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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전범 DNA/육철수 논설위원

    세계적 유전공학자인 일본의 무라카미 가즈오 교수는 마음가짐에 따라 유전자(DNA)의 좋은 형질을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저서 ‘유전자 혁명’에서 인간에겐 30억개의 유전자가 있는데, 이 가운데 5~10%만 작동되고 나머지는 잠자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유전자의 ‘ON/OFF 가설’이다. 마음이 신체에 명령해서 실행을 하려면 유전자의 작동이 필요한데, 이때 좋은 유전자를 켜고(ON) 나쁜 유전자를 끄면(OFF) 일을 활력 있고 순조롭게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유전자를 주고받은 부모·자식이 서로 성격·기질·지능·행동이 다른 이유는, 환경과 마음자세에 따라 ‘ON’ ‘OFF’ 하는 유전자의 작동 차이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또 잠자고 있는 90~95%의 유전자를 깨우면 인생이 완전히 새로워질 수 있다고 설파한다. 요즘 일본정부와 일부 신진 우익 정치인들의 독도·위안부 발언을 보면 그들 몸 속에 잠자던 나쁜 유전자들이 또 발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미래 총리감으로 꼽히는 하시모토 도루(43) 오사카 시장은 며칠 전 “위안부가 일본군에 폭행·협박을 당해서 끌려갔다는 증거는 없다.”면서 “있다면 한국이 내놓으면 좋겠다.”고 망발했다. 그러면서 “위안부제도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제도일지도 모른다.”며 “한국 측 주장을 전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리를 내리기도 했다. 그제는 일본 극우파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울 한복판의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과 ‘동북아역사재단’ 건물 입구에 ‘독도는 일본 땅이다. 위안부 거짓말 중단하라.’는 내용을 쓴 나무말뚝을 세워놓아 온 국민의 공분을 샀다. 주지하다시피 일본은 삼국시대부터 우리를 숱하게 괴롭혔다. 임진왜란(1592년)과 한일강제병합(1910년)은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지난 세기엔 러일전쟁·중일전쟁·태평양전쟁을 일으킨, 명백한 전범(戰犯) 국가다. 그 오명은 진정한 반성이 없는 한, 두고두고 씻을 길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의 일부 정치인과 국수주의 세력은 틈만 나면 온갖 망언으로 피해국 국민의 속을 확 뒤집어 놓는다. 아무래도 그들에게는 ‘전범 DNA’가 여전히 ‘ON’ 상태인 모양이다. 무라카미 교수님! 유전 공학의 발달로 특정 유전자를 찾아 콕 집어내거나, 일부분만을 없애는 게 가능해졌다고 하셨지요? 그렇다면 전범 DNA 같은 나쁜 유전자들을 없애거나 변형시켜 그 기능을 영원히 ‘OFF’시킬 방도는 정녕 없는 걸까요?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日 500년 전통 마지막 닌자 “더이상 닌자는 없다”

    日 500년 전통 마지막 닌자 “더이상 닌자는 없다”

    주로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나 악당으로 등장하는 ‘암살의 달인’ 닌자가 실제로도 존재할까? 최근 한 해외매체가 일본의 ‘마지막 닌자’로 알려진 카와카미 진이치(63)를 인터뷰 해 눈길을 끌고있다. 진이치는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닌자 조직의 21대 수장으로 현지에서도 ‘마지막 닌자’로 통한다. 그가 마지막 닌자가 된 것은 암살, 독살, 은신, 정보 수집등의 전통 교육을 받은 마지막 인물이기 때문이다. 진이치는 “닌자 고유의 무기를 통한 암살 등 다양한 기술은 도제자에게 구전으로만 전승된다.” 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가 처음 닌자 교육을 받게된 것은 6살 때. 진이치는 “나는 어렸을 때 부터 추위와 더위, 배고픔과 고통을 참는 법을 배웠다.” 면서 “과정이 너무나 혹독해서 왜 내가 교육을 받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내 삶의 일부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500년 닌자의 전통도 진이치를 마지막으로 종말을 고하게 됐다. 계승할 도제자를 두지 않았기 때문. 진이치는 “현대 시대에 닌자는 어울리지 않으며 존재할 필요도 없다.” 면서 “제자에게 살인과 독을 만들고 사용하는 법을 가르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진이치는 일본 미에대학의 특임교수로 닌자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닌자의 정보 수집과 분석 방법을 현대의 비즈니스에 응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인터넷뉴스팀
  • 백제 철제대도서 ‘금상감’ 첫 확인

    백제 철제대도서 ‘금상감’ 첫 확인

    금으로 봉황 무늬 등을 화려하게 상감(象嵌·박아넣음)한 백제시대 큰 칼 유물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국립공주박물관이 14일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상감기법은 백제에서 제작해 일본으로 넘어간 이소노카미 신궁(石上神宮)의 칠지도(七支刀)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고 박물관은 덧붙였다. 이소노카미 신궁은 가장 오래된 일본의 신사로 야마토 정권(3세기말~645년)의 무기고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승희 공주박물관 관장은 “일제강점기에 발굴된 미정리 유물을 보존처리하기 위한 X-선 투과 촬영 과정에서 (공주) 송산리 고분군 중 29호분에서 출토된 철제대도(鐵製大刀·쇠로 만든 큰 칼)에 화려한 문양을 금선(金線)으로 새긴 금상감(金象嵌)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새롭게 확인한 이 금상감대도(金象嵌大刀)에서 금상감은 일부가 훼손된 칼 몸통(도신·刀身) 앞면과 뒷면 모두에서 확인됐다. 상감한 문양은 봉황(鳳凰)과 초화(草花·풀이나 꽃)·운기(雲氣·구름) 등으로, 이 도안을 칼날 전체에 새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박물관은 말했다. 현재까지 확인한 백제 상감대도는 공주 수촌리와 천안 용원리, 서산 부장리, 고창 봉덕리 등 5세기 무렵 지방 유력 세력자가 묻힌 곳으로 생각되는 무덤에서 10점 정도. 이들은 칼손잡이 부분에만 용이나 봉황, 넝쿨 등의 개별 문양을 은상감(銀象嵌)했다는 점에서 이번에 확인된 금상감대도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번에 확인한 금상감대도는 이소노카미 신궁 칠지도를 제외하고 백제 상감대도 중 유일하게 칼 몸통 전·후면 모두에 금상감을 한 자료로 평가된다. 또한 봉황과 초화, 운기를 모두 조합해 연속으로 배치한 문양 또한 백제 유물에서는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박물관은 말했다. 김 관장은 “백제 웅진시대 왕릉 공동 묘역인 송산리 고분군 중에서도 무령왕릉과 인접한 횡혈식 석실분인 29호분에서 금상감대도가 확인됨으로써 백제 장식 대도의 소유 및 그 위계(位階)를 가늠해 볼 수 있다.”면서 “제작시기·제작기법 등에서 의문이 여전한 일본의 칠지도와 그 금상감 기법 등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실물 자료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여성들이여! 당당하게 살아라

