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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가 폭탄’에… 1인 가구는 부담 2배

    ‘물가 폭탄’에… 1인 가구는 부담 2배

    체감물가 상승률 더 높아져 전월세 상승에 더해 ‘이중고’ “월급만 빼고 다 올랐네요. 안 그래도 월세가 크게 올라 걱정인데, 혼자 사는데도 한 번 장 보는 데 5만원이 더 드니 답답합니다.” 지난 15일 마트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31·여)씨는 5만 3100원이 찍힌 영수증을 받고는 “지난해보다 물가가 많이 올라 요즘에는 우선 담고 나서 꼭 필요한 것만 골라내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씨의 장바구니에는 즉석밥, 생수, 라면, 샴푸, 비누, 치약, 세탁세제 등이 들어 있었다. 수년간의 저물가 기조가 끝나고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1인 가구의 체감물가는 더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캔커피, 소주, 탄산음료 등 1인 가구의 주요 소비 품목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혼족’들은 전월세 상승에 장바구니 물가까지 치솟으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1인 가구는 520만 3000가구로, 전체(1911만 1000가구)의 27.2%를 차지한다. 서울신문이 16일 1인가구가 주로 구매하는 품목(맥주, 캔커피, 우유, 라면, 과자, 탄산음료, 소주, 즉석밥, 생수)에 대한 체감물가를 조사한 결과 1월 둘째 주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상승했다. 또 지난달 둘째 주와 비교해도 2.1%가 올랐다. 상위 매출 품목은 CU편의점((BGF리테일)에서 제공받았고, 가격은 한국소비자원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다.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탄산음료(코카콜라 1.8ℓ)로 2376원에서 2852원으로 1년 만에 20.0%가 올랐다. 그다음 과자(새우깡·13.4%), 캔커피(9.0%), 맥주(6.2%), 라면(6.1%), 소주(2.4%), 생수(1.3%) 순이었다. 즉석밥(-0.2%)이 유일하게 비슷한 가격을 유지했다. 특히 라면(신라면 5개입)은 한 달 만에 3182원에서 3382원으로 6.3%나 올랐고, 탄산음료는 3.9%, 캔커피는 3.7% 상승했다. 홀로 사는 직장인 서모(33)씨는 “통상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데 라면, 생수, 음료수 몇 개만 담아도 1만원을 넘는다. 국산 맥주와 소주는 가격 할인이 안 돼 수입 맥주로 바꿨다”고 말했다. 한모(29)씨는 “나가서 사 먹으면 한 끼당 기본이 1만원”이라며 “집세에 공공요금 오른 것을 감안해 집이나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해결하려고 하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가격”이라고 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갈비탕은 1년간 6%가 올랐고, 불고기는 5%, 생선회는 4.1%, 볶음밥은 3.9% 가격이 상승했다. 지난 1일부터 하수도 요금은 평균 10%가 올랐고, 쓰레기봉투 요금도 지자체별로 우후죽순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서울 평균 월세가격(연립·다세대주택)은 49만 4000원으로 50만원을 넘어서기 직전이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15년 저물가 기조에서도 1인 가구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9%로 전체(0.7%)보다 높아 저물가 혜택을 많이 받지 못했다”며 “1인 가구의 소비지출 비중을 볼 때 주류, 주거·수도·광열비, 식료품비 상승에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에도 수요가 떨어지지 않는 만큼 가격을 올리면 공급자만 이득을 보는 게 생필품”이라며 “원자재 상승 등 특별한 요인이 없는데도 가격 상승이 잇따르고 있는 만큼 정부의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불황에 울산 에너지융합단지 분양 17%로 저조

    경기불황으로 울산 울주군에 조성된 ‘에너지융합 일반산업단지’의 분양 신청률이 17%대로 저조하다. 울주군은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총 77필지에 57만 5974㎡ 규모의 ‘에너지융합 산단’을 분양한 결과, 11개사가 18필지에 10만 855㎡를 신청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2015년 10월 에너지융합 산단의 입주의향 조사 때 42개사가 55만 7463㎡를 신청하겠다고 밝힌 것에 훨씬 못 미친다. 에너지융합 산단의 저조한 분양률은 장기간 계속된 경기침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에너지융합 산단의 분양 대상을 원전관련 업종 등 에너지산업으로 제한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에너지융합 산단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전국 최초로 ‘투자 선도지구’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건폐율·용적률이 완화되고 특별건축구역 지정, 주택공급 특례 등 각종 규제 특례가 가능하다. 또 개발부담금과 농지보전부담금 감면, 기반시설 국고 보조 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있다. 울주군 관계자는 “경기불황과 짧은 신청 기간 때문에 분양률이 저조하지만, 신청 기간이 연장되고 경기가 다소 회복되면 분양률을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에너지융합 산단은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에 산업시설 용지와 지원시설 용지 등 총 71만 4559㎡ 규모로 조성됐다. 원자력과 에너지 관련 기업체와 연구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사설] 전통시장 잇따른 화재 총체적인 안전 점검을

    전통시장에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침체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많은 자금을 투입해 시설 및 제도의 현대화를 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재에 여전히 취약한 곳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관리를 책임져야 할 정부, 지방자치단체, 상인들의 안전불감증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못 고치는 격이다. 전남 여수시 교동 여수수산시장에서 어제 새벽 발생한 화재 사건은 여느 시장의 화재와 닮아 있다.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화재예방을 위한 시설 미비와 안전불감증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화재 당시 경보기의 작동 여부를 떠나 불이 난 지 7분쯤 지나 신고됐다. 불은 이미 시장 안의 점포로 번지고 있었다. 결국 화재 발생 2시간여 만에 120개의 점포 가운데 116곳이 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점포 58곳은 잿더미로 변했다.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다. 전통시장에서의 화재 위험성은 어제오늘 지적된 것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30일 새벽에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의 불은 점포 600여곳을 삼켜 버렸다. 서문시장 상인들은 지금까지 생업을 이어 가지 못한 채 고통을 받고 있다. 전통시장은 정부, 지자체 등이 평소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는 화재 취약지구에 속해 있다. 여수수산시장도 서문시장 화재 이후 소방 관계자들로부터 안전 점검을 받았지만 화마(火魔)를 막지 못했다. 전통시장의 특성상 소규모 상가들이 지나치게 밀접해 있는 데다 전기시설은 거미줄처럼 빼곡히 뒤엉켜 있다. 사정이 이러니 화재 차단벽 등 화재 확산을 방지할 시설을 설치하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의 전통시장은 화재 발생 시 소방차 접근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결과론적이지만 평소 안전시설에 대한 관심과 점검이 좀더 세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안전불감증을 지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전통시장에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쇼핑하기 편리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다. 문제는 아무리 시장을 현대화하더라도 자칫 안전에 소홀해 화재가 나면 모든 게 헛수고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통시장의 화재대응 체계를 총체적으로 점검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재난예방대책과 복구 지원 시스템도 물론이다. 누구보다 상인들의 자구 노력이 절실하다. 안전 없이는 손님들의 발길도 담보할 수 없다.
  • 대학 졸업하고 백수 45만명

