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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대학 성폭력과의 전쟁”

    오바마 “대학 성폭력과의 전쟁”

    버락 오바마(얼굴) 미국 대통령이 대학 캠퍼스에 만연한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전쟁을 선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대학생들을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관련 부처 공무원들로 전담팀(TF)을 구성하도록 하는 대통령 각서(memorandum)에 서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90일 이내에 대학 당국이 성폭력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지방 및 연방 정부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도록 하는 등 대학 내 성폭력 방지 및 대응 방안을 담은 포괄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젊은이들과 남성, 여성에게 성폭력은 그 자체로 용인할 수 없다는 점을 일깨워야 한다”면서 “특히 사회가 침묵을 강요할 때 분연하게 일어서서 그렇게 말할 용기를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여성위원장인 밸러리 재럿 선임 고문은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두 딸을 둔 아빠로서, 그리고 한 남성으로서 이 문제에 적극 대처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백악관 여성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여대생 5명 중 1명이 성적인 폭력에 시달리고 있지만 피해자가 이를 대학 등의 당국에 보고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또 미국 전체적으로 2200만명의 여성과 160만명의 남성이 평생 한차례 이상 성폭행 당한 경험이 있으며 피해자들은 우울증과 약물 남용, 만성질환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음주나 약물 사용 등이 피해자를 항거 불능 상태로 만드는 일이 잦은 대학 캠퍼스에서 성폭행이 가장 만연해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26일 이청용·김보경 ‘코리안 더비’

    26일 이청용·김보경 ‘코리안 더비’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에서 ‘코리안 더비’가 펼쳐진다. 무대는 오는 26일 0시 리복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대회 32강전. 챔피언십(2부 리그) 볼턴에서 뛰는 이청용(왼쪽·26)과 프리미어리그 카디프시티의 김보경(오른쪽·25)이 마주 선다. 두 팀 모두 정규리그 상황은 최악이다. 볼턴은 지난 19일 레딩과의 26라운드에서 1-7로 참패해 18위에 머물고 있다. 1부 승격을 위한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은 6위. 13점으로 벌어진 레딩과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좁혀야 하는 상황이다. 정규리그 26경기에 모두 나선 이청용이 침묵하고 있는 득점포를 터뜨려 준다면 팀 상승세의 동력이 될 수 있다. 김보경도 같은 날 결장한 맨체스터시티전에서 2-4로 져 올해 정규리그 3연패를 당한 팀에 반전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올레 군나 솔샤르 신임 감독이 한결같은 신임을 보내고 있는 만큼 어깨가 무겁다. 한편 기성용(25·선덜랜드)은 같은 시간 4부 리그 키더미니스터와의 32강전 출격을 준비한다. 하지만 30일 스토크시티와의 23라운드가 강등권 탈출을 가늠할 중요한 일전이라 ‘베스트 11’에서 빠질 수도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탐사보도-공익제보 끝나지 않은 싸움] 불량급식 신고자도 못 지켜주는 법… 보호 대상 확 넓혀야

    [탐사보도-공익제보 끝나지 않은 싸움] 불량급식 신고자도 못 지켜주는 법… 보호 대상 확 넓혀야

    KT 직원 이모(50)씨는 지난해 4월 국민권익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이씨는 “회사가 2010~2011년 제주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를 실시하며 국내 번호인데도 국제전화로 홍보해 요금을 비싸게 받았다”고 신고한 것이다. 이에 KT 측이 이씨를 지방으로 전보하자 권익위는 “공익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준 것이니 30일 내 다시 출퇴근이 쉬운 곳으로 전보하라”는 보호 조치를 결정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는 KT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을 인정해 과태료 35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자 KT는 행정법원에 “이씨에 대한 보호 조치를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KT의 손을 들어줬다.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의료법·원자력법 등 180개 법률 위반에 대한 신고만 공익제보로 인정할 뿐 전기통신사업법 등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익제보자의 보호막이 돼야 할 보호법령과 제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부조리를 목격하거나 의심해 ‘호루라기’를 분 고발자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현실 앞에 재차 상처받는다. 제보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가 마련돼야 침묵의 목격자를 움직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의 가장 큰 문제로 ‘보호 대상을 너무 좁게 규정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씨처럼 법이 인정한 180개 법률 외 다른 법률 위반 행위를 신고하면 보호받기 어렵다. 보호 대상 법률은 국내 전체 법률 1300개 가운데 고작 14%가량이다. 이상수 한국공공자치연구원 연구위원은 21일 “저축은행 비리 같은 파급력 있는 문제를 임직원이 공익제보해도 현행법으로는 보호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범죄나 금융범죄, 불법 사금융 등을 다루는 법들이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탓이다. 또 학교급식법 등도 보호 대상에서 빠져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학교급식의 위생불량을 신고해도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 공익신고 분야 전문가인 박흥식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공익신고로 인정하는 법률을 좀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특정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만 공익신고로 인정해 줄 것이 아니라 공익신고의 개념을 세우고 신고 내용이 이 정의에 부합하면 공익신고로 인정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교수는 또 “공권력의 남용 등을 알려도 공익제보로 인정하는 미국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공익제보 개념을 부패 등 협소하게만 해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법부가 공익신고자 보호 관련법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판결을 내리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2008년 화장장 유치 문제로 하남시장 주민소환 투표가 추진될 때 공익제보한 A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A씨는 당시 “주민 투표 청구 서명부가 조작됐는데도 하남시 선관위 직원들이 이를 모른 척했다”며 권익위에 신고하고 방송사와 인터뷰해 이 문제를 알렸다. 그러자 시 선관위 측은 A씨를 전보 조치했다. 권익위는 A씨가 부패 신고로 불이익을 당했다며 징계 절차를 취소하라고 권고했지만 선관위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2009년 그를 파면했다. 시 선관위는 “A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선관위 입장과 다른 허위 사실을 주장해 징계 요구한 것이지 권익위에 신고해서 징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 사건은 법원으로 갔고 대법원은 지난해 7월 “권익위가 부패 신고자 보호 결정을 한 것은 부당하다”면서 “부패 신고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는 사실의 입증은 권익위가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권익위 측은 대법원의 이 판결이 보복 징계가 아니라는 입증을 해당 기관이 하도록 규정한 부패방지법과 공익신고자보호법의 조항을 뒤집은 것이라며 비판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잘못을 저지른 기관들은 신고당한 이후 신고자의 비위를 들춰내 징계하는 일이 대부분”이라면서 “신고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는 입증 책임을 권익위가 지게 되면 신고자 보호 범위가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공익제보자가 익명으로 신고할 길을 열어 두지 않은 것도 현행법의 한계다. 경쟁사를 음해하려는 목적 등 악의적 허위 신고를 막기 위한 조치지만 이 탓에 공익신고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반면 미국 등은 공익제보 때 반드시 이름을 밝힐 의무가 없다. 이지문 호루라기재단 상임이사는 “공익제보자들이 자신의 공익제보를 가장 후회하는 이유는 공익제보로 인해 악화된 경제 상황 때문”이라면서 “제보 뒤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사업체를 정리하는 등 경제적 타격 정도에 따라 포상금 등을 현실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탐사보도팀
  • 28세 여성 16년전 성폭행 여교사 폭로

