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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변신/이시원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변신/이시원

    등장인물 변신남(남·46세), 조사원(남·30세), 여직원, 남직원, 젊은 여인, 교복1·2, 양복남자, 전당포주인, 딸(변신남의), 아내(변신남의), 문신 남자, 교도관, 사람들1·2·3·4, 노숙자들 ※변신남과 조사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배역은 1인 다역을 하도록 한다(젊은 여인?변신남의 아내/여직원?변신남의 딸, 사람들2, 노숙자/교복1·2?사람들3·4, 노숙자/양복남자?문신남자/전당포주인?교도관, 노숙자/남직원?사람들1, 노숙자). 시 간 현재 무 대 무대는 기본적으로 비어 있다. 장소들은 각각 구체적으로 재현되기보다는 공간·디테일·조명 등으로 처리되며, 소도구는 극의 진행에 따라 사용한다. 시간과 장소의 전환은 ‘변신남’의 회상을 재현하는 것에 바탕을 두며 특별한 논리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물의 이동 또한 사실성에 얽매이지 않고 시간여행하듯 자연스러워야 한다. ―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 민원실 민원창구에 앉아 있는 여직원. 한 젊은 여인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다. 여직원 어서 오십시오. 시민의 안전을 지켜드리는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입니다. 젊은여인 (가쁜 숨을 내쉬며) 내 남편 어디 있어요? 여직원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젊은여인 내 남편이요. 여직원 연락을 받고 오셨습니까? 젊은여인 전화요. 전화가 왔었어요. 여직원 아, 그럼 남편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젊은여인 김상수. 여직원 김상수님…(컴퓨터로 조회해 보고) 두 분이신데…, 혹시 관리번호 받으셨습니까? 젊은여인 번호요? 아, 번호. (휴대전화를 꺼내 보여주며) 이건가요? 여직원 네, 맞습니다. 3-17이면··· (찾고) 아, 저희 쪽에 계시네요. 잠시만요. (인터폰으로) 3-17번 보호자 분 오셨습니다. (끊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젊은여인 내 남편, 괜찮은 거죠? 여직원 저희가 안전하게 모시고 있었습니다. 젊은여인 어디 다친 데는 없구요? 여직원 그러시리라 예상되지만, 나중에 정확한 검진은 필요하실 겁니다. 젊은여인 (안도의 한숨을 쉬고) 얼마나 걸리나요? 여직원 …네? 젊은여인 원래대로 돌아오는 시간이요. 여직원 개인차가 좀 심해서, 보통은 일주일에서 한 달인데 요즘은 더 짧거나 길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남직원이 상자를 들고 나온다. 젊은여인 (남직원의 손에 들린 상자를 보자마자, 와락 달려들듯) 자기야. 남직원이 상자를 내밀고는 뚜껑을 열어 젊은 여인에게 보인다. 상자 안에는 덩그러니 머그컵 하나가 들어 있다. 젊은여인 (여직원을 쳐다보고는) 컵이네요? 여직원 (한번 들여다보고는) 네, 컵이네요. 뭘로 변신하셨는지 전해 듣지 못하셨나요? 젊은여인 (컵을 본다) 남직원 남편 분은 오늘 아침 을지로2가 대로변에서 컵으로 변신하셨습니다. 젊은여인 머그컵으로요? 남직원 예. 젊은여인 이게 설마 내 남편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죠? 남직원 (주머니에서 남편의 신분증을 꺼내 건네며) 정확한 변신 추정시간은 오전 8시 50분경이고, 운전을 하시던 중에 일이 발생하는 바람에 을지로 일대가 잠시 마비가 됐었습니다만, 다행히 저희 관리국의 발 빠른 긴급대응으로 출근 대란은 없었습니다. 젊은여인 말도 안 돼…. 아침까지 말짱했는데요. 남직원 요즘 유행하는 변신의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옷도 소지품도 남기지 않은 채 신분증만 덩그러니 남는 경우죠. 젊은여인 (컵을 받아들고 바라보다가) 남편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남직원 빠르면 일주일 이내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실 겁니다. 젊은여인 돌아오기는 하는 거예요? 남직원 (여직원에게) 안내를 충분히 안 해드렸나요? 여직원 그게…. 젊은여인 영영 안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거예요? 남직원 대개는 돌아온다고 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문제죠.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하는데, 발생한 지 일 년이 채 안 되는 질병이라서 아직 임상 단계입니다. 통계도 잡혀 있지 않고, 아직 질병으로 분류하기에도 뭣하고 해서 지켜보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젊은여인 그건 안 돌아온 사람도 있다는 얘기잖아요. 남직원 너무 염려 마십시오, 돌아오실 겁니다. 다만 깨지지 않게 주의하셔야 합니다. 깨지기 쉬운 물건으로 변신하셨을 경우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거든요. 잘못하다가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해도 어느 한 곳이 불구가 될 수도 있고, 기억이나 신경들이 뒤엉켜버릴 수도 있습니다. 젊은여인 (컵을 보며 울먹이는) 자기야…. 남직원 자동차는 신청서를 작성해주시면 일주일 이내에 순서에 따라 댁으로 배달이 될 겁니다. 그리고 남편 분께서 본 모습으로 돌아오시면 저희 본부민원실이나 희망2과로 연락 주십시오. 그럼 저희가 직접 방문하여 도와드리겠습니다. 여직원 언제든지 전화 주시면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종이를 내밀며) 여기 인수증에 사인해주시겠어요? 남직원, 머그컵을 챙겨 상자에 담으려고 하는데 젊은 여인이 컵을 들어 바라본다. 젊은여인 (컵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곰이에요. 남직원 예? 여직원 (그림을 보고) 어머 그러네요. 젊은여인 남편이 동물을 아주 좋아했는데…. 곰처럼 묵묵히 일만 하던 사람이었어요. 오늘 아침에도 늦었다고 그러면서 헐레벌떡 나갔었는데. (남직원을 향해) 그런데 왜 곰이 되지 않고, 하필 머그컵이 됐을까요? 남직원 …. 젊은여인 머그컵이 된 사람도 있었나요? 남직원 글쎄요. (여직원을 쳐다보며) …잘 모르겠습니다. 여직원 머그컵이 흔한 건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에요. 어떤 분은 칫솔이 되기도 하셨고 선풍기나 베개가 된 분도 계시거든요. 심지어는 스티커가 된 분도 계시는걸요. 젊은여인 스티커요? 여직원 네. 다섯 살짜리 따님의 장난감 휴대폰에 안전하게 붙어 있다가 본래 모습으로 복귀하셨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젊은여인 그렇구나. (그림을 보며) 당신 이렇게 뚱뚱하지 않았잖아. 곰처럼 생기진 않았었는데. 여직원 외모와 변신은 별개랍니다. 젊은여인 그래도 컵은 좀. 남직원 왠지 여유로워 보이시는데요, 남편 분. 젊은여인 …. 남직원 꿀을 넣은 차 한 잔을 생각하셨을지도 모르죠. 변신하던 그 순간에요. 여직원 (저도 모르게 피식 미소 짓는) 남직원 머그컵은 아주 낭만적인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여인 그런가요? 남직원 남편 분의 쾌속 복귀를 기원하겠습니다. 여직원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 희망2과도 남편 분의 쾌속 복귀를 기원하겠습니다. 젊은 여인은 남직원과 여직원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어둡다. 상심한 표정으로 들고 있던 머그컵을 상자에 넣으려고 하는 젊은 여인. 그러다가 그만 손에서 머그컵이 미끄러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도자기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산산이 부서지는 머그컵. 놀라서 얼어붙은 세 사람. 젊은 여인이 비명을 지른다. 암전. 어둠 속에서 뉴스캐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뉴스캐스터(목소리) 최근 무작위적인 변신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오늘 오후 2시경 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깨뜨려 죽음으로 몰고간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화양동에 사는 서른두 살 박모 여인은 오늘 오전 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인수받기 위해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를 찾았습니다. 인수증에 사인을 하기 전, 남편임을 확인하기 위해 컵을 들고 자세히 살피다가 그만 바닥에 떨어뜨려 깨지는 사고가 일어난 것인데요. 검찰은 직원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수를 범한 박모 여인을 구속하고 실수가 아닌 고의적 훼손, 즉 살인이 아닌지를 검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박모 여인은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시민단체에서는 과실치사에 해당되는 사건인 만큼 박모 여인에게 무죄를 적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뉴스가 시작되고 잠시 후, 희미하게 조사실이 보이기 시작하면 변심남과 조사원이 문서를 작성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가 끝나면 무대 완전히 밝아진다. 컴퓨터에 뭔가 기록하는 조사원과 맞은편에 앉아있는 변신남. 변신남은 반팔 남방차림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다. 조사원 (자판을 두드리며) 깨어났는데 새벽이었단 말씀이시네요. 변신남 그렇다니까요. 조사원 쓰레기 집하장에서 말이죠. 변신남 정확히는 쓰레기 더미 사이였어요. 사방이 쓰레기봉투였고 머리 위로도 몇 덩이 쌓여 있었습니다. 조사원 얼마 동안이나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시구요? 변신남 그걸 알고 싶어서 여기 온 거 아닙니까. 조사원 그걸 알려 드리려면 저희 쪽에 협조해주셔야 합니다. 변신남 하고 있잖아요. 8월 1일. 그게 마지막 기억입니다. 조사원 휴대폰의 마지막 문자기록과도 일치하네요. 변신남 다 말했잖아요. 8월 1일 저녁에 마누라랑 딸이랑 쇼핑 간다고 문자가 왔어요. 바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실직자에겐 집에 아무도 없는 게 천국이거든요. 조사원 그리고 집에서 맥주를 한잔 하신 것 같다고 했는데 어떤 맥줍니까? 변신남 맥주가 우리 집 찾는 거랑 뭔 상관입니까? 조사원 알코올 성분이 선생님 몸에 어떤 반응을 일으켜서 변신 또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걸 수도 있는 거잖아요. 변신남 나 술 쎄요. 맥주 세 캔에 필름 끊기고 그런 거 안 해요. 조사원 (기록하며) 세 캔이라··· 아까는 하나 드셨다고 안 하셨나요? 변신남 하나고 셋이고 그 정도로는 멀쩡하다니까요. 이건 술과는 상관이 없어요. 어느 순간 머리가 띵하더니 깨지게 아팠고 그 다음엔 기억이 없다니까요. 조사원 예 알았습니다. 어떤 걸로 변해 있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시구요. 변신남 그냥 깨어나 보니까 처음 와 본 곳이었고, 그 전의 모습을 보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니까요. 조사원 변신 순간에도 혼자셨나요? 변신남 그걸 기억하면 내가 여기서 똑같은 얘기 반복하고 있겠어요? 조사원 오늘이 9월 30일입니다. 두 달 만에 돌아오신 분도 흔치 않지만 이렇게 전혀 기억을 못하시는 분은 없었거든요. 사람에 따라 기억이 돌아오는 속도가 다르긴 하지만, 선생님은 아직 변신 후 복귀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구요. 변신남 미치겠네 진짜. 휴대폰 기록과도 일치한다면서요. 조사원 잘 생각해보세요. 변신했다가 돌아온 분들은 긴 악몽을 꾼 것처럼 몸과 마음이 무겁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은 대개 기억하고들 있었습니다. 변신남 이유가 있을 거 아뇨. 이렇게 사람들이 변신하는 이유를 알면, 나도 그러그러해서 변했겠구나 추측도 하고, 그러면 자연히 내가 변신했었는지 단순 기억상실인지 분간도 가능하고. 조사원 저희도 원인을 파악하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더 이상 사회적인 문제로 커지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구요. 변신남 최선만 다하면 뭐해요. 밝혀진 건 모두에게 알려서 스스로 원인을 제거하고 정확하게 진단해서 치료하도록 해야지. 뭐든 불투명해서 좋을 거 없잖아요. 조사원 아직 밝혀진 게 없어서 그런 거죠. 아니면 밝힐 단계가 아니거나요. 변신남 그러니까 발전이 없는 거예요. 질병은 만방에 알려 함께 고쳐나가는 게 맞는 거 아니요? 나 같은 케이스의 변신이 또 있을지 누가 알아요. 