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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 비상-방역 24시] 경기, 841억 긴급 투입… 소상공인·전담병원 지원

    지방자치단체들이 메르스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과 소상공인, 기업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경기도는 11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841억원을 긴급 투입, 메르스 발생지역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경영안정자금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선 전통시장을 비롯해 음식점 등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특별경영안정자금 500억원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중기센터 서민경제본부 경영 전문컨설턴트 11명으로 ‘방문 컨설팅팀’을 꾸리고 메르스 여파로 피해가 큰 지역을 중심으로 이들을 파견해 경영정상화를 위한 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또 메르스 감염병 관리기관으로 지정되는 민간병원에 소요경비를 지원한다. 기존 4∼8인 병실을 1인 격리병상으로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서도 도 예산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메르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확진자, 자가격리자, 휴업병원에 대해서는 지방세 납기를 연장하거나 징수를 유예한다. 박동균 경기도 세정과장은 “메르스 피해자의 지방세 납부 지연에 따른 손실이 최소화하도록 지방세 고지 유예, 분할 고지, 징수 유예, 체납액 징수 유예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는 역시 소상공인들을 위해 하반기에 지원될 경영안정자금을 상반기에 앞당겨 지급하기로 했다. 또 경제 유관 기관 및 단체들과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책회의를 다음주 열기로 했다. 전북도는 메르스 발생지역 농산물 사주기 운동을 펼친다. 도청 직원들이 나서 김제, 순창 지역에서 생산되는 오디, 블루베리 등 각종 농산물을 구입해주기로 했다. 순창군은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5일부터 격리에 들어간 순창읍 장덕리 마을에 나가 일손돕기 운동을 하고 있다. 전북 방역협회도 순창군 장덕리 마을과 학교 등을 대상으로 살균 소독을 실시해주었다. 수원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나랏돈 축내는 지자체·공기관 ‘꼼수계약’

    지방자치단체와 공기관에서 긴축 재정의 여파로 공공사업에 꼼수 계약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라 공공 발주 물량이 많이 줄었고, 업체들의 수주 경쟁이 과열되자 불법·부당 행위가 증가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전국 26개 공기관을 대상으로 ‘계약 등 취약 분야 공직기강 특별점검’을 한 결과 해당 기관에 관련자 8명의 징계를 요구하는 등 감사결과 26건을 시행했다고 9일 밝혔다. 서울 동대문구는 불법 주정차 폐쇄회로(CC)TV 구매 계약을 하면서 위반차량 자동인식 기능이 떨어지는 CCTV 6대(2억 3000만원 상당)를 납품받고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준공검사를 해줬다. 또 CCTV 통합관제센터 설치 장비도 업체의 계약 위반 사실을 알고도 순찰차와 연동되지 않는 장비 등 12억 2000만원 상당을 그대로 설치했다. 경기 파주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한 ’안양덕천지구 주택재개발사업 건설폐기물 처리 용역사업‘과 관련, LH로부터 1순위 적격심사 대상자로 선정된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체의 1일 폐기물 처리 능력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1600t에 불과한 처리능력을 4000t으로 잘못 통보해 LH에 손실을 입혔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비리가 있었는지 여부는 자체 조사를 통해 가리도록 했다. 부산시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를 공모하면서 자격 미달인 업체를 1순위로 선정했다가 2순위 업체의 반발을 사자 무효 처리를 한 뒤 2순위 업체도 뒤늦게 다른 자격 미달 조건을 내세워 떨어뜨렸다. 한국건설관리공사는 최근 5년 동안 직원 58명에게 모두 7억 3000만원의 공사 수주 포상금을, 74명에게는 7600만원의 출장비를 지급했다가 상당액을 되돌려 받았다. 민간업체와 수주 경쟁을 하는 공사 입장에서 규정된 접대비와 영업활동비가 부족하자, 직원 포상금과 출장비를 부풀려 회계 처리한 뒤 접대비 등으로 불법 전용하는 꼼수를 부렸다. 한국가스공사는 계량설비용 컴퓨터의 부팅소프트웨어를 윈도7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전문 업체와 7억여원에 프로그램 업그레이드 계약을 체결했으나, 사전 가격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1억 8000여만원이나 비싼 가격에 계약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금리 1%대 수익공유형 모기지 또 출시 연기

    금리 1%대 수익공유형 모기지 또 출시 연기

    금리 1%대의 ‘수익공유형 모기지’ 출시가 또다시 무기한 연기됐다. ‘안심전환대출’과의 정책 엇박자가 다시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올 초 상품 출시 계획 발표 이후 반년 가까이 수익공유형 모기지 상품을 기다렸던 금융 소비자만 골탕을 먹게 됐다. 정책 조율자 역할을 해야 할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비판도 들끓는다. 수익공유형 모기지는 국토교통부가 주도하는 변동금리, 안심전환대출은 금융위원회가 주도하는 고정금리 상품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와 국토부는 이달 중순 선보이려던 수익공유형 모기지 상품 출시를 사실상 연기했다. 우리은행이 판매 대행을 맡은 이 상품은 연 1%대의 파격 대출 금리를 적용하는 대신 7년 뒤 집값이 오르면 집값 상승분을 은행과 대출자가 나눠 갖는 형태다. 연 2%대 중반인 안심전환대출보다 금리가 싸 관심을 갖는 수요자가 적지 않았다. 원래 출시 예정일은 지난 3월 말이었다. 하지만 안심대출과 판매 시기(3월 24일~4월 3일)가 겹치는 데다 정책 엇박자 우려 등이 제기되면서 6월 중순으로 한 차례 연기됐다. 수익공유형 모기지 상품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군불 때기용’으로 적합한 상품인데 주택 거래가 살아나고 있어 당장 상품을 내놓을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며 “그래도 국민들과 약속한 부분인 만큼 연내에는 상품을 선보일 방침”이라고 전했다. 실제 5월 전국 주택 거래량은 약 11만건으로 3개월 연속 10만건을 넘어섰다. 하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이 26조원어치나 팔리며 크게 히트를 쳤고 가계부채 총량에 대한 우려가 여전해 수익공유형 모기지 상품 출시가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익공유형 모기지는) 7년 뒤 발생한 수익은 은행과 공유하면서 손실은 대출자가 떠안는 불합리한 구조”라며 “추후 상품을 출시하더라도 대폭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퇴근길 ‘포맥집’서 맥주 한잔 어때요

