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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alth] 마음의 병

    [Health] 마음의 병

    글 김철환 인제대학원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우리 ‘마음’은 참으로 신비하다. 고요하다가도 이유 없이 요동치고, 일상의 항로를 잘 따라가다가도 때로는 인생을 걸만한 이유도 아닌데 항로를 이탈하여 헤맨다. 마음에 들면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요란을 떨다가도, 약간만 틀어지면 천 길 나락으로 떨어진다. 사랑한다면 폭풍우처럼, 쏟아지는 햇살처럼 사랑을 쏟아 부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잔잔한 호수에 비친 달처럼 사과나무를 기르는 농부처럼 그리움에 젖어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중략- 그러나 진정 사랑한다면 좋고 나쁨 슬픔과 기쁨을 뛰어넘어 그대 모습 그대로를 가슴에 안고 홀로 황혼이 물든 언덕길을 올라갈 수 있어야 한다. 위의 시처럼 우리의 마음이 유연하고 깊고 어떤 경우라도 본래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한다면 일시적인 선호나 기분에 좌우되지 않고 끝까지 믿어주고 지켜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심지가 굳지 못한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동치는 마음이 몸에 병을 일으키는데 이것을 정신신체질환(psychosomatic disease)이라고 한다. 마음이 원인이 되어 병이 생기기도 하고 낫기도 하고 악화되기도 하는 것이다. 우울증, 불안증은 마음의 병이요. 두통, 소화장애, 신경성 식욕부진, 비만, 두드러기, 고혈압, 당뇨병, 천식, 소화기궤양, 궤양성 대장염 등은 마음이 몸에 병을 만든 정신신체질환이다. 왜 그럴까? 왜 마음이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키며 몸에 병까지 만들까? 그 이유는 마음은 몸과 연결되어 끊임없이 몸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는데 해결이 안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스테로이드 호르몬, 에피네프린, 노어에피네프린 등의 분비가 과도하게 되면서 이 호르몬의 부정적인 작용이 커지게 된다. 그 부정적인 작용이 혈압 상승, 위점막 출혈, 면역 저하이고 결과적으로는 고혈압, 당뇨병, 소화성 궤양이 발생한다. 이유 없는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불안 중에는 사람들 앞에만 서면 불안한 경우도 있고, 길 가다가, 혹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꼭 죽을 것 같은 공황에 사로잡히는 경우도 있다. 심한 충격을 받은 후 때로 밀려오는 불안과 고통에 시달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있고, 자식, 사업, 집단 단속 등 계속해서 확인하고 또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해 못 사는 강박장애도 불안의 한 형태이다. 이런 불안은 정신과 의사의 도움없이 헤어나기 쉽지 않은데 우리 사회가 불안해질수록 환자도 많아지는 것이 안타깝다. 북핵 문제로 우리 국민들의 마음이 편하지 못하고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여러 마음의 병과 정신신체질환이 더욱 늘어난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 변화가 심하고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한국사회에 사는 한국인들의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데 더 심해지고 있어서 걱정이다. 문제의 본질과 관계없이 결과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대책을 세울 수 없는 민초들이다. 우리가 나라 걱정, 미래의 걱정을 안 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걱정하는 것의 90% 이상은 실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가 걱정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도 변화되지도 않는다. 북핵 문제나 정치 문제는 우리가 관심을 갖고 토론하고 걱정할수록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만 무거워지고 힘이 빠지는 문제이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를 외면하자는 것은 아니고 주어진 의사 표현의 기회 때 하면 되고 또 혹시 어려운 때, 나를 필요로 할 때가 될 때 내 의무를 다하면 된다. 그러니 평소에는 가족과 친척과 친구들과 이런 문제로 힘을 빼지 말고 나와 가족이 기쁠 수 있는 문제를 얘기하고 실제 그런 기회를 많이 갖기를 바란다. 즉, 서로 관심을 나누고, 같이 문화를, 자연을 즐기고, 운동하고, 사랑하고. 같이 삶의 아름다움을 나누는 가운데 불안도 떨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아무쪼록 위기는 기회이니 하루 빨리 한민족의 평화공동체가 실현되어 우리 모두가 몸과 마음이 편하게 되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월간 <삶과꿈> 2006.12 구독문의:02-319-3791
  • 할머니 시인·작가 댕기머리 처녀 되어

    할머니 시인·작가 댕기머리 처녀 되어

    그들에게 그런 열정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40대에서 80대인 열아홉 사람의 시인과 작가들이 지난 9월 29일부터 30일, 이틀 동안 남산자락에 있는 <문학의 집·서울>에서 공연한 문인극 <맹진사댁 경사>에서 자신의 모습을 던져버리고 극중 인물에 빠져 관객들의 흥을 돋우었다. 필자는 이 연극의 스태프로 기획단계부터 마지막 쫑파티까지 참여하면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생각한 연극의 늪 속으로 다시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번 연극을 통해 새롭게 연극이라는 늪 속에 빠진 문인이 몇 사람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문인극은 오래 전에 몇 번 공연된 바 있지만 최근 10여 년 간은 볼 수가 없었는데 지난해 <산림문학관>을 개관하면서 김후란 이사장이 문인극에 관심을 가져 이번 <문학의 집·서울> 개관 5주년 기념행사로 서울시와 유한킴벌리의 지원을 받아 공연이 이루어졌다.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맹진사댁 경사>는 1943년 오영진 작가가 발표한 때부터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공연되고 있는, 대학에서나 기성극단에서 선호하는 작품 중의 하나이다. 돈으로 진사를 산 천민이 더 대접받는 양반이 되고 싶어서 가문에 혹해 사윗감을 보지도 않고 혼사를 결정하고는 그 사돈댁에 어울리는 가문이 되어야 한다며 맹씨네 족보를 거짓으로 바꾸는 등 법석을 뜬다. 그러는 중 사위가 병신이라는 소문을 듣는다. 아무리 가문이 탐난다 해도 하나뿐인 딸을 병신한테 시집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 맹진사는 궁리 끝에 딸의 몸종을 대신 시집보낸다. 그런데 초례청에 나타난 신랑은 외모가 준수했다. 이에 놀라 밤 피신을 시킨 딸을 데려다 놓지만 신랑은 대신 시집온 착한 이뿐이를 진정한 아내로 맞겠다고 공포하여 맹진사 내외와 그 딸은 하늘이 무너지는 허탈감에 빠진다는, 인간의 욕심이 지나치면 화가 됨을 보여주는 풍자극이다. 몇 번을 보아도 새로운 재미로 공감할 수 있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볼 수 있는 내용이어서 <문학의 집·서울> 개관 다섯 돌을 맞는 잔치 분위기에 적합한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연출을 맡은 극단 미추의 강대홍 상임연출가는 출연을 희망하는 문인들이 모인 첫날, 대본을 한 번씩 읽어보게 한 후 사흘 후에 배역을 결정하기로 하고는 걱정에 빠졌다. 문인들이라 감성이 있어 책 읽기는 좀 하는 것 같은데, 나이 드신 분이 많아 대사 외우는 것이 문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주최측에서 원래 문인극이란 전문극단 공연과 달리 실수하기 마련이고 관객들도 실수를 애교로 보아준다고 편안하게 생각하라고 했지만, 손님을 초대해놓고 실수하고 장난처럼 공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며 연출가와 출연자 모두가 열심히 연습들을 했다. 그러기는 해도 으레 대사는 까먹을 테고 실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막을 올리고 보니 입석까지 꽉 메운 관객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연극에 빠져들어 재미있어 하며 놀라워할 정도로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연극이 어설플 줄 알았는데 너무 잘했다” “얼마나 연습했느냐?” “현실에 맞는 풍자 몇 마디 감칠맛 났다”는 등 칭찬이 줄을 이었다. 맹 노인 역의 황금찬 시인은 여든아홉이며, 열세 사람이 6~70대여서 전체 출연자의 평균 연령은 일흔에 가까웠다. 그리고 주인공 맹 진사 역의 유자효 시인을 비롯해서 상당수의 출연자가 무대에 처음 서는 것이고 보면 그만큼의 성과 뒤에는 부단한 노력이 따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처녀 역을 맡은 박순녀 소설가, 김여정 시인, 박정희 시인, 최금녀 시인, 지연희 수필가도 모두 할머니이다. 이 할머니들이 댕기머리 처녀가 되어 봄놀이 나와 두어 마디하고 퇴장하는데, 그 몇 마디를 위해서 보름 동안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대사가 입에 붙지 않아 어색했지만 자꾸 연습을 하니 자신이 붙고 욕심이 생겨서 공연이 임박해서는 연출자에게 한 번 더 나오게 해달라고, 그게 안 되면 대사라도 한마디 더 달라고 조르기도 했단다. 누군가가 “연극은 모르핀 같아서 한번 맛을 알게 되면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고 했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서도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모두 나름대로 무척 바쁜 사람들이 출연료도 거의 없이 겨우 20여 일 연습기간 동안 오가는 교통비 정도인 데도 불구하고 연극에 대한 호기심과 매력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고, 공동체 작업에 맞도록 서로 위하고 배려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연습에 몰두하여 공연의 성공을 가져오게 하였다. 연극이 끝나고 쫑파티라는 것을 했다. 연습하는 동안의 에피소드도 얘기하고 미진함도 털어놓으며 큰 소리로 노래도 부르고,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모두가 아쉬움을 가슴 가득 안은 채 문인극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헤어졌다. <맹진사댁 경사>에 출연한 문인 배우들은 다음과 같다. 맹노인 : 황금찬 시인 맹진사 : 전 SBS이사 유자효 시인 맹진사 부인 : ‘시마을문학회‘ 대표 홍금자 시인 갑분이 : 장안대학 교수 김유선 시인 이쁜이 : 박미경 수필가 삼돌이 : 전 한국시인협회장 이근배 시인 미언(신랑) :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부회장 이길원 시인 미언의 삼촌 : 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성춘복 시인 박참봉 : 박정기 희곡작가 김규은 : 김규은 시인 텁석부리 : 장안대학 교수 정승재 소설가 처녀 I : 동남대학 교수 지연희 수필가 처녀 2 : 최금녀 시인 처녀 3 : 전 세륜중학교 교장 김여정 시인 처녀 4 : 박순녀 소설가 처녀 5 : 전 한양여대 교수 박정희 시인 농민1·친척 갑 : 한국희곡작가협회장 김흥우 희곡작가 농민2·친척 을 : 한국시문학연구소 소장 김경식 시인 농민3·친척 병 : 동덕여대 명예교수 조병무 평론가             월간 <삶과꿈> 2006.12 구독문의:02-319-3791
  • [탐사보도-법따로 현실따로 (2)] 4000만원 딱지 두달새 두배로… “없어 못팔아”

    [탐사보도-법따로 현실따로 (2)] 4000만원 딱지 두달새 두배로… “없어 못팔아”

