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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계 허물고 날아오른 ‘범’… 조선 힙합이 내려온다 ♬

    경계 허물고 날아오른 ‘범’… 조선 힙합이 내려온다 ♬

    2020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 3개 부문,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 5개 부문 노미네이트. 2021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방탄소년단을 떠오르게 하는 이 이력에는 밴드 이날치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올라 있다. 여기에 국악 발전에 기여한 예술가를 꼽는 KBS국악대상 단체상(2020)까지 더하면 장르, 경계 같은 말은 무색해진다. 짧게는 17년에서 길게는 30년,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한 우물을 파던 일곱 뮤지션은 이날치라는 이름으로 뭉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밴드가 됐다. 최근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에서 만난 그들은 “선을 넘어 자유롭고, 그 자유를 어떻게 잘 누릴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가끔 저희끼리 이런 농담도 해요. 이거 장난 아니지? 허언증 아니지?” 지난해 ‘1일 1범’(하루 한 번 ‘범 내려온다’ 영상을 보는 현상) 열풍을 일으키며 대중음악계를 휩쓴 이날치 멤버들끼리 건네는 우스갯소리다. 가장 ‘핫한’ 인물만 한다는 최신 스마트폰과 카드사 광고 모델에, 지상파 예능과 음악 방송까지 빽빽한 일정에 실감이 안 날 때도 많다. 밴드 결성 1년 남짓, 그간의 경험은 예상도 못한 것이다. “어릴 때 TV를 보면서 난 판소리를 하니까 아무리 잘해도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덴 못 나가겠지, 레드카펫은 못 밟아 보겠지 했는데 다 이뤄지고 있어요.” 소리꾼 신유진이 한껏 들떠 얘기했다. 에스토니아 같은 낯선 나라에서 ‘꼬부랑 글씨’로 달아 주는 댓글과, 판소리 ‘수궁가’를 노래방에서 불렀다는 청년들의 반응은 뿌듯함을 넘어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주변 반응은 말할 것도 없다. 밴드 어어부프로젝트와 퓨전 그룹 씽씽을 이끌었던 장영규와 드러머 이철희, 베이시스트 정중엽도 관심과 응원이 새롭다. 유명 음악인들의 세션도 해 온 이철희는 “난 항상 뒤에 있는 병풍 같은 사람이었는데 주인공이 된 기분”이라며 “저를 고양이 밥 주는 사람으로 알던 동네 주민들도 제 직업을 알게 됐고 아이들은 사인 요청도 한다”고 했다. 소리꾼 신유진, 이나래, 권송희, 안이호도 반가운 연락을 많이 받는다. 20대인 신유진은 또래들이 플레이리스트에 ‘수궁가’를 추가해 외울 만큼 반복 재생하는 모습에, 권송희는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한 우물 파더니 출세했다”는 친구의 문자에 보람을 느낀다. 딸 걱정에 “(고향인) 전주로 내려오라”시던 엄마는 이젠 이날치의 스케줄을 모두 꿰고 실시간 모니터를 하신다. 이나래는 “제가 좋고 행복해서 판소리를 했지만 경제적인 부분이 원활하진 않았다”며 “지금은 엄마가 장사가 안 돼도 살맛난다 하신다”며 활짝 웃었다. 이런 ‘격변’의 서막은 2018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올린 음악극 ‘드라곤킹’에서 열렸다. 판소리 ‘수궁가’를 재해석한 작품의 음악을 맡은 장영규를 중심으로 국악인과 대중음악인들이 모였고, 이듬해 홍대 클럽 공연과 지난해 5월 앨범 ‘수궁가’로 활동이 이어졌다. 베이스 둘, 보컬 넷에 드럼을 더한 구성은 고수와 소리꾼으로 이루어진 판소리 리듬을 살리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2020년판 이날치의 ‘별주부전’은 중독성을 더하며 강력해졌다. “범 내려온다” 같은 후크는 귀에서 계속 맴돌고, ‘좌우나졸’ 등에서는 속사포 랩이 뿜어져 나온다. “이것이 ‘국힙’(한국 힙합)이다”, “조선의 클럽에 온 걸 환영한다”는 댓글과 딱 맞아떨어진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권익도는 “자를 재듯 짜 맞추는 ‘아이돌 중심의 케이팝’과는 DNA부터 다르다. 진정한 음악과 문화란 이 노래처럼 자연스레 얽히고설키는 넝쿨 같은 것”이라며 “이 대안적 대중음악은 케이팝의 정형화된 틀을 다시금 찢어발긴 주머니 속 송곳”이라고 평했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안무가 더해진 ‘힙한’ 영상은 음악의 파급력을 증폭시켰다. 2019년 9월 함께 꾸민 ‘네이버 온스테이지’ 클립에 차츰 ‘좋아요’가 쌓이더니 이들이 출연한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은 단숨에 누적 조회수 5억뷰를 넘겼다. 패러디와 커버 콘텐츠도 넘친다. 안이호는 “중요한 시기마다 산신령 같은 분들이 나타난 덕”이라고 했지만, 멤버들이 쌓아 온 협업 경험은 이날치가 날개를 다는 가장 큰 동력이었다. 각 멤버가 음악을 해 온 시간만 더해도 175년. 엠비규어스댄스컴퍼니에게 협업을 제안한 장영규부터 국악뮤지컬집단과 정가악회 등 여러 그룹을 거쳐 온 소리꾼들까지 모두들 자신의 영역에 골몰하면서도 타 장르와 섞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음계 정의나 박자 개념이 달라서 생기는 국악과 양악의 이질감은 줄고 합을 맞추는 센스와 눈치는 늘었다. 음악만큼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멤버들도 잘 섞였다. 서로 배려하면서 ‘오픈 마인드’를 유지하는 덕분에 “매일이 명절 같다”는 자평이 가능하다. ‘막내 라인’인 신유진, 이나래, 권송희는 “선배님들은 우리가 훨씬 어린데도 항상 존댓말을 하시고 늘 의견을 수렴해 준다. 음악에 있어선 세대 차이도 나지 않는다”고 치켜세웠다. 메이저와 마이너, 나이 구분 없는 작업은 뮤지션으로서 새 길을 열어 주었다. 국악과 대중음악이라는 장벽도 깨져 나갔다. “한 시장에서 다른 시장으로 넘어가 봐야겠다거나, 내가 어디든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지만 이날치를 통해 가능함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1월 ‘적벽가’를 완창한 안이호 역시 “어디 있든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게 좋다”고 덧댔다. “국악과 대중음악이 그렇게 특별히 다른가 싶다”는 그는 “완창을 하는 나와 클럽에서 노래하는 나, 모두 이날치의 보컬인데 이제 국악을 안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이젠 그런 질문을 받지 않는 게 고무적”이라고 했다. 경계를 넘는 사람들 덕에 음악의 장벽도 무너지고 있다. KBS국악대상에 이어 오는 28일 열리는 한국대중음악상 종합분야와 최우수 모던록 노래와 크로스오버 음반 후보에 올랐다. 두 시상식에서 모두 트로피를 거머쥔 팀은 11년차 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 정도다. 이날치가 지향하는 얼터너티브 팝은 “국악을 다시 부른다”는 접근이 아니라, 128bpm의 비트를 만든 뒤 베이스 루프를 짜고, 리듬을 탈 수 있는 곡을 만든 후 ‘수궁가’를 대입하는 방식이었다. 이 역발상은 춤추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 냈다. 국악 전공자들에게 더 넓은 활동 가능성을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거칠지만 다채로운 요소를 담고 있는 판소리는 문학으로서의 힘도 가져 무궁무진한 재료다. “백화점 같은 음악”, “그림을 그리는 붓이 많아 다른 장르와 만날 때 여러 색을 낼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게 이날치가 표현한 판소리의 매력이다. 지난 3일 낸 새 싱글 ‘여보나리’ 역시 ‘수궁가’의 한 대목이다. 원곡 분위기는 구슬픈데, 한 술자리에서 권송희가 밝게 부른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댄스곡으로 탄생시켰다. 16일에는 이 곡과 ‘약일레라’를 합친 ‘완전체 수궁가’를 CD로 발매했다. 연결되는 하나의 이야기로서의 매력이 더 잘 살아 있다. 밴드 음악의 새 시장을 일구고 있는 이날치의 다음 발자국은 어디에 새겨질까. 올해 중반부터 작업할 계획이라는 2집 구상은 물론, 장기적인 고민까지 뻗은 답이 돌아왔다. 장영규는 “지금 우리가 유명인인가, 밴드인가 스스로 헷갈릴 정도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 화제성은 사라질 것”이라며 “결국 밴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준비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국악이 어느 순간 인격을 가진 말이 되었지만, 결국 음악에 사람이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음악을 하는 것”이라는 안이호는 “지금 우리가 재밌게, 잘할 수 있는 음악을 한다고 생각하고 즐겨 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경계 허물고 날아오른 ‘범’, 조선 힙합이 내려온다 ♬