    퇴근길 ‘포맥집’서 맥주 한잔 어때요

    ‘퇴근길에 건어물 안주와 맥주 한잔 어때요.’ 중구는 신중부시장에 호프타운 조성을 위한 포맥집 1호가 문을 열었다고 8일 밝혔다. 시장 내 협동조합인 마을기업 ‘따로 또 가치’ 조합원 20명이 출자해 가게를 마련했다. 주말을 제외한 월~금요일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황태와 오징어, 멸치, 굴비, 북어 등 갖가지 건어물 안주를 판매한다. 30대의 백형진 포맥집 사장은 “1호를 시작으로 호프타운이 확대되고 젊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시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는 건어물로 유명한 중부·신중부 시장을 중심으로 오장동 일대를 호프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매년 전 세계 600만여명이 몰리는 독일 뮌헨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건어물을 안주 삼아 맥주를 즐기는 방문객들이 북적이는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실제 중부·신중부 시장 주변에는 57곳의 관광호텔이 있다. 명동과 남산, 동대문시장 등이 인접해 있어 외래 관광객의 접근성이 좋다고 구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구는 그동안 중부·신중부 시장 상인회와 함께 다양한 건어물 안주요리를 개발해 왔다. 점포는 오후 6시 이전에 문을 닫거나 비어 있는 상가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쿠폰, 다양한 맥주 맛 체험, 건어물 대표 안주, 건어물 푸드 등 맥주와 어울리는 요리를 추가로 개발하기로 했다. 대학생, 젊은층, 관광객, 상인 등을 겨냥해 콘서트, 연주회, 인디밴드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야외무대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최창식 구청장은 “건어물 안주와 어울리는 호프타운을 만들어 침체된 도시의 밤을 살릴 것”이라며 “전통시장을 재미있고, 젊은이와 외래 관광객이 넘쳐나는 곳으로 만들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메르스 공포-정부 총력 대응 체제로] 18일 만에… 정부 독점했던 확진 권한 지자체에도 부여

    [메르스 공포-정부 총력 대응 체제로] 18일 만에… 정부 독점했던 확진 권한 지자체에도 부여

    정부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방지를 위한 공조체제를 구축했다. ‘중앙정부-지자체 간 실무협의체’를 즉각 구성하고 메르스 관련 정보를 모두 공유하며 실무 대책 전반을 함께 협의해 업무를 분담할 계획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또 메르스 의심 환자의 유전자를 검사해 확진 판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각 지자체의 보건환경연구원에 부여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와 서울·경기·충남·대전 등 4개 지자체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메르스 확산 방지와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최대한 협조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자체가 메르스 확진 판정 권한을 갖는다는 것은 감염자에 대한 모든 정보가 개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에는 메르스 감염 여부를 최종 판정하는 권한을 정부만 갖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유전자 검사가 줄줄이 밀리고, 지자체가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별도로 확인한 확진일과 정부 발표 확진일이 각각 달라 오해가 빚어지기도 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간 정부만의 힘으로 메르스 밀접 접촉자를 추적해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문 장관은 “그동안 의료기관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환자의 병원 기피, 의료계의 진료 기피, 병원이 위치한 지역사회의 혼란, 지역경제 침체 등 여러 부작용이 우려됐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바뀌어 밀접 접촉자 추적 관리만으로는 상황을 해결하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장관은 “국민들의 자발적인 협력으로 추적 관리에서 누락된 환자를 찾아내 제2, 제3의 감염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며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메르스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은 지역 보건소에 연락해 상담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메르스에 감염된 삼성서울병원 의사(38)가 시민 1500여명과 접촉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복지부와 각을 세웠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메르스 방역에서 가장 최고의 처방약은 바로 ‘투명성’이며, 초기 정부 대응의 실패는 바로 비밀주의에 있었다”면서 이날도 날 선 발언을 이어 갔다. 박 시장은 브리핑에서 “삼성서울병원 내 감염이 지역사회로 전파될 가능성이 상당히 있어 4차 감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병원 측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보다 능동적이고 선제적인 대책 마련을,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에 대한 강력한 지원책 마련을 약속했다. 복지부는 조만간 각 지자체 17개 보건환경연구원에 메르스 유전자 검사 시약을 제공할 예정이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누드 모델 앞에서...스케치하는 이들은 중년의 남성들 뿐...”

    “누드 모델 앞에서...스케치하는 이들은 중년의 남성들 뿐...”

    26일 일본 도쿄의 한 스튜디오 풍경이다. 중년 남성을 포함, 남성들이 애띠게 보이는 여성의 누드를 스케치하고 있다. AFP는 사진과 관련, 일본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연구소의 2010년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일본 남성의 25% 가량이 30세 이전까지 총각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버블 붕괴에 따른 경기침체와 주가 폭락 등을 이유로 들었다. ⓒ AFPBBNews=News1/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제23회 공초문학상] “詩는 신앙… 詩 속에 깨달음과 구원 담겨 있어”

    [제23회 공초문학상] “詩는 신앙… 詩 속에 깨달음과 구원 담겨 있어”

