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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다피 막내아들 사망”

    리비아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사살된 지 1주년이 된 20일(현지시간) 카다피의 막내아들 카미스가 정부군과의 교전 중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오마르 하미단 리비아 의회 대변인은 카미스가 수도 트리폴리에서 남동쪽으로 180㎞쯤 떨어진 카다피 추종 세력의 거점 바니왈리드에서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카미스의 시신은 바니왈리드에서 정부군과 카다피 추종 세력 간 치열한 교전이 벌어진 다음 날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28세인 카미스는 러시아 군사아카데미를 졸업한 뒤 32여단을 창설, 아버지의 권력 유지를 도왔으며 카다피 아들 가운데 급진 강경파로 꼽혔다. 바니왈리드에서는 이날까지 나흘간 정부군과의 교전이 계속돼 모두 26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카미스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피살설이 나돌았으나 모두 오보로 판명됐다. 카다피의 다른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있다. 부인인 사피야와 장남 무함마드, 다섯째 아들 한니발, 외동딸 아이샤는 알제리에 머물고 있으며 3남인 사디는 니제르로 도주했다. 차남인 샤이프는 구금돼 있고, 카다피의 양녀 한나의 행방은 묘연하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공연프리뷰] 카르멘

    [공연프리뷰] 카르멘

    이탈리아 오페라의 여주인공들은 대개 청순가련형 소프라노였다. 1875년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이 초연된 파리의 오페라 코미크 극장이 뒤집힌 건 그런 전통적인 여성상과 도덕관념을 무력화한 메조 소프라노 여주인공 카르멘의 모습이 당혹스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평범한 군인 돈 호세가 카르멘의 꽃을 받아든 순간 파멸은 시작된다. 여자 때문에 탈영하고, 쫓기던 그는 결국 다른 남자 품 안에 안긴 카르멘을 죽이고 만다. 알면서도 빠져드는 치명적인 매력의 팜파탈(나쁜 여자) ‘카르멘’은 창단 50주년을 맞아 국립오페라단이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인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오페라 1위로 뽑혔다. 응답자 1282명 중 697명(54%)이 선택했다. 덕분에 21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역대 최고의 캐스팅과 스태프들이 꾸민 ‘카르멘’을 보게 됐다. 현존하는 가장 매혹적인 카르멘으로 꼽히는 메조소프라노 케이트 올드리치(39)가 주인공을 맡았다. 2006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 ‘카르멘’으로 데뷔한 뒤 메트로폴리탄, 도이체오퍼, 베로나, 몽펠리에, 잘츠부르크페스티벌 등 전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페스티벌에서 이 역을 독식했다. 지난 16일 프레스 전막 리허설에서 올드리치는 왜 “이 시대의 카르멘”이란 찬사를 받는지를 입증했다. 1막에서 자신을 추종하는 수많은 사내를 외면하고 돈 호세를 유혹하기 위해 카르멘이 부르는 ‘하바네라’는 물론 아슬아슬한 눈빛과 은근한 몸짓까지 카르멘 그 자체의 모습을 뽐냈다. 호흡을 맞출 돈 호세 역의 테너 장 피에르 퓌흐랑(51)도 만만치 않았다. 프레스 리허설에서 퓌흐랑의 연기와 노래는 사랑에 미쳐 파멸하는 남자의 모습을 애절하게 표현했다.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뚫고 객석 맨 뒤쪽까지 전달될 만큼 성량도 인상적이었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올드리치와 퓌흐랑, 강형규(에스카미요)가 출연하는 공연은 20일 오후 3시에 볼 수 있다. 19일과 20일 오후 7시 30분, 21일 오후 3시에는 김선정과 정호윤, 정일헌이 각각 카르멘과 돈 호세, 에스카미요 역을 맡는다. 테너 정호윤은 2006년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 극장의 솔리스트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던 차세대 간판이다. 2008년에는 소프라노 신영옥과 함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이번 무대의 연출은 2007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은 관록의 연출가 폴 에밀 푸흐니가 맡았다. 프랑스 태생으로 현재 슬로베니아 국립오페라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벤자망 피오니에가 지휘한다. 1만~15만원. (02)586-5363.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씨줄날줄] 붉은 작가들/최광숙 논설위원

    붉은 색은 중국을 상징하는 색이다. 세계 미술시장에 붉은 옷을 입은 작가들이 등장한 지 꽤 됐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주목받기 시작한 중국의 현대미술작가들은 이제 세계 미술시장에서 ‘블루칩’으로 대접받고 있다. 장샤오강·웨민쥔·쩡판즈 등의 작품은 경매시장에 나오기만 하면 고가에 팔려 나간다. 독특한 조형성과 유머러스한 사회풍자 등 예술적인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미술시장에서 중국인들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중국 미술의 위상이 높아진 측면도 있다. 미술 시장을 넘어 문학계에도 중국 작가들이 약진하고 있다.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인 소설가 모옌이 그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중국 국적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문화대혁명 등 자신이 경험한 중국 현대사의 격변을 다양한 인간의 삶 속에서 풀어놓는 이야기꾼으로 평가받아 왔다.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뜻의 모옌(莫言)을 필명으로 쓸 만큼 그는 글을 쓰는 데만 천착해온 인물이다. 중국 문단의 저력 있는 작가들의 작품은 한국에서도 인기몰이 중이다. 1996년 중국 3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는 출간되자마자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정도다. 가난한 노동자가 자신의 피를 팔아 살아가는 인생 역정을 때론 눈물나게, 때론 경쾌하게 그려나가는 스토리 텔링이 대단하다. ‘붉은 수수밭’과 함께 장이머우 감독의 또 다른 영화 ‘홍등’의 원작자인 소설가 쑤퉁의 작품들도 중국은 물론 한국에서 잘 팔린다. 옌롄커도 폭발력 있는 작가다. 반체제 성향이 강해 그의 최신 장편 ‘사서’(四書)는 중국에서 출판이 거부되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출판됐다. 그는 얼마 전 모옌과 함께 가장 강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혔던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중·일 간의 영토분쟁과 관련해 “값싼 술(민족주의)에 취해 영혼이 오가는 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며 냉정을 촉구하자 “지식인들의 대화가 영토분쟁에 한 잔의 냉차가 될 수 있다.”며 화답했던 이다. 국공합작과 문화대혁명, 개혁과 개방 등 굴곡진 중국 근·현대사를 뚫고 나온 중국 작가들이 이제 미술에 이어 문학 분야에서도 그 역량을 펼치고 있다. 사실 우리 작가들도 식민 지배와 분단, 6·25전쟁,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 등 중국 못지않은 역사의 소용돌이를 헤쳐 나왔다. 세계적인 예술작품이 탄생할 수 있는 토양을 갖추었으니, 이제 작가들이 분발하는 일만 남았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뉴스 WHO] “日 ‘위안부 청구권 소멸’ 주장 회의록 보면 허구 드러날 것”

    [뉴스 WHO] “日 ‘위안부 청구권 소멸’ 주장 회의록 보면 허구 드러날 것”

    “드디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한·일기본조약 정보공개 소송에 원고 자격으로 참가해 승리로 이끈 최봉태(50) 변호사는 1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 정부 간 야합의 결과물이 공개되게 됐다.”며 기뻐했다. 이번 판결로 독도·북한과 관련한 일본의 비공개 문서가 공개될 경우 그 내용이 한·일, 북·일 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 변호사는 “일본 정부는 한센병과 원폭 피해자들에게는 보상을 해 주면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은 한·일조약에 따라 개인 청구권이 이미 소멸됐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며 “하지만 일본 측 문서 전부가 공개되면 당시 일본 부처 간 회의록 등을 볼 수 있어 일본 정부의 주장이 허구라는 게 입증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문서에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와 강제징집자들에 대한 보상을 피하기 위해 고민했던 흔적들이 나올 것”이라며 “이런 문서들을 통해 그동안 일본 정부의 주장과 변명이 허구였다는 사실이 입증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일본이 한·일조약 이후에 국제사법재판소 얘기를 수십년간 꺼내지 못한 이유가 공개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최 변호사는 “이번 소송에서 패소했다면 일본을 더 이상 법치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일본도 한국도 역시 법치주의 국가다. 이를 계기로 한국과 일본은 새로운 시대로 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소송의 원고 중 한 명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이날 오전 판결이 나온 직후 법정 안에서 가와카미 유타카 재판장을 향해 “만세. 고맙습니다, 재판장님.”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이 할머니는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이 과거의 일을 분명히 알고 그 위에서 사이좋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양국 간 우호를 강조했다. 한·일조약과 관련된 일본 측 문서는 모두 6만쪽에 이른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 가운데 25%는 아예 공개하지 않거나 주요 부분을 먹칠한 뒤 공개했다. 2006년 8월과 2007년 11월, 2008년 4∼5월 세 차례로 나눠 비공개 처분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교수·변호사가 중심이 된 시민단체와 한국 측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이 세 차례에 걸쳐 비공개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일본 법원은 1차 소송은 원고 승소, 2차 소송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번 3차 소송 결과로 어떤 문서가 공개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3차 소송 대상 문서의 분량이 1, 2차 소송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는 점에서 북한과 독도 문제 등에 관해 파괴력 높은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정부가 내세운 비공개 사유를 감안할 때 3차 소송을 통해 공개하게 될 문서에는 청구권협정, 독도, 북한 등과 관련된 문서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차 소송 승소로 ‘청구권협정과 개인청구권은 무관하다.’는 외무성 내부 문서가 공개된 것처럼 이번 3차 소송에서도 독도, 북한 등과 관련된 일본 정부의 내부 문서가 공개된다면 양국 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2주 안에 항소할 수 있다. 일본 외무성이 항소할 경우 최종 공개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영토분쟁으로 소중한 동아시아 문화권 파괴돼선 안돼”