    ■ 판교 신도시 ‘묻지마 투기’ 현장 ‘판교 로또’라고 불리면서 지난해 투기 광풍에 가까운 투자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판교의 겨울은 적막했다. 하지만 속사정은 달랐다.9일 찾은 판교는 제2의 투기열풍이 불면서 내홍을 예고하고 있었다. 판교 신도시는 불법성 거래가 성행하는 투기의 온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상가 딱지는 없어서 못 판다.6월이면 값이 두 배로 뛸 텐데 누가 팔겠느냐.”고 말했다. 판교에서 처음 찾은 A부동산중개업소 이모씨는 “4000만∼5000만원에 거래되던 딱지가 최근 두 달 사이에 8000만원으로 올랐다. 원주민 대상자들 70∼80%가 이미 다 팔아 넘겨 매물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가 딱지를 10여개씩 물건 사듯 싹쓸이하는 사람도 봤다.”고 전했다. 상가 입찰우선권인 상가 딱지는 오는 6월 대상자로 확정되기 전에는 잠재적인 권리일 뿐이다. 그래서 ‘물딱지’라고도 불린다. 이런 허점을 노려 물딱지를 중복해서 팔고, 심지어 이중삼중으로 팔아넘긴 사례도 나온다.B부동산중개업소 오모씨는 “아직 등기를 확인할 수 없으니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딱지 하나를 4명에게 속여 팔았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양도소득세를 편법으로 해결하는 아이디어도 나온다.C중개업소 관계자는 “대부분 상가 딱지를 거래한 값이 8000만원이라면 양도세 부담까지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팔아넘긴 원주민은 차익의 50%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하지만 매입자 부담으로 떠넘기는 것이다. 양도세를 얼마나 내야 할지 모르는데도 양도세를 500만원에 해결해 주겠다고 나서는 부동산도 있다.D중개업자는 “매매가격을 1000만원으로 후려치는 ‘다운 계약서’를 작성해 양도세를 500만원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판교 주변의 백현동·궁내동에는 상가조합이 난립해 있다. 거리 곳곳에는 조합원 가입을 권하는 플래카드들로 어지럽다. 조합들은 확성기 차량은 물론 지역신문과 지역 케이블 TV에 광고까지 내면서 치열한 유치전을 벌인다. 딱지를 많이 모아야 대규모 상가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E상가조합은 조합 가입 조건으로 토지매입비와 건축비 대납이란 약속을 내걸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상가 딱지는 말 그대로 분양권일 뿐, 진짜 상가를 분양받으려면 부지도 사야 하고 건물도 지어야 하는데 여기에만 최소 1억 5000만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면서 “부담이 될 테니 추가부담금을 조합에서 부담하겠다.”며 조합 가입을 부추겼다. F상가조합의 얘기는 달랐다. 관계자는 “일부 조합에서 공짜로 주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말도 안 된다.”면서 “비용을 대납하고 8평짜리 상가를 주겠다고 하는데, 자세히 뜯어보면 불리한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자신들을 ‘최대 규모’라고 내세운 G상가조합은 “무조건 조합원이 많아야 좋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조합원 수백명이 모이면 건물을 여러 층 지을 수 있고, 용적률에 따라 이익을 낼 수 있다. 그러면 토지매입비를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다.”며 가입을 권했다.H조합은 16평짜리 상가를 주겠다고 약속했고,I조합은 수익의 50%를 조합원에게 돌려주겠다는 조건을 내거는 등 조합들은 조합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 ‘상가 딱지’ 중복 계약 확인 사실상 불가능 “정식 계약이 체결되고 나면 피 튀기는 한 판 싸움이 벌어질 거요.” 판교 부근 백현동의 K조합에서 만난 원주민 대상자인 김모씨는 “이 조합, 저 조합에 동시에 가입한 사람도 많고 조합끼리 멱살잡이하는 모습도 가끔씩 목격할 수 있다.”며 판교 상가 딱지가 몰고 올 엄청난 후유증을 우려했다.‘피 튀기는 한 판’이 가시화되는 시점은 오는 6월쯤이 될 전망이다. 그때쯤에는 주택공사·토지공사·성남시 등 3개 공동시행처가 상가 딱지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원주민 상가 딱지 대상자 개인이 아닌 그들로 구성된 조합이 계약 대상이다. 계약을 치르고 나서 원주민 대상자가 상가 딱지를 중복 계약한 게 드러나면 원주민 대상자와 매입자간 분란이 빚어질 게 뻔하다. 한 번 전매를 허용했기 때문에 딱지 매입자들은 원주민 대상자에게 자신의 명의로 이전을 요구할 테고, 이 과정에서 많게는 3중4중으로 중복 판매한 사실이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S부동산 관계자는 “조합과 시행처간 정식 계약이 체결되고 나면 실제 권리를 가리려는 법정 분쟁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원주민 대상자들의 조합 중복가입이다. 토공 관계자는 “중복 가입으로 드러나면 조합은 상가 용지를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1개 이상의 조합에 중복가입한 원주민 대상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해당 조합은 시행처와 상가 택지 분양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조합들간 무더기 소송은 불 보듯 뻔하다. 조합은 원주민 대상자들로부터 다른 조합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각서를 형식적으로 받고 있기는 하지만 중복 계약 여부를 확인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원주민 대상자들과 조합들 간의 분쟁 가능성도 있다. Q상가조합 조합장은 “조합 운영비만 한 달에 3000만원 이상 막대하게 들어간다.”면서 “벌써부터 시행사에서 빌려쓴 빚 독촉으로 잠적한 조합 임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 “불법매매 우린 몰라” 손놓은 공공기관 양모(32·여·회사원)씨는 원주민 대상자인 친척을 대신해 판교 상가딱지 매매가 문제가 없는지를 알기 위해 한국토지공사·성남시와 함께 판교 신도시 개발의 3대 시행사의 하나인 대한주택공사에 전화를 걸었다. 주공의 판교사업단 직원 P씨는 판교의 상가 딱지 거래가 불법이 아니냐는 질문에 “지금 권리를 파는 것에 대해서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일은 막말로 우리가 알 바 아니다.”라면서 “알아서 하라.”고 했다. 양씨는 토공의 판교사업단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대답은 마찬가지.“사겠다는 사람과 약속을 해서 돈을 주고 받는 것이 나중에 도움이 될지는 본인 스스로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는 답변을 들었다. 성남시도 “대상자 확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체도 없는 생활대책용지 권리증 불법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은 몇번 들었고 나중에 사기피해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수사기관이 할 일이지, 행정기관에 문의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 신도시 기획팀 관계자도 문제점을 알고는 있지만 개인간 약속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기획탐사부 이창구 강혜승 유지혜 박지윤기자 tamsa@seoul.co.kr
  • 사돈간의 사랑 때문에 - Q여사에게 물어보세요(65)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25세의 남성입니다. 저는 지금부터 5년전 그러니까 20세 때부터 한 여성을 사랑해 왔읍니다. 우리는 서로를 깊이 이해하며 아낍니다. 그러나 수년동안 끈질기게 반대를 해오는 양쪽의 부모님과 친척들 때문에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읍니다. 제가 아끼는 여인과 저와의 가족관계 때문입니다. 그 여성은 저의 외숙모의 여동생입니다. 그러니까 사돈이 되는 셈이죠. 이런 경우 할 수 없는 건가요? 법률적으로 결혼신고를 할 수는 없는지요? <대구(大邱) 이성(李城)> 의견-법률적으로는 무관(無關) 법률 전문가에게 문의했더니 사돈간이라고 해서 결혼을 할 수 없다는 법률조항은 없다는군요. 사돈간의 결혼을 꺼리는 것은 단지 인습적인 것일 뿐 하등 법률적인 문제와는 관계가 없답니다. 그러나 결혼 당사자인 남자가 만27세, 여자가 만23세 미만일 경우에는 결혼신고를 할 때 양쪽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답니다. 그러므로 이성씨의 경우 25세라니 2년만 더 기다리시면 부모의 동의가 없어도 결혼신고가 가능하게 됩니다. 5년간을 견디어 오셨다니 앞으로 2년은 문제가 되지 않겠죠. 용기를 가지고 사십시오. <Q> [선데이서울 70년 5월 17일호 제3권 20호 통권 제 85호]
  • 저소득 50명 등록금없어 ‘발동동’

    “7년 만에 합격자가 나오긴 했는데 등록이나 할 수 있을는지….” 충남 서천 고등학교가 7년 만에 배출한 서울대 합격생 나정균(18)군의 유봉우 담임교사는 시름이 깊어졌다. 지역균형선발전형을 통해 나군이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물리·천문학부에 합격했지만 등록금을 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유 교사는 “등록을 하고 서울에서 살려면 최소 수 백만원이 들어갈 텐데 3개월에 25만원하는 수업료도 제대로 내지 못했던 처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방 두 칸짜리 집에서 과외는 꿈도 꾸지 못한 채 혼자 물리학도의 꿈을 키운 나군은 “어떻게든 해결되겠죠. 먼 친척에게 부탁해볼 참”이라면서 “어머니가 허리 수술을 받고도 치료비 때문에 아프다는 말씀도 못하시는데 등록금까지는 무리”라고 털어놨다. 전남 완도고등학교가 7년 만에 배출한 유일한 서울대 합격자 김지현(18·여)양의 아버지 김영길씨도 담임교사와 등록금 상담을 하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전기자재 납품업을 했던 김씨는 외환위기 시절 부도 때문에 억대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딸 아이가 공부를 잘 하는 줄도 몰랐어요. 빚 갚는 데 급급해서 아이 기숙사비도 내주지 못해 쫓겨났었는데…, 면목이 없습니다.”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을 통해 ‘교육 오지’로 평가받던 지역에서도 합격자가 나왔지만 정작 등록금 지원책이 없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27일 서울대에 따르면 2007년도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합격자 800명 중 생활보호대상자 등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가 5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수시모집 합격자는 모두 13명에 불과하다. 지역균형선발전형 합격자들은 특기자 전형 등 다른 수시모집 합격자들과 함께 장학금 심사를 받는다. 지역인재 개발 취지에 맞춰 별도로 선발하지만, 이들과 성적·가정환경을 함께 감안해 장학금을 준다. 성적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역균형선발전형 합격자들의 경우 장학금 혜택이 돌아오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겨울방학 스스로 학습법 올가이드