    “젊었을 땐 사랑에 대한 시를 전혀 쓰지 못했어요. 비현실적이고 기교적인 시만 썼습니다. 돌이켜보면 영혼이 없는 시였어요. 내부에 꽉 찬 사랑의 감정을 항상 억누르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가을쯤 속에 뭉쳐져 있던 그 감정이 터져 나왔습니다. 나이가 지긋이 들어서야 비로소 영혼이 있는 시, 사랑에 대한 시를 쓰게 됐습니다.” 등단 51년을 맞은 김윤희(77) 시인의 성찰이다. 50여년간 가슴속에 눌러둔 사랑의 감정이 최근에야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광의의 사랑을 깨우쳐서다. “어렸을 땐 ‘받는 사랑’만 생각한 것 같아요. 사람뿐 아니라 사물 등 모든 것이 저를 조명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이성 간의 사랑을 넘어서는 자비, 자애심이 생기더군요. 주위의 모든 것을 자애로운 눈으로 보게 됐습니다. 남을 조명하고 남에게 베푸는 마음을 터득하게 된 거죠.” 그는 시라고 하는 바윗덩어리를 설정하고 한 편 한 편 사랑의 시를 쓰며 그 바위를 조금씩 허물었다. 허물어진 바위가 모여 한 권의 시집이 됐다. ‘오아시스의 거간꾼’(황금알)이다. 시인은 “늘그막에 깨우친 사랑의 결정체”라고 했다. 베푸는 사랑의 결정체로 제23회 공초문학상을 받았다. 시집에 실린 시 가운데 절반이 지난해 늦가을에서 초겨울까지 두 달간 사랑의 감정이 분출할 때 집중적으로 썼다. ‘지금부터 나 한 사랑을 가진다면/한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면/나 오래오래 살으리’(이런 경우) ‘내가 너에게 걸어 다니는 숙제가 된다면/내가 너에게 운명이 된다면/(중략)내가 너에게/못 믿을 아지랑이가 된다면 무적의 적이 된다면/그때 사랑하자 우리’(사랑에게) ‘헤어져 돌아와 시를 쓰다니/질병처럼 불행하다//보이지 않는 너와 시를/바꿔먹고/장수한들 무엇에/쓰리//시를 잃을 터이니/너를 찾고 싶다’(시인의 사랑) 시인은 “요즘 사물이든 사람이든 남자든 여자든 그 대상이 무엇이든 사랑하는 마음으로 꽉 차 있다”며 “영혼이 있는, 사랑에 대한 시를 계속 쓰고 싶다”고 했다. 표제작 ‘오아시스 거간꾼’에는 베푸는 사랑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시인은 오래도록 매일 아침이면 생수병 뚜껑을 땄다. ‘손아귀에 옹이 지도록 물의 집/비틀어 잠긴 물의 문 노크하다 말고/부수어 내 손이 갇혀 입 다물고 참고 있는/한 모금 물 어렵사리 빼내’ 가족들에게 따라줬다. “생수병을 따 가족들에게 따라주는 작은 노동의 의미에 착안해 썼습니다. 병에 든 물을 사막의 오아시스에, 뚜껑을 따는 사람을 거간꾼에 비유했죠.” 이번 시집에선 만든 말인 ‘조어’가 없는 점도 눈에 띈다. 쉽고 평범한 말들을 구사했고, 시의 앞뒤 배열을 통해 그 말들이 의미를 지니고 살아나도록 했다. “젊었을 땐 언어 조탁에만 집중했어요. 기교만 능했죠. 시의 주제도 뚜렷하지 않았어요. 당시 생경하다거나 메마르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부드러움을 갖게 됐어요. 언어 조탁에 신경 쓰지 않고 쉬운 말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를 쓰게 됐습니다.” 1964년 청마 유치환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당시는 문학잡지에 1년에 1편씩 3편을 실어야 시인으로 등단할 수 있었어요. 1962년 현대문학에 보낸 수십 편의 시 가운데 청마 선생께서 1편을 골라 실어 주셨고, 이후 2년 연속 1편씩 추천해 주셨습니다. 당시 청마 선생께서 추천사에서 다른 여성 시인들과 달리 시 세계가 독특하고 개성적이라고 평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상당히 조숙한 줄 알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늦된 거 같아요. 늙으면서 터득한 게 많으니까요. 늦된 게 참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시인은 “등단 시기에 비해 시집이 적은 편”이라고 했다. 그는 1982~2003년 햇수로 22년간 암흑의 세월을 보냈다. 단 한 줄의 시도 쓰지 못했다. 뚜렷한 이유 없이 시가 낯설어졌다. 의욕도 깡그리 사라졌다. 2004년 네 번째 시집을 내며 침체기에서 빠져나왔다. “남들은 시를 잘 쓰는데 저만 시를 못 쓰는 것 같았어요. 두려웠습니다. 두려움 속에서 복수심 같은 게 생기더군요. 시를 제 앞에 한 인격체로 두고 시 자체에 대해 이를 갈면서 복수심에 불탔습니다. 복수심에 차니까 시가 더 안 써졌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시에 승복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시인은 “시는 신앙”이라고 했다. “시를 현실 생활의 우위에 두고 살아왔어요. 삶 자체가 시다워지도록 애를 많이 썼습니다. 시 속에 종교적인 깨달음도 내용도 다 있다고 봐요. 종교도 구원이듯 시도 잘 쓰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김윤희는 ▲1938년 경남 진주 출생 ▲경북대사범대부속중학교, 경주여고, 숙명여대 국문과 졸 ▲1962년 문화공보부 산하 주간신문사, 잡지사 기자로 근무 ▲1964년 청마 유치환 시인 추천으로 ‘현대문학’ 통해 등단 ▲제14회 시와시학상 작품상 수상 ▲시집 ‘겨울방직’ ‘소금’ ‘오직 눈부심’ ‘설국’ ‘성자멸치’ 등
  • 메르스 악재에 추경편성·금리인하 빨라지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0%로 0.8% 포인트나 내려 잡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르스’ 악재까지 터져 한동안 잠잠하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금리 인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와 이달 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앞두고 한국은행과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OECD는 3일 “가계부채 증가와 민간소비 부진, 원화 강세, 수출 하락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시장에서는 여기에 메르스 악재까지 겹쳐 정부와 한은이 추경 편성과 추가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4월 산업생산과 5월 수출 부진, 소비자물가 저공 비행 등으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위험을 방어하기 위한 추가 정책이 필요한 시점에 메르스와 엔저에 직면했다”며 이렇게 예상했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위원도 “메르스로 촉발된 시장의 불확실성을 잠재울 만한 것은 정책 대응밖에 없다”면서 “다음주 ‘깜짝 금리 인하’가 이뤄진다면 투자심리 완화와 내수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지난달 금통위원들이 수출 부진에 따른 경기 하방(하락) 리스크를 이유로 비둘기파적 성향을 보여 줬다”며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11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가 걸림돌이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상당수 금통위원들은 급증하는 가계빚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런 와중에 금융위원회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조치를 1년 연장했다. 정부의 추경 편성 검토도 좀 더 진지해졌다. 겨우 살려놓은 경기 회복의 불씨가 메르스 사태로 꺼질 수 있는 만큼 추가 부양책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돌출 악재인 메르스가 추경 편성에 대한 ‘법적 부담’도 줄여 주고 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사설] 심상찮은 수출 감소, 장단기 대책 급하다