    그리스 신화 속 아탈란타(Atalanta)는 사냥의 여신이었다. 남자들보다 날랬고 미모 또한 ‘여신급’이었다. 당연히 그를 흠모하는 청년들이 많았는데, 아탈란타는 달리기 시합에서 자신을 이기는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제안했다. 질 경우엔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는 섬뜩한 조건도 내걸었다. 그리스에서 가장 날래고 용맹한 청년 멜라니온이 제안에 응했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자신이 없었던 그는 아프로디테에게 도움을 청했고, 황금사과 세 개를 선물로 받았다. 경주가 시작되자 멜라니온은 아탈란타가 앞설 때마다 앞에 황금사과를 하나씩 던졌다. 아탈란타는 그때마다 번쩍이는 황금사과의 유혹에 주춤했고, 결국 멜라니온에게 승리를 헌납했다. 일부 여성운동가들은 세 개의 사과가 각각 아름다움과 우아함, 즐거움을 상징한다고 본다. 남성 우월 사회에서 흔히 통용되는 게임의 법칙이자,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여성의 의지를 꺾고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걸림돌들이다. ‘자유롭게 사랑하고 치열하게 성공하라’(왕카이린 지음, 정유희 옮김, 틔움 펴냄)는 이런 인식 위에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는 모두 8명의 여성을 등장시킨다. 대표작 ‘제2의 성’을 통해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페미니즘의 기초 명제를 제시한 시몬 드 보부아르, 니체의 청혼을 거부하고 릴케, 프로이트 등 천재들과 사랑을 나눈 자유로운 영혼 루 살로메, 조각의 거장 로뎅을 상대로 격정적 사랑과 애절한 증오를 함께 키웠던 열정의 예술가 카미유 클로델, “여자가 평생 한 명의 남자와 교제한다는 것은 오직 한 명의 작곡가가 만든 음악만을 듣는 것과 같다.”고 외친 맨발의 이사도라 덩컨 등이 먼저 소개된다. 저자는 “이들이 두려움 없는 사랑과 자기 주도적 인생을 통해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어냈다.”며 “여성들이 자신만의 기준으로 당당하게 살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책의 전체적인 얼개가 자유로운 성, 거리낌 없는 연애 등 주로 남성의 상대자로서의 면만 부각시킨 듯한 아쉬움도 남는다. 본질적인 존재로서의 여성을 그리려 했으나 뜻과 달리 성 역할론에만 묻힌 듯한 느낌이다. 1만 18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13) 광주 육판서길 & 대구 북성로