    28세 여성 16년전 성폭행 여교사 폭로

    ”선생님 16년 전 저 기억 나나요”미국에 사는 28세 여성이 16년 전 자신을 성폭행한 여교사를 유투브로 폭로했다. ‘제이미’라는 여성은 12살때부터 수년간 자신을 성폭행한 여교사에게 16년 만에 전화를 걸어 범죄 사실을 실토받는 장면을 스스로 비디오로 촬영한 뒤 지난 17일(현지시간) 유투브에 올렸다.9분 분량의 유투브 동영상에서 제이미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의 ‘체마와 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성폭행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제이미는 “이제서야 나를 성폭행했던 그 교사를 고발하려는 용기가 생겼다”면서 “하지만 그 범죄의 공소시효는 이미 지난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이어 제이미는 그 교사가 지금은 교감으로 재직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앨함브라의 ‘앨함브라 고교’에 전화를 걸었다. 마침내 그 교사와 연결된 제이미는 자신을 소개한 뒤 “당신이 내게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아느냐. 당신 때문에 내 인생은 엉망이 됐다”고 따졌다. 이에 교사는 “알고 있다. 후회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제이미는 “만약 한 학생이 당신한테 와서 어떤 선생님과 성관계를 갖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고 그 교사는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제이미는 “그렇다면 그 경우와 내가 체마와 중학교에서 당했던 것과 다르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한참 동안 침묵이 이어진 뒤 그 교사는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제이미는 한동안 그 교사에게 비난을 퍼붓다가 욕설과 함께 “구역질난다”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어 카메라를 쳐다보면서 “나 지금 나뭇잎처럼 떨고 있는 거 보이냐. 그녀는 미안하다는 말 한 번 안 하고 후회된다고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카메라를 향해 자신의 전화기를 보여주면서 그 교사의 전화번호를 공개했다.CBS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이 동영상과 관련, 앨함브라 고교측은 성명을 통해 “동영상에 나오는 그 여교사라는 사람은 더이상 우리 학교에 근무하지 않는다”면서 “경찰에 그 동영상과 관련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한편 네티즌들은 “늦게 나마 아픈 과거를 폭로한 여성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거나 “그 여교사를 처벌해야 한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여자가 여자를 어떻게 성폭행할 수 있느냐”, “어떻게 전화로 자신의 범죄를 시인할 수 있느냐”면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사진=유투브 동영상의 제이미 모습.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자신의 재발견·창조의 요람… 침묵의 힘

    자신의 재발견·창조의 요람… 침묵의 힘

    침묵, 삶을 바꾸다/그레이엄 터너 지음/박은영 옮김/열대림/320쪽/1만 6800원 복잡한 세상에 발을 딛고 사는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소음에 휩싸이게 마련이다. 어찌 보면 자발적으로 소음을 택해 살아가는지도 모를 일이다. 삶의 지루함과 공허함을 떨쳐 내기 위해 너도나도 소리의 데시빌을 높여 간다. 그런 측면에서 침묵은 대개 달갑지 않은 불청객 같은 것이다. 텅 비고 공허한 느낌, 뭔가 불편하거나 난처하고 당황스러운 감정, 심상찮은 분위기…. ‘침묵, 삶을 바꾸다’는 그런 거북한 침묵이 아니라 우리 삶을 바꾸고 구원해 줄 수 있는 침묵의 의미와 가치에 천착한 책이다. 수도사, 종교지도자, 작곡가, 배우, 심리치료사, 죄수, 평화운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 건져 낸 일종의 ‘침묵 사용 설명서’랄까. 침묵이 어떻게 그들의 삶을 바꿔 놓았는지, 왜 그들은 침묵을 우러르고 존숭하게 됐는지를 파헤쳐 가는 여정이 흥미롭다. 저자는 침묵이야말로 각자가 지닌 작은 세상이며 언제나 함께하는 내면의 공간으로 바라본다. 그런데도 현대인이 침묵을 불편하게 여기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자신과 맞닥뜨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 혹은 불가피하게 죄책감과 연루된 스스로를 깨닫는 두려움 탓이라고 설명한다. 침묵에 대해 기대되는 전망이나 긍정적인 면은 거의 없으며, 심지어 본질적으로 좋은 성질이라곤 깃들어 있지 않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만나 책에 소개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침묵의 가치를 잘 알고 있으며 무엇보다 침묵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낸다. 종교적인 사람들은 침묵을 양심이나 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으로 여긴다. 더 나은 자신의 재발견이나 존재의 정수와 이어지는 접점(힌두교), 깨우침의 경지를 얻는 지점(불교)으로 침묵을 우러른다. 종교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 중에서도 침묵을 우러르고 침묵을 통해 삶을 바꾼 사람들은 숱하다. 음악과 드라마에서 침묵은 필요 불가결한 구성 요소이며, 위대한 예술이 잉태되는 창조의 요람이다. 심리치료 전문가에겐 값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귀중한 도구이기도 하다. 저자는 인간이 가진 자원 중에서 가장 활용되지 않았고 저평가된 게 침묵이라고 말한다. 그 지론에 따르면 한량없는 잠재력을 깨닫는 일에 헌신하는 이들의 삶속에서만 겨우 침묵의 참가치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인생의 질서를 바로잡는 방법, 자신과 타인에 대한 통찰을 제공해 주며 더 광대한 지혜의 문을 두드리는 수단으로서의 침묵을 바로 보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그리고 “침묵은 지독한 외로움을 견딘 후에야 얻을 수 있는 귀한 열매”라고 매듭짓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튤립/박은율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튤립/박은율