    경계 허물고 날아오른 ‘범’, 조선 힙합이 내려온다 ♬

    2020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 3개 부문,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 5개 부문 노미네이트. 2021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방탄소년단을 떠오르게 하는 이 이력에는 밴드 이날치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올라 있다. 여기에 국악 발전에 기여한 예술가를 꼽는 KBS국악대상 단체상(2020)까지 더하면 장르, 경계 같은 말은 무색해진다. 짧게는 17년에서 길게는 30년,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한 우물을 파던 일곱 뮤지션은 이날치라는 이름으로 뭉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밴드가 됐다. 최근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에서 만난 그들은 “선을 넘어 자유롭고, 그 자유를 어떻게 잘 누릴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가끔 저희끼리 이런 농담도 해요. 이거 장난 아니지? 허언증 아니지?” 지난해 ‘1일 1범’(하루 한 번 ‘범 내려온다’ 영상을 보는 현상) 열풍을 일으키며 대중음악계를 휩쓴 이날치 멤버들끼리 건네는 우스갯소리다. 가장 ‘핫한’ 인물만 한다는 최신 스마트폰과 카드사 광고 모델에, 지상파 예능과 음악 방송까지 빽빽한 일정에 실감이 안 날 때도 많다. 밴드 결성 1년 남짓, 그간의 경험은 예상도 못한 것이다. “어릴 때 TV를 보면서 난 판소리를 하니까 아무리 잘해도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덴 못 나가겠지, 레드카펫은 못 밟아 보겠지 했는데 다 이뤄지고 있어요.” 소리꾼 신유진이 한껏 들떠 얘기했다. 에스토니아 같은 낯선 나라에서 ‘꼬부랑 글씨’로 달아 주는 댓글과, 판소리 ‘수궁가’를 노래방에서 불렀다는 청년들의 반응은 뿌듯함을 넘어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주변 반응은 말할 것도 없다. 밴드 어어부프로젝트와 퓨전 그룹 씽씽을 이끌었던 장영규와 드러머 이철희, 베이시스트 정중엽도 관심과 응원이 새롭다. 유명 음악인들의 세션도 해 온 이철희는 “난 항상 뒤에 있는 병풍 같은 사람이었는데 주인공이 된 기분”이라며 “저를 고양이 밥 주는 사람으로 알던 동네 주민들도 제 직업을 알게 됐고 아이들은 사인 요청도 한다”고 했다.소리꾼 신유진, 이나래, 권송희, 안이호도 반가운 연락을 많이 받는다. 20대인 신유진은 또래들이 플레이리스트에 ‘수궁가’를 추가해 외울 만큼 반복 재생하는 모습에, 권송희는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한 우물 파더니 출세했다”는 친구의 문자에 보람을 느낀다. 딸 걱정에 “(고향인) 전주로 내려오라”시던 엄마는 이젠 이날치의 스케줄을 모두 꿰고 실시간 모니터를 하신다. 이나래는 “제가 좋고 행복해서 판소리를 했지만 경제적인 부분이 원활하진 않았다”며 “지금은 엄마가 장사가 안 돼도 살맛난다 하신다”며 활짝 웃었다. 이런 ‘격변’의 서막은 2018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올린 음악극 ‘드라곤킹’에서 열렸다. 판소리 ‘수궁가’를 재해석한 작품의 음악을 맡은 장영규를 중심으로 국악인과 대중음악인들이 모였고, 이듬해 홍대 클럽 공연과 지난해 5월 앨범 ‘수궁가’로 활동이 이어졌다. 베이스 둘, 보컬 넷에 드럼을 더한 구성은 고수와 소리꾼으로 이루어진 판소리 리듬을 살리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2020년판 이날치의 ‘별주부전’은 중독성을 더하며 강력해졌다. “범 내려온다” 같은 후크는 귀에서 계속 맴돌고, ‘좌우나졸’ 등에서는 속사포 랩이 뿜어져 나온다. “이것이 ‘국힙’(한국 힙합)이다”, “조선의 클럽에 온 걸 환영한다”는 댓글과 딱 맞아떨어진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권익도는 “자를 재듯 짜 맞추는 ‘아이돌 중심의 케이팝’과는 DNA부터 다르다. 진정한 음악과 문화란 이 노래처럼 자연스레 얽히고설키는 넝쿨 같은 것”이라며 “이 대안적 대중음악은 케이팝의 정형화된 틀을 다시금 찢어발긴 주머니 속 송곳”이라고 평했다.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안무가 더해진 ‘힙한’ 영상은 음악의 파급력을 증폭시켰다. 2019년 9월 함께 꾸민 ‘네이버 온스테이지’ 클립에 차츰 ‘좋아요’가 쌓이더니 이들이 출연한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은 단숨에 누적 조회수 5억뷰를 넘겼다. 패러디와 커버 콘텐츠도 넘친다. 안이호는 “중요한 시기마다 산신령 같은 분들이 나타난 덕”이라고 했지만, 멤버들이 쌓아 온 협업 경험은 이날치가 날개를 다는 가장 큰 동력이었다. 각 멤버가 음악을 해 온 시간만 더해도 175년. 엠비규어스댄스컴퍼니에게 협업을 제안한 장영규부터 국악뮤지컬집단과 정가악회 등 여러 그룹을 거쳐 온 소리꾼들까지 모두들 자신의 영역에 골몰하면서도 타 장르와 섞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음계 정의나 박자 개념이 달라서 생기는 국악과 양악의 이질감은 줄고 합을 맞추는 센스와 눈치는 늘었다. 음악만큼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멤버들도 잘 섞였다. 서로 배려하면서 ‘오픈 마인드’를 유지하는 덕분에 “매일이 명절 같다”는 자평이 가능하다. ‘막내 라인’인 신유진, 이나래, 권송희는 “선배님들은 우리가 훨씬 어린데도 항상 존댓말을 하시고 늘 의견을 수렴해 준다. 음악에 있어선 세대 차이도 나지 않는다”고 치켜세웠다. 메이저와 마이너, 나이 구분 없는 작업은 뮤지션으로서 새 길을 열어 주었다. 국악과 대중음악이라는 장벽도 깨져 나갔다. “한 시장에서 다 른 시장으로 넘어가 봐야겠다거나, 내가 어디든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지만 이날치를 통해 가능함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1월 ‘적벽가’를 완창한 안이호 역시 “어디 있든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게 좋다”고 덧댔다. “국악과 대중음악이 그렇게 특별히 다른가 싶다”는 그는 “완창을 하는 나와 클럽에서 노래하는 나, 모두 이날치의 보컬인데 이제 국악을 안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이젠 그런 질문을 받지 않는 게 고무적”이라고 했다. 경계를 넘는 사람들 덕에 음악의 장벽도 무너지고 있다. KBS국악대상에 이어 오는 28일 열리는 한국대중음악상 종합분야와 최우수 모던록과 크로스오버 음반 후보에 올랐다. 두 시상식에서 모두 트로피를 거머쥔 팀은 11년차 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 정도다. 이날치가 지향하는 얼터너티브 팝은 “국악을 다시 부른다”는 접근이 아니라, 128bpm의 비트를 만든 뒤 베이스 루프를 짜고, 리듬을 탈 수 있는 곡을 만든 후 ‘수궁가’를 대입하는 방식이었다. 이 역발상은 춤추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 냈다. 국악 전공자들에게 더 넓은 활동 가능성을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거칠지만 다채로운 요소를 담고 있는 판소리는 문학으로서의 힘도 가져 무궁무진한 재료다. “백화점 같은 음악”, “그림을 그리는 붓이 많아 다른 장르와 만날 때 여러 색을 낼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게 이날치가 표현한 판소리의 매력이다. 지난 3일 낸 새 싱글 ‘여보나리’ 역시 ‘수궁가’의 한 대목이다. 원곡 분위기는 구슬픈데, 한 술자리에서 권송희가 밝게 부른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댄스곡으로 탄생시켰다. 16일에는 이 곡과 ‘약일레라’를 합친 ‘완전체 수궁가’를 CD로 발매했다. 연결되는 하나의 이야기로서의 매력이 더 잘 살아 있다. 밴드 음악의 새 시장을 일구고 있는 이날치의 다음 발자국은 어디에 새겨질까. 올해 중반부터 작업할 계획이라는 2집 구상은 물론, 장기적인 고민까지 뻗은 답이 돌아왔다. 장영규는 “지금 우리가 유명인인가, 밴드인가 스스로 헷갈릴 정도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 화제성은 사라질 것”이라며 “결국 밴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준비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국악이 어느 순간 인격을 가진 말이 되었지만, 결국 음악에 사람이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음악을 하는 것”이라는 안이호는 “지금 우리가 재밌게, 잘할 수 있는 음악을 한다고 생각하고 즐겨 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단독] “이게 무슨 그림인지”…손주 용돈 보내는데 10분간 ‘끙끙’