    [길을 품은 우리 동네] (13) 광주 육판서길 & 대구 북성로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의 주인공 소년 어니스트는 마을 바위 골짜기에 새겨진 큰 바위 얼굴을 닮은 훌륭한 인물에 대한 얘기를 어머니로부터 듣고 자란다. 마을 사람들 역시 평생에 걸쳐 훌륭한 인물의 출현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실망하기를 반복한다. 19세기 중반 미국의 얘기다. 고단하고 남루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 부와 명예, 권력 등 출세에 대한 욕망은 이렇듯 지역과 시대를 가리지 않았다. 대구 중구 북성로와 광주 동구 육판서길 역시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부와 출세에 대한 갈망의 얘기를 담고 있다. 타관으로 떠나 출세한 이는 마을의 자랑이다. 하지만 구불구불한 고향 길을 따라 대처로 떠난 이 대부분은 으리번쩍하게 출세하기보다 여전히 퍽퍽한 삶 속에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다. ■광주 육판서길 깜빡이는 30촉 전구를 올려다보며 박수를 치고 처음으로 전화를 들여놓은 집에 모여 감격스러워했던 것이 20년 남짓 전의 일이다. 지하수가 아닌 수도꼭지에서 졸졸거리는 수돗물에 감격했던 것은 불과 7, 8년 전이다. 광주 도심에서 20분 안쪽 거리에 있는 마을이건만 발전은 더뎠다. 온 나라가 난리던 6·25전쟁 때도 아무런 피해가 없었을 정도였다. ‘전라도판 동막골’ 같은 곳이다. 광주에서 화순 쪽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접어드는 길 입구에 커다란 바윗덩어리 표석이 보인다. ‘六判里’(육판리)라고 쓰여 있다. 여기서부터 육판서길이다. 시멘트로 닦인 길이긴 하지만 쉬 사람 사는 마을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구불구불한 산길, 논길, 밭길이다. 다른 곁길도 없다. 육판서길 중간쯤 왼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절(법림사)이 하나 있어 육판서길 143번길이 하나 따로 나와 있는 정도다. ●평산 신씨·광산 김씨 집성촌 시작점에서 2004m를 가니 거짓말처럼 마을이 하나 나왔다. 500년 정도의 나이를 자랑하는 느티나무가 마을 어귀에서 한껏 팔을 벌리고 있다. 행정구역명은 광주 동구 내남동 내지마을이다. 하지만 내지마을이 아닌 육판마을로 흔히 쓰인다. 풍수지리학적으로 3정승 6판서가 나올 지세라고 해 붙은 이름이다. 정승에 판서라니…. 정승은 요즘으로 치면 총리급이고 판서면 장관급인데 진짜 판서를 여섯 명이나 배출했던 것일까. 아니면 대처를 꿈꿔 온 궁벽한 마을의 바람이 담겼던 걸까. 이 마을은 평산 신씨와 광산 김씨가 모여 사는 집성촌이다. 육판서길을 도로명 주소로 쓰는 집은 모두 82곳이 있지만 외지로 많이 떠나 빈집이 20곳 가까이 된다. 마을에서 가장 젊어 이장을 맡고 있다는 김성중(64)씨는 “아주 옛날부터 지관들이 마을을 보고 나면 한결같이 풍수지리학적으로 지세가 아주 좋아 3정승 6판서가 나올 곳이라고 했다.”면서 대처로 나간 육판마을 출신 인사들의 이름을 줄줄이 읊는다. 어디 병무청장, 어느 지역의 지법원장에 4성 장군, 큰 리조트를 운영하는 사업가…. 광주에서 언론인 생활을 하다 은퇴하고 귀향한 신현덕(70)씨도 “풍수지리학에서는 길지의 조건 중 ‘산진수회 필유음택’이 있는데 우리 마을이 딱 들어맞는다. 외지인들도 묘를 쓰기 위해 여기로 들어온다.”고 거들었다. 산진수회 필유음택(山盡水回 必有陰宅)은 산으로 막히고 물이 감아 도는 곳에 묘를 쓴다는 뜻이란다. ●내지천 마을 감싸고 분적산 병풍처럼 실제로 마을을 찬찬히 둘러보니 무등산 자락에서 뻗어 내린 분적산이 병풍처럼 든든히 버티고 있고 내지천이 마을을 감싸며 흐르고 있다. 총리, 장관까지는 아니라도 궁벽한 마을에서 출세한 사람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마을회관 앞에서 삶은 감자를 먹으며 마을 내력을 살펴보니 꼭 풍수지리학적 지세만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비밀은 육판마을의 놀라운 교육열이었다. 단순히 자식들의 교육열이 아니라 어른, 아이 가릴 것 없는 배움의 열기 그 자체였다. 그저 먹고사는 것에만 매달려야 했던 1955년부터 육판마을에서는 한문서당을 운영했고 1961년에는 문맹 퇴치를 위해 야학을 열었다. 공식 학력은 보잘것없는 촌로들이 문자속이 기특할 수밖에 없는 것도, 마을회관 벽마다 마을의 크고 작은 역사를 빼곡히 기록해 놓은 것도 그에 따른 당연한 이치였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자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도 순리에 가까웠겠다 싶다. 소설 ‘큰 바위 얼굴’에서 큰 바위 얼굴을 닮은 훌륭한 인물의 출현을 기다렸던 어니스트와 마을 사람들이 말년에 이르러서야 새삼 깨달았듯이 육판마을 역시 마찬가지 가르침을 준다. ‘출세’는 돈이나 권력 그 자체가 아니라 성찰할 줄 아는 겸손한 성품과 순결한 노력에 따른 부수적 산물이다. 글 사진 광주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대구 북성로 일제강점기 때 대구 읍성이 헐리고 일본인들이 몰려들었다. 허물어진 읍성 자리에 신작로를 냈다. 북쪽에 낸 신작로가 북성로다. 대구역 사거리 대우빌딩에서 달성공원 입구까지 1.42㎞ 구간이다. 지역 최초로 포장된 도로였을 뿐만 아니라 북쪽에 경부선 철로가 나면서 제일 먼저 일본 사람들이 토지를 매입하기 시작한 도로이기도 하다. ●대구 읍성 헐고 낸 신작로 1.42㎞ 구간 자연스럽게 북성로 일대는 일본인들의 상점으로 채워졌다. 조경회사인 스기하라합자회사, 목재회사인 구로가와 재목점, 대구 최초의 목욕탕인 조일탕, 대구 곡물회사, 마쓰노 석유회사, 철물점 등이 생소한 일본어 간판을 내걸고 늘어섰다. 식당, 요릿집, 영화관, 여관 등이 있던 무라카미초(향촌동)와 연결돼 대구 최고의 번화가를 이뤘다. 특히 이곳에 자리 잡은 미나카이 백화점(현재 대우 주차장 자리)은 대구 본점을 시작으로 한반도 전역과 만주, 일본 도쿄에 이르기까지 18개 지점을 거느린 백화점 그룹으로 성장했다. 1940년 당시 종업원 4000여명에 연 매출이 1억여엔인 공룡 기업이었다. 미나카이 백화점은 5층으로 지어질 당시 대구 최고층 건물이었다. 기둥 사이에 붉은 벽돌을 쌓고 타일을 붙였으며 안에는 유일하게 엘리베이터까지 설치했다. 꼭대기 층에는 카페가 있어 지방의 재력가들이 드나들었다. 최근 이 백화점을 내용으로 한 ‘북성로의 밤’이라는 소설이 출간됐다. 일본이 식민지 수탈을 목적으로 부설한 철도도 북성로를 당시 최고의 번화가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철도가 멈추는 대구역 주변에는 물류가 모이고 빠져나가는 대형 창고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거래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주식인 쌀의 거래는 일제의 수탈 강화와 함께 투기성을 띠는 지경에 이르렀다. 해방 이후 북성로는 사교와 문화의 거리로 변모한다. 백조다방은 당시로는 파격적인 그랜드 피아노가 있어 향토 음악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향토 음악인의 연습 공간으로 애용되기도 했다. 6·25전쟁 시절에는 북성로 일대에 이름난 다방이 많이 있었다. 모나미, 청포도, 백조, 백록, 호수, 꽃자리 등이다. 모나미다방은 문인들이 즐겨 찾았으며 꽃자리다방에선 구상 시인의 시집 ‘초토의 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상권이 변하면서 1970년대 들어 북성로에는 공구 골목이 들어섰다. 북성로 거리 양쪽에 500여개 점포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공구, 호스, 농기구, 베어링 등의 산업용품을 판매한다. 이곳에서 대구 경북 산업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산업공단, 이현공단 등 도심 산업단지가 들어선 1970년대 후반 전성기를 맞았다. ●30년 넘은 여인숙·쪽방 다닥다닥 이후 공구 골목은 부침을 거듭했다. IMF 외환 위기와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1998년에는 검단동 유통단지로 상당수 업체가 빠져나가면서,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몰이 생겨나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이렇게 반복되는 위기에도 굵직한 회사들이 여전히 북성로를 지켜 공구 골목은 건재하다. 하지만 공구 골목 주변은 개발에서 소외돼 도심의 빈촌으로 전락했다. 북성로에는 아직도 30년이 지난 낡은 여인숙과 쪽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3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그래도 북성로에서 변화한 곳이 있다. 1904년 건설된 대구역사다. 당시 오두막 형태의 임시 역사였지만 1913년에 다시 지어졌다. 목조 2층으로 일본, 서양 절충형의 르네상스 양식 건물이었다. 역 앞 광장은 민중 집회와 축제, 선거 유세 때 가장 먼저 꼽히는 장소였다. 대구를 드나드는 사람들과 만나고 이별하는 추억을 시민들에게 남겼다. 그 광장은 2002년 대구역이 롯데백화점 민자역사로 바뀌면서 시민들의 품을 떠나고 말았다.북성로에서 50년째 살고 있다는 김정규(75)씨는 “북성로는 대구의 모든 돈과 쌀이 모였던 곳이었다. 이제는 대구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전락해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글 사진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14회는 제주 서귀포시 ‘이어도로’를 소개합니다.
  • 하루키 30대에 썼던 산문집 5권 출간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30대 시절이던 1980년대 쓴 산문집 다섯 권이 문학동네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으로 나왔다. 하루키와 막역한 사이였던 일러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와 함께 작업한 책을 엮은 것이다. 그간 국내에서는 일부를 발췌한 앤솔로지 형식 등으로만 소개됐던 것을 이번에 모든 내용과 삽화를 원서의 차례에 맞췄다.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를 비롯해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세일러복을 입은 연필’ ‘해 뜨는 나라의 공장’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등이다. 하루키의 남다른 감성과 무심한 듯한 유머가 안자이 미즈마루의 아기자기한 삽화 속에 녹아있다.
  • [한·일 프로야구 레전드 매치] 태양, 마신을 꺾다

