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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이 만난사람] 문단데뷔 40년 영원한 청년작가 박범신

    [김문이 만난사람] 문단데뷔 40년 영원한 청년작가 박범신

    그의 집은 ‘와초문학뜰’이다. 뜰 바로 아래에는 조용히 출렁이는 탑정호(塔亭湖)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잔디 마당에는 조각가 류훈의 작품 ‘오늘 저녁 술 한잔 어때요’가 있다. 이 조각은 세 명의 인간형상이다. 하나는 담배를 피우며 시름에 빠진 중년의 노동자이고 나머지 둘은 서로 떠들다가 ‘술 한잔 하자’는 자세를 취하며 어른을 바라보는 젊은 노동자이다. 집 뒤에는 작은 정자가 있다. ‘흐르고 머무니 사람이다’(流留亭)라는 문패가 그럴듯하게 걸려 있다. 그가 직접 쓴 글씨로 새겨넣었다. 얼핏 보아도 붓글씨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그의 부인은 10년 동안 서예공부를 했다. 부인이 그가 쓴 ‘흐르고 머무니~’를 보더니 “10년 공부한 사람보다 더 잘쓰면 어떡하느냐”며 한동안 삐쳤다(?)고 한다. 정자 바로 앞에는 앙증맞은 작은 계곡이 있다. 물이 졸졸 흐르고 붕어새끼들이 이리저리 뛰놀기에 딱이다. 정자에서 몇 발짝 걸어가면 텃밭이 있다. 상추와 고추 등 푸성귀들이 자라고 있다. 글을 쓰다가 소일거리로 잠깐씩 들러 자라는 식물과의 대화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는 곳이다. 시간과 공간이 흐르는 곳,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홀로 가득 차고 따뜻이 비어 있는 집’이다. 이 집은 팬들을 위해 ‘행복한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1년에 봄, 가을 두 번 공개한다. 그럴 때면 전국 각지에서 200여명이 찾아온다. 글을 써서 인세로 장만한 집일까. “논산시에서 임대해 준 것이고 임대료는 내지 않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집필실은 1층과 2층에 있다. 1층은 정자가 바라보이는 곳이고 2층은 호수가 내려다보인다. ‘영원한 청년작가’ 박범신. 최근 ‘와초문학뜰’에서 문단 데뷔 40년이 되는 해에 40번째 장편소설 ‘소금’을 썼다. ‘은교’ 이후 홀연히 고향 논산으로 내려간 그가 2년여의 침묵 끝에 발표한 작품이다.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와 ‘비즈니스’로 연결되면서 자본의 폭력성에 대한 ‘발언’을 모아 펴낸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거대한 자본의 세계 속에서 가족들을 위해 ‘붙박이 유랑인’으로 살 수밖에 없는, 그래서 가출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난달 26일 고향에서 첫 작품을 쓴 박씨와 와초문학뜰에서 만났다. 늘 그렇듯이 편하고 허름한 옷차림이다. 마당에서 만남이 이루어지다 보니 정자 얘기부터 먼저 나왔다. “원래는 마음 심(心)자를 써서 ‘심유정’이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뻥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이 머무는 적은 없어요. 그래서 흐를 유(流)자로 바꿨더니 뻥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지요. 원래 붓글씨를 배워 본 적이 없는데 제가 직접 먹을 갈고 화선지에 쓰고 현판에 새겨 달아놓았습니다.” 머물고 흐르는 것이 곧 마음에 있는 것은 아닐까. 그는 잠시 후 배도 고픈데 식당으로 가자고 했다. 미리 와 있던 두 명의 손님과 함께 인근 민물고기 매운탕집으로 옮겼다. 식당 주인이 그를 단골손님처럼 반긴다. 그는 자리에 앉으면서 주인 아주머니에게 ‘닭도리탕’과 ‘매운탕’을 주문하고 “막걸리 두 병과 소주 한 병 주세요”라고 했다. 주종과 주량을 물었더니 “오늘은 속이 별로 안 좋아 막걸리 두어 잔만 하겠다”고 말한다. 술은 많이 마시지 못하지만 잠자기 전 소주 반 병 정도나 과실주를 주로 마신다고 했다. 2년 동안 고향에서 어떻게 지냈을까. “원래는 고향으로 내려올 생각을 안 했는데 하루는 40대의 젊은 시장이 ‘형님, 고향으로 오시죠’라고 해요. 그 형님 소리가 듣기 좋더라구요.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여기에서 2년 동안 살면서 금강문화권을 다시 공부했습니다. 탑정호수 건너편에 황산벌이 있습니다. 계백이 깨진 곳이지요. 이 금강문화권은 또 백제와 후백제의 멸망, 그리고 동학군이 최후를 맞이한 곳이기도 합니다. 원혼이 많아 한밤중에 귀신이 자주 나타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루는 이런 일이 있었단다. 밤에 술을 마시고 마당에 앉아 있는데 누가 절뚝거리며 다가오더라는 것. 누구냐고 했더니 ‘계백 장군 똘마니 장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왜 안 가고 그러고 있느냐고 재차 물었더니 장수는 ‘계백 장군을 버리고 갈 수 없어서’라고 했단다. 얘기를 흥미롭게 듣다가 웃으면서 패망한 군인들의 원혼과 함께 있어서 외롭지 않겠다고 했더니 “뼛골만 있어도 생명을 불어넣고 그런 것이 작가가 아니냐.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묻혀 있는 곳이다. 2년 동안 고향사랑을 많이 했다”고 말한다. 술 한 잔을 마시고 담배 한 대를 입에 문다. “어린 시절 가난했던 추억만 가지고 있어서 고향에 오기가 싫었는데 지금은 아니다”라며 잠시 창밖을 바라본다. 40번째 장편소설 ‘소금’에 대해 얘기한다. “과거에는 어머니들이 희생했다면 요즘은 아버지들입니다. 베이비부머 시대의 아버지들이 쓸쓸하고 외롭습니다. 가부장의 권위도 해체되고, 아버지는 늘 자식을 위해 과실을 따오고 30대의 장성한 자식조차 여전히 아버지 등에 빨대를 꽂아 과실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거대한 소비문명이 자식들을 빼앗아 갔습니다. 이것은 건강하지 못한 사회입니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어디에서 부랑하고 있는지, 지난 반 세기동안 무엇을 얻었고 잃었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아버지들이 젊었을 때에는 자식을 위해 수시로 돈을 뺄 수 있는 통장 역할을 하고 나이 들어서는 보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 소설은 가족을 버리고 끝내 ‘가출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거대한 폭력과 쓸쓸함을 비판하면서 특정한 아버지가 아닌 동시대를 살아온 ‘아버지1~아버지10’을 다루고 있다. 애당초 젊은이들에게 읽히고 싶어 시작한 소설인데 정작 젊은이들에게 반발을 일으킬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며 웃는다. ‘은교’의 경우 시간의 반란을 그리기 위해 남자 주인공을 원래 77세로 설정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젊은이들이 읽지 않는다며 65세로 해달라고 했다. 겨우 타협점을 찾은 것이 70세. 뚜껑을 열었더니 예상과 달리 20대 여자들이 책을 많이 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번에 쓴 ‘소금’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소금’은 지금까지 7만부를 찍었다. “요즘 글을 쓰는 사람은 많고 독서 인구는 그에 비해 적어요. 예를 들어 문학책이 10만부가 팔렸다고 할 때 문학을 알고 사는 사람은 2만명, 나머지 8만명은 사회적 이슈이거나 자극적인 데서 책을 구입합니다. 5만 독자를 유지한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문학은 작업”이라고 말하면서 우리 수준이 문화적으로 높아져야 잘못된 제도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소설이란 마라톤과 같으며 빈틈없는 전략으로 뒤집기를 잘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요즘 작가들은 스타트는 좋으나 체력이 문제라면서 “소설이란 걸어갈수록 강력한 힘을 발휘해야 하며 달의 뒷면, 어두운 면까지 가는 것이 문학”이라고 설명한다. 정신적인 끈기와 투지가 있어야 하며 작가의 뒷심이 약하면 시대를 바라보는 뒷심 또한 약한 것이라고 한다. 요즘 젊은 작가들은 정보에 의존해 쓰다 보니 이야기를 확실히 장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그는 신문을 잘 안 본다고 했다. 나머지 인생을 굳이 정보에 의존해서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순간 달의 뒷면을 볼 수 있는 직관력으로 살아가려고 한단다. “30대에는 사랑받고 싶어 넓이에 정체성을 두고 글을 썼고 40대를 넘기면서 깊이를 추구했습니다. 치열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글을 써오는 동안 벌써 40년 연애한 것처럼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저 자신에게 아직도 순정주의 문학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연애한다고 생각하니 행복합니다.” 그는 히말라야 등정을 15차례나 했다. 존재의 등반이다. 자신의 내면 속으로 걷기, 초월적인 세계를 실감하기, 인간의 갈망이 있는 그곳에서 불멸과 순간, 현세적 삶과 초월적 삶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 ‘비우니 향기롭다’, ‘나마스테’, ‘촐라체’ 등이 이 같은 산악 세계에서 비롯되고 있다. 지금도 걷는 것은 누구보다도 자신있어 한다. 앞으로 그의 ‘문학적 걷기’는 어떻게 될까. “여기 올 때 고전소설 몇십 권을 가져왔는데 다시 틈틈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밀란 쿤데라 작품도 읽어봤고, 아마 다음은 역사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조선 후기 노론의 기반이 되는 곳이 바로 논산이거든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생활의 모토에 대해 물었더니 ‘가난한 밥상’과 ‘쓸쓸한 배회’라고 했다. 달랑 물에 만 밥과 김치를 먹으며 육체와 정신의 기름기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박범신은 누구 194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원광대 국문과와 고려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78년까지 소외된 계층을 다룬 중·단편 소설을 발표하며 문제작가로 주목받았다. 1979년 장편소설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등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1981년 ‘겨울강 하늬바람’으로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 주요 장편소설로는 ‘불의 나라’, ‘더러운 책상’, ‘나마스테’, ‘촐라체’, ‘고산자’, ‘은교’,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비즈니스’ 등이 있다. 김동리문학상(2001년), 만해문학상(2003년), 한무숙문학상(2005년), 대상문학상(2009년) 등을 수상했다. 현재 상명대 석좌교수로 있다.
  • 朴대통령 “北, 핵포기땐 도울 것” 발언 관련, 北 “도발적 망언” 맹비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북한이 대남 비방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특히 박 대통령이 중국에서 한 발언을 놓고 험담을 쏟아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아 “우리의 존엄과 체제를 심히 모독하는 도발적 망발”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허망하기 그지없는 개꿈”, “정말 역겹기 그지없는 것” 등의 거친 표현을 사용했다. 중국을 의식해 침묵하다가 뒤늦게 비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조평통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칭화(淸華)대 연설에서 “북한이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는 변화의 길로 들어선다면 한국은 북한을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핵은 어떤 경우에도 흥정물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북한은 “우리는 지금 마지막 인내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며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점을 보면 대화를 완전히 박차 버릴 수 없는 상황에서 여운은 남긴 것으로 보인다”며 “대신 한·중 간 새로운 밀월관계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곳곳에 배어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MLB] 9회 투아웃 실책에… 괴물 또 눈물

