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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마약 거래 시도 혐의 탐사기자 석방

    러시아, 마약 거래 시도 혐의 탐사기자 석방

    러시아 당국이 마약 거래 시도 혐의로 체포됐던 유명 탐사보도 전문기자를 석방했다. CNN 등 외신은 1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 러시아 내무장관이 온라인 매체 ‘메두자’ 기자 이반 골루노프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했다고 보도했다.콜로콜체프 장관은 “생물학·법의학적 검사, 지문과 DNA 검사 결과에 따르면 골루노프가 범죄에 참여했다는 증거가 없어, 그에 대한 수사를 종결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골루노프를 체포했던 경찰관들은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 콜로콜체프 장관은 또 내무부 러시아 서부지역 담당 책임자와 모스크바 마약국장 등 고위관료 두 명의 직위해제를 요청한 상태라고 발표했다. 앞서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돼 가택연금 상태였던 골루노프는 이날 전자발찌를 벗고 완전히 석방됐다. 모스크바 지역 공무원들의 부패에 관한 탐사보도로 유명한 골루노프는 지난 6일 모스크바 시내에서 경찰의 검문을 받았는데, 배낭에서 마약성 물질 4g이 발견돼 체포됐다. 경찰은 이어 골루노프의 임대 아파트에서도 코카인 5g과 의심스러운 가루가 담긴 봉지, 저울 등이 발견됐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골루노프에 대한 수사가 그의 폭로성 취재와 연관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고, 야권 정치인들이 이를 지지했으며, 친정부 언론도 연대를 시작했다. 최근엔 주요 매체가 “나(우리)는 이반 골루노프다”라는 제목으로 일제히 기사를 냈다. 급기야는 경찰이 골루노프의 아파트에 있는 비밀 마약제조실 사진이라며 내무부 사이트에 올린 사진 9장 중 실제 그의 아파트에서 찍은 건 1장 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의 사건 조작 의혹이 커졌다. 러시아에서 이처럼 누군가에게 약물을 ‘심어’ 혐의를 씌우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당국이 이렇게 입장을 뒤집어 수사를 종결시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에 대해 CNN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사건을 조작한 경찰을 파면해, 러시아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부패한 공무원과 자신의 대조적인 모습을 부각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가 영웅 대신에 프레임을 만드는 쪽을 선택했다”고 논평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SNS 통해 44년만에 해후한 모녀

    SNS 통해 44년만에 해후한 모녀

    자녀와 생이별을 했던 어머니가 경찰 도움으로 44년 만에 둘째 딸과 극적으로 해후했다. 가정형편과 건강 때문에 두딸을 입양보냈던 서안식(69)씨는 가슴속에 묻고 살았던 막내 딸 조민선(47)씨를 끌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서씨가 두 딸을 떠나보내야 했던 때는 1973년. 작은딸 미선(47)씨를 힘겹게 출산한 서씨는 전북 전주시의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데다 산후 후유증으로 도저히 집에서 혼자 몸조리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5개월 뒤 집으로 돌아왔을 때 두 딸은 이미 위탁기관으로 보내진 뒤였다. 남편은 서씨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첫째 딸 화선(당시 2세)씨와 미선씨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맡겨버렸다. ‘제대로 키울 수가 없을 것 같아서’가 변명이었다. 충격을 받은 서씨는 두 딸의 오빠인 아들만 데리고 그대로 집을 나와 남편과 별거에 들어갔다. 몇년 뒤 남편이 ‘재결합하자’고 찾아왔지만 서씨는 “화선이와 미선이를 데려오기 전에는 절대 합할 수 없다”고 내쳤다. ‘딸들을 꼭 찾아오겠다’던 남편이 소식도 없이 세상을 떠나버린 사실을 파악한 서씨는 2017년이 돼서야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경찰은 수사력을 총동원해 딸들의 행방을 추적했다. 단서라고는 ’첫째 딸은 익산, 둘째 딸은 영아원으로 보냈다‘는 남편의 말이 전부였다. 경찰은 미선씨가 맡겨졌던 전주영아원 기록을 통해 미국 시애틀로 입양된 사실을 확인했다. 기록상 미선씨는 2살이던 1975년에 입양됐으며 영어 이름은 맬린 리터(Maelyn Ritter)였다. 경찰은 페이스북을 통해 맬린 리터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세계어서 2명뿐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어 시애틀에 거주하는 한 동명인(Maelyn ritter)에게 메일을 보내 입양 여부를 확인, 미선씨를 찾아냈다. SNS를 통해 흩어졌던 가족을 찾아낸 순간이었다. 미선씨는 서씨와 유전자도 일치했다. 모녀는 지난 10일 서울의 해외입양연대 사무실에서 눈물로 재회했다. 미선씨는 미국에서 어엿하게 성장해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으로 변해있었다. 가정을 이룬 남편도 상봉 현장에 동반했다. 모녀는 12일 전북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둘째 딸을 품에 안은 소감과 첫째 딸을 향한 그리움을 전했다. 서씨는 “찢어지게 가난했던 가정형편과 남편의 독단으로 두 딸과 헤어졌지만 경찰의 도움으로 44년 만에 미선이를 만나게 됐다”며 “처음 보자마자 헤어졌을 당시의 미선이 모습이 겹치면서 눈물만 났다”고 울먹였다. 서씨는 ”큰딸도 찾고 싶다. 엄마에게 빵 사달라는 말을 참 많이 했다. 이제는 양껏 사줄 수 있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많은 분이 도와주면 화선이도 곧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애타는 심정을 밝혔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전 남편 살해’ 고유정, 보름 전부터 계획…드러난 범행 전말

    ‘전 남편 살해’ 고유정, 보름 전부터 계획…드러난 범행 전말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의 범행 전말이 경찰 수사로 드러났다. 고씨는 최소 보름 전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11일 제주동부경찰서가 발표한 수사결과와 연합뉴스 보도 등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9일 아들 면접교섭 관련 재판 때문에 법원에서 전남편 강모(36)씨를 만났고 이 자리에서 범행일인 지난달 25일이 면접교섭일로 정해졌다. 면접교섭 재판 다음날인 지난달 10일부터 고씨는 인터넷으로 범행 도구나 시신 훼손·유기 방법에 대해 검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고씨가 이 때부터 범행을 계획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으로 시신 훼손 방법 등 검색…도구 미리 구입 지난달 17일 고씨는 충북 청주 자택에서 20㎞ 떨어진 한 병원에서 졸피뎀 성분이 든 수면제를 처방받아 병원 인근 약국에서 약을 구입했다. 18일에는 고씨가 본인의 차량을 가지고 여객선으로 제주로 갔다. 이 때 시신 훼손에 쓸 도구도 청주 주거지에서 챙겨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제주에 온 지 나흘 만인 지난달 22일 오후 11시쯤 제주시의 한 마트에서 칼, 표백제, 고무장갑, 세제, 청소용 솔, 세숫대야 등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물건을 산 것으로 파악됐다. 고씨는 범행 전부터 살해와 시신 훼손, 흔적을 지우기 위한 세정작업까지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씨는 해당 물품을 카드로 결제하고, 이어 본인의 휴대전화로 바코드를 제시해 포인트 적립까지 하는 여유를 보였다.범행 당일인 지난달 25일 고씨는 아들과 함께 피해자 강씨를 만나 함께 제주시 조천읍 모 펜션에 입실했다. 고씨 진술에 따르면 입실 시각은 오후 5시쯤이다. 경찰은 입실 당일 밤에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사 결과 피해자 혈흔에서 수면제인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 현장의 혈흔을 분석하자 공격흔 없이 방어흔만 발견됐고 피해자가 도망가는 듯한 형태를 보였다. 따라서 고씨가 범행을 위해 약물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고씨는 범행 이튿날인 26일 아들을 친정집에 데려다준 뒤 다시 펜션으로 돌아왔다. 고씨는 이후 피해자 시신을 훼손한 뒤 상자 등에 나눠 담아 지난달 27일에 펜션에서 퇴실했다. ●혈흔에서 졸피뎀 검출…허위문자 보내 알리바이 시도 퇴실일 오후 4시 50분 제주시 이도일동 모처에서 강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허위문자를 보내 알리바이를 만들려는 듯한 시도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날 오후 8시 10분쯤 강씨의 가족들은 강씨가 귀가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또 2시간여 뒤인 오후 8시 14분쯤 자살의심 신고도 했다. 이에 경찰이 강씨의 휴대전화 마지막 신호가 잡힌 제주시 이도일동 주변을 수색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이때 경찰은 고씨에게 전화를 걸어 강씨에 대해 물었다. 이에 고씨는 “25일에 아들과 같이 강씨를 만나 펜션으로 이동했고 당일 오후 8시경 펜션에서 나갔다”고 진술했다. 28일에는 오후 3시 26분 고씨는 범행과 청소에 사용할 도구를 샀던 제주시의 한 마트에 다시 들러 사용하지 않은 물품을 일부 환불했다. 표백제, 테이프, 공구류 등을 갖고 가 환불하는 모습은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같은 날 오후 6시가 넘어서는 제주시의 또 다른 마트에 들러 종량제봉투 30장과 여행용 가방 등을 샀다. 경찰은 고씨가 여객선을 타러 가기 전 여행용 가방과 봉투에 시신을 옮겨 담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고씨는 이어 제주항에서 오후 8시 30분 출항하는 완도행 여객선을 탔고, 출항 1시간 뒤인 오후 9시 30분 배에서 여행용 가방을 열어서 훼손된 시신 일부가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봉지를 7분 가량에 걸쳐 바다에 버렸다. 같은 날 늦은 밤 완도항에 도착한 고씨는 야간에 차를 몰아 이튿날인 29일 새벽 경기도 김포에 있는 가족 명의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범행 뒤 2차 시신 훼손…방진복·덧신도 구입 고씨는 범행 후 이동하는 과정에서 인터넷으로 시신 훼손에 쓸 도구를 김포로 주문했다. 이 도구를 받아 김포의 아파트에서 29∼31일 사이에 시신을 훼손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포에 도착한 뒤에도 29일 오후 3시 30분쯤 인천의 한 마트에서 사다리와 방진복, 덧신, 커버링 테이프 등을 구입한 것이 확인됐다. 경찰은 시신을 2차 훼손하는 과정에서 실내나 옷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사다리를 이용해 실내에 커버링 테이프를 붙이고 방진복도 이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씨는 31일 새벽에 김포 아파트의 쓰레기수거함에 피해자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봉투를 버렸고, 이후 청주의 주거지에 갔다. 이튿날인 지난 1일 오전 경찰은 고씨를 청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긴급체포했고, 제주동부경찰서로 압송해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곗돈 2천만원으로 음반…40대에 가수 도전한 나, 칭찬하고 싶죠”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곗돈 2천만원으로 음반…40대에 가수 도전한 나, 칭찬하고 싶죠”