조사원 저희도 이게 변종인지 조사가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변신남 마누라랑 집 찾아달라고 했더니 이제 변태취급까지 하는 거요? 여기서 하는 일이 뭔데. 변신한 사람들, 아니 물건들, 집 찾아서 안전하게 돌려보내주고, 돌아오면 변신한 이유가 뭔지 파악하고 그러는 거 아니냐구요. 조사원 진정하십시오. 안 도와드리겠다는 게 아니라 집에서 변신했는데 깨어나 보니 쓰레기장이었다는 건 저희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 아닙니까. 거기다가 변신해 계셨던 기간도 길고, 어떤 걸로 변신해 있었는지조차 모르신다면서요. 변신남 나도 이상하니까 이렇게 찾아온 거 아닙니까. 조사원 보통은 변신을 했을 경우 신고가 들어옵니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시민들이 발견하고 신고를 해주시거든요. 저희 직원들에 의해 발견되는 경우도 있구요. 하지만 선생님께선 변신이 아니라 단순한 기억상실증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나 막중한 책임감 같은 걸 느끼셨냐는 질문에도 아니라고 답하셨잖습니까. 변신남 내 마누라랑 딸이 없어지고 집이 이사를 갔다니까요. 조사원 그 점도 이상하구요. 변신남 변신이 틀림없어요. 내 기억에서 지워진 두 달 사이에 뭔 일이 생긴 겁니다. 집이 사라지고 가족들도 연락이 안 되고. 뭔가 사고가 있는 게 틀림없다구요. 조사원 집에서 변신했다면 왜 사모님이 신고를 안 하셨겠어요. 변신남 내가 묻고 싶은 게 그겁니다. 조사원 혹시 몽유병 같은 거 앓으신 적은 없으시죠? 변신남 지금 장난합니까? 조사원 병력 사항 질문란에 적혀 있어서 그럽니다. (뭔가 기록하고)쓰레기장 주변 CCTV를 조사 중이니까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겁니다. 누군가 쓰레기장에 선생님을 옮겨 놓은 게 포착되면 역추적을 통해서 이동 경로가 파악되겠죠. 스스로 쓰레기장에 들어가지는 않으셨을 거 아닙니까. 변신남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내 발로 쓰레기장에 들어가겠어요? 조사원 알겠습니다. 변신남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냈다거나 하는 건 다시 알아볼 순 없습니까? 조사원 아까 알아봐 드렸잖아요. 변심남 그 사이에 또 뭐가 들어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조사원 경찰서 조회 결과로도 확인되는 게 없고. 저희 쪽에도 신고된 게 아직 없습니다. 네트워크로 연결돼서 바로 뜨거든요. 변신남 …. 조사원 조만간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서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생님 가족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기다리다 보니까 신고를 하지 못한 걸 수도 있으니까 더 기다려보는 수밖에요. 변신남 (풀이 죽는다) 조사원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이 제일 빠릅니다. 변신남이 기억을 더듬어 회상으로 넘어간다. 그 때, 돌멩이 하나가 변신남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온다. 돌을 주워드는 변신남.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변신남 그날도 다른 날처럼 아침 일찍 출근을 한다고 집을 나왔던 것 같아요. 월요일이었던 것 같은데·…, 아니 화요일이었나? 회사에 안 나가면서부터 요일 구별하기가 점점 힘들어져서요. 딸은 방학이라 오전에 영어학원을 갔을 테고, 마누라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하는 에어로빅에 갔을 겁니다. 구립도서관에서 시간을 때우다 나왔는데,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육교가 하나 있어요. 그 앞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둘이 경찰이랑 얘기하고 있는 걸 봤습니다. 무대는 육교가 서 있는 도로가로 바뀌고 변신남이 돌멩이를 들고 육교 한쪽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간다. 경찰의 모습은 관객에게 보이지 않고 교복을 입은 두 여학생만 경찰과 인터뷰하듯 이야기한다. 변신남은 육교 건너편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교복1 진짜예요. 한순간에 변했다니까요. 교복2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교복1 바로 이 육교예요. 교복2 저기 위에 보이시죠? 우린 그냥 걸어가고 있었어요. 교복1 독서실은 반대쪽인데 떡볶이랑 순대 먹으려면 여기로 지나가야 되거든요. 교복2 그 시간에는 원래 육교에 사람이 없어요. 저쪽으로 조금만 가면 횡단보도가 있거든요. 교복1 우리는 그냥 여기로 건너요. 조금 편하자고 돌아가고 그러는 거 우린 안 하거든요. 이런 날씨에는 육교로 건너고 그러는 게 더 낭만적이잖아요. 교복2 오늘은 다른 날보다 사람도 없고 거리가 한산하면서 묘하게 나른했어요. 교복1 네, 그냥 단순히 여름이라 그런 게 아니라, 뭐랄까 아지랑이가 세상을 녹일 것 같은 그런 날 있잖아요. (교복2에게) 좀 영화 같지 않았냐? 교복2 많이 영화 같았지. 교복1 그치그치. (앞을 보며) 한 아저씨가 육교로 올라오고 있더라구요. 와이셔츠를 입고, 보통 키에 그냥 흔한 아저씨였는데요, 우리는 반대쪽에서 올라갔고요. 교복2 그런데 뭔가 이상한 거예요. 그 아저씨 몸이 흐물거려 보였거든요. 교복1 아냐. 희미해 보이는 것 같았어. 옅어졌달까. 교복2 흐물거리던데. 교복1 희미해졌다니까. 교복2,1 (동시에 강하게 부정하며) 아니에요. 거짓말 아니라니깐요. 교복1 얘랑 저랑 말이 다른 게 아니라 표현방식이 다른 거예요. 교복2 원래 같은 걸 봐도 느끼는 회로 방식이 달라서 그래요. 교복1 아무튼요··· 그 아저씨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다가, 점점 줄어들더니··· 교복2 한순간에 펑. 교복1 ‘펑’은 맞는데 스모그는 없었지? 교복2 맞아. 스모그가 없어서 더 마술 같았어요. 교복1 만화영화 보면 사이즈가 팍팍 줄어들면서 변신하는 장면 있잖아요. 교복2 슬로모션처럼요. 촤르르르륵. 교복1 딱 그랬다니까요. 그러더니 호호아줌마처럼 펑, 교복2 하고, 돌멩이가 됐다니까요. 교복1 네? 아, 네. 저희가 원래 호흡이 척척 맞아요. 돌멩이요? 교복2 그게요…. 교복1 사실 그 돌멩이 때문에 저희가 제보를 드린 건데요…. (교복2에게) 내가 말해? 교복2 (끄덕인다) 교복1 얘가요…, 장난으로 그 돌멩이를 차버렸거든요. 교복2 그러니까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요…, 그 아저씨가 돌멩이로 변해서, 그걸 보는 순간 제 눈을 믿기 힘들어서, 한번 건드려본다는 게 그만…. 진짜 살짝 찼는데 밑으로 굴러 떨어지더라구요. 교복1 육교에서 차니까 당연히 밑으로 떨어지죠. 제가 봐도 진짜 살짝 찼거든요. 교복2 그래서 우리가 막 찾았는데 이 돌멩이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교복1 가로수 밑이랑 인도 쪽도 샅샅이 뒤져 봤어요. 교복2 근데 그 아저씨 진짜 돌멩이로 변한 거 맞죠. 교복1 사람들이 이상한 걸로 변한다는 얘긴 되게 많이 들었는데, 우린 말만 들었지 처음 봤거든요. 교복2 당근 처음이지. 왕 놀랐다니까요. 교복1 나도 완전 놀랐잖아. 교복2 아니라구요? 왜요? 맞는 거 같은데. 교복1 우리가 직접 봤다니까요. 교복2 그 돌멩이는 어디 있는지 우리가 모르죠··· 몰라서 경찰서에 신고한 거죠. 교복1 아, 중앙변신대책관리본부에도 신고하려고 했는데요 교복2 일단 돌멩이부터 찾아야 될 거 같아서요. 원래 뭐 찾는 건 경찰아저씨들이 더 잘하잖아요. 교복1 돌멩이 어딨냐고 물어보시는 거 보니까, 변한 거 맞죠. 그거 변신이죠? 교복2 맞아 맞아. 아저씨 얼굴 굳어지는 거 보니까 맞다. 교복1 (깜짝 놀라며)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우리는 그냥…. 그럼 직접 찾아보시면 되잖아요. 돌멩이를 들고 가서 신고 안 한 건 우리 잘못이지만, 그래도 목격자 신고는 했잖아요. 도서관도 안 가고 조사까지 받고. 교복2 그런데… 그 돌멩이 못 찾으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교복1 저도 그게 걱정이에요. 변신남이 두 여학생에게 다가간다. 변신남 혹시, 이 돌멩이 찾나? 교복1, 2 (눈이 휘둥그레져서) 오 마이 갓! 바로 이거예요. (뺏듯이 가져가서 경찰에게 보여주는) 이 돌멩이예요. 확실해요. 육교 위에 굴러다닐 만한 돌이 아니잖아요. 변신남 …그냥 돌멩인데. 교복1 이런 짱돌이 육교에 있는 거 보셨어요? 교복2 (돌을 바닥에 내려놓고 살짝 차본다) 맞아요. 느낌이 똑같아요. 교복1 경찰서로요? 교복2 우린 무죄인 거죠? 그냥 참고인으로요? 교복1, 2 재잘거리며 경찰을 따라 나간다. 교복1, 2 (나가면서) 그러지 말고 변신대책본부로 가면 어때요. 거기가 어떤 덴가 구경하고 싶어요. 포상 같은 건 없나요? 사회봉사 가산점 같은 건요? 무대 중앙은 어두워지고 조사원이 앉아 있는 조사실 쪽이 밝아진다. 변신남이 원래 있던 자리로 가서 앉는다. 조사원 그 돌멩이라면 저도 기억합니다. 유일했었죠. 변신남 그 사람은 돌아왔습니까? 조사원 일주일 쯤 뒤에 돌아왔다고 들었습니다. 제 담당은 아니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자살하러 가는 길이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변신남 자살이요? 조사원 뛰어내리려고 점찍어둔 산에 큰 바위가 있는 절벽이 있었는데, 거기로 가는 길이었답니다. 그러다가 변신을 하게 됐구요. 변신남 다시 뛰어내린 건 아니겠죠? 조사원 별 소식 없는 걸 보면 힘내서 잘 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변신남 다행이군요. 하필 돌멩이라니…, 그걸 보니까, 혹시 변하게 되더라도 돌멩이로는 변하지 말자,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돌멩이는 좀…, 씁쓸하지 않겠습니까? 조사원 그러네요. 사이. 남직원 그 다음엔 어디로 가셨습니까? 노숙자들이 무대 위로 나온다. 한 줄로 서서 변신남 옆을 천천히 지나가는 노숙자들. 그들은 공원에서 배식하는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다. 변신남,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 뒤에 서서 따라간다. 변신남 늘 가던 공원에 갔습니다. 점심은 항상 여기 와서 먹거든요. 점심값도 아낄 겸 해서요. 그런데 그날은 어떤 양복 입은 남자와 밥을 같이 먹게 됐습니다. 무대는 공원 벤치로 바뀐다. 변심남이 사랑의 밥차에서 타온 도시락을 들고 벤치에 앉아 먹기 시작한다. 똑같은 도시락을 든 양복 남자가 벤치에 다가온다. 양복남자 다른 벤치가 꽉 차서. 변신남 (자리를 조금 비켜준다) 양복남자 (앉으며) 찬이 점점 부실해지네요. 변신남 예, 뭐. 두 사람, 먹는다. 양복남자 우리 구면이죠? 변신남 (양복남자를 한번 쳐다보고) 그런 것도 같고…. 양복남자 대개는 얼굴 익힐 만하면 안 보입니다. 노숙자도 아니고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밥 타먹기 뻘쭘하니까 그렇죠. 변신남 …. 양복남자 실례지만, 뒤쪽에 있는 인력 사무소에 나오십니까? 변신남 아닙니다. 양복남자 옷차림이 아니다 싶었습니다. 저도 아닙니다. 변신남 …. 양복남자 하지만 일자리는 구하고 있죠. 변신남 면접이 있으셨나 봅니다. 양복남자 웬걸요. 이 나이에 면접 볼 데나 있겠습니까. 변신남 그럼…,(넥타이를 바라보는) 양복남자 아, 이거요? 뭐 흔한 케이습니다. 정리해고 당한 걸 집사람도 아는데, 제가 집에 있는 걸 도무지 싫어해서요. 산책하는 기분으로 편한 옷이라도 입고 나갈라치면 티 좀 내지 말라고 해서 늘 이런 차림입니다. 변신남 예…. 양복남자 (서류가방을 들어 보이며) 만화책도 몇 권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빌려드리죠. 변신남 예, 그럼 있다가. 두 사람, 먹는다. 양복남자 들으셨어요? 변신남 뭘요? 양복남자 어제 뉴스에 나왔잖아요. 회의실 단체 변신 사건. 변신남 아, 그거요. 양복남자 거기, 제가 다녔던 회삽니다. 아침마다 매출신장 몇 퍼센트 달성을 외치며 으쌰으쌰하는 회의가 있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세뇌 같은 건데 그게 또 서로 경쟁이 붙고 분위기를 그쪽으로 몰아가면 압도되는 묘한 마력이 있거든요. 아무튼 그 회의실에서 무려 다섯 명이나, 똑같은 시간에, 변신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돼지저금통으로 변한 사람은 분명 박부장일 거예요. 원래 돼지같이 생긴 데다가 먹는 거랑 돈에만 욕심이 많았거든요.  변신남 . 복남자 (먹으며) 밥통으로 변한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그건 누군지 감이 잡히질 않아요. 아침을 안 먹고 왔을까요? 아니면 가족들 굶기게 될까봐 걱정을 했었나. 아무튼 월요일 아침마다 회의실 벽에 영업실적표가 나붙는데, 아침을 든든히 먹어도 그거 보면 속이 쓰리죠. 쇠주걱으로 긁어대는 것처럼 말입니다.  변신남 .  양복남자 제가 쓸데없는 얘길 했나요? 식사하시는데.  변신남 괜찮습니다. 어딜 가나 그런 얘기들뿐인데요.  양복남자 보건당국은 뭘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곳이면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말이죠. 이렇게 불안해서야 원.  변신남 국가재난설정 단계도 경계단계로 올라갔다고 하던데요.  