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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나가는 배’ 주인공 박목월 시인이었다

    저 푸른 물결 외치는/거센 바다로 떠나가는 배/내 영원히 잊지 못할/님 실을 저배야/야속해라/날 바닷가에 홀로 버리고/기어이 가고야 마느냐. 가곡 ‘떠나가는 배’(작사 양중해 작곡 변훈)의 주인공은 1978년 타계한 청록파 시인 박목월이라는 것과, 50년대 중반 그와 한 여대생의 ‘제주 잠행’ 생활에 대해 처음으로 구체적인 증언이 나와 관심을 끈다. 노랫말을 쓴 양중해(77·시인·전국문화원연합 제주도지회장) 시인은 목월이 50년대 중반 잠시 제주에 머물 때 시와 술을 나눈 절친한 친구 사이.양 시인은 “1953년 휴전 무렵 유부남이던 목월이 젊은 여자와 피란 겸 사랑의 도피를 위해 제주에 왔으나 끝내 이별하게 됐으며,제주부두에서 두 사람의 이별 장면을 시로 옮긴 게 바로 ‘떠나가는 배’”라고 말했다.양 시인은 지난해 7월 제주문화원에서 열린 한 문학강좌에서도 ‘떠나가는 배’에 대해 “목월의 아픈 이별을 담은 시”라고 거론한 적은 있으나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목월이 당시 머물렀던,지금은 사라진 제주시 관덕정 인근 동화여관 가족들에 따르면 목월은 한국전쟁 막바지에 제주에 왔으며,여대생(당시 홍익대 재학)과 함께 6∼7개월간 동화여관에 머물렀다. 목월과 함께 온 여인의 성은 한씨이며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주일마다 근처 서부교회에 나가 예배를 봤고,몸이 아플 때는 목월이 직접 부축하거나 업고 갔다.이 여인은 아주 깔끔해서 빨래가 잦은 편이었고,식사도 여관에서 내주는 음식 대신 직접 지어 목월에게 내왔다.또 아이들을 좋아해 과자와 과일을 자주 나눠줬고 튀김 등을 직접 만들어 줬다고 한다. 여관에서도 시낭송회가 자주 열렸는데 여인은 늘 목월 곁에 앉아 경청하곤 했다. 여관집 아들 이창주(64·당시 중학교 2학년)씨는 “그 여자는 목월에게 꼭 ‘선생님’이라고 불러 선생님과 제자 사이 같았으며,지금의 여느 탤런트보다도 예뻤고 몸도 호리호리했으나 자주 아파 병원 출입이 잦았다.”고 기억했다.또 “목월에게 ‘이름이 왜 목월입니까?’ 하고 물었더니 어느날 밤 나무에 걸린 달이 너무 고와 ‘영종’이라는 이름 대신 ‘목월(木月)’이라는 이름을 쓰게 됐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이씨는 “목월과 여자가 이별할 무렵 여관에 있던 짐을 도둑맞아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는데 이 여인은 ‘다른 것은 필요 없고 사진첩만 찾아 달라.’고 애원했으나 범인이 이미 아궁이에 넣어 불태워 버린 후여서 몹시 상심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짐 소동이 있고 얼마 후 목사인 이 여인의 아버지가 서울에서 내려왔고,가지 않겠다는 딸을 이틀 밤낮에 걸쳐 설득한 끝에 사흘째 되는 날 서울로 가기 위해 부두로 갔다.이씨도 양중해·박목월 선생과 함께 부두까지 배웅 나갔으며 여인과 목월 사이에는 아무 말도 없었다. “어깨가 들썩이는 것으로 미뤄 우는 것 같기는 했는데,우리 쪽으로 전혀 고개를 돌리지 않더군요.아마도 정인(情人)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것이겠지요….” 이씨는 “여관에 있는 동안 이런 정 저런 정 많이 들어 그때 무척 울었다.”며 당시 처연히 고개를 떨구며 돌아서던 목월 선생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당시 제주제일중학교 국어교사로 있던 양중해 시인은 집으로 돌아온 즉시 ‘두 정인의 부두에서의 이별’을 시로 옮겼고,같은 학교 음악교사이던 변훈에게 음을 붙이도록 해 가곡 ‘떠나가는 배’는 탄생했다. 그동안 기록(잡지 ‘시인세계’ 등)에 따르면 목월과 이 여대생은 시인과 문학소녀로 만나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고,결국 제주도로 잠행했다.그때 두 사람은 겨울 한복을 지어 제주로 찾아간 부인의 인품에 목월이 반성하고 그가 서울로 돌아오면서 사랑은 끝나며,목월에게 ‘이별의 노래’를 남겼다는 내용만 나와 있을 뿐이다.이번처럼 목월의 ‘제주 잠행’에 대해 당시 지인들의 생생한 증언이 나오기는 처음이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
  • “선거후 報恩”

    강력해진 선거법을 피해가려는 신종 탈·편법 금권선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7대 총선에 출마한 일부 후보는 선거운동원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선거후 보은’을 공공연히 약속하거나,법정선거 비용을 초과하지 않으려고 차용증을 끊어주고 선거 후 정산·결제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났다.또 단속망을 피하기 위해 학교 동문과 지역기업인 등을 동원,접대비를 대신 내게 하는 오리발형 ‘스폰서십’도 활개를 치고 있다. ●“선거법 너무 인색” 공개 비난 편법으로 금권선거를 하면서도 후보들은 당당했다.기자가 직접 만난 유력 정당 후보들은 “선거법이 너무 인색하다.선거가 끝난 뒤 운동원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섭섭지 않게’ 보답할 것”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서울 강북 지역에 출마한 한 정당의 A후보는 ‘보은’을 약속하며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독려하고 있다.A후보는 “선거가 끝나면 각종 경조사 때에 ‘금일봉’을 줄 생각”이라면서 “고마운 분들이 한두 분이 아니어서 당장이라도 경제적으로 도와드리고 싶지만 선거법상 할 수 없어 선거가 끝나면 도움을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무료진료를 약속한 후보도 있었다.한의사 출신인 B후보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무료진료를 해주며 두고두고 은혜를 갚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행태에 대해 무소속 C후보는 “유력 후보들의 ‘보은 사례’를 수집해 고발할 계획”이라며 자원봉사자들이 실제로는 선거 이후를 보고 움직이고 있어 순수하다고 볼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각 지역선관위도 후보별 자원봉사자 감시에 착수했다.서울 동대문구 선관위의 이남근 지도계장은 선거후 ‘뒤풀이’관광 등도 엄중 조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선거 비용을 은폐하기 위한 차용증도 은밀하게 돌고 있다.일부 지역 선관위와 경찰은 후보 관계자들이 써준 차용증 등 증거물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한 정당의 서울시지부 간부는 기자에게 “선거는 해야 하고 돈도 써야 하는데 옛날처럼 직접 줄 수 없어 차용증을 끊는 경우가 있다.”고 확인해 주었다. ●경찰 수사 번번이 무위로 지능적인 ‘스폰서십’도 빈발하지만 경찰은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서울의 한 경찰서는 지역 사업가인 D씨가 지난달 말 주민들을 데리고 선심성 관광을 다녀왔다는 첩보를 입수했다.조사 결과 D씨는 식대 및 관광비용 200만원을 모두 부담했다. 경찰은 D씨가 한 후보와 절친한 사이라는 점에 주목,계좌추적까지 벌였지만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 강북지역에 출마한 E후보는 후보등록 후 한 초등학교의 명예교사 모임에 참석해 인사를 했다.식사비 14만원은 모임 대표인 학부모 김모씨가 냈다.김씨가 평소 E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지만 실제로 스폰서 노릇을 한 것인지,자발적으로 식대를 냈는지를 밝히지 못해 경찰 수사는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계좌추적 대상 확대해야 선관위와 경찰 관계자들은 ‘선거후 보은’ ‘차용증’ ‘스폰서십’ 등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탈·편법 행위를 잡으려면 내부고발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용산경찰서 수사2계 이천호 경사는 “후보 진영 내부에서 문제가 불거져 양심선언을 하지 않는 이상 적발해도 실제 처벌까지 가도록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노원구 선관위 정규섭 지도계장은 “자원봉사의 대가성을 추적하고 있지만 구두약속일 뿐 각서나 차용증 등의 증거 확보는 어렵다.”면서 “자진 신고를 하지 않는 이상 계좌추적을 해야 하지만 후보와 후보자 가족인 1차 대상자 외에는 계좌추적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안동환 김효섭기자 sunstory@˝
  • 자동차 CF는 블록버스터?

    국내 광고 중에 블록버스터를 꼽으라면 단연 자동차 광고다. 차 광고를 만드는 데는 5억원 이상 들어 1억원이면 족한 국내 광고의 평균 제작비를 훌쩍 뛰어넘는다. 멋진 풍광에서 자동차가 달리는 장면이 대부분인 천편일률적인 차 광고의 제작비가 비싼 것은 해외 및 헬기 촬영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출시된 현대차의 신차 ‘투싼’의 광고는 미국 애리조나주 투싼 지역의 사막에서 촬영됐다.하루에 기자재 대여에만 5만 5000달러(약 6600만원)가 드는 헬기 촬영도 기본적으로 이뤄졌다. 지명이자 신차의 이름인 투싼은 그 지역의 용감한 인디언 추장 이름을 딴 것이다.광고의 내용은 ‘질주하는 자유본능’ 투싼과 인디언 여성이 조우하는 것으로 여성 모델이 사막과 협곡을 달리는 장면이 주를 이룬다.다행스럽게도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모델 비앙카 크리스티앙은 육상 선수로 활동했다.그녀는 촬영을 마친 뒤 발에 물집이 잡힌 데다 이처럼 많이 달린 적은 없다고 털어놨다. 보통 자동차 광고는 4일 정도 찍지만 이번에는 6일 동안 촬영했다.‘투싼∼’이라고 터질듯 외치는 목소리는 전문 성우가 아닌 음악 밴드의 보컬 김욱씨의 것이다.그는 이미 스타우트 맥주 광고에서 파괴적인 고함소리를 들려준 바 있다. 투싼과 같은 날 발표된 GM대우의 ‘라세티’는 비교광고를 찍었다. 촬영지는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차 광고는 미국·호주에서 주로 찍지만 이번에는 차를 공수하기에 거리도 가깝고 정부의 촬영 보조 및 도로 여건이 좋은 콸라룸푸르로 결정됐다. 광고는 라세티가 검은색의 경쟁차종을 앞서 신나게 달리는 내용이다.그런데 이 검은색의 차들이 실제 1500㏄ 준중형급의 국산 경쟁차들이었다.촬영팀은 말레이시아에서 수출된 국산차를 어렵게 구해 색깔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바꿨다. 르노삼성의 SM5 광고는 전형적인 주행장면이 없기로 유명하다. SM5의 주행 장면이 없는 차 광고는 차별화 전략의 일환이다.SM5가 이미 출시된 지 7년이나 된 장수모델이다 보니 자동차의 외관보다는 잔고장이 없다는 등의 품질을 강조하게 됐다는 것이다.설경구·문소리,김광민·이현우에 이어 절친한 파트너들이 계속 등장,SM5를 추천하는 광고시리즈가 이어질 예정이다. 차 광고를 만드는 대행사들은 새로 출시된 신차는 그 자체만으로 완벽한 모델이 된다고 말한다.따라서 광고주나 대행사 모두 자동차의 수려한 외관을 강조하는 주행 장면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자동차 외의 다른 모델을 강조하면 오히려 신차의 아름다움을 해치게 된다는 것이다. 현대차 광고를 주로 제작해 온 금강기획 관계자는 “차는 가장 비싼 소비재라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광고가 만들어진다.”면서 “차 광고의 주행장면은 신차의 아름다움과 안정성을 과시하기 위해 필수적이며 이는 외국 자동차 회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12일 TV 하이라이트]