    ‘늦깎이 데뷔’ 김가인이 말하는 가수 도전기“40대 중후반이던 그때, 참 많이 울었습니다.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죠. 남편이 하던 사업은 쫄딱 망해 거리에 내쫓겼고… 그 뒤 남편은 직장암 수술도 받아야 했습니다. 제 인생이 너무 허망하고, 남는 게 아무것도 없겠다 싶더군요. 정말 어려운 살림 속에서 차곡차곡 붓던 곗돈으로 CD 음반을 덜컥 냈지요. 지금 생각해봐도 무슨 정신이었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그러나 요즘엔 가수 활동을 하는 제 자신을 제가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도전하기에 늦은 나이가 없다’는 게 요즘 코드 ‘도전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는 게 요즘 확실한 대세다. 77세의 ‘할담비’ 지병수씨, 동갑내기의 모델 최순화씨가 이런 코드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10대 어린 나이에 혹독한 연습생 시절을 거쳐 가수로 데뷔하는 풍토인 요즘, 대중가요 가수로서는 은퇴를 고민할 40대 중후반에 가수를 시작했다는 그를 찾아갔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군자역 근처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인사하며 명함을 건네자 그는 두 개를 줬다. 하나는 ‘가수 김가인’이었고, 다른 하나의 명함에는 생계를 위한 직장과 본명이 적혀 있었다. 그는 또하나의 명함을 건네며 “생계를 유지해야 하니 ….”라며 말끝을 흐렸다. 사실, 대중가요에 별다른 흥미가 없는 기자도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늦깎이 가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그를 몰랐다. - 언제 가수로 데뷔했나. “그때가 12년 전, 40대 중후반이었던 2007년이었어요. 제가 ‘배호 가요제’에 입상하고 난 다음 입상자들의 노래를 모은 옴니버스 CD가 나왔는데 너무 무성의한 거예요. 그때 제생활이 너무 힘들어 미칠 지경이었데…, 예전에 방송국에서 노래로 출연할 때 작곡가 홍성욱 선생님을 알게 됐습니다. 홍성욱 선생님께 전화해서 ‘제 노래를 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더니 찾아오라고 하시더라고요. 찾아가니 마침 작사 선생님하고 같이 음악 이야기를 하고 계시기에 저한테 노래를 달라고 졸랐습니다. 그래서 2008년 11월쯤 제노래 CD가 처음 나왔습니다. CD를 내는 데 드는 돈은 동네 언니들과 같이 붓던 곗돈 2000만원을 타서 마련했습니다.” “매일 울던 40대 중후반… 제인생 너무 허망해월세 내기도 어렵던 시절…계돈 타서 CD 덜컥어디서 이런 용기 나왔는지 몰라… 절박한 듯”- 생활이 어려웠는데 곗돈으로 CD를 낸다? “남편이나 아들·딸에겐 음반이 나올 때까진 비밀로 했습니다. 말을 안했던 거죠. 지금 생각해도 무슨 용기였는지…. 그때 남편이 난리를 쳤지요. ‘먹고 살기도 힘든 데, 제정신이냐’고. 당시 전세는커녕 월세 내기도 어려웠거든요. 큰 애가 고등학생쯤 됐을까 그 애도 ‘우리 형편에 자비 음반이라니…’라고 큰소리칠 정도 였으니까요. 계라는 것이 곗돈을 타기 전에는 한 달에 80만원을 넣다가 타고나면 다달에 100만원을 붓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게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절박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CD를 내니 일이 잘 풀렸나. “CD를 내고 나면 다 알아주고, 가수가 되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때부터 일의 시작이었습니다. 산 넘어 산이었습니다. 제 노래를 알려야 하고, 소속사가 없으니 제가 일을 다 잡아야 했습니다. 고지식해서 어디 아쉬운 소리 할 줄 모르는 홍성욱 선생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물론 매니저를 둘 형편이 안 되니, 지방 공연이라도 있을라치면 제가 직접 차를 몰고 갑니다. 요즘엔 케이블 가요 전문 방송과 유튜브로 홍보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만 지상파 방송에도 좀 나가야 하는데 …. 노래교실 홍보 활동은 물론이고 버스가 3~4대 동시에 가는 산악회에도 따라가 홍보합니다. 방송보다는 나약하지만 많은 사람을 만나고, 오가는 길에 제 CD를 틀 수 있으니, 가만히 있다고 알려지는 것은 아니니깐요.” - 지금도 가족들이 반대하나. “지금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가족들이 다 응원합니다. 애들은 ‘우리 엄마, 정말 대단하다’고 말합니다. 연말 봉사로 작은 음악회라도 할라치면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줍니다. 참석해서 축하도 해주고요. 엄마가 가수 활동을 하는 것은 아이들이 많이 좋아하기도 합니다.” “CD 내자 신랑 ‘살기도 어려운데 제정신이냐’지금은 가족 모두 응원…자녀들 적극 도와줘이미자 모창 활동도…방송 출연에 지방 공연도”-이미자 이미테이션 가수로 활동했다던데. “이미자 선생님의 이미테이션 가수로 KBS TV 아침마당에도 나왔습니다. 이미자·나훈아·남진·조용필·김건모 이미테이션 가수 특집프로에도 나가고. 20대 초반에 제가 이미자 선생님의 노래를 부르면 주변에선 모창을 한다고 했어요. 저는 모창을 한 것이 아니라 그냥 불렀는데, 그렇게 들렸나 봐요. 한번은 모 대학교 교수님 회갑연에 가서 이미자 선생님 노래를 몇 곡 불러드렸는데, 갑자기 다른 가수 노래를 불러 달라고 요청하는 거예요. 그래서 신곡 몇 곡을 불러줬어요. 나중엔 소속사를 통해 들으니 ‘노래 너무 잘했고, 공연 너무 좋았다’고 했다더군요. 소속사 관계자도 그런 칭찬 처음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땐 정말 기분이 뿌듯했습니다. 수년 전 제가 이미자 선생님 이미테이션 공연으로 울산에 갔다가 옛날에 같이 오디션에 갔던 친구를 만났습니다. 울면서 밤새도록 이야기했지요. 이젠 그래도 제이름으로 된 CD앨범을 3집까지 낸 걸요.” - 생활이 왜 갑자기 어려워졌나. “남편이랑 일찍 결혼했습니다. 남편과는 1988년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남편은 제가 결혼하기 전인 1983년 대전MBC 신인가요 경연대회에서 주말, 월말에 진출하자 친오빠랑 같이 응원도 왔어요. 성실했던 남편 덕분에 우유 대리점을 하면서 먹고 살만했습니다만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에 대기업의 농간에 의한 ‘고름 우유’ 파동이 생겼습니다. 2000년 쫄딱 망했습니다. 집도 절도 없이 가족들이 거리에 나앉았습니다. 1년 정도 흩어져 살았지요. 시댁과 친정, 친척 집으로. 남편이 직장암 수술도 받았습니다. 저는 지인의 도움으로 작은 방을 마련하고선 보험 일을 시작했지요.” - 생활이 어려운데 가수가 되나. “처음엔 보험일 적응에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보험을 7~8년 하다 보니 갑자기 내 인생이 너무 불쌍하고, 남는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02년쯤부터 어릴 적의 꿈인 가수에 도전했습니다. KBS의 도전 주부가요 스타, SBS의 스타에 도전한다 등에 출연해 입상하면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그러다 배호 가요제에 입상하면서 가수가 되고 싶어서 작곡가 홍성욱 선생을 찾아갔던 것입니다. 가수활동을 하는 요즘도 돈은 못 벌고 있습니다.” “어릴적 친구랑 기획사 찾아가 오디션도 봐노래 부르니 ‘시골에 땅 얼마나 있나’ 물어가슴에 상처 남아…꿈까지 포기한 것 아냐요즘 제 노래 특징은 향토에 역사성 물씬”- 꿈이라고 가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소질이 있었나.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어릴 적 대전으로 이사와 살았는데, 명절이면 열렸던 지역콩쿠르대회는 휩쓸었습니다. 제가 아마 어머니의 끼를 물려받은 것 같습니다. 중고교 시절에는 제 성격이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았습니다. 그런 성격도 노래하면서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에 가수가 되려고 친구와 같이 기차 타고 서울에 와 오디션도 봤습니다. 서울역 앞에 있던 기획사를 찾아가니 노래를 이것저것 불러 보라고 하더군요. 노래 부르고나니 ‘어디서 왔느냐, 부모님 뭐 하시느냐, 시골에 땅이 얼마나 있느냐’를 꼬치꼬치 물어보더라고요. 노래만 잘해서 가수가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꿈을 접었습니다. 40여년 전 이야깁니다. 상처를 입었지만 제가 꿈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었던가봐요.” - 노래 제목이 추풍령, 양구 등 향토적이다. “네, 그렇지요. ‘양구에 오시면 십 년이 젊어집니다’라는 노래 덕분에 제가 2016년 양구군 홍보대사도 되었습니다. 양구군에 있는 ‘아! 파로호’를 녹음하기 전에 파로호에 가서 술도 뿌리고 절도 하는 등 제사도 지냈습니다. 사실 파로호에는 중국군뿐만 아니라 우리 어린 군인들도 많이 전사해 수장됐다고 하더라고요. 가슴이 많이 저렸습니다. 그리고 요즘엔 ‘추풍령을 아시나요’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녹음은 했지만, 아직 발표를 하지 못한 게 ‘남한산성’ ‘아아 황산벌’이 있습니다. ‘퇴촌에 살리라’도 있고. 그리고 보니 지역에 역사성을 갖춰내요. 작사를 해 주시는 이재준 선생님이 언론인 출신이어서 그런 것인가요? 황토색 짙은 노래 몇 곡 더 준비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한없는 사랑에 대한 노래를 한번 불러보고 싶습니다.” “꿈 있다면 나이와 관계없이 도전이 중요사람들 알아보지 못하지만 만족하고 행복해이런 것이 성공…돈 많이 벌어야 성공인가?”- 40대 후반에 나의 길을 찾아간다는 게 쉽지 않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꿈이 있다면 나이와 관계없이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살아 있을 때 하는 것이지,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도 40대 후반,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정말 어려울 때 시작했지만 그런 저를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그래도 지금 만족하고 행복합니다. 한 번씩 봉사활동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제 노래도 들려줄 수 있고 …. 이런 것이 성공이지, 많은 사람이 알아보고 돈을 많이 벌어야만 성공인가요. 체력이 다할 때까지 계속 할 겁니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가해자가 취약한 위치에 있는 피해자를 일부러 찾아 호감을 얻은 다음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하고 성폭력을 은폐할 목적으로 다양한 통제술을 사용하는 것을 ‘그루밍 성폭력’이라고 한다. 가해자의 그루밍은 자존감이 낮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된 피해자를 골라 신뢰를 쌓은 다음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관계를 점차 성적으로 만드는 단계를 거친다. 그루밍 상태에 빠진 피해자는 가해자의 성적 가해 행동을 자칫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 보니 가해자의 성폭력이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으로 피해의 본질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A씨가 B씨를 처음 만난 건 2013년. A씨는 2000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해 줄곧 가정주부로 지냈다. 그러다 2010년 남편과 사별했다. 가장이 된 A씨는 미성년 자녀 2명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심리상담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2급 자격을 취득하려면 1급 자격을 가진 상담사가 운영하는 기관에서 6개월간 수련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2013년 2월 한 심리상담센터의 실습 수련 과정에 등록했다. 센터 운영자 B씨는 수련감독자로서 A씨의 교육을 맡았다. B씨는 A씨에게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상담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 A씨는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씩 일주일에 6회 정도 B씨로부터 상담을 받았다. 또 ‘전문 상담사가 되려면 박사학위가 있어야 한다’는 B씨의 말에 A씨는 2014년 3월부터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지도교수는 B씨였다. 이렇게 B씨는 A씨와 수련감독자와 수련생 관계뿐만 아니라 상담자와 내담자, 지도교수와 제자라는 다중 관계를 형성했다. ‘상담자는 객관성과 전문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중 관계는 피해야 한다’는 상담학회 윤리강령을 B씨는 위반했다. ●“믿고 따랐던 사람한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B씨는 상담 때 “아빠, 엄마가 너를 걱정하진 않는다”, “왜 엄마(A씨)가 애들과 항상 같이 있어야 하지?”라며서 A씨에게 가족(친정, 자녀)과 주변 사람들을 멀리할 것을 요구했다. 또 “여자가 성적 균형이 안 맞는다”는 성적인 말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도 몇 차례 있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2014년 12월 30일 B씨는 A씨에게 상담학회 간사 일을 맡길 건데 할 일을 알려주겠다며 A씨를 불러 무인텔로 데려갔다. 그런데 B씨가 갑자기 A씨에게 달려들었다. A씨는 정신적 혼란을 겪었다. A씨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인 상담을 받으면서 힘들었던 모든 얘기와 가족도 모르는 사건들까지 다 말했다. 제 진로를 책임져 줄 사람이라고 믿고 따랐는데, 제 몸을 탐냈단 사실에 너무나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상담자이자 지도교수인 B씨와 성관계를 갖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거부했지만, 이후에도 논문·상담 지도 등을 이유로 자신을 무인텔로 불러내 관계를 가졌다고 했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성적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상담학회 윤리강령이다.최초 강간 피해를 입고도 A씨가 B씨를 따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A씨는 “뭐든 다해서 빨리 학위를 따면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B씨는 꾸준히 ‘너는 나와의 성관계로 잘 사는 것’이라고 했고, 그 말을 잠시 믿었다”며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자책했다. 학습된 무기력. 피해자가 ‘어떤 노력으로도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지고 현실에 안주하는 상태를 말한다. B씨는 이에 대해 “A씨와 내연 관계를 유지한 채 성관계를 한 사실은 있지만 A씨 의사에 반해 강제로 간음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무인텔을 갈 때 A씨가 자신의 차를 운전해서 이동했고, 금전도 대부분 A씨가 지불하는 등 일체의 성폭력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B씨가 각종 모임에서 내게 ‘사회화 과정을 배우라’라면서 식비, 커피 값, 담뱃값 등을 내라고 했고, A씨가 운전을 시키는 일도 많았다”면서 “당시 제가 할 수 있었던 방어는 그저 A씨가 지시한 일을 알아서 빨리 해버리고 집으로 오는 것뿐이었다”고 대응했다. ●“무고죄 무서운 거 알아요?” 의심 받는 피해자 A씨는 B씨를 바로 고소할 수 없었다. B씨는 지도교수였고,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 장관 표창 등 다수의 포상 경력이 있는 상담학계 유명 인사였다. A씨는 또 피해 사실이 노출되기를 원치 않았다. 그러던 중 A씨는 B씨 아내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B씨 아내는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A씨에게 혼인 관계 파탄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A씨는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성폭력 피해사실을 털어놨고, 2016년 11월 B씨를 강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피감독자간음)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박사학위도 포기했다. 조사 과정은 험난했다. A씨는 수사관으로부터 ‘무고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느냐’,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특징이 잘 안 보인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팀장은 “수사과정에서 무고와 관련한 객관적인 물증이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성폭력 피해 자체가 허위 신고일 수 있다는 의심은 성폭력에 대한 통념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즉시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했는지, 거부 의사는 분명하고 정확했는지, 피해 이후 가해자와 주고받은 문자나 연락은 없었는지,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는지,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심리적·정신적 고통이 있는지 등 수없이 많은 이유들이 ‘진짜’ 피해자를 가리는 데 주요한 기준이 된다.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너 같은 피해자는 본 적이 없다’면서 ‘가짜’ 피해자로 둔갑되고 한순간에 무고 피의자로 전환된다”는 게 최 팀장의 말이다. 실형을 살 수도 있다는 말에 위축된 A씨는 고소를 취하했다. 2017년 5월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B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A씨는 B씨로부터 무고죄로 역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A씨와 내연 관계로 지내면서 서로 합의해서 성관계를 했다’는 B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며 2017년 11월 A씨를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다움’은 무엇인가 지난해 12월 법원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초 강간 피해 발생일에 대한 A씨의 진술이 달라진 점과 A씨가 B씨와 내연 관계를 암시하는 문자를 주고받은 점 등을 종합해 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고소장에 강간 피해 날짜를 2014년 12월 22일로 진술했다가, 12월 30일로 변경한 점을 문제 삼았다. “남편 기일(22일)에 강간을 당했다면 이는 매우 특별한 사건으로서 잊기 어려운 일이므로 날짜를 착각했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이 큰 피해를 당했더라도 날짜를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김희겸 천안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바로 신고하지 못하는 동안 성폭행 기억을 억누르거나 잊으려는 무의식적 작용들이 일어난다”면서 “성폭력 피해를 당하면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자기 부정 때문에 피해 날짜를 특정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 판단은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기억하는지에 주목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판부는 또 A씨가 B씨에게 애칭을 사용하고 그를 칭송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점을 근거로 두 사람이 내연 관계였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B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문자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A씨의 주장은 배척했다. 재판부는 ‘그루밍 성폭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루밍 성폭력은 주로 아동, 청소년 또는 성적 주체성이 미숙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A씨는 성인이고 고학력 여성이기 때문에 그루밍 수법에 의해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성인은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다’라는 논리 역시 편협한 관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수진 변호사는 “그루밍 성폭력 피해 판단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떤 관계였고, 어떤 환경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만났고, 피해 발생 당시 피해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상담자의 성폭력 2016년 2월 서울 강남의 한 정신분석 클리닉 대표가 내담자들에게 상담실 밖에서 만날 것을 제안해 내담자들을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6월에는 이미 4년 전 강간미수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전직 목사가 서울의 한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며 내담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근에는 한 유명 정신과 의사가 자신이 상담하는 환자를 그루밍 수법으로 성폭행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직업상의 차이만 있을 뿐 세 사건 모두 상담자로서의 지위와 내담자의 심리적 취약성이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성폭력 사건이 적지 않게 불거지지만 유무죄를 가리는 것은 쉽지 않다. 보통 심리적 의존 상태를 이용해, 폭행 또는 협박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이런 위험성을 인식하고 상담자가 내담자와 성관계를 갖는 것을 내담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성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임주환 변호사는 “심리상담 과정에서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강한 의존관계를 감안해야 한다. 특히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 상담 과정 속 위력의 존재 등을 적극적으로 인정해 성폭력 피해자 양산을 막아야 한다”면서 “심리적 의존관계에 놓인 사람을 간음·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상담자와 내담자, 교수와 제자…싸움은 계속된다 A씨는 1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A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동신의 최경혜 변호사는 “이 사건은 B씨가 A씨의 진정한 의사에 반해 A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사건”이라면서 “미성년자나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라, 고학력자이고 성인이라도 상담자에게 심리적으로 종속되어 그루밍이 충분히 될 수 있음을 간과했다”고 덧붙였다. B씨가 교수로 재직하던 대학은 2017년 5월 B씨를 해임했다. 이 학교는 B씨가 “지도교수로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박사과정 지도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것은 교원의 품위를 손상하고 상담심리학자가 지켜야 할 윤리를 정면 위반했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상담학회도 올해 1월 B씨에게 상담심리전문가 자격 박탈 및 영구제명 징계를 내렸다. B씨는 학교의 해임 처분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소청심사위)에 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심사위는 B씨의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 양정이 과하다면서 해임 취소 판단을 내렸다. 학교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B씨가 대학교수로서의 지위를 이용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소청심사위의 결정이 맞다고 봤다. 반면 2심은 “B씨가 교수로서의 기본적인 본분과 윤리규정을 망각하고 그 지위를 이용해 품위유지 의무 위반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학교의 해임 처분은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B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자녀들 힘들게 한다고…친정엄마 살해하려 한 주부 실형