    겨울방학 스스로 학습법 올가이드

    이번 주말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가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한 해 중 가장 긴 여유시간이 주어진 데다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는 준비 기간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혼자서 공부하는 습관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상급 학년이나 학교에 가서 고전하기 십상이다. 후회하지 않는 겨울방학 나기를 위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나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 초등학생 과거 초등학생이라면 겨울방학은 으레 외갓집이나 친척집에 가서 형·누나들과 신나게 놀곤 했다. 학교가 끝나면 숙제나 하고 사교육은 피아노나 주산학원을 다니던 시절 얘기다. 지금 초등학생들은 뒤처진 영어 공부와 독서를 통해 실력을 만회할 기회로 방학을 활용해야 한다. 컴퓨터 게임에 중독되지 않으려는 ‘사투’도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시간표부터 짜놓고 임하지 않으면 겨울방학도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박영순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는 초등학생들의 겨울방학에 가장 중요한 5계명(誡命)을 제시했다. ●규칙적인 생활 통한 건강관리 언뜻 쉬워 보이지만 이것만 잘 실천해도 나머지 공부나 특기활동은 다 따라온다. 특히 기상·취침 시간을 평소처럼 잘 관리하는 게 관건이다. ●평소에 부족했던 과목 보충 누누이 말하지만 지나친 선행학습보다는 자신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과목을 중심으로 따라잡는 것이 효율적이다. 꼭 앞당겨 공부하고 싶다면 상급 학년 교과서를 단원별로 한번씩 훑어 보는 것으로 족하다. 굳이 학습에 투자하고 싶다면 다양한 책 읽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식을 접하는 것이 어떨까. ●계획적인 독서습관 무작정 읽기보다는 나름의 계획을 세워 동기를 유발할 필요가 있다. 독후감이나 독서일기를 병행하면 읽은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은 시간이 비교적 많은 초등학교 시절이 아니면 나중에 익히기 무척 힘들다. 특히 최근에 중요해진 논술과 관련, 박 장학사는 “주입식 독서논술 학원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면서 “차라리 권위자들이 쓴 교과서를 다시 읽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시와 설명문, 논설문 등 문학 장르를 고루 갖춘 교과서를 읽다 보면 글 쓰는 자질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신문을 탐독하는 것도 방학 때 꼭 해볼 일이다. 정보도 얻고 세련되고 간결한 기사체의 글을 통해 작문 실력도 가다듬어 볼 수 있다. ●자신만의 특기 키우기 방학만큼 좋은 기회는 없다. 평소에 충분히 살리지 못한 ‘끼와 재능’을 닦는 것도 아직은 입시에서 벗어난 초등학생만의 특권이다. ●가족들과 화목한 시간 그리고 봉사활동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거나 캠프에 참여하는 것은 평소 학교에서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안겨 준다. 서울교육포털(www.ssem.or.kr)에 가면 체험활동 장소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 특히 초등학생들의 복병은 컴퓨터 게임이다. 학부모 입장에서 자녀들의 온라인 게임을 무조건 못하게 말리기보다는 시간을 정해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또 방학이 되면 불건전한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경우가 부쩍 느는데 유해 사이트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중·고생 중·고등학생이 되면 아무래도 방학 때라도 마냥 놀기는 어렵다. 꼭 학원을 다니지 않더라도 스스로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표를 짜는 등 공부가 주된 활동이 될 수밖에 없다. 공부라고 다 같은 공부가 아니다. 겨울방학을 활용하는 데 실패한 학생들에게는 크게 세 가지 공통의 이유가 있다고 에듀플렉스 고승재 대표는 지적한다. 첫째, 목표가 없다는 점이다. 막연히 다음 학기 선행학습이나 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명확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지내다 보면 십중팔구 중간에 흐지부지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지나친 욕심이다. 고학년 내용을 욕심 부려서 무리하게 빠른 진도로 어설프게 공부하면 신학기가 되어도 다시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셋째는 낮은 효율과 시간 활용 때문이다. 늦잠을 자고 빈둥거리며 황금 같은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 보내서는 역전의 기회가 올 수 없다. ●“공부에도 방법이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할 방안으로 고 대표는 두 가지 제안을 했다. 먼저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반드시 확보하자는 것이다. 대한민국 상위 0.1%의 학생과 보통 학생의 차이는 방학 중에 하루 5∼10시간의 자기 공부 시간을 갖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보통의 학생은 2시간 정도만 ‘자기 학습’에 할애한다. 겨울방학 때 확보 가능한 시간을 계산해 보자. 최대 12시간쯤 나올 것이다. 학기 중에는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야 4시간이다.4시간씩 넉 달 하는 것보다 12시간씩 두 달 하는 것이 1.5배 더 많이 할 수 있다.‘역전’은 여기서 발생한다. 고3으로 올라가는 자신의 성적이 많이 처져 있다면 쉽게 낙담하지 말고 겨울방학을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번째는 올바른 공부법이다. 알맞은 목표량을 정하고 그것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학 중 헛공부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원이나 동영상 강의를 이용한다고 해도 스스로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강의를 듣는 시간의 최소 3배는 투입해야 한다. 제대로 복습하지 않고 가방만 들고 다닌다면 시간과 돈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리하게 진도를 빼려는 학원들의 커리큘럼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 길러야 이범 그래텍 총괄이사가 늘 강조하는 것도 자기주도적인 학습 습관을 기르는 문제다. 예비 고1의 경우 학원종합반에 등록해 다니는 일이 많은데 전과목을 학원에 의존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취약 과목을 일부 학원에서 듣고 나머지는 인터넷, 방송 등을 활용해 스스로 보강하는 것이 시간의 효율적 관리나 중복 학습을 피하는 데도 바람직하다. 한때 서울 강남구 대치동 ‘스타강사’였던 이 이사는 특히 논술학원과 관련,“절대 대치동에 올 필요 없다.”고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논술 불똥이 발등에 떨어진 예비 고3의 경우 직접 글을 써 보고 필요하면 첨삭 지도를 받아야지, 강의 위주의 논술학원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논술용 책읽기의 함정 논술과 관련해 새삼 독서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요즘이지만 ‘독서 논술’이나 ‘논술 독서’ 이런 말에 눈살을 찌푸리는 선생님들도 있다.‘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책따세)의 허병두 숭문고 교사는 “시험을 위한 책읽기는 그냥 교과서의 확장에 불과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책을 읽으면서 입시하고만 연관지어 자꾸 답을 찾으려 한다면 창조적 사고의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호기심을 키우면서 문제 의식을 갖고 자기 삶과 연결해 읽어야 진정 논술에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책과 함께 정서를 살찌우는 체험학습을 병행해야 산지식이 쌓인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문화유적을 찾아 교양을 연마하는 데도 더없이 좋은 시간이 겨울방학이다. 이 시기에는 교우 관계가 중요한데 특히 방학 때 어울려 다니다가 ‘사고 치는’ 예가 많다. 사복을 입었다고 학기 중보다 느슨해지기 쉬운 게 방학이다. 서울시교육청 김수득 장학사는 “방학 중에 교사들이 권역을 나눠 유흥업소 등에 순찰을 다닌다는 사실을 유념해 두라.”고 귀띔했다. 고민이 있는데 선생님이 곁에 없다면 1588-7179(친한친구) 학생고충 상담전화가 열려 있다는 점도 알아 두자.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몸도 튼튼 공부도 튼튼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겨울방학 기간에 학교별로 무료 스포츠교실을 운영한다. 방학 중 신체를 단련하고 이웃 학교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운동부를 육성하는 학교 입장에서는 우수한 신인 선수를 조기에 발굴하려는 목적도 있다. 동계 스포츠교실을 운영하는 서울시내 초·중학교 체육특기학교는 171개교로 모두 30종목에 2974명을 신청받는다. 학생들은 평소에 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학교에서 관련 운동부가 없었다면 이번 방학을 꼭 이용해 보자. 참가를 희망하는 학생은 해당 학교를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22∼28일에 신청하면 된다. 각 학교의 스포츠교실 운영 현황은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www.sen.go.kr)의 공개자료실이나 서울신문 홈페이지(www.seoul.co.kr)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2006동계방학중스포츠교실운영학교현황 바로가기 [통합교과논술 대비 이렇게] (끝) 과학논술, 일상에서 시작하기 ●과학논술은 로또가 아니다 ●과학적 소양을 길러라 ●부침개 부치듯 뒤집어 보라 ●숲을 보는 안목을 길러라 ●버리려면 과감히 차버려라 최근 들어 어떻게 준비하면 과학논술을 잘 할 수 있는지를 묻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일반논술 준비도 만만찮은 상황에서 과학논술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도 과학논술을 실시한 대학이 여럿 있었지만 내년부터 주요 대학들이 통합교과형 논술을 수시모집뿐만 아니라 정시모집에서도 실시할 예정이어서 효과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과학논술은 기본적으로 과학적 현상에 대한 분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고전논술과 차이가 있다.‘연어의 회귀와 관련된 제시문들을 주고 연어가 어떻게 그 먼 길을 헤매지 않고 제대로 회귀하는가에 대해 답하라.’는 식이다. 논술문 작성법도 알아야 하고, 과학적 원리를 활용할 수도 있어야 하므로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과학논술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면 평소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분명해진다.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자. 1. 과학논술은 로또가 아니다-뿌리가 튼튼해야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설령 자신이 예상한 문제가 그대로 나왔더라도 기초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답안이 엉성할 수밖에 없다. 과학논술도 기본 교육과정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준비 방법이다. 과학논술이 내신이나 수학능력시험과 형식면에서는 다르지만 평가 목적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세포는 왜 작을까, 운동량 보존의 원리가 활용되는 사례는 무엇인가, 과학 실험에서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 에너지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등은 여러 형태의 과학평가에서 공통적으로 출제된 문제다. 2. 과학적 소양을 길러라-마법의 ‘쓰레받기’는 없다. 한 과학 교양서적에 ‘왜 하필이면 마법의 빗자루일까.’라는 글이 있다. 일상적으로 접하는 현상에는 분명 그 속에 보편 타당성이 내재돼 있다. 논술은 기본적으로 답안 구성에 필요한 원리가 과학교과서에 있어야 하므로 문제에 등장하는 소재(주로 자연 현상)는 교과서 밖에서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화나 소설 등에서 자주 보는 현상일수록 당연히 여기지 말고 관련 원리가 교과서 어디에 있는지 찾아봐 두는 것이 좋다. ‘콜라를 마셔도 죽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 보라.’는 질문을 받으면 아마도 ‘그럼 마시고 죽으라고 콜라를 만들겠는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콜라의 여러 화학적 성질 가운데 인체에 해를 끼칠 만한 것이 무엇일까, 콜라가 우리 몸 속으로 들어가면 어떤 화학적 반응을 일으킬까를 교과서 원리를 활용해 분석한다면 출제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답을 쓸 수 있다. 3. 부침개 부치듯 뒤집어 보라-비판적 사고력 평가는 모든 논술의 공통요구다. ‘오존처럼 존재 위치나 사용처에 따라 그 역할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다른 물질의 예를 들고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시오.’라는 문제를 받으면, 특정한 물체들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물질이나 현상들은 모두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사물 자체는 가치 중립적이기 때문에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이로울 수도, 해로울 수도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나노기술의 발전이 세상을 별천지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지만 너무 미세해진 물질들이 대기를 오염시켜 현대인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기사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과학논술도 수험생의 비판적인 사고력을 기본적으로 평가하므로 평소 현상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4. 숲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라-교과원리 연결형 문제는 단골손님이다. 통합교과형 논술의 특성상 특정 과목 내의 단일 개념이나 원리만으로는 답하기 어려운 현상을 소재로 삼은 문항이 주로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다른 형식의 학습평가와 달리 논술은 한두 개의 소수 문항으로 수험생을 다면적으로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코끼리를 단지 크기를 축소시켜 개미처럼 만든다면 생존할 수 있을까?’ 얼핏 보면 개미도 웃을 질문이다. 그러나 이 물음에 대한 답과, 거미가 벽을 기어 다니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영화에 등장하는 스파이드맨이 벽위를 기어 다니면 분명 화면이 합성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같다는 사실을 연결지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과학논술의 개별원리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보다는 그들을 연결지어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 질문해 봐야 한다. 5. 이왕 버리려면 과감히 차버려라-관성적 사고를 버려야 당당히 주장할 수 있다. ‘운송용 배가 획기적으로 발전한 원리가 무엇인가?’ 배는 당연히 나무로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철로 만든 사례를 설명하는 제시문이 함께 주어졌던 문항이다. 나무가 아닌 철을 이용해 배를 만들자고 처음 주장했을 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배를 나무로만 만들어야 하는 101가지 이유를 외쳤을 것이다. 비행기의 발전 과정도 비슷했다. 프로펠러 비행기가 음속 이상으로 날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 프로펠러의 성능 개선에만 집착했다면 초음속 비행기는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과학기술의 발전사에서 한 획을 그은 사례들에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학자다운 자세가 여실히 드러난다. 과학논술은 과학자들이 학생들에게 직접적이고도 종합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형식이므로, 평소 학자들의 영혼, 그들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정록 강사 메가스터디 유레카논술팀
  • 쥔있는 몸 털던 계(契)판의 사나이