    ●불새(오후 9시55분) 세훈은 지은을 사랑하는 대가로 받아야만 했던 고통,상처,분노를 뒤로하고 유학을 준비한다.세훈이 미국으로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은이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집을 뛰쳐나가고 이상범은 지은의 뒤를 쫓는다.지은을 멈춰 세우려던 이상범이 지은이가 보는 앞에서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는다.세훈은 이 사실을 모른 채 미국으로 떠난다. ●사이언스+(오전 8시30분) 나라의 운명을 건 종자전쟁을 알아본다.국내 종묘시장의 약 50% 이상을 외국계 종묘회사가 점유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종자상품 대부분이 외국계 기업 제품들이다.하지만 정작 씨앗을 사고 파는 상인들과 소비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식량안보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국내 종자시장 현황을 취재했다. ●일과 사람들(오후 8시20분) ‘생생!직업속으로’ 코너에서는 영업·판매 분야에 대해 알아본다.유용하고 좋은 물건들을 최첨단 방식으로 잘 만들었다 한들 이를 팔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특히 관련 상품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하여 판매하고 고객에게 기술적인 지도를 수행해야 하는 기술영업사원에 대해 알아본다. ●리얼TV 경찰24시(오후 10시55분) 남동 경찰서에서 실적이 가장 부진한 강력5반 형사들에게 사건은 마치 전쟁과도 같다.백화점 위조 상품권,편의점 강도,마약 복용 용의자 신고까지 계속 터지는 사건들로 형사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그러나 형사들은 말한다.형사에게 사건은 끝없는 기다림의 싸움이라고.그렇게 강력 5반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오후 11시15분)박신양,염정아,백윤식,이문식이 말하는 ‘친한 친구에게 사기당했다는 느낌이 들 때’를 들어본다.6년 된 친구지만 알고보니 한 살 어린 친구,나만 빼고 단체미팅 나간 친구 등 기발하고 황당한 답변을 들어본다.또 ‘부부 싸움할 때 아내의 이런 행동이 겁난다.’를 주제로 대한민국 기혼 남자들의 답변을 들어본다. ●폭소클럽(오후 11시) 김인석,한상규의 ‘남자이야기’에서는 이 시대 남자들의 불만을 들어본다.이번 주는 탤런트 양택조의 출연으로 원조격 불만을 듣는다.재치만점,마술사 최현우의 신기한 퍼즐마술이 펼쳐진다.한편 장하나의 ‘첫사랑의 숨겨진 본능’에서는 새로운 스탠드업 장르로 떠오른 과학코미디 편으로 연애심리와 과학을 엮어 웃음의 본능을 자극한다. ●한민족 리포트(밤 12시10분) 미국 스탠드업 코미디 계에서 제2의 마거릿 조로 인정받고 있는 티나 김.어디서나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큰 소리로 웃는 티나 김. 그녀에게는 동양 여인 특유의 조신함은 없다.그녀에겐 슬픔을 웃음으로 극복할 줄 아는,보기만 해도 유쾌한 코미디언의 모습이 보인다.그러나 LA,할리우드에 막 입성한 그녀에게는 갈 길이 멀다. ˝
  • 儒林(67)-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17살 되던 해,스승 한훤당으로부터 직접 전해 들었던 ‘유가선비가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儒行)’에 대한 설법을 되새기던 조광조의 가슴으로 공자의 말은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선비는 충정과 신의로서 갑옷과 투구를 삼고,예의와 정의로서 방패를 삼으며,인(仁)을 추대하여 행동하고,비록 폭정이라 하더라도 정의를 안고 처신해야 한다’는 공자의 말은 사자후(獅子吼)가 되어 조광조의 뇌리를 흔들었다. 사자후. 사자가 울부짖으면 뭇짐승들이 엎드려 떨듯이 20여 년 전 스승으로부터 전해 들었던 ‘선비의 사상’은 하루아침에 반역죄인이 되어 유배를 떠나는 조광조의 가슴에 사자후가 되어 울부짖고 있었다. ―나는 과연 스승 한훤당으로부터 ‘평생 잊지 말고 명심하라.’고 내린 유훈(遺訓)을 잊지 않고 지켜나가고 있었던 것일까. 조광조는 쉴새없이 흔들리는 수레 위에서 지난 세월 자신의 처신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반추하고 있었다.한훤당의 유훈은 다음과 같이 이어지고 있다. “선비는 좁은 집 허술한 방,사립문에 거적문이 달린 집에 살며,옷을 갈아입어야 나갈 수 있고 이틀에 한 끼밖에 먹지 못할 형편이라 하더라도,임금이 응낙한 데 대하여는 감히 의심치 아니하며,임금이 응낙지 않는다 하더라도 감히 아첨하지 않습니다.그들의 벼슬하는 태도는 이와 같습니다. 선비는 지금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지만 옛 사람들에게 뜻을 두며,지금 세상에서 행동하고 있지만 후세의 모범이 됩니다.마침 좋은 세상을 만나지 못하여,임금이 끌어주지 아니하고 신하들은 밀어주지 아니하며,아첨을 일삼는 백성들 중에 붕당(朋黨)을 이루어 가지고 그를 위협하는 자들이 있다 하더라도,그의 몸을 위태롭게 할 수는 있으나 그의 뜻을 뺏을 수는 없습니다.비록 위태롭다 하더라도 행동을 하는 데 있어서는 끝내 자기 뜻을 믿으며,백성들의 고통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그들의 걱정은 이와 같은 것입니다. 선비는 널리 공부하되 그만두는 일이 없으며,독실한 행동함에 지치지 아니하고,홀로 거처하더라도 그릇된 짓을 하지 않습니다.위로 출세를 한다 하더라도 덕이 부족하여 곤경에 빠지지 않도록 하며,예로서 사람들을 대하되 조화를 귀중히 여기며,충성과 신의를 찬양하고,온화하고 유순한 것을 법도로 삼으며,현명한 사람을 흠모하되 모든 사람들을 용납하며,자기의 모난 것을 무너뜨림으로써 백성들과 화합하고자 합니다.그들의 관대하고 너그러움이 이와 같습니다. 선비는 안에서 사람을 천거함에 친한 사람이라 하여 기피하지 않고,밖에서 사람을 천거함에 원수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기피하지 않습니다.그의 공로를 드러내고 한 일들을 종합하여 현명한 사람이면 누구나 추천하여 벼슬자리에 나아가게 하되 그 보답을 바라지는 않습니다.임금이 그의 뜻을 이해하여 사람을 씀으로써 진실로 국가를 이롭게 하려고만 하지 부귀를 추구하지는 않습니다.그들이 현명한 이들을 천거하고 능력있는 사람들을 추천함이 이와 같습니다. 선비는 훌륭한 것을 들으면 남에게도 알려주고,훌륭한 것을 보면 남에게도 보여줍니다.벼슬자리에는 서로 남을 앞세우고,환난을 당하면 서로 죽음을 무릅쓰며,오랜 동안라도 남이 먼저 승진(昇進)하기를 기다리고,먼 곳의 사람이라도 능력만 있으면 서로 불러 벼슬하게 합니다.그들이 벼슬하고 남을 내세움이 이와 같습니다. 선비는 자신을 깨끗이 건사하고 덕(德)으로 목욕을 하며,임금에게 의견을 아뢰고는 엎드려 하회를 기다리고,고요히 물러나서도 홀로 올바른 길을 지킵니다.임금이 알아주지 않고 소원히 대하더라도 은근히 깨우쳐 드리되 서두르는 법이 없습니다.낮은 사람들을 대함에 오만하지 아니하고,자기만 못한 사람들 앞에 뽐내는 법이 없습니다….”˝
  • 儒林(67)-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儒林(67)-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17살 되던 해,스승 한훤당으로부터 직접 전해 들었던 ‘유가선비가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儒行)’에 대한 설법을 되새기던 조광조의 가슴으로 공자의 말은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선비는 충정과 신의로서 갑옷과 투구를 삼고,예의와 정의로서 방패를 삼으며,인(仁)을 추대하여 행동하고,비록 폭정이라 하더라도 정의를 안고 처신해야 한다’는 공자의 말은 사자후(獅子吼)가 되어 조광조의 뇌리를 흔들었다. 사자후. 사자가 울부짖으면 뭇짐승들이 엎드려 떨듯이 20여 년 전 스승으로부터 전해 들었던 ‘선비의 사상’은 하루아침에 반역죄인이 되어 유배를 떠나는 조광조의 가슴에 사자후가 되어 울부짖고 있었다. ―나는 과연 스승 한훤당으로부터 ‘평생 잊지 말고 명심하라.’고 내린 유훈(遺訓)을 잊지 않고 지켜나가고 있었던 것일까. 조광조는 쉴새없이 흔들리는 수레 위에서 지난 세월 자신의 처신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반추하고 있었다.한훤당의 유훈은 다음과 같이 이어지고 있다. “선비는 좁은 집 허술한 방,사립문에 거적문이 달린 집에 살며,옷을 갈아입어야 나갈 수 있고 이틀에 한 끼밖에 먹지 못할 형편이라 하더라도,임금이 응낙한 데 대하여는 감히 의심치 아니하며,임금이 응낙지 않는다 하더라도 감히 아첨하지 않습니다.그들의 벼슬하는 태도는 이와 같습니다. 선비는 지금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지만 옛 사람들에게 뜻을 두며,지금 세상에서 행동하고 있지만 후세의 모범이 됩니다.마침 좋은 세상을 만나지 못하여,임금이 끌어주지 아니하고 신하들은 밀어주지 아니하며,아첨을 일삼는 백성들 중에 붕당(朋黨)을 이루어 가지고 그를 위협하는 자들이 있다 하더라도,그의 몸을 위태롭게 할 수는 있으나 그의 뜻을 뺏을 수는 없습니다.비록 위태롭다 하더라도 행동을 하는 데 있어서는 끝내 자기 뜻을 믿으며,백성들의 고통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그들의 걱정은 이와 같은 것입니다. 선비는 널리 공부하되 그만두는 일이 없으며,독실한 행동함에 지치지 아니하고,홀로 거처하더라도 그릇된 짓을 하지 않습니다.위로 출세를 한다 하더라도 덕이 부족하여 곤경에 빠지지 않도록 하며,예로서 사람들을 대하되 조화를 귀중히 여기며,충성과 신의를 찬양하고,온화하고 유순한 것을 법도로 삼으며,현명한 사람을 흠모하되 모든 사람들을 용납하며,자기의 모난 것을 무너뜨림으로써 백성들과 화합하고자 합니다.그들의 관대하고 너그러움이 이와 같습니다. 선비는 안에서 사람을 천거함에 친한 사람이라 하여 기피하지 않고,밖에서 사람을 천거함에 원수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기피하지 않습니다.그의 공로를 드러내고 한 일들을 종합하여 현명한 사람이면 누구나 추천하여 벼슬자리에 나아가게 하되 그 보답을 바라지는 않습니다.임금이 그의 뜻을 이해하여 사람을 씀으로써 진실로 국가를 이롭게 하려고만 하지 부귀를 추구하지는 않습니다.그들이 현명한 이들을 천거하고 능력있는 사람들을 추천함이 이와 같습니다. 선비는 훌륭한 것을 들으면 남에게도 알려주고,훌륭한 것을 보면 남에게도 보여줍니다.벼슬자리에는 서로 남을 앞세우고,환난을 당하면 서로 죽음을 무릅쓰며,오랜 동안라도 남이 먼저 승진(昇進)하기를 기다리고,먼 곳의 사람이라도 능력만 있으면 서로 불러 벼슬하게 합니다.그들이 벼슬하고 남을 내세움이 이와 같습니다. 선비는 자신을 깨끗이 건사하고 덕(德)으로 목욕을 하며,임금에게 의견을 아뢰고는 엎드려 하회를 기다리고,고요히 물러나서도 홀로 올바른 길을 지킵니다.임금이 알아주지 않고 소원히 대하더라도 은근히 깨우쳐 드리되 서두르는 법이 없습니다.낮은 사람들을 대함에 오만하지 아니하고,자기만 못한 사람들 앞에 뽐내는 법이 없습니다….”
  • [토요영화] 블루

