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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입양중단 번복 잘했다/임영숙(서울광장)

    애나 킴은 미국 가정에 입양된 한국 아이다.올해 국민학교 3학년인 그 아이에겐 「출생앨범」이 있다.생후 몇개월의 어린아기로 공항에 도착해 양부모 품에 안긴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모은 것이다. 이 앨범속에서 애나 킴의 양부는 친지들에 둘러싸여 자랑스럽게 시거를 피운다.미국에서는 아버지가 된 기쁨을 시거를 피우는 것으로 표현하는 관습이 있다.양모는 애나 킴을 꼬옥 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그의 친정 어머니는 미소를 띤채 그 모습을 지켜본다.그곳이 공항 대합실이 아니라 병원의 분만실이었다면 오랫동안 기다리던 아이를 낳은 부모와 그 가족 친지들의 행복한 모습으로 비칠 정경이다. 애나 킴의 양부모는 미국의 평범한 중산층이다.아버지 라일리씨는 엔지니어고 어머니 캐시여사는 유치원선생님이다.캐시여사는 애나 킴을 입양하면서 직장에 휴직원을 냈다.아이를 잘 기르기 위해서다.애나 킴이 유치원에 들어가자 복직했는데 또다른 한국아이 제이를 4년전 입양하면서 또 휴직했다가 최근 다시 복직했다. 애나 킴과 제이에겐 할머니·할아버지와 고모가 있다.뉴욕과 뉴저지의 대학 등에서 외국학생 자문역을 맡고 있는 고모 캐시(어머니와 이름이 같다)는 한국학생을 만나면 조카 자랑에 시간 가는줄 모른다.그의 사무실 책상에는 물론 「한국에서 온 조카」의 사진이 놓여 있다.그가 한국유학생에게 특별히 잘 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조카의 조국을 위해 한국기업의 주식도 산 그의 꿈은 언젠가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다.또한 예일대학이 있는 뉴헤이븐에서 살고 있는 할머니·할아버지는 자원봉사자로 한국유학생과 그 자녀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5년전 캐시고모의 생일날 우리 가족은 뉴욕과 코네티컷과 매사추세츠주에 사는 이 가족이 중간지점의 공원에서 마련한 생일파티에 초대받았고 나중 애나 킴의 집에도 초청받았다.입양수속중인 제이가 아직 미국에 도착하기 전이어서 라일리 집안의 유일한 어린이였던 애나 킴은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아이로서 가족 모두에게서 사랑을 흠뻑 받고 있었다. 이 가족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해외입양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한국이 「고아 수출 1위국」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던 것이다.6·25전쟁이 끝난지 몇십년이 지났고 개인소득이 7천달러에 이르는 나라에서 아직도 2천명이 넘는 아이들을 해마다 해외에 입양시킨다는 것은 사실 창피한 일이다. 그러나 애나 킴의 가족을 만나고 나서 부끄러운 것은 「고아 수출 1위국」이라는 오명이 아니라 내 자신임을 깨달았다.부모를 잃었거나 버림받은 아이들을 스스로 맡아 기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그런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을 약속해 줄 수도 있는 해외입양의 길을 막는다는 것은 얼마나 무책임하고 비인도적인 일인가. 애나 킴과 제이가 한국에 있었더라면 따뜻한 가정보다 시설에 수용됐을 가능성이 더 높다.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의 3분의 2 정도가 입양가정을 찾지못하고 시설에 수용되는 것이 우리 현실이기 때문이다.지난 58년 이후 지금까지 해외에 입양된 아이는 약 15만명.국내 입양은 5만명도 채 못된다.국내 입양신청자가 적지는 않으나 혈통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식때문에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 상태다.입양관계자들은 30여년전이나 지금이나 입양에 대한 국민의 의식변화가 거의 없어서 국내입양이 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물론 해외입양이 애나 킴의 경우처럼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해외입양은 『바닷고기를 담수에 옮기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을만큼 정체성의 위기가 생길 수도 있고 의붓아버지 우디 앨런의 애인이 된 순이 프레빈과 같은 망칙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한 아이들을 시설에 수용하는 것 보다는 가정을 갖게 해주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일이라는 점에서 96년 이후 해외입양 중단방침을 번복한 당국의 최근 결정은 잘한 것이다.국내입양을 활성화하여 궁극적으로 우리 아이는 우리 손으로 잘 길러야겠지만 아직 요원해 보이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해외입양을 허용하는 한편 입양된 아이들과 그 새 가족들에게도 관심을 갖는 것이 우리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
  • 동숭동 연극가 섹스코미디 “몸살”

    ◎「누가 누구」「침대소동」「알몸…」등 자극적 제목으로 관객 유혹/선정·퇴폐적 내용을 유머·풍자로 포장/“연극수준 하향평준화” 우려의 목소리 저질연극은 저질사회를 무대로 저질관객을 시장으로 한다. 알몸연극 「미란다」파문의 여진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동숭동 연극가엔 여전히 감각적 흥미만을 자극하는 섹스코미디물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우리 연극문화의 현주소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대표적인 섹스코미디극으로 꼽을 수 있는 연극은 극단 민중의 「누가 누구」를 비롯,극단 예우의 「사기꾼들」,극단 세미의 「침대소동」,극단 배우극장의 「알몸의 스타들」등 4∼5편.대부분 값싼 번역물인 이들 작품은 최소한의 연극적 논리도 갖추지 못한채 선정·퇴폐의 본질을 빈껍데기 유머와 풍자로 포장하는데만 급급,전반적인 연극수준의 하향평준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92년 초연이래 3년째 무대에 오르고 있는 「누가 누구」(마르크 카몰레티작,정진수연출)는 파리교외의 한 별장을 배경으로 숨바꼭질처럼 전개되는 사랑의 유희를 그린 작품.아내를 친정에 보내놓고 애인과 친구를 불러들여 멋진 주말을 즐기려던 남편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극은 거미줄처럼 얽힌 다섯겹의 남녀관계속으로 빠져든다.섣불리 손대면 더 흐뜨러지는 「루빅의 마술큐브」를 연상케하는 혼란스런 구도가 한번 보아서는 줄거리를 간추릴 수 없을만큼 헷갈리게 한다.모든 것이 우연에 의해 지배되는 이 극은 또한 간혹 각색의 흔적이 보이긴 하지만 우리의 유머나 정서와는 근본적으로 거리가 있어 한편의 억지소극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그럼에도 이 연극은 신세대 젊은이들로부터 중년부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객층을 불러모으고 있다.주말에는 1백20여좌석이 매진되며 평일에도 평균 80∼90%의 객석점유율을 보인다는 것이 극단측의 설명이다. 1년 넘게 공연중인 「사기꾼들」(마이클 제이콥스작,황남진연출)은 두쌍의 중년부부의 갈 지자같은 사랑과 그 자식들이 벌이는 동거행각등 극에 달한 불륜을 소재로 삼고 있다.현세태의 비뚤어진 애정관을 풍자한다는 작의에도 불구,애정결핍증환자들의 광란의 행진만이 돋보이는 이 연극에도 관객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평일공연에 1백여명의 관객이 몰린다는 것. 지난달 7일 막을 올린 「침대소동」(존 체프만·레이 쿠니작,박원경연출) 역시 각각 자신의 정부와 밀회를 약속한 세 쌍의 남녀가 같은 시간,같은 아파트에서 부딪치게 돼 겪는 소동을 다룬 작품이다.시종 「밀애의 스릴」만을 강조하다가 뚜렷한 반전의 계기도 없이 돌연 참된 사랑을 회복한다는 작위적 결말은 극을 「연극이전」으로 떨어뜨리고 있다.하지만 극단측은 하루평균 80%가 넘는 객석점유율을 보이는등 반응이 있자 무기한 장기공연을 선언하고 나선 상태.이밖에 「제목선정주의」의 대표격인 「알몸의 스타들」(레오나드 멜피작,김영민연출)도 포르노배우의 사랑과 진실찾기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단순흥행만을 겨냥한 그림보여주기 차원의 연극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과도 같은 이러한 섹스코미디극 범람의 문제는 선정주의연극이 대중속에 암초처럼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이를 근절할 방법은딱히 없다는데 있다.요컨대 멍들어가는 연극을 살리는 길은 관객 스스로 다양한 관극체험을 통해 연극다운 연극만 골라 볼 수 있는 성숙한 눈을 키우는 일일 것이다.
  • 러­체첸자치공 “끝없는 승강이”(특파원 코너)