    [단독] “이게 무슨 그림인지”…손주 용돈 보내는데 10분간 ‘끙끙’

    65~80세 은행 모바일앱 이용 실험 20대 1분 만에 하는 계좌이체 한참 걸려“아이콘으로 구성된 메뉴 해석 어려워”은행 예·적금 등 32%가 노인 돈인데…고령층 68.5% “온라인·모바일 뱅킹 불편”금융위 노인 전용앱 가이드라인 마련“애들이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아 주긴 했는데 매번 헷갈려요. 그림이 잔뜩 있는데 뭔 뜻인지 모르겠고, 글씨도 안 보여서….” 임자영(71·가명)씨는 지난해부터 이체 같은 은행 일을 볼 때 창구를 찾는 대신 스마트폰 앱을 자주 이용한다. 하지만 눈이 침침해 몇 번을 잘못 누르고 나서야 겨우 손주 용돈이라도 부쳐 줄 수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해 3월부터 시중은행들이 금융 서비스의 온라인화 속도를 높이면서 노인 세대도 스마트뱅킹을 강요받고 있다. 하지만 앱 구성 등이 고령층엔 친화적이지 못해 임씨처럼 애먹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실제 실험을 해봤더니 간단한 계좌 이체에도 7분 이상 걸렸다. 금융위원회는 고령층 전용 앱 개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러한 결과는 서울신문이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금융위원회의 ‘고령층 친화적 디지털 금융환경 조성 가이드라인 마련 연구’ 보고서에 담겼다. 청운대 산학협력단 연구팀이 65~80세 노인 8명을 대상으로 은행 모바일 앱에 로그인해 계좌 잔고를 확인하고 이체한 뒤 결과까지 확인하도록 부탁했는데, 노인들은 모든 작업을 끝내는 데 평균 7분 46초가 걸렸다. 또 아이콘을 잘못 누르는 등 평균 2.6회 실수했다. 실험에 참여한 남성 A(72)씨는 네 번이나 실수해 이체에 9분 14초가 걸렸다. 20대인 서울신문 기자가 시중은행 앱으로 같은 작업을 했는데 53초 걸렸다. 노년층이 은행 앱 활용에 애를 먹는 건 매뉴 구성 등이 복잡해서다. 실험에 참가한 이들은 “집 모양처럼 생긴 아이콘(부동산 관련 메뉴)이 보이는데 솔직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거나 “폰트가 작아 글씨가 보이지 않는다”, “바탕색과 글자색이 비슷해 안 보인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예컨대 지구본 모양이 표시된 환전 서비스, 카드 모양이 그려진 간편결제, 돋보기 모양인 계좌조회 아이콘 등은 청년층이 이해하기엔 무리가 없으나 노년층은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 수도권과 인천, 부산에 사는 50대 이상 시민 165명에게 설문조사해 보니 응답자의 68.5%가 온라인뱅킹과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불편하다고 답했다. 연구팀이 고령층이 느끼는 불편 사항을 반영해 앱을 수정한 뒤 노인들에 다시 계좌 이체를 부탁해 보니 작업 시간이 평균 2분 40초로 현저히 줄었다. 은행들이 조금만 신경쓰면 노년 고객들이 훨씬 편히 온라인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18개 시중·지방·특수·인터넷은행의 예적금과 펀드액 가운데 60대 이상 자금 비율은 32.0%에 달한다. 그만큼 노년층은 은행의 주요 고객이다. 윤 의원은 “은행권에서는 점포를 줄이면서 노인들한테 모바일을 하라고 떠밀기만 하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이나 은행권은 어르신들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향후 모바일앱 개발 등 금융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은행 점포 수 축소에 따른 고령층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 창구를 마련하고 고령층 전용 앱을 개발하는 등 고령 친화 금융환경 조성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책 보고서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활용 방안을 고민 중”이라면서 “향후 금융회사에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경계 지우고 자유롭게 날다…‘조선의 아이돌’ 이날치의 1년