    나는 본다 구근을 찢고 몸의 심연에서 수직으로 피어오른 튤립 그 입술이 머금은 고요 반만 벌어진 새벽 어스름 인생에 대해 더 조그맣게 나는 입술을 오므린다 알뿌리의 기나긴 겨울 반만 말하자 반은 침묵
  • 청춘들의 배움·관계·시험·연애·돈·취업… 대학생 눈으로 본 ‘대학생 24시’

    청춘들의 배움·관계·시험·연애·돈·취업… 대학생 눈으로 본 ‘대학생 24시’

    초·중·고등학교 12년 과정의 입시 준비 전쟁을 겪고 대학생이 됐지만 학점과 취업이라는 장애물 앞에서 또다시 맹목적인 경쟁을 하는 대한민국 청춘들. 오는 20~29일 오후 9시 50분 총 6회에 걸쳐 방송되는 EBS ‘교육 대기획 6부작-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들과 대학교육의 진짜 모습을 담는다. 20일과 27일 방송되는 ‘어메이징 데이’(1·4부) 편에서는 방송 최초로 전국 10개 대학교, 44명의 대학생 다큐멘터리스트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촬영해 대학생의 눈으로 대학생의 모습을 재조명한다. 대학생 다큐멘터리스트들은 배움, 관계, 시험, 연애, 돈, 취업 등 대학 생활의 6가지 이야기를 6개월간 기록했다. 고등학교의 연장이 된 질문 없는 강의실, 취업을 위해 관계를 단절하는 자발적 아웃사이더, 88만원 세대의 슬픈 자화상, 지방대생의 취업고민까지 대한민국 청춘들의 진솔한 자기 고백과 그 청춘들이 우리사회에 던지는 목소리를 담는다. 말 그대로 인재 전쟁, 취업 전쟁이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인재상은 없는 것일까. 21·22일 ‘인재의 탄생’(2·3부) 편에서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의 모호한 조건 때문에 절망에 빠진 취업준비생 5명이 6개월의 멘토링을 통해 진정한 인재상에 대해 깨닫고 변화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인 서울대 법대 졸업생 김성령, 세계 유수의 젊은이가 모인 베이징대 재학생 김관우, 지방대의 한계에 스스로 갇혀버린 취업준비생 엄지아 등 5명의 청춘들이 주인공. 이들이 진정한 인재가 되어가는 6개월간의 여정은 치열하다. 조벽 교수를 필두로 여성 1호 헤드헌터 유순신, 인사 전문가 조미진 등 인사, 인재 분야 전문가들의 멘토링을 받으며 점점 달라지는 청춘들의 자화상을 돌아본다. 이들이 겪는 6개월간의 여정을 통해 이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인재의 기준도 제시된다. 28·29일 방송되는 ‘말문을 터라!’(5·6부) 편에서는 질문과 생각이 사라진 오늘날의 대학 강의실을 탐구하고, 말문을 트는 것을 시작으로 진정한 배움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제작진은 ‘침묵의 강의실’을 ‘학문의 전당’으로 바꾸기 위해 말문을 여는 교수법을 적용하는 교수 3인의 독특한 수업현장을 들여다본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강줄기 길 잃은 날 잊혀진 북방을 부르다

    ‘장엄한 숲에 드니 비로소 숲의 상처가 보인다/가지가 꺾이고 몸통이 휘고 부러지고/끝내는 쓰러진/상처투성이의 북방 침엽수림에서 나를 본다/혹독한 겨울의 잔해를 떠안은 설해목들/숲은 서늘한 사랑으로 모두를 끌어안고 있다’(숲에 드니 숲의 상처가 보인다) “남들보다 먼저 아프고 오래 앓고 마지막까지 질문한다”는 곽효환(47) 시인. 그의 고백대로 새 시집 ‘슬픔의 뼈대’(문학과지성사)에는 그가 사회, 현재와 불화하며 앓은 흔적이 선명하다. ‘인디오 여인’(2006), ‘지도에 없는 집’(2010)에 이어 4년 만에 펴낸 세 번째 시집에서 그는 4대강 사업, 강정마을, 크레인 시위, 희망버스, 사라진 피맛길 등 개발 논리와 자본의 탐욕, 갈등 사회 앞에서 밀려드는 무기력과 목메임, 피로감을 순정하게 다듬은 시어로 토로한다. ‘계절이 세 번 바뀌어도 끝내 허공 속에 머물고 있는/이 세상에 있어도 없는 혹은 없어도 있는 사람/(…중략)/홀로 마주한 밥상의 서걱거리는 밥알들/씹다 만 깍두기처럼 겉도는 말들/떠도는 말들과 부유하는 진실을 삼키는/여름날, 목메는 도심의 저녁 식사’(도심의 저녁 식사) ‘강줄기가 문득 길을 잃은 그날 이후/늪은 오랜 침묵의 깊이를 알고 있었을까/새벽이면 어부가 깊고 아득한 과거를 깨우는/밤이면 한사코 꽃망울을 닫는 가시연꽃을 품은/1억 4천만 년의 미래를’(1억 4천만 년의 미래-우포늪에서) 이렇게 현재의 부조리와 비합리에 아파하는 시인이 거듭 불러내는 것은 ‘북방’이다. “곽효환에게 시의 부름은 북방으로부터 왔다. 그에게 북방은 차단된 삶의 여로이고 단절된 역사의 현장이며 잊혀가는 오래된 정감의 고향이자 채울 수 없는 결핍과 그리움의 진원지”라는 김수이 평론가의 지적처럼, 그는 유전자에 각인된 북방을 펼쳐내는 것으로 포용력을 되찾는다. 엄혹한 땅이 시인에게는 글쓰기의 스승인 백석과 이용악이 존재하는 시의 고향이자, 잃어버린 인간성을 회복하는 유토피아인 셈이다.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가 낮은 목소리로/섬과 숲과 호수의 정령을 부르는 북방의 밤/장작 더미에 피워 올린 모닥불을 에워싼/나와 나를 닮은 사람들, 푸른 눈망울의 사람들/삼백서른여섯 개의 물줄기를 받아들여/단 하나의 물길로 흘려보내는/이들의 몸에는 하나같이 은빛 물살무늬 피가 흐른다’(바이칼 사람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씨줄날줄] 내부 고발자/문소영 논설위원