    지난해 전체 실업자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들 중 절반가량은 대졸 이상 실업자였다. 6개월 이상의 장기 실업자도 8명 중 1명꼴이었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이상 실업자는 모두 45만 6000명으로 전년(42만 5000명) 대비 7.3% 증가했다. 전체 실업자(101만 2000명) 중 대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45.1%였다. ‘백수’ 2명 중 1명은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라는 얘기다. 2000년(23.5%)과 비교하면 21.6% 포인트 급증한 것이다. 6개월 이상 장기 실업자도 13만 3000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13.1%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2002년(13.8%)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들의 평균 구직 기간은 7.9개월이었다. 실업급여를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기간이 6개월임을 감안하면 이들은 수입이 끊긴 상태에서도 구직 활동을 계속했던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구직 기간이 ‘6개월 이상~12개월 미만’인 실업자는 12만 4000명(12.3%)이었다. 구직 기간이 ‘1년 이상’인 실업자도 9000명(0.9%)이나 됐다. 2008~2014년 6~9%대에 머물던 6개월 이상 실업자 비중은 2015년 10%대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3%대로 상승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경쟁이 심해져 장기간 일자리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20~30대를 중심으로 6개월 이상 직업을 구하지 못한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단기 실업은 구직 과정이나 경기 침체기에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장기 실업은 실업자들이 구직을 시도하고 있음에도 일자리를 찾는 데 잇달아 실패했다는 의미로 경기 이상 징후로 읽힌다. 특히 조선·해운 구조조정으로 실업자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량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 실업자 비중은 올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해는 실업률이 2001년(4.0%) 이후 16년 만에 4%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실업률은 3.7%였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2전 3기’ 박지원, 국민의당 새 대표 선출(종합)

    ‘2전 3기’ 박지원, 국민의당 새 대표 선출(종합)

    국민의당 새 대표에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선출됐다. 제1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두 차례에 걸쳐 당권 도전에 실패했던 아픔을 딛고 마침내 제2야당에서 당권을 거머쥐는 ‘2전 3기’를 이뤄냈다. 박 신임 대표는 15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전당원투표(80%)와 여론조사(20%) 등을 합산한 결과 61.5%의 득표율로 1위에 올라 당권을 거머쥐었다. 전대 과정에서 ‘대세론’을 형성한 박 대표는 자동응답시스템(ARS) 개표에서 63.1%, 대표 당원 현장투표에서 58.9%, 여론조사에서 57.2%의 득표율을 각각 올렸다. 박 대표는 조기 대선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지지율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당을 이끌어 대선을 지휘할 중책을 맡게 됐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국민의당이 빅텐트이고 플랫폼이다. 제3지대는 녹색지대 국민의당이다”라며 “당을 대선체제로 신속하게 전환해 대선승리에 당의 모든 초점을 맞춰 당내외 인사가 총망라된 수권비전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호남의 대표적 정치인 중 하나이자 김대중 정부의 실세로 장관과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지냈다. 원내대표는 무려 3차례나 역임하면서 ‘원내대표 전문가’란 말까지 들었던 그가 결국 파란만장한 정치 역정의 막판에 한 정당을 온전히 이끄는 수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5명이 출마한 이번 전대는 당 대표 1명과 최고위원 4명 등 5명을 득표순으로 선출해 출마자가 모두 지도부에 진입하는 사실상 순위결정전으로 치러졌다. 문병호 전 의원 50.9%로 2위에 올랐고 김영환 전 의원이 39.4%로 3위를 차지했다. 호남 재선 황주홍 의원이 26.9%, 호남 초선 손금주 의원이 21.1%로 각각 4, 5위를 기록했다. 여성위원장에는 신용현 의원이 당선됐고 청년위원장에는 김지환 경기도의회 의원이 선출됐다. 전체 당원 18만 1000여명의 55%가 호남지역이어서 호남 민심이 사실상 경선의 승부를 갈랐다는 평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지원, 국민의당 새 대표 선출…침체 빠진 당 이끈다

    박지원, 국민의당 새 대표 선출…침체 빠진 당 이끈다

    국민의당 신임 대표에 호남 4선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선출됐다. 박 신임 대표는 15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전당원투표(80%)와 여론조사(20%)를 합산한 결과 61.5%의 득표율로 1위에 올라 당권을 거머쥐었다. 박 대표는 조기 대선이 가시화된 가운데 지지율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당을 이끌어 대선을 지휘할 중책을 맡게 됐다. 5명이 출마한 이번 전대는 당 대표 1명과 최고위원 4명 등 5명을 득표순으로 선출해 출마자가 모두 지도부에 진입하는 사실상 순위결정전으로 치러졌다. 문병호 전 의원이 50.9%로 2위에 올랐고 김영환 전 의원이 39.4%로 3위를 차지했다. 호남 재선 황주홍 의원이 26.9%, 호남 초선 손금주 의원이 21.1%로 각각 4, 5위를 기록했다. 여성위원장에는 신용현 의원이, 청년위원장에는 김지환 경기도의회 의원이 선출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썰전’ 전원책 “반기문이 보수의 등대? 보수에 희망이 없다보니···”