    ◎연방내 범죄단 운영… 항공기 납치 비난/러시아/“두다예프의 독립정책 저지에 혈안”/체첸공 경제난,각종 범죄등 산적한 국내문제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옐친행정부가 이번에는 중앙정부의 권위라고는 손톱만큼도 인정치 않는 체첸공화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러시아는 지난 1일 정부성명을 통해 『체첸공화국이 러시아국경쪽에서 무력도발을 계속하고 있다』며 국경수비병력을 동원해 이를 즉각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30일에는 세르게이 필라토프 대통령행정실장이 체첸공화국이 현지에서 활동중인 러시아정보요원 3명을 참수해 그 시신을 수도 그로즈니광장에 공개했다며 이를 『체첸인들이 얼마나 야만적이고 잔혹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남부 코카서스산맥 북쪽에 있는 체첸공화국은 인구 1백10만명의 소민족공화국으로 주민 대부분은 회교도인 체첸인들이다.지난 90년 소련방해체 기운이 한창일때 독립을 선포하고 91년10월 소련공군장성출신의 조하르 두다예프 현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선출했으며 그동안 연방정부의 지시를 자주 무시해 왔다. 옐친정부가 체첸을 눈엣가시로 여겨온 데는 정치적인 이유말고도 몇가지 이유가 더 있다.우선 체첸인들이 러시아내 범죄조직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특히 코카서스산맥을 넘나드는 체첸 밀수조직은 러시아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한다.지난달 29일 수류탄 폭발로 5명의 사망자를 낸 인질극을 비롯,최근 3개월 사이에 무려 5건의 항공기납치극이 체첸땅에서 일어났는데 러시아정부는 이같은 항공기납치극의 배후에 체첸이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체첸측은 러시아의 이런 주장들을 『독립정책을 추구하는 두다예프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한 날조극』이라며 맞섰다.비행기납치극도 모두 두다예프정부의 위신을 실추시키기 위해 러시아정부가 치밀하게 꾸민 사건들이라고 주장한다.게다가 참수당한 러시아정보요원 사진도 날조된 것이고 『한마디로 러시아가 두다예프정부를 무력으로 전복시킬 구실을 만들고 있다』고 공격했다. 체첸공화국은 대부분이 산악지대로 러시아정부가 군대를 투입하더라도 사실 효과적인 작전을펴기 힘든 곳이다.그래서 볼썽사나운 설전만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보다 심각한 것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중앙정부와 연방내 21개 민족공화국의 관계가 대부분 체첸의 경우와 대동소이하다는 점이다.그래서 일각에서는 러시아연방도 결국 소연방과 같은 해체의 운명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 강원도 홍천군/「원소리 막국수」(맛을 찾아)

    ◎자연산 도토리만 사용… “군침이 절로”/두릅·산미나리 등 푸짐한 산채 맛 깔끔 황토흙 냄새 물씬 풍기는 토속적인 도토리국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을 찾기란 결코 쉽지않다. 북한강변을 끼고 서울과 설악산을 잇는 국도 44호선을 따라 가다보면 강원도 홍천에 이르고 홍천읍에서 역전평고개쪽으로 10리쯤 더 가면 왼쪽에 「원소리 막국수」집이 나온다. 이 집 주인은 김종남씨(35·여)이지만 재료인 자연산 도토리를 모아 이를 갈고 빻아 녹말을 만들어 국수를 만들어내는 일체의 과정은 김씨의 친정어머니인 이순례할머니(61)의 몫이다. 이할머니는 인접한 금악산에 지천으로 자생하는 80∼1백년생짜리 재래종 도토리나무에서 충분히 익어 저절로 떨어진 토토리만을 국수재료로 쓴다.도토리 껍질을 벗긴뒤 대형멧돌을 활용해 초벌 갈고 두벌 간뒤 떫은 맛을 완전히 없애기위해 앙금을 가라앉히는 과정을 또 거쳐 순도 1백%의 도토리녹말만을 뽑아낸다. 도토리 녹말을 찬물에 반죽해 뽑아낸 국수가락은 신선함은 물론 도토리 특유의 쫄깃한 맛과 향을 고스란히간직한다.특히 원수리 막국수집에서 사용하는 도토리는 재래종이라 도토리 특유의 감칠맛이 진하다고 이할머니는 귀띔했다. 밑반찬으로 도토리국수 식탁에는 이할머니가 손수 텃밭에서 길러낸 채소가 오른다.봄과 이른 여름철이면 야산에서 뜯은 두룹·고사리·산미나리·취나물등이 푸짐하게 나와 강원산간 특유의 산채맛도 함께 맛볼 수 있다. 처음에는 국수와 묵을 만들어 인근 춘천시 등지에 내다 팔았지만 이할머니 손끝맛을 아낀 주윗사람들의 권유로 4년전부터 원수리 막국수집를 개업했다. 2천원씩 받고 있는 도토리 막국수 이외에 도토리묵·막국수·무공해 찐두부맛도 즐길 수 있다.
  • “상문이가 살아 있었구나…”/북 수용소 수감확인 고상문씨 가족표정

    ◎노부모·가족 밤새 눈물/부인 조복희씨 “한서린 망부가” 15년/당시 젖먹이 외딸 이젠 어엿한 고1/인간이하 수용소생활 견뎌내 꼭 살아서 만났으면 『상문이와 만날날이 꼭 오리라고 확신합니다』 30일 국제사면위원회가 공개한 북한의 정치범명단에 79년 납북된 고상문씨(46·당시 수도여고 지리교사)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15년을 하루같이 기다려온 형 상구씨(48·출판업·송파구 신천동)등 가족들은 『지금이라도 당장 올 것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상구씨는 『생사소식만이라도 확인하는게 소망이었는데 살아있다니 꿈만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가족들은 상문씨가 네덜란드 유학중 부인 조복희씨(42)에게 『사랑하는 당신의 자상한 편지를 반복해 읽을때마다 힘이 솟곤 합니다』는 내용의 편지등을 수십통 보낸 것으로 볼때 처음부터 북측주장처럼 자진 월북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고씨는 결혼한지 1년 4개월만에 네덜란드 유학길에 올랐다가 79년 4월 귀국 1개월을 앞두고 부활절 휴가도중 노르웨이에서 북한에 납치된후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상구씨는 『지난 84년 무렵 상문이가 간첩으로 몰려 정치범 집단 수용소에서 강제노역하고 있다는 소문은 들었으나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노심초사해 왔다』고 말했다. 상구씨는 『이번 확인으로 동생이 자진월북했다는 북측의 주장이 거짓임이 명백해졌다』며 북측도 진정 남북대화를 원한다면 인도적인 차원에서 보내 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구씨는 『평소 동생은 활달한 성격인데다 해외연수를 마친뒤 귀국해 새로운 교육풍토를 이루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얘기를 해 왔다』며 북에서는 도저히 적응하지 못할 성격이라고 지적했다. 부인 조씨는 남편이 납치된 직후부터 친정집에서 살다 요즘은 갈현동에서 의상실을 경영하며 남편소식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속에 딸 현미(16·예일여고 1년)를 키우데 정성을 쏟고 있다. 조씨는 그동안 시어른과 주위친지들의 격려 덕분에 자신은 마음고생을 달랠수 있었지만 아버지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딸아이가 『아빠는 어디 계시냐』며 보챌때 가장 가슴 아팠다고 말해왔다고 상구씨는 전했다. 그러나 이제 세월이 흘러 오히려 현미가 엄마를 위로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상구씨집에는 고씨의 생존소식을 듣고 친지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로 뜬밤을 보냈고 노부모인 고흥득(80)·한연희씨(75) 부부는 『아들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한번도 의심한적이 없었으며 잠들기전에는 꼭 아들 모습을 그려보고 건강을 기원해왔다』며 『죽기전에 아들을 만나보는게 소망』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 항공기 추락참사 1년… 남다른 감회의 마천리주민