양복남자 아무리 봐도 질병본부보다는 처음부터 재난본부에서 나섰어야 했던 거 아닌가 싶어요.  변신남 재난이든 질병이든 원인을 빨리 찾아야 할 텐데 말이죠.  양복남자 (먹으며) 신기하지 않습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안 변하잖아요.  변신남 우리 같은 사람들이요?  양복남자 이치가 그렇잖아요.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 성실한 사람들이 더 많이 변신을 한다 이겁니다.  변신남 그만큼 피로가 쌓인 사람들이니까, 몸의 변화도 다르겠지요.  양복남자 우리는요? 나야말로 피로가 켜켜이 쌓인 사람인데.  변신남 사람마다의 책임감과 의무감을 어떻게 재겠습니까.  양복남자 물론 상대적이겠죠. 그래도 노숙자는 안전하답니다. 걱정이 덜하니까요.  변신남 그럴 수도 있겠네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구요.  양복남자 예술가는 좋겠어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막중한 책임의식 같은 걸 가지진 않을 테니까.  변신남 꼭 그렇지만도 않겠죠.  양복남자 그렇다는 얘깁니다. 그래도 이건 뭐 소설 같은 데가 있지 않습니까?  변신남 .  양복남자 일하는 사람들 위주로만 변신한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그 사람들 일자리, 우리한테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변신남 그럼 우리도 변하겠죠.  양복남자 그래도 좋으니까 그 자리를 꿰차고 싶은 심정입니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이렇게는 더 못살겠어요.  변신남 아직 다른 도시까지는 확대되지 않았답니다. 사람들이 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던데요.  양복남자 서울의 인구를 줄이기 위해서는 좋은 대책일 수 있겠네요.  변신남 그렇게 되면 서울 경제는 누가 돌립니까?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일자리도 줄어들고.  양복남자 팔팔한 젊은 인력을 마구 뽑지 않을까요?  변신남 젊은 사람도 일하게 되면 똑같아지는 거 아닐까요? 살아남으려면 사회화되고 기성화될 테니까요.  양복남자 이럴 땐 내가 사회적 동물이란 게 싫어진다니까요.  변신남 사는 거, 퍽퍽하죠.  양복남자 예. 밥도 퍽퍽하고. (기합을 넣듯) 그래도 우리 주눅들지는 말자구요. 서로 변하지 말고, 매일 여기 나와서 밥 먹읍시다. 사랑의 밥.  변신남 긍정적으로 사시는 것 같습니다.  양복남자 다 살아지는 법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변신남 부럽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여유가 생깁니까.  양복남자 그런 게 있습니다.  변신남 (씁쓸한 표정으로 도시락을 덮는다)  양복남자 흠흠. 이건 비밀이라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해주는 건데, 처지도 비슷하고 나쁜 분도 아닌 것 같으니 내가 쓰는 방법을 알려드리지요.  변신남 방법이요?  양복남자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되는 비밀입니다. 쓸모 있는 걸로 변신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비법이 있어요. 나 같은 경우는 금으로 된 롤렉스시계로 변신합니다. 그리고 마누라한테 전당포에 맡기라고 하는 거죠. 밤이 되면 몰래 변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되고요.  변신남 그게 가능합니까?  양복남자 내가 이 더운 날 밥차에서 도시락까지 얻어먹으면서 거짓말 하겠어요? 불법으로 변신 기법을 가르쳐주는 곳이 있는데, 관심 있으면 소개해 주리다. 하지만 그걸 연마하려면 보통 수행으로는 어림없어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몸의 기를 몽땅 정수리에다 모으려면 (가슴을 탁 치며) 여기랑 (머리를 치며) 여기가 타들어가는 거 같거든요. 이런 더위는 아무 것도 아니죠.  변신남 믿기지는 않지만, 가능만 하다면야 뭘 못하겠습니까.  양복남자 아니, 가능은 한데, 먼저 믿어야 연마가 가능하다니까요.  변신남 그런 얘기는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데요.  양복남자 계속, 나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나, 나는 왜 이렇게 사나, 나는 우리 가족에게 아무 쓸모가 없구나, 차라리 금덩어리로 변해라. 그런 생각을 아주 간절히 혼신을 다해서 하는 거죠. 그러면서 나에게 주어진 많은 짐들을 머리 가득 넣고 가슴으로 우는 거예요.  변신남 가슴으로 울어요? (모르겠다는 표정)  양복남자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사회적 의무 같은 것들을 가슴에 채우고. 아 이거 말로 설명하려니까 어렵네. (주위를 살피더니) 내가 딱 한 번만 보여줄 테니까 잘 봐요. 어차피 최소 한 시간은 변신해 있어야 하니까 내가 돌아올 때까지 만화책 보면서 기다리슈.  변신남 (못미덥게 쳐다본다)  양복남자 참 나. 내 기술을 무시하시네. 변신한 거 보고 놀라지나 마시라니까.    양복남자, 벤치에 앉아 양손을 맞잡고 기를 모으는 자세를 취한다. 한동안 알아들을 수 없는 자기만의 언어로 중얼거리더니 얼굴이 일그러지고, 미세하게 경련하기 시작한다. 공기 중에 보이지 않는 불똥이 튀는 것을 느끼는 변신남. 그 순간, 눈앞에서 양복남자가 사라진다. 순식간이다. 벤치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황금 롤렉스시계.    변신남 (시계에 대고 다급히) 이봐요. 이봐요. 괜찮아요? 이봐요! (시계에 귀를 대보고) 이봐요, 괜찮은 거예요? (안절부절못하고) 이거 어떡하지? 진짜 변한 건가? 그럼(휴대전화를 꺼내 신고하려다가) 거기 변신대책본부죠? 저기(엉겁결에 전화를 끊는다) 아니지. 아, 이거 어떡하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시계에 대고) 이봐요, 말 좀 해봐요. (시계를 흔들어보는) 괜찮아요? 대답 좀 해요.  변신남은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을 파악하려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누구에게 도움이라도 청하려는 것처럼 나간다. 그리고 잠시 후 되돌아오더니, 주위를 살피고 롤렉스시계를 잽싸게 주머니에 넣고 자리를 뜬다.    무대 어두워지고 조사실 창구만 밝아지면, 거기 조사원이 앉아 있다. 변신남,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간다.    조사원 아니 진짜로 그렇게 변신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변신남 (끄덕인다) 내 눈으로 봤다니까요.  조사원 말이 안 되죠. 그런 일이 있다면 왜 저희가 몰랐겠어요.  변신남 진짜라니까요.  조사원 그 양복 입은 남자는 어떻게 됐습니까.  변신남 나야 모르죠.  조사원 모르다니요? 주머니에 넣으셨잖아요. 신고는 하셨습니까?  변신남 (고개를 젓는다) 신고는 안 했지만 진짜 있었던 일이에요.  조사원 아까는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하셨잖아요.  변신남 얘기하다 보니까 생각이 난 거죠.  조사원 하지만 아직까지 변신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모두 유언비어예요.  변신남 결혼하셨습니까?  조사원 아니요.  변신남 혼자 사쇼?  조사원 부모님이랑 함께 삽니다. 신남 변신 자격미달이네요. 우리 조사원님은 어깨에 짊어질 무게가 하나도 없으시니 안심하셔도 되겠습니다.  조사원 아직 증명된 원인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변신남 중년의 남자들이 왜 그렇게 많이 변한다고 생각합니까.  조사원 드물긴 하지만 젊은 남자들도 종종 변합니다. 여성 가장들의 변신도 늘고 있는 추세구요.  변신남 그 사람들이야 특별 케이스고.  조사원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긴 하겠지만, 유럽에선 사람이 벌레로도 변하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동물이든 식물이든 필요하면 막 변했습니다.  변신남 그 사람이 왜 벌레로 변했겠습니까? 소설이나 신화 속에서 일어나던 일들이 왜 지금 일어날까요? 국회의원이나 고위 관리직에 있는 사람들이 변신하는 거 보셨습니까?  조사원 (고개를 가로젓는다)  변신남 행정하시는 분들이 이러니까 문제라구요. 사회 곳곳에 골고루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정확히 봐야 하는데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이거죠.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 줄 알아요?    갑자기 무대 중앙이 밝아지면서, 변신 중인 사람들이 보인다.    ―교도소  교도소에 수감 중인 한 남자가 무대 중앙으로 나와서 웃옷을 벗어붙인다. 온몸은 문신투성이지만 어딘가 둔해 보이는 인상이다. 그는 이소룡 흉내를 내듯 기를 모으고 변신 기술을 연마 중이다. 그러다가 비장한 각오를 밝히듯,    문신남자 엄마, 조금만 기다려. 내가 변신에 성공해서 여기만 나가면 엄마 호강시켜 줄게. (다시 기를 모으고 숨을 후 내뱉으며) 아자!  교도관 거기 3113번. 허튼수작하지 말랬지?  문신남자 우리 엄마가 집에 혼자 계세요. 우리 엄만 너무 나이가 많아서 거동도 불편하다구요. 끼니도 제때 못 챙겨먹을 텐데. 연탄불은 꺼지지 않았는지.  교도관 한여름에 무슨 연탄불이야. 너는 앞으로 5년은 더 썩어야 돼.  문신남자 여름이요? 제가 여기 들어온 지 한 계절도 안 지났단 얘깁니까?  교도관 이상한 변신 같은 거 연마했다간 가만 안 둘 줄 알어. 힘은 아껴뒀다가 노동 시간에나 쓰란 말야.    교도소 옆방에서 철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재소자들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져 폭동처럼 들려온다.    소리 우리에게 변신의 자유를 허용하라! 허용하라! 우리의 변신 권리를 사수하자! 사수하자!    거리의 사람들 인터뷰가 이어진다.    사람들1 언제 변신할지 모르니까 불안할 수밖에요.  사람들2 그게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들3 변신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숨을 참으면 된대요.  사람들4 한번 변신하면 면역이 생긴다고 하던데요.  사람들1 내성이 생긴 변종변신도 생겨났다면서요?  사람들2 약으로 조절이 가능한데 일부러 임상실험을 안 하는 거 맞죠. 사람들3 복수하려고 따라다니는 사람도 많대요. 변신하면 죽이려고요. 사람들4 날 감시하는 게 틀림없어요. 내가 변신할 때까지 기다리는 거겠죠. 사람들1 변신하면 배설은 어떻게 해결하죠? 사람들2 우리 아이랑 기르던 개가 이상해요. 변신한 것 같아요. 사람들3 언젠가 나만 빼고 모든 사람들이 변할까봐 걱정돼요. 사람들4 변신 기술을 개발해서 정치적 무기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1 우리에게는 농업적 근면성이 있으니까 그 정도 변신 기술 개발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죠! 사람들2 전쟁시엔 적군을 모두 사물로 변신시켜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면 어떨까요. 사람들3 노력하면 애완동물로도 변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인 잘 만나면 애완동물로 사는 게 나을 때도 많잖아요. 사람들4 내 남편은 똑같은 모습의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어요. 외모는 똑같은데 분명 그이는 아니거든요. 사람들1 우리 집 가전제품들은 모두 사람들이 변신한 것 같아서 쓰질 못하겠어요. 사람들2 잘못 건드렸다가는 살인죄가 적용되는 거잖아요. 사람들3 남성을 중심으로 바뀌는 거면 여자 동성애자들은 안전한 거죠? 사람들4 저는 열두 살 소녀가장이에요. 무료백신은 안 놔 주나요? 사람들이 우왕좌왕 거리를 왔다갔다 한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여기저기서 들리더니…, 변신한 사람들로 거리가 일대 혼란을 일으키고 마비가 된다. 사람들이 질러대는 소리들과 자동차들의 클랙슨 소리가 뒤섞여 정신없다. 사람들1·2·3·4 도와줘요, 청소기로 변했어요. / 여기 점퍼로 변한 사람이 있어요. / 어머, 이게 웬 모자지? / 장롱이에요, 거리 한가운데 장롱이 서 있다구요. / 와, 예쁜 목걸이네. / 앗! 오물 묻은 양말. 으윽 드러워. / 볼펜이다. / 장갑이에요. / 가위를 찾아주세요. / 여기 일회용 면도기가 한 무더기 있어요. / 마우스잖아. / 자전거로 변한 남편을 어떤 여자가 타고 갔어요. / 부서진 카세트네. / 사람이 두통약으로 변신한 거예요. 먹으면 안돼요. / 찢어진 천사 날개 못 보셨나요? / 무슨 의자가 이렇게 딱딱해. / 스카이 콩콩이요? 변신한 사람들로 일대 혼란을 일으키던 사람들이 사라지면 바닥에는 변신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변신대책본부 직원들이 거리로 나가 떨어진 물건들을 수거하느라 정신없다. 조사실에 있던 조사원도 거리로 나가 직원들과 물건을 수거하고 그들과 함께 무대 밖으로 나간다. 조사원이 없는 조사실에 혼자 남겨진 변신남. 변신남만의 회상은 전당포로 이어진다. 무대는 전당포가 된다. 변신남, 전당포로 들어간다. 