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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개발 도심 속살에 반해 파리行 포기했죠”

    “재개발 도심 속살에 반해 파리行 포기했죠”

    “이상하다 싶었을 거예요. 파리 보내준다는 데도 대답을 안 하니…. 하하하. 그런데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다시는 찾아보기 어려운 거대한 스펙터클이 벌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그걸 포기합니까. 현장을 지키기 않으면 다 놓칠 판인데….” 한달에 400만원씩 드는 작업비용을 감당하느라 집세도 몇달째 밀려있다면서도 아쉽다거나, 후회한다는 표정은 아니다. 아직 흥이 채 가시지 않았다. 11월 27일까지 서울 신문로2가 성곡미술관에서 ‘서울, 침묵의 풍경 Ⅱ’ 전시를 여는 안세권(43) 작가다. 원래 영상작업을 해왔던 작가는 2003년 7월 청계천 공사 착공에 앞서 그 일대 풍경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인파, 바리케이드, 교통통제, 다이아몬드커팅기까지 어우러진 풍경을 영상물로 남겼다. 몇달간 천변 부근 차 안에서 먹고 자면서, 비오는 날마다 청계고가 달리기를 반복하면서 매진했다. 그러다 공사현장 그 자체에 매료됐다. 한층 더 두터운 화장을 바르기 위해 예전의 화장을 걷어내는 순간, 근대의 이름으로 덮어뒀던 서울이라는 도시의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때부터 사진기를 들기 시작했다. 청계천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웅장함과 거대함을 나타내는 구도와 시점을 택하면서도 세부묘사는 현미경을 들이댄 듯 세밀하다는 데 있다. 이번에 전시된 ‘청계천에서 본 서울의 빛’이 대표적이다. 사진이라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모든 디테일이 살아있다. 특히 휘어진 철근은 지금 청계천에서 뛰논다는 물고기보다 더 생생하게 퍼덕댄다. “저 철근 느낌 때문에 새벽에 그냥 공사현장에 뛰어들어가서 찍은 거예요. 박정희식 근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봤거든요. 그 때 민원 방지 차원에서 폐건축자재를 정말 빨리 치웠어요. 우연히 발견해서 바로 뛰어들지 않았다면, 영원히 놓쳤을 장면이죠.” 미세함을 포착하자니 품이 많이 든다. 기본은 4~5시간 노출촬영이다. 한 번에 찍으면 명암 때문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 노출 시간이 길어야 빛이 고루 스며들면서 작은 부분이 다 살아난다. 대신, 움직이는 물체가 없어야 하니 새벽시간대에만 작업한다. 촬영 뒤에는 후반 작업에만 보름 이상 매달린다. 그 결과 도시의 속살은 땀구멍 수준으로 확대된다. 그의 사진이 다큐멘터리라기보다 회화에 가까워 보이는 이유다. 청계천프로젝트 덕분에 2005년 가나아트에서 신진작가로 뽑혔다. 들어온 제안이 프랑스 파리 레지던시 참가. 그런데 서울에선 뉴타운이 한창이었다. 비행기 티켓 대신 카메라 가방을 움켜쥐고 다시 뛰었다. 도시의 내밀한 살내음을 추적하기 위해 금호, 약수, 월곡 같은 재개발지역을 훓고 다녔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작품은 ‘서울 뉴타운 풍경 - 월곡동의 사라지는 빛’이다. 특이하게도 2005~2007년에 걸쳐 찍었다. “보통 재개발하면 바로 밀어서 바로 짓잖아요. 그런데 저곳은 교회가 저항하면서 천천히 진행됐어요. 그래서 저렇게 연작을 뽑을 수 있었지요.” 말이 쉽지 3년 내내 다닌 셈이다. “출퇴근하듯 매주 찾아가면 별로 어렵지는 않아요. 하하하.” 환한 가로등이 점차 잦아들면서 마을은 점차 사라져가는 풍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런데 공사현장과 달리, 용역과 철거민이 맞부딪히는 재개발 현장은 위험하지 않을까. 낯선 사람이 새벽에 큰 가방 메고 이리저리 나다니는데. 월곡동에선 포크레인이 집을 부수는 순간을 찍으려는 데 주민들이 무척 반발했었어요. 집 부수는 순간은 그 찰나가 아니면 못 찍잖아요. 잽싸게 차에 가서 도록을 집어다 줬죠. 그랬더니 우리 동네도 이렇게 찍어줄거냐 하시더니 내버려두시데요.” 그래서 월곡동에서 청계천 철거민을 만났을 때 가슴 아팠다. 박정희 시대 청계천 공사 때문에 월곡동으로 밀려나간 사람이 뉴타운으로, 또 다시 시 외곽으로 밀려나 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에게도 다큐 작업이 있다. 아무래도 다큐는 스산하기 마련. 도시 재개발을 왜 삐딱하게 보느냐는 시선 때문에 잘 공개하지 않을 뿐이다. 혹시 청계천과 뉴타운 덕을 톡톡히 보신 ‘그 분’ 때문에? “으흐흐” 웃기만 하더니 다른 답을 내놓는다. “어떤 현상에 대해 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겠지요. 그 가운데 예술로 말한다는 것은 일단 아름다워야 한다는 겁니다.” 온통 땅을 할퀴고 뒤집어놓은 사진인데도 거칠고 탁하기보다 따뜻한 온기가 도는 이유다. 3000원. (02)737-765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10월 21일 세계종말의 날” 목사 예언 틀리자…

    “10월 21일 세계종말의 날” 목사 예언 틀리자…

    미국 해럴드 캠핑(88) 목사가 주장한 10월 21일 ‘세계 종말의 날’이 또다시 별일 없이 지나갔다. 종교인이자 ‘패밀리 라디오’ 설립자 해롤드 캠핑(89)은 지난 5월 패밀리 라디오의 방송프로그램인 ‘오픈 포럼’에서 “5월 21일, 전 세계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대대적인 예언을 펼친 바 있다. 하지만 5월 21일이 ‘별일 없이’ 지나가자 자신이 날짜를 잘못 계산했다며, 새로운 종말은 오는 10월 21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중 일부는 신의 선택에 의해 살아남게 될 것”이라면서 10월 21일이 오면 이 물리적인 세상이 모두 소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영혼의 심판이 끝나면 진정으로 신을 믿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10월 21일’ 역시 아무일 없이 지나가자 캠핑 목사는 침묵에 잠겼다. 전미에 66개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설교 방송 패밀리 라디오 측 홍보담당자는 “캠핑 목사는 프로그램에서 이미 은퇴했다.”며 종말론과 관련된 언급을 피했다. 한편 지난 5월 21일을 앞두고 캠핑 목사를 지지하는 신도들이 집단행동과 옥외광고를 하는 등 미국 내에서 큰 사회문제가 됐으나 이번에는 별다른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NTC지원 佛·英 - 눈치보던 中 ‘리비아석유 나눠먹기’ 점화

    NTC지원 佛·英 - 눈치보던 中 ‘리비아석유 나눠먹기’ 점화

    트리폴리 또는 파리, 아니면 제3의 도시. 그들이 원탁, 아니 장방형, 그도저도 아니면 8각형 대형 탁자에 줄줄이 앉는다. 각자의 앞에는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를 설득시킬 수치와 그럴듯한 문장이 담긴 두툼한 서류뭉치들이 놓여있을 것이다. 긴 침묵 끝에 마침내 좌장이 마이크를 잡는다. “이제부터 ‘뉴리비아 플랜’을 논의하겠습니다.” 마이크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든, 무스타파 압둘 잘릴 과도국가위원회(NTC) 의장이든 누가 잡아도 상관이 없다. 어차피 모두의 관심은 새로운 리비아에 대한 ‘지분 나누기’에 있으니 말이다. 카다피 사망으로 세상의 관심은 리비아 석유에 쏠리고 있다. ‘카다피의 리비아’를 뒤엎은 공과를 따져 ‘석유쟁탈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추정매장량 443억 배럴로 세계 9위의 석유국가인 리비아는 내전 발생 전 하루 160만~180만 배럴의 원유를 뽑아내 왔다. 내전으로 인해 원유 생산라인이 크게 파괴돼 재건이 불가피하고, 재건비용 마련을 위해 새로운 유전개발도 필수적이다. 리비아 내 석유지분 주장과 관련해선 승리의 일등공신인 프랑스와 영국이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프랑스는 군사작전을 주도하며 서방국가 가운데 리비아 사태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NTC를 가장 먼저 합법정부로 인정했고, 국제사회를 상대로 리비아의 해외동결자산 해제를 주장해 왔다. 리비아 내전에 2억 유로(약 3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벌써부터 프랑스가 리비아 과도정부 측과 리비아 석유의 35%를 할당받기로 밀약을 맺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프랑스와 함께 리비아 반군을 적극 지원한 영국 역시 일등공신 반열에 올라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영국은 특히 반군 지원 규모에서 프랑스를 앞서 리비아 재건과정에서 그 기득권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방 군사개입 후 시칠리아섬 기지를 리비아 공습기지로 내주는 등 적극적으로 ‘반 카다피’ 진영으로 돌아선 이탈리아나 군사작전에 참여해 온 캐나다 등도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리비아 전쟁을 위해 비용을 많이 대기는 했지만 프랑스와 영국에 비해 다소 기여한 부분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석유지분에 매달리기보다는 과도정부와의 ‘화학적 결합’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인 것은 중국이다. 중국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뒤늦게 과도정부를 인정한 데다 카다피 측과의 무기수출 논의사실까지 드러나 이미 과도정부의 눈 밖에 나 있는 상태이다.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리비아 내 사업장의 현상유지 정도를 요구하면서 리비아 내 석유지분 등을 서방이 독식하지 못하도록 국제사회에서 견제하는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다피 정부 당시 합의했던 에너지 개발 등의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러시아나 2005년 리비아 북서부 해상 유전에서 석유를 생산해 온 브라질 등도 리비아 사업의 유지를 위해 움직일 것으로 보이지만 카다피정권 당시의 사업이어서 과도정부의 지지를 이끌어낼지는 불투명하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나경원·박원순 후보 진영 ‘총성없는 TV 광고전’ 컨셉트는