    수출이 심상찮다. 올 들어 감소 추세로 바뀐 수출은 급기야 지난달 두 자릿수(10.9%) 감소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최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올해 전체로는 전년보다 5.6% 줄었다. 수출이 크게 줄어든 분야를 보면 석유제품(-40.0%)을 비롯해 가전(-34.7%), 선박(-33.4%), 석유화학(-22.8%), 철강(-19.2%), 섬유(-15.1%), 자동차부품(-13.7%), 자동차(-7.9%) 등 우리의 주력 산업이라 문제는 심각해 보인다. 수입은 더 줄어 40개월째 무역 흑자를 이어 갔지만 불황형 흑자로 반길 일만은 아니다.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주된 이유는 대외 여건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부진하고 엔화 약세로 우리 기업의 수출 가격경쟁력이 떨어졌으며 저유가로 석유류 제품의 수출 단가가 떨어진 탓이 크다. 특히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경기 악화와 더불어 가공무역 비중을 줄임으로써 우리 수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4년 연속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달성한 수출 강국의 위상이 추락할 것은 뻔하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수출이 줄어들면 경제 전체가 곧바로 흔들린다. 세계 경제난 탓으로만 돌리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다음달이면 조금씩 회복될 것이라는 안이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일시적으로 회복될 수도 있겠지만 정부 주도하에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장기 침체에 빠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장단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선 주력 품목을 다변화해야 한다. 화학, 전자, 자동차 등 전통적인 주력 산업의 기술 경쟁력도 높여야 하겠지만 세계를 선도하는 신수종 산업을 발굴해 육성해야 한다. 세계 경제의 흐름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불경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원화 강세를 어느 선까지 용인할 것인지도 심각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의 고전은 엔화 약세가 가장 큰 이유다. 그제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했지만 대외적인 교역 여건을 개선하는 데도 가일층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인 구조 개혁과 노동시장 개혁 또한 더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이런 일들은 정부와 기업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과도한 임금 인상 등 기득권 챙기기에 급급한 ‘귀족 노조’가 있는 한 한국 수출의 앞날은 어두울 뿐이다.
  • 지갑 닫은 G2·엔저 공습·저유가의 늪… 위기의 ‘메이드 인 코리아’

    지갑 닫은 G2·엔저 공습·저유가의 늪… 위기의 ‘메이드 인 코리아’

    최근 ‘한국호’가 수출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의 경기 악화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미국은 2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중국도 1분기 GDP 증가율(7.0%)이 최근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분기 경기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대미 수출액은 7.1% 줄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대중 수출액도 3.3% 줄어 4개월 연속 감소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큰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세계 교역도 동맥경화를 겪는 모습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 세계 국가들의 평균 수출은 10.2%, 수입은 12.5%가 줄어 전체 교역량 역시 11.4%나 감소했다. 경쟁국인 세계 수출 톱10(한국은 7위) 국가의 1분기 수출도 중국(4.9% 증가)을 제외하면 모두 크게 뒷걸음쳤다. 2위와 3위인 미국과 독일도 각각 -5.1%, -13.4%를 기록했다. 엔저의 덕을 톡톡히 본다는 4위 일본도 역시 -6.0%를 기록했다. 점점 강도를 더해 가는 일본의 엔저 공세도 고민이다.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2013년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 30% 가까이 떨어졌다.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철강 등 국내 산업이 이미 타격을 입고 있지만 일본은행은 올해 안에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러시아 경기 침체와 환율 악재, 저유가로 주력 수출 품목인 석유화학·석유제품이 고전 중이란 점도 수출 부진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드는 요인이다. 정부가 최근 수출입 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가시적인 효과는 미미하다. 정부는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달 이후 신차 출시, 조업일수 증가, 세계경제 회복, 석유화학업계 시설 보수 종료 등의 요인으로 수출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본다”며 “수출 부문에서 정부가 지원하거나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 관련 부처와 함께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1분기 非소비지출 사상 최대…연말정산 환급 줄고 세금 는 탓

    1분기 非소비지출 사상 최대…연말정산 환급 줄고 세금 는 탓

    올 1분기에 세금과 연금, 사회보험 등 비(非)소비 부문에 쓴 돈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어쩔 수 없이 의무 지출로 나가는 돈이 늘면서 가계의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졌다. 31일 통계청의 ‘2015년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올 1분기에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84만 9000원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가장 많았다. 비소비지출은 세금, 연금, 사회보험, 이자비용 등에 쓴 돈이다. 지난해 8월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세 차례 내리면서 가구당 월평균 이자비용은 8만 2100원으로 1년 새 9.9%나 줄었다. 하지만 세금과 연금, 사회보험료 등으로 나가는 돈이 더 많이 늘면서 비소비지출이 커졌다. 소득세 등 주기적으로 내야 하는 세금(경상조세)은 1분기에 가구당 월평균 13만 63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급증했다. 1~3월에는 종합소득세와 재산세 등의 신고 기간이 아니어서 가구에서 내는 세금의 대부분은 근로소득세다. 지난 1분기 취업자 수가 늘면서 가구당 월평균 근로소득이 301만 38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한 것이 영향을 줬다. ‘13월의 세금’으로 바뀐 연말정산도 비소비지출 증가에 한몫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 3월 연말정산에서 직장인들이 토해낸 세금이 많아지면서 비소비지출이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근로자 가구만 따져 보면 지난 1분기 비소비지출이 월평균 99만 2000원으로 100만원에 육박했다. 근로자 가구가 월평균 소득(505만 1000원)의 20%를 세금 등 비소비지출에 쓴 셈이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은 가구당 월평균 12만 4000원으로 1년 전보다 4.4% 올랐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근로자 가구가 떼인 연금은 가구 평균보다 3만원 더 많은 15만 4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회보험료도 12만 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다. 비소비지출이 늘면서 지갑은 더 굳게 닫혔다. 1분기 평균소비성향은 72.3%로 가장 낮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 감소에서 시작되는 경기침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정부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줘야 한다”면서 “하지만 나라 살림도 어려워서 세금을 더 올려야 할 형편이고 생활물가도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일자리를 늘리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뉴스 분석] “부실기업 세금붓기 중단” vs “기간산업 기업회생이 우선”

    [뉴스 분석] “부실기업 세금붓기 중단” vs “기간산업 기업회생이 우선”