    [MLB] 9회 투아웃 실책에… 괴물 또 눈물

    9회 투아웃에서 어이없는 수비 실책으로 다 잡았던 승리를 날렸다. 그러나 현역 최고 좌완 중 한 명인 클리프 리(필라델피아)에게 밀리지 않는 호투로 팀 승리 발판을 놓았다. 류현진(26·LA 다저스)이 30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프로야구(MLB) 필라델피아와의 홈 경기에서 7이닝 동안 안타 7개를 맞았으나 삼진 6개를 낚으며 2실점으로 막았다. 3-2로 앞선 8회 마운드를 넘겨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지만 중견수 맷 켐프가 9회 1사 3루에서 뜬공을 잡은 뒤 송구 실책으로 동점을 허용해 시즌 7승 달성에는 실패했다. 류현진은 이날 빼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였다. 7회를 제외하고는 매 이닝 출루를 허용했지만 실점은 체이스 어틀리에게 맞은 솔로홈런 두 방뿐이었다. 2회 1사 2루에서 카를로스 루이스와 투수 리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6회 무사 1루에서는 존 메이브리를 병살로 처리했다. 올 시즌 15번째 병살타를 잡아내 리, 애덤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와 함께 이 부문 내셔널리그 공동 선두를 달렸다. 류현진은 강력한 직구로 정면 승부했다. 고의사구 4개를 제외한 104개의 공 중 직구가 62개(59.6%)에 달했고 최고 구속은 151㎞를 찍었다. 여기에 체인지업(19개)과 슬라이더(16개), 커브(7개)를 섞어 던지며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최근 좋아진 땅볼 유도 능력도 여전했다. 삼진을 제외한 15개의 아웃카운트 중 땅볼이 10개(병살타 1개 포함)였고 뜬공은 4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이날도 좌타자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7개의 피안타 중 6개를 좌타자에게 내줬고, 특히 어틀리와 벤 리비어에게 5안타(홈런 2개, 2루타 2개 포함)를 얻어맞았다. 류현진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308까지 치솟아 우타자(.222)와 큰 편차를 보였다.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승수는 중요하지 않다. 평균자책점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며 “왼손 타자에 대한 연구를 더 해야겠다. 그동안 안 던지던 공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이 경기를 조율하며 7회까지 끌고 갔다. 팀에 정말 큰 힘이 됐다”고 칭찬했다. 한편 다저스는 1회 핸리 라미레스가 3점포를 쏘아올렸지만 8회까지 단 4안타로 침묵했다. 9회 말 1사 1, 2루에서 A J 엘리스가 끝내기 우전 안타를 날려 4-3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침묵의 CJ… 후임자 점치는 재계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검찰에 출두한 25일 서울 남대문에 있는 그룹 본사 분위기는 오히려 평소보다 더 차분했다. 총수의 소환이 이미 예견됐던 만큼 평소보다 30분 이른 오전 7시부터 사무실을 지킨 홍보실 직원들 외에 일반 업무 부서 직원들도 동요하지 않았다. 다만 사내 게시판을 통해 내부 표정을 조금 감지할 수 있었다. 이날 오전 게시판에는 ‘흔들리지 말고 가자’ ‘회장님 힘내시라’ 등 이 회장을 비롯해 직원 서로를 격려하는 글들이 간간이 올라왔다. CJ는 이처럼 평온하지만 재계 안팎에서 CJ를 보는 시각은 매우 불안하다. 특히 이 회장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경우 누가 그룹을 이끌 것이냐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장 부재 시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이나 CJ 공동대표에 올라 있는 외삼촌 손경식 회장이 그룹 경영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그룹의 한 임원은 “밖에서 볼 때 추측 가능한 시나리오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할 말 없다” 노코멘트… 파장에 촉각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 대해 청와대는 24일 극도로 말을 아꼈다.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은 채 이번 공개가 몰고올 파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의) 입장 표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할 말이 없다. 노코멘트”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상 여야 정치권의 후속 대응을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태도로 풀이된다. 청와대가 섣불리 나설 경우 오히려 정치권의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자칫 청와대가 회의록 공개 과정에 사전 개입했다거나, 회의록 공개 이후 정치권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는 모습이다. 국정원의 회의록 공개 직전 박근혜 대통령이 이정현 홍보수석을 통해 “그것(절차)은 국회가 논의해서 할 일”이라고 언급한 것의 연장선으로도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말문을 열었지만, 정치 쟁점에 대해 시시콜콜 입장을 밝힐 경우 ‘정치 개입’이라는 새로운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대신 언론 등을 통해 회의록 내용이 속속 공개됨에 따라 해당 내용을 분석하고 여론 흐름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앞으로 국정원 관련 논란의 단초가 된 과거 정부와 현 정부가 다르다는 점은 물론 논란을 둘러싼 실체적 진실과 정치적 공방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점 등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서상기 “인터넷에 공개할 것” 문재인 “국정원장 해임감” 난타전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서상기 “인터넷에 공개할 것” 문재인 “국정원장 해임감” 난타전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문제와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의혹 국정조사 문제를 사이에 둔 여야 갈등이 24일 정점을 찍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원까지 가세하면서 정쟁은 난타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포문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열었다. 김 대표는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편지를 꺼내 직접 읽었다. 편지에는 새누리당이 국정원 국정조사를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대표는 “국가 정보기관의 대선 개입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국기를 뒤흔드는 헌정파괴 행위”라면서 “상황이 엄중함에도 집권 여당은 여야가 합의해 놓은 국정조사마저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회의록 공개와 관련해서는 “국익과 국격에 상처를 내는 일”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마치 민주당이 뭔가를 감추고 싶어 하는 것처럼 몰아세워 정략적으로 이용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회의록 원본은 물론 녹음테이프까지 공개하는 것에도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오랜 침묵을 지켜오던 박 대통령이 말문을 열였다. 김 대표의 서한에 대한 답변의 성격이 짙었다. 박 대통령은 이정현 홍보수석을 통해 “대선 때 국정원이 어떤 도움을 주지도,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야당이 그동안 국회 논의들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지 말라고 쭉 얘기해 오지 않았느냐. 나는 관여해 오지 않았다”면서 “그 절차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다. 국회가 논의해서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와 함께 회의록 공개를 동시에 요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민주당이 대응을 하려는 찰나 이번에는 국정원이 ‘회의록 전문 공개’를 선언하며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켰다. 국정원은 “회의록과 관련해 조작·왜곡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전문과 발췌록은 직원을 통해 국회 여야 정보위원들에게 한 부씩 전달됐다.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정보위원장은 취재진을 불러 놓고 “가능하다면 인터넷에 공개할 것”이라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정상회담 당시 준비위원장이었던 문재인 의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이 청와대의 지시나 허락 없이 했을까요? 그렇다면 국정원장은 해임감”이라며 청와대 배후설을 제기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성범죄대책 피해자 보호 위주로 바뀐다