    2013년 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국가안보국(NSA)과 중앙정보국(CIA)에서 일하던 컴퓨터 프로그래머요원이었다. 그는 2013년 6월 미국이 프리즘 감시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무차별적인 전화도청과 이메일 해킹을 했다고 폭로했다. 미국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의 휴대전화를 10년 이상 도청했던 것도 그때 밝혀졌다. 미국의 불법적인 정보 수집과 도청의 대상에 한국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국방성은 11일 스노든이 170만건에 달하는 미국의 기밀 정보를 누출한 ‘역사상 가장 대범한 도둑’이라며 비난했다. 이쯤에서 한 번 따져보자. 스노든을 어찌 평가할까. 미국 정부 측에서는 현행법을 위반한 범법자일 것이다. 그러나 그가 없었다면 전 세계는 미국의 불법적인 도청행위를 새까맣게 모른 채 지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잘 포착해 뉴욕타임스는 지난 2일 사설을 통해 “정부 당국자들이 일상적, 의도적으로 법을 어기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사람이 같은 정부에 의해 종신형의 위기에 처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스노든의 행위는 미국 내부 고발의 전통을 따른 것 같기도 하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워싱턴 워터게이트 빌딩의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가 발각된 ‘워터게이트 사건’은 마크 펠트 전 FBI 부국장의 내부고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딥 스로트’로 33년 침묵하다가 지난 2005년 5월에 자신을 밝혔다. 1971년에는 존 에드거 후버 FBI 국장의 불법적인 시민사찰 행위를 폭로한 ‘FBI 시민감시단’의 활동이 있었다. 대학교수 등이 FBI 펜실베이니아 지부의 사무실에서 문서를 확보해 언론에 고발한 것이다. 한국에도 민주화 시대에 주요 내부 고발자들이 등장했다. 1990년 보안사의 민간인 불법 사찰 기록을 공개했던 윤석양 이병과 같은 해 감사원과 재벌의 유착을 고발한 이문옥 감사관, 1992년 군 부재자 투표의 부정을 고발한 이지문 중위, 같은 해 총선에서 민자당의 관권선거 의혹을 제기한 한준수 연기군수, 2008년 4대강 사업 연구 용역에 대한 압력을 고발한 김이태 박사, 2009년 군 납품 비리를 고발한 김영수 소령 등이다. 공익을 위한 고발이었으나, 언론의 관심이 사라진 뒤 개인적인 불이익을 당했고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신상에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사회는 점차 투명해지고 있지만 뒤로 숨어 더 교묘하게 불법적 행위를 하는 권력과 정부, 재벌은 여전하다. 내부 고발 활성화를 위해 보호제도가 더 보완돼야 할 때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로드먼 “北 현실 보여주려 했던 것”

    로드먼 “北 현실 보여주려 했던 것”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출신의 데니스 로드먼(52)이 13일 오전 고려항공편으로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로드먼은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북한 여행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면서 “이런 기회를 준 김정은 장군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것 하나만은 확실히 말하고 싶다. (나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에게 현재 북한에서 어떤 현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나는) 대통령도 아니고 대사도 아니며 단지 데니스 로드먼”이라면서 “나는 단지 전 세계가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장성택 처형 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난 외국 인사는 로드먼이 처음이어서 둘 사이에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관심이 쏠렸으나 로드먼은 이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했다. 로드먼은 지난 6일 NBA 출신 농구선수 6명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했으며 8일 친선 경기에 앞서 김 제1위원장 앞에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김 제1위원장 옆에 앉아 경기를 함께 보면서 얘기를 나눴다. 로드먼은 14일 미국으로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성범죄 신고 나홀로 폭주… 더는 침묵하지 않는 피해자들

    성범죄 신고 나홀로 폭주… 더는 침묵하지 않는 피해자들

    강간, 강제추행 등의 성범죄가 지난해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중 유일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통계에 잡힌 성범죄 건수는 2003년 이후 10년 새 3.4배 늘어났다. 피해자에 대한 손가락질 등 사회의 비뚤어진 시선 탓에 범죄에 대해 침묵하던 여성들이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신고에 나선 데다 실제로 성범죄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경찰청의 ‘2013년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강간, 강제추행 사건은 모두 2만 2342건으로 전년(1만 9619건)보다 13.9% 증가했다. 반면 5대 범죄 중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살인은 전년보다 5.7% 줄었고 강도는 23.5% 감소했다. 절도와 폭력도 각각 0.7%, 5.8% 줄었다. 지난해 전체 5대 범죄 수는 2012년보다 2.9% 줄었다. 성범죄 접수 건수의 증가세는 6년째 이어지고 있다. 2007년 8726건에서 줄곧 늘어 6년 새 2.6배나 늘었다. 지난해 접수된 강간, 강제추행 사건 중 범인이 잡힌 경우는 1만 9760건이다. 경찰은 “88.4%의 높은 검거율을 기록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2582건의 범행을 저지른 성범죄자들은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성범죄 신고율이 높아지면서 감춰졌던 성범죄가 수면 위로 드러났고 이는 접수된 범죄 건수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강은영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잔혹한 성폭행 사건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성범죄에 두려움을 느끼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국민이 늘었다”면서 “인식 변화가 적극적인 신고로 이어져 성범죄 중 암수범죄(실제 발생했지만 신고하지 않아 경찰이 파악하지 못한 범죄) 비율이 줄어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여성가족부가 성범죄 피해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범죄 신고율은 2008년 8.1%에서 2010년 12.5%로 증가했다. 최근 3년 새 신고율이 더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4대악(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강간범 등을 많이 검거했기 때문에 성범죄가 늘어난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성범죄 사실을 알릴 통로가 다양해져 신고율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 발생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인터넷, 방송 등에서의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고 뒤틀린 성적 환상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성범죄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범죄가 친고죄(피해자가 고소해야 처벌할 수 있는 범죄)에서 제외됐고 화학적 거세 도입 등으로 가해자를 옥죌 방안은 대부분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김정일 3년상 끝나는 내년부터 김정은 ‘공식 생일상’