    성동조선 지원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시작됐다. 무역보험공사(무보)가 결국 성동조선 채권단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무보가 2013년 12월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를 통지하며 채권단과 이견을 노출한 지 1년 반 만이다. 앞서 국민은행이 2011년 12월 채권단에서 빠졌지만 당시보다 파문이 훨씬 크다. 무보가 채권단 2대 주주(20.39%)이고 국책 금융기관이기 때문이다. 경남기업 사태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 범위와 역할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기간산업만큼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성동조선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31일 “국책 금융기관인 무보가 경제에 미칠 파문은 고려하지 않고 손익 계산에 따라 발을 뺐다”고 책망했다. 이에 대해 무보 측은 “세금으로 자금이 운영되는 만큼 더이상 ‘밑 빠진 독’(성동조선)에 물 붓기를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무보는 “보증기관인 공사가 은행과 동일하게 손실분담을 하는데 한계가 있어 채권단과 충분한 협의 끝에 (채권단) 이탈을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주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수은)은 단독으로 3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당장 만기가 돌아온 어음상환 및 7월까지 필요한 운영자금 용도이다. 무보가 채권단에서 빠지면서 손익정상금 5000억원을 내놓을 예정이라 당장은 수은이 채권단에 자금 지원 요청을 할 처지는 면했다. 하지만 여전히 채권단 내부에선 성동조선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성동조선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3395억원이다.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었던 2010년(1122억원 손실)보다 손실 규모가 3배로 불었다. 조선업 침체로 저가 수주가 이어져 ‘영업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처지인 SPP조선은 지난해 4분기부터 신규 수주를 중단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성동조선이) 신규 수주를 당장 중단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자구책을 마련해도 모자랄 판에 노조가 ‘임금인상 및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으니 기가 차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수은이 주도하는 정상화작업에 대한 불신도 깊다. 수은은 2011년 성동조선에 7300억원 유동성 지원과 대주주 지분 100대1 감자를 골자로 하는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삼정KPMG에 실사를 맡겼다. 당시 삼정은 “일부 시나리오의 경우 회사 존속가치가 의문시된다(청산가치가 더 크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수은이 부랴부랴 딜로이트안진에 재실사를 맡겼다. 안진은 ‘존속가치가 더 크다’고 보고하면서 2015년까지 채권단이 더 투입해야 할 자금을 9000억원가량으로 봤다. 똑같은 기업에 대해 두 회계법인이 정반대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이에 국민은행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며 손을 뗐다. 2013년 12월 1조 6288억원의 출자전환을 앞두고 실시한 안진의 실사 결과에 대해 무보가 “기업가치를 제대로 산정하지 못했다”며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를 통보했다. 이에 수은은 이듬해 1월 삼일회계법인에 재실사를 맡겼다. 당시 채권단 사이에선 “수은이 자구계획도 위험노출액 관리계획도 없는 실사보고서를 토대로 무리하게 출자전환을 강행한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수은이 부실채권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성동조선 지원을 강요한다는 얘기였다. 무보에 이어 성동조선 정상화 작업에서 발을 빼고 싶어하는 채권단도 적지 않다. 채권단 관계자는 “정치권 눈치를 살피느라 채권단이 각자 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지만 부실기업을 언제까지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감이 강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무보의 채권단 이탈’을 부처간 ‘엇박자’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무보와 수은이 각각 산업자원통상부와 기획재정부 산하 기관이라 한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 교수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치권의 로비 창구 역할을 하는 모피아(금융 당국)의 개입을 막기 위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폐지해야 한다”고 전제하며 “파산법(통합도산법)에 예외 조항을 두고 기간산업과 연관된 기업은 산업은행과 법원이 구조조정의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세종 행복도시 2-1 7300가구 공급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의 최고 주거지역으로 꼽히는 2-1생활권 아파트 분양이 시작된다. 7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데다 새로운 단지 설계가 도입돼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던 곳이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이달 중순 한신공영과 제일건설을 시작으로 2-1생활권 4개 블록 아파트 분양을 시작한다고 31일 밝혔다. 2-1생활권은 중심행정타운(1-5생활권)과 중심상업지구(2-4생활권), 문화국제교류지구 등과 인접해 행복도시에서 최고의 공동주택 주거지역으로 꼽힌다. 2-1생활권에 건립되는 아파트는 P1(한신공영·제일건설) 2542가구, P2(중흥에스클래스) 1613가구, P3(포스코건설·계룡건설산업·금호산업) 1517가구, P4(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1631가구 등 모두 7303가구에 이른다. 분양 물량의 50%는 세종시 이전 중앙행정기관 및 정부출연 연구기관 직원들에게 특별분양, 나머지는 일반분양된다. 분양가는 3.3㎡당 800만원대 후반에서 결정된다. 2018년 상반기 입주 예정이다. 행복청은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만들기 위해 2-2생활권(새롬동)에 이어 2-1생활권에도 아파트 시공·시행사를 설계공모 방식으로 선정했다. 블록별로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1∼3개 필지를 하나의 공모단위로 묶어 4개 단위(8개 필지)로 공모했다. 설계공모는 ‘도시 속 자연과 공존하는 안전한 공동체’를 주제로 계획됐다. 이곳에는 단지배치와 건축계획 특화를 위해 생태산책로, 스카이커뮤니티, 하향식 피난 사다리, 텃밭정원 등이 들어선다. 랜드마크 디자인 타워동, 생태보행로, 친환경에너지 특화 등을 통해 저탄소 커뮤니티를 구현하기 위한 도심 속 친환경단지 등 새로운 개념이 도입됐다. 전체 공모단위에서 에너지성능지표(EPI)를 78점 이상으로 설정, 행복도시의 에너지절감 시범단지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행복청은 “세종시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지만 2-1 생활권은 입지가 빼어나 많은 수요자들이 아파트 분양을 기다리고 있던 곳”이라면서 “장차 세종시 아파트 분양시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열린세상] 금리 인하 대신 돈의 ‘물줄기’를 바꾸자/강태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열린세상] 금리 인하 대신 돈의 ‘물줄기’를 바꾸자/강태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반가운 뉴스다. 2분기 경기 회복에 ‘긍정 신호’가 나왔다. 한국은행 입장이다. 제비 한 마리 출현으로 봄이 온 것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 전망치를 3.1%로 조정했다. 올 들어 세 번 낮추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대’로의 추락을 경고한다. 경기 부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손 놓고 있다가는 ‘팔짱 낀’ 정부와 통화 당국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경기 부양 주문은 기준금리 인하로 쏠린다. 누워 있던 실물경기가 기준금리 내린다고 ‘벌떡’ 일어서는 건 아니다. 시기적으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조정 방향은 ‘올리는 쪽’이다. “올해 안에 통화정책 정상화 절차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 지난 22일 재닛 옐런 연준의장 발언이다. 한은도 인상 압박을 받게 된다. 이런 시기에 금리를 인하하면 미국이 올릴 때 가파른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내리고 올리고 하다 보면 금융시장 리스크가 확대된다. 최근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도 이런 경계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중에 유동성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중소기업은 자금난이다.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다. 사정은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은행권에 자금을 밀어 넣고 대출을 독려 중이다. 은행들은 대출 기피로 맞선다. 기업 신용위험 증가 때문이다. 극심한 경기 침체다. 기업 투자로 가야 할 돈이 ECB로 고스란히 되돌아오거나 안전자산(국채)으로 간다. 금융시장 울타리 안에서만 맴도는 거다. 금융중개 기능 실패다. 돈이 안 도는데 풀기만 하면 뭐하나. 금리 인하가 ‘돈맥경화’만 부추긴다. 중개 채널 작동에 통화정책의 성패가 달려 있다. 중개 채널 복원이 중앙은행의 책무인 이유다.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로 돈 흐름을 ‘유도’해야 한다. 금리 인하만이 능사(能事)는 아니다. 금리가 안 내려도 경기 진작이 가능하다. 신용완화 정책의 핵심 개념이다. 금리를 일정 수준에서 유지한 채 ‘돈의 물줄기’를 바꾸어 주는 정책이다. 청년 고용을 늘린 중소기업 우대 방안을 예로 들자. 기준금리 인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신용완화 정책이 나설 차례다. 낮은 금리로 장기간 차입을 보장해 주는 거다. 이때 공급된 자금은 시중금리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풀린 돈은 중앙은행이 환수(통화안정증권 발행)하면 된다. 결과적으로 시중 유동성과 금리수준 모두 종전 그대로다. 바뀐 것은 돈의 흐름이다. 중앙은행이 ‘장롱 속 돈’을 끌어모아(통화안정증권 발행) 생산 부문으로 연결시킨 거다(청년고용 확대). 중소기업 투자 증가와 민간소비 확대는 경기회복과 ‘동의어’(同義語)다.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앞다퉈 신용완화 정책을 가동 중이다. 대규모, 한시적, 파격적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대출증가 지원용 자금공급제도’를 운용 중이다. 2018년 6월까지다. 지원 한도가 ‘무제한’이다. 영국 중앙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순증액의 5배를 지원한다. 2016년 1월까지다. 2013년에는 순증액의 무려 10배를 지원하기도 했다. 제도의 이름조차 ‘대출을 위한 재원조성’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을 기초로 발행된 자산유동화증권(ABS)에도 적격담보 자격을 부여했다. 중앙은행 차입 시 은행이 활용 가능한 담보 규모가 확대된 거다. 한은의 ‘금융중개자금 지원제도’는 주요국 중앙은행에 비해 왜소하다. 가용 한도를 대폭 늘렸으면 한다. 통화정책 파급 경로를 시원하게 뚫어야 한다. 한시적으로 추진하는 거다. 경기가 회복되면 정책을 거둬들이기가 용이하니까. 돈이 필요한 중소기업을 선별하고 대출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일은 은행 몫이다. 중앙은행이 개입하지는 않는다. 시장기능이 존중돼야 한다. 자금 수혜 대상을 정부가 지정하는 ‘정책금융’과 다르다. 신용완화 정책이 특정 기업, 산업을 대상으로 활용되면 발권력 남용이다. 통화정책 보완 차원에서 엄정하게 집행하는 거다. 그래도 논란이 따라 붙게 마련이다. 100% 완벽한 정책은 없다. 다른 나라도 이런 문제들을 보듬고 추진하고 있다. 경기회복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한시적 ‘신용완화 정책’이 대안일 수 있다.
  • 세정 웰메이드 ‘앤섬’, ‘멀티 블라우스’로 불황에도 선전