    정부의 성범죄에 대한 접근 패러다임이 그동안 가해자에 대한 처벌기준 강화였다면 앞으로는 피해자 보호로 바뀐다. 지난 19일부터 피해자가 직접 범죄사실을 신고해야 하는 친고죄가 폐지되는 등 성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친고죄 폐지로 침묵 속에 묻혔던 성범죄가 드러날 수 있게 됐으나 피해자는 원치 않는 진술을 경찰, 검찰, 법정에서 세 차례나 하게 됐다. 성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해 여성가족부와 국회에서 논의되는 사항 가운데 쟁점은 미성년자 의제강간죄의 나이 기준을 현재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올리는 것이다. 의제강간이란 강간을 하지 않았거나 피해자가 설사 동의를 했더라도 강간범으로 처벌하는 것이다. 만약 의제강간죄가 현재 만 13세 미만 부녀에서 만 16세 미만으로 확대 적용되면 여가부 업무보고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며 논란을 낳았던 ‘유도수사’도 합법이 된다. 유도수사란 경찰이 인터넷 등에서 가상의 인물로 접근해 성매매 현장을 수사하는 등의 기법으로 범죄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만 16세 이하 청소년을 성적인 목적으로 만나거나, 만날 의도가 있었다면 최고 10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고 있다. 의제강간죄의 나이 기준을 올리면 인터넷을 통한 청소년의 성매매 방지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있다. 성범죄 조사에서 경찰이나 성폭력 전문 상담가 또는 경찰과 검찰이 한팀이 되어 움직이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경찰은 일단 범인을 잡는 것이 최우선이므로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심리적인 피해를 전문 상담인이 미리 방지한다. 경찰과 검찰이 한꺼번에 조사하면 피해자가 여러 차례 진술해야 하는 어려움도 막을 수 있다. 이외에도 성범죄 전담 국선변호사를 성폭력 원스톱지원센터에 확대 배치(현재 5곳 배치)하거나, 성범죄 재판에서 피해자와 피고인이 대면 접촉하지 않고 비공개로 재판하는 재판절차도 논의 중이다. 여가부는 21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거쳐 이런 내용을 반영한 성폭력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대학가 잇단 시국선언…오늘 저녁 광화문에선…

    전국 15개 대학 총학생회와 100여개 단과대 학생회 등이 가입한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21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해 국정원법을 위반하고 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요구에 색깔을 덧칠해 대학생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검찰에 국정원을 고소·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대련은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우리나라의 헌법 질서를 훼손하고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국기 문란 행위”라면서 “학생들의 절박한 반값등록금 요구를 종북 좌파의 파상 공세로 치부하고 이를 차단하라는 내용의 문서를 국정원이 작성, 실행해 대학생들이 보수 세력과 일부 언론 등으로부터 공격을 받았고 명예훼손 당했다”고 밝혔다. 한대련은 “반값등록금 촉구 활동을 하다 수사기관에 연행·기소된 학생이 150여명이고 확인된 벌금을 합하면 1억5000만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서울 지역 50여개 대학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로 이뤄진 ‘서울지역대학생연합’과 이화여대·경희대·동국대 총학생회도 이날 정오 광화문광장에서 시국선언을 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정치적 중립을 약속하고 뒤에서는 국민을 기만하는 국정원의 행태에 분노한다”면서 “경찰은 사건을 축소, 은폐하기에 급급했고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불구속 기소하며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새누리당은 지난 3월 국정조사를 합의하고 이제 와서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침묵으로 방관하지 말고 사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라”고 요구했다. 학생들은 시국선언을 마친 뒤 국정원 직원에게 ‘정치개입 그만’ 등의 댓글을 전달하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숙명여대 총학생회도 이날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청파동 제1캠퍼스 순헌관 사거리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대련은 이날 오후 7시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친문계’ 만드나

    ‘친문계’ 만드나

    “친문(친문재인)계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 시기가 더 빨라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부쩍 정치적 보폭을 넓히자 당내에서는 이 같은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대선 패배 뒤 한동안 침묵하던 문 의원은 최근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현안에 대해 의견을 밝히면서 부쩍 목소리를 높여왔다. 특히 여야가 강대강 충돌을 하고 있는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의혹 사건과 관련해 사실상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문 의원은 최근 출입기자들과 북한산 산행을 하면서 국정원 사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의 몸통으로 박근혜 선거캠프에서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권영세 주중대사를 지목하면서도 현 정부의 정통성에 대해서는 공격하지 않는 것도 이런 가이드라인과 무관하지 않다. 앞서 문 의원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있기 직전인 지난 4일에는 블로그에 ‘정치적 피해 당사자’라고 지칭하면서 장문의 글을 올렸다. 당사자인 문 의원이 입을 열고 이어 검찰의 중간수사결과가 발표되면서 국정원 사건은 다시 현안으로 떠올랐다. 문 의원은 글을 올리기에 앞서 박영선 의원과 당의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신경민 의원과 모여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친노(친 노무현)계의 좌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해찬 의원과 한명숙 의원 등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있는 상황에서 국정원 사건을 겪으면서 문 의원이 자연스럽게 친노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20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소속 의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국정원·경찰 규탄 및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갖기로 했다. 민주당이 ‘국정원 사건’으로 옥외집회를 여는 것은 처음이다. 23일에는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24일에는 김한길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는 등 지속적으로 국정원 사건을 쟁점화하기로 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파주 통일동산에 남북 합작 성당

    파주 통일동산에 남북 합작 성당

    옛 북녘 교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한 남북 합작의 ‘참회와 속죄의 성당’이 경기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 통일동산에 세워졌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20 04년부터 건립을 추진해 첫 삽을 뜬지 7년 만의 일이다. 이에 따라 한국 천주교계는 오는 25일 오후 2시 통일동산에서 이 성당 봉헌식을 성대하게 갖는다. 1996년 천주교 신자들 모임인 천주교한민족복음화추진본부가 성당 부지를 매입한 게 이 성당의 시초. 천주교한민족복음화추진본부로부터 성당 건립을 지정 위탁받은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침묵의 교회’로 남게 된 북한 교회를 기억하겠다는 뜻을 세워 2006년 착공했다. 남북화해와 일치에 대한 국민적 합의 기반을 확대하고 분단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기도운동을 독려하는 터전으로 삼자며 첫 삽을 떴지만 관할 교구 이전과 자금난 등의 어려움으로 공사가 수차례 지연되는 곡절 끝에 마침내 완공을 보게 됐다. ‘참회와 속죄의 성당’은 남북 화해의 의미를 곳곳에 담고 있는 게 가장 큰 특징. 1926년 지어진 평안북도 신의주 진사동성당의 외형과 함경남도 덕원에 있던 성 베네딕도 수도원 대성당의 내부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성당 제대 위 모자이크화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 및 남북 대표성인 8위’는 북한 최고의 기량을 갖춘 평양 만수대창작사의 벽화창작단 공훈작가 7명이 2007년 중국 단둥에서 40일간 밤잠을 설쳐가며 제작한 것. 예수를 중심으로 유정률 정하상 김대건 우세영 고순이 김효임 김효주 성인을 좌우에 배치했다. 유정률은 평양, 우세영과 고순이는 황해도 출신 순교 성인이다. 모자이크 밑그림은 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가 러시아 성당 모자이크를 참조해 그려 보냈고, 인터넷으로 매일 작업상황을 확인하며 수정·보완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성당 옆에는 지하 1층, 지상 3층의 ‘민족화해센터’가 건립 중이어서 눈길을 끈다. 장기적인 차원의 통일사목을 위한 공간으로, 평양 외곽에 있던 메리놀외방선교회 본부 건물 모습을 본떴다. 한편 25일 열릴 봉헌미사는 전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이 주례하고,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와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대주교 등이 공동 집전한다. 사제단 150여명과 김문수 경기지사를 비롯해 15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김문이 만난 사람] 6·25 대한해협 전투 승리 ‘…바다의 전우들’ 펴낸 백두산함 갑판사관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