    ●블루(KBS2 오후 11시10분) 해군 특수부대 ‘SSU’를 소재로 잠수함을 인양하는 해난구조대 대원들의 일과 우정,사랑을 그린 영화.해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제작 기초 자료뿐 아니라 실제 구조선과 헬기 등의 모습을 화면에 담았다.잠수함 영화였던 ‘유령’에서 쌓았던 국내 기술을 한층 발전시켜 실제 수중촬영을 통해 생동감 있는 장면을 연출해 냈다. 잠수와 해난구조 분야에서 대한민국 해군 잠수부대 SSU는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 왔다.김준 대위와 이태현 대위는 어린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로,해군에서도 뛰어난 실력으로 나란히 장교가 된 유능한 인재들이다.한편 새로 부임한 훈련교관 강수진 소령은 김준의 옛 연인으로,3년만에 돌아와 두 사람과 만나게 된다.정과 사랑으로 얽힌 세 사람의 어색한 분위기 속에,강수진 소령의 지휘 하에 해군 합동 훈련이 시작된다.그러나 훈련 도중 첨단 장비를 싣고 있던 한반도함이 심해로 가라앉는 사고가 발생한다. 생존자들과 장비를 되찾기 위해 잠수정을 타고 구조에 나선 강수진 소령과 이중사는 한반도함에 도착하는 데 성공하지만,잠수정의 인원 초과로 둘만 한반도함에 남기로 한다.그러나 구조를 기다리던 두 사람을 태운 한반도함은 다시 침몰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김준 대위와 이태현 대위는 동료와 연인을 구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든다.수심 187m는 지금까지 한 번도 구조작업이 시도된 적이 없는 위험한 지역.그러나 두 사람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계에 도전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우리 결혼해요]김주일(30)·조현희(26)씨

    2001년 7월 한참 더울 때였습니다.취업이 어렵다는 말에 경쟁력 강화한다고 FP자격증 공부를 했었죠.첫 수업 때 뭐가 뭔지 몰라 꾸벅꾸벅 졸다 보니 꽤 진도가 나갔더군요.본전 생각에 옆에 있던 귀여운 아가씨에게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습니다. “제가 졸아서 그런데요.노트 좀 보여주세요.” 이것이 우리의 첫 만남 이었습니다.노트 빌려 준 것이 고마워서 자판기 음료수 하나 뽑아 건네주고,또 노트 빌리고 고맙다고 밥 사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알았습니다.우연을 가장하여 지하철에서 만나기도 했습니다.강의시간에 맞추어 지하철역에서 기다렸죠.나중에 그녀에게 고백했습니다.우연을 가장한 고의적 만남이었다고. 결국 자격증은 취득하지 못했습니다.자격증 시험날이 면접날과 겹쳐서 말이죠.자격증은 못 땄어도 저는 원하던 현대캐피탈이라는 금융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답니다.그런데 그날부터 저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갔습니다.친구를 위한다며 다른 이성에게 관심을 쏟기도 하고,여자친구에게 점차 소홀해졌습니다.여자친구의 맘도 자연히 제게서 멀어졌죠. 이대로 끝인가라고 스스로 책망하던 시절,친한 친구 녀석의 도움으로 우리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한 번 헤어지면 다시 만나기 어렵다지만,다시 만나면 헤어지지 않는 법인가 봅니다.저와 그녀는 지금 같이 있고,평생을 같이하겠다고 주례선생님과 여러 하객 앞에서 언약을 했습니다.저의 꿈은 아주 소박합니다.제 아내에게 그 동안 못해준 것 하나씩 해주며 정말 행복한 가정이 무엇인지 모두에게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잘 사는 거랍니다.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우리 사이 많이 축복해 주세요.˝
  • 싸게싸게 귀족처럼 놀자