변신남, 주머니에서 롤렉스시계를 꺼내 주인에게 내밀면 주인, 확대경을 한쪽 눈에 끼고 시계를 감정하기 시작한다. 변신남 시곗줄만 보지 말고 문자판도 좀 보세요. 전당포주인 …(살핀다) 변신남 전체가 18K예요. 나사 하나까지 다. 전당포주인 …어디서 난 거요? 변신남 게다가 문자판은…. 전당포주인 그러니까 어디서 난 거냐구. 변신남 사업하시던 형님이 물려주신 겁니다. 전당포주인 다들 물려받지.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고모…. 변신남 장물 아닙니다. 전당포주인 (확대경을 뺀다) 변신남 아니, 좀 더 자세히 보시라니까요. 안쪽에는 순금이에요, 순금. 전당포주인 갖고 가쇼. 변신남 예에? 전당포주인 그냥 가져가시라고요. 변신남 왜 그러시는데요. 훔쳐오거나 흠집 있는 물건 아니라니까요. 전당포주인 (쳐다본다) 변신남 왜 그런 눈으로 봐요? 전당포주인 훔치지 않았으면 어디서, 주웠소? 변신남 예? 전당포주인 그런가보네. 변신남 됐습니다. 전당포가 여기 하나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 있는 귀한 물건 들고 나와서 푼돈 좀 만들어보자고 이런 모욕까지 들을 건 없잖습니까. 전당포주인 (시계를 다시 본다) 변신남 막말로 이 정도 물건이면 사장님 손해 볼 거 없잖아요. 전당포주인 신데렐라 얘기 아쇼? 변신남 뭔데렐라요? 전당포주인 12시만 넘으면 호박으로 변하는 신데렐라 말이오. 변신남 왜요, 금시계 보니까 갑자기 금마차라도 생각나십니까? 전당포주인 호박이면 죽이라도 쑤어 먹지만 사람으로 변해버리면 난처해지죠. 요즘 전당포에 변신사기가 판을 칩니다. 변신남 …. 전당포주인 어떻게 장담하시겠소? 변신품이 아니라는 거 말이오. 변신남 속고만 사셨나. 사람이 이렇게 좋은 시계로 변하는 거 보셨습니까? 전당포주인 팔찌, 목걸이, 순금 트로피. 더한 걸로도 변할 수 있지요. 변신남 이건 우리 형님이 사업차 외국에 갔다 오시면서…. 전당포주인 (말 자르듯 망치를 내놓는다) 이걸로 한번 내리쳐 보시든가. 변신남 지금 나를 의심하는 겁니까? 전당포주인 증명을 해보시라구요. 변신남 내가 못할 거 같아요? 전당포주인 그야 나는 모르지요. 변신남 시계가 망가지면 가격이 떨어질 텐데 그건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전당포주인 사람으로 변하는 것보다야 덜 손해죠. 망가져도 제값은 쳐 드리지. 만약 사람이 변신한 거라면, 그 사람이 다시는 못 돌아오고 죽을 수도 있다는 거 명심하쇼. 이 세상과는 영영 빠이빠이란 말이요. 저번엔 진짜로 내리친 사람이 있었는데…, 얼마나 끔찍했던지. 돌아오긴 했는데 반병신이 되었습디다. 평생을 병원에 누워 사는 수밖에. 변신남 그럴 일 없습니다. 이건 진짜 시계니까. 전당포주인 그럼 쳐 보시오. (빨리 쳐보라는 시늉) 변신남 (망설인다) 전당포주인 (떠보듯) 형님이 주신 거라면서…, 아까우면 그냥 갖고 가시든가. 변신남 (결정한 듯 내리치려 하지만 망치를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전당포주인 뭐해요 안 내리치고. 변신남 진짜 이거 망가져도 제값 쳐주는 거죠? 전당포주인 증명만 해 보인다면야. 변신남 (심호흡. 눈을 질끈 감고 손을 번쩍 들어올린다) 얏! 전당포주인 (순간적으로 변신남의 팔목을 잡아채는) 잠깐! 변신남 (멈칫) 전당포주인 됐소. 맡겠소. (시계를 종이 상자에 넣으며) 길에서 변신한 사람들 주워다 돈벌이 하는 사람들 숱하게 봤지. 나도 돈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 도리는 지키고 살아야 될 거 아뇨. 사람이 있어야 사람한테 사기도 치고 돈도 뜯고 그럴 거 아니요. (돈을 지불한다) 양심은 한번 망가지면 다시는 복귀가 안 되는 거 알죠? 당신을 믿어보리다. 형님이 주신 거라면서? 소중한 것일 테니까 꼭 찾으러 오쇼. 변신남 …(돈을 받아든다) 전당포주인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만 변신한다니, 세상은 참 불공평하죠? 변신남, 대답 없이 돈을 들고 나간다. 그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무대 어두워지고, 다시 조사실만이 밝아진다. 변신남, 조사실 의자에 앉는다. 조사원, 땀을 닦으며 들어와, 정장 상의를 벗어 의자에 걸치고 앉는다. 조사원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본부 수거담당 쪽에서 급히 사람이 모자란다고 해서…. 그런데 어디까지 했었죠? 아, 그래서 그 시계는 어떻게 했습니까. 변신남 시계는… 내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그 벤치에 갖다 뒀습니다. 그 사람은 한 시간 뒤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구요. 그날 밤 이후의 일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조사원 (엷게 웃으며) 여전히 마음대로 변신할 수 있다고 믿으시는군요. 최대한 솔직히 말씀해주셔야 선생님뿐만 아니라 조사에도 도움이 됩니다. 변신남 …. 조사원 그 다음엔 바로 집으로 가셨습니까? 변신남 예. 집에 가보니까 아내와 딸이 있었습니다. 조사원 만나신 거네요? 변신남 그런 거나 마찬가지죠. 이제 생각 났습니다. 조사원 아까는 혼자 술을 드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변신남 그러니까 그게··· 조사원 말을 자꾸 바꾸시면 안 됩니다. 변신남 그냥 생각나는 대로 얘기하는 겁니다. 조사원 예. 일단 얘기를 해보세요. 변신남 집에 갔는데 딸이 밥을 먹고 있었어요. 무대는 변신남의 집.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딸. 변신남이 집으로 들어간다. 변신남 나 왔어. 딸 (쳐다보지도 않고 밥을 먹는다) 변신남 학원은 어떠냐? 딸 (대답 없다) 변신남 요즘 대학생들은 배낭여행 많이 가던데. 넌 안 가도 되니? 딸 (아빠를 무시하며) 엄마, 국 좀 더 줘. 아내, 나온다. 아내 (변신남에게 왔냐는 인사도 없이) 그만 먹어. 살쪄. 딸 배고파. 변신남 나는 밖에서 먹고 왔어. 장 과장이 삼계탕 잘하는 집을 안다고 해서. (아내와 딸은 듣지도 않는데 과장되게) 어휴, 배부르다. 딸 (엄마에게 말하지만 아빠에게 들으라는 듯) 한밤중에 밥 먹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지금 먹어두면 좀 좋아. 덜그럭 덜그럭 잠이나 깨우고. 아내 (밥을 퍼서 변신남 앞쪽에 갖다 놓는다) 변신남 (침을 꿀꺽 삼키며) 배부른데···. 아내 먹어. 변신남 오이냉국 맛있어 보이네. 그럼 조금만 먹어볼까. 변신남이 못이기는 척 식탁에 앉자 딸이 식탁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변신남 (돈을 꺼내 놓으며) 저번에 맡았던 공사 말야. 그 쪽 업체에서 대금이 들어왔나봐. 월급도 제때 못줘서 미안하다고…. 보너스다 생각하라면서 주더라구. 아내 (남편을 돌아본다) 변신남 아파트 융자금 밀린 거 꽤 되잖아. 부족하겠지만 좀 보태라고. 아내는 남편을 돌아보지 않은 채, 아무 말 없이 돈을 들고 들어간다. 혼자 남아 밥을 먹는 변신남. 공원에서 도시락을 타먹을 때보다 더 퍽퍽한 느낌이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시간이 구름처럼 흩어진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둘러봐도 피아노는 없다. 밥을 먹다 말고 창밖을 바라보는 변신남. 보이는 것은 자신의 마음과 닮은 형체도 색깔도 없는 허공뿐…. 피아노 소리가 변신남의 가슴을 쓰다듬는 것 같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과 함께 짧은 탄성이 터져 나온다. ‘아…, 힘들다….’ 식탁 위의 조명이 꺼질락 말락 불안하게 깜박인다. 변신남 어, 이게 왜 이러지? 변신남이 일어나서 전구를 이리저리 만지며 돌려본다. 피아노 소리 점점 커지다가 뚝 멈추면, 짧은 암전과 함께 변신남이 변신한다. 그가 앉아 있던 식탁의자 위엔 장난감 피아노 하나가 놓여 있다. 아내와 딸이 나온다. 아내가 리모컨으로 TV를 켠다. 뉴스캐스터(목소리) …머그컵으로 변신한 남편을 깨뜨려 죽음에 이르게 한 박모 여인에게 무죄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검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죽은 김씨와 아내 박모 여인은 주말마다 함께 시간을 보낼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고 밝혀졌습니다. 사건 당일에도 박모 여인은 남편의 변신 소식을 듣자마자 변신대책본부를 찾았다가 이런 변을 당하게 되었는데요, 어떤 정황으로도 남편에 대한 고의성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검찰은 박모 여인의 사례를 ‘매우 특이한 사건’으로 보고 그녀에게 살인이나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박모 여인은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정신적 쇼크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그런 그녀에게 시민들의 위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딸 (TV를 끄고) 저건 당연히 무죄 아냐? 고의로 죽인 것도 아니잖아. 아내 고의가 아니었는지는 저 여자밖에 모르지. 딸 던진 것도 아니고 미끄러져서 놓친 건데. 아내 죽은 사람만 억울한 거야. 딸 대체 어떤 사람들이 변신을 하는 걸까. 아내 글쎄다. (빈 식탁을 보고는) 니 아빤 밥 먹다 말고 또 어디 갔대니? 딸 자주 없어지잖아. 아내 아빠가 돈을 주더라? 딸 어디서 구했을까. 이제 더는 빌릴 사람도 없을 텐데. 아내 먼저 얘길 안 하니, 아는 척 할 수도 없고. 회사 잘린 지가 얼마야. 딸 (장난감 피아노를 발견하고) 이게 뭐야? 아내 그게 뭐니? (살펴보는) 하여튼 이런 걸 왜. 딸 (피아노를 눌러보며) 소리도 안 나네. 이제 그만 좀 하라고 해. 아빠가 주워온 것들로, 집안이 온통 쓰레기장이야. 아내 고장 난 걸 왜 들고 왔대니. 점점 이상한 버릇만 생기고. 딸 어떻게 좀 해봐. 언제까지 아빠 저러는 거 모른 척 할 건데. 아내 우리가 이런데 아빠는 오죽하겠니. 딸 아빠도 힘들지만 우리도 힘들잖아. 나…, 아빠가 매일 노숙자들이랑 밥 먹는 거 싫어. 아내 …. 딸 우리 이 집 팔고 이사 가면 안 돼? 더 작은 집으로. 아내 이게 어떤 집인데. 아빠가 젊을 때부터 벌어서 처음으로 장만한 우리집이야. 여길 어떻게 나가. 딸 갚을 돈이 더 많잖아. 아내 생각 좀 해보자. 딸 아빠도 참, 그냥 확 터놓고 얘기를 하든가. 거짓말도 하루 이틀이지, 6개월을 뭐하는 거냐구. 아내 자존심 하나로 살아온 아빠야. 그거라도 없으면 니네 아빤, 죽어. 딸 그런 모습 더는 못 보겠어. (흉내를 내며) 삼계탕 먹었더니, 아휴 배부르다. 아내 (장난감 피아노를 가리키며) 이거 어따 치워라. 딸 몰라. 고장난 거, 갖다 버려. 아내 니가 버리든가. (방으로 들어간다) 딸 (따라 들어가며) 저런 것 좀 주워오지 말라고 해 제발. 식탁 위에 덩그러니 남은 장난감 피아노. 옆에 서서 아내와 딸을 바라보는 변신남의 모습처럼 쓸쓸하다. 딸이 눌러보던 버튼이 뒤늦게 작동하는지 장난감 피아노에서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텅 빈 공간에 홀로 선 변신남만이 그 멜로디를 듣고 있다. 변신남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전화벨소리. 조사실의 불이 켜지고 조사원이 전화를 받는다. 변신남은 다시 조사실의 자기 자리로 가서 앉는다. 조사원 그래? 알았어. (끊고) 찾았답니다. 변신남 뭐를요? 조사원 사모님과 따님 찾았답니다. 이제 힘들게 기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까 전에 여기로 출발하셨다니까 잠시 후면 도착하겠는데요? 변신남 그래요? (표정 어두워진다) 조사원 기쁘지 않으십니까? 표정이 왜 그러세요? 변신남 아니요. 그냥··· 조사원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게 돼서 그러신가보네요. 오후 내내 조사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 정황으로 봐서는 변신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은데 뭘로 변신하셨는지만 기억하시면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변신남 다 끝난 건가요? 조사원 집도 찾으신 것 같으니까, 먼저 가족들 만나보시고 마무리하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조사원 밖으로 나가고 변신남 초조해한다. 긴장한 얼굴. 안절부절못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인다. 밖에서 조사원의 목소리 들린다. 조사원(목소리) 오셨습니까? 허영범씨는 안에 계십니다. 사모님이랑 따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서 얼마나 걱정을 하시던지. 이쪽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모시고 나오겠습니다. 조사실의 불빛이 깜박인다. 변신남, 고개를 들어 깜박이는 불빛을 쳐다본다. 불이 꺼진다. 짧은 암전 후, 조사원 들어온다. 조사원 어? 왜 불이 꺼져 있지? 조사원, 불을 켠다. 변신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변신남이 앉았던 자리 옆에 똑같은 의자가 하나 더 놓여 있다. 조사원 원래 여기 의자가 두 개였었나? (주위를 둘러보며) 허영범씨. 허영범씨. 어디 계세요? 허영범 씨. 허영범씨. 변심남을 찾는 조사원의 목소리만 허공에 가 부딪친다. <끝>
  • [2009 하반기 히트상품] 롯데칠성음료 ‘스카치블루 NEW DNA 시스템’