    경계 지우고 자유롭게 날다…‘조선의 아이돌’ 이날치의 1년

    2020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 3개 부문,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 5개 부문 노미네이트. 2021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방탄소년단을 떠오르게 하는 이 이력에는 밴드 이날치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올라 있다. 여기에 국악 발전에 기여한 예술가를 꼽는 KBS국악대상 단체상(2020)까지 더하면 장르, 경계 같은 말은 무색해진다. 짧게는 17년에서 길게는 30년,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한 우물을 파던 일곱 뮤지션은 이날치라는 이름으로 뭉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밴드가 됐다. 최근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에서 만난 그들은 “선을 넘어 자유롭고, 그 자유를 어떻게 잘 누릴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이거 장난 아니지?” 뜨거운 반응, 실감 안날때 많아 “가끔 저희끼리 이런 농담도 해요. 이거 장난 아니지? 허언증 아니지?” 지난해 ‘1일 1범’(하루 한 번 ‘범 내려온다’ 영상을 보는 현상) 열풍을 일으키며 대중음악계를 휩쓴 이날치 멤버들끼리 건네는 우스갯소리다. 가장 ‘핫한’ 인물만 한다는 최신 스마트폰과 카드사 광고 모델에, 지상파 예능과 음악 방송까지 빽빽한 일정에 실감이 안 날 때도 많다. 밴드 결성 1년 남짓, 그간의 경험은 예상도 못한 것이다. “어릴 때 TV를 보면서 난 판소리를 하니까 아무리 잘해도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덴 못 나가겠지, 레드카펫은 못 밟아 보겠지 했는데 다 이뤄지고 있어요.” 소리꾼 신유진이 들뜬 목소리로 얘기했다. 에스토니아 같은 낯선 나라에서 ‘꼬부랑 글씨’로 달아 주는 댓글과, 판소리 ‘수궁가’를 노래방에서 불렀다는 청년들의 반응은 뿌듯함을 넘어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주변 반응은 말할 것도 없다. 실험적인 사운드로 주목받았던 밴드 어어부프로젝트에 이어 퓨전 국악 그룹 씽씽을 이끌었던 장영규와 드러머 이철희, ‘장기하와 얼굴들’ 출신의 베이시스트 정중엽도 관심과 응원이 새롭다. 유명 음악인들의 세션도 해 온 이철희는 “난 항상 뒤에 있는 병풍 같은 사람이었는데 주인공이 된 기분”이라며 “저를 고양이 밥 주는 사람으로 알던 동네 주민들도 제 직업을 알게 됐고 아이들은 사인 요청도 한다”고 했다. 소리꾼 신유진, 이나래, 권송희, 안이호도 반가운 연락을 많이 받는다. 20대인 신유진은 또래들이 플레이리스트에 ‘수궁가’를 추가해 외울 만큼 반복 재생하는 모습에, 권송희는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한 우물 파더니 출세했다”는 친구의 문자에 보람을 느낀다. 딸 걱정에 “(고향인) 전주로 내려오라”시던 엄마는 이젠 이날치의 스케줄을 모두 꿰고 실시간 모니터를 하신다. 이나래는 “제가 좋고 행복해서 판소리를 했지만 경제적인 부분이 원활하진 않았다”며 “지금은 엄마가 장사가 안 돼도 살맛난다 하신다”며 활짝 웃었다. 날개가 된 협업…수궁가, 춤 추고픈 대중음악으로이런 ‘격변’의 서막은 2018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올린 음악극 ‘드라곤킹’에서 열렸다. 판소리 ‘수궁가’를 재해석한 작품의 음악을 맡은 장영규를 중심으로 국악인과 대중음악인들이 모였고, 이듬해 홍대 클럽 공연과 지난해 5월 정규앨범 ‘수궁가’ 활동이 이어졌다. 베이스 둘, 보컬 넷에 드럼을 더한 구성은 고수와 소리꾼으로 이루어진 판소리 리듬을 살리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조선 후기 명창인 이날치는 국악과 관련된 이름을 찾던 중 느낌이 가장 좋아 팀명으로 낙점했다. 2020년판 이날치의 ‘별주부전’은 중독성을 더하며 강력해졌다. “범 내려온다” 같은 후크는 귀에서 계속 맴돌고, ‘좌우나졸’ 등에서는 속사포 랩이 뿜어져 나온다. 사설, 아니리, 소리 등 판소리 요소들은 댄스, 힙합, 록이 섞인 음악에 속속들이 녹아있다. “이것이 ‘국힙’(한국 힙합)이다”, “조선의 클럽에 온 걸 환영한다”는 댓글과 딱 맞아 떨어진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권익도는 “자를 재듯 짜 맞추는 ‘아이돌 중심의 케이팝’과는 DNA부터 다르다. 진정한 음악과 문화란 이 노래처럼 자연스레 얽히고설키는 넝쿨 같은 것”이라며 “이 대안적 대중음악은 케이팝의 정형화된 틀을 다시금 찢어발긴 주머니 속 송곳”이라고 평했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안무가 더해진 ‘힙한’ 영상은 음악의 파급력을 증폭시켰다. 2019년 9월 함께 꾸민 ‘네이버 온스테이지’ 클립에 차츰 ‘좋아요’가 쌓이더니 이들이 출연한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은 단숨에 누적 조회수 5억뷰를 넘겼다. 패러디와 커버 콘텐츠도 넘친다. 2018년부터 이들의 공연을 눈여겨 보고 함께 무대를 해보자고 제안한 게 제대로 통한 것이다. 안이호는 “중요한 시기마다 산신령 같은 분들이 나타난 덕”이라고 했지만, 멤버들이 쌓아 온 협업 경험은 이날치가 날개를 다는 가장 큰 동력이었다. 각 멤버가 음악을 해 온 시간만 더해도 175년. 영화음악을 비롯해 수많은 협업을 해 온 장영규부터 국악뮤지컬집단과 정가악회 등 여러 그룹을 거쳐 온 소리꾼들까지 모두들 자신의 영역에 골몰하면서도 타 장르와 섞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음계 정의나 박자 개념이 달라서 생기는 국악과 양악의 이질감은 줄고 합을 맞추는 센스와 눈치는 늘었다. 치열하게 한 우물 판 멤버들…경력 합치니 175년음악만큼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멤버들도 잘 섞였다. 서로 배려하면서 ‘오픈 마인드’를 유지하는 덕분에 “매일이 명절 같다”는 자평이 가능하다. ‘막내 라인’인 신유진, 이나래, 권송희는 “선배님들은 우리가 훨씬 어린데도 항상 존댓말을 하시고 늘 의견을 수렴해 준다. 음악에 있어선 세대 차이도 나지 않는다”고 치켜세웠다. 메이저와 마이너, 나이 구분 없는 작업은 뮤지션으로서 새 길을 열어 주었다. 국악과 대중음악이라는 장벽도 깨져 나갔다. “한 시장에서 다른 시장으로 넘어가 봐야겠다거나, 내가 어디든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지만 이날치를 통해 가능함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1월 ‘적벽가’를 완창한 안이호 역시 “어디 있든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게 좋다”고 소감을 붙였다. “국악과 대중음악이 그렇게 특별히 다른가 싶다”는 그는 “완창을 하는 나와 클럽에서 노래하는 나, 모두 이날치의 보컬이다. 예전에는 이제 국악을 안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이젠 그런 질문을 받지 않는 게 고무적”이라고 했다. 경계를 넘는 사람들 덕에 음악의 장벽도 무너지고 있다. KBS국악대상에 이어 오는 28일 열리는 한국대중음악상 종합분야와 장르 분야 중 최우수 모던록 노래와 크로스오버 음반 후보에 올랐다. 두 시상식에서 모두 트로피를 거머쥔 팀은 11년차 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 정도다. 이날치가 지향하는 얼터너티브 팝은 “국악을 다시 부른다”는 접근이 아니라, 128bpm(분당 박자 수)의 비트를 만든 뒤 베이스 루프를 짜고, 리듬을 탈 수 있는 곡을 만든 후 ‘수궁가’를 대입하는 방식이었다. 이 역발상은 춤추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 냈다. 국악 전공자들에게 더 넓은 활동 가능성을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거칠지만 다채로운 요소를 담고 있는 판소리는 문학으로서의 힘도 가져 무궁무진한 재료다. “백화점 같은 음악”, “그림을 그리는 붓이 많아 다른 장르와 만날 때 여러 색을 낼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게 이날치가 표현한 판소리의 매력이다.지난 3일 낸 새 싱글 ‘여보나리’ 역시 ‘수궁가’의 한 대목이다. 원곡 분위기는 구슬픈데, 한 술자리에서 권송희가 밝게 부른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댄스곡으로 탄생시켰다. 16일에는 이 곡과 ‘약일레라’를 합친 ‘완전체’ CD를 발매했다.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로서의 특징이 더 잘 살아 있다. 밴드 음악의 새 시장을 일구고 있는 이날치의 다음 발자국은 어디에 새겨질까. 올해 중반부터 작업할 계획이라는 2집 구상은 물론, 장기적인 고민까지 뻗은 답이 돌아왔다. 장영규는 “지금 우리가 유명인인가, 밴드인가 스스로 헷갈릴 정도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 화제성은 사라질 것”이라며 “결국 밴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준비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악이 어느 순간 인격을 가진 말이 되었지만, 결국 음악에 사람이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음악을 하는 것”이라는 안이호는 “지금 우리가 재밌게, 잘할 수 있는 음악을 한다고 생각하고 즐겨 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美선 벌금 1000억원인데 韓선 ‘푼돈 과태료’… 자금세탁방지법 있으나 마나”

    자금세탁방지법 표창 규정이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고 알음알음으로 내부에서 추천해 ‘깜깜이 선발’을 한다는 얘기다. 민 의원은 “금융위원장 표창은 개인을 넘어 금융기관 신뢰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제재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담당자들에겐 표창을 주지 않는 방식의 공정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과태료 산정 기준도 주먹구구식인 데다 징계액도 미미해 ‘안 지켜도 되는 법’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FIU 제재 현황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징계액이 천편일률적으로 240만원이다. 신한은행(67건·1억원)만 건당 약 149만원이고 삼성카드(2건·480만원), 우리카드(21건·5040만원), 동양생명(19건·4560만원), 농협생명(14건·3360만원) 등은 모두 건당 240만원이다.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위반 과태료는 건당 최소 37만원에서 최대 84만원이다. 한국투자증권(11건·410만원)이 건당 약 37만원으로 가장 적었고 농협은행(21건·1760만원)이 건당 약 84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 위반 과태료는 건당 최대 6000만원,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900만원, 의심거래보고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1800만원이다. FIU 관계자는 “고의성, 피해 규모 등을 따져 건별 과태료를 정한다”고 밝혔지만 금융권 관계자들은 “FIU 입맛대로 건당 징계액이 산정된다”고 맞받았다. 금융권의 한 임원은 “미국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금융기관에 1000억원대 벌금을 부과하는데 우리는 많아야 고작 240만원”이라며 “금융기관엔 푼돈 수준이라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정제재인 과태료는 소액 부과로 한계가 있다”면서 “미국처럼 위법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부과하는 과징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단독] ‘자금세탁’ 美 벌금 1000억원… 韓 ‘푼돈 과태료’

    [단독] ‘자금세탁’ 美 벌금 1000억원… 韓 ‘푼돈 과태료’