    매스티지(Masstige),‘대중’을 의미하는 매스(mass)와 ‘명품’을 뜻하는 프레스티지(prestige)의 조어다. 미국 경제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소득 수준이 높아진 중산층들이 값이 비교적 저렴하면서 명품과 같은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소비 스타일을 매스티지로 표현했다. 명품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우리나라에서도 대중제품(mass product)과 명품(prestige product)의 중간 형태인 매스티지 제품및 브랜드가 많이 등장했고,이제는 매스티지 개념이 서비스에도 도입됐다. 요즘 찜질방,DVD방,카페,노래방 등은 저렴한 가격에 일반 시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최첨단 기능,분위기,서비스를 자랑하며 매스티지 트렌드를 따르고 있다. 김민국(23·학생)씨는 “이런 곳을 찾으면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서비스로 ‘대접’받는 느낌이 좋다.가격도 여럿이 가면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며 매스티지 서비스를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홍익대 앞을 즐겨 찾는다는 김수연(28·회사원)씨는 “홍대 앞은 온통 앤티크 가구로 치장된 노래방이나 공주가 된 듯한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의 카페가 많다.”며 “귀족이 된 듯,약간의 사치를 느끼는 것도 즐겁다.”고 어깨를 으쓱댄다.물론 비용이 생각보다 적게 드는 것도 기쁘다. 매스티지 서비스 광팬들이 추천하는 저렴하면서도 분위기·서비스 끝내주는 장소,한번쯤은 경험해도 좋을,경험해볼 만한 ‘이곳’을 공개한다. ● 공주카페 공주의 침대를 장식하는,청순한 하얀 캐노피(커튼 장식)가 드리워진 푹신한 의자에 앉아 있으면 난 어느새 평화로운 나라의 공주가 돼 있다. 번잡한 신촌 거리에서 이화여대쪽으로 올라가는 길목 오른편에 있는 ‘공주의 향기나는 카페’.단정한 복장으로 손님을 공손하게 맞는 종업원들의 안내로 실내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분위기에 녹아 마음이 편안해진다.벽,천장,소파,테이블 등 하얀색 바탕과 소품에 은은한 백열등이 비춰져 포근하고 아늑한 베이지톤 분위기를 연출한다.‘공주’라는 컨셉트에 맞게 곳곳에는 화려한 장식의 화장대,향기로운 꽃장식 등이 놓여 있다. 8개 테이블 중 커튼이 있는 5개 테이블은 경쟁이 치열하다.커튼 안에서 가끔은 낯뜨거운 연출을 하는 연인들이 있어 고영미 사장은 가급적이면 커튼을 젖혀놓도록 한다.하지만 손님이 원하면 어쩔 수 없다고. 허브티와 홍차는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도록 차의 온기를 유지시키는 워머(warmer)와 함께 서빙된다.커피,차,병맥주 등 대부분의 메뉴가 4500∼6000원.아이스크림과 바삭한 과자는 공짜. 우아한 분위기가 필요하다면,은밀한 데이트를 원한다면 들러야 할 곳이다.(02)312-9952. 이밖에 공주 카페의 원조이자 공주가 쓰는 침실 같은 카페로 더 잘 알려진 홍익대 앞 ‘프린세스’(02-335-6703),커피가 특히 맛있는 세련된 유럽풍 카페 청담동 ‘74’(02-542-7412),분위기가 좋아 방송이나 CF 촬영장소로 유명한 대학로 ‘가비아노 피우’(02-765-9662)도 좋다. ● 노블레스 노래방 독특한 클럽,유명한 카페 등이 즐비한 홍익대 앞에서도 ‘수 노래방’의 인지도는 독보적이다.초기 모습인 ‘빼어날 수’는 좁고 담배연기가 찌든 일반적인 노래방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깨고 ‘노래방도 이렇게 쾌적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었다. 이후 신을 벗고 들어가는 따뜻한 온돌방에 방석 깔고 앉아 노래를 부르게한 ‘럭셔리 수’를 만들더니 최근에는 최고급 노래방 ‘노블레스 수’까지 소개했다. 노블레스 수의 한 시간 이용료는 오후 6시 이전엔 1만∼1만 3000원,이후에는 2만∼2만 5000원으로 일반 노래방보다 3000∼5000원 정도 비쌀 뿐이다. 분위기는 호텔급.들어서면 “최고로 모시겠습니다.”라는 직원들의 우렁찬 목소리에 처음 놀라고,전체적으로 흐르는 앤틱 분위기에 두번 놀란다.노래방이기보다는 강남의 고급 룸살롱에 가까울 정도.삼성 파브 벽걸이 TV,독일제 제나이져사의 무선마이크,다이나코드 스피커와 우퍼로 빵빵한 시설을 자랑한다.화장실? 물론 훌륭하다.비데가 설치된 변기,마룻바닥,종이 휴지 대신 깨끗하게 세탁한 개인 손수건을 비치해놓은 쾌적한 화장실은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싫을 정도다.대기실에 있는 아이스크림과 각 방에 놓여진 과자는 서비스.(02)322-3111. 이밖에 노블레스 수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강력한 라이벌이 들어섰다.3개층이 각기 다른 테마로 꾸며진 노래방 ‘질러존’은 SBS ‘최수종쇼’의 자아도취 노래방 촬영장소로 유명하다.(02)338-3531. ● 궁전같은 모텔 ‘값 비싼 특급호텔 저리 가라.우리는 호텔급 모텔로 간다!’ 혼자 조용히 쉬고 싶을 때,시험기간이나 생일 등 특별한 날,우리 끼리만의 공간을 갖고 싶을 때 ‘잘 나가는’ 모텔로 달려가 보자.왠지 음침하고 쾨쾨한 냄새가 날 것 같다는 선입관을 버리고. 요즘 ‘뜨고 있는’ 서울 서초동 남부터미널 건너편 ‘캐슬론호텔’은 호텔급 모텔이다.캐슬론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로비에 잔잔하게 흐르는 재즈,은은한 향기,분위기 있는 인테리어가 어우러져 고급카페에 온 착각에 빠진다. 정장을 입은 직원이 숙박계를 내밀며 다양한 회원혜택을 설명한다.아니 웬 모텔에 회원마일리지카드? 도대체 여기의 정체가 뭐야.9층 방에 들어선 순간,“우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캐노피를 예쁘게 드리운 커다란 침대,깔끔하게 정리된 침구류,고급주택에서나 볼 수 있는 원목마루,깜찍하고 예쁜 소파…. 48인치TV,공기청정기,커피메이커,PC,산소발생기,기타 등등 모든 것이 놀랍다.천연에센스를 재료로 한 수제비누(원래 모텔에는 노란 다이얼비누가 기본이다.),고급 보디샴푸·클렌징 폼과 클렌징 로션 등 고객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역삼동에 사는 김주용씨는 “일반 모텔보다 돈 조금 더 내고 VIP대접을 받으며 편하게 쉴 수 있어 자주 찾는다.”며 월풀욕조에 누워서 TV를 시청하고,인터넷·DVD 등도 볼 수 있는 우리들의 ‘원스톱 문화공간’이라고 강조한다. “여기 누워 있으면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요.집보다 편하고 예쁘잖아요.친한 친구의 생일날에도 여기를 찾아 케이크와 와인을 먹고 실컷 수다를 떨면 피로가 확 풀리죠.” 영미(28)씨의 말이다. 5시간 정도 사용하는데 3만∼4만원선.숙박은 보통 밤 10시 이후부터 다음날 오전까지로 7만원선이다.전화로 미리 예약을 하는 게 좋다.(02)3471-0321. 이밖에 다음카페 ‘모텔투어’ 회원들의 추천 장소는 인테리어가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베리6’(02-508-3002),스페인·일본 등 이국적 인테리어로 유명한 ‘상봉테마’(02-439-6233),한옥의 전통미를 살린 ‘썬비’(02-730-3451),테라스·노천탕이 유명한 ‘조아텔’(031-236-7112),최강의 오디오·비디오 시스템을 자랑하는 ‘시네마’(016-249-3326) 등. ● 빵빵한 DVD방 비디오방 대신 DVD방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기존 비디오방이 갖고 있는 칙칙한 분위기를 벗어버렸기 때문.하지만 사람들은 무엇보다 수준 높은 화질과 음질을 즐기기 위해 DVD방을 찾는다.분위기 그리고 영상·소리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고 싶다면 대학로 대명거리에 있는 ‘dts DVD 영화관’을 찾아보자.드라마 ‘나는 달린다’의 촬영지로 더욱 유명해졌지만 그 전부터 이미 좋은 시설로 알려진 곳이다.방 규모는 소극장,음향은 대극장 수준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6개 채널 방식의 dts 시설에 방마다 흡입판이 설치돼 있다.음향에 따라 진동하는 의자 역시 갖추고 있다.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김민우(28·회사원)씨는 “여기에 오면 화면·사운드가 좋아 영화에 집중이 잘 된다.”며 적극 추천했다.대표 조태연씨는 “비디오방이나 DVD방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도 영화를 보기 위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몇몇 인기 영화만을 즐길 수 있는 대다수의 DVD방과 달리 다양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곳의 장점.약 1000여 개의 타이틀을 갖추고 있다.이용 요금은 2명 기준 1만 2000원.(02)765-1116.이밖에 서울대 입구역 3번 출구 근처 ‘시네 캠퍼스’(02-886-5957),성남의 ‘DVD 천국’(031-754-1329)역시 영화 감상의 최적의 시설을 갖춘 소문난 DVD방이다 ● 럭셔리 찜질방 목욕탕의 시대는 끝난 것인가.동네목욕탕이나 사우나보다 입장료가 두배인 최첨단,최고급 찜질방이 성업이다.찜질방은 단순히 때를 밀거나 땀을 내는 것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가족 나들이,연인 데이트,각종 친목모임 등….찜질방을 찾는 목적도 다양하다. 거대한 테마파크를 연상시키는 찜질방은 보통 3000∼5000평 규모로 한번 돌아보는 데도 20분은 족히 걸린다.고궁을 테마로 한 인테리어,산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계곡 같은 대규모 해수탕 등 자랑거리도 각각이다. 요즘 TV에도 자주 나오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랜드’는 발렛파킹(주차대행 서비스)을 해준다.소형차라도! 남대문처럼 만들어진 거대한 입구부터 생활한복을 입은 직원들과 전통 한옥 인테리어가 잘 어울려 왠지 ‘이리 오너라.’ 외쳐야 할 듯하다. 보통 찜질방에는 현금이 있어야 음료수를 먹을 수 있지만 여기서는 열쇠에 달린 바코드로 모든 편의시설을 사용하고 나갈 때 정산을 하면 된다. 1층은 미용실,2층은 남녀 사우나,3층은 노래방·헬스클럽·네일아트·마사지숍, 5층은 DVD영화관·PC방 등이 있다.만화책은 권당 500원,보드게임은 3000원 정도에 빌릴 수 있다.과연 종합놀이공간이다. 각종 모임과 가족을 위한 방(13개)은 4층.미리 예약을 하는 편이 좋고 빌리는데 보통 2만원선이다. 마포에서 온 박성준씨는 “동네 찜질방보다는 비싸지만 부인과 영화,식사,게임을 해결하는 값을 생각하면 비싼 것도 아니다.”고 이야기한다. 박진주씨는 “이렇게 깨끗하고 쾌적한 곳에서 쉴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죠.좋은 찜질방을 찾아다니며 일주일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땀과 함께 날려보내고 친구들과 수다 떨며 에너지를 충전해요.”라며 웃는다. 가족과 나들이 삼아 왔다는 박찬규씨는 “아이들이 게임하고 영화보고 노는 중에 저는 혼자서 쉴 수 있고,가족들에게는 가장 역할도 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단 음식물 반입은 안되고,입장 후 12시간이 지나면 시간당 2000원을 더 받는다는 게 애써 찾은 흠이랄까.(02)749-5115. 이밖에 다음카페 ‘사조사(사우나를 좋아하는 사람들)’ 회원들은 ‘서울레저’(02-909-6270),‘센트럴 스파’(02-6282-3400),‘영진테마파크’(031-332-3100) 등을 추천한다. ● 웰빙 삼겹살 ‘돼지고기 냄새와 연기는 가라.우리는 상쾌한∼ 삽겹살 집으로 간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 가장 많이 찾는 삽겹살.그런데 보통 테이블 위에 끈적끈적한 돼지기름,자욱한 연기,구수한(?) 냄새가 우리를 망설이게 한다.이제는 조금 더 쓰고 품격 있는 삼겹살집으로 가보자. 카페를 연상시키는 아늑한 인테리어,3마력의 무소음 환풍기,숯을 흡착시켜 기름이 흐르지 않는 특수 불판,고객들의 옷장,숲에 온 것 같이 미송나무로 치장된 가게.하드웨어가 말끔히 변했다. 소프트웨어는 어떤가.오겹살은 기본이고 대추 삼겹살,솔잎 삼겹살,된장박이 삼겹살,마늘 삼겹살 등 퓨전 삼겹살이 눈에 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 근처에 위치한 ‘돈씨네’는 나무 인테리어와 웰빙 삼겹살로 유명하다. 여자친구와 함께 온 유석원씨는 “처음에는 간판만 보고 스파게티 집인 줄 알았어요.냄새나고 지저분해 삼겹살 집을 잘 가지 않았는데 깔끔한 실내와 맛에 반해 요즘은 주 데이트 코스가 됐죠.”라고 이야기한다. 가족과 함께 찾은 신성철씨는 “1인분에 2000원 정도 비싸지만 가족끼리는 항상 이 집을 찾는다.”면서 “특히 대추삼겹살은 맛이 달달해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밖에 추천할 만한 고급 삼겹살 집은 일산 주엽동 ‘불판’(031-924-3651),서울 종로 ‘신씨화로’(02-725-5314) 등이다. 글 한준규 최여경 나길회기자 hihi@ 사진 최해국기자 seaworld@ ˝
  • [2일 TV 하이라이트]