    [2009 하반기 히트상품] 롯데칠성음료 ‘스카치블루 NEW DNA 시스템’

    다양한 위조방지 장치가 있는 ‘스카치블루 NEW DNA 시스템’은 제품을 개봉하는 뚜껑 부분에 재부착이 불가능한 이중 라벨을 붙였다. 겉 라벨에 새겨진 ‘DNA’ 로고에 판별 용액을 묻히면 파란색이 빨간색으로 바뀌며 다시 물을 묻히면 파란색으로 되돌아온다. 겉 라벨에 UV인쇄된 제품 고유번호는 UV램프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겉 라벨을 제거하면 속 라벨에 UV램프에만 반응하는 붉은색 형광잉크의 ‘Scotch Blue’ 로고가 나타난다. ‘스카치블루 NEW DNA 시스템’은 DNA 판별 용액과 속라벨 형광 인쇄로 아무런 도구 없이도 정품 확인이 가능하다. 롯데칠성은 국세청에서 실시하는 ‘주류유통정보시스템’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은 양주 제조장에서 술병에 전자칩을 부착해 주류의 모든 유통과정에 대한 실시간 추적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소비자는 휴대전화를 통해 즉석에서 양주의 진품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 새끼 바다표범 주택가 출현 ‘미스터리’

    바다에 있어야 할 새끼 바다표범이 영국의 주택가에서 발견돼 그 경위가 미스터리로 떠올랐다. 영국 대중지 더 선에 따르면 켄트 주에 사는 팀 듀어(51)란 남성은 지난 21일 아침(현지시간) 딸과 함께 애완견을 산책시키다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눈 쌓인 집 뒷마당에 새끼 바다표범 한마리가 썰매타듯 어슬렁 거리고 있었던 것. 놀란 듀어는 한동안 말을 잊고 바다표범을 바라볼 뿐이었다. 급한대로 듀어가 생후 1년도 채 안된 작은 바다표범을 연못에 데려다 놓자 새끼 바다표범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수영을 했으며 금붕어 여러 마리를 게걸스럽게 잡아먹기도 했다. 듀어는 “처음에는 바다표범인지 수달인지 알지 못했다.”면서 “바다에 있어야 할 바다표범이 왜 이곳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가족들은 낯선 손님을 반겨 ‘루돌프’라고 이름 지어줬다.”고 말했다. 실제로 바다표범이 살만한 바다는 주택가로부터 30km 이상 떨어져 있다. 어미도 없이 이 바다표범이 눈을 헤치고 주택가까지 흘러들어오게 됐는지는 미스터리로 남겨져있다. 주택가에 바다표범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야생보호협회 요원들의 검사 결과 바다표범은 매우 건강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표범은 서식스 주에 있는 야생보호 시설로 옮겨져 현재 사육사의 보호 속에서 자라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바다표범 몸에서 벨기에 프랑드르 주의 한 야생동물 보호 협회가 넣은 칩이 발견됐다.”면서 “벨기에에서 로더강을 따라 국경을 넘어 영국 켄트 주 주택가까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수의사 일레인 크루치는 “홍수나 폭풍을 만날 때 새끼 바다표범이 어미를 잃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만 어미와 떨어져 이렇게 오랫동안 여행한 새끼 바다표범의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면서 놀라워 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인간을 위한 과학 바이오] 바이오닉스 의수족 몇년내 실용화

    장애인도 머지않아 정상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전망이다. 바로 생물학(biology)과 전자공학(electronics)이 융합해 탄생한 ‘바이오닉스(bionics)’ 기술 덕분이다. 외화 ‘600만불의 사나이’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1977년 국내 처음으로 방영됐고 그 이후 여러 차례 재방송된 인기 외화시리즈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시속 106㎞로 달리고, 183m 떨어진 곳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가상의 인물이었다. 하지만 지금 ‘6백만불의 사나이’의 등장도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의·과학의 첨단기술을 이용한 바이오닉스 기술의 발달로 사람 신체의 일부를 인공물로 대체하는 기술이 현실화되고 있다. 바이오닉 기술은 장애인과 치매환자들에게 가장 큰 혜택을 줄 것으로 보인다. 팔과 다리가 없는 장애인은 손상된 신경기능을 복원한 기능형 의수족을 마치 자신의 신체처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선 메카트로닉스 등의 로봇 기술과 인간-기계 간 생체신호 인식을 위한 인터페이스 기술이 핵심이다. 소아마비 등으로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장애인은 언어기능을 조절하는 신경에 전기 자극을 가해 언어장애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시각장애인도 시신경에 이식된 영상칩에 전기 신호를 전달해 사물을 인지할 수 있게 되며, 청각 장애인도 전기 자극을 통해 손상된 청신경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뇨장애, 연하장애를 앓는 중증 장애인도 상실된 연하와 이뇨 기능을 복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치매환자 역시 손상된 뇌 부위의 기능을 전기 자극을 통해 회복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과학연구본부 윤인찬 선임연구원은 “최근 손상된 신경기능을 복원하는 바이오닉 기술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향후 몇 년안에 실용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전기적 신호를 자동으로 제공해 심장 박동을 인위적으로 유발시키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 기술은 실용화 돼 있는 상태다. 중추신경계에 전기적 자극을 가해 신경 전이를 변이시켜 환자의 통증을 완화하는 기술도 현재 임상연구 중에 있어 곧 상용화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닉스가 주목받는 미래기술 분야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 수명이 점차 늘어 노인성 질환에 대비한 의료장비 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장애인 복지에 대한 국가 정책적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바이오닉스에 기대감을 불어넣는 중요한 이유다. 현재 국내 장애인 수는 220만명 정도로 국민 전체의 약 5%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증가 추세다. 윤 연구원은 “바이오닉스 기술이 공공복지를 강화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극복하고 평등사회를 구현하는 데도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경춘고속도 내년 주민 후불카드제 도입