    ‘썰전’ 전원책 “반기문이 보수의 등대? 보수에 희망이 없다보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0년 간 맡았던 사무총장직을 마치고 지난 12일 한국에 귀국했다. 반 총장은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기 위해 제 한 몸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면서 사실상 대권 행보의 시작을 알렸다. 같은 날 밤 JTBC에서 방송된 시사 대담 프로그램 ‘썰전’에서도 반 전 총장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방송 녹화일이 반 전 총장 귀국일 전이지만 전원책 변호사와 유시민 작가가 차기 대선 주자들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반 전 총장에 대한 평가도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다. 전 변호사는 주로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반 전 총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보수 세력들이 지금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서 전 변호사는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보수 세력의 침체된 분위기를 의식한 듯 위와 같은 말을 한 뒤 “친박·비박을 떠나 보수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 세력들이 지금 희망이 얼마나 없으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일한 반 전 사무총장을 지지하겠나”라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외교보좌관과 당시 외교통상부(현재 외교부) 장관을 지낸 바 있다. 하지만 전 변호사는 “현재 반 전 총장을 보수의 등대라고 생각하는데, 귀국하고 무슨 말을 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 “검증 과정에서 어떤 문제들이 튀어 나올지도 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이에 오는 19일 방송되는 ‘썰전’에서 반 전 총장의 귀국 및 귀국일 이후의 행보에 대한 전 변호사의 평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전 변호사는 “이번에 (반 전 총장이) 들어오면서 현충원, 팽목항, 5.18묘지, 봉하마을에 간다고 한다. 이것에 순수한가 보면 아니다. 정치적 행보”라면서 “사람들 눈에, 대권 욕심에 (반 전 총장이) 눈이 먼 것으로 보이면 어려워진다. 본인의 생각과 화두를 먼저 던져야 하는데 그런 이벤트성 행보부터 벌이는 게 답답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금리 오르자 은행 12월 기업대출 ‘뚝’

    경기 침체 속에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은행들이 기업 대출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연말을 맞아 부실 채권을 대거 정리하고, 기업들도 부채비율 관리에 들어가면서 대출 잔액이 2009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이 줄었다. 가팔랐던 가계 대출 증가세도 크게 꺾였다. 12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44조 9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5조원 줄었다. 이는 2009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통상 12월에는 기업들이 연말 부채비율 관리에 나서기 때문에 기업 대출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올해에는 기업 구조조정과 경기 부진으로 은행의 리스크 관리가 강화된 가운데 기업의 대출 수요 자체도 크게 줄면서 감소폭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48조 3000억원에 달했던 기업 대출의 연중 증가액도 지난해 20조 8000억원에 그쳤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의 부실채권 매각·상각과 기업의 부채비율 관리를 위한 대출 일시 상환 등으로 대기업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모두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도 큰 폭으로 둔화됐다. 지난해 12월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원으로, 전월 대비 3조 5000억원 증가했다. 전월(8조 8000억원)에 비해 5조원 이상 줄어든 것이다. 급격한 대출금리 상승세로 11월에 대출 선수요가 쏠렸던 데다 주택 거래량도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됐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올 근로감독 1월부터 조기 시행

    임금체불·열정페이 집중 단속…원·하청업체 상생감독도 강화 경기침체로 임금체불이 확산되자 정부가 종전 3월부터 시작했던 근로감독을 이달로 앞당기고 ‘열정페이’ 단속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전국 2만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2017년도 사업장 근로감독 종합 시행계획’을 12일 발표했다. 올해 근로감독의 3대 중점 분야는 임금체불·최저임금 위반 감독, 원·하청 상생 감독, 장애인·외국인·용역·여성 등 4대 취약분야 감독이다. 임금체불 감독은 2013년 7월 1일부터 지난해 6월 30일까지 3년간 반년에 1회 이상 신고된 사례가 세 번 이상인 사업장 3000곳을 1월 중에 집중 감독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 외에도 상반기에 청소년을 많이 고용하는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대형마트, 물류창고 등 4000곳을 점검한다. 하반기에는 음식점, 배달업, 미용실, 주유소 등 4000곳을 감독할 계획이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인턴 열정페이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소년, 현장실습생 등 고용사업장 500곳도 감독한다. 열정페이 감독은 정례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전체 임금체불액의 16.6%를 차지한 건설분야 체불 예방을 위해 건설현장 100곳을 감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고용부는 원·하청 상생을 위해 원청업체의 법 위반은 엄정하게 처리하고, 비정규직 고용구조개선 사업 등의 컨설팅을 통해 하청업체 근로조건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부고] 통독 경제개혁 주도 로만 헤어초크 前대통령

    [부고] 통독 경제개혁 주도 로만 헤어초크 前대통령

    1990년대 통일 독일의 경제개혁을 주도한 로만 헤어초크 전 독일 연방 대통령이 별세했다고 AP통신 등이 10일 보도했다. 82세. 헤어초크 전 대통령은 1934년 4월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란츠후트에서 태어나 뮌헨대학에서 법을 전공했다. 1983년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 판사를 역임했으며, 1987년부터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헌법재판소 소장을 지냈다. 중도우파 기독민주당 출신인 헤어초크는 1990년 독일 통일을 주도한 같은 당 헬무트 콜 전 총리와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소속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연립정부를 이끌던 시기인 1994년부터 1999년까지 명목상의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지냈다. 그는 종종 아시아의 활력과 독일의 경기 침체를 비교하면서 독일의 관료주의와 규제, 변화에 대한 거부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당시 독일은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된 가운데 실업률이 두 자릿수에 달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일인 1월 27일을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희생자 추모일로 지정하도록 하고, 나치 점령으로 고통받은 이웃 국가에도 용서를 구하는 등 홀로코스트 역사를 기억할 것을 강조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위기는 오히려 대약진 기회… 기술력 갖춘 中企 지속 지원”

    “위기는 오히려 대약진 기회… 기술력 갖춘 中企 지속 지원”