    [한·일 프로야구 레전드 매치] 태양, 마신을 꺾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일본 프로야구 ‘전설’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20일 잠실구장. ‘한·일 프로야구 레전드 매치’에서 만난 두 나라 영웅들이 자국 야구의 자존심과 명예를 걸고 한판 맞대결을 펼쳤다. 세월을 속일 수는 없었지만 팬들은 이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선동열(49·KIA 감독)과 사사키 가즈히로(44·해설위원)의 선발 맞대결에 초점이 모아졌다. 1985년 해태에 입단한 선동열은 11년 통산 146승 40패 132세이브를 기록하며 ‘국보급’ 투수로 불렸다. 일본 주니치에서도 1996년부터 4시즌을 뛰며 10승 4패 98세이브를 챙겼다. 1990년 요코하마에 입단한 사사키는 12시즌 통산 43승 38패 252세이브를 올려 최고 마무리로 자리매김했다. 2000~2003년 메이저리그 시애틀에서도 7승 16패 129세이브. 둘은 1997년 세이브왕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공동 선두(38세이브)로 끝났다. 등번호 18번을 달고 먼저 등판한 선동열은 선두타자를 유격수 땅볼로 가볍게 처리했지만 2번타자 도마시노 겐지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 고마다 도쿠히로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1사 1·2루의 위기에 몰렸다. 다음 타자는 일본 통산 525홈런의 전설 기요하라 가즈히로. 홈런을 장담했던 기요하라를 선동열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선동열은 5번 무라카미 다카유키마저 스탠딩 삼진으로 낚았다. 2탈삼진에 1안타 1볼넷 무실점. 구속은 110~120㎞대였다. 반면 사사키(1이닝 4안타 2실점)는 기대에 못 미쳤다. 1회 이종범과 전준호에게 연속 안타를 내줘 무사 1·3루의 위기를 맞았다. 한국은 3번 양준혁의 내야 땅볼로 3루 주자 이종범을 홈으로 불러들였고 계속된 2사 3루에서 5번 김기태의 내야 안타로 전준호가 홈을 밟아 2점째. 한국은 김성한의 좌선상 2루타로 2·3루의 찬스를 이었지만 한대화(한화 감독)가 아쉽게 좌익수 뜬 공으로 돌아섰다. 선동열 감독은 “6년 만에 마운드에 올라 감회가 깊다. 힘들었지만 기요하라와의 대결에서 이겨 기쁘다.”면서 “제구가 안 되는데 이만수(SK 감독) 포수가 코너워크를 많이 요구했다.”며 웃었다. 한국은 선동열-이만수 배터리에 김성한(1루)-박정태(2루)-김재박(유격수)-한대화(3루)로 화려한 내야진을 구축했다. 또 선동열에 이어 조계현-정민철-한용덕(4·5회)-김시진-김용수(7·8회)-송진우를 내세워 일본 타선을 6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한국은 2-0으로 앞선 5회 일본 외야수의 잇단 실책성 수비로 2점을, 6회 전준호의 내야땅볼 때 대주자 김광수가 홈을 밟아 결국 5-0 완승을 거뒀다. 5타수 2안타 1득점으로 공수에서 활약한 ‘막내’ 이종범이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책꽂이]

    무라카미 하루키 두번째 잡문집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비채 펴냄) ‘내가 대학생 때 ‘서른 넘은 놈들을 신용하지 마라.’는 말을 흔히 들었다.(중략) 우리가 스무 살이던 시절에는 분명 자신이 서른을 넘으면 지금의 어른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어른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세상은 확실히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중략) 그러나 실제로는 유토피아가 도래하지 않았다.’(88쪽). 무라카미 하루키(63)의 두 번째 잡문집으로 제목이 신선하다. 영화배우 앤서니 홉킨스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에 출연해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란 채소나 다름없다.”고 한 말에서 따왔단다. 머리를 비우며 가볍게 읽을 수 있다.   中 임신부의 위험한 낙태 고발 개구리(민음사 펴냄) 민중의 원초적 생명력을 노래한 ‘붉은 수수밭’의 중국의 문제적 작가 모옌(57)의 작품으로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인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1969년 인구가 8억명을 넘어서자 “초과 출산을 허락할 수 없다.”며 지방관리들을 몰아붙였고 G2로 성장한 지금도 그 정책은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7개월된 임신부가 위험한 낙태를 하거나, 실존하지만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유령인들이 크게 늘어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 개구리는 작가의 고향인 가오미 둥베이의 토템으로 강력한 생산력, 다산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베트남전쟁이 앗아간 청춘·사랑   전쟁의 슬픔(아시아 펴냄) 베트남의 작가 바오 닌(60)은 17살에 자원입대해 이른바 베트남 전쟁에서 직접 전쟁을 경험했다. 1975년 떤 선 녓 국제항공 점령 전투에서 소대원 중 살아남은 사람은 그와 동료 한 사람이었다. 뒤늦게 문학학교에 입학해 첫 장편인 ‘전쟁의 슬픔’을 내놓았고, 베트남 문학 최초로 16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전쟁이 어린 연인들을 어떻게 미궁에 빠뜨렸는지 냉정하고 잔혹하고 솔직하게 그려낸 전쟁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1500년전 칠지도 ·환두대도 만나보세요