    춘천~서울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강원·경기지역 주민들의 편리한 할인혜택을 위해 새해 상반기 중 후불카드제가 도입된다. 강원 춘천시와 서울-춘천고속도로㈜는 지역주민 할인시스템 구축 방안으로 후불카드제 도입에 합의하고 세부사항을 마련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후불카드제는 신용카드에 칩을 붙이거나 신규카드를 발급받아 고속도로를 이용한 후 할인혜택이 적용된 금액으로 통행료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후불카드제가 도입되면 춘천지역을 비롯해 홍천·화천·양구군과 경기 가평군 주민들이 고속도로 이용 후 환급받기 위해 읍·면·동사무소를 직접 찾아가 통행요금 영수증을 제시해야 하는 불편이 사라지게 된다. 이들 시·군 주민은 최대 700원의 할인혜택을 받고 있다. 후불카드제 도입은 앞으로 2~3개월간의 시스템 실험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실명 위험 큰 포도막염 레티서트 치료효과있다

    실명 위험이 큰 ‘베세트병 포도막염’ 환자에게 ‘레티서트(성분명 플루오시놀론 아세토니드)’를 이용한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임상 결과가 나왔다. 레티서트는 눈 속에 이식하는 작은 약물 칩으로, 30개월에 걸쳐 서서히 미량의 약물을 방출시켜 눈의 실명을 막는 치료제다. 포도막은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홍채, 수정체를 조절하는 모양체, 눈 바깥의 광선을 차단하는 맥락막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부위에 발생하는 염증이 ‘포도막염‘이다. 이번 임상시험은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재발이 잦고 치료가 어려운 베세트병 후포도막염 환자 7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그 결과 레티서트 이식을 받은 모든 환자에게서 염증이 호전됐고, 7명 중 6명은 시력이 개선되거나 유지됐다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또 레티서트 이식 후 1년 동안 모든 치료 눈에서 포도막염이 재발하지 않았다고 의료진은 덧붙였다. 삼성서울병원 안과 함돈일 교수는 “레티서트는 증세가 심각해 기존 약물로는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에게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단 안압 상승과 백내장 등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 안과 전문의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시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약값에 수술비를 더해 2000만원가량이 소요돼 치료비 부담이 큰 편이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LPG가격 담합 6개업체 사상최대 과징금6689억

    LPG가격 담합 6개업체 사상최대 과징금6689억

    공정거래위원회가 6년여 동안 판매가격을 담합한 6개 액화석유가스(LPG) 회사에 사상 최대인 6700억원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조사협조자(리니언시)에 대한 과징금 면제분을 감안하면 실제 부과액은 4093억원이다. 공정위는 2일 E1, SK가스,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LPG(프로판·부탄) 충전소 판매가격을 담합한 행위를 적발, 과징금 6689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휴대전화용 반도체칩 제조업체 퀄컴이 올해 7월 리베이트 제공 등 혐의로 부과받은 2600억원이 가장 큰 과징금 액수였다. 수입사인 E1에 대해서는 검찰고발 조치도 취해졌다. 업체별 과징금 액수는 ▲SK가스 1987억원 ▲E1 1894억원 ▲SK에너지 1602억원 ▲GS칼텍스 558억원 ▲에쓰오일 385억원 ▲현대오일뱅크 263억원이다. 그러나 담합사실을 1순위로 자진 신고한 SK에너지는 과징금 1602억원이 전액 면제되고, 2순위로 신고한 SK가스는 1987억원의 절반이 감면된다. 공정위는 LPG 국제가격이 2007년 12월 이후 하락했는데도 국내 판매가격이 줄곧 높게 형성됨에 따라 같은 해 4월부터 수도권 충전소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 담합기간 동안 LPG를 수입하는 E1과 SK가스의 평균 프로판 판매가격은 ㎏당 각각 769.17원과 769.16원으로 0.01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두 회사의 평균 부탄 판매가격도 ㎏당 각각 1162.31원, 1162.32원으로 역시 0.01원 차이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6개 회사가 6년간 총 72회에 걸쳐 판매가격 관련 정보교환을 했을 정도로 담합이 관행화됐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LPG 공급시장에서의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업체가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진입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관계부처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13일 TV 하이라이트]

    ●소비자고발(KBS1 오후 10시) 하루에 약 1만명씩 늘고 있는 신종플루 감염자로 인해 의료기관은 연일 장사진을 이룬다. 그런데 병을 치료하러 간 의료기관에서 신종플루에 감염돼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병원 내 신종플루 감염, 무엇이 문제일까? 신종플루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의료기관. 그 문제점을 고발한다. ●스펀지 2.0(KBS2 오후 8시50분) 최근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라면 고수들의 비법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 라면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주인공을 찾아 나선다. 겨자, 케첩, 마요네즈, 쌈장, 자장, 누룽지, 남은 국, 설탕, 커피, 생선뼈, 마른오징어, 참기름 넣은 계란, 귤, 초콜릿, 순대, 감자칩. 기상천외한 재료들 중 영예의 1위를 차지한 재료는? ●지붕뚫고 하이킥(MBC 오후 7시45분) 정음이 가장 좋아하는 과외비 받는 날. 하지만 지훈 앞에서 과외비를 받는 정음의 마음은 찜찜하기 그지없다. 지훈의 입에서 “서운하다” 소리가 나오고 질겁하는 정음은 결국 마음의 무게를 떨쳐내지 못하고 지훈에게 간곡한 부탁을 한다. 줄리엔과 놀러간 신애. 덕분에 해리는 자기 세상이 되었다고 좋아한다. ●아내가 돌아왔다(SBS 오후 7시15분) 상우가 출근하려는데 강수가 나타나서는 상우를 선배라고 부르며 다정한 척한다. 하지만 얼굴이 굳어진 상우는 차를 몰고가다 둔치에 세운 채 그에게 무슨 이유로 나타났느냐고 따진다. 그러자 강수는 서현에게 전처의 동거남이라고 하겠다고 말해 상우의 화를 돋운다. ●명의<신경과 전문의 이명식 교수>(EBS 오후 9시50분) 뇌의 일부 세포가 죽으며 발생하는 파킨슨병은 사람들로부터 움직임의 자유를 앗아갔다. 손과 다리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그들은 오늘도 파킨슨과 싸우고 있다. 파킨슨병과 싸우고 있는 환자들, 그리고 그들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는 신경과 전문의 이명식 교수를 만나본다. ●우리시대(OBS 밤 12시) 친일인명사전 발간으로 인한 진보, 보수 진영 간 대립양상에 대해 점검한다. 또 지난 역사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인지,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한다. 토론에는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 관장,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주익종 낙성대학교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허동현 경희대학교 학부대학 학장이 참여한다.
  • 요일제 차량 보험료 8.7% 할인

    요일제 차량 보험료 8.7% 할인

    내년부터 승용차 요일제에 참여하는 운전자는 자동차 보험료의 8.7%를 할인받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0일 요일제 참여자에 대한 자동차보험 할인 혜택을 자손·자차에서 대인·대물로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요일제 승용차의 보험료 할인율은 현재 2.7%에서 8.7% 수준으로 3배 이상 확대된다. 구체적인 할인 폭은 개별 보험사의 상품 개발에 따라 조정된다. 할인 혜택을 받으려면 차량운행 정보가 기록되는 OBD단자를 차량 운전석 밑에 설치해야 하고, 보험 계약일로부터 15일 이내에 단자 고유번호를 인터넷으로 보험사에 보내야 한다. 보험계약을 바꿀 때 계약 만료일 30일 안에 OBD단자에 든 운행 정보를 보험사에 전송하면 요일제 준수 여부를 확인, 보험료 할인분을 환급해 준다. 연 3회 위반까지는 약정을 지킨 것으로 간주한다. OBD단자의 시중 가격은 2만 5000원 정도로 운전자가 구입해 달아야 한다. 강영구 금감원 보험업서비스본부장은 “OBD단자로 인해 요일제 준수 여부를 쉽게 가릴 수 있게 된 만큼 요일제 차량 할인 상품이 많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OB D단자 설치가 일반화되면 운행이 적은 차량의 보험료를 싸게 해주는 마일리지제도 등 관련 상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3월 서울시가 도입한 이후 확대되고 있는 승용차 요일제는 주중 하루를 선택해 운전하지 않으면 자동차세 5% 감면, 공용주차장 주차요금 10~30% 할인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지금은 요일제 태그의 내장칩에서 나오는 전파를 인식해 위반 여부를 가리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전파인식기 설치가 어려워 메리츠화재 외에는 요일제 승용차에 대한 보험료 할인 상품을 내놓은 곳이 없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USIM 때문에… 쉬워진 휴대전화 감청

    USIM 때문에… 쉬워진 휴대전화 감청

    회사원 윤모(45)씨는 최근 아내의 귀가가 늦고 문자메시지를 지나치게 많이 보낸다고 의심하던 차에 올해 8월 술집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으로부터 귀가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그는 아내가 그동안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가 모두 저장된 이동통신사 홈페이지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구해주겠다며 200만원을 요구했다. 아내의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 번호를 건네준 윤씨는 이후 한달간 아내의 문자메시지를 모두 볼 수 있었다. 내연녀의 남자관계를 의심해온 건축업자 고모(57)씨는 전자상가에서 도청장비를 찾던 중 3월 50만원을 주고 이통사 홈페이지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얻었다. 고씨는 반년 동안 내연녀의 문자메시지를 감시했다. 피해자들의 휴대전화는 이동통신사가 그동안 ‘불법 복제와 감청이 불가능하다.’고 자신해온 3세대(G) 휴대전화였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5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의 수신·발신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이동통신사 홈페이지의 ‘문자매니저’ 서비스에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가입한 뒤 사생활 뒷조사 전문 브로커에 넘긴 혐의로 총책 이모(43·유흥주점 업주)씨와 기술담당 김모(35·휴대전화 판매업)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브로커인 양모(31·유흥주점 사장)씨와 의뢰인 윤씨와 고씨 등 9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력 이동통신사인 S사 대리점 직원은 평소 알고 지내던 김씨 등으로부터 뒷조사 대상의 전화번호와 주민등록번호 등을 건네받은 뒤 해당 이통사 전산망에 들어가 뒷조사 대상의 유심(USIM·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 정보를 김씨 등의 유심칩으로 옮겼다. 이들은 이어 이 유심을 공(空)단말기에 꽂아 사실상 복제폰을 만든 뒤 인증번호를 받아 S사 문자매니저 서비스에 가입했고, 이후 유심 정보를 뒷조사 대상의 휴대전화로 도로 옮겨놓았다. 이 과정에서 뒷조사 대상들의 휴대전화는 불통이 됐지만 유심 전환 ‘작업’을 하는 데 5~10분가량 걸렸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단순한 통신장애로 여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심은 가입자의 신원과 전화번호 등 정보를 기록하고 있는 칩으로 3G 휴대전화는 단순히 기계 역할만 할 뿐 유심을 꽂아야 정상적인 통화와 문자 수신·발신이 가능하다. 특히 이번 사건은 유심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이통사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통사 관계자만 끼면 언제든지 이통사 전산망에 침투해 개인정보를 빼낼 수 있다는 것이 처음 확인된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심이 기술적으로 복제가 불가능하지만 개인정보를 모두 갖고 있는 이통사 전산망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면서 “8월 중순 이후 이통사가 유심 정보가 옮겨지면 이를 통보하는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꼬리가 잡혔다.”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0.6㎜ 8단 적층칩 기술 삼성전자 세계 최초 개발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0.6㎜ 두께의 8단 적층칩 기술을 개발해 32기가바이트(GB) 낸드플래시 적층칩에 적용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적층칩은 750㎛(1미크론=100만분의1m) 두께인 12인치 웨이퍼 뒷면을 15㎛ 두께로 갈아 내고, 위로 쌓아올려 고용량 패키지로 만든 제품이다. 새 가공 기술을 적용해 1㎜ 두께의 낸드플래시 적층칩을 구현하면 두께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용량을 두 배 이상 높인 모바일 제품을 제조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기술 개발로 현재 50% 이상의 세계 점유율을 확보한 모바일 메모리 복합칩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테스트 앤드 패키지센터 정태경 상무는 “0.6㎜ 8단 적층칩은 현재 대용량 적층칩 시장의 주력 제품과 비교해 두께는 물론 무게까지 절반 정도여서 모바일 기기 시장에 가장 적합한 솔루션이다.”라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신용카드 포스단말기 위험] 포스단말기 해킹 못막나