    자녀들 힘들게 한다고…친정엄마 살해하려 한 주부 실형

    자신의 자녀들을 키워온 어머니가 생활비를 요구하는 등 자녀들에게 짐이 된다는 생각에 함께 목숨을 끊자며 어머니를 살해하려 한 주부가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유영근)는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0)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어머니인 B(77)씨의 집에 찾아가 주먹과 발로 수차례 폭행하고 미리 준비한 쥐약을 물에 타 강제로 먹였다. 그러면서 자신도 신경안정제 20알을 먹고 “너 죽고 나 죽자”며 흉기로 자해한 뒤 어머니를 찌르는 등 살해하려다 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의 제지로 미수에 그쳤다. A씨는 어머니인 B씨가 자신의 딸, 아들과 함께 살면서 키워준 대가로 죽을 때까지 과도한 생활비와 카드값을 대신 내달라고 요구하는 등 부담을 준다고 생각했고, 특히 딸이 B씨와 다투고 가출을 하자 함께 목숨을 끊자고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의사로 범행에 착수했음이 인정된다”며 A씨의 범행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생명을 빼앗으려 한 피고인의 범행은 그 자체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고 위험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살아오면서 어머니에게 품은 감정과 상황들을 양형사유로 참작한다고 밝혔다. A씨는 결혼하고 약 3년 만에 두 자녀를 둔 상태에서 이혼했는데 이후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느라 어머니인 B씨가 주로 자녀들을 맡아 키웠다. B씨는 “반대하는 결혼을 하더니 (결국 이혼을 해서) 아이들을 맡겨 나를 고생시킨다”는 취지로 A씨를 탓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2011년 A씨의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어머니와의 관계가 더욱 나빠져 아이들을 어머니에게 맡기고 혼자 나와서 살게 됐는데, A씨는 이로 인해 오히려 어머니에게 자녀들을 빼앗긴 것 같은 감정을 느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중 B씨와 살던 A씨의 딸이 B씨와 다투고 비를 맞은 채 자신을 찾아오자 그동안 쌓여왔던 감정이 폭발했고, 사건이 일어난 날 술을 마시다가 ‘나와 어머니가 죽어야 자식들이 짐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실제로 피해자 앞에서 수면제를 먹고 자해를 했던 점에 비춰보면 피해자와 함께 죽으려 했다는 그 의사는 진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악의적인 동기로 사람을 살해하려 한 사안보다는 비난가능성이 다소 낮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며, 우울증 증세도 범행에 이르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면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피해자와 동거하던 피고인의 자녀 모두 선처를 바라고 있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우리둘은1학년]복직 D-7…‘어떻게든 되겠지’

