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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GA 챔피언십] ‘그저 그런’ 골퍼, 대형사고 치다

    지난 시즌까지 네이션 와이드(2부 투어)에서 뛰던 25세 청년을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2부 투어 우승 한 번 없이 상금랭킹 14위(26만 4000달러)로 올해 미프로골프(PGA) 투어에 데뷔한 ‘그저 그런’ 골퍼였다. 메이저대회 출전도 이번 PGA챔피언십이 처음이었다.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31승을 거둔 팻 브래들리의 조카라는 게 그나마 화제였다. 그런 키건 브래들리(미국)가 대형사고를 쳤다. 연장 승부 끝에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골프대회인 PGA챔피언십을 제패하고 하루아침에 ‘미국의 스타’로 떠올랐다. 브래들리는 15일 미국 조지아주 존스크리크의 애틀랜타 어슬레틱 골프장(파70·7467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제이슨 더프너(미국)와 최종합계 8언더파 272타로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에서 승리했다. 15번홀(파3)에서 어프로치샷을 물에 빠뜨려 트리플 보기를 범했지만 연장전까지 끌고 가는 뚝심을 보였고, 결국 16~18번홀 합산 스코어로 승부를 가리는 연장전에서 1언더파를 쳐 이븐파에 그친 더프너를 꺾었다. 우승상금 144만 달러를 챙긴 브래들리는 타이거 우즈(미국)가 빠져 시들한 미국 그린의 ‘차세대 기수’로 떠올랐다. 미국 선수는 지난해 4월 필 미켈슨이 마스터스 재킷을 입은 뒤 최근 6개 메이저대회 동안 침묵했었다. 메이저대회 첫 출전에 바로 우승한 것도 2003년 브리티시오픈의 벤 커티스(미국) 이후 8년 만이다. 브래들리는 데뷔 시즌 HP바이런 넬슨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데 이어 메이저 우승컵까지 챙기면서 미국은 물론 세계 골프계가 주목하는 ‘영건’으로 자리매김했다. 188㎝의 훤칠한 키에 뛰어난 패션 감각, 연장 승부에도 주눅 들지 않는 두둑한 배짱 등 스타성도 두루 갖췄다. 브래들리는 “정말 꿈만 같다. 5분 뒤 갑자기 이게 꿈이라고 말할까 봐 걱정된다.”고 벅찬 심정을 밝혔다. 각종 순위도 급상승했다. 이날 발표된 세계 랭킹은 지난주 107위에서 무려 78계단이나 훌쩍 뛴 29위로, PGA 투어 페덱스컵 순위는 24위에서 4위로, 시즌 상금은 25위에서 5위로 올랐다. 한편 이날만 3타를 줄인 재미교포 케빈 나(타이틀리스트)는 공동 10위(2언더파 278타)에 올랐고, 최경주(SK텔레콤)는 공동 39위(4오버파 284타)를 차지했다. 2009년 대회 챔피언 양용은(KB금융그룹)은 공동 69위(12오버파 292타)에 머물렀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보고 듣고 즐기세요]

    [대중가요] ●2011 김범수 콘서트 ‘겟올라잇쇼’ 내가 범수다! 2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나는 가수다’에서 명품 가창력과 팔색조 매력을 뽐낸 김범수의 단독 콘서트. 7만 7000~12만 1000원. 1544-1555. ●신혜성 2011 투어 인 서울-더 로드 낫 테이큰 액트 Ⅱ 9월 3일 오후 7시, 4일 오후 6시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 꾸준한 정규 앨범 발매와 콘서트로 승부하는 공연형 가수 신혜성의 앙코르 콘서트. 8만 8000~11만원. (02) 3485-8700. [클래식] ●피스&피아노 페스티벌 13~20일 경기 수원시 인계동 경기도문화의전당. 신수정·이경숙·한동일 등 1세대부터 김대진·김영호 등 중견 피아니스트, 임동혁·손열음·조성진 등 신예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12명의 피아니스트들이 따로 또 같이 무대에 서는 국내 첫 피아노 페스티벌. 1만~4만원. (031)230-3440~2. ●박창수의 프리뮤직 온 스크린Ⅲ 18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트홀. 전위음악의 우연성과 재즈의 즉흥성을 결합한 프리뮤직 피아니스트 박창수의 공연. 색소폰, 드럼, 영상이 어우러진 즉흥 무대를 선보인다. 1만 5000원. (02)6303-7700. [미술·전시] ●이인숙 ‘야생화, 춤을 추다’전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동갤러리. 섭리에 순응하며 줄기차게 살아가는 야생화들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았다. (02)725-0040. ●김기택 개인전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 유화로 사진처럼 정밀하게 묘사하는 서양화적 측면과 매화를 통한 긍정적 정신이라는 동양화적 측면을 혼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02)796-0567. [연극·뮤지컬] ●뮤지컬 ‘맘마미아’ 30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 싱글 맘과 함께 사는 딸이 자신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높은 3명의 남자를 자신의 결혼식에 초청한다. 과연 자신의 아버지를 찾을 수 있을까. 대표적인 인기 주크박스 뮤지컬. 4만~11만원. (02)2211-3000. ●뮤지컬 ‘하이킥’ 9월 9일부터 18일까지 서울 강동구 상일동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 축구를 소재로 한 넌버벌 퍼포먼스로 강동아트센터 개관작이다. 9500~3만원. (02)440-0500. ●연극 ‘님의 침묵-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그리움’ 18~2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블루라이트홀. 시인과 시를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하는 ‘별난 프로젝트’ 두 번째 작품. 한용운의 시를 다양하게 해석했다. 1만~3만원. (070)8272-9001.
  • [주말박스 오피스] ‘…암탉’ 애니 최초 88만명 동원

    [주말박스 오피스] ‘…암탉’ 애니 최초 88만명 동원

    개봉 당일까지 후반 작업을 하느라 상영 시간을 늦춘 3차원(3D) 블록버스터 ‘7광구’가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7광구’는 5~7일 915개 상영관에서 115만 4158명(39.9%)을 동원했다. 누적관객은 135만 4680명. ‘7광구’와 더불어 윤제균 감독의 JK필름이 제작한 ‘퀵’이 36만 8156명(12.7%), ‘고지전’이 32만 9409명(11.4%)으로 뒤를 이었다. 장편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은 25만 433명(8.7%)을 동원해 4위에 올랐다. 지난 6일 한국 애니메이션 최다 관객(73만명)을 돌파한 이 영화의 누적 관객은 88만 592명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침묵의 15분’은 22만 3263명(7.7%)으로 5위에 턱걸이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시리아 ‘대국민학살극’에 아랍권도 등 돌려

