율기준 931원) 평당 2300만∼2700여만원이다. 기준 평형인 50평은 10억원이 훌쩍 넘는다. 소련시절인 20∼30년 전에 지어진 20∼30평짜리 주상복합 아파트도 2억∼3억원이 넘는다. 우리 건설업체들의 진출도 늘어나고 있다. 동일 하이빌, 우림건설, 성원건설 등 중견 건설업체들은 아파트 건설을 진행 중이고 또 최근엔 국내 대형건설업체들도 현지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80년대 중동 이후 ‘제2의 해외건설 붐’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알마티 톈산(天山) 국립공원 인근 4000여평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20층의 5개동 270여가구의 주상복합아파트와 12동 180여가구의 고급 아파트를 짓고 있는 성원건설 이광섭 차장은 “카자흐스탄은 상류층의 고급 주택 수요와 중산층의 이전 수요 등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태”라며 “한국의 고급 주택문화를 카자흐스탄에 전파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카자흐스탄 진출을 중앙아시아 진출 교두보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장밋빛 전망만을 가져서는 곤란하다. 일단 우리나라와 제도가 틀리다. 우리처럼 ‘선분양 후완공’제이지만 분양가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또 분양도 층이 올라갈 때마다 부분부분 이뤄지는 식이다. 아울러 건설사는 골조공사까지만 하고 내부 인테리어공사는 입주자가 별도로 한다. 성원건설 전승덕 차장은 “한국 건설사들이 진출초기에 고급 인테리어나 편리성을 강조하고 싶었지만 이 같은 현지특성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바지스와 쿠아트 등 현지업체의 시장지배력도 막강하다. 다리와 도로 등 대규모 토목공사는 일본과 카자흐스탄 건설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터키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다. 사회주의 시절 관료주의의 잔재가 남아 있어 인·허가 과정이 까다로운 점은 여전히 문제다. 아울러 국내 업체들의 진출이 늘면서 “국내 업체들간의 과열경쟁으로 부동산 가격만 올리는 부작용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newworld@seoul.co.kr ■ “전자시장 매년 2배 증가 한국제품이 60% 점유” |알마티(카자흐스탄) 김효섭특파원| “대형 드럼세탁기가 잘 나갑니다.” 알마티 최대의 쇼핑몰 메가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전자유통업체 ‘술팍(Sulpak)’의 직영 매장 판매직원 디아나(여·21)는 최근 판매실적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대형이라고 하면 10㎏이상인 우리와 달리 현지에선 5㎏이상이면 대형으로 통한다. 하지만 매장 한편엔 드럼세탁기와 함께 세탁과 따로 탈수하는 구형 세탁기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또 600만원이 넘는 52인치 대형 LCD TV와 함께 30인치 브라운관 TV가 나란히 진열돼 있다. 카자흐스탄 전자시장은 이처럼 양극화되어 있다. 부유층은 LCD,PDP TV 등 첨단제품을 구매하지만 도시를 벗어나면 여전히 브라운관 TV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또 러시아 경제권 전체에서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술팍엔 러시아 최대의 전자유통회사 엘도라도가 투자했다. 엘도라도는 러시아에서만 1000여개의 전자매장을 갖고 있다. 술팍의 회장 세르게이 리는 “시장이 해마다 2배 가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자흐스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거의 모든 제품을 주도하고 있고 브랜드 이미지도 좋다고 평가했다. 실제 매년 소비자와 전문가가 뽑는 ‘올해의 제품’에서 한국제품이 전 부문을 석권하고 있을 정도다.LG전자 카자흐스탄 법인의 김춘기 부장은 “한국제품이 시장의 6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전자시장은 고급화되고 있다.TV의 경우 현재는 브라운관 TV의 판매량이 높지만 올 연말쯤에는 LCD,PDP TV의 판매량이 이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우리 업체들도 프리미엄 전략으로 나가고 있다. 카자흐스탄 현지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LG전자의 경우도 장기적으로 현재 생산중인 브라운관 TV 생산라인을 PDP TV 생산라인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김 부장은 “현재도 프리미엄 전략으로 나가고 있고 앞으론 이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른바 불법통관 상품에 신경을 쓰고 있다. 휴대전화나 전자제품 중에서 정식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세금이 없는 두바이 자유무역지대 등에서 건너온 물건이 카자흐스탄에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모델이나 같은 상품이라도 낮은 가격으로 매장에서 팔리는 것은 ‘삼성’이라는 브랜드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카자흐스탄법인의 장석진 차장은 “두바이나 중국 등에서 들어오는 밀수물량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newworld@seoul.co.kr 기획시리즈 ‘이젠 포스트 브릭스’는 카자흐스탄을 마지막으로 현장 취재를 모두 마칩니다. 포스트 브릭스는 다음주 취재방담과 전문가 대담을 한 뒤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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