    “해킹 원천 차단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견될 때마다 그에 맞는 백신을 개발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이다.”(안철수연구소 관계자). “금융당국이 복제가 안 된다며 추진하고 있는 ‘IC카드’도 안전하지 않다. 중국에서 이미 IC카드 판독기가 만들어졌고 암호화된 정보를 그대로 IC카드 칩에 심는 기계까지 개발됐다.”(카드업계 관계자) 포스단말기 해킹을 통한 신용카드 정보 유출이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그러나 해킹 원천 차단은 불가능하고 기대를 모았던 IC카드(마그네틱카드와 달리 카드정보가 암호화돼 칩에 저장되기 때문에 복제가 어려운 카드)도 대안이 아니다. 그렇다면 카드정보 유출방지 대책은 뭘까.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한국형 신용카드 정보보호 표준규정’을 제정,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포스단말기 해킹을 통한 신용카드 정보 유출은 2000년 미국에서 처음 발생했다. 이후 2006년 3월 후지쓰사의 포스단말기를 사용하던 대형가맹점에서 카드정보가 대량 유출되면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비자·마스터·아메리칸익스프레스·JCB·디스커버 등 세계 5대 카드회사 관계자들은 곧장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해당 카드사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피해 규모나 실상도 정확히 공개했다. 이들 카드사는 실태 파악 자료를 토대로 ‘PCI DSS’(Payment Card Industry Data Security Standard, 신용카드업계 정보보호 국제표준규정)를 제정했고 관리 기구인 PCI 보안표준위원회(SSC)도 설립했다. PCI DSS는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처리·전송하는 카드 가맹점과 서비스사업자(밴사·단말기업체 등)라면 모두 준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일정 거래 규모 이상의 서비스사업자와 가맹점은 의무적으로 이행토록 하고 있다. 어길 경우 카드결제 승인을 거부하는 등 강도 높은 제재도 하고 있다. PCI DSS가 규정하고 있는 보안 항목은 ▲카드 소유자 정보 및 민감 정보 암호화 ▲카드 소유자 정보에 대한 물리적 접근 통제 ▲바이러스 백신 소프트웨어 설치 및 정기적 업데이트 ▲데이터 보호를 위한 네트워크 침입차단시스템 설치 및 유지관리 ▲보안 시스템·프로세스 정기적 테스트 ▲네트워크·신용카드 정보접속 모니터링 등 12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미국은 중소형 가맹점에도 ‘PCI DSS’ 준수가 확산돼 해킹 안전지대로 거듭났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복제카드로 인한 손실을 카드사가 부담한다. 사실상 손해가 없는 가맹점과 단말기업체는 해킹 방지 프로그램을 까는 것조차 고비용 등을 이유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개인정보보호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나서 한국형 ‘PCI DSS’를 제정, 해당 업체들이 준수토록 법적 강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포스단말기에 카드번호·유효기간 같은 정보가 저장되지 않도록 법안을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한우 유전적 고유성 입증

    한우 유전적 고유성 입증

    한우의 유전적 고유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논문이 미국 국립과학지(PNAS)에 게재돼 국제적 공인을 받았다. PNAS는 과학인용색인(SCI)의 척도인 논문인용지수가 ‘10’으로, 전 세계 모든 과학 저널의 최상위 1% 안에 드는 학술지이다. 30일 영남대에 따르면 이 대학 생명공학부 김종주(42) 교수가 농림수산식품부의 지원을 받아 미국 미주리주립대 테일러 석좌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담은 논문이 이 학술지 온라인 최신판에 실렸다. 연구팀은 2007년부터 한우 등 전 세계에 분포하는 소 48개 품종의 유전정보를 분석한 결과 한우가 미국, 호주, 유럽,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품종은 물론 가장 가까운 일본 화우와도 확연히 구분되는 유전적 고유성을 지니고 있음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가축연구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로 개체의 모든 염색체에 퍼져 있는 5만여개 DNA마커(SNP·단일염기돌연변이)를 포함한 소 유전자 칩을 분석함으로써 연구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연구팀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소의 ‘진화 트리’를 만들어 1만년 전 신석기시대부터 지역별로 진행된 야생원우의 가축화에 대한 기존 학설을 유전정보 분석으로 재확인했다. 이 결과 한우는 한반도지역에서 한민족과 함께 환경에 가장 적합하게 진화해 왔으며, 독특한 유전적 특성이 있는 고유의 품종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이통사마다 ‘애지중지 G’ 다르다

    이통사마다 ‘애지중지 G’ 다르다

    SK텔레콤은 왜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만 되는 한물간(?) 휴대전화를 자꾸 내놓을까? KT는 왜 뜬금없이 ‘유심(USIM·범용가입자식별모드) 칩’ 광고를 할까? LG텔레콤은 왜 주파수 배정에 목을 맬까? 세 가지 질문의 답은 하나다. 이동통신사들이 애지중지하는 네크워크 세대(G)가 다르다는 것. 소비자들은 이통사들의 ‘세대 정책’을 잘 읽으면 보다 효과적인 통신 소비를 할 수 있다. 이통망은 음성과 문자만 가능했던 2G(전송속도 14.4~64kbps)에서 영상통화와 무선인터넷이 되는 3G(전송속도 144kbps~2Mbps)로 발전했다. 3~4년 뒤면 5초 만에 휴대전화로 영화 한 편을 다운받을 수 있는 4G(전송속도 100Mbps~1Gbps)로 옮겨간다. 가장 촘촘한 3G 전국망을 자랑하는 SK텔레콤이 자꾸 2G용 단말기를 내놓는 이유는 660만명에 이르는 충성스러운 ‘011 고객’ 때문이다. 지도층 인사나 기업 임원, 자영업자 등이 주로 사용하는 011의 가입자당 매출은 010보다 훨씬 높다. 011 고객이 3G로 옮겨가면 번호를 010으로 바꿔야 한다. 011을 사수하려는 열기가 식지 않자 SK텔레콤은 올해 2G용 풀터치폰인 ‘햅틱착’(삼성전자) 등 10여종의 단말기를 내놓았다. 햅틱착의 출고가는 60만원대로 3G용 ‘햅틱아몰레드’보다 20만원 정도 싸다. 영상통화나 데이터통화가 필요없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은 011을 고수하면서도 폼 나는 단말기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2위 사업자인 KT는 2G 고객이 사라져야 1위를 넘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011, 016, 017, 018, 019와 같은 2G의 잔재는 번호로 가입자와 통신사의 등급을 나누는 ‘카스트 제도’라는 것이다. 따라서 KT는 3G의 핵심 기능인 유심칩 홍보에 열을 올린다. 유심칩을 사용하면 휴대전화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고, 칩만 꽂으면 다른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KT는 3G망을 활용하는 아이폰과 유무선통합(FMC) 전용 단말기를 내놓을 예정이다. 돈을 더 내더라도 무선데이터를 마음껏 즐기고 싶은 고객은 KT가 내놓을 새 단말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동기식 3G(HSDPA·WCDMA)망이 없는 LG텔레콤은 바로 4G로 바로 넘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하려면 새로운 주파수가 필요한데, 마침 방송통신위원회가 연말까지 황금주파수인 800~900㎒ 대역을 할당할 계획이다. LG텔레콤은 이 주파수를 사서 모바일인터넷TV까지 가능한 4G망을 구축해 통신판 자체를 바꾸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이 회사가 26일 2G 및 3G는 물론 4G 이동통신 장비를 모두 수용하는 ‘멀티모드 기지국’ 2000개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4G이통기술 한국이 주도한다

    우리 기업들이 차세대 이동통신인 4세대(4G) 이동통신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4G 기술 중 하나인 ‘롱텀에볼루션(LTE)’ 상용단말기를 세계 최초로 공급한다. 삼성전자는 23일 내년 초 세계 최초로 LTE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는 북유럽 최대 통신사 텔리아소네라에 LTE 단말기를 단독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LTE 단말기는 노트북과 넷북 등에 꽂아 사용할 수 있는 USB동글 타입으로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LTE 모뎀칩 ‘칼미아’가 사용됐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부사장은 “미래 통신 발전의 중요한 시발점이 될 세계 최초 LTE 상용화에 함께 동참하게 돼 기쁘다.”면서 “소비자들이 삼성전자 단말기를 통해 한 발 앞선 모바일 브로드밴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와 LTE 등 차세대 이동통신분야에서 기술력을 과시했다. 2007년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 상용화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전세계 와이브로 시스템 시장의 35%를 점유하고 있다. 현재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전 세계 21개국 25개 사업자와 와이브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LG전자도 LTE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LTE 단말 모뎀칩을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했고 지난 8월에는 LTE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망 간 자연스러운 네트워크 전환이 가능한 ‘핸드오버’ 단말 시연을 세계 최초로 성공한 바 있다. LG전자도 내년 말까지 LTE 상용 서비스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일본 NTT도코모에 LTE 단말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처럼 우리 기업들이 와이브로와 LTE에 주력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회의에서 4G 이동통신 표준기술 후보규격으로 와이브로와 LTE를 동시에 제안했다. ITU는 기술평가를 거쳐 2011년 2월 표준안을 마련한 뒤 2011년 말 4G 국제표준을 최종 승인한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LED 세계4위 서울반도체