    ◎희생자 넋 위로하려 조촐한 추모제/자녀들 고향에 대한 자부심·긍지 느껴 보람/구조됐던 생존자 찾아올땐 형제 만난 기분 26일은 국내 항공사상 가장 큰 희생자를 낸 아시아나항공 보잉 737기 추락사고 1년째되는 날­당시 누구보다도 먼저 사고현장에 뛰어들어 44명의 생존자를 구해내는 헌신적 사랑실천으로 흐뭇한 화제를 던져준 전남 해남군 화원면 마천리 산골마을주민들은 이날을 맞는 감회가 남다르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우리 동네사람들에게는 늘 자신감과 여유가 넘칩니다.마을이 이만큼 달라진 것만도 어느해보다 값진 풍년을 이룩한 셈이 아닙니까』 당시 이장 김진석씨(61·당시 이장)는 『마을주민들이 사고당시 스스로 확인한 이웃사랑실천 잠재력은 앞으로 두고 두고 이 마을을 지탱해줄 수 있는 값진 수확이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그들에게는 지난 1년의 시간이 여느해보다 남달랐던 게 사실이지만 차츰 그날의 충격이 조용한 현실로 돌아와 지금은 희생자들의 넋앞에 하나같이 옷깃을 여미는 모습이다. 『오늘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위해 마을주민들끼리 조촐한 추모제를 가질 예정입니다.이 추모제가 지난 한햇동안 마을주민들에게 지워진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덜게 해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주민 정한기씨(58)는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은 뒤로 한 채 난데없이 우리가 너무 많은 영예를 안은 것만 같아 늘 죄스러웠다』고 말한다. 마을주민들은 이 산골마을에 대통령까지 다녀가더니 사고이후 이 마을에 경사가 겹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무엇보다 자녀들이 어딜 가도 고향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대단하고 그만큼 떳떳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가장 큰 보람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장 김동희씨(47)는 『지금도 가끔 당시 구조된 생존자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이곳을 찾아와 형제를 만나는 기분이다』라며 『마천마을이 그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푸근한 마음의 고향이 됐으면 한다』고 말한다. ◎헬기 극적구조 투병중인 김성희씨/“통증 시작하면 아직도 잠못이뤄/건강하게 자라는 아들이 큰 희망” 『병상의 하루 하루는 너무도 긴시간이지요.하지만죽음에서 기적처럼 살아난 아들 승호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지켜보면서 삶의 보람을 찾고 있습니다』 1년전 세기의 참사로 일컬어졌던 아시아나항공기 추락사고 현장에서 의식을 잃은채 헬리콥터에 매달려 극적으로 구조되는 장면이 TV에 보도돼 온 국민의 가슴을 졸이게 했던 김성희여인(30).가족과 함께 친정인 목포에 다니러오다 문제의 사고 여객기를 탔었던 김여인은 사고후 전신마비상태에서 눈물겨운 투병생활로 상반신의 기능은 회복됐으나 나머지 부분은 치료효과가 두드러지지 않아 주위를 안타깝게하고 있다. 『뇌와 흉부에 수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워낙 충격이 컷던 것같습니다.통증이 시작되면 지금도 잠을 이루지 못해 안타깝기만 합니다』아내의 간호를 위해 회사까지 그만둔 남편 윤진현씨(32)는 『그날의 사고는 많은 사람들의 뇌리속에서 지워져가고 있지만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부상자들이나 희생자가족들에게는 그날의 악몽이 아직도 생생히 살아난다』고 말했다.
  • 1주일전까지 왕성한 활동/김일성 최근 동향

    ◎1일 요르단대사 접견뒤 공식석상 자취감춰/6월 한달간 현장지도 등 18차례 행사참석 8일 갑작스럽게 사망한 북한주석 김일성은 1주일전까지만해도 거의 매일같이 외국 사절단을 접견하고 「현장지도」에 나서는등 한창때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그래서 일부 북한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일성이 보다 확고한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다시 정치일선에 나선 것이 아니냐하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던 김일성이 다시 공식활동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것은 사미르 이츠알라 신임 주북요르단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지난 1일이후부터다.거의 비슷한 시기에 남북정상회담 준비로 눈코뜰새 없던 우리 정부 일각에서는 때아닌 「김일성 와병설」과 「사망설」이 나돌았고 불과 보름전 TV화면에 비친 지미 카터 전미국대통령과 회담할때의 건강한 모습을 떠올리며 농담정도로 받아넘기는 분위기였다. 북한 주석 김일성은 지난 6월 한달동안 외국 사절단 접견과 현장지도를 포함해 모두 17차례의 공식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5월 5차례에 비하면크게 늘어난 것이다.특히 16·17일 카터 전미국대통령과의 회담이후 10여일동안 두차례의 현장지도와 7차례의 외국대표단 접견등 무려 9차례의 공식행사를 가졌다.이는 거의 하루에 한번꼴로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일정이다. 지난달 카터 전미국대통령과의 회담을 전후한 김일성의 지난 6월 한달동안 동정을 시간대별로 복원해보면 다음과 같다. 김일성은 지난1일 신임 주북요르단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기 하루전인 지난달 30일 당비서 황장엽과 당 부부장 임필순등이 배석한 가운데 위도 마르텐스 벨기에 노동당 중앙위원장을 접견하고 오찬을 했다. 29일에는 아프리카의 자이르와 수단 대통령에게 축전을 띄웠다.28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예비접촉이 한창일때 평양을 방문한 심양군구 사령원 상장 왕극을 단장으로 한 중국군 친선참관단을 접견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김일성은 또 방글라데시 민족사회당대표단(단장 총비서 하사눌 하크 이누·25일)과 미치이 루츠판 태국 상원의장(24일),도안 쿠에국방장관을 단장으로한 베트남 군사대표단(18일)을 각각 접견했다. 카터와의 회담직후인 19일에는 미키 전일본총리 부인인 미키 무스코를 만나 「8월15일 남북정상회담」을 갖길 희망한다는 의사도 전달했었다. 김일성은 외국 대표단 접견 사이사이에 현장지도까지 나서 북한주민들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달 21일 강성산총리와 서관희 당비서등 고위 간부들과 함께 평양 대성구역 협동농장을 시찰한 것을 비롯,19일 평남 온천군 금당협동조합을 「현장지도」로 시찰한 것. 김일성은 이에 앞서 9일 평양을 방문한 셀리그 해리슨 미국 카네기재단 수석연구원을 만나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을 양보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해 관심을 불러일으켰었다.
  • 김정일 나타날까/후계구도·서울회담 관련 관심 증폭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공식 후계자 김정일의 행보가 짙은 안개속에 휩싸여 있다. 북한의 각종 선전매체를 통한 김정일에 대한 우상화 작업은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하지만 올들어 핵문제 등 외교와 대남관계를 김일성주석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나섬으로써 그의 입지는 날로 좁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요컨대 선전적 차원에서는 김정일 후계체제를 계속 강화하고 있으나 실제 권력은 더 이상 이양하지 않고 있는 기묘한 형국이다.그는 전반적 무력을 장악하는 국방위원장과 최고사령관 및 당사업을 총괄하는 비서 등을 맡고 있으나 아직 당총서기와 국가주석 등 핵심요직은 물려받지 못하고 있다. 후계체제의 완성을 위한 김정일 찬양작업은 올들어 줄곧 에스컬레이트되어 최근 절정에 이른 인상이다. 연초 북측 보도매체들이 그에 대해 김일성과 동급이라고 할 수 있는 「어버이」,「수령」이라는 호칭을 심심찮게 사용했다.뿐만 아니라 휴전선 일대의 대남확성기 방송에선 「주석」이라는 호칭까지 등장한 사실이 우리측에 포착됐다. 최근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김정일이 7·4공동성명 초안을 작성하는 데 깊이 관여했을 뿐만 아니라 「남북기본합의서」 등도 그의 업적이라고 선전하고 있다.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후계체제의 완성을 위한 호기로 삼으려는 의도가 아니냐하는 해석을 낳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요란한 선전과는 달리 김정일이 무대에 등장하는 횟수는 지난해 보다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연초의 그레이엄목사 방북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물론 최근 평양을 방문,남북정상회담의 물꼬를 튼 카터 전미국대통령의 「한번 보자」는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는 김정일이 그동안 「곁가지」로 백안시해 온 것으로 알려진 계모 김성애가 카터의 방북을 계기로 전면에 복귀한 것과는 퍽 대조적인 양상이다. 그가 제2선으로 후퇴한 인상을 주는 것은 김주석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친정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데 따른 반작용이다.하지만 그 배경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다만 그의 이같은 「고개숙인」 모습이 반드시 후계체제의 이상기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게 북한전문가들의대체적 시각이다. 그 보다는 현상황에서 김정일의 지도력에 더 이상의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한 김주석의 고육지책이 아니냐하는 관측이 보다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핵문제와 경제난에 따른 인한 총체적 난국에서 어느 정도 헤어날 때까지의 잠정적 조치라는 것이다. 이같은 판단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이번 정상회담 기간중 북측이 김정일을 김영삼대통령과 대면시킬지의 여부도 안정적 후계구도 정착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데 따라 결론 지어질 것이다. 북측이 김대통령의 흡수통일 불원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앞으로 북한체제의 상징격인 김정일과의 만남을 연출할 수도 있는 것이다.특히 북측이 굳이 정상회담을 「최고위급회담」이라고 고집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2차 서울 정상회담은 김정일과 하자는 「비정상적」 제안을 해올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있다. 물론 북한이 기본적으로 불리한 정보의 외부유출을 철저히 차단하는 「폐쇄회로」사회인 점을 감안한다면 그가 정상회담을 전후한 어느 시기에 어떠한 위상을 갖고 나타날 지는 좀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 며느리사랑은 시아버지라 했는데(박갑천 칼럼)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사위 사랑은 장모』라고 했다.프로이트식 심리가 깔린 때문일까.대체로 맞는말 같긴 하다.시아버지 마음에 상처 입힐까 저어하여,장모 얼굴에 그늘 드리울까 마음쓰면서 어려운 부부생활 이어왔다는 넋두리도 더러 듣는 것이니 말이다. 시아버지 위하는 효부는 오늘에도 있으니 옛날이야 더 말할 것이 없다.그 중에서도 호랑이까지 감동한 효부 얘기가 이원명의 야담집「동야휘집」에 보인다.­안효부는 17세에 단양최씨에게 시집갔다.얼마후 남편이 죽으니 살림을 도맡으면서 눈먼 시아버지를 지성으로 봉양한다.그를 안쓰럽게 여긴 친정부모가 병이 났다고 속여서 불러들인 다음 개가시키려 했다.거짓 승낙한 그는 밤중에 도주한다.발이 부르터 못걷게 되자 호랑이가 나타나 태우고 갔다.며칠후 함정에 빠진 호랑이를 안효부가 살려주고 호랑이는 죽은 시아버지의 묘자리까지 잡아준다.「청구야담」에도 실려있다. 물론 몹쓸 며느리도 있었다.「어우야담」에 보이는 역관 신응주의 아내 같은 여자다.역시 역관이었던 아버지 신연은 80노령에 여러 아들집을 돌면서 의탁한다.응주는 효성이 부족했고 그 아내는 간악하여 시아버지에게 음식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어느날 찾아왔을 때도 그랬다.응주가 밖에서 돌아와 이를 알고 나무랐으나 아내는 벼락맞을 일이라면서 부인한다.이튿날 응주가 외출한 사이 그집에 벼락이 떨어져 아내와 딸·종이 모두 죽었다.불효가 알려진 응주 또한 형장아래 죽는다. 박대에 그치지 않고 시아버지를 아예 죽여버리는 경우도 있다.「추관지」(추관지:상복부)에 보이는 옥지라는 며느리가 그 여인이다.­시아버지(귀남)가 나병에 걸려 온몸이 곪자 움막을 지어 집에서 내친다.그러고도 자연사하게 내버려두면 자손들에게 전염된다는 속설을 믿고서 남편(■남)·시누남편(김기)·아들(어둔금)과 함께 무명베로 둘둘 말아 항아리속에 집어넣음으로써 숨막혀 죽게 했다.무지의 소치였다고는 하겠으나 소름끼치게 하는 패륜 아닌가.「강릉부지」에도 나오는 얘기인데 그 사건으로 해서 고을을 강등시켜 버린다. 어버이를 찔러죽인 후레자식이 나오더니 이번에는 시아버지를 몽둥이로 때려죽인 독부도 나온다.술버릇 사납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고 한다.하늘이 두렵지 않았던 것인지.절망스러워지면서 서글퍼지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런 일에 신경이 무디어져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세상이 어디로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 것인지 앞이 캄캄해진다.
  • 르완다반군 수도 키갈리 점령/국방부 청사 접수… 주민탈출 사태