    [우리둘은1학년]복직 D-7…‘어떻게든 되겠지’

    [편집자주]올해 초등학교에 딸을 보낸 워킹맘의 우여곡절을 연재합니다. 딸만큼이나 서툰 것투성이인 엄마도 ‘학부모 1학년’입니다. 아는 동네 엄마 하나 없고, 사교육에도 문외한인 아웃사이더 엄마는 ‘인싸’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학교 가는 딸 아이에게 물통 싸주는 걸 깜빡했다. 지난주에만 두 번씩이나. 3월 입학 이후 석 달 동안 물통을 빠뜨린 적은 없었는데….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 복직이 다음 주로 다가왔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을 보살피려고 신청했던 육아휴직 3개월이 끝나고 있다. 두렵다. 일과 육아, 잘해낼 수 있을까. 멀티태스킹,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다중작업을 뜻하는 말이다. 집중력이 부족한 내가 제일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멀티태스킹이 안 되면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씩 해결하면 되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일하는 엄마는 육아와 일을 조화롭게 수행해야 한다. 두 가지 다 똑 부러지게 해내는 여성을 사람들은 슈퍼우먼, 슈퍼맘이라고 부른다. 그런 타이틀은 전혀 탐나지 않는다. 일도 하고 아이도 키워야 하는 워킹맘의 ‘숙명’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뤄왔다. 딸이 태어나고 다섯 달이 지났을 때, 아이를 인천에 계신 친정 엄마에게 맡기고 직장에 복귀했다. 딸은 주말에만 만났다. ‘주말 가족’ 생활은 7년간 이어졌다. 딸이 무척 보고 싶고 그리웠지만 평일에는 온전히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좋은 면도 있었다.딸의 초등학교 입학을 계기로 주말가족 생활을 청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이에겐 부모가, 부모에겐 아이가 필요했다. 딸의 사회생활을 위해 고생한 친정엄마에게 더이상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한 집에서 온종일 부대끼며 살게 됐다. 일하면서 아이 돌보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 육아휴직을 신청했고 덕분에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복직할 시점이 다가오자 도망가고 싶어졌다. 휴직을 좀 더 연장할까. 일을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닐까.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 엄마 손길이 여전히 필요한 아이들…. 사람 많이 만나야 하는 일을 하면서 이걸 다 해낼 수 있을까. 경력단절이 괜히 생기는 게 아니다. ‘M자 곡선’은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용어다. 20대 중후반쯤 취업해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던 여성이 결혼과 육아라는 ‘장벽’을 만나면서 일을 그만뒀다가,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다시 일자리 시장에 돌아오는 현상을 가리킨다.전반적으로 여성 고용률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여성의 연령대별 고용률은 여전히 M자 모양을 하고 있다. 지난해 여성 고용통계를 보면 25~29세 여성의 고용률은 70.9%에 이른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그러나 30~34세에 62.5%로 갑자기 하락하더니 35~39세에 59.2%까지 내려간다.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가 집중되는 시기다. 40~44세 여성 고용률은 62.2%로 다소 올라가고 45~49세에는 68.7%까지 상승해 20대 후반 고용률과 맞먹는 수준이 된다. 경력단절 여성은 지난해 4월 기준 184만 7000명이었다. 15~54세 기혼여성(900만 5000명) 중 20.5% 정도다. 기혼 여성 가운데 일을 하지 않는 비취업여성이 345만 7000명이니까, 전업주부의 절반(53.4%) 정도는 일을 다니다 그만둔 셈이다. 경력단절 이유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결혼(34.4%), 육아(33.5%), 임신·출산(24.1%), 가족돌봄(4.2%), 자녀교육(3.8%) 순이다.자녀 연령에 따른 여성 고용률을 보면 6세 이하가 48.1%로 가장 낮다. 초등생인 7~12세 자녀를 둔 여성 고용률은 59.8%, 13~17세 68.1%로 점점 증가한다. 아이가 크면서 엄마가 챙길 일이 줄어들고, 교육비 부담 등으로 경제활동을 원하는 여성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 경우 퇴사와 경력단절은 일찌감치 선택지에서 제외했다. 현실적인 이유가 크다. 휴직 후 매달 들어오는 육아휴직급여는 적고, 보험료와 세금, 신용카드 대금이 빠져나가니 통장 잔액이 훅훅 줄고 있다. ‘텅장’(텅 빈 통장)은 시간문제다.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 그렇게 그리울 수 없다. 아이들이 크면 사교육비에, 식비에 앞으로 돈이 더 들 텐데 벌 수 있을 때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가족부가 2016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실태’를 조사했는데 가구의 경제적 수준에 대한 만족도를 물어보니 경력단절 여성의 36.0%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답했다. 만족한다는 답변은 22.2%에 그쳤다. 재미 삼아 사주를 보러 갈 때마다 늘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그만둘 생각하지 말고 정년퇴직할 때까지 직장 열심히 다니세요. 사업할 생각도 말고.” 그럼 이제 당장 어쩐단 말인가. 딸은 평일 오후 5시까지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학원 일정을 마친다. 내가 퇴근할 때까지 학원 한 군데를 더 다녔으면 싶지만 딸이 피곤해한다.유연출퇴근제도를 쓸 수 있는 남편이 오후 5시에 퇴근해서 학원에서 기다리는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갈 예정이다. 남편이나 내가 야근을 해야 할 때, 주 1~2회 정도는 친정 부모님 손을 빌리기로 했다. 전철로 1시간 넘게 걸리는 길을 선뜻 와주시겠다고 했다. 친정 엄마 신세는 지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죄송하고 감사하다. 하는 데까지는 해 보겠지만 일과 집안일 둘 다 잘할 욕심은 부리지 않겠다. 선배 워킹맘들의 조언대로 반찬은 반찬가게에서 조달하고 청소는 로봇청소기에 맡기기로 했다. 남편과는 집안일을 최대한 분담하고 최대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확보하자는 데 합의했다. “엄마 이제 회사 간다” 얘기해도 시큰둥하던 딸이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다. ‘이때다’ 싶었나보다. “엄마, 아빠랑 연락하려면 스마트폰이 있어야 할 것 같아. 엄마도 내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잖아. 그러니까 스마트폰 사주세요, 네?” 하루하루 복직 시계가 돌아가는 게 불안한 엄마와 달리, 딸은 이 기회만 기다렸던 듯 하다. 엄마의 고민은 헛되고 헛되도다. 그래, 어떻게든 되겠지.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김석훈 결혼, 의외의 인맥 총출동 ‘인맥부자’

    김석훈 결혼, 의외의 인맥 총출동 ‘인맥부자’