    1500년전 칠지도 ·환두대도 만나보세요

    고대 제철 방식으로 복원한 ‘칠지도’(위·七支刀)와 ‘무령왕 환두대도’(아래·環頭大刀)가 일반에 공개됐다. 충남도 백제역사문화관은 3일부터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화단지 내 문화관 1층에서 최근 복원한 칠지도와 환두대도를 상설 전시한다. 칠지도는 칼날 양쪽에 굴곡진 가지를 3개씩 돋아나게 만든 것으로 백제시대 한·일 교류의 비밀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다. 일본 국보로 지정돼 현재 나라현 덴리시 이소노카미신궁에 보관돼 있다. 칼에 칠지도라는 이름과 함께 ‘백제가 왜왕에게 만들어 주었다’는 내용의 글자가 금으로 상감돼 있다. 이 칼을 일본 왕에게 선물한 왕은 백제 근초고왕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두대도는 1971년 무령왕릉 출토 시 무령왕의 허리춤에서 발굴됐다. 백제유물 역사상 주인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칼로 환두대도 중 최고 걸작으로 평가된다. 손잡이에는 금실과 은실이 차례로 감겨 있고, 양쪽 끝은 봉황이 새겨진 문양으로 장식돼 있다. 실물은 국립공주박물관에 있으나 부식 등으로 원형이 많이 훼손돼 있다. 두 칼은 제철에서 세공까지 전문가의 철저한 고증을 거쳐 전통 제철 기술로 만들어졌다. 역사문화관 관계자는 “단접기술(쇠를 접는 기술)로 칼날을 복원하는 등 1500년 전 백제의 최첨단 기술을 재현한 데 의미가 있다.”며 “문화관에는 국보 287호 백제금동대향로 등 백제 복제 유물 250여점도 전시돼 있다.”고 말했다. 부여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문화마당] 타임슬립/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문화마당] 타임슬립/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요즘 대중예술장르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용어 중 하나가 ‘타임슬립’이다. 타임슬립(time-slip)이란 ‘시간이(에서/으로) 미끄러지다’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말로서,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가 소설 ‘5분후의 세계’(1994)에서 사용하여 알려지게 되었다. 또한 타임슬립은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설 ‘타임슬립’(2008), 무라카미 모토카의 만화 ‘타임슬립 닥터 진’ 등에서 작품 소재로서는 물론 타이틀에까지 사용되면서 어느 사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되었다. 이런 연유로 타임슬립이란 말이 일본 작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미 1964년 SF문학의 거장 필립 K 딕이 ‘화성의 타임슬립’(Martian Time-Slip)이라는 작품을 발표한 바 있으니 생각보다 꽤 유서가 깊은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2012년 한국에서 타임슬립이란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물론 이 현상을 주도하는 것은 드라마이다. 올봄 ‘옥탑방 왕세자’가 타임슬립을 작품의 중요한 모티브로 설정한 이후 타임슬립과 관련 있는 드라마는 얼마 전 방영 종료된 ‘인현왕후의 남자’를 비롯, 현재 방영 중인 ‘닥터진’ 그리고 방영을 앞둔 ‘신의’까지 계속 전파를 탈 예정이다. 어디 드라마뿐인가? 영화에서도 베리 소넨필드 감독의 ‘맨인블랙3’(Men in Black 3)가 이미 관객과 만났고,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왜 이렇게 타임슬립 관련 작품들이 잇달아 나오는 것일까? 먼저 타임슬립이라는 현상이 초래하는 가상성 혹은 상상력에 대해 시청자·관객의 수용성이 커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는 판타지 작품의 성공과 무관하지 않은데, 지금의 시청자·관객은 리얼리티에 강박적이지 않다는 점을 뒷받침해 준다. 시청자·관객은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평행우주론’이나 가상현실에 대한 논의에 핍진성(逼眞性)이 부여되고, 비록 상상력에 기초하지만 이를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것에 외려 열광하는 모습을 보인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비롯해 ‘아바타’, ‘반지의 제왕’ 등이 거둔 엄청난 흥행 성공이 이를 말해 준다. 드라마 역시 ‘시크릿 가든’이나 ‘해를 품은 달’처럼 판타지가 극적 재미를 강화시켜 주는 기능을 함으로써 판타지 코드는 근래 한국 드라마가 거의 고명처럼 얹어 가는 양태가 되었다. 작가의 입장에서도 타임슬립으로 과거와 현재 혹은 미래, 역사와 현실을 접속·교차함으로써 시공간의 자유로운 이동을 획득하고 스펙터클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강력한 유인요소임에 분명하다. 시청자·관객이 그 허구성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므로 상상력의 제한을 덜 받을 테니 말이다. 여기에 현실·현재에 대한 사람들의 무의식이 가세하면서 타임슬립이 더욱 매력적인 요소로 부상한 것이 아닐까? 다른 시간대로의 이동은 현재에 대한 불만족, 상실감, 후회, 좌절 등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과거나 미래를 바꾸고 싶은 심리를 내포한다. ‘맨인블랙3’에서는 지구의 파멸을 막기 위해 1969년으로 타임슬립하고, ‘옥탑방 왕세자’는 세자빈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려다 300년의 시간을 넘어 21세기로 타임슬립한다. ‘닥터진’의 진혁은 사경을 헤매는 연인으로 인해 괴로워하다 조선시대 후기의 시간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이처럼 현재의 문제나 위기가 과거 혹은 미래를 바꾸고 싶은 강력한 욕망을 추동하고, 이것이 다른 시간차원으로 이동하게 하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분위기는 다르지만, ‘미드나잇 인 파리’ 역시 약혼녀와의 삶의 가치관 및 취향의 차이로 고민하는 주인공이 속물적인 도시보다는 낭만과 예술적 풍취가 살아 있는 20세기 초반의 파리를 그리워함으로써 자연스레 그 시대로 타임슬립하게 된다. 적어도 작품에서의 타임슬립은 현재에 대한 불안과 불만족, 그래서 시간을 초월하여 새로 시작하고 싶은 심리를 반영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타임슬립 작품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 ‘빛보다 빠른 입자’ 결국 해프닝

    ‘빛보다 빠른 입자’ 결국 해프닝

    ‘현대 물리학의 진리’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원리에 도전했던 일단의 물리학자들이 있었다. 머릿속에서 모든 것을 풀어 갔던 아인슈타인의 시대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고가의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이들의 도전은 지난해 물리학계의 근간을 흔들었고, 성공의 9부 능선을 넘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반란은 결국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빛보다 빠른 물질은 없다’는 교과서 문구를 바꿀 수 있었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연구팀의 실험 결과는 결국 사소한 실수에서 빚어진 ‘오해’이자 ‘해프닝’으로 막을 내리고 있다. BBC 등 외신들은 CERN을 비롯한 전 세계 연구진으로 구성된 중성미자(뉴트리노) 추적팀 오페라(OPERA)가 지난해 발표했던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르다.”는 연구 결과를 오는 8일 일본 교토에서 열리는 뉴트리노·우주물리 국제학회에서 정식 철회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성미자는 현대 물리학에서 만물을 구성하는 물질을 나타내는 표준 모형에서 가벼운 입자에 속하는 물질로, 질량이 거의 없으며 일반 원자와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 어느 곳에서나 진공 상태처럼 저항 없이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페라 연구팀은 스위스 제네바의 CERN에서 732㎞ 떨어진 이탈리아 그란사소까지 중성미자를 보내는 실험을 3년간 진행했으며, 중성미자가 빛보다 60나노초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발표했다. 전 세계 물리학계와 언론은 충격에 빠졌다. ‘빛보다 빠른 물질은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전제가 틀릴 경우 현대 물리학은 잘못된 가설 위에 세워져 있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당시 오페라 측은 논문을 공개하기에 앞서 모든 참여자들에게 자발적인 서명을 유도했다. 발표 이후의 파장을 고려한 조치였다. 실험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일부 연구진은 논문에서 빠졌다. 오페라의 발표는 화제를 모았지만 긍정보다는 비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자신이 배워 온 물리학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전 세계 물리학자들이 필사적으로 실험의 오류를 찾기 위해 나섰다. 오페라 연구진은 실험 오류 가능성을 반박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다시 실험을 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물리학계는 이후 실험 장치의 설계가 잘못됐거나 기기상의 문제는 없었는지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월 연구진은 장치 오류 가능성을 찾아냈다. 케이블과 검출기의 컴퓨터가 느슨하게 연결되면서 이동하는 중성미자의 위치와 시간을 재는 GPS 광신호가 수십 나노초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중성미자의 속도는 진짜 속도보다 느리게 측정돼야 한다. 반년여에 걸친 아인슈타인에 대한 의심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물리학자들이 중성미자의 속도를 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 페르미연구소나 일본의 슈퍼카미오칸데에서도 중성미자의 속도를 측정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일부에서는 중성미자의 속도가 빛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오차범위 내이거나 실험 오류로 판명됐다. 지난 3월 말 오페라 실험 대변인을 맡고 있던 안토니오 에레디타토 스위스 베른대 교수와 물리분과장 다리오 오티에로 프랑스 리옹대 교수가 사임했다. 실험에 대한 책임을 지기보다는 쏟아지는 물리학계의 비난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알려졌다. 5월 오페라 연구진은 실험장치 오류를 보완해 재실험을 실시했고, 그 결과는 기존 실험과 달랐다. 빛과 중성미자의 빠르기에서 명확한 차이를 발견하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고 해서 오페라 연구진의 실험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물리학 중에서도 ‘절대 진리’로 여겨졌던 이 분야는 반세기 넘게 학문적 발전이나 토론이 없는 ‘죽은 분야’였다. 감히 아인슈타인에게 도전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실험 결과를 두고 전 세계에서 수백 건 이상의 논문이 발표되고, 활발한 토론회와 세미나가 이어졌다. 이런 도전들이 계속된다면 언제가 아인슈타인이 ‘현재를 지배하는 과학자’가 아닌 ‘과거의 과학자’가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윤회장, 檢 수사기밀 입수한 듯