    “영토분쟁으로 소중한 동아시아 문화권 파괴돼선 안돼”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 ‘1Q84’ 등으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63)가 독도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토분쟁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무라카미는 28일 아사히신문 기고문을 통해 독일 아돌프 히틀러 정권의 불행한 역사를 언급하며 “영토분쟁으로 지난 20년간 동아시아가 이룬 가장 값진 성과인 ‘고유의 문화권’이 파괴돼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센카쿠 분쟁으로 중국 서점에서 일본인 저자들의 책이 사라졌다는 보도에 충격을 받아 글을 쓰게 됐다는 그는 “동아시아 문화권은 언어가 달라도 우리가 서로 감정을 공유하는 같은 인간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영혼이 오가는 길”이라며 “오랜 세월 많은 이들이 심혈을 기울여 이룬 성과가 국가들 간의 알력으로 파괴되는 게 아시아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두렵다.”고 밝혔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타이완에서 인기가 높은 무라카미는 “국경선이 존재하는 한 영토 문제는 피할 수 없지만 이는 실무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또 그렇게 돼야 한다.”며 “영토 문제가 ‘국민 감정’ 영역으로 들어가면 출구 없는 위험한 상황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1930년대 히틀러도 잃어버린 영토 회복을 내세워 정권의 기초를 다졌다. 우리는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일본통신] 다르빗슈 떠난 일본, 올해 최고 투수는?

    [일본통신] 다르빗슈 떠난 일본, 올해 최고 투수는?

    다르빗슈 유(텍사스)가 15일(한국시간)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15승(9패, 평균자책점 4.02)째를 거뒀다.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일본에서의 명성을 재확인 시키고 있는 다르빗슈는 그동안 문제시 됐던 제구력이 향상되며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다르빗슈는 당초 목표로 했던 15승에 이미 도달했고 이제 남은 건 3점대 평균자책점이다. 4점대와 3점대는 선발투수로서 보여지는 무게감이 다르기에 시즌 막판까지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다르빗슈가 떠난 일본 프로야구는 올 시즌 고만고만 한 선발투수들이 사와무라 에이지상을 비롯, 각 부문 타이틀 홀더가 되기 위해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올해 일본야구는 그동안 리그를 호령했던 다르빗슈를 포함해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첸 웨인(볼티모어)이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그리고 지난해 사와무라상 수상자인 타나카 마사히로(라쿠텐)마저 초반 부상으로 이탈해 늦게 합류하는 바람에 예년보다 투수 부문 경쟁이 덜 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시즌 종료까지 팀 당 14~18경기를 남겨놓고 있는 지금 현재 그 어느때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센트럴리그는 세명의 투수가 13승(마에다 켄타, 우츠미 테츠야, 요시미 카즈키) 으로 다승 부문 공동 1위를 달리고 있고 이 투수들은 모두 1점대 평균자책점(마에다-1.55 우츠미-1.75 요시미-1.80)을 기록 중이다. 다승과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누가 1위를 차지 할지는 시즌이 끝나봐야 알수 있을 정도로 안개 속이다. 퍼시픽리그는 선발 전환 2년차인 소프트뱅크의 셋츠 타다시(15승 5패, 평균자책점 1.98)가 다승 1위, 그 뒤를 니혼햄의 요시카와 미츠오(13승 4패, 평균자책점 1.66), 그리고 소프트뱅크의 오토나리 켄지(12승 6패, 평균자책점 1.76) 순으로 형성 돼 있다. 역시 센트럴리그와 마찬가지로 다승은 물론 평균자책점에서도 1점대를 유지하고 있어 이 리그 역시 시즌 막판까지 가봐야 타이틀 수상자를 알수 있을듯 싶다. 하지만 올해 일본 프로야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투수천하’가 계속되고는 있지만 올 시즌 사와무라상 자격 조건 7가지(25경기, 15승, 평균자책점 2.50 이하, 10완투, 200이닝 투구, 150탈삼진, 승률6할)를 충족시키는 선수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경기 수를 감안하면 양 리그에서 다승과 평균자책점 싸움을 하고 있는 투수들 중 6가지조건을 갖추는 투수는 나올지 모르겠지만 ‘10완투’는 모두가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주니치 드래곤스의 요시미가 올 시즌 여섯번의 완투 기록이 있지만 남은 경기에서 세번의 선발 등판 밖에 남지 않아 불가능하다. 또한 센트럴리그에서 13승씩을 올리고 있는 다승 1위 투수들 역시 2~3번의 선발 기회 밖에 없어 15승을 채울는게 우선이다. 퍼시픽리그의 오토나리 역시 여섯번 완투를 했지만 현재 22경기, 탈삼진 117개 밖에 되지 않아 자격 조건을 채울수 없다. 지금까지 사와무라상은 매년 7가지 자격을 모두 갖춘 투수만 받았던 건 아니다. 2010년 수상자인 마에다 켄타(히로시마)는 완투에서 미달(6완투)됐지만 수상했다. 사와무라상 자격을 갖추기가 워낙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꼭 모든 부문을 채울 필요는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상자가 없는 해도 나온다. 센트럴리그 같은 경우는 상을 수상하기가 퍼시픽리그에 비해 훨씬 어렵다. 지명타자제인 퍼시픽리그와는 달리 투수도 타석에 들어 서기 때문에 경기 중 투수 타석에서 대타를 기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무래도 완투 여건은 센트럴리그 투수들이 불리할 수 밖에 없다. 2010년 당시 마에다는 2004년 가와카미 겐신(한신) 이후 6년만에 센트럴리그 투수로서 이상을 수상했다. 시즌이 종반에 이른 지금 올 시즌 가장 안타까운 투수는 타나카다. 부상으로 인해 다른 투수들에 비해 늦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수와 다승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을 거의 달성했기 때문이다. 타나카가 보이지 않을때만 해도 올해 규정이닝(144이닝)을 채울거라고 기대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미 규정이닝을 넘었고(147이닝) 다승왕 후보 투수들보다 적은 이닝에서 탈삼진을 148개나 뽑았다. 그리고 양 리그 통틀어 최고 완투인 7완투를 기록 중이다. 야구에서 만약은 필요 없는 가정이지만 타나카가 부상 없이 올 시즌을 소화했다면 지난해에 이어 2년연속 사와무라상 수상이 유력했을 것이다. 다르빗슈가 떠난 지금 일본 프로야구 최고 투수는 의견이 분분하다. 마에다, 매 시즌 꾸준한 스기우치 토시야(요미우리), 그리고 스기우치가 떠난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셋츠, 역시 꾸준함의 대명사인 요시미 등등 많은 투수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지난해 다르빗슈를 간발의 차이로 따돌리고 사와무라상을 수상했던 타나카가 일본 최고 투수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도 실력이겠지만 일본시리즈 7차전에서 어떤 투수를 마운드에 올릴 것인가. 라는 가상의 질문을 던져 본다면 타나카만큼 안정적이고 압도적인 피칭을 기대 할만한 투수가 없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낯선 몸짓들…色다르거나 자유롭거나