    시리아 독재 정권의 대국민 학살극이 절정에 달한 가운데 침묵을 지켜 온 아랍권의 주요국과 기관마저 등을 돌리면서 시리아는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그러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탱크 등 중화기를 앞세운 유혈진압을 멈추지 않는 등 강대강으로 맞설 태세다.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7일(현지시간) 압둘라 국왕의 명의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시리아에서 벌어지는 (폭력 진압) 행위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시리아는 스스로 현명한 길을 택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혼란의 가장 깊은 곳까지 끌려 내려가 패배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지난 3월 자국 내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았던 사우디 정권이 다른 아랍국 정세를 비난한 것은 드문 일이다. 사우디는 성명 발표와 동시에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또 다른 중동국인 바레인과 쿠웨이트도 시리아 주재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해 시리아 사태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아랍연맹과 걸프협력협의회 등 아랍권의 주요 기구도 알아사드 정권을 향해 포문을 열며 사우디와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아랍연맹의 22개 회원국은 시리아 규탄 성명을 채택하고 폭력 사태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 단체가 시리아 사태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걸프협력협의회도 논평을 통해 시리아 정부의 과도한 무력 사용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폭력 중단을 촉구했다. 이슬람 종교 지도자도 시리아 규탄 대열에 합세했다. 이집트의 이슬람 최고 지도자인 알아즈하르의 셰이크 아흐메드 알타예브는 “우리는 오랫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민감한 시리아 상황에 대한 발언을 피해 왔다. 그러나 상황이 너무 악화됐다.”면서 “유혈사태 종식을 위해 시리아 지도자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으로 구성된 입사(IBSA) 회원국들도 시리아의 폭력 사태 중단을 촉구하는 등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알아사드 정권의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하지만 시리아군은 나라 안팎의 규탄 목소리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민 학살을 계속 자행했다. 시리아 전국인권기구의 아마르 쿠라비 대표는 7일 군이 탱크와 불도저를 동원해 시위대 진압에 나서면서 서부 홈스 주 훌라 등 전국 각지에서 100여명이 숨지고 인권운동가와 기자 등 수백명이 체포됐다고 주장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하프타임]

    이승엽 2루타… 임창용 시즌 21S 이승엽(35·오릭스)이 침묵을 깨는 역전 결승 2루타를 때렸다. 이승엽은 2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와의 홈경기에 6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세 경기 무안타의 부진을 깬 이승엽의 적시타로 오릭스는 6-2 역전승을 거두고 3경기 만에 이겼다. 야쿠르트 임창용은 나고야돔에서 열린 주니치전에서 1-0으로 앞선 9회말 등판해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21세이브를 따냈다. 엔씨소프트 ‘NC 다이노스’로 프로야구 제9구단 엔씨소프트가 ‘NC 다이노스 프로야구단’으로 공식 명칭을 바꿨다. 엔씨소프트는 2일 연고지인 창원이 마산·진해와 통합해 ‘새로운 창원’(New Changwon)으로 재탄생함에 따라 구단 명칭을 ‘엔씨소프트 다이노스’에서 새로운 창원의 영문 앞글자를 딴 ‘NC 다이노스 프로야구단’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NC 다이노스는 또 창원에 새 사무실을 마련, 본격 업무에 들어갔다. 그동안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와 마산야구장 내 사무실에서 창단 작업을 진행해 온 NC 다이노스는 마산 양덕동 한백빌딩 10층에 둥지를 틀었다.
  • [글로벌 시대] 일본 원자력 산업의 복합구조/고토 노부유키 홍익대 교양외국어학부 교수

    [글로벌 시대] 일본 원자력 산업의 복합구조/고토 노부유키 홍익대 교양외국어학부 교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과 이탈리아가 탈(脫) 원자력 발전을 표명했다. 일본 유명 배우 스가와라 분타는 일본·독일·이탈리아 3국이 원전반대 동맹을 결성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나는 찬성한다. 그러나 일본의 대부분 연예인은 원자력 발전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왜냐하면 일본 연예계, 특히 TV 방송계는 전력회사에 지배당하고 있어서 “원전 반대”를 주장하는 연예인은 연예계에서 곤경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TV에 출연하는 유명인의 발언은 영향력이 커서 연예인이나 유명 스포츠 선수가 정치가로 변신하는 경우도 많다. 연예계의 불문율을 지키지 않고 “원전 반대”를 강력하게 주장해서 소속사에서 퇴출당하면서까지 원전 반대 데모에 참가하는 연예인이 있다. 야마모토 다로라고 하는 배우인데, 이처럼 정의감이 강한 연예인은 드물다. 그는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만일 일본 연예계에서 활동을 못하면 부디 한국 연예계에서 받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정치계에서도 “원전 반대”를 주장하면 곤경에 처해지는 것 같다. 일본 정치계의 정점에 있는 간 나오토 총리는 시즈오카현 하마오카 원자력 발전의 정지를 요청해서 게이단렌(한국의 전경련에 해당)을 비롯하여 각계각층에서 퇴진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일본정부의 대응이 사후약방문 격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하마오카 원전을 정지한 것이나 후쿠시마현 초등·중학교에서 방사선량의 연간 허용 한도를 변경한 점 등을 헤아려 보면, 현재 일본정부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자세를 취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 총리는 최근에 향후 일본의 에너지 정책으로 ‘원전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라는 방침을 밝혔다. 언론 각사의 앙케트 결과를 보면 일본 국민의 과반수가 탈원전을 기대하고 있다. 총리는 대다수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여 그러한 방침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 매스컴, 특히 TV는 총리의 이러한 노선을 평가하는 목소리보다 총리 퇴진을 재촉하는 쪽으로 의견으로 몰아가고 있다. 야당인 자민당이나 공명당뿐만 아니라, 총리의 소속 정당인 민주당 의원들마저도 총리의 퇴진을 겨냥해서 그의 서툰 언행을 일일이 들먹여 비판하고 있다. 한편, 최근 전력회사의 소위 ‘야라세’(사전공모) 실태가 폭로되고 있는데, 매스컴에서도 ‘야라세’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길거리 인터뷰는 총리의 조기퇴진을 바라는 시민의 모습을 방영한다. 총리 퇴진으로 몰아가려는 정치세력을 비판하는 시민의 목소리도 상당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러한 인터뷰 모습은 TV에 그다지 노출되지 않고 있다. 특히 TV에서 ‘야라세’가 일상적으로 행해져 국민들을 세뇌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 위성방송으로 해외에서도 시청가능한 NHK의 9시뉴스를 들어 보아도 이러한 ‘야라세 현상’이 엿보인다. 이번 휴가 때 일본에 다녀왔다. 그곳 일본인에게서 “최근 총리의 원전 반대 발언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해도 좋을 텐데, 매스컴에서는 왜 그러한 의견을 별로 취급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나는 정치계에서 고립당하면서까지 국민여론에 귀기울여 국민을 대변하는 총리에게 성원을 보내고 싶다. 총리의 행동은 일본에서는 지극히 드문 일이지만, 한국으로 말한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은 대정치가다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총리는 암살조차도 각오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본 정치계와 경제계의 보수파와 그들의 광고탑인 대기업 매스컴 각사와 대립하면서까지 일본국민 편에 서서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암살’ 같은 극단적인 단어는 시대착오적인 표현이지만, 원자력 산업의 암흑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일본 원자력 산업의 중추에는 여전히 일제(日帝)가 살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한국인들은 납득하기 쉬울 것이다. 지금 현재 일본에서 공개적으로 강력하게 간 총리를 지지하고 있는 사람은 손정의씨뿐일까?
  • [생명의 窓] 휴(休) /차동엽 인천가톨릭대 교수·신부