    신한은행·우리카드 업계 최고 징계액담당 책임자들에게 ‘금융위원장 표창’ 최고 과태료 240만원·포상규정 깜깜이일각 “개인표창·기관제재 동일시 안돼”금융위원회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업계 최다 징계액을 받은 은행·카드사의 자금세탁방지 담당 책임자들에게 ‘자금세탁 방지를 잘했다’며 금융위원장 표창을 수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금세탁방지법이 도입된 지 올해로 20년이나 됐지만 자금세탁방지 공로자에게 주는 포상 관련 규정조차 없다. 징계액도 고무줄 잣대로 들쑥날쑥하고 건당 최대 240만원에 그쳐 ‘무늬만 자금세탁방지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서울신문 취재와 국회 정무위원회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금융기관 제재 현황’을 종합하면 지난해 신한은행과 우리카드는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FIU로부터 각각 동종업계 최고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신한은행은 고객확인의무 위반 67건으로 1억원을, 우리카드는 고객확인의무 위반 21건으로 5040만원을 징계받았다. 그런데도 FIU는 신한은행과 우리카드의 자금세탁방지 담당 책임자들을 자금세탁방지 공로자로 선정해 지난해 ‘자금세탁방지의 날’(11월 28일)에 금융위원장 표창을 줬다. 자금세탁방지법은 2001년 도입됐다. 금융기관들은 계좌 등의 실소유주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고객확인의무, 1000만원 이상 고액거래는 30일 안에 FIU에 보고해야 하는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의심거래보고의무와 같은 세 가지 의무를 지켜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융위는 FIU 설립일을 자금세탁방지의 날로 지정하고 2007년 이후 매년 유공기관과 유공자 표창을 해오고 있다. 일각에선 개인 표창과 기관 제재를 동일시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징계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담당자는 검토 과정에서 걸러냈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직 FIU 출신 한 인사는 “금융기관 제재 내용은 자금세탁방지의 날 이전에 FIU 내에서 논의된다”며 “제재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책임자들이 표창을 받은 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금융권에선 “징계받은 곳도 잘한다며 할당식으로 상을 주는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상이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 표창 업무 지침에 따라 선발한다”고 했다. FIU 관계자는 “표창 관련 내부 규정 같은 건 따로 없고 FIU 내 각 부서에 추천을 요청해 수상 대상자를 찾는다”고 밝혔다. 자금세탁방지법 표창 규정이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고 알음알음으로 내부에서 추천해 ‘깜깜이 선발’을 한다는 얘기다. 민 의원은 “금융위원장 표창은 개인을 넘어 금융기관 신뢰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제재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담당자들에겐 표창을 주지 않는 방식의 공정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과태료 산정 기준도 주먹구구식인 데다 징계액도 미미해 ‘안 지켜도 되는 법’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FIU 제재 현황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징계액이 천편일률적으로 240만원이다. 신한은행(67건·1억원)만 건당 약 149만원이고 삼성카드(2건·480만원), 우리카드(21건·5040만원), 동양생명(19건·4560만원), 농협생명(14건·3360만원) 등은 모두 건당 240만원이다.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위반 과태료는 건당 최소 37만원에서 최대 84만원이다. 한국투자증권(11건·410만원)이 건당 약 37만원으로 가장 적었고 농협은행(21건·1760만원)이 건당 약 84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 위반 과태료는 건당 최대 6000만원,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900만원, 의심거래보고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1800만원이다. FIU 관계자는 “고의성, 피해 규모 등을 따져 건별 과태료를 정한다”고 밝혔지만 금융권 관계자들은 “FIU 입맛대로 건당 징계액이 산정된다”고 맞받았다. 금융권의 한 임원은 “미국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금융기관에 1000억원대 벌금을 부과하는데 우리는 많아야 고작 240만원”이라며 “금융기관엔 푼돈 수준이라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정제재인 과태료는 소액 부과로 한계가 있다”면서 “미국처럼 위법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부과하는 과징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보선 전 4차지원금 풀고 MB사찰 꺼낸 與… 野 “선거개입 2탄”

    보선 전 4차지원금 풀고 MB사찰 꺼낸 與… 野 “선거개입 2탄”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사활을 건 여야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4차 재난지원금의 선거 전 지급을 공식화하고 전 국민 위로금 지급까지 추후 사용할 수 있는 카드로 남겨 두면서 국민의힘에는 지난해 4월 총선 ‘전 국민 1차 지원금’ 트라우마가 드리우고 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이명박(MB) 정부 국가정보원의 사찰 의혹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은 15일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의 선별 지원금 로드맵을 재확인했다. 이낙연 대표는 전날 고위 당정청 협의를 언급하며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얼마나 최소화할지 숙제를 정부에 드렸다”며 “짧은 기간에 만만치 않은 숙제”라고 말했다. 1차 지원금 당시 하위 70% 지급 주장을 고수하며 전 국민 지원에 반대한 기획재정부를 민주당이 설득해 지원금액을 늘렸던 모델과 흡사하다. 국민의힘은 선거 일주일 전인 3월 말 지급 일정을 짠 민주당이 못마땅하면서도 마냥 반대할 수 없는 처지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앞서 손실보상법의 정교한 제정이 급선무”라며 “민주당이 4차 지원금을 선거 전에 지급하려고 서두르는 듯하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행정명령으로 손해를 입은 국민들의 손실을 정확히 측정하고 (보상금을) 지급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지, 정부가 임의로 지급하면 또 다른 불만과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2021년도 예산에 재난지원금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가 국민의힘 요구로 3차 재난지원금이 편성됐다”며 “3차 지원금이 다 지급되기도 전에 4차 지원금을 서두르겠다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주권을 돈으로 사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MB 정부 국정원의 당시 국회의원 대상 불법 사찰 의혹은 부산선거를 달구고 있다. 민주당 예비후보인 김영춘 전 국회사무총장은 여론조사 1위 국민의힘 박형준 전 의원의 책임론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박 전 의원은 MB 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맡은 옛 친이(친이명박)계 핵심이다. 이를 두고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선거개입 2탄’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민주당 이 대표는 “대규모 불법 사찰이 드러났어도 선거가 임박했으니 덮으라는 것이라면, 야당의 그런 태도야말로 선거를 의식한 정치 공세”라고 했다. 이 대표는 “오래전 일이라 하더라도 결코 덮어 놓고 갈 수 없는 중대범죄”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1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정원의 보고를 받고 관련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반면 국민의힘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자 MB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의원은 “국정원의 정치공작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국정원이 불을 지피고 여당 대표까지 바람잡이로 나서는 것을 보니 뭔가 거대한 정치공작이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민주당의 선거공작 이력은 화려하다”며 “국내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박지원 원장의 취임 일성을 실천하라”고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초3 되면 주 3회만 학교 보내나요?”…새 학기 눈앞 애타는 수도권 학부모

    “초3 되면 주 3회만 학교 보내나요?”…새 학기 눈앞 애타는 수도권 학부모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하향 조정되면서 새학기 등교 확대의 길이 열렸지만,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이 계속되고 과밀학급이 밀집된 수도권에서는 등교 확대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선 학교들은 교사 전보와 업무분장, 전년도 학사일정을 마무리한 뒤 등교계획 수립에 돌입한다. 15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수도권은 2단계, 비수도권은 1.5단계로 하향 조정돼, 3월 개학때까지 거리두기 단계가 유지되면 각각 학교 밀집도 ‘3분의 1’과 ‘3분의 2’ 기준에서 등교할 수 있다. 그러나 수도권은 초등 1·2학년의 매일 등교 외에는 등교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도 일부 학교들은 ‘초등 3·4학년 주3회 등교’와 같은 방안을 놓고 학부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남양주의 한 초등학교 3학년 학부모 이모(41)씨는 “3분의 1 기준이라면 3학년 등교를 아무리 늘려도 주3회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 반에 30명 가까이 있는 과밀학급이라 이보다 더 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학교생활을 충분히 하지 못했는데 3학년이 됐다고 등교 일수가 줄어버리니 속상하다”고 말했다. 전국 초등학교 교장들 연합체인 한국초등교장협의회는 지난 8일 교육부와 간담회에서 초등 1·2학년은 주4회 등교하고 나머지 하루는 원격수업을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최재광 한국초등교장협의회 대변인은 “초등 3~6학년의 등교 일수를 보장하고 저학년 매일 등교에 대해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도 반영하는 절충안”이라면서 “초등학교의 학교 밀집도 기준을 ‘3분의 1’과 ‘3분의 2’, ‘2분의 1’ 등으로 세분화해 학교가 보다 탄력적으로 등교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이미 새학기 학사운영 지침을 수립한 만큼 지침이 변경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집에서 원격수업을 받는 학생도 희망하면 학교에서 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한다는 교육부 방안도 난관에 부딪혔다.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이 급식 시간에 따로 등교해 급식을 먹기까지 과정에서 학생 감염 위험이 있고 학교도 급식 운영에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급식실이 없어 교실에서 급식하는 학교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 10일 이같은 이유로 원격수업을 받는 학생의 급식 제공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원도교육청은 충전식 카드나 쿠폰, 지원금, 급식 꾸러미 등 급식을 대체할 지원 방안을 강원도청과 협의할 방침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혼돈의 아이티 “임기 끝난 대통령 퇴진하라”

    혼돈의 아이티 “임기 끝난 대통령 퇴진하라”

    14일(현지시간)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항의 플래카드를 들고 집기를 태우는 등 시위를 하고 있다. 5년 임기의 모이즈 대통령은 대선 부정 시비 등으로 예정보다 1년 늦은 2017년 2월 취임해 그때부터 임기가 시작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권은 그의 임기가 이미 끝났다고 주장하면서 아이티 내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 AFP 연합뉴스
  • 캐디와 짜고 “홀인원”… 보험금 수천만원 타 간 ‘가짜’ 찾아낸다

    평소 골프를 즐기는 A씨는 지난 4년간 홀인원 보험 11개에 가입한 뒤 같은 골프용품점에서 간이 영수증과 카드 영수증을 발급받아 실제 소요비용 증빙으로 제출해 홀인원 보험금 총 4100만원을 받았다. 최근 코로나19로 골프 보험 등에 가입하는 건수가 증가하면서 금융 당국에서는 이러한 사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 사기에 취약하거나 사기가 급증하고 있는 부문을 대상으로 기획조사를 한다고 15일 밝혔다. 특히 금감원은 보험 사기에 자주 악용되는 실손보험부터 ‘가짜 홀인원’ 축하금을 노린 골프보험까지 폭넓게 조사할 예정이다.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은 “빠르면 다음달부터 집중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허위 홀인원 보험금 수령 땐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골프 보험은 지난해 코로나19로 골프 인구가 늘어나면서 가입자가 증가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홀인원 단독 보험(한화·롯데·DB·KB손보, 흥국·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7개사 기준) 신규 계약 체결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4809건)보다 133% 늘어난 1만 1237건을 기록했다. 금융 당국은 가입자가 늘면서 이에 따른 보험 사기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로 적발되는 홀인원 보험 사기는 보험설계사와 공모해 라운딩 동반자끼리 홀인원 보험금을 편취하는 방식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캐디와 골프장에서 짜고 고객한테 홀인원을 했다는 증명서를 발급해 줘서 여러 보험사에 허위 청구를 해 보험금을 타는 행위가 빈번하다”고 전했다.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 사기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 사례는 백내장·치조골·부상치료비에 대한 특약 보험금 가짜 청구 등이다. 보험 사기 가운데 실손치료 금액이 1477억원으로 제일 컸고, 입원(1285억원)과 진단(1240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백내장이나 관절염처럼 치료비 대비 보장금액이 높은 수술에 대해서는 개별 사안에 따라 검토 후 금액을 조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美 민주 ‘의회난입참사 조사위’ 설치… 트럼프 공직 박탈 수순?