    대검찰청 산하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은 29일 오전 한국저축은행 윤현수(59) 회장과 한주저축은행 김임순(53)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윤 회장은 계열사인 경기·영남저축은행을 통해 대주주인 대한전선 계열사 12곳에 1500여억원을 불법대출하고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일본 후쿠오카의 ‘세븐힐스 골프클럽’과 아오모리의 ‘나쿠아 시라카미 리조트’ 등을 차명으로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합수단은 윤 회장이 부실한 담보를 제공받고 특혜·불법대출하거나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사실상 사기 대출한 것으로 보고 횡령 혐의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김 대표는 임직원들과 공모해 과대평가된 허위 감정평가서를 이용해 118명의 차주에게 116억원을 불법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합수단은 또 가짜통장을 이용해 예금주 돈 180억원을 인출해 달아난 이모 이사와의 공모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으나 김 대표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윤 회장은 2006년 대출 리베이트 건으로 검찰수사를 받을 당시 검찰 내부 인사로부터 ‘내사착수 보고서’와 ‘계좌추적 대상’ 등 수사관련 자료를 몰래 넘겨받아 수사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윤 회장 측의 변호사였던 김모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내사 착수 보고서를 발견했다. 이 보고서는 절대 외부로 유출될 수 없는 자료로 검찰 내부를 통하지 않고서는 구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은 이르면 이번 주중 윤 회장과 김 대표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한편 윤 회장과 김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취재진의 눈을 피하기 위해 검찰청 직원들의 출근시간대인 8시~8시 30분에 미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들어간 뒤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오전 10시쯤부터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합수단은 회사 돈 470억원을 빼돌려 밀항을 시도하려다 붙잡힌 김찬경(56) 미래저축은행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 24일 구속기소한 바 있다. 또 170억원의 회사 돈을 횡령하고 미래저축은행에 650억원을 불법대출해 준 임석(50)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을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윤 회장과 김 대표까지 사법처리되면 지난 6일 영업정지된 4개 저축은행 대표의 범죄 혐의에 대한 기본적인 수사가 마무리되는 것으로 이후에는 합수단의 수사 초점이 이들의 ‘횡령 이후 범죄’인 정·관계 로비 쪽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檢, 윤현수회장·김임순대표 29일 소환

    檢, 윤현수회장·김임순대표 29일 소환

    대검찰청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은 29일 오전 10시 영업 정지된 한국저축은행의 윤현수(왼쪽·59) 회장과 한주저축은행 김임순(오른쪽·53) 대표를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은 윤 회장과 김 대표의 혐의를 확인한 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윤 회장은 대주주에게는 대출해 줄 수 없다는 규정을 위반, 계열 저축은행을 통해 대주주인 대한전선 계열 12개사에 1500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 회장은 대출 과정에서 대주주 규정을 피하기 위해 제3자를 끼워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 회장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일본 아오모리에 있는 ‘나쿠아 시라카미’ 리조트와 후쿠오카의 ‘세븐힐스골프클럽’ 등을 차명으로 구입한 경위와 국내 자금을 빼돌려 구입 자금으로 썼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윤 회장은 2008년 계열사인 경기저축은행에서 300억원의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김 대표와 관련, 임직원과 짜고 가짜 통장을 만들어 고객 300여명의 예금 180억여원을 빼돌리는 과정에 개입했는지를 집중 추궁하기로 했다. 검찰은 범행에 가담한 이모 이사와 브로커 양모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김 대표는 수십 명의 바지 대출자들을 모집한 뒤 이들 명의로 대출금을 받아 유용한 의혹도 사고 있다. 홍인기기자 ikik@seoul.co.kr
  • 인밴 푸푸엘라, 첫미니앨범 ‘따뜻한 봄날에 제격’

    인밴 푸푸엘라, 첫미니앨범 ‘따뜻한 봄날에 제격’

    신인 인디밴드 푸푸엘라가 첫번째 미니앨범 ‘푸푸엘라(PoohPuella)’를 발매했다. 가벼운 재즈 리듬에 파퓰러한 감성을 선보이는 ‘푸푸엘라’는 타이틀곡 ‘옥탑방 블루스’를 비롯해 ‘마중’, ‘밥짓는 소리’, ‘미담(美談)’, ‘유치찬란’ 등 총 5곡으로 구성됐다. 타이틀곡 ‘옥탑방 블루스’는 옥탑방에서의 희망을 노래한 곡이다. 국악 리듬을 차용해 옥탑방을 신명나는 장소로 표현했으며 재즈, 블루스, 자진모리 등 한 곡 안에서 다양한 리듬으로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독특한 곡 분위기에 경쾌하고 밝은 여성 보컬이 어우러지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푸푸엘라는 곰을 뜻하는 ‘Pooh’와 소녀를 뜻하는 ‘푸엘라(라틴어)’의 합성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중 ‘봄날의 곰’을 말하는 대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밴드 이름으로 정하게 됐다. 따뜻한 봄날, 설레이는 소녀와 같은 감성을 밴드 이름에서부터 표현하고자 했다. 푸푸엘라는 보컬에 엘라, 기타에 배씨와 정댚, 베이스에 L군, 드럼에 애바르봉 총 5인조로 구성됐다. 멤버들이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까지 모두 해결할 정도로 탄탄한 실력을 자랑한다. 2010년 10월 결성 이후 2년 만에 첫 번째 미니앨범을 발표했다. 미니앨범은 지난 4일 벅스, 멜론, 소리바다, 엠넷닷컴, 올레뮤직 등 음악 사이트에 음원이 미리 공개 됐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7일 발매한 CD는 교보 핫트랙스 등을 비롯해 G마켓, 11번가, 옥션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 가능하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저자의 평화사상 한국교회 화해 단초됐으면”

    “저자의 평화사상 한국교회 화해 단초됐으면”