    [생명의 窓] 휴(休) /차동엽 인천가톨릭대 교수·신부

    레비라는 랍비가 어느 날 길거리에서 달려가는 남자를 보았다. “왜 그렇게 달려가는가?” 랍비가 묻자, 그 사내가 대답했다. “행운을 잡으러요.” 이 말에 랍비는 말했다. “어리석은 자군. 자네의 행운이 자네를 붙잡으려 뒤쫓고 있는데, 자네가 너무 빨리 달리고 있어.” 무엇에 홀린 듯 뛰어다니는 현대인을 위한 한 방이다. 아니 멀리 볼 것 없이 그대로 매일 시간대별로 꽉 찬 일정을 헉헉거리며 소화하던 필자를 향한 꼬집음이다. 올해는 그나마 안식년이라 조금 덜 켕기지만 어쨌거나 한창 활동 중일 때도 1년에 7, 8월은 꼭 비워 두곤 했다. 이 기간 동안 독서와 집필 그리고 기획·방송·녹화에 전념하면서 푹 쉰다. 어찌 보면 이런 것들도 일로 간주될 수 있는 것들이지만 필자에게는 그저 노닥노닥 즐길 수 있는 낙()일 따름이니 가능한 것이다. 휴가철이다. 가족들과 친구들을 위해 할애할 시간이 없는 삶, 일몰을 감상할 시간이 없는 노역, 의무를 위해 쉴 새 없이 바쁘게 일해야 하는 굴레 등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권리를 만끽할 계절인 것이다. 휴(休)는 단지 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이상의 것이다. 영화에서 극적인 장면에서는 흔히 서서히 크레센도로 음악을 점점 높여 가다가 갑자기 뚝 멈춘다. 그 침묵의 순간에 나오는 대사는 어떤 것이든 보다 분명하고 보다 강력하게 들린다. 침묵을 배경으로 행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대사에는 특별한 힘이 실리는 것이다. 이는 그대로 음악에도 적용된다. 음악을 들을 때, 포즈 곧 휴지(休止)의 박자를 유념해서 들어 보라. 무언가 심오한 느낌이나 메시지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연설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마틴 루터 킹의 그 유명한 연설문을 보자. 그 박자에 주의를 기울여 보라. “드디어 자유입니다. (휴지) 드디어 자유. (휴지) 전능하신 신께 감사드리나니 우리는 드디어 자유를 찾았습니다.” 요컨대 휴는 삶의 강약과 리듬을 조절하는 결정적인 인자이다. 사막의 오아시스는 반드시 쉬어 가야 할 장소다.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의 저자 스티브 도나휴는 오아시스에서 쉬어야 할 이유로 다음의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쉬면서 기력을 회복해야 한다. 둘째, 여정을 되돌아 보고 정정해야 할 것은 정정한다. 셋째, 같은 여행길에 오른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상하게도 멈추어 쉬고 활력을 되찾으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더 많이 쉴수록 더 멀리 갈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내’가 잠시 멈추어 있다면 이 기간이야말로 충전의 시간이요, 도끼날을 가는 시간임을 명심하라. 바쁘게 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바쁘다’는 의미의 한자 ‘망’(忙)은 다음과 같은 두 글자의 조합임을 알게 된다. 바로 ‘마음’(心)과 ‘죽음’(亡), 즉 ‘마음을 죽인다.’는 뜻이다. 이는 틀린 말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행동주의와 과로와 스트레스로 자신의 마음을 죽이고 있는가. 휴의 가치를 가장 잘 깨닫고 활용할 줄 알았던 민족은 역시 유대인이다. 그들은 오늘날도 안식일을 글자 그대로 철저히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의 안식일은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된다. 그들은 안식일 하루를 온전히 쉬기 위해 모든 가사를 금요일 저녁 이전에 해치운다. 그러고는 안식일에는 일체의 노동을 피하고 미리 준비된 음식을 먹으며 심신을 편안히 쉬게 한다. 안식일에 가장 큰 덕으로 숭앙받는 것은 ‘게으름’인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문화에서는 휴일이나 휴가 문화가 오히려 더 많은 일거리를 양산하는 경향이 있다.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자녀는 부모에게 그동안 밀렸던 빚을 받아 내려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블루 먼데이라는 말까지 있지 않은가. 쉴 때는 그냥 쉬는 것이다. 한껏 게으름을 부리는 것이다. 황금 같은 휴가철, 게으름의 권리를 누구에게도 양도하지 말 일이다. 휴- 하라! 고단한 몸의 긴장을 풀고 충분히 충전하라. 그래야 더 멀리 갈 수 있고, 더 빠르게 갈 수 있다.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39)강릉 오죽헌 율곡매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39)강릉 오죽헌 율곡매