    “위기는 오히려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니겠습니까. 어려운 때일수록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들을 발굴하고 지원을 이어 나가는 것, 그게 우리한테 주어진 미션이지요.” 김도진(58) 신임 기업은행장은 1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소기업 지원 전문은행으로서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한계기업 구조조정과 경기 침체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기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은행의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국책은행의 역할을 모두 해내야 하는 김 행장의 어깨가 무겁다. 김 행장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줄이거나 막진 않겠다”면서 “옥석은 가리되 필요한 분야에는 더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대 신년사를 보면 그해가 가장 힘든 해가 될 것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IMF 위기(1997~1998년), 카드대란(2002~2003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때 많은 은행들이 중소기업 여신을 줄이거나 끊었지만 기업은행은 오히려 그 과정 속에서 자산이나 고객 수, 거래 업체를 늘리며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중소기업 대출의 22.8%를 담당했다. 특히 영세 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소기업,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이 사회 저변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고용 창출의 효과도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업과 가계를 포함한 올해 대출 공급 목표 58조 5000억원 가운데 당초 5조 5000억원 규모로 잡았던 중소기업 대출 순증 규모를 1조원 늘렸다. 김 행장은 “중소기업은 순증 목표를 넘어 7조~8조원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비은행 부문 수익을 20%까지 늘리고 해외 비중도 확대하기 위해 이달 중 조직을 개편할 예정이다. 김 행장은 “현행 사업부제를 도입한 지 14~15년이 됐다. 작년에 했던 사업이니 올해도 하자는 식은 안 된다”면서 “마케팅 쪽은 줄이고 핀테크나 스마트뱅킹 등 미래금융 분야, 글로벌, 투자은행(IB) 분야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립 후 처음으로 해외 은행 인수합병(M&A)에도 나선다. 국내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M&A를 통해 진출하고, 비대면 시스템인 ‘아이원뱅크’도 접목할 계획이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김도진 행장은… 1985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국책은행이 배출한 역대 네 번째 내부 출신 은행장이다. 전략기획부장, 카드마케팅부장, 기업금융센터장, 경영전략그룹장 등 핵심 업무를 두루 거쳤다. 2005년 새로 개설된 인천 원당지점의 지점장으로 있을 때 사비로 TV를 구입해 설치한 뒤 주변 점포들의 광고를 만들어 틀어 주는 등 공격적인 영업으로 신설 지점을 1위로 끌어올린 일화가 유명하다.
  • 1000원 붕어빵의 몸값 딜레마… 2개 주니 ‘외면’ 4개 주면 ‘적자’

    1000원 붕어빵의 몸값 딜레마… 2개 주니 ‘외면’ 4개 주면 ‘적자’

    “붕어빵 사가는 사람은 줄었는데 물가가 갑자기 치솟고 있습니다. 10년째 3개에 1000원을 받았는데 안 팔린다고 4개를 주자니 남는 게 없고, 2개를 주면 손님이 더 줄어들테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있어도 망하고 가격을 바꿔도 망하는 겁니다. 솟아날 구멍이 안 보여요.” 10일 서울 관악구에서 만난 50대 여성 신모씨는 앞에 쌓아 둔 붕어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손님이 없어도 붕어빵 만드는 것을 멈출 수는 없다. 갓 구워진 모습과 냄새에 팔리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밀가루하고 설탕 가격이 곧 오를 거라는 얘기가 많아요. 그럼 어쩔 수 없이 2개에 1000원으로 팔아봐야죠. 길거리에서 1개에 500원짜리 붕어빵을 사먹을지 모르겠지만.”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물가가 치솟기 시작하면서 동네 가게들의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 가격 결정이 가장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재료값 인상을 반영해 가격을 올리면 지금도 없다시피 한 손님이 끊길까 걱정이고, 현 가격을 유지하거나 가격을 내리면 이윤이 없다는 것이다. 마켓파워가 있는 대기업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가격을 인상했지만 소상공인들은 상대적으로 여력이 없다. 컨설팅 등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고급화도 박리다매도 힘든 자영업자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1월 99.90으로 1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2월 94.22로 7년 8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이런 상황에서 고급화 전략이든, 박리다매 전략이든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관악구 대학동에서 스테이크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승규(39)씨는 7년 전 ‘고급화 전략’으로 가게를 안착시켰다. 평균 6000원 정도의 음식들이 즐비한 곳에서 1인당 1만 5000원짜리 고품질 스테이크로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최근 식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시름에 빠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 월평균 매출이 2000만원이었는데 4분기에 갑자기 1000만원으로 반 토막 났습니다. 물가가 올랐으니 가격도 올려야 하는데 단골마저 발길을 끊을까 겁이 나 스테이크 무게를 줄이고 사이드 메뉴를 추가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박리다매 전략을 택한 전재용(45)씨는 서울 서초동에서 2년째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싼 가격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적어도 한 잔당 500원은 올려야 합니다. 임대료가 지난해 월 650만원에서 올해 800만원이 됐습니다. 하지만 커피는 기호식품이어서 가격을 올리면 바로 고객이 끊깁니다. 할 수 없이 케이크 가격을 올려서 이윤을 남겨보려 하는데 말 그대로 너무 힘든 상황입니다.” ●대기업처럼 물가상승 주범 취급 억울 동네 가게들은 식료품 가격을 올린 건 대기업인데 가격도 못 올리고 똑같이 물가 상승의 주범 취급을 받는다고 억울해했다. 지난해 프랜차이즈 햄버거뿐 아니라 대형기업에서 만드는 과자, 아이스크림, 소주, 맥주, 라면, 탄산음료, 두부, 계란 등의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한상린 한양대 교수는 “대기업은 경기 침체 중에도 가격을 인상할 여력이 있지만 자영업자는 여력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특히 자영업자는 체계적인 원가 관리, 구매 관리를 못해 가격을 효율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부의 컨설팅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IMF 그 후 20년] 경제관료들 책상 서랍에 넣어둔 차기정부용 ‘플랜B’ 꺼내라