    나경원·박원순 후보 진영 ‘총성없는 TV 광고전’ 컨셉트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 막판 유권자들의 감성을 뒤흔들 광고대전이 시작됐다. 여·야 후보진영은 각각 TV와 신문을 통해 총성 없는 광고전을 시작했다. 21일부터 전파를 탄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의 광고 컨셉트는 ‘인간 나경원’. 반면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TV 광고는 ‘범야권 총출동’에 초점이 맞춰졌다. 나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홍보본부장인 진성호 의원은 “21일 시작된 약 1분짜리 방송광고는 다른 인물은 등장하지 않은 채 나 후보가 걸어온 길을 담은 사진을 보여주는 형식”이라고 전했다. 진 의원은 “나 후보가 평범하게 살다 (다운증후군인) 첫 아이를 낳고 초등학교 입학을 거절당하며 약자의 설움을 알게 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서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개인사를 바탕으로 약자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서울시를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21일자 조간신문에는 ‘하나가 되어 주십시오. 서울을 지켜 주십시오’라는 카피에 나 후보가 박근혜 전 대표와 나란히 손을 흔드는 사진을 실은 전면 광고가 실렸다. 광고에는 ‘더이상 침묵하지 마십시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사람, 남에게 의존만 하고 의혹투성이인 사람이 어떻게 올바른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까’라며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투표를 호소하는 문구가 함께 게재됐다. 박원순 후보 측 광고는 ‘나홀로 나경원’ TV 광고와 대조적으로 ‘범야권 총출동’에 방점이 찍혔다. 앞서 18일 ”우린 하나 되어 이겼어’를 제목으로 첫선을 보인 TV광고는 범야권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하나 되어’라는 노래를 합창하는 장면으로 채워졌다. 박 후보는 물론 민주당 손학규 대표,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국민참여당 유시민·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서울대 조국 교수와 영화배우 문성근, 가수 이은미씨까지 등장한다. 초반부에는 박 후보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포옹하는 사진도 한 컷 실렸다. 오는 24일 공개될 신문 광고는 이명박 대통령·오세훈 전 시장의 심판을 앞세우며 통합·변화를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법상 두 후보는 TV·라디오에 25일까지 각 5회, 일간지에 24일까지 최대 13회의 광고를 낼 수 있다. 이재연·강주리기자 oscal@seoul.co.kr
  • [프로야구 PO 4차전] 대호 폭죽 롯데 월드

    [프로야구 PO 4차전] 대호 폭죽 롯데 월드

    결국 이대호가 통렬한 첫 홈런으로 롯데를 벼랑 끝에서 구했다. 롯데는 20일 문학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4차전에서 크리스 부첵-장원준의 특급 계투와 이대호의 홈런을 앞세워 SK를 2-0으로 격파했다. 이로써 벼랑 끝에 내몰렸던 롯데는 2승 2패를 기록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최종 5차전은 21일 하루를 쉰 뒤 22일 오후 2시 사직에서 열린다. 롯데가 최종전에서 승리하면 1999년(양대리그) 이후 12년 만에 대망의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 SK가 이기면 사상 최초로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다. 이날 롯데는 선발 부첵과 장원준의 계투가 눈부셨다. 지난 16일 1차전에서 구원패한 부첵은 3과 3분의1이닝 동안 2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선발 중책을 완수했다. 특히 4회 1사 1루에서 구원 등판한 장원준은 4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솎아내며 단 1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완벽히 틀어막았다. 포스트시즌 생애 첫 승을 챙긴 장원준은 이날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도 안았다. 반면 SK는 4안타의 빈공에 허덕이며 무기력하게 주저앉았다. SK 선발 윤희상은 5이닝 동안 삼진 6개를 낚으며 6안타 1볼넷 1실점으로 홀로 분투했다. 롯데는 3회부터 줄곧 찬스를 잡고도 후속타 불발로 애를 태웠다. 불길한 조짐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결국 5회에 값진 선취점을 뽑는 데 성공했다. 롯데는 0-0이던 3회 2사 후 문규현, 김주찬의 연속 안타와 손아섭의 볼넷으로 귀중한 만루 찬스를 맞았다. 기대를 모은 전준우는 윤희상의 초구를 과감하게 공략했다. 그러나 아쉽게 우익수 뜬공에 그쳤다. 4회에도 홍성흔의 시원한 좌중간 2루타로 1사 2루의 기회를 얻었지만 강민호와 황재균이 맥없이 연속 삼진으로 돌아섰다. 롯데는 결국 5회 선취점을 올렸다. 상대 투수의 1루 악송구로 선두타자 조성환이 출루하고 보내기번트로 1사 2루의 찬스를 잡았다. 다음 김주찬이 중전 안타를 터뜨렸지만 2루 주자 조성환은 3루에서 멈췄다. 이때 김주찬이 2루로 내달렸고 공이 2루로 뿌려진 사이 조성환이 홈을 파고들었지만 박진만의 홈 송구에 아웃됐다. 그렇게 롯데의 공격이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계속된 2사 2루에서 손아섭의 깨끗한 좌전 적시타가 터져 1-0으로 앞서나갔다. 그리고 6회. 줄곧 침묵하던 롯데 주포 이대호의 대포가 마침내 폭발했다. 선두타자 이대호는 볼카운트 1-1에서 상대 2번째 투수 이영욱의 3구째 커브를 통타,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문학 구장에는 ‘부산 갈매기’가 울려퍼졌고 그동안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이대호도 홈런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플레이오프 17번째 타석에서 첫 홈런. SK는 0-2로 뒤진 9회 말 2사 1·2루의 마지막 찬스에서 박정권이 아쉽게 삼진으로 물러났다. 인천 김민수 선임·김민희 kimms@seoul.co.kr
  • [프로야구 PO 2차전] 전준우 결승포… 롯데, 회심의 반격