    ◎불군,반군 서부총공세 저지 태세/전략요충 부타레도 장악 【키갈리·브뤼셀 로이터 AFP 연합】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가 4일 상오(현지시간)반군인 르완다애국전선(RPF)에 함락됐다고 목격자들과 RPF 지휘관들이 말했다. RPF반군들은 또 정부군과 치열한 격전끝에 르완다 제2의 도시이며 전략요충인 부타레를 장악했다고 프랑스 관리들이 전했다. 투치주인 RPF반군들은 그동안 포위망을 좁혀온 수도 키갈리에 박격포와 소화기공격을 펼친끝에 키갈리에 입성,정부군의 마지막 저항거점인 국방부 청사를 장악했다고 유엔감시단 대변인이 밝혔다. 현지 목격자들도 RPF가 지난 이틀간 키갈리의 정부군 진지에 대해 집중적인 포격을 가한데 이어 4일 새벽 지상군을 동원한 총공격에 나서 키갈리 중심가를 점령했다고 확인했다. 르완다 정부군은 반군들이 입성하자 수도를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르완다 현지에 파견된 프랑스군의 장 클로드 장군은 이와 관련,『카갈리 함락과 함께 대규모 종족학살이 발생할 것이며,이에따라 난민들이 서부지역으로 이동할것』이라고 우려했다. 벨기에의 RTBF방송도 RPF의 수도 점령으로 주민들의 대량탈출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키갈리를 장악한 RPF반군들은 현재 마지막까지 저항하고 있는 친정부군 민병대병력들을 소탕하는 작전을 벌아고 있다고 현지 목격자들은 전했다. 수도 키갈리가 마침내 함락됨에 따라 RPF 반군들은 정부군의 마지막 저항거점인 서부지역에 병력을 집중,총공세를 펼칠 수 있게 됐다. 한편 르완다 서남부에 진주한 프랑스군은 4일 RPF군의 서방진격을 저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 생산성높은 국회돼라(사설)

    14대 국회 후반기를 이끌 지도부의 진용이 짜여지고 의원들의 상임위배정이 마무리됨으로써 2기 국회가 출범했다.새로 선출된 황락주국회의장은 「문민시대에 부응하는 국회」「국제경쟁력을 갖춘 국회」「통일에 대비하는 국회」를 지표로 삼아 여야 의원들의 지혜를 모으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차례로 투표에 따라 선출된 17개 상임위원장들도 새로운 출발의 각오를 천명했다. 일반의 국회 무관심과 남북정상회담 성사의 들뜬 분위기에 묻혀 29일 조용히 막을 올렸지만 2기 국회출범이 갖는 의미는 그 어느때보다 크다. 그 첫째는 앞으로 2년동안 예상되는 격동의 국내외 정세속에서 국회가 담당해가야 할 역할의 중요성이다.어느때고 시대적 의미가 내재되게 마련이지만 지금 남북의 정상은 분단 반세기만의 첫 회담을 통해 대결과 긴장으로 점철되어온 한반도정세의 새로운 대전환을 모색하고 있다.본격적인 남북대화가 시작된 것이다.이제 국회는 남북문제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거르고 한데 모으는 토론의 중심무대가 되어야 한다.이와 함께 국제화,다양화로 치닫는 세계조류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국익과 국력을 제고해 나가는 큰 정치의 틀을 갖춰가야 한다. 또하나 이번 2기 국회의 특징은 그 지도부가 문민정부 들어 처음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14대국회 1기 지도부의 진용이 전직대통령시기에 출발한 것이라면 이번 2기는 김영삼대통령의 주도에 따라 여측 인선이 이루어졌다.친정체제의 확고한 구축과 함께 그만큼 책임과 역할이 확대 강조되고 있다. 다음으로 지적해야 할 것은 2기 국회는 새롭게 마련된 국회법에 따라 운영된다는 것이다.보다 민주적이고 활성화된 제도에 따라 국회운영이 이루어진다.대의 민주정치가 국회를 중심축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토론보장,자유로운 의견개진,생산적 의안 심의가 상설국회정신에 입각해 집행된다는 점은 벌써부터 기대를 갖게 한다.본회의 질문자 수를 늘리고 질문시간을 줄인다든가,법안과 예산안의 철저한 심사보장등은 민생국회의 역할에 부합하는 장치임에 틀림없다.그러나 제도보다는 운영의 편에서 항상 문제가 있어 왔다는 교훈에서 의정의주역인 의원들의 실천및 준수의지가 사전에 보장되는 것이 선결과제임은 물론이다. 우리는 역할과 책임,그리고 가장 이상적인 제도를 갖춘 새로운 국회의 출범을 보면서 다시는 정치가 시대의식에서 가장 낙후됐다는,그래서 국가보다는 당이,타협보다는 투쟁이 명분에 앞서왔다는 그동안의 부정적인 평가를 말끔히 청산해 주기를 당부한다.국익에 민감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생산성 높은 국회의 기능을 발휘해주도록 기대해 마지않는 것이다.
  • 한­러 정상회담에 바란다/바자노프 특별기고