    세정 웰메이드 ‘앤섬’, ‘멀티 블라우스’로 불황에도 선전

    불황 속 ‘실속’으로 무장한 패션 아이템이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자극하며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까지 겹쳐 ‘할인’이 아니면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소비자들이 한 가지 제품으로 두 가지 이상의 제품을 구매하는 효과가 있는 ‘멀티형 제품’에 관심을 보인 것. 이에 패션업계에서도 유사 제품들의 줄줄이 출시되고 있다. 패션기업 세정의 웰메이드 입점 여성 캐주얼 브랜드 앤섬(ANTHEM)은 2015 봄, 여름 시즌 신상품인 멀티 블라우스를 출시해 이목을 끈다. 앤섬의 멀티 블라우스는 ‘투인원 블라우스’, ‘아우터형 블라우스’, ‘가디건형 블라우스’ 총 3종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투인원 블라우스’의 경우 5월 초 출고 이후 10일만에 초두 물량의 약 15%가 판매되는 등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이는 블라우스 품목의 주간 평균 판매량의 약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앤섬 측은 한 가지 아이템으로 두 가지 이상의 제품 구매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실용적이고, 외출 전 패션 코디 고민을 덜어주는 등 다양한 관점에서 활용도가 높아 실속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들을 매료시킨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한 앤섬의 투인원 블라우스는 몸에 감기지 않는 원단에 민소매 이너와 가디건 아우터의 세트형 블라우스로 민소매 이너와 가디건 아우터를 각각 따로 입거나 함께 세트로도 입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원단에 가미된 자수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며 미세한 비침이 있는 가디건 원단으로 청량감을 준다. 컬러는 브라운과 블루 두 가지로 구성되며 가격은 25만원이다. 여기에 아우터형 블라우스와 가디건형 블라우스도 블라우스 품목의 주간 평균 판매량의 각각 6배, 3배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앤섬 관계자는 “멀티 제품은 지속적인 불황에 실속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은 제품”이라며 “패션업계 전반에서 투인원 의류는 물론 가방이나 모자와 같은 패션잡화까지 다양한 멀티형 제품이 출시돼 불황 속에서도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싹 틔우고 있다”고 전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관제국가’ 중국을 보는 우려의 시선/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관제국가’ 중국을 보는 우려의 시선/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의 국가이다.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한 지 40년에 가까워지면서 자유분방해 보이는 중국인의 일상생활에서 마오쩌둥(毛澤東)시대의 ‘죽(竹)의 장막’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엄연히 헌법 제1조에 사회주의 국가로 규정돼 있고, 국가가 언론 등 기본권을 주밀하게 통제하는 탓에 중국인들은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그물’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의 특징 중 하나는 국가의 역할을 매우 중요시하는 만큼 모든 일이 ‘관제’(官製)를 통해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 대륙에서 세차게 불고 있는 창업 열풍과 주식투자 붐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창업 열기는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업무보고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창업을 적극 유도해 신규 취업자를 늘려 나가겠다고 밝히면서 본격화됐다. 국무원은 곧바로 창업 담보대출 최고 한도를 10만 위안으로 2배 늘리는 등 후속 대책을 내놨다. 이것도 부족했던지 리 총리는 이달 초 칭화(淸華)대 창업동아리 회원들에게 “청년들의 창업과 혁신이 국가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내용의 편지를 직접 써서 보내는가 하면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의 창업 카페를 깜짝 방문해 창업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등 열기를 부채질했다. 이에 힘입어 중국에서 하루 1만개의 기업이 새로 생긴다는 통계도 나왔다. 중국 주식시장은 ‘버블 논쟁’이 치열할 정도로 불타고 있다. 지난해 5월 1990선에 머물던 상하이종합지수는 1년 새 무려 150% 가까이 수직 상승하며 5000선을 넘보고 있다. 중국 경제가 서서히 가라앉는 상황에서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힘들다. 물론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고 다른 신흥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성장률 둔화 폭이 작아 플러스 요인이 된다는 점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주가 급등은 쉽사리 설명되지 않는다. 증시 폭등장의 ‘배후’에는 국가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낮춰 주고 기준 금리를 끌어내려 시중에 돈을 풀었다. 돈이 풀리자 손쉽게 대출을 받은 ‘개미’ 투자자들이 대박을 꿈꾸며 증시로 몰려들어 ‘묻지마 투자’에 동참하면서 주가는 가파른 오름세를 탔다. 국가가 주식시장을 받쳐 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믿음’과 사회 안정을 위해 7%대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는 중국 정부의 ‘강박 관념’이 맞물려 경기 침체 속 주가 급등이라는 기현상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관제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데 있다. 관제 창업 중 정부보조금 등을 타내기 위해 문서를 위조하거나 실적을 부풀리는 등 사기사건이 적지 않은데, 정부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누가 사기꾼이고 진짜 창업자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아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특히 국가정책이 정부의 패를 읽고 있는 시장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경제의 체질 개선과 기업 혁신 없이 상승하는 관제 증시는 ‘어린애의 불장난’처럼 리스크를 안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25%를 넘는 중국 시장에 ‘목을 매야 하는’ 우리로서는 중국 경제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답답할 따름이다. khkim@seoul.co.kr
  • 서글픈 금연? 최저 소득층만 담배 소비 줄었다