    김정일 3년상 끝나는 내년부터 김정은 ‘공식 생일상’

    북한 매체가 1월 8일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일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북한이 2012년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그의 생일에 대해 줄곧 침묵했다는 점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년상이 끝나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일행사가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일 김 제1위원장이 미국 프로농구(NBA) 출신 선수와 북한 선수 간 경기를 관람한 소식을 전하면서 데니스 로드먼이 “이번 경기를 조직한 것은 원수님(김정은)의 탄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김정은 원수님의 생신날이 공개되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김 제1위원장의 생일이 1월 8일로 알려져 왔지만, 북한은 그의 생일에 대해서 침묵해 왔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은 62세 때인 1974년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은 40세 때인 1982년부터 각각 법정공휴일인 태양절(4월 15일)과 광명성절(2월 16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 제1위원장의 나이가 어리지만 1960~1970년대 권력 공고화에 시간이 걸린 김일성 주석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면서 “생일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면 다음에는 이를 기념하는 게 독재 국가의 수순”이라고 말했다. 김 제1위원장은 1984년생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출생연도인 1912년과 김정일 위원장의 1942년에 맞춰 1982년생으로 바꿀 가능성도 있다. 한편 김 제1위원장은 중국 측으로부터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6월 60회 생일을 맞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보냈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이에 대해 중국과 북한 간 관계가 좋지 못함을 반영하는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일제에 독살당한 맹수들… 그날밤, 동물도 사람도 울부짖었다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일제에 독살당한 맹수들… 그날밤, 동물도 사람도 울부짖었다