    LED 세계4위 서울반도체

    경기도 안산시의 광대한 갈대공원을 지나 반월공단 쪽으로 올라가면 1블록의 맨 끝에서 야트막한 산을 만나게 된다. 이 산자락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발광다이오드(LED) 업체인 서울반도체의 본사와 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1991년 서울반도체를 인수한 이정훈 사장이 공장 부지를 찾으러 왔다가 ‘여성의 자궁에 해당하는 명당’이라는 말을 듣고 곧바로 계약을 했다고 한다. 명당의 덕을 본 탓인지 서울반도체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17년간 계속 성장세를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세계 4위의 LED 업체로 우뚝섰다. 5층 회의실에서 만난 이 사장은 서울반도체가 만드는 조명용 LED인 아크리치(Acriche)에 대한 자랑부터 시작했다. “아크리치는 LED가 아닙니다.” 아크리치는 세계에서 최초로 개발된 교류 전원용 LED이다. 이 사장은 그같은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라는 광고 카피의 반어법을 원용한 것이다. 직류용 LED는 가정에서 쓰는 교류 전기를 직류로 바꿔주는 컨버터가 필요하다. 컨버터가 필요없는 아크리치는 효율이 15% 정도 높아지고 생산가격은 내려간다. 김형국 녹색성장위원장의 서울 서린동 사무실 책상을 밝히고 있는 조명등도 바로 아크리치다. 이 사장은 또 서울반도체의 기본적인 경쟁력은 ‘특허로부터의 자유(Patent Free)’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세계 1위 LED 업체인 일본 니치아와의 특허 소송을 마무리하고 특허 공유(Cross License) 계약을 맺었다. 4년 동안 5000만 달러(약 600억원)의 소송 비용으로 서울반도체의 발목을 잡아왔던 특허 분쟁이 해결되자 주가는 치솟고, 주문은 쇄도했다. 이와 함께 LED를 제조하는 질소, 갈륨 등 일부 원재료를 제외하고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부품이 거의 없는 것도 서울반도체의 자랑이다. 이 사장의 안내로 회사 3층의 생산라인을 방문했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방진복을 입고 마스크까지 쓴 다음 ‘에어 샤워’를 했다. 세계 1위의 태양전지 업체인 독일 큐셀의 생산라인을 들어갈 때보다 방진 작업이 까다로왔다. 직경 5mm, 무게 0.028g에 불과한 LED를 다루는 작업이 가로, 세로 각각 12cm 정도인 태양전지를 만드는 과정보다는 좀더 정밀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반도체의 생산라인에서는 LED 칩을 ‘패키징’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패키징은 쉽게 말해 낱개의 LED를 묶어서 포장하는 작업으로 와이어 본딩~몰딩~경화~분류~검사 등의 단계를 거친다. LED는 자회사인 서울옵토디바이스에서 생산해 가져온다. 완성된 하나의 패키지에는 3500개 정도의 LED가 들어간다. 좁쌀만 한 크기의 LED를 다루는 공정이어서 맨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생산라인의 모든 장비에는 현미경과 커다란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생산라인은 예상대로 24시간 가동되고 있었다. 휴대전화, TV나 컴퓨터 모니터의 백라이트, 조명 분야에서 수요가 늘어 공급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이 사장은 “매달 7억개의 LED를 생산 중이며, 앞으로 100억개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생산라인을 증축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의 생산라인 인근에 3500평 규모의 공장 부지를 새로 매입했다. 승승장구하는 기업에 어려움은 없을까? 이 사장은 “중소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정말 피눈물 나는 작업의 연속”이라고 토로했다. 최근들어서는 서울반도체의 기술 인력에 대한 후발 업체들의 스카우트 움직임도 거세다고 한다. 서울반도체는 올해 상반기에만 570명을 신규 채용했고, 하반기에는 600명을 더 채용할 계획이다. 9월 말 현재 직원수는 1500명. 서울반도체 본사의 입구에는 ‘글로벌 Top 3로 비상하자!’라고 쓰인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서울반도체는 지난해 284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70% 이상 성장한 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반도체는 2년 안에 매출 1조원 돌파도 기대하고 있다. 이 사장은 “현재 글로벌 LED 시장은 와트 당 100루멘(광도)인 광효율을 누가 250루멘까지 끌어올려 양산하느냐의 싸움“이라면서 “서울반도체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안산 이도운기자 dawn@seoul.co.kr
  • 감자칩 아냐? 밴쿠버 겨울올림픽 메달

    감자칩 아냐? 밴쿠버 겨울올림픽 메달

    감자칩 아냐?  프랑스 파리에서 2009~10 그랑프리 1차 대회인 트로페 에리크 봉파르 출전을 준비 중인 김연아가 목에 걸 것으로 보이는 내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메달들이 15일(이하 현지시간) 공개됐다.  야후! 스포츠의 블로그 ‘포스-플레이스(4위) 메달’에 따르면 캐나다 디자이너 코린 헌트가 내놓은 새 메달 디자인은 독특한 모양으로 우선 눈길을 붙든다.어찌 보면 전자파 모양으로 구브러진 프리스비(플라스틱 원반)를 연상시킨다.특히 금메달은 감자칩과 색과 모양이 똑같아 보인다.  헌트는 캐나다가 자랑하는 범고래의 움직임을 형상화했다고 설명했으며 이 메달들은 올림픽 역사상 가장 무거운 메달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메달 색깔에 따라 500g에서 576g까지 나간다.또한 대양의 파도,흩날리는 눈,산이 많은 캐나다의 지형을 상징한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올림픽 블로그를 운영하는 리사 딜러는 “못 생겼다.어떤 선수도 이 이상한 모양의 메달을 받고 기뻐하지 않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포스-플레이스 메달’ 주인장은 “나의 전통적인 시각으로는 소박한 모양,밴쿠버에서만 통하는 디자인과 올림픽 오륜을 좋아하게 만든다.”고 호평했다.  여름올림픽 메달은 전통적으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승리의 여신 니케를 공통적으로 담고 앞과 뒤에 대회를 개최하는 조직위원회가 디자인한 그 도시의 상징을 새겨넣는데 겨울올림픽은 조직위원회가 디자인을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훨씬 넓다.1992년 알베르빌 겨울올림픽 메달은 유리로 만들어졌고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메달은 도너츠를 연상시켜 이런저런 말들이 나왔다고 이 블로거는 덧붙였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조니워커골프] 맹동섭 생애 첫 승

    ‘루키’ 맹동섭(22·토마토저축은행)이 세 명과 함께 치른 연장 끝에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맹동섭은 11일 제주 라온골프장(파72·7186야드)에서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 SBS코리안투어 조니워커 블루라벨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1타를 잃었지만 9언더파 279타로, 4명이 함께 오른 연장 첫 홀에서 유일하게 천금 같은 2.5m짜리 버디를 떨궈 우승했다. 2007년 국가대표를 지낸 맹동섭은 지난해 2부 투어인 캘러웨이투어에서 두 차례 우승하며 상금왕을 차지한 기대주. 퀄리파잉스쿨 3위로 올해 프로에 입문한 맹동섭은 그러나 지난달 메리츠-솔모로오픈 23위가 최고 성적일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다. 그는 “어제 잠을 설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연장에서 ‘내 플레이만 하자.’고 한 것이 주효했다.”면서 “올해 신인왕을 목표로 남은 대회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맹동섭은 우승 상금 외에 내년 9월 스코틀랜드에서 펼쳐지는 유러피언프로골프(EPGA) 투어 조니워커클래식 출전권도 보너스로 받았다. 선두로 출발했지만 승부는 만만치 않았다. 상금 1위 배상문(23·키움증권)은 1~8번홀까지 내리 버디를 뽑아내는 괴력을 발휘한 끝에 전날 5타를 잃어 공동 17위까지 떨어진 순위를 선두권으로 올렸다. 2005년 비발디오픈 1라운드 10번홀에서 출발한 남영우(36)가 후반 17번홀에서 시작해 전반 6번홀까지 기록한 KPGA 역대 최다 연속 버디(8개홀)와 타이. 역전의 주인공을 꿈꾸기는 황인춘(35·토마토저축은행)도 마찬가지였다. 3위(6언더파)로 출발, 챔피언조 내내 선두권 언저리에 머물다 16번홀(파5) 이름도 생소한 ‘칩 인 이글’을 뽑아내며 선두 경쟁의 불씨를 살린 것. 김대섭(28·삼화저축은행)도 있었다. 역시 16번홀 천금 같은 버디를 떨궈 KPGA 사상 유례없이 4명이나 참가한 연장전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연장 첫 홀에서 세 선수가 모두 버디를 놓친 덕에 부담을 날린 맹동섭은 2.5m짜리 과감한 버디퍼트를 홀에 떨궜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유무선 통합 VS 신사업 진출

    유무선 통합 VS 신사업 진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의 정점에 서 있는 KT와 SK텔레콤이 사뭇 다른 미래전략을 가시화하고 있다. 정체된 통신산업의 한계 속에서 새 먹을거리를 찾아 나선 숙명의 라이벌이 어떤 길을 개척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KT와 SKT의 미래전략은 최근 발표된 통신요금 인하 방안에서 읽을 수 있다. 정부와 시민단체의 강한 압박 속에서도 KT는 10초당 과금체계를 고수했고, SKT는 당장 2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감수하면서 1초당 과금체계로 전환했다. KT는 더 확실한 요금인하 효과를 낼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한 셈이고, SKT는 기존 통신 서비스를 뛰어넘는 ‘신천지’를 찾아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KT의 미래전략은 이석채 회장의 의중인 ‘유무선 융합’으로 수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무선통합(FMC) 서비스와 무선인터넷 활성화가 주요 전술로 떠오르고 있다. KT는 이달 중으로 홈FMC 서비스를 내놓는다. 이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무선랜(와이파이)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이나 전용단말기로 집이나 회사 등 무선랜이 가능한 지역에서 이동통신망이 아닌 인터넷망을 통해 전화를 걸 수 있게 된다. 휴대전화 요금보다 훨씬 싼 인터넷전화(VoIP) 요금이 적용된다. FMC 전략은 결국 절대 우위의 초고속인터넷망과 이통통신망, 와이브로망을 합치겠다는 뜻이다. 연결고리는 와이파이다. 와이파이를 활짝 열어 조만간 출시될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이 초고속인터넷망이나 와이브로망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 무선인터넷과 FMC 시장의 새 지평을 연다는 계산이 숨어 있는 것이다. KT는 공짜로 자사망에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설 무선인터넷공유기 규제 방안을 방송통신위원회에 건의했고, 정부도 ‘얼리 어답터’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SKT의 미래전략은 통신 서비스 영역을 뛰어넘는 이종산업 간 융합을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상식을 깨는 5대 성장기술 과제에 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정만원 사장의 구상이 하나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SKT는 6일 자체 개발한 보급형 무선인식(RFID) 반도체 칩을 처음 공개했다. 가로, 세로가 각각 7㎜의 작은 칩으로 RFID 서비스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휴대전화 등 작은 단말기에 탑재할 수 있고 전력소모량도 적다. 전자 제조업체가 아닌 이통사가 RFID 칩까지 개발한 것은 더 이상 ‘통화’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지난달에는 종이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전자종이(e페이퍼), 사람의 음성을 휴대전화가 인식해 자동 조작하는 음성인식 기술, 휴대전화로 차량을 원격 제어할 수 있는 모바일텔레메틱스 서비스를 내놓아 업계를 놀라게 했다. SKT 관계자는 “언뜻 보기엔 통신 서비스와 상관없어 보이지만 결국 이런 근본적인 기술이 뒷받침돼야 통신 영역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면서 “ICT와 이종산업 간 융합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IT한국 씁쓸한 자화상

    정보통신(IT) 강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우리나라의 IT 기술 및 서비스가 곳곳에서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5일 내놓은 국회 국정감사 요구자료집에는 한국 IT의 ‘자화상’이 잘 나타난다.우선 인터넷 보안이 취약했다. ‘7·7 인터넷 대란’ 때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을 받은 국내 사이트는 34개, 손상된 PC는 1466대로 집계됐지만 피해액은 산출조차 되지 않았다. 정보보호전문가(SIS) 자격증을 갖고 있는 민간 보안전문가는 1~2급을 합쳐 371명에 불과했고, 인터넷진흥원의 보안전문가도 41명뿐이다.정부가 차세대 산업으로 꼽고 있는 와이브로(휴대인터넷) 문제도 심각했다. 와이브로 사업자로 선정된 KT와 SK텔레콤의 와이브로 매출은 올해 6월 말 현재 142억 6000만원(누적)에 불과해 누적 투자 금액 1조 4412억원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가입자도 37만여명에 그쳤다. 와이브로 서비스의 해외진출도 요르단과 우즈베키스탄 2곳에 그쳤다.휴대전화를 교체하지 않고도 이동통신 서비스 회사를 옮길 수 있는 장치인 범용가입자식별모듈(USIM) 카드도 정착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USIM 카드의 사업자간 이동이 가능해졌지만 이통사들의 비협조로 USIM 카드를 활용해 단말기는 그대로 사용하면서 통신사를 바꾼 가입자는 2만 9000여명에 불과했다.휴대전화 원천기술 국산화율도 참담했다. 무선고주파집적회로(RFIC), 베이스밴드(통신용 프로세서), 무선통신칩, 위성항법장치(GPS) 칩, 센서칩 등 휴대전화 핵심부품의 국산제품 채용률은 0%였다. 카메라, 안테나, 케이스 등 주변부품의 국산 채용률만 70% 수준이었다. 1995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 이후 원천기술을 보유한 퀄컴사에 지급한 로열티만 2006년까지 3조원에 이르렀다.무선인터넷 정액제 가입자는 올해 6월 현재 641만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13.6%에 불과하고, 데이터통화 매출액도 2조 27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6.9%에 불과했다. 올해 1·4분기 가구당 가계통신비 지출은 월 13만 4178원으로 전체 소비지출 229만 728원에서 5.8%나 차지했다.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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