    [김문이 만난 사람] 6·25 대한해협 전투 승리 ‘…바다의 전우들’ 펴낸 백두산함 갑판사관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

    때는 1950년 6월 25일 정오. 진해항에 정박 중인 국내 최초의 군함 백두산함 갑판에는 외출·외박을 나갔던 장병들이 급히 모였다. 최용남 함장은 비장한 모습으로 말했다. “적 인민군대가 오늘 새벽 동해안 옥계, 임원해안으로 쳐들어왔다. 우리는 지금 동해로 출동한다. 적 상륙군을 격멸해야 한다. 각자 최선을 다해 임무를 완수하라.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지키자.” 함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승조원들은 각자 위치로 돌아가 전투준비를 한 뒤 오후 3시 진해항을 출항했다. 여기서 잠깐, 백두산함에 대해 잠시 살펴본다. 초창기 해군의 염원은 함포가 장착된 군함을 갖는 것이었으나 빈약한 국가재정으로 군함 구입은 엄두도 못 낼 형편이었다. 해군은 자체적으로 군함 구입자금을 모으기 위해 장병들의 월급에서 5~10%씩 갹출하고 부인회에서 삯바느질, 의복세탁, 수선, 뜨개질로 1만 5000달러를 모아 이승만 대통령에게 청원했다. 이 대통령은 해군의 뜻을 높이 사 4만 5000달러를 보태 군함 구입을 주선했다. 결국 1949년 12월 뉴욕 맨해튼 섬 부두에서 정박 중인 고물 함정(2차대전 직후 퇴역)에 태극기를 높이 올리고 마이애미와 파나마 운하를 지나 1950년 1월 하와이 호놀룰루 항에 입항했다. 3인치 포를 장착하는 등 무기정비를 마친 3월 20일 하와이를 떠나 25일 콰잘린 섬에 기항해 연료를 공급받고 괌 섬 아프라 항으로 향했다. 여기에서 형편에 맞춰 3인치 포탄 100발만 장착하고 4월 10일 진해항에 입항했다. 이후 심하게 녹이 슨 배를 진해항에서 한 달 동안 정비했다. 모든 승조원들이 달려들어 시뻘겋게 녹슨 선체를 해머로 털어내고 방부 페인트를 칠한 후 깨끗하게 단장해서 탄생된 것이 백두산함이다. 그렇게 해서 진해항을 떠난 백두산함이 부산항과 울산 앞 방어진 동쪽 3마일 해상에 도착한 것은 1950년 6월 25일 밤 9시 10분쯤이었다. 이때 우현에서 근무 중인 승조원이 다급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견시보고, 우현 45도 수평선 검은 연기 보임.” 항해 당직사관 최영섭 소위는 쌍안경으로 동쪽 수평선을 봤다. 수평선에 검은 연기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하지(夏至) 때라 해는 넘어갔으나 시정(視程)은 좋았다. 해상은 흐리고 너울이 일고 있었다. 최 소위는 함장에게 이러한 사실을 즉각 보고했다. “함장님, 저기 수평선에 검은 연기가 흐르는 것이 보이지요. 그쪽으로 가서 확인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함장은 “알았다”고 대답했다. 백두산함은 당초 목적지인 옥계 방향을 바꿔 15노트 속력으로 수평선을 향해 달렸다. 밤 9시 30분쯤 연기를 뿜으며 남하하는 배가 가까이 들어왔다. 백두산함과 비슷한 형태의 괴선박은 백두산함이 접근하자 항로를 이리저리 바꾸면서 계속 남하했다. 최 소위는 부하들에게 국제통신부를 통해 국적, 출항지, 목적지를 문의하는 신호 부호를 찾도록 했다. 이어 발광신호를 보내게 했다. 최 함장은 괴선박의 예사롭지 않은 행태를 보고 적 인민군 함정이 아닌가 의심했다. 최 소위는 괴선박의 발견과 추적, 여러 동태 등을 해군본부에 타전했다. 이어 최 소위는 신호사에게 “정지하라, 정지하지 않으면 발포하겠다”라는 국제부호를 찾아놓으라고 지시한 뒤 공격적 탐색기동을 개시했다. 그러자 장교들 사이에 “무장한 군대가 갑판에 가득 깔려 있습니다. 아, 함수 갑판에 대포가 있습니다. 양현에 기관포도 있습니다”라는 외침이 잇따랐다. 밤 11시가 조금 지난 시간, 괴선박과 거리를 좁히자 장교들은 다시 “주갑판, 후갑판, 중갑판에 있는 병력만 500명은 돼 보입니다. 선실과 선창에 타고 있는 군대는 보이지 않지만 모두 합치면 700~800명쯤 되겠습니다. 적함이 틀림없습니다. 공격합시다”라고 말했다. 잠시 침묵하던 최 함장도 “저 배는 대포와 기관포로 무장하고 1000명 가까운 무장 육전대(해병대)를 태우고 있다. 저 배의 항로로 보아 부산을 점령하려고 내려온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 전투에 돌입한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자”라고 명령했다. 이어 함장은 다시 한번 장교들의 얼굴을 보면서 냉수로 건배를 했다. “살아서 마지막 마시는 대한민국 물이다”고 결의를 다졌다. 최 소위는 건배를 마치고 곧바로 함수 사병 침실로 가서 포술갑판 부대를 집합시킨 뒤 전투에 임할 것을 지시했다. 26일 밤 12시 30분, 함장의 사격명령이 떨어졌다. 3인치 포탄 첫 발이 포성을 울리며 적함으로 날아갔다. 최 소위의 조마조마하던 가슴이 일시에 풀렸다. 백두산함은 인수 후 포탄이 아까워 모의탄으로만 훈련했지 실탄사격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적함도 기다렸다는 듯이 즉각 응사해 왔다. 백두산함은 18노트 최고 속력으로 기동하며 주포와 기관총으로 공격했다. 적함도 주포와 기관포로 맹렬히 반격해 왔다. 치열한 포격전이 20여분간 계속됐다. 백두산함은 최고 속력으로 적함을 향해 돌진하면서 포탄을 계속 쐈다. 이윽고 적 함교에 포탄이 명중했다. 백두산함에는 만세소리가 울려 퍼졌다. 적 함은 검붉은 연기에 휩싸여 좌현으로 기울어져 바닷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이때 적 포탄 한 발이 백두산함 조타실 외판을 때렸다. 조타사 김창학 등이 복부에 파편을 맞고 쓰러졌다. 또 적 포탄 한 발이 주포 갑판에 떨어져 파편이 튀었다. 장전수 전병익 등이 가슴에 파편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주포 전화수 김춘배 등이 다리에 파편을 맞고 쓰러졌다. 부상병을 후갑판 아래 사병식당으로 이송해 응급처치하고 3인치 포 수리에 착수했다. 이때가 6월 26일 오전 1시 20분쯤이었다. 백두산함은 약 4시간에 걸친 적함 잔해물 수색을 끝내고 아침 6시쯤 부상자 치료를 위해 포항기지로 향했다. 이상은 한국전쟁 당시 벌어졌던 ‘대한해협전투’에 대한 내용이다. 이 해상 전투는 전사(戰史)에는 기록돼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다. ‘한국전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3·8선 돌파하고 육상으로 남침한 것으로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이 내용에 의하면 북한은 한국전쟁 당시 육상은 물론 남한의 부산과 진해항을 점령해 유엔군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치밀한 계획을 짰던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문서기록보관청에도 이러한 기록이 있다. 그렇다면 대한해협 전투에서 백두산함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백두산함 갑판사관 겸 항해사·포술사였던 최영섭씨를 지난 13일 경기 일산 자택에서 만났다. 그는 위 내용을 상세하게 밝히기 위해 ‘6·25 바다의 전우들’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책을 펴냈다. 당시 부산 앞바다에서 벌어진 ‘대한해협전투’는 물론 서해 봉쇄작전, 인천상륙작전, 함경도 동해진격작전 등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바다의 전투를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료적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적함을 침몰시키고 포항으로 항진할 때 함미 사병식당에 있는 응급실에 있었습니다. 군의관 김인현 중위는 심한 배멀미로 목에 깡통을 달고 구역질을 하면서도 출혈이 심한 전병익, 김창학에게 응급수술을 했습니다. 두 중상자는 그 와중에도 ‘적함이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격침했다. 살아야 해’라고 했더니 두 중상자의 눈빛이 환하게 밝아졌어요. 그러더니 ‘대한민국 만세’라면서 결국 고개를 떨구고 말았지요.” 그는 한국전쟁을 회고하면서 “육지에서 불이 붙었으나 바다에서 진화해 갔다. 6·25 그날 대한해협 전투 승첩으로 부산항을 지켜냈고 대한민국을 돕는 유엔군과 무기, 탄약, 장비 등 병참 물자가 들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7년 미국 해군연구소에서 발간한 ‘한국전쟁과 미국 해군’이라는 책자에도 ‘전쟁의 가장 중요한 해상 첫 전투로, 백두산함이 1000t급 북한의 무장 수송선을 수장시켜 부산항을 통해 증원 병력과 물자가 도착할 수 있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1961년 4월 ‘대한해협 해전 승전’이라고 공표하면서 인천상륙작전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그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최씨는 해군사관학교 3기 출신으로 나중에 백두산함 함장, 최초의 구축함인 충무함 함장, 51전대 사령관 등을 거쳐 1968년 해군 대령으로 전역했다. 최씨는 매년 6월 25일 당시 대한해협전투를 겪은 전우들(당시 70명이었으나 현재 생존한 15명)과 같이 부산에서 만나 그날을 되새기고 있다. 그가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하게 된 것은 일본에서 공부할 당시 조국의 군복을 입고 바다를 지키겠다는 일념에서 비롯됐다. 이번에 펴낸 ‘6·25 바다의 전우들’을 쓰기 위해 26개월 동안 자료수집을 다시 했고 1년 동안 연필로 직접 썼다. 그는 자칭 ‘통합군사령관’이라고 한다. 왜냐 하면 첫째 아들은 해군장교, 둘째와 넷째는 육군장교, 셋째는 공군장교, 손자는 해병대 장교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한국해양소년단연맹 고문을 맡고 있다. 올해 85세의 고령인데도 열심히 강의를 다니면서 “육지 자원은 더 이상 없다. 우리나라는 이제 바다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는 “하늘로 돌아간 전우들이여, 그리고 머지않아 사라져 갈 전우들이여, 조국과 6·25의 바다는 그대들의 피끓는 조국애를 길이길이 기억하리라”고 말한다. 노병의 눈가가 잠시 적셔진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은 1928년 강원도 평강에서 태어났다. 일본 도쿄시립 제2중학교(우에노)를 졸업했다. 광복 이후 남한으로 와 해군사관학교 3기로 1950년 졸업했다. 또 단국대학교 법정학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육군대학, 미국 국방산업대학원 등을 나왔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소위 계급장을 달고 백두산함 갑판사관 겸 항해사·포술사로 해상전투에 참전했다. 주요 참전 경력은 6월 25일 대한해협전투를 비롯해 인천 철수작전, 여수 철수작전, 진동리 정찰작전, 덕적도·영흥도 탈환작전, 군산 양동작전, 인천상륙작전, 대청도·소청도 탈환작전, 원산·함흥·성진 동해진격작전, 제2차 인천상륙작전 등이다. 해상 근무 시에는 백두산함 함장, 충무함 함장, 51전대 사령관 등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는 충무공 이순신의 업적을 기록한 ‘고하도’ 등 3권이 있다. 슬하에 아들 넷을 두었으며 모두 육·해·공군 장교를 지냈다. 현재 한국해양소년단연맹 고문으로 있다. 백두산함에 3인치 포를 설치하는 모습.
  • 박상도 아나, 강용석 향해 “대중이 얼마나 우스우면 저래?” 쓴소리