    1945년 7월 25일 이왕직(李王職·일제강점기 조선 황실과 관련한 사무 일체를 담당하던 기구) 회계과장이었던 일본인 사토는 느닷없이 직원들을 죄다 불러 모아 “사람을 해칠 만한 맹수류를 모두 죽여야 한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미군이 창경원을 폭격할 경우, 동물들이 우리를 뛰쳐나와 사람을 해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라는 지령을 일본 본토에서 받았다는 것이다. 극비리에 정체불명의 극약이 배부돼 먹이에 타 동물들에게 먹였다. 여느 때처럼 맛있게 저녁을 먹은 코끼리, 사자, 호랑이, 곰, 뱀, 악어, 독수리 등 21종 38마리가 조용히 영원한 침묵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녀석들이 죽던 날 밤 창경원 일대는 최후를 고하는 맹수들의 울부짖음이 처량한 곡소리같이 울려퍼졌고, 전 직원도 함께 울었다는 말이 전해 내려온다. 그러나 결국 창경원에는 폭격이 없었기 때문에 무고하게 희생된 동물들에 대한 안타까움은 지금까지 갈수록 커지기만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비극은 비단 한국에만 일어난 게 아니다. 타이완과 만주에 있는 동물원들도 예외일 순 없었다. 일제 또한 미국으로부터 배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1940년대부터 여러 동물원의 동물들도 수난을 겪게 되는 잔혹사가 있었다. 미국과 힘겹게 전쟁을 치른 일본은 패전 쪽으로 기울자 본토에 있는 우에노 동물원, 고베 동물원, 오사카 동물원 등 여러 동물원 동물에 대한 조치계획인 ‘동물원 비상조치요강’을 발동했다. 여기에는 동물원이 공습을 받을 경우에 대한 조치 방법을 적어 놓았다. 먼저 위험 정도에 따라 동물종을 4등급으로 분류했다. 곰, 대형 고양잇과 동물과 코끼리·하마·들소 같은 대형 초식동물, 늑대, 하이에나, 개코원숭이, 독사, 왕뱀류는 가장 위험한 1종이다. 이런 동물들은 청산가리, 스트리키닌 등의 극약으로 살처분하거나 총살하도록 돼 있었다. 6·25전쟁 때도 참혹하긴 마찬가지였다. 애끊는 노력으로 전쟁 초기인 1950년 동물들은 다행히 목숨을 지켰지만 이듬해 중공군 개입으로 1·4후퇴를 할 땐 사육사들도 빠짐없이 짐을 싸야만 했다. 그해 3월 서울 재수복 뒤 창경원 동물원 풍경에 대해 옛 창경원 사육사는 이렇게 떠올렸다. “동물사는 모두 열려 있었지만 살아 움직이는 동물은 새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낙타, 사슴, 얼룩말은 머리통만 남아 있었다. 여우나 너구리, 오소리, 삵 등은 굴과 돌 틈에 끼여 죽어 있었다. 모두 그렇게 굶어 죽고, 얼어 죽었다.” 창경원은 일제에 의해 ‘한국 깎아내리기’ 차원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제는 이곳에 동물원과 식물원, 놀이시설을 들여놓아 놀이터로 만들고 말았다. 조선시대 궁궐인 창경궁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제대로 된 동물원을 국민들에게 안긴 계기는 1977년 확정된 ‘서울대공원 건설계획’이다. 당시의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비춰 대공원 건설은 엄청난 규모의 사업 구상이었다. 만약 그때 서울대공원을 건설하지 않았다면, 수도권 어느 곳이라도 지금처럼 좋은 위치에 대형 복합공원을 건설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서울대공원 건설계획에 따라 창경원에서 1980년부터 소속을 서울시로 옮긴 한국 동물원 역사의 증인이 바로 지난해 말 별세한 오창영(1928~2013) 초대 서울동물원장이다. 창경원 때부터 직위는 원래 관리직이 아니라 수의관이다. 1차적으로는 동물 진료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었지만 고인만큼 야생동물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겸비한 사람은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새롭게 조성될 동물원 디자인에 대한 구상과 더불어 각 동물사의 세부설계에도 크게 기여했다. 초기 서울동물원은 400여종에 이르는 동물을 대대적으로 수입했다. 창경원 당시엔 해외종, 국내종을 통틀어 모두 130여종에 불과했다. 오 원장은 기린, 사자, 하마 등 익숙한 동물 말고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동물들에게 한글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국어학자, 생물학자, 식물학자, 대학교수, 동물원전문가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 열성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남미에 서식하는 ‘자이언트 앤트 이터’(Giant Ant Eater·길이 50㎝를 웃도는 혀를 가진 희귀종)에겐 ‘큰개미핥개’라는 이름을 붙였다. ‘링 테일드 리머’(Ring Tailed Lemur·긴 꼬리에 선명한 테 모양의 검은 털과 여우처럼 생긴 얼굴 모양을 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 서식하는 원숭이)엔 ‘꼬리여우원숭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당시로선 아주 낯설었을 법하다. 오 전 원장에 뒤이어 곧바로 동물원을 이끈 인물이 ‘동물의 왕국’이라는 텔레비전 프로 해설을 오래 진행한 고 김정만(1934~2010)씨다. 그 또한 창경원에 수의사로 발을 들여놓았다. 본격적인 영상매체 시대에 각종 프로에 출연, 대중과 친해져 동물박사로 이름을 알리면서 동물원의 위상을 드높였다. 오 전 원장과 함께 한국동물원계의 큰별로 불린다. 동물원 수준은 그 나라의 동물복지를 가늠하는 잣대다. 이런 맥락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2002년 캐나다 토론토 동물원에서 6개월간 연수를 받았다. 어느 날 동물원장 윌리엄 래플리 박사와 대화하다가 오 전 원장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래플리 원장이 수의사로 일하던 젊은 시절 한국에서 손님이 왔다고 해서 며칠씩이나 동물원을 안내했단다. 두꺼운 스케치북에다 직접 손으로 그림을 그려가며 동물사 구석구석의 시설들을 낱낱이 조사했는데 세부적인 질문이 얼마나 많았던지 애를 먹었다고 한다. 올해로 서울대공원은 개원 30주년을 맞는다. 여러 시설의 노후화 문제를 안고 있지만 노력한 점도 적잖다. 유인원관·열대조류관을 성공적으로 리모델링했으며, 올해 개관을 목표로 기존 맹수사 전시 지역을 ‘백두산 호랑이 숲’과 새로운 전시개념을 도입한 ‘소동물 트위닝(twinning) 전시관’으로 바꾸는 공사도 한창이다. 앞으로 외형적인 변화뿐 아니라 가장 안전한 동물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여러 분야의 외부 전문가 자문을 통해 관리시스템을 총체적으로 바꾸는 혁신을 계획하고 있다. 선진국 동물원들처럼 종 보전 센터로서의 역할에도 더욱 충실할 것이다. 좋은 동물원을 만들려면 시민들도 함께 관심을 보여야 한다. 잘못된 게 있으면 실망과 비난에 그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할 때다. 시민들의 요구를 달게 받겠다는 각오를 새삼 다진다. vetinseoul@seoul.go.kr
  • ‘개헌론’ 친이 vs 친박 충돌

    ‘개헌론’ 친이 vs 친박 충돌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원로인 서청원 의원과 친이명박계 좌장 이재오 의원이 8일 공개 석상에서 ‘개헌론’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그간의 침묵을 깨고 행보를 본격화하려는 서 의원과 당내 비주류의 불만을 쏟아 내려던 이 의원의 ‘정면충돌’로 당내 분위기마저 뒤숭숭해졌다.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계파 간 권력 투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개헌 전도사’인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부 입장에서는 새해 화두가 경제지만 당 입장에서는 정치개혁으로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라면서 “집권 1년 차에 정치개혁을 해야 하는데 지난 1년간 못했고 2년 차에 하지 않으면 정권 5년간 (개혁)하기 어렵다”며 올해가 개헌의 적기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개헌 논의에 대해 “대통령이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한 말이 이해는 가지만 논의 주체들의 제어 능력에 따라 블랙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2월 임시국회 개헌특위 운영을 요구하면서 “당은 조속히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으로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서 의원은 “지금 우리는 개헌보다 국민들이 먹고사는 경제 살리기에 과제를 둬야 한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서 의원은 “이명박 정권 때 개헌을 하겠다고 김형오 전 의원 산하에 개헌특위를 만들었고, 모든 언론이 이 의원이 정권 2인자라고 할 만큼 힘이 있었는데 개헌을 추진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허공에 손가락을 찌르기도 했다. 이 의원은 굳은 얼굴로 답변하지 않았다. 당내에선 개헌론을 계기로 친박계와 비주류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민주당은 대통령 뜻과 상관없이 개헌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병헌 원내대표가 전날 강창희 국회의장을 만나 개헌특위 구성을 요청했고, 여야 중진이 합세한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도 뜻을 모으고 있다. 강 의장도 신년사를 통해 헌법자문위원회를 구성, 개헌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속내는 “새 정부 초반이 아니면 개헌이 어렵다”는 현실론 때문이다. 개헌론에 찬성하는 한 새누리당 의원은 “여권에선 임기 초 권력 누수 현상이 생겨 개헌 논의 자체에 부정적이지만 임기 후반부로 갈수록 차기 대선 구도와 맞물려 변수가 커진다”고 말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회의론을 폈다. 안 의원은 이날 대구에서 열린 새정치추진위원회 설명회에서 “개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적 공감대”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AXN ‘킬링3’ 등 미드 2편 방영