    [프로야구 PO 2차전] 전준우 결승포… 롯데, 회심의 반격

    롯데가 반전 계기를 잡았다.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을 가져갔다. 4-1로 SK를 눌렀다. 6회 말 손아섭의 행운의 안타가 나왔고 곧바로 전준우가 결승 투런 홈런을 때렸다. 시리즈 1승 1패 균형을 맞췄다. 롯데로선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승리였다. 박빙 투수전에서 SK를 상대로 버텨 냈다. 불안하던 불펜이 상대 타선을 잘 막았다. 롯데 특유의 타격전이 아니라 초박빙 접전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 줬다. 아직 주포 이대호가 살아나지 않은 게 걸리지만 나쁘지 않은 흐름이다. 이제 무대는 문학으로 바뀐다. ●롯데와 SK, 팀 컬러가 뒤바뀌다 전날 1차전에 이어 2차전도 마찬가지였다. 두 팀의 팀 컬러가 뒤바뀌었다. 1차전 롯데는 세밀한 작전 야구를 보여 줬다. 수비에선 약속된 플레이로 2루 주자를 견제사시켰다. 9회 말엔 조성환이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를 성공했다. 상대 페이크 수비를 다시 한번 뒤집는 역발상이었다. 경기 초반 김주찬의 도루에 이은 과감한 홈대시도 포착됐다. 공수 양면에서 세기가 확연히 좋아졌다. 2차전에서도 그랬다. 6회 말 2사 1루 상황에서 홍성흔이 2루 도루에 성공했다. SK 배터리는 이대호와 엇비슷한 주력의 홍성흔이 뛸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수비에서도 6회 초 박재상을 견제로 잡았다. 3루수 황재균은 2회와 7회 유연한 러닝스로를 선보였다. 6회 초 무사 1루 상황에선 상대 작전을 간파한 뒤 병살 플레이를 만들어 냈다. 내외야 짜임새가 확연히 좋아졌다. ●송승준-강민호 배터리 수싸움 빛나다 이날 롯데 선발 송승준은 잘 던졌다. 6이닝 동안 5안타 1실점만 했다. 사실 부담이 많은 상황이었다. 전날 팀은 힘싸움 끝에 졌다. 2차전은 꼭 잡아야 했다. 상대적으로 불안한 불펜을 생각하면 잘 던지면서 오래 던져야 했다. 더구나 경기 들어서선 상대 선발 고든이 5회까지 롯데 타선을 완벽하게 압도했다. 1패 뒤 쫓아가는 팀의 선발로선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송승준·강민호 배터리는 SK 타선을 잘 요리했다. 포크볼을 적극 활용했다. 140㎞대 중반 직구로 분위기를 잡은 뒤 곧바로 승부구 포크볼을 던졌다. 반대로 초구부터 포크볼을 뿌리면서 범타를 유도하기도 했다. 워낙 각이 좋았다. 직구와 같은 궤적으로 오다가 타자 앞에서 뚝 떨어졌다. 강민호가 리드를 잘했고 송승준의 구위도 준수했다. 송승준은 7회 초 무사 1·2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후 강영식이 1실점했고 송승준의 자책점으로 기록됐다. ●롯데, 불안요소는 ‘주포’ 이대호 부진 롯데의 불안요소는 분명하다. 주포 이대호가 안 맞는다. 1차전에서 5타수 1안타였고 2차전에선 4타수 무안타였다. 두 경기 타율 .111이다. 밸런스는 나쁘지 않은데 마음이 조급하다. 계기가 필요해 보인다. 반면 불펜은 힘을 내고 있다. 이날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전날 등판하지 않았던 마무리 김사율은 9회 초 3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팽팽한 경기에서도 버텨 낼 수 있다는 걸 보여 줬다. 전날까지 부진하던 강민호도 6회 말 1타점 적시타, 8회 말 솔로 홈런을 때려 냈다. 타격은 여전하고 투수력도 짜임새를 갖췄다. 반면 전날 활발했던 SK 타선은 6안타로 침묵했다. 홈에서 빨리 타격감을 회복해야 한다. 부산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콘서트·오페라·프로야구… 영화관에서 즐긴다

    콘서트·오페라·프로야구… 영화관에서 즐긴다

    #장면1 11일 서울의 복합상영관 CGV 영등포. 스크린에는 영화 대신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KIA-SK 3차전이 한창이었다. 처음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숨죽여 영화를 보는 데 익숙하기 때문일 터. 하지만 6회 초 SK가 선취점을 올릴 때쯤 박수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모여앉은 ‘관중’들은 소리를 지르고, 종이컵이지만 맥주잔도 부딪쳤다. CGV는 서울 3개관을 비롯해 KIA·SK의 연고도시인 광주·인천 등 5개 관에서도 이날 경기를 생중계했다. #장면2 지난달 20일 CGV영등포. 일본의 소녀시대라는 AKB48의 ‘가위바위보 토너먼트’ 생중계를 보려는 팬들로 500석(2개관)이 거의 찼다. AKB48의 멤버 가운데 58명, 자매그룹 SKE48의 5명 등 68명이 참여한 토너먼트에서 16강에 든 멤버들에게 12월에 나올 ‘AKB48’의 24번째 앨범 타이틀곡을 부를 자격을 주는 이벤트를 팬과 함께한 것. 극성스럽게 야광봉을 흔들며 울먹거리는 팬들로 극장은 콘서트 현장이 됐다. 극장이 진화하고 있다. 영화만 보던 것은 옛날 얘기다. CGV는 올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 전 경기를 생중계한다.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다. 요금은 성인 1만 5000원(청소년·어린이 1만 2000원). 스페인 프로축구 최대 라이벌전인 ‘엘클라시코’(FC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나 영국 프로축구의 코리안더비도 생중계를 추진하고 있다. 메가박스와 씨너스는 지난 5월 일본 록밴드 라르크 앙 시엘의 데뷔 20주년 공연을 생중계했다. CGV와 씨너스는 올 6월 AKB48의 공연을 한글 자막이 없이 생중계했는 데도 90%에 육박하는 객석점유율을 기록했다. 클래식도 새로운 콘텐츠로 가능성을 드러냈다. CGV압구정은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2010~11시즌 작품을 매주 수·토·일요일 상영한다. 초기에는 객석점유율이 16%에 머물렀다. 이후 입소문이 퍼지면서 객석점유율이 30%를 웃돌았다. 특히 도니체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35.8%를 찍어 극장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사이먼 래틀, 클라우디오 아바도, 구스타프 두다멜, 다니엘 바렌보임, 리카르도 무티, 로린 마젤 등 지휘자 6명의 공연실황을 담은 ‘마에스트로 6’는 올 6~8월 씨너스와 CGV 상영 당시 60% 이상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뮤지컬도 가세한다. 프랑스에서 150만 관객을 동원한 ‘모차르트 록 오페라’는 다음달 극장에 걸린다. 3차원(3D) 영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업계가 새 콘텐츠 발굴에 팔소매를 걷어붙인 까닭은 성숙을 넘어 정체단계에 이른 영화산업 현실 때문이다. 2006년 이후 관객수는 수년째 1억 5000만명 선에서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5.2% 줄어들어 1억 4680만명을 기록했다. 연평균 객석 점유율도 25%를 밑돈다. 당장에는 돈벌이가 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극장’을 소비하는 세대·계층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얘기다. 박혜영 CGV 프로그램팀 과장은 “‘도가니’ ‘써니’처럼 전 연령대를 쓸어모으는 대박 영화가 나오지 않는 한 극장은 주말·방학 장사밖에 안 된다.”면서 “스크린 수는 포화에 이르렀고, 1인당 관람횟수를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안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마니아에 국한된 대중음악 공연보다는 전 연령층이 좋아하고 비수기에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스포츠 콘텐츠의 가능성을 좀 더 크게 본다.”고 덧붙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프로축구] “심판 비난하는 감독 징계”

    검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단속하겠다는 등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규제에 이용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2012년부터는 프로축구 K리그에도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질 전망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5일 열린 2011년 3차 이사회에서 구단 및 K리그 관계자들은 경기 판정이나 심판 관련 불만을 드러낼 수 없다고 의결했다. ●“英·日 등서도 일절 금지” 이사회는 “코칭스태프, 선수 등 K리그 관계자는 경기 판정이나 심판과 관련해 공식 인터뷰 등 대중에게 공개되는 경로를 통한 부정적인 언급이나 표현을 할 수 없다.”면서 “이 경우 별도 규정으로 제재할 예정이다. 영국, 일본 등 해외 프로축구에서도 감독, 선수, 관계자의 심판 관련 언급을 일절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벌금 등의 징계가 내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블로그·SNS 통해서도 안돼 ‘대중에게 공개되는 경로’, 즉 인터뷰뿐만 아니라 블로그, SNS 등을 통해서도 심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말라는 뜻이다. 반면 이사회는 심판 판정의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여러 구단 관계자들은 “연맹의 편의주의적이고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수도권 구단 관계자는 “경기가 끝나면 이긴 팀은 이긴 팀대로, 진 팀은 진 팀대로 할 말이 많다.”면서 “심판 판정 때문에 억울하게 지는 경우가 분명히 있고, 그런 경우에 불만이라도 터트려야 속이 풀리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3일 열린 수원과 FC서울의 경기 뒤 패장인 서울의 최용수 감독대행은 수원 스테보의 결승골이 오프사이드 상황에서 나왔다는 것을 지적했고, 심판위원회가 이를 오심으로 인정하면서 해당 심판의 징계 수위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심이 밝혀져도 경기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최소한 억울한 마음은 털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만약 최 감독대행의 지적이 없었더라도 심판위원회가 자체적으로 문제를 삼고 징계 절차에 들어갔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구단 “설전도 중요한 흥행요소” 한 시민구단 관계자는 “심판 판정에 정식으로 이의제기를 해도 언론이 알 수 없게 하라는 뜻으로 이해된다.”면서 “숨기고 가리는 방식으로 심판의 권위를 세우겠다는 독재시대의 발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구단 관계자는 “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심판 판정에 대해서만은 양방향 소통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침묵해야 할 성역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유럽 프로축구에선 심판 판정에 대한 감독들의 불만까지도 팬들의 관심을 끄는 중요한 흥행 요소라는 점을 연맹만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2011 노벨문학상 발표] 스웨덴의 ‘말똥가리 시인’… 세상을 관조하다