    美 민주 ‘의회난입참사 조사위’ 설치… 트럼프 공직 박탈 수순?

    트럼프 무죄로 공직박탈 표결 막히자 새 전략펠로시 “의회난입참사 9·11형 위원회 설치”책임규명 후, 다른 방식으로 공직 박탈 전망도미국 민주당이 지난달 6일 벌어진 의회 난입 참사에 대해 2001년 ‘9·11 테러’ 때와 유사한 방식으로 독립적인 위원회를 설치해 조사에 나서겠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내놓은 또다른 공격 카드로, 트럼프의 공직 박탈을 위한 명분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의장 하원의장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다음 단계는 1월 6일 테러 공격(의회 난입 참사)와 관련된 사실과 원인을 조사하고 보고하는 ‘9·11형 위원회’를 설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9.11 테러 조사위원회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설치법 서명으로 출범한 후 20개월간 조사를 벌였다. 펠로시 의장은 이를 준용해 구성할 의회 난입 참사 조사위원회는 “평화적 권력 이양에 대한 간섭”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상원 의사운영위원회도 이달 말 의회 난입 사태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한다고 알린 바 있다.본래 트럼프의 탄핵이 가결될 경우 민주당은 법에 따라 이를 전제로 공직 박탈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탄핵심판에서 무죄가 나오자, 다른 방식으로 트럼프의 공직 박탈을 꾀하는 것으로 읽힌다. 수정헌법 14조 3항에는 공직자가 폭동이나 반란에 관여했을 경우 공직에 취임할 수 없다는 부분이 있다. 이 조치는 상원의원의 과반 찬성으로 가결할 수 있다. 공화·민주당이 모두 50석씩 차지한 상황에서 상원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탄핵 무죄 판결 뒤에 일방적인 강공은 외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만일 의회 난입 참사 조사위에서 일정 기간 조사를 통해 트럼프가 지지자들을 직접적으로 선동했다는 공신력 있는 결과가 나온다면, 트럼프의 공직 박탈도 추동력을 얻을 수 있다. 이 경우 트럼프는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할 수 없다. ABC방송은 이날 공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8%가 ‘트럼프가 상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어야 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88%가,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14%가 이런 대답을 해 정치적 성향에 따른 인식차를 드러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美 민주 ‘의회난입참사 조사위’ 설치… 트럼프 공직 박탈 수순?

    美 민주 ‘의회난입참사 조사위’ 설치… 트럼프 공직 박탈 수순?

    트럼프 무죄로 공직박탈 표결 막히자 새 전략펠로시 “의회난입참사 9·11형 위원회 설치”책임규명 후, 다른 방식으로 공직 박탈 전망도미국 민주당이 지난달 6일 벌어진 의회 난입 참사에 대해 2001년 ‘9·11 테러’ 때와 유사한 방식으로 독립적인 위원회를 설치해 조사에 나서겠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내놓은 또다른 공격 카드로, 트럼프의 공직 박탈을 위한 명분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의장 하원의장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다음 단계는 1월 6일 테러 공격(의회 난입 참사)와 관련된 사실과 원인을 조사하고 보고하는 ‘9·11형 위원회’를 설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9.11 테러 조사위원회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설치법 서명으로 출범한 후 20개월간 조사를 벌였다. 펠로시 의장은 이를 준용해 구성할 의회 난입 참사 조사위원회는 “평화적 권력 이양에 대한 간섭”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상원 의사운영위원회도 이달 말 의회 난입 사태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한다고 알린 바 있다.본래 트럼프의 탄핵이 가결될 경우 민주당은 법에 따라 이를 전제로 공직 박탈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탄핵심판에서 무죄가 나오자, 다른 방식으로 트럼프의 공직 박탈을 꾀하는 것으로 읽힌다. 수정헌법 14조 3항에는 공직자가 폭동이나 반란에 관여했을 경우 공직에 취임할 수 없다는 부분이 있다. 이 조치는 상원의원의 과반 찬성으로 가결할 수 있다. 공화·민주당이 모두 50석씩 차지한 상황에서 상원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탄핵 무죄 판결 뒤에 일방적인 강공은 외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만일 의회 난입 참사 조사위에서 일정 기간 조사를 통해 트럼프가 지지자들을 직접적으로 선동했다는 공신력 있는 결과가 나온다면, 트럼프의 공직 박탈도 추동력을 얻을 수 있다. 이 경우 트럼프는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할 수 없다. ABC방송은 이날 공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8%가 ‘트럼프가 상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어야 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88%가,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14%가 이런 대답을 해 정치적 성향에 따른 인식차를 드러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캐디와 짜고 “홀인원”… 보험금 수천만원 타 간 ‘가짜’ 찾아낸다

    평소 골프를 즐기는 A씨는 지난 4년간 홀인원 보험 11개에 가입한 뒤 같은 골프용품점에서 간이 영수증과 카드 영수증을 발급받아 실제 소요비용 증빙으로 제출해 홀인원 보험금 총 4100만원을 받았다. 최근 코로나19로 골프 보험 등에 가입하는 건수가 증가하면서 금융 당국에서는 이러한 사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 사기에 취약하거나 사기가 급증하고 있는 부문을 대상으로 기획조사를 한다고 15일 밝혔다. 특히 금감원은 보험 사기에 자주 악용되는 실손보험부터 ‘가짜 홀인원’ 축하금을 노린 골프보험까지 폭넓게 조사할 예정이다.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은 “빠르면 다음달부터 집중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허위 홀인원 보험금 수령 땐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골프 보험은 지난해 코로나19로 골프 인구가 늘어나면서 가입자가 증가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홀인원 단독 보험(한화·롯데·DB·KB손보, 흥국·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7개사 기준) 신규 계약 체결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4809건)보다 133% 늘어난 1만 1237건을 기록했다. 금융 당국은 가입자가 늘면서 이에 따른 보험 사기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로 적발되는 홀인원 보험 사기는 보험설계사와 공모해 라운딩 동반자끼리 홀인원 보험금을 편취하는 방식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캐디와 골프장에서 짜고 고객한테 홀인원을 했다는 증명서를 발급해 줘서 여러 보험사에 허위 청구를 해 보험금을 타는 행위가 빈번하다”고 전했다.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 사기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 사례는 백내장·치조골·부상치료비에 대한 특약 보험금 가짜 청구 등이다. 보험 사기 가운데 실손치료 금액이 1477억원으로 제일 컸고, 입원(1285억원)과 진단(1240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백내장이나 관절염처럼 치료비 대비 보장금액이 높은 수술에 대해서는 개별 사안에 따라 검토 후 금액을 조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혼돈의 아이티 “임기 끝난 대통령 퇴진하라”

    혼돈의 아이티 “임기 끝난 대통령 퇴진하라”

    14일(현지시간)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항의 플래카드를 들고 집기를 태우는 등 시위를 하고 있다. 5년 임기의 모이즈 대통령은 대선 부정 시비 등으로 예정보다 1년 늦은 2017년 2월 취임해 그때부터 임기가 시작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권은 그의 임기가 이미 끝났다고 주장하면서 아이티 내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 AFP 연합뉴스
  • “초3 되면 주 3회만 학교 보내나요?”…새 학기 눈앞 애타는 수도권 학부모