    쥔있는 몸 털던 계(契)판의 사나이

    노름판에서 사귄 가정주부를 꾀어내 정을 통한 상습도박꾼이 남편에게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을러대며 100여만원을 뜯어쓰다 결국은 행패를 못이긴 여인의 고발로 쇠고랑을 찼다. 말다툼 판에 나타난 의리(義理)의 사나이 계를 하던 동네부인들과 집안에 모여 심심풀이 화투놀이를 하던 김귀자(金貴子·32·가명·서울 서대문구 합동)여인이 도박꾼의 검은 함정에 빠진 것은 지난해 5월초, 남편이 지방출장을 떠나 보름동안 집을 비운 사이였다. 남편이 오기를 기다리며 동네부인들을 안방에 불러놓고 화투놀이를 하던 김여인 집에 하루는 안면이 전혀 없는 40대여인 한 사람이 찾아왔다. 「혁이엄마」라는 이 40대여인은 『이웃에 새로 이사왔는데 인사도 할겸 놀러왔다』고 했다. 이 여인은 그 뒤 매일같이 찾아와 김여인들과 어울려 화투놀이를 벌였다. 그러다가 1주일뒤 이 여인은 낯 모르는 30대청년 한 사람을 데려왔다. 「혁이엄마」의 동생이라고 자기 소개를 한 뒤 화투판에 끼어들려는 이 청년에게 김여인과 동네부인들은 『여자들끼리 심심풀이로 하는 놀이에 남자가 무슨 참견이냐』면서 거절했다. 그러나 이 청년은 고분 고분하게 물러나려 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등 시비조로 나오며 문밖으로 쫓아 내려는 김여인과 말다툼을 벌였다. 이때 나타난 사나이가 김여인의 행복을 끝내 갈갈이 찢어놓은 박경술(朴京述·30·서울 영등포구 봉천동 94). 김여인이 뒤에 안 사실이지만 모든 것은 박이 꾸민 연극이었다. 말썽꾼 몰아낸 그사내가 화투놀이에 끼어 들더니 박은 김여인과 실랑이를 벌이던 30대청년의 멱살을 쥐고 「못된 놈」이라면서 호통을 친 뒤 주먹으로 서너대 후려갈겨 쫓아 보냈다. 혹시 경찰에 신고하지나 않을까 걱정하던 김여인은 갑자기 나타나 말썽을 부리던 청년을 쫓아준 박이 고마왔다. 박은 『여자에게 행패하는 놈은 그냥 못두는 성질』이라면서 자기 소개를 한 뒤 사라졌다. 그 다음날 저녁 동네부인들이 김여인집에서 화투놀이를 벌일 때 박이 김여인을 찾아왔다. 김여인을 누님으로 삼겠다면서 능란한 말솜씨와 「유머」로 동네부인들과 어울려 화투판에 끼어들었다. 주로 돈 많은 동네부인들이 모인 김여인의 곗군들도 누님이라고 부르며 따르는 박을 마다하지 않고 호의를 베풀었다. 이웃 황모여인(36) 집에서 화투놀이를 벌이던 지난해 6월 초여름 어느 날 김여인이 대준 밑천으로 박은 얼마간의 돈을 딴 뒤 자기는 「꾼」이며 노름을 해서 잃어본 적이 없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김여인이 보기에도 박의 솜씨는 놀라왔다. 며칠뒤 박은 노름판에 간다면서 1만원을 꾸어달라고 졸랐다. 김여인이 대준 돈으로 10만원을 딴 박은 용돈으로 3천원만 가졌을 뿐 나머지는 『누님의 살림에 보태쓰라』면서 모두 김여인에게 주었다. 돈도 돈이려니와 박의 이러한 행동에 김여인은 『의리를 지킬줄 아는 동생』이라고 동네부인들에게 자랑까지 했다. 그뒤 박은 한남동 모처에서 큰 노름판을 벌인다면서 김여인에게 구경삼아 같이 가보자고 꾀었다. 박을 따라 비밀도박판에 간 김여인은 담배연기가 자욱한 좁은 방에서 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화투장을 튕기며 충혈된 눈으로 열을 올리는 남녀도박꾼들이 모습에 시간 가는줄 몰랐다. 밤 11시가 되어서야 끝난 노름에서 박은 15만원을 땄다. 돈얻어가고 끝내는 덮쳐 “남편에게 알리겠다” 공갈 『축하 「파티」를 열자』는 박의 꾐에 끌려간 곳은 삼각지 「로터리」앞 모 음식점. 박이 따라준 축하술에 속이 달아오른 김여인은 도박판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채 박에게 손목을 잡혀 부근여관에 들어갔다. 술김에 박과 하룻밤을 지낸 김여인은 남편에 대한 죄책감으로 가슴이 떨렸으나 남편 외의 남자와 동침하는 「드릴」도 싫지는 않았다. 그 뒤부터 박은 동침할 때마다 노름밑천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선뜻 박의 요구를 들어주던 김여인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함정으로 빠져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으나 이미 엎지른 물이었다. 돈을 순순히 내주지 않으려는 눈치만 보이면 박은 은근히 협박을 해댔다. 『네 남편에게 이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것. 이 핑계 저 핑계로 남편에게 돈을 뜯어내는 동안 가계부는 적자 투성이가 됐다. 지난해 12월에는 느닷없이 찾아온 박을 본 남편에게 「먼 친척동생」이라고 거짓말을 해대고 항상 박을 위해 준비해둔 10여만원을 박에게 주며 『다시는 오지 말아 달라』고 눈물어린 호소를 했으나 박이 모처럼 잡힌 돈줄을 쉽게 놓을리 없었다. 만나기로 약속한 날에 김여인이 나오지 않을 때는 번번이 집으로 찾아와 큰 소리로 떠들며 행패를 부리고 돌아갔다. 김여인이 여러차례 박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4월6일 저녁 박은 칼을 품고 김여인 집을 찾아왔다. 마침 아이들은 건넌방에서 잠들었고 남편이 집에 오려면 아직도 시간이 많이 있어야 했다. 안방에 제집처럼 나들며 칼을 꽂고 협박하기까지 마치 제집처럼 안방에 누워 김여인에게 소주 1병을 사오라고 해서 술을 마시며 박은 칼을 방바닥에 꽃아 놓고 협박을 시작했다. 『돈 20만원을 더 내놓든지 너의 행복을 포기하든지 둘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을러댔다. 김여인은 부탁을 들어줄테니 이제는 깨끗이 헤어져 더 이상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울면서 애원했다. 박은 1주일 뒤에 다시 오겠다고 말한 뒤 사라졌다. 4월14일 박이 찾아와 약속한 20만원을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돈을 내놓지 않으면 네 남편을 만나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면서 술에 취해 안방에 드러 누웠다. 이 이상 더 참을 수 없다고 느낀 김여인은 밖으로 뛰어나가 공중전화 수화기를 들고 떨리는 손으로 112「다이얼」을 돌렸다. 잠시뒤 달려온 백차에 실려 서울 서대문경찰서로 연행된 박은 피해진술조서를 쓰는 김여인을 바라보며 『차마 경찰에 신고할 줄 몰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우홍제(禹弘濟) 기자>[선데이서울 70년 4월 26일호 제3권 17호 통권 제 82호]
  • [열린세상] 추천서는 신용사회의 척도다/이성낙 가천의과학대 총장

    근래 어느 학장으로부터 이른바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이란 거센 폭풍을 겪으면서 우리사회 전반에 논문 표절에 대한 경각심이 생겨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필자는 마치 폐허에 핀 장미꽃 한 송이를 보는 듯한 일말의 위안을 얻었다. 외국에서는 직장을 구할 때나 대학에서 연구를 하고자 할 때 여러가지 서류를 갖추어야 하는데, 이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추천서이다. 한번은 국내 대학에서 논문 표절 사건으로 해임된 교수가 미국 대학에 일자리를 찾으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 대학이 국내 대학 학장에게 그 교수에 관한 정보를 요구했는데, 그 요구 내용이 놀라울 정도로 구체적이었다. 단순히 대학 학장으로서 그 교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또는 추천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게 아니었다. 문항 형식으로 그 교수가 재직하는 동안 논문 표절 같은 비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물었다. 학장은, 조금은 측은한 생각이 들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 질문에 꼼짝달싹도 못했다. 1960년대 이른바 독일 파견 간호사들의 추천서와 관련된 일화가 떠오른다. 독일 사회에 익숙하지도 않고 낯선 이국땅에서 지내게 된 간호사들이 얼마나 외로웠겠는가. 당연히 먼저 와 있는 친척이나 선·후배 동료와 같은 직장에서 일하며 서로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을 것이다. 당시 독일은 엄청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었으니 웬만하면 그들을 받아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아무런 사전 행정절차 없이 잘 있던 직장을 떠나 불쑥 친구를 찾아 일하러 온 간호사들 때문에 병원 당국은 여간 당혹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들에겐 노동 허가 문제를 비롯해 여러가지 구비 서류가 부족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전 직장에서의 추천서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서양 문화권에서는 직종을 불문하고 추천서 없이 직장을 옮긴다는 게 불가능하다. 이런 사회적 불문율이 있다는 사실을 몰라 곤경에 처한 간호사가 한두 명이 아니었다. 국내 사정은 어떤가. 해외연수를 떠날 때는 귀국 후 소정 기간 소속 직장에서 근무하겠다고 굳게 서약까지 하고는 막상 귀국해서는 거리낌 없이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예가 허다하다. 스스럼없이 옛 직장을 떠나는 사람이나 서슴없이 그런 사람을 받아들이는 직장 양쪽 모두가 문제이다. 이는 ‘나만 좋으면 되고, 내가 필요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전 직장상사의 소견이나 추천서가 필요하지 않다. 이런 관행은 선진 신용사회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다. 누구나 한 직장에서 평생을 일할 수는 없다.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것은 자기계발을 위해서도 필요한 과정이다. 이러한 행복 추구권을 부정적으로 봐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공동체를 살아가는 사회인으로서 지켜야 할 상식 수준의 직업윤리를 지키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네 추천서는 외국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피추천자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언급하는 대신 결혼식 축사를 방불케 하는 칭송 일변도의 글로 가득 차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발(發) 추천서의 신빙성이 낮다는 건 외국 대학가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추천서 받을 사람이 아예 내용을 미리 작성해 들고 오기 일쑤이고, 교수 또한 아무 생각 없이 서명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으니 추천서의 본질이 얼마나 훼손되었는지를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추천서는 기본적으로 평가서 성격을 갖는다. 근거 없이 허황되고 과장된 사실을 기재하는 것은 논문 표절 행위와 다름없다. 우리 사회는 정이 많고, 어려움 속에서도 푸근함을 잃지 않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좀 더 이성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 표절 정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추천서 관행을 올바르게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의미의 선진 신용사회로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성낙 가천의과학대 총장
  • [문화마당] 천년을 사는 기술/황현산 문학평론가 고려대 불문과 교수