    [2011 노벨문학상 발표] 스웨덴의 ‘말똥가리 시인’… 세상을 관조하다

    “유월의 어느 아침, 일어나기엔 너무 이르고 /다시 잠들기엔 너무 늦은 때. //밖에 나가야겠다. 녹음이 /기억으로 무성하다, 눈 뜨고 나를 따라오는 기억. //보이지 않고, 완전히 배경 속으로 /녹아드는, 완벽한 카멜레온. //새 소리가 귀먹게 할 지경이지만, /너무나 가까이 있는 기억의 숨소리가 들린다.” 국내에 유일하게 번역 출간된 201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웨덴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80)의 시집 ‘기억이 나를 본다’(들녘 펴냄)의 표제작이다.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는 “스웨덴의 국민시인 트란스트뢰메르는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자연환경에 대한 깊은 성찰과 명상을 통해 삶의 본질을 통찰함으로써 서구 현대시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트란스트뢰메르의 시는 ‘말똥가리 시인’이란 별명처럼 정치적 다툼보다는 북극의 얼음이 해빙하는 곳,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화해와 포용의 지역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북구의 투명한 얼음과 끝없는 심연, 영원한 침묵처럼 시인은 세상을 관조하며 일 년에 평균 네댓 편의 시를 써냈다. ●김성곤 교수 “삶의 통찰로 현대시 새 길” ‘말똥가리 시인’이란 별명은 높은 시점에서 지상 자연세계의 자세한 일에 초점을 맞추는 시 세계 때문에 붙여졌다. 꼼꼼한 거시주의 혹은 거시적 미시주의는 그의 특징적인 시작법이다. 트란스트뢰메르는 언론인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부모의 이혼 뒤에 아버지와는 거의 만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여름이면 주로 섬에서 지냈던 트란스트뢰메르는 고고학과 자연에 매혹되어 탐험가가 되기를 꿈꾸기도 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1960년대 중반부터 시인과 심리학자로 동시에 활동한다. 2004년 ‘기억이 나를 본다’가 한국에서 출간될 때 트란스트뢰메르는 1990년에 닥친 뇌졸중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태였다. 뇌졸중으로 한동안 반신마비에 빠져 대화가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어판 시선집을 낸다는 편지에 흔쾌히 승낙 의사를 표시한 뒤, 영역본 시집을 주로 참조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건물에서 멀지 않은 공터에 /신문지 한 장이 몇 달째 누워 있다. 사건을 가득 담고 /빗속 햇빛 속에 밤이나 낮이나 신문은 그곳에서 늙어간다 /식물이 되어 가는 중이고, 배추머리가 되어 가는 중이고, /땅과 하나가 되어 가는 중이다. / 옛 기억이 서서히 당신 자신이 되듯.” ‘역사에 대하여’란 그의 시에서 알 수 있듯 트란스트뢰메르의 시적 공간은 무척이나 광대하다. 잠과 깨어남, 꿈과 현실, 혹은 무의식과 의식 간의 경계지역 탐구가 그의 시의 주요 영역이기도 하다. ●“종교적 경사 심하다” 비판도 중기 작품은 자연세계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깊은 사색이 투영돼 있다. 특히 천상과 지상과 지하를 넘나드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이 두드러진다. 시공을 초월하는 자유분방함은 기독교 신비주의와 긴밀히 연관된다. 이런 점 때문에 “종교적 경사가 심하여 반대로 정치사회적 맥락이 거세되었다. 특히 눈앞의 정치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트란스트뢰메르는 이런 비판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시 세상을 구축했으며 ‘침묵과 심연의 시’ 흐름을 주도했다. 그렇다고 트란스트뢰메르가 시에서 정치사회적 발언을 전혀 내비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오의 해빙’이란 시에는 “하지만 소음의 스커트 자락으로 예(禮)를 갖춰 인사하는 제트기가 /땅 위의 정적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는 시구가 등장하기도 한다. 정치적으로 제3의 길을 걸었다고 평가받는 시인은 중용의 인생관을 구현하고자 했다. ‘100%’란 표현을 극단적으로 혐오한다는 시인의 말에서 이 같은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신비스러운 진리의 길을 올곧게 따라가는 것이 똑바로 선 인생의 길”이라고 강조한다. 영어권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스칸디나비아 시인인 트란스트뢰메르의 작품은 독일어, 핀란드어, 헝가리어, 영어 등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스웨덴 작가로는 1974년 수상한 시인 H 마르틴손에 이어 37년 만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독일의 페트라르카 문학상, 보니어 시상, 노이슈타트 국제 문학상 등 세계적인 문학상도 다수 받았다. ●‘기억이 나를 본다’ 국내 유일 출간 트란스트뢰메르의 작품은 사과나무, 벚나무, 호수, 잔디밭, 햇볕, 얼음, 눈, 붉은 벽돌집 등 시에 등장하는 소재만으로도 북유럽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스웨덴의 차갑고 투명하며 깨끗한 자연 속에서 시인은 우리가 모두 공감하는 보편적 우주를 창조해 냈다. 시인의 딸 파울라 트란스트뢰메르는 한 외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아버지가 수상 사실을 차분히 전해 듣고 기뻐했다.”고 전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안철수 대선 나올 것… 내년 3월 정당정치 혁명적으로 바뀔 것이다”

    “안철수 대선 나올 것… 내년 3월 정당정치 혁명적으로 바뀔 것이다”

    한 달 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정치 나들이’ 일주일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영원한 전략가’로 통했고, 최근엔 안 원장의 정치 멘토로도 불렸던 그를 6일 어렵게 만났다. 안 원장이 서울시장 출마의 뜻을 접고 학교로 돌아간 뒤로 그 역시 한 달간 침묵했다.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식사라도 하자며 간신히 자리를 만들었다. 그는 여전히 신중했고, 말도 가려서 했다. 안 원장이 일주일간의 ‘정치 나들이’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간 직후 그로부터 미안한 마음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직간접 전달받은 뒤 아직 접촉이 없다고 밝혔다. 안 원장이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박원순 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양보’한 과정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언급을 삼갔다. 그러나 그토록 신중한 그가 힘 주어 말한 게 있다. “(총선을 한 달 앞두는) 내년 3월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이 올 것이고, 지금의 정당 정치가 혁명적으로 바뀌는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와 함께 안 원장이 내년 12월 대선에 나올 것으로 예견하기도 했다. →안철수 바람, 안풍은 여전한 건가. -기성정당으로부터의 민심이 떠났는데 안철수 말고 마음 줄 데가 없지 않나. 쉽게 안 사라질 것이다. →박원순 후보의 야권 단일화 승리도 안철수의 힘인가. -박 후보는 지지율 10%가 안 나오던 사람이었다. 안 원장이 양보해 나온 효과다. 한나라당, 민주당이라는 거대한 정당이 안철수 한 개인에게 지진을 만난 것처럼 흔들리는 걸 봐라. 얼마나 약하면 그 모양일까. →대안 정치세력이 나올 토양이 돼 있나. -그렇다. 미국 월가 시위처럼 학생들뿐 아니라 서민들의 분노가 말도 못한다. 내년 봄 대학 등록 시즌이 되면 물가가 엄청 올라 있을 거고, 유럽의 위기가 한국에 전이되면서 선거를 앞두고 충격이 올 것이다. 현재의 대권 구도는 날아가고 제3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은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다. →제3세력의 정치화는. -제3세력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심리는 전혀 죽지 않았다. 그럼 이제는 두 당 중에 하나가 없어지거나 아예 혁명적인 변화가 올 것이다. →보수진영의 시민세력화 움직임이 있나. -보수진영은 원래 그런 거 잘 못한다. →정계 대개편 가능성은. -가능성이 많다. 기성정당 의원들의 이탈도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박 후보가 당선되면 그런 상황이 가속화될 것이다. →나경원 후보가 당선되면. -그런 상황이 올까. 박 후보가 위기를 맞으면 안 원장이 나오지 않을까. →안 원장이 대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그렇다. →안 원장이 한나라당이 변하면 한나라당도 지지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의 정체성은. -한나라당 공천 때마다 현역의원 40%를 바꾸지만 당은 그대로다. (국회의원들이) 지역적으로 강고한 카르텔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싸우다가도, 공통의 이익에는 뜻을 같이한다. 안 원장은 진보, 보수 이분법으로 보지 말라 했고, 이분법은 의미가 없는 시대다.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대권 밀약설은. -글쎄. 세력이 있어서 약속했다면 모르겠는데, 박 후보 개인적으로 약속했다는 것, 우습지 않나. →안 원장의 강세가 계속 이어질까. -당연히 이어질 것이다. 보수언론이나 세력은 흠집을 내려 할 것이지만, 안 먹힐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볼 때 보수언론이나 세력이 도덕적으로 공격할 자격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안 원장이 제3 정치세력의 구심점이 되는 건가. -제3의 길은 쉬운 길이 아니다. 보수, 진보도 아니다. 이념적으로 보수와 진보를 초월해야 한다. 여야의 협공을 받게 될 것이다. 안 원장이 시련을 겪고 자란 사람이 아니라서 막상 그런 현실에 부닥치면 감내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안 원장이 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관건은 국민들의 지지다. 지지를 얻으면 이를 극복할 것이고, 지지가 없으면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 대세론은 이어질 것으로 보는가. -이미 무너진 것 아닌가. 안철수 대세론이 일찍 와서 잘된 측면이 있지. 다행인 면이 있다. 박 전 대표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문제지. →박 전 대표가 한국 정치가 위기라며 나경원 후보를 돕겠다고 했는데. -지면 한나라당은 패닉에 빠질 것이다. 박 전 대표 진영에서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박 전 대표가 극복하는 역량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위력을 보이는데. -인상이 좋다. 깨끗하고, 탐욕스럽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인간적이다. 그런데 정치적 명분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 실패에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이춘규 선임기자·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3)별무늬 자국의 비밀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3)별무늬 자국의 비밀