    낯선 몸짓들…色다르거나 자유롭거나

    공연시간이 무려 4시간에 육박하거나 무대에 물이 차오르는 연극부터, 발레와 결합하거나 힙합과 만난 현대무용까지, 예사롭지 않은 공연들이 무대에 오른다. 오는 10월 나란히 개막하는 ‘2012 국제공연예술제’와 ‘서울세계공연축제 2012’는 독특하고 실험적인 국내외 연극과 무용으로 포진했다. ●대학로서 세계공연예술의 현재·미래 진단 다음 달 5일부터 23일 동안 서울 대학로에서 2012 국제공연예술제(SPAF)가 펼쳐진다. 한국공연예술센터 최치림 이사장은 “형식과 표현에 있어서 시대의 사상과 고민을 아우를 수 있는 12개국 27개 작품을 선정했다.”면서 “공연예술의 미래를 진단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간휴식을 포함해 공연시간이 4시간 15분에 이르는 폴란드 연극 ‘(아)폴로니아’로 축제의 문을 연다. 유대인 어린이 25명을 구한 폴란드 여인 아폴로니아를 비롯해 이피게니아(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알케스티스(에우리피데스의 ‘알케스티스’)로 희생의 의미를 탐구한다. 라이브 음악과 서커스,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했다. 세기의 연인 카미유 클로델과 로뎅의 이야기를 춤과 대화로 그린 루마니아의 ‘나, 로뎅’도 기대작이다. 벨기에 무용수와 안무가, 프랑스 극작가, 루마니아 연출가와 배우가 뭉친 이 작품은 세계 각국에서 초청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연극도 실험적이다. 극단 노뜰의 ‘베르나르다’는 스페인 대문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사회적 규범에 저항하는 현실을 그렸다. 원영오 연출은 “홍수로 집에 물이 차오르는데 그것도 모른 채 서로를 억압하는 현실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내가 그랬다고 너는 말하지 못한다’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현대 정치상황으로 각색했고, 극단 작은신화의 ‘트루 러브’는 미국 포스트모던 작가 찰스 미 주니어의 작품으로, 성 문제를 공론화한다. 무용 참가작들은 몸과 움직임에 집중한다. 프랑스 현대무용의 주역으로 꼽히는 마틸드 모니에의 ‘소아페라’는 커다란 비누거품과 무용수들이 유기적으로 조화하면서 춤과 시각예술의 융합을 보여 준다. 독일·스위스가 공동제작한 마마자의 ‘커버업’은 드러난 것과 감춰진 것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독일 안무가 헬레나 발드만의 ‘리볼버를 들어라’는 인간 두뇌의 해방과 망각을 표현한다. 국내 무용작은 11개가 준비돼 있다. 분단 상황에 놓인 두 사람이 만나는 과정을 그린 JK프로젝트의 ‘홈워크18’, 탄성·중력·마찰 등 물리현상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찾은 노경애의 ‘마스’, 임지애의 ‘생소한 몸’, 숨 무브먼트의 ‘내밀한 무한’, 댄스씨어터 4P의 ‘도시의 부재’ 등이다.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www.spaf.or.kr) 참조. ●서울을 물들이는 53개 무용단의 ‘춤 성찬’ 새달 5~20일에는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가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를 연다. 16개국 53개 무용단이 참가해 예술의전당, 강동아트센터, 서강대 메리홀 등 서울 곳곳에서 공연한다. 이종호 예술감독은 “국제적 명성을 가진 무용단과 안무가를 소개하고, 무용 예술의 대중화와 춤의 공공성을 위한 무대”라고 말했다. 도발적이고 전위적인 현대발레를 선보이는 스웨덴 쿨베리 발레단이 개막공연을 한다. 리허설과 공연의 경계를 넘나들며 춤의 자유를 강조한 ‘공연중’, 해학을 담은 ‘검정과 꽃’ 등 발레와 현대무용, 연극적 요소를 골고루 갖춘 작품을 선보인다. 캐나다 안무가 다니엘 레베이예는 의상과 무대 장식을 거부한 ‘사랑, 시고 단단한(큰 사진)’을 준비했다. 신체 그 자체에 집중하면서 가혹한 삶, 무거운 육체에서 도피하고픈 욕망을 그렸다. 반면 이스라엘 안무가 야스민 고더의 ‘러브 파이어’는 무용수들의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춤으로 60여분을 채운다. 성적 코드의 은유가 녹아 있어 19세 이상 관람가다. 발레에서 스트리트 댄서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무용수 왕현정은 비보잉과 현대무용, 스트리트 댄스 등을 결합한 ‘힙합의 진화 Ⅵ’를 선보인다. 이 무대에서 이영일은 낯설고 상반된 일들에 맞닥뜨린 한 남자의 상상을, 안수영은 ‘15분 뒤에 죽는다면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몸으로 표현한다. 일정은 홈페이지(www.sidance.org) 참조.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 펴낸 김용언