    서글픈 금연? 최저 소득층만 담배 소비 줄었다

    올해 담뱃세 2000원 인상으로 대부분의 소득계층에서 담배를 사는 데 쓴 돈이 늘어났지만 최저 소득층에서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 문제 등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담뱃값 부담을 견디지 못한 최저 소득층이 어쩔 수 없이 ‘생계형 금연’을 하거나 흡연량을 줄인 탓으로 분석된다. 27일 통계청 가계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가 담배를 사는 데 들인 월평균 명목 지출액은 1만 785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 6184원)보다 10.3% 증가했다. 담배 소비지출액은 2012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분기별로 0.7~8.8%씩 감소하다가 담뱃세 인상 영향으로 올 1분기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소득 1~5분위의 담배 소비지출액을 보면 최하위 20%인 1분위에서만 소폭 감소했다. 소득 1분위의 월평균 담배 지출액은 1만 5063원으로 전년 동기(1만 5142원) 대비 0.5% 줄었다. 나머지 2~4분위에서는 담배 소비지출액이 모두 증가했다. 소득 최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가 1만 3296원에서 1만 7075원으로 28.4%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한편 편의점 매출이 담뱃값 인상에 따른 담배 판매액 증가로 3개월 연속 크게 늘었다. 지난달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 이상 오르는 등 올해 시행된 담뱃값 인상의 최대 수혜를 편의점이 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의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경기 침체에 따라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매출 고전을 면치 못한 반면 편의점은 담뱃값 인상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매출은 담뱃값 인상에 따른 담배 판매액 확대와 점포 증가 등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4% 급증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서울시 차이나타운 조성 계획 주민 반대로 잇단 좌초

    서울시 차이나타운 조성 계획 주민 반대로 잇단 좌초

    서울시가 조성하기로 한 차이나타운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잇따라 좌초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광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차이나타운 등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영등포구 대림동에 조성키로 한 차이나타운을 보류하기로 했다. 당초 시는 대림동 일대에 중국풍 공연장과 문화원, 어학원 등을 유치하고 차이나타운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설치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 명소로 만들 계획이었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대가 워낙 거세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계획 자체가 폐기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림동에 조성하려던 차이나타운이 무기한 보류되면서 아직 서울에는 제대로 된 차이나타운이 없다. 시는 2002년과 2007년에도 마포구 연남동 중국 음식점 거리를 따라 차이나타운을 조성하려다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을 접었다. 지난해 시가 구로구 가리봉동 뉴타운을 해제하면서 다문화 특화 거리로 만드는 것을 도심 재생 방안에 포함했지만 이 사업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찬반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을 기준으로 가리봉동 주민의 30%는 중국 동포다. 시 관계자는 “차이나타운의 경우 다른 문화권 거리에 비해 저항감이 큰 것 같다”면서 “특히 차이나타운으로 지정되면 안 그래도 많은 화교, 중국인들이 더 많이 몰려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차이나타운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중국 동포들이 몰려들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싫어하고, 어떤 사람은 치안이나 교육 환경이 나빠진다고 말한다”면서 “최근에는 이들이 우리나라 사람을 동네에서 밀어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차이나타운 조성이 관광객 유치 등을 통해 침체된 도심을 재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A건설사 관계자는 “도심 재생 과정에 있어 중요한 것은 침체된 상권을 살리는 일인데 대림동이나 가리봉동의 경우 차이나타운을 조성하면 중국인 관광객 유치 등을 통해 지역 경제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무턱대고 반대만 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도심 재생 과정에서 주민 의견의 중요성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다문화 거리 등의 필요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공공기관이 사업을 밀어붙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B개발사 관계자도 “인천 등의 사례로 봤을 때 차이나타운이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별로 없다”면서 “일부러 공공기관이 나서야 할 사업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포토]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재용 부회장 지배력 강화