    “김 사장, 우리 집사람이 전화를 통 안 받네. 미안하지만 2층 좀 올라가봐 줘.” 2005년 6월 8일 오전 10시쯤 부산의 한 중국 음식점. 가게 문을 열자 걸려 온 전화의 목소리는 다름 아닌 위층 남자였다. 멀리 출장 나와 있는데 집에서 전화를 안 받는다고 했다. 목소리에 걱정이 가득했다. 중국집은 얼마 전까지 위층에서 운영했던 터라 아래층과 위층 사이에 일종의 ‘개구멍’이 나 있었다. “아주머니. 저 아래층입니다.” 중국집 김씨는 빠끔히 머리를 내밀어 2층 내부를 들여다봤다. 해가 중천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집 안은 어두컴컴했다. 비릿하고 역한 냄새가 밀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김씨는 기절초풍을 했다. 1층으로 굴러떨어지듯 내려와 전화를 찾았다. “여기 ○○반점 2층인데요. 사, 사람이 죽어 있어요.” ●LCV가 찾아낸 피 묻은 신발 자국 감식반이 확인한 시신은 2층 안주인 A(당시 63세)씨였다. 무슨 억하심정이 있었는지 범인은 A씨의 머리와 옆구리 등을 흉기로 24차례나 찔렀다. 목을 조른 흔적도 있었다. 하지만 죽은 뒤엔 그 모습이 참혹했는지 시신 위에 옷가지를 수북이 덮어 두었다. 집 안이 어두운 건 두꺼비집(분전함)이 내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억지로 문을 연 흔적도 없었고, 패물 등 사라진 것도 없었다. 경찰은 면식범의 소행에 무게를 뒀다. 집 안 곳곳에 뿌려진 혈흔들을 볼 때 사망자는 숨이 다하기 전 범인과 꽤 오랫동안 몸싸움을 한 듯했다. 그러나 지문 등 범인의 흔적은 좀체 나오지 않았다. “여기 발자국이 있는데요.” 감식반원이 가리킨 곳에 별 모양의 신발 자국이 보였다. 235~240㎜가량의 운동화 아니면 등산화 같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범인은 여자인가? 아니면 발이 매우 작은 남자인가? 살인 현장에서 혈흔 족적이 발견되면 감식반은 LCV(Leuco Crystal Violet)나 루미놀(Luminol) 등 특수 시약을 쓴다. 범인의 발 크기와 신발 종류 등을 분명하게 알아내려면 육안의 한계를 넘어서는 화학적인 흔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LCV는 혈흔 속의 단백질에 반응한다. 보통 때는 무색의 액체지만 혈흔과 만나면 자주색으로 변한다. 비교적 시약을 만들기가 쉽고 밝은 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루미놀이나 플루오레세인 등도 이용된다. 피가 있는 자리에 발광 현상을 일으키는 루미놀은 시약을 만들기가 쉽지만 반응이 일시적이고, 주위가 어두워야 하는 단점이 있다. 플루오레세인은 반응의 결과물이 매우 밝고 오래 가지만, 자외선 같은 가변광원을 이용해야 하는 데다 만들기도 비교적 까다롭다. 경찰은 주변 인물들을 차례로 용의선상에 올렸다. A씨의 남편도 예외는 아니었다. 새벽부터 여러 차례 집에 전화를 해 대고, 마치 독촉이라도 하듯 현장에 1층 주인을 가 보라고 한 게 오히려 더 의심을 샀다. 출장이라고 간 곳도 자동차로 고작 100여분 거리. 마음먹기에 따라 범행을 저지르고 도주하는 데 충분했다. 두 번째 용의자는 A씨에게 5000만원을 빚지고 도망간 B(당시 45세)씨. 한때 둘도 없이 친했지만 돈이 걸리면 언제든 독한 마음을 먹을 수도 있는 게 사람이어서 경찰의 용의선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두 명 모두 의심할 여지 없이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마지막 용의자는 피해자에게 5000만원을 빌려 준 남편의 친구 C(당시 66세)씨. C씨는 A씨의 시신이 발견되기 3시간 전인 아침 7시쯤 현관까지 왔다가 안에서 대답이 없어 그냥 돌아왔다고 했다. 역시 친구의 부탁 때문이었다고 했다. 2년 전 아내가 집을 나간 C씨는 본인은 그날 저녁 혼자 잠을 잤다고 했다. ●60대 살인자가 사용한 교묘한 술책 이상한 것은 용의선상에 있는 어느 누구도 235~240㎜의 신발에 맞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사건이 미궁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가 날아왔다. 죽은 A씨의 손톱 밑 혈흔이 C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순간의 필사적인 발버둥이 범인의 흔적을 담아낸 셈이었다. 하지만 범인이 도저히 빠져나가지 못할 좀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담당 형사와 C씨 간에 피 말리는 심리전이 이어졌다. 그러기를 10여 시간. 굳게 닫혀 있는 60대 범죄자의 입이 결국 열렸다. “제가 죽였습니다.” C씨가 진술한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남편이 일 때문에 자주 집을 비웠기 때문인지 A씨와 C씨는 자주 왕래를 하다가 각별한 사이가 됐다. 그렇게 4년. 관계가 깊어지면서 A씨는 필요할 때마다 C씨에게 돈을 융통해 썼다. 그러다 둘 사이에 결정적인 갈등이 생겼다. “제가 사정이 급해져서 꿔준 돈을 돌려받으려 하자 A가 냉정하게 돌아서더군요.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매몰차게 거절하는데 정말…, 그런 배신감과 분노가 또 있을까 싶더라고요.” 결국 그는 등산용 장갑을 끼고 칼을 챙겼다. 폐쇄회로(CC) TV에 찍힐 수 있다는 생각에 커다란 등산용 모자를 눌러썼다. 그리고 평소 자기 차에 보관해 두고 있던 A씨의 등산화를 신었다. 현장에 족적이 남을 것을 예상한 술책이었다. 그는 한때 사랑했던 여성에게 스무 번 넘게 분노의 비수를 꽂았다. 사건이 이렇게 마무리되나 싶을 즈음 담당 형사의 새로운 추궁이 이어졌다. 2년 반 전 집을 나갔다는 C씨의 아내(실종 당시 58세)에 대한 수사였다. A씨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담당 형사는 C씨 부인이 단순하게 실종된 게 아니라고 직감했다. 말을 할 때마다 C씨의 이야기는 엇갈렸고, 손과 눈빛이 떨렸다. “부인은 어디에 있나요.” “…” 얼마의 침묵이 지났을까. 그가 입을 열었다. “집요.” “만기가 다가오던데, 보험금 타려고 그간 숨어 지낸 건가요.” “아니요. 몸은 마루에 있고, 머리는 안방 침대 밑 바닥에 있어요.” 그는 2002년 10월 28일 자신의 목공소에서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다음 날 집 한켠에 묻었다. 여자가 남편 말에 한마디도 지지 않고, 심지어 무시하기까지 한다는 게 살해 동기였다. 이듬해 초 집 보수공사를 하면서 그는 아내의 시신을 꺼내 머리와 몸통을 분리한 뒤 안방과 현관 마루 쪽에 각각 묻었다. 처음 묻으려던 현관이 비좁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매일 잠을 자던 곳은 아내의 머리가 묻힌 쪽이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서울시장 보선 D-30] 여야 후보단일화 속도전… 유례없는 ‘진검승부’ 되나