    ◎“관세·합작공장 등 「실질문제」 논의를”/가전품·차 등 한국상품 진출 호기/관세/방산업체 시설·인력 투자 매력적/합작/대북정책 「압력」보다 「개방유도」 합심 노력 필요 솔직히 말해 너무 산적한 국내문제들로 인해 김영삼대통령의 방문은 러시아인들의 관심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물론 언론들이 이따금씩 한국의 발전상과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정치에 관해 보도한다.많은 학자들이 한국의 경제 기적의 비결을 연구하고 있다.하지만 전반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많은 러시아 국민들은 한국대통령이 방한하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주요 정치세력들간에 정쟁중지를 위한 소위 「화합헌장」이 가까스로 채택됐지만 극좌 야당세력들은 옐친정부를 전복시키자고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다.산업생산량은 지난 1년새 또 25%가 감소했다.많은 공장들이 자금·부품·원료부족으로 또한 주문이 없어 가동을 중지했다.이 공장들의 수백만명 노동자들이 일도 없고 월급도 받지 못하고 있다. 범죄발생건수는 기록적으로늘고 있고 교육·의료·문화적 제제도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도처에서 재정지원을 요청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정부는 이에 응답할 여력이 없다.파시스트를 비롯한 극단주의자들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 계속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관리들은 김대통령의 방문이 한·러 관계증진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한국은 러시아의 경제회복에 없어서는 안될 파트너이다.러시아는 한국의 생산품·기술·자금이 필요하고 한국은 아울러 러시아의 중요한 수출시장이다.무엇보다도 러시아는 한국시장을 통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제체제에 편입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한국의 안보분야의 중요성도 경제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다.러시아는 국경지역에서 계속돼온 유혈분쟁에 지쳤다.러시아정부는 한반도에서 분쟁이 일어날 경우 이는 지상의 어떤 분쟁 못지 않게 위험한 유혈을 동반한다는 것임을 알고 있다.한반도의 분쟁은 곧바로 핵전쟁,강대국간 전쟁으로 발전할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는 러시아의정책입안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관심사이다.크렘린지도자들이 보기에 한국은 우호국가이다.한국과의 우호관계는 극동에서 약화된 군사대국 러시아의 입지를 강화시켜준다고 이들은 믿고 있다.따라서 한국의 지도자들이 러시아와의 관계증진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양국관계는 미래가 있다. 두 나라의 바람직한 관계를 위해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우선 경제면에서 거창한 프로젝트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대규모 프로젝트는 양측에 기대만 부풀렸다가 결국 실망만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지난 1992년 옐친대통령 방한때 체결된 20가지 이상의 대규모 프로젝트들 가운데 지금까지 이행된 게 한 가지도 없다.러시아의 관리와 경제인들은 한국이 말로만 약속하고 실제로 이행하는 것은 없다고 불평한다.물론 한국측에선 러시아에 대해 불만이 있을 것이다.바라건대 실현불가능한 대형 프로젝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하지 않는 게 좋다.그대신 실현가능성이 높고 현실적인 작은 사업들을 논의하자.예를 들어 질좋은 한국상품들이 러시아에 진출하는 데 가장 큰 장애중 하나가 높은 수입관세이다.많은 러시아 수입회사들이 이 수입관세 때문에 한국의 우수한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수입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러시아정부로서는 이 수입관세를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하지만 지방 산업체들의 압력때문에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이에 대한 해결책중 하나가 러시아영토내로 생산라인을 옮겨오는 방안이다.현재 러시아에는 일거리가 없어 쉬고 있는 우수한 방위산업체가 수없이 많다.노동자들은 공장사무실에서 체스나 두고 텔레비전을 보며 소일하고 있다.이들 모두가 외국의 투자진출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많은 공장들이 생산라인을 약간씩만 바꾸면 질좋은 소비제품들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을 포함,많은 외국투자자들이 장기 투자에 대한 위험부담을 우려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하지만 설사 앞으로 러시아에서 공산주의 정권이 복귀한다 치더라도 지금의 시장경제화 개혁방향 자체를 뒤바꾸지는 않을 것이다.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대명제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따라서 투자의위험부담은 그렇게 높지가 않다. 중소 무역업자들의 활동을 더욱 지원해주어야 한다.러시아 소비자들은 질이 낮지만 값싼 중국제품들을 찾던 시절을 지나 이제 좀더 정교하게 만들어진 한국상품쪽으로 선호도를 옮겨가고 있다.많은 러시아 무역업자들이 의류·신발·장신구를 사기 위해 한국의 도시들을 찾아 다닌다.이들 대부분이 비자를 발급받고 비행스케줄을 잡는데 그리고 까다로운 수출입절차 때문에 애를 먹는다.양국지도자들은 겉으로 보기에 대수롭지 않게 보이지만 중요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안보분야에서 두나라간 가장 중요한 사안은 역시 북한에 대한 정책조율일 것이다.그러나 핵문제를 포함,어떤 문제에서든 북한에 대해 지나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그보다는 북한이 개방을 하고 외부사회와 협력토록 부추기는 것이 필요하다.그렇게해서 북한이 경직된 독재체제로부터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사회로 서서히 바뀌어지도록 도와야 한다.이런 차원에서 두만강지역을 포함,국경지역에 경제특구를 건설하는방안등이 논의됐으면 한다.호전적이고 적대감으로 가득찬 북한정권을 다스리는데 이것은 매우 효과적인 정책이 될 것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러 시장 공략 「비결」/핵심인사 만나 일처리 신속히/합작·구상무역 유리 「러시아에서의 성공은 인맥형성에 달렸다」 「상담이나 방문시 선물은 필수」 「술자리에서 보드카를 많이 마셔라」 「최종 교섭은 핵심인사와 담판,신속하게 처리하라」 대한무역진흥공사가 권유하는,러시아에 진출한 기업인들이 필수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사항들이다. 지난 89년을 전후로 시작된 대러시아 진출은 소련붕괴로 인한 정치불안과 30억달러의 대러 경협자금의 중단으로 91년부터 냉각되다 지난해부터 활기를 되찾았다.지난해 총교역량은 15억7천만달러(수출 6억달러,수입 9억7천만달러)로 수출은 92년보다 4백%나 늘었다.투자는 허가금액으로 3천만달러(40건),실제투자는 2천4백만달러(23건).미국의 「서부개척」에 비유되는 러시아 시장의 공략법을 김영삼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알아본다.대러 교역의 특징으로는 ▲과도기를 틈탄 비공식적인 거래의 확대,예컨대 부산 등에서 활동하는 보따리 장수들이다. ▲러시아 은행들의 신용도가 낮아 신용장 이외의 거래가 급증한다. ▲소비재를 수출하고 원자재를 수입하는 보완적인 구조 등을 들수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성공비결은 첫째,특정 지역에의 집중은 피하라는 것이다.모스크바는 모피 등 소비재 위주의 투자,시베리아 극동지역은 수산물 가공,삼림벌채 등에 주력해 원자재 수입 및 자원개발 등으로 분산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둘째,진출형태는 단순 투자보다는 현지 생산을 위한 합작투자가 유리하다.러시아 정부도 현지 생산·판매,수출 라이선스(허가증)의 획득 및 경비 절감에 도움이 되는 현지투자 법인 설립을 권장하고 있다.셋째,외화부족 및 정치 불안으로 당분간은 원자재 수입과 상품수출을 연계하는 구상무역이 바람직하다. 러시아는 자원개발과 기술협력 등이 폭넓게 추진돼야 하는 복합시장이다.특히 극동지역은 한­러 교역의 관문이며 동북아 경제협력의 중심지로 사할린주의 유전개발,하바로프스크의 유연탄 개발 등의 전망이 높다.
  • 백악관서 23년만에 결혼/힐러리 남동생이 “주인공”

    ◎로드햄씨,상원의원 딸과 28일 예식/클린턴 이부 아우는 지방서 식올려 23년만에 처음으로 백악관에서 결혼식이 거행된다.빌 클린턴 대통령의 손아래 처남이자 퍼스트레이디 힐러리여사의 남동생인 토니 로드햄씨(39)의 결혼식이 28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리는 것이다. 신부는 캘리포니아주 민주당소속 상원의원인 바바라 복서여사의 딸 니콜 복서양(26). 클린턴대통령가와 복서상원의원이 사돈을 맺게되자 미국 언론들은 「막강한 정치권력의 결합」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민주당대통령과 민주당소속 상원의원간의 사돈관계를 지칭,「당파적 잔치」라고 조크를 하고있다. 클린턴대통령의 딸 첼시양은 다른 3명과 함께 신부의 들러리로 참여하고 혼주겸 신랑의 들러리는 힐러리여사의 오빠이며 신랑의 형인 휴 로드햄씨가 맡게될 것이라고. 신랑 토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로스앤젤레스지부 지역조정관으로 일하고있고 신부 니콜은 역시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프리이드 필름」의 부회장. 이날 저녁6시부터 시작될 결혼식에는 2백50명의 하객이 초청될 예정인데 양가의 친척·친지등으로 제한했다. 백악관의 결혼행사는 지난 71년 당시 닉슨대통령의 딸 트리커양과 에드워드 콕스군의 결혼식이 역시 로즈가든에서 있은후 이번이 처음. 지난 3월 클린턴대통령의 「이부동복」동생도 결혼을 했으나 백악관이 아니라 텍사스의 댈러스시에서 식을 올렸었다. 클린턴대통령가의 「실세」가 힐러리여사라는 농담이 배(복)같은 동생은 못한 백악관결혼식을 처남은 할수 있다는데서도 입증된다고 워싱턴의 참새들이 입방아를 찌을만하다. 뿐만아니라 힐러리여사의 오빠인 휴 로드햄씨(전마이애미 공익변호인)는 오는 가을 플로리다주의 민주당 상원의원후보 예선에 출마할 준비를 하고있어 힐러리여사의 친정인 로드햄가의 본격적 정계진출문제가 이번에 상원의원과 사돈을 맺는 것을 계기로 다시 관심을 모으고있다.
  • 거의 연애결혼… 신랑집서 예식(“살양말 신어보는게 꿈”:하)