    ●꼭 한번 만나고 싶다(오후 7시20분) 언니와 형부가 맞벌이를 해 조카 세호를 보살펴 준 기순씨.세호가 다섯 살 되던 해 언니 일순씨는 연탄가스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다.기순씨는 안타깝게도 형부·조카와 헤어졌다.늘 아버지처럼 의지하던 형부와 언니의 분신인 조카 세호를 만나고 싶어하는 기순씨의 사연을 들어본다. ●라이프n조이(오전 8시30분) 봄은 여자의 계절이라는 말도 있듯,봄이 되면 유독 여자들의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의학적으로 밝혀본다.휴대전화로 통화만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전자사전부터 모바일 뱅킹,교통카드, 호신기능과 엠씨스퀘어 기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실속있는 만물박사 휴대전화에 대해 알아본다. ●생방송60분-부모(오전 10시) 빡빡한 육아 일정 속에서도 만학도의 길을 걷는 부모가 늘고 있다.전문화시대,자기 계발이라는 측면에서도 부모는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자녀 교육비 못지 않게 부모 자신을 위한 교육비 항목을 당당하게 설정해놓고 있는 부모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본다. ●코미디쇼 4막5장(오후 10시50분) 졸업생과 낙제생의 차이는 오직 청력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노래를 완성해야 졸업할 수 있고 실패하면 무시무시한 벌칙이 기다린다.졸업이냐 벌칙이냐.이번주에는 필리핀 민요 ‘아낙’에 도전해본다.‘NG는 없다’코너에서는 제작진이 제시하는 엉뚱한 상황에 도전한다. ●이경규의 굿타임(오후 10시5분)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숨겨진 이야기를 소개한다.에피소드는 ‘화장실 사건’.수업 중 급해서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볼일을 봤지만 휴지가 없을때 어떻게 해야하나.이경규와의 추억을 폭로한 이휘재,이성진과 김성수의 숨겨진 사연,입만 열면 얼굴이 빨개지는 김진수의 모습을 지켜본다.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오후 11시20분) 가게 임대료를 올려달라는 집주인을 만나 사정해보려던 은영은 사귀자며 추근대는 집주인 상필을 보고 기겁을 한다.다시 만나기가 겁이 난 은영은 남편을 내보낸다.그런데 상필은 바로 남편의 절친한 친구다.아무것도 모르는 명호는 상필과 함께 있는 술자리에 은영을 불러내고…. ●인물현대사(오후 10시) 80년대 이름 모를 ‘전기 고문기술자’로 악명을 떨쳤던 대공수사관 이근안.사실상 국가에 의해 ‘고문’이라는 범죄행위가 생산됐던 우리의 70,80년대는 도대체 어떤 사회였는가.이근안의 예를 통해 자기 정당성 없는 국가권력이 어떻게 ‘폭력’과 ‘공포’로 국민을 길들여 가는가 살펴본다. ˝
  • 9일 개봉 영화 저지걸

    벤 애플렉·리브 타일러가 주연한 로맨틱드라마 ‘저지걸’(Jersey Girl·9일 개봉)은 영화 자체보다는 연일 월드토픽란을 장식한 주인공들의 스캔들로 먼저 주목받은 작품이다.한때 할리우드 파파라치들의 표적이었던 잉꼬커플 벤 애플렉·제니퍼 로페스가 이 영화를 찍는 동안 결별하는 ‘빅 뉴스’가 있었기 때문.보험을 들 만큼 ‘엉덩이가 예쁜 배우’ 로페스는 애플렉의 아내로 카메오 출연했다. 뉴욕에서 최고로 잘 나가는 음반 홍보기획자 올리(애플렉).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누리며 승승장구하는 그의 인생에 뜻하지 않게 브레이크가 걸린다.끔찍이 사랑하던 아내(로페스)가 딸을 낳다가 세상을 떠나고만 것.설상가상 기자회견장에서 돌이킬 수 없는 말실수를 저지르는 통에 홍보맨으로서의 생명이 끝나고,거들떠 보지도 않던 뉴저지 시골마을의 아버지 집에 얹혀살게 된다.청소부로 전락한 그는 어린 딸 거티(라켈 카스트로)의 재롱을 지켜보면서도 화려했던 지난날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가 없다. 딸이 일곱살이 되도록 여전히 뉴욕 상류사회로 복귀할 야심을 접지 못한 올리와,할아버지 집에서의 소박한 생활에 만족하는 거티의 자잘한 갈등이 가족드라마의 틀에 살을 붙여나간다.세련되고 반듯한 이미지에서 모처럼 ‘외도’를 한 애플렉의 캐릭터는 색다른 매력.어린 딸의 성적 호기심에 쩔쩔매는 얼치기 아빠 연기는 여성팬들의 모성본능을 자극할 만하다. 로맨틱 가족드라마의 익숙한 공식에 영화는 무난히 아귀를 맞춰나간다.죽은 아내를 못잊는 올리였지만,딸과 함께 들른 비디오 가게에서 만난 미혼의 여주인 마야(리브 타일러)에게 조금씩 마음을 연다. 수없이 맛본 양념인 듯한데도 어딘가 색다른 뒷맛이 남는 영화다.뉴욕 진출의 기회가 다시 왔지만 끝내 ‘좋은 아빠’를 선택하는 결말 역시 빤하지만 질리지 않는다.누구나의 가슴속에 불씨를 지피고 있는 신분상승욕을 평범한 일상의 모티프 속에서 끄집어낸 시나리오의 감각이 돋보인다.애플렉과 실제로도 절친한 친구인 맷 데이먼,흑인스타 윌 스미스,‘아메리칸 파이’의 제이슨 빅스 등이 카메오 출연했다.감독은 ‘체이싱 아미’‘도그마’ 등을 연출한 케빈 스미스. 황수정기자˝
  • 일상속 한국인 돈에는 약했다

    일상 생활에서 사소하지만 ‘양심’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힐 때 한국인은 어떻게 행동할까?아시아 사람 가운데 한국인은 다소 ‘비양심적’인 쪽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간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28일 아시아 9개국 16개 도시에서 국가별로 200명씩 1800명을 대상으로 일상생활에서 도덕적 갈등을 느끼게 하는 10가지 상황에 대한 행동방식을 조사한 ‘2003년 아시아 도덕성 테스트’결과를 최근 펴낸 4월호에서 공개했다.조사 결과 10개 항목 가운데 한국인이 아시아 평균보다 ‘비양심적’으로 나타난 항목이 6개였다. 한국인이 가장 약점을 보인 상황은 ‘회사의 편지봉투나 볼펜을 집에 갖다 쓴다.’는 것으로 아시아 평균 응답률은 29%인데 한국인은 37%로 1위를 차지했다.‘세금을 적게 낼 수 있다면 수입을 속이겠느냐.’는 질문에서도 한국인의 51%가 ‘그렇다.’고 답해 평균 38%보다 훨씬 높았다.‘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샀는데 거스름돈을 5000원 더 받았다면 돌아가서 돈을 돌려주겠느냐.’는 항목에서는 ‘돌려주겠다.’는 응답이 74%로,아시아 평균 87%보다 낮았다. 반면 ‘가장 친한 친구의 배우자가 낯모르는 사람과 아주 다정스럽게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을 때 그 사실을 친구에게 알리겠다.’는 사람은 한국인이 47%로 아시아 평균 44%보다 높았다.‘입사지원서를 내려고 하는데 자격이 조금 부족하다면 자격이 있다고 거짓으로 써넣겠느냐.’,‘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데 어떤 사람이 물건을 몰래 가방에 넣고 있다면 점원에게 그 사실을 알리겠느냐.’는 질문에서도 한국인이 아시아 평균보다 양심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길거리에서 지갑을 주웠는데 현금 5만원이 들어있고,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도 들어 있다면 돌려주겠느냐.’에 대한 응답률은 아시아 평균과 한국인이 85%로 같았다.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 한국의 서울과 일산,인도의 뭄바이,필리핀 세부 등에서 이뤄졌다. 장택동기자 taecks@˝
  • 문화기호학으로 읽는 문학과 그림/조용훈 지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인과 화가들은 깊숙한 만남을 통해 서로의 예술에 기여했다.화가 파블로 피카소와 프랑스의 초현실주의 시인 폴 엘뤼아르.그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절친한 친구’로 서로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피카소의 그림 ‘게르니카’와 엘뤼아르의 시 ‘게르니카의 승리’는 파시즘의 광기와 폭력에 분노하고 그 잔인함을 고발한 공동투쟁의 산물이다. 우리 예술사에서는 어떤가.진경산수화의 개조로 추앙받는 겸재 정선은 그와 동시대 시인인 사천 이병연과 평생 시와 그림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나눴다.또 화가 구본웅은 친구 이상의 초상을 그려 구태를 벗지 못한 식민지 조선에 항거하지 않았던가.문인과 화가의 비평적인 교류.그것은 예술사를 이끌어온 커다란 동력이다. 청주교육대 조용훈(45) 교수가 펴낸 ‘문화기호학으로 읽는 문학과 그림’(효형출판 펴냄)은 문학과 그림 혹은 문인과 화가들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으며 또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살핀 책이다. 문학과 그림을 ‘자매관계’로 파악한 것은 멀리 그리스·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그리스의 서정시인 시모니데스와 로마의 서정시인 호라티우스는 시와 그림이 유사하다는 사실을 문헌으로 남겼다. 시모니데스는 “회화는 말하지 않는 시이며 시는 말하는 회화”라는 말로 문학적 상상력과 회화적 재현의 상관성을 강조했다.또 호라티우스는 한번 읽고 즐기면 되는 시들이 있는가 하면 반복적으로 읽어 그 의미를 파악해야 하는 시들도 있다는 것을 회화에 빗대어 설명했다. 이후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문학과 그림의 친연관계가 한층 강조됐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그림이 우상숭배와 맞물려 논란을 빚었기 때문이다.그러나 교황 그레고리우스 2세가 하느님을 증거하는 교화 수단으로 그림의 기능을 인정하고 교회 내벽에 프레스코화를 그리는 것을 허용하면서 그림은 비로소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이 책은 단순히 문학과 그림의 인연만을 평면적으로 드러내는 데 머물지 않는다.문학과 그림 두 장르의 친연성을 ‘은유’와 ‘환유’라는 문화기호학적인 관점에서 다뤄 눈길을 끈다.저자는 회화와 문학을 동등한 텍스트로 본다.나아가 회화에서 시적인 것 또는 서사적인 것을 은유와 환유의 틀로 분석한다.그림의 시학적인 구조원리를 밝히기 위해서다. 저자는 미국의 언어학자 로만 야콥슨이 은유와 환유라는 개념에 비춰 영화나 그림을 분석했던 방법론을 끌어다 쓴다.야콥슨은 표현 자체에 주목하는 것은 ‘은유’이고,텍스트의 문맥 즉 텍스트와 배경의 횡적인 유대관계를 중시하는 것은 ‘환유’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현대시를 전공한 국문학자로,시와 그림이란 두 장르를 ‘문화주제론’이라는 시각에서 다룬 글들을 꾸준히 발표해왔다.이 책 역시 그 연장선에서 읽힌다.본격적인 예술이론서이지만 그다지 부담스럽거나 딱딱하지 않다.책에 실린 60여점의 원색 도판과 친근한 시편들이 지성과 감성을 자극하는 색다른 멀티미디어 독서체험을 안겨준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26일 TV 하이라이트]