    미국 드라마 전문 케이블채널 AXN이 ‘킬링3’과 ‘헬릭스’ 등 2편의 미국 드라마를 방영한다. 실제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수사물인 ‘킬링3’은 12일 밤 10시 50분 첫방송된다. 영화 ‘양들의 침묵’으로 제64회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조너선 드미가 연출했다. 이어 다음 달 1일 밤 10시에 전파를 타는 ‘헬릭스’는 북극 생물계 연구소를 배경으로 치명적 바이러스로 인한 재난과 미스터리를 풀어 나간다. 2008년 에미상, 2005년 휴고상을 수상한 SF계 거장 로널드 D 무어가 총제작을 맡았다.
  • 北, 이산상봉 침묵… ‘유연성’ 보일까

    北, 이산상봉 침묵… ‘유연성’ 보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북한의 호응 여부가 주목된다.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분리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통일부는 7일 “북한이 오후 4시 판문점 마감 통화에서 우리 측이 제안한 남북 적십자 실무 접촉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을 때 북한은 사흘 뒤인 18일 금강관 관광 재개를 역제안하는 방식으로 회신했다. 당시 주말이 끼어 있던 일정 등을 감안하면, 북의 회신은 이르면 9일 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날 오는 10일 적십자 실무접촉을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개최하자고 공식 제안했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조만간 실무접촉에 대해 회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올해 설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성사 여부는 북한의 유연성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북한도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우리 측 제안을 무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날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을 분리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처럼 두 사안을 연계하는 카드를 내밀어야 할지를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우리 측의 분리 대응 방침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우리 제안을 곧바로 수용하기보다는 한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서는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 진전이 없다면 상봉 행사에 비협조하거나, 협조하더라도 일회성 행사로 그칠 수 있다”며 “우리 정부가 좀 더 대담한 접근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는 이날 지난해 상봉이 확정됐던 우리 측 이산가족 96명에게 상봉 의사를 재확인하는 등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통일부는 기존 명단을 활용하면 실무 준비는 1∼2주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설까지는 어렵더라도 북한이 동의하면 내달 정도에는 상봉 행사가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소녀시대 수영·정경호 열애설…정경호 소속사 반응은

    소녀시대 수영·정경호 열애설…정경호 소속사 반응은

    소녀시대 수영·정경호 열애설…정경호 소속사 반응은 배우 정경호 측이 소녀시대 멤버 수영과의 열애설에 대해 “사실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정경호 소속사 판타지오 관계자는 3일 일간스포츠와의 전화통화에서 “정경호 본인에게 확인한 후, (수영과의) 열애설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보내겠다”고 밝혔다. 이날 스포츠서울닷컴은 정경호와 소녀시대 수영이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중앙대 지하주차장에서 수업을 듣고 나오는 수영을 마중나온 정경호의 모습, 함께 영화를 본 뒤 따로 나오는 모습, 정경호가 자신의 승용차에 타는 수영과 스킨십을 하는 모습 등을 공개했다. 매체는 지난달 24일 서울 논현동 수영의 집에서 수영의 언니, 지인과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기도 했다면서 수영의 언니가 페이스북에 올린 명품 선물, 케이크 등은 정경호가 산 것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정경호와 소녀시대 수영이 지난 2012년 한 모임을 통해 처음 만남을 가진 뒤 1년째 열애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정경호와 수영의 소속사가 각각 열애사실을 인정했다고도 했다. 정경호와 수영은 지난해 2월과 10월 두 차례 열애설에 휘말렸었다. 당시에는 “좋은 선후배일 뿐 연인은 아니다”라며 열애설을 극구 부인했었다. 이날 열애설이 터진 뒤 다른 매체들은 소속사 측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소녀시대 수영·정경호 3번째 열애설…이번엔 사진도 있다