    사람살이의 오래된 자취를 간직한 고택이나 산사와 같은 문화재에서 옛사람의 흔적을 가장 많이 담고 서 있는 건 노거수(巨樹), 나무다. 옛 건축물이나 조형물은 오래 지키기 위해 사람의 손을 조금씩 덧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솜씨 좋은 건축가라 해도 오래된 나무만큼은 새로 지어낼 수 없을뿐더러 덧댈 수도 없다. 옛 사람들의 숨결을 조금씩 담아내며 살아온 나무를 사람이 흉내낼 수는 없는 일이다. 나무는 앞서서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지만, 오래된 문화재의 안팎에서 옛사람들의 숨결을 고스란히 지켜주는 참으로 소중한 자연문화재다. 물론 그의 깊은 속내를 들춰내는 건 사람에게 주어진 몫이다. 오래된 문화재를 찾는 사람들 가운데 그 안에 남아 있는 나무를 돌아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숨결이 남아 있는 강릉 오죽헌 뒤란에 서 있는 한 그루의 매화나무 앞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의문이었다. 사람살이의 오랜 자취를 담고 있는 오죽헌의 큰 나무에 눈길을 맞추는 사람을 수굿이 기다렸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찾아드는 단체 관광객들은 쉼 없이 이어지지만, 뒤란의 큰 나무 앞에서 발길을 멈추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렇게 큰 나무가 매실나무 맞아? 정말 크네.” “여기 그렇게 써 있잖아. 신사임당이 살아있을 때부터 있던 나무래.” ●오죽헌을 짓고 심은 600살 된 매화 말없이 스쳐 지나는 사람들 틈에서 신혼 부부로 보이는 한쌍의 젊은 연인이 나무 앞의 안내판을 바라보며 허투루 두어 마디 던지고는 곧바로 걸음을 옮긴다. 나무에게 곁을 주지 않는다. 나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지도 모를 누군가를 기다리며 시간을 더 흘려 보냈다. 공들여 사진을 찍고, 나무 주위를 천천히 돌며 나무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여대생 정은선(22)씨가 나무를 찾아온 건 한 시간쯤 지난 뒤였다. 정씨는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나서도 걸음을 떼지 않고 신기한 표정으로 나무를 바라보았다. “나무에 대해 잘 몰라요. 그런데 안내판을 보고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신사임당과 율곡 선생님이 애지중지 키운 나무라는 게 신기해요. 나무의 내력을 알고 나니, 오죽헌 방 안에서 사임당의 목소리가 들려 오는 듯해요.” 2007년 가을 천연기념물 제484호로 지정된 강릉 오죽헌 율곡매는 ‘율곡매’라는 이름으로 매화 애호가들에게 널리 알려진 매화나무다. 600여 년 전인 1400년대 초반에 이조참판을 지낸 최치운이 이 집을 짓고, 뒤란에 심은 나무다. 신사임당이 이 집에 머무를 당시에는 이미 100년쯤 된 큰 나무였다. 사임당은 매화를 유난히 좋아했다고 한다. 맏딸의 이름에 매화를 넣어 매창(梅窓)이라 한 것도 매화를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뒤란의 매화나무를 극진히 보살폈을 게 틀림없다. 사임당이 남긴 그림 가운데에는 고매도, 묵매도 등 매화를 소재로 한 그림도 여럿 있다. 대개는 자신의 집 뒤란에서 도담도담 자라는 이 매화나무를 보고 그린 것이지 싶다. 이 나무가 율곡매라는 이름을 얻은 건 최근의 일이다. 오래된 매화는 대부분 자기만의 고유 이름을 가진다. 오래전부터 선비들은 매화를 좋아했던 까닭에 그의 기품을 살리기 위해 특별한 이름을 붙였다. 이를테면 남명 조식이 심은 매화를 남명매, 퇴계 이황이 키운 도산서원 매화를 퇴계매 등으로 부르는 방식이다. 오죽헌 매화나무는 율곡 선생이 사임당과 함께 키운 매화여서 율곡매라 이름했다. 율곡매는 연분홍 꽃을 피우는 홍매로 키가 7m를 넘고, 줄기 둘레는 2m 가까이 된다. 나뭇가지는 동서로 8m, 남북으로 7.4m나 뻗어냈다. 우리나라의 여러 매화나무 가운데에 손가락에 꼽히는 규모다. 600살이라는 나이 또한 우리나라 최고령의 매화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매화는 은은한 향기가 좋은 나무다. 옛 선비들은 그래서 매화향을 암향(暗香)이라 했다. 코를 찌르는 짙은 향기는 아니지만, 은은하면서도 아득히 멀리까지 퍼진다는 것이다. 또 매화의 암향을 감상하는 걸 선비들은 문향(聞香)이라 했다. 코를 바투 들이밀고 향기를 맡는 것이 아니라, 침묵을 깨뜨리면서 고요하게 번져오는 향기를 귀로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번잡한 저잣거리가 아니라, 선비의 고택이나 천년고찰의 정원에 서 있는 매화를 매화 중의 으뜸으로 꼽는 근거다. ●오죽헌 앞마당엔 ‘명품’ 배롱나무 오롯이 꽃 지고 열매 맺는 여름이지만, 가만히 바라보면, 오죽헌의 옛 풍광이 그려진다. 정갈한 방안에 든 사임당은 침묵 속에서 벼루를 갈아 한 송이 매화 꽃을 그리고, 뒤란의 매화는 까무룩이 암향을 퍼뜨리는 풍경이 긴 세월의 늪을 탈출해 살아난다. 오죽헌의 앞마당에는 오래된 명품 나무가 한 그루 더 있다. 여름에 붉은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다. 이 배롱나무 역시 율곡매와 같은 나이의 나무로 사임당이 이곳에 머물 때 함께 있던 나무다. 뒤란의 율곡매가 꽃 지고 열매를 매달 즈음, 앞마당의 배롱나무는 서서히 붉은 꽃을 피워 여름 한낮의 무더위를 희롱한다. 오죽헌에서 율곡매와 배롱나무 없이 신사임당과 율곡의 자취를 온전히 느끼는 게 불가능하다면 지나친 호들갑일까. 그러나 두 나무는 모두 사임당보다 먼저 이곳에 자리잡고 살았다. 바라보는 사람이 없어도 나무들은 옛사람의 손길을 어떤 건축물보다 생생하게 오래 간직할 것이다. “나무를 잘 모른다.”면서도 “나무가 참 좋아요.”라며 떠난 여대생 정씨의 한마디가 유난히 고마운 이유다. 글 사진 강릉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강원도 강릉시 죽헌동 201. 강원 양양에서 동해를 잇는 동해고속국도를 이용하면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다. 동해고속국도의 강릉 요금소를 나온 뒤 왼쪽의 강릉 방면으로 원주대학교 캠퍼스까지 간다. 원주대학교 정문 로터리에서 우회전하여 800m 남짓 북쪽으로 가면 오죽헌 담장이 보이는 교차로가 나온다. 여기에서 좌회전하면 곧바로 오죽헌 입구의 주차장에 닿게 된다. 시내 곳곳에 오죽한 방향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 “출세한 그들, 모든 정치인은 강남좌파다”

    당신은 이타적 강남 좌파인가, 합리적 강남 좌파인가. 아니면 기회주의적 강남 좌파인가. ‘강남 좌파’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 낸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강남 좌파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이런 분석도 들이댄다. 강남 좌파에는 부자가 좌파 성향을 갖는 가장 보편적인 ‘경제형’, 부자는 아니지만 라이프 스타일 등이 강남 성향을 드러내는 ‘문화형’, 부자도 아니고 라이프 스타일도 아니면서 최상급 학벌을 갖고 그 학벌이 제공하는 학연 등의 혜택을 누리는 ‘연고형’이 있다는 것이다. 그가 이런 분석 틀을 중심으로 주요 정치인들을 비평한 책 ‘강남 좌파’(인물과사상사 펴냄)를 냈다. 2006년 월간 ‘인물과사상’을 통해 “생각은 좌파적이지만 생활수준은 강남 사람 못지않은 이들”을 강남 좌파로 정의하며 이를 공론화시킨 강 교수는 “모든 정치인은 강남 좌파”라는 전제로 책을 시작한다. 책은 “좌우를 막론하고 리더십을 행사하는 정치 엘리트가 되기 위해선 학력이나 학벌, 생활수준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 사회적 성공을 거둬야 하므로, 정치 영역에서 활동하는 모든 좌파는 강남 좌파일 수밖에 없다.”면서 “우파라도 서민을 상대로 포퓰리즘 자세를 취하는 게 ‘정치의 문법’인 바, 우파 정치인에게도 강남 좌파의 요소가 농후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일갈한다. 이어 “따라서 강남 좌파는 이념에 관한 문제라기보다는 엘리트에 관한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선행되어야만 강남 좌파에 관한 논의가 생산적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치권 안팎의 여러 주요 인사를 강남 좌파의 프리즘으로 분석하고 비평한 점도 눈길을 끈다. 강남 좌파 논란의 정점에 서 있는 조국 서울대 교수에 대해서는 “강남 좌파임을 쿨하게 인정해 (강남 좌파의) 열혈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서는 “그의 침묵 정치가 인기를 끄는 데는 민주화 이후 엘리트들의 위선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작용한 데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분당 좌파’로 재기에 성공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 “강남 우파이면서도 강남 좌파적 언어를 전복적으로 구성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등도 등장한다. 1만 6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증오의 고리 끊어야 폭력도 멈춘다”

    “증오의 고리 끊어야 폭력도 멈춘다”