    [포토]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재용 부회장 지배력 강화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26일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했다. 양사는 9월 1일 자로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제일모직이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인 1대 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이다.제일모직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교부할 예정이다. 양사는 오는 7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하고 삼성그룹의 창업정신을 승계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1938년 삼성그룹 모태인 ‘삼성상회’로 설립된 삼성물산의 역사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양사 합병 결의에 따라 삼성그룹의 재편 작업이 더욱 속도를 내게 됐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삼성SDI와 제일모직 소재부문을 합병하고 삼성SDS·제일모직을 상장하는 한편 화학·방산부문을 한화그룹으로 매각하는 ‘빅딜’을 단행하는 등 일련의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추진해왔다.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단순화하면서 기존의 순환출자 구조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은 합병 전 제일모직 23.2%에서 합병 후 삼성물산 16.5%로,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의 지분은 합병 전 제일모직 7.8%에서 합병 후 삼성물산 5.5%로 바뀐다. 합병 후 삼성물산의 오너 일가 지분 합계는 30.4%로,여전히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의 규제 대상이 된다. 이 부회장은 합병회사(삼성물산)의 최대주주(16.5%)로서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이 0.57%에 불과하지만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일모직은 삼성생명 지분 19.3%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갖고 있다.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1%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이 부회장이 지난주 그룹의 상징적인 자리인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을 부친인 이건희 회장에게서 물려받은 데 이어 그룹 승계를 위한 하나의 포석이 될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또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 지분 4.68%,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생명 지분 2.18%를 갖고 있다.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삼성생명 지분 0.06%를 취득했다. 이 부회장은 두 재단의 이사장으로서 삼성생명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합병회사의 매출은 2014년 기준 34조원으로,건설·상사·패션·리조트·식음료 등을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양사는 핵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시너지를 강화해 2020년 매출 60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1963년 설립돼 부동산·테마파크 사업을 시작으로 건설·식음 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왔으며,2013년에는 옛 제일모직으로부터 패션사업을 인수하고 2014년 말에는 상장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으로 1938년 설립된 이후 1975년 종합상사 1호로 지정됐다.1995년 삼성건설 합병 후에는 건설과 상사부문으로 나뉘어 전세계 50여개국에서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011년 삼성의 바이오사업 출범에 함께 참여했고 지난해에는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을 공동으로 인수하기도 했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말 유가증권시장 상장 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건설·패션 등 사업별 시장 확대를 적극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심사업 경쟁력과 해외영업 인프라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건설·상사부문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 경험이 풍부한 삼성물산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한 사업 정체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사업 다각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양사는 이번 합병을 통해 패션·식음·건설·레저·바이오 등 생활 전반에 걸쳐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바이오 선도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삼성 측이 밝혔다. 두 회사는 각각 운영해 온 건설 부문을 통합함으로써 건설사업 경쟁력 제고 및 운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또 상사 부문의 글로벌 운영 경험과 인프라를 활용해 패션·식음 사업의 해외진출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삼성의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 부문의 최대주주로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돼 향후 바이오 사업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추구할 수 있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3%,4.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양사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합계는 51%를 넘는다. 제일모직 윤주화 사장은 “이번 합병은 회사의 핵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인간의 삶 전반에 걸친 토탈 프리미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 최치훈 사장은 “패션,바이오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삼성물산이 보유한 글로벌 오퍼레이션 역량과 제일모직의 특화 역량을 결합해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헷갈리는 경기 지표] 소비지표 반등·자산시장 활력… 수출 부진이 경기회복 발목

    [헷갈리는 경기 지표] 소비지표 반등·자산시장 활력… 수출 부진이 경기회복 발목

    ‘석가탄신일 황금연휴’ 첫날인 지난 2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은 화장품과 가전제품 매장마다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남편과 영화를 보고 오랜만에 백화점에 들렀다는 최인영(39·여)씨는 “중국 백화점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연휴를 이용해 나들이에 나섰던 직장인 오모(51)씨는 “경기가 안 좋다는데 고속도로에 차가 넘쳐 나고 유흥지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경기가 정말 안 좋은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나아지고 있다고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더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에 서울신문은 25일 신용카드 매출, 자동차 판매량, 대형 가전제품 매출 등 생활 속 경기 지표들을 분석해 봤다. 일부 지표는 4월을 기점으로 확실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지난달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은 1년 전보다 15.3% 급증했다. 증가율 규모로는 2012년 9월(15.7%) 이후 2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4월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도 11만대로 올라서며 1년 전보다 2.8% 증가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말 밀어내기 판매 때문에 올 1~2월 자동차 판매량이 전체적으로 부진했다”면서 “4월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8000대가량 판매가 늘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특정 회사의 파격적인 무이자 할인 판매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의 지표 호전을 끌어내고 있는 원동력은 부동산 시장이다. 지난달 주택 거래량은 12만 488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3% 급증했다.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4월 거래량으로는 최대치다. 부동산 건설 경기 침체로 2012년 6만 8000건까지 떨어졌던 4월 주택 거래량은 3년 만에 두 배로 뛰었다. 이는 부동산 중개업, 부동산 서비스업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사가 늘면서 내구재 소비도 늘고 있다. 지난달 롯데백화점의 대형 가전제품(냉장고·TV·세탁기·에어컨 등) 매출액은 1년 전보다 3.1% 증가했다. 이사하면서 냉장고와 소파 등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 전체 매출액 역시 지난 3월 5.7% 감소했다가 지난달에는 1.5% 증가했다. 할인점 매출액 감소세도 같은 기간(-6.5%→ -0.2%) 크게 둔화됐다. 코스피도 고공 행진이다. 지난해 12월 말 1915.59였던 지수는 올 들어 2100선을 넘어섰다. 이달 22일 종가는 2146.10이다. 자산시장 호전은 소비 심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의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4로 한 달 만에 다시 반등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생산, 소비, 건설투자 등 실물 지표가 전반적으로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이며 4분기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수출이다. 올 1~4월 수출 실적은 179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879억 달러)보다 4.4% 줄었다. 감소 폭도 더 커지는 양상이다. 4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8.1%로 전달(-4.5%)의 거의 두 배다. 엔저 여파와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탓 등이 크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의 수출 부진이 단지 환율 요인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세계 교역량 둔화 등을 걱정했다. 노동시장 등 4대 구조개혁도 지지부진하다. 4월 청년실업률은 10.2%로 4월 수치로는 1999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높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돈이 많이 풀리면서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개선되고 백화점 매출도 늘었지만 실물경제로 경기회복이 퍼진 단계는 아니다”라며 “기업 투자와 매출 증가, 고용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으로 가야 하는데 아직은 모멘텀이 확실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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