    프랑스는 역시 유별난 나라다. 하릴없는 사람들이 모여 ‘새해 반대 전선’을 결성하고 거리 행진을 계획하고 있다고 해서, 해당 웹사이트를 찾아가 보았더니 과연 “2007년의 통과를 적극 저지하라”고 동참을 촉구하는 슬로건이 자못 거창하다. 어이없는 장난이라고 치부해버리면 그만이겠으나, 거기에 엄숙한 어조를 들이댄다면, 지난 시대의 삶과 이 시대의 삶이 공존하고 살인적인 경쟁과 넘쳐나는 정보로 혼란한 세계에서 개개인들이 더 이상 외부의 시간질서에 기대지 않고 자기 자신의 고유한 시간을 안고 살려 한다는 식의 철학적 해석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 따지고 보면 헛된 해석이 아니다.‘느림’ 또는 ‘느린 삶’을 표방하는 이런저런 교훈적 주장들이 사실 이 철학을 울타리로 삼는다. 세상의 공적 시간 질서를 거부하고 자신의 개인적 시간 속에서 삶을 기획하려는 태도가 사회적 반항의 표지로 나타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벌써 한 세기 반 전에, 보들레르는 ‘악의 꽃’의 시 ‘키 작은 노파들’에서, 군인들이 군악을 연주하는 공원 한 구석에 떨어져 앉은 한 노파를 이렇게 예찬한다.“아직도 꼿꼿하고 늠름하고, 단정함이 무언지 아는 그 여자는/저 씩씩한 군가를 목마른 듯 들이마시니/그 눈은 이따금 늙은 수리의 눈처럼 열리고/그 대리석 이마는 월계관을 얹기에 알맞은 품새네!” 척추가 내려앉아 키가 작아진 노파들은 이미 자본주의가 삶의 거의 유일한 형식으로 자리잡은 시대에 그 치열한 경쟁을 더는 따라가지 못하고 줄밖으로 물러서 있지만, 그렇게 물러서 있기에 세상의 분주한 발걸음이,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진보의 신화가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살펴볼 기회를 얻는다. 승리하는 것은 그녀들이라는 보들레르의 암시는 조금 과장된 것이겠으나, 그녀들은 적어도 자기를 잃어버리지는 않는다. 전설 속의 인물들이나 역사가 희미해진 시대의 인물들은 그 수명으로도 우리를 놀라게 한다. 단군은 1908년을 살고 신선이 되었으며, 노아는 950세를 누렸고, 삼장을 도와 천축국에 경을 얻으러 갔던 손오공으로 말한다면 석가여래의 법력에 눌려 오악의 암괴 아래 갇혀 있던 세월만 해도 500년이다. 그들의 삶이 특별했다고 하기보다는 계산방식이 특별했다고 해야 할까. 이를테면, 생명과 정신의 윤회를 믿는다면, 그 윤회 속에서 전생의 기억이 오롯이 보존되기만 한다면, 우리 같은 범인들의 나이도 천 년의 세월로 계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저 긴 수명의 전설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모멘토’ 같은 우리 시대에 만들어낸 이야기에 비추어 볼 때 더 좋은 설명을 얻는 것이 아닐까. ‘모멘토’의 주인공은 자기 아내가 살해된 날 이후로 기억을 10분 이상 지속시키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이다. 그는 자신이 알게 된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메모를 해야 하며, 심지어 자신의 몸에 문신을 새겨 기억을 대신하려 하나 그 기록들은 연결되지 않는다. 그에게 10분 저쪽의 시간은 이미 기억이 지워진 전생과 같다. 그가 50년을 살건 60년을 살건 그 자아의 일관성은 10분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 그의 수명은 10분이다. 그러나 이 10분 사내의 삶은 우리들이 지금 영위하고 있는 삶의 알레고리일 뿐이다.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우리의 삶은 일주일전이 벌써 전생이다. 그러고 보면 윤회도 일종의 기술이다. 나의 먼 기억과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지금 이 삶에 끌어들이고 운동하게 하여 이 시간에 깊이와 넓이를 주는 어떤 기술. 이제 전시기간이 이틀쯤 남은 만 레이의 전시회도 찾아가 보고, 요네하라 마리의 가슴 아픈 논픽션 ‘프라하의 소녀시대’ 같은 책도 찾아 읽고, 가난한 먼 친척의 안부도 챙기고, 조류독감으로 키우던 가축을 죽여야 하는 사람들의 애달픔도 생각해 보고, 그렇게 해서 우리는 또 하나의 삶을 살고, 그렇게 해서 우리도 천 년을 산다.2007년이 온다고 겁날 것은 없다. 황현산 문학평론가 고려대 불문과 교수
  • 신입사원 김신조「장가가야겠수다」

    신입사원 김신조「장가가야겠수다」

    2년 3개월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를 까러 왔수다』하고 밝혔던 「무장공비 김신조(金新朝)」가 이젠 선량한 「서울시민 김신조(金新朝)씨」로 바뀌었다. 지난 14일 시민회관에서 열린 귀순자 환영대회에서 집 한채와 생활안정기금까지 받아든 김신조씨의 얼굴엔 지난날 무장공비의 흔적이라곤 조금도 없었다. 서울시민이 된 총각 김신조씨의 첫 말씀인즉 『올해엔 꼭 장가를 가야겠수다』 올해 28세인 총각 김신조씨는 4월1일부터 삼부(三扶)토건에 취직되어 총무과 직원으로 근무중. 월급액수를 묻자 『아직 신입사원이어서…』하며 머리를 긁는다. 자유대한에서의 생활 2년3개월동안 김씨는 꼭 두번 예쁜 아가씨로부터 청혼을 받았다. 한번은 부산(釜山)에 반공 강연을 갔을때. 「호텔·프론트」에서 누가 찾는다기에 내려가 만났더니 23세 가량의 아가씨가 대뜸 『정식으로 청혼합니다』하고 대들더라는 것. 2차 청혼공세 역시 「호텔」이 무대. 김씨가 장기 투숙하고 있는 동안 몇차례 농담을 주고 받은 「프론트」에 근무하는 아가씨가 『김신조씨 저하고 결혼 안하실래요?』하더라는 것. 점잖게 『다시 생각해보마』고 대답했지만 그뒤 아무런 사태진전 없이 지나가 버렸다. 『대한민국엔 총각이 모자라는 모양이죠? 아니면 아가씨들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든가…』 두 차례 청혼공세에 혼이 난 김씨의 말이다. 그 뒤로는 하숙집을 정해도 미리 그집에 장성한 딸이 있는가 없는가를 알아보고 딸이 없는 집만 골라 다녔다. 김씨가 가장 많은 아가씨를 한꺼번에 만난 것은 서울 낙원동 1,2,3「카바레」서 열린 반공강연때. 모여든 청중은 7,8백명. 모두 다방 「카바레」등 접객업소에 근무하는 아가씨들이라 화장 냄새만 해도 총각 김씨를 아찔하게 할 정도였다. 설레는 가슴을 진정해가며 연단에 올라서 다시 청중석을 내려다보니 이번엔 눈앞이 아찔. 그도 그럴 것이 모두 아슬아슬할 정도의 초「미니」차림이라 김씨의 시선은 아가씨들의 「미니」에서 떠날 줄은 몰랐다. 덕택에 『반공 강연을 했는지 「미니」예찬을 했는지 정신이 없었다』는 김씨의 고백. 이래서 김씨는 「미니」공포증에 걸리고 더 발전해서 아가씨들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미스·코리어」선발대회에 구경가 보았는데 거기 나온 아가씨들보다 서울 거리의 아가씨들이 더 예쁘더군요. 눈에 보이는 아가씨들이 모두 예뻐 보여서 큰일입니다』 그래서 올해엔 꼭 장가를 가야겠다는 것. 여자손목 한번 잡아보지 못한 1백% 숫총각 김씨는 빨리 장가를 가야 「미니」공포증에서 벗어날것 같다고. 신부조건을 밝히라니까 『만 25세미만의 대한민국 여성으로 신체건강하고 사상 건전하면 OK』란다. 단 반드시 『동생들이 많을 것』이 필수요건. 그 이유인즉 김씨 자신이 남한에 일가친척이나 친지가 없어 외롭기 때문에 처남이나 처제가 많아야 좋겠다는 것. 학력은 고졸(高卒)정도면 충분. 대학 나온 아가씨는 김씨와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고. 김씨의 키가 1백70cm니까 신부감은 1백60cm서 1백65cm 안팎이 적당. 김씨의 체중은 현재 63kg이다. 그러나-『장가가면 체중이 는다니까 걱정없어요』 술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맥주 2~3병이면 충분. 담배는 이틀에 한갑 정도 피우니까 신부에게 바가지 긁힐 요건은 별로 없단다. 삼부(三扶)토건에서는 받는 월급에 서울시장이 마련해 준 3·1로 중산층 「아파트」와 O백만원의 생활안정기금이 있으니까 『신부 고생은 절대 안시킨다』는 김씨의 공약이다. 『좋은 아가씨 있으면 중매 서십시오. 마음에 들면 몇달 연애해 보고 결혼하죠』 장가가는 것 말고 김씨가 올해에 해야 할 일이 또하나 있다. 다름아닌 대학진학. 42년 함북(咸北) 청진(淸津)에서 태어난 김씨는 흥남(興南)고등기계공업학교를 졸업, 본의 아니게 124군부대에 입대, 남파(南派)된 것. 그래서 원래의 포부를 살려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것. 당국의 알선으로 곧 H대학에 편입할 예정으로 현재 편입 시험준비에 정신이 없다. 『제대로 교육을 받고 내 힘으로 내 가정을 꾸려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야 진정한 민주시민이 아니겠어요?』 자유대한 2년3개월은 김씨에겐 천국이었다. 김씨는 대한민국 2년3개월의 소감을 「멋 있는 사회」라고 한마디로 표현했다. 자기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하는 중고교생을 보면 마치 동생같고 옛날 자기처럼 김일성(金日成)에게 속아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수백만 북한 젊은이들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나 자유만끽의 2년3개월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고 비판을 가할 줄도 아는 김씨다. 『서울 거리에선 이따금 대낮부터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이 있더군요. 자기 주량껏 마셔야지요. 주정하는 자유, 곤란해요』 『「미니」도 좋지만 「미니」와 악어 「핸드백」에만 정신이 팔리면 곤란해요. 어떤땐 저게 「미니」인지 「팬티」인지 모를 때가 있어요. 총각인 저야 구경거리로 좋지만, 글쎄요…』 이래서 김씨는 무릎위 10cm 이상의 「미니」엔 반대라고 못박는다. 최근 일어난 여러 사건에 대해서도 민주시민다운 일가견을 갖고 있다. JAL기 피납사건에 대해선 『정부의 노력은 이해하지만 제 생각같아선 그대로 북괴로 보내주는 것도 좋았어요. 그래야 일본사람들도 지옥같은 북한을 알게 될 거 아녜요?』-정인숙(鄭仁淑)양 피살사건엔 『아가씨들이 그런 식으로 살려고 들면 큰일』이고 와우(臥 牛)「아파트」 사고에 대해선 『업자들이 이익만 생각지 말고 양심껏 공사를 했어야죠』다. 가장 가슴 아프면서도 고마운 충고는 잘 다니던 명(明)동 어느 다방 「레지」아가씨의 말. 『제발 제2의 이수근(李穗根)이만 되지말라』고 하더란다. 김씨는 그 아가씨의 말이 자기를 반갑게 맞는 서울시민 모두의 가슴 한구석에 숨어있는 불안일거라고 하며 여러분의 불안을 씻기 위해서라도 더욱 선량한 시민으로 살아가겠다는 각오. 4월 14일 환영대회에서 주민등록증을 받아쥠으로써 김씨는 떳떳한 서울시민이 되었다. 그동안 서울에서 배운 당구가 1백20. 바둑은 13급 정도다. 『장가 빨리 가야할 이유가 또하나 있어요. 시장에 나가보니까 물건사는덴 남자보다 여자가 낫더군요. 물건 잘 고르고 값도 잘 깎고. 게다가 하도 얼굴이 팔려놓아서 「아, 김신조씨군요」하면 값을 깎자고 할수도 없고…참 곤란해요』 그러니 결혼하면 생활비가 30%쯤 절약될거라는 속셈. [선데이서울 70년 4월 19일호 제3권 16호 통권 제 81호]
  • 與의원 상품권사업 연루 의혹

    사행성 게임과 상품권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8일 열린우리당 A 의원이 상품권 발행업체 ㈜삼미와 함께 상품권 사업을 하는 업체 J사의 수익을 나눠가진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J사는 삼미가 발행하는 상품권 총판회사로 A 의원의 친척이 이 회사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삼미와 J사 사이 거래내역을 살피고 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사내가 2년새 집안식구 5명을 독살한 내막은