    “초3 되면 주 3회만 학교 보내나요?”…새 학기 눈앞 애타는 수도권 학부모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하향 조정되면서 새학기 등교 확대의 길이 열렸지만,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이 계속되고 과밀학급이 밀집된 수도권에서는 등교 확대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선 학교들은 교사 전보와 업무분장, 전년도 학사일정을 마무리한 뒤 등교계획 수립에 돌입한다. 15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수도권은 2단계, 비수도권은 1.5단계로 하향 조정돼, 3월 개학때까지 거리두기 단계가 유지되면 각각 학교 밀집도 ‘3분의 1’과 ‘3분의 2’ 기준에서 등교할 수 있다. 그러나 수도권은 초등 1·2학년의 매일 등교 외에는 등교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도 일부 학교들은 ‘초등 3·4학년 주3회 등교’와 같은 방안을 놓고 학부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남양주의 한 초등학교 3학년 학부모 이모(41)씨는 “3분의 1 기준이라면 3학년 등교를 아무리 늘려도 주3회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 반에 30명 가까이 있는 과밀학급이라 이보다 더 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학교생활을 충분히 하지 못했는데 3학년이 됐다고 등교 일수가 줄어버리니 속상하다”고 말했다. 전국 초등학교 교장들 연합체인 한국초등교장협의회는 지난 8일 교육부와 간담회에서 초등 1·2학년은 주4회 등교하고 나머지 하루는 원격수업을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최재광 한국초등교장협의회 대변인은 “초등 3~6학년의 등교 일수를 보장하고 저학년 매일 등교에 대해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도 반영하는 절충안”이라면서 “초등학교의 학교 밀집도 기준을 ‘3분의 1’과 ‘3분의 2’, ‘2분의 1’ 등으로 세분화해 학교가 보다 탄력적으로 등교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이미 새학기 학사운영 지침을 수립한 만큼 지침이 변경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집에서 원격수업을 받는 학생도 희망하면 학교에서 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한다는 교육부 방안도 난관에 부딪혔다.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이 급식 시간에 따로 등교해 급식을 먹기까지 과정에서 학생 감염 위험이 있고 학교도 급식 운영에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급식실이 없어 교실에서 급식하는 학교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 10일 이같은 이유로 원격수업을 받는 학생의 급식 제공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원도교육청은 충전식 카드나 쿠폰, 지원금, 급식 꾸러미 등 급식을 대체할 지원 방안을 강원도청과 협의할 방침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보선 전 4차지원금 풀고 MB사찰 꺼낸 與… 野 “선거개입 2탄”

    보선 전 4차지원금 풀고 MB사찰 꺼낸 與… 野 “선거개입 2탄”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사활을 건 여야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4차 재난지원금의 선거 전 지급을 공식화하고 전 국민 위로금 지급까지 추후 사용할 수 있는 카드로 남겨 두면서 국민의힘에는 지난해 4월 총선 ‘전 국민 1차 지원금’ 트라우마가 드리우고 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이명박(MB) 정부 국가정보원의 사찰 의혹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은 15일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의 선별 지원금 로드맵을 재확인했다. 이낙연 대표는 전날 고위 당정청 협의를 언급하며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얼마나 최소화할지 숙제를 정부에 드렸다”며 “짧은 기간에 만만치 않은 숙제”라고 말했다. 1차 지원금 당시 하위 70% 지급 주장을 고수하며 전 국민 지원에 반대한 기획재정부를 민주당이 설득해 지원금액을 늘렸던 모델과 흡사하다. 국민의힘은 선거 일주일 전인 3월 말 지급 일정을 짠 민주당이 못마땅하면서도 마냥 반대할 수 없는 처지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앞서 손실보상법의 정교한 제정이 급선무”라며 “민주당이 4차 지원금을 선거 전에 지급하려고 서두르는 듯하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행정명령으로 손해를 입은 국민들의 손실을 정확히 측정하고 (보상금을) 지급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지, 정부가 임의로 지급하면 또 다른 불만과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2021년도 예산에 재난지원금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가 국민의힘 요구로 3차 재난지원금이 편성됐다”며 “3차 지원금이 다 지급되기도 전에 4차 지원금을 서두르겠다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주권을 돈으로 사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MB 정부 국정원의 당시 국회의원 대상 불법 사찰 의혹은 부산선거를 달구고 있다. 민주당 예비후보인 김영춘 전 국회사무총장은 여론조사 1위 국민의힘 박형준 전 의원의 책임론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박 전 의원은 MB 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맡은 옛 친이(친이명박)계 핵심이다. 이를 두고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선거개입 2탄’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민주당 이 대표는 “대규모 불법 사찰이 드러났어도 선거가 임박했으니 덮으라는 것이라면, 야당의 그런 태도야말로 선거를 의식한 정치 공세”라고 했다. 이 대표는 “오래전 일이라 하더라도 결코 덮어 놓고 갈 수 없는 중대범죄”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1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정원의 보고를 받고 관련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반면 국민의힘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자 MB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의원은 “국정원의 정치공작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국정원이 불을 지피고 여당 대표까지 바람잡이로 나서는 것을 보니 뭔가 거대한 정치공작이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민주당의 선거공작 이력은 화려하다”며 “국내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박지원 원장의 취임 일성을 실천하라”고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단독] ‘자금세탁’ 美 벌금 1000억원… 韓 ‘푼돈 과태료’

    [단독] ‘자금세탁’ 美 벌금 1000억원… 韓 ‘푼돈 과태료’

    신한은행·우리카드 업계 최고 징계액담당 책임자들에게 ‘금융위원장 표창’ 최고 과태료 240만원·포상규정 깜깜이일각 “개인표창·기관제재 동일시 안돼”금융위원회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업계 최다 징계액을 받은 은행·카드사의 자금세탁방지 담당 책임자들에게 ‘자금세탁 방지를 잘했다’며 금융위원장 표창을 수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금세탁방지법이 도입된 지 올해로 20년이나 됐지만 자금세탁방지 공로자에게 주는 포상 관련 규정조차 없다. 징계액도 고무줄 잣대로 들쑥날쑥하고 건당 최대 240만원에 그쳐 ‘무늬만 자금세탁방지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서울신문 취재와 국회 정무위원회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금융기관 제재 현황’을 종합하면 지난해 신한은행과 우리카드는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FIU로부터 각각 동종업계 최고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신한은행은 고객확인의무 위반 67건으로 1억원을, 우리카드는 고객확인의무 위반 21건으로 5040만원을 징계받았다. 그런데도 FIU는 신한은행과 우리카드의 자금세탁방지 담당 책임자들을 자금세탁방지 공로자로 선정해 지난해 ‘자금세탁방지의 날’(11월 28일)에 금융위원장 표창을 줬다. 자금세탁방지법은 2001년 도입됐다. 금융기관들은 계좌 등의 실소유주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고객확인의무, 1000만원 이상 고액거래는 30일 안에 FIU에 보고해야 하는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의심거래보고의무와 같은 세 가지 의무를 지켜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융위는 FIU 설립일을 자금세탁방지의 날로 지정하고 2007년 이후 매년 유공기관과 유공자 표창을 해오고 있다. 일각에선 개인 표창과 기관 제재를 동일시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징계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담당자는 검토 과정에서 걸러냈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직 FIU 출신 한 인사는 “금융기관 제재 내용은 자금세탁방지의 날 이전에 FIU 내에서 논의된다”며 “제재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책임자들이 표창을 받은 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금융권에선 “징계받은 곳도 잘한다며 할당식으로 상을 주는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상이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 표창 업무 지침에 따라 선발한다”고 했다. FIU 관계자는 “표창 관련 내부 규정 같은 건 따로 없고 FIU 내 각 부서에 추천을 요청해 수상 대상자를 찾는다”고 밝혔다. 자금세탁방지법 표창 규정이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고 알음알음으로 내부에서 추천해 ‘깜깜이 선발’을 한다는 얘기다. 민 의원은 “금융위원장 표창은 개인을 넘어 금융기관 신뢰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제재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담당자들에겐 표창을 주지 않는 방식의 공정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과태료 산정 기준도 주먹구구식인 데다 징계액도 미미해 ‘안 지켜도 되는 법’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FIU 제재 현황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징계액이 천편일률적으로 240만원이다. 신한은행(67건·1억원)만 건당 약 149만원이고 삼성카드(2건·480만원), 우리카드(21건·5040만원), 동양생명(19건·4560만원), 농협생명(14건·3360만원) 등은 모두 건당 240만원이다.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위반 과태료는 건당 최소 37만원에서 최대 84만원이다. 한국투자증권(11건·410만원)이 건당 약 37만원으로 가장 적었고 농협은행(21건·1760만원)이 건당 약 84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 위반 과태료는 건당 최대 6000만원,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900만원, 의심거래보고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1800만원이다. FIU 관계자는 “고의성, 피해 규모 등을 따져 건별 과태료를 정한다”고 밝혔지만 금융권 관계자들은 “FIU 입맛대로 건당 징계액이 산정된다”고 맞받았다. 금융권의 한 임원은 “미국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금융기관에 1000억원대 벌금을 부과하는데 우리는 많아야 고작 240만원”이라며 “금융기관엔 푼돈 수준이라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정제재인 과태료는 소액 부과로 한계가 있다”면서 “미국처럼 위법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부과하는 과징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美선 벌금 1000억원인데 韓선 ‘푼돈 과태료’… 자금세탁방지법 있으나 마나”