    ‘이 책이 서양 학문과 한국 신학의 큰 갭을 메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장장 10년간의 작업 끝에 ‘성서 히브리어 문법’을 우리 말로 번역해 출간한 총신대 김정우 교수. 책 출간에 맞춰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난 김 교수는 “한국교회가 100년 만에 비로소 우리 말 개념으로 완성된 성서 히브리어 문법책을 갖게 됐다.”며 신학의 새 지평을 열게 되기를 기대했다. 김 교수가 번역한 책은 ‘게제니우스-카우치 문법’, 왈키와 오코너의 ‘히브리어 문법’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법서로 인정받는 ‘주옹-무라오카 성서 히브리어 문법’. 성서 히브리어에 대한 가장 상세하고 풍부한 지식의 보고이자 문법사전으로 통한다. 프랑스 예수회 신부인 폴 주옹이 1923년 불어로 완성한 것을 네덜란드 레이던대학에서 가르쳤던 무라오카 다카미쓰 교수가 1991년 영어로 번역한 뒤 2006년 개정판을 낸 사전. 김 교수는 여기에 시제며 시상을 철저하게 우리 옷으로 입혀 정리했다. “사실 ‘주옹-무라오카 성서 히브리어 문법’ 번역을 택한 건 한국을 비롯해 동아시아 각국을 돌며 일본 제국주의에 희생된 이들을 위로하고 참회하는 무라오카 교수의 평화사상을 높이 산 때문입니다.” 한국 장신대 강의를 시작으로 동아시아 지역을 돌고 있는 무라오카 교수는 이번 책 출간에 맞춰 오는 24일 광주 ‘나눔의 집’을 찾아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할 예정이라고 한다. “따져 보면 이 책은 예수의 멘토 정신을 중시한 예수회 신부와 평화 사상에 투철했던 일본 장인, 그리고 조선 선비정신의 결합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과거 제 민족과 나라가 저질렀던 해악을 사죄하려는 일본인 학자의 뜻이 살려지기를 간절히 원한단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 책이 갈등 많은 한국 교회와 신학자들이 화해를 이루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소망을 얹었다. “우리 개신교에선 구약 성경 번역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아요. 심지어 히브리어 알파벳 하나를 놓고도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으니까요.” 다행히 이 책 출간을 계기로 구약 학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된 점이 반갑다고 한다. “사실 지금 갈등과 분열에 휩싸인 한국교회의 모습은 성서해석학의 잘못이 크다고 봅니다.” 원문과 우리 말 표현이 완벽히 어루어질 때 사랑받는 좋은 성경이 될 수 있다는 그는 “지성과 영성이 융합하면 종교가 더 높은 경지에서 빛날 것이고 한국교회도 한 차원 높은 경지에 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와 함께 이번 책 번역에 힘을 모았던 한국신학정보연구원은 24일 오후 5시 서울 대치동 서울교회 웨스트민스터홀 1층에서 출판 기념 학술 포럼을 개최한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일본 대지진 때 휩쓸려간 축구공, 알래스카서 발견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에 의해 휩쓸려 사라진 축구공이 약 5,000km 떨어진 알래스카에서 발견돼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ABC뉴스 등 현지언론은 “일본어로 여러 이름이 표기된 축구공이 알래스카 미들턴섬에 사는 한 부부에 의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 축구공에는 ‘오사베 초등학교 3학년’이라는 문구와 ‘무라카미군 힘내라!’라는 글등이 적혀있어 동일본 대지진 당시 큰 피해를 입은 이와테현의 리쿠젠타카타시에서 흘러온 것으로 추측됐다. 이같은 보도에 확인에 나선 일본언론은 22일 “이 축구공은 리쿠젠타카타시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미사키 무라카미(16)의 공으로 작년 대지진 당시 잃어버렸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공은 무라카미가 어릴 적 초등학교를 전학할 당시 반 친구들과 담임 교사가 이를 기념해 선물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무라카미는 일본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진을 보니 틀림없이 내 축구공”이라며 “소중한 물건을 다시 찾게 돼 정말 감사하다.”며 기뻐했다. 수천 km 떨어진 곳에서 축구공을 찾아 준 데이비드 박스터와 일본인 아내 유미는 “다음달 휴가 중 일본을 방문해 직접 무라카미에게 축구공을 건네 줄 예정”이라며 “정말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인터넷뉴스팀  
  • ‘3040’ 新복고 열광하라

    ‘3040’ 新복고 열광하라

    요즘 대중문화계는 1990년대에 푹 빠져 있다. 지난해 ‘세시봉’ 열풍에서 비롯된 7080 문화가 주목받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1990년대의 문화를 추억하는 ‘신복고’ 열풍이 한창인 것. 대중문화의 생산자와 소비자들은 왜 1990년대에 주목하게 된 것일까.  신복고 열풍의 선두주자는 누가 뭐래도 영화 ‘건축학개론’(①)이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는 250만 관객을 넘어 입소문을 타고 장기 흥행에 돌입했다. 이 영화는 1990년대 대중문화 정서를 관통하고 있다. MP3 대신 CD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고, 휴대 전화 대신 무선 호출기(삐삐)로 연락을 주고받던 시대적 배경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무엇보다 영화 속에 삽입된 가요들은 당시의 추억을 더욱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 1990년대 한국형 발라드의 중흥기를 대표하는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X세대의 통통 튀는 가사로 인기를 끌었던 015B의 ‘신인류의 사랑’ 등은 단순한 OST를 뛰어넘어 당시의 시대적인 정서를 대변하는 하나의 영화적 장치다.  영화 ‘댄싱퀸’(②)의 엄정화도 극 중에서 ‘신촌 마돈나’로 이름을 떨쳤던 91학번으로 등장하고,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도 노태우 정권 때 범죄와의 전쟁을 펼쳤던 1990년대 사회상이 영화적 배경으로 등장한다. 영화계에서 ‘가까운 과거’인 1990년대의 문화를 영화적 소재로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한국 대중음악은 황금기였던 1990년대 가요에 대한 향수도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23일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③)은 1990년대 인기 스타들이 총출동한 특집 ‘청춘 나이트’를 방송해 큰 호응을 얻었다. 출연진은 김건모, 현진영, 박미경, 구준엽, 김조한, 윤종신 등 발라드와 댄스 음악으로 가요계를 풍미했던 가수들이었다. 당시 히트곡이 이어지자 현장의 방청객은 열광적으로 환호했을 뿐만 아니라, 3040 시청자들이 “모처럼 신나는 무대였다.”는 평을 인터넷에 줄줄이 달았다.  1998년에 데뷔한 1세대 아이돌 그룹 신화의 컴백도 복고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24~25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신화 14주년 기념 콘서트 ‘더 리턴’(④)에는 20~30대 여성 팬들이 대거 몰렸다. 신화와 학창시절을 보내다 지금은 직장인이 된 팬들은 ‘으쌰으쌰’, ‘퍼펙트 맨’ 등 신화의 히트곡을 따라부르며 추억을 곱씹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1990년대 LP음악 틀어주는 주점 ‘밤과 음악사이’에도 당시 향수를 느끼려는 3040들이 몰려들고 있다.  1990년대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때가 대학가에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였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던 시기로서 두 문화가 공존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정치적으로 안정된 1990년대는 386의 집단주의 대신 개인주의 문화가 들어오고, 대중문화가 캠퍼스로 본격적으로 유입된 시기”라면서 “15~20년 전 비교적 가까운 시대인 ‘신복고’는 아련한 느낌을 줄 수 있고, 아날로그 정서가 남아있기 때문에 3040은 물론 그 윗세대 관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왕자웨이의 영화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유행하던 ‘90년대 학번’들은 문화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한 첫 세대였다. 쿨하고 세련된 도시 감성과 아날로그적 감수성이 공존하던 1990년대는 현재의 감수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강 평론가는 “90년대, 2000년대 영화계가 20년 전인 70, 80년대 복고가 유행했는데, 올해 유행하는 90년대 신복고도 이런 ‘빼기 20년 법칙’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중문화의 중흥기였던 90년대 학번들이 이제는 문화 콘텐츠의 중추적인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로 등장했다는 점도 ‘신복고’ 열풍의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을 비롯한 90년대 학번 감독들이 영화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했고,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양현석과 1994년에 데뷔해 전성기를 맞았던 박진영은 YG와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으로 가요계를 이끌고 있다.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안정된 3040들도 대중문화를 소비하는데 적극성을 띠는 것이다. 대중문화 평론가 성시권씨는 “7080세대의 세시봉 열풍과 10대 아이돌 음악 사이에서 즐길 문화가 부재했던 세대들에게 90년대 문화의 부활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면서 “마케팅에서 경제력을 갖춘 3040을 안정적으로 공략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94학번 홍민수(36)씨는 “90년대가 바로 전인 것 같았는데, 벌써 추억으로 소비되니까 좀 씁쓸하기도 하지만 반갑기도 하다.”면서 “IMF 전 90년대는 문화적으로 상당히 풍족했고, 가요계에는 김건모, 신승훈, 듀스, 015B 등 좋은 음악, 가수들이 많아 행복했다.”고 추억했다.  김동률, 이적의 소속사인 뮤직팜의 강태규 이사는 “음반으로 음악을 소비하던 1990년대는 생산자와 수용자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대중음악의 호황기였다.”면서 “당시 수혜세대인 90년대 학번들은 능동적으로 문화를 소비하고 참여하는 습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문화 콘텐츠의 측면에서도 당분간 신복고 열풍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은주·김정은 기자 erin@seoul.co.kr
  • 파리에 울려퍼진 남북의 아리랑