    “유산 몇 푼 더 챙기려고….부모와 조카들을 죽이는 천하에 둘도 없는 패륜아가 되다니!” 중국 대륙에 유산을 챙기기 위해 자신의 부모와 조카들을 무참히 독살해버린 패륜 부부가 붙잡혀 물신 풍조의 만연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5일 중국신문(中國新聞)망에 따르면 독살사건의 용의자는 쓰촨(四川)성 루저우(瀘州)시에 살고 있는 장(蔣)모 부부.이들 부부는 2년여동안 아버지와 어머니를 독살했을 뿐 아니라,아버지의 유산을 모두 물려받는데 걸림돌이 되는 동생부부와 조카딸을 무참히 독살한 혐의로 붙잡혔다. 장씨 부부가 독살한 아버지 장씨는 이발사를 호구지책으로 삼아 슬하에 2남2녀를 키웠다.이발사를 하면서 생기는 샐닢도 허투루 쓰지 않고 조금씩조금씩 여투어온 덕에 생활에는 어느정도 여유가 있었다. 이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맏아들 장씨 등 두 아들과 큰딸을 이미 결혼시켰으며 이들도 자녀를 두고 있다.둘째 딸은 루저우의 한 병원의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아버지 장씨 부부는 생전에 둘째 아들 부부와 손녀 딸과 함께 생활해왔다. 사건은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아버지 장씨의 아내(사건 용의자 어머니)와 그의 작은 며느리가 사망했다.건강했던 두 사람은 갑작스럽게 구토를 하며 입에 게거품을 물고 사지를 부르르 떨며 아주 고통스럽게 숨졌다.1년 뒤 2005년 이번에는 10살 밖에 안된 손녀딸인 둘째 아들의 딸이 같은 증상으로 보이며 사망했다. 올들어서는 4월 아버지 장씨마저도 또다시 같은 증상을 보이며 사망한데 이어,7월에는 둘째 아들마저 입과 코 등에 흰거품을 물고 사망한 시신으로 발견됐다.불과 2년여 동안 장씨 집안 일가족 5명이 모두 저승길에 오른 것이다. 그 친척들은 모두 “불과 2년새 일가족 5명이 죽은 사실이 조금은 이상했다.”며 “그래도 갑작스럽게 몹쓸 병을 얻어 모두 세상을 떠났구나.”하고 안타깝게 생각하며 이들을 양지바른 곳에 안장했다. 그러나 영원한 비밀을 없게 마련.장례식이 끝난 뒤 아버지 장씨의 두 딸과 맏아들간에 말다툼이 대판 벌어졌다.아버지 장씨가 남긴 유산을 둘러싸고 서로 많이 챙기려고 시끌벅적하게 떠든 것이다. 장씨의 두 딸에 따르면 돌아가신 부모님이 은행에 수만원(약 수백만원)을 에금했는데,이를 큰 오빠가 모두 삼킬려고 한다는 것.이 때문에 의심이 생긴 두 딸은 공안(경찰)당국에 집안 가족 5명의 사인이 불분명하다며 신고한 것이다. 공안당국은 즉각 매장된 집안 가족 5명의 시신를 부검한 결과 이들 모두 독살당한 것으로 밝혀졌다.이에 따라 여러가지 정황상 혐의가 짙은 맏아들 장씨 부부를 고의살인죄 혐의 등으로 긴급 제포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재테크 칼럼] 1세대 1주택 비과세 요건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은 세금에 딱 맞는 말이다. 제대로 정확히 알아야만 절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한 1세대 1주택 비과세 요건을 자세히 알아보자. 세법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다 이유가 있다. 세법에서는 1인 1주택 비과세라고 하지 않고 1세대 1주택 비과세라고 규정하고 있다. 세대별로 비과세 요건을 따지기 때문에 세법에서 인정하는 세대의 범위와 별도세대를 인정하는 기준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세법상 세대의 범위는 배우자, 자녀, 부모, 장인·장모, 조부모, 외조부모와 형제자매가 해당된다. 이러한 관계에 있는 사람은 따로 살면 상관 없지만 함께 살고 있으면서 집 한 채를 초과해 보유하면 양도세 과세대상이 된다. 취학이나 요양차 또는 직장과 사업의 형편상 일시적으로 따로 살고 있는 경우는 따로 살더라도 같이 사는 것으로 봐서 1주택 비과세요건을 따진다. 또 자녀가 따로 살고 있어도 연령이 만으로 30세 미만이면서 소득이 최저 생계비 수준 미만이거나, 결혼하지 않은 경우는 독립된 세대로 보지 않는다. 이러한 자녀에게 집이 있다면 부모가 가지고 있는 집과 합하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 모두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1세대 1주택이면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에 상관없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서울에서 1세대 1주택으로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3년을 보유하고 2년을 거주해야 한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이면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임대주택에 살다가 살던 임대주택을 분양받은 경우는 보유기간에 관계없이 해당 임대주택에서 5년 이상 살았으면 양도소득세가 없다. 또 한 채만 가지고 있던 집이 수용된 경우도 기간에 관계없이 비과세 대상이 된다. 해외로 이주하거나 취학, 직업상 이유로 1년 이상 계속해 외국에 살게 돼 주택을 파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때는 세대 전원이 이주해야 하고, 이주일로부터 2년 이내에 양도해야 한다. 1세대 1주택이면서 1년 이상만 거주하면 비과세 되는 경우도 있다. 살고 있던 집이 재건축·재개발되는 동안 다른 주택을 취득해 살고 있다가 재건축·재개발이 완료돼 잠시 살고 있던 집을 팔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재건축아파트가 준공된지 1년 안에 팔아야 한다. 둘째 세대 전원이 취학이나 근무상의 형편, 요양과 같은 부득이한 사유로 다른 시·군으로 이주한 경우다. 반드시 세대 전원이 이주해야 하지만 주택 소유자가 아닌 세대원 중 일부가 취학 등의 사유로 잠시 주거를 옮기지 못한 경우도 비과세 혜택을 주기 때문에 굳이 자녀가 전학갈 필요는 없다. 본래 살고 있는 집 외에 가끔 이용할 목적으로 친척이나 친구들이 돈을 모아 한적한 곳에 공동으로 집을 한 채 사두는 경우가 있다. 세법에서는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집도 사람별로 각각 1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2주택자가 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안만식 세무사 예일회계법인 세무본부장
  • ‘치어’만 잡고…

    ‘치어’만 잡고…

    ‘검찰은 지금 바다 속에 빠져 있다. 바다 속이 너무 넓다.’ 검찰 고위 간부의 이 한마디는 ‘바다이야기’ 수사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검찰은 올초 사행성 게임과 상품권 비리 의혹 수사에 나설 때만 해도 자신만만했다. 게임기 업자들이 게임기를 조작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했다는 의혹을 잡고 불법인 ‘메모리 연타’ 기능이 들어있는 점을 밝혀내며 수사에 속도가 붙는 듯했다. 하지만 언론과의 만남에서 촉발된 노무현 대통령의 ‘바다이야기’ 발언 이후 단순 사건이 ‘도박게이트’로 비화되면서 정·관계 로비 의혹 여부로 수사 초점이 바뀌었다. 급기야 검찰총장의 지시로 100여명에 이르는 메머드급 특별수사팀이 꾸려져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 관광버스 20대를 동원해 19개 상품권 지정업체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영등위 심의 과정에서의 로비 의혹, 노 대통령 친척인 노지원씨의 개입 여부, 상품권 업체 코윈솔루션에 청와대 행정관의 지분참여 및 개입 의혹, 상품권 총판 관련 조폭 개입 여부 등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하지만 수사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별수사팀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35명을 구속했지만, 당초 의혹이 제기된 비중 있는 인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을 직업별로 보면 공무원 2명, 보좌관 2명, 조직폭력배 4명, 브로커 7명, 업자 20명 등이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정치권, 특히 여권 실세의 개입 여부는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검찰이 5일 게임정책을 관장하던 문화관광부 곽영진 전 문화산업국장(현 총리실 교육문화심의관)과 김용삼 전 게임음반산업과장(현 예술종합학교 교무과장)이 구속된 김용환씨의 게임업체 안다미로에 각각 5000만원과 1000만원을 투자한 사실을 파악한 것은 소득이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6년간 한국문학 번역한 영국인 안선재 교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6년간 한국문학 번역한 영국인 안선재 교수

    “선생님, 된장찌개를 어떻게 영역해야 하나요?” “….” “그러면, 사랑채는요?” “….”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선뜻 대답하기가 그리 쉽지 않을 터. 영어에 어느정도 실력이 있다 하더라도 특유의 구수하고 감칠맛나는 우리의 전통음식이나 민족적 한(恨)과 정서를 그때그때 똑 떨어지는 말로 찾기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같은 ‘흥’과 ‘한’이 시나 소설, 우리 문학의 행간 깊숙이에 촘촘하게 엮어져 있어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결정될 무렵이면 영역 문제에 대해 새삼 거론되곤 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한국을 가장 잘 알고, 또 한국 문학을 충분히 이해하는 외국인 교수면 어떨까. 물론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가 출신은 당연지사여야 하겠지. 지난 주(11월27일~12월1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서강대 도서관에서는 흔치 않은 전시회가 열려 주목을 끌었다. 한국 문학을 16년째 번역해온 서강대 안선재(64·영국명 브라더 안토니) 영문과 교수가 그동안 한국문학을 영역한 책 26권을 모아 선보였던 것. 특히 이 전시는 내년 2월 안 교수의 정년퇴임을 앞둔 행사여서 김광규 시인 등 많은 문인들이 찾아와 축하와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특유의 능숙한 표현력으로 그가 영역한 책을 얼핏 보면 이렇다. 천상병의 ‘귀천’(Back to Heaven), 고은의 ‘화엄경’(Little Pilgrim), 김광규의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Faint Shadows of Love), 김영무의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고은의 ‘만인보’(Ten Thousand Lives), 서정주의 ‘밤이 깊으면’(The Early Lyrics)…. 올해에만 마종기의 ‘이슬의 눈’(Eyes of Dew), 고은의 ‘내일의 노래’(Songs for Tomorrow) 등 4권을 펴냈다. 안 교수는 1991년 대한민국 문학상 번역상을, 그리고 1995년에는 이문열의 ‘시인’(The Poet) 영역판으로 대산문학상 번역상을 각각 받아 그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고은의 선시(禪詩) ‘뭐냐’를 영역한 ‘Beyond Self’를 읽은 미국 비트세대의 대표적 시인 앨런 긴즈버그는 안 교수의 번역솜씨에 대해 “번역이 뛰어나다. 미국 시인들에 좋은 귀감이 된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쯤되면 우리 문학을 해외에 알리는 데 많은 공헌을 한 셈이다. 그가 한국문학의 해외전도사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슬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지난 11월28일 서강대 인문관 안 교수의 연구실에서 한시간 동안 만났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국적 냄새가 코끝에 물씬 풍겨온다. 가득한 책장 사이로 불교관련 그림들이 군데군데 보였고 녹차 마시는 다기(茶器)들도 눈에 많이 띈다. 의아한 표정에 눈치를 챘는지 “1990년부터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나가 틈틈이 다기를 구입했고 1994년에는 녹차 만드는 사람들을 알게 돼 지리산을 가끔 찾기도 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는 1980년에 한국에 처음 온 뒤 서강대에서 강의를 맡던 1994년 한국인으로 완전히 귀화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한국적인 것에 흠뻑 빠진 까닭이 아니겠느냐고 웃는다. 한국문학을 번역해오면서 느낀 소감을 물었다.“프랑스에 있을 때 시를 영역한 경험이 있다.”면서 “한국문학은 전통적 재미와 여유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어와 비교할 때 문법과 스타일이 다르고 특히 한국적인 ‘맛’을 번역하기가 힘들다고 부연했다. 예를 들어 ‘안성댁’‘보릿고개’‘된장찌개’‘사랑채’ 등을 번역하려면 고민이 많이 된단다.‘된장찌개’와 ‘사랑채’를 어떻게 번역하느냐고 했더니 “된장찌개는 Bean Paste Soup, 사랑채는 Men’s Court정도면 되지 않겠느냐.”며 슬그머니 미소를 짓는다.(일부 인터넷 상에는 사랑채를 ‘Love House’ 개념으로 잘못 번역된 곳도 있다.) 우리나라 번역문학의 문제점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많이 번역해내는 것보다는 국제적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헝가리나 불가리아 등 유럽쪽에서도 1년에 외국어로 번역되는 게 고작 10여권정도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2005년에만 영어로 30권이 출간됐다고 했다. 따라서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 또한 다량의 번역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200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헝가리의 임레 케르테스의 경우 작은 소설을 불과 2권정도 번역됐는데 그나마 팔리지도 않았다고 했다. 올해 노벨상 후보로 올랐던 고은씨에 대해서는 “다음 노벨상 수상자로 분명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제한 뒤.“그의 시는 그냥 보여주기 위한 시가 아니라 압축된 인생이 꾹꾹 담겨 있으며 그동안 9개국어로 25권정도 번역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의 작품 중 ‘만인보’는 정말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고은 시인과는 1991년 그의 시선집을 번역하면서 알게 됐다. 이어 한국문학의 문제점도 날카롭게 지적한다.“최근 세계문학의 흐름이 잘 소개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문학은 세계의 흐름과 동떨져 있다.TV드라마같은 작품이 너무 많으며 한국문학은 이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라면서 세계 작가들과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인들은 요즘 전통문화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어느날부터인가 된장보다는 스시(壽司)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옛날 왕궁음식 등을 프로모션하는 일이 여전히 부족하고,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젊은 부부들은 맞벌이와 집값 걱정 때문에 전통음식을 준비할 시간이 점점 없어지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국의 전통음식은 정말이지 건강을 유지시켜줍니다. 특히 외국에서는 한국의 발효음식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있지요. 다시 찾아야 합니다.” 안 교수는 이 같은 주장을 자주 펼쳐 주위에서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인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옛날 고시나 한시는 물론 공자와 맹자 등도 자주 읽어 한자에도 어느정도 익숙하다.“한자를 모르면 한국 문학의 깊이를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춘향가나 판소리는 중국과 다른 고귀함이 있는데 젊은이들은 잘 모르기도 하고 또 재미없어 외면한다.”고 일침을 놓는다. 1940년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테제(Taize) 공동체 수사(修士)인 안 교수는 잉글랜드 지방 출신으로 필리핀 빈민촌에 머물던 중 김수환 추기경의 초청으로 26년 전 한국에 오게 됐고 1985년부터 서강대 영문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영국에는 현재 사촌 등의 친척이 산다. 서울 화곡동에서 프랑스와 스위스 출신 수사 3명과 함께 지내는 그는 홍어찜과 산채비빔밥을 좋아한다. 가끔 지리산으로 떠나 현지에서 나는 싱싱한 산나물을 먹고 물소리를 들으며 녹차를 마실 때가 더없는 평화를 느낀다고 했다. 당연히 독신이기에 눈치봐야 할 가족도 없다. 휴일 인사동에 나갈 때면 고 천상병 시인의 부인 목순옥 여사를 꼭 만나 정담을 나눈다. 목 여사의 수필집 ‘날개없는 새’(The Poet´s Wife)를 번역한 인연도 있다. 정년 퇴임 후의 계획을 묻자 “지금과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강의하고 책을 보고 번역을 하고, 차마시고….”라며 활짝 웃는다. km@seoul.co.kr
  • ‘위험천만’ 용강 시범아파트 직접 가보니…