    김석훈 결혼식 사진이 공개됐다. 개그맨 김영철은 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홍길동 #김석훈 형 결혼 축하해! 석훈이형때문에 #충신교회 친정교회도 오랜만에 가고. 미선누나 진영이도 보고” 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공개했다. 게재된 사진 속 김영철은 신랑 김석훈, 박미선, 권진영과 함께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의외의 인맥에 네티즌 눈길이 모아졌다. 한편 김석훈은 1일 신부를 처음 만난 교회에서 가족, 친지, 지인들의 축하 속에 결혼식을 진행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가해자가 취약한 위치에 있는 피해자를 일부러 찾아 호감을 얻은 다음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하고 성폭력을 은폐할 목적으로 다양한 통제술을 사용하는 것을 ‘그루밍 성폭력’이라고 한다. 가해자의 그루밍은 자존감이 낮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된 피해자를 골라 신뢰를 쌓은 다음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관계를 점차 성적으로 만드는 단계를 거친다. 그루밍 상태에 빠진 피해자는 가해자의 성적 가해 행동을 자칫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 보니 가해자의 성폭력이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으로 피해의 본질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A씨가 B씨를 처음 만난 건 2013년. A씨는 2000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해 줄곧 가정주부로 지냈다. 그러다 2010년 남편과 사별했다. 가장이 된 A씨는 미성년 자녀 2명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심리상담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2급 자격을 취득하려면 1급 자격을 가진 상담사가 운영하는 기관에서 6개월간 수련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2013년 2월 한 심리상담센터의 실습 수련 과정에 등록했다. 센터 운영자 B씨는 수련감독자로서 A씨의 교육을 맡았다. B씨는 A씨에게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상담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 A씨는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씩 일주일에 6회 정도 B씨로부터 상담을 받았다. 또 ‘전문 상담사가 되려면 박사학위가 있어야 한다’는 B씨의 말에 A씨는 2014년 3월부터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지도교수는 B씨였다. 이렇게 B씨는 A씨와 수련감독자와 수련생 관계뿐만 아니라 상담자와 내담자, 지도교수와 제자라는 다중 관계를 형성했다. ‘상담자는 객관성과 전문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중 관계는 피해야 한다’는 상담학회 윤리강령을 B씨는 위반했다. ●“믿고 따랐던 사람한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B씨는 상담 때 “아빠, 엄마가 너를 걱정하진 않는다”, “왜 엄마(A씨)가 애들과 항상 같이 있어야 하지?”라며서 A씨에게 가족(친정, 자녀)과 주변 사람들을 멀리할 것을 요구했다. 또 “여자가 성적 균형이 안 맞는다”는 성적인 말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도 몇 차례 있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2014년 12월 30일 B씨는 A씨에게 상담학회 간사 일을 맡길 건데 할 일을 알려주겠다며 A씨를 불러 무인텔로 데려갔다. 그런데 B씨가 갑자기 A씨에게 달려들었다. A씨는 정신적 혼란을 겪었다. A씨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인 상담을 받으면서 힘들었던 모든 얘기와 가족도 모르는 사건들까지 다 말했다. 제 진로를 책임져 줄 사람이라고 믿고 따랐는데, 제 몸을 탐냈단 사실에 너무나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상담자이자 지도교수인 B씨와 성관계를 갖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거부했지만, 이후에도 논문·상담 지도 등을 이유로 자신을 무인텔로 불러내 관계를 가졌다고 했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성적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상담학회 윤리강령이다.최초 강간 피해를 입고도 A씨가 B씨를 따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A씨는 “뭐든 다해서 빨리 학위를 따면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B씨는 꾸준히 ‘너는 나와의 성관계로 잘 사는 것’이라고 했고, 그 말을 잠시 믿었다”며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자책했다. 학습된 무기력. 피해자가 ‘어떤 노력으로도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지고 현실에 안주하는 상태를 말한다. B씨는 이에 대해 “A씨와 내연 관계를 유지한 채 성관계를 한 사실은 있지만 A씨 의사에 반해 강제로 간음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무인텔을 갈 때 A씨가 자신의 차를 운전해서 이동했고, 금전도 대부분 A씨가 지불하는 등 일체의 성폭력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B씨가 각종 모임에서 내게 ‘사회화 과정을 배우라’라면서 식비, 커피 값, 담뱃값 등을 내라고 했고, A씨가 운전을 시키는 일도 많았다”면서 “당시 제가 할 수 있었던 방어는 그저 A씨가 지시한 일을 알아서 빨리 해버리고 집으로 오는 것뿐이었다”고 대응했다. ●“무고죄 무서운 거 알아요?” 의심 받는 피해자 A씨는 B씨를 바로 고소할 수 없었다. B씨는 지도교수였고,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 장관 표창 등 다수의 포상 경력이 있는 상담학계 유명 인사였다. A씨는 또 피해 사실이 노출되기를 원치 않았다. 그러던 중 A씨는 B씨 아내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B씨 아내는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A씨에게 혼인 관계 파탄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A씨는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성폭력 피해사실을 털어놨고, 2016년 11월 B씨를 강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피감독자간음)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박사학위도 포기했다. 조사 과정은 험난했다. A씨는 수사관으로부터 ‘무고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느냐’,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특징이 잘 안 보인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팀장은 “수사과정에서 무고와 관련한 객관적인 물증이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성폭력 피해 자체가 허위 신고일 수 있다는 의심은 성폭력에 대한 통념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즉시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했는지, 거부 의사는 분명하고 정확했는지, 피해 이후 가해자와 주고받은 문자나 연락은 없었는지,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는지,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심리적·정신적 고통이 있는지 등 수없이 많은 이유들이 ‘진짜’ 피해자를 가리는 데 주요한 기준이 된다.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너 같은 피해자는 본 적이 없다’면서 ‘가짜’ 피해자로 둔갑되고 한순간에 무고 피의자로 전환된다”는 게 최 팀장의 말이다. 실형을 살 수도 있다는 말에 위축된 A씨는 고소를 취하했다. 2017년 5월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B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A씨는 B씨로부터 무고죄로 역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A씨와 내연 관계로 지내면서 서로 합의해서 성관계를 했다’는 B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며 2017년 11월 A씨를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다움’은 무엇인가 지난해 12월 법원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초 강간 피해 발생일에 대한 A씨의 진술이 달라진 점과 A씨가 B씨와 내연 관계를 암시하는 문자를 주고받은 점 등을 종합해 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고소장에 강간 피해 날짜를 2014년 12월 22일로 진술했다가, 12월 30일로 변경한 점을 문제 삼았다. “남편 기일(22일)에 강간을 당했다면 이는 매우 특별한 사건으로서 잊기 어려운 일이므로 날짜를 착각했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이 큰 피해를 당했더라도 날짜를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김희겸 천안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바로 신고하지 못하는 동안 성폭행 기억을 억누르거나 잊으려는 무의식적 작용들이 일어난다”면서 “성폭력 피해를 당하면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자기 부정 때문에 피해 날짜를 특정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 판단은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기억하는지에 주목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판부는 또 A씨가 B씨에게 애칭을 사용하고 그를 칭송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점을 근거로 두 사람이 내연 관계였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B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문자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A씨의 주장은 배척했다. 재판부는 ‘그루밍 성폭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루밍 성폭력은 주로 아동, 청소년 또는 성적 주체성이 미숙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A씨는 성인이고 고학력 여성이기 때문에 그루밍 수법에 의해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성인은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다’라는 논리 역시 편협한 관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수진 변호사는 “그루밍 성폭력 피해 판단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떤 관계였고, 어떤 환경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만났고, 피해 발생 당시 피해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상담자의 성폭력 2016년 2월 서울 강남의 한 정신분석 클리닉 대표가 내담자들에게 상담실 밖에서 만날 것을 제안해 내담자들을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6월에는 이미 4년 전 강간미수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전직 목사가 서울의 한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며 내담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근에는 한 유명 정신과 의사가 자신이 상담하는 환자를 그루밍 수법으로 성폭행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직업상의 차이만 있을 뿐 세 사건 모두 상담자로서의 지위와 내담자의 심리적 취약성이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성폭력 사건이 적지 않게 불거지지만 유무죄를 가리는 것은 쉽지 않다. 보통 심리적 의존 상태를 이용해, 폭행 또는 협박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이런 위험성을 인식하고 상담자가 내담자와 성관계를 갖는 것을 내담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성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임주환 변호사는 “심리상담 과정에서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강한 의존관계를 감안해야 한다. 특히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 상담 과정 속 위력의 존재 등을 적극적으로 인정해 성폭력 피해자 양산을 막아야 한다”면서 “심리적 의존관계에 놓인 사람을 간음·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상담자와 내담자, 교수와 제자…싸움은 계속된다 A씨는 1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A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동신의 최경혜 변호사는 “이 사건은 B씨가 A씨의 진정한 의사에 반해 A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사건”이라면서 “미성년자나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라, 고학력자이고 성인이라도 상담자에게 심리적으로 종속되어 그루밍이 충분히 될 수 있음을 간과했다”고 덧붙였다. B씨가 교수로 재직하던 대학은 2017년 5월 B씨를 해임했다. 이 학교는 B씨가 “지도교수로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박사과정 지도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것은 교원의 품위를 손상하고 상담심리학자가 지켜야 할 윤리를 정면 위반했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상담학회도 올해 1월 B씨에게 상담심리전문가 자격 박탈 및 영구제명 징계를 내렸다. B씨는 학교의 해임 처분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소청심사위)에 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심사위는 B씨의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 양정이 과하다면서 해임 취소 판단을 내렸다. 학교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B씨가 대학교수로서의 지위를 이용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소청심사위의 결정이 맞다고 봤다. 반면 2심은 “B씨가 교수로서의 기본적인 본분과 윤리규정을 망각하고 그 지위를 이용해 품위유지 의무 위반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학교의 해임 처분은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B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인간에 대한 뜨거운 믿음, 새로운 노무현의 시작이다