    [저자와 차 한 잔]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 펴낸 김용언

    나주 성폭행 피해 어린이가 ‘당한’ 정황이 지나치게 상세히 묘사된 신문 기사를 읽는 당신, 현장 검증에 나선 범인에게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내뱉는 이웃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확인하는 당신, 전자발찌나 화학적 거세-심지어 물리적 거세까지 주장하는 목소리들을 듣는 당신. 열흘 사이 나타난 이 뜨거운 관심과 우려, 지탄과 자조, 법률과 제도의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한데 뒤섞인 현실은 어느 정도 ‘인간의 등 뒤에서 일어나는 어두운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동공이 확대되는 우리네 자화상이 아닐까. 이 모습들은 아르센 뤼팽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에 시선을 파묻던 우리의 어린 시절과 닮지 않았는가.‘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도서출판 강 펴냄)을 쓴 김용언(36)도 그랬다.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셜록 홈스를 밤새 읽고 동네 책방에 선 채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다 읽어낸 소녀. 부모는 ‘너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느냐.’고 뜯어말렸지만 그럴수록 추리나 미스터리, 탐정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연세대 영어영문학과와 10여년 이름있는 영화잡지사에 다닐 때에도, 같은 학교 대학원을 다닐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가을볕이 좋았던 6일 낮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용언은 “어릴 적부터 그렇게 좋아했던 것들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탐정처럼 찾아보고 싶었다.”고 했다. 홈스로 대표되는 19세기 부르주아지 탐정, 점잖고 범죄와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수집가이자 산책자, 과학적인 기계로서의 탐정이 20년도 안 되는 사이 미국으로 건너가 하드보일드 형사(또는 탐정)로 변신하는 과정과 이유를 탐구하고 싶었다. 그런데 책을 들춰보니 깊이가 간단치 않다. 범죄소설의 이데올로기를 파헤친 에르네스트 만델과 프랑코 모레티, 기호학으로 뜯어본 움베르토 에코, 독자들이 이들 장르에 빠져드는 과정을 펄프픽션과 다임노블(‘소설공장’에서 만들어진 값싼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통해 톺아본 애런 스미스와 마이클 데닝, 법의학과의 연관성을 짚은 로널드 토머스 등이 등장해 ‘누가 살인을 저질렀는가’(추리소설)에서 ‘왜 살인이 벌어졌는가’(하드보일드소설)로 독자들의 궁금증이 전이되는 과정, 사회가, 도시가, 나아가 자본주의가 변화하는 과정을 돌아본다. “6년 전 그 일을 처음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우리 글로 번역된 것들이 전혀 없어 외국 문헌을 뒤졌다. 엄청난 양의 자료가 쏟아졌다. 3~4개월 정도 웹을 뒤지고 도서관을 찾아가 아무도 빌려 보지 않은 것이 분명한 책장을 들춰 가닥을 잡았다.” 2년 전에야 책을 내보겠다는 생각을 했고 “원래 양의 두 배로 늘리고 부록(연표와 국내에 많이 소개됐으면 하고 바라마지 않는, 대실 해밋과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 소개) 등을 보완해 지금 내놓았다.” 김용언은 ‘터프가이’로 통하는 하드보일드 탐정들이 홈스와 달리, 부패된 사회구조 속에서 허우적대고 몸부림치는 것을 엔트로피(열역학 제2법칙)로 해석하는 뜻밖의 시도를 했다. 그는 “19세기의 비관적인 엔트로피 법칙이 20세기에 들어와 변증법적으로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 이론적 토대를 닦았던 것처럼, 그들도 자본주의 대도시에서의 범죄가 빚어내는 혼돈으로부터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형상화하기 위해 분투하는 존재”라고 대변했다. 인터뷰 말미에 우리 사회의 범죄 관련 논의들을 꺼내 보았다. “사람들은 인과관계를 찾으려고 한다. 너무 당연한 일인데 어느 한 요소만 갖고 전체의 그림을 그려선 안 된다.”며 무라카미 하루키를 예로 들었다. “무라카미는 옴진리교 가스테러 피해자들을 인터뷰해 ‘언더그라운드’를 낸 1년 뒤, 가해자들과 만나 속편을 낸 적이 있다. 마땅히 지탄받아야 할 범죄의 뒤안에도 인간이란 존재가 있다. 그렇기에 전체의 얘기를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영화잡지에서 일했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영화에 대한 해설과 배경 같은 걸 설명해주는 글 찾아보고 읽는 걸 워낙 좋아했다. 당연히 추리물도 좋아했고. 이런 것들을 읽다보면 여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해주는 글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국문으로 된 논문과 단행본을 찾아봤는데 전혀 없었다. 그나마 번역된 세 권 정도가 있었는데 전권이 이런 분석에 바쳐진 책은 아니었고 어떤 주제를 갖고 여러 학자가 쓴 것 중에 한 챕터 정도 들어간 것밖에 없었다. 답답해서 영어권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더니, 검색을 하자마자 몇 백 권이 뜨고 논문은 말도 못하게 많았고요. 깜짝 놀라서 일단 유명한 학자들 것 위주로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그래서 이런 걸 나만 알기는 아깝고, 추리소설 팬들도 많고 하니까 나누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혹시 주변이나 추리소설 동호인으로부터의 반응 같은 건 있었나. -아직 책이 나온 지 얼마 안돼 이렇다할 반응은 없다. 인터넷 서점 같은 데 가봐도 리뷰는 없고. 추리소설 동호회 중 유명한 ‘하우 미스터리’가 개인이 운영하는 곳인데도 자료가 잘 정리돼 있고 게시판을 많이들 이용하는데 거기 운영자가 이런 책이 나온다며 기대된다고 써놓았더라. 다음 주나 돼야 후기가 올라올 것 같다. →국내 애호가들은 어느 정도로 추산되는가. -정말 잘 모르겠다. 이 장르는 그 안에서도 굉장히 호, 불호가 강하게 나뉘고 많이 갈린다. 추리소설만 읽는 쪽이 있고 하드보일드 쪽만 읽는 친구들이 있고 또 셜록티언이라고, 셜록 홈즈 골수팬들이 있다. 요즘은 판매량이 좀 떨어졌다고 하는데, 한때는 일본 책들이 엄청 많이 팔릴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 쪽이 다 한 묶음으로 묶이지도 않는 편이고. →책을 읽어보니 에드먼드 윌슨 얘기가 곧잘 나온다. 주석에 ‘와, 세상에’란 표현이 나오는데 그건 본인이 쓴 것인지. -굉장히 고급예술에 관심 있는, 고급지성계 독자들을 대상으로 글을 쓰는 평론가다. 그 글을 읽어보니 굉장히 심하게 욕을 했더라. ‘당신들이 추천해 이것도 읽었고 저것도 읽었는데 정말 시간 낭비고,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당신들은 나한테 편지를 쓰면서 항의하겠지만. 그것도 너희들이 속물이고 내용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내미는 방어기제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현실을 직시하라.’고 노골적으로 얘기하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 책의 추천사를 ‘7년의 밤’을 쓴 정유정 작가가 써줬는데 그 책을 처음 읽었을 때 굉장히 좋았다. 미스터리 스릴러란 장르를 가져온 한국 소설 가운데 이만큼 재미있게 읽은 책이 있었던가 생각하면서 읽을 정도로 굉장히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었다. 그런데 문단에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거나, 제대로 된 평가를 저어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는 했다. 그 옛날에 썼던 (윌슨의) 글이 아직도 되풀이된다는 생각에 속 상했다. →2006년에 쓰기 시작해 3~4개월 만에 가닥을 잡았다고 했는데 출간에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사실 초고를 썼는데 생각밖으로 반응이 좋았다. 전혀 그 쪽에 관심없던 영문과 교수님들이 읽어보고 재미있다고 했다. 출판사를 알아본다, 어쩐다 했는데 취직도 하고 정신이 없어 그냥 넘어갔다. 2년 뒤 완성했는데 대학원을 휴학하고 다시 취업하고 하면서 또 정신없이 보냈다. (책을 낸) 강 출판사의 전 편집장과 출간에 합의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고만 있었다. 그러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본격적으로 수정을 시작한 것이 작년 가을이었다. 양이 너무 적어 2배로 늘리고, 내용도 다시 읽어보니 엉성하게 쓴 부분들이 많아서 보충하고 내용 늘리느라 작년 말에야 정리가 다 됐다. →그런데도 8개월이 더 소요됐다. -출판사에서도 출간 일정이 있었으니까. 2년 동안 아무 말 안 하다가 갑자기 하겠다고 해서 많은 걸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풍부한 레퍼런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가. -이 책을 보고 관심있는 분들이 그 문헌을 직접 찾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국 비평가가 쓴 책 ‘블러디 머더’가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다. 굉장히 쉽게 쓰고 백과사전처럼 연대기를 서술한 책인데, 이 책은 감춰두고 내가 써먹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번역돼 나왔다. →독자들이 이런 점을 즐겼으면 좋겠다, 뭐 그런 내용들이 있을 것 같은데. -처음 쓰기 시작할 때부터 해외에서 나온 이론서들을 살펴보면 한 시점에 한 주제에 대해 다룬 것들은 조금씩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분석한 글들은 찾기 쉽지 않았다. 예를 들어 셜록 홈즈 시절에 대해서만 집중 분석을 하거나 미국의 하드보일드만 다루거나 했다. 그래서 난 이 둘의 갈라진 지점과 모이는 지점을 분석해보려 했던 것이다. 그 둘의 결합 지점을 관심있게 보시고 이런 생각을 갖고 볼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책 제목을 보면서 많은 고심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실 책을 쓴 이유 중에 하나로 이 장르가 소멸되지 않고 계속 만들어지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밝혀보자는 취지로 엔트로피 이론을, 문학계에서 과학 이론을 가져다 적용해보는 시도가 있는데 엔트로피 이론을 여기에 적용시키면 좀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을 검증받거나 하지는 않았는지. -정유정 작가와는 두 번밖에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나눌 만한 처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초고를 쓸 때도 이런 쪽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 없었다. 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한 편도 아니었고, 가입만 해놓고 안 가는 식이어서, 그 쪽 친구들도 없고. 순전히 혼자서 그 생각을 했고 사실 걱정을 했다. 나 혼자서 이런 거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재미나 있을까’ 그런 의구심이 있었는데 전혀 이런 거에 관심 없는 영문과 교수님들이 읽어봐주시고, 재미있다 해서 용기가 생겼던 것 같다. 팬들에게도 정보가 되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겠다 싶어서, 리뷰가 올라오면 그런 확인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혹시 국내 추리소설이 어떻게 도입돼 지금에 이르게 됐는지를 연구할 필요는 있지 않은지. 예를 들어 책 제목을 보면서도 많이 고심했고 우리 추리문학이 처한 위치와 지위 때문에 많이 두려워하면서 붙인 제목을 알 수 있었다. -책이 인쇄돼 나오기 3~4일 전에야 겨우 출판사와 책 제목을 합의할 정도로 많이 싸웠다. 난 조금 추상적인 제목을 원했다. 예를 들어 서구에서는 워낙 장르가 탄탄하다보니까 추상적이거나 은유적인 표현이 들어간 제목을 붙여도 독자들이 딱 알아듣는다. 예를 들어 ‘Figure on the Carpet’이란 표현이 있다. 카펫 위의 형상, 다시 말해 시신을 가리키는데 서구에서나 그 제목만 써도 아 시신에 관한 얘기구나 아는데 한국에서야 그런 걸 해봐야 누가 알겠나. 굉장히 설명적인 제목이 필요했고, 그런데 또 난처한 것이 19세기 셜록 홈즈랑 하드보일드 두 개를 다 다루다 보니까 둘을 아우르는 제목을 놓고 계속 출판사와 실랑이를 했다. 출판사 쪽에서는 범죄소설이란 말이 잘 안 쓰이는 말이니까, 그냥 추리소설이다, 하드보일드다 이렇게 쓰니까 이 용어 자체도 낯설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많았는데 이것만은 지켰으면 좋겠다고 읍소를 해서 겨우 이런 제목이 나왔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향후 포부가 있다면. -말씀하신 대로, 제가 전혀 한국 쪽 얘기를 안 다뤘다. 그런데 최근 국문학 쪽에서 그런 얘기들을 다루기 시작했으니까. 그런 것을 읽어보면서 만약 그것들과는 다른 얘기를 다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한번 해보고 싶다. 한국의 작가 층이 매우 얇기 때문에 문제는 있지만 80년대 들어와서 김성종 등 이름 있는 작가들이 많이 배출되지 못했다. 이상우 도 김성종을 뛰어넘지는 못하는 것 같고. 정유정 작가는 ‘이건 추리소설이야’라고 표방하고 나온 건 아니지만 장르에 익숙한 작가가 이런 식으로 쓰면 되겠다고 생각해 좋았다. 얇은 층 내에서도 한번 엮어볼 수 있다면 해보고 싶다. 그 다음으로 관심있는 건 북유럽 쪽 도서들이 요즘 번역이 많이 되고 있다. 이들의 문학은 영국이나 미국의 것과 또 다르다. 60년대부터 형성된 그들만의 고유한 전통이 있는데 그들의 콘텍스트, 예를 들어 심각한 인종차별 문제를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쪽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자료가 없어서 해외 자료를 공부하고 역사도 배워야 한다. 사실 그들의 언어로 읽는 것이 가장 좋을 텐데, 차마 그런 능력은 안돼서 영어로 번역된 자료를 찾고 공부하는 중이다. 북유럽 소설의 영문 번역판은 물론이고, 그들의 소설의 특성에 대해 서술한 자료들도 방대하다. →하필 아동 성폭행범이 잡힌 다음날 책이 출간됐다. -때가 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의미인지. -조심스러운 얘기인데, 그 범인도 게임 중독이다, 술을 마셨다, 음란물을 즐겨 봤다, 이런 이유들로 그가 악마였다는 해석을 늘어놓더라. 나주 성폭행범 이전도 그랬고, 무슨 흉악범죄가 나타날 때마다 사람들은 범죄자를 그렇게 만든 원인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게임 중독, 알코올 중독 등의 원인이 있다. 세상이 이렇게 흉흉한데 이렇게 배부른 소리를 하느냐, 이런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자가 추리소설을 많이 읽고 범죄에 대한 환상이 생겼다는 인과관계를 도출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부터도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많은 질책을 받고 자랐다.. 왜 그런 책들만 읽느냐고, 범죄자가 되고 싶은 것이냐고 야단을 치셨거든요. 그런 인과관계를 생각하는 게 사실 쉽고 간편하니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중에 옴진리교 가스테러 피해자들과 가해자들을 인터뷰한 것을 담은 책이 있다. 특히 옴진리교에 몸 담은 이들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대단히 평범한 사람이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에 빨려 들어가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그들이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된다. 사람들은 결과만 따져 ‘쳐죽일 놈들’ 하고 만다. 그 앞의 얘기를 들어보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쉽게 결론내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무라카미 같은 대단한 작가가 자신을 ‘죽이고’(가치 재단을 최대한 자제) 인터뷰만으로 책을 썼다는 것은 그 당시 선정적인 언론 보도보다 훨씬 더 가치있는 작업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옴진리교 사건이 95년 일어났는데 1년이 조금 안됐을 무렵, 1권이 나왔고 그로부터 딱 1년 뒤 옴진리교쪽 사람들 만나 들은 얘기를 쓴 것인데 2권은 작년에야 국내 번역돼 나왔다. 상당히 유의미한 책이라고 본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9월은 비엔날레의 달