    [IMF 그 후 20년] 경제관료들 책상 서랍에 넣어둔 차기정부용 ‘플랜B’ 꺼내라

    1997년 11월 우리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당시 외환 곳간이 텅텅 비어 외채 1700억 달러를 갚을 길이 없어서였다. 외환위기의 시작이었다. 그해 12월 대통령 선거에 승리한 김대중 당선자는 “(위기가 생각보다 너무 심각해) 밤잠이 오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정부과천청사에서 근무하던 경제관료는 퇴근길 도로 위에 늘어서 있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을 보며 “오늘 하루는 (국가)부도를 넘겼구나” 하며 안도했다고 한다. 외환 위기 칼바람은 잔인하고 매서웠다. IMF 사태 직후 한 달 동안에만 3300여개 기업이 부도로 쓰러졌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2000원을 넘어섰고, 종합주가지수는 400선 아래로 폭락했다. 시중은행은 5곳이나 문을 닫아야 했다. 그로부터 20년. 우리 경제는 또 다른 위기의 문턱에 서 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6%로 낮췄다. 정부가 2%대 성장 전망을 내놓은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18년 만이다. 1997년에는 외부 충격(동남아 국가들의 환율 폭락)으로 휘청였지만 2017년 우리 경제는 가계부채 및 기업 구조조정 등 내부의 부실이 곪아터져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외환위기 극복 주역들은 지금의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외환 위기 시절 초대 금융감독위원장(현 금융위원장)을 맡아 구조조정을 단행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리스타트 2017’(Restart 2017)을 제시했다. 이 전 부총리는 10일 회계법인 EY한영 신년 경제전망 세미나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오뚝이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활력의 무게중심이 50~60대에서 30~40대로 대폭 낮아져야 하고, 이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총리는 “창업과 재도전을 반복하는 일이 쉽고 즐거운 일이 되는 사회가 바로 리바운드(Rebound) 사회”라며 “단순히 패자부활전의 개념을 넘어 ‘실패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창업자가 실패하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토대를 우리 사회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부총리가 금감위원장을 하던 시절, 금감위 안에 꾸려진 구조개혁기획단에 몸을 담았던 이성규 연합자산관리회사(유암코) 사장은 “뾰족한 처방전이 없는 상황에서 올해 실물 부문에 서서히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기의 진앙지로는 가계부채와 기업 구조조정을 지목했다.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 대우건설 등 굵직한 대기업 구조조정을 처리했던 이연수(현 안진딜로이트 부회장) 당시 외환은행 부행장은 “대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올해와 내년 사이 협력업체인 중소기업들의 자금난과 실업 사태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1998년 시중은행 생사를 결정했던 은행경영평가위원회의 멤버였던 손상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300조원 가계부채 문제에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문제, 가계소득 감소가 겹치면 복합적인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3.7%였던 실업률은 올해 4%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실업률을 4.4%로 예측했고 노동연구원은 4.2%를 전망했다. 2001년 이래 16년 만에 최고치다. 소비 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4.2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이후 7년 8개월 만의 최저치다. 가계가 지갑을 닫는 ‘소비절벽’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미국발 금리 인상도 우리 경제의 위협 요인이다. 외환위기 때 구조개혁기획단에서 활동했던 서근우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시장금리가 1% 포인트만 올라도 가계가 체감하는 금리 상승 폭은 2% 포인트나 된다”며 “잠재성장률이나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원리금 상환 압박이 커져 소비가 더 위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은과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65.4%다. 1년 사이 8% 포인트나 급등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약 130%)보다 35% 포인트 이상 높다. 경기 부진으로 가계 소득은 제자리를 맴도는데 정부의 ‘빚 내 집 사라’는 정책에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탓이다. 금리 상승은 부동산 시장에도 악재가 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대출 금리가 1% 포인트 오를 경우 집값이 2.7% 하락한다는 추정 결과를 내놓았다. 집값 하락은 담보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주택담보대출(544조 3000억원)은 전체 가계빚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게다가 올해부터 내년까지 전국에서 73만 가구가 입주한다. 2014년 이후 최근 3년간 매년 50만 가구 이상 ‘밀어내기 분양’을 한 후폭풍이다. 입주 물량이 일시에 몰리면 공급 과잉으로 집값 하락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성규 사장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분양아파트 입주 시점에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가구가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 입주폭탄까지 겹치면 2012년 때처럼 준공후 미입주 아파트 문제가 금융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올해 1분기 중 재정의 31%를 집행할 예정이다.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IMF 극복 주역들은 좀 더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처방’을 주문한다. 손상호 연구위원은 “경제관료들이 (차기 정권에 제출하려고) 책상 서랍에 넣어둔 ‘플랜B’(비상계획)를 꺼내야 할 때”라면서 “지금부터라도 취약 업종 구조조정을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가계는 은행들이 원금 상환을 일정기간 유예해 주는 등 특단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조개혁기획단에 참여했던 최흥식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1997년 외환위기 때나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워낙 상황이 다급해 인력을 대거 해고했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다”라면서 “기업 구조조정에 앞서 퇴출 인력들의 재교육, 재창업을 지원해 줄 시스템과 사회안전망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전 사장은 “가계부채의 금리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김석동 금융위원장 시절 추진했던 ‘커버드본드’를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커버드본드란 주택담보대출채권, 공공기관대출채권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은행이 만기가 긴 커버드본드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면 장기·고정금리 대출을 늘리는 게 수월해진다. 2000년 8월부터 경제사령탑을 맡았던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리더십 복원을 시급히 주문했다. “외환위기 때는 국민들이 ‘금 모으기’에 나서며 똘똘 뭉쳤지만 지금은 나라 안팎으로 어수선하고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진 전 부총리는 “그런데도 경제 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고 위기를 관리해야할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걱정했다. 유일호 경제팀이 아무리 차기 정부 출범까지 과도기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하더라도 위기 극복을 위한 최소한의 밑그림은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개혁기획단 멤버였던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나 국민 모두 과거 고도성장기의 연 5~6%대 성장 추억에서 벗어나 선진국형 저성장과 축소경영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가계도 소득에 맞는 소비와 지출로 저성장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불황·정국 불안 극복”… 새벽 의류상가의 구슬땀