    인간에 대한 뜨거운 믿음, 새로운 노무현의 시작이다

    서울 자치구엔 고 노무현(1946~2009) 전 대통령의 가치를 계승하는 5인방이 있다. 박성수 송파구청장, 서양호 중구청장, 오승록 노원구청장, 이창우 동작구청장,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참여정부 출신으로, 노 전 대통령 정신을 풀뿌리에서 실천하고 있다.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노무현의 사람들’을 만나 노 전 대통령이 오늘날 갖는 의미, 오롯이 이어 나가야 할 노 전 대통령 정신에 대해 들어봤다. ■박성수 송파구청장 “전략보다 꿈 실천하려던 의지 반드시 계승”박성수 서울 송파구청장은 23일 “그저 그리운 과거 인물로 추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무현 전 대통령 철학을 현재, 그리고 미래 사회에 새롭게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감사인 그는 수원지검 검사로 일하던 2005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참여정부에 합류해 2008년 2월까지 2년 6개월에 걸쳐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2007년엔 법무비서관으로 승진해 국정현안 법률보좌, 권력기관·사법개혁을 다뤘다. 특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나 검경 수사권 조정을 강하게 추진했다. 야당과 검찰 반대로 입법부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친정’에 개혁의 칼끝을 겨눈 셈이다. “2007년 6월 대통령 부부가 민정수석실 비서관 격려 오찬을 마련했어요. 대통령은 ‘박 비서관, 검찰로 돌아가면 왕따 당하는 거 아닌가. 날 도운 것 때문에’라고 농담을 건넸습니다. 따뜻하면서도 씁쓸한 미소가 머리에 맴돌아요. 임기가 상당히 남았는데도 보좌진 앞길을 걱정한 사려, 정치판에서 느꼈을 회한이 담겨서겠죠.” 박 구청장은 노 전 대통령을 ‘인간에 대한 뜨거운 믿음’을 가진 사람으로 기억했다. “유독 떠오르는 말씀이 있어요. ‘세계 역사는 전략과 정책에 의해 이뤄지는 게 아니라 인간의 꿈과 의지로 이어진다. 꿈과 의지를 가진 사람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할 때 그것을 제시하는 게 전략이다. 전략 이전에 꿈을 먼저 얘기하자’. 인간이 곧 원동력이자 목표라는 점을 잊지 않고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꿈과 실천의지를 갖는 게 그분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입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서양호 중구청장 “서민의 삶 품는 풀뿌리 민주주의 완성할 것”“정치를 하면서 지금도 불쑥불쑥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해요. 그가 걸었던 길을 따르고 있는지 자문하면서요.”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은 23일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고군분투하던 모습이 가장 아름다웠다”고 회고했다. 이어 “‘나서지 마라. 모난 돌이 정 맞는다’며 현실에 안주하던 나에게 불벼락을 내린 사람이 바로 노무현이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30대이던 서 구청장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알지는 못했지만 “반칙과 특권, 부정과 부패가 아닌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세상을 만들자던 모습을 보며 조용히 운동원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당시 동교동계는 이인제 전 의원을,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은 고 김근태 전 의원을 지지하는 분위기였지만, 서 구청장은 그 이전부터 지역주의에 맞서 싸운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덧붙였다. 당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위원회에서 메시지 전문위원으로 일하던 그는 노 전 대통령 당선 뒤에는 청와대로 들어가 정무수석실과 인사수석실 행정관으로 4년간 대통령을 모셨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당선 뒤에도 어떻게든 이기는 것보다 원칙을 가진 싸움이 되도록 항상 고민하며 신념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국가 예산과 방향을 다루는 국회 의석 확보도 중요하지만 서민들 생활과 삶을 직접 책임지는 기초행정 단위인 지자체야말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꾸렸다고 소개했다. 서 구청장은 “노 전 대통령의 뜻을 계승해 지역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완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오승록 노원구청장 “쇼맨십보다 반칙·특권 없는 세상 다시 떠올려”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은 지난 19일 구민 400여명과 함께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23일 추도식에도 참석했다. 오 구청장은 노 전 대통령과 2002년 선거 때 남다른 인연을 맺었다. 오 구청장은 “국회 비서관을 하고 있었는데 대선 캠프에서 의전 담당을 뽑는다는 말을 들었다. 운 좋게 뽑혀 행사 의전을 맡으면서 함께 일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런 인연으로 결국 노 전 대통령 임기 내내 청와대에 몸담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2007년 10월 2~4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때 노 전 대통령이 부인 권양숙 여사와 나란히 군사분계선(MDL)을 두 발로 넘어서는 장면이다. 오 구청장이 바로 이벤트를 기획한 주인공이다. 하지만 처음엔 노 전 대통령이 “작위적으로 연출하지 말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오 구청장은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에게 졸랐다. 문 실장이 ‘북측과 이미 합의를 마쳤다’며 설득해 성사된 것”이라고 돌아봤다. 오 구청장은 “노 전 대통령도 나중에는 분단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세계에 과시한 상징적인 장면이었다며 흡족해했다. 더군다나 직접 ‘기획한 사람에게 훈장을 주라’고 지시한 덕분에 훈장까지 받게 됐다”며 웃었다. 오 구청장은 “국면 전환을 위해서나 민생을 살핀다는 이유로 전통시장을 방문해 순대도 먹고 하라는 건의를 여러 차례 받았지만 단호히 물리쳤다”고 밝혔다. 이어 “갈수록 활개를 치는 노이즈 마케팅을 보며 노 전 대통령이 꿈꾼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이창우 동작구청장 “사람의 가치 우선하는 세상, 그 힘 모으겠다”“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순간도 자신을 위해 살지 않고 오롯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실현하려 애쓴 분입니다. 시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갈구하고 그런 세상을 이루려고 분투하셨죠. 집무실에 걸린 그분 사진을 보며 그 정신을 이어가자고 늘 각오를 다집니다.” 이창우 서울 동작구청장의 구청 집무실 책상 뒤 벽면에는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이 두 장 걸려 있다. 하나는 2003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산 당시 함께 촬영한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고인의 영정 사진으로 알려진, 온화한 미소를 띤 사진이다. 사진들은 “노 전 대통령이 그토록 소망하셨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이 구청장의 의지를 다잡게 하는 동력이다. 1996년 고 김대중(1924~2009) 전 대통령이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 당직자로 정계에 뛰어든 그는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후보로 선출됐을 때 비서실에서 일하며 각별한 인연을 쌓았다. 2003~2008년 청와대 제1부속실 선임행정관을 지내며 “정치철학이나 사람에 대한 배려, 공직자로서의 역할 등을 빠짐없이 배웠다”고 할 정도로 고인을 정치 인생의 구심점으로 여긴다. 이 구청장은 계승해야 할 ‘노무현 정신’을 그와 생전 함께 나눈 마지막 대화에서 찾았다. “돌아가시기 4개월 전인 2009년 1월 ‘이듬해 지방선거에 출마하고 싶다. 대통령께서 갈망한 사람 사는 세상, 동작구 편을 만들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2010년 경선에서 탈락해 약속을 못 지켰지만 2014년 당선되고 지난해 재선하면서 ‘사람 사는 동작’을 구 슬로건으로 내걸었습니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 여러 원칙과 결정에서 사람의 가치를 우선하는 세상을 염원했던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현실화하는 데 힘을 모으겠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정순균 강남구청장 “지역주의 타파 힘썼듯… 다른 의견 배려”“여야를 막론하고 여전히 구태 정치가 남아 있다. 정치인들이 아직도 지역 문제를 내세워 반사이익을 취하려 합니다.”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은 계승해야 할 노무현 전 대통령 정신으로 정치개혁과 지역주의 타파를 들며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현 정치권을 꼬집었다. 노 전 대통령은 1990년 3당 합당(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이후 지역주의 타파에 주력했다. 영남과 호남을 기반으로 한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극복에 실패했다고 보고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 정 구청장은 “자기와 다른 의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노 대통령 정신이 살아 있는 한 지역주의는 꾸준히 옅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 구청장은 1991년 정치부 기자 시절 민주당 대변인이던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2001년 정계에 입문, 이듬해 5월 노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 언론특보를 맡았다. 경선 직후 40%를 웃돌던 노 전 대통령 지지도가 ‘김영삼 시계 사건’과 함께 10%대로 주저앉고, 후보단일화 때 당 안팎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도 끝까지 곁을 지켰다. 참여정부 출범 후 국정홍보처장,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사장을 역임했다. 정 구청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자유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이라는 방향을 제시했고, 동시에 그 결과를 얻기까지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지나야 하는지도 깨닫게 해줬다”고 했다. “그분은 우리 사회와 진보의 갈 길을 치열하게 찾았어요. 소신이 뚜렷하지만 다른 사람 말을 듣고 배려할 줄 알았습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의회 조기선거’ 카드 꺼내든 이유는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의회 조기선거’ 카드 꺼내든 이유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친(親)정부 집회에서 “지난 5년간 합법화되지 않은 유일한 기관을 합법화하겠다”며 의회 조기선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1월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지난달 30일 마두로 정권 축출을 위한 쿠테타를 시도한 지 3주 만에 나온 발표라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재선 승리 1주년 기념 집회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선거를 통해 우리 자신을 판단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국회의원 선거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붉은 옷을 입은 시민 수천 명은 ‘베네수엘라를 봉쇄하지 말라’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든채 여당인 통합사회주의당의 깃발을 흔들며 미국의 잇단 경제 제재에 항의했다. 과이도 의장이 이끄는 야권은 2015년 말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의회를 장악한 뒤 마두로 정권 퇴진을 압박해왔다. 차기 국회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는 2020년 말 치러질 예정인데, 의회와의 대립이 격화하자 구체적인 날짜는 제시하지 않은채 의회 선거일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서방 국가가 과이도 의장이 이끄는 국회를 베네수엘라에서 유일한 합법적 민주 기관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마두로 대통령은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 2017년 545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친정부 성향 헌법기관인 제헌의회를 출범시켰다. 제헌의회는 대법원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달 과이도 의장에게 부여된 면책특권을 박탈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일부 야권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지난해 5월 20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68%의 득표율로 승리, 지난 1월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다. 과이도 의장은 대선이 주요 야당 후보가 가택연금 등으로 출마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등 불법적으로 실시됐다고 주장하면서 서방 50여개국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정권 퇴진과 재선거 관철 운동을 벌여왔다. 마두로 대통령은 과이도 의장을 향해 정권 붕괴를 바라는 미국의 후원을 받는 꼭두각시라고 비난하며 러시아, 중국, 쿠바 등의 지지와 군부의 충성을 토대로 맞서면서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이도 의장은 수십명의 군인과 함께 군사봉기를 시도했지만 결국 군부의 지지를 얻지 못해 실패로 돌아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중국에 시집 보낸다”며 파키스탄 여성들 성매매 조직에 넘겨

    “중국에 시집 보낸다”며 파키스탄 여성들 성매매 조직에 넘겨

    6개월 전 파키스탄 동부 파이살라바드에 사는 기독교도 여성 ‘소피아’가 중국인 기독교도 남성과 결혼했을 때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그녀는 19세로 미용 기술자였고, 신랑은 21세 화장품 판매사원이었다. 소피아 가족은 가난했지만 신랑이 결혼 비용을 모두 부담해 한없이 기뻤다. 신랑이 까다롭기 그지 없는 파키스탄 전통을 조차 하자는 대로 다 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신부는 새로운 인생이 열린다며 기껍게 집을 떠났다. 그런데 한달도 안돼 친정에 돌아왔다. 파키스탄 여성을 중국인의 성노예로 인신매매하는 조직에 넘겨진 것으로 믿고 있다. 사실 결혼 전에도 조금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긴 했다. 중국인 신랑이 엄청 서두르는 게 눈에 보였다. 그런데 그는 중국 남자는 원래 모든 비용을 부담하니 따르라고 해 가족들도 따랐다. 중국으로 떠나는 여행 서류도 준비되지 않았는데 신랑은 한사코 라호르의 방갈로로 가자고 했다. 거기 가보니 자신들과 비슷한 신혼부부가 몇 커플 있었다. 파키스탄 신부들은 중국어를 배우게 했다. 곧 소피아는 남편이 기독교도도 아니며 자신을 신부로 여기며 아끼지도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어로 소통하지 않는데도 그는 한사코 성관계만 맺으려 들었다. 먼저 중국에 시집 간 친구에게 물었더니 그녀 역시 남편 친구들로부터 성관계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했다. 결혼중개업자에게 그만 두겠다고 했더니 부모들이 결혼 비용을 모두 물어내야 한다고 했다. 부모는 그렇게 못하겠다며 라호르로 찾아왔다. 그러자 중개업자는 그제야 돌아가라고 했다. 기독교 인권단체 활동가인 살림 이크발은 이렇게 중국 남성에 시집보내는 식으로 1년 만에 700명 가량의 파키스탄 여성들이 팔려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몇주 동안 가톨릭 사제 한 명을 비롯해 스무여명의 중국인과 파키스탄 거간꾼들이 사기결혼을 주선하려 한 혐의로 파키스탄 연방수사국(FIA)에 체포됐다고 영국 BBC가 15일 전했다. FIA는 “중국인 범죄자 갱단이 파키스탄 여성을 결혼으로 꾀어 성매매 조직에 넘겼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 갱단원이 발전소 엔지니어로 위장해 결혼한 다음 중국에 데려가 인신매매 조직에 1만 2000~2만 5000달러를 받고 넘겼다고 밝혔다.가난하고 지역사회에서도 별다른 대우를 받지 못하는 파키스탄 기독교도 여성들은 인신매매 조직원들에게 몇백 달러나 몇천 달러만 부모에게 넘기면 손쉽게 결혼에 동의해 손쉬운 타깃이 되고 있다. 파키스탄 기독교도 인구는 250만명으로 전체의 2%도 되지 않는다.다만 최근에는 무슬림들도 이런 사기결혼의 타깃이 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파키스탄 여성들이 집창촌에 팔려간다는 사실을 부인하며 “일부 매체가 허위 사실을 날조하고 헛소문을 퍼뜨린다”고 반박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주에 올해 들어 파키스탄 신부들의 비자 신청이 140건으로 갑자기 늘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정도 양은 지난해 전체 건수에 맞먹는다. 이슬라마바드 주재 중국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적어도 90건 정도는 불허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중국에 시집 가는 파키스탄 여성의 숫자가 늘어난 것은 중국인들이 이 나라에 많이 입국하는 상황을 일정 부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중국은 중국-파키스탄경제회랑(CPEC)의 일환으로 항만과 도로, 철도, 에너지 프로젝트에 많은 투자와 인력을 보내고 있다. 두 나라는 최근 밀착하고 있으며 중국인이 도착하면 곧바로 비자를 발급해줘 CPEC에 연결되지 않은 기업인과 인력들이 물밀듯이 파키스탄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등 돌린 가족·학교, 출산 뒤엔 생활고… “이 굴레 대물림 두려워”

    등 돌린 가족·학교, 출산 뒤엔 생활고… “이 굴레 대물림 두려워”