    박상도 아나, 강용석 향해 “대중이 얼마나 우스우면 저래?” 쓴소리

    박상도 SBS 아나운서가 최근 잇따른 예능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강용석 전 국회의원을 겨냥해 일침을 가했다. 박 아나운서는 14일 전·현직 언론인들의 칼럼 사이트 ‘자유칼럼그룹’에 ‘강용석의 변신은 무죄?’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박 아나운서는 “예능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장한 강용석씨를 보면서 돈 세탁하듯 이미지도 세탁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라면서 “2011년에 필자가 ‘강용석 의원은 왜 그럴까?’라는 제목의 칼럼을 쓰면서 오늘과 같은 날이 오리라는 것을 예견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대중의 태도가 급변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때 ‘강용석 보다도 못한 놈’이라는 말이 최고의 악담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만큼 강용석 씨는 비호감의 대명사였다”면서 “그도 그럴 것이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저격수 운운하며 안철수, 진중권 등등 유명인을 걸고 넘어지면서 사람의 뻔뻔함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인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당적까지 잃은 사람이 반성은 고사하고 계속 이슈를 만들어 내면서 갈 데까지 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그 끝자락에 예능프로그램이 있었다”며 강 전 의원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박 아나운서는 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공인이 몇 년 동안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자숙하는 이유는 긴 침묵의 시간을 통해 죗값을 치르겠다는 의미도 있다”며 “하지만 강용석씨는 이런 침묵의 시간도 없었다. 그리고 자숙과 반성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강 전 의원) 스스로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인 ‘썰전’을 통해 ‘예능으로 이미지 세탁’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꿈은 대통령이라는 말을 거침없이 하고 있다”며 “이런 그의 행태를 보면서 ‘그냥 웃자고 한 말이겠지’라고 생각하다가도 마음 한구석에서 ‘도대체 대중이 얼마나 우스우면 저럴까?’하는 분노가 생겨난다”고 말했다. 박 아나운서는 계속해서 강 전 의원을 출연시키는 방송가에 대해서도 쓴소리했다. 그는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방송사가 계속 막장 드라마를 제작하는 이유와 같다. 시청자들이 욕하면서도 ‘본다’는 것을 아는 것”이라며 “방송은 잊힌 사람, 낯선 사람보다는 욕을 먹고 있어도 많이 알려진 사람을 선호한다. 방송사도 대중을 쉽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마지막으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잘 먹고 잘 사는 사회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 박 아나운서는 “나쁜 짓을 해서 유명해진 사람이 TV에 등장해 대중의 사랑까지 받게 된다면 그 여파는 실로 파괴적일 것”이라며 “비호감의 대표적 인물에서 2년도 되지 않아서 호감형 인물로 변신하고 있는 강용석을 바라보면서 제2, 제 3의 강용석이 등장할 것 같아서 두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 아나운서는 같은 사이트에 2011년에도 “보통 사람이라면 자신의 언행이 세상에 부끄러워서라도 없는 듯 자중하면서 살게 될 것 같은데 도대체 왜 이렇게 계속 이슈를 만들며 주목을 받으려고 할까?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강 전 의원을 경계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MLB] 날렸다 7승, 날렸다 3루타