    “불황·정국 불안 극복”… 새벽 의류상가의 구슬땀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최순실 사태로 불안한 정국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 및 금리 인상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며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서민들의 희망은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훨씬 더 힘든 고난을 극복한 역사가 있다. 영하 5도의 날씨를 보인 10일 새벽 서울 동대문 의류상가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이 보인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치아 없는 노인, 우울증 걸릴 위험 1.28배 높아(연구)

    치아 없는 노인, 우울증 걸릴 위험 1.28배 높아(연구)

    노인 중 치아가 전혀 없는 사람은 치아가 20개 이상 남은 사람보다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1.28배 높다는 것이 일본 가나가와 치과대 등의 연구로 밝혀졌다. 10일 닛테레 뉴스24 보도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65세 이상 노인 1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치아·구강 건강과 정신 건강 사이의 관계를 조사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6개월 전보다 딱딱한 음식을 먹는 게 어려워졌다’고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기분이 침체하는 등 우울 증상이 발생할 위험이 1.24배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치아가 전혀 없는 사람은 치아가 20개 이상 남은 사람보다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1.28배 높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에 대해 연구를 이끈 야마모토 다쓰오 교수는 “노인에게 식사는 큰 즐거움으로, 친구들과의 식사는 사회 참여라는 의미에서도 중요해 치아 건강이 정신 건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Kurhan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공급 줄어든 중대형 분양 인기 ‘반짝’... 거래량-매매가 안정세

    공급 줄어든 중대형 분양 인기 ‘반짝’... 거래량-매매가 안정세

    분양시장에서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타입이 재조명 받고 있다. 중소형 타입(전용면적 84㎡ 이하) 인기로 건설사들도 공급량은 크게 줄었지만 수요가 꾸준해 매매가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작년까지 10년간 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 공급은 꾸준히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만 해도 전국 물량의 36.4%를 기록했던 전용면적 85㎡초과 아파트는 점차 줄어 2014년을 기점으로 10% 밑으로 떨어졌다. 작년에는 3만4874가구가 공급 돼 전체 물량의 7.7%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가구 구성원 변화를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건설사 관계자에 따르면 “2~3인 가구가 늘어난 만큼 중소형 아파트 선호가 높아지자 건설사들도 수요자들의 주거관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급량이 크게 줄었지만 중대형 아파트 수요는 꾸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침체와 주거비 부담으로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캥거루족’이 늘고 있고 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상승해 중대형 아파트 가격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1~11월 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 거래량은 14만581건이었다. 전체 거래량의 13.5%이며 12월 자료가 발표되면 더 늘어날 전망이다. 2015년에는 15만6745건으로 전체 거래량의 13.8%를 차지했다. 10년 전인 2007년에도 해당 면적의 아파트 거래 비율은 15%로 비슷했다. 가격 상승도 중대형 타입이 안정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월 대비 전국평균 매매가는 중대형 타입이 전월대비 0.02% 올라 전용면적 60㎡이하 소형타입(0.01%)보다 높았다. 전용면적 60~85㎡ 가격 상승률인 0.03%와도 차이가 적었다.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거주하는 형태가 늘고 있는 만큼 큰 전용면적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3.3㎡당 분양가가 낮아진 것도 중대형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다시 반짝이는 중대형 타입 아파트는 2월 경기도 평택시에서 보다 특화된 설계로 만나볼 수 있다. 용죽도시개발사업지구 A2-1블록에 들어서는 대우건설 ‘비전 레이크 푸르지오’ 아파트에서다. 단지는 총 621가구, 지하 1층~지상 최고 27층, 7개 동이다. 전용면적은 65~174㎡로 중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하다. 특히 4~5.5베이(Bay)에 이르는 설계가 적용되는데다 팬트리, 드레스룸, 알파룸 등 수납공간을 특화한 평면을 내놓는다. 전용면적 139, 165㎡는 지역 내 최상류층이 거주하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6m 이상의 광폭 거실, 배다리 생태공원 전망을 특화한 구조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아파트는 평택시 도심과 가까운데다 쾌적한 환경까지 갖춰 주거 편의성이 뛰어나다. 뉴코아아울렛, 롯데마트, 평택시청, 이마트(예정), 신세계복합쇼핑몰(예정) 등이 인접하며 소사벌택지개발지구 내 자리한 상업지역도 가깝다. 또한 단지 바로 앞에 배다리생태공원, 죽백공원이 자리하며 일부 가구에서는 조망이 가능하다. 다양한 개발호재도 누릴 수 있다. 지난해 12월 SRT 지제역 개통에 이어 주한미군 이전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입주가 예정돼 있다. 단지 인근으로는 SRT 지제역까지 운영되는 평택시 간선급행버스(BRT)도 운행 될 계획이다. 자녀 교육 여건도 좋다. 용죽도시개발지구에는 안심교육타운이 조성돼 단지에서 도보권에 초∙중∙고교가 신설 예정인데다 평택고 등 명문학교도 가깝다. 평택시청 주변 학원가 도 인접하다. 푸르지오 브랜드에 걸맞은 우수한 설계도 확인할 수 있다. 지상에는 주차장이 없는 공원형 아파트로 조성되는데다 외관은 성주(城主)가 사는 집 컨셉의 클래식 경사지붕을 특화해 고급스러움을 높였다. 커뮤니티 시설에는 실내체육관, 유아풀 및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구성되며, 실내와 주차장 등 공용 공간에는 LED조명이 설치된다. 분양관계자는 “평택시는 미래가치가 높은데다 11.3대책에 따른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지 않아 6개월 후 전매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라며 “중대형타입의 인기가 살아나고 있는데다 다양한 특화평면으로 선보여 지역 내 상류층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아파트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시 비전동에 분양홍보관을 운영중이며, 모델하우스는 오는 2월 중 오픈 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노사분규 등으로 ‘빅5’서 밀려난 자동차 산업