    편견·가난과 싸우는 청소년 부모 심층조사 그림자 가족. 복지 현장에서 청소년 부모가 꾸린 가정을 부르는 표현이다. 어린 산모(24세 이하)가 한 해 낳는 아기는 통계상으로만 1만 4600명(2018년 기준)이나 되지만 주변에선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싸늘한 사회적 시선을 피해 숨어 지내는 가족이 많아서다. 서울신문은 청소년 부모 가정을 취재하기 위해 4~5월 서울, 여수, 부산, 광주, 강릉 등 전국을 돌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와 협업해 진행한 취재에서 100개 가정을 상대로 서면 또는 대면, 전화 인터뷰 등을 병행하며 심층 조사했다. 평균 19.3세에 출산한 100개 가정엔 각기 다른 사연이 있었지만 임신과 출산, 양육 때 겪는 공통적 패턴도 확인됐다. ▲임신과 동시에 주변의 지지가 끊기면서 산모는 홀로 고립됐고 ▲출산 후엔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워 심각한 생활고를 겪었으며 ▲가난과 편견의 굴레 속에 갇힌 자신의 삶을 아이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분투했다. 김지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박사는 “어린 나이에 출산을 택한 부모들은 무책임한 게 아니라 오히려 책임감이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어린 부모 스스로의 노력에 사회적 지원이 더해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청소년 부모 가정도 사회 구성원으로 제 몫을 할 수 있다. 온 힘을 다해 살아가는 어린 부모들의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 미래로 시점을 나눠 엮었다. 주위 시선에 부담을 느끼는 사례자들의 요청으로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했다.# 과거 청소년 부모 대부분은 임신을 자각한 순간을 ‘악몽’으로 기억한다. 이성 간 교제 시기가 과거보다 빨라진 상황에서 성적 호기심 또는 상대방의 강압적 분위기 유도 탓에 성관계했다가 덜컥 아이가 생겼다는 사연이 많았다. 지난해 교육부 등의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는 중·고교생 비율은 5.7%였다. 해당 연령(13~18세)의 주민등록인구가 309만 6947명이니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17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른 임신 경험을 극소수의 이야기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조사에 응한 청소년 부모 중 41%는 ‘피임에 실패해 임신했다’고 답했다. 또, 67%는 ‘임신사실을 알았을 때 두렵고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아이를 낳아야 할까’, ‘부모나 친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학교는 다닐 수 있을까’ 등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의 청춘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민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채웠다고 했다. 태아를 품은 청소년들은 벼랑 끝에 몰린 심정이었지만 주변의 지지는 기대할 수 없었다. 가족마저 우군이 돼 주지 않았다. 응답자들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 가족들의 태도를 1(부정)부터 10(긍정) 사이로 평가해 달라’고 했더니 평균 3.61점이 나왔다. 특히 청소년 부모 중에는 위기 가정에서 자란 이들이 많았다. 응답자의 32%는 “부모로부터 가정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58%는 가출 경험이 있었다. 서울에서 만난 정유정(24)씨도 아버지에게 수시로 맞고 자랐다. 고등학교 졸업을 한 학기 앞둔 18살에 아들 정우(6)를 몰래 낳았을 때 부모는 정씨 모자가 지내던 모자원에 찾아와 “아이를 포기하라”며 행패를 부렸다. 하지만 유정씨는 아들을 입양 보낼 수 없었다. 지옥 같던 현실에서 탈출구를 열어 줄 존재로 보였기 때문이다. 유미숙 한국미혼모네트워크 사례관리팀장은 “청소년 부모 중에는 불안정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따뜻한 ‘진짜 가족’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학교나 친구도 울타리가 돼 주지 못했다. 임신 당시 33%만 학교를 다녔다고 응답했다. 학업을 중단한 이유로는 ‘출산과 생계유지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해서’, ‘자녀 양육을 위해 복학하지 못해 자퇴 처리됨’, ‘임신으로 스스로 자퇴’ 등을 꼽았다. 학교에선 어린 부모의 임신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거나 알게 되더라도 돕기보다는 자퇴를 권유하거나 퇴학 처리했다. 강원도에서 만난 강예원(25)씨는 “출산을 결심했다는 이유로 선생님들이 아기 아빠에게 ‘학교에서 나가라’고 했다”면서 “이후 실업계 학교로 복학해 졸업장은 땄지만 크게 상처받았다”고 털어놨다. 친구들 사이에선 “죽은 것 아니냐”, “남자를 어떻게 만났기에 그러느냐”는 등의 소문이 돌기도 했다. 손을 잡아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이들이 출산을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만든 존엄한 생명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유정씨는 “초음파 검사 때 들은 아기 심장 소리를 잊기 어려웠다”면서 “마치 ‘나 여기 살아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현재 초등학생부터 영유아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자식을 키우는 응답자들이 꼽는 현재의 가장 큰 어려움은 ‘돈 문제’다. 번듯한 직장을 다니는 부모들에게도 육아 비용은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이다. 수입이 적거나 고정 수입이 없는 청소년 부모들에겐 더 큰 어려움일 수밖에 없다. 아이가 커질수록 돈 앞에 더 좌절한다. 정민아(25)씨 부부는 딸에게 미안할 뿐이다. 올해 6살 된 아이는 “친구들처럼 태권도 학원이랑 발레 학원을 가고 싶다”고 조른다. 하지만 들어주기 어렵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남편 이지훈(24)씨의 한 달 벌이가 100만원대 후반 수준인데다 민아씨는 셋째를 임신해 일할 수 없다. 민아씨는 “아이가 유튜브를 보면서 태권도 동작을 따라 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생활고 탓에 아이와 생이별한 청소년 부모도 많았다. 전남 여수에서 만난 김이은(22)씨는 돈을 벌기 위해 아이와 떨어져 산다. 원래 집은 인천이지만 여수 펜션에서 일자리를 잡았다.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평일에는 두 살배기 아이를 친정 근처 ‘24시간 어린이집’에 맡긴다. 아이의 얼굴을 온종일 볼 수 있는 건 한 달에 한 번뿐이다. 이은씨는 “입양을 보내기 싫은 게 과도한 욕심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출산했다는 이유만으로 학교 밖으로 쫓겨난 청소년 부모들은 “그 흔한 학사 학위도 없어 구직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뒤늦게 학교로 돌아가는 이들도 있다. 8살 딸을 혼자 키우는 홍예슬(25)씨는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는 게 목표다. 아이가 더 크기 전에 안정적 수입이 보장되는 직업을 구하지 못하면 생활고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어린 부모들은 아이에게 떳떳하고 싶어서(67%) 또는 예슬씨처럼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65%) 중단된 학업을 이어 가고자 했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힘든 이들은 주로 ‘취업을 위한 기술교육을 받고 싶다’(27%)고 말했다. 문제는 뒤늦게 공부하려면 또 돈이 든다는 점이다. 예슬씨는 “학교에서 국가 근로로 일하면 1시간에 8350원씩, 매달 20만~40만원 정도를 번다”면서 “기초수급 등과 합하면 한 달에 100만원 정도를 손에 쥐는데, 교재 비용과 공과금, 교통비, 식비로 쓰면 저축하는 돈은 한 푼도 없다”고 토로했다. 유미숙 팀장은 “현금 지원이 어렵다면 이들의 건강권과 관련된 지원이라도 부족하지 않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 부모의 책임감은 다른 부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층조사에 응답한 어린 부모 중 48%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양육포기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부산에서 만난 김수연(17)양은 앳된 얼굴 때문에 두 살 난 딸의 언니로 오해받는다. 그럴 때마다 “제가 얘 엄마예요”라고 당당히 말한다.자신이 엄마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계기는 뜻밖에도 출산 후 감행한 가출이었다. 돈 문제로 다투는 집안 어른들의 모습에 지친 수연양은 산후조리도 못한 채 딸을 친정에 두고 집을 나왔다. 그런데 갓난 딸아이가 자꾸 눈에 밟혔다. 수연양은 “입양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딸이 너무 예뻐 떨어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 미래 청소년 부모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불행이 아이까지 덮치지 않길 바란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미래라도 준비하려면 다른 부모들보다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대학원생인 박은경(23)씨는 5년째 교수님과 친구들에게 아들의 존재를 알리지 못했다. 미혼모에게 쏟아지는 질타를 겪을 만큼 겪었기 때문에 따가운 시선이 아들에게까지 향할 것을 생각하니 두려웠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은경씨는 “주변 사람들이 ‘이혼 가정에서 자란 사람과는 연애하고 싶지 않다’거나 ‘사랑받지 못한 애는 티가 난다’고 얘기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면서 “내 아이에게 이런 아픔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가난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미래다. 카페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딸(3)을 키우는 이민정(21)씨는 안정적인 새 직장을 구하려고 자격증을 10여개나 땄지만 취업이 쉽지 않다. 민정씨는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면서 “지금 사는 곳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다”고 했다. 5살 난 아들을 둔 엄마 이지혜(24)씨는 “좋은 조건의 직장을 찾을 여유가 없다”면서 “대우가 열악해도 채용해 주는 회사가 있으면 감지덕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부모 자립지원 단체인 킹메이커 배보은 대표는 “‘어린데 어떻게 부모 노릇을 할 수 있느냐’는 등 대안 없이 비난하는 것은 어린 부모들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들이 사회에 뿌리내리고 자신들의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통도사 70대 사고운전자 “가속페달을 그만”…블랙박스 영상보니

    통도사 70대 사고운전자 “가속페달을 그만”…블랙박스 영상보니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국내 3대 사찰인 통도사를 찾은 방문객들이 사찰 내 도로를 운행하던 70대 운전자가 모는 차량에 치이는 사고 당시 영상이 공개됐다. 차량은 도로에 진입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도로 옆에서 쉬고 있던 사람들을 덮치면서 1명이 숨지는 등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12일 오후 12시 50분쯤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 경내의 산문 입구 인근 도로에서 김모(75)씨가 몰던 체어맨 승용차가 갑자기 도로 우측 편에 앉아 쉬거나 걷고 있던 김모(62)씨 등 13명을 잇달아 치었다. 이 사고로 친정 노모와 함께 절을 찾았던 5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김모(61)씨, 양모(35)씨 등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김씨 등 8명도 중태다. 이들은 모두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날 경남지방경찰청은 사고 당시 모습이 담긴 체어맨 승용차의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3초가량 길이의 이 영상은 체어맨이 차량차단기를 통과해 경내 도로로 진입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앞선 차량과 인파로 서행하며 도로로 진입하던 체어맨은 도로에 진입하는 순간 갑자기 속도를 높이더니 길가에 모여있던 인파를 향해 돌진했다.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차가 달려드는 것을 본 행인은 미처 피하지 못한 채 몸만 움찔했으며 대다수는 차가 자신들을 덮치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짧은 영상이지만 왜 이번 승용차 돌진 사고가 많은 인명피해를 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통도사에 인파가 몰리며 사고가 난 도로변에도 많은 사람이 보행 중이었다. 게다가 대다수가 차량 주행 방향으로 걷고 있어 등 뒤에서 오던 체어맨이 갑자기 자신들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제대로 확인조차 못 했다. 사상자 다수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인지하지 못한 채 사고를 당한 셈이다. 승용차는 경내 다리 난간과 표지석을 들이받은 뒤 멈춰 섰다. 운전자 김씨는 “인파가 많아 천천히 서행하던 중 그만 가속페달을 밟는 바람에 사고를 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승용차 운전자가 정차 중 출발하다가 운전미숙으로 가속페달을 밟아 사고를 냈을 것으로 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김씨를 입건해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한편 이날 사고로 숨진 경남 김해에 사는 A(52·여)씨와 함께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진 70대 노모(78)는 A씨의 어머니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A씨 어머니는 사고 당시 중태로 병원에 옮겨졌고, 현재 큰 수술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날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부산에 사는 어머니와 함께 통도사를 찾았다가 이러한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한 방문객 중에는 부부도 있었다. 울산에서 올라온 남편 B(62)씨와 부인(58)도 크고 작은 상처를 입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경남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軍병원선 배치·친정부 판사 제재… 美, 베네수엘라 전방위 압박