    21일 개봉한 ‘그을린 사랑’(원제: Incendies)은 두고두고 곱씹어 볼 영화다. 캐나다 출신의 드니 빌뇌브(44) 감독은 한 여인의 삶을 짓이긴 전쟁과 폭력의 잔혹함, 대물림되는 상처와 그에 얽힌 진실을 좇는다. 감독은 영화 말미의 소름 끼치는 반전을 통해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들도 증오의 고리를 끊을 수 있겠느냐고. 원작은 레바논 출신의 와이디 무아와드가 연출한 4시간짜리 동명 연극이다. 빌뇌브 감독은 최근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2004년 5월 27일 캐나다 몬트리올 소극장에서 연극을 처음 봤다. 그리스 비극의 현대판과 같은 참혹한 이야기였고, 모든 관객들이 공연 내내 숨죽인 채 관람해 극장 내 산소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평생 잊지 못할 강렬한 경험에 기립박수를 치면서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4시간짜리를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기는 것은 의미가 없을 터. 빌뇌브 감독은 “연극적인 요소들을 털어버리려고 원작을 아예 뇌리에서 지웠다.”고 말했다. 특히 원작의 결말 부분에 나오는 재판 장면을 통째로 들어냈다. 원작에서는 니하드가 크파르 리아트 감옥에서 저지른 일(여성 정치범을 고문·강간)에 대해 법의 심판을 받는 장면이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사라졌다. 그는 “재판 장면을 살렸다면 상영 시간은 3시간이 넘었을 것(영화 상영 시간은 2시간 10분)”이라면서 “대신 현실에서 가져온 이야기로 대체했다. 레바논에서 고문을 당했던 여성이 몇 년 후 캐나다의 어느 거리에서 자신을 고문했던 사람과 마주쳤다는 실화를 들은 적이 있는데 내 관점에서는 이 결말이 더 잔인했다.”고 밝혔다. 정황상 레바논으로 추정되는 ‘중동 어딘가’를 다루면서도 영화는 공간을 특정하지 않는다. 빌뇌브 감독은 “원작자와 이야기할 때 우려했던 점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어떻게 스크린 위에서 보여줄 것인가’였다.”면서 “코스타 가브라스의 ‘제트’와 로만 폴란스키의 ‘진실’을 떠올리면서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작은 레바논 내전 중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현실적 맥락으로부터 이야기를 떼어내 시적인 변용을 가미했다.”면서 “증오의 고리를 비판하는 작품이 도리어 현실 정치에 기름을 붓는 것은 옳지 않다. 주제를 제대로 표현하려면 비정치적이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영화의 결말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뒤틀린 운명의 무게를 감안하면 너무 급작스럽게 화해와 용서를 말한다. 이에 대해 빌뇌브 감독은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영화 속 인물들이 운명을 받아들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 사이에는 아주 오랜 침묵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 침묵은 평화로운 침묵일 것”이라고 말했다. 빌뇌브 감독은 10살 때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보고서 감독을 꿈꿨다. 데뷔작 ‘지구에서의 8월 32일’(1998)로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를 비롯한 35개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주목받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사설] 우리금융·대우조선 ‘국민주 민영화’ 부적절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세금 투입으로 정상화된 기업의 과실은 서민에게 나눠주는 게 맞다.”며 민영화를 추진 중인 우리금융과 대우조선해양을 국민공모주 방식으로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3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제안한 이후 자문단이 만든 보고서까지 제시하며 국민주 매각방식을 밀어붙일 태세다. 그는 우리금융과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30% 할인된 가격에 서민들에게 공급하면 소득 재분배 효과와 더불어 자본시장 활성화, 기업경영 효율성 제고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우리금융지주 매각에 참여하고 있는 사모펀드들을 빗대어 ‘제2의 론스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혈세로 키운 우량기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특혜시비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홍 대표는 ‘친서민’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적 발상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이미 지난해 천명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3대 민영화 원칙이 있다. 올 들어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지주 인수 참여를 포기한 것도 바로 이 원칙 때문이다. 원칙에 대한 변경 논의도 없이 홍 대표가 일방적으로 룰을 변경하겠다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금융과 대우해양조선 주식을 30%씩 할인해 모두 2조 7483억원의 차익을 서민들에게 돌려준다지만 대상자 600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1인당 5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1989년과 1991년 한전, 포스코 국민주 공모 때처럼 상장 후 주가가 폭락하면 국고만 탕진하는 꼴이 된다. 명분도 실리도 잃게 되는 것이다. 공적자금 관련법에는 ‘최소 비용의 원칙’ 규정이 있다.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해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라는 뜻이다. 홍 대표가 국민주 매각방식을 고집하려면 이 규정부터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돈으로 생색을 내도 되는지 먼저 동의를 구해야 한다. 민영화를 통해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지, 공기업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영권이 흔들리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이 경영 효율성인지에 대해서도 답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련부처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1주일 넘도록 침묵하고 있다. 행여 임기 말 복지부동이라면 정말 큰일이다.
  • ‘해킹 연루’ 英총리 고개 숙였지만…

    해킹 파문으로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에 직면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에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결국 ‘자기방어’에 그쳤다. 이날 캐머런 총리는 성명을 통해 해킹 사건의 주범인 뉴스오브더월드 편집장을 지낸 앤디 쿨슨을 자신의 대변인으로 기용한 데 대해 “물론 후회하고 있다. 소란을 일으켜 너무도 죄송하다.”고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자신의 낙마 가능성에 집중된 세간의 관심을 쿨슨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듯 “해킹 사실을 알았다면 그를 기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해킹 혐의가 유죄로 밝혀진다면 그는 심각한 범죄 혐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자신과 거리를 뒀다. 이에 대해 BBC는 “쿨슨을 옹호해 온 총리가 이제 쿨슨이 떠내려가게 내버려두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는 캐머런의 사과가 충분치 않다며 “캐머런 총리가 자신의 주위에 ‘침묵의 벽’을 쌓으며 재앙에 가까운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캐머런 총리가 쿨슨 전 뉴스오브더월드 편집장이 대변인으로 부적합하다는 경고를 5차례나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캐머런 총리는 자신의 측근들이 경찰을 만나 뉴스오브더월드의 전화해킹과 경찰 매수에 대한 조사를 무마시키기 위해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그는 또 조만간 조사단을 꾸려 언론의 윤리와 행동강령 등에 대한 폭넓은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내가 진 가장 큰 책임은 이 엉망진창인 상황을 규명해 내는 것”이라는 말로, 사태를 수습 국면으로 돌리려 했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언론, 경찰 간의 뿌리 깊은 ‘삼각 유착’ 의혹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해킹 파문으로 체포된 뉴스오브더월드의 전 부편집장 닐 월리스도 지난해 총선 직전 캐머런 총리의 당선을 위해 쿨슨의 비공식 자문으로 일한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캐머런 총리는 “월리스가 쿨슨에게 자문을 해줬을 수는 있지만 보수당으로부터 급여는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영화프리뷰] ‘명탐정 코난:침묵의 15분’

    인기 만화 캐릭터 명탐정 코난이 극장판 영화로 첫선을 보인 지 올해로 15주년을 맞았다. 천재 고등학생 명탐정 남도일이 검은 조직이 개발한 약을 먹고 일곱 살의 어린 아이 코난이 되어 각종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의 ‘명탐정 코난’은 만화책에서 시작해 TV 시리즈, 게임으로 만들어질 정도로 전 세대의 사랑을 받은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다음 달 4일 개봉하는 ‘명탐정 코난: 침묵의 15분’은 시리즈의 15주년 기념작으로 전편에 비해 훨씬 커진 스케일과 탄탄한 구성을 자랑한다. 시리즈마다 긴장감 넘치는 정통 추리물의 재미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명탐정 코난’의 매력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의 배후를 쫓기 위해 북촌 마을을 찾아간 코난이 의문의 설원 속 살인 사건을 마주하게 되면서 과거에 벌어졌던 마을의 비극을 파헤치게 된다. 볼거리와 액션 면에서도 한층 흥미진진해졌다. 초반 오프닝의 도심 폭탄 테러 장면과 마지막에 설원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은 역동성이 강조됐다. 제작진은 1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5초 후에 폭발하는 폭탄 등 영화 속에 숫자 15라는 키워드를 넣는 재치를 발휘했다. 올해 일본 개봉 애니메이션 중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을 제치고 흥행 1위를 차지한 이 작품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침체된 일본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상처받은 영화팬들의 마음을 치유한 영화로 평가받기도 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화려함은 아니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아기자기함과 아날로그적 정서로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보는 데 무리가 없다. 개봉에 앞서 16~17일에 열린 부천영화제 초청 상영회에서 전회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울러 24일까지 열리는 영화제 기간 동안 ‘명탐정 코난 특별전’도 개최된다. 각종 기념 행사 참석차 한국을 처음 찾은 시즈노 고분 감독은 “오프닝과 엔딩 부분의 액션 장면을 스릴 넘치게 표현하기 위해 컴퓨터그래픽을 최대한 활용하고 역동감 넘치는 카메라 워크를 표현하는 등 비주얼적인 면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북아일랜드, 밥먹듯 골프친다?