    9월은 비엔날레의 달

    9월은 비엔날레의 달이다. 광주비엔날레 개막에 이어 전국 각지에서 비엔날레가 잇달아 열린다. 먼저 오는 11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는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가 ‘너에게 주문을 건다’를 주제로 열린다. 주제는 1956년 스크리밍 제이 호킨스의 노래 ‘아이 풋 어 스펠 온 유’(I put a spell on you)에서 따왔다.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정보기술(IT)이 어떻게 예술에 접목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제니 홀저, 홍승혜 등 17개국 50개 팀이 참가한다. 11월 4일까지. 이어 대전은 19일부터 ‘프로젝트 대전’을 대전시립미술관, 한밭수목원 등에서 연다. 올해 처음 시작되는 미술 행사로 과학도시 대전의 위상을 살려 미술과 과학 간의 만남, 동양과 서양과의 만남을 추구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래서 주제도 ‘에네르기’(Ener氣)로 정했다. 로랑 그라소, 마르코스 노박, 모토히코 오다니, 장지아, 양아치 등 13개국 작가 64팀이 참여한다. 11월 18일까지. 20일부터는 ‘대구사진비엔날레’가 대구문화예술회관, 봉산문화회관 등에서 열린다. 주제는 ‘포토그래픽! 사진다움!’이다. 이 주제는 요즘 사진 작품들이 단순히 대상을 찍어둔 평면 작품의 개념에서 벗어나 오리고 붙여 조각이나 설치 작품 같은 느낌을 주는 것으로까지 발전한 데 따라 설정된 것이다. 대니얼 고든, 아서 오우 등 29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10월 28일까지. 22일부터 부산시립미술관, 부산문화회관 등에서 막을 여는 부산비엔날레는 올해 주제로 ‘배움의 정원’을 택했다. 김용익, 김주현, 다다스 다카미네, 리드빈 판 더 펜, 구톰 구톰스가르드 등이 참여한다. 11월 24일까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멜로에서 역사물까지… 만화원작 드라마가 대세

    멜로에서 역사물까지… 만화원작 드라마가 대세

    ‘하얀거탑’, ‘꽃보다 남자’, ‘대물’, ‘풀하우스’, ‘궁’….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인기 드라마의 원작은 다름 아닌 만화. 가벼운 멜로부터 역사의 비극을 담은 대작까지 드라마의 콘텐츠를 구성하는 작품들은 일정한 시청자층을 확보하면서 요즘 방송가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최근 종영된 MBC 주말드라마 ‘닥터진’은 일본 만화가 무라카미 모토가의 만화 원작을 한국 현실에 맞게 바꿨다. 대한민국 최고의 외과의사가 시공을 초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흥선대원군을 돕는다는 내용이다. 원작인 ‘타임슬립 닥터진’은 일본 개항기를 배경으로 메이지유신을 성공시킨 무사 사카모토 료마를 돕는 이야기다. 대형기획사인 SM의 자회사인 SM C&C가 제작한 SBS의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일본에서 무려 1700만부의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린 같은 이름의 만화가 원작이다. 높은 인기 덕분에 일본에서는 무려 두 차례나 드라마로 제작됐다. KBS의 ‘각시탈’은 지금의 40대가 유년기에 즐겨봤던 허영만씨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한국형 슈퍼히어로를 등장시켜 관심을 끌고 있다. 만화의 드라마화는 멜로 일색이던 국내 드라마 장르에 다양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다. 상상력에 기반한 무궁무진한 소재로 판타지, 미스터리 스릴러, 액션 등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던 색다른 드라마를 만들게 했다. 만화원작 드라마는 일본에서 1990년대에 봇물을 이뤘다. 국내에선 2000년대에 시작됐다. 일본 드라마가 만화의 대사까지 그대로 옮겨놓아 유치하기조차 하지만 국내에선 일정 부분 각색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국내에선 2008년 ‘꽃보다 남자’가 이같은 흐름을 이끌었다. 대상은 주로 학원물이다. 다만 SBS의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원작과 달리 전반적인 극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본만화의 드라마화 배경에는 투자 대비 수익이 보장된다는 경제논리가 작용한다. 한 방송인은 “인기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할 경우 이미 국내에 형성된 탄탄한 팬층을 시청자로 확보할 수 있다.”면서 “각색을 거쳐 ‘한국화’한 다음 일본, 중국 등에 다시 수출하기도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방송사 입장에선 위험부담이 많이 줄고 다른 동아시아 국가와 정서적 동질감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제작 흐름은 제작비가 한정된 케이블채널이나 종합편성채널에서 두드러진다.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만화 원작에 매달리다 보면 드라마 작가의 부족과 빈약한 아이디어라는 제작풍토를 쉽게 걷어내지 못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만화 의존 현상이 고착하면 국내 드라마의 콘텐츠 창작집단은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만화로의 쏠림 현상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안방극장에 부는 ‘일류’(日流)에 대한 위기의식은 자동차·전자 산업이 흥하고도 핵심부품은 여전히 일제를 써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논리와 비슷하다. 무엇보다 일본 만화에 의존한 채 한국 작가를 양성하지 않는다면 ‘한류’ 드라마의 활성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사무소에 따르면 2006년부터 한국 드라마는 중국 시장에서 조금씩 비중이 줄고 있다. 베트남과 태국, 필리핀 등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라지만, 가깝고 큰 중국시장은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블루오션이다. 한편, 국내 만화 육성 차원에서 만화원작에 접근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중문화평론가인 정덕현씨는 “최근 웹툰이 활성화돼 국내 만화의 저변이 넓어졌고, 드라마 원작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졌다.”면서 “일본만화에 대한 과도한 콘텐츠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 만화를 육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일본통신] 日프로야구, 과연 WBC대회 출전할까?

    [일본통신] 日프로야구, 과연 WBC대회 출전할까?

    내년 3월에 열리는 제3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에서 일본의 대회 출전 여부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당초 일본은 8월이 지나기 전에 대표팀 감독을 선임한다는 방침이었으나 대회 수익 배분 문제 등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 한 선수회의 의지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 일본의 WBC 참가 여부는 선수회의 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궁극적으로는 선수회가 수익 배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회에 불참 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일본야구기구(NPB)는 WBC 참가를 표방하고 있다. 그리고 WBC 운영 회사인 WBCI 역시 “대회 참가 여부는 일본야구기구(NPB)의 권한 이라며 이미 대회에 참가하기로(NPB) 약속한 것과 선수회의 의견은 별개의 문제” 라며 언급한바 있다. 여기서 문제는 과연 선수회의 WBC 불참 의사가 꼭 수익 배분의 문제에만 국한 돼 있느냐다. 26일 와타나베 쓰네오(86) 요미우리 회장은 일본의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차기 WBC 일본 대표팀 감독에 오치아이 히로미츠(전 주니치 감독)를 지목했다. 단지 오치아이가 적임자라는 와타나베 회장의 언급 한마디에 국내 언론에서는 마치 오치아이가 WBC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것처럼 보도했지만 이것 역시 확실한게 아니다. 일본 야구계에서 와타나베 회장의 말 한마디가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무게감이 있는 발언이었지만 그렇다고 오치아이로 확정된게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일본은 다가오는 WBC 대회에 현역 감독들을 제외한 외부에서 감독감을 찾고 있는건 사실이다. 그동안 거론됐던 하라 타츠노리(요미우리 감독)나, 아키야마 코지(소프트뱅크 감독)는 일찌감치 감독직을 고사한 바 있어서 오치아이 만한 적임자도 없다.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 선수회의 대회 불참 의지는 과거의 사례를 들춰보면 수익 배분 문제 외에 그와 연관성이 있는 불참의 이유가 있다. 2009년 2회 대회가 열리기 전 일본은 대표팀 차출 문제 때문에 엄청난 고민을 한적이 있다. 다름 아닌 주니치 드래곤스 구단이 소속팀 선수들의 대표팀 차출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도 깊은 연관이 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에 두번씩이나 패하는 등 체면을 구겼던 일본은 대회가 끝난 후 일부 선수들 사이에서는 “다시는 대표팀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선수들이 상당수였다. 가장 손사레를 친 선수들의 대부분은 주니치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결국 주니치 구단은 일본 야구팬들의 엄청난 비판 속에서도 이듬해 열린 WBC 대회에 선수들을 참가시키지 않았다. 이기적이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주니치 구단의 행동은 WBC 대회가 마치 전쟁에 참가한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로 격렬했던 국가주의에 몰입하는 걸 반대했다는게 옳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했던 주니치 소속 선수들(이와세, 카와카미, 모리노 등)은 대회가 끝난 후 그해 후반기에서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인해 팀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하물며 올림픽 보다 명분이 떨어지는, 즉 이벤트 대회 성격이 짙은 WBC와 같은 대회에서 팀 동계훈련에 불참하면서까지 국제대회에 참가 해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WBC가 끝난 후 우승팀 일본은 대회 수익금의 13%를 가져 가는데 그쳤다. 메이저리그가 66%의 수익금을 독점한 것과 비교하면 대회 성적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수익 배분이었다. 지금 선수회에서 3회 대회 보이콧을 선언한 것도 성적에 따른 수익 배분 때문인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WBC가 3월에 열리는 까닭에 다른 시즌보다 일찍 몸을 만들어야 하고 그렇기에 소속 팀의 합동 훈련 역시 불가능하다. 올 시즌이 끝나면 곧바로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선수들 입장에선 그만한 보상(수익 배분)이 없으면 그만큼 대회에 참가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선수의 이기주의와는 별개의 문제다. 프로 선수는 소속팀이 있고 그 소속팀에서 연봉을 받으며 소속팀을 위해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게 야구 선수의 운명이다. 무엇 때문에 국가를 위해 헌신해야 하는지가 불분명 하다면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에 대한 값어치에 따른 보상은 그만큼 뒤 따라야 한다. 일본은 29일 도쿄에서 12개 구단의 대표와 선수회, 그리고 일본야구기구(NPB)가 만나 WBC 참가 여부를 논의 한다. WBC 운영회사인 WBCI가 8월 중으로 일본의 WBC 참가 여부를 통보하라고 밝혔기에 이번 선수회와 일본야구기구의 만남에서 과연 어떠한 결정이 내려질지 궁금하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씨줄날줄] 전범 DNA/육철수 논설위원