    [MLB] 날렸다 7승, 날렸다 3루타

    류현진(26·LA 다저스)이 데뷔 첫 3루타 등 투타에서 활약했으나 시즌 7승은 또 불발됐다. 류현진은 13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프로야구 애리조나와의 홈경기에 13번째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11안타를 얻어맞고 3실점했다. 볼넷과 탈삼진은 각 2개였다. 11안타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한 경기에서 허용한 가장 많은 안타다. 하지만 류현진은 시즌 10번째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했고 역전의 기폭제가 된 데뷔 첫 3루타를 터뜨리는 등 투타에서 제몫을 해냈다. 지난 8일 애틀랜타전(7과3분의1이닝 1실점) 역투에도 타선 침묵으로 승리를 낚지 못한 류현진은 이날은 무기력한 불펜 탓에 4연승과 시즌 7승에 다시 실패했다. 류현진은 팀 타선이 5회 6안타로 4점을 뽑아 4-3으로 전세를 뒤집어 승리 요건을 갖춘 뒤 7회 크리스 위스로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하지만 위스로가 동점을 내주면서 류현진의 승리는 날아갔다.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2.72에서 2.85로 나빠졌다. 팀은 연장 12회 접전 끝에 6-8로 졌다. 류현진의 투구 내용은 아쉬웠다. 100개의 공을 뿌린 류현진은 직구 제구가 흔들리면서 줄곧 위기에 내몰렸다. 최고 구속도 150㎞에 그쳤다. 그나마 빼어난 위기 관리로 무려 4개의 병살타를 유도하는 등 3실점으로 버틴 것이 다행이다. 그러나 류현진은 패트릭 코빈과의 선발 맞대결에서는 승리했다. 시즌 9승, 평균자책점 1.98로 ‘불패 행진’을 계속하던 코빈은 5회 대거 4실점한 뒤 6회 2사 만루에서 대타로 교체됐다. 시즌 첫 패전 위기에 몰렸다가 타선의 도움으로 패전은 면했지만 류현진에게 3루타를 얻어맞은 충격이 컸다. 시즌 2승 제물로 삼았던 애리조나를 다시 맞은 류현진은 제구 불안으로 고전했다. 1회와 2회 실점 위기를 모두 병살타로 넘긴 류현진은 3회 2사 1, 3루에서도 폴 골드슈밋을 땅볼로 낚아 무실점을 이어 갔다. 잘 버텼지만 결국 4회 연속 4안타를 두들겨 맞고 3점을 내줬다. 다저스 타선은 코빈에게 눌려 답답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자 5회 류현진이 직접 나섰다. 다저스는 0-3이던 5회 후안 우리베의 2루타로 추격의 불씨를 지폈다. 안드레 이디어와 라몬 에르난데스의 연속 땅볼로 1점을 올린 다저스는 이어 알렉스 카스텔라노스가 2루타로 기회를 살렸고 폭투 때 3루를 밟았다. 이때 류현진은 코빈의 4구째 150㎞짜리 빠른 공을 힘껏 받아쳤다. 단타성 타구였으나 슬라이딩으로 걷어내려던 상대 우익수 헤르라르도 파라가 공을 빠뜨리면서 류현진은 3루까지 내달렸다. 류현진은 6회 만루 위기를 넘긴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침묵 지키던 터키 법조계, 반정부 시위 가세

    침묵 지키던 터키 법조계, 반정부 시위 가세

    터키 정부가 시위 강경 대응에 대해 사과하고도 최루탄·물대포 진압을 고수하면서 사망자 수가 3명으로 늘었다. 그간 침묵을 지키던 법조인들이 반정부 시위에 가담했고, 국제 해커집단들도 터키 정부 웹사이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서울신문이 5일(현지시간) 터키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시위 도중 머리를 다쳐 치료받던 에트헴 사르슈류크가 숨지는 등 사태가 악화되자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판사와 검사, 변호사들이 지방법원들을 점거하고 시위에 돌입했다. 이들은 법치주의 준수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터키 사회에서 법조인들의 시위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해커들도 터키 정부를 공격하며 시위대를 옹호했다. 해킹·보안 관련 사이트 ‘해커스뉴스 블레틴’은 ‘어나니머스’와 ‘시큐리티 드래건’ 등 국제 해커집단들이 180여개의 사이트들을 마비시켰다고 밝혔다. ‘작전명 터키’(#Op Turkey)로 이름 붙여진 이번 해킹으로 터키 정부와 국회,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등 주요 홈페이지가 다운됐다. 어나니머스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터키 국민들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고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나섰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를 방문 중인 에르도안 총리가 7일 귀국하는 데다, 주말에 대규모 집회가 예고돼 있어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터키 내부에서는 언론이 통제돼 이런 소식들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터키의 시위 소식을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터키 시위대가 정부의 인터넷 통제를 피하기 위해 가상사설망(VPN)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터키 경찰은 트위터에 허위사실을 올렸다는 혐의로 수백명을 연행하는 등 인터넷 사용내역을 추적하고 있다. 시위 초기 정보의 허브 역할을 하던 ‘터키를 점령하라’ 등 사이트들도 속속 폐쇄됐다. 한편 미국 CNN은 터키 시민들이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게재할 반정부 시위 광고비를 마련하기 위해 인터넷상에서 9만 달러(약 1억원)가량을 모았다고 전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프로야구] 박용택 만루포 작렬… LG 3연승 질주