    [서울시장 보선 D-30] 여야 후보단일화 속도전… 유례없는 ‘진검승부’ 되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26일로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한 달 전 치러졌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를 불렀고, 이 틈새에서 ‘안철수 바람’이 쓰나미처럼 밀려와 기존 정치판을 뒤흔들었다. 범여권과 범야권의 총력전으로 치러질 이번 선거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까지 긴 여운을 드리울 전망이다. ●대충돌 오나 여권과 야권 모두 ‘진검 승부’를 벼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다음달 6일 후보등록 전까지 보수단체에 의해 시민후보로 추대된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끌어들일 계획이고, 25일 당내 후보를 선출한 민주당도 박원순 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범야권 후보단일화를 시도한다. 제3의 후보가 끝까지 완주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더욱이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긴 침묵을 깨고 선거전에 뛰어든다면 보수층의 총집결이 예상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야당 시절 재·보선 ‘40대0’ 승리를 이룬 것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반발도 작용했기 때문”이라면서 “박 전 대표가 정권이 바뀐 반대상황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역전승’을 안긴다면 대선까지 쾌속질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도 이번 선거는 단일화의 최대 시험대다. 민주당이 ‘기호 2번’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단일화를 성사시킬 생각을 하고 있고, ‘안철수 바람’까지 등에 업은 상황이다. ●대선후보들도 영향권 선거 결과는 여야 대선 후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만일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면 결과에 따른 후폭풍이 더없이 커진다. 그가 진두지휘했는데도 여당 후보가 패하면 당은 일대 혼란에 빠지고, 박 전 대표도 상처를 입는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가 ‘적정선’을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몽준 전 대표는 위험 부담이 적은 만큼 선거 공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강하게 낼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유력 후보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존재감’을 고민해야 한다. 단일후보로 박원순 전 상임이사가 선출될 경우 손 대표와 문 이사장을 떠받치고 있는 민주당과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약화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박 전 상임이사가 단일후보로 나서 당선된다고 해도 손 대표와 문 이사장은 얻을 게 별로 없다.”면서 “반대로 패한다면 두 사람뿐만 아니라 야권 전체가 엄청난 충격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 도전 vs 기성정당 응전 한나라당과 보수적 시민사회, 민주당과 진보적 시민사회가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박 전 상임이사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를 압도하고 있고,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박세일 선진통일연합 상임의장 등도 한나라당과 차별화된 보수 정치를 꿈꾸고 있다. 시민사회가 선거국면에서 당을 리드하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들이 ‘정계개편’을 주도할 여지가 커진다. 기성 정당을 믿지 못하는 부동층이 단순한 정치 소외세력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안철수 바람’으로 확인됐고, 이 계층을 새로운 정당으로 묶으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반면 기성 정당들은 위기감 속에서 시민후보를 당으로 포섭하기 위한 응전의 노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부동층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물갈이’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 ●정책 재충돌 정책도 크게 충돌할 조짐을 보인다. 무상급식에서 빚어진 선거인 만큼 다양한 논쟁이 불거질 예정이다. 여야 후보들이 앞다퉈 오세훈 전 시장과 차별화된 민생·복지 정책을 발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은 복지 당론을 재정비할 계획이고, 민주당은 ‘복지 프레임’을 정권심판론의 주요 틀로 활용할 생각이다. 박 전 상임이사가 지난 23일 서울 암사동 생태습지를 방문해 한강에 설치된 수중보(洑)를 철거할 뜻을 시사하는 등 오세훈 전 시장이 역점을 둬 온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전면적인 개편 가능성을 예고하자 나경원 최고위원이 25일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나선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인 4대강 사업 전체로 논란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현 정부 들어 지난 3년 반 동안 수중보를 둘러싸고 대운하냐 아니냐, 예산 낭비냐 홍수 예방이냐, 생태계 보전이냐 파괴냐의 논쟁을 벌여왔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폐광지역 살려내라” 태백시 뿔났다

    “폐광지역 살려내라” 태백시 뿔났다

    “폐광지역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도움을 청하는데 정부는 왜 나 몰라라 합니까?” 강원 태백시민들이 국회 앞 시위를 벌이며 생존권 투쟁을 벌이고 있다. 폐광지역을 살리기 위해 폐광지역특별법(폐특법) 연장 등을 정부에 요구했지만 대답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태백시지역현안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시민 1000여명은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상경투쟁집회를 열고 3000명 이상의 고용 대체산업 유치, 국민안전체험 테마파크 정부 운영, 강원랜드의 폐광지역 균형 투자, 폐광지역지원특별법 연장 등 9개의 지역 현안 해결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태백시민들의 생존권 쟁취를 위한 뜨거운 함성과 염원인 폐특법과 대정부 합의문을 이끌어내고 중앙부처를 방문해 합의사항 이행을 수 차례 건의했지만 정부는 현재까지도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정부의 조속한 대책을 촉구했다.이들은 또 “태백은 계속되는 인구감소와 대체산업 정착이 요원한 실정으로 백척간두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며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무기한 전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회의원, 지역 도의원 등은 삭발식까지 펼치며 “폐특법 연장, 대체산업 유치 등은 생존의 문제이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고 역설했다. 집회에 나선 시민들은 ‘파멸이냐 생존이냐 생존권 수호하라’,‘태백시 우롱하는 정부는 각성하라’, ‘더이상은 못 참겠다 태백시민 다 죽는다’ 등의 구호가 담긴 만장을 들고 시위를 펼쳤다. 대책위는 지난달 23일 황지연못에서 대정부 투쟁 출정식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촛불집회, 침묵시위, 중앙정부청사 항의방문, 궐기대회 등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일에도 태백지역 대부분의 상가가 철시하고 11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35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생존권 시위를 벌였다. 당시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3000명 고용 대체산업 유치와 국민안전체험테마파크 운영, 강원랜드의 폐광지역 균형투자,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연장, 석탄산업법 개정 등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 1999년 12월에도 12일동안 농성을 벌여 고용 대체산업 유치 등 지역경제 회생방안 5개항을 정부와 합의한 바 있다. 김연식 태백시장은 “태백의 인구는 한때 13만여명으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정책으로 이제는 5만여명으로 급감하고 지역 경제는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태백시민들은 생존권을 걸고 폐특법 연장 등 정부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차일피일 이를 미루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우리는 태백에서 살고싶다. 살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백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강호동·김아중 이어 ‘나가수’ 인순이도 거액 탈세

    강호동·김아중 이어 ‘나가수’ 인순이도 거액 탈세

     개그맨 강호동(41), 탤런트 김아중(29)에 이어 가수 인순이(54)도 탈세를 했다가 수억원의 추징금을 낸 사실이 알려졌다.  뉴시스는 인순이가 지난 2008년 거액을 탈세했다가 거액의 추징금을 납부했다고 1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2008년 인순이를 세무조사했고, 이후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했다.뉴시스는 “당시 인순이가 전체 소득액을 실제보다 줄여 신고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했다.”고 고의성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순이측은 “(과거에 인순이가 탈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자세히는 모른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순이는 혼혈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을 극복하고 실력으로 가요계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가청렴위원회가 2007년 국민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청렴한 이미지의 연예인’에 꼽히기도 했다.   1978년 여성트리오 ‘희 자매’로 데뷔해 1980년대에 솔로로 전향한 인순이는 뛰어난 가창력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밤이면 밤마다’, ‘친구여’, 그룹 카니발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거위의 꿈’ 등을 히트시켰고 현재 MBC TV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뮤지컬 ‘캣츠’ 등에 출연해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앞서 MC 강호동(41)과 탤런트 김아중(29)도 탈세사실이 적발되면서 수억원을 추징당했다. 강호동은 잠정 은퇴를 선언했고 김아중은 특별한 반응없이 침묵하고 있는 중이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프로야구] 나이트 웃고, 김상현 울었다