    ◎재봉틀이 호화혼수… 폐백풍습은 사라져/신혼여행 안가고 바로 시댁에 살림 차려/여성 흰색블라우스·주름치마·중국제허리띠 유행 내가 북한을 떠나 오면서 챙긴 짐속에는 91년 회상유치원 교양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지어 입은 까만색 양장이 한벌 있다. 내 월급의 4배가 넘는 4백원이란 거금을 주고 감을 떠다 지어 입은 것으로 최근까지도 고상한 멋이 있다하여 유행하던 옷이다.겨울마다 즐겨 입어 애착이 갔지만 중국에서 우리를 도와준 김선생집에 두고 왔다.서울에 가져왔어도 입기에는 좀 어색하겠지만 언젠가 찾아 입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평양선 긴치마 인기 북한여성들 사이에도 옷과 머리의 유행이 있다.내가 살던 함흥에서는 겨울철엔 까만색 한복과 양장이 인기였다.양장치마로는 주름치마를 많이 입는다.요즘에는 흰색블라우스에 주름치마를 입고 그위에 중국제 허리띠를 매는 바람이 처녀들 사이에 한바탕 불고 있다. 허리띠는 천으로 만들어져 입으면 주름이 생기기때문에 집에서 고무줄을 넣어 사용한다.값은 한개 35원으로 큰 맘 먹지 않으면 사기 힘들다. 「헛가다」라고 서양식 추세(유행)를 좇아가는 젊은이들이 있는데 남자는 헐렁헐렁한 옷을 입고 여자는 평양처녀들 사이에 유행한다는 긴치마를 입는다. 처녀들의 머리모양은 나처럼 생머리로 길러 묶거나 머리띠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처녀 「헛가다」들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파마를 하는 등 별스럽게 하기도 한다. 북한에서 여성들이 여름에 살양말(스타킹)을 신기 시작한 것은 지난 89년 임수경언니가 평양을 다녀간 이후부터였는데 그때 우리 친구들은 모여서 『더워 죽갔는데 양말은 무슨 양말』이냐며 비아냥 거렸었다. 우리는 임수경언니를 두고 『남조선에서 자랐는데 어떻게 저리 키 크고 얼굴도 좋고 지식도 높나』하면서 남한사회 현실에 대해 그동안 들어온 것이 거짓이 아닌가 하고 수근대기도 했다. 어쨌든 그후 한 켤레 20∼40원하는 중국제 살양말을 멋내기 좋아하는 처녀언니들은 몇달치 월급에서 뗀 돈으로 사 신었는데 나한테는 그림의 떡이었다. 북한에서는 중매결혼은 거의 없고 연애결혼이 대부분이다.여자나이 21세가되면 결혼을 신중하게 생각한다.여자나이 22세이면 금값,23세 은값,24세는 동값 처녀로 부른다.25세가 넘어가면 늙은처녀로 분류돼 중매가 오가도 신랑쪽에서 『그만 두자』하는게 보통이다.남자는 25∼27세에 결혼한다. 처녀들 사이에서는 「군당지도원」을 최고의 신랑감으로 꼽는다.군당지도원이란 군대를 갔다 왔는가,당원인가,지식이 있는가,도덕적으로 깨끗한가,돈이 있는가를 뜻하는 말이다.전문학교나 대학을 나오면 「지식이 있다」고 본다. 북한에도 사람사는 사회인만큼 고부간 갈등도 있고 올케·시누이 사이가 나쁜 경우가 많다.이 때문에 생긴 은어가 「벼룩이 닷되」,「염소」등이다. 「벼룩이 닷되」라는 말은 시누이 한명을 뜻하는데 『그집에 벼룩이 닷되 있는가?』고 물어 『10되 있소』하면 시누이가 두명 있다는 뜻이 된다. 「염소」는 시아버지를 지칭하는 말이다.처녀들은 신랑이 「군당지도원」이면서 집안에 「벼룩이 닷되」와 「염소」가 없는 곳으로 시집가는 친구를 가장 부러워한다.남자들이 원하는 배우자는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보다 판매원,접대원,유치원이나 탁아소·교양원등 자격증을 가진 생활력 있는 여성이다. ○25살 넘으면 노처녀 대체로 결혼식날 신부집은 울고 신랑집은 웃는다.결혼식은 신랑이 신부집으로 와서 잔칫상을 받고 부모와 사진을 찍은뒤 신부를 데리고 시댁으로 가는 형식으로 치러진다.신부는 친정을 떠나는 슬픔에 눈물을 흘리고 딸을 보내는 친정엄마도 운다.북한에서는 신부가 울어야 교양이 있다고 한다. 2년전만 해도 신랑이 신부를 데리러 갈때는 승용차를 타고 갔으나 지금은 차도 없고 기름도 부족해 가까운 처갓집은 걸어서,먼 곳은 화물차를 타고 가 데려온다.오는 길에 김일성 동상에 들러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도 중요한 절차에 속한다. 신랑집에 도착하면 문앞에서 기다리던 시부모에게 허리숙여 인사하고 친지들과 함께 차려진 상에 앉아 사진을 찍는다.전에는 동네사람들과도 함께 사진을 찍었으나 2∼3년전 김정일로부터 결혼식을 검소하게 하라는 방침이 내려지면서 친지들만 상에 앉는다.폐백은 드리지 않는다. 결혼식장 분위기는 상당히흥겹다.녹음기에서 보천보 전자악단의 「도시 처녀 시집와요」「축복하라」「축배를 들자」등의 경음악이 흘러 나오면 모두 일어나 덩실덩실 춤도 추고 돌아가며 노래도 부른다.신랑신부가 결혼식날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는 결혼잔치를 다룬 영화 「나의 사랑,나의 행복」과 「반갑습니다」「통일무지개」등이다. 신혼여행은 가지 않고 바로 시댁에 신방을 차린다.주택사정이 나빠 신혼부부들은 집이 나올때까지 시부모,시동생들과 한집에서 산다. 집이 좁아 결혼하자마자 별거하는 신혼부부도 있다.나와 함께 회상유치원에서 교양원으로 근무하던 김정애언니는 지난 3월초 보위부에 근무하는 청년과 결혼했으나 남편과 떨어져 살고있다.토요일 저녁에만 동흥산구역에 있는 시댁으로 가야 하는 주말부부다.신랑이 맏아들이지만 방 두칸 집에 시부모,먼저 결혼한 둘째 내외,시누이 3명이 모여 살기때문이다. 시내에서 50리 되는 길을 걸어서 다니느라 무척 힘들지만 시동생부부를 나가라 할 수 없어 집이 배당될 때까지는 참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화물차 타고시가로 우리는 지난해까지 아파트에서 살다가 텃밭이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했다.윗방,아랫방,부엌,세면실로 된 집이었는데 겨울에는 탄을 때도 윗방까지 온기가 안가 다섯식구 모두 아랫방에서 줄줄이 누워 잤다. 혼수로는 사발,그릇,수저10벌정도와 양동이등을 사가고 시아버지에게는 양복감을,시어머니에게는 양장감이나 스웨터를 사간다.시동생들에게는 양말이나 스프링(런닝셔츠) 학생셔츠를 준다.일반인들에게 가장 고급스런 혼수는 마선(재봉틀)인데 국산은 없고 3천원짜리 중국제가 장마당에서 판매된다.워낙 비싸 마련해가는 사람이 드물다.냉동고(냉장고)나 세탁기등 가전품도 마찬가지다. ○남존여비사상 강해 신랑이 신부에게 해주는 것은 삐아스라고 부르는 분크림(파운데이션)과 입술연지 눈썹연필등 화장품과 머리수건,봄·가을용 양장감이다. 남아선호 사상이 강해 아들을 볼때까지 자식을 줄줄이 낳는 사람도 있다.그래서 둘째딸은 개딸이라 부르기도 한다.늙은이(북한서는 보통 노인들을 이렇게 부른다)들이 아들부부에게 계속 출산을 요구하는반면 요즘 젊은부부들은 둘만 낳고 말려는 경향이 강하다. 아이를 낳으면 미역국을 먹고 금줄은 달지 않는다. 「남존여비」사상도 강하다.서울에 와서 새세대 남자들이 설거지도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북한의 남자들은 자기 양말짝 하나도 빨지 않는다. 하지만 집안의 경제권한은 일정치 않다.여자가 세면 여자가 갖고 남자가 세면 남자가 돈관리를 한다. 이혼하는 부부도 종종 있다.배우자가 「바람재」(바람둥이)이거나 성격문제,고부갈등 등이 이혼사유가 된다.예전에는 재판을 걸면 대부분 이혼이 성립됐지만 최근에는 당에서 『웬만하면 마음을 맞춰서 계속 살라』고 권하기도 한다.
  • “가족 교직경력 3백년” 일가 화제