    ‘위험천만’ 용강 시범아파트 직접 가보니…

    마포대교와 서강대교 북단 사이 마포구 용강동 강변북로변에는 마치 1970년대에서 시간이 멈춰 버린 듯한 허름한 아파트 건물 9개 동이 강변을 따라 뱀처럼 길게 누워 있다. 이 건물은 35년 전에 세워진 용강시범아파트. 최근 안전진단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이 아파트에서는 240가구의 주민들이 불안에 찬 하루하루를 보낸다. 겨울 문턱에 접어든 29일 찾은 용강아파트는 여기저기 덧칠해 놓은 시멘트마저 조각조각 떨어져나가 30여년이라는 세월을 실감케 했다. 서울시가 세운 용강아파트는 아파트 자체가 드물었던 1971년 6월 중산층을 대상으로 12평,15평,18평형의 분양이 이뤄졌다. 하지만 전망 좋은 주변 곳곳에 평당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요즘, 강변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의 모습은 흉물스럽기 그지없었다. 층과 층 사이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외벽을 지탱하는 기둥이 휘어져 층마다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동도 있고 외벽과 기둥의 콘크리트가 떨어져나가 철근이 그대로 보이는 동도 있었다. 비가 올 때는 용강아파트 옆에는 주차를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시멘트나 페인트 조각이 떨어져 차가 상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7층짜리 3동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니 탁 트인 강변의 전망보다 사방으로 금이 간 환기구 굴뚝이 먼저 눈에 띄었다.4동쪽 가장자리로 가서 밑을 내려다보니 옥상부터 시작된 균열이 1층까지 이어져 있었다. 건물 내부에 들어가보니 천장부터 시작해 벽 부분부분이 시커멓게 변색돼 있었다. 노후된 수도관에서 새어나온 물이 스며들어 벽 안부터 부식이 이뤄진 탓이다. 화장실 수도꼭지를 틀자 수도관에 녹이 가득 차 꺼멓고 약한 물줄기가 사방으로 튀었다. 주민들은 ‘지진체험’이 일상화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옆의 도로로 큰 트럭이라도 지나가면 탁자 위의 컵이 움직일 정도로 흔들림이 느껴진다는 것. 지난 장마철에는 불안에 떨던 주민들 대부분이 근처 찜질방이나 친척 집으로 ‘피난’을 가기도 했다. 용강아파트는 지난 2000년 마포구가 시행한 안전진단에서 A∼E등급 중 D를 받은 데 이어 지난 4월 주민들이 자체 의뢰한 안전진단에서 전 동이 최하위인 E등급을 받았다. 마포구는 240가구에 대한 보상과 사업비 등으로 249억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예측한다. 구 예산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규모다. 이에 마포구는 지난 20일 오세훈 서울시장 방문 때 용강아파트 철거 및 부지 공원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주민 박치광(46)씨는 “결빙기가 다가와 주민들의 걱정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하루라도 벽에 간 금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아직 용강아파트에 대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워놓지 않고 있다. 건설은 시가 했지만, 소유권이 민간에 있기 때문에 용강아파트에 대해 보상을 해줄 경우 다른 민간 아파트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 시장 방문 당시 권영진 정무부시장이 직접 현장에 다녀간 이후 현황 점검 등에 이전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대문 연희시범아파트의 경우 위치가 산 밑이라 공동근린공원에 포함돼 쉽게 공원화가 될 수 있었지만, 용강아파트는 위치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대책을 세우게 된다면 용강아파트뿐 아니라 서울에 있는 시범아파트 8곳 전체를 전반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임신(姙娠)한 여고(女高)3년생 그로부터 13년

    임신(姙娠)한 여고(女高)3년생 그로부터 13년

    자신이 쓴 수기(手記)가 영화(映畵)로 기획되자 그 영화의 주연까지 맡게 되어 자신의 생활을 「스크린」위에서 재연하게 된 이색여심(女心)- . 『이 여인의 슬픔이』(전조명(田朝明)감독)의 원작자이자 주연배우로 등장하는 김소연씨(金昭延·32·본명 김지연(金志延))『영화보다 더 슬프고 쓰라렸던 13년간의 결혼생활』을 영화 속에서 되뇌어 보려는- 이 한맺힌 여인의 사연을 들어보면- . 순결뺏은 선생님과 결혼…두아이 낳고 2년후 이혼 「이 여인의 슬픔」은 18세때, 춘천(春川)의 모 여고 3학년생이던 김여인이 그녀보다 13세 손위인 수학선생 한테 처녀를 빼앗기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사랑이 어떤 것인지 알지도 못한 채 그 스승과 결혼해서 13년. 金여인은 세상 여자가 그렇듯 아내가 되고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됐다. 다만 다른 여인들처럼 평탄하게 살아오지 못한 데서 「드라머」가 형성된다. 13년간의 결혼생활은 2년간의 동거, 5년간의 별거 그리고 합의이혼 뒤 3년간의 독신생활, 다시 돌아온 남편과의 재결합, 그뒤 오늘까지의 아내의 위치가 기둥 줄거리로 구성된다. 『한 남편에 대한 집념이 여자를 얼마나 슬프게 했는가를 보여주는 거죠』- 김여인은 자신의 과거가 「픽션」이상으로 「드라머틱」하다고 한숨지었다. 3살때 일본으로 건너가 그 곳에서 국민학교와 중학교를 마치고 귀국한 게 15살때. 그럴싸해서인지 김여인에게는 일본 여인에게서 풍기는 특이한 분위기가 있다. 지금도 30대여인으로는 볼 수 없게, 더구나 파란곡절을 겪은 여인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게 애잔한 얼굴. 옷차림 역시 「스타」 지망생답게 화사하다. 여고 3년때의 그녀는 학교 안에서 손꼽히는 미녀였단다. 수학선생이 제자를 범한 이유인즉 『졸업하면 남에게 빼앗길것 같아서』. 예쁜게 탈인 소녀는 멋도 모르고 그 수학선생에게 몸을 바쳤단다. 그리고 임신. 졸업하기가 바쁘게 그 스승한테 시집을 갔다. 스승과 제자의 결합이 용납되질 않았다. 직장을 내놓은 남편은 고생을 모르고 자란 아내를 찢어진 가난 속에 빠뜨렸다. 그리고 돈을 벌자 2호, 3호를 얻어 들였다. 영화 속에서 김소연의 남편 역으로 등장하는 게 신영균(申榮均). 신영균은 지사(志士)적인 호탕함은 있으나 아내를 살뜰히 보살필 수 있는 자상한 남편은 아니었다. 하고싶은 일은 무책임할이만큼 늘어놓는 성미였다. 직장을 내던지고 제자와 사랑의 줄행랑을 놓을만큼 대담한 사랑이었지만 그것도 순간뿐. 사업을 벌여 돈이 생기자 2호, 3호를 얻어 들이고 어린 아내를 내동댕이쳤다. 2호는 「호스테스」, 3호는 여비서. 그 밖에 수많은 여자에게 아이를 잉태시켰다. 결혼 2년만에 두 아이를 낳은 김여인은 갓 스물살 때부터 자신의 행복보다 자식의 장래를 위해 의무적으로 살아야하는 여자가 됐다. 남편이 살림을 돌봐주지 않자 자신의 손으로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다. 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몸을 파는 짓 이외는 안해본 게 없다』. 『더욱 기막힌 것은』남편에게 이혼당할 때. 그녀는 2백만원의 빚을 안고 헤어졌다. 유혹도 많았으나 9년만에 다시 만나 위자료 대신 남편의 빚더미를 짊어진 것이다. 집을 담보로 2백만원의 부채를 청산했을 때 김여인에게는 새로운 유혹이 뻗쳐왔다. 담보를 맡은 변호사(지금도 명사급 인사)가 동거생활을 요구해 왔다. 의젓하게 아내를 가진 신사였다. 자신의 불행은 고사하고 『또 한사람의 불행한 여자를 만들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김여인은 그 변호사의 「프로포즈」를 뿌리쳤다. 또하나의 유혹- . 그것은 김여인이 음독자살을 꾀했을 때 죽음에서 구해준 한 착실한 청년(영화에서는 신성일(申星一))의 구혼이었다. 총각이었던 그 청년은 김여인의 과거를 고백받자 한층 더 적극적으로 구애를 했다. 『사랑이 이런것인가』하고 처음으로 깨우쳐준 청년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 구혼에도 고개를 저었다. 고통을 참고 외로움을 견디는 여성의 인고(忍苦). 그 때는 이미 법적으로 남이 되었지만 그녀는 언젠가 있을 남편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남녀가 부부로 맺어진다는 것은 애정보다는 인연의 결과입니다. 그 인연이 끊기지 않았던가 봐요. 여자로서의 자존심 같은건 문제가 아녜요』 2년 전에 남편은 방황을 끝내고 귀가했다. 별거부터 따지면 거의 9년만의 재결합이다. 지금은 행복하냐는 질문에 김여인은 『과거보다는- 』하고 소리를 죽였다. 수기를 쓰게 된 것은 『한 맺힌 과거를 스스로 정리해보려고』69년 봄부터 착수했다. 대학「노트」에 쓴 것을 2백자 원고지에 옮기니까 2천장 가량. 『지금도 더 쓰자면 한이 없다』고 말한다. 그 누구한테도 쏟아놓을 수 없던 괴로움을 독백하듯 수기로 엮었다는 것. 쓰고 나면 조금쯤은 속이 후련해졌단다. 그러나 그 누구에게도 쏟아 놓을 수 없던 이 여인의 슬픔은 엉뚱하게도 영화가 되어 만인 앞에 공개될 판이다. 노트에 적은 여자의 슬픔 우연한 인연으로 영화화 김여인의 친척뻘되는 사람이 우연히 이 수기를 읽고 소문을 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기획자인 박건태랑씨(朴健太郞·한때 전조명 감독의 조감독생활도 했다)는 김여인의 수기를 입수하자 이의 영화화를 서두르게 됐고 전조명 감독도 바짝 열을 올리게 됐다는 것. 전감독의 말은 『자기를 버린 남자에게 끝까지 쏟는 무서운 여자의 집념』을 「픽션」아닌 실화로서 「리얼」하게 그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화는 허락했어도 출연까지는 『상상도 못했다』고 김여인은 말했다. 김여인을 직접 등장시키자는 「아이디어」는 박씨와 전감독이 김여인을 만난 순간에 떠 오른 것으로 『배우 못지 않은 「마스크」에 맘이 쏠렸다』는 것. 망설인 끝에 남편의 허락을 받고 출연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이 성공할 경우 어떻게 심경이 변할지는 몰라도 『출연은 이 작품 하나뿐이고 배우될 생각은 없다』는 게 金여인의 말. 「스크린」에서 자기의 과거를 실연(實演)할 김여인은 이를테면 수기로서 못다한 애증(愛憎)의 세계를 영화에서 털어 놓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13년간 견딘 슬픈 여인의 사연이 어떻게 작품으로 승화될 것인가가 남아 있는 문제다. [선데이서울 70년 4월 5일호 제3권 14호 통권 제 79호]
  • 인간유전자 99.9%가 같다고?