    1회말 2사 주자 1루 상황. 타석엔 넥센 알드리지가 서 있었다. 이미 넥센은 1점을 먼저 냈다. 흐름이 괜찮았고 추가점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알드리지 눈에 힘이 들어갔다. 마운드의 두산 김상현은 막아야 했다. 자칫 여기서 밀렸다간 초반부터 경기가 꼬인다. 볼카운트는 1스트라이크 노볼. 2번째 공이 중요했다. 여기서 어떤 공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앞으로 수싸움이 완전히 달라진다. 타자와 투수 사이 보이지 않는 머리싸움이 치열했다. 이게 야구의 묘미다. 15일 목동 구장 관중들의 긴장감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목동 구장 전광판과 조명탑이 동시에 꺼졌다. 관중들 함성이 한순간 침묵으로 변했다. 오후 6시 44분. 경기 시작한 지 14분 만이었다. 예고 없는 정전 사태였다. 넥센 관계자들은 일단 비상전력을 가동했다. 관중석 복도 등에 급한 대로 전기를 공급했다. 경기는 어떻게 됐을까. 김호인 경기운영위원은 오후 7시 40분을 데드라인으로 잡았다. 데드라인에 맞춰 전기가 공급되면 경기를 속개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음날 경기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이런 경우 가장 곤란한 게 투수다. 한번 달아올랐던 어깨가 다시 식는다. 어느 시점에 어떻게 경기가 속개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다시 어깨를 푸는 것도 애매하다. 예민한 투수들 속성상 이러면 정신적으로도 미묘한 밸런스가 깨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누가 빨리 극복하느냐가 어쩌면, 승부의 포인트다. 전기는 오후 7시 34분 다시 공급됐다. 양팀 선수들은 몸을 간단히 푼 뒤 7시 50분 경기를 속개했다. 경기 중단 66분만이었다. 넥센 선발 나이트는 속개된 경기에서 별 무리 없이 잘 던졌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잘 던졌다. 7이닝 5안타 1실점했다. 중단된 경기가 전혀 구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두산 선발 김상현은 눈에 띄게 흔들렸다. 2이닝 동안 5안타 1볼넷 3실점하고 조기 강판됐다. 한번 넥센으로 흐른 분위기는 뒤집어지지 않았다. 넥센이 결국 두산을 7-3으로 눌렀다. 정전으로 경기가 한시간 이상 중단 된 건 이날이 세번째다. 청주에서 장단 17안타를 몰아친 롯데가 한화에 12-7로 이겼다. 잠실에선 SK가 LG를 11-2로 대파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하프타임] 이승엽 시즌 11호 2점 홈런

    일본프로야구(NPB)에서 활약하는 이승엽(35·오릭스)이 이틀간의 침묵을 시원하게 날리는 시즌 11호 홈런을 때려냈다. 이승엽은 15일 일본 고베 호토모토 필드에서 열린 라쿠텐과의 홈경기에 6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장해 6회말 오른쪽 펜스를 넘기는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올시즌 11호. 팀이 2-4로 뒤진 무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라쿠텐의 선발 시오미 다카히로의 시속 135㎞짜리 초구 직구에 호쾌하게 방망이를 돌려 4-4 동점을 만들었다. 지난 10~11일 이틀 연속 홈런을 뽑아냈던 이승엽은 전날까지 두 경기 동안 무안타로 침묵했으나 이날 다시 홈런을 날리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5타수 1안타 2타점으로 경기를 마친 이승엽은 올시즌 타율을 .209로 유지했다. 오릭스는 연장 10회 아카다 쇼고의 우전 안타로 1점을 추가해 5-4로 이겼다. 야쿠르트에서 활약하는 임창용(35)은 히로시마전에 등판한 선발 다테야마 쇼헤이가 완투승(8-1)을 거두면서 벤치를 지켰다.
  • 여야 대권주자 4인, 추석 이후 행보는

    여야 대권주자 4인, 추석 이후 행보는

    올해 ‘추석 정치’의 화두는 단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해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반면 험악한 추석 민심을 확인한 기존 대선 주자들은 공격적인 대권 행보로 ‘안철수 쓰나미’가 몰고 온 피해를 복구할 작정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정기국회를 맞아 본격적으로 ‘정책 보따리’를 풀 전망이다. 박 전 대표는 정책 구상의 범위를 국정의 모든 분야로 확장시키면서 동시에 현장 방문을 늘려 ‘현장 밀착형’ 정책을 생산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현 정권 출범 이후 줄곧 유지해온 대세론을 위태롭게 한 ‘안철수 바람’을 ‘준비된 지도자’라는 이미지로 넘을 계획이다. 신비주의적이라고 비판받았던 행동에도 다소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추석인 지난 12일 5촌 조카인 가수 은지원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의 또 다른 ‘잠룡’인 정몽준 전 대표는 자신이 자서전에서 밝힌 ‘정치 노무자’ 행보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말과 머리만으로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는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는 13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패배의식에 빠져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자신감을 갖고 상대편에 관계없이 자체 경선 일정을 빨리 결정하는 동시에 보선을 계기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한 측근은 “특정인물의 대세론에 위축돼 침묵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안풍’의 직격탄을 맞았다. 안 원장이 단숨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필적할 대권 주자급으로 부상하면서 손 대표의 지지율은 4∼5위권으로 추락했다. 더욱이 한명숙 전 총리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해 자칫 ‘불임정당’의 대표가 될 위기에 빠졌다. 손 대표는 선거 결과는 물론 후보 선출 과정에서 리더십을 새로 세울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손 대표 측은 전국적인 시선이 집중되는 서울시장 선거전을 주도하고 승리를 따내면 다시 한 번 ‘수도권 후보론’의 불씨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그나마 ‘안풍’의 타격을 적게 받았다. ‘비정치인’ 이미지 때문이었다. 특히 최근 부산·경남(PK) 민심이 정국의 풍향계로 부상하면서 부산 출신인 문 이사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급부상한 안 원장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조국 서울대 교수 등이 모두 PK 출신이어서 그가 총선·대선 국면에서 야권 단일화를 주도하는 등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은 다음달 26일 서울시장 선거와 함께 치러질 부산 동구청장 보궐선거가 문 이사장의 위력을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보수’ 양승태 만해대상 심사위원장 된 이유는

    ‘보수’ 양승태 만해대상 심사위원장 된 이유는

    “만해대상 수상자가 대부분 진보에 계신 분들이군요?”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첫날인 6일 주호영 인사청문특별위원장이 다소 의아하다는 듯 묘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양 후보자가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주관하는 ‘만해대상’의 수상자를 선정하는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경력에 대해 물으면서다. 수상자 대부분이 인권 변호사나 노동운동가여서 이를 심사하는 위원장을 보수 성향인 양 후보자가 맡고 있다는 점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특히 7일 영결식을 치른 ‘노동자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도 2009년 만해대상 실천분문 수상자다. 고인이 수상자로 결정된 데 대해 양 후보자는 “사회활동을 열심히 하셨기 때문에 상을 수여했던 것”이라며 그를 높이 평가했다. 당시 다른 수상자는 이슬람권 최초의 여성 노벨상 수상자 시린 에바디, 김종길 시인 등이었다. 양 후보자의 종교는 기독교다. 주 위원장이 “기독교인이 왜 불교재단과 연관을 맺고 있느냐.”고 묻자 양 후보자는 “종교에 얽매여서 다른 종교를 존중하지 않는다든지, 타 종교인을 존경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양 후보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설악산 신흥사 조실로 추대된 오현 스님과의 인연으로 만해대상 심사위원장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996년 설악산을 등반하면서 오현 스님과 인연을 맺게 됐다.”며 “(스님은) 인생의 스승이고 조언자이신 분”이라고 전했다. 그가 당시 사흘간 설악산을 등반할 때 오현 스님은 백담사 회주를 맡고 있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이 백담사에 머물며 ‘님의 침묵’ 등을 집필했다. 양 후보자는 지난 2월 대법관 퇴임 이후 2주간 백담사에 머무르기도 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45)청원 연제리 모과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45)청원 연제리 모과나무