    ◎유현국교 김용구교장… 동생 등 12명 합쳐/서울에 1백년 넘는 선생님집안 16곳 한 집안의 교직경력 합계가 3백년. 물론 직계존비속이 아닌 경우까지 포함한 것이지만 보통 일이 아니다. 서울 도봉구 수유동 유현국교 김용구교장(61)의 집안 내력이다. 41년 교단경력의 자신은 물론 여동생 김선구교사(37년·청주 서원국)와 매제 김태준교장(37년·충북 괴산고)및 또다른 여동생 김명구교사(25년·서울 숭례국)와 매제 한택진교장(27년·서울 장안국)을 비롯,2년 남짓 경력의 조카부부에 이르기까지 12명의 교직경력합산이 웬만한 왕조의 역사와 맞먹는 것이다. 한 집안에 교장이 3명이며 부부교사가 4쌍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오는 15일의 스승의 날을 앞두고 서울을 중심으로 한 현직 교사가족의 근무경력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합계 1백년이 넘는 경우가 모두 16가족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교장 가족 이외에 미아국교 김양자교사(52) 가족은 본인의 29년을 포함해 8명이 2백45년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김교장 집안은 작고한 할아버지의 경력까지 합하면 3백수십년에 이르고 김양자교사 집안 역시 친정아버지의 몫까지 합하면 근무연수는 그만큼 더 많아진다 특히 합계3백년의 「관록」을 자랑하는 김교장 가족은 경성사범학교 1회 졸업생으로 일제때부터 교편을 잡았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그야말로 「교육 일가」를 이루게 됐는데 8남매 가운데 남동생 현구씨(10년·청주 산남국)부부와 여동생 선구·명구씨를 비롯,매제·제수·처남댁·조카·질부 등 그 구성원도 매우 다양하다. 이때문에 어머니의 생일잔치조차 아예 방학때로 미뤄 치르는 등 교육대가족으로서의 어려움과 함께 묘미가 있다고 한다. 김양자교사 가족 역시 교장출신의 친정아버지 영향으로 교육일가를 이룬 케이스. 남편 박정웅씨(33년 경력)는 서울 매원국교 교감,시아주버니 박무용씨(36년 경력)는 서울 안천국교 교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오빠·올케·동생·동서등이 교직에 있다. 모두 수도권에서 근무하고 있는 덕분에 가족들이 모일 기회가 많아 교육문제 토론으로 열을 올리기도 하는등 다른 집안과 다르게 매우 독특한 집안 분위기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특히 월급과 보너스가 한날에 나오기때문에 보너스가 나오는 날을 아예 「보너스 가족계」 지정일로 잡아 집안 행사 비용을 마련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이다.
  • 「엄정한 기강과 따뜻한 인화」(사설)

    김영삼대통령은 「엄정한 기강과 따뜻한 인화」를 강조했다.이영덕내각이 과거 어느때보다 심기일전된 복무자세와 단합으로 자신있게 새출발하라는 고무요 격려다.유례가 드문 행정공백의 산고끝에 이뤄진 새출발이기에 비장한 결의마저 읽혀진다. 정쟁으로 야기된 국정수행차질이라는 뼈아픈 체험을 딛고 새롭게 태어난 제3기내각은 김대통령의 친정체제 강화와 함께 통치권 기강을 재확인함으로써 상황극복을 위한 전기마련을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이날 새 국무총리의 임명장수여에 이은 청와대국무회의는 대통령의 통치철학인 국가경쟁력 강화와 중단없는 개혁을 기어이 성취시켜 내고야 말겠다는 새로운 결의의 자리이기도 했다. 정국수습을 위한 새 체제 구축에서 공석이 된 통일부총리 자리 하나만을 메우는 선에서 보각이 이뤄진 것은 책임의 한계성을 보다 분명히 설명한다.당정체제의 기본틀을 유지하면서 대북문제등 외교안보를 보강하는 선으로 축소시킴으로써 민심안정을 도모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또 비록 형식이긴 하지만 정부가 전 각료들의 일괄사퇴와 신임총리의 제청,대통령의 재임명이라는 헌법절차를 따른 것은 어긋남이 없는 준법의지를 보여준다. 아무튼 이총리내각은 하루속히 이완된 체제를 정비하고 흐트러진 민심의 수습을 꾀해야 한다.정부안에 알게 모르게 드리운 불협화음의 제거는 물론 일사불란한 팀웍을 통한 내각 조정기능의 확보가 과제다.이번 총리경질이 일부의 비판처럼 개혁의 후퇴가 아니고 오히려 개혁을 다지기위한 적극적 수술이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그런 의미에서 행정부에 개혁의 전위세력이 형성돼야 한다는 점을 특별히 당부하고자 한다.새 총리가 취임사에서 개혁의 목표를 향해 정부의 공직자들이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최우선 과제의 예시로 이해된다. 이총리는 부처간 이견을 조정해 최근들어 심화되고 있는 부처이기주의를 합리와 효율성및 화합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그러나 융화와 화합의 다짐이 자칫 총리의 역할축소나 연성내각으로 비쳐져서는 안될 것이다.부처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부단히 행정부의 응집력을 결집시키는데 소홀해서는안될 것이다. 새 내각은 긴밀한 당정협의를 통해 그때그때 현안을 정치권에 용해시키는데 각별히 유념하지 않으면 안된다.당장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여야의 대립이 행정능률을 떨어뜨리게 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새 내각은 여전히 북한핵등 내외의 숱한 난제를 앞에 놓고 있지만 중단없는 개혁의 지속과 함께 대통령의 국정목표인 국가경쟁력강화라는 당면과제를 무리없이 풀어나가기 위한 총력체제의 우선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 국정의 조화와 안정 기대한다(사설)

    이영덕총리내정자가 이끄는 3기내각은 이회창내각과는 큰 변화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국정운영에서 화합과 인화가 강조될 것으로 기대된다.김영삼대통령은 흐트러진 내각의 분위기 일신을 위해 강한 개성의 이전총리대신 온후한 성품과 덕망을 겸비한 이부총리를 택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총리 전격경질은 빠른 시일안에 내각의 불협화음을 해소하고 친정체제를 강화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표시라 할 수 있다.그런 의미에서 이총리내정자가 가장 먼저 착수해야 할 일은 국정의 기강확립과 안정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복지불동의 논란이 계속된 공직사회의 동요는 조속히 안정시켜야 할 긴급과제다.이와함께 총리전격 교체에 따른 민심의 충격 또한 이총리내정자 특유의 인화력을 바탕으로 하루속히 진정시켜야 할 것이다.국정운영에 한치의 위축도 있어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관련,야당에 대해서도 당부하고 싶다.총리임명이라는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인사권행사 행위를 찬반의 의사표시 차원을 넘는 정치쟁점으로 끌어가려는 기도는 바람직 하지 않다.야당이 이전총리의 경질배경을 따지기 위해 정치쟁점화 하는 것은 국익을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사사건건 정치공세로 몰아 국정의 길목마다 에서 발목을 잡는 구태는 하루속히 청산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번 전격 국무총리경질 사태를 보면서 국무총리에게는 권한 보다는 역할과 기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한다.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총리내정자의 전문성과 팀워크를 바탕으로한 조율역량에 큰 관심을 갖는다.풍부한 행정경험과 분위기를 부드럽게 끌어가는 화합정신의 발현이 그것이다.특히 전문성이 요청되는 내각의 행정능력 제고를 위한 새 총리의 역할에 많은 기대를 건다. 총리의 경질이 만의하나 개혁의 축소로 비쳐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그 가능성은 원초적으로 봉쇄되어야 한다.이번 총리경질은 개혁의 스타일만 달라질뿐 내용이 바뀌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개혁과제는 항구적이며 수없이 많다.개혁의 고삐가 느슨해 진다는 오해를 씻는다는 점에서 개혁의현장실무를 담당하는 내각의 심기일전 자세도 요구된다. 이총리내정자 앞에는 결코 만만찮은 난제들이 무수히 버티고 있다.북한 핵등 남북문제,예상되는 우루과이라운드 파고,내년 6월로 다가온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준비및 선거풍토 쇄신작업,물가안정등 숱한 현안들이 그것이다. 우리는 교육자이자 남북회담의 우리측 대표자격으로 직접 평양에 다녀 오는등 이영덕 총리내정자의 실무경험이 국정의 까다로운 현안들을 무리없이 풀어가는데 크게 기여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기독교방송 사목실장 한상용씨(훈훈한 우리가정:11)