    1947년 조인스 프레드 델리가 북아일랜드인으로는 처음으로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한 뒤 63년 동안이나 이 작은 나라는 침묵했다. 그러나 지난해 US오픈에서 그래엄 맥도웰이 우승한 이후 지난달 US오픈에서 로리 매킬로이, 이제 대런 클라크까지 1년 사이에 세 명의 메이저 챔피언이 북아일랜드에서 나왔다. 경상북도만 한 땅덩이(1만 3843㎢)에 174만명(2006년 현재)의 인구가 전부인 이곳에서 최고의 골퍼가 줄줄이 나오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가장 큰 원동력은 ‘골프의 생활화’다. 골프의 기원은 스코틀랜드라지만 인접 지역인 북아일랜드 역시 곳곳에 골프 코스가 있다. 세계 최고의 골프 코스 중 하나로 손꼽히는 로열 카운티다운 골프장을 비롯해 90개의 골프장이 있다. 누구나 쉽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 ‘바텐더의 아들’ 매킬로이도 어렸을 때부터 골프와 친숙할 수 있을 정도였다. 클라크는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하기 전부터 “우리에게는 좋은 골프코스와 좋은 교육프로그램이 있다.”면서 “북아일랜드 선수들이 골프를 잘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해 왔다. 매킬로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골프가 엘리트 운동이지만 북아일랜드에서는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면서 “조금만 나가도 좋은 골프 코스에서 공을 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아일랜드의 또 다른 자랑인 로열 포트러시 골프장은 1951년 브리티시 오픈을 주최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신·구교 갈등으로 오랜 세월 같은 국민끼리 죽고 죽여야 했던 암울한 과거도 아이러니하게 북아일랜드 골프의 힘이 됐다. 국민들이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자국의 선수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한다. 선수들은 강한 승부 근성으로 보답할 수밖에 없다. 마라톤 영웅 손기정처럼 시대의 아픔을 스포츠 스타로부터 위로받았던 우리나라 상황과 비슷하다. 맥도웰은 “북아일랜드처럼 좁은 나라에서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해외로 진출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승리를 향한 강한 정신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골프 강국은 의심의 여지 없이미국이었다. 워싱턴타임스가 최근 1986년 브리티시오픈까지의 100개 메이저대회 성적을 조사한 결과 미국이 가장 많은 챔피언을 배출했다. 34명이 56차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미국 다음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이 많은 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5명이 여덟 차례 우승했다. 5명이 여섯 차례 우승한 호주가 뒤를 이었고 다음은 2명이 세 차례 우승한 스페인이었다. 그러나 이번 브리티시오픈에서 클라크가 우승함으로써 북아일랜드가 스페인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간경변 → 간암’ 진행 막으려면

    [Weekly Health Issue] ‘간경변 → 간암’ 진행 막으려면

    간경변 환자가 현실적으로 가질 수 있는 가장 심각한 고민 중의 하나가 바로 간암으로의 진행이다. 확실히 간경변은 간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간경변 환자의 경우 연 2회 이상 정기적으로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간암으로의 진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국가에서도 이와 관련한 관리를 권장·지원해 경제적 부담도 크지 않다. 세간에 “간 때문이야.”라는 카피가 유행이다. 의학적으로 옳은 표현은 아니지만 가능한 얘기이기는 하다. 사실 일상적인 사소한 관심의 차이가 “간 때문이야.”와 “간 덕분이야.”로 갈리는 게 바로 간 건강이다. 흔히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한다. 병증이 진행되어도 증상이 거의 없다가 치명적인 상황에서야 실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의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더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야 한다. 해법은 한시라도 빨리 병을 인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간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기적인 진료가 최선이다. 이상 유무는 간단한 혈액검사로 비교적 쉽게 확인된다. 한광협 교수는 “간경변이 되려면 적어도 10년 이상, 보통은 20∼40년에 걸쳐 간에 염증 등의 손상이 지속적·반복적으로 가해져야 하기 때문에 평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예방이 가능하다.”면서 “간의 이상이 이미 간경변으로 진행한 경우라도 포기하지 말고 간암 조기진단과 간질환 관리를 철저히 하면 간경변 자체로 사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중요한 것은 합병증의 예방과 관리다. 한 교수는 “설사 간경변이 진행되어 합병증이 생긴 경우라도 꾸준히 전문적인 관리를 받으면 간이식을 받지 않고도 회복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간이식을 통해서도 정상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홍준표 “내가 압도적으로 당선” 회의장 뛰쳐나가

    홍준표 “내가 압도적으로 당선” 회의장 뛰쳐나가

     사무총장 인선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번에는 공천을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홍준표 대표는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은 정기국회가 끝나고 내년 1월쯤 논의해도 늦지 않다.”면서 “공천이 정책보다 앞서면 또 다른 갈등에 휩싸이고 국민 신뢰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에서 ‘기득권 포기’ 선언이 이어지자 공천이 갖는 휘발성을 의식해 ‘언급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승민 최고위원도 “100% 공감한다.”면서 “공천 이야기가 나오면 블랙홀이 돼 (정치 현안이) 다 빨려들어 간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나경원 최고위원은 “완전국민경선제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법안을 다룰) 8월 국회를 감안하면 7월 말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남경필 최고위원 역시 “공천에 대한 몇 가지 원칙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7~8월에는 공천 기준과 객관성 확보를 위한 일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후에는 전날에 이어 또다시 당직 인선 문제로 고성이 오고 갔다.  홍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정권 의원 카드를 재차 제시했고, 유승민·원희룡 최고위원은 “캠프 출신 인사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홍 대표는 표결 처리를 강행하려 했으나, 최고위원들의 침묵에 12일 다시 논의하기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 최고위원들이 사무총장에 중립 성향의 권영세·김성조 의원을, 제1사무부총장에 김 의원을 임명하는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홍 대표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져 “당 대표로 압도적으로 당선됐다.”는 홍 대표의 목소리가 회의장 밖에까지 흘러나왔다. 급기야 홍 대표는 회의 도중 얼굴을 붉히며 회의장을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기도 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데스크 시각] 김준규 사표 그 자체로 봐야/최용규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김준규 사표 그 자체로 봐야/최용규 사회부장