    세계적 유전공학자인 일본의 무라카미 가즈오 교수는 마음가짐에 따라 유전자(DNA)의 좋은 형질을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저서 ‘유전자 혁명’에서 인간에겐 30억개의 유전자가 있는데, 이 가운데 5~10%만 작동되고 나머지는 잠자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유전자의 ‘ON/OFF 가설’이다. 마음이 신체에 명령해서 실행을 하려면 유전자의 작동이 필요한데, 이때 좋은 유전자를 켜고(ON) 나쁜 유전자를 끄면(OFF) 일을 활력 있고 순조롭게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유전자를 주고받은 부모·자식이 서로 성격·기질·지능·행동이 다른 이유는, 환경과 마음자세에 따라 ‘ON’ ‘OFF’ 하는 유전자의 작동 차이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또 잠자고 있는 90~95%의 유전자를 깨우면 인생이 완전히 새로워질 수 있다고 설파한다. 요즘 일본정부와 일부 신진 우익 정치인들의 독도·위안부 발언을 보면 그들 몸 속에 잠자던 나쁜 유전자들이 또 발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미래 총리감으로 꼽히는 하시모토 도루(43) 오사카 시장은 며칠 전 “위안부가 일본군에 폭행·협박을 당해서 끌려갔다는 증거는 없다.”면서 “있다면 한국이 내놓으면 좋겠다.”고 망발했다. 그러면서 “위안부제도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제도일지도 모른다.”며 “한국 측 주장을 전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리를 내리기도 했다. 그제는 일본 극우파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울 한복판의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과 ‘동북아역사재단’ 건물 입구에 ‘독도는 일본 땅이다. 위안부 거짓말 중단하라.’는 내용을 쓴 나무말뚝을 세워놓아 온 국민의 공분을 샀다. 주지하다시피 일본은 삼국시대부터 우리를 숱하게 괴롭혔다. 임진왜란(1592년)과 한일강제병합(1910년)은 우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지난 세기엔 러일전쟁·중일전쟁·태평양전쟁을 일으킨, 명백한 전범(戰犯) 국가다. 그 오명은 진정한 반성이 없는 한, 두고두고 씻을 길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의 일부 정치인과 국수주의 세력은 틈만 나면 온갖 망언으로 피해국 국민의 속을 확 뒤집어 놓는다. 아무래도 그들에게는 ‘전범 DNA’가 여전히 ‘ON’ 상태인 모양이다. 무라카미 교수님! 유전 공학의 발달로 특정 유전자를 찾아 콕 집어내거나, 일부분만을 없애는 게 가능해졌다고 하셨지요? 그렇다면 전범 DNA 같은 나쁜 유전자들을 없애거나 변형시켜 그 기능을 영원히 ‘OFF’시킬 방도는 정녕 없는 걸까요?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日 500년 전통 마지막 닌자 “더이상 닌자는 없다”

    日 500년 전통 마지막 닌자 “더이상 닌자는 없다”

    주로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나 악당으로 등장하는 ‘암살의 달인’ 닌자가 실제로도 존재할까? 최근 한 해외매체가 일본의 ‘마지막 닌자’로 알려진 카와카미 진이치(63)를 인터뷰 해 눈길을 끌고있다. 진이치는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닌자 조직의 21대 수장으로 현지에서도 ‘마지막 닌자’로 통한다. 그가 마지막 닌자가 된 것은 암살, 독살, 은신, 정보 수집등의 전통 교육을 받은 마지막 인물이기 때문이다. 진이치는 “닌자 고유의 무기를 통한 암살 등 다양한 기술은 도제자에게 구전으로만 전승된다.” 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가 처음 닌자 교육을 받게된 것은 6살 때. 진이치는 “나는 어렸을 때 부터 추위와 더위, 배고픔과 고통을 참는 법을 배웠다.” 면서 “과정이 너무나 혹독해서 왜 내가 교육을 받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내 삶의 일부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500년 닌자의 전통도 진이치를 마지막으로 종말을 고하게 됐다. 계승할 도제자를 두지 않았기 때문. 진이치는 “현대 시대에 닌자는 어울리지 않으며 존재할 필요도 없다.” 면서 “제자에게 살인과 독을 만들고 사용하는 법을 가르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진이치는 일본 미에대학의 특임교수로 닌자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닌자의 정보 수집과 분석 방법을 현대의 비즈니스에 응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인터넷뉴스팀
  • 백제 철제대도서 ‘금상감’ 첫 확인

    백제 철제대도서 ‘금상감’ 첫 확인

    금으로 봉황 무늬 등을 화려하게 상감(象嵌·박아넣음)한 백제시대 큰 칼 유물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국립공주박물관이 14일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상감기법은 백제에서 제작해 일본으로 넘어간 이소노카미 신궁(石上神宮)의 칠지도(七支刀)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고 박물관은 덧붙였다. 이소노카미 신궁은 가장 오래된 일본의 신사로 야마토 정권(3세기말~645년)의 무기고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승희 공주박물관 관장은 “일제강점기에 발굴된 미정리 유물을 보존처리하기 위한 X-선 투과 촬영 과정에서 (공주) 송산리 고분군 중 29호분에서 출토된 철제대도(鐵製大刀·쇠로 만든 큰 칼)에 화려한 문양을 금선(金線)으로 새긴 금상감(金象嵌)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새롭게 확인한 이 금상감대도(金象嵌大刀)에서 금상감은 일부가 훼손된 칼 몸통(도신·刀身) 앞면과 뒷면 모두에서 확인됐다. 상감한 문양은 봉황(鳳凰)과 초화(草花·풀이나 꽃)·운기(雲氣·구름) 등으로, 이 도안을 칼날 전체에 새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박물관은 말했다. 현재까지 확인한 백제 상감대도는 공주 수촌리와 천안 용원리, 서산 부장리, 고창 봉덕리 등 5세기 무렵 지방 유력 세력자가 묻힌 곳으로 생각되는 무덤에서 10점 정도. 이들은 칼손잡이 부분에만 용이나 봉황, 넝쿨 등의 개별 문양을 은상감(銀象嵌)했다는 점에서 이번에 확인된 금상감대도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번에 확인한 금상감대도는 이소노카미 신궁 칠지도를 제외하고 백제 상감대도 중 유일하게 칼 몸통 전·후면 모두에 금상감을 한 자료로 평가된다. 또한 봉황과 초화, 운기를 모두 조합해 연속으로 배치한 문양 또한 백제 유물에서는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박물관은 말했다. 김 관장은 “백제 웅진시대 왕릉 공동 묘역인 송산리 고분군 중에서도 무령왕릉과 인접한 횡혈식 석실분인 29호분에서 금상감대도가 확인됨으로써 백제 장식 대도의 소유 및 그 위계(位階)를 가늠해 볼 수 있다.”면서 “제작시기·제작기법 등에서 의문이 여전한 일본의 칠지도와 그 금상감 기법 등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실물 자료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여성들이여! 당당하게 살아라

    그리스 신화 속 아탈란타(Atalanta)는 사냥의 여신이었다. 남자들보다 날랬고 미모 또한 ‘여신급’이었다. 당연히 그를 흠모하는 청년들이 많았는데, 아탈란타는 달리기 시합에서 자신을 이기는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제안했다. 질 경우엔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는 섬뜩한 조건도 내걸었다. 그리스에서 가장 날래고 용맹한 청년 멜라니온이 제안에 응했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자신이 없었던 그는 아프로디테에게 도움을 청했고, 황금사과 세 개를 선물로 받았다. 경주가 시작되자 멜라니온은 아탈란타가 앞설 때마다 앞에 황금사과를 하나씩 던졌다. 아탈란타는 그때마다 번쩍이는 황금사과의 유혹에 주춤했고, 결국 멜라니온에게 승리를 헌납했다. 일부 여성운동가들은 세 개의 사과가 각각 아름다움과 우아함, 즐거움을 상징한다고 본다. 남성 우월 사회에서 흔히 통용되는 게임의 법칙이자,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여성의 의지를 꺾고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걸림돌들이다. ‘자유롭게 사랑하고 치열하게 성공하라’(왕카이린 지음, 정유희 옮김, 틔움 펴냄)는 이런 인식 위에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는 모두 8명의 여성을 등장시킨다. 대표작 ‘제2의 성’을 통해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페미니즘의 기초 명제를 제시한 시몬 드 보부아르, 니체의 청혼을 거부하고 릴케, 프로이트 등 천재들과 사랑을 나눈 자유로운 영혼 루 살로메, 조각의 거장 로뎅을 상대로 격정적 사랑과 애절한 증오를 함께 키웠던 열정의 예술가 카미유 클로델, “여자가 평생 한 명의 남자와 교제한다는 것은 오직 한 명의 작곡가가 만든 음악만을 듣는 것과 같다.”고 외친 맨발의 이사도라 덩컨 등이 먼저 소개된다. 저자는 “이들이 두려움 없는 사랑과 자기 주도적 인생을 통해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어냈다.”며 “여성들이 자신만의 기준으로 당당하게 살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책의 전체적인 얼개가 자유로운 성, 거리낌 없는 연애 등 주로 남성의 상대자로서의 면만 부각시킨 듯한 아쉬움도 남는다. 본질적인 존재로서의 여성을 그리려 했으나 뜻과 달리 성 역할론에만 묻힌 듯한 느낌이다. 1만 18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13) 광주 육판서길 & 대구 북성로