    퇴진운동 앞장 비밀경찰 감시 벗어나 카리브해 인근 난민들에 의료 서비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등을 돌린 전 베네수엘라 정부 인사에 대한 제재는 해제하고 친(親)정부 인사들에 대한 제재는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은 경제난을 겪은 베네수엘라 난민을 돕기 위해 인근 해역에 군 병원선을 배치하는 등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해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행보를 이어 갔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7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열린 ‘아메리칸 소사이어티’ 행사에서 “마두로 대통령에게서 돌아선 마누엘 리카르도 크리스토퍼 피게라 전 비밀경찰 국장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면서 “이는 마두로 대통령을 포기하려는 다른 인사들에게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게라 전 국장은 지난달 30일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군사 봉기 시도 당시 대국민 서한을 통해 마두로 퇴진운동 동참을 선언한 인물로 최고위급 정부 인사다. 반면 베네수엘라 대법원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다. 친정부 성향의 대법원은 이날 군사봉기 시도에 가담한 야당 의원 6명에 대해 “조국을 배신하고 반란을 선동했다”며 형사처벌 절차를 게시했다. 미 재무부는 25명의 베네수엘라 판사에 대한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국은 중남미 전역에 퍼져 있는 베네수엘라 난민을 돕기 위해 1000개의 병상을 지닌 해군 병원선 컴포트호를 지난해에 이어 다음달부터 5개월간 카리브해 등지에 파견돼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에 대한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반감을 완화하고 마두로 정권의 실패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하와이 관광 간 일본인 부부, 현지서 다른 일본인 여성 성폭행

    하와이 관광 간 일본인 부부, 현지서 다른 일본인 여성 성폭행

    관광차 하와이를 방문한 일본인 부부가 현지에서 또 다른 일본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와이뉴스나우와 AP통신 등은 4일(현지시간) 일본인 대럴 도치(46)와 그의 아내 나기사 도치(35)가 또 다른 일본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도치 부부는 지난 1일 자신들이 묵고 있던 와이키키섬 칼라쿠아 에비뉴 소재 '아웃리거 와이키키 비치 리조트'에서 26세의 일본인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피해 여성은 경찰 조사에서 "하루 전 해변에서 만난 이들 부부가 숙소로 나를 초대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다음날에도 메신저로 재차 초대해 응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피해 여성은 도치 부부가 호텔 수영장에서 술을 몇 잔 권했으며, 이후 아내인 나기사의 부탁으로 수영복을 골라주러 호텔 방으로 올라갔다고 밝혔다. 남편인 대럴도 곧바로 두 사람의 뒤를 따라 호텔 방으로 들어갔으며 이때부터 범행이 시작됐다.법원 서류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호텔 방에서 이들 부부가 갑자기 스킨십을 시작하자 자리를 피해주려 했지만, 대럴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10여 차례 주먹을 날렸다. 당시 부인인 나기사는 그저 지켜만 볼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현지 경찰은 "피해 여성은 최소 4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으며, 성폭행 당시 부인은 남편의 성적 요구를 피해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오후 1시경부터 시작된 이들의 범행은 저녁 7시 30분쯤 부부의 아들이 호텔 방 문을 두드리면서 끝이 났다. 아들이 찾아오자 남편인 대럴은 발코니로 몸을 숨겼으며, 아내가 문을 열어 피해 여성을 호텔 밖으로 안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피해 여성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2일 자정 범행 현장인 호텔 방에서 도치 부부를 체포했다. 현지언론은 6일 열린 재판에 아내인 나기사만 출석해 눈물을 흘렸으며, 남편인 대럴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재판에서 도치 부부의 변호를 맡고 있는 월터 로드비 변호사는 "나기사는 친정아버지와 아들을 데리고 일본에 거주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까지 한 번도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또 30만 달러로 정해진 나기사의 보석금이 너무 과하다며 5만 달러까지 줄여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을 맡은 호놀룰루 지방법원 멜라니 메이 판사는 그러나 범죄의 심각성과 잠재적 위협 요인을 들어 나기사 측의 요청을 거부했다. 한편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남편 대럴은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법원은 그의 보석금을 50만 달러로 책정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연차 -4점, 반차 -2점…콜센터 황당한 근태 평가

    연차 -4점, 반차 -2점…콜센터 황당한 근태 평가

    상담전화 많은 날 ‘휴가제외일’로 정해 질병 인한 휴가여도 근무태도서 감점 업무실적 평가에 반영해 성과급 차등 연차 한 번 썼다가 순위 바뀔까 눈치만 점심시간은 30~40분으로 단축하기도“지난해 11월 친정어머니가 갑작스레 수술해 연차를 썼고 올해 3월에는 아이의 어린이집 입학과 적응을 돕느라 연차를 썼는데 근무태도(근태) 점수를 차감했습니다.” 공기업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서 임대·공공분양 상담 일을 하는 KTis 소속 콜센터 노동자 A씨가 노동조합에 제출한 연차 관련 사실확인서 중 일부다. 7일 서울신문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을 통해 확보한 콜센터 노동자 17명의 사실확인서를 보면 SH공사에서 일하는 콜센터 노동자들은 연차와 휴게시간 등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에 따르면 이 회사 노동자들은 사측이 제시하는 다음달 ‘휴가제외일’에 연차를 쓰면 -4점, 반차를 쓰면 -2점을 받는다. 상담 전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날을 회사가 일방적으로 지정해 휴가를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휴가제외일이 아니더라도 당일날 연차를 쓰면 -2점, 반차를 쓰면 -1점을 감수해야 한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통화량, 통화시간, 벨 울림 후 콜받는 시간, 근태 등을 점수화해서 1등부터 꼴등까지 순위가 매겨진다. 업무실적 평가에서 상위 10%인 S등급은 성과급 30만원을 받지만, 하위 10%는 E등급으로 한푼도 없다. 노조 관계자는 “0.1점으로도 순위가 갈릴 수 있어 원하는 날에 연차를 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아플 때 연차를 써도 근태 점수가 깎였다. B씨는 “출근했다가 신우신염 탓에 응급실에 가게 돼 이틀 연차를 사용했는데 감점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C씨는 “화장실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머리를 심하게 다쳐 연차휴가를 신청했다가 총 -8점을 받았다”며 “연차가 10일 이상 남아 있는 데도 자유롭게 연차를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휴게시간도 보장받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D씨는 “2017년 근무일 245일 중 회사 측이 바쁘다는 이유로 점심시간을 40분으로 단축한 날이 84일이었고, 지난해에는 132일이었다”면서 “대기콜까지 계속 있는 날에는 30분 안에 점심을 먹어야 해 소화불량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김세용 SH공사 사장은 지난 3월 말 ‘인권경영 선언문’을 발표했지만 열악한 용역업체 콜센터 노동자의 인권은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KTis 관계자는 “콜이 폭주하는 시기에 당일 연차를 쓰면 다른 직원들의 업무가 과중해진다”면서도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수정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조윤희 노무사는 “근로자들의 연차휴가 시기지정권 침해와 일방적인 휴게시간 단축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8일 이런 내용의 진정서를 고용노동부 동부지청에 제출할 예정이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마두로의 보복 조치? 군사봉기 지지 의원 면책특권 박탈 추진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주도한 군사봉기 시도를 지지한 야당 의원들의 면책특권을 박탈하기로 하며 반정부 세력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AFP통신은 디오스다도 카베요 제헌의회 의장이 5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여당인 통합사회주의당(PSUV) 당원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과이도 의장의 실패한 군사봉기를 지지한 야당 의원들의 국회 면책특권을 박탈할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카베요 의장은 “국회의 면책특권을 해제해 달라는 모든 요청이 제헌의회로 오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쿠데타) 행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모든 이들의 국회 면책특권을 제거하도록 확실히 손을 들 것”이라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오른팔로 알려진 그는 이어 “의심할 여지 없이 정의가 올 것”이라면서 “절망하지 말자”며 지지자들을 북돋았다. 친정부 성향의 최고 헌법기관인 제헌의회는 지난달 2일 대법원의 요청을 받아들여 과의도 의장에게 부여된 면책특권을 박탈한 바 있다. 대법원이 그를 범죄 혐의로 기소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545명으로 구성된 제헌의회는 야권이 장악한 의회를 무력화하고 마두로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무소불위의 친위 기구라는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 2017년 8월 출범했다. 마두로 정권 퇴진 운동을 주도하는 과이도 의장은 지난달 30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약 30명의 중무장 군인과 장갑차 등을 동원하며 군의 봉기를 촉구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이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군사봉기는 실패로 돌아갔고 과이도 의장을 비롯해 군인 25명은 외국 대사관으로 피신했다. 타렉 위리엄 사브 검찰총장은 지난 3일 반란에 참여한 군인과 민간인 18명에게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82년생 김지영’ 촬영 마쳤다..공유X정유미, 기대되는 케미

    ‘82년생 김지영’ 촬영 마쳤다..공유X정유미, 기대되는 케미

    공유, 정유미 주연 영화 ‘82년생 김지영’ 촬영이 끝났다. 6일 배우 김미경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예의와 배려로 더없이 행복했던 현장. 한분 한분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따뜻한 작품으로 만나길 기원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김미경이 영화 촬영을 마친 후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 인증 사진을 찍는 모습이 담겼다. 주연인 배우 정유미와 공유는 편안한 차림에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친정 엄마, 언니로 빙의된 증상을 보이는 지극히 평범한 30대 여성 김지영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정유미는 김지영 역을, 공유는 김지영의 남편 정대현 역을 맡았다. 사진=인스타그램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위안부 할머니 새 집 마련 감사” 文대통령 지원단체에 사의 표현

    문재인 대통령이 포항의 위안부 피해자인 박필근(92) 할머니가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준 단체에 사의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박 할머니를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좀 특별한 사연이다. 박 할머님이 15평의 작고 예쁜 집을 갖게 되셨다”며 “포항시와 포스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부산지방국토관리청,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지자체와 기업, 기관들이 힘을 모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포항북부경찰서 최준혁 경위가 그동안 할머니를 많이 돌봐주셨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할머니의 아드님이 제게 손편지로 그런 사연을 알려오면서 대통령이 직접 그분들을 칭찬해주면 좋겠다고 부탁해 왔다”며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박 할머니는 1950년대 말 친정인 현 주거지로 이사 와 60년 넘게 낡은 집에서 생활하며 자녀들을 모두 독립시킨 뒤 혼자 살고 있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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