    김준규 검찰총장이 사표를 내면서 “간이 녹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했다. 격정적인 수사로 사퇴의 변을 치장했지만 나는 그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검문(檢門)을 나온 김준규는 정말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신문·방송 할 것 없이 저토록 비판하는데 환장할 일이지 않겠는가. 김준규가 사표를 내던 날 김황식 국무총리는 김준규를 ‘고약한 사람’으로 규정해 버렸다. “도리가 아니다.”라고 점잖게 표현했지만 까놓고 말하면 대통령이 국가 대사를 위해 이역만리 남아공까지 날아가 애쓰고 있는데 이게 무슨 짓거리냐 하는 얘기나 다름없다. 공자가 살아있다면, 대통령과 검찰총장을 군신(君臣) 관계로 본다면 김황식의 판단과 관점은 당연히 옳다고 본다. 김황식의 골수 팬인 법조 후배 P를 계동 한 식당에서 만난 적이 있다. P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김황식을 칭찬했다. 당시 그가 존경하는 김황식은 판사 김황식이었다. 정치인이 다 된 선배다. 지금도 같은 생각일까. 대통령이 말렸는데 사표를 낸 김준규. 패륜으로 규정할 만큼 잘못이 큰 건가. 나는 세간의 이 같은 평가와 잣대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김준규를 변호할 생각 또한 추호도 없다. 김준규는 이번 말고도 사표를 던질 상황이 몇 번 있었다. 법무부나 청와대에 대놓고 거칠게 항의할 수도 있었다. 검찰총장 취임 뒤 김준규는 ‘김준규식 인사’에 의욕적으로 도전한 일이 있다. 그러나 벽에 부딪혀 처절한 좌절을 맛봤다. 김준규는 “참 맛없는 인사”라고 일갈했다. 바꿔야 하는데 한 사람도 바꾸지 못한 자괴감의 표현이었다. 자기 인사가 깡그리 부정당했을 때 사표 던지는 것을 고민했어야 했다. 그때는 간이 녹을 정도가 아니었는지 묻고 싶다. 남기춘이 위기에 처했을 때 김준규는 나섰어야 했다. 남기춘이 물불 안 가리고 ‘죽어도 고’를 할 때 김준규는 남기춘의 수사 방식을 인정한 것이다. 남기춘은 외풍에 흔들렸고, 그 바람이 남기춘을 날렸다. 후일 남기춘과에 속하는 한 강력검사는 “총장의 역할은 외풍을 막아 주는 것”이라며 소주잔을 연방 비웠다. 침묵한 김준규에 대한 강한 반감의 표현이었다. 어찌 보면 던져야 할 때 던지지 못하고, 어정쩡할 때 사표를 던진 김준규, 그리고 김준규를 아주 기술적으로 때린 김황식 둘 다 과했다고 생각한다. 김준규가 대통령 부재중에 사표를 냈다고 그렇게 작살낼 사안은 아니지 않은가. 대통령과 검찰총장은 행정부 조직체계상 상하관계다. 그렇다고 검찰총장을 다른 공무원처럼 대통령의 명령에 복종하는 참모나 부하로 봐서는 곤란하다. 가장 우선시할 기준은 검찰이 국가권력 안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가이다. 대통령 부재 중에 사표를 낸 것을 싸가지 없는 행동으로 몰아선 안 된다는 얘기다. 이런 까닭에 대통령이 국내에 있건 없건 김준규의 사표는 그 자체로만 봐야 한다. ‘합의는 지켜져야 하고 내가 깬 것은 아니지만 깨졌다는 것 자체로도 책임을 지겠다!’ 사표를 던진 진짜 이유가 이것이라면 김준규의 판단은 잘못됐다. 검찰총장으로서의 자격도 의심받을 수 있다. 김준규의 사표는 사표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다름 아닌 ‘분립’(分立)의 문제다. ‘검찰 독립’이라는 다른 표현으로 봐도 좋다. 검찰이 법원과 달리 사법부는 아니지만 준사법부라는 데 토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서 분권(分權)은 필수다. 검찰 고유의 권한이 일부라도 침해당했다고 생각할 때 사표를 내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지시를 받고 내고 안 내고 할 문제가 아니다. 이번 일은 ‘균형’의 문제이기도 하다. 모든 권한을 대통령이 다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가진단과 이를 통해 스스로의 결정을 할 수 있을 때 권력은 건강해진다. 모든 판단과 결정을 대통령이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일이다. 김준규가 과한 측면은 있지만 김황식대로라면 검찰총장은 대통령의 참모다. 그렇다면 길 가는 사람 막고 물어봐라. 대통령이 임명권자라고 해서 검찰총장이 대통령의 부하인가. ykchoi@seoul.co.kr
  • 세시간 동안 긴 침묵 확정순간 악수 한번

    세시간 동안 긴 침묵 확정순간 악수 한번

    세 시간 남짓 동안 두 사람은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줄곧 옆자리에 앉았으면서도 냉기가 흘렀다. 마지막에 악수 한번 하고 돌아섰을 뿐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전 대표의 얘기다. 당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특위 고문인 두 사람은 지난 6일 밤 강원 평창에서 낭보를 기다렸다. 그러나 특위 회의 때부터 스키점프대 앞에 마련된 특설행사장에서까지 옆자리에 앉게 됐는데 서로 눈길조차 주고받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반대쪽 옆의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하고만 담소를 나눴다. 정 전 대표 옆에 앉았던 황우여 원내대표가 박 전 대표와 대화를 나누자 정 전 대표는 가운데에 끼여서 멀뚱히 지켜봤다. 7일 0시를 넘겨 평창 유치가 확정되자 세 시간 동안 아무 말도 안 했던 박 전 대표와 정 전 대표는 그제서야 악수를 하며 축하인사를 건넸다. 체격이 좋은 정 전 대표가 박 전 대표의 손을 꽉 쥐자 박 전 대표가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손가락 관절에 무리가 생겨 지난 4일 전당대회 때에도 손가락 마디마다 반창고를 붙였다. 미묘한 분위기를 이어온 여권의 차기 유력 주자들은 스킨십에도 차이를 보였다. 박 전 대표는 곧 옆자리로 이동한 뒤 다른 의원들과 인사했다. 나경원 최고위원과는 서로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인 정 전 대표도 스포츠계의 유명인사답게 주변에 군민들이 모여들었다. 정 전 대표는 정치인들이 앉은 자리에서 조금 벗어나 주민들과 함께 브이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평창 꿈을 이루다] 1988서울올림픽 정주영·2018평창올림픽 이건희… 30년 뛰어넘은 ‘닮은꼴 열정’

    [평창 꿈을 이루다] 1988서울올림픽 정주영·2018평창올림픽 이건희… 30년 뛰어넘은 ‘닮은꼴 열정’