    [길을 품은 우리 동네] (13) 광주 육판서길 & 대구 북성로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의 주인공 소년 어니스트는 마을 바위 골짜기에 새겨진 큰 바위 얼굴을 닮은 훌륭한 인물에 대한 얘기를 어머니로부터 듣고 자란다. 마을 사람들 역시 평생에 걸쳐 훌륭한 인물의 출현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실망하기를 반복한다. 19세기 중반 미국의 얘기다. 고단하고 남루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 부와 명예, 권력 등 출세에 대한 욕망은 이렇듯 지역과 시대를 가리지 않았다. 대구 중구 북성로와 광주 동구 육판서길 역시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부와 출세에 대한 갈망의 얘기를 담고 있다. 타관으로 떠나 출세한 이는 마을의 자랑이다. 하지만 구불구불한 고향 길을 따라 대처로 떠난 이 대부분은 으리번쩍하게 출세하기보다 여전히 퍽퍽한 삶 속에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다. ■광주 육판서길 깜빡이는 30촉 전구를 올려다보며 박수를 치고 처음으로 전화를 들여놓은 집에 모여 감격스러워했던 것이 20년 남짓 전의 일이다. 지하수가 아닌 수도꼭지에서 졸졸거리는 수돗물에 감격했던 것은 불과 7, 8년 전이다. 광주 도심에서 20분 안쪽 거리에 있는 마을이건만 발전은 더뎠다. 온 나라가 난리던 6·25전쟁 때도 아무런 피해가 없었을 정도였다. ‘전라도판 동막골’ 같은 곳이다. 광주에서 화순 쪽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접어드는 길 입구에 커다란 바윗덩어리 표석이 보인다. ‘六判里’(육판리)라고 쓰여 있다. 여기서부터 육판서길이다. 시멘트로 닦인 길이긴 하지만 쉬 사람 사는 마을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구불구불한 산길, 논길, 밭길이다. 다른 곁길도 없다. 육판서길 중간쯤 왼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절(법림사)이 하나 있어 육판서길 143번길이 하나 따로 나와 있는 정도다. ●평산 신씨·광산 김씨 집성촌 시작점에서 2004m를 가니 거짓말처럼 마을이 하나 나왔다. 500년 정도의 나이를 자랑하는 느티나무가 마을 어귀에서 한껏 팔을 벌리고 있다. 행정구역명은 광주 동구 내남동 내지마을이다. 하지만 내지마을이 아닌 육판마을로 흔히 쓰인다. 풍수지리학적으로 3정승 6판서가 나올 지세라고 해 붙은 이름이다. 정승에 판서라니…. 정승은 요즘으로 치면 총리급이고 판서면 장관급인데 진짜 판서를 여섯 명이나 배출했던 것일까. 아니면 대처를 꿈꿔 온 궁벽한 마을의 바람이 담겼던 걸까. 이 마을은 평산 신씨와 광산 김씨가 모여 사는 집성촌이다. 육판서길을 도로명 주소로 쓰는 집은 모두 82곳이 있지만 외지로 많이 떠나 빈집이 20곳 가까이 된다. 마을에서 가장 젊어 이장을 맡고 있다는 김성중(64)씨는 “아주 옛날부터 지관들이 마을을 보고 나면 한결같이 풍수지리학적으로 지세가 아주 좋아 3정승 6판서가 나올 곳이라고 했다.”면서 대처로 나간 육판마을 출신 인사들의 이름을 줄줄이 읊는다. 어디 병무청장, 어느 지역의 지법원장에 4성 장군, 큰 리조트를 운영하는 사업가…. 광주에서 언론인 생활을 하다 은퇴하고 귀향한 신현덕(70)씨도 “풍수지리학에서는 길지의 조건 중 ‘산진수회 필유음택’이 있는데 우리 마을이 딱 들어맞는다. 외지인들도 묘를 쓰기 위해 여기로 들어온다.”고 거들었다. 산진수회 필유음택(山盡水回 必有陰宅)은 산으로 막히고 물이 감아 도는 곳에 묘를 쓴다는 뜻이란다. ●내지천 마을 감싸고 분적산 병풍처럼 실제로 마을을 찬찬히 둘러보니 무등산 자락에서 뻗어 내린 분적산이 병풍처럼 든든히 버티고 있고 내지천이 마을을 감싸며 흐르고 있다. 총리, 장관까지는 아니라도 궁벽한 마을에서 출세한 사람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마을회관 앞에서 삶은 감자를 먹으며 마을 내력을 살펴보니 꼭 풍수지리학적 지세만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비밀은 육판마을의 놀라운 교육열이었다. 단순히 자식들의 교육열이 아니라 어른, 아이 가릴 것 없는 배움의 열기 그 자체였다. 그저 먹고사는 것에만 매달려야 했던 1955년부터 육판마을에서는 한문서당을 운영했고 1961년에는 문맹 퇴치를 위해 야학을 열었다. 공식 학력은 보잘것없는 촌로들이 문자속이 기특할 수밖에 없는 것도, 마을회관 벽마다 마을의 크고 작은 역사를 빼곡히 기록해 놓은 것도 그에 따른 당연한 이치였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자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도 순리에 가까웠겠다 싶다. 소설 ‘큰 바위 얼굴’에서 큰 바위 얼굴을 닮은 훌륭한 인물의 출현을 기다렸던 어니스트와 마을 사람들이 말년에 이르러서야 새삼 깨달았듯이 육판마을 역시 마찬가지 가르침을 준다. ‘출세’는 돈이나 권력 그 자체가 아니라 성찰할 줄 아는 겸손한 성품과 순결한 노력에 따른 부수적 산물이다. 글 사진 광주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대구 북성로 일제강점기 때 대구 읍성이 헐리고 일본인들이 몰려들었다. 허물어진 읍성 자리에 신작로를 냈다. 북쪽에 낸 신작로가 북성로다. 대구역 사거리 대우빌딩에서 달성공원 입구까지 1.42㎞ 구간이다. 지역 최초로 포장된 도로였을 뿐만 아니라 북쪽에 경부선 철로가 나면서 제일 먼저 일본 사람들이 토지를 매입하기 시작한 도로이기도 하다. ●대구 읍성 헐고 낸 신작로 1.42㎞ 구간 자연스럽게 북성로 일대는 일본인들의 상점으로 채워졌다. 조경회사인 스기하라합자회사, 목재회사인 구로가와 재목점, 대구 최초의 목욕탕인 조일탕, 대구 곡물회사, 마쓰노 석유회사, 철물점 등이 생소한 일본어 간판을 내걸고 늘어섰다. 식당, 요릿집, 영화관, 여관 등이 있던 무라카미초(향촌동)와 연결돼 대구 최고의 번화가를 이뤘다. 특히 이곳에 자리 잡은 미나카이 백화점(현재 대우 주차장 자리)은 대구 본점을 시작으로 한반도 전역과 만주, 일본 도쿄에 이르기까지 18개 지점을 거느린 백화점 그룹으로 성장했다. 1940년 당시 종업원 4000여명에 연 매출이 1억여엔인 공룡 기업이었다. 미나카이 백화점은 5층으로 지어질 당시 대구 최고층 건물이었다. 기둥 사이에 붉은 벽돌을 쌓고 타일을 붙였으며 안에는 유일하게 엘리베이터까지 설치했다. 꼭대기 층에는 카페가 있어 지방의 재력가들이 드나들었다. 최근 이 백화점을 내용으로 한 ‘북성로의 밤’이라는 소설이 출간됐다. 일본이 식민지 수탈을 목적으로 부설한 철도도 북성로를 당시 최고의 번화가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철도가 멈추는 대구역 주변에는 물류가 모이고 빠져나가는 대형 창고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거래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주식인 쌀의 거래는 일제의 수탈 강화와 함께 투기성을 띠는 지경에 이르렀다. 해방 이후 북성로는 사교와 문화의 거리로 변모한다. 백조다방은 당시로는 파격적인 그랜드 피아노가 있어 향토 음악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향토 음악인의 연습 공간으로 애용되기도 했다. 6·25전쟁 시절에는 북성로 일대에 이름난 다방이 많이 있었다. 모나미, 청포도, 백조, 백록, 호수, 꽃자리 등이다. 모나미다방은 문인들이 즐겨 찾았으며 꽃자리다방에선 구상 시인의 시집 ‘초토의 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상권이 변하면서 1970년대 들어 북성로에는 공구 골목이 들어섰다. 북성로 거리 양쪽에 500여개 점포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공구, 호스, 농기구, 베어링 등의 산업용품을 판매한다. 이곳에서 대구 경북 산업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산업공단, 이현공단 등 도심 산업단지가 들어선 1970년대 후반 전성기를 맞았다. ●30년 넘은 여인숙·쪽방 다닥다닥 이후 공구 골목은 부침을 거듭했다. IMF 외환 위기와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1998년에는 검단동 유통단지로 상당수 업체가 빠져나가면서,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몰이 생겨나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이렇게 반복되는 위기에도 굵직한 회사들이 여전히 북성로를 지켜 공구 골목은 건재하다. 하지만 공구 골목 주변은 개발에서 소외돼 도심의 빈촌으로 전락했다. 북성로에는 아직도 30년이 지난 낡은 여인숙과 쪽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3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그래도 북성로에서 변화한 곳이 있다. 1904년 건설된 대구역사다. 당시 오두막 형태의 임시 역사였지만 1913년에 다시 지어졌다. 목조 2층으로 일본, 서양 절충형의 르네상스 양식 건물이었다. 역 앞 광장은 민중 집회와 축제, 선거 유세 때 가장 먼저 꼽히는 장소였다. 대구를 드나드는 사람들과 만나고 이별하는 추억을 시민들에게 남겼다. 그 광장은 2002년 대구역이 롯데백화점 민자역사로 바뀌면서 시민들의 품을 떠나고 말았다.북성로에서 50년째 살고 있다는 김정규(75)씨는 “북성로는 대구의 모든 돈과 쌀이 모였던 곳이었다. 이제는 대구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전락해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글 사진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14회는 제주 서귀포시 ‘이어도로’를 소개합니다.
  • 하루키 30대에 썼던 산문집 5권 출간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30대 시절이던 1980년대 쓴 산문집 다섯 권이 문학동네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으로 나왔다. 하루키와 막역한 사이였던 일러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와 함께 작업한 책을 엮은 것이다. 그간 국내에서는 일부를 발췌한 앤솔로지 형식 등으로만 소개됐던 것을 이번에 모든 내용과 삽화를 원서의 차례에 맞췄다.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를 비롯해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세일러복을 입은 연필’ ‘해 뜨는 나라의 공장’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등이다. 하루키의 남다른 감성과 무심한 듯한 유머가 안자이 미즈마루의 아기자기한 삽화 속에 녹아있다.
  • [한·일 프로야구 레전드 매치] 태양, 마신을 꺾다