    소녀시대 수영·정경호 3번째 열애설…이번엔 사진도 있다

    소녀시대 수영·정경호 3번째 열애설…이번엔 사진도 있다 배우 겸 가수 이승기(26)와 열애 사실을 공개한 소녀시대의 멤버 윤아(23)에 이어 또다른 멤버인 수영(24)도 열애설에 휘말렸다. 수영의 남자친구로 지목된 사람은 그 동안 2번에 걸쳐 열애 상대로 보도된 배우 정경호(31)다. 3일 스포츠서울닷컴은 정경호와 소녀시대 수영이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중앙대 지하주차장에서 수업을 듣고 나오는 수영을 마중나온 정경호의 모습, 함께 영화를 본 뒤 따로 나오는 모습, 정경호가 자신의 승용차에 타는 수영과 스킨십을 하는 모습 등을 공개했다. 매체는 지난달 24일 서울 논현동 수영의 집에서 수영의 언니, 지인과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기도 했다면서 수영의 언니가 페이스북에 올린 명품 선물, 케이크 등은 정경호가 산 것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정경호와 소녀시대 수영이 지난 2012년 한 모임을 통해 처음 만남을 가진 뒤 1년째 열애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정경호와 수영의 소속사가 각각 열애사실을 인정했다고도 했다. 정경호와 수영은 지난해 2월과 10월 두 차례 열애설에 휘말렸었다. 당시에는 “좋은 선후배일 뿐 연인은 아니다”라며 열애설을 극구 부인했었다. 이날 열애설이 터진 뒤 다른 매체들은 소속사 측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4년 데뷔한 정경호는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이후 SBS ‘그대 웃어요’, MBC ‘개와 늑대의 시간’ 등에 출연하며 안정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하정우 감독의 영화 ‘롤러코스터’ 주연으로 주목받았다. 또 KBS2 ‘목욕탕집 남자들’, ‘엄마가 뿔났다’, SBS ‘천일의 약속’ 등을 연출한 정을영 PD의 아들로도 유명하다. 수영은 2007년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로 연예계에 데뷔해 한류의 선두주자로 국내외를 누비며 활동하고 있다. tvN 드라마 ‘제3병원’, ‘시라노 연애 조작단’을 통해 연기자로도 활동했으며, 뛰어난 예능감과 말솜씨로 SBS ‘한밤의 TV연예’ MC로도 활약하고 있다. 한편 소녀시대는 1일 이승기와 열애 사실을 밝힌 윤아에 이어 수영까지 열애설의 주인공이 됐다. 9명의 소녀시대 멤버 가운데 2명이 열애설에 이름이 오르면서 20대 초반의 소녀시대가 숙녀가 되는 과정에 있는 것 아닌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 다음 열애설의 주인공이 될 소녀시대의 멤버는 과연 누구일지에 대해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한길 3일 靑신년회 참석… ‘제1 야당’ 위상 정립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3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신년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김 대표의 청와대 방문은 지난해 5월 대표 선출 이후 처음이다. 올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여당의 발목을 잡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책임 있는 제1야당’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김 대표가 내일 청와대 신년회에 참석한다는 것은 앞으로 정부·여당에 대해 도울 건 돕고 견제할 건 견제하는 통 큰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도 청와대 오찬에 초청받았으나 다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당시에는 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하고 있는 데다, 국가정보원 개혁특별위원회 요구에 대해 청와대가 침묵하는 불편한 상황이었다. 지방선거를 겨냥한 민주당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새해를 맞아 당 지도부·당직자들과 함께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전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은 데 이어, 이틀 연속 전직 대통령 묘역을 방문한 것은 제1야당의 위상을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오후엔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참배했다. 당 지도부가 새해 초부터 호남의 심장인 광주를 방문한 것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신당 바람에 대한 견제로 보인다. 친노(친 노무현) 세력의 핵심인 문재인 민주당 의원도 ‘마이웨이’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문 의원은 당 지도부와 별도로 새해 첫날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 자리에는 노 전 대통령 장남 건호씨,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 변양균·장하진 전 장관 등 50여명의 참여정부 인사가 총출동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서울광장] 갑오년 새해, 어떤 원칙과 신뢰를 지킬 것인가/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갑오년 새해, 어떤 원칙과 신뢰를 지킬 것인가/문소영 논설위원

    갑오(甲午)년이 밝았다. ‘갑오’에서 사람들은 120년 전 한반도를 떠들썩하게 했던 1894년 2월 갑오농민운동을 떠올리기도 하고, 같은 해 7월 시작된 갑오경장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해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이 하나가 더 있다. 6월에 발발한 청일전쟁이다. 세 개의 역사적 사건은 개별적으로 보이지만, 한 타래의 실처럼 연결되어 있다. 갑오년에 긴장하는 사람이 있는 연유는 2주갑을 맞는 120년 전 갑오년이 이후 조선의 운명을 뒤흔든 중요한 계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1894년 2월 전라도 고부군수 조병갑의 가렴주구에 지친 농민들은 분노해 1차 민란을 일으켰다. 고종은 민란의 원인을 해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해결하지 못했다. 농민들은 4월 2차 봉기했다. 외세배격과 탐관오리 응징, 대원군 복귀, 잡세 철회 등 12개의 폐정개혁안을 요구했으나 조정은 토벌하기로 마음 먹고 청나라에 파병을 요청했다. 조선왕조실록에 고종은 영의정 심순택 등의 반대에도 청군을 요청하는 것이 무슨 대수냐는 태도를 취한 것으로 나온다. 당시 고종은 갑신정변 이후 청과 일본이 서로 충돌을 막고자 1885년 톈진(天津)조약을 맺어 어느 한 나라에서 조선에 파병하면 다른 한 나라도 자동으로 파병할 빌미를 준다는 점을 간과했다. 청일전쟁으로 한반도는 전쟁터가 되고, 일본이 압승했다. 이에 일본은 1차 김홍집 내각을 세우고 과거제 폐지, 단발령 등 개혁을 강요했다. 그것이 갑오경장이다. 같은 시기에 첨단 무기로 무장한 일본군은 죽창을 든 농민들을 섬멸했다. 당시 삼남지역의 선비와 양반도 수성대, 민포군 등을 구성해 농민 토벌에 힘을 합쳤다. 120년 전 갑오년이 주는 첫째 교훈은 정부의 결정이 항상 옳지도, 전지전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근대 국가가 정부의 오류 가능성을 직시하고 국회와 법원을 두어 시스템으로 삼권 분립을 해놓은 이유다. 둘째 정부가 백성의 삶의 질과 부정부패를 개선하지 못하면 민심 이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셋째 스스로 해결해야 할 내부의 갈등을 외세의 개입을 통해 해결하려고 할 때 심각한 부작용에 직면하게 된다. 넷째 자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를 정확하게 읽고 예민하게 반응하지 못하면 국가적 위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120년 전의 경장은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꼭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성공하는 경장의 미래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120년 전 왜 실패했을까. 당시 개혁 드라이브는 단발령에 걸려 민심을 얻지 못한 탓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행복시대’와 ‘100% 대한민국’을 약속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도 그 진정성을 믿고자 했다. 그러나 ‘내가 대통령이 돼 다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며 후보시절 약속했던 주요 공약들이 1년 만에 벽에 부딪히거나 무산됐다. 국가재정이 감당할 수 없는 공약을 강행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돼 지니계수가 커지고 있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5년째 양극화가 진행돼 근로자의 48.8%가 연간 2000만원 미만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대기업을 키워도 낙수 효과(trickle down effect)가 사라졌다. 삼성전자가 연간 40조원의 영업이익을 내지만, 그 혜택은 5만여명이 나누고 끝난다. 철도원의 연봉 7000만원이 질시와 분노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좋은 일자리가 늘어야 한다. 또한, 국정운영에서 헌법 1조 1항과 2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여론형성의 메커니즘을 설명한 ‘침묵의 나선이론’에 따르면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면 사람들은 침묵하겠지만, 그 침묵이 정부에 찬성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런 사람들까지 다 헤아려 정책을 펴는 100%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한다.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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