    인간유전자 99.9%가 같다고?

    인간 유전자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서로 훨씬 많이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는 0.1%의 유전자 차이가 면역력 등 신체 조건의 차이를 불러오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0.3%, 또는 1% 이상까지 유전자가 다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어떤 이는 난치병에 걸리거나 특정 약물에 취약하지만 다른 이는 전혀 그렇지 않은 이유를 유전자 탓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하버드 의대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생거 연구소 등 13개 연구소는 백인종과 황인종, 흑인종 등 270명의 유전자 3000개를 해독한 결과, 이들 유전자의 10% 이상이 증식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23일 발간된 네이처에 발표했다. 인간 유전자는 무려 30억개의 코드를 갖고 있으므로 완벽한 해독에는 한참 더 시간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CCL3L1 같은 유전자가 흑인에게서 많이 증식되며 에이즈에 내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혈액의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는 동남아시아계에서 특히 많이 증식됐으며, 말라리아에 대한 저항력과 관련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특정 유전자의 증식 횟수와 다양성은 치매나 파킨슨씨병과도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그러나 나머지 90%의 유전자가 증식되지 않는 이유는 밝혀내지 못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이번 발견은 19세기 그레고어 요한 멘델의 유전법칙을 폐기해야 할 정도의 획기적인 것이라고 미국 휴스턴 배일러 의대의 제임스 럽스키 교수는 설명했다. 멘델의 법칙처럼 부모로부터 단지 2개의 유전 형질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증식된 다양한 종류의 유전자를 갖게 된다. 유전자의 증식 횟수도 사람에 따라 다르며, 이 때문에 인간은 육체적·정신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갖게 된다. 인간 유전자와 99% 동일하다고 알려졌던 침팬지도 실제로는 인간과 96%만 닮은꼴이어서 ‘한참 먼 친척’으로 밝혀졌다. 이번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에이즈, 파킨슨씨병, 치매 같은 난치병 및 다운증후군 등의 유전질환 치료에 새로운 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암에 취약한 사람의 유전자를 파악해 미리 진단할 수도 있다. 생거 연구소의 매튜 헐레스는 “연구진이 이번에 확인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수많은 질환의 유전적 원인을 찾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주택대출 규제 구멍 ‘숭숭’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이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잇따라 주택담보대출 규제 조치를 내놓았지만 실수요자와 다주택자 등 가수요자를 고를 방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높다. 우선 은행연합회가 금융회사에 제공하는 대출정보 집중 시스템이 허술하다. 은행연합회의 신용조회전산망은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할 때 가장 먼저 접속해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가늠한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차주의 주택담보대출 유무와 대출총액만 표시된다.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경우는 주택담보대출액에 신용대출과 예·적금담보대출 등 모든 대출금이 합산돼 표시된다. 따라서 은행은 고객이 다른 은행에 주택담보대출이 있을 경우 일일이 확인서를 떼 오라고 부탁해야만 정확한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어떤 대출인지 구분이 안돼 연간 총소득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과 기타 부채의 연간 이자 상환액을 합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인 DTI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점은 다주택 보유자를 골라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주택보유 현황을 파악하려면 건설교통부나 행정자치부의 전산망을 통해야 하지만 이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아파트 수십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현재 주택담보대출이 없다면 언제든지 대출받아 추가로 집을 살 수 있다. 부자 고객을 상대하는 시중은행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거액의 예금을 담보로 대출받아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예금담보대출은 잔액의 95% 이상을 대출받을 수 있고, 이자도 주택담보대출보다 훨씬 싸다. 또 현행 DTI 규제는 3개월 이내에 구입한 아파트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대부업체나 친척에게 돈을 빌려 집을 마련한 뒤 3개월 뒤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갚으면 그만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전산망 보완의 필요성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은행들이 우량고객을 빼앗길 것을 우려해 정보 공유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다주택자 등 부자들의 수요를 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부족한데도 부자들의 가수요를 따라가려는 이들의 대출을 자제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DTI 규제도 허점이 많다. 연소득을 대출받을 때 한 차례만 평가하기 때문에 현재 소득은 높지만 향후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정년퇴임을 앞둔 50대가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은 30대보다 더 많은 금액을 빌릴 수 있다. 또 대출기간을 20년까지 늘려 최대한 대출금을 높인 뒤 중도상환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 3년 후에 상환하는 편법도 우려된다.이에 따라 금감원은 지금처럼 기계적으로 DTI를 산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금융회사별로 개인의 소득과 부채, 신용등급 등을 평가해 ‘개인 채무상환 능력 지표’를 만들게 한 뒤 6억원 이하 주택의 담보대출에도 이를 적용하게 할 방침이다.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타령조(調) 살롱 차린 김세레나

    타령조(調) 살롱 차린 김세레나

    수수깡 울타리에 옥수수, 수수, 조 이삭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밀집 초가지붕엔 박덩굴이 큼직한 박덩이를 뒤룽뒤룽 매달고. 인기가수 金「세레나」양이 서울 명동 한복판에 차린 「살롱·세레나」의 이색적인 실내장식. 金「세레나」양이 그의 약혼자 이종묵(李鍾默)씨(연주인)와 함께 꾸몄다는 이 「갑돌이와 갑순이」식 살롱을 「노크」해보면. 농촌의 소박한 주막같은 분위기꾸며 「살롱」이라는 외래품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소박한 농촌 주막집에 들른 기분이다. 바구니와 항아리로 장식한 조명등이 우선 아늑한 「무드」를 형성하고 「스테이지」뒤가 괴괴한 인상을 풍긴다. 전깃줄은 새끼줄로 감쌌고 산과일과 밤송이가 산촌(山村)풍경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김(金)「세레나」는 그 속에서 얼굴 가득히 웃음을 담고 애교를 날리고 있었다. 그를 알아 보는 손님에게는 직접 나가 술잔을 부딪치기도 했다. 술을 마신다는 기분보다 金「세레나」양과 한 자리에 앉는다는 즐거움이 더욱 고객을 취하게 만드는지 모를 일이지만. 「살롱」안에 농촌풍경을 담은 이유를 그녀는 이렇게 설명했다. 『기계문명에 시달린 사람이 그리워하고 편안히 쉴수 있는 자리가 이런 곳 아니겠어요? 온 종일 번잡한 일에 지친 사람이 술집에서 조차 기계적인 분위기에 부딪친다면 진정으로 쉬는 게 못 될것 같아요』라고. 그러나 金「세레나」가 자신의 이름을 붙인 「살롱」을 농촌 「무드」로 만든 것은 그나름의 생각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갑돌이와 갑순이』, 『성주풀이』등을 부른 金양의 상표는 이른바 국내 최고의 타령조 민요가수. 민요가수가 경영하는 「살롱」이니까 농촌 「무드」로 개성을 살리자는 게 당연한 생각일지 모른다. 金「세레나」가 「살롱」 경영을 생각한 것은 2개월쯤 전이다. 『무엇이든 부업을 가져야 할텐데 우선 손 쉬운게 이런 것이었다』는 얘기. 처음엔 주유소를 할까, 여수(麗水)에 잠수선(잠水船)을 살까하고 망설였다. 주유소는 번잡하지 않게 돈벌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고 잠수선은 약혼자 이종묵(李鍾默)씨의 친척이 여수에서 그 계통 사업을 하고 있으니까 손쉬운 투자(投資)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투자보다 직접 취미도 살리고 여가 이용도 할 수 있는 「살롱」 경영이 훨씬 마음을 끌었다는 것. 명동 성당 어귀에 있는 이 건물은 원래 「바」자리였다. 지하로 몇층계 내려가서 넓이 40평쯤 되는 「홀」. 이것을 7백만원에 사서 3백만원 들여 치장을 끝내고 3월중순 소문없이 개업했다. 「홀」에는 90명쯤 들어앉을 「테이블」이 마련됐고 조그마한 「스테이지」도 꾸며졌다. 이 「스테이지」에서 金「세레나」는 이따금 노래를 선사한다. 낮에는 「차와 경양식」을 겸해서 차 한잔 마시러 와서도 金「세레나」와 얘기 할수 있다. 물론 항상 있는 건 아니고 평상시는 전자「오르간」이 이를 대신하지만. 약혼자와 1천만원 들여…음악은 모던·재즈 민요만 金「세레나」의 약혼자 李씨는 「세레나·살롱」의 「뮤직」을 「모던·재즈」와 순수 민요의 두가지로 나누고 「팝·송」이나 일반 대중가요는 하지 않겠다는 주장이다 . 「섹소폰」주자인 李씨의 12인조 「밴드」가 「모던·재즈」를, 그리고 金양이 민요를 맡는다는 계획. 이들은 이 「살롱」에 1천만원을 눈하나 깜짝 않고 투자했다. 그만큼 이들 「커플」은 재력에 자신이 있다. 노래, 연주만으로는 살수가 없어서, 쥐꼬리만한 연예활동 수입으로는 앞날이 걱정돼서 따위 흔히 부업찾는 연예인이 말하는 부업의 변(辯)과는 사정이 다르다. 사실상 金「세레나」는 국내 가수중 가장 수입이 좋은 가수로 꼽힌다. 극장, 「나이트·클럽」의 「개런티」도 인기 만큼이나 짭짤하다. 그위에 성격이 억척. 『미용비가 아까워서 머리를 기른다』고 말할만큼 그녀는 돈에 알뜰하다. 누가 뭐라고 하든 이들 「커플」의 『잘살아보자』는 의욕은 남이 따를수 없다. 그래서 金「세레나」는 불과 3년전에 지녔던 서울 신설(新說)동 전셋집에서 이문(里門)동 한식 주택을 샀고 다시 작년엔 한남(漢南)동에 그림같은 2층양옥을 지었다. 15명의 종업원과 미모의 「웨이트레스」들이 분주히 돌아가는 「살롱·세레나」에서 金양은 마냥 흐믓한 표정을 지었다. [선데이서울 70년 3월 29일호 제3권 13호 통권 제 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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