    ●논스톱4(오후 6시50분) 봉의 절친한 친구 몽이 영양실조로 쓰러지자 봉은 그동안 몽에게 소홀했던 자신을 탓한다.사랑도 우정도 다 소중한 봉은 예슬이와 몽,둘 중 한 명을 선택해야만 하는 기로에 선다.폭력을 휘두르다 결국 근석과 영은을 기절하게 만든 승은은 ‘욱’ 하는 성질을 가다듬으려 한다. ●라이프n조이(오전 8시30분) 국내에 불고 있는 인형 수집 열풍을 살펴본다.어린이들의 장난감이 아닌,어른들의 새로운 애완상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인형들을 소개한다.흙과 역사의 체험 공간인 도예공방 흙 체험장을 찾아 세계의 다양한 생활도자기들을 둘러본다.유구한 역사를 지닌 도자기의 메카 여주의 문화를 느껴본다. ●생방송 60분-부모(오전 10시) 체력이 곧 성적이라는 얘기가 있을만큼 수험생들의 건강관리는 중요하다. 신경정신과 의사의 도움말을 통해 시험불안 증후군의 증상과 극복방법,슬럼프 해소법,건강유지 방법 등을 알아본다.또 대입에 성공한 학생들을 초대해 수험생의 생활방식과 학습법,건강관리법에 대해 들어본다. ●TV요리천국(오전 9시20분) 새학년,새학기가 시작되면 엄마들의 걱정은 늘어만 간다.실제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소심증,산만증 등 여러 가지 정서적인 장애를 일으키는 어린이가 많다고 한다.어린이 정서장애에 효과적인 요리를 만들어본다.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한방 향기요법도 소개한다. ●경제,아는 만큼 보인다(오후 10시45분) 고객 중심의 경영을 실천하는 델 컴퓨터의 CEO,마이클 델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적인 PC회사,델 컴퓨터의 성공전략과 경영노하우를 알아본다.기술 중심의 경영으로 품질도 높이고 채용인원도 늘려온 ‘우성I&C’를 취재,와이셔츠 업계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을 들어본다.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오후 11시) 평범한 은행원 정수는 산부인과 의사인 아내 때문에 항상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산다.그러나 아내에게 느끼는 끝없는 패배감 때문에 점점 살아가는 게 외롭다.그러던 중 집에 베이비시터로 들어온 은주를 보고 아내와는 다른 여성적인 면에 끌리게 된다.마침내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고 선을 넘는다. ●인물현대사(오후 10시 20분) 이순의 나이를 한참 넘긴 문정현 신부는 찬 아스팔트 위에 앉아 각종 반미,반전ㆍ평화시위에 참석하고 이를 막는 전투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한다.‘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활동을 시작으로 삶의 방향을 바꿔 ‘거리의 신부’로도 불린다.투사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
  • 與 비례대표 후보 투표 선출

    열린우리당이 4·15총선 후보등록일을 불과 6일 앞둔 25일 비례대표 후보 선출방식을 확정했다.열린우리당은 대통령탄핵 반대여론을 타고 지지도가 급등,비례대표가 대거 당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후보선출방식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중앙위원회의를 열어 27일까지 기존의 후보선정위원회에서 비례대표 후보군(群) 40명을 선정키로 했다.40명중 21명을 여자로,19명은 남자로 한다.순위는 29일 정한다.1∼25번은 홀수가 여성,26∼40번은 짝수가 여성이 된다.남녀가 번갈아가며 배치되는 셈이다. 특히 상임중앙위원 6명(정동영·신기남·이부영·김정길·이미경·김혁규)에게 40명중 12명을 ‘전략후보’로 추천하고 순위까지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나머지 28명의 순위는 당내인사(소속 국회의원+중앙위원+상임중앙위원 2명)와 당외인사(당내인사와 동수) 등 200여명으로 구성된 순위확정위원회에서 투표(1인 4표)로 정한다.당외인사는 각계 유관단체의 추천을 받는다.순위확정 전에 후보 28명에게 1인당 3분 이내의 연설 기회를 준다. 비례대표 후보 선출 방식이 ‘투표’로 정해짐에 따라 순위확정위원들을 상대로 한 후보들의 치열한 로비전과 함께 민주당·개혁당·한나라당·신당연대 출신들간 세력대결이 예상된다. 실제 이날 중앙위원회의가 열리기 직전 개혁당 출신 유시민 의원은 기자들에게 “후보 등록일이 코앞인데 비례대표 선출방식도 확정하지 않고 있다.그러니 특정인이랑 친한 사람이 후보로 선정된다더라 하는 소문이 나도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유 의원은 전날에는 정동영 의장을 찾아가 “당헌·당규대로 투표로 정하자.”면서 강력히 항의했다고 한다. 한편 상위순번이 유력한 비례대표 신청자로는 김명자·김혁규·이경숙·김진호·박영선·박명광·장복심·박찬석씨 등이 꼽히고 있다.다음으로 정덕구·고은광순·김호진·이성림·민병두·서혜석·이재화·박은수·고연호·강혜숙·김현미·유승희·장향숙·조성래씨 등이 거론된다. 김상연기자 carlos@˝
  • [열린세상] 이것은 정치가 아니다/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끔찍한 그림이었다.생중계로 안방에 배달된 것은 넥타이 맨 수십 명의 국회의원이 뒤엉켜 밀치고 당기고 울부짖는 아비규환의 장면이었다.사람이 개에 물리면 뉴스가 못 되고 개가 사람에게 물리면 뉴스가 된다했던가.비일상적인 장면은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유럽이나 일본의 대중사진잡지들은 비행기 참사,빌딩 폭발과 같은 대참사가 일어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진을 찍어오게 한단다.비참한 시신들이 뒤엉켜 있는 사진이 실린 잡지는 매상이 평소보다 늘어난다고 한다.얼굴을 찡그리면서 눈을 가리지만,벌어진 손가락 틈새로 훔쳐보고 싶은 심정.씁쓸하지만 그것이 인간인가? 그래서 한국의 정치권도 흥행에 성공했는가.한쪽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나은 장사였다고 표정을 관리하고 있고,다른 쪽은 오히려 매상이 뚝 떨어져서 울상이지만 이번 장사는 그들 정치인들이 이겼다.정치에 아무런 관심이 없던 사람들조차 텔레비전 모니터 앞에서 날을 보내고,인터넷 게시판에 격문을 올린다.친한 동료들끼리도 둘로 나뉘어 고함을 지르면서 싸우고 택시기사와 승객이 멱살을 잡는다.상사와 부하가 맞고함을 지른다.그뿐이 아니다.자동차를 타고 국회로 돌진하고 혈서를 쓰고 자기 몸에 기름을 붓는다. 국민이 졌다.우리들은 또 한번 무참히 패배한 줄도 모르고 드디어 주인공이 된 양 들떠 있다.이 수라장 속에서 불쑥 자란 것은 분열과 증오요 사라진 것은 ‘진짜 정치’다.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은 민생현안이고 실종신고를 내야 할 것은 정책이다.선거가 채 한달도 남지 않았음에도 어느 정당이 어떤 정책을 내놓았는지 우리는 모른다.어느 신문에도 어느 방송프로그램에도 각 정당의 정책을 비교하는 기사 한 줄 보이지 않는다.참으로 비정치적인 정당이요 비정치적인 언론이다.보이느니 충돌이요 들리느니 대결이다.그렇다.이것은 정치가 아니다.도박이다.암소든 집문서든 다 질러서라도 꼭 다 따먹고야 말겠다는 마지막 한판이다.국민은 투전판의 엽전인가.투계장(鬪鷄場)의 싸움닭인가. 선거철인데도 유권자들의 반응은 쌀쌀했다.이런 아수라판을 만들어서까지 온 국토에 정치를 넘쳐나게 하고 싶었다면 야도 여도 성공했다.그러나 이것은 정치가 아니다.강요된 정치과잉은 오히려 반정치(反政治)다.지금 정치는 없다.국민의 생활을 지켜주는 정치,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정치는 없다.속지 말기를.지금 이것은 정치가 아니다.진짜 정치는 저녁식탁의 콩나물 값을 관리하는 일이며,일자리를 늘리고 나와 가족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며 부당하게 침해당한 소수자의 권리를 되찾는 일이다.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좌우로 갈라지고 동서로 나뉘고 상하로 찢어져서 여론조사결과표의 막대그래프로서만 존재할 것인가. 우리를 위협하던 총칼은 눈앞에서 사라졌다.그러나 더 간교하고 더 무서운 무기가 우리를 조준하고 있다.얼굴에 분을 바른 정치인들의 세치 혀끝,사적 이익을 공공복리로 포장하는 사이비지식인들의 곡학아세,제 마음에 드는 일만 반복하고 강조하고 확대하는 매체,이것들이야말로 함께 어깨 겯던 동지들이 서로의 목에 시퍼런 비수를 들이대게 하는 잔인한 무기다.우리를 아군과 적군으로 가르는 그 모든 시도는 폭력이다.정치가 아니다. 그러므로 흥분하지 말기를.다시는 차를 몰고 돌진하지 말기를.절대로 분신하지 말기를.불쌍한 동포의 멱살을 잡지 말기를.강요된 편싸움의 도구가 되어 친구의 얼굴에 침을 뱉지 말기를.우리는 좀더 ‘쿠~울’해져야 한다.할 일이 많다.보수의 탈을 쓴 정치자영업자들,진보의 이름으로 사욕을 채우는 함량미달의 정치꾼들을 솎아내기.우리의 가정을 파괴하는 사교육비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온갖 강공책을 썼음에도 부동산 값은 왜 또 오르는지 물어보기.그 대책은 도대체 세우고 있는지 따지기 등등….그러므로 우리는 몸을 아껴야 한다.정신을 바싹 차려야 한다.그래야 진짜 정치가 시작되므로.사라진 정치를 되찾아 와야 하므로.그래서 여당도 야당도 아닌 국민이 이겨야 하므로. 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 [이집이 맛있대] 개업은 아무나 하나