    부질없는 짓이겠지만, 십 년 전 나무 아래에서 만난 시골 노파들의 수다스러운 음성을 찾아 나섰다. 누구라도 고향으로 떠나는 때여서다. 작고 아담한 마을이었다. 나무는 마을 뒤 민틋한 동산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길을 몇 차례나 헛짚으며 찾아갔다. 뉘엿뉘엿 지는 저녁 햇살을 받으며 마을 노파들이 나무 곁에서 맥없는 수다를 늘어놓는 중이었다. 세 명의 노파는 서로의 이야기에 아랑곳 않고 끊임없이 제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허공에 흩어지는 말 속에는 고향에 돌아올 자식들을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히 담겨 있었다. 그때도 명절을 며칠 앞둔 날이었다. 어느 시골이나 기다림이 피어나는 때였다. 내일모레가 추석이다. ●오송생명과학단지의 중심을 지켜 오송생명과학단지가 들어선 충북 청원군 연제리의 사라진 옛 풍경이 그랬다. 나즈막한 마을 살림집들을 얼기설기 엮어 낸 비좁은 골목길을 돌아들면 무척이나 커 보이는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올 1월에 천연기념물 제522호로 지정된 모과나무다. 오송단지가 착공되기 전에 이 오래된 마을은 ‘모과울’이라고 불린 유서 깊은 전통 마을이었다. 커다란 모과나무가 서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마을의 살림집은 모두 얕은 지붕, 낮은 울타리여서 그때의 모과나무는 실제보다 더 커 보였다. 나무는 그때나 지금이나 그대로이건만 주변 환경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실핏줄처럼 얽히고설킨 골목에 다닥다닥 이어진 살림집들을 모두 헐어 내고 너른 터가 닦였다. 아담한 살림집 대신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고, ‘첨단’이라는 수식어를 앞세운 과학단지의 거대한 빌딩이 하나둘 들어섰다.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이는 건 그래서다. 옛날 그때의 듬직한 멋은 불과 5, 6년 사이 가뭇없이 사라졌다. 죄다 헐어 내면서도 나무 주위를 공원으로 조성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모과나무를 중심으로 주변에 새로 잘 생긴 조경수를 심고 ‘모과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곳곳에 들어선 빌딩에는 아직 사람들이 채 들어오지 않았고, 몇몇 건물은 여전히 공사 중이다. 공원을 찾는 이가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모과나무의 넓게 펼친 가지 위에서 오수를 즐기던 왕거미 한 마리만 땅바닥까지 넓디넓은 거미줄을 내려뜨리고 한가로이 먹잇감을 기다리는 중이다. ●모과나무 첫 천연기념물 지정 연제리 모과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모과나무 중 하나다. 모과나무 중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첫 번째 나무이기도 하다. 그만큼 의미 있는 나무다. 연제리 모과나무는 키가 12m쯤 되고, 가슴 높이 둘레는 3m를 넘는다. 소나무나 느티나무, 은행나무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모과나무로서는 크다. 500살은 넘긴 것으로 짐작되는 이 나무는 나이로서도 단연 최고다. 이 나무 곁에는 조선 세조 초에 유윤이라는 선비가 살았다. 흥미롭게도 우리나라의 오래된 나무 가운데에는 선비 유윤이 심은 노거수가 또 있다. 어린 시절을 충남 서산에서 보낸 유윤은 글공부하던 서당 앞마당에 향나무 한 쌍을 심었는데 그 나무가 아직 남아 있다. 서산 인지면 애정리 송곡서원의 향나무가 바로 그것이다. 젊은 시절부터 벼슬살이를 한 유윤은 단종이 폐위되자 모든 벼슬을 버리고 바로 이곳 모과울에서 은거 생활을 했다. 그가 왜 고향 서산이 아닌 청원 땅을 찾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선비 유윤이 세조에게 그림으로 알려 세조는 학식과 덕이 깊은 그를 조정으로 다시 불러내려 했다. 그러나 유윤은 자신을 찾아온 조정 관리에게 뒷동산의 모과나무 그림을 그려 주며 돌려보냈다. 그림 편지에는 자신이 ‘이 모과나무처럼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글을 덧붙였다. 모과나무를 쓸모없는 나무라고 표현한 건 모과 열매의 쓰임새가 적기 때문이다. 여름이 지나 제법 탐스럽게 익는 열매는 보기도 좋고 향기도 좋지만 먹을 수는 없다. 나무 열매의 별다른 쓰임새를 찾아내지 못했기에 옛 사람들은 모과나무를 쓸모없는 나무로 여겼다. 유윤의 서한을 받은 세조는 모과나무를 뜻하는 ‘무’(楙)와 마을 동(洞)을 써서 유윤에게 ‘모과나무 마을에 사는 처사’라는 뜻의 ‘무동처사’(楙洞處士)라는 이름을 지어 보냈다고 한다. 이때가 1450년이었다. 그때에도 이 모과나무는 제법 큰 나무였다고 하니 지금 연제리 모과나무의 나이는 500살을 넘긴 것으로 보아야 한다. ●스스로 상처 치유하며 살아온 500년 바람 따라 세월 따라 나무는 적잖이 상처도 입었다. 상처가 깊어지면 스스로 상처를 감싸 안으며 몸을 부풀리기도 했다. 치유의 흔적으로 남은 울퉁불퉁한 옹이는 뿌리 부근에서부터 침묵 속의 용트림으로 피어올랐다. 단단하면서도 매끈매끈한 줄기 표면에는 모과나무 특유의 얼룩 무늬도 선연하다. 나무의 연륜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나무 그늘에 들어서서 아직은 따가운 한낮의 햇살을 피하며 사라진 옛 마을, 옛 사람들을 떠올렸다. 나무 곁으로 난 텃밭 둑길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끊임없이 늘어놓던 노파들의 왁자한 수다가 그리웠다. 시골 집 뒷동산을 잃고 떠난 그때 그 노인들은 지금 어느 낯선 아파트 빌딩 숲 사이에서 예전의 수다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도시의 자식들을 기다리고 있을 노인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오후의 태양이 서쪽으로 떨어지면서 나무 그늘 안쪽으로 햇살을 밀어넣을 때까지 공원을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추석이 내일모레인데 기다리는 사람도, 찾아올 사람도 모두 사라진 시골 마을의 추억이 그렇게 흩어졌다. 글 사진 청원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 한나라 “어디 서울시장감 없나요?” 민주당 “누가 천정배 좀 말려줘요”

    한나라 “어디 서울시장감 없나요?” 야권 대항마 없어 전전긍긍 외부인사 영입등 의견 난무 “‘서울시장 후보 급구’ 광고를 내야 할 판이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7일 서울시장 후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안철수-박원순’ 단일화를 계기로 야권이 통합후보를 낼 가능성이 커졌는데, 집권여당은 마땅한 대응 카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당내 지지도 1위인 나경원 최고위원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주장에서 좀처럼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날 인터넷매체인 뉴스톡과 동서리서치가 6일 서울시민 500명을 상대로 전화면접 형태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51.5%의 지지율(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로 한나라당 후보(28.6%)를 큰 표차로 제친 것으로 나타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이혜훈 제1사무부총장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72%가 서울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행정능력이라고 꼽고 있다.”면서 “행정능력이 검증됐고 경륜이 있는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 최고위원이 야권 통합후보와 승부를 겨눌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주장도 강하다. 친이(친이명박)계의 한 의원은 “돌고 돌아 결국 나 최고위원으로 정해질 수밖에 없지 않으냐.”면서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 여부와 무관하게 이제 나 최고위원이 후보가 된 상황을 가정해 구도와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나 최고위원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초선의원 모임인 ‘선진과 통합’은 오전 의원회관에 모여 외부 인사를 영입하더라도 당내 인사와 공정한 경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배은희 의원은 “당내 유력 인사를 흠집 내지 않고 당헌·당규에 따른 경선을 통해 후보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민주당 “누가 천정배 좀 말려줘요” 서울시장 후보 당내 경선 千등 비주류 반발로 난항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간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작업에 돌입한 야권이 한 가지 ‘난제’ 앞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다. 당내 경선 방식 때문이다. 8일 확정할 예정이지만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올인하고 있는 천정배 최고위원 등 비주류의 반발이 거세다. 민주당에서는 유권자들 사이에 인지도가 높고 당 안팎의 친노계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한 전 총리가 당내 후보로 가장 유력시되는 상황.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전병헌 의원 등 다른 경선 예비후보들은 경선 출마의 뜻을 접었거나 접을 예정이지만 천 최고위원 등 비주류 측은 불퇴전의 각오로 경선에 임하고 있다. 7일에도 천 최고위원과 정동영 최고위원은 전날 당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가 마련한 국민참여경선 방식을 맹비난하며 수정을 요구했다. 공심위 안은 당원 선거인단 투표와 유권자 전화면접 여론조사 결과를 50%씩 반영하는 안이다. 여론조사를 위해 세 차례 후보간 TV토론을 갖는 방안도 담겨 있다. 비주류 측은 이 가운데 특히 여론조사를 반대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런 식의 경선은 반드시 패배한다. ‘무늬만 경선’을 하려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최고위원도 “공심위 안은 시민 참여를 봉쇄하는 비민주적 방식”이라며 유권자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선거인단을 꾸린 뒤 모바일투표나 현장투표를 통해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심위 측은 비주류 측의 거센 반발로 이날 결론을 내지 못하자 8일 최고위원회의에 잠정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천 최고위원 등의 반발에 손학규 대표 측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숨기지 않고 있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천 최고위원을 겨냥, “선수가 룰을 정하는 심판까지 하려 한다. 조직을 이용해 구태한 동원선거를 하려는 천 최고위원을 회의에서 빼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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