    ◎온가족이 클래식음악광… “음악처럼 살지요”/함께 본 음악·연극표 추억담아 수십년 간직/세딸 출생 기념해 담근 포도주가 이젠 가보 정원에 심어진 풀꽃 한송이,작은 돌하나에도 가정의 역사가 담겨 있고 클래식 음악 연주회에 갈 가족 적금을 붓는 집.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상용씨(56·기독교방송 사목실장) 가정의 모습이다. 『세월과 함께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또 성숙해가는 가족간의 사랑이 집안 구석구석에 모두 남아있지요』이 집의 가훈 「작은 것을 사랑하자」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손이 귀한집 맏며느리로 들어와 딸만 셋을 낳았다는「구 시대성」자책감을 극복하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해 키워온 안주인 정명자씨(52).『사랑과 정성만큼 버릴 것이 없었다』고 말한다.첫딸 수아(27·회사원)가 태어난 68년을 기념,담근 포도주가 고급 와인이 돼 집안의 가보로 자리잡았고 수진(25·대학생)지혜(23·〃)의 탄생 기념주를 비롯,매년 여름 담근 포도주 향기가 집안 지하실에 가득하다. 「딸하나,공주 하나,여식하나」세딸이 각각 자라온 모습을담은 앨범도 각각 5권씩이나 된다.첫회 예방접종용지,유치원 등록증,편지등이 모두 아름다운 사연이 돼 함께 꽂혀있다.집에 카메라가 없었던 68년엔 첫딸 수아의 첫 울음소리를 녹음테이프에 담았을 정도다. 『국민학교때 고아원에서 다니던 학급친구를 위해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두개씩 싸들고 등교하면서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어요.하지만 지금은 「나도 엄마·아빠처럼 살아야 할텐데」라고 생각해요』수아씨의 말이다. 지난 83년 지휘자 카라얀(당시 75세)이 그 다음해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그해 난방비와 맞먹는 가족들의 입장권을 사기 위해 적금을 부었던 음악광 가족.당시 멋모르고 따라 다녔던 두딸 역시 열렬한 클래식 음악팬이 돼 1년치 공연 계획표를 찾아 함께 관람한다.요즘 집안에 흐르는 음악도 오는 19일 정명훈의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단 공연을 미리 공부하기 위해 틀어놓는 레퍼토리. 33년전 정씨의 서울대 간호학과 재학시절부터 모은 음악 미술 연극 관람표와 프로그램에서부터 온가족이 관람한 연극표등을 하나도 버리지 않은 것은물론이다. 학교와 직장에서 바로 저녁 음악회로 향하는 식구들을 위해 김밥을 핸드백에 담아오고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홍보위원으로,또 이웃과 함께 분리수거운동및 생필품 공동구매운동등 안팎으로 쉴틈 없이 살고 있는 아내를 향해 한상용씨는『달빛 햇빛냄새가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럼없이 밝힌다. 이들 부부는 「삶의 가치관인 종교(기독교)가 같고 클래식음악을 즐길 수있는 사람」을 세 딸의 남편감으로 꼽는다.사위들은 베이스를 맡아 가족중창단을 만들었으면 한다. 이집 마당엔 부인 정씨의 친정 외할머니로부터 2대에 걸쳐 전해져온 옥잠화가 곱게 자라고 있다. 한상용씨 부부는 나이가 들면서 아이들의 성장앨범과 바로 이 옥잠화를「챙겨 들고」68년 70년 72년에 담근 포도주를 함께 마시면서 노래를 부를 세사람의 기사가 누굴까가 자꾸만 궁금해진단다.
  • 총무원장 8년… 「종단의 얼굴」/서의현원장의 면모와 행적

    ◎5공때부터 최고위급 인사와 교분/상무대 비리·사생활 관련 구설수도 5일 조계종 원로회 회의에서 전격 불신임된 서의현총무원장(58)은 한국불교 최대종단인 조계종의 종권을 9년동안 굳건히 지켜온 불교계 최대의 실력자다. 86년 8월 제25대 총무원장에 선출된 뒤 역대 총무원장 가운데 최초로 임기 4년을 다 채운데 이어 90년에는 재임에도 성공,종단 제1인자의 아성을 지켜왔다. 그러나 독선적이며 친정부적인 종단운영으로 개혁파들로부터 계속 도전을 받아왔으며 사생활과 관련된 구설수와 함께 최근에는 상무대 비리에까지 연루돼 3선연임을 목전에 두고 사면초가의 곤경에 빠진 상태였다. 게다가 자신의 3선연임을 결정할 중앙종회를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터진 조계사 폭력사태를 배후 조정한 의혹까지 받게되면서 그의 거취가 관심의 초점이 돼왔다. 그는 36년 대구에서 출생했으며 52년 해인사에서 김상월화상을 은사로 득도한 뒤 같은해에 사미계(사미계),55년 비구계(비구계)를 수계했고 62년 해인사 대교과를 거쳐 67년 대승사 주지를 시작으로은해사와 동화사 주지를 역임했다 또 66년 2대 종회부터 현재의 10대 종회까지 중앙종회의원직에 오르는등 최다선의원으로 화려한 이력을 더해 왔다. 그는 종단내에서의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정계를 비롯,각계 최고위급 인사들과도 폭넓은 친분을 유지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정치로비자금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5공말기인 86년 행정수반격인 총무원장에 처음 선출된 당시 집권층의 다수를 이루던 소위 TK세력과의 친분등으로 인해 친정부적인 성향을 띠면서 실세였던 전경환씨와 가깝게 지냈으며 이때부터 호국불교를 외치며 정부를 위한 조찬기도법회를 여러차례 주선했다. 전두환전대통령이 퇴임후 백담사에 은둔중일 때는 일주일에 한두번씩 방문,전씨에 대한 「의리」를 은연중 과시하기도 했다. 또 91년 5월에는 서울롯데호텔에서 노태우전대통령 내외와 불교신자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원법회」를 갖고 법어를 통해 노대통령의 북방정책을 찬양하는 발언을 해 교계 일각에서빈축을 샀다. 91년 9월 종정추대를 둘러싸고 종권다툼이 벌어져 총무원이 강남과 강북으로 양분되는등 분종의 위기까지 치달으면서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으나 양측간의 극적인 화해로 위기를 넘기는 등 남다른 생명력과 위기관리 능력을 보였다. 하지만 거의 선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권력지향적인 그의 성향은 92년 3월 당시 김영삼민자당대표최고위원을 지지하는 발언으로 또다시 내부 반발에 직면했으며 퇴진압력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결국 상무대 비리와 관련,공사대금 80억원을 대선자금으로 유용했다는 의혹까지 받기에 이르면서 조계사 폭력사태로 이어지는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 김일성,핵·경제 직접 챙긴다

    ◎“강성일변도 김정일 행보에 제동” 분석/후계체제 부각 불구 「승계」 늦어질듯 최근 북한의 공식후계자 김정일에 대한 우상화작업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김일성친정체제가 오히려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관계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김정일이 올들어 공개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반면 김일성은 전면에 나타나는 횟수가 두드러지고 증가하고 있다. 정부당국도 이점을 주목하고 있다.김영삼대통령이 방일중인 25일 주일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난 1월 방북한 미국의 빌리 그레이엄목사에게 김일성이 『현재 북한은 1백% 내가 장악하고 있다』고 언급한 사실을 소개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비추어 북한은 선전적 차원에서는 김정일후계체제를 계속 강화할 것이지만 주석직이나 당총비서직 등 최고위직의 이양은 당분간 유보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는 김일성이 김정일의 정권장악능력에 대해 퍽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김주석이 김정일과의 후계다툼에서 밀려나 운둔상태에 있던 친동생 김영주를 지난해 하반기 일약 부주석으로 복귀시킨 사실에서도 이같은 징후가 엿보인다. 이처럼 올들어 김일성이 친정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 김정일 건강이상설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지 현재로선 확인키 어렵다.다만 지난해 김정일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 등 일련의 강성일변도의 핵게임을 김일성이 그다지 탐탁스럽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더욱이 북한경제가 바닥세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점 역시 김일성을 전면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김영주의 복귀나 김일성의 처 김성애의 공식활동 재개 등은 김일성 사망시 김정일의 권력장악을 가족체제로 보완하기 위한 안전장치로도 볼 수 있다.한마디로 고령인 김일성의 노회한 「유언체제」인 셈이다. 민족통일연구원 허문령연구위원은 김영주등의 후견인적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보고 있다.우선 김일성 자신의 사망시 북한인민의 지지기반이 취약하며 정책수행능력이나 통치기반장악력이 떨어지는 김정일을 혈족중심으로 후원토록 한다는 분석이다. 한편 북한의 각종 매체들을 통한 김정일에 대한 외견상의 우상화작업은 올들어 극에 달한 느낌이다.그에 대한 호칭만 해도 「어버이」 「수령」등 김일성과 거의 동급으로 사용되고 있다.심지어 휴전선일대의 대남확성기방송 청취과정에서 김정일에 대해 「주석」이라는 호칭을 사용한 사례가 지난 10일부터 총27차례이상 수집될 정도다. 북한의 선전매체들은 남북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이 무산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이 불만족스럽게 끝남으로써 국제사회의 강경대응분위기가 조성된 이후에도 연일 김정일의 지도력을 부각시키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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