    6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자크 로게 위원장이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적혀 있는 카드를 꺼내 들자 이건희 위원이 떨리는 눈으로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몇 초간의 침묵이 흐르고 위원장의 입에서 “더 시티 오브… 평창.”이라는 말이 떨어지자 한국 유치단은 모두 환호하며 얼싸안고 만세를 불렀다. 하지만 이 위원은 손을 쳐들지도 만세를 외치지도 않았다. 얼어붙은 듯 선 채 박수를 칠 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달랐다. 눈가엔 눈물이 번졌다. 대한민국 대표기업인 삼성의 총수에게선 전혀 상상할 수도 없었고, 볼 수도 없었던 감격에 겨운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왜 그랬을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평창 동계올림픽’은 일생일대의 난제였다. 2003년과 2007년 두 번 연속 동계올림픽 유치단을 맡아 2010년과 2014년 평창 올림픽 유치를 위해 노력했지만, 매번 첫 번째 투표에 이기고도 2차 투표에서 역전당하며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2007년 불거진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삼성을 떠났다가 2009년 말 “평창올림픽 유치에 힘써 달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요청으로 사면·복권됐을 때만 해도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크게는 국민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작게는 삼성과 자신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평창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 참석을 시작으로 세 번째이자 마지막인 평창 유치 도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번 더반 IOC 총회 참석까지 약 1년 반 동안 11차례에 걸쳐 170일 동안 해외 출장에 나섰다. 이동거리만 해도 21만㎞. 지구를 5바퀴 넘게 돈 셈이다. 이 기간에 이 회장은 110명의 IOC 위원을 빠짐없이 만나 평창 지지를 호소했다. IOC 공식 행사가 있는 날에는 잠시의 휴식도 없이 온종일 IOC 위원과의 면담으로 보냈다. IOC 위원들이 행사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할 때는 모든 일정을 접고 해당 위원을 만났다. 어떤 IOC 위원은 세 번을 만나 평창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IOC 위원과의 식사 자리에는 항상 해당 위원의 이름이 새겨진 냅킨을 준비해 감동을 주었다. 저녁을 약속했던 한 IOC 위원이 일정이 늦어져 약속을 취소해야겠다고 하자 “늦어도 괜찮다.”며 1시간 30분 넘게 기다려 평창 지지를 약속받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고령에도 이런 노력을 해 온 것은 2009년 사면 복권의 참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한국에 올 수 있게 됐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비로소 국가와 국민이 맡겨준 책임과 짐을 덜 수 있게 돼 안도하고 있다.”면서 “다만 이번 올림픽 유치는 이 회장의 승리가 아닌 우리 모두의 승리다.”라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송경아·한혜진 “1㎏만 쪄도 촬영하는 분들 단박에 알아채요”

    송경아·한혜진 “1㎏만 쪄도 촬영하는 분들 단박에 알아채요”

    가느다란 팔, 긴 다리, 작은 얼굴.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직업’이 느껴졌다. 한국은 물론 미국 뉴욕 무대에서도 종횡무진하는 톱모델 송경아(왼쪽·31)와 한혜진(28). 분위기는 언뜻 비슷했지만 한 시간여 ‘수다’를 떨어 보니 개성은 사뭇 달랐다. TV 출연으로 대중에게도 얼굴이 제법 알려진 송경아는 모델 하면 떠오르는 단어, 도도함과는 무척 거리가 멀었다. 따뜻했다. 본업인 모델 외에도 미술, 글, MC, 방송 등 여러 방면에 관심이 많았다. 한혜진은 ‘시크’라는 단어를 연상시켰다. 길쭉한 눈매가 차가웠다. 말수도 적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다른 얘기가 나오면 거침없이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이뤄진 두 모델과의 인터뷰는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예민하게 진행됐다. →직업으로서의 모델 세계를 압축한다면. 송경아(이하 송) 참 좋은 직업이다. 연예인 못지않게 대중에게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연예인만큼 사생활이 노출되거나 얽매이진 않는다. 연예인 생활을 반쯤 누리면서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는 직업이 바로 모델이다. 한혜진(이하 한) 언니 말에-한혜진은 세 살 위의 송경아를 언니라고 불렀다-전적으로 동의한다. 연예인에 대한 일반인의 동경이 깨지는 순간, 연예인의 인기도 깨지는 것처럼 모델도 마찬가지다. 대중에게 모델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은 느낌을 줘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10년간 톱모델로 장수하는 비결은. 송 런웨이(패션쇼 때 모델들이 걷는 긴 통로) 위의 모델들 얼굴이 무표정해 보이지만 실은 감성적인 면이 많은 게 모델이란 직업이다. 꾸준히 운동해 몸매를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개인적으로는 스스로 늘 행복하다는 느낌을 갖도록 노력하는 마인드 컨트롤을 중시한다. 침울해질 때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여행을 다니면서 기분전환하려 애쓴다. 일을 할 때는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즐겁게 하려 한다. 연기를 전공(동덕여대 방송연예학과)해서 화보 찍을 때도 연기하듯 드라마틱하게 찍는 편이다. 한 비결? 그런 건 없다. 노출되는 직업이다 보니 즐기지 않으면 (오래 하기) 힘들다. →두 분은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지만 아직 세계 패션계의 벽은 높다. 해외무대 진출을 노리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송 고등학생 때 프랑스 파리에서 6개월간 산 적이 있다. 당시 동양인은 패션쇼 무대에 거의 나올 수 없는 존재였다. 흑인들에게는 그래도 가끔 기회가 주어졌지만 동양인은 아예 배제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한국 모델들의 신체 조건이 점점 좋아지면서 서양인 모델들과의 경쟁에서도 그리 뒤처지지 않게 됐다. 모델 세계는 연예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달라 일이 주어지면 뭐든 혼자 해야한다. 피부 관리, 의상, 오디션 준비 등 전부 알아서 해야 한다. 한 저는 운이 많이 따랐던 경우라 후배들에게 특별히 해줄 말은 없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순간순간을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 건 있다. 캐스팅 디렉터(쇼에 맞는 모델을 뽑는 사람)를 만날 때도 그 시간과 공간에 최선을 다한다. 얼마만큼 노력해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느냐에 따라 내게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5분이 됐든 10분이 됐든 캐스팅 권한을 쥔 사람들 앞에 섰을 때는 내 매력을 최대한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순간에 충실하지 않으면 기회는 오지 않는다. 후회하는 순간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타고난 몸매를 지녔다고 해도 유지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송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정말 힘들다. 모델의 숙명 아니겠는가(웃음). 패션쇼 조명이 워낙 강해 머리카락 손상도 심하다. 발뒤꿈치에서부터 머리카락까지 ‘보여지는 것’은 모두 관리한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살이 덜 찌고 모공 자체가 작고 쫀쫀하다는 거다. 한 몸매 관리, 피부 관리, 헤어(머리카락) 관리에 엄청 많은 돈을 쓴다. 하하. 시간도 많이 빼앗긴다. 일을 안 할 때는 ‘관리’에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1㎏만 쪄도 촬영하는 분들이 금방 알아챈다. 그런 날은 집에 와서 엄청 운동한다. →간신히 아문 상처를 다시 건드리는 질문 같지만 직업이 직업인지라 이해해 달라. 2009년 톱모델 김다울에 이어 올해도 촉망받던 모델 김유리가 세상을 떠났다. 한 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언론에서 동료 모델들이 죽고 나면 우울증과 섭식장애로 연결시키는데 그건 개인 나름의 이유에 따른 결정이다. 왜 그런 식으로 연관짓는지 모르겠다. 송 (무거운 침묵 뒤) 어떤 직업군이든 자살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일부의 문제다. 모델들이 다이어트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건 사실이지만 죽음으로 연결될 정도로 심하게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분위기를 바꿔 보자. 무대 뒤는 전쟁터가 따로 없다고 하던데. 송 살벌하다. 하하. 패션쇼 때는 모델들을 도와주는 헬퍼(Helper)들이 따라붙는데 대개 의상 전공 대학생들이다. 옷을 바꿔 입을 때 헬퍼들이 옷을 잘못 줘서 뒤집어 입거나 지퍼를 열고 나간 적도 있다. 그럴 때는 순발력이 좋아야 한다. 한번은 런웨이에 이미 나갔는데 의상이 제대로 여며지지 않아 옆구리 살이 노출되는 것이 느껴졌다. 주머니에 손을 넣는 척하면서 얼른 가렸다. 한 모델들이 두려워하는 가장 최악의 상황은 런웨이 위에서 넘어지는 거다. 참고로 저는 넘어진 적은 없다. 하하. 글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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