    파리에 울려퍼진 남북의 아리랑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지휘한 북한 은하수 관현악단의 프랑스 파리 공연이 감동의 물결로 출렁거렸다. 정 감독이 이끈 은하수 관현악단은 14일 저녁(현지시간) 파리 개선문 인근 살플레옐 공연장에서 단독 공연에 이어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과 합동 연주를 했다. 여러 차례 우레와 같은 박수와 커튼콜이 이어져 감격이 더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에스토니아와 함께 북한과 외교 관계가 없는 나라지만 공연장 좌석 1900개가 모두 매진됐다.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의 제1바이올린 연주자 스베틀린 루세프는 “북한의 파리 공연은 역사와 세계를 향한 첫걸음”이라며 “우리는 역사적인 순간을 목격한 증인”이라고 평가했다. “정 감독이 남북한이 화해할 수 있는 음악의 가교를 지휘했다.”, “음악은 국경선을 초월한다.”고 AP와 AFP는 전했다. 은하수 관현악단의 단독 공연으로 펼쳐진 1부 행사에서는 해금과 가야금 등 전통악기를 곁들인 북한 음악과 프랑스 작곡가 카미유 생상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 4곡이 연주됐다. 해금과 가야금 연주자는 흰색 저고리와 꽃분홍색 치마를 곱게 차려입고 나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은하수 관현악단의 악장 문경진씨는 바이올린 협주곡이 끝난 뒤 세 차례의 커튼콜을 받고 ‘닐리리야’를 앙코르 연주하기도 했다. 2부에서 은하수 관현악단은 정 감독의 지휘 아래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브람스 교향곡 1번과 아리랑을 합동 공연했다. 정 감독은 “한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아리랑을 (북한 출신인) 어머니에게 바친다.”며 아리랑을 마지막 곡으로 연주했다. 아리랑이 연주될 때 콘서트의 감동은 절정에 달했다. 음악으로 남북한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日 주가 7개월 만에 1만선 회복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경기침체를 겪던 일본 경제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재정 위기가 다소 완화되고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수출 기업의 실적 전망이 호전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도쿄 주식시장의 모멘텀으로 이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평균주가지수는 지난 14일 1만 선을 회복했다. 약 7개월 반 만이다. 도쿄 증시거래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은 10주 연속 주식을 순매수(매도보다 매수가 많음)하고 있다. 15일 종가도 전날보다 72.76포인트 상승한 1만 123.28을 기록했다. 특히 대지진 피해 복구 및 부흥 관련 회사와 스마트폰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올라 주가상승을 이끌고 있다. 도쿄 주식시장은 유럽발 재정위기가 긴박했던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리스크 자산을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외국자본이 약 2조엔(약 26조원)이나 빠져 나갔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올해 초 반전됐다. 외국인은 2월 마지막 주까지 10주 연속으로 주식시장에 총 1조 1333억엔을 투입했다. 지난해 고공행진을 벌였던 엔화 값도 지난해 4월 이후 약 11개월 만에 달러당 83엔대로 하락했다. 15일에는 더 떨어져 84엔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달러당 75엔대가 위협받던 상황에 비하면 상당히 가치 절하된 상태다. 주가와 엔화가 안정되면서 얼어붙었던 생산과 소비도 회복되고 있다. 1월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1.9% 늘었다. 2개월 연속 플러스로 기업의 생산 활동이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 2월 신차 판매대수는 전년 동월에 비해 31.9% 증가해 6개월 연속 늘었다. 여기에다 정부가 18조엔(약 243조원)을 투입해 동일본 대지진 피해 복구를 본격화하고 있어 생산과 투자, 소비, 고용 등 경제 전반이 부양될 것으로 보인다. 마넥스증권의 무라카미 나오키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제가 소비와 고용, 기업실적 개선의선순환에 들어선 만큼 일본 수출 기업의 실적이 호전되고 엔화 약세의 기조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조만간 닛케이지수가 1만 1000선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본 언론은 핵개발을 둘러싼 이란의 정세가 긴박해지면서 치솟는 원유 가격이 경기회복에 최대 복병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엄마를 부탁해’ 英문학상 후보에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영어판이 영국에서 문학상 본심 후보에 올랐다. 8일 이구용 케이엘매니지먼트 대표와 문학상 주최 측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번역가 김지영씨가 영어로 옮긴 ‘엄마를 부탁해’는 올해 ‘인디펜던트 외국 소설상’에서 본심에 해당하는 롱리스트 15편에 이름을 올렸다. ‘엄마를 부탁해’ 외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움베르토 에코의 ‘프라하 공동묘지’, 옌롄커의 ‘딩씨 마을의 꿈’ 등이 후보에 올랐다. 해마다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와 주목받는 독일 작가 유디트 헤르만의 작품도 포함됐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990년 제정해 현재 독서단체 북트러스트가 주관하고 있는 ‘인디펜던트 외국 소설상’은 지난 한 해 동안 영국에서 번역, 출간된 현존 외국 작가의 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이다. 심사위원들은 15편의 작품 가운데 새달 12일 6편의 최종심 후보를 선정해 발표하며, 5월 14일 런던의 영국건축학회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최종 수상작이 가려진다. 수상작 작가와 번역가에게는 각각 5000파운드의 상금이 주어진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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