    자금세탁방지법 표창 규정이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고 알음알음으로 내부에서 추천해 ‘깜깜이 선발’을 한다는 얘기다. 민 의원은 “금융위원장 표창은 개인을 넘어 금융기관 신뢰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제재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담당자들에겐 표창을 주지 않는 방식의 공정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과태료 산정 기준도 주먹구구식인 데다 징계액도 미미해 ‘안 지켜도 되는 법’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FIU 제재 현황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징계액이 천편일률적으로 240만원이다. 신한은행(67건·1억원)만 건당 약 149만원이고 삼성카드(2건·480만원), 우리카드(21건·5040만원), 동양생명(19건·4560만원), 농협생명(14건·3360만원) 등은 모두 건당 240만원이다.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위반 과태료는 건당 최소 37만원에서 최대 84만원이다. 한국투자증권(11건·410만원)이 건당 약 37만원으로 가장 적었고 농협은행(21건·1760만원)이 건당 약 84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 위반 과태료는 건당 최대 6000만원,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900만원, 의심거래보고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1800만원이다. FIU 관계자는 “고의성, 피해 규모 등을 따져 건별 과태료를 정한다”고 밝혔지만 금융권 관계자들은 “FIU 입맛대로 건당 징계액이 산정된다”고 맞받았다. 금융권의 한 임원은 “미국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금융기관에 1000억원대 벌금을 부과하는데 우리는 많아야 고작 240만원”이라며 “금융기관엔 푼돈 수준이라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정제재인 과태료는 소액 부과로 한계가 있다”면서 “미국처럼 위법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부과하는 과징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단독] ‘자금세탁방지법’ 최다 위반 금융기관에 賞까지 줬다

    [단독] ‘자금세탁방지법’ 최다 위반 금융기관에 賞까지 줬다

    신한은행·우리카드 업계 최고 징계액담당 책임자들에게 ‘금융위원장 표창’ 최고 과태료 240만원·포상규정 깜깜이일각 “개인표창·기관제재 동일시 안돼”금융위원회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업계 최다 징계액을 받은 은행·카드사의 자금세탁방지 담당 책임자들에게 ‘자금세탁 방지를 잘했다’며 금융위원장 표창을 수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금세탁방지법이 도입된 지 올해로 20년이나 됐지만 자금세탁방지 공로자에게 주는 포상 관련 규정조차 없다. 징계액도 고무줄 잣대로 들쑥날쑥하고 건당 최대 240만원에 그쳐 ‘무늬만 자금세탁방지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서울신문 취재와 국회 정무위원회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금융기관 제재 현황’을 종합하면 지난해 신한은행과 우리카드는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FIU로부터 각각 동종업계 최고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신한은행은 고객확인의무 위반 67건으로 1억원을, 우리카드는 고객확인의무 위반 21건으로 5040만원을 징계받았다. 그런데도 FIU는 신한은행과 우리카드의 자금세탁방지 담당 책임자들을 자금세탁방지 공로자로 선정해 지난해 ‘자금세탁방지의 날’(11월 28일)에 금융위원장 표창을 줬다. 자금세탁방지법은 2001년 도입됐다. 금융기관들은 계좌 등의 실소유주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고객확인의무, 1000만원 이상 고액거래는 30일 안에 FIU에 보고해야 하는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의심거래보고의무와 같은 세 가지 의무를 지켜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융위는 FIU 설립일을 자금세탁방지의 날로 지정하고 2007년 이후 매년 유공기관과 유공자 표창을 해오고 있다. 일각에선 개인 표창과 기관 제재를 동일시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징계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담당자는 검토 과정에서 걸러냈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직 FIU 출신 한 인사는 “금융기관 제재 내용은 자금세탁방지의 날 이전에 FIU 내에서 논의된다”며 “제재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책임자들이 표창을 받은 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금융권에선 “징계받은 곳도 잘한다며 할당식으로 상을 주는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상이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 표창 업무 지침에 따라 선발한다”고 했다. FIU 관계자는 “표창 관련 내부 규정 같은 건 따로 없고 FIU 내 각 부서에 추천을 요청해 수상 대상자를 찾는다”고 밝혔다. 자금세탁방지법 표창 규정이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고 알음알음으로 내부에서 추천해 ‘깜깜이 선발’을 한다는 얘기다. 민 의원은 “금융위원장 표창은 개인을 넘어 금융기관 신뢰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제재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담당자들에겐 표창을 주지 않는 방식의 공정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과태료 산정 기준도 주먹구구식인 데다 징계액도 미미해 ‘안 지켜도 되는 법’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FIU 제재 현황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징계액이 천편일률적으로 240만원이다. 신한은행(67건·1억원)만 건당 약 149만원이고 삼성카드(2건·480만원), 우리카드(21건·5040만원), 동양생명(19건·4560만원), 농협생명(14건·3360만원) 등은 모두 건당 240만원이다.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위반 과태료는 건당 최소 37만원에서 최대 84만원이다. 한국투자증권(11건·410만원)이 건당 약 37만원으로 가장 적었고 농협은행(21건·1760만원)이 건당 약 84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 위반 과태료는 건당 최대 6000만원,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900만원, 의심거래보고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1800만원이다. FIU 관계자는 “고의성, 피해 규모 등을 따져 건별 과태료를 정한다”고 밝혔지만 금융권 관계자들은 “FIU 입맛대로 건당 징계액이 산정된다”고 맞받았다. 금융권의 한 임원은 “미국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금융기관에 1000억원대 벌금을 부과하는데 우리는 많아야 고작 240만원”이라며 “금융기관엔 푼돈 수준이라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정제재인 과태료는 소액 부과로 한계가 있다”면서 “미국처럼 위법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부과하는 과징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보궐 달구는 ‘투표 일주일 전’ 4차 지원금…부산은 ‘MB 국정원 사찰’

    보궐 달구는 ‘투표 일주일 전’ 4차 지원금…부산은 ‘MB 국정원 사찰’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사활을 건 여야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4차 재난지원금의 선거 전 지급을 공식화하고 전 국민 위로금 지급까지 추후 사용할 수 있는 카드로 남겨두면서 국민의힘에는 지난해 4월 총선 ‘전국민 1차 지원금’ 트라우마가 드리우고 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이명박(MB) 정부 국가정보원의 사찰 의혹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은 15일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의 선별 지원금 로드맵을 재확인했다. 이낙연 대표는 전날 고위 당정청 협의를 언급하며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얼마나 최소화할지 숙제를 정부에 드렸다”며 “짧은 기간에 만만치 않은 숙제”라고 말했다. 1차 지원금 당시 하위 70% 지급 주장을 고수하며 전국민 지원에 반대한 기획재정부를 민주당이 설득해 지원금액을 늘렸던 모델과 흡사하다.국민의힘은 선거 일주일 전인 3월 말 지급 일정을 짠 민주당이 못마땅하면서도 마냥 반대할 수 없는 처지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앞서 손실보상법의 정교한 제정이 급선무”라며 “민주당이 4차 지원금을 선거 전에 지급하려고 서두르는 듯하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행정명령으로 손해를 입은 국민들의 손실을 정확히 측정하고 (보상금을) 지급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지, 정부가 임의로 지급하면 또 다른 불만과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2021년도 예산에 재난지원금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가 국민의힘 요구로 3차 재난지원금이 편성됐다”며 “3차 지원금이 다 지급되기도 전에 4차 지원금을 서두르겠다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주권을 돈으로 사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MB 정부 국정원의 당시 국회의원 대상 불법 사찰 의혹은 부산선거를 달구고 있다. 민주당 예비후보인 김영춘 전 국회사무총장은 여론조사 1위 국민의힘 박형준 전 의원의 책임론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박 전 의원은 MB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맡은 옛 친이계 핵심이다. 이를 두고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선거개입 2탄’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대규모 불법 사찰이 드러났어도 선거가 임박했으니 덮으라는 것이라면, 야당의 그런 태도야말로 선거를 의식한 정치공세”라고 했다. 이 대표는 “오래 전 일이라 하더라도 결코 덮어놓고 갈 수 없는 중대범죄”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1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정원의 보고를 받고 관련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반면 국민의힘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자 MB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의원은 “국정원의 정치공작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국정원이 불을 지피고 여당대표까지 바람잡이로 나서는 것을 보니 뭔가 거대한 정치공작이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민주당의 선거공작 이력은 화려하다”며 “국내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박지원 원장의 취임 일성을 실천하라”고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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