    [프로야구] 박용택 만루포 작렬… LG 3연승 질주

    박용택(LG)이 화끈한 만루포로 호랑이를 울렸다. LG는 31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에서 박용택의 홈런과 선발 신정락의 호투에 힘입어 KIA에 11-2 완승을 거두고 3연승을 달렸다. 6회까지 시소게임을 하던 양 팀의 승부는 7회 갈렸다. 2-1로 앞선 LG는 문선재의 적시 2루타와 상대 실책으로 KIA 선발 소사를 끌어내렸고, 구원 나온 박경태를 정신없이 두들겼다. 오지환이 좌전안타로 추가점을 낸 데 이어 박용택이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만루포를 쏘아올렸다. LG는 바뀐 투수 한승혁을 상대로 석 점을 더 뽑아내며 7회에만 대거 9득점, 승부를 결정지었다. 시즌 두 번째로 한 이닝 전원 득점 기록을 세웠다. 신정락의 피칭도 빛났다. 7이닝 동안 5피안타 1실점으로 KIA 타선을 틀어막고 승리 투수가 됐다. 4월 28일 롯데전에서 5이닝 노히트노런으로 프로 데뷔 첫 승을 따낸 이후 두 번째로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주초 3연전을 쉬었던 KIA는 방망이가 여전히 좋지 않았다. 테이블세터 이용규와 안치홍, 3번 김원섭이 10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공격 물꼬를 트지 못했다. 5번 최희섭 역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한편 양 팀의 부상병 이진영과 김주찬은 이날 각각 대타와 대수비로 복귀식을 치렀다. 무릎 인대가 파열됐던 이진영은 25일 만에, 왼쪽 손목이 골절됐던 김주찬은 58일 만에 다시 1군 그라운드에 섰다. 특히 이진영은 2루타를 날리며 녹슬지 않은 타격감을 과시했다. 임찬규의 ‘물벼락 파문’을 겪었던 스포츠 케이블 채널 KBS N과 정인영 아나운서는 경기 후 김기태 LG 감독과 신정락에 대한 인터뷰를 정상대로 진행했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롯데도 대구에서 삼성에 10-0 완승을 거두고 4연승을 질주했다. 선발 옥스프링이 6이닝 동안 삼진 5개를 낚으며 무실점으로 호투, 시즌 6승째를 올렸다. 타선은 장단 16안타를 터뜨리며 평균자책점 1위 삼성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김대우가 투런 홈런을 포함해 3타점을 올리는 등 7~9번 하위 타선이 6점을 쓸어담았다. 반면 삼성 선발 밴덴헐크는 4이닝 8피안타 6실점(6자책)으로 국내 무대 데뷔 후 최악의 피칭을 했다. 넥센은 잠실에서 두산을 10-3으로 제압하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성열은 4회 상대 선발 니퍼트를 상대로 시즌 12호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이 부문 선두 최정(SK)을 1개 차로 추격했다. 대전에서는 NC가 한화에 7-2 승리를 거뒀다. 3연패를 당한 한화는 8위 NC와의 승차가 3경기로 벌어졌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십이령은 행상인들의 행로만 번다한 곳이 아닙니다. 내륙에서 동해에 흩어진 여러 포구를 드나드는 행차와 길손 들이 비좁도록 내왕하는 유일한 행로입니다. 소금은 물론이거니와 해산물과 염장품이 아무리 풍부하다 해도 십이령이나 고초령을 넘지 못하면 그들 물산도 한낱 허섭스레기에 불과합니다. 포구 어름에는 60여 호나 되는 염호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만 그들이 손수 거둔 소금 짐을 내륙까지 나르지는 않습니다. 적경이 있더라도 그들이 몸소 겪는 우환이 아니니까, 행상인들의 고초를 강 건너 불 보듯 합니다. 그러나 한수가 모두 녹두죽이라도 국자 없이는 쓸모없다는 말이 있듯이 울진 포구의 물산이 아무리 풍부하다 한들 내왕 길목에 화적떼가 지키고 앉아 봇짐을 털고 살육을 저지른다면 머지않아 울진 포구와 십이령은 승냥이 울음소리만 낭자한 적막강산이 될 터이지요. 십이령길을 적당들의 폐해로부터 지켜내고 가꾸는 일은 부평전봉(浮萍轉蓬)하는 행상인들뿐만 아니라 관아에서도 발 벗고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현령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 진력나도록 침묵만 지키다가, 우물쭈물 발명을 하였다. “질청을 지키는 이서배들을 자칫 잘못 다루었다간 십중팔구 얼굴을 쳐들고 다니지 못할 정도로 수령의 체모를 구겨놓기 일쑤입니다. 간교함과 거짓이 횡행하는 근원인 그들의 권세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수령이 도임하자마자 교활한 향리들의 폐해를 줄이려고 심지를 다잡아먹고, 정사를 엄중히 닦달하고 평소에도 사리에 그름이 없는데도 저들의 구미에 맞지 않고 성가시다 해서 삽시간에 수탈을 일삼는 탐학한 수령으로 낙인 찍어 버립니다. 더욱이나 안동을 비롯하여 상주, 예천, 의성의 이서배들이 매우 투박하고 교활합니다. 세습이기 때문에 콧등에 흙이 쓸리도록 허리가 굽어도 이서배의 복장을 벗지 않습니다. 그들은 고을의 소상한 사정을 거울 속 들여다보듯이 환하게 꿰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요. 잡기와 투전에 능수능란할 뿐 아니라 온갖 계략과 농간, 술책 따위로 수령과 백성들 사이를 간교한 몸짓으로 넘나들며 개처럼 꼬리를 칩니다. 착취에 이골이 나서 돛단배 일곱 척을 날탕으로 삼킨다 해도 돛대도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염막이나 어물 도가를 찾아가 수령을 빙자해 억지로 돈을 맡기고 이듬해 가을에 거액의 이자를 붙여 받아 챙깁니다. 살림이 결딴나서 기황(饑荒)이 뼛속까지 스민 세궁민들을 보살펴 긍휼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수령을 큰소매 속에 넣고 주무르는 솜씨는 가히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수령이 그들의 토색질을 저지시키겠다고 작정하고 모조리 잡아들여 저지른 범증을 낱낱이 증거한 다음 치도곤을 내려도 그 모든 고통과 수모를 아무렇지도 않게 참아냅니다. 참으로 바퀴벌레 같은 존재들이지요. 파직이 되더라도 전혀 겁먹은 기색을 보이지 않고 끈질기게 관변을 배회하며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수령의 동정을 살핍니다. 호장이란 놈은 농염한 미술을 가르친 관기를 동헌 골방에 집어넣고 수령이 미색에 빠져들게 주선하고는, 저희들끼리 담벼락 밑에 숨어서 눈짓을 주고받으며 킥킥거립니다. 조롱거리가 된 수령이 여색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는 동안 저들은 고을을 휘젓고 다니면서 마귀처럼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냅니다. 어리숙한 수령이 도임하자마자 거짓 분부를 만들어 선정비나 공덕비를 세운답시고 고을의 세궁민들에게 초장료다 무명잡세다 하며 징구하여 저들의 복장을 채우고 나머지를 수령에게 바쳐 눈을 어둡게 합니다. 은혜와 의리와는 거리가 먼 늙은 아전들이 물들기 쉬운 병이 탐욕밖에 더 있겠습니까. 낙정하석(穽下石)이란 옛말처럼 남의 밥에 바늘 넣기를 예사로 저지르지요. 걸핏하면 어깃장을 놓고 나아가서는 죄안을 날조하여 수령으로 하여금 견책을 받게 하거나 수렁으로 빠뜨려 골탕을 먹입니다. 보복이 미진하면 야차처럼 뒤따라다니면서 개인과 가문을 결딴내려 듭니다. 수령의 면전에서 주둥이로는 사또, 사또 하면서 감히 턱을 쳐들고 변설이 도저한 것은 대저 그러한 연유 때문입니다. 그러고도 작청에 나와서는 청빈을 가장하고 수령이 보랍시고, 키 얕은 솔소반에 밥사발 하나와 장찌개 한 그릇으로 중화를 때우곤 합니다. 수령이란 사람들은 산 설고 물 선 고을에 어느 날 느닷없이 단신으로 뚝 떨어졌으니 고을의 풍속과 물정에 어두워 숙맥일 수밖에 없지요. 바람 따라 돛 달더라고 그래서 작청의 이서배들이 하자는 대로 이리저리 끌려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그 패역(悖逆)의 무리야말로 수령을 잡아먹는 저승판서라 할 수 있습니다. 수령 역시 언제 과만이 닥쳐 신연 행차가 들이닥칠지 모를 판에 정사에 정신을 기울일 겨를이 없지요. 대중없는 여항간 풍설이나 주워들으며 거짓으로 고개만 끄덕이다가 거둬들인 초장료나 챙겨들고 다음 도임지로 발행하는 것이지요. 조정에서는 목사, 유수, 군수, 현령, 현감을 막론하고 지방관아 수령들을 내키는 대로 갈아치우기 때문에 이서배들이 수령 행세한 지는 오래전부터입니다.”
  • [MLB] 류 “이렇게 빨리 완봉할 줄 몰랐다”

    [MLB] 류 “이렇게 빨리 완봉할 줄 몰랐다”

    메이저리그 첫 완봉승을 따낸 류현진(26·LA 다저스)은 “이렇게 빨리 완봉을 할 줄은 몰랐다”고 기뻐하면서도 “앞으로 나올 때마다 무실점 경기를 하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지난 6일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 이어 데뷔 이후 두 번째로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투구 내용을 뽐낸 류현진은 한국 취재진에 “오랜만에 LA에 와서 그런지 컨디션이 좋았다. 원정 때보다 LA에 오면 컨디션이 더 좋다. 오늘도 몸 풀 때부터 아주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 22일 밀워키 원정에서 5승을 거둔 뒤 “무실점 경기가 목표”라고 밝힌 바 있는데 곧바로 다음 경기에서 소원을 이뤘다. 언제 완봉을 의식했느냐는 질문에 류현진은 “7회 이후 투구 수가 많지 않아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볼넷을 하나도 안 준 게 가장 마음에 든다. 딱히 미흡하다고 느낀 건 없었다”고 말했다. 9회 초까지 볼 빠르기가 유지된 것에 대해선 “정말 몸이 좋아 볼 빠르기가 그렇게 나왔다. 볼 빠르기가 그렇게 유지돼야 통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 몸 관리를 잘해서 볼 스피드를 유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4회 초 마크 트럼보의 타구를 막으려다 왼쪽 발등을 다친 류현진은 인터뷰룸에 들어설 때 붕대를 칭칭 감은 채 절룩거렸다. 그는 “뼈는 안 다친 것 같다”고 말했지만 인터뷰 뒤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정밀검사를 받았다. 돈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에게 특별한 날”이라며 “체인지업을 비롯해 변화구도 좋고 볼 빠르기도 좋아지고 있다”며 “9회에도 강속구를 뿌리면서 제구력도 흔들리지 않았다”고 칭찬했다. LA 타임스는 ‘류현진이 지배하다’를 헤드라인으로 뽑았고 에인절스 홈페이지는 ‘류가 천사들을 침묵시켰다’고 짚었다. 칭찬 대열에는 류현진의 흡연을 문제 삼았던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의 켄 거닉 기자도 빠지지 않았다. 거닉은 “류현진이 에인절스 타선을 맥없이 쓰러지게 만들었다”며 “류현진이 받는 6200만 달러(약 690억원)가 헐값으로 보일 정도”라고 활약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6승2패에 방어율을 2점대(2.89)로 낮춘 류현진은 신인상 후보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이스라엘 아모스 오즈, 프란츠 카프카상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이스라엘 소설가 아모스 오즈(74)가 올해 프란츠 카프카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국제 심사위원단은 27일(현지시간) 오즈가 뛰어난 상상력으로 이스라엘의 삶을 잘 표현했다면서 그를 올해의 수상자로 뽑았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상금은 1만 달러(약 1100만원). 체코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이 상은 노벨문학상 수상자 상당수가 거쳐 갈 정도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침묵하지 않는 작가’로 불리는 오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반전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벤구리온대학 히브리문학과 교수이기도 하다. 1939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폴란드인과 러시아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작가 셔우드 앤더슨의 ‘와인스버그, 오하이오’를 읽고 작가의 꿈을 키웠다. 단편소설집 ‘자칼의 울음소리’와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등으로 세계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물결을 스치며 바람을 스치며’(1973), ‘블랙박스’(1987), ‘지하실의 검은 표범’(1995) 등이 대표작이다. 유머와 상상력이 풍부한 그의 작품은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영상문화의 홍수가 아무리 거세도… 문학의 힘 무시 못해”