    그날은 참 이상하더군요.하루 세끼 중 밖에서 먹은 두 끼를 모두 신장 개업한 집에서 먹었으니까요.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창업을 하려던 분들이 고민이라는 얘길 많이 듣는 터에 같은 날 개업한 두 집의 모양새가 하도 달라서 업종도,위치도 다르지만 한번 두 집을 비교해보기로 했습니다. 낮에 ‘점심 먹자.’하고 나갔는데 길 건너편에 못 보던 간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샤브OO’라는 이름의 그 간판에는 까만 글씨와 분홍색 꽃무늬가 하얀 바탕 위에 놓여 산뜻해 보이더군요. 새로 생겼으니 최소한 지저분하지는 않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며 들어서니 여종업원 두어 명이 부산스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주문 받는 솜씨부터 초보임이 역력하더군요. 일반적인 샤부샤부와는 달리 1인용 냄비를 인덕션 히터에 올려놓고 직접 끓여먹을 수 있게 해 종업원 수를 마이너스 2명쯤 잡은 듯했습니다.손님이 스스로 끓여먹게 한 것까진 좋은데,양념을 어떻게 하란 얘기도 없이 통을 놓고는 그냥 가버려 주위를 둘러보니 양념 배합에 실패한 손님들이 꽤 있더군요. 계산할 때 카운터에 계신 분이 ‘첫날이라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습니다.다음에 오실 때는 좀 나을 거예요.’라는 말마저 안 하셨다면 그 집에 다시 갈 맘이 없어졌을 겁니다. 그리고 오후가 되었습니다.친한 스튜디오에 들렀다가 “저녁먹자.”하고 나갔는데 그 동네에도 못 보던 간판이 있더군요.‘사월에 보리밥(02-540-5292)’.어른들한테 보릿고개 이야기를 많이 들어 그런지 이름을 보는 순간부터 ‘4월에 먹는 보리밥은 정말 꿀맛이겠구나.’싶더군요.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 집은 프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업원 2명이 입구에서 우렁찬 목소리로 ‘어서오세요.’를 외치며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바로 자리로 안내했으니까요.마주치는 종업원들마다 눈인사를 던지고 보리밥에 야채와 고추장 넣어 석석 비벼 입에 한 숟가락 넣고 우물거리며 잠깐 고개 드는 순간에도 적어도 1명 이상의 종업원과 눈이 마주쳤으니까요. 손님이 없었나 보다고요?천만에요.홀의 70%가 찰 정도로 손님이 많았습니다.더 좋았던 것은 개업 날이라고 손님들에게 직접 담근 동동주를 한 잔씩 돌린 것입니다.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종업원들에 대해 칭찬을 하자 역시 카운터에 계신 분이 그러시더군요.‘유명한 한정식 집에서 일하시던 분이 독립해서 낸 곳이고,사흘쯤 리허설을 했습니다.’라고. 한 집은 ‘고기 파동’의 끄트머리에서 샤부샤부 집을 냈고,또 한 집은 ‘고기 파동’으로 더욱 주가가 오른 ‘야채 위주의 식단’으로 보리밥 집을 냈습니다.음식점이 성공하는 데 맛과 서비스,위치 등을 이야기하는데 이날 두 집을 보니 한 가지 더 보태져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열심히 준비하되,이왕이면 바람을 타라는 것입니다. 신혜연 월간 favor 편집장˝
  • [종하랑 선영이의 배낭메고 60개국](7) 라오스 북부 방비엥

    라오스 북부의 작은 마을 방비엥은 여행자들의 당초 여행계획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곳이다.하루를 계획하고 온 사람은 이틀을,이틀을 생각했던 이는 나흘을 머물다 간다.특히 서양 배낭여행자들은 한달 이상 장기체류하는 경우도 많다.전부 도는 데 걸어서 10분밖에 안 걸리는 이 작은 마을의 무엇에 사람들은 그렇게 끌려서 떠나지 못하는 걸까. 방비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쏭강에서 튜브 타기,카약 투어에 참여하기,고산족 마을 방문하기,그리고 마을 구경하기 정도.이곳 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노천시장을 구경하며 먹을거리를 사는 것도 일과중 하나이다. 시장 뒤쪽으로 늘어서 있는 집들은 대부분 나무판자나 대나무로 지어져있다.따로 기술자나 건축업자가 있는 것 같지는 않고 각자 알아서 짓는다.집 짓는 날은 온가족이 나와서 한가지씩 거든다고 한다.각자 지은 농산물을 가져다 사고파는 이곳 장터는 꼭 우리나라 옛날 시골 모습같다.그런데 이색적인 것은 여기서 파는 야생동물들이 가지각색이라는 점.야생쥐부터 야생너구리,박쥐까지 참 다양하다.요리법은 잘 모르겠지만 현지인들에게는 나름대로 맛있는 별식이라니,으∼(별식 좋아하는 한국 아저씨들이 봐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방비엥에 있는 동안 날마다 이 신기한 시장구경을 하면서 우리도 다양한 과일을 흥정해서 사먹곤 했다.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다른 동남아 국가와 달리 외지인들에게 바가지를 잘 못 씌운다.아주 조금씩 가격을 더 불러놓고는 ‘500낍(60원 정도) 더 불렀는데,1000낍 더 불렀는데‘하는 표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들통날까 초조해서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친다.비싸다고 돌아설 듯 어깨만 살짝 틀어도 가격은 곧 내려가고,덤 없냐고 하면 쑥스러운 듯 웃으며 몇개를 더 얹어준다.(라오스에서도 똑같이 ‘덤’이라고 한다.) 초저녁에 개울가로 내려가면 자기들이 잡은 물고기구이 파티에 초대하고,마을을 산책하다 눈이 마주치면 조용히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바로 이런 순수한 사람들 때문에 여행자들은 이곳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것 같다.하지만 아쉬운 것은 이곳 역시 해를 거듭하며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몇년 전까지만 해도 아름다운 산수를 배경으로 한 평화롭고 조용하던 작은 마을이 이제는 거리마다 여행자들이 넘쳐나고,각종 투어 프로그램에 게스트하우스며 외국인 입맛에 맞는 수십개의 레스토랑이 생겨나 마을의 모습도 신흥 관광지처럼 변해가고 있다. 태국여행을 할 때 북부 산악지대 치앙마이에서 고산족 방문이 포함된 트레킹에 참여한 적이 있다.그들만의 세계에서 오롯이 살아가고 있는 고산족을 만나길 기대했지만 실망스럽게도 어린이들은 피카추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전통의상 차림의 주민들도 관광객들을 위해 형식적으로 갖춰 입은 듯한 느낌이었다. 함께 트레킹을 했던 스웨덴 친구는 “순수한 지역민들을 만나고 싶었는데 너무 상업화한 나머지 고산족도 패키지 상품의 일부처럼 느껴진다.”고 아쉬워했다.요즘 치앙마이 트레킹 투어를 주선하는 에이전트들은 앞다투어 ‘새로 개발한,아직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지 않은 고산족 방문’이라는 문구를 프로그램 소개에 일률적으로 넣고 있다.라오스의 방비엥도,태국의 치앙마이도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관광코스가 됐지만 그 사람들만의 평온한 행복,오롯한 평화가 깨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게스트하우스 운영 김혜자씨 동남아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인사가 된 ‘김치 아줌마’ 김혜자(63)씨.예순이 넘은 나이에 라오스를 처음 찾았던 그녀는 라오스가 좋아서,라오스의 순수한 사람들이 좋아서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라오스엔 어떻게 오게 됐나요. -지난 99년 건강이 악화돼 38년간 몸담았던 교직을 떠나 동료교사 넷과 함께 딸에게 가이드를 부탁해 한달간 인도차이나로 자유여행을 떠났어요.태국과 라오스를 거쳐 캄보디아에 이르는 코스였는데 나이도 잊은 채 아주 즐겁게 여행했지요.특히 라오스 북부여행에서 만난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의 모습은 내 유년시절과 똑같아 발을 뗄 수가 없었어요. 인터넷 배낭여행 동호회에서 유명하던데. -처음엔 조금씩 메모를 한 것을 딸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곤 했는데,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읽고 격려해주어서 적극적으로 연재를 하게 되었지요. ‘김치 아줌마’라는 애칭은 어떻게 생겼나요. -여행하면서 제일 힘든 게 음식이잖아요.더욱이 한국사람들은 김치를 먹어야 힘이 나지요.그래서 처음엔 우리가 묵었던 한국인 게스트하우스부터 김치를 담가주기 시작했죠.그러다 보니 여행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나봐요.난 내 이름보다 그 별명이 더 좋아요.사람들이 기억하기 쉽고,정감도 있고. 라오스 어린이들을 돕는 일을 하시죠. -오랫동안 초등학교에 있었기 때문에 여행하면서도 어린이들 교육이나 학교시설에 관심이 많았어요.그래서 방문하는 마을마다 학교는 꼭 갔었죠.그런데 학교시설이 정말 엉망이었어요.학용품도 거의 없고.그래서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학용품을 수집해 전해줬죠.지금은 친한 교장선생님 한분이 자비로 라오스 시골에 학교를 하나 지어주려고 하는데 쉽지만은 않네요.˝
  • 3년6개월만에 공직복귀 이헌재 경제부총리