    우리의 자동차 생산량이 세계 빅5에서 밀려났다. 인도에 이어 6위에 머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조선 산업에 이어 자동차 산업마저 국제무대에서 뒷걸음질치는 추세라 국민의 걱정이 또 한 가지 늘어난 셈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어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은 422만 8536대에 머물렀다. 이는 2015년의 455만 5957대에 비해 7.2%나 줄어든 것이다. 이에 반해 인도는 역대 최대인 450여대를 생산, 중국·미국·일본·독일에 이어 5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협회는 밝혔다. 우리나라가 세계 빅5 자동차 생산국에서 밀려난 것은 2005년 이후 12년 만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이 420만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자동차 생산은 2011년 465만 794대 생산을 기록한 이후 줄곧 450만대 수준을 유지해 왔다. 자동차 생산량이 줄어든 원인으로는 크게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과 내수 부진, 노사 분규에 의한 생산차질 등으로 분석되고 있다. 내수의 경우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 지난해 끝난 데다 국내 경기 부진의 골이 깊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약간씩 늘어나기는 했지만 수출을 비롯해 전체적인 자동차 시장의 판매 부진은 여전하다는 게 협회의 분석이다. 노사분규에 의한 자동차 생산량 감소는 노사가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부분이라 안타깝다. 노사분규가 길었던 현대차의 생산량은 지난해 167만 9906대 생산에 그쳐 185만 8395대를 생산한 전년보다 9.6%나 줄었다. 20만대에 가까운 생산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기아차와 한국 지엠도 각각 9.4%, 5.7%씩 생산량이 줄었다. 자동차 산업이 세계 빅5에서 밀려난 것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조선 산업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무인 자동차, 전기 자동차 등 친환경적이고 최첨단화된 자동차의 단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고질적인 노사분규나 정책적 지원 부족 등으로 자동차 산업의 변화 추세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조선 산업처럼 나락으로 빠져들게 뻔하다. 국가 중추 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뒷걸음질을 막기 위해 정부는 정부대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노사 양측도 분규를 막기 위해 서로 최대한 양보하고 협력해야 한다.
  • ‘불멸의 작곡가’ 차이콥스키 vs 말러…국내 양대 오케스트라 새해 첫 포문

    ‘불멸의 작곡가’ 차이콥스키 vs 말러…국내 양대 오케스트라 새해 첫 포문

    국내 양대 오케스트라인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이 나란히 이스라엘 출신 지휘자의 지휘로 올해 첫 정기연주회를 연다.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은 두 교향악단이 이번 연주회를 시작으로 수년간 내홍과 침체기를 겪으며 일었던 잡음을 털어내고 화합과 도약의 선율을 들려주길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향은 오는 13~1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거장 엘리아후 인발(오른쪽·81)의 지휘로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과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을 연주한다. 서울시향은 2014년 말부터 폭로전, 경찰 수사와 재판, 소송 등으로 내부 갈등의 여진이 끊이지 않았다. 정명훈 사퇴 이후 1년 넘도록 상임지휘자를 정하지 못한 채 객원지휘자로 연주회를 꾸리고 있다. 올해까지는 객원지휘자들로 연주회를 진행하고, 연말쯤 상임지휘자를 결정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말러 스페셜리스트이면서 시대를 넘나드는 레퍼토리를 소화하는 명장인 인발은 서울시향과 자주 호흡을 맞춰왔다. 미국 출신 명 첼리스트 린 하렐(73)까지 함께 협연하는 것은 1년 반만이다. 하렐은 15일 서울 광화문 세종체임버홀에서 서울시향 단원들과 함께 실내악 무대도 꾸민다. 13~14일은 1만~9만원. 15일은 1만~5만원. KBS교향악단은 오는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이튿날 롯데콘서트홀에서 상임지휘자 요엘 레비(왼쪽·67)의 지휘로 말러 교향곡 3번을 연주한다. 2012년 재단 법인화 과정에서 몸살을 앓으며 침체기에 빠진 KBS교향악단은 지난해 연말 불투명한 후원금 운용 의혹 등으로 고세진 사장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조기 퇴진하기도 했다. 후임은 미정. 루마니아에서 태어났지만 이스라엘에서 자란 레비 역시 말러 스페셜리스트로 꼽힌다. 2014년 부임한 그는 올해까지 KBS교향악단을 이끈다. 말러 교향곡 3번은 네 악장의 일반 교향곡과는 달리 여섯 악장으로 이뤄졌으며 연주 시간만 100여분에 이르는 대곡이다. 말러의 9개 교향곡 중에서 가장 길다. 캐나다 출신 메조소프라노 수잔 플라츠가 독창자로 나선다. 고양시립합창단, 서울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 등 전체 120명의 합창단을 구성한다. 2만~9만원.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IMF 그 후 20년] “IMF 때 야생마 길들이던 리더십 실종…새 성장체제 구축해야”

    [IMF 그 후 20년] “IMF 때 야생마 길들이던 리더십 실종…새 성장체제 구축해야”