    “영상문화의 홍수가 아무리 거세도… 문학의 힘 무시 못해”

    “영상이 글의 행간을 옮길 수 있을까. 문장과 문장 사이의 공간과 침묵, 말줄임표와 마침표의 느낌을 영상이 오롯이 담기는 불가능할 것이다.”(이현수) “삶의 온갖 양상을 표현하는 문학만의 방식이 있다. 후세가 지금의 사회를 이해하고 인식하는 데 가장 적합한 것은 문학이라는 형식 아닐까.”(판샤오칭) 한국과 중국의 대표적인 두 여성 소설가가 영상문화 시대 문학의 가치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 소설가 이현수(54)는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신기생뎐)의 원작자이고, 중국 소설가 판샤오칭(范小靑·58)은 직접 극본을 써 본 인기 드라마 작가이기도 하다. 이들은 “문학과 영상이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큰 물줄기는 같지만 결국 지류는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두 여성 작가가 지난 26일 제7차 한·중작가회의가 열린 중국 푸젠성 샤먼시에서 만났다. 1996년 제1회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씨는 소설집 ‘토란’과 드라마로도 각색된 장편 ‘신기생뎐’ 등을 쓴 중견 작가다. 제4회 루쉰문학상을 수상한 판샤오칭은 국내 독자에게는 ‘맨발의 완선생’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2011년 제5차 한·중작가회의에도 참석했던 두 사람은 이번에는 소설 분과에서 파트너가 돼 서로의 작품 ‘향화’(판샤오칭)와 ‘용의자 김과 나’(이현수)를 바꿔 읽었다. 화제는 문학과 영상문화의 문제에서부터 여성 작가의 정체성으로까지 종횡무진 옮겨 다녔다. 드라마 ‘푸에씨 집에 딸이 있네’의 극본을 썼던 판샤오칭은 “스트레스에 시달려 한 편만 쓰고 드라마 일을 그만뒀다”고 운을 뗐다. 제작자와 감독이 작품의 대중성과 흥행을 강요하는 데 버틸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원고지 2000장짜리 소설과 500장짜리 드라마 극본의 보수가 비슷할 정도로 중국 드라마 작가의 보수와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면서도 “순수문학은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가치가 중요하다. 소설은 나를 위해 쓰지만 드라마는 남을 위해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기생뎐’이 원작의 취지와는 크게 다른 방향으로 각색되며 홍역을 치렀던 이씨도 “영상매체와 소설은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신기생뎐’은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받았고 당시 그는 “다시는 드라마나 영화 판권 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는 “드라마의 수준이 크게 높아졌지만 여전히 상업적인 작품들의 영향이 크다”면서 “과거 문학작품을 원작에 가깝게 각색해 방영하던 드라마처럼 순수문학과 영상문화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화는 여성 작가의 정체성 문제로 이어졌다. 판샤오칭은 “여성 작가의 작품에는 여성이라는 자의식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는데, 나와 이 작가는 모두 후자에 가까운 것 같다”고 작품 세계를 평했다. 두 사람이 여성스러운 문체나 내용보다는 이야기의 보편적인 힘에 주목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문학이 심리뿐만 아니라 생리적 표출의 결과라는 점에서 작품에서 여성성을 완전히 탈피할 수는 없다는 지점에도 동의했다. 판샤오칭은 “예컨대 군대를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군인에 대한 글을 쓸 때 세밀한 묘사보다는 남과 다른 시각을 중요시하는 게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생물학적 성별 차이가 작품의 차이로 나타난다는 견해다. 최근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을 다룬 장편 ‘나흘’을 낸 이씨도 “분단국가에서 남성들은 군대 문제를 자주 다루지만 여성들은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면서 “군대처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분야를 다룰 때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성공하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21세기가 문학을 벼랑 끝으로 내몬 시대라는 진단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그리고 그 위기 앞에서도 창작의 자세만큼은 결코 위축되지 않아야 한다는 작가 정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같았다. “소설가는 쏟아부은 노력만큼 거두지 못하는 사람이다. 문학의 진정한 가치란 본래 창작의 과정에서 빛나는 것이다.” 글 사진 샤먼(중국 푸젠성)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생명의 窓] 연리지/상지종 신부·천주교 의정부교구 성소국장

    [생명의 窓] 연리지/상지종 신부·천주교 의정부교구 성소국장

    연리지란 한 나무와 다른 나무의 가지가 서로 붙어서 나뭇결이 하나로 이어진 것이다. 해남 땅끝마을에서 삼남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인적이 드문 으슥한 산기슭에서 두 그루의 연리지 나무를 만날 수 있다. 두 그루의 나무가 하나의 연리지로 한 몸을 이루었으니, 정확히 말하자면 네 그루의 나무가 두 그루가 된 셈이다. 두 그루의 나무가 하나는 옆의 나무를 자신의 몸속 깊이 받아들이고, 다른 하나는 아무 두려움 없이 온전히 자신을 옆의 나무에 맡긴 모습이다. 연리지 나무를 자연스레 화목한 부부나 사랑하는 연인의 상징처럼 받아들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며칠 전 동창 신부와 함께 3박 4일 일정으로 남도 기행을 했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어렵게 준비한 여행이었기에, 부지런히 발품을 팔며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일상으로 돌아와 지난 며칠 동안의 여정을 더듬어 보니, 많은 이들이 찾는 유명한 관광지나 빼어난 자연경관, 한때의 입맛을 돋우어 주었던 맛집들이 아니라, 누구에게 들킬세라 부끄러운 듯 서로 기대고 선 이 연리지 나무들이 가장 마음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도대체 고작 2~3m 떨어져 있는 두 그루의 나무가 어떻게 하다 보니 서로 붙은 것이 뭐가 특별할까 생각할 수도 있다. 어차피 자연 안에 신기한 일들이 한둘이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한번 뿌리내리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나무가 얼마나 서로 그리웠기에 힘겹게 달려가 하나가 되었을까 상상해 보면 애틋함이 절로 느껴진다. 하나가 될 수 없는 현실을 거슬러 하나가 되기 위해 거센 비바람을 뚫고 처절하게 몸부림쳤을 순간들을 떠올려 보면 가슴이 아려 온다. 연리지 나무가 왜 나의 마음을 휘어잡았을까. 한갓 나무를 그럴듯하게 인격화한 나의 어설픈 상상력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갈림 없이 하나가 된 이 나무를 부러운 마음으로 묵상해 보면, 오히려 함께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고 갈기갈기 갈라진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이 더 쓰라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 갈라 세우고, 넘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벽을 두르는 것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이혼율 1위인 현실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전쟁 같은 경쟁에서 해방되고자, 친구들에게 당하는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노인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노동현장에서는 일터에 살아남은 자와 해고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놓고, 서로 향한 불편한 시선을 강요하고 있다. 사회적 불의에 거세게 맞서는 사람들과 자신의 삶에 얽매여 침묵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이간질하고 있다. 어디 이뿐이랴. 도대체 누가 더불어 살아야 할 ‘사람 사는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도대체 왜, 무엇을 얻고자 이렇게 사람들을 갈라놓고 아프게 한단 말인가. 하지만 슬픔과 분노에 머물지 않겠다. 참된 치유의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내 마음에 연리지 나무를 심는다. 갈라진 사람들이 하나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더 많은 선의의 사람들이 각자의 마음에 연리지 나무를 키우기를, 그리하여 하나가 되어 살 맛이 나는 세상을 가꾸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소박한 마음으로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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