    [한·일 프로야구 레전드 매치] 태양, 마신을 꺾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일본 프로야구 ‘전설’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20일 잠실구장. ‘한·일 프로야구 레전드 매치’에서 만난 두 나라 영웅들이 자국 야구의 자존심과 명예를 걸고 한판 맞대결을 펼쳤다. 세월을 속일 수는 없었지만 팬들은 이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선동열(49·KIA 감독)과 사사키 가즈히로(44·해설위원)의 선발 맞대결에 초점이 모아졌다. 1985년 해태에 입단한 선동열은 11년 통산 146승 40패 132세이브를 기록하며 ‘국보급’ 투수로 불렸다. 일본 주니치에서도 1996년부터 4시즌을 뛰며 10승 4패 98세이브를 챙겼다. 1990년 요코하마에 입단한 사사키는 12시즌 통산 43승 38패 252세이브를 올려 최고 마무리로 자리매김했다. 2000~2003년 메이저리그 시애틀에서도 7승 16패 129세이브. 둘은 1997년 세이브왕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공동 선두(38세이브)로 끝났다. 등번호 18번을 달고 먼저 등판한 선동열은 선두타자를 유격수 땅볼로 가볍게 처리했지만 2번타자 도마시노 겐지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 고마다 도쿠히로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1사 1·2루의 위기에 몰렸다. 다음 타자는 일본 통산 525홈런의 전설 기요하라 가즈히로. 홈런을 장담했던 기요하라를 선동열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선동열은 5번 무라카미 다카유키마저 스탠딩 삼진으로 낚았다. 2탈삼진에 1안타 1볼넷 무실점. 구속은 110~120㎞대였다. 반면 사사키(1이닝 4안타 2실점)는 기대에 못 미쳤다. 1회 이종범과 전준호에게 연속 안타를 내줘 무사 1·3루의 위기를 맞았다. 한국은 3번 양준혁의 내야 땅볼로 3루 주자 이종범을 홈으로 불러들였고 계속된 2사 3루에서 5번 김기태의 내야 안타로 전준호가 홈을 밟아 2점째. 한국은 김성한의 좌선상 2루타로 2·3루의 찬스를 이었지만 한대화(한화 감독)가 아쉽게 좌익수 뜬 공으로 돌아섰다. 선동열 감독은 “6년 만에 마운드에 올라 감회가 깊다. 힘들었지만 기요하라와의 대결에서 이겨 기쁘다.”면서 “제구가 안 되는데 이만수(SK 감독) 포수가 코너워크를 많이 요구했다.”며 웃었다. 한국은 선동열-이만수 배터리에 김성한(1루)-박정태(2루)-김재박(유격수)-한대화(3루)로 화려한 내야진을 구축했다. 또 선동열에 이어 조계현-정민철-한용덕(4·5회)-김시진-김용수(7·8회)-송진우를 내세워 일본 타선을 6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한국은 2-0으로 앞선 5회 일본 외야수의 잇단 실책성 수비로 2점을, 6회 전준호의 내야땅볼 때 대주자 김광수가 홈을 밟아 결국 5-0 완승을 거뒀다. 5타수 2안타 1득점으로 공수에서 활약한 ‘막내’ 이종범이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책꽂이]

    무라카미 하루키 두번째 잡문집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비채 펴냄) ‘내가 대학생 때 ‘서른 넘은 놈들을 신용하지 마라.’는 말을 흔히 들었다.(중략) 우리가 스무 살이던 시절에는 분명 자신이 서른을 넘으면 지금의 어른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어른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세상은 확실히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중략) 그러나 실제로는 유토피아가 도래하지 않았다.’(88쪽). 무라카미 하루키(63)의 두 번째 잡문집으로 제목이 신선하다. 영화배우 앤서니 홉킨스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에 출연해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란 채소나 다름없다.”고 한 말에서 따왔단다. 머리를 비우며 가볍게 읽을 수 있다.   中 임신부의 위험한 낙태 고발 개구리(민음사 펴냄) 민중의 원초적 생명력을 노래한 ‘붉은 수수밭’의 중국의 문제적 작가 모옌(57)의 작품으로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인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1969년 인구가 8억명을 넘어서자 “초과 출산을 허락할 수 없다.”며 지방관리들을 몰아붙였고 G2로 성장한 지금도 그 정책은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7개월된 임신부가 위험한 낙태를 하거나, 실존하지만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유령인들이 크게 늘어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 개구리는 작가의 고향인 가오미 둥베이의 토템으로 강력한 생산력, 다산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베트남전쟁이 앗아간 청춘·사랑   전쟁의 슬픔(아시아 펴냄) 베트남의 작가 바오 닌(60)은 17살에 자원입대해 이른바 베트남 전쟁에서 직접 전쟁을 경험했다. 1975년 떤 선 녓 국제항공 점령 전투에서 소대원 중 살아남은 사람은 그와 동료 한 사람이었다. 뒤늦게 문학학교에 입학해 첫 장편인 ‘전쟁의 슬픔’을 내놓았고, 베트남 문학 최초로 16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전쟁이 어린 연인들을 어떻게 미궁에 빠뜨렸는지 냉정하고 잔혹하고 솔직하게 그려낸 전쟁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1500년전 칠지도 ·환두대도 만나보세요

    1500년전 칠지도 ·환두대도 만나보세요

    고대 제철 방식으로 복원한 ‘칠지도’(위·七支刀)와 ‘무령왕 환두대도’(아래·環頭大刀)가 일반에 공개됐다. 충남도 백제역사문화관은 3일부터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화단지 내 문화관 1층에서 최근 복원한 칠지도와 환두대도를 상설 전시한다. 칠지도는 칼날 양쪽에 굴곡진 가지를 3개씩 돋아나게 만든 것으로 백제시대 한·일 교류의 비밀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다. 일본 국보로 지정돼 현재 나라현 덴리시 이소노카미신궁에 보관돼 있다. 칼에 칠지도라는 이름과 함께 ‘백제가 왜왕에게 만들어 주었다’는 내용의 글자가 금으로 상감돼 있다. 이 칼을 일본 왕에게 선물한 왕은 백제 근초고왕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두대도는 1971년 무령왕릉 출토 시 무령왕의 허리춤에서 발굴됐다. 백제유물 역사상 주인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칼로 환두대도 중 최고 걸작으로 평가된다. 손잡이에는 금실과 은실이 차례로 감겨 있고, 양쪽 끝은 봉황이 새겨진 문양으로 장식돼 있다. 실물은 국립공주박물관에 있으나 부식 등으로 원형이 많이 훼손돼 있다. 두 칼은 제철에서 세공까지 전문가의 철저한 고증을 거쳐 전통 제철 기술로 만들어졌다. 역사문화관 관계자는 “단접기술(쇠를 접는 기술)로 칼날을 복원하는 등 1500년 전 백제의 최첨단 기술을 재현한 데 의미가 있다.”며 “문화관에는 국보 287호 백제금동대향로 등 백제 복제 유물 250여점도 전시돼 있다.”고 말했다. 부여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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