    서울신문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그 후 20년’ 설문에 응한 경제계 인사들의 주된 근심거리는 내수 침체였다. 구조조정 지연과 부채 증가 등으로 기업도, 가계도 활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청탁금지법’ 여파 등이 소비 절벽을 더 부추기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과의 갈등 향방도 시계제로다. ●트럼프 보호무역 강화 땐 수출 타격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으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등이 강화되면 (내수, 수출, 투자 등 세 개의 성장엔진 중) 그나마 작동되던 수출마저 큰 타격을 입어 퍼펙트 스톰이 올 수 있다”면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외환위기 때의 3배”라고 우려했다. 윤석헌 전 금융학회장은 “우리 경제의 내적 역량이 약화된 상황에서 외부 충격까지 덮치면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시련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환위기 이후의 시간을 “잃어버린 20년”으로 진단하는 응답자들은 가장 큰 이유로 “지지부진한 규제개혁”(36.4%)을 꼽았다. “재벌 위주의 산업구조”(27.3%), “소득불균형 및 빈부격차 심화”(18.2%), “정경 유착”(9.1%) 등도 외환위기 이후 거의 바뀌지 않은 우리 경제의 병폐로 지적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 초빙교수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겪으며 윗선의 눈치만 보는 정책 의사결정 과정의 폐쇄성이 여실히 드러났고 정경유착이나 오너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도 20년 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시장 참여자들의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는 규제 개혁은 뒷전이고 자원 분배에도 실패한 탓에 가계소득이 줄며 경제 활력이 사그라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란급 위기 재연설은 과장됐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외환위기 때는 기업들의 과다 차입이 문제였지만 지금은 기업들의 부채구조가 크게 개선됐고 현금 보유 비중도 높다”고 주장했다. 실제 ‘외환위기가 남긴 최대 유산’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7.8%)가 “기업의 과다차입·과잉부채 해소”를 들었다. 박종복 제일은행장은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부채 등 주요 경제지표도 외환위기 때보다 크게 나아졌다”며 “완만하게나마 개선되고 있는 세계 경기 흐름 등을 고려할 때 환란급 위기가 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다만 박 행장은 “(내수 침체 등) 경기 하방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어 단기적인 쇼크가 올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 교수도 “조선·해운업 등 기업 구조조정은 인공호흡기로 간신히 연명하는 상태인데 사상 최대 규모의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침체, 미국의 금리 인상까지 맞물리면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IMF 때 ‘야생마 조련사’였던 이헌재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외환위기 당시 이헌재(현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위원장은 ‘야생마 조련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55개 기업의 퇴출과 인수·합병(M&A)을 거침없이 밀어붙였다. 반면 지난해부터 조선·해운업을 시작으로 정부가 칼을 빼든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58.1%)이 “못하고 있다”고 인색한 점수를 줬다. 그 이유로는 “구조조정 철학 부족”(24%)이 가장 많았다. 박창균 중앙대 경제학 교수는 “외환위기 당시 이 위원장처럼 ‘믿고 따르라’고 외치는 리더십이나 컨트롤타워도 없고 시장과의 소통도 잘 안 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제는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을 배제하고 시장 자율의 상시적인 구조조정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공급 과잉에도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로 한 것은 정치권의 입김 때문이었다”며 “좌고우면하는 정부의 무원칙이 도리어 산업 경쟁력 훼손과 시장 왜곡을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올해 성장률에 대해서는 “2%대 초반”(45.2%)과 “1%대”(16.1%)를 예측한 시각이 60%가 넘었다. 2%대 중반을 제시하고 있는 정부(2.6%)와 한국은행(2.8%에서 하향조정 예고)보다 훨씬 비관적이다. ●“내수 활성화 경제 선순환 구조를” 그렇다면 ‘IMF 20년 유산에서 벗어나 새로운 20년을 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녹색산업과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국가가 특정산업을 정해 놓고 몰아주는 방식”이라면서 “이런 식의 패러다임은 (외환위기와 함께) 폐기처분해야 할 구태”라고 쓴소리했다. “정부가 깃발꽂는 경제 육성책으로는 지속성장이 어려운 시대가 됐다”는 신 원장은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 민간 창의성에 기반한 새로운 성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0년 뒤에는 4차 산업이 세계 경제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라며 “과감한 규제 완화로 창업과 실패 기업인의 재도전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토양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에 집중돼 있는 자원을 가계로 이전해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노동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각각 주문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설문에 참여해 주신 분(가나다순)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 교수,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 교수,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 초빙교수,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경제학 교수),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노강식 산업은행 조사부장, 박종복 제일은행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박창균 중앙대 경제학 교수,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백웅기 KDI 수석이코노미스트, 성세환 BNK금융지주 회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 신성환 금융연구원장, 윤석헌 전 금융학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이경섭 NH농협은행장,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이원태 수협은행장,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조경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장,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 교수, 조용병 신한은행장,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 [단독][IMF 그 후 20년] 경제계 3명 중 1명 “올해 IMF수준 위기”

    [단독][IMF 그 후 20년] 경제계 3명 중 1명 “올해 IMF수준 위기”

    올해는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맞은 지 꼭 20년 되는 해다. 국내 경제계 인사 3명 중 1명은 그동안의 시간을 “잃어버린 20년”이라고 진단했다. IMF 위기로 혹독한 수업료를 치렀지만 우리 경제는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거나 되레 퇴보했다”는 것이다. 올해 외환위기급(及) 시련이 닥쳐올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컸다. 20년 전 외환위기가 달러 유출에서 촉발된 ‘밖으로부터의 위기’였다면 올해는 내수 침체에서 무너져내리는 ‘안으로부터의 위기’라는 게 다른 점이다. ●20년간 “제자리” 16% “퇴보” 13% 서울신문이 9일 경제연구소 대표와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등 31명에게 ‘IMF 위기, 그 후 20년’을 설문조사한 결과 “제자리”(16%) 내지 “퇴보했다”(13%)는 부정적 응답이 30%에 육박했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분배가 지속적으로 악화돼 내수 부진이 심화됐고 수출에만 의존하는 경제구조가 됐다”면서 “이 때문에 대외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역동성이 사라지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잃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런 이유 등을 들어 3명의 응답자 가운데 1명(35.5%)은 “올해 우리 경제에 외환위기급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장은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의 체력이 현저히 약화됐고 지지부진한 구조조정 등으로 (성장)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외환위기는 동남아 국가 환율 급변동 등 외부 충격에 의해 갑작스레 촉발됐지만 지금 우리 경제는 가계부채와 기업 부실 등 실물 경쟁력이 훼손돼 ‘온탕 속 개구리’처럼 서서히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수 부진 심각… 안으로부터의 위기” 지난해 말 IMF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3%) 하향 조정을 예고하면서 ‘가계부채, 소득불균형, 고령화, 낮은 수준의 사회 복지,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위험요인으로 지목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위기 대응 학습, 기업 경영 투명성 제고, 금융권 리스크 관리 강화 등 외환위기가 가져다준 긍정적 유산도 적지 않다는 데 응답자들은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이 유산을 앞으로의 20년을 위한 밑거름으로 쓰려면 외환위기 때 못지않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가 필요하다는 점도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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