    상하이(上海) 출신으로 올해 61세.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3년여간 금융·기업구조조정을 맡으면서 ‘미스터 구조조정’이란 별칭을 얻었다. 경기고가 배출한 수재 중의 한 사람으로 서울법대 수석합격,행정고시 수석합격 등으로 학창시절이나 재무부 근무 당시 돋보이는 존재였다.69년 재무부 이재국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당시 김용환 장관의 눈에 띄어 금융정책과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79년 율산사태에 연루되면서 공직에서 물러나는 불운을 겪었으나,외환위기 직후 또다시 김 전 장관의 도움으로 비상경제대책위원회 실무기획단장으로 발탁됐다.이후 금감위원장을 거쳐 재경부장관에 올랐으나 8개월여 만에 낙마했다가 이번에 다시 부총리로 돌아왔다.취임 전에는 3조원대의 ‘이헌재펀드’를 모아 우리금융 인수에 나서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공직에서 물러난 뒤 재계 인사들을 많이 사귀어 ‘이헌재사단’이란 얘기를 들을 정도로 요로에 지인들이 많다. 난세의 풍운아로 불리는 이헌재.3년6개월 만에 ‘부총리’라는 직함을 더해 경제수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그의 복귀는 그의 존재를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됐고,시장은 그야말로 화들짝 놀랐다.시장은 ‘놀이터가 아닌 전쟁터’의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하지만 위엄 뒤에 감춰진 늦깎이 공직자로서 이 부총리의 웃지 못할 애환도 적지 않다.취임 이후 한달 가까이 이곳저곳 다니면서 진솔하게 털어놓은 신변잡기는 ‘인간 이헌재’의 또다른 면을 읽게 해준다. ●“체력달려 폭탄주 양주양도 5부로 줄여” 이 부총리는 폭탄주 애호가로 소문 나 있다.그런 그가 최근 이런 말을 했다.“폭탄주를 제조할 때 양주의 양을 7부에서 5부로 바꿨어.5부가 맛이 더 있더라니까.” 그리고는 이내 속내를 드러냈다.“그전에는 친구들과 엄청나게 마셔댔지.아주 친한 친구인 심재륜 전 고검장과는 한번 만나면 12∼13잔씩 폭탄주를 돌리곤 했지.그런데 요즘은 서로가 자존심 때문에 전화를 잘 안해.만나면 먹어야 하고,그러면 다음날 몸이 부대껴서 힘들어.체력이 떨어진 거지.” 1주일에 한 두번 집무실에 들를 정도로 바깥 행사에 파묻혀 있는 그의 달라진 생활패턴은 이것뿐이 아니다. 공직생활을 그만둔 뒤부터 늦게 일어나는 오랜 습관이 골칫거리다. 나이 탓이 크다고 한다.전에는 느긋하게 일어나 부부가 함께 골프연습을 하거나 산책을 하곤 했는데,지금은 출근 시간이 일러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저녁형 인간에서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는 게 여간 어렵지 않아.” 얼마 전부터 좋아하는 바둑도 끊었다.바둑에 한번 몰입하면 밥상을 물리고 밤을 새우는 체질인데,요즘은 그렇게 할 여유도 체력도 안된다는 것. “밤을 새우고 나면 눈물이 막 나고,얼굴도 퉁퉁 붓고 해서…” 골프도 특기에서 취미로 바뀌었다.‘주4파(주 4일 골프를 치는 것)’는 옛날 얘기.“골프를 너무 좋아해 한때는 주당 4일씩 연속 5∼6주를 다닌 적도 있었는데….그런데 골프는 계속 치니까 오히려 스코어가 더 안 좋아지더라고.”라며 못내 옛날(?)을 그리워하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주말에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족이나 친구 등과 함께 라운드에 나서 샷의 묘미를 즐긴다.핸디는 한 자릿수를 넘기지 않는다. ●시장은 놀이터 아닌 전쟁터 시장을 향해 툭툭 던지는 애매모호한 화법도 요즘은 아낀다.직설 화법에 가깝다는 소리를 듣는다.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틈날 때마다 “경제는 심리”라고 외친다.말을 함부로 해서 시장의 혼선을 초래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역력해 보인다. 요즘은 귀를 열어놓고 산다는 말도 곧잘 한다.현안에 대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얘기를 듣고 있고 호흡을 같이 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그래서 그의 독특한 화법인 선문답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애매모호한 언급으로 시장에 메시지를 던지는 미국의 루빈 전 재무장관이나 그린스펀 FRB(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선문답식 화법을 무척 좋아하고 자주 거론한다.‘한국의 그린스펀’으로 평가받기를 원하는 기대감의 일단이 아닌가 한다.지금은 아니지만,조만간 선문답식 화법을 다시 시작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사스타일에는 자신만의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친다.극도로 말을 자제하면서도 “나는 어디를 가나 늘 새로운 사람을 발굴해왔어.옛날 사람을 다시 쓰지 않고 새 사람을 찾지.그래서 인력풀도 많은 편이지.”라고 말한다.‘이헌재사람들’로 불리는 인맥들이 최근 이런저런 곳에 불려가기도 하고 거론되기도 하지만,정작 자신이 다시 데려다 쓴 적은 거의 없다고 했다.“지금의 재경부 내에서도 몇 명을 발굴해낼 테니 두고 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재경부 한 간부가 “그가 취임 이전에 이미 국장급 이상 간부 등의 업무능력 등에 대해 정확히 파악한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를 두고 한 말로 들린다.그래서 이 부총리한테 국실별로 업무보고를 할 때 긴장하지 않는 간부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장황하게 현황 설명부터 시작하려 들면 급브레이크가 걸린다.”똥개 훈련시키지 말고 본론부터 얘기해!” 타고난 관료로 불릴 만큼 공직사회에서 성공했다는 얘기를 듣지만,그는 스스로 공직생활이 체질적으로 딱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의 그린스펀’도 결혼안한 자식걱정 낭인 기질을 타고났다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한다.학창 시절부터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어기적어기적 걸어다녔다고 자신의 기이한 행동을 자랑삼아 얘기한다. 스스로 낭인임을 은근히 즐기는 편이다.한국 서예계의 대표작가인 원로 대가 일중(一中) 김충현(金忠顯) 선생이 예전에 ‘평생자상무관락’(平生自想無冠樂·평생 명예나 돈따위를 생각하지 말고 즐거움만 생각하고 살아라.)이라고 써준 글귀대로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재정금융심의관을 마지막으로 79년 재무부를 떠날 때까지 무려 사표를 여덟번이나 썼다는 말도 따지고 보면 그의 자신감 넘치는 낭인 기질의 단면이다. 하지만 천하의 ‘이헌재’도 자식 얘기가 나오면 꼬리를 내린다.“(아직 미혼인 아들·딸을 의식한 듯)짓궂게 남의 약점을 건드린다.”며 더 이상 언급을 피한다.그러면서도 강한 애착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 “부모님이 중경등지로 피란생활을 할 때 나를 상해에서 낳았는데,당시로서는 상당한 거금을 주고 유명한 작명가한테서 헌재라는 이름을 지어왔어.이름값을 하고 살 거라는 작명가의 덕인지는 몰라도 아직까지 큰 걱정 않고 살고 있는 것 같아.부모가 나에 대한 욕심이 적지 않았던 것 같아.자기 자식에 대한 욕심이 없는 부모가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 주병철기자 bcjoo@˝
  • 儒林(44)-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자신들을 ‘엎질러진 물’이요,‘떨어진 꽃잎’으로 비유한 김식의 생각은 정확한 것이었다.바로 그 순간 중종은 승정원,홍문관,대간,한림을 다 교체하고 새로 승지가 된 성운에게 다음과 같은 교지를 내린 것이다.이 교지의 내용이 실록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조정의 큰일이 이미 다 결정되었으니 시간을 지체하여 아이들의 장난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빨리 조광조를 처형하라는 전지를 내리라.조광조의 처형을 서둘러 확정하라고 두세번 독촉하였는데도 밤이 새도록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옳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광조는 여전히 자신을 신임하였던 중종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조광조가 자신이 마침내 ‘엎질러진 물’이 되었음을 실감한 것은 능주로 유배를 떠난 후였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능성에서 유배 중에 지은 시(綾城謫中詩)’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으므로. “누가 활 맞은 새와 같다고 가련히 여기는가.내 마음은 말 잃은 마부 같다고 쓴 웃음을 짓네.벗이 된 원숭이와 학이 돌아가라 재잘거려도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엎어진 독 안에 들어 있어 빠져 나오기가 어려운 줄을 어찌 누가 알리오.” 유배 중에 자신의 심경을 노래한 이 시에서 조광조는 유가에서 군자를 비유하는 ‘원숭이와 학’이 되어 돌아가고 싶어도 ‘엎어진 독(覆盆)’,즉 자신에게 씌어진 누명과 형벌 때문에 돌아갈 수 없음을 한탄하고 있었던 것이다.이는 달 밝은 의금부 뜨락에서 술을 나눠마셨던 김식이 비유하였던 강태공의 고사성어의 의미를 뒤늦게 깨달은 때문은 아니었을까. 어쨌든 모든 상황이 끝나 날이 밝았을 때부터 이들에 대한 신문이 시작되었다. 죄인을 신문하기 위해서 임시로 설치한 국청에는 이들 8인을 국문하기 위해서 병조판서 이장곤과 홍숙(洪叔)이 자리잡고 있었다.그리고 국문의 책임자로 판중추부사인 김정이 있었다.그러나 이 국문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었다.왜냐하면 지난밤 의금부에 갇혔던 8인들은 모두 같이 술을 마셔서 만취해 있었으며,특히 조광조는 인사불성에 가깝도록 대취해 있었기 때문이다.특히 문초담당관인 이장곤과 홍숙은 어제까지만 해도 조광조와 절친한 사이였다.이장곤은 조광조에 대해 호의를 가진 중도파였는데 거사에 참여한 것은 자의가 아니라,병조판서로 군사를 통솔하는 수장이었으므로 심정과 남곤의 필요에 의해서 강제로 참석하게 된 것이었다.그러므로 조광조의 신문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장곤이 문초하면 조광조는 ‘희강아 희강아 그대가 어찌하여 나를 죄인으로 취급할 수 있단 말인가.’하고 불평하고 있었고,기록에 의하면 이장곤을 향해 ‘이 못난아,용가(龍哥)야.어리석은 용가야.’하고 놀리기까지 하였다는 것이다.특히 홍숙이 심문할 때에는 한층 더 엉망이었다. 홍숙은 어제까지만 해도 한성부판윤이었는데,전고(典故)에 밝아 정치를 함에 균형을 잃지 않고 스스로 몸가짐에 임해서도 엄정하고 관후하였으며 효성이 지극한 선비였는데 비록 조광조를 숙청하는 데 앞장서기는 하였으나 내심으로는 조광조에게 일말의 동정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제까지만 하여도 홍대감은 한성부판윤이었는데 어찌하여 나를 신문할 수 있단 말이오.” 홍숙이 하루아침에 형조판서가 되었음을 비웃는 말로 어젯밤까지만 해도 형조판서는 이정이었으나 이정이 조광조와 함께 체포되었으므로 파직되고 홍숙이 대신 형조판서에 올라 자신을 문초하고 있음을 빈정거리고 있는 말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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